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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투신한 中 소녀와 이를 두 팔로 받아낸 아버지 모두 사망

    [여기는 중국] 투신한 中 소녀와 이를 두 팔로 받아낸 아버지 모두 사망

    아파트 25층에서 뛰어내린 소녀와, 아래층에서 딸을 받아 구하려던 아버지가 모두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왕이신원’(网易新闻)은 22일 쓰촨성 루저우시 루현의 한 아파트에 사는 10대 소녀가 옥상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22일 오전 10시 30분쯤 루현의 한 아파트 25층 옥상에서 15세 증(曾)모양이 투신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래층에서 딸이 구조되기를 기다리던 소녀의 아버지 증씨(42)는 투신한 딸을 구하려 팔을 뻗었다가 함께 세상을 떠났다. 소녀는 이날 피아노 과외 수업을 앞두고 연락이 두절됐다. 학생이 연락이 닿지 않자 과외선생이 부모에게 연락했고, 소녀를 찾아 동분서주하던 중 오빠가 여동생 미니홈피에서 수상한 글을 발견해 부모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 직전 소녀는 중국판 미니홈피 '콩지엔'(空)에 옥상에 앉아 아래를 찍은 사진과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가 급히 아파트 1층에 에어매트를 깔고 구조 작업을 펼쳤지만, 소녀는 매트에 공기가 차기도 전에 뛰어내리고 말았다. 아래층에서 그 장면을 본 아버지가 떨어지는 딸을 받으려 팔을 뻗었지만 딸에게 깔렸고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 목격자는 “소녀가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구조대가 도착해 에어매트를 깔고 있었는데 여자아이가 뛰어내렸다. 한 남자가 두 팔을 뻗어 받아주려다 같이 쓰러졌다”라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현지에서는 숨진 소녀와 목숨을 바쳐 딸을 구하려 했던 아버지의 부성애를 기리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녀가 원치 않는 과외 수업에 학업 스트레스를 받은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도 형성됐다. 이에 대해 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생전에 우울증이 심했으며, 자해를 반복해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피아노는 딸이 자발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해서 과외를 붙여줬으며 피아노도 한 대 사주었다고 슬퍼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호주] “코로나 닮았네”…1000만 달러 들인 호주 새 로고 결국 교체

    [여기는 호주] “코로나 닮았네”…1000만 달러 들인 호주 새 로고 결국 교체

    1000만 호주달러(약 85억원)를 들여 제작한 호주 로고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일면서 결국 새로운 로고로 교체하기로 결정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호주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언은 호주 연방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해 전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던 로고를 폐기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준비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호주 국가 브랜드 자문위원회(NBAC)는 기존에 있던 부메랑이 들어가 있던 호주 로고를 새로운 로고로 교체한다며 새 로고를 대중에게 발표했다. 새 로고는 호주 국화인 아카시아 꽃나무인 ‘골든 와틀’를 형상화한 금색 꽃문양 안에 호주(Australia)를 뜻하는 영어 알파벳 AU가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 로고가 발표되자 마자 하필이면 ‘현미경으로 본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양이 연상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스카이 뉴스의 앵커인 크리스 케니가 “새 로고가 마치 현미경으로 본 코로나 바이러스 같다”고 처음 언급한 이래, 마크 코어 뉴사우스웨일스 주 하원 의원이 트위터에 이를 다시 언급하면서 전국민적으로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해당 뉴스는 해외까지 퍼지면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었고, 당시 호주 뉴스 매체인 뉴스코프는 “여론 조사에 참여한 국민의 97%가 새 로고를 반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이 로고의 개발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개발 중이었다. 결국 호주 연방정부는 국민적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새로운 로고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존 골든 와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고 여전히 골든 와틀 콘셉트를 계속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한편 이번 로고는 정부와 기업의 무역 행사나 기술 교류용 로고이지 기존에 잘 알려진 녹색바탕에 캥거루가 들어있는 ‘오스트레일리안 메이드’ 캥거루 로고는 계속해서 사용된다. 이번에 골든 와틀 로고의 발표와 함께 기존 캥거루 로고도 기존 색상보다는 좀 더 짙은 색감으로 변화를 줄 예정이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입 모양을 보여주세요”…‘투명 마스크’ 운동 왜?

    “입 모양을 보여주세요”…‘투명 마스크’ 운동 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감염 차단을 위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청각장애인끼리 또는 비장애인들과 소통할 때 수어뿐만 아니라 입 모양과 얼굴 표정도 함께 읽어내는데, 마스크가 입 주변은 물론 얼굴의 절반 가까이 가리면서 소통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투명 마스크’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7일 보도했다. 세계청각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청각장애인은 7000만명에 달한다. 청각장애인들이 마스크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 유튜버들이 입 주변이 그대로 보이는 ‘투명 마스크 쓰기’ 운동을 시작했다.이 캠페인에는 미국 대학풋볼 ‘수입왕’으로 유명한 앨라배마대 닉 세이번 감독과 프랑스에서 장애인 인권을 담당하는 소피 클루젤 장관도 참여했다. 또 캐나다 퀘벡주는 최근 의료망을 통해 10만개의 투명 마스크 공급을 명령했고, 미국 의약품 회사 클리어마스크는 최근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병원과 학교, 소매점에 공급할 수술용 투명 마스크 제조 허가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4월부터 투명 마스크를 만들어온 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입 모양을 보지 않고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투명 마스크는 물량도 부족하지만 일반 마스크보다 제조 단가가 비싸다. 이에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투명 마스크를 조달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클루젤 장관은 “투명 마스크 쓰기 운동으로 마스크 생산이 늘어날 것이고 이후 생산단가와 판매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투명 마스크가 비단 청각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등교 수업이 진행돼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상황에서 교사가 마스크로 입을 가리면 아무래도 전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삿포로의 한 대학에서 가르치는 로리 번햄 교수는 “학생들이 내 표정과 입모양을 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명 마스크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의원총회는 온라인으로, 떼밥은 혼밥으로…코로나가 바꾼 여의도

    의원총회는 온라인으로, 떼밥은 혼밥으로…코로나가 바꾼 여의도

    의원들 간 의견교환의 창구였던 의원총회를 온라인으로 하고, 정보교환의 장이었던 점심·저녁식사도 혼밥으로 바뀐다.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회의 모습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26일에는 국회를 취재하던 기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변화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우선 큰 폭으로 변하는 것은 ‘회동’문화다. 지금껏 같은 당이든, 다른 당이든 국회에서는 회동과 총회를 통해 의견을 교류했다. 그러나 집단이 한 곳에 모이는 게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당 지도부가 화상회의실에서 각 의원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시스템이 곧 도입된다. 국회 사무처 입법정보화담당관실은 오는 9월7일을 목표로 온라인 의원총회 등을 위한 네트워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본청과 의원회관에서 운영해 온 화상회의실 시스템에 외부 접속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완료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지침에 맞춘 각종 회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조만간 각 의원실에 웹캠과 헤드셋 등 화상회의에 필요한 장비를 지급하고, 접속 및 이용 방법을 고지할 방침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과 각 정당 지도부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일 정기국회 개회 일정을 감안해 작업 목표일을 보다 앞당겨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다만 표결이 필요한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는 이번 작업과 무관하게 화상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코로나19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정부·공공기관 공무 등을 이유로 3단계 격상시에도 상임위와 본회의 실시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현행 국회법은 온라인상 ‘원격 표결’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문화도 바뀌고 있다. 일상생활도 급변. 국회 보좌진, 정치인, 사무처직원, 언론인 등 할 것 없이 점심 저녁 식사를 통해 정보공유 등을 하는 게 여의도 국회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술이 주를 이루는 저녁자리는 물론 점심도 꺼리는 상황이다. 특히 3인 이상 모이는 식사자리는 잡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는 의원실이 많아졌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혼자 먹을 때도 많고 일단 예정된 약속은 모두 취소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와우! 과학] 기후변화의 악몽…피부·이빨 없는 상어 최초 발견

    [와우! 과학] 기후변화의 악몽…피부·이빨 없는 상어 최초 발견

    이탈리아 서쪽 사르디니아 섬에서 이빨이 없고 피부가 극히 얇아진 상어가 발견돼 학계가 조사에 나섰다. 해당 상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7월로, 당시 낚시를 하던 사람이 우연히 암컷 검은입 두툽상어(Galeus melastomus, blackmouth cat shark) 한 마리를 배 위로 건져 올렸다. 이를 최초로 발견한 낚시꾼에 따르면, 두툽상어는 수심 500m 지점에서 낚은 것으로, 발견 당시 피부가 다른 상어와 남다르고 이빨이 없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 칼리아리대학 연구진이 해당 두툽상어를 실험실로 옮겨 분석을 시작했다. 그 결과 이 두툽상어는 표피와 진피 등 피부와 관련된 구조가 평범한 두툽상어에 비해 심각하게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일반적으로 상어의 피부는 매우 미끈미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라코이드 비늘로 불리는 작은 이빨 모양의 구조로 이뤄져 있어서 거친 것이 특징이다. 상어의 피부는 특정 포식자와 외부 기생충에 대응하는 강력한 물리적 장벽 역할도 하는데, 이 두툽상어의 경우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피부 구조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피부가 없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 상어는 사나운 상어의 상징과도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검은입 두툽상어의 특징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추측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가 점차 산성화되고,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부와 치아를 잃었다는 것.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진 것 역시 상어의 피부와 치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피부와 이빨이 없는 검은입 두툽상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위장에서 먹이로 먹은 물고기 14마리 정도가 발견됐기 때문에, 이빨이 없는 것이 사냥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암컷 두툽상어가 피부와 이빨 없이 어떻게 야생에서 살아남았는지는 의문이다. 눈을 제외한 몸 전체가 창백한 노란색을 띠고 있고, 복부와 아가미에만 약간의색소가 남아있는 상태였다”면서 “이러한 특징이 개체의 행동과 생리, 생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상어에게서 피부의 기능을 고려했을 때, 진피와 표피층 등의 부족으로 헤엄치는 자세 등이 변형되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속도는 느려지고 에너지는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류생물학 저널’(Journal of Fish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문화마당] 미래는 모든 것의 가능성/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미래는 모든 것의 가능성/김이설 소설가

    작은 아이의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얼굴 전체가 빨개지고, 매끄러웠던 피부가 온통 우둘투둘하게 변했다. 가려워서 밤새 잠을 설칠 정도까지 심각해졌다. 병원에서는 마스크 때문이라고 했다. 등교수업을 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더위와 땀 때문에 더 악화하는 모양이었다. 마스크 테두리를 따라 흉터처럼 검붉은 얼룩이 생겨도 마스크를 벗으라 말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렇게 주의를 주고 권고했는데도 집회와 예배에 참석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지 않은 이들이,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은 무수한 그들이 이렇게 만든 탓이다. 개인 위생도 철저히 지키고, 외출도 삼가고, 사회적 거리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켜 온 이들에게는 그래서 다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지금의 상황이 억울하기만 하다. 약속을 잘 지킨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모두가 세상 탓 같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 놓은 어른들 탓 같고, 그러니 결국 모두 내 탓이 돼 버리는 현실이 무참하다. 감염병이 창궐한 세상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왜냐하면 연애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이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는 회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알겠다. 우리에게 주어졌던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마스크 없는 아침이 얼마나 찬란했는지, 매일 등교하는 학교 생활이 얼마나 건강했는지, 거리낌 없이 외식을 하고, 눈치 보지 않으며 마트를 활보하며, 손쉽게 공원을 걷는 일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야 절실히 알겠다. 친구들과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약속을 정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이었는지 전혀 모르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시인이자 소설가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불안의 책’에서 “나는 항상 현재에 산다. 미래는 알지 못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모든 것의 가능성이라서 부담스럽고,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라 부담스럽다”고 썼다. 미래는 모든 것의 가능성이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으나, 부정적 상황으로 벌어진다고 상상해 보니 그 끔찍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장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쁜 상상이 현실이 될까 무섭고, 비관론이 사실이 될까 두렵다. 매일 재난문자로 확진자 소식과 그들의 동선을 전달한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문자도 수시로 온다. 멀리에 있는 줄 알았던 확진자가 다른 시에 살고 있는 부모님 아파트 동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 옆 단지에서, 아이의 학원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예약했던 병원의 담당의는 자가격리에 들어가 2주간 진료를 볼 수 없다 하고, 같은 카페에 앉아 있다 밀접 접촉자로 확진을 받은 아이의 친구 엄마 소식도 들린다. 어쩐지 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운이 없어서, 우연히 나도 모르게 확진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최소한의 방법이 전부인 셈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는 건 또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미래는 모든 것의 가능성이라는 의미가 새삼스럽다. 희망을 노래하며 웃을 수도, 절망을 걱정하며 울 수도 없다. 모든 것의 가능성이란 모든 것들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 차향, 코로나 블루 날리다… 모두 茶 힐링

    차향, 코로나 블루 날리다… 모두 茶 힐링

    잠잠해지나 싶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이다. 낫는 듯하다 도로 아파질 때가 더 고역인 법. 괴질로 인한 집단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도 더 심해졌다. 이럴 때 우리 전통 차로 몸 곳곳에 찐득하게 달라붙은 코로나 블루를 떨쳐 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전남 장흥으로 나선 길이다. 청태전이란 야생차를 찾아서다. 장흥 하면 ‘온갖 갯것들의 보고’처럼 여겨지는 곳인데, 뜬금없이 웬 차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한데 장흥 야생차의 뿌리는 뜻밖에 꽤 깊다. 단지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장흥 여정을 개운하고 정갈하게 마무리하는 데 전통 차만큼 적절한 건 없을 터. 알고 마시면 차 맛이 더 깊어진다.먼저 이름부터.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청태전(靑苔錢)이다. 일제강점기에 장흥 차를 처음 본 일본인들이 지은 이름이다. 빛깔이 바다에서 나는 파래(靑苔)와 비슷한 데다 외형이 엽전(錢)을 닮아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주민들은 돈차, 전차(錢茶), 떡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국가중요농업유산에는 청태전으로 등재(2018)돼 있으니, 현재 공식 명칭인 셈이다. 청태전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장흥 주민들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건 ‘다경’에 적힌 제다법과 음용법이 청태전과 똑같다는 것이다. 다경은 가장 오래된 다서로 당나라 육우가 760년쯤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경이 ‘정황 증거’라면 보림사의 보조선사창성탑비(보물 158호)는 강력한 ‘물적 증거’다. 탑비 한 편에 ‘헌안왕이 차와 약을 (보림사의) 체징선사에게 보내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금석문 가운데 가장 이른 기록이라고 한다. 신라 47대 왕인 헌안왕은 궁예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재위 기간(857~860)으로 역산하면 얼추 1200년 전부터 장흥 일대에서 차가 재배됐다는 뜻이다. 아울러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는 “조정에 진상하는 전국 19곳의 다소(茶所) 중 13곳이 장흥에 있다”고 했고,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지지’를 통해 “차의 주산지인 전남에서도 장흥 지방 차가 으뜸”이라고 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이유원의 ‘가오고략’은 한 술 더 떠 “한 봉지에 비단 한 필을 줘야 산다는 중국 보이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상찬했다. 고려 때 다소를 통해 관리되던 차밭은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쇠퇴기를 맞는다. 계속된 차 공납에 지친 주민들이 오래된 차나무를 베거나 불태워 없앴고, 차밭 일부는 농경지로 바뀌었다. 게다가 조선 조정의 숭유억불 정책은 사찰의 차 문화가 쇠퇴하는 단초가 됐다. 민간에서 알음알음 전승되던 청태전이 본격 복원된 건 2006년 무렵이다. 이후 불과 십여 년 사이에 장흥 일대에 발효차 열풍이 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청태전은 제다 과정이 복잡하고 길다. 찻잎을 따서 청태전으로 나오기까지 9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찻잎을 따는 과정부터 녹록하지 않다. 보성, 제주 등의 재배차와 달리 청태전은 야생차로 만든다. 가지산 등 산자락에 자생하는 차나무에서 수작업으로 잎을 따려니 재배차보다 몇 곱절 힘이 든다. 따온 잎은 하룻밤 동안 말린 뒤 가마솥에 넣고 수증기로 찐다. 이 증제 과정에 따라 차의 빛깔과 맛, 향이 달라진다. 다음은 절구질이다. 떡처럼 찧어 끈적해진 찻잎을 ‘고조리’라 불리는 성형틀에 넣고 모양을 잡는다. 이때 너무 단단하면 숙성이 잘 안 되고, 너무 물렁하면 차를 끓일 때 색이 탁해진다. 모양을 잡은 찻잎은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2~3일 실내에서 말린다. 1차 건조가 끝나면 중앙에 구멍을 낸다. 이래야 운반이 용이하고 공기가 잘 소통돼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 이때 비로소 청태전의 형태도 갖추게 된다.이어 햇살 좋은 날 밖에 널어 한 달 정도 말린 뒤 10~15개씩 꿰어 발효에 들어간다.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예전에는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았지만 요즘은 주로 항아리에서 발효시킨다. 주변 온도를 섭씨 22∼23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렇게 최소 1년은 발효해야 먹을 정도가 되고 보통 2∼3년 발효해야 상품으로 내놓을 정도가 된다. 청태전은 마시는 방법도 일반 녹차와 다소 다르다. 녹차는 흔히 처음 우린 물을 세차 과정이라 해서 버리고 두 번째 우린 차를 마신다. 한데 청태전은 바로 마신다. 맛을 내기 위해 굽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별도의 세차가 필요 없다. 장흥다원의 장내순 대표는 “깨끗한 팬에 청태전을 올린 뒤 약한 불에서 30분가량 구우면 차의 풋내가 줄고 향과 풍미가 깊어진다”며 “집에서 굽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아 요즘엔 아예 구워서 판다”고 설명했다. 청태전 1개로는 2~3번까지 우려 마실 수 있다. 처음엔 1ℓ, 두 번째는 600㎖가량의 물을 넣고 같은 방법으로 끓여 마신다. 이제 차밭 구경에 나설 차례다. 가지산 자락의 보림사로 간다. 수행과 차가 하나라는 ‘선차일여’(禪茶一如)의 근본 도량이다. 우리나라 사찰 차 문화의 탄생지로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야생차밭 사이를 산책할 수 있는 ‘청태전 티로드’가 보림사 일대에 조성된 건 이 때문이다. ‘청태전 티로드’는 보림사 뒤 비자나무 숲에 조성됐다. 수령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500여그루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비자나무 아래는 야생차밭이다. 재배차 단지의 가지런한 차밭과 달리 들쑥날쑥이다. 그래도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숨을 깊게 들이쉬면 차향이 가슴에 들어차는 듯하다. 비자나무 숲 사이로 좁은 산책로가 나 있다. 참빗처럼 삐죽대는 비자나무 이파리와 초록빛 찻잎이 어우러져 있다. 조붓한 산길을 따라 걷자면 코로나 블루가 몸에서 훌훌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누구나 걷기 쉽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숲 곳곳에 의자와 삼림욕대도 마련됐다.보림사 대웅보전 앞에 오래된 약수가 있다. ‘한국의 명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물맛으로 소문난 약수다. 필경 차나무 있는 곳에 찻물도 나는 것일 터다. 보림약수는 늘 수량이 일정하고, 비자림과 차밭의 자양분이 스며들어 미네랄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 사진 장흥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도움말 장흥농업기술센터, 장내순 장흥다원 대표 ■여행수첩 -청태전은 안양면 ‘장흥다원’, 장흥읍 ‘평화다원’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장흥다원은 청태전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시설도 갖춰 가족 단위 여행객도 찾을 만하다. ‘불금탕’은 상호와 같은 전골 요리를 내는 집이다. 한우갈비에 장흥 특산 표고버섯과 키조개, 문어, 전복 등을 넣고 끓여낸다. 장흥 읍내 토요시장 안에 있다. -옹이편백백화점은 편백나무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다. 최근 편백오일슬러지(편백잎)를 따뜻한 물에 넣고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족욕장을 새로 마련했다. 우드랜드 앞에 있다.
  • 김정은, 정치국 확대회의 열어 “태풍 대비하라” 지시

    김정은, 정치국 확대회의 열어 “태풍 대비하라” 지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바비’의 북상에 대비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정무국 회의를 연달아 열고 수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2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에 코로나19와 수해까지 겹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면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제7기 제17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태풍에 의한 피해를 철저히 막는 것은 중차대한 문제”라고 했다. 지난달 말 집중호우로 황해도와 강원도 지역에 큰 피해를 본 북한이 수해 복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 바비의 북상이 예상되자 긴급 대책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 해 농사 결속을 잘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 태세를 계속 보완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제7기 제5차 정무국 회의에선 내년 1월 예고된 8차 당 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연 지 일주일 만에 정치국 회의와 정무국 회의를 공개한 것은 당 운영의 안정성을 드러내며 주민들에게 믿음직한 지도자상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월 이후 7차례 정치국 회의를 열었고 정무국 회의도 두 번 주재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정례화된 정치국 회의에서 평양시민의 일상이나 수해 피해 등을 다루면서 김 위원장이 민생 문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김 위원장의 지근거리에 착석했다. 특히 지난 13일 상무위원에 오른 리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왼편에 앉아 높아진 위상이 재확인됐다.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회의실 맞은편에 앉은 모습이 포착됐으나 정작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사진에서 보이지 않았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이재명 “30만원씩 준다고 나라 망하나” 이낙연 “돈 쓰다 코로나 퍼지면 어쩌나”

    이재명 “30만원씩 준다고 나라 망하나” 이낙연 “돈 쓰다 코로나 퍼지면 어쩌나”

    이재명, 연일 전국민에 지원금 주장이낙연, 코로나 방역 강조하며 반박김부겸은 노영민 비서실장 우회 비판“우리 정부 들어와 부동산값 많이 올라” 관심·논쟁·비전이 없는 3무(無) 대회로 이어지던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가 ‘이재명 변수’로 막판에서야 겨우 논쟁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연일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26일 “전 국민에게 30만원씩을 준다고 나라가 망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온 것으로, 이 지사는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30만원씩을 주면 15조원 수준으로, 0.8% 포인트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며 “가난한 사람이라고 딱지를 붙여 돈을 주면 낙인 효과로 서러울 것이고 못 받는 사람 역시 화가 나면서 국민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날 이 지사는 “정당은 조폭이나 군대도 아니고 특정인의 소유도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치열하게 논쟁하겠다”고 했다. 당정청이 지난 23일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2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보류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됐다. 이 지사가 계속 목소리를 높이자 이 지사에게 대권주자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이낙연 당 대표 후보가 견제구를 날렸다. 이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막상 돈을 줘서 소비하러 많이 다니면 코로나는 어떻게 될까”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자체가 유동적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재난지원금 방법이나 액수를 먼저 따진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액수까지 명시하며 빨리 전 국민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후보와 당권 경쟁을 벌이는 김부겸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집값은 이명박 정부 때도 올랐다”며 야당 의원을 상대로 목청을 높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했다. 김 후보는 “우리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것은 현실적으로, 데이터로 나온다”고 했다. 이어 “강남 중개업소 몇 군데만 샘플 조사를 해보면 명확하게 나오니 긴 논쟁이 필요 없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문제를 풀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자칫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들이 친문(친문재인) 당원들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일관해 이 후보의 싱거운 승리가 예상되자 김 후보가 노 실장을 비판하며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여전히 당 대표 후보들 간 노선·정책 경쟁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논쟁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전당대회에서는 후보들이 당의 비전과 수권 능력, 정책들을 보여 줘야 하는데 지금은 대권주자 간 논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코로나 법안 숙려기간 없이 우선 처리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바짝 긴장한 여야가 코로나19 관련 법안은 숙려 기간을 적용하지 않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26일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같이 뜻을 모았다고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이 전했다. 여야는 국회 코로나 대응팀 구성에도 합의했다. 대응팀은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와 수석부총장,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등 5인으로 구성한다. 여야 이견이 없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은 정기국회 내 처리하고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 ▲균형발전 특위 ▲에너지 특위 ▲저출산대책 특위 등 여야 협의가 더 필요한 4개 특위도 신속하게 구성하자고 뜻을 모았다. 다음달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따라 애국가 1절만 부르기 등으로 예년과 다르게 치러진다. 국가 회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실내 모임 50인 제한 규정과 무관하다는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국무위원과 헌법기관장 등은 전처럼 참석을 허용한다고 한 공보수석은 설명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한 언론사가 기자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자기격리에 들어갔다. 민주당 관계자는 “확진자와 접촉한 기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28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날 예정됐던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의 고별 만찬도 취소됐다. 통합당은 야당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정기국회 기간의 돌발 사고를 막고자 방역에 한층 신경 쓰는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통합당 의원 전원에게 공문을 보내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는 우리 당으로서 정말 중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의원실 재택근무, 시차 출근 등 인력 최소화 운영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인사청문특위는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오는 31일 열기로 의결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고급 필기구 도전장… 모나미의 이유 있는 고급화 전략

    고급 필기구 도전장… 모나미의 이유 있는 고급화 전략

    모나미하면 검정과 하얀색의 모나미 153을 떠올리기 쉽지만 2020년 밀레니얼과 세대에게 모나미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잉크랩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모나미 컨셉스토어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채널을 활용해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와 소통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보급형 볼펜에서 고급 볼펜으로 방향 선회를 한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시장에 고급볼펜을 처음 선보인 2014년 이후 평균 두 자리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문구 브랜드 못지 않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협업 마케팅 사례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화장품부터 식품, 자동차까지 산업을 불문하고 폭넓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이색 콜라보레이션 볼펜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빈폴 키즈, 온라인 취미 플랫폼 하비풀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리딩 브랜드로서 문구업계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2014년 1월, 153볼펜 출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인 ‘모나미 153 리미티드’를 1만자루 한정으로 출시했다. 한정판으로 내놓은 153 리미티드 에디션은 모나미를 상징하는 육각 모양의 국민 볼펜 153의 디자인을 따왔지만 고급 메탈 바디와 고급 금속 리필심을 적용해 사양을 높인 제품이다. 당시 기존 153볼펜 가격의 무려 100배나 높은 가격이었지만 이 리미티드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됐고 판매처는 접속자 폭주로 일시적인 접속불가 상태가 되기도 했다. 2014년 첫 한정판 ‘153 리미티드’ 출시 성공을 통해 모나미는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에 따른 고급 필기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모나미는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시작으로 고급펜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급 볼펜은 재질과 컬러를 차별화하고 육각 모양의 바디는 유지했다. 기존 153 볼펜이 가지고 있던 아이덴티티는 이어가되 오래된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트렌디하게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2014년 리미티드 출시 이후 후속 제품을 출시해 본격적인 매출을 달성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모나미 고급필기구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현대인에게 필기구는 더 이상 생필품이 아니다.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소비하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으며,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필기구 시장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153 프리미엄 라인은 모나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이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프리미엄 만년필 ‘153 네오 만년필’은 모나미를 상징하는 육각 모양에 고급펜 ‘153 네오’의 디자인을 더해 제품 간 통일성을 부여했다. 또한 손글씨, 캘리그라피 등 필기구를 사용하는 취미들이 보편화되면서 고급 사양이면서도 사용이 간편한 제품을 찾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캐주얼한 디자인의 ‘라인 만년필’, 깔끔한 필기선을 자랑하는 ‘153 네오만년필 EF’를 연이어 출시했다. 이달 출시한 ‘153 네오 아트’도 153 네오 시리즈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과 세계적인 거장들의 명화에서 영감을 얻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출시 하루 만에 프로모션 수량이 완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나미 마케팅 담당자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제고시키기 위한 것은 물론 문구 수집가, 필기구 전문 소비자 등 하이엔드 취향의 고객층까지 아우르기 위해 고급펜 라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모나미는 앞으로도 한국의 대표 문구기업으로서 프리미엄 라인부터 가성비를 강화한 보급 펜 라인까지 제품 라인업 세분화를 통해 리딩 브랜드로 입지를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코로나에 머리맞댄 여야…야당, 공수처엔 특별감찰관으로 반격

    코로나에 머리맞댄 여야…야당, 공수처엔 특별감찰관으로 반격

    여야, 국회 코로나 대응팀 구성도 합의민주당 최고위 취재한 기자 코로나 검사이해찬 등 지도부 자가격리·만찬 취소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바짝 긴장한 여야가 코로나19 관련 법안은 숙려 기간을 적용하지 않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26일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같이 뜻을 모았다고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이 전했다. 여야는 국회 코로나 대응팀 구성에도 합의했다. 대응팀은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와 수석부총장,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등 5인으로 구성한다. 여야 이견이 없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은 정기국회 내 처리하고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 ▲균형발전 특위 ▲에너지 특위 ▲저출산대책 특위 등 여야 협의가 더 필요한 4개 특위도 신속하게 구성하자고 뜻을 모았다. 다음달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에 따라 애국가 1절만 부르기 등으로 예년과 다르게 치러진다. 국가 회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실내 모임 50인 제한 규정과 무관하다는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국무위원과 헌법기관장 등은 전처럼 참석을 허용한다고 한 공보수석은 설명했다. 회동 후 통합당은 박 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야당 몫 추천위원 마무리만 재촉한 것을 겨냥해 민주당의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요구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게 의장께서 엄중한 경고와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한 언론사가 기자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자기격리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해당 기자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27일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28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의 고별 만찬도 취소했다. 통합당은 야당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정기국회 기간의 돌발 사고를 막고자 방역에 한층 신경 쓰는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통합당 의원 전원에게 공문을 보내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는 우리 당으로서 정말 중요한 시기”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통합당 일부 의원실은 재택근무 체제로 들어갔고 결산국회가 한창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실 상당수는 내주부터 재택 근무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민과의 면담과 회의 등을 웹엑스와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다. 최 원내대변인은 “통합당 의원간 소통에 있어서도 최대한 만남을 자제하고 비대면 위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사청문특위는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오는 31일 열기로 의결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폭주 전광훈… 이단의 칼날 위에 서다

    폭주 전광훈… 이단의 칼날 위에 서다

    막말·집단감염·방역 무시 등 처벌 촉구이대위 “정통 벗어난 이단 옹호자” 첫 판정목회자들도 새달 교단 총회서 조치 요구원로들도 “더이상 목사로 불려선 안 돼”“이단 규정 땐 개신교계서 철저 배척될 것”개신교계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의 이단성 규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개신교단들이 잇달아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한 데다 목회자들도 각 교단에 강력한 조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전국 재확산의 원인 제공자임에도 책임 전가와 가짜 뉴스로 일관하는 전 목사의 폭주를 제지할 제동장치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주요 교단들은 그동안 대선·총선 정국을 관통하는 전 목사의 정치색 짙은 집회와 막말 행보에 적당히 선을 그은 채 교단 차원의 이단 규정 등 직접적인 관여를 피해 왔다. 일부 진보 성향 단체와 목회자가 전 목사의 신학적 일탈과 파격 행보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대부분의 교단은 사실상 방관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전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정부의 방역조치를 무시한 신도들이 집회를 통해 집단감염되고 전국 규모로 확산되자 전 목사의 단죄와 종교적 처벌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25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는 최근 “전광훈 목사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은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며 전 목사를 `이단성 있는 이단 옹호자´로 지목했다. 이대위는 전 목사의 발언을 포함, 2019년 전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시절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변모씨에 대해 이단 해제를 결의한 것을 결정적 이유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 교단 이대위가 전 목사에 대해 `이단성´ 판정을 내린 건 처음이다. 예장 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는 최근 임원회를 열어 ‘전광훈 목사 이단 옹호자 규정·이단성 조사와 한기총 이단 옹호단체 규정의 건’을 비롯한 10건에 대해 최종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들의 이단성 규정 움직임에 맞춰 목회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성명을 통해 “폭발적인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에 대해 보다 확실한 처분을 촉구한다”며 다음달 주요 교단 총회에서 이단 등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전병금 목사, 신경하 감독 등 원로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원로모임은 “전광훈은 더이상 ‘목사’로 불려서는 안 되며, 전광훈과 그 추종자들은 ‘기독교인’을 스스로 포기한 사교집단이자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거부하는 범죄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전광훈을 ‘목사’로 호칭하는 보도 행위를 중단할 것도 당부했다. 최근의 전 목사를 향한 이단성 규정 폭풍은 다음달 일제히 열리는 주요 교단 가을 총회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전 목사 발언을 `반성경적, 비신앙적, 비신학적 행위´라고 비판했던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은 지난 2월 이후 논의를 지속해 왔으며 다음달 각 교단 총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단 총회들은 전 목사의 발언을 놓고 기독교의 핵심 교리 위배, 공교회적 질서와 사회적 질서의 훼손 정도를 판단해 이단성 여부를 최종 판정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이단 관련자나 이단 옹호자로 규정되면 전 목사는 국내 개신교계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예장 합동에 소속된 한 목사는 “전 목사가 이단 관련 판정을 받을 경우 사실상 공적 개신교 영역에선 모든 종교 행위를 중단·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각 교단 가을 총회의 판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사회 실정법상 심각한 범법 행위가 함께 인정될 경우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여성이 행복해야 함께 사는 남성도 행복해”

    “여성이 행복해야 함께 사는 남성도 행복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오래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말할 수 없다.”(이주란 작가) 32년 세월을 거슬러 다시 나타난 소설을 두고 까마득한 후배는 이렇게 썼다. 첫 출간 당시 ‘가정파괴범’, ‘과격하며 성적 대결을 조장한다’는 꼬리표가 붙었던 책은 후배 작가에게 현실, 그 자체다. 최근 나오는 페미니즘 소설들에도 비슷한 수식들이 가끔 붙지만 달라진 점은 그런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는 거다. 한국 페미니즘 소설의 시초, 이경자(72)가 돌아왔다. 1980~1990년대, 페미니즘 1세대라 불리는 소설 두 권을 들고서. 최근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복간된 ‘절반의 실패’와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는 각각 1988년과 1992년 첫 출간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두 책은 고부 갈등, 독박 가사와 육아, 가정 폭력, 남편의 외도, 혼인빙자간음, 성 착취, 빈민 여성 등 여성문제의 거의 대부분을 다루는 소설집이다. “제작비도 못 건지면 어쩌나 했어요. 내 나이 일흔둘에 ‘이혼을 꿈꾼다’가 뭐냐고 걱정을 했는데, 출판사 편집자들은 이게 너무 중요한 작품이고, 중요한 것에 비해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작가의 걱정과 달리 책은 출간 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203명의 후원자로부터 670만원을 후원받았다.●“‘절반의 실패’, 결혼하지 않았으면 못 썼을 소설” 돌이켜 보면 작가에게 ‘절반의 실패’는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소설”이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작가는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확인’이 당선돼 데뷔했다. “결혼 전에는 늘 내가 남자만큼 잘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혼을 하면서 아무리 소설도 쓰고 잘났다고 해봤자 집에서는 남편 밑에, 시집 밑에 있는 존재라는 것에 분노를 느꼈어요.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여성의 문제였고요.” 초판 머리말에 적힌 말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머니라는 여자와 한패가 되는 것은 ‘지옥살이’가 될 거여서, 사람들을 부리고 억누르는 가장인 아버지를 선택했다. 결혼을 하고서야 옛날의 어머니와 똑같은 여자가 돼 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무엇이 여성의 삶을 이렇게 억누르는지를 고민했다.’(395쪽) 작가는 “이런 걸 요새는 ‘명예남자’라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깨달음 후에는 ‘여성’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거의 모든 책을 끼고 살았다. ‘친족상속법’이라는 이름의 책을 들여다보며 성차별의 근간이 되는 당대의 법을 공부했다. 모르는 것은 취재하고, 더러 여성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고정희 시인이 이태영 박사가 있던 법률구조센터에서 일했던 때를 떠올렸다. “걔가 여자들 상담 자료 같은 거 저한테 보여주고, 그때 막 생긴 한국여성의전화에서도 자료를 줬어요. 매춘에 대해 쓰기 위해 미아리 텍사스 주위를 돌고, 경찰이 소개해 준 포주를 만나기도 했어요. 빈민 여성들 이야기를 쓰려고 식당에 위장 취업도 했고요. 그때는 이혼을 안 했기 때문에, 이혼한 여성들도 많이 만나서 얘기 들었죠.”(작가는 2003년 이혼했다.) 그렇게 나온 소설은 KBS 2TV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작가에게 여성단체협의회가 주는 올해의 여성상을 안겼다. 오늘날 ‘한국 페미니즘 소설의 시초’라는 평가도 듣지만 작가가 체감한 당시 분위기는 ‘싸늘’에 가까웠다. “그때 분위기가 그랬죠. 대꾸할 필요조차 못 느끼는 조롱이 많았고요. 그러나 지금은 싸늘하지 않죠. ‘절반의 시대’가 아무렇지 않게 먹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들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오늘을 보며 그가 느끼는 격세지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 이유는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밥값’이기 때문이다. “농부는 농사짓고, 기자는 취재해 기사 써서 밥값을 벌잖아요. 소설가는 사회 모순에 대해 질문하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 소설로 형상화하는 게 밥값이에요. 제가 리얼리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까닭은 지방 출신인 탓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한다. 자신이 서울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면 이런 소설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도 했다. “강원도 양양이라는 변두리, 분단의 상처, 노동자 아버지, 화전민 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 성장한 어떤 원초적인 건강성이라고 해야 하나. 사회적으로 얘기하면 낮은 위치이지만 건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거죠. 저를 ‘참 용감한 여자다’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가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꾀가 없다고 생각해요. 꾀가 없으니 이런 소설을 쓴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단체 만들기 위해 노력” 그런 그가 2018년 2월 국내 대표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이사장이 됐을 때 누군가는 ‘운명’이라 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한창 수면 위로 떠오를 때였다. 취임 후 작가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성차별·성폭력 처리 및 예방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학계에서 ‘미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자들이 여성을 자기하고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거예요. 제가 등단했을 때 그야말로 ‘성희롱의 바다’ 속에 있었어요. 여성하고 함께 일해본 적도 없으니 여성은 현모양처이거나 유락의 대상이었으니까….”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진보적인 남성도 생활 감정으로는 내려가지 않는 이론과 관념, 태도를 가진 것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겪은 한국작가회의는 남성 일변도와 함께 서울대 중심이었다. 일정 파벌·세력을 갖고 있지 않은 그가 임기 내내 주지한 것은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태도”다. “저는 굉장히 평화주의자인데, 평화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 존재감으로 서로 혼합돼서 살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아야 하고요.” 독립적인 각자가 모여 독립적인 집단을 이뤄야 한다는 게 이경자가 이끄는 한국작가회의 2년의 가장 큰 모토였다. 작가회의가 특정 정치 이념으로 대표되는 걸 원치 않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독립을 중요하게 여겨 특정 출판사로부터 받던 지원도 끊었다고 했다. 맨몸으로, 혹은 단체의 수장으로 살아낸 페미니즘의 세월을 그는 “내 몸에 깃들어 있는 인격에 대한 인식”으로 풀어냈다. “저를 희롱하는 것은 제 인격을 희롱하는 것이고, 자기가 희롱할 수 있는 인격과 함께 산다는 건 스스로를 모독하는 거예요. 타인을 경멸하고 학대하면서 자신이 잘나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가학적인 거죠. 남성 중심의 가치 체계나 행동 규범, 사회 질서가 남성에게도 이롭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함께 사는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한 거고요.” 오늘날의 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서구식 개인주의, 이기주의의 영향으로 남녀 상관없이 극단적인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욕망에 제한이 없어요. 요즘 시대의 의식 구조 속에는 로봇 같은 정서가 있는 것 같은데,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시대가 만들어낸 페미니즘이고요. 이경자의 페미니즘은 농경사회의 끝자락을 말하고 있죠.” 그러면서 남녀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만의 이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맞물려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여성만을 위해서 뭔가를 하면 저항이 와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을 함께 찾아봐야 해요.”●“이제야 소설 쓸 수 있는 몸 됐다… 장편 3개 더 쓸 것” 작가회의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지 6개월, 그는 내년 9월이 임기인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회의 일을 놓고 나서야 소설을 쓸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그다. “정신력의 크기가 작은 사람이라서, 문학하고 조직의 장하고는 함께하지 못하는 거예요. 이제 일을 그만두니까, 내 정신의 고향으로 돌아온 거 같아요.” 매일 아침,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를 들으며 창작욕을 끌어올리는 작가는 여전히 책상 앞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장편 세 개를 더 쓰는 게 목표다. 쓸 수 있는 몸, 젊은 생각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그는 말했다. “나는 나대로 살아야 하는데, 나를 에워싸고 있는 가짜 공식들이 있어요. 풍속, 가족제도, 남녀관계, 사회 등이요. 나를 둘러싼 잘못된 공식들에 나를 맞춰주면 생기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나는 누군가, 남존여비는 왜 생겼나, 가부장제라는 건 뭔가…. 끝없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의협, 국민 볼모로 ‘파업 생중계’… 정부 “진료 복귀하라” 호소만

    의협, 국민 볼모로 ‘파업 생중계’… 정부 “진료 복귀하라” 호소만

    ‘열린 자세’ ‘모든 가능성 열고’ 말의 성찬전공의 파업 후 3주간의 타협 기회 날려공공의대 선발 논란엔 “법 통과 안 됐다”간호사회 “의사 이익만 위한 파업” 비판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파업이 현실화됐다. 정부와 환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며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정부의 4대 정책 폐기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의협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감안해 26일부터 시작되는 파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세 수위도 높이는 양상이다. 이에 비해 정부는 지난 7일 전공의 24시간 집단 휴진 이후 3주 가까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당국의 거의 모든 인력이 방역 일선에 차출된 상황을 감안할 때 총리실이든 청와대든 컨트롤타워를 꾸려 적극적인 타협과 대화에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4대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 속에 “열린 자세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라는 표현을 써 가며 협상 테이블과 진료 현장으로 의사단체가 복귀하라고 촉구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경고까지 꺼냈던 정부는 정작 25일엔 “대화를 하는 상황이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물러나는 모양새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의료계는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의료계가 지적하는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며 해명과 반박을 내놓는 게 전부였다. 공공의대 학생을 시장·도지사나 시민단체에서 선발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선발할지 정해진 바가 전혀 없고 국회에서도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강력한 의견은 오히려 간호사 쪽에서 나왔다. 의사 파업으로 인한 업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간호사들은 파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협 등이 내세운) 파업의 이유에서는 정당성과 명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의사들의 파업은 의사들만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협 집행부의 명분 없는 잘못된 투쟁은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협은 의사 정원 확대 반대, 공공의대 반대와 같은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사회는 “정부 또한 공공의료와 간호사 확충 요구에 대한 대안과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총리까지 나서서 의사 파업을 해결할 의지라면 국민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 및 인력 확충 종합계획을 못 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라인+야후재팬’ 지주사,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이 이끈다

    ‘라인+야후재팬’ 지주사,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이 이끈다

    일본 인터넷 업계의 ‘양대 강자’인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주회사를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끌게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과 야후재팬은 이사회 구성안을 확정했다. 이해진 GIO가 이사회 회장 겸 공동대표를,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공동대표를 각각 맡는다. 두 사람 외에 황인준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후지하라 가즈히코 소프트뱅크 CFO가 이사로 합류한다. 이사 1명을 소프트뱅크가 추가 선임하면 총 5명의 이사진이 꾸려진다. 이사회의 수장은 네이버 쪽에서 맡지만 이사 수는 소프트뱅크 측이 1명 더 많은 모양새가 됐다. 합작 법인의 지주회사 이름은 ‘A홀딩스’로 정했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 지분을 가진 조인트벤처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를 지배하는 최대 주주가 된다. 중간 지주회사 격인 Z홀딩스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한다. 앞서 라인과 야후재팬은 지난해 11월 경영 통합을 결정했다. 최근 일본과 대만 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내년 3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폭주 목사’ 막을 장치는 ‘이단 규정’뿐? 전광훈 앞날은

    ‘폭주 목사’ 막을 장치는 ‘이단 규정’뿐? 전광훈 앞날은

    전광훈의 막말·가짜뉴스에도 선 긋던 개신교계‘집단감염 야기’에 이단성 규명으로 단죄 촉구“범죄집단” 비판에 ‘목사’ 호칭 중단까지 나와새달 주요교단 총회서 이단 규정 여부 갈릴 듯개신교계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의 이단성 규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개신교단들이 잇달아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한 데다 목회자들도 각 교단에 강력한 조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전국 재확산의 원인 제공자임에도 책임 전가와 가짜 뉴스로 일관하는 전 목사의 폭주를 제지할 제동장치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주요 교단들은 그동안 대선·총선 정국을 관통하는 전 목사의 정치색 짙은 집회와 막말 행보에 적당히 선을 그은 채 교단 차원의 이단 규정 등 직접적인 관여를 피해 왔다. 일부 진보 성향 단체와 목회자가 전 목사의 신학적 일탈과 파격 행보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대부분의 교단은 사실상 방관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전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정부의 방역조치를 무시한 신도들이 집회를 통해 집단감염되고 전국 규모로 확산되자 전 목사의 단죄와 종교적 처벌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25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는 최근 “전광훈 목사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은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며 전 목사를 `이단성 있는 이단 옹호자’로 지목했다. 이대위는 전 목사의 발언을 포함, 2019년 전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시절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변모씨에 대해 이단 해제를 결의한 것을 결정적 이유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 교단 이대위가 전 목사에 대해 ‘이단성’ 판정을 내린 건 처음이다. 예장 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는 최근 임원회를 열어 ‘전광훈 목사 이단 옹호자 규정·이단성 조사와 한기총 이단 옹호단체 규정의 건’을 비롯한 10건에 대해 최종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들의 이단성 규정 움직임에 맞춰 목회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성명을 통해 “폭발적인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에 대해 보다 확실한 처분을 촉구한다”며 다음달 주요 교단 총회에서 이단 등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전병금 목사, 신경하 감독 등 원로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원로모임은 “전광훈은 더이상 ‘목사’로 불려서는 안 되며, 전광훈과 그 추종자들은 ‘기독교인’을 스스로 포기한 사교집단이자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거부하는 범죄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전광훈을 ‘목사’로 호칭하는 보도 행위를 중단할 것도 당부했다. 최근의 전 목사를 향한 이단성 규정 폭풍은 다음달 일제히 열리는 주요 교단 가을 총회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전 목사 발언을 `반성경적, 비신앙적, 비신학적 행위’라고 비판했던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은 지난 2월 이후 논의를 지속해 왔으며 다음달 각 교단 총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단 총회들은 전 목사의 발언을 놓고 기독교의 핵심 교리 위배, 공교회적 질서와 사회적 질서의 훼손 정도를 판단해 이단성 여부를 최종 판정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이단 관련자나 이단 옹호자로 규정되면 전 목사는 국내 개신교계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예장 합동에 소속된 한 목사는 “전 목사가 이단 관련 판정을 받을 경우 사실상 공적 개신교 영역에선 모든 종교 행위를 중단·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각 교단 가을 총회의 판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사회 실정법상 심각한 범법 행위가 함께 인정될 경우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신발 계속 훔쳐오는 반려묘 탓에 주인 찾기 나선 여성의 사연

    신발 계속 훔쳐오는 반려묘 탓에 주인 찾기 나선 여성의 사연

    도둑고양이라고 해도 자신이 선호하는 물건이 있는 모양이다. 지폐를 전문으로 훔치는 고양이부터 속옷만 취급하는 고양이까지 지금까지 다양한 도둑고양이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신발만 훔치는 고양이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WTAJ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앨투나에 사는 암컷 고양이 조던(6)은 예전부터 ‘도벽’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취향이 변해 매일 밤 누군가의 신발을 마당에 가져다 놔서 주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지난 몇 달간 조던이 수집한 신발은 무려 50켤레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이웃의 모든 신발을 가져와 모두를 곤란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비제이 로스는 페이스북에 그룹 계정(Jordan The Feline Cat Burglar)을 개설해 신발 주인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조던은 주인의 이런 노력과 달리 여전히 매일 밤 어디선가 신발을 가져오고 있다. 조던의 신발 수집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로스는 마당 한켠에 낯선 신발을 보기 시작했지만, 그냥 놔뒀었다. 사실 조던은 예전에도 쥐나 새의 사체, 살아있는 뱀이나 새, 또는 고무장갑이나 쓰레기 등을 가져왔기에 새로운 수집 품목이 추가됐나 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던은 이번에 신발만을 가져왔고 마당에는 엄청난 양의 신발이 쌓이게 된 것이다. 결국 그녀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던이 현재 신발을 물어오고 있다고 이실직고한 뒤 혹시 잃어버린 신발이 있는지 질문했다.게다가 로스는 조던의 등 부분에 GPS 추적장치를 부착하고 정원에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설치해 밤마다 어디를 그렇게 배회하는지를 살폈다.그 결과, 조던은 매일 밤 최대 11~13㎞까지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는 동안 신발을 가져올 집을 물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조던의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신발 역시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한 이웃은 “설마 고양이가 가져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흥미롭게도 조던은 신발을 가져올 때 한쪽뿐만 아니라 나머지 한쪽까지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 고양이는 훔친 신발들로 집 마당에 가게라도 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中 조련사, 벨루가 머리 사정없이 쿡쿡…학대 아닌 이유는?

    中 조련사, 벨루가 머리 사정없이 쿡쿡…학대 아닌 이유는?

    중국 수족관의 고래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2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중국 광둥성의 한 수족관 조련사의 벨루가 학대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광둥성 선전시 소재 수족관 조련사가 3살 난 벨루가 머리를 사정없이 쿡쿡 찔렀다. 관련 영상에는 조련사가 검지손가락과 양손 모두를 이용해 밸루가 머리를 누르고 흔들기를 10여 차례 이상 반복하는 모습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조련사는 벨루가 머리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했다.조련사는 “벨루가 머리는 정말 부드럽다. 쓰다듬으면 아주 귀엽게 웃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래와 매일 교류한다. 고래도 내게 물을 뿌리며 짓궂은 장난을 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상이 공개된 후 현지에서는 “뇌를 다칠 수도 있다. 위험하다”라거나 “명백한 학대”라는 등 조련사 행동을 문제 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벨루가는 우려만큼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고래 머리에 든 게 사실은 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든 건 ‘멜론’이다.캐나다 맥길대학교 고래생태전문가 아나이스 레밀리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고래 머리에는 뇌가 아니라 ‘멜론’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레밀리는 과거 기고글에서 “오해를 풀어주고 싶다”면서 “고래 머리라고 생각하는 부위는 사실 고래가 쏘는 초음파를 투영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멜론’이라 불리는 이 부위는 고래가 내뿜는 초음파를 조율하고 주파수를 설정해 의사소통을 돕는다. 또 외부의 초음파를 흡수해 발신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을 시각화할 수 있게 한다. 레밀리는 “고래는 멜론 부위를 씰룩거리고 모양을 변형해 초음파를 자유자재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또 멜론을 이루고 있는 물질이 기름인 데다 고래의 뇌는 멜론보다 더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머리를 누른다고 큰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고래는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나뉜다. 벨루가를 비롯해 이빨고래 등 고래류 90%가 이빨고래아목에 속하는데, 이빨고래 머리에는 기름(경뇌유)이 들어있다. 이 기름을 짜내 냉각시킨 게 바로 고래밀랍(고래왁스)이며, 광택제나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특히 경뇌유 만든 양초는 그을음과 냄새가 없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데, 이는 고래사냥 성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수컷 고래가 머리를 부닥치며 싸울 수 있는 것도 경뇌유 덕이라며, 고래 머리를 찌르거나 누르는 것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오락용으로 고래를 수족관에 가두는 것 자체가 학대라고 지적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로나19에 나란히… 아버지 떠난 63분 뒤 아들도 저하늘로

    코로나19에 나란히… 아버지 떠난 63분 뒤 아들도 저하늘로

    미국 로드 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근처 운소켓이란 도시에 살던 아버지와 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한 시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댄 레밀라드(43)는 로드 아일랜드 병원에 6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무의식 상태였다. 의료진은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고 가족들은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을 이용해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 100명 가까이가 참여했다. 단 한 사람 아버지 론(72)이 함께 하지 못했다. 론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프로비던스 재향군인 메디컬센터에서 같은 감염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지난 6월 2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2시 45분에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아들 댄은 오후 3시 48분에 눈을 감았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는 24일 코로나19 비극이 어떻게 레밀라드 가족을 집어삼켰는지 돌아봤다. 먼저 감염된 것은 댄이었다. 아내 리즈(41)가 요양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었다.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발을 다쳐 요양원에 출근하지 않던 그녀가 다시 출근한 것은 5월 초였다. 같은 달 4일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는데 이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증상은 없었다. 집에서 격리됐는데 얼마 있다 만성피로, 콧물이 흐르고 냄새나 맛을 못 느끼는 증상이 시작됐다. 운소켓 수자원국에서 중장비를 운전하던 댄도 자가 격리돼 딴 방에서 지냈다. 같은 달 9일 댄이 가벼운 신열과 오한을 호소했고, 다음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여덟 살 딸 아바벨라도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증상이 없었다. 열일곱 살 아들 개빈만 음성 판정이 나왔다. 모두가 개빈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각자의 방에 격리됐다가 밖으로 나오면 마스크를 썼다. 처음에는 독감의 변종인 것처럼 보였는데 댄의 증상이 심해졌다. 확진 나흘 뒤 체온이 섭씨 40도까지 올랐다. 리즈가 타이레놀을 먹게 하고 냉찜질을 해줬더니 37.2도까지 떨어져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날 왼손이 조금씩 마비됐다. 의사는 혈전이 걱정된다며 병원에 입원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댄은 괜찮다고 했다. 체온이 다시 치솟아 죽 유지됐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말 한마디를 내뱉지 못했다. 리즈가 응급실에 가보자고 했다. 댄이 준비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신발을 신고 너무 지쳐 누워야 할 정도였다. 병원 의료진은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리즈는 마스크를 벗고 사랑한다고 말했고, 남편도 같은 말을 했다. 리즈는 견딜 만했다. 6주 만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코로나19가 꽤 끈질긴 질병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리즈는 요양병원에서 자신이 돌봤던 삼촌 비질리오 오르다오(79)가 지난 5월 얼마나 죽음을 쓸쓸히 맞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댄이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입원 이틀 뒤에 야근 간호사가 줌 프로그램으로 댄이 리즈, 자녀들과 얘기를 나누게 했다. 산소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댄은 괜찮아 보였다. 입 모양으로 “사랑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더 지쳐 보였다. 포르투갈 혈통답게 리즈가 장난 인사를 건네자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것만으로 희망이 있구나 싶었다. 한데 사흘째에는 눈을 뜨기 어려워 했고, 호흡이 갈수록 좋지 않았다. 나흘째 인공호흡기를 찼다. 신장이 나빠져 인공투석을 했다. 한달 정도 의식 불명 상태에 있었다.6월 20일에야 댄 가족은 아버지 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치매가 심해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론의 부인 다이앤은 주말마다 그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들을 만나게 했는데 결국 감염됐다. 하지만 아들이 혼수 상태에 빠진 것과 달리 아버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6월 18일에 의사들은 댄의 호흡기를 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피력하면서도 일순간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아버지의 날인 같은 달 21일 댄은 CT 촬영을 했는데 모든 장기가 망가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호흡이 막혔고 심장이 멈췄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12분 하자 심장이 다시 뛰었다.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얼굴을 몇 주 만에 봤는데 살이 엄청 빠져 있었다. 30분 정도 뒤에 아이들이 나가자 단둘이 병실에 남았다. 리즈는 남편 손을 잡고 “당신과 여기 있겠다”고 말했는데 온 몸이 튜브 등으로 연결된 남편은 말이 없었다. 다음날 간호사는 다이앤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상태를 알렸다. 론은 호흡 곤란에다 장기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부자가 나란히 어찌될지 모르는 채 하루이틀 밤을 보냈다. 론은 아들의 상황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남편이 아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결코 세상을 등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며칠 뒤 댄의 의료진이 리즈를 불러 도저히 안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6월 28일 남편 병실에 들어가 리즈는 “안녕”이란 말 대신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 손을 잡고 마스크를 쓴 입을 그의 이마에 맞췄다. 다이앤은 남편이 감염되자 최악의 상황을 준비했지만 아들까지 잃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운소켓의 집에서 줌으로 아들과 며느리의 작별 모습을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이틀 전 아버지 부부는 49번째 결혼기념일을 지냈고, 또 그 이틀 전에는 아들 내외의 14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다이앤은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넌 엄마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다이앤의 전화가 울렸다.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딸 신디에게 전화가 왔다. 론의 주치의였다. “이렇게 말하는 게 유감인데 아버지가 방금 운명하셨다”고 말했다. 신디는 줌에 모인 이들에게 알리고, 동생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가거라. 아버지가 널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리즈는 지상의 아버지와 천상의 아버지가 댄과 함께 있다고 느꼈다. 리즈는 모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병실에는 기계음만 들려왔다. 리즈는 준비가 됐으니 의료진에게 남편을 보내달라고 했다. 몇분 뒤 호흡기가 떼어졌다. 리즈는 남편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몇 분 뒤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모든 가족은 이제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있게 됐다고 느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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