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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탕·개소주 먹이고 도박… 피범벅 소싸움대회 언제까지 [김유민의돋보기]

    뱀탕·개소주 먹이고 도박… 피범벅 소싸움대회 언제까지 [김유민의돋보기]

    초식동물인 소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뱀탕과 개소주를 먹이고, 지구력을 위해 산비탈에 매달리게 한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받는 훈련으로 만성적인 관절염이 생겨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고, 경기 중 심한 두부 충돌로 뇌진탕에 빠져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살갗이 손상돼 피를 흘리는 건 부지기수다. 계류장에 묶인 채 싸움을 하고 나이가 들면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과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싸움이나 닭싸움과는 달리 소싸움은 민속경기에 포함돼 단속 대상이 아니고, 도박도 가능하다. 경남 진주시와 경북 청도군을 포함해  전국 11개의 자치단체에서 소싸움대회가 열린다. 매년 2억원 안팎의 국가 예산이 지원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정읍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156여원 적자를 봤고 청도 또한 소싸움 경기의 사업성 부진으로 매년 100억 이상, 2020년까지 적자운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도를 제외한 대회의 관람객 대부분이 지역 노인으로 새로운 관광객 유입 효과가 거의 없는 탓에 경제적 관점에서도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읍시는 감염병으로 최근 3년간 열리지 않은 소싸움 관련 예산을 재편성하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내년도 소싸움대회 예산으로 3억 2100만 원을 편성한 정읍시를 두고, 정읍녹색당은 “피 흘리는 소를 보며 즐겨야 하느냐”라며 “동물학대 논란이 거센 소싸움을 하겠다고 3억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한 정읍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시는 “예산이 다소 삭감되더라도 대회를 취소할 계획은 없다”라는 입장이다. 사단법인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역시 “조상들의 혼과 숨결이 살아있는 전통문화유산”이라며 두둔했다.“박아라” “찔러라” 살가죽 찢어지며 싸워 소싸움은 몸무게 700㎏의 7살짜리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20분가량 겨루는 민속놀이다. 먼저 도망치거나 무릎을 꿇는 소가 지게 되는데 관중석에서는 ‘박아라’, ‘찔러라’ 등 구호가 나오고, 겁에 질린 소들은 똥오줌을 지리기도 한다. 싸움이 격해지면 상대 뿔에 찔려 피를 흘리거나 살가죽이 찢어지고, 드물지만 죽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완전한 초식동물로서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소와 싸우지 않는 유순한 동물에게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자 학대”라며 뿔싸움으로 소들이 입는 상처가 많고 심지어 복부가 찢어져 장기가 빠져나오기도 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미꾸라지탕, 뱀탕, 개소주, 산 낙지 등 온갖 보양식을 먹이고, 대회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다보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소들은 폐렴과 패혈증에 걸리기도 한다.대안으로 전통 살린 민속 놀이 개발 필요 투우 경기가 전통문화인 스페인은 최근 몇 년 동안 소몰이 축제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2020년 스페인 여론조사 회사 엘렉토마니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46.7%가 투우를 반대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34.7%는 투우는 찬성하지만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18.6%는 투우를 보존해야 한다며 투우를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타났다. 전통을 살리면서도, 동물학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대안적 민속놀이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폐지가 어렵다면 가혹한 훈련이나, 대회 규정을 고치는 것도 방법이다. 경남 창녕군 영산지방에 전승되는 민속놀이인 소머리 대기 같은 놀이 개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머리 대기는 마을을 동과 서로 편을 갈라 각각 나무로 소의 모양을 만들어 이 소의 머리를 맞대고 밀고 당기다가 상대를 먼저 땅에 주저앉히는 편이 이기는 경기다. 나무소싸움이라는 이름으로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던 민속놀이였으나 현재는 3·1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줄다리기와 함께 행해지고 있다.
  • 낙타도 예뻐야 하나요… 필러·보톡스 맞히며 미모 경연 ‘씁쓸’

    낙타도 예뻐야 하나요… 필러·보톡스 맞히며 미모 경연 ‘씁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낙타 미모 경연대회는 매년 성형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거액의 상금을 노린 주인들이 낙타에게 보톡스와 필러, 리프팅 등 각종 성형시술을 하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즉각 실격처리를 하며 부정행위 단속에 나섰지만 대회가 계속되는 한 이를 막을 방법은 없어보인다. 9일(현지시간) BB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북동부 사막에서 ‘킹 압둘아지즈 낙타 페스티벌’의 일종으로 낙타 미모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사위원들은 낙타의 머리 모양과 외양, 혹,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승자를 결정하는데, 총 상금이 무려 6600만달러(약 777억원)에 달한다. 올해 대회에 출전한 낙타 중 수십 마리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호르몬 주사를 맞았고, 보톡스로 머리와 입술을 크게 부풀렸다. 대회 측은 낙타에 행해지는 성형시술을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40마리 이상의 낙타들을 실격처리했다고 밝혔다.경쟁이 과열되면서 동물 학대 논란도 꾸준히 제기됐다. 2018년 낙타 미모경연대회에 참가한 한 낙타주는 낙타의 입술이 터질 정도로 보톡스를 주입하기도 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는 “상금을 타기 위해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하는 건 낙타를 학대하는 행위”라며 관련 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낙타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모든 조작과 기만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 이는 낙타에게 끔찍한 부상을 입힐 위험이 있어, 적발될 경우 엄격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타 미모 경연대회는 낙타 경주, 낙타 판매, 낙타 쇼케이스 등이 벌어지는 거대한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한달 간 치러지는 이 대회에는 3만 마리의 낙타가 참여하고, 최소 30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미모 대회 우승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샛노란 사프란을 뿌려주며 예우해준다.
  • “산타 양말 아니야?”…英 사진작가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 양말 아니야?”…英 사진작가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생 작품을 건진 사진작가가 희대의 역작이 공개됐다. 10일 아웃도어 허브 등 외신에 따르면 사진작가 에드 사이크스(43)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인생에 길이 남을 희귀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국 웨스트요크셔주 핼리팩스에 사는 에드는 토요일 오후 새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요크셔 자연보호구역을 찾았다. 보호구역 곳곳을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 본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수천 마리의 찌르레기 떼가 동시에 하늘을 날며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찌르레기는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 거대한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찌르레기는 마치 구름 모양을 바꾸는 것처럼 하늘을 가로 지르며 아름다운 이미지를 형성한다.‘산타 양말’과 똑같은 형태로 하늘을 누비는 새 떼 ‘포착’ 더욱 놀라운 점은 찌르레기 떼가 만들어낸 장관에서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는 용도로 쓰이는 ‘양말’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을 보면 흔히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어 놓는 ‘산타 양말’과 똑같은 형태로 하늘을 누비는 새떼 모습이 담겨 있다. 에드는 해당 사진을 공개하며 “지난 몇 주 동안 곳곳을 다니며 찌르레기 떼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12월이 되자마자 이런 장관을 찍게 될 줄 몰랐다”며 “난 정말 행운아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울산 태화강서 멸종위기야생생물 ‘호사비오리‘ 발견

    울산 태화강서 멸종위기야생생물 ‘호사비오리‘ 발견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며 천연기념물(제448호)인 ‘호사비오리’가 울산 태화강에서 발견됐다. 울산시는 지난 6일 오전 10시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태화강 중상류 지점에서 잠수하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호사비오리 수컷 1개체를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김성수 울산 남구 철새홍보관장(박사)은 “옆구리 비늘 모양과 부리, 검은색 댕기 특징으로 봐서 호사비오리가 맞다”고 확인했다. 호사비오리가 울산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호사비오리는 백두산 산지, 중국 동북부 아무르 유역, 러시아 우수리 유역 등 원시림 계류 주변 활엽수 나무 구멍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울산 태화강까지 찾아온 것은 드문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부 철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개체 수는 100여 개체로 추정돼 희귀한 철새가 찾아온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후난성 원강에서 월동 생태를 분석한 중국의 연구결과 호사비오리는 자연형 하천에서 조약돌 사주(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진 퇴적 지형)와 얕은 여울이 중요한 서식지로 밝혀졌다”며 “국내에서도 산간 계류 등에서 월동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돼 모니터링 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호사비오리는 강원도 철원 지역 하천과 북한강, 한강, 충남 대청호, 춘천 인근 북한강, 경남 진주 남강, 전남 화순 지석천 및 구례 섬진강 인근 소하천 등에 소수가 도래한다. 2005년 3월 17일 천연기념물(제 448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12년 5월 13일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었다가 2018년 5월 31일 Ⅰ급으로 격상해 보호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이 국제철새 도시로 지정받은 해에 희귀한 철새가 목격된 것은 태화강 환경이 좋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 (영상) 3일 연속 홍콩 상공에 나타난 UFO 소동…정체는?

    (영상) 3일 연속 홍콩 상공에 나타난 UFO 소동…정체는?

    홍콩 상공에 최근 수차례 미확인비행물체(UFO)로 보이는 비행 물체가 나타나 화제다. 최근 3일 동안 무려 3차례에 걸쳐 홍콩 상공에 UFO가 출현한 것. 시작은 지난 6일 오후 4시 홍콩 빅토리아 항구 상공 위로 UFO가 나타난 것이 확인되면서 부터다. 당시 홍콩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 속 UFO는 회색빛을 띈 불규칙한 모양의 형태였다. 실제로 다수의 시민들은 “UFO로 보이는 둥근 쟁반 모양의 물체가 10분 정도 공중에서 선회한 뒤 서쪽 방향으로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이어 두 번째로 UFO가 홍콩 상공을 나타난 것은 같은 날 초저녁이었다. 퇴근 후 산책 중이었던 홍콩 시민들 다수가 촬영한 뒤 SNS에 공유한 영상 속에는 실제로 홍콩 상공을 비행 중인 UFO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영상 속 UFO는 타원형으로 주황색 빛을 내며 상공을 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행 궤적이 불규칙하다는 점에서 이동 경로나 추가 비행 시간 등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당시 이 비행 물체를 목격한 시민들의 증언이다. 또, 불과 이틀 후였던 지난 8일 오전 6시 경, 홍콩 하늘 위로 UFO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시각이었다는 점에서 어두운 상공 위로 빛을 뿜어내는 비행 물체를 발견한 시민들은 곧장 당시 상공 위의 UFO를 촬영해 SNS에 공유했다.공유된 영상 속 비행물체는 비교적 납작한 형태의 둥근 모양이었는데, 비행 고도는 일반 드론보다 훨씬 높은 상공에서 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목격한 한 홍콩 시민은 “아직 이른 오전 6시라서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빛을 뿜어내는 신기한 비행 물체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면서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비행기라고 생각했지만, 한참을 홍콩 상공을 비행하는 것이 이상해서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모양은 둥글고 납작한 타원형이었고 매우 높은 고도에서 파란색, 녹색, 흰색 등 시시각각 다른 색의 강한 빛을 발산했다”고 증언했다. 이 비행 물체는 약 1시간 동안 홍콩 구룡지역 일대를 비행한 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일째 계속된 UFO 출현에 일각에서는 헬리콥터 등 비행 장비가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며 발생한 빛을 오해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며 화제성을 연일 이어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중국 펑파이 등 유력 매체 다수는 '홍콩 상공에 UFO가 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홍콩 상공에서 목격된 UFO 수는 무려 200건에 달한다.     
  • [2030 세대] 공감과 상상력/한승혜 주부

    [2030 세대] 공감과 상상력/한승혜 주부

    요즘 자주 들려오는 표현 중에 ‘라떼’라는 말이 있다. “나 때(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훈계와 설교를 늘어놓는 사람에 대한 풍자의 의미가 담긴 신조어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행위 전반에 두루 사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타인의 과거를 지루하고 지겹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나 역시 군대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사람, 혹은 지나간 이야기를 거듭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현재나 미래에 집중하는 대신 과거에 매달려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타인의 과거에는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과거에는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어떤 기억에 대해 설명하려 든다. 나 또한 마찬가지. 누군가의 과거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았던 반면 나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느꼈던 때가 적지 않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어떠한 ‘맥락’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축적돼서 이루어졌음을 안다. 타인의 과거는 그저 흘러간 시간, 빛바랜 기억, 추억의 한 장일 뿐이지만 자신의 과거는 일종의 역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의 자신을 이해받기 위해, 자신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깊은 부분을 내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되새기고 설명하려 드는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이해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공감 연습’의 저자인 레슬리 제이미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제이미슨은 공감이란 “정말 힘드셨겠어요”란 추임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과거를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자기 시야 너머로 끊임없이 뻗어간 맥락의 지평선을 인정하면서”,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이 어찌하여 그런 상태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상상할 때 비로소 공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물의 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가 하는 행동과 선택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반대로 말하자면 과거의 맥락을 알지 못한 채로는 타인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와 다르고, 우리는 눈앞에 있는 타인의 역사를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일을 통과해 오늘에 도달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는 누군가의 선택이나 행동을 쉽사리 비난하기가 어려워졌다. 내 기준에서는 불합리하거나 부당해 보이는 선택 역시 당사자의 상황에서는 최선이었을 수 있으므로. 타인은 내가 아니며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 통일캠프·3분8초영화제… 탈북청년의 ‘돌아오는 철원’ 도전

    통일캠프·3분8초영화제… 탈북청년의 ‘돌아오는 철원’ 도전

    철원 인구 2012년부터 약 5000명 감소접경지역법 예산 강제 지원 조항 필요철원군은 한탄강 주상절리 관광 개발 탈북청소년 자활꿈터 운영 김태훈씨직접 지도·교육 김원일씨와 의기투합평화·통일 주제로 ‘한 달 살기’도 추진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인구와 일자리 감소로 사라질 위기의 지방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노인들만 남았다는 지방에 뛰어들어 뿌리를 내리려는 청년을 중심으로 지방을 살리고자 애쓰는 이들을 지역의 현안과 함께 조명한다. 청년들의 노력과 지자체의 변화가 맞물려 꿈틀대는 지방을 찾았다. 9일 살얼음이 언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강원도 철원의 북한 노동당사는 골조만 남은 괴기스러운 자태로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노동당사 바로 곁에는 민간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통제구역이 있고, 차로 5분 거리에는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백마고지 전적지가 있다. 포탄의 흔적이 말 모양이라 이름 붙은 백마고지 전적지에는 전쟁의 상처를 뛰어넘는 듯한 백마상이 포효하고 있다. 한반도의 배꼽이라 불리는 철원은 접경지역에 있는 15곳의 시와 군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2011년 제정된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 대해 “이름만 특별하지 실질적으로 일반법보다 못하다”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법 실행이 10년을 맞았지만 쓸모가 없다면서 특별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에 강제규정이 없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식이라며, 명시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 발전을 위해 마련된 특별법은 2030년까지 20년간 약 13조원이 접경지역에 투자되도록 했다.접경지역을 ‘세계적인 생태·평화벨트’로 키우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은 독일이 ‘철의 장막’으로 불렸던 접경지역을 ‘그뤼네스 반트’(녹색 띠)로 불리는 생태지역으로 육성한 것에서 착안했다. 이 군수는 “독일은 접경지역 시군 자치단체에 국가 특별기관을 하나씩 크게 지원했다”면서 “독일과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우리 지역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독일은 통일 이후 접경지역에 약 30개의 박물관을 만들어 역사 교육의 현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군수는 ‘통일의 전진기지’인 접경지역 활용법으로 철원에 북한 주민을 위한 의료시설 설치를 제안했다. 의료 수준이 열악한 북한 지역 주민들이 철원에 와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자원으로 치료를 받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철원은 이미 2007년 쉬리 마을을 조성해 당시 1만여명이던 탈북민들이 모여 농사를 짓는 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철원에 살아야 할 탈북민들은 사업 구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탈북민들의 생각을 전혀 읽지 못한 이 사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탈북민들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는 “왜 탈북민은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라며 지자체의 탁상행정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접경지역이란 특성 외에도 철원에는 주상절리가 발달한 한탄강이란 천혜의 관광지가 있다. 특히 겨울에는 꽁꽁 언 한탄강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물윗길’이 열린다. 강이 얼지 않았을 때는 약 2.4㎞ 길이의 물 위에 뜬 부교와 강변을 걷는 5.6㎞의 강변길을 따라 모두 8㎞에 이르는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이 내는 물윗길 입장료 5000원은 지역 화폐인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줘 지역 경제 선순환을 돕는다. 서울 성북구에서 탈북청소년 자활꿈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훈(45)씨는 3만명이 넘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가 탈북청년들과 함께 철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접경지역 가운데 가장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각엄마’로 불리는 김씨는 “탈북민 지원사업은 이제 ‘시즌 2’라고 볼 수 있다”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4만 8000여명에서 올해 4만 3000여명으로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 철원군에서는 사람을 불러모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직접 길러낸 탈북청년 김원일씨와 함께 철원에서 카페 ‘오픈더문’을 연 것을 포함해 여러 사업을 구상 중이다. 우선 ‘한 달 살기’ 열풍을 철원에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청년들이 한 달 살기를 통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철원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통일캠프’, 3·8선에서 이름을 딴 ‘3분8초 영화제’ 등도 열고 있다. 김씨는 “지자체의 머릿속 구상만으로는 사람을 불러모을 수 없다”면서 “청년이나 탈북민에 대한 설문조사나 활동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녹여 낸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오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접경지역 균형발전 정책 포럼을 열어 미래를 위한 접경지역 정책을 논의한다.
  • 공유 재배 나물·오지 배송 드론… 친환경 아이디어로 미래 밝힌다

    공유 재배 나물·오지 배송 드론… 친환경 아이디어로 미래 밝힌다

    카카오·네이버·배달의 민족과 같이 지금은 공룡이 된 온라인 플랫폼도 그 출발점은 스타트업이었다. ‘새벽 배송’을 대세로 만든 마켓컬리도 처음엔 작은 온라인 식품 쇼핑몰에 불과했다. 세계로 범위를 넓혀 보면 구글과 애플도 시작은 미미했다. 그들을 시장 지배자로 만든 건 작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직후 ‘무료 메신저 앱’이 우리 삶의 필수템이 될 것이란 생각이 지금의 카카오를, 국민의 궁금증을 해결할 정보 검색과 뉴스 서비스가 우리 생활 전반을 지배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지금의 네이버를 만들었다.산림청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청년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산림의 미래를 환하게 밝힐 제2의 카카오·네이버 찾기에 나섰다. 산림 분야 창업을 원칙으로 하지만 산림과 임업을 지키는 ‘친환경’ 아이템이라면 범위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산림청은 최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5개팀을 선발했다. 이들에겐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도전! K-스타트업’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훗날 시장을 주무르는 기업으로 성장할 스타트업 기대주 5개 팀을 소개한다. 최우수상은 ㈜엔티가 차지했다. 엔티는 친환경 나물 유통 플랫폼 ‘나물투데이’를 창업했다. 공유 농장에서 계약재배 방식으로 기른 각종 제철 나물을 소비자 식탁까지 신속하게 배송하는 서비스다. 구매 고객은 어디서 사야 할지, 어떻게 손질해야 할지 몰랐던 다양한 희귀 나물을 편하게 맛볼 수 있다. 울릉도 봄나물, 전호나물, 삽주나물, 엄나무순, 부지깽이, 눈개승마, 어수리, 오가피순과 같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귀 나물도 취급한다. 엔티는 사업계획서에서 “당일 생산되는 나물을 당일 손질하고 데쳐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이라면서 “2대 가업을 이어 온 30년 이상의 나물 가공 노하우와 레시피가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엔티는 공유 농장을 통한 나물 재배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을 확보했다. 계약재배한 물량을 전량 수급하기 때문에 농가는 판매 부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엔티는 공유농장 스마트 재배 솔루션을 개발해 생산 품질도 높였다. 서재호 엔티 대표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맞벌이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조리 음식인 나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어떤 종류가 좋을지,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지,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점에 착안했다”면서 “나물 품질·재배방법·수확량이 제각각이고 판로가 없고, 유통사마다 책정하는 가격이 달라 농가의 수익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창업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엔티는 이미 롯데·신세계·현대 등 3대 백화점 입점에 성공했다. 킴스클럽, 갤러리아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과 자사 몰, 오픈마켓 등 온라인 매장에도 나물을 공급한다. 엔티는 앞으로 반찬 중심의 나물 섭취뿐만 아니라 다이어트·건강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소비자들이 ‘나물’ 하면 나물투데이를 떠올릴 만큼 저변을 확장해 나가고, 나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해 샐러드 시장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우수상을 받은 ㈜푼타컴퍼니는 온라인 시식 커머스 플랫폼 ‘식후경’을 창업했다. 온라인 시식 플랫폼은 국내 최초다. 대형마트에서 시식을 하고 음식을 고르는 것을 온라인에서 해 보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식후경을 이용하면 음식 제품을 구매하고 나서 맛이 없어 후회하는 일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도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해 한숨짓는 식품 업체엔 가뭄 속 단비 같은 플랫폼이다. 장진호 푼타컴퍼니 대표는 “음식 맛을 자부하는 사람은 ‘먹어 보면 안다’고 하지만, 고객이 먹어 보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식후경이 제공하는 음식은 반찬, 국, 음료, 육류, 유제품, 밀키트 등 다양하다. 시식 음식 가격은 0원인데 양은 생각보다 푸짐하다. 배송비만 3000원을 받는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식할 수 있는 시식 큐레이션 박스인 ‘식탐상자’도 운영한다. 장 대표는 “몸에 좋다고 해서 구매했는데 역효과를 경험하는 사례가 흔한데, 시식은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맛집을 소개한 블로그 글을 못 믿는다는 사람이 많은데, 식후경은 탄탄한 회원제를 바탕으로 정말 먹어 본 고객이 내놓는 의견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식후경을 통해 얻어진 시식 정보는 구매자뿐만 아니라 판매자에게도 동시에 제공된다.장려상을 받은 ㈜로보트리는 골판지나 목재를 활용해 만든 전개도로 종이로봇을 조립하는 스마트 장난감 플랫폼이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친환경적이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장난감을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로보트리의 종이로봇 전개도는 사용자가 직접 주문제작할 수 있다. 주요 고객층은 로봇에 관심이 많고 장난감을 좋아하는 9~12세 초등학생으로 정했다. 로봇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로보트리는 현재 25개 제품을 6개 국가에 수출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보트리의 움직이는 종이로봇 ‘로빗’은 학습자료로도 활용된다. 톱니모양으로 된 기어를 장착한 종이 장난감으로, 어린이들이 기계공학 원리를 학습하고 문제해결·공간지각 능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판매가격은 평균 1만 5000원 선이다.노이즈X는 친환경 재활용 흡음패널을 개발해 이번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가볍고 저렴한 친환경 재생용지를 활용한 제품이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진 기존 흡음재보다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더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에스터 흡음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흡음성능이 계속 떨어져 2년이 지나면 설치 초기의 절반 수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이즈X 측은 “사회적 소음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창업 아이템”이라면서 “시중의 폴리에스터 흡음 패널의 30%만 친환경 재활용 흡음패널로 대체해도 소나무 930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폴리에스터는 1급 발암물질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소각을 금지하고 매립하는 소재다.어핀디항공은 악천후 속에서도 자율비행이 가능한 수직이착륙 드론을 창업아이템으로 제출했다. 헬기처럼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회전날개형 드론과 날개가 고정된 고정날개형 드론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드론’이다. 회전날개형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지만 비바람에 약하고 비행시간이 짧다. 고정날개형은 비바람에 강한 반면 수직이착륙이 어렵다. 어핀디항공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면서 비바람에도 강한 드론을 설계했다. 고정날개 모드로 설정하면 고속·장거리·장시간 비행이 가능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까지 고속 배송이 가능하다. 최대 이륙중량은 25㎏, 최대 비행시간은 6시간이다. 아울러 구동 장치로 수소연료전지와 전기배터리도 탑재할 계획이다.
  • 김건희씨 엄호 나선 이수정 “국모 뽑는 것도 아닌데 가혹”

    김건희씨 엄호 나선 이수정 “국모 뽑는 것도 아닌데 가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여야 공방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대선후보 부인의 ‘과거’ 검증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그간 수면 아래 머물렀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서 검증을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적극 엄호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일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가 김씨의 유흥주점 근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과거에 (윤 후보가) 입당하기 전에 후보자 자택에서 만났을 때 김건희 여사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며 “상대 당이나 이런 데서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보다는 훨씬 더 대중적으로 호감도가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어느 시점엔가는 대외 활동할 수 있을 것인데, 했을 때 결코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리스크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 분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금태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도 CBS 라디오에서 김씨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사진) 공동선대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은 후보 부인도 공인이라며 검증에 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여성들에게 가혹한 것 아닌가”라며 “국모를 뽑는 게 아니며, 조선시대도 아니고 국모란 용어도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건진요, 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불법적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최은순·김건희 모녀는 학연, 지연, 사교연까지 백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썼다. 이어 “보도에 의하면 ‘김씨가 결혼 전부터 중수과장 윤석열과 사귀고 있다’고 최씨가 과거 수사 중 은근히 내비쳤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1997년 ‘쥴리’, ‘주얼리’라는 예명을 쓰는 김씨에게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검찰청에 열린공감TV와 안 전 회장, 추 전 장관 등을 김씨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 은퇴 번복한 유시민 “李, 정치 생명 위태로울 하자 없어”

    은퇴 번복한 유시민 “李, 정치 생명 위태로울 하자 없어”

    유시민(사진)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작은 오류는 있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 하자는 없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본격 재개는 아니고, 글 쓰는 사람이니 자연스러운 기회가 있을 때 하고 그럴 생각”이라며 지난해 4월의 정치평론 은퇴를 번복했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중도층을 겨냥한 어젠다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유 전 이사장이 ‘외부 스피커’로 등판하는 모양새다. 유 전 이사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후보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생존자’를 꼽은 뒤 “진짜 문제가 심각하게 있으면 못 살아남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옛날에 이회창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 인형을 만들어 놓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이러던 것과는 다르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 후보의 차별화 시도를 옹호했다. 이 후보가 조국 전 법무장관 문제를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은 그렇게라도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랄 것”이라며 “그 정도 얘기도 못하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해 4월) 그때 사고도 좀 있었고, 감당이 안 돼 (안 한다고) 그랬는데 한 1년 반 넘게 쉬고 나니까 다시 기운도 좀 난다”고 말했다. 한 TV 프로그램과 정치평론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 尹, 김건희 ‘쥴리’ 의혹에 “답변 가치 없어”… 여야 공방 가열

    尹, 김건희 ‘쥴리’ 의혹에 “답변 가치 없어”… 여야 공방 가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여야 공방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대선후보 부인의 ‘과거’ 검증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수면 아래 머물렀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검증을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적극 엄호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일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가 김씨의 유흥주점 근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금태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은 CBS 라디오에서 김씨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쯤 윤 후보와 식사할 때 잠깐 전화를 바꿔 줬다”며 “2015년 김씨 회사에서 ‘마크 로스코전(展)’을 개최했는데 제가 왔을 때 안내를 해 줬다는 얘기를 했다. 6년 전 전시에 왔던 사람을, 국회의원도 아니었는데 기억하는 걸 봐서 업무에는 진심인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은 후보 부인도 공인이라며 검증에 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여성들에게 가혹한 것 아닌가”라며 “국모를 뽑는 게 아니며, 조선시대도 아니고 국모란 용어도 동의하기가 어렵다. 일 잘할 대통령, 법치주의를 잘 유지할 대통령을 뽑으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건진요, 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막대한 불법적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최은순·김건희 모녀는 학연, 지연, 사교연까지 백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썼다. 이어 “보도에 의하면 ‘김씨가 결혼 전부터 중수과장 윤석열과 사귀고 있다’고 최씨가 과거 수사 중 은근히 내비쳤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전날에도 1997년 ‘쥴리’, ‘주얼리’라는 예명을 쓰는 김씨에게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커튼 뒤에 숨어도 주얼리 시절 목격자가 나타났다”고 했다.
  • “인권 문제”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잇따라…中 ‘전랑외교’ 맞대응

    “인권 문제”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잇따라…中 ‘전랑외교’ 맞대응

    미국 필두로 영국·캐나다·호주 등 동참 미국이 신장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동맹국들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중국은 공격적인 ‘전랑외교’(늑대전사 외교)로 맞대응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장관이나 정부 인사가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아서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우리의 파트너들처럼 우리도 중국 정부의 반복되는 인권 침해를 극도로 우려한다”며 외교적 보이콧 결정 사실을 알렸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되 관행적으로 해왔던 정부나 정치권 인사로 꾸려진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앞서 미국을 필두로 뉴질랜드가 7일, 호주가 8일 각각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지금껏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의사를 밝힌 국가는 5개국이다. 아시아에선 일본도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6일 미국 정부가 중국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외교적 보이콧 깃발을 올린 이후 그 핵심 동맹국들의 동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신장 지역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이 이뤄지는데 평시처럼 올림픽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백악관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9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참석 여부가 조만간 결정이 나느냐’는 질문에 “벌써 결정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보이콧에 동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현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참석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 결정되면 알려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중국 “반드시 실패할 것” 원색적 비난 중국은 ‘전랑외교’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랑외교는 중국의 애국주의 흥행 영화 제목인 ‘전랑’(늑대전사)에서 따온 용어로,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형태를 가리킨다. 영국, 호주,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8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주재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면서 “이미 캐나다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캐나다는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유언비어에 근거해 정치적 조작을 일삼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순조로운 진행을 방해하려 했다”며 “이는 사람들의 인정을 얻지 못하고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호주 주재 중국대사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호주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호주 선수들의 활약에 달려 있지, 호주 관리들의 출석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중국은 신장 인권과 홍콩 민주 시위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같은 전랑외교를 펼쳐 왔다.
  • 현직 화가 “참가비만 내면 후보” 솔비 대상 탄 아트페어 저격

    현직 화가 “참가비만 내면 후보” 솔비 대상 탄 아트페어 저격

    가수 겸 화가 솔비(본명 권지안·37)가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PIAB21) 시상식에서 대상인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것과 관련, 현직 화가가 해당 아트페어에 대해 “참가비만 내면 시상식 후보 등록을 해주는 소규모 전시”라고 말했다. 앞서 솔비의 소속사 엠에이피크루는 지난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FIABCN)에 솔비가 메인 작가로 초청돼 작품 13점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솔비는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 시리즈의 ‘피스 오브 호프(Piece of Hope)’로 팬데믹으로 축하를 전하지 못하는 케이크를 통해 상처받은 현대인을 표현했으며, 심사위원 로베르트 이모스는 “역동적인 표현성과 독창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그리움과 함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이와 관련 현직 화가 이진석씨는 8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솔비가 대상을 받은 FIABCN은 대단한 권위가 있는 아트페어가 아니다”라며 시상식에 출품한 작품 역시 해외 작품을 베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피악, 스위스의 바젤, 영국의 프리즈 등이 유명한 아트페어로 꼽히며, 보통 권위가 있는 아트페어는 갤러리 단위로 작품을 내기 때문에 작가 개인이 나가는 FIABCN의 경우 소규모, 페어형 전시라고 설명했다. FIABCN은 2011년 12월 첫 개최 이후 10년 동안 6번만 진행될 정도로 개최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기간도 이틀로 매우 짧아 5일간 진행되는 아트페어하고 다르다고 덧붙였다. FIABCN은 첫날만 10유로(1만 3260원)의 관람료를 받았고, 둘째 날에는 돈을 받지 않고 누구나 입장할 수 있게 했다. KIAF의 첫날 관람료가 최대 30만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값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이진석씨는 “‘국제’라는 말이 붙은 건 단순히 다른 국적의 화가가 작품을 냈기 때문이다. 대단한 권위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솔비가 상을 받은 시상식은 참가비만 내면 후보 등록을 해주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FIABCN 측은 참가자에게 부스 등을 빌려주고 대여료로 최소 900유로(120만원)와 함께 참가비 550유로(75만원)를 받고 있다. 참가비를 내면 시상식 후보로 등록해준다. 이진석씨는 “권위 있는 시상식은 심사위원단이 작가를 뽑고 다시 후보를 추려 그 후보에게 후원금과 상을 주는 시스템”이라며 “작가한테 부스비, 참가비를 뜯어내서 딱 전시 이틀하고 주는 상이 무슨 권위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출품 작품 일본 작품과 너무 비슷” 이진석씨는 솔비의 작품이 일본 화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과 흡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작품을 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가나아트에서 전시했던 시오타의 작품과 너무 비슷했다”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가나(장흥 가나아뜰리에)에서 전시한 작품을 베끼면 어떡하냐”고 황당해했다. 이씨는 “갤러리에서 솔비를 대형 작가로 만들고 싶은 모양인데, 남의 작품을 베끼는 등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본인한테 마이너스”라며 “솔비가 대단한 화가인 것처럼 포장하니까, 사람들은 진짜 대단하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비는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그의 작품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가 현대미술의 대가 제프 쿤스의 작품 ‘play-doh’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솔비는 “영감을 받아 오마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솔비 “우리의 선택은 항상 옳다” 솔비는 귀국해 “이번 바르셀로나 전시는 올해 초부터 초청레터를 받고 가는 전시라 현지 관계자들의 기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원망스러울 만큼 잔인하고 잔혹한 해였다”며 “마치 신이 당근과 채찍을 주듯 계속 고난이 반복되고 다시 희망을 찾고 또 다시 아픔이 오고.. 또 다시 희망속에 꽃이 피고. 하지만 난 그래도 정말 감사한게 많은 사람”이라고 적었다. 솔비는 “뚜벅뚜벅 제 길 걷다보니 스페인에서 미술로 상도 받고 우리 엄마가 장하다고 한다. 항상 반대하셨던 엄마에게 칭찬받으니 행복하다! 우리 자신의 선택은 항상 옳아요!”라는 글을 남겼다. 솔비는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함에 따라 FIABCN의 각종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누리게 된다. 2022년 ICM Group Ltd.가 두바이와 도쿄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진행하는 전시회에도 초청된다. 오는 10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 ‘영혼의 빨래’를 연다.
  • [문화마당] 버질 아블로가 시대에 제시한 것/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버질 아블로가 시대에 제시한 것/최나욱 건축가·작가

    몇 년 전 지하철에서 누군가 신은 ‘이지부스트’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 신발은 실제 착용하는 대신 비싸게 되파는 리셀 문화의 시발점 같은 제품이었는데, 당시로서는 수십만원대의 신발을 신으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특이했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대중교통에서든 길거리에서든 더 비싼 신발을 신고 모자를 착용한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내가 보낸 20대는 ‘고급과 저급’ 혹은 ‘순수와 대중’으로 구분돼 있던 문화 간 경계가 무너지는 시기다. 기존 고객층이 전혀 아니던 이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으로 나타났고, 손쉽게 수십, 수백만원짜리 패션 상품을 사는 소비 습관은 금세 미술시장으로 이어졌다. 하이엔드 문화를 고집하던 브랜드 또한 하위문화를 적극 도입했으며, 한때 순수예술에서 조롱의 대상이던 대중문화는 중요한 담론 주체가 됐다. 문화적 경계가 흐려진 것은 질색과 반색 모두를 낳았다. 특정 세상에서만 살아가는 대신 ‘저런 사람도 있구나’를 의식하는 일은 일종의 행운이자 저주였달까. ‘문화’라는 이름으로 사기꾼들이 횡행하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져 갔다. 그러면 그럴수록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도 않으면서 계속해서 좋은 것을 고집하려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였다. 마케팅에 의해 물건의 가치가 결정되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그저 믿고 마는 게 아니라 뛰어넘고자 하는 모습 말이다.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난 버질 아블로는 그런 사람이었다. 건축학을 전공한 그가 웬 패션 브랜드를 차리고, 그것을 건축학교에서 강의하던 때에 공부를 시작한 나로서는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데, 아블로는 분과적 구분 같은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문화와 상업 모두에서 ‘좋음’을 추구해 왔다. 하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것 하나를 외면한다는 변명 대신 말이다. 비록 피상적으로 그의 작업을 흉내 내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좇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보였으나 그것은 아블로가 이 시대를 이해하고 제시한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성공 모두를 성취한 영민함은 지금 같은 양가적인 시대의 갈 길을 일러 준다. 한 가지 더 와닿는 게 있다면 그가 죽은 뒤 사람들이 말하는 아블로의 인품에 관해서다. 많은 것을 이루고 간 사람에게 다른 칭찬에 앞서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도 친절했다’는 말을, 바쁘고 예민한 천재의 괴랄맞은 사연 대신 ‘언제나 가족과 친구에게 따뜻했다’는 기억을 되뇌는 것은 시대의 성질로 인해 우리가 잊은 어떤 가치들을 생각나게 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양쪽의 좋음을 모두 지켜 내는 일 말이다. 하위문화와 고급문화를 오가고, 늘 무명의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던 그는 제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17세 당시의 나를 위한 것”이라고. 종종 모든 것을 하고, 모두에게 잘해 주겠다는 어릴 때의 기억은 ‘사회가 어떠하다’는 이유로 훼손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지켜 낸 아름다움이 여기 있다. 아블로는 자신의 디자인 방법론 10가지를 이야기하던 강의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인 적이 있다. “마흔이 다 돼서야 이를 정리해 너무 아쉽다”고. 그때는 성공한 천재의 궤변인가 했으나, 41살에 죽은 아블로가 이미 몇 년 전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더 많은 생각으로 번지게 된다. 죽기 직전까지도 죽음을 푸념하는 대신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꿋꿋이 책임지던 사람에 대해서. 하나의 쇼에 그렇게나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했던 이유에 대해서.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려던 사람에 대해서.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파인애플 그림과 인간의 과시욕/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파인애플 그림과 인간의 과시욕/식물세밀화가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것은 나와 같은 시공간에 사는 생물의 존재를 기억하고 싶어서인데, 나아가 식물의 한 종 한 종의 존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나는 식물을 기록하지만 내 주변에는 읽은 책과 본 영화, 혹은 순간의 생각을 기록하는 이들도 있다. 서로 다른 목적과 방법으로 각자 경험을 기록한다. 내가 요즘 부쩍 기록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일같이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록 중에는 때마다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거나, 중복되어 기록되는 소재가 있기 마련이다.몇 달 전 큐왕립식물원의 온라인 데이터를 찾다가 우연히 파인애플의 그림 기록이 다른 식물보다 유난히 많은 것을 확인했다. 그려진 시기와 작가, 기록된 방법과 식물의 부위마저 다양했다. 표본과 사진 기록의 양 또한 마찬가지였다. 데이터를 보려고 스크롤바를 이렇게 오래 내린 적이 있던가. 유독 파인애플 기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들은 과거 강대국이었던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메이저 식물’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지배하던 많은 식물 중에서도 파인애플은 연구자들에 의해 학술 목적으로 그려지기보다 개인적으로 그려진 기록이 유난히 많다. 카를로스 2세, 루이 15세, 예카테리나 2세는 여러 기록에서 파인애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찰스 2세는 자신의 초상화에 파인애플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 과일에 ‘킹파인’(King Pine)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과거에 이미지를 기록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화가에게 돈을 지불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야 완성된 그림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인애플 기록이 많은 것은 이 식물의 특별함을 예상케 한다.남아메리카에서 재배되던 파인애플은 콜럼버스와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온 직후부터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함께 건너온 호박, 담배, 토마토는 유럽으로 오는 동안 썩거나 녹았지만, 파인애플은 채집 당시 모양 그대로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는 파인애플을 두고 ‘모양과 색이 잣과 같으며 멜론보다 더 단단하다. 그리고 맛은 다른 어느 과일보다 뛰어나다’고 전했다고 한다. 파인애플은 이전에 먹어본 적 없는 달콤한 식물이기도 했다. 단맛을 내는 원료인 사탕수수조차 너무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하는 유럽인들에게 파인애플은 그야말로 ‘과일의 왕’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이토록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열대 원산의 이 식물은 유럽에서 도무지 재배가 되지 않았다. 권력자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전용 재배 온실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2세기가 훌쩍 지나서야 온실은 완성됐다. 온실 재배에 성공하기까지 200년 이상 파인애플은 귀한 식물로서 호황기를 맞았다. 권력자들은 파인애플 하나를 사는 데에 현재 화폐 가치로 800만원까지 지불했으며, 먹는 것조차 너무 아까운 나머지 식탁이나 테이블 위에 장식만 해두거나, 외출할 때 가방을 들듯이 파인애플을 팔에 얹고 다녔다. 관상용 식물을 넘어선 과시용 장식물이 돼 버린 것이다. 심지어 현대의 명품 대여점처럼 파인애플 대여점이 성행했으며, 권력의 상징이 됐다. 왕관과 비슷한 파인애플의 형태는 이들을 소유한 사람을 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록된 식물이지만 내게는 아직 파인애플을 그릴 기회가 온 적이 없다. 우리나라 주요 과일인 사과, 감, 배조차 불과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배 현황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과일을 벌써부터 그리려는 건 나의 욕심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파인애플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60년 전부터 재배된 식물이다. 1960년대 제주도에서 성공적으로 시험재배를 마친 후 1970년대 국내 재배를 시작했다. 당시 다른 과일을 두고 어려운 파인애플 재배를 시작한 것은 일반 농사 4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제주도, 전라도 심지어 강원도에도 파인애플 농장이 있지만 수확량이 무척 적기에 우리가 먹는 것은 대부분 태국, 필리핀 등에서 재배된 수입산이다. 과거 800만원에 달하던 킹파인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편리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통조림용 과일이 됐다. 과거 과시를 목적으로 기록된 그림이 현재에 와서는 인간의 과시욕이란 게 얼마나 허무하고 우스운 일인지를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 참 서글플 뿐이다.
  • 암호화폐 거래소 ‘빅4’ 영토 확장… 엔터·게임과 짝짓고 NFT 공략

    암호화폐 거래소 ‘빅4’ 영토 확장… 엔터·게임과 짝짓고 NFT 공략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에서부터 게임사, 통신사 등과 합종연횡하며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올해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이른바 ‘빅4’ 거래소가 제도권 진입을 이뤘다면 내년에는 본격 사업 확장으로 기존 금융·정보기술(IT)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최근 공격적으로 NFT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달 23일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 베타서비스를 출시했다. 거래 첫날에만 수수료로 1억원 이상 벌 정도로 성황리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JYP·하이브 등과 협력해 NFT 합작법인도 설립한다. 두나무 관계자는 8일 “다음주 메타버스플랫폼 ‘세컨블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빗썸도 최근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메타버스·NFT 사업을 추진한다. 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 버킷스튜디오와 120억원을 출자해 NFT·블록체인·라이브커머스플랫폼 ‘빗썸라이브’를 설립해 이달 중 선보인다. 코인원은 2대 주주로 합류한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홀딩스와 기술협력을 할 계획이다. 코빗도 최근 SK스퀘어로부터 900억원 규모 투자를 받고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협업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사업 확장 배경에는 올해 암호화폐 열풍으로 인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이 있다. 두나무의 상반기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약 1조 8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증권사 1위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 250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게다가 특금법 시행으로 중소형 거래소들이 정리되면서 4대 거래소들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관계와 재계 인사들을 영입하며 대외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신사업 분야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권에서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 난제였던 트래블룰(코인 거래 시 송수신자 신원정보 기록)도 실마리가 풀려 가는 모양새다. 빗썸·코인원·코빗 등 3개사 합작법인 코드는 내년 1월부터 자체 개발한 트래블룰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고, 업비트는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을 내년 3월 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권 내 완전한 편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국회는 금융위가 마련한 ‘가상자산업법 기본 방향 및 쟁점’을 토대로 ‘업권법’ 논의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의 감독·규제 수위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과세는 일단 내년에서 2023년 1월로 연기됐지만 암호화폐 소득 분류를 놓고 정부와 국회, 업계 간 입장 차가 극명해 난항이 예상된다.
  • 굴과 매생이와 삼합… 바다를 상에 올리다

    굴과 매생이와 삼합… 바다를 상에 올리다

    늘 미시(微視)를 앞세웠지만 이번엔 미식(美食)이다. 물론 미시(missy)는 더욱 아니다. 산과 들, 바다에 든 풍년을 마지막으로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는 연말, 풍요의 고장 전남 장흥으로 맛 좋은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문림의향(文林義鄕)의 정남진 장흥(長興) 땅은 ‘길게 흥하라’는 이름 뜻 그대로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고장이다. 기름진 득량만 바다를 끼고 호남 명산 천관산을 등에 이고 선 장흥은 탐진강이 그대로 관통하는 천혜의 지세를 자랑한다. 특히 맛난 먹거리에는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장’(腸)이 흥(興)한 장흥이다. 물안개 구름을 허리춤에 찬 산에는 구수한 표고버섯이 이미 지천이며, 한우도 속살에 기름을 찌우는 시기다. 차가운 겨울 바닷물이 득량만에 흐르니 ‘꿀’ 같은 굴도, 매생이도 나고 전국 생산량 선두를 지키는 낙지도 여덟 다리로 춤을 춘다. 청정수역에서 자라 산(酸)처리를 할 필요 없다는 무산(無酸)김도 제철을 맞는다. 바야흐로 겨울 풍년가가 지금 장흥 땅에 메아리치고 있다. ●기름진 득량만과 명산 천관산 등에 진 곳 산과 숲, 강, 바다, 호수 그리고 시장. 이 모든 것이 식탁에 오르는 곳이 장흥이다. 키조개와 바지락 산지로 유명한 수문 해변은 유리투성이 도시에서 온 이들을 반긴다. 기름진 갯벌과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는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부잣집 주방 찬장처럼 먹거리로 넘쳐나니 과연 흐뭇한 생김새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에게 경기 양주 장흥유원지로 귀에 익은 장흥군은 익숙한 지명이 꽤 많아 친근하다. 우선 안양시민이 좋아할 ‘안양면’이 있다. 용산구민이라면 ‘용산면’을 찾는 것이 좋겠다. 부산시민에겐 ‘부산면’이 있고 대전시민을 위한 ‘대덕읍’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회진면’, 수험생은 ‘노력항’을 각각 돌아보면 뭔가 뿌듯해질 테다. 최근 입사한 인턴사원에겐 ‘대리’(회진면)를 추천한다. 은행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행원리’(장흥읍), 좀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유치면’에 다녀오면 좋을 일이다. 살을 빼고 싶다면? ‘축내리’(장흥읍)가 있다. 먹거리에 앞서 지명부터 열거한 이유는 이를 기억하면 미식 여행을 다니기에 좋은 까닭이다. 사철 다양한 제철 먹거리를 내는 여다지회마을은 키조개로 유명한 안양면 수문 인근 바닷가에 있다. 득량만 바다를 그대로 ‘떠서’ 상에 차린다. 싱싱한 생선회와 곁들인 해물 반찬은 기본, 물이 좀더 차가워지면 새조개 샤부샤부, 곰장어 구이 등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바다 먹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경기 안양도 해물탕으로 유명하다. 바지락도 있다. 이른 봄이 제철이라지만 요즘도 맛볼 수 있다. 안양면 수문해변 가는 길에 바다하우스가 있다. 튼실한 바지락살을 수북이 무쳐 접시에 받쳐 내온다. 막걸리 초무침이라 살짝 새콤하면서도 달달하고 또 매콤하다. 집어먹다 밥을 비벼 바지락 비빔밥으로 맛보면 ‘끝’이다. 중간중간 뽀얀 바지락 국물을 떠마시면 아무리 급히 밥술을 떠넘겨도 잘 넘어간다. 간혹 바지에 흘린대도 그조차 바지의 낙(樂)이다. 사실 양이 많으니 서두를 것도 없다.●산더미처럼 석화 쌓아 놓고 꿀맛 굴맛 호강 안양역과 용산역이 1호선으로 이어지듯 안양면 옆은 용산면이다. 소등섬이 바라보이는 용산면 남포마을은 굴구이 마을로 통한다. 이곳에선 장작불을 때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석화를 구워 먹는다. 양동이에 석화를 산더미처럼 담아 놓고 불을 피워 주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처럼 한 손에만 장갑을 끼고 바로 굴구이를 맛보면 된다. 드럼통에 장작을 넣고 석화를 굽는 집도 있고 아예 화덕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건져 놓은 석화를 불에 올리고 기다린다. 껍데기가 슬쩍슬쩍 벌어지면 익은 것이다. 하나씩 까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굴을 집어다 입에 넣는데 자연산 굴맛이 가히 꿀맛이다. 마을에서 채취한 것이라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어쨌든 부지런 떨면 굴로 금세 배를 채울 수 있다. 굴이 비싼 유럽에서 온 이들이라면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장흥엔 굴구이 마을이 하나 더 있다. 관산읍 고마리~죽청리다. 남포마을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도 바닷가를 따라 굴구이 집이 도열해 있다. 양식 굴을 쓰는 것과 직화 대신 잘라낸 드럼통 모양의 전용 번철을 쓰는 것이 남포마을과 다르다. 가스불로 가열하니 조절이 쉽다. 이 중 사계절 굴구이는 석화를 푸짐히 구워 먹고 난 후 의외의 메뉴로 마무리할 수 있다. 바로 짜장면이다. 원래 중국집을 운영하던 이곳 사장이 짜장면 메뉴를 준비해 놓았다. 신의 한 수다. 원래 굴이란 것이 기름기가 전혀 없는 탓에 배불리 먹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 옛날식 짜장면을 한 그릇 먹고 나면 궁합이 딱 맞는다. 남은 석화 몇 개를 까서 짜장면에 넣으면 감칠맛을 보강한 굴짜장면이 된다. 맛이며 양이며 완벽한 식사와 술자리가 된다. ●매생이를 넘기면 고소한 바다 향이 꿀꺽 겨울 제철 매생이는 회진면 내저마을이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를 양식한 곳이다. “국내 최초로 매생이 양식에 성공한 곳은?”이란 질문에 “네! 저요”라고 외우면 까먹지 않는다. 까먹는 것은 굴과 키조개에만 한정될 일이다. 장흥에선. 내저마을은 청정해역이라 양식장만 있고 식당은 별로 없다. 대신 매생이는 장흥 토요시장에서 사거나 여느 식당에서 떡국 등으로 취급하고 있으니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굴을 넣은 뽀얀 국물에 보드라운 가발 같은 매생이가 가득이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올 리도 없겠지만 나온대도 못 찾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술술 풀어진다. 처음부터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무척 뜨거우니 국수처럼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편이 낫다. 김이 나지 않아 뜨거운지도 모른다. 매생이 양식장에도 ‘김’이 나지 않는다. 김과 매생이는 이래저래 상극이다. 고소한 바다 향이 뜨겁고도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지며 식도를 타 넘는다. 목넘김도 좋고 비강으로 다시 튀어나오는 청정 바다의 향기가 놀랍다. 이것이야말로 식도락(食道樂)이다. 해마다 겨울에 매생이국을 떠넘기면 매생(每生)이 즐거워진다. 청태전차와 트레킹과 리버뷰… 강 따라 흥이 오른다장흥 읍내에는 탐진강이 흐르고 있어 관수하기 좋다. 읍내 한복판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청정 강물이 언제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국사봉(613m)에서 발원해 장흥, 강진 등 남도 들녘을 두루 적시며 남해로 흘러드는 51.5㎞ 길이의 탐진강은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공원으로도 손색없다. ●남해로 가는 탐진강 51㎞ 산책에 제격 강변 토요시장에도 맛있는 음식이 천지다. 꼬막이며 표고, 매생이, 황칠에 김부각까지 요것조것 살 것에다 만두집과 꽈배기를 파는 분식집, 드라마에 등장한 삼대곰탕, 몸에 좋은 소라낙지국밥을 파는 토정황손두꺼비국밥, 갖은 버섯에 해물과 닭고기를 넣어 끓이는 불금탕집 등이 토요시장을 토요일 하루만이 아닌 월화수목금토일 먹거리로 꽉꽉 채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해장국과 소머리국밥을 잘 끓이는 한라네 소머리국밥, 갖은 찬에 백반이 맛있는 시골식당이 있어 아침부터 찾아도 좋다. 낮이라면 중국음식점에 들러 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짜장면 하나를 시켜도 반찬이 여럿이다. 김치만 서너 종류를 내는 경성식당이 인심 좋은 ‘남도 장흥식 중국집’이다. 짜장면 하나에 한 상 가득 반찬이라니, 짜장을 남겨 밥을 아니 비빌 수 없다. ●낮엔 짜장면에 한상 가득 반찬 먹고 든든 중간중간 차를 마셔야 소화가 된다. 전통차라면 청태전차를 마시고, 커피와 디저트라면 곳곳에 근사한 카페가 있다. 보림사 뒷산에도 야생차가 날 정도로 장흥의 차 역사는 오래됐다. 1200여년 전 삼국시대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한 청태전(靑苔錢)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다. 야생 찻잎을 따서 가마솥에 덖고 절구에 빻은 다음 엽전 모양으로 빚어 발효시킨다. 맛이 순하고 향이 좋다. 안양면 수문 해변 가는 길에는 카페 팡야가 있다. 바다를 조망하는 2층 건물에서 단호박식빵, 브라우니 등 달달이 빵과 케이크, 쿠키 등을 커피와 함께 판다. 아무래도 전망이 좋으니 2층이 호젓하고 아늑하다. 읍내에서 우드랜드 가는 길에 있는 카페 팜파스는 전원적인 분위기 속 맑은 공기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자연 조망한 카페에서 차·빵 디저트 읍내에는 카페 원앤식스가 있다. 탐진강을 바라보며 갓 내린 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문을 열면 벌써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찌른다. 무엇을 먹었대도 뒷맛이 고급스러워진다. 풍광이 좋아 나른하게 머리를 기대고 장흥읍을 관망하기에 딱이다. 저녁이라면 단연 ‘장흥삼합’ 집이다. 이젠 전 국민이 다 아는 것이 장흥삼합이다. 읍내 토요시장 일대와 곳곳에 삼합을 내건 식육식당이 많다. 만나숯불갈비는 ‘칼 솜씨’가 좋은 사장이 직접 고기를 끊어 주는 식육식당이다. 한 차례 ‘칼바람’이 불더니 정남진 장흥 천관산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등 ‘감칠맛 삼총사’가 불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삼합(三合)이란 세 가지가 서로 어울리는 것을 이른다. 뒤마의 삼총사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생각하면 쉽다. 한우가 아토스라면 표고는 포르토스, 키조개 관자는 아라미스 격이다. 고소한 맛, 진한 향, 쫄깃한 느낌 등 각각 맡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 마지막으로 달타냥이 등장한다. 삼합에 빠질 수 없는 소주다. 이로써 사합이 된다. 원래 천연조미료인 셋, 아니 넷이 육즙을 일제히 터뜨리며 외친다.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샤부샤부·주꾸미·메기탕… 끝없는 미식여행 감칠맛 나는 따끈한 샤부샤부 국물의 삭금주꾸미,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윽한 청태전차, 불향 품은 볶음밥이 맛좋은 영춘원, 구수한 된장 국물에 투실한 메기 살점이 든 탐진강 메기탕, 환상적인 비주얼의 조개찜 등 안줏거리를 잘하는 사계절포장마차, 부들한 보쌈과 시원한 멸치국수가 자랑거리인 강의리국수, 이 계절만 한정해도 장흥 미식여행은 끝도 없다. 하루 종일 몇 끼나 실컷 먹어댄대도 ‘정 남진’ 않겠다. 연말 정남진 전망대로 임인년 신년 해를 맞으러 가는 걸 빙자해 ‘먹을 계획’을 미리 세워 두는 것이 좋겠다. 앗! 구경거리를 빠뜨렸다. 장흥군 문화관광과(www.jangheung.go.kr/tour)에 문의하면 친절히 잘 알려 준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볼거리 정남진은 광화문 기준 정확하게 남쪽 끝 지점을 뜻한다. 경도 126도58분35초다. 그대로 북쪽으로 선을 그으면 중강진이 나온다. 관산읍 신동리에 추파춥스 사탕처럼 생긴 정남진 전망대(사진)가 있다. ‘사원’들이 갈망하는 ‘대리’에 위치한 해양낚시공원은 득량만 앞바다에 낚시 전용 수상 콘도와 부잔교식 낚시데크 등을 갖춰 놓은 곳이다. 억불산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 숙박시설과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 부대시설이 있는 곳이다. 겨울에도 늘 푸른 편백나무 숲에서 쉬어 갈 수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쉬는데 읍내와 가까워 편의성도 그만이다.가지산(510m)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리는 선종 명찰이다. 경내 3층 석탑과 석등(국보 4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117호)을 비롯해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 등 보물이 수두룩하다. 절집 뒤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비자나무 군락이 있다. 맛집 장흥삼합=만나숯불갈비 곰탕=3대곰탕 생선회&해산물=여다지회마을 샤부샤부=용두동삭금주꾸미 소머리국밥=한라네 소머리국밥 보양식=불금탕 보쌈=강의리국수 조개찜=사계절포장마차 중국음식점=영춘원, 경성식당 매생이굴국밥=토정황손두꺼비국밥 굴구이=사계절굴구이 백반=시골집 바지락초무침=바다하우스 청태전=다예원 빵&디저트=카페팡야, 카페 팜파스, 원앤식스
  • 이대로면 2주내 1만명인데… 3차 접종에만 기대는 정부

    이대로면 2주내 1만명인데… 3차 접종에만 기대는 정부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8일 신규 확진자가 7000명대에 진입하고, 위중증 환자는 800명을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앞으로 2주 내에 1만명대 진입이 현실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 의료체계로도 ‘하루 확진자 1만명’까진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2주 내에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이상의 강력한 방역으로 환자 규모를 줄여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175명, 위중증 환자는 840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확진자가 매주 평균 25%씩 증가하고 있어 통제가 안 되면 다음주에는 8000명대, 그다음주에는 1만명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부터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2주가 걸린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확진자에 비례해 위중증 환자가 늘어 단계적 일상회복은 고사하고 의료 붕괴를 맞을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확충 중인 중환자 병상으로) 확진자 1만명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위해서는 (인력 등) 상당한 의료적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미 시행 중인 방역 강화 조치와 3차 접종 및 일반 접종 확대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보고 이후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최대 고비인 상황에서 정부는 재택치료 보완과 3차(추가) 접종의 효과에만 기대는 모양새다. 방대본은 3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104만 3919명(11월 28일 기준) 중 돌파감염자는 0.016%(172명)이고 위중증 환자는 1명, 사망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방대본 관계자는 “3차 접종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어느 시점에 특단의 조치, 즉 비상계획을 발동할지는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만 언급했다. 정부는 이날 재택치료 대상에게 생활비 46만원(4인 가구 기준)을 더 주고, 재택치료자 동거가족의 격리기간을 현행 10일에서 7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보강했다. 의료계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급증하고 전체 중환자 병상의 80% 이상이 가동되면 병상 회전, 순환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이번 주 내에는 방역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지금 제정신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 서초구 “서리풀 온돌의자·이글루로 한파에도 따듯하게”

    서초구 “서리풀 온돌의자·이글루로 한파에도 따듯하게”

    서울 서초구가 버스정류소 등에 발열의자인 ‘서리풀 온돌의자’와 한파대피소 ‘서리풀 이글루’를 8일부터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먼저 구는 서리풀온돌의자를 총 167곳에서 운영한다. 특히 올해는 성촌마을입구 등 교통약자들이 많은 버스정류장에 10곳을 추가 설치했다. 가로 203cm, 세로 33cm의 이중 강화 유리 재질로 제작된 서리풀온돌의자는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상판 온도가 38℃로 유지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항균 칸막이를 설치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토록 했다. 서리풀온돌의자는 내년 3월까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가동된다. 또, 대기온도가 18℃도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이와 함께 구는 버스정류소에서 찬바람을 막아주는 온기텐트인 ‘서리풀이글루’ 34곳을 운영한다. 서리풀이글루는 서초의 옛이름인 ‘서리풀’과 북극 에스키모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준 ‘이글루’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지난 2017년부터 운영했다. 서리풀이글루는 가로 3.6m, 세로 1.5m, 높이 2.8m의 사각형 모양이다. 주민들이 버스나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나마 칼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코로나19 등 밀폐 공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환기가 가능하도록 출입문 2면을 개방했다. 류창수 구 교통행정과장은 “추운 겨울에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서리풀온돌의자와 서리풀이글루에서 잠시나마 추위를 녹이고 포근한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나우뉴스] 고대 이집트 무덤서 2500년 된 ‘황금 혀’ 가진 유골 발견

    [나우뉴스] 고대 이집트 무덤서 2500년 된 ‘황금 혀’ 가진 유골 발견

    고대 이집트 유적지의 무덤에서 황금으로 만들어진 혀를 가진 남녀 유골이 새롭게 발굴됐다. 최근 이집트 관광유물부 측은 수도 카이로에서 약 220㎞ 떨어진 엘 바나사의 유적지에서 2500년 전 묻힌 것으로 보이는 남녀 무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고고학 연구팀이 발굴한 이 무덤 중 남성의 유골은 완전히 봉인된 석관에 있었으며 무덤 안에는 항아리와 400여 개의 장례 용품들도 완벽히 보존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여성의 무덤은 도굴꾼에 의해 일부 훼손돼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이번 발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혀 모양으로 만들어진 금이다. 발굴팀은 총 3개의 금 혀를 발견했는데 이중 1개는 어린이 것, 나머지는 성인의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 무덤이 고대 이집트의 제26왕조(BC 664~525) 때의 것으로 당시에 금 혀를 가진 미라가 다수 매장됐다고 설명했다.발굴 공동책임자인 에스더 폰스 멜라도는 “무덤 안에서 종종 금으로 만들어진 혀가 발견되는데 이는 사후를 위한 것”이라면서 “고인이 사후 세계로 가는 길에 지하 세계의 신인 오시리스를 만났을 때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현재 총 11개의 황금 혀가 박물관에 전시 중인데 알렉산드리아와 엘 바하사 지역에서만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에도 미라의 입 속에서 황금 혀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관광유물부는 알렉산드리아 인근 타포시리스 마그나에서 약 2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미라 10여 구를 발굴했는데 이중에는 황금 혀를 가진 미라도 있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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