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협력의 새 전기 기대/북한 김달현부총리 서울방문의 함축
◎시장경제 견학… 교류필요성 인식케/“핵문제 해결이 우선” 정부입장 불변
북한 정무원 김달현부총리겸 대외경제위원회 위원장 일행의 서울방문은 경제협력문제를 포함,남북한관계개선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무엇보다도 그동안 남북관계에 있어 최대 걸림돌로 인식됐언 북한의 핵문제,즉 남북한 상호 핵사찰문제의 원만한 타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이는 핵상호사찰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부속합의서 채택과 관련한 실무협상,이산가족 재회를 목적으로 한 남북적십자회담등 남북대화의 순탄한 진전을 예상케 하고 있다.장기적으로는 남북 기본합의서에 바탕을 둔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단계로의 관계격상을 예고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김부총리의 서울방문은 그가 북한 권력수뇌부에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실세중의 한사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그는 김일성주석의 5촌조카로 알려져 있으며 후계자인 김정일의 핵심브레인이다.연형묵총리,김정우대회경제사업부 부부장과 함께 북한정무원의 트로이카로 북한의 이른바 「개혁파」를 이끄는 선두주자다.
김부총리의 개혁파는 북한경제의 회생을 목적으로 한 실용주의적 노선 때문에 그동안 체제고수를 내세우는 「보수파」세력과 적지않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따라서 김의 서울방문은 북한의 권력구조에서 개혁파의 상대적 우위를 의미한다고도 볼수 있으며 북한 대외정책이 개방쪽으로 가속화해 나갈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김의 방문을 개혁파의 주도권 장악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수는 없지만 북한권력구조에 있어 약간의 변화는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김부총리 일행의 서울방문은 개혁파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도리 만큼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북한의 개혁파는 사상·이념에만 매달려서는 경제를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개혁파는 또한 미국·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강력히 주장해 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남한과의 실질적 관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부총리 일행의 이번 서울방문을 통해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정부측의 시각이다.김부총리일행이 6일간의 체류기간동안 7∼8개 기업의 공장 10여개를 둘러보는 등 일정에서도 나타나듯이 본격적인 남북한 경제협력을 위한 전단계로 사전시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 고위경제관료로 하여금 우리의 실물경제현황을 직접 파악하는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앞으로 추진될 교류·협력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하고 쌍방 관료들간에 경제교류협력 추진에 필요한 정보교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이 점에서 우리측은 북한측이 경제협력분야에 있어 남한정부를 공식창구로 삼았다는데 보다 큰 의미를 두고 있다.그동안 남북한간의 경제협력논의는 대우그룹 등 민간레벨을 통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김부총리 일행의 서울방문도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 지난 1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처음 거론됐었고 지난 6월말 모스크바에서 김회장과 김부총리가 만나 구체적인 합의를 보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달초 최각규부총리 명의로 북한에 초청장을 보내 김부총리의 방문을 최종적으로 성사키겼던 것이다.
정부는 대우 김회장을 통해 북측에서 상호경제제도와 실상에 대한 이해 증진할 목적에서 김부총리 일행의 서울방문을 희망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측의 이같은 희망을 수용하기 까지에는 그동안 북한과의 막후접촉을 통해 최대현안인 북한핵문제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북한핵 상호사찰의 실시가 남북관계 실질적 개선의 우선과제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김부총리의 서울방문이 특정문제의 협의타결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핵문제와 관련한 정부입장과도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만 설명했다.
김부총리의 서울방문일정에서 최부총리외에 다른 고위인사와의 접촉일정은현재로서는 잡혀있지 않다.
정부당국자는 노태우대통령이 김주총리일행을 접견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일정이 잡혀있지 않지만 일정 말미에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쪽의 최부총리와 김부총리간에 상당한 대화진전이 있을 경우 노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노대통령과의 면담성사 여부를 통해 김부총리 일행의 서울방문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