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이후 첫 행사… 어떻게 치를까(오늘의 북한)
◎관심 쏠리는 올 「9·9절」 정책행보/사상교육 강화… 체제고수 힘쓸듯/대미·일 관계개선 표명 가능성/연형묵 등 개혁파 주도땐 변화 조짐도
9일로 북한이 정권수립(48년 9월9일)44주년을 맞는다.
올 9·9절은 특히 한중수교후 평양에서 열리는 최초의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을 전후해 치러지는 각종 공개집회를 통해 한중수교후 침묵으로 일관해온 북한의 향후 행보와 정책방향이 어떤 형태로든 비쳐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한소수교와 소련및 동구권의 몰락이라는 엄청난 충격속에서 정권수립일을 맞았던 북한은 올 행사와 관련,아직까지는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평양 2·8문화회관에서의 「중앙보고대회」를 비롯,「경축연회및 야회」,그리고 모스크바와 북경주재대사관 주최의 연회 등 정례 행사정도만 치러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성철부주석이 「보고」를 한 지난해 중앙보고대회는 동구와 소련의 몰락을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반사회주의 책동의 결과」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해 김일성사상 중심으로의 단결을 촉구하는 등 사회주의 체제고수에 역점을 두고 진행됐었다.
또한 경축연회에서의 이종옥부주석의 연설도 『주체사상의 길을 따라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우월성에 대한 전면적인 발양』을 주장하는 등 사상강화의 재천명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북한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이들 혁명1세대를 중심으로 한 행사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이들은 중앙보고대회나 경축연회등이 지난해와 달리 연형묵등 이른바 개방지향적 테크노크라트에 의해 주도될 경우 이는 한중수교후 북한이 개방개혁쪽으로 방향타를 잡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 북한의 올 9·9절 행사는 대내적으로는 주민 사상강화에,대외적으로 미·일과의 관계개선 의지표명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한중수교 직후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촉구한 사실과 지난달 29일 중앙방송 논설,1일자 로동신문 논설등 언론매체를 통한 주민사상교양강화에서 시사된 바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일성의 사상이론이 「철저한 인민성」으로 일관돼있다』고 주장하고 『아들딸이 부모를 따르고 그 참된 뜻을 받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혁명전사들이 수령을 어버이로 높이 우러러 받드는 것은 응당한 도덕적 의무』라고 역설,김부자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권수립일에 전통적으로 축전과 기념연회참석등의 형태로 축의를 표시해온 중국과 러시아(구소련)의 태도변화와 북한의 대응이 어떠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소련은 고르바초프 명의의 축전에서 「양국관계 계속유지 기대」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표명했고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 주최의 연회에도 외무차관등 일부 인사만을 참석시켰었다.
이에 대해 북한도 고르바초프의 축전을 대내방송이 아닌 중앙통신을 통해 이틀 늦게 보도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노출함으로써 한소수교후 소원해진 양국의 「사이」를 그대로 드러냈었다.
반면 중국은 9·9절 하루전인 8일 당총서기 강택민, 국가주석 양상곤, 전인대 상무위장 만리, 총리 이붕등의 공동명의로 김일성과 연형묵정무원총리 앞으로 『국제정세가 아무리 변할지라도 친선협력이라는 전통적인 중국·북한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낸 바 있다.
중국은 한중수교 사실을 공식발표하면서도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그럼에도 불구, 일단 양국 관계가 「어색한 분위기」로 돌아섰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큰 충격속에서 맞는 9·9절 행사지만 겉으로는 평범하게 치러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체제고수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하는 계기로 삼으려할 것 또한 분명한 일이다.
북한관측통들은 이와관련,평양당국이 9·9절과 때를 같이해 한중수교에 따른 대내영향 파급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막기 위한 별단의 조치를 천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