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혼의 상징, 모스크바
도시는 현대문명의 꽃이다. 도시는 지나간 역사의 모든 흔적을 집적해 놓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며, 물질과 정신문화가 촘촘하게 교직되어 있는 거대한 집합 공간이다. 그래서 유서 깊은 도시를 세밀히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역사, 인간, 문화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고대유럽을 접하기 위해서는 아테네와 로마를 가봐야 하고, 근대유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런던과 파리를 경험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스크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러시아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인류의 문화적 지형도에서 가장 북방에 위치한 나라다. 러시아인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면서 광활하고 황량한 벌판에 세계 최고수준의 독특한 정신문화를 창조했다.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수준 높은 정신문화 유산을 연대기적으로 응축시켜 놓은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는 86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고도(古都)다. 모스크바가 최초로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1147년 4월4일이다.
역사의 기록에 근거해서 러시아인들은 바로 이 날을 모스크바의 생일로 정하고 있다.12세기 당시에 모스크바는 당시 300여개에 달했던 고대 러시아의 도시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모스크바는 인구 1000만이 넘게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중 하나가 되었고, 수많은 역사 유적지와 자연 경관을 보전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하였다.
이 책은 필자가 모스크바에 살면서 읽은 것,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대화한 것, 깨달은 것, 생각한 것 등을 기행형식으로 써본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서 러시아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모스크바의 유서 깊은 거리, 광장, 박물관, 극장, 미술관, 대학가, 수도원, 공원, 공동묘지, 호텔, 레스토랑과 모스크바 주변의 유적지 등을 기행하면서 러시아의 정신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코드들을 오버랩시켜 보았다. 그것은 절대 권력과 자유로운 영혼, 아름다움과 죽음, 러시아의 팜므 파탈, 보드카와 광기 등의 주제와 연결된다.
러시아는 겨울에 가야 제 맛이 난다고들 한다. 러시아의 겨울을 체험해본 사람들은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그것은 아마도 러시아의 겨울 체험이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게다. 필자는 독자들께 이 책을 통해서 모스크바의 겨울을 체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러시아 대자연의 혹독함과 풍요로움 사이에서 어느덧 겸손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병훈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