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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사고 있는 한 혁신 요원… 일반고, 자사고처럼 자율권 줘야”

    “자사고 있는 한 혁신 요원… 일반고, 자사고처럼 자율권 줘야”

    자사고 편중 심화… 사교육 의존 커질 것 일반고 전환한 미림여고 실적 더 좋아 지역에 관계없이 학교 선택권 줘야 정부는 고교학점제 안착 계획 제시를서울 8곳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여부가 이르면 이번 주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자사고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시킨 상산고를 자사고로 기사회생시켜주면서 자사고 찬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가 고교 서열화의 최정점에 있는 자사고의 손을 들어주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9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개최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정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도 원칙 없는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교사 및 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 고교체제 개편을 패키지로 묶어 교육혁신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상산고를 비롯해 (재지정 평가에서) 살아남은 자사고들이 생기면서 교육혁신의 스텝이 꼬였다”면서 “살아남은 자사고에 대한 편중이 더 심화되고 사교육 의존도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미림여고는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자진 전환한 학교다. 주 교장은 2016년 3월부터 미림여고 교장으로 재임 중이다. 주 교장은 “입시 실적으로만 보더라도 자사고였을 때보다 오히려 일반고로 전환한 뒤가 더 좋다”면서 “입시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커졌고 교육 활동의 다양성 측면에서 훨씬 많은 장점을 얻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과정 등의 자율성을 자사고에만 줄 것이 아니라 모든 일반고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창완 상현중 교사는 “모든 고교가 자사고처럼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갖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도 지역에 관계없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일반고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고교서열화는 대학서열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학 입시 개혁과 고교체제 개편이 맞물린 체계적이고 강력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예정 시기인 2025년까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 교사 개인별 평가권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정부가 직접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월간 윤종신 7월호 ‘인공지능’, 30일 공개 “이별남 전격해부”

    월간 윤종신 7월호 ‘인공지능’, 30일 공개 “이별남 전격해부”

    가수 윤종신의 월간 음악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 7월호 ‘인공지능’이 30일 오후 6시에 공개된다. ‘인공지능’은 7월호부터 10월호까지 총 네 달에 걸쳐 발표될 ‘윤종신 발라드 속 이별남 전격해부 4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윤종신은 20대 때부터 자신이 불러온 발라드 속 남자 주인공들을 소환해보고, 이별에 얽혀 있는 각양각색의 감정들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이별 후 질척이는 남자의 심리를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곡이다. ‘만약 연애에 대해 조언해주는 AI가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즐거운 상상에서 출발했으며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그녀>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사 속 화자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에게 따끔한 충고를 건네는 ‘AI’인데, 이미 끝난 관계에 미련을 갖는 남자를 만류하는 ‘AI’의 어조가 단호하면서도 시니컬하다. 윤종신은 “이번 달은 이별을 시니컬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보통 남자들이 자기감정에 허우적거리다가 이미 묻어버린 사랑까지 파헤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오랜 습관을 그리움이라고 착각하고는 좋았던 추억까지 망쳐버린다”며 “이별이 빚어내는 모순과 혼돈을 미화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종신은 ‘이방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차분히 돌아보고 그 과정을 새로운 노래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일본 경제 도발의 극복, 지킬 것은 지켜야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일본 경제 도발의 극복, 지킬 것은 지켜야

    주 52시간 근무제로 외식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전 같은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식당의 저녁 매출은 줄어들고 대신 점심시간대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단위 매출이 작은 점심의 비중이 늘면서 대표적인 자영업인 식당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식당의 매출 변화는 돼지고기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저녁 회식 자리의 단골 메뉴가 삼겹살이다. 회식 자리가 줄면서 돼지고기 소비도 줄어든다. 그래서인지 요즘 돼지고기 가격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2시간 근무제로 엉뚱하게 자영업과 축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반길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예상 못한 불경기를 다들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현장에서는 저녁이 있는 사회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적 도발로 우리 사회가 뒤숭숭하다. 당장 반도체 등 우리 경제의 간판격인 대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가 어려우면 가만 있을 우리 국민들이 아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일본 제품의 배송을 거부하고 나섰고, 중소 상인들은 일본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개인적인 손실을 부담하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경제 도발에 응대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은 눈물겹기만 하다. 부품 조달 시장 다변화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일본 정부의 도발이 일차적인 규탄의 대상이 돼야 하겠지만,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특정 국가 특정 기업에 핵심 원부자재를 전적으로 의존한 국내 대기업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범국민적인 일본 제품 거부 운동은 국내 대기업의 경영상 난맥상 그리고 정부 기관의 미온적 대응에 일반 국민이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 이런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1998년 외환위기는 대기업들의 무리한 차입경영과 금융기관의 방만한 외화 차입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에 실패한 정부에 주된 책임이 있었다. 대기업ㆍ금융기관ㆍ정부의 무능으로 텅 빈 나라 곳간을 한 푼이라도 채우고자 온 국민이 금 모으기에 나섰고, 가혹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자유화를 받아들였다. 온 국민이 합심해 외환위기에서 벗어났고 경제는 회복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회복의 성과는 외환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대기업과 금융산업에 귀속됐고, 정든 직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후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됐다. 지금 정부는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현 정부 들어 심혈을 기울여 온 52시간 노동제도에 예외를 두고, 화학물질과 관련한 환경 규제도 유예하겠다고 한다. 주 52시간 노동제도는 정부가 추진한 제도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자영업자와 축산업자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정착되고 있다. 그리고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의 배경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참사가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은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기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정부가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사회적 공감대와 여러 경제주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착돼 온 정책에서 후퇴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위기 대응과 극복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성과가 과거처럼 특정 산업이나 집단에 편중돼서는 안 될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의 모순, 비용과 희생은 국민들이 부담하고, 그 성과는 대기업에 편중됐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때는 다시 외환위기가 와도 금붙이를 내다 팔 국민도 없을 것이고, 수입 반대 운동에 나설 국민적 연대도 없을 것이다.
  • 다 살아남은 전국 단위 ‘힘 센 자사고’… 길 잃은 고교체제 개편

    다 살아남은 전국 단위 ‘힘 센 자사고’… 길 잃은 고교체제 개편

    5년간 분리 유지… 2025년 체제 개편 난관 서울 8개교·부산 해운대고 구제 힘들 듯 “교육부 컨트롤타워 역할 못한다” 지적도“서울에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산고 같은 (우수한) 자사고까지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취지는 아니지 않은가.” 전북 전주 상산고의 지정 취소를 앞두고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이번 상산고 처리 결과는 현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이 ‘힘 센’ 자사고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을 잘 드러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선별적·단계적 일반고 전환’이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대 및 서울대 진학 실적이 우수한 소위 ‘힘 센’ 자사고만 살아남게 됐고, 이들 고교의 위상이 더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일반고 중심으로의 고교 체제 개편은 오히려 미궁으로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던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하나고, 포항제철고 등 8개 전국 단위 자사고가 모두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전국 단위 자사고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전국에서 모집할 수 있어 고교 서열에서 최상위층을 이룬다. 반면, 내달 1일 교육부 심의를 앞두고 있는 서울 8개 자사고와 부산 해운대고는 구제 가능성이 낮다. 이들 학교의 상당수가 최근 수년간 정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서울의 8개교 중 한대부고를 제외한 7개교는 5년 전 1주기 재지정 평가에서도 기준점에 미달된 바 있다.교육계에서는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입시 실적이 우수한 자사고만 살아남도록 한 것은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과 근본적으로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등학교가 서열화되고 입시경쟁이 초등학교에까지 심화된 것이 지난 10년간의 자사고에 대한 교육부의 평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산고와 민사고, 하나고 등 고교 서열화의 정점에 있는 자사고들은 지위를 유지하며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자사고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 ‘좋은’ 자사고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와 일반고로 분리된 현행 고교체제가 향후 5년간 지속되게 되면서 2025년부터 본격화할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2025년 고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전 과목 내신의 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교사의 학생 평가권 강화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올해와 내년 재지정평가를 통과하는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는 길게는 2026년 2월까지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이들 학교를 통해 유지되는 고교 서열화 체제는 절대평가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상대평가로 인한 내신 불이익 자체가 사라져 자사고 쏠림이 더욱 강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반고 교사의 정성 평가는 ‘내신 부풀리기’로 매도되고 자사고 교사의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로 대접받을 가능성도 크다. 교육부는 수시 중심의 대입제도 변화가 자사고를 자연스레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입제도를 둘러싼 여론 지형이 녹록지 않다. 최근 ‘정시 확대’ 여론이 불붙고 대입전형에서 정시 확대가 이어지면서 수년간 하락세였던 자사고 선호도가 반등하고 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밑그림도 마련하지 못한 교육부가 올해는 자사고, 내년에는 외고 폐지 논란에 산발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소장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남은 5년 동안 고교 서열화 해소와 내신 절대평가 도입 등 선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연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에서 교육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자에 공격당하던 아기 코끼리의 운명은?

    사자에 공격당하던 아기 코끼리의 운명은?

    사자의 공격을 뿌리치고 죽음의 위기에 벗어난 아기 코끼리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 9일 레이테스트사이팅(LatestSightings)은 암사자의 공격을 받는 아기 코끼리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아프리카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에서 촬영됐다. 영상에는 사자가 코끼리의 얼굴과 코 부위를 문 채 매달린 상황과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를 떨쳐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코끼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격하는 사자와 방어 중이던 코끼리 모두 지쳐가던 그때, 코끼리가 자신의 얼굴에 매달려 있던 사자를 힘껏 날려버리는 지점이다. 영상을 촬영한 사무엘 슈벨리어(28)는 “극히 드문 장면을 목격하게 되어 매우 흥분했다. 우리 일행은 어린 코끼리가 암사자로부터 탈출하는 순간, 안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암사자가 사냥하는 동안 녀석의 새끼들이 인근 풀숲에 있었다. 배고픈 새끼들에게 빈손으로 돌아가는 암사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의 모순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G7 ‘구글세’ 도입 합의… 정부 “적극 동참”

    주요 선진국이 디지털세 과세 원칙인 ‘구글세’ 도입에 합의하고 내년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구글을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지만 그에 따른 세금을 충분히 내지 않는 모순이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은 지난 17∼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세 과세 장기대책과 관련해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택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내년까지 국제 합의를 이루기로 했다. 우선 사업장이 위치한 국가보다 소비되는 국가의 과세권을 강화한다. 또 저세율 국가로 자산과 소득을 이전해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세율을 정하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구글을 비롯해 글로벌 IT 기업은 아일랜드 등 저세율 국가에 본사를 두고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수익이 발생한 국가는 이들을 상대로 법인세 등을 제대로 과세하기 어려웠다. 현행 국제 기준상 외국 법인의 사업소득에 법인세를 부과하려면 소득이 발생한 곳에 물리적인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글은 한국에서 연간 5조원대의 매출을 올리지만 우리나라 국세청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200억원 안팎에 불과해 과세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과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디지털세 과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디지털세 초안을 마련하는 OECD 내 주도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디지털세 장기 대책에 대한 국제 논의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진료비 심사평가 ‘건별→분석·기관 통합·가치기반’으로 바꿀 것”

    “진료비 심사평가 ‘건별→분석·기관 통합·가치기반’으로 바꿀 것”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내달부터 진료비 심사평가방식을 40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를 일일이 확인하던 기계적인 기존 심사방법에서 벗어나 질환별 맞춤 심사를 하고 병원과 함께 문제점을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는 분석심사로 탈바꿈한다. 김승택 심평원장은 23일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병원과 지역의사회와 함께 논의하며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 나갈지 조언하고 조정해 나가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병원평가도 환자가 직접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내년에 2차 환자평가결과가 공개된다. 환자가 잘못 청구된 진료비를 심평원에 확인 요청하는 제도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원장에게 달라진 심평원의 모습을 들었다.-취임 2주년을 맞았다. 취임식 때 ‘보건의료 발전 견인’을 선언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달성했다고 보는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정부와 함께 추진했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의 의료 형태를 바꾸는 커다란 획이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건강보험 보장성만 강화해선 안 된다. 쌓인 모순을 바꿔야만 성공할 수 있다.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가 낮다고 의료계가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정부가 ‘저(低)수가’를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대통령이 직접 ‘적정 수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굉장히 획기적인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활용해 건전한 의료문화를 다시 재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원이 부족한데 수가를 많이 올릴 수 있나. “정부는 ‘진정성이 있으니 믿어달라’고 하고, 의료계는 ‘우리가 한두 번 속았나’라고 한다. 이러면 접점을 찾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들이 좀 더 마음을 터놓고서 속내를 이야기하며 주고받는, 상호 노력이 좀 더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비급여에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면서 병원의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였던 상급종합병원의 2~3인실 이용료를 급여화하고 선택진료를 폐지하며 병원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다른 쪽을 보조해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믿을 만하다. 다만 의료계가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비급여를 억제했더니 또 다른 비급여가 생겨나는 ‘풍선효과’도 막을 수 있을까. “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만으로 병원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렇게 된다면 병원이 뭐하러 비급여를 만들겠나. 적정수가의 가장 큰 목표는 풍선효과를 없애는 것이다. 다만 의료계가 보는 ‘적정수가’와 정부가 보는 ‘적정수가’는 다르다.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의료계도, 정부도, 무엇보다 국민도 승자가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리라 희망한다. 풍선효과를 잠재울 방법으로는 신포괄수가제(환자의 입원 기간에 발생한 입원료, 처치료, 검사료, 약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 지불하고 의사의 수술, 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제도로 일종의 의료비 정찰제)가 있다. 민간병원이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하면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은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해서 공개해 국민이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알게 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340개 항목까지 확대했다.”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해 공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비급여 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환자가 부담을 덜고 이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것이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와 정보공개이고, 이게 이어지면 비급여의 급여화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소위 ‘영업비밀’을 이야기 하는데, 급여만 가지고 병원을 경영할 수 있다면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다 들어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가 적정한지 확인하는 심평원의 진료비 확인서비스를 잘 모르는 국민이 많다. “이 서비스를 활성화하려고 심평원 본원이 아닌 지원에서 대형병원의 진료비 확인서비스를 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시작했다. 가령 인천에 사는 환자는 심평원 인천 지원에서 담당하는 식으로 바꾸려 한다. 현장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선 환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심평원 스스로 의료비 논란이 잦은 병원을 직권으로 조사해 부당 청구를 가려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생각이나 의료계 반발이 심해 실현되고 있지 않다. 직권심사가 현실화되려면 법 체계 등 제도적인 부분이 마련돼야 한다. 다만 지금도 심평원은 병원 현지 실사를 나가고 설문조사도 하고 있다. 진료비를 청구건별로 일일이 확인하던 심사방법에서 벗어나 의료 자율성과 함께 책임을 담보하는 분석심사로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심사평가체계는 어떻게 개편하나. “진료비 건별 심사에서 분석심사로, 기관 통합 평가로, 가치기반 심사평가로 개편하려고 한다. 병원과 문제점을 같이 들여다보고 분석해 해당 병원 또는 지역 의사회와 함께 논의하면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 나갈지 조언하고 조정해 나가는 시스템으로 바꿔 가고 있다. 내달부터 시범사업을 한다. 이는 40년간 심평원이 해온 진료비 심사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이번에 발걸음을 떼고 잘 이어 나가 심평원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이 됐으면 한다.” -2017년 도입된 1차 환자경험평가 결과 소위 ‘빅5’ 병원이 아닌 중앙대병원과 인하대 병원이 1·2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2차 환자경험평가가 시작됐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환자경험평가는 환자가 입원한 동안 의료진과 이야기할 기회가 충분했는지, 의료진의 설명이 이해하기 쉬웠는지,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지 등을 환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평가 방식이다. 이는 의료의 축이 병원으로부터 환자로 대표되는 국민으로 옮겨간 큰 사건이다. 2차 환자경험 평가는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결과는 내년에 공개한다. 알차게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이 점점 빛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를 통해 국가가 대신 내준 응급진료비를 환자가 갚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 서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응급의료비용 미수금 대지급제도는 의료비 부담 능력이 없는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비를 대신 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들 대부분이 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이다. 따라서 비용 상환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따지는 게 사실 의미가 없다. 다만 돈이 있는데도 안 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세 체납 처분 방법에 따라 상환하지 않은 대지급금을 강제징수한다면 환수율이 많이 오를 테지만 어차피 약자를 위해 이 제도를 만든 것인데, 돈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하나하나 따지겠는가. 사회적 비용의 일부로 봐주시면 좋지 않겠나 싶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심평원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심평원을 만들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국민에게 질병 등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알기’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는 의료계도 관심을 보인다. 환자가 현재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아야 그 약을 빼고서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가 기존에 처방받아 복용하는 약을 병원이 세세히 알기 어렵다. 국회에서도 이를 간편하게 확인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들었다. 그러면 의료계와 환자가 서로 쉽게 소통하는 모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질조사라더니 고유정 얼굴도 못 봤다” 현 남편 분통

    “대질조사라더니 고유정 얼굴도 못 봤다” 현 남편 분통

    현 남편 A씨 “칸막이로 막고 답변도 변호사가 거의 다 했다” 전 남편 살해 및 사체훼손·유기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의붓아들 살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이 현 남편 A씨와 19일 제주교도소에서 대질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대질조사에서 A씨는 고유정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A씨는 “대질조사라면서 정작 고유정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면서 “칸막이를 치고 서로 대화도 나누지 못하게 했다. 고유정은 거의 입을 열지 않고 변호사한테만 속닥였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고유정 측과 A씨 측은 나란히 앉았고, 고유정 측 의자 옆으로 커다란 칸막이가 설치됐다. A씨와 그의 변호인은 칸막이 반대편에 앉았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A씨가 고유정 쪽을 힐끗 쳐다보자 칸막이 뒤로 커다란 가방을 올려 고유정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A씨는 “고유정을 그때 한번 봤다”면서 “마스크를 내리고 변호사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이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고 전했다. 이때를 제외하곤 A씨는 이날 대질조사 10시간 동안 고유정의 얼굴을 전혀 보지 못했다. A씨가 화장실을 갈 때에는 수사관이 고유정을 먼저 데리고 나간 뒤 A씨가 이동하도록 했다. 남편 A씨의 변호인은 “지금까지 형사사건 대질조사 경험상 당사자 사이에 칸막이를 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대질조사는 수사관이 질문을 하면 양측이 답변하는 식이었는데 당사자 간에 서로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질문을 받은 고유정은 자신의 변호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한참 속닥였고, 이를 변호사가 대신 답변했다.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가 정리해 불러주는 내용을 고유정이 그대로 진술했다. A씨는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며 누가 거짓인가를 밝혀내는 조사인 줄 알았다. 의문점을 해소하기보다 그저 쟁점과 관련한 상반된 진술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고 답답해했다. A씨의 변호인 역시 “당사자가 직접 진술해야 대질조사의 의미가 있지, 변호사가 대신 답변하게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피의자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내용을 정리해 진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겠냐”면서 “이런 방식에 대해 항의했지만 고유정의 변호인은 ‘우리는 그쪽 진술에 간섭하지 않으니 우리의 진술 방법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고유정이 기존 입장과 다른 진술을 하면 경찰이 친절하게 모순점을 짚어주며 정정할 기회까지 줬다고 A씨 측은 주장했다. 지금까지 고유정은 자신이 아이가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 3월 1일 A씨가 잠들기 전 차를 한 잔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질조사에서 고유정이 “차를 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하자 수사관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으며 다시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고유정이 진술을 번복하면 경찰이 바로잡아줬다”면서 “모순된 진술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은 오히려 고유정을 도와준 셈”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지지 않는 태양’ 386세대의 민낯

    ‘지지 않는 태양’ 386세대의 민낯

    386세대.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며 5·18, 6·10 등 격변의 현대사를 관통해 온 이들을 설명하는 단어다. 이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1980년대에서 30여년이 지난 지금, 386세대는 날 선 분노와 조롱을 받는 세대로 전락했다. 새 책 ‘386세대 유감’은 ‘못 먹고 못 배운 부모세대를 제치고 일찌감치 30대 때 권력을 거머쥔 뒤, 아랫세대의 길을 막은 채 여태껏 힘과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386세대 비평서다. 20대 민주화운동의 주역에서 50대 기득권 세력이 되기까지 과정을 젠더를 가리지 않고 되짚고 있다. “후속 세대에게 386세대는 지지 않는 태양”(210쪽)처럼 보인다. 오히려 “학연 지연 혈연이 얽히고설키며 그 지위는 더욱 공고”(211쪽)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부와 권력의 대물림, 기회의 독점 등을 욕했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그 모순의 수레바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책은 부동산, 일자리 등 여러 예를 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건 사교육이 아닐까 싶다. 1991년 학원수강이 실질적으로 허용되면서 학원은 일부 운동권 출신 대학졸업자, 전교조 해직교사 등의 피난처가 됐다. 이후 386 출신들이 세운 M학원, E논술학원 등은 사교육 시장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386세대가 학생이었을 때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사교육이 나라를 망친다’-물론 언론도 그중 하나다-였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사교육 시장을 장악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돈을 번 뒤 이제는 교육 개혁을 막는 거대한 세력”(130쪽)이 됐다. 이뿐이랴. 영어 발음을 문제 삼아 자녀에게 혀 수술을 받게 할 만큼 교육에 광적으로 집착한 이들 역시 386세대였다. 책에선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들이 가끔 눈에 띈다. 여러 수치와 통계를 제시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시를 절대 가늠할 수 없고,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는 후속세대를 이해한다는 386세대의 헌사에 아랫세대가 코웃음 치는 것, 386세대가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가치관을 조롱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386세대가 곱씹어야 할 책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애초 당신 세대가 추구하던 가치와 본령을 굳건히 지킬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웰컴2라이프’ 정지훈 “누구나 선택에 대한 후회 있을 것”[1문1답]

    ‘웰컴2라이프’ 정지훈 “누구나 선택에 대한 후회 있을 것”[1문1답]

    MBC ‘웰컴2라이프’ 정지훈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이재상’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부터 촬영장 케미까지 진심을 담은 1문 1답에 관심이 높아진다. MBC ‘검법남녀 시즌2’ 후속으로 오는 7월 29일 첫 방송 예정인 새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연출 김근홍, 극본 유희경, 제작 김종학프로덕션)는 자신의 이득만 쫓던 악질 변호사가 사고로 평행 세계에 빨려 들어가 강직한 검사로 개과천선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수사물. 이중 정지훈은 한 순간의 사고로 다른 평행 세계에 빨려 들어가 강직한 검사로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악질 변호사 ‘이재상’ 역을 맡아 180도 달라진 인생 속에 펼치는 개과천선 활약으로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지훈은 ‘웰컴2라이프’ 출연 이유에 대해 “두 개의 평행이론 설 즉, 현재와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판타지적인 소재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상’이란 역할이 마치 양날의 검처럼 착하고 정의로운 면과 악의적이고 냉혹한 면, 두 가지의 모순적인 느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호기심과 매력을 느껴 선택하게 됐다”면서 “그 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배우 정지훈의 또 다른 모습을 이번 작품에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된다”며 작품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정지훈은 악질 변호사와 강직한 검사의 두 가지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이재상’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 “촬영을 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색깔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 하려다 보니 어렵고, 힘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한편으로는 그러한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기에 매 촬영 때마다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고, 고민하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전해 두 가지 색을 소화 할 그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동시에 정지훈은 “‘이재상’을 연기하면서 점점 남다른 애착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패한 권력자들을 조력하는 악랄한 싱글 변호사와 정의롭고 착한 유부남 검사라는 서로 다른 ‘이재상’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여지는 화목, 따뜻한 가족애, 희로애락적인 감정선에 있어 마치 맛있는 한식, 중식, 양식을 모두 다 같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정지훈은 평행 세계가 있다면 스포츠선수, 혹은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보고 싶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그는 “다른 평행 세계가 있다면 정말 운동을 잘하는 스포츠선수로 살아보고 싶다. 모든 운동을 좋아하지만 구기 종목이 다른 운동 종목에 비해 워낙 취약한 편이라 구기 종목 프로선수가 되어보고 싶다”고 전해 귀를 쫑긋하게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연예인 매니저도 되어보고 싶다. 지금도 제 곁에 있는 매니저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가끔 어떤 누군가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감독해주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보곤 한다”고 덧붙이기도. 또한 정지훈은 “지금까지 촬영한 장면들 대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특수본 사무실에서 임지연(라시온 역), 곽시양(구동택 역), 임성재(양고운 역), 홍진기(문지호 역) 등 팀원들과 함께 하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이때 정지훈은 “시청자분들도 저희 팀원들과 저의 케미스트리가 어떤지 관전포인트로 함께 즐겨 주시기를 바란다”며 특수본 팀원들의 찰진 호흡과 꿀 케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정지훈은 상대역 임지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지훈은 “임지연 배우는 기본적으로 근본이 매우 훌륭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여배우인 것 같다”면서, “이번 기회에 함께 호흡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훈훈함을 선사했다. 끝으로 정지훈은 “‘그때 왜 내가 이런 선택을 했지?’라는 후회를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하는 것 같다. ‘웰컴2라이프’는 그런 후회하는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떨지 예상해 볼 수 있는 가볍고 유쾌한 코믹 수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서 “시청자분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웰컴2라이프’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MBC 새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는 ‘검법남녀 시즌2’ 후속으로, 오는 7월 29일 월요일 오후 8시 55분에 첫 방송될 예정이다. <‘웰컴2라이프’ 이재상 役 정지훈 인터뷰> MBC ‘웰컴2라이프’에서 이재상 역을 맡은 배우 정지훈의 인터뷰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보시고 좋은 소스로 활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웰컴2라이프>를 선택한 이유 일반 타임슬립 소재가 아닌 두 개의 평행이론 설 즉, 현재와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판타지적인 소재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이재상’이란 역할이 마치 양날의 검처럼 착하고 정의로운 면과 악의적이고 냉혹한 면, 두 가지 모순적인 느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호기심과 매력을 느껴 선택하게 됐다. 그 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배우 정지훈의 또 다른 모습을 이번 작품에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된다. Q. ‘이재상’ 연기를 하며 힘든 점 촬영을 하면서 악질 변호사와 강직한 검사, 서로 다른 두 가지 색깔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 하려다 보니 어렵고,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기에 매 촬영 때마다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고, 고민하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Q. 다양한 색깔의 연기가 기대되는데 ‘이재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점점 남다른 애착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부패한 권력자들을 조력하는 악랄한 싱글 변호사와 정의롭고 착한 유부남 검사라는 서로 다른 ‘이재상’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여지는 화목, 따뜻한 가족애, 희로애락적인 감정선에 있어 마치 맛있는 한식, 중식, 양식을 모두 다 같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서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에 대본 공부를 하면서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늘 감독님에게 자문을 구하고 많이 여쭤보며 배우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Q. ‘이재상’처럼 다른 평행 세계를 살아간다면 지금은 연예인으로 살고 있지만 만약 다른 평행 세계가 있다면 정말 운동을 잘하는 스포츠선수로 살아보고 싶다. 모든 운동을 좋아하지만 공으로 하는 구기 종목이 다른 운동 종목에 비해 워낙 취약한 편이라, 구기 종목 프로선수가 되어보고 싶다. 연예인 매니저도 되어보고 싶다. 지금도 제 곁에 있는 매니저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가끔 어떤 누군가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감독해주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보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자든, 가수든 매니지먼트를 하는 매니저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 가장 재미있게 촬영한 장면 지금까지 촬영한 장면들 대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특수본 사무실에서 임지연(라시온 역), 곽시양(구동택 역), 임성재(양고운 역), 홍진기(문지호 역) 등 팀원들과 함께 하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같이 연기하시는 분들이 워낙 재밌어서 현장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 시청자분들도 저희 팀원들과 저의 케미스트리가 어떤지 관전포인트로 함께 즐겨 주시기를 바란다. Q. 임지연 배우와의 호흡 제가 본 임지연 배우는 기본적으로 근본이 매우 훌륭한 여배우인 것 같다. 특히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여배우인 것 같다. 저도 연기를 하지만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함께 연기하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 ‘그때 왜 내가 이런 선택을 했지?’라는 후회를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하는 것 같다. ‘웰컴2라이프’는 그런 후회하는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떨지 예상해 볼 수 있는 가볍고 유쾌한 코믹 수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희 ‘웰컴2라이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000자 인터뷰 22]남기정 “일본의 저강도 복합전술, 잘 읽어야”

    [2000자 인터뷰 22]남기정 “일본의 저강도 복합전술, 잘 읽어야”

    한일 총성없는 전쟁 본격화 7·4 조치, 고강도 단일전술로 오독 안돼 참의원 선거 후에도 대한국 공세 지속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日 존재 각인 의도 남북관계 개선 브레이커 역할 가능성 1+1 민간해결에 한국 단독의 피해자 보상돼야 65년 체제 안정화 위한 외교노력 필요“한국과 일본 양국이 백기를 들고 양보하는 일은 없다. 무기를 들지 않은 총력전에 대비해야 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저강도 복합전술을 고강도 단일전술로 잘못 읽어서는 안된다”면서 “강제동원 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밀려난 일본이 존재를 각인시키고, 남북관계의 브레이커를 할 수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도 포함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Q: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들이 법원에 신청한 일본 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7·4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기습적으로 단행한 배경은 무엇인가. A: 첫째 이유는 현금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조치를 취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보복이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둘째는 7·4 조치를 보면 경제보복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그레이존 같은 조치들을 던져 놓고는 강제동원 문제 등에 대해 일본 정부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조치를 내렸고, 한국에는 위기의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실질적인 보복조치라기보다는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넘어가는 데 90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금화 되는 시기에 맞춘 조치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일본이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청한 상태에서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간다고 하는데 실은 일본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소리가 있다. 일본으로서도 사태 해결을 한국에 촉구한 뜻도 담겨 있다. Q: 일본 외무성은 18일로 설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에 대한 답변이 한국 측에서 없을 경우, 대항조치를 취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중재위 구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았다. 일본 측 대항조치가 예상되고, 거기에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까지 내달 이뤄지면 그야말로 한일의 총성없는 전쟁이 본격화된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이 최악의 파국을 달리고 있다. 향후 전망은. A: 양국이 백기 들고 양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타협의 가능성과 진전을 기대한다면 당사자 간 화해가 최선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금화가 진행되고 일본이 보복으로 나서게 되면 무기만 들지 않은 총력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Q: 21일의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낙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대한국 공세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A: 한마디로 ‘저강도의 복합전술’로 규정하고 싶다. 우리는 그것을 ‘고강도의 단일전술’로 오독(誤讀)하고 있다. 실질적인 위협보다 우리는 위협의 강도를 세게 보고 있고, 강제동원 문제에 국한해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일본은 저강도로 시작한 것이고,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포석을 갖고 있다. 일본의 수를 읽어야 한다. 따라서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통일·여가·교육·복지부 등 관련부처가 다 모여 대응해야 한다. 참의원 선거라는 시점을 아베 신조 총리와 그 측근들이 고려했겠지만 결정적인 타이밍은 아닐 것이다. 한국 내의 ‘참의원 용’이란 해석은 단락적이다. 오히려 7·4 조치로 아베는 재미를 못 보고 있는 게 실상이다. Q: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포석’의 의미는. A: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밀려난 일본이 동원가능한 자원을 가지고 일본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고 본다. 대북 제재를 걸고 나왔고, 사린 가스를 들고 나왔다. 이런 대응은 치밀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아베와 아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평소 생각이 여과없이 분출된 측면은 있다.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와 관련한 일본의 메시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리스트 유지에 필요한 통상협의에 한국이 성실하지 대응하지 않았다는 게 일본 논리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일본이 우리 측에 요청한 협의가 있었던 모양인데 대응하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되었던 것 같다. 과거 중유제공 거부 사례를 생각해보면, 일본이 남북미 협상 구도에 끼어들어 오면 껄끄럽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일본이 협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에 우리가 응할 경우 일본은 대북 제재라든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한국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남북화해로 갈 수 없다는 메시지, 앞으로 남북관계의 브레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 의도는 2017년 미국과 일본의 안보경험자, 정치인, 학자들로 구성된 ‘후지산 모임’이 펴낸 전략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에 나온 거지만, 한국이 한미일 공조체제를 깨고 너무 급속히 일방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 미국과 협력해서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런 인식이 아베와 아베 측근에 있다. 여러가지 포석의 의미란 단기적으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에 대한 일본식 메시지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일본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경제적이면서도 군사안보적이고 정치외교적인 파장을 갖는 수를 구사할 가능성이 있으니 여기에 준비하고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Q: 정부는 ‘1+1’(일본기업+한국기업의 출연금에 의한 배상) 방안을 내놓고 일본 측에 협의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곧바로 거절했다. 지금의 한일 갈등을 푸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1+1 방안, 즉 6·19 제안은 한국 정부의 역할이 명시돼 있지 않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1+1+알파’는 한일 기업의 출연금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것과 분리해서 한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책임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1+1이라는 민간 영역은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고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년이란 역사 해석에 입각한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임시정부가 채택했던 임시헌법 1조에는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의 강점하에서 국민이 고통받고 있었고, 국가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다해 임시정부의 명맥을 이으려는 현 정부가 책임을 다 하라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일부분이다. 모든 피해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책임을 이행한다는 태도로 나간다면, 우리 스스로도 명예롭고 일본에도 떳떳할 것이다. 다만 일본이 공세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이런 방안은 마치 일본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어 곤란하다. 전세를 역전시키는 한 수가 있어야 한다. 일본은 청구권 협정 1조와 2조가 법률적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청구권 협정을 통해 지불된 자금은 한국의 독립축하금 명목의 경제협력이고, 이와는 별도로 대일 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 요구를 읽어보면,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는데, 그게 덫이었다. 왜 한국 정부가 이런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의문이다. 반박 논리를 내세워 국제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2조 위반이라는 일본 논리를 잘 따져보면 사실 위반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에 빗장을 걸어놓고 화해에 응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일본 스스로 포기한 외교보호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어서 2조를 위반하여 국제법 위반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Q: 지금의 제반 문제가 불완전한 1965년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즉,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협정에 담지 못했는데, 65년 체제의 보완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보완이라기보다는 ‘65년 체제의 안정화’라고 말하고 싶다. 한일관계가 발전하면서 협력과 갈등이 동시에 증대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65년 체제, 즉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상 해석의 불일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민지배의 합법, 불법을 놓고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봉합하는 형태로 불완전한 협정이 생겨났다, 한일이 결단해야 한다. 당시 협정 체결에 참가했던 당사자들조차도 이러한 불안정한 봉합 상태가 영구히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국 관계가 성숙해지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봉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봉합이든 미봉이든 언젠가는 터지는 건데, 지금은 하도 많이 기워서 더 기우지 못할 정도로 깊게 벌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조약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게 아니다. 65년 체제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즉 불일치했던 해석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협정 1, 2조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일본의 해석이 무엇인지 물어야 하고,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2010년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의 첫머리에는 ‘한국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식민지지배에 의해 나라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긍지에 깊은 상처를 냈다’라는 대목이 있다. 풀어쓴 말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증명하는 핵심 문장이기 때문에, 법률적인 용어로 ‘불법성’을 인정하도록 하는 외교적 압박을 가해 나아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원님재판이 그리우세요?

    [문현웅의 공정사회] 원님재판이 그리우세요?

    형사사법의 본질은 국가의 고유한 기능인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다.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뿐 아니라 실제적 측면에서도 실체 진실의 발견이 본질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형사사법제도가 실체 진실의 발견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형사사법제도로 인한 주권자인 국민의 신체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받을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어 주권자가 위임한 국가형벌권 행사의 정당성은 붕괴되기 때문이다. 즉 형사사법제도가 도달해야 하는 궁극적 목표는 ‘실체 진실의 발견’에 있다. 역사적으로 실체 진실의 발견을 최대한 실현하려는 다양한 형사사법제도가 존재했는데 현대의 형사사법제도는 기본적으로 판결의 주체와 수사, 기소의 주체를 엄격하게 분리한다. 그리고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도 제대로 된 방어권 행사를 도모하기 위해 변호인 제도를 둔다. 현대의 형사사법제도는 판결의 주체와 수사 및 기소의 주체가 구분되지 않았던, 소위 ‘원님재판’으로는 더이상 실체 진실의 발견을 추구할 수 없다는, 무지막지한 국가 공권력이 행사되는 형사사법영역에서 상대적으로 그 힘이 매우 미약한 주권자인 국민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한다면 이것도 마찬가지로 실체 진실의 발견을 추구할 수 없다는 역사적 반성의 결과물이다. 문학 작품이나 사극을 통해 접하는 원님재판의 모습은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원님의 호통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곧이어 “저 놈(년)을 매우 쳐라”라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명민하고 청렴한 원님을 만나면 억울한 옥살이를 겪지 않을 수 있으나 재수없게도 그렇지 않은 원님을 만나면 억울한 옥살이에 고문까지 당하는 데 이어 목숨까지 잃고 재산까지 거덜날 판이다. 판결의 주체와 수사 및 기소의 주체가 구분되지 않아 서로 견제되지 않는 반인권적인 형사사법제도로는 오판의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어 실체 진실의 발견은 도외시되고 국가 스스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원님재판 시절에 현대와 같은 변호인 제도가 있었다면 원님재판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러니까 관(官)의 수사 및 재판의 모순점을 당당하게 지적할 수 있고 반대 증거를 확보해 제출할 수 있으며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을 수 있도록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수 있는 변호인 제도가 존재했었다면 말이다. 오로지 상상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원님재판은 오판의 대명사라는 불명예를 조금은 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변호인 제도는 형사사법에서 실제 진실의 발견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이고, 변호인의 변호 업무는 실체 진실의 발견을 도모하기 위한 공익적 성격을 띠는 것이며,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수행하는 실체 진실의 발견을 위한 역할에 버금가는 역할을 똑같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인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모두 사임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연일 쏟아지는 비판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살인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것이 정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비도덕적인 행태인가? 그 피고인이 살인자라고 확정이라도 됐다는 말인가? 살인죄로 기소만 됐을 뿐인데도 피고인은 재판 시작 전부터 이미 살인자가 돼 있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되는 재판은 보여 주기 위한 단순한 쇼에 불과한 것인가. 죄를 지었다고 의심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실체 진실의 발견을 목표로 하는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태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인 없는 형사재판을 상상해 보라. 국가가 알아서 나의 억울함을 다 해소해 주겠지 하다가 “네 죄를 네가 알렷다”와 “저 놈(년)을 매우 쳐라”라는 원님재판을 받게 된다. 억울한 옥살이는 늘어나고 진범은 찾을 수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은 하늘을 찌른다. 진정 원님재판이 그리우세요? 그렇다면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아낌없이 비난을 쏟아부어 주세요.
  • 나경원 “민주당, 출석놀이로 겁박”…이인영 “당당히 조사받아라”

    나경원 “민주당, 출석놀이로 겁박”…이인영 “당당히 조사받아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고소·고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당과 일부 무늬만 야당 의원은 사실상 경찰에 견학 한번 갔다 오는 소위 ‘출석놀이’로 야당을 겁박하고 있다”면서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한심한 행태”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며 한국당 의원들의 경찰 출석을 촉구한 데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어 “이들은 국회를 행정부에 예속 시켜 스스로 권한을 저버리고 정권에 충성하는 영혼 없는 국회의원 되기를 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해 “덮어두고 가기에 너무 엄중하다”며 공세를 펼쳤다.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당초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한 처벌의 엄중함을 간과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제 백혜련 의원이 조사받은 데 이어 오늘 윤준호·표창원 의원이 조사받을 예정”이라면서 “민주당은 앞으로 정해진 절차와 법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이 야당 탄압 운운하면서 경찰 소환에 불응하는 것은 민주당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서 “본질은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어기고 국회 회의장 부근에서 폭력으로 회의를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주도해 만든 법을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조사마저 불응하는 것은 모순된 행위”라면서 “수사에 응하지 않는다고 불법이 덮어지지 않고, 시간 끌기로 면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고소·고발을 취하해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당당히 조사받고 필요하다면 처벌받는 것이 우리가 국민 속에서 신뢰받는 국회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헌절 단상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제헌절 단상

    내일모레가 제헌절이다. 우리 헌법은 사람 나이로 치자면 이제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다. 제헌헌법에는 광복과 정부 수립이라는 감동과 기대가 컸지만, 이후 권력욕으로 얼룩진 질곡의 헌정사에서 유감스럽게도 헌법은 늘 부정과 극복의 대상이 돼 왔다. 헌법이 대통령의 재집권에 번번이 걸림돌이었기에 직선제냐 간선제냐 하는 대통령의 선출 방식과 재임 제한의 변경이 그간 행해졌던 개헌의 주된 골자였다. 그 과정에서 헌법이 미리 정해 둔 절차와 한계를 무시한 개헌이 대다수였다. 논리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로써 이른바 ‘위헌적인 헌법 개정’이라는 태생적인 흠을 지녀 왔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라는 열망이 추동력이 돼 여야가 합의한 최초의 개정 헌법이다. 이전 헌법들의 평균수명이 불과 4년 남짓이었던 반면에 현행 헌법은 훌쩍 30년이 넘어 그 수명이 가장 길다. 민주공화제의 핵심 전제이자 징표인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현행 헌법하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세 차례나 이루어졌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또한 국가권력을 두고 다투는 그간의 ‘정치투쟁’이 ‘헌법투쟁’으로 그 차원을 달리하게 됐다. 합헌적인 절차로 불의(不義)한 현직 대통령을 내쫓기도 했다. 이렇듯 현행 헌법이 갖는 긍정적인 성과가 자못 크다. 이전의 여러 헌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도 정치가 문제이지 헌법이 문제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헌법이 바뀐다고 해서 정치가 변하지도 않는다. 물론 헌법이 결코 지고지선의 존재는 아니다. 시간이 흘러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주변 여건이 변하고, 이로써 헌법의 규범력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두고서 권력구도 개편이 개헌의 주된 이슈였지만, 최근에 사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제왕적 대법원장’, 국회 파행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제왕적 국회’ 그리고 ‘제왕적 자치단체장’ 역시 문제인 것은 매한가지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국가권력이 국민들이 떠받들어야 하는 상전(上典) 같은 존재임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촛불 민심은 정당들 간의 밀실 합의나 당리당략에 따른 개헌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개헌을 요구했다.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중에 정부가 직접 개헌안을 마련하고서 국회로 넘겼지만, 국회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서 그대로 폐기해 버렸다. 여기서 폐기된 것은 개헌안만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와 권한도 철저히 무시됐다.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의 당부를 종국적으로 확정짓는 헌법 개정권자인 국민이 갖는 지위에는 적어도 국회로 하여금 개헌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표결 절차를 강제하는 권한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1949년에 제정된 독일 기본법도 지난 5월 70주년을 맞이했다. 마찬가지로 동서독 간의 분단 상황을 겪었고, 우리보다 앞서 이 상황을 해소한 헌법이기에 결코 남다르지가 않다.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본법을 두고서 독일 언론은 ‘기적 같은 마법의 문건’으로 상찬한다. 애당초 서독 기본법은 독일 민족이 통일되는 그날에 새로운 헌법의 제정을 예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분단 상황에서 서독 지역에만 적용되는 이른바 ‘불완전 헌법’ 내지 ‘잠정 헌법’이기에 헌법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서 기본법으로 칭했다. 그런데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기본법이다. 그동안 기본법과 더불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고 또한 오랜 노력 끝에 독일 민족의 재통일을 성취했기에 이 기본법을 버리고 새로운 헌법하에서 굳이 미지(未知)의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사회 내에서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헌 나이로 고희를 같이 맞이하면서도 이렇듯 독일과 우리는 서로 다른 경로를 밟아 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러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한쪽에는 분단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헌법 정치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그저 집권만을 위해 분단을 이용하려는 정치놀음이 내내 행해져 온 까닭도 나름의 답이 되겠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들 중에 가장 높다는 다행스런 기사를 접했다. 그러자 문뜩 얼마 전에 회자됐던 글귀가 떠오른다. ‘임중도원’(任重道遠), 짊어진 짐은 무겁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 실오라기 증거 안 돼… ‘제주판 살인의 추억’ 1심 무죄

    피고인 구속 결정적인 증거 된 미세섬유 법원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 인정 안 돼 합리적인 의심 정황 있지만 증거 불충분” 10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보육교사 피살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11일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모(5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탄 보육교사 A씨(당시 27·여)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제주시 애월읍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피고인이 기거하던 모텔을 수색해 압수한 혈흔이 묻은 청바지는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취득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없고 이에 따른 미세 섬유 분석 결과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며 장기 미제로 남았지만 경찰은 2016년 장기미제사건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를 재개했다. 경찰은 박씨의 차량 운전석과 좌석, 트렁크 등과 옷에서 A씨가 사망 당시 착용한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를 다량 발견,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A씨의 피부와 소지품에서 박씨가 당시 착용한 것과 유사한 셔츠 실오라기를 찾았으며, 택시 이동경로가 찍힌 폐쇄회로(CC) TV를 토대로 사건 당일 박씨가 차량에서 A씨와 신체 접촉을 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박씨를 구속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판 살인의 추억’ 보육교사 살해혐의 택시기사 무죄

    ‘제주판 살인의 추억’ 보육교사 살해혐의 택시기사 무죄

    10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보육교사 피살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등 장기 미제로 남아 있다가 2016년부터 수사가 재개됐지만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1일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5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대부분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택시에 탑승했는 지 밝히기 위한 미세섬유 증거, 피고인의 차량으로 보이는 택시가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모두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수사당국이 피고인의 거주한 모텔방을 압수수색해 피고인이 사건 당일 입고 있었던 청바지를 증거물로 입수했지만, 긴급을 요하는 사정이 없었음에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모텔방을 수색해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간살인죄와 같은 중대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법한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최영 변호사는 “미세섬유 등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며 “2009년 사건 발생 당시 증거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수사당국이 피고인을 용의자로 한정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구속된 기간을 고려해 절차를 거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탄 보육교사 A(당시 2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애월읍 농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2016년 2월 장기미제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재개했고, 검찰이 보강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12월 박씨를 구속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시 확대→자사고 후퇴→고교학점제 연기…줄줄이 꼬인 교육 혁신

    정시 확대→자사고 후퇴→고교학점제 연기…줄줄이 꼬인 교육 혁신

    정시 확대로 수능 강한 자사고·외고 인기↑ 서열화 심화… 내신 절대평가 사실상 불가 톱니바퀴처럼 물리는 교육정책 어그러져 “자사고, 일반고 전환 후 청사진 없어 반발 교육 방향보다 여론에 기대다 혼란 자초”“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고를 폐지하는 문제는 찬반을 묻고 거수를 할 게 아니라 자사고가 교육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해 결정할 사안입니다. 대체 어떻게 대국민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건지 정부에 묻고 싶네요.”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론에만 기댈 경우 어정쩡한 결론으로 혼란만 자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9일 교육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개편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를 2년 뒤로 미뤘다.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혼란은 고교체제 개편과 고교학점제 도입, 대입제도 개편 등 고교 혁신을 위한 교육부의 주요 정책들이 줄줄이 후퇴한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자사고·외고 폐지는 정부의 일괄 폐지가 아닌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으로 사실상 후퇴했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을 시도교육청에 미룬 셈이다. 2017년 발표될 예정이었던 대입제도 개편안은 1년 미뤄진 뒤 공론화를 거쳐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로 귀결됐다. 고교 교육의 다양화와 수업 혁신이라는 애초 방향과 역행하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은 2022학년도에서 2025학년도로 3년이나 연기됐다. 정시 확대는 내신보다 수능에서 강점을 보이는 자사고와 외고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고, 고교 서열화는 더 공고해졌다. 수능이 강화되고 고교 서열화가 심화되면 고교학점제의 전제조건인 절대평가(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도입은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각각 후퇴하거나 연기됐다. 김 선임연구원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 뒤 일반고의 교육을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한 정부의 ‘시그널’이 없는 탓에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외고 폐지 역시 교육부는 정부 차원의 일괄 폐지를 포기하고 대입제도 개편 때처럼 공론화에 의지하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임기 후반에 사회적 논의를 할 경우 정책 추진력이 약해져 흐지부지될 수 있다”면서 “중요한 정책 결정을 정무적 판단에 따라 내년 총선 뒤로 미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15개 자사고를 비롯해 외고와 국제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이뤄져 고교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올해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개선하지 않고 자사고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한다며 지정 취소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교육을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해 여론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 현 정부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변시 낭인 안 돼… 응시 제한해야” 사시처럼 낭인 양산하는 폐해 막아야 “일정 기간 안에 능력 갖추는 것도 평가” 헌재도 합헌 판단… 미국도 기회 제한 “직업 선택의 자유 막혀… 위헌이다” 현행 로스쿨은 장기 수험 생활 불가피 임신·질병 등 예외없는 적용도 지나쳐 변시 전 예비시험 제도 도입 목소리도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0년의 그림자, ‘오탈자’(五脫者)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오탈자는 로스쿨 졸업 뒤 5년 내 5회 이상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더이상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 지금의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응시 횟수 제한이 합헌이라고 봤지만, 법조계 내에서는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마련한 ‘변호사시험 오탈자 해결 방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자신을 오탈자라고 소개한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로스쿨 1~3기 졸업생 중 441명 ‘오탈자’ 신세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 졸업생 가운데 변시 오탈자는 441명으로 추산된다. 변시 합격률이 50%가 되지 않아 오탈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오탈제(制)를 도입한 이유는 사법시험(사시)의 폐해를 극복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간 사시는 대한민국 국가고시의 ‘끝판왕’으로 군림했다. 합격만 하면 단박에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시에 수차례 낙방해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놓친 ‘낭인’도 다수 생겨났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지적이 컸다. 이 때문에 로스쿨은 변시에 통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무기한 격리되는 것을 막고자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했다. 당초 변호사시험법안을 제출할 때 5년 내 3회로 제한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응시 횟수가 2회 늘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 일정하게 유지 적절”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어떤 직업을 꿈꾸든, 그것을 위해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든 선택의 몫은 개인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오탈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시험법 7조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됐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를 인정했다. 정부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고 로스쿨 교육이 끝난 때로부터 일정 기간만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에 법조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주하(법무법인 혜인) 대한법조인협회 대변인은 오탈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학부와 로스쿨까지 포함해 최대 12년이 걸린다”면서 “제도 자체가 이미 장기간의 수험 생활을 전제하면서 ‘응시 기회를 제한해 오랜 시험공부를 차단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탈제 체제에서 변시 응시 횟수와 기간을 놓치는 게 두려운 일부 변시생이 휴·복학을 반복하거나 아예 새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례도 나온다”면서 “로스쿨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수현(법무법인 승우) 대한법조인협회 공보위원회 위원장은 헌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변시 응시 기간을 제한한 것은 응시자가 일정 기간 안에 변호사로서 필수 요소인 법률사무 수행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시 기간을 제한해야 로스쿨 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로스쿨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응시 기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내 5회로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적게는 2회… 35곳은 응시 제한 없어 현행법에서도 예외 조항은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는 기간과 횟수를 유예해 준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신·출산·질병 등 병역의무 외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변시 기회를 유예해 주는 내용의 법안(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계류돼 있다. 로스쿨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개별 주마다 응시 횟수를 달리 부여한다.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20곳이다. 기회를 가장 적게 주는 곳은 아이오와(2회)다. 가장 넉넉하게 주는 곳은 노스다코타·유타·푸에르토리코로 총 6번의 기회를 준다. 제한을 두는 주에서는 대부분 응시생에게 3~5번의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사우스다코타는 총 3번의 기회를 주는데 추가로 시험을 보려면 대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4번의 기회를 주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재응시를 위해 변호사시험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곳을 제외한 나머지 35곳(자치령 포함)에서는 응시 횟수에 제한이 없다. ●“로스쿨 안 가도 누구나 변시 기회 줘야” 오탈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비싼 등록금 탓에 ‘돈스쿨’이라는 오명이 커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리와 입학 특혜 의혹도 불거지면서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 자체가 일부 학생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면서 원래 도입한 취지는 흐려지고 부작용만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 외에도 법학 능력 검증을 통해 누구나 변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오탈자 등 로스쿨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해결할 열쇠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비시험 제도란 로스쿨을 가지 않더라도 법학 지식을 검증하는 별도의 시험을 치르면 변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예비시험 제도를 운영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통제하고 법조인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제도가 아니다”라면서 “꼭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시를 볼 수 있는 우회 통로가 마련돼야 기회의 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비시험이 로스쿨 무력화시킬 수도” 하지만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와 양립하려면 지금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새로운 방식의 법학능력검정시험을 도입해 일정 성적 이상이 되면 로스쿨 2학년 이상으로 편입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로스쿨에서 실무 교육을 받게 되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전문 분야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사학 정상화 가로막는 사립학교법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사학 정상화 가로막는 사립학교법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건강하고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발전한다. 그래서 교육 혁신, 대학 혁신이 필요하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교육부가 먼저 반성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10년간의 구정권 시절에 교육부가 나라를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 나라를 발전시키는 대학의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반대의 반교육적이고 반국가적인 방향으로 일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 왜 반성하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눙치는지 모르겠다.우리 교육에서 혁신학교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현재 전국 초중고에서 1400여 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15% 안팎, 고등학교는 7% 안팎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암기식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자율학교로 자리잡으면서 미래형 교육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학벌·대학서열화 심각… 공론화 과정 있어야 그런데, 이상하다. 초중고에도 있고 유치원에도 있는 혁신학교가 왜 대학에는 없을까? 혁신학교가 초중고에서 시작되었지만, 대학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대학에 혁신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교육부는 왜 혁신학교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대학은 왜 혁신대학을 표방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그러던 차에 교육부가 조만간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초중고의 혁신학교와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준하는 혁신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고등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학벌주의와 심화된 대학서열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만병통치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사회적 문제제기와 폭넓은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의 선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대책에 앞서 문제제기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반면, 사학 비리는 정리해야 한다. 사학 비리와 부패, 대학의 비정상적이고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한 처방은 꼭 나와야 하고 즉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사학 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고 국민적 기대가 높은 문제이므로 정부가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사학 비리에 대한 무관용의 정책 의지를 분명하게 표방하고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사학 정상화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사학 비리를 해소하는 것 못지않게 분규로 황폐화된 사학의 정상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교육부는 사분위와 협력하여 임시이사 파견과 정이사 선임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면서 아울러 사학 비리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종합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 교육부가 사학 비리로 피해를 입은 대학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와 재정 지원 등에서 다시 불이익을 주는 등 2차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반교육적이고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위기 수습을 위해 임시이사를 파견하고서는 아무런 지원책도 없이 수수방관한다거나 정이사를 선임한 후에 정상화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는 식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사립학교법으로 연결된다. 사학 비리를 두둔하고 사학 정상화를 가로막는 사립학교법은 꼭 손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 의지로 사학 비리를 단죄하는 것은 필요하다. 동시에 사학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 정부 출범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다. 국회 상황도 문제지만 정부 여당의 소극적인 자세가 더 문제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지금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국회는 그다음의 문제다. 여기까지가 과거를 정리하는 현안 차원이라면 미래 교육 관점에서 교육의 틀을 재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방 후 지금까지는 개문발차의 교육이었다. 교육 정책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땜질식 처방과 미봉책에 의존했다. 그러나 더이상 미봉책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하다. 대학 교육은 국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국공립과 사립 등 모든 대학은 설립 주체의 차이를 떠나 국가 공교육 체제에 통합되어 있으며, 국가는 대학 교육의 진흥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이 대학 교육의 소비자가 아니라 대학의 주체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교육의 기본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런 연후에 재정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대학은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아니다. 국방, 복지, 경제와 마찬가지로 대학 교육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므로 재정 지원은 당연하다. 왜 사립대에 재정을 지원하느냐고 질문한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사학도 국가 공교육의 한 축이므로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국립대 학생과 사립대 학생의 신분이 양반과 평민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면 차별할 이유가 없고, 국립대를 졸업하든 사립대를 졸업하든 모두 국가를 위해서 봉사할 인재들이라면 더욱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군인, 경찰, 공무원의 3분의2 이상이 사립대 졸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이상 논란이 불필요할 것이다. 사립대도 대학이고 공교육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학평가제도, 재정 지원과 연계해 추진을 사실 초중고에서는 공립과 사립을 구분하지 않고 국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초중고는 의무교육이므로 재정을 지원한다고 말하면 잘못된 설명이다. 초등학교는 처음부터 의무교육이었지만 중학교는 2004년에 완전 의무교육이 되었고 고등학교는 올 2학기부터 부분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국가가 초중고에 재정을 지원하는 이유는 공교육이고 의무교육이기도 하거니와 초중고가 교육에 필요한 재정을 스스로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대학만 예외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했지만 이 방식 또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 교육의 보편화 단계에서 등록금은 사회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는 상황에서 높은 등록금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과중한 부담이다. 반면,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데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도 상당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이 부담스럽고 대학은 동록금만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 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이외의 대안이 필요하고, 여러 방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되어야 하지만, 일단 국가의 재정 지원은 불가피한 요구이다. 향후 대학평가 역시 국가의 재정 지원과 긴밀하게 연계해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은, 반세기가 넘도록 바뀌지 않은 고등교육의 낡은 패러다임을 새 것으로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목표를 새롭게 정리하는 것, 국가 공교육의 관점에서 국공립과 사립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본격화하는 것,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대학평가 제도를 정비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또한 그 전제조건으로 구시대의 유물인 사학 비리를 정리해야 하며 사립학교법 역시 개정해야 마땅하다. 하나같이 시급한 교육 현안이다.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이 정도의 원칙적인 방향 설정에 대해서 더이상의 토론이 필요할까? 상지대 총장
  • “허수아비 같다”… 멜라니아 나무 조각상의 굴욕

    “허수아비 같다”… 멜라니아 나무 조각상의 굴욕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의 고향 슬로베니아 세브니카에 들어선 목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하늘색 원피스 차림의 멜라니아 모습을 형상화한 이 조각상을 둘러싸고 ‘촌스럽다’ ‘허수아비 같다’ 등의 혹평이 쏟아지며 논란도 커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미국 예술가 브래드 다우니는 이민자 출신 아내와 결혼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펼치는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 이 조각상 건립을 기획했다고 6일 CNN에 밝혔다. 세브니카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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