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모성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 한샘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 보잉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81
  • [영화프리뷰] ‘마이 원 앤 온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전 세계 노처녀들의 아이콘이었던 르네 젤위거가 철없는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 ‘마이 원 앤 온리’는 두 아들을 둔 변덕쟁이 철부지 엄마 앤(르네 젤위거)이 새 남편을 찾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린 영화다. 미국 뉴욕 최고의 재즈 밴드 리더인 남편과 결혼해 풍족한 삶을 살던 앤은 남편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를 참지 못하고 결국 10대인 두 아들과 함께 집을 뛰쳐나온다. 대책 없이 긍정적 생각의 소유자 앤은 매력적인 금발과 우아한 외모를 무기로 곧 완벽한 남편감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사업에 실패해 돈을 빌려 달라고 구걸하는 옛 애인, 매너 좋은 척 접근하지만 실제로는 성질 사나운 육군 대령, 무려 11명의 여자에게 청혼한 결혼 중독자 등…. 급기야 수중의 돈은 점점 떨어져 가고, 둘째 아들 조지(로건 레먼)가 여행 동참 거부를 선언하면서 앤은 위기에 봉착한다. ‘마이 원’는 1950년대 초를 배경으로 앤이 두 아들과 보스턴,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등의 도시를 옮겨 다니는 여정을 뒤쫓는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시카고’, ‘콜드 마운틴’ 등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선보인 젤위거의 한층 풍부해진 연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귀엽고 엉뚱한 매력부터 아들을 감싸안는 모성애까지 원숙해진 연기를 펼친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해밀턴의 10대 시절 경험에서 소재를 얻은 영화는 ‘아들을 둔 엄마의 새 남편 찾기 프로젝트’라는 설정도 무난하게 그려 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캐딜락 승용차와 당시 유행했던 의상 등 시대극 분위기를 풍기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다만 초반의 에피소드 전개에 힘이 쏠린 나머지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앤의 심리와 캐릭터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앤의 바람둥이 남편 역의 케빈 베이컨과 남편 후보로 등장하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크리스 노스 등 연기파 매력남들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리처드 3세’, ‘윔블던’ 등을 연출한 영국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의 2009년 작품이다. 1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유한킴벌리 사내출산율 ‘쑥쑥’

    ‘출산 장려 유한킴벌리처럼만 해라.’ 유한킴벌리는 10일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에 힘써온 결과, 2005년 한국 평균1.00명을 밑돌던 사내 출산율이 해마다 상승해 2010년엔 출산율이 1.84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역대 출산율 중 역대 최고를 기록한 1984년 1.74명을 웃도는 수치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2009년 평균 출산율인 1.74명을 뛰어 넘는 것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2007년부터 임산부 간담회를 열어 출산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회사가 들었고, 올해 사내 보육시설을 개원하는 등 모성을 보호하고 가족친화적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7년 대학등록금까지 학자금을 지원하는 자녀수 제한을 폐지했고 지난해 산전 휴직기간을 2개월에서 한달 더 연장했다. 2006∼2008년 순차적으로 정년 퇴직 연령도 55세에서 58세로 높였다. 4조 2교대 근무, 유연근무제(출근시간을 오전 7∼10시로 탄력적으로 운영), 현장 출·퇴근 제도가 시행되면서 여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2005년 4.8%에서 지난해 69.0%까지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시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가족사랑의 날’도 한달에 한번에서 이달부터 매주 수요일로 늘렸다. 유한킴벌리 측은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기저귀 생산량이 1998년 시간당 2만 5400개에서 지난해 5만 3000개까지 증가해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홀대받는 부성애를 변호하다

    홀대받는 부성애를 변호하다

    “내가 네 아버지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대사다. ‘악의 상징’ 다스 베이더가 젊은 주인공 스카이워커와 광선검을 챙챙거리며 싸우다가 내뱉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스카이워커는 절규하듯 외친다. “아냐, 아냐, 그럴 리 없어.”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자식에게 부정될 수밖에 없는, 극복의 대상임을 새삼 상기시켜주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다스 베이더는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아들을 구하는 ‘어쩔 수 없는 부성애’를 확인시켜 준다. 아버지의 숙명과도 같은, 슬픈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엄마 열풍’이 거세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이 바람은 더욱 극심하다. 한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은 쉽게 표현되지 않는다.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 가정과 사회에서 내팽개쳐진 아버지의 존재가 조명받으며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정성과 책임의 측면에서 어머니·아버지가 따로 없을 터인 데도 모성애에 비해 부성애는 인류사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홀대’돼 왔다. 미국 인류학자인 피터 그레이와 커미트 앤더슨은 홀대받는 아버지의 존재를 비교생물학적 연구 방법, 진화학적 관점 등으로 접근하며 그 실체의 복합적 진실을 찾고자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아버지의 탄생’(한상연 옮김, 초록물고기 펴냄)은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종합 보고서’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다름을, 그래서 자식을 대하는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음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보고 입증해 간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섣불리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위로하려 하지도 않고, 잘 드러나지 않는 아버지의 보살핌을 이론적으로 옹호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틀거리를 동원한다. 인류의 진화 과정 속 아버지의 생물학적 기원, 포유류 등 다른 종 수컷과의 비교 연구, 어머니와의 유전적 차이, 사회적 환경 변화, 심리학적 요인, 아버지 되기 전후의 성적 변화 등 아버지에 대해 입체적으로 고찰하고 탐구하는 것. 부성이 발현될 수 있는 아버지의 형태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 우선 생물학적인 수컷, 암컷 사이의 성차(性差)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영장류의 진화론적 암수 관계 변화부터 끄집어낸다. 대부분 수컷 포유류의 새끼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사정하는 순간에 끝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반면, 암컷 포유류는 임신하는 동안, 그리고 새끼를 낳은 뒤에도 젖을 먹이며 보살핀다. 남녀 간에 이미 양육의 차이를 내재하고 있다는 예시다. 시대적으로,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부분은 있지만 ‘인간 아버지’, 특히 현대 사회의 인간 아버지는 사회활동에 대한 개인적 성취 욕구와 별도로, 아버지로서의 직접적 보살핌(안아주기, 씻겨주기, 함께 놀아주기 등)과 함께 경제적 지원(양육비, 교육비 등)이 다중적으로 겹치면서 그 속에서 힘겨워한다고 얘기한다. 전 세계 아버지의 보살핌 형태에 대한 비교문화적 분석도 흥미롭다. 원예농업과 수렵채집을 병행하는 아마존강 유역 야노마미족 아버지는 대단히 호전적이지만 아내가 집안 일을 하는 동안 15~30분 동안 자식을 안고 뽀뽀하거나 볼을 부빈다. 케냐의 반농반목 부족인 킵시기스 족의 아버지는 어린 동생을 돌봐줄 또 다른 자식이 있으면 양육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아버지는 자식이 어릴 때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적극적으로 보살피지만 자식이 커 가면서 그 시간을 줄여 간다. 이에 반해 트리니다드의 아버지는 자식이 영유아기이거나 사춘기일 때보다 성인이 될 무렵, 성인이 된 이후 더욱 활발한 상호작용을 한다. 연구 결과를 전체적으로 보면 다분히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사회학적인 현상 속에서 직접적 공감 및 개인적 위로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실체적이면서 복합적으로 아버지라는 존재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버지됨’에 대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효율적인 통로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2만 2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악어 VS 하마, 혈투 장면 포착…승자는?

    악어 VS 하마, 혈투 장면 포착…승자는?

    악어와 하마가 서로 물어뜯으며 핏물이 튀는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포착돼 관심을 끌고 있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리원데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는 새끼 하마를 노리던 배고픈 악어와 절절한 모성애의 어미하마가 생사를 걸고 맞서고 있다. 특히 악어와 하마가 서로 물어뜯으며 피가 튀는 생생한 장면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격히 돌아갔는지를 짐작게 했다. 이 놀라운 장면을 포착한 영국 출신의 야생동물 사진작가 아르노 제르맹(37)은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악어가 우세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하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하마는 맹렬한 공격으로 악어를 쫓아내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난 6년간 말라위와 리원데 국립공원 일대를 32차례나 여행했다. 마지막 여행에서 큰 수확을 얻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사진은 제르맹이 물총새를 촬영하던 중 순간적으로 싸움이 벌어진 두 맹수를 포착한 것이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악어와 하마의 결투 장면은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물총새 사진도 모두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 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혼모’ 명칭 퇴출된다…”주홍글씨 미혼모에 새이름을”

    ‘미혼모’ 명칭 퇴출된다…”주홍글씨 미혼모에 새이름을”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서울신문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기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가족·친구도 등 돌려요”… 편견에 두번 운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도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조차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 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 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뜻을 모았다. 이날 발족식에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서울신문과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미혼모들이 말하는 ‘미혼모’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 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 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 텐데 그때 도망가는 거 아니냐’고 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 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주홍글씨’ 된 명칭 ‘미혼모’ 이제는 바꿀 때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 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조차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가족까지 외면하는 그들의 현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 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 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낙태, 입양 문제도 해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 (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사업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날 발족식에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본지와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강남구 셋째 낳으면 250만원 ‘최고’

    강남구 셋째 낳으면 250만원 ‘최고’

    ‘셋째 아이를 낳으려면 어느 구가 좋을까.’ 출산율 저하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자치구들이 출산양육지원금(출산장려금)과 신생아 보험료 지원, 초등생 방과후 보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유아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첫째·둘째 아이에 대한 출산장려금과 복지 지원정책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셋째 아이부터는 자치구마다 다소 차이가 난다. 4일 각 자치구에 따르면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역에 거주한 주민들에게 첫째부터 둘째·셋째 등 아이 수에 따라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은 대부분 둘째부터 지급하지만 강북·도봉구(20만원)와 서대문구(10만원), 용산구(5만원)는 첫째 아이에게도 지원하고 있다. 둘째부터는 대부분 자치구가 보태 주지만 많게는 강남·종로·중랑·서초구가 50만원이다. 특히 셋째의 경우 자치구마다 차이가 큰데 종로·중랑·강남·서초·중구가 100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출산율 최하 강남구 가장 적극적 서울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강남구의 경우 출산장려금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다. 구의 출산율은 서울시 평균 출산율인 0.96명(가임기 여성 1명이 출산하는 평균 자녀수)보다 낮은 0.79명에 불과하다. 구는 셋째 250만원, 넷째 이상 500만원 등 지난해 출산지원금으로 22억 8000만원을 책정해 지원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해 상주 인구가 적은 중구도 넷째 300만원, 다섯째 500만원 등 열째 아이까지 최고 3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 중 아홉째 아이가 있는 다둥이 주민이 있어 조만간 최다 금액 지급액이 나올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출산장려금뿐만 아니라 신생아 건강보험료와 모성 건강검진, 직원 보육수당 지급 등 다양한 정책도 펴고 있다. 종로·광진·동작·관악·서초·강남·송파구 등은 셋째 아이 이상 신생아 건강보험료로 월 1만 4000~2만 3000원씩(5년 납입·5년 보장)을 지원하고 있다. 종로구는 보육시설 영아 간식비(1인당 월 1만원)를 지원하고 있으며, 중구는 세 자녀 이상 가정의 모성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다자녀직원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세 자녀 이상 둔 직원에게 근무성적 가산점과 취학전 아동 수당(7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방과후 보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강서·도봉구는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직원자녀 보육수당을 주고 있다. 은평구는 셋째 아이 이후 출생아에게 출산용품 교환권을 지원하고, 강서구는 민간보육시설 영아 간식보조비를 지원한다. 동작구는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할 때 출산 축하 건강용품을 지원하고, 장애인 가정 출산 및 영유아 보육비를 지원하며, 첫돌맞이 축하카드도 보낸다. 서초구는 아이돌보미를 지원하는데 두 자녀 이상 가정(막내가 12개월 이하)에 월 40시간, 세 자녀는 월 80시간의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주고 있다. ●종로, 보육시설 간식비 지원도 한편 서울시에서도 만 6세까지 셋째 아이 이후 자녀에 대해 월 10만원 또는 보육시설 이용료의 50%에 해당하는 양육수당를 지원하고 있으며, 다자녀(3인 이상) 가구에 85㎡ 이하 국민주택규모 건설량의 5~10% 범위 내에서 우선 공급하고 있다. 또 다둥이 행복카드, 다자녀가구 전세대금 대출, 출산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본지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모두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주홍글씨’ 된 명칭 ‘미혼모’ 이제는 바꿀 때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 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조차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가족까지 외면하는 그들의 현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 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 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낙태, 입양 문제도 해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 (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사업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날 발족식에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본지와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미혼모가 말하는 미혼모… “미혼모는 OO이다”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텐데 그 때 도망가는거 아니냐.’고 되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서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시론] 오글 교수와의 추억/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매체경영 교수

    [시론] 오글 교수와의 추억/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매체경영 교수

    내연구실에는 빛바랜 흑백 사진이 한 장 붙어 있다. 한 외국인 노부부와 우리 가족이 함께한 모습이다. 주인공은 나의 학위 공부를 도와준 교수 중 한 분이다. 십여 년 전 방한 당시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저녁 자리에서 찍었다. 노 교수는 당시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 대학 오글 교수였다. 이쯤 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들이 꽤 있겠다. 많은 한국인에게 오글 교수는 낯익은 인물이다. 특히 이 땅의 민주화 과정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쳐 본 기성 세대에게 그는 잊혀지지 않은 인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오글 교수보다는 오글 목사로 더 알려진 그는 이 땅 민주화 운동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최근 무죄로 판결 난 74년 인혁당 사건 고문 조작설을 처음 제기했다가 강제 추방당한 바 있다. 비록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나는 그가 이 땅의 빈한한 자들에게 바친 희생에 감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서울에서 가장 근사한 레스토랑에 내외분을 모셔 저녁을 대접했던 기억이 난다. 오글 교수는 휴전 이듬해인 1954년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아내와 단둘이서 인천시 변두리에 자리를 잡고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이른바 도시산업 선교회의 출발이 된다. 권위주의 시대, 도시산업 선교회는 기업의 ‘도산’을 가져 오는 교회로 기업인들에게는 각인됐지만, 민주화 주역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서울대 강단에도 잠시 섰다. 나는 그와 곧잘 논쟁을 벌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벌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나는 그에 맞서 한국적인 상황 논리를 주장하며 이해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나는 그런 그의 시각을 고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늘 나의 입만 아플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는 십년 전 우리 가족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처음으로 삼성·현대 등 한국의 재벌에 대해 상당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자신이 평생 몸 바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 국가로 위치를 굳힌 이면에는 재벌의 경제적인 뒷받침이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천 변두리 ‘푸세’식 화장실의 추억 등등을 회고하며 당신의 가족들이 한국에 쏟아부은 애정이 마침내 민주화와 경제성장으로 결실을 본 데 대해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격했다. 세월이 흘렀다. 한국은 이제 이웃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노동자들의 권리 또한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로 강화됐다. 오글 교수가 본다면 상전벽해를 느낄 만큼 모든 것은 변했다. 그래서 재벌에 대한 그의 부정적인 시각도 지금쯤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토록 오글 교수에 맞서 재벌을 변호하던 내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재벌의 거친 반격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몽땅 몰아주고 천문학적인 고배당을 챙기는 재벌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부품 업체를 쥐어짜고, 광고마저도 계열 광고사에 맡기고, 한마디로 땅 짚고 재산 불리기일 뿐이다. 현 정부가 총액출자제한제도, 중소기업 고유업종 등 재벌들을 묶어 놓았던 여러 규제를 ‘친(親)기업’을 앞세워 대폭 풀어 준 다음에 벌어진 현상이다. 심지어 삼성·LG·SK 등은 문방구류 같은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중소 문방구 제조업체들이 단번에 몰락했다. 고언하건대 한국의 재벌에게 초과이익 공유를 요구하는 것은 반시장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한국 재벌의 성공 뒤에는 열악했던 노동조건 속에서도 구로공단과 중동 열사에서 흘린 한국인의 눈물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말했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과 파는 노점상쯤 돼 있을 것”이라고. 미국과 미국인이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 줬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부의 대부분을 미국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버핏의 말씀, 한국의 재벌이 반만이라도 들어주면 좋겠다.
  • 소설 이어 연극·뮤지컬·영화로… 다시 부는 ‘맘 신드롬’

    소설 이어 연극·뮤지컬·영화로… 다시 부는 ‘맘 신드롬’

    ‘어머니’라고 하면 그 맛이 살지 않는다. ‘엄마’라고 해야 가슴이 먹먹해진다. 외국도 다르지 않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제목이 ‘플리즈 룩 애프터 맘’인 것처럼 마더(Mother)보다는 맘(Mom)이 울림이 있다. 최근 ‘맘 신드롬’이 다시 거세다.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 연극, 뮤지컬, 영화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발(發) 인기가 한국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2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연극은 전국 순회 공연 중이고, 새달 5일에는 똑같은 제목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작가 노희경이 1996년에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눈두덩이를 벌겋게 만들더니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20일 개봉했다. 개봉하자마자 첫 주말에 1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했다. 외국 영화 ‘마더 앤 차일드’도 28일 가세한다. 앞서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3일’, ‘애자’ 등도 연극·영화 등으로 장르를 바꿔 가며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어떤 작품은 아예 마음껏 울라고 극장 입구에서 휴지를 나눠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신경숙 소설에 대해 미국의 유명 서평가 모린 코리건이 “김치 냄새 풍기는 ‘크리넥스 소설’(눈물을 짜내는 소설)”이라며 “싸구려 위안에 기대지 말라.”고 혹평했듯,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잊고 있던 단어… 힘겨운 삶의 절박한 구원 통로 26일 방북길에 오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이라는 책을 썼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카터 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평화와 봉사의 삶을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릴리언)에게 바치는 사모곡(思母曲)이다. 그는 1976년 대통령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를 키운 어머니부터 만나 보라.”고 했을 정도로 어머니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공공연히 얘기했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디지털과 로봇으로 상징되는 현대 문화는 인간성 상실과 부성 상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근원에 대한 결핍감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문화예술의 몫”이라면서 “이런 시대에 인간의 존재 비의를 설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어머니로 귀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동서고금을 아울러 창조적 감성의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는 얘기다. 이는 문화예술 영역에서 무한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세상이 척박해질수록, 개인의 삶이 힘겨워질수록 편안하고 따뜻한 품을 줬던 어머니는 갈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2009년 서구에서 환호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나 최근 미국에서 각광받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어머니에 대한 인간 본연의 절박함을 보여준다.”며 창작의 감성을 일깨워 주는 존재로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상(像)이 무한희생의 모성, 헌신과 애정의 주체만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문호 막심 고리키의 장편소설 ‘어머니’ 속의 안나는 유약한 어머니에서 혁명가로 거듭난다. 1960년대 주요섭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속의 어머니는 정절이 아닌 욕망을 표출한다. 어머니의 ‘희생’을 반복해서 보여 주며 눈물을 요구하는 요즘의 추세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드코어 신파… 박제가 돼 버린 엄마 최 교수는 “여성 가치, 모성이 품고 있는 긍정의 힘을 그 이미지만을 소비하며 상업주의적으로 활용하려는 문화산업계의 메커니즘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무한 애정과 헌신의 주체로만 어머니를 박제화시키며 우려먹는 최근의 흐름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분히 ‘하드코어 신파’라는 냉소다. ‘엄마’라는 상업적으로 검증된 콘텐츠를 문화계가 안이하게 끊임없이 ‘자기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조용신씨는 “엄마라는 콘텐츠는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면서 “그 자체로 팔릴 수밖에 없는 아주 상업적인 코드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문화 현장의 창의력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다. 연극 ‘친정엄마’에 이어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등을 잇따라 연출해 ‘대학로의 엄마 전문가’로 불리는 구태환 연출은 “흥행 성공의 비결이 단순히 엄마라는 소재에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잊고 있던 정서를 한국적 사실주의로 자극한 때문 아니겠느냐.”고 역설했다. 박록삼·김정은기자 youngtan@seoul.co.kr
  • 정운찬 위원장 “기업간 갑을관계 고쳐야”

    “예전에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간) 갑을 관계를 잘 몰랐는데 몇 개월간 알아보니 심각했다. 갑을 관계는 고쳐져야 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20일 경기 과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기업 소모성자재(MRO), 기업형슈퍼마켓(SSM), 금형 문제 등 세 가지를 꼽고 “이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할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동반성장 로드맵도 밝혔다. 정 위원장은 “2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동반성장지수에 맞는 적합 업종과 품목을 정하고 29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29일 동반성장위 전체회의에서 확정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5월부터 중소기업의 신청을 받게 된다. 위원회는 이르면 9월쯤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 선정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지수 ‘성적’ 발표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56개 평가 대상 기업의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을 끝내겠다.”면서 “오는 7~9월 중소기업 체감도 평가와 내년 1~2월 대기업 실적 평가를 마친 뒤 내년 3~4월이면 최종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전체 임직원은 동반성장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또 다른 경영전략임을 인식하고 ‘동반성장 경영’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유·사산 우려 임산부 나눠서 산전후 휴가

    유·사산 우려 임산부 나눠서 산전후 휴가

    내년부터 임산부는 90일의 산전후 휴가를 지금처럼 연속해서 사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 나눠서 갈수 있다. 유·사산을 한 여성근로자에게는 태아가 16주 미만이라도 5~10일의 보호휴가를 부여한다. 현재는 16주 이상의 태아가 유·사산된 경우에만 30~90일의 보호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 모성 보호와 저출산 대책을 구체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및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예고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90일을 연속으로 사용해야 하는 산전후 휴가는 45일에 한해 출산 전에 나누어 사용하는 게 가능하게 된다. 단, 산모가 유산 경험이 있거나 건강상 이상이 있어 유산 우려가 있다는 의사소견서를 첨부해야 한다. 한편 아직 육아휴직 등 저출산 정책에 남성들의 참여는 저조해 개선이 시급하다. 이날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남성 육아휴직자가 2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6명보다 45.3%가 늘었다. 하지만 전체 육아 휴직자 중에는 1.96%에 불과해 여전히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은 7세 미만 아이를 둔 부모가 각각 1년 이내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육아휴직급여는 월 50만~100만원 사이에서 통상임금의 40%를 받을 수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민규동 감독 “이번 영화엔 동성애 안 나옵니다”

    민규동 감독 “이번 영화엔 동성애 안 나옵니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에서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민규동(41) 감독이 이번에는 눈물 나는 가족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민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중 처음으로 동성애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지만, 새 이정표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1일 개봉)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그를 지난 15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소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가족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뭔가. 전작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 -평생 희생과 절제의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께 민폐만 끼치고, 받기만 한 자식으로서 언젠가 한번쯤은 이런 영화를 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 또 일상적이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멀리했지만, 자꾸만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이야기만 찾는 나를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싶었다. 낡은 앨범을 보자마자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나. 소재의 새로움이 아니라 정서의 새로움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내게도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다. →어떤 점이 그렇게 실험적이었나. -내 작품 중에 처음으로 동생애자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웃음). 스타일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제거하고, 감독의 자의식을 전혀 드러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추구해 온 방향과 관성이 있는데, 확 꺾어서 나를 없애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 마치 도를 닦는 기분이었다. 내 필모그래피(작품 목록)에서 이정표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그토록 절제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나. -두달 전에 20년 지기 대학 동창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끝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외할머니와 이모를 떠나보낼 때도 그랬지만, 막상 죽음이 닥치니 믿겨지지 않았다. 죽음은 일상화된 일이지만 제대로 보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나는 어떻게 떠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됐다. “정말 고마웠다.”는 마지막 인사를 끝까지 유예하다가 삼키는 경우도 있다. 관객들도 친구나 가족의 모습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가족들이 엄마 인희(배종옥)가 자궁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어쩔 수 없이 신파로 흐르긴 했지만, 감정을 절제하려는 연출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노골적인 ‘크리넥스 무비’(눈물을 짜내는 영화)가 되지 않도록 많이 절제하고 노력했다. 감정이 깊어지거나 눈물을 강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밝은 일상의 모습을 교차시켰다. 밝은 모습을 연출할 때도 절제미를 살리려고 했다. 가족은 힘든 것이기도 하고, 소중한 것이기도 하며 죽음은 일상적이면서 충격적이다. 이중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일에만 신경쓰는 가장 정철(김갑수), 툭하면 사고치는 동생 근덕(유준상), 언제나 바쁜 큰딸(박하선) 등 가족 구성원들이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가족을 예찬하거나 모성애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족이 형벌이거나 지옥같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가족애를 아무리 외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냥 가족이 어떤 것인지를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보여준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해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희경 작가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만큼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은데. -특별히 차별화에 대한 강박은 없었다. 다만 글에 담긴 솔직한 정서를 놓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바꾸려고 애썼다. 인희의 아들과 딸이 현대적인 욕구와 갈등을 갖춘 캐릭터로 그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원작과 달리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김지영) 부분을 가장 두껍게 표현했다. 가장 큰 짐이지만, 엄마의 아픔과 외로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연출 면에서도 전작과의 차별화가 많이 느껴졌는데. -그동안 감각적인 빠른 호흡을 선호했다면, 이번에는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롱테이크(길게 찍기)를 많이 썼다. 한 장면을 여러번 찍기보다는 배우들이 뻔한 연기가 되지 않게 한번에 감정을 폭발시키도록 했다. 주목받지 못해도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느낌을 야생화에 비유해 영화 전반에 꽃 컴퓨터그래픽(CG)을 많이 사용했다. 영화 마지막에 인용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구도 어머니를 비유한 것이다. →인희 역에 배종옥씨를 캐스팅했는데, 어떤 엄마로 그리고자 했나. -겉으로는 명랑하고 주체적이지만, 속으로는 희생적이고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엄마로 그리고자 했다. 잔소리도 하지만, 자식들과 친하게 지내는 전통과 현재가 혼합된 이미지로 표현했다. 원작과 달리 죽음을 앞두고 모든 갈등을 직접 해결하고 화해하려는 한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 유독 공동 주연을 내세운 영화가 많았는데. -절대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웃음). 공동 주연작은 다양한 인물이 주는 재미가 있지만, 캐릭터를 따라가기가 복잡해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을 시키기가 어렵다. 등장과 퇴장의 리듬과 부재하는 자의 존재감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 3~4편을 만드는 것처럼 힘이 든다. 영화는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나도 다음엔 원톱(주인공이 한 사람)이나 투톱 영화를 해 보고 싶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아들이 15년 전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묵묵히 지지해 준 어머니가 모처럼 불편해하지 않고 볼 만한 영화가 나왔다며 환하게 웃는 민 감독. 다음 영화 제목은 무조건 10자 이내로 줄여 보겠다는 ‘각오’도 덧붙인다. 차기작은 액션 스릴러란다. 자신의 본격적인 장르 영화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새롭지 않으면 좀처럼 동인(動因)이 생기지 않는다는 그의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씨줄날줄] 신사임당/최광숙 논설위원

    신사임당, 엘리자베스 여왕, 마리 퀴리. 이들의 공통점은? 화폐에 등장하는 여성이다. 마리 퀴리의 화폐는 유로화 통용으로 프랑스에서 사라졌지만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14개국 화폐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화폐는 한 나라의 역사를 품는 상징이자 각국의 정치·문화 등을 아우르는 예술품이기도 하다.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 지폐가 도입된 것은 2009년 6월. 당시 유관순 열사를 지폐의 첫 여성으로 모셔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양성평등 의식 제고와 여성의 사회 참여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신사임당으로 정해졌다. 신사임당은 조선시대 예술가다. 1504년 외가인 강원도 강릉에서 다섯 딸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시와 글씨,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7세 때부터 스승 없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린 풀벌레 그림을 마당에 내놓고 여름 볕에 말리려 하자 닭이 와서 살아 있는 풀벌레인 줄 알고 부리로 쪼아 그림이 뚫어질 뻔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잔치에 갔다가 빌려 입고 온 치마에 술을 쏟아 난처해하던 동네 처자를 위해 치마폭에 포도덩굴을 그려 얼룩을 감춰줬을 정도로 그는 인간미 넘치며 창의로운 예술가였다. 명종 때 어숙권은 ‘패관잡기’에서 “사임당의 포도와 산수는 절묘해 평하는 이들이 ‘안견(安堅)에 버금간다’고 한다. 어찌 부녀자의 그림이라 경홀히 여길 것인가.”라며 그의 예술적 재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재화가 사임당은 사후 100년이 흐른 17세기 중엽 유학자들로부터 대학자 율곡 이이를 낳은 현모양처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아들 그늘에 사임당의 예술적 재능은 가려지고 부덕과 모성을 갖춘 현모양처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유교 사회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주체적인 신여성이라 할 수 있다. 재능을 연마하면서도 자식들을 큰 인물로 키워냈다. 게다가 공부를 게을리하고 그릇된 무리들과 어울리는 남편을 바른 길로 이끌어 동반자적 관계를 열어 보인 미래형 여성이기도 하다. 사임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할 정도다. 최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자들이 마늘밭에 묻어뒀던 돈들이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이라고 한다. 불법자금이 연루된 사건에는 어김없이 5만원권이 등장한다. 신사임당의 수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잘못된 길을 가던 남편마저 꾸짖던 신사임당이 오늘날 땅속에서 검은 돈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처지를 어찌 생각할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김승우 “21년만에 첫 악역… 부담만큼 성취감도 컸죠”

    김승우 “21년만에 첫 악역… 부담만큼 성취감도 컸죠”

    불혹을 넘긴 나이에 비로소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됐다는 배우가 있다. 데뷔 21년차 배우 김승우(42)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뮤지컬과 TV 토크쇼 진행자 등 왕성한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그를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나는 아빠다’(14일 개봉)의 주연으로 충무로에 컴백한 그는 상당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이후 5년 만의 영화 주연작인 데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한번쯤은 해볼 법한데, 그동안 악역은 한번도 섭외가 들어오지 않았어요. 물론 건달이나 깡패 역할을 맡은 적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악행이 드러나는 독하고 강한 ‘나쁜 남자’ 캐릭터는 처음입니다. 그런 면에서 부담도 되고 도전에 대한 성취감도 컸습니다.” 드라마 ‘신데렐라’나 영화 ‘고스트 맘마’ 등 대부분의 출연작에서 부드러운 남자를 연기해 온 그에게 악역 섭외가 들어오지 않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은 연기 제약을 가져왔고 스스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전엔 열정 없는 배우로 남기보다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배우를)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40대가 되기 직전에 뮤지컬(‘드림걸스’)을 통해 무대 연기를 경험하고,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새롭게 느끼게 됐습니다. 운이 좋은 편이죠.” ‘해변의 여인’(2006)의 홍상수 감독과 영화 작업을 하면서 정형화된 연기의 틀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김승우. 주연만 고집해 온 자존심을 버리고 과감히 조연을 선택한 드라마 ‘아이리스’는 그의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연기력으로 승부한 결과 ‘미친 존재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언제나 포스터 맨 앞에 있던 이름이 네 번째로 밀린 것을 보니 좀 착잡하더라고요.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좋은 반응을 얻고 나니 어떤 작품에서건 배우로서 역할을 잘해낸다면 충분히 평가받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큰 배역, 작은 배역은 있어도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다.’는 연기 개론서에 나온 말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죠.” 위기와 슬럼프를 겪은 뒤에 연기에 대한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그에게 이번 영화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아빠다’에서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유일한 혈육인 딸을 살리기 위해 악행도 마다하지 않는 형사 한종식 역을 맡았다. 종식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뺏을 수 있는 ‘나쁜 아빠’다. “다른 건 몰라도 아빠 감성은 제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아이를 낳고 나서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다는 부모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부성애도 모성애 못지않거든요.” 탤런트 김남주와의 사이에 딸 라희(7), 아들 찬희(4)를 두고 있는 김승우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니 눈을 빛낸다. 아버지가 된 뒤에 한 인간으로나 배우로서 생각하고 생활하는 패턴 자체가 달라졌다는 그는 극 중 종식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영화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딸을 위한다지만 (종식처럼) 남의 생명까지 빼앗는다면 용서를 받을 수 없겠죠. 범법행위만 빼면 저라도 뭐든 할 것 같아요.” 항간에는 김승우의 아이들이 흑인이어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아이들도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인데, 유명인의 2세라는 이유로 무조건 얼굴이 알려진다면 나중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그런 소문을 들었을 때는 너무 상처받아서 적극 대응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제는 그런 말이 다 우습게 느껴집니다.” 김승우의 휴대전화에는 가족 사진이 ‘보물 1호’로 저장돼 있다. 그의 말처럼 딸은 엄마를, 아들은 김승우의 목도장이나 다름없었다. 딸이 자기 등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유치원에 갈 때 벌써부터 가슴 한편이 저리다는 그는 거실에 TV를 두지 않는 독특한 교육법으로도 유명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목적의식 없이 영상 매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 싫었어요. TV와 가까워지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도록 지도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가 배우란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 딸이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얘기를 듣고 “엄마가 ‘내조의 여왕’이야?”라고 물어봤을 정도. “어려서부터 연예계의 화려함을 동경의 대상으로 꿈꾸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요즘은 아이들을 연예인으로 키우려는 분들이 많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대중의 평가로 인해 인기를 유지하는 배우는 쉬운 직업이 아닙니다. 저 역시 아들이 태어난 뒤 출연작이 없어 뭘 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인 적이 있었으니까요.” 30대 후반에 슬럼프를 겪은 뒤 ‘식스팩’(근육)보다는 깊은 연기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5월 MBC 새 월화 드라마 ‘미스 리플리’(가제)의 주연을 맡아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 멜로물이다. “영화 ‘남자의 향기’ 이후 멜로 연기에 하도 지쳐서 가급적이면 멜로물은 안 하겠다는 선언을 한 적이 있었죠. 표현 방식과 방법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40대 남자의 사랑이야기인 만큼 제 나이대의 화법으로 잘 표현해 보고 싶어요.” 그는 1990년 1월 영화 ‘장군의 아들’ 단역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떨림과 설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10년 뒤에도 지금의 모습과 행복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김승우. 그 자신도 빨리 보고 싶다는 50대 연기자 김승우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물에서 자유롭지만 뭍에서 살아갈 숙명

    ‘세상 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되었고, 모든 것은 물로 되어 있다.’라고 2000여년 전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얘기했다. 대단히 낮은 단계 유물론의 시작이었다. 과학적 사실이야 일찌감치 부정되었지만 구병모(34)의 장편소설 ‘아가미’(자음과모음 펴냄)에 있어서 탈레스의 이론은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도, 현실에 쫓겨 선택하는 삶의 마지막 공간도, 삶을 새로 시작하는 공간도 모두 강이나 호수, 혹은 큰비와 같은 물이다.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로 판타지를 리얼리즘과 결합시키는 만만치 않은 솜씨를 과시한 구병모의 두 번째 장편이다. 강렬한 물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판타지는 역시나 독특하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아버지에게 안겨 호수에 들어갔다 자신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는 ‘곤’이다. 출입이 금지된 호수 마을에서 고기를 잡으며 사는 노인과 외손자 강하가 구해낸 곤이는 놀랍게도 몸에 아가미와 비늘이 있다. 그는 회칼에 난자되는 원초적 공포를 안고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곤이는 필연적으로 물 안에서 푸근함을 느낀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사회적 관계가 끊어졌다 하더라도 물에서 목숨을 잃을 뻔하다가 다른 이에 의해 구해진 곤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이와 관계로 얽혀지게 돼 있다. 강물에 빠진 해류를 구해내는 것은 곤이의 몫이다. 마약에 찌든 모습으로 십수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강하의 생모 이녕에게 모성애에 기반해 원초적 성애의 기운을 되찾게 해 주는 것도 곤이의 역할이다. 그러고 보니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모두 물에서 시작되었고 물로 되어 있다. 강하, 해류는 말할 것도 없고, 이녕(泥
  • [신달자 시인 신작 출간] 종이에 담은 인간의 본성과 문학적 始原

    [신달자 시인 신작 출간] 종이에 담은 인간의 본성과 문학적 始原

    1964년 등단했으니 반백년 가까이 시(詩)를 업(業)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희고 흰 여백의 종이를 앞두면 여전히 귓가에 울려퍼지는 그 소리, 종소리…. 시가 마음껏 뛰놀 그 공간을 마주하는 순결함은 스무살 그 시절의 설렘과 하나다. 신달자(68) 시인이 종이를 주제로 쓴 시 76편을 모아 시집을 펴냈다. 제목 역시 ‘종이’(민음사 펴냄)다. 그의 시편에 이르러 종이는 단순한 글감 이상의 의미를 띤다. 생명과 우주의 사유로 가 닿게 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며, 시와 더불어 위기에 처한 비운의 처지를 애달프게 노래하는 호출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문학적 시원(始原)을 내밀히 고백한다. 그가 종이와 맺은 ‘첫 경험’은 원초적이고 육감적이며 순정적이다. 아주 오래전 시인의 숙명으로서 종이와 자신 사이의 관계 사이에 놓인 비의(秘意)에 천착할 수밖에 없음을 퍼뜩 드러낸다. 신달자는 ‘나 어린 처녀 때/ 가랑이에서 물컹 살점 떨어지는 기미 있었는데/…/ 문 걸어 잠그고 나 그걸 종이에 묻혀 보았는데/…/ 종이에게 첫 여자를 바친/ 종이와 관계한’(‘꽃 비친다 하였으나’ 중) 자신으로 표현한다. 또한 ‘…/ 저 유리종이에 베이고 싶어 붉은 피 흘리고 싶어 서럽게 금 긋고 싶어/ 나 스무 살 가슴에 한 장 종이와 맞서기로/ 입술 베며 맹서했었네’라고 50년 전 어느날로 시선을 돌린다. 사라져 가는 종이에 대한 묵시록적 예언도 곁들인다. ‘인피가 있다는 거 알아?/…/ 문명의 기술보다 종이가 더 귀해지면/ 요즘 흔하다는 성폭행보다/ 사람들 피부를 겁탈?’(‘인피’ 중)이라고 적는다. 털 뽑고 피 씻어낸 생닭 한 마리를 보고서도 ‘아뿔싸!/ 나는 한 순간 필기도구를 찾고 있었네’(‘백지2’ 중)라고 고백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종이가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커져 갔고 죽어 간다는 말도 나왔다.”면서 “7년 전부터 준비한 이 시집 속에 따뜻함, 영원함, 모성, 순수, 고향 등을 종합해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그리워하고 그 본성을 되찾아 보려는 한톨의 씨앗이자 한 시인의 종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갈무리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신경숙 “미국에서는 신인작가 엄마의 울림 전하고파”

    신경숙 “미국에서는 신인작가 엄마의 울림 전하고파”

    “서점에, 한번, 가 봐야죠. 27년 전 첫 책(‘겨울우화’)이 나왔을 때도 그랬어요. 정말 서점에 내 책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이곳에서는 또다시 신인 작가니까…. 책 한 권, 직접 사 보려고요.” 오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 미국 출간을 앞둔 신경숙(48)은 여느 때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국제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신경숙의 목소리에 담긴 달뜬 기운은 쉬 감춰지지 않았다. 문학평론가인 남편(남진우 명지대 교수)과 함께 1년 일정으로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그는 현지 간담회 일정 등 책을 둘러싼 얘기를 전할 때마다 애써 에둘렀지만 애정을 담뿍 담아냈다. “출판사가 일정을 잡아 놓아 따라갈 뿐이지 솔직히 자세히는 잘 몰라요. 다만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말 ‘엄마’가 갖는 울림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해요.” ●5월부터 유럽 북투어… 7개국 출간 ‘엄마’의 영문판 제목은 그대로 직역해 ‘Please Look After Mom’이다. 5일 뉴욕한국문화원 리셉션을 시작으로 한달 동안 시애틀·필라델피아·피츠버그 등 미국 전역을 돌며 낭독회와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갖는다. 5월 18일부터 6월 17일까지는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영국·노르웨이·네덜란드·프랑스·폴란드 등 유럽 지역 북 투어가 잡혀 있다. ‘엄마’는 영문판 발간에 맞춰 이들 나라 언어로도 출간된다. 그런데 영문판 표지가 독특하다. “처음에는 젊은 여자 사진이 조금 서먹했는데 자꾸 보니까 정이 들더라고요. 매그넘 사진 작가가 찍었대요. 뒷배경은 서울이고….” 매그넘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사진작가 그룹이다. 일부러 서울을 배경으로 찍었다고 하니 미국 출판사(크노프)가 그의 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초판으로 찍은 10만부는 예약 판매만으로 벌써 소진돼 2쇄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 엘르, 퍼블리셔스 위클리, 라이브러리 저널 등은 이미 일제히 서평 코너에 상찬을 실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4월의 특별한 책’에 올려놓았고, 반즈앤드노블 서점은 ‘2011년 주요 책 15권’에 포함시켰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7년 ‘태엽 감는 새’를 미국에서 낼 때보다 관심이 더 뜨겁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무라카미 책을 미국에 소개한 출판사도 신경숙 책을 낸 크노프다. ●하루키 美데뷔 때보다 반응 뜨거워 ‘엄마’ 영문판 책값은 24.95달러. 딱딱한 하드커버인 점을 감안해도 꽤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인기가 많다 보니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은 아예 신경숙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 ‘엄마’ 영문판은 물론 ‘풍금이 있던 자리’,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딸기밭’ 등 신경숙 책 6종(한국어판)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대부분 중고책이다. 아마존 킨들은 ‘엄마’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낼 예정이다. 2008년 국내 출간된 ‘엄마’는 170만부가 팔렸다. 신경숙 소설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는 ‘섬세함’이다. 그 특유의 감성과 언어의 매력을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까. “1년 가까이 번역자 김지영씨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덕분인지 영어 표현에 가깝게 돼 번역본처럼 읽히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출판계는 상실된 모성에 대한 애틋함은 언어를 떠나 세계 공통의 코드라는 점에서 신경숙의 미국 데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낯선 타국(他國) 생활에 더 정신이 쏠려 있는 듯했다. “아직도 낯설어서 헤매고 있어요. 지난해 9월 2일 (미국에) 왔으니까 일곱 달 돼가네요. 어? 벌써 7개월? 그 시간이 다 어디로 갔지?” 신경숙은 “서울에서 너무 정신없이 지내 쉬러 온 기분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쉬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티켓 끊어 한달에 한번씩 오페라 보고 전시회, 미술관, 음악회장을 다닌단다. 짬짬이 재미있는 대학 강의도 찾아 듣고 한참 어린 학생들과 독서 모임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고국에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잊지 않았다.“왜 안 그립겠어요. 나를 가장 자유롭게 해 주는 말은 단 하나뿐인데…. 곧 내 책상 앞으로 돌아가야죠.” 그리고 덧붙인다. “한국 돌아가는 사정도 잘 모르고, 여기(미국) 일도 뭔가 벽이 하나 있는 것 같고, 약간 경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게 오래되면 곤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의 고향은 모국어’라는 명제가 새삼 떠오른다. 신경숙은 오는 8월 말 여름의 절정에 서울 평창동 집 책상으로 돌아온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NYT,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호평

    오는 5일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의 영문 번역본 출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북스 오브 더 타임’ 코너에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NYT는 이 책이 ‘주부들의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소개했다. 서울역에서 실종돼 끝내 나타나지 않는 한 여성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남편과 자식들이 과거를 회고하며 엄마가 얼마나 가족들을 위해 사랑과 헌신을 했는지를 슬프게 담아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한국에서 발간된 후 모성 신드롬을 일으키며 150만부 이상이 팔렸고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22개국에 판권이 판매됐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아픈딸 위해 기어다닌 엄마의 모금 알고보니…

    지난 22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대로변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기 엄마가 아기를 안은 채 길거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여성은 딸을 안고 무릎을 꿇은 채 1㎞를 기어가며 “딸을 살려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딸은 시력을 점차 잃는 악성 망막 종양에 걸린 상태였다. 이 사연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자 어떤 네티즌이 그녀에게 “아픈 딸을 안고 거리를 기어가면 2만 위안(약 340만원)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는 것. 하지만 ‘부잣집 아들’이라는 아이디의 이 남성이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녀의 모성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틀 동안 무려 28만 위안(약 4760만원)을 기부했다. 이야기는 눈물겨운 모성애와 따뜻한 시민정신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현지 기자들이 미담을 취재하던 중 석연찮은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여성과 돈을 주겠다는 네티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딸을 도와달라는 글을 읽은 남성은 해당 여성에게 직접 연락해 “당신이 무릎을 꿇고 1㎞를 가도 나는 돈을 주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내게 분노하며 당신에게 더 많은 기부금을 줄 것”이라며 공작을 도모했다. 이 여성이 아이디 ‘부잣집 아들’의 남성과 기부금을 나눠갖는 등 어떠한 약속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사실이 폭로된 이 여성은 “기부 받은 치료비를 다시 내놓겠다.”며 용서를 바란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아픈 아이를 보는 엄마의 심정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 “자식의 목숨은 귀하고 선량한 시민들의 마음은 귀하지 않는거냐.”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