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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1회 칸영화제를 가다] ‘실화영화’ 열전

    [제61회 칸영화제를 가다] ‘실화영화’ 열전

    |칸(프랑스) 이은주특파원|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22편이 처음 공개되며 작품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칸은 지난해 환갑 잔치를 화려하게 열었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흐름이 눈에 띈다. ●숀 펜의 영향… 정치사회적 메시지 담은 영화 강세 올해 칸영화제는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쟁부문에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영화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반전운동에 앞장서 온 심사위원장 숀 펜의 정치적 성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는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익스체인지’.1928년 미국 LA에서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아이를 유괴당한 어머니(안젤리나 졸리)가 부패한 공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회복지, 치안 문제와 함께 모성애·아동범죄 등 광범위한 주제를 긴장감 있게 다뤄 대상인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2일 공개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체’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쿠바의 혁명영웅 체 게바라의 일생을 담은 이 영화는 무려 4시간 28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 시사회장 앞에는 영화를 보려는 취재진과 일반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 영화는 쿠바혁명과 볼리비아내 게릴라 활동, 미국방문 등을 교차편집 방식을 통해 보여준다. 혁명영웅의 일생을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린 수작이라는 평. 이스라엘 출신 아리 폴만 감독의 다큐 애니메이션 ‘바시르와의 왈츠’도 르몽드 등 현지 미디어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82년 이스라엘·레바논전쟁에 참여한 주인공이 잊었던 기억을 통해 당시 전쟁의 참상을 비판한다. ●칸이 새롭게 주목한 ‘남미영화´ 지난해 루마니아 등 유럽과 한국·일본의 예술영화에 관심을 보였던 칸은 이번엔 남미영화의 ‘신선함’에 눈을 돌렸다. 개막작 ‘눈먼자들의 도시’를 비롯해 ‘중앙역’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월터 살레스 감독의 ‘리나 데 파세’, 아르헨티나의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의 ‘레오네라’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중 ‘레오네라’는 살인 혐의로 수감된 한 여성이 감옥에서 아기를 낳은 뒤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다룬 작품으로, 여주인공 줄리아 역의 마르티나 구즈만은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영화의 초기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공동 제작에 참여한 파인컷의 서영주 대표는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감독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모성애를 주제로 한 ‘레오네라’는 배경음악과 열린 결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유럽영화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로 세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노리는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이나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헝가리 영화 ‘델타’ 등도 현지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영화 ‘4주,3개월, 그리고 2일’ 같은 평단의 쏠림 현상이 없는 가운데 칸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erin@seoul.co.kr
  • 졸리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며 촬영” 이스트우드 “아동 범죄 잔인성 담아내”

    |칸(프랑스) 이은주특파원|“연기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영화 ‘익스체인지(The Exchange)’로 제6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33)는 출연 소감을 묻자 자신의 어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익스체인지’는 유괴당한 아이를 찾으려는 한 어머니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1928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영화를 찍기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정말 자상하신 분이었죠. 이번 역은 제게 큰 ‘도전과제’였는데 촬영 내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고, 오히려 제가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졸리는 이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아이가 바뀐 것을 알고 부패한 공권력에 맞서는 모성애가 강한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녀는 “시대적 배경이 1920년대임을 감안할 때 한 여성이 정부나 경찰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주제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작품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78)가 영화 ‘미스틱 리버’ 이후 5년 만에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이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숀펜이 ‘미스틱 리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까닭에 ‘익스체인지’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기대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이에 대해 이스트우드는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나도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아봤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작품이 수상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이미 작품이 공개된 순간 내 손을 떠났고 영화는 즐기기 위해 보는 것 아니냐.”며 수상에 대한 부담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익스체인지’에서 아동유괴나 살인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스트우드는 “아동 상대 범죄는 가장 끔찍한 범죄로, 내 영화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한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자신의 78번째 생일을 앞두고 가장 큰 ‘생일선물’인 황금종려상을 기다리는 이스트우드.‘황야의 무법자’ 등에서 명배우로 이름을 날린 그는 이번 영화에 직접 출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나이가 들수록 카메라 앞보다는 뒤에 서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erin@seoul.co.kr
  • 눈물 겨운 4人4色의 ‘모성애’

    눈물 겨운 4人4色의 ‘모성애’

    2006년 첫 방송된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기획 김환균, 연출 김새별·이근행)이 세 번째 시리즈를 내보낸다.17∼20일 방송될 세 번째 ‘사랑’ 이야기는 자기희생적인 사랑의 전형이라 할 모성애의 네 가지 모습을 다룬다. 그동안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너는 내 운명’,‘안녕 아빠’), 장애를 넘어서는 모자간의 사랑(‘돌시인과 어머니’) 등 만남과 이별을 통해 깨달아가는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그려왔다. 17일 오후 10시50분에 방송되는 ‘엄마의 약속’은 지금은 고인이 된 안소봉씨의 이야기다. 지난해에 처음 소개된 안씨의 삶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도 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위대한 모성을 보여준다. 딸 소윤이를 낳자마자, 위암 말기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안씨. 이때부터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이 시작됐지만 그녀는 소윤이에게 돌잔치만큼은 직접 치러주겠노라고 약속하며 이를 악문다. 결국 딸과의 약속을 지킨 안씨는 돌잔치 다음날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순간에도 딸아이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안씨의 모습에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진다. 18일 오후 10시50분에 방영되는 ‘늦둥이 대작전’은 한 부부가 늦둥이로 입양한 아이에게 쏟는, 핏줄을 넘어선 진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19일 오후 11시10분에는 자신이 암에 걸려 투병하던 중 아들도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황정희씨의 사연을 소개하는 ‘울보 엄마’가 방송된다. 마지막으로 20일 오후 11시10분에는 사랑의 결실로 얻은 아이를 기르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일기를 담은 ‘우리 신비’가 전파를 탄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명동대성당 문화축제 보러 오세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이 5월 가정의 달과 성모성월(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는 달)을 맞아 제4회 ‘2008 명동대성당 문화축제’를 개최한다.5월 한 달간 진행되는 이 축제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5일 오후 7시30분 대성당에서 열리는 ‘제4회 명동 어린이합창제’에서는 가톨릭ㆍ개신교ㆍ불교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을 볼 수 있다.6일에는 오후 8시부터 대성당에서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2∼13일)의 일환으로 열리는 메시앙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 9회째인 ‘노래의 날개 위에’는 12일 오후 8시 대성당에서 무료 자선병원인 요셉의원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로 꾸며진다.‘노영심 오월의 피아노’ 연주회는 16일 낮 12시 대성당에서 열리며 이해인 수녀가 특별출연할 계획이다. 문의 (02)774-1784.
  • “가족과 함께 연극 한편 어때요”

    “가족과 함께 연극 한편 어때요”

    노동자의 날, 주말, 어린이날이 맞물린 5월의 첫주. 긴 연휴를 보낼 관객들에게 1∼2월 춘궁기를 넘어선 공연계의 ‘물 오른´ 수작 세 편을 소개한다. #서울살이 시름 날려요,‘빨래’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뮤지컬 ‘빨래’(작·연출 추민주)는 창작 뮤지컬의 한계로 흔히 지적되는 이야기와 노래의 부족함을 착실히 실력으로 채운 수작이다. 이야기 설계도는 정밀하고 20곡의 창작곡들은 유려한 멜로디를 지니면서도 힘의 강약 조절이 분명하다. 한국을 ‘무지개’로 알고 찾아온 몽골 청년 솔롱고(무지개라는 뜻)와 강원도에서 상경한 서점직원 나영은 서울살이 5년째인 가난한 청춘. 어색한 첫인사만큼이나 서먹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만져 주며 하나가 된다. 극은 구질구질한 빨랫감을 산뜻하게 빨아 말리듯, 산동네 셋방살이 인생들의 비루함과 비애를 생활밀착형 유머와 정겨움으로 세탁했다. 마흔 다 된 지체장애 딸을 키우는 주인 할머니의 진한 모성애가 눈물겹고, 육탄전을 일삼으면서도 금세 헤죽거리는 과부와 홀아비의 사랑도 곰살맞다.8월 17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02)6083-1775 #부모님 모시고,‘벽속의 요정’ 배우 김성녀의 연기는 그의 연기인생 30년을 파노라마처럼 굽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원작 후쿠다 요시유키·연출 손진책)에서 50년간의 세월을 2시간 20분 동안 1인 32역으로 휘몰아치는 모습이 꼭 그렇다.2005년 초연돼 지난 3년간 김성녀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벽 속의 요정’은 1950년대 말 이념의 한복판에 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좌우익 이념 대립에서 반정부인사로 몰린 아버지는 벽 속에 피신해서 숨어 산다. 행상으로 밥벌이를 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벽 속의 요정’이 있다고 믿게 한다. 아이는 서서히 요정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결혼을 해서야 벽 속에서 나오게 된 아버지. 벽 속에서 나와 짧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된 딸은 어느날 벽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듣게 된다. 섬세한 짜임새와 깊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극. 새달 5∼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747-5161 #아이들 데리고,‘더 패밀리’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1968년 슬라바 폴루닌이 창단한 러시아 최고의 마임 극단 리체데이가 논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더 패밀리’로 ‘스노우쇼’에 이어 새 레퍼토리를 소개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빠, 임신한 배에 춤바람 난 엄마,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말썽쟁이 네 남매. 어딘가 왠지 모자라 보이는 이 가족이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관객에게 베개 싸움을 걸고, 무차별 키스 세례를 퍼붓는 이들. 무례하고 어이 없는 가족의 소동극은 광대의 재치와 순수한 몸짓, 풍부한 표현력으로 상상력과 웃음을 불러낸다.‘집 나가려는 남편을 못 나가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죽어도 안 자려는 막내 재우는 방법’ 등 7가지 에피소드를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2005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과 2006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흥행작. 새달 1∼5일 LG아트센터.(02)3446-9634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5)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하유설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5)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하유설 신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천주교 중앙협의회 바로 옆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50대부터 70∼80대의 은퇴한 노사제까지,10명의 미국인 신부와 선교사가 함께 살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이색지대이다. 이곳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하유설(63·본명 펠트마이어 러셀) 신부는 그 중에서도 독특한 사목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방인. 한국을 택해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 사제들은 사목지로 한국을 정한 뒤 한국에 정착하곤 한다. 하지만 하 신부는 한국에 봉사단원으로 왔다가 사제가 될 결심을 한 뒤 한국에서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낮은 성소(聖召)를 고집해 살아가는 특별한 인물이다. ●1969년 경북대 영어강사로 활동… 한국과의 첫 인연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성소)을 되새긴다는 날인 성소주일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오후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사제와 신자의 은밀한 영성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아담한 방에서 기자를 맞은 하유설 신부는 천주교의 의미있는 성소주일 때에 맞춰 자신을 찾아주었다며 성소의 의미를 먼저 들려주었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수도자와 사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제 역할과 할 일이 있습니다. 교회 안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 그 부르심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큰 뜻을 갖고 있지요.”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모태신앙을 받고 자라난 하신부는 신앙에 충실하면서도 사제의 길을 걸을 생각은 갖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하느님의 부름에 선뜻 응해 종신서원을 한채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성소를 고집하며 한국에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경북대 사범대 영어 강사 생활이 한국과의 첫 인연.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해야 했지만 “영성과 신앙에 맞지않는 폭력 전쟁에 몸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종의 대체복무인 평화봉사단(Peace Corps) 활동을 자원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경북대에서 영어 강사로 3년을 살고 서울의 옛 대한교육회관 자리인 평화봉사단 사무실로 올라와 미국에서 온 봉사단원들에게 한국문화며 영어교수법을 가르치면서 한국에 빠져들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그냥 좋고 한국의 문화가 마치 내 고향의 그것인양 자연스럽게 여겨져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느냐.”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한국 말과 한국의 생활이 나에게 잘 맞는다. ´는 생각이 더해갈 무렵 한 성령쇄신기도회에서 만난 선교사와의 대화 끝에 불현듯 선교사로 한국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를 찾아가 입회했고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신학대학원엘 들어갔다. 2년간 공부를 마치고 1978년 선교사 실습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성남의 한 가정 집에서 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야간학교(야학)를 운영하면서 그의 독특한 성소가 시작되었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혹사당하는 10∼20대의 어린 노동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주었어요.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위안이었던 시절이었지요.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운 삶과 아픔이 나와 주님의 관계에 치우친 전통의 신앙관에서 벗어나게 해준 셈이지요.” ●“소록도 한센병 환자와의 만남 잊을 수 없어” ‘노동자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서 예수를 발견한다. ´는 그의 신앙 길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그 무렵 소록도에서 만난 한센병 환자들과 수녀.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천주교 구라회를 따라 소록도엘 갔는데 한 수녀가 한센병 환자들이 모인 가운데 종신서원을 하는 것이었다. “미사 도중에 주례신부가 옆 사람 손을 잡고 기도하자는 말을 하자 양 옆의 중증 한센병 환자들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손을 내미는 것이었어요. 두려운 마음에 고민하다가 엉겹결에 손을 잡고 기도를 마쳤는데….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2년간의 선교사 실습을 마친 뒤 미국에 다시 들어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아 주저없이 한국을 지원, 성남 은행동에서 본격적인 노동사목에 매달렸다. 조그만 전셋집에 살면서 노동자며 가난한 이웃들의 집을 찾아가 위로하고 영어공부도 시키는 생활을 9년간이나 했다. 그러던 중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본부로부터 신학생 지도신부 소임을 받아 시카고 가톨릭신학대학원에서 4년간 살다가 들어와 한국에 정착한 게 1995년. ‘한국에 살겠다. ´는 굳은 서원을 했으니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제 신분으로 여성의 아픔 보듬는데 앞장 서울 미아리에서 파리외방전교회 신부와 함께 노동 사목을 이어가면서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1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1인시위에도 참여했다. ‘모성보호 관련법의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사제로서 여성의 아픔을 알고 돕는게 당연하지요. 가부장제의 권위적 분위기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자는 생각에 1인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남성도 가부장제의 피해자. “남자는 울어선 안 되고 상처와 약점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는 풍토이니 남성들이 얼마나 불쌍합니까. 피해자로서의 남성 입장을 이해할 때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양성평등에 눈뜨게 된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가정사도 한 몫했다. 시카고 신학대학원의 신학생 지도신부 시절 성탄절 밤, 오랜만에 집을 찾아 만난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무뚝뚝하고 권위주의적이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 남모르게 기도를 해왔고 걱정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곤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한 달 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중곡동 집으로 옮겨온 것은 지난 2001년. 7년째 이곳에서 찾아오는 신자들의 영적 상담이며 피정 지도, 강의 등 매일매일 바쁜 일정에 쫓겨 산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한센병 병력자들에 대한 이동진료를 하는 천주교 구라회 회장도 맡고 있다. 요즘 하 신부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모든 사람과 자연이 동반자로 더불어 살자. ´는 파트너십. 수도원이나 사회복지관, 신자들 모임 등 가리지 않고 찾아가 강의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 서울 혜화동에 평신도 3명과 함께 파트너십연구소도 차려 모임을 이끌고 있다. “내 인생의 학교이자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여생을 바쳐야 할 길은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살피는 것.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사제가 아닌, 낮은 데서 섬기는 파트너요 동반자이다. 자기자신에 빠져사는 도취에서 벗어나 사랑과 연민의 의식을 끊임없이 넓혀가는 성직자로 남고 싶단다. “신앙과 선교는 주고 받는 것입니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예수님을 더 깊이 알아내고 발견하는 것이지요. 내가 선교사로 한국에 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차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참다운 신앙을 배우기 위함이지요.”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경축! 우리 사랑’서 첫 주연 맡은 김해숙

    ‘경축! 우리 사랑’서 첫 주연 맡은 김해숙

    ‘국민 엄마 배우’ 김해숙(53)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영화 ‘무방비도시’에선 소매치기 대모로 면도날을 씹더니,‘경축!우리 사랑’(제작 아이비픽처스·9일 개봉)에서는 21살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캐릭터를 꿰찼다. 차기작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 뱀파이어와 불륜에 빠진 며느리의 시어머니로 출연한다. 안방극장의 온갖 채널들을 섭렵하며 팔색조 모성을 펼쳐온 중견배우 김해숙.‘어머니’의 익숙한 이미지를 호기롭게 털고 지천명이 넘어 스크린에서 파격적 캐릭터를 구사한 배우에겐 짙푸른 욕심이 돋아나고 있었다. ● “저보고 산삼 먹냐고들 해요”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4기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안방극장에 주로 머물렀다.1980∼90년대의 영화이력은 그래서 가난하다. 스크린에서 다시 그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가문의 영광’ 이후부터. “저희 땐 드라마가 더 활성화돼 있었어요.‘벗는 영화’도 많았고요. 아이도 어리고 나이도 젊어 제약이 많았는데 지금은 달라졌죠. 드라마에서는 중견 배우가 폭발적인 열정을 보여 주기엔 한정된 역할이 많은데 영화로 와보니 우리도 앞장설 수 있는 캐릭터가 있더라고요.” 지난 1일 새벽 5시까지 드라마 촬영을 하고 그가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하루 일정을 묻자 가는 한숨부터 새어 나왔다.“사람들이 주위에서 물어본대요. 쟤는 뭘 먹냐고. 산삼 먹냐고.”(웃음) 드라마에 영화 일정이 겹치는 요즘 같은 때는 하루에 한두시간 눈을 붙인다. 뒤늦게 발동 걸린 연기사랑이 그에겐 원동력. 드라마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6∼7편씩 제의가 들어오고, 영화 시나리오도 4∼5편씩 받아 두고 있지만 이번 영화는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 “시나리오 받은건 3년 전… 한국판 ‘데미지´라고 생각했죠” ‘경축!우리 사랑’의 봉숙씨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엄마다. 노래방과 하숙집을 하는 중산층 가정. 남편(기주봉)은 동네 미용실 여자랑 바람이 났고, 백수 딸은 하숙하는 청년 구상(김영민)과 연애질이다. 퉁퉁 불어터진 얼굴로 엎어진 밥상처럼 너절한 일상을 이어가던 엄마 봉숙. 여기까지는 ‘왼발’로도 할 수 있을 익숙한 역할이다. 그를 사로잡은 건 이쯤해서 불쑥 틈입한 황당한 설정. 딸이 결혼하려던 애인을 두고 가출을 한다. 술에 취해 동네 전봇대에 토하는 청년을 엄마는 들쳐 업는다. 그런데 업힌 청년의 입김에서 그만 가슴이 떨리고 만다. “충격적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한번도 다뤄 보지 않은 소재였고, 시나리오를 받은 건 3년 전이라 ‘가족의 탄생’이 나오기도 전이었거든요. 발상 자체가 신선했죠. 한국판 ‘데미지’가 아닌가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는 바로 해볼 만한 역이다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의 결심을 듣고 28·29살인 두 딸은 막 웃더란다.“엄마, 미쳤어?” 그런 반응에 더 오기가 났다. 하지만 문제는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딸들의 얘기를 듣고선 이게 보통 사람의 시선이라 생각하니 ‘아, 이제부터는 내 책임이구나.’ 싶었어요. 추한 욕정으로 비춰질까봐 굉장히 조심스러웠죠.” 촬영 중 그는 상대 배우 김영민을 15번이나 업었다. 온통 구토물로 얼룩진 옷을 벗기다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후에는 붕어빵을 사들고 청년의 손에 쥐어 준다. 아이스크림을 ‘너 한입, 나 한입’ 나눠 먹으며 봄바람결에 수줍게 웃어도 본다.“아이스크림 나눠 먹는 게 얼마나 닭살스럽고 웃겨요. 그렇지만 만약 지금 그런 사랑이 온다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 아기까지 가지는 봉순. 굳은살 배긴 아줌마의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번진다. 그때부터는 남편도 딸도 보이지 않는다. 봉순이 그렇게 필사적이었던 이유는 뭘까. “굳이 딸과 연적이 되면서까지 아기를 지키려는 부분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봉순이를 생각해 보니 이 여자는 사랑보다도 자신이 여자라는 걸 잊고 있다가 그때 처음 여자라고 느낀 거였어요. 아이를 지키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었죠.” ● 박찬욱 감독 ‘박쥐’출연…“꿈에도 박쥐가 날아 다녀요”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세상 엄마들을 위한 응원가다. 구상은 남편의 사주를 받은 동네 아저씨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외친다.“저는 봉순씨를 사랑합니다.” 일순, 아저씨들 눈이 커진다. “뭐?봉순이가 누구야?” 웃음과 눈물이 뒤섞일 페이소스 넘치는 이 장면은 이름을 잃어 버린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요즘 세상이 변해서 여자들이 편해졌다곤 하지만 엄마들은 아직도 똑같아요. 가족, 아이들을 위해 사랑은 사치나 꿈인 채 살아 가잖아요. 여자이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영화 속 초반 봉순이처럼 사셨던 분들이라면 여자임을 다시 확인하세요.” 그는 두달 전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 캐스팅됐다. “원래 박 감독님의 팬이에요. 정말 존경하는 감독인데 캐스팅 소식에 멍해 있었더니 딸이 왜 그러냐고 묻대요. 그 박쥐가 내 박쥐가 될 줄은 몰랐지. 꿈에도 박쥐가 날아 다녀요.” 다시, 국민엄마로 돌아온 그의 웃음이 화사했다. 엄마의 파격은 대체 어디쯤에서 멈출까.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고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참면모를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변강쇠가’의 옹녀는 천하의 음녀(淫女)일까. 암행어사 박문수는 예리하고도 강직한 해결사일까. 단군신화 속 웅녀는?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의 전복 우리 고전 속 주요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4권, 서대석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에 새로운 해답이 들어있다. 성정 급한 독자들을 위해 먼저 책 속에서 끄집어낸 해답. 옹녀는 섹스에 굶주린 탕녀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과 편견 속에서 살길을 찾아보려 발버둥친 서민 여성, 박문수는 능력이 빛났다기보다는 민중 속에서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는 인간미를 지닌 인간 유형이었다. 환웅에게 선택받아 단군을 낳은 모성적 존재로만 인식돼온 웅녀 또한 편견에 진면목이 가려져온 캐릭터. 한때 삶의 동반자였던 호랑이와의 인연을 냉정히 정리하며 새 삶의 지평을 연 웅녀는 절연과 결별을 통한 비약의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책은 한국고전문학회 및 한국구비문학회 회장을 지낸 서대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출간됐다. 임재해 박경신 박진태 황루시 강진옥 김종철 정출헌 등 중견학자들과 김헌선 조현설 신동흔 박종성 김탁환 등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연구자들이 1편씩 맡아 모두 85명의 고전 속 캐릭터들을 불러냈다.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전복’에 있다. 예컨대 선한 인물의 교본으로 고정된 흥부의 이미지도 충분히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이본(異本)에 따르면, 흥부도 극한상황에 맞닥뜨려서는 폭력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광대 달문, 바리공주, 이몽룡, 유화, 마고할미, 관음보살 등 고전을 주름잡은 인물들이 줄이어 등장한다. 저마다의 욕망과 콤플렉스를 안은 이들이 평면적 성향만을 띠고 있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단순히 수백년이 넘은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을 불러내 캐릭터를 재조명하는 작업에서 그치지 않았다.‘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란 부제가 붙은 4권에서 책은 현재적 가치를 빛낸다. 이야기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계의 귀가 솔깃해질 내용들로 푸짐하다. 19세기 한문소설 ‘포의교집’에 등장하는 인물 초옥.1864∼1866년 한양이 주무대인 작품에서 초옥은 절세미모를 자랑하는 궁녀 출신 하층민 유부녀이다. 어느날 수작을 걸어온 남자 이생과 눈이 맞아 밤마다 외도를 하는 초옥은 그러나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당찬 유부녀 캐릭터이다. 자신을 의심하는 시아버지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도 스스로 선택한 사랑에 뻔뻔할 만큼 당당하다. ‘포의교집’을 분석한 김대숙 평택대 국문과 교수는 초옥의 캐릭터를 최인호 ‘별들의 고향’의 ‘경아’, 조해일 ‘겨울여자’의 ‘이화’,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의 ‘그녀’ 등에 연결시켰다. 현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력만 키운다면, 고전의 글밭에서 서사(敍事)의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캐올릴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대중문화 콘텐츠로 활용 가능성 점쳐 대중문화 콘텐츠로 고전을 활용하는 방법론에서 좀더 구체적 제언을 하기도 한다. 여성 수난사의 전형으로 꼽히는 대표적 서사무가 ‘당금애기’의 주인공 당금애기. 순진한 처녀였으나 혼전 임신을 하는 바람에 집에서 쫓겨나 ‘아비없는 자식’을 키우는 시련을 겪는다. 시쳇말로 ‘미혼모’인 당금애기의 캐릭터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변모하고 수용되는지를 TV드라마에서 찾아보기도 한다.‘비단향꽃무’‘노란 손수건’‘온리 유’‘원더풀 라이프’ 등 일련의 드라마들을 제시하며 현대판 당금애기들의 선택이 시대변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옹녀=탕녀’의 등식과 ‘장화홍련’의 착한 아이 신화를 어떤 논거로 깨부수는지,‘양이목사’를 되짚으며 어떻게 기존 영웅론의 틀을 해체하는지 새로운 고전독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전작품들을 대면하며 읽는 맛 자체를 챙길 수 있는 묘미는 ‘덤’이다. 책을 엮은 서대석 교수는 “서사문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캐릭터’인데, 근래 문학에서 그것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책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각권 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물만난 무대

    물만난 무대

    무대가 물에 잠긴다. 새달 12일 개막하는 ‘소나기´(사진 위·5월5일까지·세종M시어터)에서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세찬 빗줄기가 쏟아진다. 공연 때마다 2t가량의 물이 배우들의 몸을 적신다. 비는 폭 1m50㎝, 길이 6m의 시냇물이 되어 무대 위를 흘러간다. 소년과 소녀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수줍은 설렘을 전한다. 물은 기울어진 무대 바닥으로 다시 감쪽같이 빠져나간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레이디 맥베스´(아래·4월13일까지)에서는 15도 경사진 벼루형 무대 아래 삼각꼴로 물이 차오른다. 이 웅덩이를 만드는 데 매회 700ℓ분량의 물이 쓰인다. 극의 마지막, 맥베스 부인은 물 속에 첨벙 뛰어들며 속죄의식을 치른다.“흐르는 물엔 모든 걸 정화시키는 힘이 있어.” 그러나 한태숙 연출은 “물은 정화의 도구로 쓰이지만, 부인의 죄의식은 밑바닥까지 씻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 비극이지만 서정으로 남는 ‘소나기´ 2004년 초연, 올해 다시 선보이는 뮤지컬 ‘소나기´는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 이번 공연은 남성그룹 빅뱅의 멤버인 승리(18)군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청소년 관객층을 끌고 있다. 현재 전체 공연 26회 중 승리군이 출연하는 13회분의 티켓은 90% 이상이 팔린 상태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유희성 단장은 “2004년 초연에서는 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나 이번에는 순수하게 조명과 물의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며 “5분간 비를 뿌려 배우들이 다 젖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수 처리한 무대는 조명으로 1∼2분 만에 말라 미끄러질 위험은 없다고. 배우들은 특수 제작된 무선 마이크로 라이브를 선사한다. 유 단장은 “‘레미제라블´‘오페라의 유령´‘캣츠´ 등은 문학작품에서 나온 명작 뮤지컬인 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국내 문학작품을 무대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며 “뮤지컬 ‘소나기´는 원작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70∼80년대 운동권으로 쫓기는 형의 이야기와 모성애 등을 첨가해 텍스트를 두껍게 했다.”고 설명했다. # 꿈이었던가 ‘레이디 맥베스´ 지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예술의전당이 기획·제작한 연극 49편 중 1000여명의 관객과 연극전문가들이 ‘레이디 맥베스´를 첫 손으로 꼽았다.6년 만에 다시 선보인 ‘레이디 맥베스´는 원래의 객석 대신 무대 위에 새로운 객석 300석을 쌓아올렸다. 관객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극에 쓸려들어갈 듯 몰입하게 된다. ‘레이디 맥베스´는 물, 진흙, 밀가루(반죽) 등 원형질의 재료를 사용해 신비감을 극대화한다. 배우가 70초 만에 진흙을 두드려 만드는 덩컨왕의 두상은 살아 있는 듯 처연하고, 밀가루 반죽이 뱀이 되어 배우의 몸을 휘감고 옥죄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태숙 연출은 “밀가루의 하얀 가루는 순수함과 씻겨냄의 상징, 진흙은 오염되고 결백하지 않은 양심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혼신의 힘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중견 배우(서주희·정동환)들의 진중한 연기가 믿음직스럽다. 무대 뒤 장막이 걷히면 원래의 객석 위로 길게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오롯이 걷다 반쯤 뒤를 돌아보는 맥베스 부인의 시선이 관객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맥베스 부인의 첫마디처럼 “꿈이었던가.”도 싶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경제현장 읽기] 순익 2조 은행 빅3 다시 자린고비 경영

    [경제현장 읽기] 순익 2조 은행 빅3 다시 자린고비 경영

    종이컵·복사지 아끼기, 야근때 개인 전등 사용하기 등등. 지난해도 2조원대의 순수익을 내 ‘2조 클럽’에 등록을 마친 국민·우리·신한은행 등이 ‘자린고비 경영’에 돌입했다. 명분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소모성 경비를 절약해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위기 관리라는 측면이 크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의 여파가 국내에 전이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금융계 ‘빅뱅’을 앞두고 외형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수익성이 줄어둘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美 서브프라임 위기·금융계 ‘빅뱅´에 사전대응 실제 은행들은 2005,2006년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 외형을 키우고, 막대한 이익을 거둬 들였다. 연 금리가 0.2%에 불과한 월급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으로 연 6∼7%대의 대출을 제공했으니 예대마진이 컸고, 성장성도 좋았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진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정부측의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으로 성장이 크게 제약됐다. 여기다 저원가성 예금이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로 이동함에 따라 자금부족으로 고원가성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고금리를 보장하는 특판예금을 팔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결국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꾸준히 하락해 왔다. 이렇게 되면서 은행들이 마른수건을 다시 짜는 전략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9일 박병원 회장이 직접 나서서 전 직원들에게 경비절감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불요불급한 소모성 경비 절감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비 절감 방안으로 ▲퇴근시 컴퓨터 전원 끄기 ▲사무실 냉난방온도 1도 절감 ▲엘리베이터 3층 이내 계단 이용 ▲종이컵 사용 자제 ▲복사비용 절감 등을 제시했다. ●작년 ‘2조 클럽´ 등록 불구 종이컵 줄이기 등 고삐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마른 수건 다시 짜기’와 같은 경비절감에 들어갔다. 신한은행 가치혁신본부 이승목 과장은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비용절감에 대해 1월 공모를 받아 100여개 아이디어 중 7개를 채택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머그컵 사용하기 ▲야근시 개인전동 사용하기 ▲주차장 불 끄기 ▲전표·작은 메모지 아껴 쓰기 ▲본·지점 전화 활용하기 등이다. 이 과장은 “국제 금융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올해 국내 은행들도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성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작은 경비를 절약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가전회사 GE나 일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등도 정리정돈을 할 하는 직원들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면서 “비용절감이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정신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작은 실천 내가 먼저’란 경비절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이같은 활동으로 기회비용 포함해 105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전기 및 대기전력 절약 ▲종이컵 줄이기 ▲사내망 이용 활성화 ▲시행문서 문서량 감축 ▲신협몰(깨비장터)이용 활성화 ▲영업점 고객사은품 일괄 구매 ▲영업점 옥외 조명간판 운영시간 조정 ▲프린터(토너)비용 절감 소프트웨어 도입 등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싱글 대디들 삶의 애환 담아

    싱글 대디들 삶의 애환 담아

    싱글맘에 이어 싱글대디가 대중문화의 주요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편부 가정의 애환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5일 오후 11시30분 방송되는 KBS 1TV ‘수요기획-싱글대디 세 남자 이야기’가 그것. 지난 2005년 기준 싱글대디 가구수는 28만을 넘었지만, 그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인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이 프로그램은 각자 다른 사연을 지닌 세명의 싱글대디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족해체와 변화상을 돌아본다. 군 복무 도중 이혼한 바람에 제대하자마자 여섯살짜리 딸의 양육을 도맡게 된 최필립(26)씨. 그에게 제대는 고생 끝이 아니라 고생 시작이었다. 영어학원 임시강사로 세간살이도 제대로 없는 집에서 살며 날마다 딸 유이와 출근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완전군장’을 하고 훈련을 받듯 딸을 안고 뛰어야 간신히 지각을 면할 수 있다. 중고 냉장고를 사러 가구매장에 나가서도 아주머니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애 엄마는?” 하며 덮어놓고 아빠 탓을 하는 주변 ‘안티’ 세력이 적지 않다. 이혼한 사연 등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분초를 쪼개 살아야 하니 그런 여유는 엄두도 못낸다. 그래도 그런 그의 존재이유는 딱 하나, 딸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혼 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호병씨에게도 맏아들 병승이는 가장 든든한 삶의 지원군이다. 싱글대디 5년차인 그의 진짜 전쟁은 퇴근 후에 시작된다. 아이들 밥 챙겨먹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애들 숙제를 봐주는데, 번번이 ‘철인 3종 경기’가 따로 없다. 사별과 이혼을 겪은 심윤보씨의 애물단지는 17세 딸아이 현정이다. 공부는 뒷전에 외모 꾸미기, 친구 만나기에만 열올리는 딸과 언제부턴가 대화가 끊어졌다. 말을 시키면 화부터 내는 딸. 대화가 필요한데 아빠는 도무지 그 속을 모르겠다. 최근 이혼 과정에서 부부가 서로 아이의 양육을 맡지 않으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본능적 모성애가 사라진 비정사회의 방증이다. 모성애가 자유를 찾아 떠난 자리를 힘겹게 메워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싱글대디들. 그들의 삶을 통해 가족의 참의미와 행복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볼 시간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파란만장 박정금과 함께라면 뭘해도 든든하지 않겠어요?”

    “파란만장 박정금과 함께라면 뭘해도 든든하지 않겠어요?”

    지난달 28일 MBC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 촬영현장에서 만난 배종옥, 김민종, 손창민은 자정까지 이어지는 늦은 촬영시간에도 활기가 넘쳤다. 이는 기존의 우려를 깨고 한 달만에 시청률 20%를 돌파,KBS ‘엄마는 뿔났다´와 대등한 경쟁구도를 이루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본래 시청률을 의식하고 드라마를 출연하지는 않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상상도 못했거든요. 주변에서 재밌게 봐주시니 힘이 나죠.”(배종옥) 가정생활과 일을 씩씩하게 병행하는 ‘아줌마 형사’ 박정금(배종옥)의 애환과 활약상을 그린 이 드라마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는 정금과 호적상 새엄마인 사여사(이혜숙)와의 갈등, 아들을 잃어버린 정금의 강한 모성애 등도 한몫 했다. “정금은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인물로 내적 갈등이 많은 인물이에요. 보통 사람 같으면 모든 것을 놔버리고도 싶겠지만, 정금은 삶을 바라보는 따뜻함과 긍정성으로 이를 극복하죠. 그런 밝고 희망적인 코드가 시청자들에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배종옥) 무엇보다 요즘 이 드라마의 화제는 ‘아줌마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변호사 한경수 역의 김민종이다. 극중 그는 화려한 약혼녀 사공유라(한고은)보다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정금에게 더 끌린다. “처음엔 캐릭터가 감도 안 오고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어서 연기하기에 무척 힘들었어요. 대사연습땐 잘못하면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전 원래 남자팬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으로 주부님들이 좋아해주신다니 배우로서 힘이 많이 나죠.”(김민종) 오늘 촬영장면은 경수와 유라의 결혼식 장면(방송예정). 방송가에 ‘의리맨’으로 유명한 그는 이날 정금을 가슴에 두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 경수의 우수어린 눈빛을 연기했다. 김민종은 “극중 경수는 정금이 자신처럼 어두운 면을 지녔지만, 이를 활발하게 풀어내는 면에 매력을 느낀다.”면서 “이처럼 스토리나 감정선이 기존의 주말극과는 다른 힘이 느껴진다.”며 드라마 인기비결을 분석한다. 밤 11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일산의 한 검도장으로 촬영장소를 옮겼다. 이번 장면에는 정금이 경수를 떼내려고 긴급 호출한 용준 역의 손창민도 합세했다. 손창민은 극 중반부터 코믹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그동안 멜로드라마는 많이 출연했잖아요. 처음 드라마 ‘불량주부’로 코믹연기에 도전할 때 갈등도 있었지만, 저도 기존 연기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고,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연기적 변신에 후회는 없어요.”(손창민) 연기 경력이 모두 20년이 넘는 베테랑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화제가 ‘연기와 인생’으로 모아진다. “현재 자신의 삶은 자기가 선택한 삶이기도 하잖아요.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겨내는 점이 저와 박정금의 공통점이죠. 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이번에 무거운 이미지와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없앤 것이 가장 큰 소득이죠.”(배종옥) “전 요즘 코믹 연기의 균형점에 관심이 있어요. 코믹 연기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웃긴다고 능사가 아니거든요. 그 상황에 적합한 연기를 했을 때만이 진정한 웃음도 나오고 슬픔도 나오죠. 어떻게 하면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고 그 경계선을 잘 ‘줄타기’하느냐가 38년차 배우인 저의 관심사예요.”(손창민) “그동안 연기자로서 전 작품 선택에 별로 전략적이지도 못했고, 안목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남성성을 강조했다면, 이번엔 저의 색다른 면을 보이게 돼서 만족해요. 이런 여세로 나간다면, 올해는 영화쪽에서 풀지 못한 ‘한´(恨)을 풀 수 있지 않을까요?”(김민종) 글·사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계약 출산(出産)에 통곡한 모정(母情)

    시골의 30대 과부가 아이 못 낳는 서울댁의 아들을 낳아주고 댓가를 받은 「계약출산」에 얽힌 얘기. H여인(36·全北任實)은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 재혼않고 젓갈 장사등으로 아이들을 약육해 왔는데 68년 가을께, 친정에 다니러온 M모여인(36·서울城北구)을 만나 딸만 둘 낳고 단산하여 집안을 이을 아들이 없으니 남편과 잠자리를 하여 아이를 낳아주면 사례하겠노라는 제안을 받았다. 만약 출산할 경우, 아들이면 10만원, 딸이면 5만원을 지급하고, 병원에서 퇴원하는 즉시 영원히 자식을 잊고 비밀리에 하기로 약속하자는 것. H여인은 돈욕심에 승낙, M여인의 남편과 신방 아닌 신방을 차렸는데 운좋게도 임신, 69년 여름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순산. 출산하고 보니 아들인데다가 쌍동이여서 아들 둘의 사례금 20만원과 산후조리비등으로 10만원 도합 30만원을 받고 퇴원. 그후 3년이란 세월이 흘러 M여인은 오랜만에 친정에 다니러 왔는데 이사간줄 알았던 H여인이 아직도 동네에 살고 있어 쌍동이 아들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를 민나게 됐다는 것. 그러나 당초의 계약대로 모른체 남처럼 지나치고 헤어졌는데, 아들을 서울로 보낸뒤 H여인은 모성애가 발동했던지 땅을 치며 통곡, 동네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고. <임실(任實)> [선데이서울 71년 6월 6일호 제4권 22호 통권 제 139호]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5) 목욕터 풍경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5) 목욕터 풍경

    신윤복의 그림 ‘목욕하는 여인들’. 단옷날 여성의 목욕 장면을 그린 것이다. 왼쪽 아래에 젊은 여인 넷이 시냇물에 몸을 씻고 있다. 네 사람 모두 윗도리를 벗었고, 그 중 맨 왼쪽에 서 있는 여인이 치마를 걷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속옷도 아마 입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고, 씻으러 나온 것이 아닌가. ●조선시대 여성 목욕 장면 담은 유일한 그림 오른쪽 위에는 붉은 치마와 노란 저고리로 한껏 멋을 낸 젊은 여인이 그네를 뛰고 있고, 그 옆의 여성은 참으로 거창한 크기의 어여머리를 풀어 매만지고 있다. 두 여자의 옷은 고급스럽다. 저고리의 끝동, 깃, 곁마기, 고름을 모두 자주색으로 하면 삼회장이라 하여 가장 잘 차려입은 것으로 치는데, 그네를 타는 여자와 어여머리를 만지고 있는 여성은 모두 삼회장이다. 다만 맨 오른쪽의 여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흰 저고리를 입고 있는데,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오른쪽 아래의 보퉁이를 이고 오는 여자는 짚신을 신고 행주치마를 두른 것을 보건대 입성이 초라할 뿐만 아니라, 남들 노는 데 심부름이나 하고 있으니, 계집종임이 분명하다. 이고 온 보퉁이에 술병 모가지가 비쭉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옆에 보이는 물건 역시 안주를 담은 찬합일 것이다. 요컨대 단옷날 시내로 나와 목욕하는 여성들(기생으로 짐작된다)이 마시고 먹을 술과 안주를 날라 오고 있는 참이다. 이 그림은 놀랍도록 충격적이다. 조선조 500년에 걸쳐 유사한 그림은 없다. 그 충격의 이유는 여성의 나신을 드러내 놓고 있다는 것이다. 흰 피부에 진홍의 젖꼭지와 입술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특히 여성의 유방을 보라. 인터넷이 온갖 영상을 퍼 나르는 시대에 여성의 나신은 그다지 별스럽지 않다. 하지만 때는 유가의 도덕이 시퍼런 조선시대다. 어찌 충격이 아닐 수 있겠는가. 여성의 젖가슴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그것은 성의 두 가지 기능과 관계된다. 인간에게 있어 성은 쾌락이면서 생식이다. 여성의 가슴 역시 그것에 대응한다. 가슴은 성적 쾌락의 도구, 곧 성기일 수도 있고, 또한 자식을 기르는 수유의 도구이기도 하다. 수유의 도구는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과거 여성들이 공개된 공간에서 자신의 가슴을 열어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을 보고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것은 모성의 가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퉁이를 진 여성의 젖가슴을 보라. 이 젖가슴은 신기하게도 성적 상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목욕하는 여성의 분홍빛 유두와 흰 가슴은 성적 쾌락을 상상케 한다. 저 숨어서 훔쳐보는 젊은 까까머리 스님들의 시선도 분명 성적 쾌락을 향해 있다. 이 그림이 또한 희한한 것은 여성의 조선시대의 목욕 장면을 형상화한 유일한 시각자료라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회화는 인간의 구체적 일상을 담은 그림이 참으로 희소하거니와, 이 그림 외에는 목욕이라는 재제가 등장하는 그림은 없다. 게다가 목욕 자체에 대한 문헌의 언급도 희소하다. 과거 기록에서 목욕은 온천과 관련하여 주로 등장한다. 눈병으로 고통을 겪었던 세종과 심한 피부병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세조는 자주 온천을 찾았다. 따라서 이들의 온천행과 관련된 목욕이란 어휘가 더러 등장한다.30년도 더 된 예전의 일이다. 나는 창덕궁에 갔을 때 궁궐 안에 있는 목욕탕을 보았는데, 그것은 신식이었다.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몸 전체를 씻었던 것일까. 제사를 지내기 전에 목욕재계하라는 말이 허다하게 나오지만, 나는 정작 그 ‘목욕’재계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방법, 도구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세종실록’ 7년 7월19일조를 보면, 세종은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습진과 같은 피부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를 듣고 선공감에 명하여 욕통(浴桶)을 만들어 지급하게 한다. 이 욕통이란 것이 조선시대의 목욕문화의 핵심일 것이다. 지금처럼 대중탕이나 혹은 집안에 따로 욕실을 만들지 않고, 욕통을 만들어 적당한 공간에 비치하고 물을 데워서 목욕을 하는 것이 목욕문화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조차 일반적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보편적이었을 것 같지는 않다. 인구의 대부분이 소작농이거나 극히 적은 농토를 소유한 자작농이었으니, 삶의 수준이란 것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판에 집집마다 욕통을 갖추어 놓고 물을 데워 목욕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20세기에 들어와서도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단독주택에 욕통을 비치할 공간을 거의 마련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린다면, 조선시대의 목욕문화를 대개 짐작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청결히 했을까 하는 것은 더욱 궁금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헌적 해답은 없다. 상상하건대 아마도 부엌 바닥에 물을 데워놓고 아무도 없는 한밤중에 몸을 씻지 않았을까. ●개울에서 목욕하는 것은 오랜 전통 다만 여성이 비교적 자유롭게 몸을 씻을 수 있는 곳은, 개울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을 선택한다. 하기야 늘 그렇듯이 남성의 관음증은 여기서도 멈추지 않아, 훔쳐보는 사람(스님 둘)이 있기 마련이지만. 개울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이렇게 말한다. 옛날의 역사책에 고려에 대해 실어놓은 기록에 의하면, 그 풍속이 모두 다 깨끗하다 하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고려 사람들은 늘 중국 사람들이 때가 많은 것을 비웃는다. 그러므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반드시 먼저 목욕을 한 뒤 집을 나선다. 또 여름에는 날마다 두 번 목욕을 하는데, 거개 시내에서 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내외를 하지 않고 의관을 모두 벗어 언덕에 던져두고 물가를 따라 벌거벗되 괴이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위쪽 부분이다. 고려 사람은 청결하고 중국인이 때가 많은 것을 비웃는다는 말을 중국인 스스로 하다니 말이다. 서긍의 말에 의하면, 고려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목욕부터 하고 외출을 하고, 여름에 하루 두 번 목욕을 한다 하니, 조선과는 사뭇 다른 풍습이다.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여름철 시내에서 목욕을 하되, 남자 여자가 내외를 하지 않고 나신을 드러내고 목욕을 했다는 것이다. 이 기록을 믿는다면, 고려시대에는 남녀의 분별이 없이 옷을 언덕에 벗어놓고 몸을 씻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위의 엿보는 선비도 이런 유구한 전통을 이어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이렇듯 자유롭던 개울가의 풍경이 바뀐 것은 조선조가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조선조는 알다시피 양반-남성 국가다. 양반-남성의 국가는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을 분할,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양반-남성은 ‘소학’의 규정대로 여성의 역할을 조리와 의복에 제한했다. 조리와 의복 마련은 조선에서도 여성이 맡아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고려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조선의 국가이데올로기 성리학은 남성과 여성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여성을 오직 가정 내부에 유폐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은 밖으로 나다니지 말아라. 여성은 뜰 밖에 나와서도 안 된다. 이것이 양반-남성의 요구였다. ●감추라 하면 더욱 드러내고 싶은 인간의 본능 ‘고려도경’의 언급처럼 고려사회는 시냇가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남자와 여자가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것을 허락했다면, 조선사회에서는 그와는 정반대의 길로 치달았다. 몸을 가려라. 이것이 여성에 대한 주문이었다. 사대부가의 여성이 외출할 때면 장옷과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렸고, 처녀의 경우 비단보자기를 씌워서 업고 다니기도 하였다.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지만, 만약 형편이 된다면,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여성의 신체를 완벽하게 차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것이 도덕의 명령이었다. 하지만 감춘 것은 더욱 보고 싶은 법이고, 감추라 하면 더욱 드러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양반-남성의 도덕은 여자의 몸을 죄의 근원처럼 여겼다. 과연 그런가. 여성의 몸이 죄의 근원이라면 모든 인간은 죄의 근원에서 태어난 것이다. 이보다 더 큰 거짓이 어디 있겠는가. 혜원은 바로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알아두면 설레는 고향길

    알아두면 설레는 고향길

    ■ 귀성·귀경길 차량관리 설 연휴 민족의 대이동이 임박했다. 길게는 10시간 이상 지루한 운전을 감내해야 하는 명절길.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보험 업계가 전하는 귀성·귀경길 운전의 지혜를 모아봤다. ●출발 전 체크포인트 차의 보닛을 열어 기초적인 점검을 하는 것은 필수다. 냉각수의 양과 부동액의 비율을 확인한다. 부동액 비율이 낮으면 자칫 냉각수가 얼어 엔진과 라디에이터에 큰 손상을 줄 수 있다. 엔진오일과 브레이크오일 등의 양이 적당한지 점검하고 모자라면 보충한다. 길이 막히면 차가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고 히터와 전기용품 사용이 늘어난다. 배터리 윗면의 충전상태 표시창이 녹색인지를 확인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배터리 충전용 점프선도 준비하는 게 좋다.2개의 굵은 선 중 붉은색이 ‘+’, 검은색이 ‘-’다. 엔진룸의 배전계통과 팬벨트의 장력도 점검한다. 전극단자가 부식했는지를 확인한다. 팬벨트는 손으로 눌렀을 때 1㎝ 정도 들어갈 만큼 탄력이 있어야 한다. 겨울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연료탱크를 절반 이상 채워야 연료계통의 장치들이 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눈이 올 수 있으므로 스노체인을 준비하고 타이어의 마모 상태나 공기압도 점검한다. 사고에 대비해 보험회사의 긴급출동 서비스 연락처와 보험료 영수증, 차량 등록증을 준비한다. 비상신호판과 스프레이, 의료보험증, 간단한 응급약품도 챙겨야 한다. ●운전 중 차가 고장났을 때 명절길 장거리 운행의 고장은 엔진과열과 배터리 방전에 의한 것들이 많다. 운행 중 계기판의 온도게이지가 치솟으면 엔진이 과열된 것이므로 냉각수를 보충한 뒤 최대한 빨리 정비소를 찾아 점검을 받아야 한다. 견인이 필요할 때에는 미리 견인기사와 정확히 비용을 따져봐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건설교통부 신고요금은 승용차의 경우 10㎞에 기본 5만 1600원이다. 구난비용은 30분에 기본 1만 7600원이고 이후 30분마다 1만 3500원이 추가된다. 지역·시간·기후에 따라 할증된다. ●고향길 다녀온 뒤 차량관리 이광복 현대차 고객서비스팀 차장은 3일 “정체와 지체를 반복하며 오랫동안 가동되느라 엔진이나 변속기 등에 무리가 갔을 것으로 생각해 정비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차량상태는 각종 센서들에 의해 자동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의 실내와 외부를 말끔히 청소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선 차 내부에 떨어진 음식물 부스러기 등으로 곰팡이가 필 수 있기 때문에 물걸레를 이용해 샅샅이 실내를 닦아주는 게 좋다. 잘못하면 두고두고 악취에 시달릴 수 있다. 눈길을 달렸다면 염화칼슘에 의한 차량의 부식을 막아야 한다. 바퀴 주변 등 차체 하단부와 구석진 곳에 물을 충분히 뿌려 염화칼슘을 완전히 씻어낸다. 자동차가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진 액체가 없는지 살펴본다. 성묘길에 비포장길을 달리면 밑바닥이 긁혀 누수·누유가 생길 수 있다. 승차감 때문에 차 안에서 못 느끼는 사이 차체에는 큰 충격이 가해졌을 수 있다. ●자동차·손해보험 업계 서비스 현대·기아·GM대우·쌍용 등 자동차 4사는 5일부터 8일까지 고속도로 및 국도 등 24개 휴게소에서 무상점검 서비스 코너를 운영한다. 엔진·브레이크·타이어 등 점검 및 냉각수·각종 오일류 보충 등을 공짜로 해 준다. 소모성 부품도 와이퍼 블레이드 등 일부에 한해 무료교환해 준다. 인근 지역 고장차량에 대한 긴급출동 서비스도 함께 실시된다. 손해보험업계도 10일까지 ‘긴급출동서비스’와 ‘24시간 사고보상센터’를 운영한다.▲교통사고 접수 ▲기동처리반 사고현장 출동 ▲차량 수리비 현장지급 ▲보험가입 사실 증명원 발급 등을 해 준다. 업체별로 차량견인, 비상급유, 배터리 충전, 타이어 교체, 잠금장치 해제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자동차 보험 이용요령 설 연휴기간 유용한 자동차보험 이용요령을 소개한다. ●다른 차와 부딪쳤을 때 절대로 자의적인 해석으로 가해·피해 여부를 가려서는 안 된다. 사고의 대부분은 쌍방과실이기 때문에 엉겁결에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거나 면허증, 자동차검사증 등을 상대편에게 넘겨 주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일단 스프레이 페인트로 사고위치를 표시하고 목격자를 확보한 뒤 상대편 운전자와 이름, 주소, 전화번호, 운전면허번호, 차량번호 등을 교환한다. 이후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일체의 과정을 보험회사에 맡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3일 “간혹 원만한 합의를 위해 상대방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가볍게 해준다는 등의 증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 경우 보험회사의 보상책임이 없는 손해부분은 고스란히 운전자 자신이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는 가입한 보험회사에 전화해 사고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보험처리를 하는 게 좋은지 자비처리를 하는 게 좋은지 물은 뒤 회사측 조언에 따른다. ●교대운전 장거리·장시간 여행이 되다 보니 탑승자들이 번갈아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가용 운전자들이 가입한 보험은 보장대상이 운전자와 가족(부모·배우자·자녀)으로 한정돼 있다. 형제·자매·처남·동서나 그외 친지 혹은 친구가 몰게 되면 글자 그대로 ‘무보험 운전’이 된다. 피로하다고 운전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보다는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최선이다. ●여행보험 설 연휴기간 동안 여행보험 가입도 고려할 만하다. 교통사고를 포함해 등반·조난, 소지품 분실·도난 등까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국내여행의 경우 최고 보상한도가 1억원일 경우 4일간 보험료가 1인당 3000원 안팎이어서 큰 부담은 안 된다. 출발 직전에도 손해보험사 인터넷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정부보장 뺑소니를 당하거나 무보험 차량의 가해로 사고가 났을 때에는 정부보장사업을 이용해 보상받을 수 있다. 피해자 사망사고는 최고 1억원에서 최저 2000만원까지, 부상은 등급에 따라 최고 2000만원까지 보상된다. 신체사고만 해당되고 자동차 파손 등 대물사고는 보상되지 않는다. 사고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뒤 11개 정부보장사업 업무 위탁수행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대한화재, 그린화재, 흥국쌍용화재, 제일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LIG손해보험, 동부화재, 교보AXA)에 연락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기고] 도서관 정보정책의 실종을 우려한다/윤희윤 대구대학교 교수·한국문헌정보학회 부회장

    [기고] 도서관 정보정책의 실종을 우려한다/윤희윤 대구대학교 교수·한국문헌정보학회 부회장

    한 나라의 경제와 문화는 양적 성장과 질적 성숙을 견인하는 수레바퀴이다. 경제발전이 국가경쟁력과 물질적 풍요를 보증한다면 문화는 인간다운 삶과 정신적 성숙과 직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 공공부문 개혁과 정부조직 개편, 해외투자 유치 및 국내투자 활성화, 교육개혁, 부동산 안정화, 부패척결, 청년실업 해소, 보육 및 노인복지 대책’을 국정운영의 8대 어젠다로 설정하였다. 요컨대 개혁부문을 제외하면 ‘경제 살리기’에 집중되어 있다. 새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려면 문화적 역량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 요체가 도서관 중심의 지식정보정책이기 때문에 지난해 6월 도서관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수립·심의·조정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발족하여 중장기 로드맵을 준비하여 왔다. 그런데 인수위원회는 발족한 지 7개월에 불과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실효성 부재’라는 이유를 들어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이 1970년 ‘공법 91-345’에 근거하여 대통령 소속의 정책자문기구로 설치한 국가도서관정보학위원회(NCLIS)를 여전히 존속시키고 있음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다른 위원회와 달리,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는 정치적 지형과 색깔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의 도서관 및 문화계가 가장 부러워하고 주목하는 위원회이다. 그동안 도서관 발전종합계획 수립, 전문인력 양성제도 연구, 표준업무 및 운영절차의 마련, 도서관 사례평가, 법령개정과 정비 등에 몰두하여 왔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 첫째,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한 한국은 지식기반의 경제와 사회를 구현해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대다수 선진국은 도서관이 자국의 문화수준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지식사회를 선도할 거점으로 판단하여 인프라 확충과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주도해야 한다. 둘째,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인프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처해 있다.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도서관 진흥이 지식문화수준의 향상과 직결된다는 공리를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존속시켜 경제력과 문화력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셋째, 도서관은 한국의 문화기반시설을 대표하며 지식문화수준을 평가하는 최적의 대용지표이다. 유네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 유럽연합 등이 문화수준을 측정할 때 도서관당 봉사대상인구, 국민 1인당 장서수와 이용책수 등을 지표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통하여 도서관 지표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식문화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공공도서관 행정체계는 문화선진국과 달리,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능은 문화관광부가, 감독기능은 행정자치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일선의 관할 및 운영주체는 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소모성 행정체계를 개선하고 지방자치 및 분권패러다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혁신하려면 거중조정 기능을 수행할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윤희윤 대구대학교 교수·한국문헌정보학회 부회장
  • 양천구 “덤으로 상품권 얹어드려요”

    양천구 “덤으로 상품권 얹어드려요”

    “재래시장 상품권을 아시나요.” 양천구는 23일 민속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재래시장 설맞이 이벤트행사’를 연다.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신월1동 신영시장, 신월2동 경창시장, 목4동 골목시장, 목2동 골목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재래시장 이용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경품도 TV, 냉장고 등 상품에서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바꿨다. 연예인 초청 공연 등 소모성 이벤트를 탈피해 이용객과 상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실용적 행사로 꾸몄다. 신월1동 신영시장은 100원짜리 할인쿠폰 15장을 소지한 고객에게 최고 10만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고를 수 있는 ‘복주머니 고르기’를 24일과 다음달 1일에 연다. 신월2동 경창시장에서는 점포에서 물건을 사고 받은 할인쿠폰을 상인회에 가져가면 할인쿠폰 가격의 2배에 해당하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추가 지급하는 ‘더블찬스’ 행사를 한다. 또 행사기간 동안 각 시장에서는 다양한 설민속놀이인 ▲주부제기차기 ▲자녀와 함께하는 윷놀이 ▲주부사과깎기 ▲우리농산물 토종찾기 ▲가훈 써주기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곁들여진다. 한편 양천구는 그동안 설 명절에 반장에게 지급하던 농협상품권을 올해부터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일부 지급해 재래시장 살리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추재엽 구청장은 “대형 매장이나 백화점에서 느낄 수 없는 정을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제수용품 구매는 물론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놀이문화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Seoul In] 귀성차량 무료점검 실시

    중구(구청장 정동일) 오는 27일 오전 10시∼오후 4시 신당1동의 광희초등학교에서 설 귀성 장거리 차량을 대상으로 무료 점검을 실시한다. 안전 운행을 위한 차량 안전점검과 정비 상담이 이뤄진다.▲엔진오일과 자동차미션오일, 브레이크액 등 부족한 오일류 보충 ▲전구류, 워셔액, 부동액 등 소모성 부품 무상 교환 ▲타이어 공기압과 각종 벨트, 배출가스 점검 등이다. 자동차정비사업조합 중구지회 2277-7785.
  • [오픈사전] “나는 어느 ‘족’에 속할까?”

    나는 도대체 몇 개의 족에 속할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다양하듯 그 사람이 속하는 족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속해있는 족을 헤아려 본다면 적어도 10개 이상의 족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오렌지족, 낑깡족, 미시족, 보보스족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족이 있었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족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각종 족 속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생활상에 반영되어 있다니, 요즘 뜨는 족에는 무엇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누님, 애완남 하나 키우시죠! - 페트족 호스트바에 가면 이쁘장한 남자들이 여자들의 온갖 시중을 다 들어준다. 이들은 대표적인 페트족이다. 여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멋있게 꾸미고 몸매 관리를 하는 남성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로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시킨다. 패션계 영화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꽃미남 모델로 기용해서 여성소비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가 생명이죠! -웰루킹(Well-looking)족 예전에는 육체적, 정신적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는 웰빙(well-being)족이 유행했었다. 이제는 여기에 남들이 보기 좋게 잘 사는 것을 더하여 등장한 새로운 삶의 유형이 주목받고 있다. 월루킹족은 웰빙은 물론이거니와 미의식까지 중요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꾸미고, 꾸준한 자기 관리와 철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는다. 숯을 재료로 한 비누나 팩, 멧돼지 털을 사용한 빗, 물새 깃털로 만든 베개 등 천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이용하며, 인공 제품을 첨가하지 않은 천연 화장품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천연비누 만들기, 필라테스(pilates), 요가, 운동복 스타일의 피트니스룩(fitness look)이 유행하기도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라면 화장은 필수죠! - 그루밍(grooming)족 미용과 패션에 자신의 수입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남자들을 그루밍족이라고 한다. 잘난 외모가 존중받는 시대에 남자들도 꾸미지 않는 것은 죄악인 시대가 됐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성 60%가 외모가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뷰티가 있다면 남성에게는 미용용어로 그루밍이 쓰인다. 그루밍은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 시켜주는데서 유래한다. 남성전용 미용정보 사이트가 개설되고 있으며, 그곳에서 좋은 화장품과 패션에 관한 정보가 오가고 있다. 요즘은 피부를 위해 피부관리실을 찾는 남성들도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졸업이 두려워요! - 모라토리엄(Moratorium)족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학생신분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을 모라토리엄족이라고 한다. 이 말은 외채가 많아 채무상환기간을 일시적으로 연기시킨다는 뜻의 모라토리엄에서 따온 용어로, 학생들은 휴학기간을 최대한 이용해 영어점수 향상, 각종 공모전 입상 등을 통해 취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아예 취직을 포기하고 재학 때부터 창업을 해서 학업과 사업을 겸하는 무리들을 ‘더블라이프(double life)족’이라고 한다. 유턴(U-turn)족은 사회진출에 실패하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에스컬레이터(escalator)족은 편입학을 계속해 학교의 레벨을 높이고 몸값을 올리는 학생을 말한다. 내 경쟁상대는 20대 여대생이야! - 나오미(Not old image)족 미시족에서 진화한 형태인 나오미족은 ‘Not old image’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동안 열풍 속에서 나이보다 젊은 이미지로 자신을 가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안정적인 경제력을 확보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며, 신세대 못지 않은 외모로 얼핏보면 20대로 보일 정도다. 이외에 여성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줌마렐라’는 가정과 사회생활 모두에 철저한 중년여성들을 칭하며 신데렐라와 아줌마의 합성어이다. ‘오메가족’은 ‘알파 걸’의 어머니들을 말한다. 공부뿐 아니라 운동과 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남학생보다 뛰어난 여학생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인 ‘알파 걸’을 키워낸 주역들이다. 일생 별거 있나, 여유있게 살자!- 다운 시프트(Down Shift)족 다운시프트족에 속하는 사람들은 고소득이나 빠른 승진보다는 저소득일지라도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택한다. 인생의 목적은 바로 삶의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의 다운시프트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유럽의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맞는 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사는 것이 최고라고 여긴다. 이외에 암반수족은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며, 배터리처럼 충전을 한다고 해서 생겨난 배터리족은 타의에 의해 실직을 했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한 후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사람들을 말하며 주로 30대 후반에서 나타난다. 일분일초도 나를 위해 재투자한다! - 홈풀(Home Pool)족 젊은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홈풀족은 학교나 직장 근처에 집을 얻어서 같이 사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자동차를 함께 타고 다닌다는 카풀에서 유래된 말로, 남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직장이나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집을 얻고, 함께 살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획득한 시간으로 어학원에 다니거나 자신의 취미생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한다. 이밖에 눈길이 가는 족으로는… 오팔(OPAL)족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취미활동과 직업을 갖고 있는 노인들을 말한다. 코쿤(Cocoon)족은 나홀로족과 비슷한 사람들로 바깥세상에서 도피해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미드족은 미국 드라마 매니아를 말하며, 일드족은 일본 드라마 매니아를 뜻한다. 로하스(LOHAS)족은 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웰빙을 뛰어넘어 환경을 중요시하는 친환경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패러싱글(para single)족은 결혼하여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유로 부모 집에 얹혀 사는 무리를 말한다. 글 정린 방송작가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씨줄날줄] 브래들리 효과/구본영 논설위원

    이변과 함께 엎치락뒤치락 해야 재밌는 것은 스포츠 경기뿐만이 아니다. 당사자들이야 피말리는 일이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올해 미국 대선 예비선거가 그렇다. 특히 공신력을 자랑하던 여론조사기관들에 큰 망신을 안긴 민주당 경선이 일단 ‘흥행 대박’이다. 그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를 한 버락 오바마의 돌풍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선거전 여론조사들은 오바마가 최소 5%에서 최대 10%포인트 차로 앞설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투표함 뚜껑이 열리자 힐러리가 오바마를 3%포인트 이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망신살이 뻗친 여론조사기관들이 여러가지 ‘반성문’을 내놓고 있다. 투표 전날 살짝 비친 힐러리 클린턴의 눈물이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그 하나다. 차가운 이미지의 그녀가 이번엔 모성본능으로 표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사기관들이 표본집단 선정 과정에서 오바마 지지자들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시키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석은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가 재현됐을 가능성이다. 이는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유래한 조어다. 당시 흑인인 민주당의 톰 브래들리 후보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 조지 듀크미지언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도, 개표에선 졌다. 브래들리 효과란 백인들이 자신이 인종적 편견이 있다는 인상을 드러내기 싫어 속마음을 감추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셈이다.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미국사회는 소수인종을 무조건 주류사회로 통합하는 ‘용광로(melting pot)’이론에서 벗어나 ‘샐러드 접시(salad bowl)’이론을 적용하면서 인종간 장벽은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즉,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국민통합을 꾀하는 방식이 효과를 보아 결과적으로 오바마 돌풍의 밑거름이 됐다는 추론이다, 하지만, 브래들리 효과가 부활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바마-힐러리간 민주당 경선이나 민주당-공화당 후보간 본선의 향배를 점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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