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모범수 투입(사설)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모범수들을 건설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은 좋은 발상이다.법무부는 오는 10월1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형행성적이 우수한 모범수들을 서울과 부산의 건설·제조업분야에 매일 4백명씩을 투입하고 내년 3월부터는 이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인원도 매일 1천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모범수들의 산업체 투입이 처음은 아니다.천안개방교도소가 88년 10월부터 특정업체를 지정,재소자들을 출퇴근 시키고 있다.그러나 이곳의 재소자들은 1년이내의 석방을 앞둔 경미한 과실범이고 작업장도 밀폐된 공장인데다 그 수도 1백명 안팎이다.따라서 형행성적이 우수한 모범수라고는 하지만 많은 수의 재소자들을 사방이 트여 있는 건설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파격적이며 혁신적인 교도행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건설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고 재소자들의 사회적응력을 키워 재범의 유혹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현재 잔여형기가 5년미만인 건축관련 기능보유재소자가 4천3백여명으로 이들을 모두 건설현장에 투입할경우 인력난 해소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들이 받는 임금은 하루 평균 3만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2년동안 계속 일하면 1천6백만원을 저축,자립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출소를 2년 정도 남겨놓은 50명의 모범수들을 분당신도시 건설현장에 시범적으로 투입했는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일손이 다소 서투르기는 하나 정성을 들여 꼼꼼하게 일했고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한 모범수는 『출소하면 유흥업소 종업원 생활을 청산하고 건설기술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그러나 시범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이 제도가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하면 잘못이다.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운영이 잘못되면 오히려 화를 부르는 일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때문에 이 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 투입된 모범수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한다는 점이다.이들을 건설현장에서도 죄수로 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일반노동자와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인격을 모독할 경우,그 반발은 거세질 수 밖에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이들을 인솔하고 관리하는 관계자들에게 이 점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이들과 접촉하는 일반노동자들도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모범수라고는 하지만 일단 교도소를 벗어나면 도주의 유혹을 받게되고 사고의 위험이 따르게 된다.이에대한 철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법무부는 모범수들이 일하는 주변에 경비교도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하는데 경비대는 이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한다는 인식을 갖게해야 한다.
모범수들을 건설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이들의 사회복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과 건설인력난 해소라는 두가지 목적을 지니고 있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전자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이 제도의 운영도 여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좋은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