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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서 뜨는 세대·계층별 마케팅

    佛서 뜨는 세대·계층별 마케팅

    |파리 함혜리특파원|‘코코스’‘모모스’‘요요스’…. 2000년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처음 사용한 뒤 유행어가 된 ‘보보스’에 못지않게 요즘 프랑스의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시되는 신조어들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 최신호는 연령, 직업, 정치적 성향, 취향 등에 따라 사회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이에 맞춘 마케팅이 ‘뜨고’있다고 전했다. 이들 단어를 창안한 기호학자 장뤽 엑스쿠소는 “계층별로 사고방식, 행동방식은 물론 소비성향까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코코스(Cocos) 기존의 가치와 관습, 질서에 대한 결속력이 강한 64세 이상의 노년층. 수입과 재산이 많아 경제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 전통적인 계층체제의 수혜자들이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아하며 화려한 스타일의 실내장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유리로 된 값비싼 장식장에 값진 장식품들을 갖춰 놓는 걸 즐긴다. 호화로운 크루즈여행을 선호하며, 좋아하는 자동차는 푸조 607.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좋아한다. ●보보스(Bobos) 원래 부르주아의 물질적 풍요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새 상류계층을 일컫는다. 베이비붐 세대로 38∼63세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를 이룬다. 사고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입으로는 환경보존을 외치면서 자동차는 SUV유형을 좋아하는 식이다. 멋을 중시하는 이들은 요트, 고급 포도주와 에스프레소 커피, 벽난로를 좋아한다.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중시해 천연소재에서 추출한 건강보조식품 ‘오메가 3’를 먹고, 심리전문잡지를 즐겨본다.1968년 5월 학생혁명 주역 중 한명이었던 다니엘 콘벤디트 유럽의회 의원을 좋아한다. ●모모스(Momos) 28∼38세의 연령대인 이들은 실용성과 윤리적 가치를 동시에 중시한다. 동양의 선(禪)사상에 관심이 많고 전쟁을 반대하며 미국의 반전주의 감독 마이클 무어를 좋아한다. 상업주의 광고와 낭비를 증오하는 실용파 소비계층이다.H&M류의 중저가 의류,IKEA와 같은 DIY가구, 르노의 로간 같은 중저가 자동차를 선호한다. 개인용 컴퓨터도 기본 기능을 갖춘 맥 미니면 충분하다. 명품에는 무관심해 ‘노노족’이라고도 한다. 대안소비운동의 주축으로 제 3세계의 제품을 즐겨 구매한다. ●요요스(Yoyos) 연령층으로는 15∼28세인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 모모스족과 정반대의 성향이다. 음악전문방송 MTV에 매료돼 있으며 패리스 힐튼,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스타들의 유행을 따라 한다.MP3, 은색 휴대전화, 야구모자, 나이키 운동화가 이들의 유행 코드. 플레이 스테이션, 아이팟(iPod) 나노 등 각종 신제품에 관심이 많고 개성이 강한 자동차를 좋아한다. 요요스보다 좀더 어린 연령대(9∼15세)의 소비계층은 조조스(Zozos)라고 부른다. lotus@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1)일본 차의 유래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1)일본 차의 유래

    우리나라 가을이 마치 새빨간 화로에서 불꽃이 일 듯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이라면, 일본의 4월은 폭죽처럼 화려하게 터져버리는 벚꽃의 계절이다. 매년 4월이 되면 필자는 일지암 초의차문화연구원들과 함께 일본의 사스마야키를 방문해 차회를 연다. 사스마야키에는 14대 심수관가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곳에 매년 초대되어 매화꽃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남중국해를 보며 차회를 연다. 일본과의 차회는 단순한 차회가 아니다.7년 왜란 속에서 치욕의 한을 안고 일본에 건너온 조선인 도공들의 혼과 넋을 달래는 것이다. 벚꽃이 휘날리는 화려한 생의 찬미와 그 이면에 깃든 우리 조선 도공들의 400년 아픈 넋을 눈물로 받아 차 한잔을 올리고 아득한 회한을 풀어내는 것이다. 겨우내 눈밭 속에 속눈을 감추고 누워 있던 초록 보리싹이 파릇파릇하게 피어날 때 떠나도 떠나도 머문 그 자리! 머물러 머물러 주저앉아도 시방을 떠도는 그 자리에 향긋한 차향에 실려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전해오는 도공의 혼들에 대한 귀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일본은 참으로 가깝고 먼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차의 나라로 불린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핑퐁외교’를 했듯,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차외교를 했기 때문이다.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일본 지도자들의 차외교는 세계적으로 일본의 정신문화가 매우 높은 경지에 있음을 선전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일본차와 한국차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먼저 일본에 차를 전래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동대사요록에 따르면 백제의 행기 스님이 차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당시 일본의 문화는 매우 후진적이었다. 일본과 가까웠던 백제의 스님들이 그 문화를 전파한 흔적들이 기록들로 남아 있는 것은 그같은 사실을 잘 말해준다. 차와 그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차의 원류는 ‘초암차’다. 초암차에 일본다도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일본다인들은 ‘와비’로 부른다.‘와비’는 우리말로 자득(自得), 한적한 정취, 소박하고 차분한 멋, 혹은 한거(閑居)로 설명할 수 있다.‘와비’는 부유한 귀족층이 많은 돈을 들여 호사를 자랑하며 물질적인 향락을 추구했던 것과는 반대로 가난함, 진지함, 청순함 속에서 화려함을 멀리한 정신세계를 추구했다. 당시 차인들은 한적한 곳에 소박하고 검소한 다실을 세우고 검박하고 자연스러운 조화를 추구했다. 이것이 바로 일본다도의 핵심인 ‘와비’의 정신이다. 일본차의 또다른 이야기는 바로 ‘말차’다. 일본 말차의 뿌리는 중국 송나라 때 황룡파에서 선을 배운 에이사이 선사다. 중국에서 선을 배운 에이사이는 당시 중국선가의 일반적인 차수행법이었던 말차법을 배웠다. 일본으로 귀국한 에이사이는 규수평호도 고춘원에 차의 모종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말차법도 함께 보급하게 되었던 것이다. 에이사이는 그가 모시던 가마쿠라 막부의 3대장군 미나모토 사네토모가 병에 걸리자 ‘끽다양생기’에서 말차를 “양생의 선약”이라고 하고 그 약용효과와 각성작용을 설명했다. 사네토모는 에이사이의 말차로 인해 그 병이 치료되자 일본의 ‘육우’로 받들여졌다. 에이사이 말차는 그후 그가 주석하던 가마쿠라 수복사, 교토 건인사 등 일본 선종사찰의 다례로 정착됐다. 말차의 보급은 에이사이에서뿐만 아니다. 당시 일본의 많은 승려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차를 접한 그들은 일본으로 돌아와 차 문화를 조금씩 뿌린 것이다. 일본 최초의 차밭인 ‘히요시다원’의 기록은 805년 일본 승려 사이초에 의해 전해진다. 당나라에 유학을 간 사이초는 중국 천태산에서 차의 묘목을 가져와 일본의 히에이산에 재배했다고 한다. 헤이안시대 에이추 선사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이추는 사가천왕에게 전차를 바쳤고 천왕은 그에게 긴끼지역에 황실전용 다원을 만들도록 했다. 가마쿠라시대에는 송대에서 유행했던 투다, 즉, 차 겨루기가 있었다.1332년 서로 대립되는 사원측의 사람과 귀중한 소유물을 걸고 하는 차겨루기가 일상화됐다. 찻물을 마셔보고 결과를 적던 채점표가 있을 정도였다.‘태평기’에는 “대숙소에 일곱 군데를 꾸미고, 일곱 가지의 차를 갖추어, 칠백 가지의 내기를 거는 물건을 쌓고 일흔 모금의 본비차를 마신다.”는 기록이 있다. 투다가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큰 차담기’(大茶盛) 풍습도 당시에 전해진다. 율종의 노장이었던 에이손 선사는 1239년 정월 보살도 정진을 마치고 차를 올린 뒤 그 차를 여러 스님들에게 마시게 했다. 이같은 다법은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서대사의 큰 차담기 시초가 됐다. 큰 차담기는 지름 30㎝가 넘는 큰 찻잔에 차를 담아 참가자들에게 마시도록 하는 차 잔치의 풍습 중 하나다. 차문화가 왕성하게 일본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무가정치는 새로운 전기의 일대 변혁을 맞이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집권하는 모모야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때 일본의 차 산업은 꽃을 피운다. 우치를 중심으로 시즈오카 시미즈 일대에 차 산업이 본격화 됐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다방인 살롱문화가 정착되었다. 그것은 오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차 산업에 대한 관심과 보호 때문에 가능했다. 오다 노부나가는 직접 우치에 가서 다기와 차 만드는 것을 봤을 뿐만 아니라 차의 명가였던 모리집안에서 융숭한 차 대접을 받기도 했다. 오다 노부나가는 모리가에게 봉토를 부여하고 우치향에서 어차를 봉공하는 역할을 맡겼다. 당시 우치가에는 차를 섞는 가마가 48개, 그리고 차를 만드는 일꾼이 5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모모야마 시대는 차문화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대였다고 보여진다. 일본의 대표적인 차인은 바로 센리큐 선사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스승이었던 센리큐 선사는 불안정한 서민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칠대로 거칠어진 무사들의 정서를 부드럽게해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차를 보급했다. 센리큐는 다도를 권력 속에서 일상의 중생들에게 회향해냈다. 그래서 세상의 고통으로 마음이 황폐해진 중생들에게 마음의 평정·적정 경지를 안겨주는 아름다운 세상이 차의 예(禮)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노력했다.“끝없는 마음의 헤아림 다도와 함께 족하구나.”라고 노래했던 센리큐는 다도에 있어서 형식이나 규범보다는 ‘정성어린 깊은 마음’ 속에서 탄생하는 고요한 가라앉힘의 세계를 더욱 사랑했던 것이다. 센리큐는 차가 직접 사람들의 감각에 다다를 수 있는 창조적인 길을 꽃피워내고, 나아가 사람의 마음에 깊은 환희와 감동을 줄 수 있는 다구를 창안했다. 그리고 그곳에 꽃을 꽂아 차실의 우주를 새로 꾸리고 그것으로 점다(點茶)하는 이상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센리큐는 저 우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운 보석의 눈물 같은 고려다완, 가을날 청정한 호수 속에 어리는 안개 같은 청자를 즐겨 썼을 뿐만 아니라 다다미 두 장의 넓이에 소우주 같은 차실을 만들었던 것이다. 에도시대에 피어난 다도는 센리큐의 할복자살로 쇠퇴기를 맞이한다. 정치이념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다도관이 불교에서 유교로 바뀌어지는 가운데 많은 유파들이 생긴다. 에도 말기부터 다인들은 직제화되었다. 다인들의 직제화는 일본다도의 계보화를 촉진시켰다. 오늘날 우라센케, 오모데센케이 등 일본 내 대표적인 유파들이 이때 탄생한 것이다. 메이지초기 일본의 다도는 사회변혁기를 맞아 단절상태에 빠진다. 개화와 개방이라는 사회적 혼란기를 맞아 차에 종사하던 관리들의 일터인 다이묘나 장군 등 후원자가 없어짐에 따라 실업자가 생겨 다도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다도는 메이지 중기 대두된 내셔널리즘에 따르는 전통문화에 대한 자각과 다례의 재발견 때문에 살아났다. 다도의 후원자였던 대명 대신에 메이지유신으로 성장한 재계의 거물들이 다도에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일본 다도 중흥의 기초는 1898년 다나카 센쇼유다. 일본다도학회를 창설, 스승에서 제자에게만 전수되던 밀밀의 다도를 대중화시키는 헌다행사를 창안, 성공시킨 인물이다. 일본의 다도는 아직도 ‘중생들의 정성어린 깊은 마음’을 사랑하는 센리큐 그 차체다. 그는 “다도를 행함에 있어 마음이 맑고 깨끗하도록 수행의 덕목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고목이 눈에 의해 쓰러진 것처럼 서투른 솜씨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불완전한 미의 극치를 찬양했다. 센리큐는 차 한잔 속에 담겨진 정성과 인정의 향기, 그 속에 어린 손님과 주인의 마음이 화합으로 만나 이루어진 오묘한 소우주의 평정심이 진정한 차의 미학임을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일깨우고 있다. 일지암 암주 ■ 일본차의 근원 초암차는 ‘김시습 茶’ 일본다도의 근원은 초암차(草庵茶)다. 차를 연구하는 많은 역사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다도를 대표하는 초암차의 연원을 매월당 김시습에서 찾고 있다. 김시습은 조선을 대표하는 차인 중 한 사람이다. 경주 금오산 용장사에 머물며 ‘금오신화’를 집필하며 자신이 살던 초막 인근에 차나무를 직접 재배해 차를 우려 마셨다. 일본은 당시 경남지역, 특히 웅천 등지에 많은 일본인들이 무역을 하며 한국문화를 접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은 당시 조선과 외교할 수 있는 외교가로 일본승려들을 이용했다. 그들은 당시 중앙의 관료들뿐만 아니라 지방의 토호, 문인 그리고 유명한 스님들을 찾아 직접 교류하기도 했다. 그같은 일본승려 외교관 중 한 사람인 준초라는 스님이 1460년대 중후반경 경주 용장사에서 은거하고 있는 김시습을 방문했던 것이다. 당시 김시습은 하늘이 훤히 내다보이는 작은 암자에서 살고 있었다. 폭악무도한 세상에 대해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었던 김시습은 스스로 머리를 깎고 설잠이란 법명을 가진 승려가 되었다. 승려가 된 김시습은 이곳 저곳을 떠돌며 작은 초당을 짓고 차와 참선 그리고 집필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그런 김시습이 머물고 있는 암자는 그야말로 한평 남짓한, 그러나 온 우주를 담고 있는 담백함이 깃든 곳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암자를 감싸고 있는 또 다른 우주는 바로 화경청적한 자연이었다. 풀벌레 소리 들리고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그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마시는 차는 바로 자연의 완벽한 고요함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바닥보다 낮게 설치한 땅화로, 찻사발 등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일본차에 물들어 있던 준초라는 스님에게는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사료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승려는 그후 한 두차례 더 매월당 김시습을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시습은 그같은 사실을 ‘유금오록’이란 시집에 담고 있다.‘일동승 준 장로와 이야기하며’라는 시에서 김시습은 “고향을 멀리 떠나니 뜻이 쓸쓸도 하여/옛 부처 산 꽃속에서 고적함을 보내누나/최 차관에 차를 달여 손님앞에 내놓고/질화로에 불을 더해 향을 사르네/봄 깊으니 해월이 쑥대 문에 비치고/비 멎은 산 사슴이 약초 싹을 밟는구나/선의 경지나 나그네정 모두 아담하나니/밤새 오순도순 이야기할 만하여라.” 그같은 김시습의 차법을 준초등 일본승려들은 ‘선차’(禪茶)라 불렀다. 김시습의 선차는 작고 소박한 차실, 차마시는 법의 고요함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차선일미의 정신과 내용이 일치하는 일본 초암차의 근원이 되었다. 초암차는 간소하고 서민풍의 차법을 선보인 무라다 주코에서 시작돼 다케노 조 그리고 센노리큐에 의해 완성된다.
  • ‘송이’ 탐스러워 味치겠네

    ‘송이’ 탐스러워 味치겠네

    이제 가을이다. 오곡이 무르익는 이 즈음 온갖 먹을거리들이 풍성하지만 ‘맛의 보배’는 단연 송이다. 인적이 드문 깊은 산중에 보물처럼 하나 둘씩 숨어 있는 송이는 가히 맛의 진객(珍客)이라 할 만하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던 탓에 송이의 발아가 2주정도 늦어졌다. 그래서인 경북 울진·봉화 등에서는 지금 자연 송이 채취가 한창이다. 산신이 내린 별미 송이를 맛보러 가자. 단단한 육질과 그윽한 솔향…. 버섯인지 고기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마침 10월1일부터는 울진에서 송이축제도 열린다. 비교적 싼값에 송이를 맛보고, 또 채취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울진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산과 들, 바다에 먹을거리들이 지천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깊은 산중에서 나는 ‘송이’는 별미 중의 별미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 송이가 많이 나는 지역으로는 경북 울진과 봉화, 강원권의 양양이 잘 알려져 있다. 연간 송이 생산량과 품질이 으뜸이라는 울진을 찾았다. 국내 최대의 송이 산지는 울진이다. 화강암과 편마암이 풍화된 토질과 동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의 영향으로 육질이 단단하며 특유의 향이 강해 미식가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소나무가 울창해 ‘송이산’이라 불리는 경북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의 야산을 이 일대 송이 채취권을 가지고 있는 구산3리 김동석(66)씨와 함께 올랐다. 마을을 지나 비포장 임도를 한참 달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소나무가 가득한 산뿐.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여기는 야생동물의 천국입니다. 수달, 산양, 고라니는 기본이고 멧돼지도 많아요. 그래서 올 겨울에는 아마 수렵을 허가해야 할 것 같아요. 농가의 피해가 너무 크거든요.” 울진군청 산림과 김진업 계장의 말대로 울진은 태곳적 원시림이 그대로 간직돼 있는 동식물의 천국이다. 이런 곳이라야 ‘송이’가 자란단다. 소나무 중에 으뜸이라는 금강송이 가득한 야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산을 올랐다. 향긋한 소나무향이 진동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30분 올랐나? “여기는 몇 년 전만 해도 송이가 많던 곳인데 올해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어요. 아마 소나무가 너무 늙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는 김씨.‘아니 소나무가 늙은 것이랑 송이랑 무슨 관계지.’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그러자 김씨는 “송이는 소나무가 늙으면 갑자기 자취를 감춰요. 보통 20∼50년 된 소나무 주변에 제일 많이 납니다.”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은 되지 않지만 송이는 나무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단다. 또한 나뭇가지 하나만 다쳐도 그 해에는 송이가 나지 않는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송이를 ‘영물’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인간을 만들어 낼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송이를 인공 재배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이야기해서 무엇하랴. 땀이 아마에 송알송알 맺힐 때쯤되자 김씨는 “자, 다왔습니다. 여기가 송이밭이라예.”라고 말한다. 소나무 주변을 둘러보니 신기하게 하얀 송이가 머리를 들고 있다. 7∼8개의 송이가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신기하다. 기다란 나뭇가지로 조심스레 땅을 찔러 송이를 뿌리부터 들어낸다. 그러고는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요즘 1등급 송이는 금값이다.1㎏에 20만원이 넘는다. 그래서인지 혹시 송이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마치 갓난아이를 다루듯 한다. 김씨가 “어∼이”하고 외치자 동네 주민들 몇 사람이 나타난다.“여기 이제 송이가 올라오네. 잘 지켜.”라며 낙엽들을 한 움큼 집어 덮어 놓는다. 송이는 햇빛을 받으면 갓이 퍼져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송이가 별로예요.”라는 임재성(57)씨. 올 여름 너무 더워서인지 송이가 작년에 비해 양이 많이 줄었다.“송이는 정말 민감해요. 한마디로 예민해서 조금만 습해도, 더워도, 추워도 생산량이 급감합니다.” 땅속의 온도가 섭씨 19도 정도 돼야 송이가 제대로 자란다. 그래서 9월 초순부터 산속의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송이철이 시작된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무더워 송이철도 늦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이렇게 송이를 채취하고 다들 산속으로 들어간다. 조금 걸어가니 송이꾼들이 사는 움막이 나온다. 밥을 해먹을 수 있는 간단한 취사도구가 보인다.“여기는 한 달 동안 저희들이 자는 곳이에요. 밤새 송이를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움막에서 새우잠을 잡니다.”라고 말하는 전종록(65)씨. 금값보다 비싼 송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밤잠 설치는 것이 문제이겠는가. “아무리 송이가 귀하기로 여기까지 손님이 오셨는데 송이 맛 좀 보여드리지.”라는 김성광(69)씨. 송이를 툭툭 털더니 손으로 바로 쭉쭉 어 내온다. 기름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향긋한 솔 향이 입안에 확 돈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은은한 향기가 입에서 코로, 목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깨물어 봤다.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뭐랄까. 생밤보다는 부드럽고 고기보다 질기지 않지만 뽀드득 뽀드득 씹히며 살짝 배어 나오는 육즙 맛이 역시 ‘가을산의 보물’답다. 송이의 갓을 떼어 굵은 소금을 뿌리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 위에 올렸다.“잘 보세요. 송이 갓에서 노란 기름이 자글자글 나옵니다.”라는 김씨. 정말 2분 정도 지나자 노란 기름이 송이 갓에 모인다.“자 드세요.” 오∼고소하고 달콤함에 염치도 없이 한 개를 홀랑 먹어 치웠다.9월 중순에는 1㎏에 60만원을 호가했다니…. 역시 비싼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감탄사를 연발할 때쯤 송이 서너 개를 쭉쭉 찢어 넣고 끓인 송잇국을 한 그릇 떠 건넨다. 쫄깃쫄깃한 송이를 건져 먹고 국물을 마셨다. 약간 갈색을 띠는 국물인데 그야말로 송이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듯했다. 그윽하고 달콤함이 몸 전체로 퍼져 갔다. 젊은 소나무의 잔뿌리에 기생하며 소나무의 영양을 빨아먹고 사는 ‘송이’의 영양가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힘이 불끈 솟는다. 입이 즐거우니 몸도 마음도 즐겁다. 이것이 바로 식도락 여행의 맛 아닐까. 금보다 귀하다는 송이와 함께 한다면 이보다 즐거운 여행이 따로 있을까. 송이도 일반 버섯이 자라는 형태와 동일하다. 송이균은 소나무 뿌리 가장 끝부분인 세근(細根)에 붙어 탄수화물과 무기양분을 먹으며 자라난다. 이렇게 소나무와 공생하면서 자실체(버섯)를 만들어 내는데, 이것은 아직까지 인공적으로 불가능하다. 땅속 5㎝부근에서 송이가 만들어져 땅위로 나오는데 10일 정도 걸린다. 땅위로 나온 송이는 보통 4∼5일이면 갓이 생긴다. 송이는 하루에 1㎝ 이상 자란다. 동의보감에 송이는 소나무의 기운을 품고 자라나 독이 없으며, 맛이 달고 향이 짙어 버섯 중에 으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독특한 향과 맛으로 각광받는 송이는 고단백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이다. 특히 비타민 B가 풍부하며 구아닐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송이에 있는 다당체는 항암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일본인들에게 인기다. 울진 사람들은 송이를 조미료라고 한다. 모든 음식에 다 잘 어울리며 궁합이 맞는다는 뜻이다. 불고기, 잡채, 된장찌개, 국이나 밥을 지을 때 등 어디든지 송이를 넣으면 향긋한 향과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화학 조미료나 마늘, 파, 양파 등 양념을 줄이고 맵고 짜거나 얼큰한 찬(국물)에는 적합하지 않다. 송이는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1등급은 비쌀 때는 ㎏당 50∼60만원을 호가하지만 부러지거나 갓이 완전히 퍼진 등외품은 몇 만원이면 먹을 수 있다. ■ 제4회 울진 송이축제 경북 울진군이 10월1∼3일 제4회 울진 송이축제를 연다. 관광객들이 직접 송이를 채취할 수 있는 각종 송이 관련 체험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송이채취체험은 축제기간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에 두 번 실시하며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이다. 참가자는 송이를 한 개씩 가지고 갈 수 있다. 이와 함께 축제기간 동안 송이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 울진에서 개발한 산 오징어와 송이를 함께 무친 ‘오송회’를 1만 2000원에 맛볼 수 있다. 팔씨름 대회, 굴렁쇠 굴리기, 보물찾기, 송이 경매 등 다채로운 참여 행사와 댄스 페스티벌, 추억의 콘서트, 불꽃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의는 울진군청 산림과 (054)783-5119,tour.uljin.go.kr 청정 계곡과 바다, 태곳적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는 산 등 경북 울진은 자연을 느끼며 쉴 수 있는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웰빙 관광지. 덕구온천은 온천공을 일부러 뚫지 않고, 자연적으로 솟는 용출수를 그대로 끌어다 쓰는 온천으로 이름 높다.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신경통·근육통·피부병 등에 좋다고 한다. 덕구온천호텔에 대온천장이 있고, 별도로 운영하는 테마온천탕 덕구온천스파월드에 딸린 전망좋은 노천탕이 있다. 산 속에 자리 잡아 주변 산세가 좋고 공기도 맑다. 맥반석동굴사우나·물안마폭포탕·레몬탕·재스민탕·히노키탕·황옥쉼터를 갖췄고, 노천탕 옆 원목을 깔아놓은 선탠장에선 숲경치를 즐길 수 있다. 실내엔 대형 물치료시설인 액션스파·테라쿠아가 있다. 대온천탕 6000원. 스파월드(수영복 입장) 어른 1만원, 어린이 8000원. 매일 아침 7시 덕구계곡을 따라 원탕까지 직원 안내로 2시간짜리 트레킹을 할 수 있다. 각국의 이름난 다리를 본떠 만든 다리들도 눈길을 끈다. 11월30일까지 단풍시즌을 맞아 주중 9만 8000원, 주말 11만 8000원(2인기준)에 호텔과 조식, 스파월드 이용까지 할 수 있는 패키지를 운영한다.(054)782-0677.www.duckku.co.kr 이밖에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꼽은 동해안 최고의 비경인 망양정과 월성정이 있으며 신라시대에 창건된 비구니 도량인 불영사,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불영사 계곡 등도 찾아갈 만하다. 호텔 식당가에서도 송이 요리 잔치가 한창이다. 송이를 전골 찜 구이 등으로 고급스럽게 만든 요리를 길게는 10월 말까지 즐길 수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310-7345)은 자연송이를 넣은 상어지느러미찜, 게살요리, 전복 등을 준비했다. 일식당 고토부키(310-7343·10월15일까지)에서는 덮밥, 솥밥, 주전자찜, 초밥정식 등을 즐길 수 있다. 중식 8만∼13만원, 일식 3만 6000∼15만원. 홀리데이인서울 한식당 이원(710-7266∼7)은 자연송이 조랑떡국과 너비아니, 자연송이 솥밥과 갈치조림, 자연송이 된장찌개와 옥돔구이 등을 죽, 탕평채, 전유화, 후식과 함께 선보인다.3만∼4만원.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중식당 타이판(317-3237)과 일식당 겐지(317-3240)에서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자연송이로 버터구이, 해물스프, 전골, 튀김 등을 제공한다.12만∼18만원. 임페리얼팰리스의 일식당 만요(3440-8150)에서는 자연송이 맑은 국, 송이구이와 튀김, 송이버섯밥 등으로 구성된 자연송이 정식과 송이버섯 전골, 소금구이, 송이 해산물찜 등의 일품요리를 제공한다. 정식 15만원.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317-0373)의 자연송이 특선요리는 송이 초밥, 송이 주전자찜, 송이 튀김 등으로 구성된 송이 코스.12만∼18만원 롯데호텔 서울점의 일식당 모모야마(771-1000)는 송이튀김과 송이덮밥을, 중식당 도림은 자연송이 코스 및 각종 일품요리를, 한식당 무궁화는 송이반상과 송이영양돌 솥밥 등의 메뉴를 각각 준비했다.3만9000∼20만원.
  • ‘교사 학부모 성추행’ 끝내 법정으로

    상담 과정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학부모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진회 폭로교사’ J씨에 대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학부모단체들은 J씨의 출근을 막는 시위를 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6일 “그동안 J교사에게 ‘공개 사과하고 스스로 교단을 떠나라.’고 요구해 왔지만 합당한 조치가 없어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면서 “이와는 별도로 교육당국에 J교사를 고발하고 징계·파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가협은 지난 5일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의 중재로 J교사를 만나 마지막으로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양측이 합의하지 못해 결국 성추행 의혹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은 이날 오전 학가협과 함께 J교사가 소속한 서울 J중학교 앞에서 시위를 했다. 학사모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면서 “J교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적격 교사’의 한 전형으로 당장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도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J교사의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공대위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강의석(종교자유운동가), 이계덕(전 민노당 대의원), 김혜민(학교폭력예방 청소년활동가), 이영석(한국 청소년단체협의회 청소년의원)씨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법률자문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정황증거도 뚜렷해 법률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성추행 혐의에 대한 형사 고발과 명예훼손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관할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1차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양쪽의 주장이 워낙 달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민원·진정·고발 등이 들어오면 다시 조사하겠지만, 고소·고발 등에 따른 사법처리 전까지는 섣부른 징계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불량공주 모모코(2일 개봉) 장르/등급 코미디/15세 감독/배우 나카시마 데쓰야/후카다 교코·쓰치야 안나 줄거리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목숨 건 16세 소녀, 동갑내기 스쿠터 폭주족의 우정. 20자평 황당무계하지만 이보다 더 재기발랄할 수 없는 이야기. ●아일랜드 장르/등급 SF/12세 감독/배우 마이클 베이/이완 맥그리거·스칼렛 요한슨 줄거리 장기제공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의 ‘시스템 탈출기’ 20자평 액션이 화려한 SF, 그러나 생각보다 약한 철학적 메시지. ●그녀는 요술쟁이 장르/등급 코미디/12세 감독/배우 노라 에프론/니콜 키드먼·윌 페렐 줄거리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던 미녀 요술쟁이, 달콤쌉싸름한 인간세상 적 응기. 20자평 니콜 키드먼으로 빛나는, 그러나 그녀를 빼면 시체(?)인 영화. ●크림슨 리버 2(1일 개봉) 장르/등급 미스터리 액션/15세 감독/배우 올리비에 다한/장 르노·브누아 마지멜 줄거리 성서의 비밀을 단서로 살인사건의 진실을 캐는 수사극. 20자평 근사한 재료, 평범하게 주저앉은 미스터리. 창대한 시작, 미미한 끝. ●게스 후(2일 개봉)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케빈 로드니 설리반/베니 맥·애쉬튼 커처 줄거리 흑인 집안에 들어온 백인 예비사위의 좌충우돌 ‘사랑 쟁취기’. 20자평 색다른(?) 장인과 사위의 신경전은 재미만발,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강도는 기대치 이하. ●박수칠 때 떠나라 장르/등급 미스터리 드라마/15세 감독/배우 장진/차승원·신하균·김지수 줄거리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48시간의 살인 수사극. 20자평 차승원, 신하균의 에너지가 스크린에서 ‘이글이글’. ●웰컴 투 동막골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박광현/정재영·신하균·강혜정 줄거리 전쟁도 비켜간 산골마을에서 엮는 국군, 인민군, 미군의 가슴 찡한 동거담. 20자평 넉넉한 산골 풍광, 푸진 웃음, 찡한 감동. 그러나 하염없이 느린 걸음.
  • [논술이 술술] 게으름에 대한 찬양/글쓴이 : 버트런드 러셀

    ‘시간은 돈’임을 강조하며, 무조건적인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제목은 무척 도발적이다.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전면으로 맞서는 불온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도발과 불온함은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 가치를 되짚어보면서,‘독단에 언제든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가짐과 모든 다양한 관점들에 공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을 맛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버트런드 러셀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현대 수학의 중요한 경향 중의 하나인 논리주의의 구상을 체계화한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며, 현대철학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동시에 노벨문학상(1950년)을 수상한 문학가이기도 하며, 평생 반전·평화운동을 일관되게 펼친 사회사상가이자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몇 차례의 투옥을 감수하면서 교육과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참여해 왔다. 특히 1955년에 아인슈타인과 함께 발표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은 핵전쟁의 위험을 감시하고 경고하며,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모색하는 ‘퍼그워시회의’가 창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한 러셀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철학적 수필집이다.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적 독단에 반대하는 그의 정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있고, 문화에 대한 비판적 단상을 서술하고 있는 글도 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끌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현대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글들이다. 그는 이 글들을 통해 실용적 지식과 가치만을 강조하며, 인간을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현대 문명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선한 본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온다. 하루 네 시간 정도 필요한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은 스스로 알아서 적절한 곳에 사용할 때 문명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대 기술 문명이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지만,‘근로가 미덕’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과잉 생산을 거듭하며,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게으름에 대해 느끼는 원초적인 가책을 용감하게 떨쳐버려야 사회와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용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색하면서 ‘무용한’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무용한’ 지식이야말로 인생을 진지하게 만들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람은 게으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스스로가 선택한 창조적인 활동에 몰두할 수 있으므로,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을 위해서는 누구든지 게으를 권리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셀의 이러한 지적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눈부신 생산력의 발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노동의 종말’이라고 할 만큼의 심각한 실업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고,‘과로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도록 노동 강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러셀의 말처럼 과연 우리는 제 정신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일까. 혹시 집단적 광기에 휩쓸려 파멸을 향해 경쟁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가치는 이처럼 우리의 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도록 이끌고 있다는 데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모모(미카엘 엔데), 느림(밀란 쿤데라), 월든(소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상소), 무소유(법정) -기출논제:연세대 2003학년도 자연계 정시 논술, 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2학기 논술 ■ 생각해보기-실용적 지식만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가 지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인문학이 지니는 의의와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기술의 발달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써보자. -기술 발달의 혜택이 사회에 골고루 분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이번주엔 뭘 먹지]

    ●뷔페 레스토랑 코엑스 비즈바즈(6002-7779)는 11∼24일 다양한 나무틀에 초밥을 찍어내는 오사카 하코스시 프로모션을 연다. 장어, 초절임고등어, 날치알, 철갑상어알 등으로 맛을 냈다. 어른 3만 9600원부터.●서울신라 일식당 아리아께(2230-3356)는 17일 일본 소바와 튀김·스시 명인 조리장 3명을 초청, 바쁜 업무로 점심을 먹지 못한 비즈니스맨을 위해 오후 3∼5시 레이트 런치를 마련한다.7만 5000원부터.●밀레니엄 서울힐튼 중식당 타이판(317-3237)은 7일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사천요리와 광동요리를 주제로 한 황실연회를 연다. 멜론 속의 송이 상어지느러미찜·팔전대보탕 등 10여가지 코스가 나온다.11만 8000원.●롯데호텔서울 일식당 모모야마(317-7031)는 8월 말까지 여름 보양식으로 장어초밥과 모밀정식(4만 7000원), 농어코스요리(11만원)를 내놓는다. 갖가지 야채와 생선회로 입맛을 돋우는 회덮밥 정식(6만원)도 있다.
  • 인권위 “두발자유는 기본권”

    인권위 “두발자유는 기본권”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학생 두발제한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교육당국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단속할 것을 권고했다. 학생들은 이제야 학교가 시대흐름을 따라가게 됐다며 반긴 반면, 교사들은 학생으로서 기본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기준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 “학교도 별수 없을 것” 환호 학생들은 이번 인권위 결정이 학교현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반겼다. 한국학생인권연합회장 박효원(17)군은 “학생들끼리 아무리 토론회와 집회를 가져도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인권위의 결정은 우리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므로 학교가 이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화여고 1학년 양아라(17)양은 “머리를 잘라야 하는 근거도 말해 주지 않은 채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로 심하게 머리를 깎아 놓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학생들도 교육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아이들 보호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 일선 학교와 교사들은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세부기준을 규정한 별도안이 필요하다고 했다.K공고 학생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견만 100% 따른다는 것은 아이들이 아직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미성년자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발제한을 완화한 뒤 한 학생이 옆머리를 완전히 깎은 일명 ‘훌리건 머리’를 하고 와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면서 “자유도 중요하지만 사회관념상 학생신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B고등학교 학생부 교사는 “지난달 학급회의 등에서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 획일적인 두발규제를 하지 않도록 이미 규정을 개정했다.”면서 “하지만 학생으로서 단정해 보이기 위해 최소한 여학생은 머리길이가 옷깃을, 남학생은 귀를 덮으면 안 된다는 정도의 규정은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대변인은 “학교에서 두발 관련 규정을 마련할 때 학생들을 참여시킨다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학생들도 주장한 만큼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김형진 사무국장은 “자율적으로 교칙을 정하고 두발지도를 원만히 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이번 권고로 오히려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 “학교의 자율권을 오히려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제이발 명백한 인권침해” 인권위는 이날 “지난 3월 접수된 학생 두발제한 관련 진정 3건을 검토한 결과 강제이발과 획일적인 머리모양 규제 등 인격권이 침해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 각 시·도 교육감에게 “두발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라며 “두발 제한·단속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학생 두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국가기관이 두발자유를 학생의 기본권으로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다. 인권위는 또 ▲두발제한 관련 학칙의 제·개정 때 학생 의사 실질적 반영 ▲인권침해로 인정될 때 지도·감독기관의 시정 요구 ▲적극적인 강제이발 방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박찬운 인권정책국장은 “그동안 두발과 관련해 학생은 규율에 따라야만 하고 다른 의견을 제기하거나 반발하면 안 된다는 사회 분위기가 강했다.”면서 “두발제한이 인권침해라는 원칙선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논술이 술술] 걸리버 여행기/글쓴이:조나단 스위프트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책으로든 만화로든 또는 만화영화로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인국과 소인국을 여행한 걸리버의 이야기를 친숙하게 접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막상 ‘걸리버 여행기’의 전체 내용을 직접 책으로 읽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걸리버 여행기’를 책으로 직접 읽으면 그 내용이 우리가 알고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당시 사회와 인간 문명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소설은 1726년 처음 출판될 당시부터 선동적 명예훼손죄로 제소될 위험 때문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1735년 더블린에서 처음 완성본이 출판될 때에도 정치적으로 너무 위험하다고 일부분이 삭제되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스위프트는 1667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성공회 목사였던 그는 영국 지배에 대한 반발로 1724년에 일어난 아이리시 저항 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지금도 아일랜드에서 국가 영웅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다양한 정치 활동에 참여하며 영국의 아일랜드 지배와 당시의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을 많이 남겼다. 이 책의 큰 특징은 작가가 스위프트 자신이 아니라, 레뮤엘 걸리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위프트는 책 머리에 ‘발행자가 독자에게’,‘선장 걸리버가 사촌 심프슨에게 보내는 편지’를 붙여서 마치 이 책이 실제로 걸리버 자신이 쓴 여행 기록처럼 보이도록 했다. 걸리버의 입을 빌려 당시 사회를 마음껏 풍자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1·2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은 사람들의 나라 릴리퍼드와 큰 사람들의 나라 브롭딩낵 이야기다.3부는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인 라퓨타와 그 밖의 지역에 대한 여행기이며,4부는 말들의 나라인 휴이넘을 다루고 있다. 이 가상의 여행기들은 모두 인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품고 있다. 이는 비단 당대의 현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까지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동화처럼 읽었던 소인국의 이야기는 명분과 이념에만 사로잡힌 채 당파와 파벌, 부패와 부조리에 휩싸여 있는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색과 연구에 몰입하여 아무런 생산도 하지 않고 언제나 쓸데없는 생각과 연구에 세월을 바치고 있는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이야기에서는 현대의 기술주의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걸리버의 입을 통한 비판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귀족, 사법, 종교 등 사회의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 걸리버의 여행이 실제로는 인간 사회의 비뚤어진 현실에 대한 탐색과 여행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스위프트는 이 책의 목적을 걸리버의 입을 빌려 “영국에서 살고 있는 야후들의 악덕에 가득 찬 사회를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희망을 가지고”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걸리버의 또 다른 기록처럼 단지 영국 사회만이 아니라, 인간 문명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주인은 우리를 아주 작은 분량의 이성을 부여받은 동물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을 좋은 일에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잘못을 만드는 일에 이성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좋은 능력을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인간의 단점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었으며, 아무런 소용도 없는 발명품에 의해 자신의 단점을 메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풍자와 해학의 차이에 대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 써보자. -“우리에게는 서로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종교는 있지만, 서로 사랑하게 만드는 종교는 없다.”는 걸리버의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실생활의 법률 문제를 소재로 일반인과 변호사들에게 법률적 판단을 묻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보면 일반인들의 상식과 법률적 판단이 상당히 다르다. 이처럼 법률 체계가 일반인들의 상식적 판단을 벗어나 전문화, 복잡화되는 원인은? 이는 바람직한가?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1∼고3 -관련 교과:고등국어·사회, 윤리와 사상, 세계사, 정치, 경제,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1984(조지 오웰),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모모(미카엘 엔데) -기출논제:전남대 2000학년도 정시 논술, 이화여대 2000학년도 정시 논술
  •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최근 눈에 띄게 부쩍 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어느 여행사가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고속도로 위를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질주해 보는 일정도 들어 있다.‘현대화’의 구호 밑에서 계속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신흥 갑부들이 드디어 속도가 주는 짜릿한 쾌감을 독일 땅에서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1989년 이래 줄곧 서독의 속도에 자신의 속도를 맞추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게 된 옛 동독사람들은 가끔 ‘동독에 대한 향수(Ostalgie)’에 젖어, 그동안 서독의 소비제품에 밀려 상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던 상품을 다시 찾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사회가 안고 있는 속도의 변화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정도의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주지만 불안감이나 불만감도 심어준다. 현대사회에서 속도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 대한 고찰을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킨 프랑스의 폴 비릴리오(P Virilio)는 무엇보다도 전쟁이 속도의 의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활-총-대포-미사일-레이저로 발전해온 무기체제가 바로 속도가 지니는 공격성과 파괴력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전자통신 혁명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든지 또 어떤 곳에서든지 일어나는 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나 이로 인해 우리의 지각능력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기계의 시간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동성을 높이는 자동차가 자주 교통체증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다. 어떤 때는 걸어가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목적지에 한시라도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수단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정체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문학적으로 다룬 독일작가 스텐 나돌니(S Nadolny)의 ‘느림의 발견’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의 실제인물 존 프랭클린(1786∼1847)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말과 동작이 극도로 느려 주위로부터 항상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보다 더 사물을 치밀하게 관찰하게 만들었으며, 그 때문에 그는 유명한 북극 탐험가가 될 수 있었다. 느림이 곧 삶의 리듬에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이 성장소설이며 해양모험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느림’이라는 소설 속에서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델라(M Kundela)도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라고 묻는다. 느림의 내면에 담겨 있는 인간성을 두 소설은 강조하고 있다. 사실 강박적인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오늘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패스트푸드’ 대신에 ‘슬로푸드’를 위한 운동,‘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모임’ 등도 있다. 심지어는 ‘바쁘면 천천히 가라’라는 제목의 책은 게으름의 필요성까지도 역설한다.‘빨리 빨리’ 움직여도 먹고 살기 힘든 판국인데 그렇게 ‘천천히’ 움직인다면 어떻게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 우리에게도 ‘바쁘면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의 압축성장은 300년 넘은 오랜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서구 산업사회에서보다 시간이 곧 사회관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재원(財源)이라는 생각을 더 굳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앞만 보고 ‘빨리 빨리’ 달려 왔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도 ‘천천히’ 걸어야만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그 속에 살고 있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의 의미에 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데 있다고 미하엘 엔데(M Ende)의 소설 ‘모모’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주보다는 느림이 이제는 우리의 삶의 질을 위해서 절실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느림의 미학을 강조해 본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논술이 술술] 모모/미하엘 엔데

    시간을 절약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근대 이후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 왔다. 더 빨리 보고, 듣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뚜렷한 목적이 없이도 그 자체로 윤리적인 의무로 여겨졌고, 나아가 시간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계가 문명의 중요한 발명품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 곧 인간과 자연의 본성에 기초한 보편적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시계가 나타내는 시간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의 시간을 정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인간이 본성적으로 갖고 있는 이기적 욕망에 의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윤리적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시계가 나타내는 시간은 자연의 시간 자체가 아니고, 시간을 아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인간의 보편적 본성과는 관계없는 근대적 세계관의 산물일 뿐이다. 근대의 세계관은 인간의 과학·기술과 기계에 의한 무한한 물질적 발전을 궁극의 가치로 여기며 발전해 왔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시간을 표준화하고 정확히 측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나타난다. 단위 생산물의 생산 속도로 정의되는 생산성의 개념에서처럼 주어진 시간에 일을 빨리 하는 것이 발전이자 진보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물질적 세계로부터 독립되어 직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객관적 실재로서 시간을 파악하게 되었으며, 시계를 통해 동질적인 ‘24시간’ 체제로 인간의 삶을 표준화시켰다. 그러나 시계를 통한 근대적 시간의 지배는 자연적 시간에서 인간의 삶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인간은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는 것, 쉬는 것, 잠자는 것까지 신체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계에 의해 지배받게 되었다. 또한 시간의 지배는 근대 사회에서 인간의 행동과 언어, 사고를 제약하여 삶의 양상을 극도로 표준화시켰을 뿐 아니라, 기술의 변동에 그것을 직접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독일의 미카엘 엔데라는 작가가 쓴 ‘모모’는 이러한 근대적 시간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드러내면서 근대 문명의 물질주의와 획일주의를 비판한다. 그리고 이를 시간 도둑인 회색 인간들과 싸우는 모모라는 거지 소녀의 활약이라는 동화적 상상으로 재미있게 그린다. 이 책은 1970년대 후반에 우리 나라에 처음 소개된 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널리 읽혔다. 하지만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빨라진 세상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이 책의 의미는 더욱 진지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시간을 재는 모든 단위는 무가치한 것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시간은 바로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사는 생활은 진실로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작가의 말은 ‘속도’와 ‘경쟁’의 현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할 것, 그리고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주체적으로 회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밀란 쿤데라는 ‘느림’이라는 소설에서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경우에 비유해 현대인들은 속도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며 자신 안에 갇히게 된다고 현대문명의 속도를 비판한다. 이밖에도 시간과 관련, 현대 문명이 갖는 문제점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근대 사회에서 나타난 객관화되고 절대화된 표준시의 관념이 가져온 장점과 단점은. -흔히 동양사상의 전통이 현대 문명의 대안으로서 강조되기도 한다. 동양사상의 전통 가운데 어떤 것이 현대 문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과연 현대 물질 문명의 문제를 극복할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시간은 바로 생활, 그리고 생활이란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의 의미는. ■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느림(밀란 쿤데라), 월든(소로우),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상소), 무소유(법정),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기출논제:연세대 2003학년도 자연계 정시 논술, 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 수시2학기 자연계 논술
  • 홈쇼핑업체 해외공략 ‘붐’

    홈쇼핑 업계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CJ와 현대홈쇼핑의 중국 홈쇼핑 시장 진출에 이어 우리홈쇼핑이 지난 1일 국내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대만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동남아 등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홈쇼핑은 타이완에 TV홈쇼핑 합작법인 ‘모모홈쇼핑’을 설립해 이날 첫 방송을 송출, 대만의 안방 공략에 본격 나섰다. 송출 가구수는 385만이며 내년까지 450만 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홈쇼핑은 대만 시장을 교두보로 점차 미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을 다각화할 전략을 갖고 있다. CJ홈쇼핑은 중국 최대의 민영방송국인 ‘SMG’와 합작, 지난해 4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홈쇼핑 채널인 ‘동방CJ홈쇼핑’ 개국방송을 내보낸 이후 새로운 쇼핑 문화 전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상하이, 장쑤성의 주요 도시 580만 가구에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하루 매출 1억∼1억 5000만원을 기록할 정도다. 앞으로 저장성, 화둥지역 전역으로 방송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2년 전 중국 홈쇼핑 시장에 진출한 현대홈쇼핑은 현재 광저우, 난하이지역에서 홈쇼핑 채널과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LG홈쇼핑도 중국 쓰촨성 충칭시 충칭TV와 손잡고 중국 홈쇼핑 시장 공략에 동참한다. 빠르면 오는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부완혁 선생 20주기 추모모임

    전 ‘사상계’ 발행인 봉래 부완혁 선생의 20주기 추모모임이 30일 오후 6시 서울 센트럴시티 웨딩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민관식 상허문화재단 이사장, 이수성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노재봉 서울디지털대 총장과 유가족인 부정애 ‘사상계’ 발행인, 신선호 센트럴시티 회장등이 참석한다.
  •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힘은 그들 주장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역사는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게 자부심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우익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政·財·言 ‘새역모’ 전방위 지원 한때 1만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최근 회원수가 줄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역모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무관심이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재계에 흩어져 있는 ‘새역모’의 배후 지지 세력들은 우익을 중심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일반 대중의 무관심에다 집요한 우익의 결집까지 더해지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새역모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새역모는 단순한 연구모임이나 단체가 아니다. 역사문제를 다루는 우익 모임으로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 일본교육연구소, 역사교과서시정을 요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이 바로 새역모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 대부분은 새역모 회원이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는 일본교육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일본교육연구소의 핵심인물은 전 자민당 중의원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다. 그는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 밝은일본국회의원연맹,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 우익 국회의원 단체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뛰는 조직도 있다.2000년 결성된 ‘교과서개선협의회(개선협)’가 대표적이다. 문화청 장관 출신 미우라 슈몬(三浦朱門)이 관여한 이 조직은 각 지역단체와 연계해 교육위원회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역사서술에서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며 1982년에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삽입된 ‘근린제국조항’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55만명의 서명과 함께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새역모는 정·재계에 광범위한 응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요시 도루(三好達) 전 최고재판장관이 97년 결성한 ‘일본회의’가 대표적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회의’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모모시마 유조(桃鳥有三) 일본청년회의소 대표, 이나바 고사쿠(稻葉興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일본회의와 연결된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로는 현재 경제산업상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유력 정치인들을 포함,240여명의 의원이 가입해 있다. 일본회의는 그 아래 헌법연구회·정책연구회·국제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모임들에는 새역모 멤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마루베니, 도쿄미쓰비시공업, 후지쓰,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 관련단체가 새역모를 후원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대표적인 극우신문 산케이를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를 출판하는 후소샤(扶桑社)를 계열사로 둔 요미우리신문도 새역모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원시복음·그리스도의 막사’라는 천황주의 단체도 지원세력. 이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새역모는 자체 구성 멤버도 탄탄하다.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다쿠쇼쿠대 교수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우에하라 다카시(上原卓) 같은 학계인사는 물론 우치다 사토시(內田智)·다카이케 가쓰히코(高池勝彦) 변호사 같은 법조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도 고이치(遠藤浩一)·이치다 히로미(市田ひろみ)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우익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 우익의 심중을 대변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도쿄도가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중고일관교인 하쿠오(白鷗)고교 부속중학교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합친 ‘중고일관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제시대 명문학교 교육과정에서 따온 데다 왜곡교과서까지 채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우익의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은 차츰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본 우익이 시민단체에 붙인 ‘친북적’이라는 딱지가 장애물이 됐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민족·국가 초월성 집착 韓우익, 日우익 ‘닮은꼴’ 사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우익의 자유주의사관 논리에 대한 우리의 반박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외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우익식 논리에 푹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공주대 지수걸 교수는 “일본 우익의 특징은 국가·민족의 초월성이나 신성성에 대한 집착”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유구한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도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일본사’를 공부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사’를 공부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지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식의 역사정통론적인 시각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도 한국역사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에게는 색깔론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친북·반미라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반공적이다’‘천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민중사관’이라 몰아세우는 한국 우익들의 논리는 자학사관을 코민테른사관이라 비난하는 일본 우익과 다를 바 없었다. 현 집권세력을 수구좌파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아예 창립선언문에 자학사관을 버리자는 일본 우익식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네 우익과 주변국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일본 우익은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연구자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우익과 한국의 반공·우익이 묘하게 만나는 한 단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자유주의 사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 집약된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은 ‘자유주의 사관’이라 칭해진다.‘수정주의’라는 용어도 쓰지만 단순히 ‘고친다’는 의미로만 비춰질 수 있어 자유주의라는 말을 쓴다. 이는 기존 역사서술이 좌파적 시각에서 비롯된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91년부터 자학사관을 비판하고 나선 새역모의 핵(核)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는 자유주의 사관을 ‘사관(史觀)의 자유주의’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데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이 다양한 관점을 억누르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논리다. 언뜻 19세기식의 낭만적 자유주의의 색채가 묻어나는 이런 주장은 역사서술에 대한 ‘책임’을 굳이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기존 사관에 대해서는 마르크시즘, 다시 말해 소련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빨간칠’도 빼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학사관은 ‘코민테른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후지오카 교수는 ‘오욕의 근현대사’라는 글에서 자유주의 사관의 핵심 테마로 5가지를 제시했다.▲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위대한 민족주의 혁명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근대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었다면 군사대국화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전략적인 선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무조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구제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막이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지오카식 주장은 관점의 자유에서 ‘사실에 대한 자유’라는 반역사학적인 단계로까지 확대된다. 난징대학살이나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 시대 전쟁 중에 흔히 있었던 일로 일본만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서 아예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곧 역사교과서에서 관련 서술을 빼야 한다는 논리로 옮아간다. 올해 1월 일본 우익을 분노케 했던 대입시험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세계사 문제에서 정답으로 2차대전기간 동안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문항이 제시된 것. 우익세력은 문제 자체를 아예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아버지는 저에게 슈퍼 히어로였죠”

    역도산의 실제 아들 모모타 미쓰오(55)가 영화 ‘역도산’의 월드프리미어가 열린 6일 용산CGV에 들러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버지와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역도산의 두번째 부인의 둘째아들로 일본 현역 프로레슬러인 그는 영화 ‘역도산’ 개봉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쁘고 아버님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영화는 못 봤지만 시나리오는 전부 읽었다.”며 “실록이라기보다는 픽션이 많아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남자로서 역도산의 길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수많은 관중이 몰려든 큰 경기장에서 아버님이 레슬링을 하고 있으면 파도 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아버지를 성원했다.”며 “아버지로서의 느낌도 있지만 슈퍼 히어로로서의 객관적인 느낌이 더 크다.”는 말을 남겼다. 고등학교 졸업후 18세에 레슬러가 됐다는 그는 “일본에서는 아직도 프로레슬링이 인기가 많은데 역도산을 일본 프로레슬링의 창시자로 알고 있다.”며 “영화가 일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
  • [책꽂이]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레오 리오니 글·그림, 김서정 옮김, 마루벌 펴냄) 기어다니지 않고 똑바로 설 수 있는 주인공 악어가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줄거리.4세 이하.8800원. ●사과야, 빨리 익어라(기시다 에리코 지음, 유문조 옮김, 사계절 펴냄) 노란 해님, 파랗고 빨간 사과들의 강렬한 색대비가 영유아의 색감을 키워주기에 그만이다.3세 이하.7500원. ●잘가요, 코끼리 할아버지!(로랑스 부르기뇽 지음, 차현인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꼬마 생쥐와 늙은 코끼리가 주인공. 만물의 존재가치, 생장과 소멸의 의미를 일깨우는 그림책.4∼6세.7500원. ●예솔아!(김원석 지음, 으뜸사랑 펴냄) 인기동요 ‘예솔아’의 작사가 김원석이 지은 72편의 생활동요와 동시집. 일상적 소재들이라 쉽고 재미있다. 초등1∼2학년까지.8500원. ●우주의 나이는 몇살일까?(박용기 지음, 고래실 펴냄) 고대에서 오늘날까지 인간이 자연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해 도전해온 역사 되짚기. 초등3년 이상.8800원. ●전갈의 아이(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비룡소 펴냄) 주인공 마트는 마약왕국을 다스리는 마테오의 클론(복제인간). 마테오는 마트를 통해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상받으려 한다. 뉴베리상을 세번이나 받은 작가의 미래소설. 초등고학년.1만 4000원. ●짐 크노프 이야기(전2권)(미하엘 엔데 지음, 선우미정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대표적 장편동화 시리즈. 주인공 짐과 기관사 루카스의 모험. 초등3년 이상. 각권 1만 2000원. ●세계의 불가사의(러셀 애시 지음, 강미라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세계 7대 불가사의’를 포함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위대한 건축물의 성과를 일람할 수 있는, 해설이 있는 건축도감. 초등생.1만 3000원.
  • 국내최초 케이블영화 ‘동상이몽’ 봉만대 감독

    국내최초 케이블영화 ‘동상이몽’ 봉만대 감독

    “에로는 머리 나쁜 감독인 저에게 최선의 표현수단입니다.” 전작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다음작으로 HDTV용 영화 ‘동상이몽’을 내놓은 봉만대 감독을 최근 만났다.‘동상이몽’은 오는 26일 영화채널 OCN에서 개봉하는 “극장이 아닌 케이블 매체에서 개봉하는 목적의 국내 최초 영화.”(김의석 OCN 국장)봉 감독은 “매체 변화에 따른 고민은 많이 했지만 능력이 부족해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그래도 여러번 반복해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극장보다는 케이블 TV에 더 맞는 영화라는 점은 확실하다.(웃음)”고 설명했다. ‘동상이몽’은 ‘깊은 그림’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배우 지망생, 배우, 감독, 음향기사 등 여성 4명의 사랑 이야기. 본편 5편과 그를 압축하는 감독의 디렉터스 컷 등 6편으로 이루어진다.OCN 방영 후 온라인·모바일로 상영되고 DVD로도 출시된다. 음악은 가수 현진영이 MBC 드라마 ‘다모’의 음악을 맡았던 정기송과 함께 작업했다. “일단 여성분들이 최대한 편하게 보면서, 성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남성보다 이 부분에서 소외되어 있잖아요.‘여성을 위한 에로’를 만들고 싶었어요.” 봉 감독은 “그렇게 에로를 찍었으면서 아직도 에로가 뭔지 모르겠다. 일단 알 수 있을 때까지 찍어보겠다.”면서 “익숙한 것도, 평범한 것도,‘봉만대화(化)’하는 것도 정말 싫지만, 당분간은 에로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봉 감독은 1999년 ‘도쿄 섹스피아’로 에로비디오 업계에 진출해 ‘이천년’,‘딴따라’,‘모모’ 등 10여편의 16㎜ 에로영화를 만들면서 ’작가주의 에로감독’이라고 불리다가 2003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충무로에 데뷔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복 맛보세요

    [이집이 맛있대]복 맛보세요

    미식가라면 1년에 한번씩은 꼭 맛보는 계절의 진미 복 철이 돌아왔다. 맛이 담백하며 다른 생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칠맛이 뛰어나다. 중국의 소동파가 ‘죽음과 한번은 바꿀 만한 최고의 맛’이라고 극찬했을까?이런 복요리를 서울 시내 호텔들이 겨울 한철동안 내놓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일식당 하코네(559-7623)는 내년 2월 말까지 복요리를 시판한다. 복 사시미(13만원), 복껍질 초회(2만 5000원) 등을 선보인다.서울프라자호텔 일식당 고토부키(310-7343) 역시 내년 2월말까지 참복 특선을 내놓는다. 복냄비(7만 5000원), 복어회(13만원), 복튀김(8만원)이다.메리어트호텔 일식당 미가도(6282-6751)는 내년 1월말까지 복샐러드·복고니찜·복지느러미술·복튀김 등의 일품메뉴와 세트메뉴를 출시했다.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317-7031)는 참복을 이용한 복요리 특선을 선보인다.호텔리츠칼튼의 일식당 하나조노(3451-8276)는 내년 2월말까지 제주산 참복어 요리를 내놓는다. 복요리 정식(18만원), 복 회(16만원), 지리(7만원), 구이와 튀김(각 8만 5000원) 등도 준비했다.
  • 교총 “새 NEIS는 밀실야합” 반발

    “사전 협의를 무시하고 특정단체와 교육정책을 협의할 수 있는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4일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새 시스템 구축 합의안을 ‘밀실 야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교총은 이날 “내년 9월 전면 개통한다는 현재의 일정에 따르면 학기 중간에 자료 이관 및 시스템을 변경할 수 밖에 없어 학사업무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교총은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새달부터 2008학년도 입시안 등 각종 교육쟁점과 연계해 교육부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부총리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건 교총 회장을 비롯하여 김운념 부회장,유명수 한국교원노동조합 위원장,고진광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대표 등 30여명은 이날 안병영 교육부총리를 만나 강도높게 항의했다.윤 회장은 안 부총리에게 “회원교사만 20만명인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의 협조없이 교육정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전교조와의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관련 실무자도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고 대표도 “국무총리 산하 정보화위원회에서 새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거치기로 합의했는데도 왜 사사건건 전교조에 끌려다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 부총리는 “지난 3월 NEIS에 대한 대체적 합의가 이뤄진 뒤 일정 등을 놓고 전교조와 일부 갈등이 있었고 교총과 한교조 등 다른 단체와는 갈등이 없어 전교조와 합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안 부총리는 이어 “의도와 다르게 일이 진행되는 바람에 항의 방문을 오게해 유감이며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된 만큼 새 시스템 구축을 책임지고 완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 프레드 윌리 증후군 김성희양

    [희귀병 환자에 희망을] 프레드 윌리 증후군 김성희양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13평 다가구주택에 사는 김성희(7·여)양은 먹어도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어머니 방창숙(38)씨는 한밤중에도 먹을 것을 찾는 딸 때문에 비좁은 다용도실 냉장고를 베개 삼아 잔다. ●음식물, 위장 바로통과 장으로 가 김양은 희귀병 ‘프레드 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1990년도 후반에 와서야 국내에서 관심을 갖게 된 이 병은 염색체 이상에 따른 유전질환으로,음식물이 바로 위장을 통과해 장으로 내려가 환자는 늘 허기진 상태다.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면 몸무게가 불어 심각한 비만이 되고,심장병·고혈압·당뇨와 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도진다.저신장과 성기발육부전,학습·행동장애와 정신지체를 동반한다.완치는 불가능하고 평생 치료받아야 한다. ●성장·발육 부진… 학습능력도 떨어져 김양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야 하지만 학습능력이 떨어져 포기했다.놀이방에 다니지만 아직 한글을 거의 깨치지 못했다.참을 수 없는 식욕으로 놀이방을 오가며 죄의식도 없이 구멍가게나 분식집의 핫도그를 집어들고,옆집 문앞에 가져가라고 내놓은 자장면 그릇을 뒤지기도 한다.방씨는 딸을 24시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생활이 어렵지만 일터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김양은 병의 특성상 피부가 유난히 뽀얗고,근육량이 거의 없다.물리치료가 필요하고 운동·수영요법과 함께 성장호르몬 주사를 1주일에 6번 맞아야 한다.적게 잡아도 월 100만원이 든다.그러나 성희 아빠가 의정부에서 일산으로 힘들게 통근하며 기타줄 제조회사에서 벌어오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물리치료·호르몬주사 월 100만원 들어 성희양과 초등학교 6학년인 오빠 등 4식구의 생활은 쪼들릴 수밖에 없다.현재 사는 다가구주택의 전세금 2100만원이 전 재산이다.신용카드 800만원과 사채 1000만원 등 1800여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김양은 늘 먹을 것에 집착해 친구도 없다.그러나 김양과 어머니는 성격이 밝고,생각도 긍정적이다. 방씨는 “애 아빠나 저나 아직 젊고,성희도 돈은 들이지 못했지만 관리를 잘해 증상이 비교적 가볍다.”고 말했다. 그녀는 88명이 회원인 ‘프레드 윌리 증후군 부모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방씨는 “희귀병이라 국내에선 전문의사나 치료경험이 부족하고,환자들이 정상인과 정신지체장애인의 중간에 위치(지능지수 40∼90)해 교육이나 치료과정,정부의 지원 등에서 소외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 계좌번호는 국민은행 480001-01-158778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희귀난치성환자돕기 사랑의 전화 060-700-1369(한통화 2000원).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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