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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한·중 협력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로/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시론] 한·중 협력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로/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박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에 여섯 번째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3일에는 시 국가주석 등과 함께 톈안먼광장에서 진행되는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오늘 톈안먼 성루에서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이루어지는 방중이라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행사를 한·중 관계가 북·중의 혈맹 관계를 압도하기 시작한 계기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갖는 의미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중국은 오늘 열병식에서 있을 시 주석의 연설이 부각되기를 원하고 또 열병식 전후로 여러 정상과의 회담도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이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잘못된 지적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도 새로운 정책적 신호를 보내기보다 의례적인 측면에서 특별오찬을 갖는 등 박 대통령을 환대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외교무대에서는 상징적 의미가 내용적 측면보다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복잡한 쟁점에 대해 문서 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징적 행위로 다른 관련 행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동북아에서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은 중·미 경쟁의 와중에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지 않고, 중국과 미국이 모두 우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원하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외교의 지상 과제다. 이번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한·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중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꽤 넓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 두 정부에서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상충하는 식의 분위기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에서 한·중 협력의 영역을 넓혔다. 특히 남북이 여전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중국 방문이 이루어짐에 따라 중국과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 더 풍부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 등에서 나타난 두 정상 사이의 우호적인 분위기도 양국이 더 깊은 대화를 진행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가 모처럼 한반도 문제, 동북아 외교와 관련해 이니셔티브를 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멘텀을 어떻게 살리는가가 이번 하반기 우리 정부에 주어진 가장 큰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동시에 남북 사이에 누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는가를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그리고 한·중 관계 발전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으려는 태도도 적절하지 않다. 교류의 양적·질적 수준은 이미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를 압도한 지 오래다. 다만 북·중 관계는 나름의 역사성과 전략적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북·중 관계를 희생시키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과도한 기대다. 동북아에서 냉전적 상황이 청산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더 그렇다. 다만 최근 북한의 추가적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에 대해서는 중국도 한국만큼 우려하고 있다. 현재 북·중 관계가 소강 상태에 빠져 있는 이유도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중국에 확신을 주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데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중 협력의 공간이 더 넓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방지하고, 다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촉진하는 데 한·중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있다. 여기서 어떤 성과를 내는가가 앞으로 동북아 외교에서 한국의 역할을 좌우할 것이다.
  • [사설] 국방·SOC 예산 증액, 국가재정 압박해선 안 된다

    국방부가 내년 국방 예산으로 올해 37조 4560억원보다 7.2% 증가한 40조 1395억원을 요청했다. 대잠수함 전력 강화,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할 열영상 무인감시(CC)TV, 열상감시장비(TOD) 구입 등에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요구에 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당정 회의에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복지 지출 낭비를 줄이고 사회간접자본(SOC)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와 경제 회복의 모멘텀 유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십분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녹록지 않은 현실과 풀어야 할 돈주머니를 계산해 보면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방 예산을 증액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목함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 등으로 초래된 남북 간의 극한 대치 국면을 고려하면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시급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예산만 증액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군은 그동안 방위사업 비리와 첨단 무기 관련 개발 비리 등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 왔다. 따라서 예산 증액 타령에 앞서 군의 고질적인 비리 구조의 환부를 도려내고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줄줄 새는 예산 등을 철저히 점검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대북 전력을 강화한답시고 남북 간 대치 국면을 전후해 국방 예산을 무려 7% 증액하겠다는 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국방 예산 증액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남북 비대칭 전력을 최소한으로 보강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본다. SOC 확충도 좀 더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를 위해 SOC 확충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복지 예산의 일부를 SOC로 돌려 달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밝히고 있듯이 SOC 예산은 올해 이미 많이 반영됐고 꼭 필요하다면 민자 사업으로 진행해야 재정 압박을 줄일 수 있다. 국방과 SOC 예산 때문에 복지 분야가 특히 압박을 받을 것이다. 정부는 효율성을 높여 극복하겠다고 하지만 서비스의 속성상 속도와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하는 민감한 분야가 복지다. 그것보다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의 가계소득 증가를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더 긴요하다. 내년 경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쇼크에 이은 세계경제 침체와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 가능성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경기 불황으로 세입 기반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확장 재정을 펴겠다는 최 부총리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재정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안팎으로 유지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15조원)가량 늘어난 390조원 이내로 수립하겠다는 건 다행이다. 그러려면 국방·SOC 예산 증액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 朴대통령 “창조경제는 새 성장엔진… 혁신센터 창업장터 되길”

    朴대통령 “창조경제는 새 성장엔진… 혁신센터 창업장터 되길”

    벤처기업 라온닉스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기 직전 온수를 가열시키는 ‘순간 온수기’를 개발했다. 기존의 물탱크에서 물을 가열해 긴 수도관을 통해 이동시키는 방식보다 열 손실을 줄이고 세균 번식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지원받고 있는 라온닉스는 27일 스타트업 최고 사업 아이템을 가리는 ‘전국 창업스타 공모전’에서 총 3103개팀이 옥석을 겨룬 가운데 대통령상과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전국의 창조경제 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과를 뽐내는 ‘2015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이 이날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 막을 올렸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창조융합벨트 등이 육성하는 51개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그동안의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고 투자를 유치해 도약을 도모하는 자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서 “17개 혁신센터가 본격 가동됨에 따라 혁신센터의 크고 작은 성과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돼서 대한민국 전역에 창조경제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관을 극복하고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창조경제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는 우리나라가 21세기형 창업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만 할 핵심 과제로 21세기 국가경제의 성장 엔진은 바로 창조경제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센터의 역할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아이디어와 기술, 자본 간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살아 움직이는 창업장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비창업가와 벤처기업인, 대학생 창업동아리 등에서 활동하는 6명의 개막 선포식에 이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 크라우드 펀딩’ 행사가 열렸다. 라온닉스의 ‘순간 온수기’ 등 3개 기업이 500여명의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앞에서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틀간 진행되는 페스티벌에서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문화산업기술(CT), 제조업 등 각 기업의 사업아이템 발표와 투자설명회가 열린다. 이 중 24개 기업과 국내외 16개 투자기관 사이에 총 25건(107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이 체결된다. 또 기업과 투자기관들이 자유롭게 투자 상담을 할 수 있는 창업카페, 시민들이 사업 아이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성과전시회 등도 운영된다. 올해 7월 전국 17개 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구축된 가운데 총 329개의 창업기업과 202개의 기존 중소기업들이 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 기업들은 지난 25일까지 총 397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뉴스 분석] ‘北 변수’에 첫 7%대 늘리려는 국방예산

    당정, 내년 DMZ·대잠수함 전력 강화 추진 국방부, 7.2% 증가 40조 요청 열영상 CCTV·대잠 초계기 도입 당정 협의 과정서 깎일 수도 최경환 “내년 재정 확장적 편성”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년도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해서는 당정 간 시각이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 등을 계기로 접경 지역 전투력과 대잠수함 전력을 강화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이후 매년 2~6.2% 수준에 그쳤던 국방예산 증가율이 군 당국의 ‘숙원’인 7% 수준을 넘어설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당정회의에서 “내년 예산은 지난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형성된 경제 회복의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DMZ 접경 지역의 전투력과 대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등 국방비 투자를 증액하는 한편 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 후 관계 개선에 대비해 경원선 복원 사업과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 교류·협력 사업도 증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으로 올해 예산 37조 4560억원보다 7.2% 증가한 40조 1395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DMZ 내 북한군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할 열영상 무인감시(CC)TV, 열상감시장비(TOD) 설치, 주둔지 철책·울타리 보강 사업 등이 반영될 예정이다.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해군 대잠 초계기 신규 도입 사업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SOC의 경우 부족한 재정을 민간투자로 보완해 전체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SOC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재정 부담에 대한 대안으로 민자 사업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북 긴장 국면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기기는 했지만 장기적 계획에 따라 진행돼야 할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 무기 구입 예산부터 깎아 왔던 여당이 갑작스레 국방예산을 늘리는 행태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국회는 올해 국방예산을 정부안보다 1040억원 깎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제 활성화라는 예산안 편성의 큰 틀에 맞게 한정된 예산을 경기 부양 효과가 더 많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OC 예산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추경에 SOC 예산이 이미 많이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기류는 다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에게 SOC 사업만큼 지역 표심을 잡는 데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남북 8·25 합의] “대결서 대화 전환 ‘윈윈 회담’… 재발 방지 미흡 아쉬움도”

    [남북 8·25 합의] “대결서 대화 전환 ‘윈윈 회담’… 재발 방지 미흡 아쉬움도”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남과 북이 ‘무박 4일’, 43시간여 동안의 마라톤협상 끝에 25일 새벽 극적 타협을 이룬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했다. 반면 포격 도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던 데다 재발 방지 조치가 명시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한 역대 정부의 남북대화에서 합의 이행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대화를 정례화하는 등 이행을 강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꽉 막혔던 남북 관계의 극적인 돌파구를 연 데 대해 전화위복이란 평가가 많았다. 특히 남북이 중국이나 미국 등 주변 강대국 개입 없이 양자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큰 틀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했고 연장선상에서 남북 관계 복원의 기회가 된 것으로 본다”며 “남북 관계를 위기에서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윈윈’한 회담”이라고 말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양교육대학 교수도 “도발의 주체를 명시했고 나아가 유감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며 “현상 유지적 회담이 아니라 미래와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현상 타파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회담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애초 명확한 사과를 받는다는 게 북한 리더십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대 수준을 현실적으로 낮춰 봤고 현명하게 성과를 이뤄 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혀 안 될 것 같았는데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성공적 회담”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명확한 사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사과의 명문화는 북한 체제와 김정은의 리더십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과로 거론되는) 이산가족 상봉은 북쪽이 언제든지 선물할 수 있는 ‘조커’와 같은 성격이고 민간 교류 활성화는 5·24 조치에 의해 가능한 분야가 뻔하다”며 “정작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고 재발 방지 조치 또한 추후 남측이 취할 수 있는 여지를 북측에 경고한 조항일 뿐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는 매우 미흡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발 방지와 사과를 받으라고 했지만 하나도 없었으니 우리가 양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당국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대화 창구를 누구로 할지조차 결정하지 않았으니 북한이 수틀려서 미루거나 말을 바꾸면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이번에 회담 시기를 못박고 누가 만날지도 적어 왔어야 한다”고 밝혔다. 훈풍이 불다가도 어느 순간 삭풍이 몰아치는 사이클을 반복해 온 남북 관계의 속성상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예컨대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꾀한다면 어렵게 찾아온 해빙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에서 누가 이득을 봤는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면서 “남북 합의는 잘 이행된 경우가 없었다. 합의 문구를 놓고 원하는 것을 다 받았느니 못 받았느니 논쟁하는 것보다는 합의 내용을 얼마나 실천력 있게 이행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교수는 “오늘이 클라이맥스고 내일부터 내리막길”이라며 “남북 관계를 연속극으로 보는 성향이 있는데 70년 분단사에서 남북 관계는 늘 단막극이었다. 내일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 행사에 즈음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든지 핵실험을 한다면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라면서 “10월에는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된 만큼 이산가족 상봉까지 성사된다 하더라도 추후 남북 관계를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합의문 곳곳에 남겨진 ‘불씨’를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교수는 “합의문에서 군데군데 ‘지뢰’가 눈에 띈다. 가장 중요한 지뢰는 ‘비정상적인 사태’인데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열어 이에 대한 규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북방한계선(NLL) 침범이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비정상적인 사태로 본다. 북한이 발사할 예정인 인공위성도 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朴대통령 “강력한 억지력으로 대북 압박 지속”

    朴대통령 “강력한 억지력으로 대북 압박 지속”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최근 이란 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활용해 북핵 문제도 진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핵 능력 고도화에 집착하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불법으로 침범해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명백한 도발”이라면서 “북한의 도발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 대변인은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개최해 사건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가진 직후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시행할 것”이라면서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도 (어제부터) 재개했고, 우선적 조치를 하고 차후 할 것들은 검토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지 못하도록 저지해온 작전 개념을 DMZ 안 북한군을 격멸시키는 쪽으로 바꾸는 등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MDL을 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경고방송-경고사격-조준사격’으로 대응해왔던 수칙도 ‘조준사격’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DMZ 도발을 ‘반인륜적 만행’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분명하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실업급여 60% 수준으로 인상… 자유학기제 내년 전면 확대

    실업급여 60% 수준으로 인상… 자유학기제 내년 전면 확대

    ‘노동개혁은 일자리’, ‘경제 재도약을 위해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 공동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결단’.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네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집권 후반기 4대개혁의 핵심인 노동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성장 잠재력 저하,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 감소, 고용창출력 약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재도약을 꾀하기 위해 경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기성세대와 대기업, 정규직’ 등 기득권층의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노동계와 야당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정면반발하고 노사정위원회가 헛바퀴 도는 상황에서 대국민 설득을 통해 개혁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정면 돌파로 풀이됐다. 내년부터 60세 정년 시행으로 향후 5년간 115조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데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피하기 위해선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고용·성장의 선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노사의 대승적 결단을 전제로 ▲비정규직 보호 등 사회안전망 강화 ▲노사정 대타협 적극 지원 ▲실업급여를 평균임금의 60%로 인상(현행 50%)하고 지급기간도 30일 연장(현행 90~240일) ▲맞춤형 일자리 서비스 확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노사의 사회적 책임 분담만 언급된 채 비정규직 양산 방지책 등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공개혁의 큰 줄기는 공공기관 기능의 통폐합이다. 공공 부문에서 임금피크제를 먼저 도입하는 등 솔선수범하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공공개혁은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예산개혁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의 세금을 아끼겠다는 복안이다. 공공기관의 중복·과잉 기능을 핵심 업무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등 공공기관 구조개혁도 예고됐다.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개혁 중 자율학기제는 내년부터 전면 확대된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구현’,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하반기에 구체적인 개혁 방안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선행학습이 여전히 허용되는 등 교육현장의 혼란을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할지는 미지수다. 금융개혁은 후진적 금융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담보, 보증 같은 낡은 관행을 없애고 크라우드 펀딩, 인터넷 전문은행 등 새로운 금융모델을 도입해 벤처 창업기업 지원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을 기반으로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 가장 시급한 방편으로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꼽았다. 특히 “서비스 산업 투자와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2030년까지 성장률을 0.2~0.5% 포인트 높이고 취업자도 최대 69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면서 국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에 3년 이상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의 통과를 직접 촉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미국, 일본,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지속적인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비준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70~80%까지 끌어올렸다”면서 “우리나라는 서비스업 비중이 59%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준 높은 의료, 관광, 콘텐츠, 금융, 교육 등의 서비스를 13억 중국을 비롯한 세계에 제공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관련 법률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경제적 도약과 연결지으면서 “역사, 지역문화에 기반한 창작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를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드라마, 케이팝 등 세계를 사로잡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문화를 선도하는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이희호 여사 방북 관계 개선 불씨 삼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오늘부터 나흘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이 여사는 전세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도착한 뒤 방북 기간 평양산원, 애육원, 아동병원, 묘향산 등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면담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방북을 추진한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면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19명의 방북단에는 수행단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 등이 포함됐다. 북측은 우리 정부 관계자의 동행을 수용하지 않았고, 우리측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정치적 성향이 짙은 인사들을 대표단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남북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현시점에서 성사된 이 여사의 방북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설사 북측이 6·15선언 계승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여사 방북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여사를 비롯한 방북단이 간접적으로나마 북측에 남북 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남북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이 여사의 방북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민족적 경사인 광복 70주년을 앞둔 시기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여사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의 훈풍이 불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현안을 의제로 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모쪼록 남북 양측이 이번 이 여사 방북을 관계 개선의 소중한 불씨로 살려 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물론 현재로서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이 여사를 통해 특별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고, 북측 역시 우리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계속하며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우리나 북측이나 적극적인 대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제 남북 관계 경색은 우리 민족 전체를 위해서도 끝장내야 한다. 지난 7년간 격정적으로 상대방을 힐난하면서 남북 모두 엄청난 민족적 역량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평양의 방북단을 통해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측 또한 이 여사를 통해 이에 화답함으로써 극적인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주길 거듭 촉구한다.
  • [사설] 국정 후반기 개혁 ‘올인’해야 미래 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오늘 업무에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 앞에는 많은 국정 숙제가 쌓여 있다. 경제활성화 및 각종 개혁 과제들이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내내 가다듬었을 국정 구상이 주목되는 이유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달은 박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하다. 오는 15일은 민족적 의미가 각별한 70주년 광복절이고, 그 열흘 후인 25일은 박 대통령의 5년 임기 반환점이다. 광복 70주년을 지나 곧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게 되는 만큼 박 대통령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발끈을 새롭게 동여매고, 힘차게 도약을 준비하는 실찬 여름휴가가 되었길 기대한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청년 세대가 미래에 절망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국가의 명운을 건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넘어 집과 인간관계는 물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7포 세대’라며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섰고, 정규직이 아닌 인턴 경쟁률도 100대1을 훌쩍 넘는 등 청년들은 구직 전쟁 중이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밴드 ‘혁오’의 인기곡 ‘위잉위잉’은 하루살이조차 비웃는 청년 백수들의 처량한 삶을 노래하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세상을 덮을 것이라는 혁오의 노래에 많은 청년 백수들이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도 노동개혁을 비롯해 공공, 금융, 교육개혁 등 4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특히 노동개혁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노동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국정 동력을 쏟아주길 바란다. 노동개혁이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상생으로 승화되려면 더욱더 절실하게 소통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마라톤 선수들에게 반환점은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다. 중도포기냐, 완주냐의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게도 임기의 반환점은 각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올 하반기를 골든타임으로 삼아 내년 총선 이전에 각종 개혁 과제를 완성해야만 한다. 과거부터 쌓여 온 잘못된 관행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제활성화는커녕 나라 경제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당·정·청 모두 이를 명심해 국정 후반기 개혁 추진에 올인해야만 한다.
  • TPP 각료회의 ‘빈손’… 마음 급한 오바마 전전긍긍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12개 당사국 각료회의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과 없이 끝났다. 미 정부는 8월 하순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참가국들과 계속 협상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프로먼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아마리 아키라 일본 TPP 담당상을 비롯한 12개 협상 당사국의 통상·무역장관들은 나흘간 다자·양자 협상을 집중적으로 벌였지만 낙농품 시장 개방과 자동차 교역, 생물의약품(신약특허) 자료 보호 기간 등 3대 쟁점에 발목이 잡혀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들은 최종 합의는 아니더라도 협상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원칙적’ 또는 ‘포괄적’ 합의라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었으나 3대 쟁점을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 칠레, 일본, 멕시코 등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TPP 최대 협상 당사국인 미국과 일본이 쌀과 소고기·돼지고기, 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철폐·감축에 대해 실질적 합의를 이루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는데도 원칙적 합의안조차 내지 못함에 따라 TPP는 자칫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번 각료회의가 시기상 중요했던 것은 이번에 최소한 원칙적 합의라도 도출해야 물리적으로 연내 협정문 서명, 내년 초 각국 의회 비준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정부는 11월 하순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TPP 협정문 서명을 추진해 왔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1월 20일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TPP 협상국 정상들이 모여 서명을 하려면 미 정부는 90일 전인 8월 22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미 정부는 8월 하순까지 협상국들과 추가 협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시론] 면세점 어떻게 봐야 하나?/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시론] 면세점 어떻게 봐야 하나?/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치열한 경쟁과 세간의 관심 속에서 서울(3곳)과 제주(1곳) 시내 면세점 운영자가 선정됐다. 심사자인 관세청에서는 신규 시내 면세점 4곳에서 3000억원의 신규 투자와 46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예상대로만 실행된다면 오랜만에 들어 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3년간 한국 경제는 수출, 투자, 내수 어느 쪽에서도 속 시원한 성장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로, 올해는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그나마도 약한 내국인 소비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 비록 50% 경과된 시점이긴 하지만 수출과 투자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내수 부진의 원인은 매우 심각한 인구통계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수한 모멘텀이 없다면 향후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2012년 약 2100만명을 피크로 30~54세 주력 소비자 인구수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2016년부터 그 수는 오히려 줄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2018년에는 16~64세에 해당되는 총 경제활동 인구수마저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시작된다. 한마디로 소비 인구의 절대수가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955~1963년 출생자들인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은퇴를 시작했고 기대 수명 연장에 따른 미래 불안감으로 소비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 1964~1979년 출생자인 X세대 소비자는 현재 가계부채와 가처분 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총 1400만명에 육박하는 1980~1999년생 출생자인 Y세대 소비자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 세대’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높은 소비 열망에도 불구하고 불완전 취업으로 인해 소비 자신감이 약하다. 요약하면 전 세대에 걸쳐서 한국 주력 소비자들이 세대별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 소비 자신감을 상실한 상황이다. 시장 크기는 고객수와 객단가를 곱해 나오는데 고객수도 줄기 시작하고 소비 자신감 상실로 객단가도 증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국인만을 상대로 하는 내수 산업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왜냐하면 세대별 소비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든 원인인 수명 연장, 주거비와 교육비 상승, 취업난은 향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 내수 부진으로 시달린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한다. 일본 통계청 자료를 추적해 보면 1993년 식품 시장 규모를 100으로 가정해 20년 후 2013년 일본 식품 시장 규모는 84에 불과하다. 의류 및 신발시장 규모 축소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1993년 100을 기준으로 2005년 이후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필자는 이대로 간다면 향후 20년간 우리 의식주 시장에서도 20% 이상 소비가 증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일본의 저성장 경로를 원천적으로 탈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중국인 등 외국인 방문객 수요를 내수화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소비 국가다. 중국 소비의 핵심 세력인 1980~1999년 출생한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를 합치면 그 수만 5억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모두 1자녀 세대로 형제자매가 없는 독녀, 독남으로 살아왔다. 세계 최강의 소비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한국 관광을 오면 지갑을 7개 가지고 온다고 한다. 자신의 지갑은 물론 아버지,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어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모두가 준 6개의 용돈 지갑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쇼핑이며 면세점 만족도가 이들의 한국 방문 만족도를 결정한다. 면세점은 방문객 경제의 크기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인 셈이다. 중국, 대만, 일본 매장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외국인, 특히 부유한 중국인들이 한국 면세점에 열광한다면 우리 경제는 일본 경로를 탈피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면세점은 성장 지체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익한 카드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안젤리나 졸리의 주치의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안젤리나 졸리의 주치의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활동 무대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세계 곳곳의 분쟁이나 빈곤, 난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이다. UN난민 고등판무관이기도 한 그녀는 남편 브래드 피트와 함께 틈만 나면 지구촌 현장으로 달려가 자신의 열정과 재능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각성을 주곤 한다.  그런 안젤리나 졸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면서 자신의 양쪽 유방을 절제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 때가 2013년이었다. 그런가 하면, 얼마 후에는 난소와 나팔관까지 제거했다고 다시 밝혔다.  그녀는 당시 뉴욕타임즈에 ‘안젤리나 졸리 피트: 수술 일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자신에게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은 ‘BRCA1’ 변이유전자가 있으며, 이 경우 난소암 발병 확률이 50%나 돼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친인척에게서 같은 종류의 암이 발생한 시점보다 10년 전에 예방적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면서 “나의 어머니는 마흔 세살 때 난소암 진단을 받았고, 나는 지금 서른 아홉살이다”고 덧붙였다.     ■가공할 암의 공포  확실히 암은 무섭다. 2013년에 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한 여성은 총 2만 825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3.6%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유방암 사망자 2231명과 난소암 사망자 1038명이 포함돼 있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은 폐암(전체 사망자의 16.5%인 4658명)이었으며, 대장암(12.7%), 위암(11.3%), 간암(10.6%) 등이 뒤를 이었다. 참고로, 같은 기간에 암으로 사망한 남성은 총 4만 707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2.1%였다.  물론 국가나 인종에 따라 암은 발병 추이와 사망률이 큰 편차를 보인다. 당연히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다르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다른 질환에 비해 완치율이 낮고,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발병 부위도 열외가 없다. 머리카락 말고는 어디서든 생길 수 있다. 암을 말할 때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떠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라고 암에 대한 태도나 시각이 우리와 다를 리가 없다. 어쩌면 현실에서 이룬 게 많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치명적으로 속박할 수도 있는 암에 대해 더 강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결정함으로써 그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난소 제거 후 그녀는 “수술은 유방절제보다 복잡하지 않았지만, 수술의 영향은 더 심각했다”며 “이 수술을 받은 여성은 폐경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그녀는 “(나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고, 신체적인 변화도 느껴진다”며 자기에게 다가온 폐경기의 징후를 설명하기도 했다.  유방과 난소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여성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에 해당된다. 유방은 모체의 본질인 수유의 유일한 통로이자 자신이 여성임을 외부에 드러내는 기관이다. 난소는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위로, 모두 여성에게만 있다. 한 여성이, 그것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여성이 특별한 병증도 나타나지 않은 단계에서 그런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다는 것은 강한 자기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졸리의 선택이 ‘용기 있는 결단’이든,‘무모한 선택’이든 돌이킬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졸리가 자신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했을 여성성을 포기할만큼 심각하고도 현실적인 암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졸리의 어머니인 배우 마르셀린 버틀란드와 외할머니, 이모가 난소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가족력은 그의 결단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유방 제거술을 받은 뒤 그녀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에서 “의사는 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50%라고 추정했다”며 “유방절제술을 받을 받고 난 지금은 그 확률이 5%대로 떨어졌다”고 적었다.     ■무엇이 그녀를 움직였을까  물론, 그녀가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데는 너무 일찍 요절한 어머니 마르셀린 버틀란드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어머니의 생애를 지켜보면서 가슴 속에서 키웠을 암에 대한 공포감과 그런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한 직접적인 요인은 분자생물학이라는 의과학이었다. 병원에서 분자생물학적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도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는 ‘BRCA 1’이라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용단’을 내리게 된 것.  실제로, BRCA 1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킬 경우 70세까지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최대 8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라는 가능성은 산술적으로는 ‘열 명 중 여덟명’을 뜻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극히 예외적인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두’를 뜻한다. 예컨대, 중병으로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주치의가 ‘20%의 가능성’을 거론했다면 기대치가 희박하다는 뜻이고, 어떤 환자의 상태에 대해 ‘80%의 가능성’을 말했다면 ‘다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의사들은 직업적으로 환자의 가능성을 말할 때 대체로 보수적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면, 의학적 혹은 의료 측면에서 비전문가인 졸리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그녀를 잘 아는 주치의의 권고가 있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졸리의 주치의는 핑크 로터스 유방센터 크리스티 펑크 박사였다.  크리스티 펑크 박사가 당시 졸리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한 장면을 추정해 재구성해 보자.  “안젤리나,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지만, 당신이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서둘러 만나자고 했습니다”  펑크는 진지하고도 약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지난번에 의뢰한 유전자검사 결과, 당신의 몸 속에서 아주 위험한 ‘BRCA 1,2’ 유전자가 확인됐습니다. 물론, 암이 발병한 건 아니지만, 가장 신뢰할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성 유전을 하는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평생 유방암에 노출될 위험이 80%,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50%에 이릅니다. 따라서 저로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치의의 설명이 이어졌고, 놀란 얼굴로 설명을 듣던 졸리가 물었다. “문제가 유방인가요? 아니면…” 졸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는 손사레부터 쳤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에게 당장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래서 선제적으로 그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받아들일 것인지 묻고 있는 겁니다. 물론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주치의는 여기까지 말한 뒤 졸리와 피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졸리의 손을 꼭 잡고 있던 피트가 물었다.“펑크 박사님, 아까 말씀하신 두 가지 가능성이라는 게 뭐죠?”  “물론 우리도 가장 적절한 대응책을 두고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고, 결론은 정기적인 관찰을 좀 더 자주, 치밀하게 하는 방법과, 발암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두 방법의 차이는, 관찰의 경우 어떻든 암이 생긴 후에야 의료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은 신체를 훼손하는 대신 암이 생길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졸리의 유방을 제거하지요. 난소까지요”  펑크 박사와 마주 앉아 있던 졸리는 고개를 돌려 남편 피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피트가 말했다. “당장 암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방금 말씀 하신 내용이 틀림 없고,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도 고민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제 생각엔 시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라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두 분께서는 우선 두 가지 방법이 가진 특성과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분이 어떻게 결정하든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저로서는 두 분이 지금까지 확인된 의학적 가능성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제가 확실한 기대치를 가질 수 있는 시점에서 두 분께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점도 말씀 드립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졸리 부부는 다시 펑크 박사를 찾았다. 일부러 펑크가 한가한 시간에 맞췄다. 물론 그 주치의와 졸리 부부는 오랫 동안 교분을 나눠왔고, 두 부부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함께 식사를 할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그 날도 그런 친밀함을 전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졸리 부부는 며칠 동안 펑크가 제안한 두 가지 방안을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 가족은 물론 뉴욕의 의사 친구로부터도 자문을 구했고, 역시 절친한 영화사 대표와도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고민을 했지만 선뜻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피트가 “난 항상 당신 편이야.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해도 난 그 결정을 지지하고 지켜줄 준비가 돼있어”라고 말했고, 졸리는 “우린 그렇게 살고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라고 했지만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사실, 이들은 펑크 박사를 만날 때까지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트는 펑크를 보자 “박사님은 지난 번에 확언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유방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맞나요?”하고 물었다. 주치의가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저도, 병원도 당연히 심사숙고를 했고요” 그 때까지 말없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졸리가 입을 열었다.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표정은 결연했다. “졸리의 유방을 제거하지요. 필요하다면 난소까지도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도 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알고 있어요. 진지하게 말씀해 주신 박사님께 감사드려요”    ■주치의 펑크 박사, 천사일까 악마일까  펑크 박사는 수술 후 브리핑에서 “졸리의 가슴에서 유방조직을 제거하고 보형물을 삽입했으며, 그녀의 가슴은 아주 자연스럽게 치료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펑크 박사는 이어 이 수술의 적정성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모든 유방암 환자나 유방암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졸리와 같은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아직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예방을 위해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선택이 과연 옳으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암의 진단과 치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수술 지상론과 불필요하고도 잦은 검사 등 과잉의료의 문제로 확대됐다.  일부에서는 “졸리의 수술이 과거 ‘치료중심 의학’에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예방중심 의학’으로 추세가 변하는 모멘텀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해야만 완치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조기 치료의 성과가 좋은 사람도 있지만, 심각하지도 않은데 수술을 받아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환자도 많지 않나”라면서 “하물며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암을 예방한다며 유방과 난소를 제거하도록 제안한 그 주치의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일본 니가타대학의 저명한 예방의학자인 오카다 마사히코 박사는 “이 의료행위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 선택을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말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수술을 권한 의사에게는 큰 불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격노했다. 오카다 박사는 비판의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수술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암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유방암의 발생 원인이 꼭 유방에만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어디까지가 유방암 위험 부위인지도 딱 잘라 선을 그을 수 없다. 따라서 양쪽 유방을 모두 제거했다고 유방암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졸리가 유방을 제거함으로써 암 발병 확률을 5%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무엇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수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졸리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백명의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유방을 제거하고, 다른 쪽은 그대로 두고 장기적으로 관찰해 어느 쪽에서 유방암이 많이 생기며, 어느 쪽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를 비교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따라서 그런 검증 없이 졸리에게 유방과 난소 제거를 권유한 의사는 매우 위험한 곡예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펑크의 결정이 아직도 발전 중인 분자생물학의 분석을 지나치게 맹신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에게 남다른 선견지명과 신념이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알기는 어렵고, 따라서 그의 선택이 ‘선’인지,‘악’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수술 후에도 남아 있다는 5%의 진폭도 의외로 크다. 이후 졸리에게 암이 생기지 않는다면 수술을 통해 안전한 부류라는 95%에 포함시킨 현명한 조치가 될 수 있지만, 만약에 그에게서 암이 발병한다면 그렇게까지 하고서도 결국 암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어떻든, 펑크는 부담이 큰 선택을 한 것이다. 졸리에게 암이 생기지 않을 경우, 수술과 관련 없이 원래 생기지 않는 조건일 수도 있고, 그 수술 때문에 암을 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암이 생겼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펑크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잉의료 시비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암 치료를 둘러싼 과잉의료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암이라는 병 자체가 가진 파괴력이 워낙 크다보니(실제로 파괴력이 큰 암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는 게 사실이다) 과잉의료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미처 그런 문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사와 의료에 매달리는 형국이지만, 좀 거리를 두고 살펴보면, 더러는 의료인들의 무능과 무분별까지 더해져 과잉의료의 부피는 커져가기만 한다.  수술만 해도 그렇다. 그럴 수 있다면 인체를 훼손하는 수술을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일부 의사들은 수술로 환자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냉철하게 따지지 않고 환자만 보면 수술부터 하려고 대든다. 이런 의사들은 냉정하게 말해 환자보다 수술에 집착하는 부류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시도하는 수술에 시비를 걸 이유는 없고, 여기에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점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수술만이 암을 비롯한 질병의 가장 확실한 근치법이라고 믿는 의사들이 여전히 많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암 수술 과정을 도식화해 보자. 수술지상론자들은 폐나 간, 위나 대장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신체 부위를 포괄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뿐이 아니다. 암이 림프관을 통해 전이된다며 병변 주변의 림프절까지 깡그리 없애버린다. 이 상태로도 환자의 면역력은 최악의 상태에 빠지지만, 약으로 버티게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수술 전부터 시행해 온 X-레이와 CT, PET-CT검사 등을 수술 후에도 계속 해야 하고, 강력한 항암제와 방사선요법까지 동원한다. 환자는 오랜 시간 병상을 떠나지 못해 몸은 급격하게 쇠하고 만다. 여기에 환자가 진단 단계부터 겪어온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보자. 도대체 어떤 철인이 이걸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인가.  졸리의 수술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의료인들은 “유방암 가족력을 가졌더라도 예방적 절제보다는 검진을 자주 받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졸리처럼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암의 발생이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답은 없다. 지금 우리가 모르는 답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제시될 수도 있고,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의사들이 내리는 모든 결정이 치열한 고뇌의 산물이어야 하고, 의학적 근거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하며, 어떤 치료 방식이든 의료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확신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다. 졸리를 수술대에 눕힌 크리스티 펑크는 과연 악마일까, 천사일까.  jeshim@seoul.co.kr  
  • 세계의 금수저들, 역사를 삼키다

    세계의 금수저들, 역사를 삼키다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존/존 캠프너 지음/김수안 옮김/모멘텀/648쪽/2만 5000원 사람은 누구나 부와 명예를 갖고 싶어 하고 이왕이면 부호가 되고 싶어 한다. 돈과 권력을 거머쥔 최고 부호, ‘슈퍼리치’가 탄생할 때마다 관련기사와 출판물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슈퍼리치는 어떻게 탄생하고 슈퍼리치를 돕는 요인은 무엇일까.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는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최고 부호들을 추적한 책이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 특파원을 지낸 저널리스트가 펴낸 책의 출간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인을 포함해 위기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왜 법적 처벌을 피해 갔느냐는 의문이 시초였다. 의문을 풀기 위해 2000년간 사람들의 뇌리에 남은 ‘슈퍼리치’들을 샅샅이 추적, 부와 영향력 패턴을 정리한 슈퍼리치 보고서인 셈이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최근까지의 슈퍼리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패턴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권력과의 결탁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적 요구나 변화의 탁월한 경제적 해석과 실행이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상관관계가 간단치 않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맨 먼저 소개된 ‘역사상 최초의 부동산 재벌’인 BC 1세기 로마공화정 시대의 마르쿠스 크라수스를 보자. 크라수스는 역사가 플루타르코스가 ‘로마의 대부분이 크라수스 수중에 들어갔다’고 쓸 정도로 부동산 자산을 사업과 정치적으로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와 함께 제1차 삼두정치 체제를 이끈 크라수스는 상원에 대거 진출한 귀족과 하위 기사 계급에게 토지를 싼 값에 빌려주는 후의를 베풀었다. 그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표결을 조장하거나 출세한 그들이 식민지 정벌에서 얻은 수익을 나누는 식으로 투자 수익을 쓸어 모았다.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나 평생 사치 속에 살아간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권력 자체였다면 이탈리아의 코시모 데 메디치와 잉글랜드 노르만 정복시기의 알랭 르 루, 에스파냐의 프란체스코 피사로, 네덜란드의 얀 피터르스존 쿤, 영국의 로버트 클라이브는 권력자의 결핍을 채워 준 대표적인 슈퍼리치들이다. 메디치가 교황의 돈 관리를 도맡아 부를 축적했다면 알랭 르 루는 왕을 도와 전투에서 공을 세웠으며 피사로와 쿤, 클라이브는 신대륙 모험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들이다. 현대의 부동산 관련 슈퍼리치인 중국의 완다 그룹 회장 왕젠린은 군인을 거쳐 공무원으로 재직 중 골칫덩어리 정부 주도 토지사업을 성공시킨 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특히 위기를 기회로 잡은 인물로 독일의 알프레드 크루프와 미국의 앤드루 카네기를 빼놓을 수 없다.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던 독일의 크루프는 다른 국가, 특히 영국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유럽 전역에 스파이 네트워크를 운영했던 인물. 제1차 세계대전 등 전쟁특수로 회사를 세계 최초의 다국적 기업으로 키운 크루프를 놓고 저자는 “상대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제품을 판매해 재산과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고 쓰고 있다. 카네기는 남북전쟁 때 파괴된 시설물을 복구하면서 돈을 벌고 전쟁 이후에는 철로 건설을 통해 해안에서 내륙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엄청난 자산가로 섰다. 책은 황금을 나눠 줘 전 세계 금값을 떨어뜨린 황금제국 왕 만사 무사,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천재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월스트리트·시티오브런던의 금융인들, 중국·러시아에서 급부상한 신흥 슈퍼리치 올리가르히도 추적하고 있다. 각각의 인물을 독립적으로 열거했지만 이들의 행적을 통해 슈퍼리치의 인생 궤적과 행동양식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게 도드라진다. ‘모든 거부의 뒤에는 범죄가 있다’는 발자크의 말대로 저자는 슈퍼리치의 어두운 그늘도 가리지 않고 들춰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많은 부호들이 공통적으로 평판 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점에 주목한다. 슈퍼리치들은 세상의 주목을 받지만 부를 쌓는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좋은 평판은 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크루프는 히틀러 치하에서 나치에 부역했던 오점을 지우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들은 홍보회사를 고용해 불편한 과거 숨기기에 혈안이 됐다고 한다. 도서관·박물관을 지었던 앤드루 카네기를 비롯해 21세기의 슈퍼리치들은 한결같이 기부 약속에 동참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21세기 슈퍼리치가 거둔 승리는 2000년 역사의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간단히 정리된다. ‘슈퍼리치들은 어느 순간 벼락부자처럼 등장한 게 아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남북 관계에서 골든타임이란/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열린세상] 남북 관계에서 골든타임이란/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요즈음 주로 회자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과 더불어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이란 병원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의 목숨을 다투는 시간을 의미하며, 심장이 정지한 지 4분 이내에 심장순환이 돌아오도록 해서 뇌사를 막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즉각적이고 재빠른 응급처치가 필요한 시점을 의미한다. 남북 관계에서 골든타임이란 장기화되고 있는 남북의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점으로, 최고의 타이밍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8·15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광복의 순간은 분단되지 않은 한민족이 하나인 상태였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분단 70년이 시작된 것이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70주년 앞에는 광복이라는 ‘하나 됨’과 분단이라는 ‘둘’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다시 하나 되는 ‘통일대박’을 통해 한민족의 밝은 미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북한은 ‘조국해방 70주년의 해’에 남북 관계의 대전환, 대변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온 겨레의 통일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남북 모두 한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에서 남북은 여전히 수평선을 달리고 있다. 어쩌면 남북 모두 서로 체면이 손상되지 않은 채 팽팽한 수평 레일에서 상대방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교차 지점으로 광복 70주년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광복절 다음주부터 매년 실행해 왔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9·9 북한 정권 창건 기념일과 10·10 조선노동당 70주년 창건 기념일이 예정돼 있기에 광복절 이후 시점에서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반복적으로 이 기간에 위기를 조성해 왔던 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올해 중 남북 간 경색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내는 골든타임은 8·15까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 봐야 할 문제는 첫째, 올해 광복 70주년에 남북 관계 전환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 돌이켜보면 남북 관계 문제를 푸는 데 매년 대화의 모멘텀을 용이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시기는 있었고, 그 시기 이후 남북 관계의 질적 변화로 연결되지 못했던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둘째, 남북 관계에서 골든타임을 논할 때 누구한테 골든타임인가? 일반적으로 골든타임을 이야기할 때면 대상자는 명확하다. 병원에서는 시급히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이고, 재해재난 사고 때에는 생존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 등 대상과 한계 시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에서의 골든타임이란 북한이 대상이라고 하기에는 북한은 시급성과 긴급성을 요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인가? 우리 또한 남북 관계가 올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그러면 왜 남북 모두 올 초부터 광복 70주년을 강조하면서 관계 개선과 관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남북 모두 서로를 향해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것인가에 대한 치킨게임을 하는 것인가? 남북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지만 ‘작은 것에서의 신뢰’와 ‘전제조건 있는 대화’가 서로 충돌한다. 최소한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8·15 70주년 행사까지 남북 모두 최소 비용으로 남북 관계의 현 교착 상태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보다 유연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지, 절체절명이 요구되는 시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시급성과 긴박한 조치를 요하는 골든타임이 아니라 유연한 시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관계 개선에 급급한 긴급조치나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초조함에 빠지기보다는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의 남북 관계, 글로벌 어젠다와 남북 관계, 우리의 군사적 능력과 남북 관계, 북한 핵과 남북 관계 등을 테이블 위에 다 올려놓고 왜 70년간 분단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시 짚어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시기가 분단이 70년간 고착화돼 온 것에 대해 깊은 성찰과 반성을 해봐야 하는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 [사설] 이란 핵 타결 한반도 비핵화 동력돼야

    이란 핵 협상이 13년 만에 타결됐다.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을 벌인 결과다. 이란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건 없는 사찰을 수용하고, 유엔은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와 탄도미사일 제재를 즉시 해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찰 결과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내년 초쯤 이란에 가해졌던 경제·금융 제재를 푼다는 것이다. 이로써 미국과 서방은 골칫덩어리였던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란은 숙원이었던 경제개발에 나서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자연스레 북핵 문제로 쏠리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뒤 핵보유국을 주장하면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폐쇄성에 비춰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는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국무부가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을 ‘이란 모델’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에서의 9·19 공동성명 등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북한의 합의 파기로 무용지물이 된 아픈 역사도 있다. 북·미 간 신뢰가 붕괴되면서 미국은 현재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정책을 내세워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나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물론 공화당의 조시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 실패를 지켜보면서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사실이다. 위협이 크고 사안이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협상의 여지도 많다는 것임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적과도 손을 잡는다’는 외교정책에서 북한만을 예외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어떻게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사자이다. 이번 이란 핵 문제 타결은 협상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실마리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 미국이 북한에 더이상 당근을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서라도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몇 안 되는 맹방인 쿠바가 최근 미국과 국교정상화에 합의한 데 이어 핵 문제에서 ‘공동전선’을 펴온 이란마저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북한 정권의 고립감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모멘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립감에 빠진 북한이 당분간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변국을 설득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 [사설] 대기업, ‘경제 살리기 약속’ 행동으로 보여라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인들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핵심 경제주체인 기업이 경기 회복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본다.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힘을 합쳐 총력전을 펼쳐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계의 소득도 늘어나고 선순환을 통해 경기도 살아난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고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전통시장 살리기, 국내 여행 가기 캠페인,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광복절을 전후해 수감돼 있는 기업인을 사면 또는 가석방해 달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하면서 경제활성화 법안과 추가경정예산의 조속한 통과도 요청했다. 우리 경제는 잇따른 안팎의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엔저와 중국의 경기 둔화, 그리스 채무불이행 등 글로벌 악재로 수출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어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내년까지 116조원 이상의 민관(民官) 자금을 투입해 수출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이른 시일 내에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연초 회복 기미를 보였던 내수도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메르스 사태와 수출 부진의 여파가 심각해지면서 올해 성장도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어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다시 낮춰 잡았다. 경제 재도약의 모멘텀을 얻으려면 기업들은 ‘경제 살리기’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경제 여건이 심각하다고 위축될 게 아니라 예정된 투자계획은 가급적 앞당겨 실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놔야 한다.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 최근 들어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크게 낮아졌다. 직원수 기준 상위 20곳에 해당하는 상장사 직원은 지난해 55만 388명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야 ‘취업절벽’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고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은 최소한으로 올리고 남는 재원으로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상생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만 이익을 독식하면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만 심화된다.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의 이익을 빼앗아 가려고 하면 안 된다. 지난달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SK하이닉스처럼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 [열린세상]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지난 6월은 현충일과 6·25전쟁 65주년 기념일이 있었던 호국 안보의 달이었다. 대한민국은 해방과 정부 수립 후 국가로서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적의 침략을 물리치고 신생 대한민국은 유지될 수 있었지만 한민족이 겪은 전대미문의 아픔은 아직도 치유 중에 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국가를 구하고 1970~80년대 산업화를 일군 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10대 경제대국이 됐다. 또한 자주국방 정책으로 다양한 고성능의 현대적인 무기 체계가 국산화되고 있고 한·미 안보동맹을 통해 국가 안보의 바탕이 마련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같은 대량파괴 무기를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외치면서 중국 견제를 핑계로 군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적극적인 우주 개발과 활용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2001년에 발간된 미국 국가안보 우주 관리 및 조직 평가위원회 보고서(일명 럼즈펠드 보고서)에서 “우주 공간은 하늘, 육지, 바다와 똑같이 중요한 활동 공간이며 우주 공간은 상업적, 군사적, 그리고 정보 수집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1세기에서는 우주 능력이 안보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준수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 미사일 협정에 의해 사거리 800㎞ 이상 미사일은 개발하지 않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저궤도 아리랑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과 이를 바탕으로 국산 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2020년쯤에는 완성될 예정이다. 우주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우주탐사에 나서고 있다.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에 대한 탐사는 우주탐사의 첫 번째 관문이 되고 있다. 달에는 미래 지구에서 고갈될 귀중한 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다. 달은 지구와 우주를 관측하는 천혜의 장소다. 미국은 1960~70년대에 아폴로 계획을 통해 우주인을 보냈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4~5년에 한 번씩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인 중국, 인도와 일본도 경쟁적으로 2007년과 2008년에 궤도선을 보냈다. 착륙선의 경우 중국은 이미 2013년에 보냈다. 일본과 인도도 2017년, 2018년에 보낼 계획이다. 아시아 주변국들에 비해 우주 기술이 너무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달 탐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 탐사를 통해 심우주통신·항법, 추진, 유도제어, 과학탑재체, 극한환경소재 기술 등 우주 기술 전반에 걸쳐 진일보를 가져올 수 있다. 탐사선이 달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38만㎞를 날아가 반경 10㎞의 원안에 명중하는 정확도를 가져야 한다. 이는 서울에서 공을 던져 부산에 있는 반경 10m의 원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정확도를 의미한다. 이 기술은 국산 유도무기 체계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심우주지상국의 안테나는 출력 1㎾의 엑스밴드 레이더로 탐사선 추적 외에도 적국의 위성과 우주 파편 감시에도 쓰일 수 있어 국가 우주자산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달 표면의 환경·자원 탐사를 위한 중성미자, 감마선, 엑스선 분광기는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하는 센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달 표면 탐사로버 기술은 전쟁터나 핵발전소 같은 위험 지역을 조사하는 데 쓰일 수 있고, 원자력 전지는 전방의 무인 감시장비와 적 잠수함을 감시하는 해저 소나의 전력원으로 쓰일 수 있다. 다시는 민족적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에 맞서고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가 우리의 우주개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달 탐사는 그러한 국가적 우주기술 개발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호국 영령들에게 후손으로서 면목이 서는 일일 것이다.
  • [사설] 완치 후 병원 문 연 의사… 메르스 극복 희망 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제 국내에서 일류라는 삼성서울병원이 ‘슈퍼 전파 병원’이라는 오명과 함께 부분 폐쇄되면서 국민적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메르스 확진 판정 후 완치된 의사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의원이 재개원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사회가 메르스 공포증에서 벗어나 사태 수습에 합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제 메르스 추가 확진자 5명 중 3명이 4차 감염자로 밝혀진 게 불길하다. 삼성서울병원 내 응급 이송요원의 경우처럼 정부의 방역망 바깥에서 감염자 1명이 수백 명과 접촉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제 확진자가 150명에 이른 데다 지난 주말 사망자도 두 명이 추가돼 총 16명이 됐다. 전염병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와 의료기관이 초기 대응에 실패한 탓이다. 정부가 쉬쉬하는 비밀주의로 정보 공유를 늦춘 데다 의료기관들도 허술한 진료로 병원 내 전파를 자초하고 구급차 요원조차 격리하지 않아 큰 화근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스에 대한 과민 반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주말 뒤늦게 동대문 상가를 찾아 외국인 쇼핑객을 상대로 한국 관광의 안전함을 홍보했을 것이다. 우리는 ‘메르스 포비아’(메르스 공포증)는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는 후유증을 떠나 문제 해결 그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메르스 확진자가 150명을 넘어섰다지만, 2009년 당시 신종플루 감염자 76만여명에 사망자만 260여명을 훌쩍 넘겼던 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도 초기 대응의 부실을 지적하면서도 “(한국 민관이) 메르스 사태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태에 엄중히 대처해야겠지만, 지레 겁에 질려야 할 이유도 없다. 신종플루 등과 달리 메르스는 백신도 없어 대증요법적 치료에 의존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의원 문을 다시 여는 정모 원장의 완쾌는 메르스가 극복할 수 없는 감염병은 아님을 웅변한다. 더구나 병원 현관에 “고열 환자 받습니다”라는 팻말까지 내걸었다니 그의 용기를 높이 살 만하다. 삼성서울병원이 당분간 진료를 중단하면서 전국적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고 한다. 그의 각오가 메르스 의심 환자 진료를 놓고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의료기관들이 벌이는 ‘환자 핑퐁’ 게임을 부끄럽게 만들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 6 ·15 넘는 합의 이끌 ‘통 큰 접근’ 필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5년 전인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조속 해결, 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 당국 간 대화 개최 등 5개항을 담은 ‘6·15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남북은 장관급 회담을 포함해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조성 및 금강산 관광 등 각종 교류·협력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등 남북 교류가 계속됐다. 하지만 퍼 주기 논란 속에 2002년 6월에 발생한 제2연평해전과 2002년 10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으로 불거진 2차 북핵 위기, 2005년 2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이어지면서 6·15 공동선언으로 대표되는 대북 포용 정책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으로 대표되는 ‘선 핵 폐기’ 원칙을 내세우며 포용 정책을 대폭 수정했다. 북한은 강력 반발했다. 2009년 2월 2차 핵실험에 이어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따른 5·24 조치로 남북 간에는 긴장감만 감돌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다소 유연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워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 대박론’ 구상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남북 관계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올해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 지원을 승인(4월 27일)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의 남북 교류를 폭넓게 허용하는 등 화해의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 올해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기념하는 민간 차원의 남북 공동행사가 2008년 이후 7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무산됐다. 정부는 어떻게든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을 냉담하기만 하다. 통일부는 14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 관계가 아직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할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당국 간 대화에 지체 없이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히려 5·24 조치를 포함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15 공동선언을 뛰어넘는 새로운 선언을 정부가 도출하겠다는 각오로 통 크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미·일 ‘北 해외근로자 송금 동결’ 검토… 對北 압박 구체화

    한·미·일 ‘北 해외근로자 송금 동결’ 검토… 對北 압박 구체화

    한국과 미국, 일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는 27일 서울에서 3자회담을 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와 비핵화 진전을 위해 북한 해외 근로자의 대북 송금 동결, 대북 인권 문제 등을 대북 압박 카드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의 압박 움직임에 맞서 북한도 한·미 양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의제로 다뤄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지난 25일 안보리 의장에게 보내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 구도가 격화되는 양상이다.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는 현영철 숙청과 같은 북한 상황의 불확실성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성공 등 핵 능력 고도화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황 본부장은 “북한은 국제사회 경제 체제와의 연계성이 이란과 달라 제재를 가하는 양태도 달라야 한다”며 “북한에 어떤 압력이 효과적인지 생각해 가면서 목적에 맞게 압력을 실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3국은 북한 해외 근로자의 송금을 동결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국무부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가 벌어들인 급여의 90%를 북한 정부가 떼어 가는 것이 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을 차단한 안보리 결의 2094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안보리 제재로 주요 돈줄이 막힌 북한이 해외 근로자가 벌어들인 돈을 통치자금에 활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북한 근로자가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강제 노동과 임금 착취를 당하는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가 관련 국과의 협의를 통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는 알제리 등 16개국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한 해 최대 23억 달러(약 2조 5400억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근로자의 해외 송금 제한이나 예전에 효과를 본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식 자금 동결이 거론될 수 있지만 다른 상황도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3국이 대북 송금 문제를 압박 카드로 사용하려는 것은 북한 지도부에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과 함께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문제를 부각해 인권 문제도 다루겠다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다. 황 본부장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모멘텀 유지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했으며 인권 향상을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를 반영한다. 북한도 25일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조선반도 정세가 악화 일변도를 달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 문제를 안보리에서 의제로 다뤄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SLBM 발사만을 문제시한다면 안보리가 미국의 정치적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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