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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할린을 사랑하는 모녀랍니다”

    운영난에 허덕이는 사할린의 우리말 라디오 방송을 살리기 위해 모녀가 트로트 콘서트를 준비하고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도깨비 방망이’,‘청계천 내사랑’ 등을 부른 트로트 가수 이혜미(사진 왼쪽)씨와 그의 어머니 남점환(오른쪽·68)씨.모녀는 오는 21,30일 각각 경기도 일산 문예회관과 부산 시민회관에서 사할린 우리말방송 돕기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이씨는 5일 “사할린 동포에게는 유일한 우리말 방송이 어려운 사정에 빠졌다는 소식에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단지 이런 뜻을 모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이씨가 사할린 우리말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KBS 한민족 노래자랑 녹화방송을 위해 처음 사할린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래자랑 사회를 맡았던 그는 주최측인 우리말 라디오방송 김춘자 국장을 만났다.그는 “김 국장으로부터 사할린 동포 강제 징용 역사와 우리말 방송의 필요성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면서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콘서트를 열게 됐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제안에 가수 김국환을 비롯해 이자연, 이호섭, 조승구, 동빈, 숙자매, 김지영, 박노섭 등 트로트 가수들도 출연료 없이 동참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오륙도 로터리클럽(3660 지부) 회장인 이씨의 어머니도 딸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어머니는 콘서트에 허남식 부산시장 등의 인사를 초청하는 한편 기금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어머니 남씨는 “사할린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딸이 전한 딱한 사정을 듣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기회가 되면 사할린에 직접 가보고 콘서트 이외에도 도움방법을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녀는 ‘사사모(사할린을 사랑하는 모임)’를 재단법인으로 발족해 장기적으로 우리말 방송을 돕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춘천 MBC-TV ‘사랑열차 주말열차’ 리포터로 데뷔한 이씨는 바쁜 활동 중에도 몇 년째 고양시에 있는 희망양로원을 찾고 있어 트로트계의 천사라고 불린다.부산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그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수화로 노래하는 가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연합뉴스
  • 40대 두 여류의 흡인력

    40대 두 여류의 흡인력

    기생과 여자 목수.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다.40대 두 여성 작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은 신작 소설이 맨 처음 눈길을 잡아끄는 이유다. 이 시대 마지막 기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현수(46)의 ‘신기생뎐’(문학동네)과 양귀비 꽃살문 전문가인 한 여성 목공예가의 비극적 삶을 그린 송은일(41)의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랜덤하우스중앙). 그러나 희귀한 소재가 불러일으키는 은밀한 호기심은 아주 잠깐이다. 책을 열면 탄탄한 구조, 찰진 문장 등 거칠 것 없이 펼쳐지는 작가의 깊은 내공에 꼼짝없이 압도당한다. ●이현수 ‘신기생뎐’ 목포의 유명한 기방 부용각을 그대로 이은 군산의 부용각은 부엌어멈 타박네와 소리기생 오마담이 평생을 일궈온 전통 기방이다. 소멸돼가는 기방의 풍류를 고집스레 지켜가는 이곳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깃들어 산다. 호시탐탐 재산을 가로챌 궁리를 하는 오마담의 기둥서방 김사장, 오래 전 오마담의 소리에 끌려 부용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집사 박기사, 오마담의 뒤를 이을 부용각의 마지막 기생 미스 민…. 연작 형식의 ‘신기생뎐’은 이들을 고루 주인공으로 불러내 저마다의 애절한 사연을 풀어낸다. “제 고향(충북 영동)에선 가을마다 난계 박연을 기리는 국악축제가 열려요. 그 덕에 어릴 적부터 국악 장단이 자연스레 몸에 뱄는데 작가가 된 이후 그때 기억과 더불어 기생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옛 기방이 하나의 문화집단으로 기능했고, 현재의 예술이 기방문화에 빚지고 있음에도 지금껏 어느 작가도 기생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특히 황진이 같은 역사에 기록된 명기가 아니라 이름없이 사그라진 보통 기생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에 묘사된 기방의 법도와 기생들의 정서는 마치 작가가 직접 보고, 겪은 일인 듯 생생하다. 이 때문에 계간 문예지에 2년 연재하는 동안 ‘의혹’(?)의 눈길도 많이 받았다.“기방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고, 기생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는 작가는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와 풍속도 등을 바탕으로 짐작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내용에 걸맞게 똑떨어지는 맛깔진 문체는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이다. 기생의 노랫가락처럼 흥을 타는 문장은 인간사 희로애락을 정성껏 어루만진다.“소재가 소재인 만큼 격조가 떨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문체에 목숨걸었다.”는 작가의 결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7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 ‘마른 날들 사이에’로 당선된 작가는 소설집 ‘토란’과 장편소설 ‘길갓집 여자’를 냈고,2003년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9000원. ●송은일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양귀비 꽃살문을 새기는 목공예가 이율희와 그녀의 어머니, 외할머니 등 모녀 삼대에 걸친 비극적 사랑의 악연을 전설처럼 풀어놓은 소설이다.‘양귀비 꽃살문’은 ‘목수’로 불리길 원하는 목공예가 이율희가 8년 전 대한민국 공예대전에 출품한 병풍의 제목이었다. 아름다움을 넘어 사악함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금기의 꽃 양귀비를 닮은 이율희와 그녀 집안의 남다른 내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속 비극의 잉태지는 씨족 마을인 달아실(월곡)이다. 율희는 근동의 병원집 아들 유태준과 연인 관계였으나 결혼을 약속한 그로부터 어느날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는다. 상고를 나와 은행을 다니던 율희는 이후 두명의 스승으로부터 목수일을 배워 목공예가로 성공했다. 잡지에 실린 기사를 보고 태준은 뒤늦게 율희를 찾아오고, 이를 계기로 이씨 집안 여자들과 유씨 집안 남자들의 얽히고 설킨 애증의 역사가 실타래처럼 하나씩 풀려나온다. 소설은 양귀비 꽃살문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율희의 예술혼과 대를 이어 유사 근친상간이라는 금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씨 집안 여인들의 ‘불온한’ 삶을 촘촘히 교직해낸다. 이런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유씨 집안 남자들의 폭력이 숨어 있다. 사랑과 운명이라는 이름아래 펼쳐지는 치명적인 폭력. 태준의 아이를 세번이나 지워야했던 율희가 태준의 사촌동생인 사준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쌍둥이를 잉태하는 대목은 그래서 섬뜩하면서도 남성들의 폭력에 당당하게 맞서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준다. “어릴 적 시골에서 달구지에 상을 싣고 다니며 팔던 여자 목수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작가는 소설을 쓰기 전 1년 정도 소목일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는 “유씨 남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일상적인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아스피린 두알’로 당선된 작가는 장편 ‘불꽃섬’‘소울메이트’‘도둑의 누이’ 등을 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EBS 오후 9시30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마당극을 펼치는 소리광대들의 모임 ‘또랑광대’는 각 지역출신 배우들로 구성돼 있다. 공연을 하는 지역과 장소에 따라 배우들은 다양한 사투리로 공연을 한다. 판소리가 현대에 와서 어떻게 민중 속으로 파고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사투리로 풀어내는 현대판 판소리의 현장도 소개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프랑스 라로셸에서는 전기자동차를 공동으로 사용해 공해와 교통 체증을 덜고 있다.1986년부터 사용한 이 전기자동차는 매년 사용자가 늘고 있다. 도심 내 6개의 정류소에 50여 대의 전기자동차가 준비돼 대중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회원은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정류소가 갖춰져 주차 걱정도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오후 6시) 한국인 의식주 버라이어티 시리즈 의(衣)편. 매력인시대, 시대상을 반영하는 ‘시대의 거울’인 스타의 패션과 스타일을 현재부터 데뷔 당시까지 역순으로 살피고, 선택형 질문이 나오면 모녀 25쌍으로 구성된 매력위원회가 번호를 선택, 연예계에 소문난 멋쟁이 게스트들이 매력위원회의 기호를 맞춰 본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통일된 한국의 추석 밥상을 기대하면서 남과 북의 대표적인 음식문화를 살펴본다. 개성 한정식과 전주한정식의 치열한 맛 각축전이 벌어진다. 통일 밥상에 오르기 위한 3라운드 대결로 전과 찜, 국 3가지를 비교한다. 홍해삼전 대 양하전, 개성무찜 대 모래무지찜, 개성곰국 대 토란국 맛의 대결이 펼친다. ●퀴즈 대한민국(KBS1 오전 9시55분) ‘개그콘서트’에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로 맹활약 중인 개그우먼 김현숙씨가 자신의 친오빠 김훈수씨와 함께 출연한다. 학창시절 만년 우등생 자리를 지켰던 믿음직한 오빠 김훈수씨, 공부를 제외한 모든 방면에서 오빠를 뛰어넘는 팔방미인이었던 동생 현숙씨가 퀴즈영웅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 뭉쳤다. ●도전 지구탐험대(KBS2 오전 9시40분) 추석을 맞이하여 큰 잔치를 준비했다. 지난 9년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만난 세계의 진귀한 음식이 총집합한다. 아마존에서 아프리카까지를 누빈 6명의 대한민국 최고 입담꾼들의 유쾌한 음식 이야기 한마당. 또 중국요리의 진수를 보여줄 유신평 조리장과 브라질 조리장이 출연하여 진귀한 음식을 선보인다.
  • [길섶에서] 가슴 속의 달/심재억 문화부 차장

    신작로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뙈기밭, 참깨를 베어 단을 짓는 어머니는 아무래도 일손이 더딥니다. 눈길이 자꾸 산자락 너머 뱀꼬리처럼 멀어지는 신작로를 따라가는 까닭입니다. 이마에 손그림자를 드리우고 시린 눈으로 그 길을 굽어본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니 참깨밭 한 뙈기 마무르기가 여간 더디지 않습니다. 버스가 서고 양 손에 이바지 보퉁이를 든 귀성객들이 줄줄이 내릴 때마다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가슴은 쿵닥거리다가 이내 가라앉곤 합니다.“저 사람들은 일찍 나섰던가부다.”라며 돌아서 다시 깻단을 묶지만 일이 손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눈 빠지겠다.”고 핀잔을 하지만 아버진들 기다림이 덜할 리가 없습니다. 고추잠자리 떼지어 나는 해거름, 바리바리 선물을 챙겨든 누님이 차에서 내립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의 얼굴을 한사코 쓸며 오느라 고생했달 뿐 달리 말이 없습니다. 보퉁이를 나눠 든 모녀의 머리 위로 아직 덜 찬 달이 말갛게 떠 있습니다. 누군가가 기다리는 곳을 찾는 한가위, 지금쯤 가슴마다 달 하나씩 키우고들 계시지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드라마속 콩쥐·팥쥐 “좋은 사이”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 ‘콩쥐’는 ‘팥쥐’와 계모에게 구박만 받는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인 ‘백마 탄 왕자’가 콩쥐를 구해줘 이들 모녀에게 복수한다. 언제부턴가 상당수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들은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으로 묘사돼 왔다.‘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해묵은 스토리를 대변하듯, 착한 여자 주인공 주변에는 그녀를 헐뜯고 괴롭히는 얄미운 팥쥐들이 공식처럼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상당수 드라마들은 이같은 패턴을 파괴한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들이 서로를 돕는, 든든한 동지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이 ‘팥쥐’에 가깝지만 상대방 ‘콩쥐’를 미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러워하는 상황도 벌어진다.MBC 월화 미니시리즈 ‘비밀남녀’는 억척스러운 소녀가장 서영지(한지혜 분)와 세련된 성형외과 전문의 정아미(송선미 분)가 만드는 여성들만의 우정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남자에게 상처받은 서영지가 얼굴을 고치려고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정아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대리운전까지 하게 된 인연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 것.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갖춘 정아미는 술 취한 밤, 대리운전 기사로 만난 서영지의 따뜻한 마음을 알고는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비밀남녀’의 김인영 작가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여성끼리의 대결 구도가 아닌, 건전한 상생관계를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KBS2 월화드라마 ‘웨딩’도 캔디 같은 여주인공과 그녀의 얄미운 라이벌구도를 과감히 깼다. 여주인공 이세나(장나라 분)는 철부지 부잣집 딸로, 오히려 ‘팥쥐’에 가깝다. 사랑하는 남자 한승우의 첫사랑인 신윤수(명세빈 분)를 처음에는 질투하지만, 윤수를 미워하기는커녕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승우를 돌려주는데…. 윤수도 어린애같은 솔직한 세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세나에게는 윤수가 갖지 못한,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밝음이 있기 때문. 서로 너무 다르지만 그 차이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SBS 주말극 ‘그 여름의 태풍’과 광복 60주년 특별기획 ‘패션70s’의 여주인공들도 라이벌 구도에서 벗어나 화해하고 용서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넘은 38선

    올해 안에 개성관광이 실현되리라고 한다. 조만간 시범관광도 있을 모양이다. 그런저런 보도 때문에 곧 고향 가게 됐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인사를 종종 듣는다. 귀향과 관광은 다르다. 내 고향마을은 볼 것 하나 없는 한촌이다. 지금 관광코스로 돼 있는 명승고적들을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 가서 처음 보았다. 그때는 당일치기라도 기차 타고 가는 걸 수학여행, 걸어가는 건 원족이라 불렀다. 개성역에 내려서 역전에 정렬해있는데 아이들을 마구 헤집고 다니면서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일본말로 부르면 ‘보구엔쇼’가 되는데 일본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할머니가 손녀를 찾으려면 그렇게 불러야 된다고 사전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할머니의 발음은 너무도 이상해서 아무도 그걸 알아듣지 못했다. 나만 안 나서면 할머니는 나를 못 찾을 게 뻔했다. 풀을 먹인 무명치마 저고리에 베보자기에 싼 임을 인 할머니가 창피해서 나는 끝까지 모른 척할 작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아이들 사이에 숨어있었다. 마침내 할머니가 그 갑갑한 일본말을 그만 두고 ‘완서야’ 하고 악을 쓰는 거였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할머니 앞에 나섰다. 할머니는 반 아이들이 지켜보는 한가운데서 머나먼 20리 길을 이고 온 베보자기를 풀고 이건 선생님 드릴 것, 이건 동무들하고 나눠 먹을 것, 이건 서울 집에 가져갈 것, 몫을 짓기 시작했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쑥 송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떡이 촌스러운 할머니나 마찬가지로 창피하기만 해서 아무하고도 안 나눠먹고 집까지 끌고 왔다. 그리하여 6학년 수학여행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개성시내에 살아본 것은 그 다다음해 중학교 이학년 때, 일제의 소개(疏開)령에 의해서였다. 학교도 전학을 했지만 시골집에서 개성시내까지는 이십리 길이라 시내에 집을 얻고 다녀야만 했다. 일본이 패망한 건 방학 때여서 시골집에 있을 때였다. 조국이 광복된 소식도 사나흘 늦게 알려질 정도의 벽촌이었다. 시내에 나와 보니 무조건 기뻐 날뛰던 시골사람들과는 달리 화제는 온통 38선이 어디로 그어지나였다. 미·소가 북위 38도선으로 한반도를 나누기로 한 것은 벌써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듯, 초미의 관심사는 38선이 개성 어디를 지나나였다. 지리시간에 경선(經線)과 위선(緯線)에 대해서 배워서 그게 뭐라는 걸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게 실지로 땅을 경계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선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초유의 엄청난 일을 저지른 강대국들도 땅 위에 실질적인 금을 긋기는 쉽지 않았던 거 같다. 개성이라는 작은 도시를 놓고 그 선이 한때 왔다갔다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개성 북쪽 송악산이 38선이라고 하면서 미군이 주둔했다. 살기등등하고 질서정연한 일본군의 행진만 보다가 웃고 손 흔들고 장난치듯이 무질서하게 걸어 들어오는 그들이 전쟁에 이겼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았다. 미군이 주둔한 지 며칠 안 있다 38선이 잘못 그어져 개성이 소련군 점령지역에 들어갔다고 했다. 미군이 물러가고 소련군이 들어왔다. 별안간 민심이 흉흉해졌다. 가게 문을 닫고, 부녀자들이 바깥출입을 삼갔다. 경의선 기차도 봉동까지만 오고 개성까진 안 왔다. 서울과의 단절감은 원래 다니던 서울 학교가 그리운 나를 초조하게 했고, 엄마도 딸을 소련군이 있는 데서 피신시키고 싶어했다. 마침내 모녀는 일부러 더 남루한 복장으로 개성을 탈출했다. 개성에서 봉동으로 통하는 길에 야다리라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 한가운데가 38선인 듯 다리 이쪽은 소련군이 저쪽은 미군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기차가 없어서 도보로 떼 지어 가는 사람들을 미군도 소련군도 바라만 볼 뿐 검문도 제지도 없었다. 나는 다리 한가운데에 줄이 그어졌나, 새끼줄이라도 매놨나 찾아봤지만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봉동역에서 기차로 서울로 왔고, 그후 며칠 있다가 야다리 위에 그어졌던 38선이 잘못됐는지 다시 송악산 너머로 물러가고 그후 6·25까지 개성은 서울과 왕래가 자유로운 38이남 땅이었다. 내가 넘은 38선은 그러니까 진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소설가
  •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 후배 재판지도 엄해 ‘벙커’ 별명

    ‘깐깐한 법이론가이면서 꼿꼿한 원칙론자’ 이용훈(63) 신임 대법원장 후보 지명자에게는 이런 설명이 어울린다. 의정부지원 판사로 재직하던 유신 초기인 1972년 시국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이상을 선고하라는 외압을 무시하고 징역 6월을 선고한 일은 그의 성향을 보여준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시국사건은 물론 형사사건을 한 건도 배당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깐깐한 원칙론자 후배 판사들이 잘못하면 엄하게 꾸짖으면서도 소장판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법관으로 같이 일했던 법관들은 이 지명자를 기억하고 있다. 판결문을 꼼꼼히 읽고 틀린 숫자를 찾아내 후배들이 쩔쩔매게 만들었고 후배 법관들에게 재판 지도를 엄하게 해 ‘벙커’(배석판사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재판장을 일컫는 은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판사에게 기록은 배우의 대본과 같다. 대본을 완전히 외우지 않고 배우가 연기할 수 없듯이 사건기록을 숙지하지 않고 재판에 임해서는 안된다.”이 지명자가 후배 법관들에게 자주 한 말이다. 대법관 때 그는 항소심의 잘못된 판결은 여지없이 깨어버렸고 소수 의견도 많이 냈다.97년 12·12,5·18사건 재판 당시 무죄를 확정받은 박준병씨에 대해 소수의견으로 유죄를 주장했고 끝까지 판결문에 ‘반란’이라는 표현을 넣어 단죄하려 했다.96년에는 삼청교육대의 민사상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대법원의 다수 의견에 맞서 국가의 시효소멸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이 지명자는 후배 법관들이 청하면 못이긴척 술자리를 갖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5·6공 시절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서부지원장 등을 거친 그는 윤관 대법원장 시절인 1993년 사법부의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차장에 선임됐다. 이 때 법관 인사기준을 사법고시 서열에서 근무평정으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듬해부터 2000년까지 대법관을 지냈으며,1999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했다. 대법원을 떠나 변호사로 지내던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일해왔다.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법대를 나왔다. 부인 고은숙(63)씨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소신과 원칙있는 판결성향 이 지명자는 소신있고 원칙있는 판결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소수 약자 보호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명자는 95년 치료도중 숨진 환자의 사인에 대한 입증책임이 의사에게 있다며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내려 의료소송 전반에 큰 획을 그었다. 같은 해 재벌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한 감사자료를 폭로한 감사원 직원에 대해 “피고인이 공개한 재벌관련 자료는 공공이익에 부합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97년에는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면 회계법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98년 ‘한국판 OJ심슨사건’이라는 ‘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2003년 새로운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굵직한 시국사건에서 소신을 밝혔던 이 지명자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앞서가진 못했다. 그는 99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불허한 국가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또 이적단체 구성원 사이의 내부 토론은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원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하기도 했다.99년 당시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욕설과 폭행에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인다며 80대 중반인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등 소송에서 할머니의 상고를 기각해 여성단체로부터 “가부장제적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홍희경 박경호기자 saloo@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발레, 겉으로 보기엔 부드럽고 우아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근육 강화가 필수적인 예술이다. 이번 시간에는 발레에 필요한 기초체력과 근력을 강하게 다지는 스트레칭을 배운다. 몸 안에 축적되기 쉬운 힘을 빼내고, 불필요한 근육이 붙지 않도록 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발레스트레칭에 도전해 보자.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다양한 과학체험을 할 수 있는 과천 정보도서관과 마음껏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강화갯벌센터. 과학기구들의 체험을 통해 과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과천정보도서관의 정보과학나라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자연경관을 만끽하며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강화갯벌센터를 찾아가 본다.   ●자매바다(MBC 오전 9시) 인철은 순영에게 상의할 게 있다며 공장으로 찾아가지만, 이를 본 명진이 화를 낸다. 인철이 독립하겠다며 유산 가운데 자기 몫을 미리 떼어달라고 해 명진과 다투게 된다. 반장 선거 후보에 오른 춘희는 곧 여주를 떠나 서울로 이사를 가게 돼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바람을 피우다 위자료를 주고 이혼한 남편. 그러나 1년 후, 남편은 이혼 당시 아내가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은 “어떻게 자기에게 위자료를 받아낼 수가 있느냐?”면서 위자료를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남편은 이혼한 아내로부터 위자료를 돌려 받을 수 있을까?   ●TV문화지대(KBS1 오후 11시35분) 역사와 함께 한 우리의 공연무대. 무대에서 다양한 실험과 창작을 시도했으며, 이 일에 열정을 바친 사람들. 광복 이후 60년 동안 한국 공연무대를 이끌어 온 원천이 무엇인지를 짚고, 무대에 삶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꺼지지 않는 예술혼과 우리 공연무대의 저력을 알아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12시55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소리의 명인 안숙선과 거문고 연주자인 딸 최영훈. 대를 이어 국악에 뛰어든 딸의 진로에 반대했던 사연과 함께 명창 안숙선의 딸로 살기가 쉽지 않았다는 딸의 말을 듣는다. 안숙선, 최영훈의 닮은 듯 다른 모녀 이야기와 지극한 국악사랑 이야기가 공개된다.
  • 탈북 세모녀 ‘희망메시지’ 우주로

    병마에 시달려온 탈북 세 모녀가 하루속히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우주로 날려보낸다. 주인공은 탈북자 양신옥(36·여·경기도 부천)씨와 김명지(12)·은지(10)양 모녀. 이달 우크라이나 우주관제센터에서 열리는 ‘외계 메시지 송출식’에 직접 참여해 희망 메시지를 우주로 전송한다. 양씨 모녀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2001년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에 성공했다. 북한에 있을 때 탄광에서 일하다 척추를 크게 다친 양씨는 심한 통증과 함께 척추가 둥글게 굽는 척추결핵에 시달리고 있다. 또 명지양은 결핵을, 은지양은 희귀 난치병인 ‘원발성항인지질항체증후군’을 앓고 있다. 양씨가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도 딸들의 병을 고쳐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은지양은 국내에 이 병과 비슷한 사례가 없고 정확한 치료법도 밝혀져 있지 않아 병원에서 영양제와 면역강화 주사를 맞는 것 외에 다른 치료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양씨는 “명지도 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어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기운을 못 차린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월 90만원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양씨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국직장인연합 자원봉사단체인 ‘하나사랑회’를 통해 알려진 뒤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이 앞으로 1년간 치료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게임빌은 이달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외계 메시지 송출식’에도 이들을 초대했다. 송출식은 직경 70m의 전파망원경을 통해 우주로 메시지를 날려보내는 행사다. 게임빌 관계자는 “양씨 모녀가 세계 최초로 외계인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지구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책, 내게로 오다(EBS 오후 10시50분)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우석훈 저자와 함께 ‘음식국부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본다. 사람이 안전하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게 음식의 가장 중요한 덕목. 이 기본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를 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살피고 대안을 찾아 본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방학을 맞는 학생들은 해외 연수와 국내 영어마을로 몰리고, 대학생들은 토플과 토익, 직장인들은 비즈니스 영어에 매달리고 있지만 영어 수준은 여전히 국제 기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바람직한 영어교육과 국어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다뤄본다.   ●내이름은 김삼순(MBC 오후 9시55분) 진헌이 희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삼순은 당혹스럽다. 오해를 풀어주려는 진헌을 밀쳐내며 삼순은 “마치 셋이 연애를 하는 기분”이라고 쏘아붙인다. 한편, 삼순은 아프다는 희진의 집으로 찾아가고, 희진은 자기네 집으로 죽까지 싸들고 온 삼순의 행동에 어이없어 한다.   ●해결! 돈이 보인다(SBS 오후 7시5분) 지난 10년간 자신의 소머리국밥집을 최고의 맛집으로 만드는데 피땀 어린 노력을 해온 코미디언 배연정 사장. 성공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잘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의뢰인 최은주씨 모녀에게도 혹독하게 교육을 시킨다. 은주씨 모녀의 희망찬 새 출발을 따라가 본다.   ●환경 스페셜-철새의 땅, 을숙도 기로에 서다.(KBS1 오후 10시) 지난 1987년 낙동강 하구둑 건설로 크게 훼손되었던 을숙도가 또 다시 최대 위기에 놓였다.10여년의 논란 끝에 지난 6월8일 명지대교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개발로 멍든 을숙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점검하고, 개발이 을숙도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어 본다.   ●부활(KBS2 오후 10시) 신혁이 살해당한 날 강릉 호텔에 묵었던 사실을 알게 된 강주는 하은을 찾아가 왜 말 하지 않았냐고 묻고, 하은은 강주에게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권한다. 한편 태준과 상국은 신혁이 강혁의 죽음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초조해한다. 인철 역시 신혁의 변화를 의심스러워한다.
  • 날개 다시 편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날개를 달았다. 백두산과 개성 관광이 손안에 들어오면서 계열사 주가가 초강세다. 그룹내 미묘한 역학관계 변화도 감지된다. 하지만 개발비용 분담을 둘러싼 정부와의 협상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현 회장,“백두산관광 정부 지원해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백두산 관광과 관련해 전력·도로·공항 보수 등 기초 인프라 건설을 민간업체인 우리가 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석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가능하다면 남북경제협력기금도 지원받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금강산 관광을 위한 항구 건설 등에 1억달러 안팎을 쏟아부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데 애먹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일단 “종합 검토를 해보겠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지연공항 보수에만 380만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서 독점사업권을 직접 따내오면서 힘이 실린 현 회장과 야당 등의 반대를 의식해야 하는 정부측의 물밑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달 말로 얘기된 백두산 시범관광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개성 시범관광단은 예정대로 8월초에 모집에 들어간다. 또 내달 15일께 개성에서 남북이 함께 하는 개성민족음악축제를 열고,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는 조용필 공연도 열기로 합의했다. 정몽헌(MH) 회장의 사후 이렇다할 대북사업 진척이 없었던 터라, 모처럼 현대그룹에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 계열사 주가도 급등했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김 위원장,‘지이선생’에 각별한 애정 현 회장은 맏딸 지이(현대상선 과장)씨를 이번 방북행에 대동한 것과 관련,“북쪽에서 따님도 같이 왔으면 한다고 특별히 초청해 비서 겸 데려갔다.”면서 “지난달 평양 방문때도 북쪽에서 함께 오라고 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 자리에서 현 회장 모녀에게 거품포도주(샴페인)를 따라주며 지이씨를 “지이 선생”이라고 부르는 등 각별히 애틋한 정을 표시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몽헌 회장이 북남협력사업에 큰 공을 세웠는데 그렇게 돼서(자살) 마음이 쓰리다.”고 여러번 말했다고 한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면담장소의) 뜨락앞까지 직접 마중을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음식은 해바라기씨로 볶는 게 제일 맛있고, 고기는 일절 넣지 않고 오이로만 국물을 낸 오이냉국 국수 요리가 맛있다고 설명해 주는 등 매우 소탈하고 자상했다.”고 김 위원장의 첫인상을 전했다.●김윤규·윤만준 희비교차 이번 면담 성사와 관련해 또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현대아산 김 부회장과 윤만준 사장의 희비 교차다. 올초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대신 회사 실권을 윤 사장과 ‘공유’하게 됐을 때만 해도, 그룹 일각에서 ‘용퇴’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 면담 성사로 김 부회장의 입지는 재강화됐다. 반면, 윤 사장은 이번 방북행에 동행하고도 면담 일행에 끼지 못했다. 현대측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에 평양을 방문했던 일행을 초대하다 보니 윤 사장이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청풍영월’에 빠져볼까

    ‘청풍영월’에 빠져볼까

    ■ 코흘리개 삼식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에게나 한번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 코흘리개 옆집 친구와 마을 앞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장난을 치고,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을 헤아리며 감자를 구워먹던 그 시절. 요즘처럼 목을 죄어오는 아스팔트 복사열과 희뿌연 스모그가 티없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풍경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다. 그렇다면 청정한 강물이 흐르고,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숨쉬는 강원도 영월군으로 떠나보자. 영월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과 닮은 곳이다. 순박한 시골 풍경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어른들에겐 동심의 세계가 펼쳐지는 영월에서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사진 한반도지형) 영월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영월군 서쪽 끝에 있는 ‘밧도네 마을’은 ‘어린시절’이라는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만든다. 노란 금계화가 길가에 늘어선 마을에 들어서자 30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벅차 오른다. 태기산과 치악산에서 내려온 주천강이 마을을 바깥으로 돈다 해서 붙여진 밧도네 마을. 친숙한 마을 지명만큼이나 예스럽고 아름답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이 곳의 비산체험학교(033-374-1251·www.bisanschool.com)는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려 주는 곳. 흙내음이 코끝을 간지르는 학교에 들어서자 이승복 동상과 책 읽는 소녀의 동상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청소시간마다 친구들과 왁스를 칠해 문지르던 교실 나무바닥과 복도에선 잠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난다. 이 학교는 폐교된 도천초등학교 주천분교를 원용석(47)·김은선(42)씨 부부가 3년 전 교육청으로부터 임대받아 꾸몄다. 원씨는 계절마다 감자캐기, 옥수수따기, 모내기 등 농사체험과 물고기 잡기 등 생태체험을 맡고, 김씨는 꽃누르미(압화)를 가르친다. 꽃누르미는 김씨가 학교 주변에 피어나는 갖가지 들꽃을 따서 말려 두었다가 열쇠고리와 목걸이, 액자, 옆서 등을 만드는 것이다.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들은 저마다 고운 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품들은 자연이 만든 한폭의 풍경화다. 학교 앞을 흐르는 주천강에는 반두(양 끝에 막대기를 대어 두 사람이 맞잡고 물고기를 몰아 잡도록 된 그물)를 들고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흥겹다. “와∼ 많이 잡혔네!” 이태규·이상용·탁성곤·김찬우(9·주천초 2년)군 등 4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강으로 달려왔다. 태규와 상용이가 ‘풍덩 풍덩’ 발로 물을 튕기며 고기를 몰고, 성곤이와 찬우는 반두를 들고 있다가 때를 맞춰 반두를 올린다. 반두에는 영화 제목으로 유명해진 쉬리와 통가리, 피라미 등 10㎝ 남짓한 물고기 5∼6마리가 걸려 오른다. “에이, 쉬리만 잡히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잡을 수 없는 물고기인 쉬리만 연신 올라오자 아쉽다는 듯 놓아 준다. 물고기 잡기에 싫증난 아이들은 곧이어 물놀이를 시작했다. 반두를 내팽개치고 옷을 입은 채 수중보에서 물미끄럼을 타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의 고기잡이를 도와주던 원씨는 “차분하게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곳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어린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어 더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체험료는 한 가지당 5000원, 여름 방학기간 중에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 마루에 올라 별을 보다 ●별하나의 추억과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영월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별을 볼 수 있다. 특히 해발 799m의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374-7463·www.yao.or.kr)에서는 많은 별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는 별과 마루(정상), 로(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 천문대다. 인간이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해피 700’에 위치한 천문대는 봉래산을 수십여바퀴 휘감으며 곡예운전을 해야 정상에 도착한다.800㎜ 반사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찰할 수 있고, 밤에는 목성, 달이 떠있는 별천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곳은 연간 관측일수(쾌청일수)가 196일로 우리나라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아 국내 최고의 관측 여건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광해(방해하는 빛)와 관측의 최대 적인 습기가 없어 최적의 관측 여건을 자랑한다. 특히 망원경으로 별을 보지 않더라도 산꼭대기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호젓한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영월시내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부모와 함께 온 이하민(6·경기 용인시 수지읍 베아제 유치원)양은 “반짝이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며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천문대는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달 휴관하며,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이다. 영월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박물관이 많다. 대표적인 박물관은 책박물관(372-1713). 폐교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박대헌씨가 사비를 털어 만들었다. 이 곳에선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60∼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해 1925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서적, 한국문학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 수만권이 빛바랜 모습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이밖에 곤충박물관(374-5888)과 다음달 개관하는 사진박물관 등도 둘러보면 좋다. ●신비한 천혜비경 자연속으로 영월은 유명한 동강의 어라연 말고도 자연이 만들어낸 갖가지 천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인기 명소는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 건너 숲속의 전망대에서 보면 마을 풍경이 신기할 정도로 한반도 지도를 그대로 닮았다.5년 전 사진작가가 발견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서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해 평지에 가까워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도 그대로이며, 북쪽으로는 백두산, 남쪽으로는 장기곶까지 똑같다. 영월은 무엇보다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고장. 곳곳에서 단종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단종이 유배길에 쉬어간 군등치 고개를 넘어 가면 단종 무덤인 장릉(370-2619)과 유배지인 청령포(370-2620)가 있다. 단종은 1457년 봄에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었고 그해 10월 사약을 받고 죽었다. 단종이 죽어도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자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둬 모신 곳이 장릉이다. 장릉 소나무가 모두 장릉을 향해 고개를 숙여 신비롭다. 입장료는 성인 1200원. 장릉에서 남쪽 방향으로 10분만 차를 타면 청령포가 나온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됐던 창살 없는 감옥. 삼면은 서강이 휘감아 흐르고 육지와 이어진 한쪽면은 수직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섬은 아니지만 배를 타야 도달할 수 있다. 청령포 한가운데에 위치한 관음송은 600살 먹은 30m 높이의 소나무. 당시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들어 관음송이라 불렸다. 청령포 숲은 지난해 11월 산림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천년의 숲’에 뽑혔다. 도선료 400원을 포함해 입장료는 1300원. 이 곳에서 차로 10분쯤 거리에 신선암이라 불리는 선돌이 있다. 선돌은 말 그대로 서있는 돌. 밑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서강 줄기와 어우러지면서 동양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아침에는 강 안개에 젖어, 오후에는 석양에 잠겨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밖에 태백산 줄기의 험산준령이 빚어낸 태고적 신비를 뽐내는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인 칠랑이계곡과 김삿갓 계곡을 비롯해 고씨동굴 (천연기념물 219호)과 김삿갓 유적지 등에서는 시원한 여름을 느낄 수 있다. ● 알고가세요 영월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다.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가면 영월읍으로 갈 수 있다. 밧도네 마을은 신림IC에서 88번 지방도를 따라 주천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먹을거리로는 태백과 정선, 평창 등 해발 700m 이상에서만 자생하는 나물에다 들기름과 콩, 표고버섯 등 각종 재료들이 들어가 독특한 맛을 내는 ‘곤드레밥’이 미식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읍내 중앙로 농협군지부 맞은편에 자리잡은 청산회관(374-2141)은 모녀가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는 한정식집으로 지난 97년부터 곤드레밥을 특색 음식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가격은 1인분 6000원. 가족단위 숙박시설은 다소 부족하지만 읍내 모텔과 여관이 깨끗하다. 민박요금 예고제 마을인 밧도네 마을은 4인실이 성수기에 4만원 정도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 370-2542.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3)

    사연 : 구식 엄마가 싫어요 지금 18살 밖에 안된 고등학교 3년생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18살이란 몸차림을 단정하게 꾸미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어린 것이 모양만 낸다고 늘 꾸중이세요. 이제 마흔 밖에 되지 않은 어머니가 왜 그렇게 구식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집에서도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싶고 지저분한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은 질색이에요. 며칠 전에는 동생의 생일떡을 돌리는 심부름을 시키시기에 머리를 빗고 거울을 들여다본 뒤「블라우스」를 갈아 입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닌 펄펄 뛰시면서 불같이 화를 내시잖아요. 꼭 저희 친할머니를 닮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시모님을 말예요. 2, 3년 전까지도 우리는 정말 의좋은 모녀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의가 좋기는커녕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고 해야 할 정돕니다. 슬퍼서 못 견디겠어요. <서울 성북구 수유리. 이현자> 의견 : 풀어질 때까지 참아요 정말 얼마나 슬플까요.「틴·에이저」때의 그런 슬픈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랍니다. 나도 어른이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일을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와 따님이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군요. 어머니 편에서 보면 따님이 다 커서 심부름 같은 것도 잘 해주지 않고 어쩐지 자기 품에서 떠나 버리는 것 같은 데다가 몸차림에 마음을 쓰는 것도 어른이 되어 버리는 듯 해서 싫다는 느낌이 드셨던 거죠, 아마. 어머니께서 따님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납득하실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를 권하고 싶군요. 지금 새 사실에 당황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꾸 대항하면 어머니는 아마 현자양이 어머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걸로 오해하실까 겁나는군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0/6 제1권 제3호 ]
  • 현대家여성들 ‘밖으로’

    여자들에게는 지분도, 경영 참여권도 주지 않는다는 현대가(家)의 가풍이 소리없이 변하고 있다. 삼성가처럼 ‘현대가의 여자들’도 적극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신규 서비스업 진출 및 확장을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폭 넓히는 MK 맏딸, 레저회사 전무 겸임 현대가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는 정몽구(MK)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 성이(43)씨다. 그룹의 신생 광고회사인 ‘이노션’ 설립을 주도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성이씨는 역시 그룹내 계열사인 ㈜해비치 리조트의 전무 직함도 갖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해비치 리조트는 제주도에 골프장(해비치컨트리클럽)과 콘도(해비치오션사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이사로 있던 성이씨는 지난 3월11일 주주총회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광고회사와 레저회사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광고회사 설립 때는 직접 직원 면접을 봤을 만큼 매우 의욕적이다. 아담한 체구에 야무진 인상으로,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맏며느리 이정화 여사, 골프장 사업확장 주도 성이씨의 어머니이자 MK의 부인인 이정화(66)씨도 3월 주총 때 해비치리조트 고문에서 오성훈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안살림은 오 사장이, 신규사업 진출 등 대외 업무는 이 사장이 맡는다. 해비치리조트의 개인 대주주(지분율 16%)이기도 한 이 사장은 그동안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으나 사장 취임 후부터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안에 있는 해비치리조트 서울사무소에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출근하고 있다. 딸인 정성이 전무와 함께 한 달에 두세 번은 제주도에 직접 내려가 경영을 챙긴다. 이 사장 모녀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27홀짜리인 해비치 골프장을 36홀로 넓히는 작업. 인허가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해비치리조트와 별도로 ㈜해비치레저도 신설해 수도권내 골프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사실상 집안의 맏며느리 역할을 해온 이 사장은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면서도 매우 자상해 직원들 사이에 평판이 좋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대 이은 국악가족 ‘득음 선율’ 뽐낸다

    대 이은 국악가족 ‘득음 선율’ 뽐낸다

    “딸과 가야금·거문고 병창을 하고 딸의 거문고 연주에 맞춰 판소리 즉흥연주도 합니다. 피붙이와 하는 공연은 처음이라 부담이 되네요” 국악인 안숙선(56·판소리 가야금 병창 인간문화재)씨가 대를 이어 국악에 뛰어든 딸 최영훈(29·국립창극단·거문고)씨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이들 모녀는 18일부터 27일까지 삼청동 삼청각에서 열리는 ‘국악가족-부전자전, 모전여전’공연에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국악의 대를 이어가는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한자리에서 국악 한마당을 꾸미는 자리. 국악계의 ‘얼굴’로 알려진 안씨는 공연 일정이 워낙 빡빡해 모시기 힘든 거물이지만 “딸과 함께하는 무대라서 의미가 있다.”며 흔쾌히 공연에 나섰다. 안씨는 “소리는 너무 힘들다.”며 딸의 국악계 입문을 말렸지만 영훈씨는 거문고를 선택,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하지만 매사에 열심인 영훈씨를 보고 이제 안씨는 “가업을 잇는 딸이 대견스러워 본격적으로 소리를 가르치고 싶다.”며 ‘욕심’을 낼 정도로 딸의 적극적인 후원자다. 영훈씨는 “국악계 후배로서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안숙선의 딸이라는 사실이 과거에는 부담이 됐지만 이제는 어머니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에서 악장, 집박(지휘자)으로 20년 넘게 활동해 온 국악계의‘어른’ 정재국(6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아들 계종(34·국립국악원· 아쟁)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아들이 같은 국악의 길을 가고 있어 든든하다.”는 정씨는 피리 정악의 대가. 정악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등 아들에게 지도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들 재국씨는 “아쟁이 저음이어서 아버님이 부는 피리 소리를 잘 받쳐줄 수 있다.”며 “이번에 아버님과 같이 ‘함영지곡’ 등을 연주할 계획인데 소리도 크고 웅장해서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 3대째 국악의 길을 걷는 지성자(성금연가락보존회 대표)·김귀자(KBS민속연주단)모녀의 공연도 함께 마련됐다. 가야금 산조 명인인 성금연씨의 딸과 외손녀인 이들 모녀는 일본등에서 활동하며 가야금을 해외에 알린 주역이다. 지씨의 딸 김귀자씨는 도예를 전공했지만 가야금 가문의 대를 잇고자 뒤늦게 가야금에 뛰어든 케이스. 판소리 인간문화재 남해성씨의 아들 한세현(국립국악원 민속단 지도위원)씨와 그의 아들 한림(한양대 국악과)씨도 3대째 이어지는 국악가족. 승무의 달인이라 불리는 한순서(한순서무용단대표)씨와 그의 딸 이주희(중앙대 교수)씨도 이번 공연에 동참한다. 삼청각측은 “사실 명인·명창들은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식들과의 공연을 스스로 추진하기란 어려운 실정이기에 이번 공연은 보기 드문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군사독재 시절 요정 정치의 산실이던 삼청각이 공연 ‘사랑방’으로 탈바꿈한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의(02)3676-3456.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죽은 남편의 빚 어떻게…

    Q외아들인 남편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회사를 창립해 정부 인증을 받고 대출을 받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적자에 2003년에 문을 닫고 법인 보증채무 5억원이 남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친가, 처가 쪽의 친척과 친구, 선후배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려 사업을 하다가 저와 7세 딸만 남기고 죽었습니다. 빚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중 7000만원은 제가 보증을 섰습니다. 집 한 채 가진 시부모에게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빚 독촉이 온답니다. 생계비 벌기도 어려운데 빚이라니 한숨만 나옵니다. 벗어날 방법이 있는가요. 시부모님은 괜찮은가요. -고가연(36·가명)- A 민법상 사람이 죽는 순간 재산과 부채가 보통 배우자와 자녀에게 이전됩니다(997조). 그러나 조상의 부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 신분제를 유지하는 것이 되기에 민법은 상속을 받을 것인지를 3개월 이내에 결정할 기회를 줍니다. 어느 것이나 호적등본, 제적등본과 인감증명을 첨부해 법원에 신고하고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고, 한정승인을 하면 재산을 받은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합니다. 채무의 포기는 간편하기는 하지만, 다른 상속인 또는 그 다음 순위의 상속인에게 채무가 넘어가게 돼 관련자 모두가 함께 또는 순차적으로 포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고 포기기간을 놓치는 상속인이 채무를 뒤집어쓰는 예도 자주 생깁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연씨 모녀뿐만 아니고 시부모도, 형제도 동시 또는 순차 상속포기를 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채권자에 대한 최고와 공고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음 순위의 상속인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제1순위의 상속인만 한정승인을 하면 시부모 등 다른 가족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 경우이든 남편 분의 채무는 상속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연씨의 보증은 남편의 생전 채무와 별개의 채무인지라 이 채무는 남습니다. 이 경우에는 빚잔치와 남은 채무의 집행력 취소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파산제도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시부모님이 앞으로 유산을 남기실 가능성이 있다면, 가연씨의 파산은 필수입니다. 왜냐하면 죽은 남편을 대신해 가연씨와 따님이 상속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 커플룩 브랜드 인기 쑥쑥

    커플룩 브랜드 인기 쑥쑥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하나뿐인 내 아이에게 패션감각을 심어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바비인형과 나이키, 리바이스를 선호했던 1970년대 출생한 세대들은 자녀를 자신과 동일시해 나와 비슷한 스타일, 또는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인 인형 ‘바비’를 모델로 한 브랜드 ‘바비스타일’은 주니어 패션 브랜드지만, 키덜트(kidult)적인 성향을 가진 어른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많아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는 커플룩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 지방시의 디자이너 줄리앙 맥도날드가 디자인에 참여한 데다 티셔츠 3만∼6만원선, 스커트 5만∼7만원선으로 가격도 저렴해 엄마들의 호응도 크다. 이랜드월드의 아동내의 ‘쁘띠랭’은 젊은 감각의 부모를 겨냥해 ‘미앤맘(Me&Mom)’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존 아동용 제품에 성인 사이즈를 추가해 ‘가족’의 개념을 속옷에 접목했다. 잠옷은 2만 9900∼3만 4900원, 속옷은 1만 900∼1만 9900원으로 주니어옷과 성인옷이 모두 같은 가격이다. 이밖에 정통 캐주얼을 표방하는 폴로보이즈와 빈폴키즈, 고급 체크룩으로 손꼽히는 버버리칠드런 등은 무난한 디자인에, 내 아이에게 고급스러운 패션을 선사하고 싶은 욕망까지 채워주고 있어 모녀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비스타일의 최낙삼 본부장은 “성인복이 제시하는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자녀에게도 적용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 아이의 옷을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성향과 매년 20%씩 상승하는 키즈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아이와 함께 입을 수 있는 패션 브랜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5월 가정의 달 맞아 관련서적 봇물

    사회가 메마르고 각박해질수록 그 소중함이 빛나는 건 가정이요 가족이다. 내가 실패를 해도,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해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가정이 아닐까. 자고 나면 생활고로 인한 자살, 부모·형제를 해하는 패륜범죄 소식이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만, 그래도 지친 현대인의 마지막 피난처는 여전히 가정이다. 아버지, 어머니, 아내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 무심코 지내다가도 이때쯤이 되면 한번쯤 자신을 둘러싼 가족을 돌아보게 된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족, 가정의 소중함, 가족의 진정성을 주제로 한 책이 많이 나왔다. 먼저 사랑합니다, 내게 하나뿐인 당신(옹기장이 펴냄,1만800원)은 ‘미치도록 사무치고 그리운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담은 책이다. 기억의 주인들은 김수환 김점선 손숙 이윤택 이철수 이홍렬 장경수 정동영 주철환 최완수 최윤 한승원 홍신자 등 13인. 성직자에서 소설가, 화가, 방송인, 정치인까지 다양하다. 순종과 반항, 조화와 갈등이 점철된 기억의 스펙트럼 또한 모두 다르지만, 결국 이야기의 매듭은 ‘지금의 나를 키운 것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라는 것이다. 소설가 한승원의 아버지 기억은 폐부 깊숙이 찌르는 ‘통회(痛悔)’의 기억이다. 고교 졸업후 시골 아버지를 도와 농사와 바다일을 하던 그는 ‘머슴살이’하듯 살림살이를 이끌었다. 살림이 어려웠던 그때 아버지는 이발비도 주지 않고 직접 가위로 아들의 머리를 잘라 주었다. 거울에 비쳐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던지, 그는 울분이 끓어올라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어버렸다. 한데 후일 아버지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를 통회케 한 것은, 호통 한마디 없이 민머리를 하고 있는 아들을 애써 외면하시던 모습이었다. 한승원은 ‘부부간에 생이별을 하게 되면 환장하게 좋은 일들만 새록새록 떠올라 목 놓아 슬피 울고, 부모 자식간에 생이별을 하게 되면 궂은 일들만 굽이굽이 떠올라 통회(痛悔)하면서 운다.’고 했다. 글 속의 저자들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코흘리개 아이가 되기도 하고, 반항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가 되기도 한다. 부모는 글만 겨우 깨우친 무학의 부모이기도 하고, 지식인 아버지, 손 귀한 집안의 외며느리 등 다양하지만,‘자식’이라는 나무에 거름을 주며 성장하도록 이끈, 빛나는 가르침을 준다. 열두 편의 가슴시린 편지(행복공작소 펴냄,9500원)는 가난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의 애틋한 기억을 모은 책이다.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 시인 도종환, 조류학자 원병오, 부총리를 지낸 한상완 등 12명이 ‘아들의 아버지’‘딸의 아버지’‘딸의 어머니’‘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가슴 시린 사연을 풀어놓았다. 고국의 자식을 버리고 일본에서 가정을 이루어 살다가 세상을 하직한 아버지 유해를 10년 만에 모셔오며 “아버지 가십시다…. 이제 바지게를 받쳐 두시고 어머니와 함께 손을 모아달라.”고 외치는 정채봉. 아들 시집 출판기념회에서 분단시대의 굴곡진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아들을 키워낸 이야기를 풀어냈던 농사꾼 아버지의 연설이 가슴을 쳤다는 시인 도종환. 각기 사람과 사연은 다르지만, 그 참혹한 가난의 강을 건너게 했던 힘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두 책이 과거의 기억을 통해 가족의 진정성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면 모녀지정(김선미 지음, 북라인펴냄,9000원)은 이 시대의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조명한 책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예전처럼 어머니가 딸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으려 하지도 않고, 딸도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고 애써 벼르지도 않는, 요즘의 모녀는 한결 부드럽고 편안한 관계다. 책에서 소개하는 20인의 어머니와 딸은 이같은 우리시대 모녀관계를 크로키하듯 발빠르게 그려나간다.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조한혜정과 딸 전주원, 연극배우 박정자와 딸 이연수, 발레리나 강수진과 어머니 구근모 등. 처한 상황은 달라도 이들 어머니와 딸들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속에 그대로 투영되고, 종종 잊고 살지만 문득문득 깨닫는 것이 바로 모녀지정임을 일깨워준다. ■ 가족의 소중함 일깨우는 기타 책들 가족의 비밀(세르주 티스롱 지음, 정재곤 옮김, 궁리 펴냄) 가족간에 존재하는 비밀이 어떤 것이며, 비밀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신분석학자의 분석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가족의 비밀은 아이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며, 세대에 걸쳐 이어지면서 성장·대화·정신장애를 겪게 하기 때문에, 비밀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9800원. 불량가족, 희망여행을 떠나다(대니얼 글릭 지음, 정명진 옮김, 세종서적 펴냄) 마흔다섯살에 상상치도 못한 이혼을 당하고 형이 암으로 사망하는 사건을 겪은 가장이 아이들과 함께 150일간 희망을 찾아 세계 생태여행을 떠난다. 아빠와 아이들은 지구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희귀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잃어버렸던 대화를 되찾고, 아내와 엄마를 이해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빠의 따뜻한 시선 속에 아름다운 홀로서기를 시작한다.1만500원. 아버지 자리찾기(자녀사랑을 실천하는 아버지 모임 엮음, 뜨인돌 펴냄) 가정이라는 소중한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일깨워준다.‘아이를 안을 때는 왼쪽가슴으로 안자’‘한 달에 한 번씩 영화나 연극 등 문화생활을 함께 즐기자’‘서로 등을 밀어주자’ 등 약간의 의지만 있으면 실천할 수 있는 제안들을 담았다.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아침마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이모는 급기야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진단을 받는다. 희주는 마지막으로 인영과 기준을 만나는 자리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며 사과하고, 인영과 기준 역시 희주더러 행복하게 살라며 헤어진다. 한편, 외조부는 고모와 데이트도 하며 가족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2003년 결혼과 동시에 활동을 중단한 배우 이요원이 돌아왔다.2년여의 공백을 깨고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 돌아온 그녀를 만나본다. 어린이날 특집 ‘TV연예는 추억을 싣고’에서는 스타의 어린 시절 모습과 그 시절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박주현의 시사 업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개추위는 피의자 인권존중은 세계적 추세라며 형사재판 시스템을 미국식 공판 중심주의로 바꾸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해법을 모색해 본다. ●책, 내게로 오다(EBS 오후 10시50분) 15년 간이나 동화마을을 찾아다닌 여행사진가 이형준씨와 함께 한다. 라푼첼이 갇혔던 성이 있는 독일,‘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고향인 영국, 피노키오가 되어 고래 뱃속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삐삐가 맹활약했던 스웨덴 등 유럽의 동화 마을로 여행을 떠나본다. ●사과나무(MBC 오후 7시20분)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여자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놀았던 김서연(당시 이름 김용범·22)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여장 모습을 들킨 후 여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모자에서 졸지에 모녀가 된 트랜스 젠더 김서연씨의 특별한 사연을 공개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1주일 동안 마법사가 된 사라는 그동안 연습해왔던 다양한 마법들을 시도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사라의 도움으로 공간이동을 하려던 진아는 사라의 약한 마법에너지 때문에 6차원 공간으로 사라진다. 엄마로 변신한 사라는 유치원 천사들과 어울려 뛰어놀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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