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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6)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6)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의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수사 당국은 괴로워진다. 사람들의 법의학 지식을 마구 늘려 주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아는 게 많아지면 그들이 현장에 남기는 흔적은 갈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장에 아무것도 전혀 안 남길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남는다. 법의학에서는 이런 초미니 흔적들을 ‘미세증거물’(LCN·Low Copy Number)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극미세 증거가 때로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한다. 1. 처참하게 살해된 천안 모녀 2009년 3월 19일 오전 7시 38분. 충남 천안의 주택가. 유모(당시 70세)씨가 다급한 비명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옆집이었다. 앞마당에는 이집 딸(당시 20세)이, 안방에는 엄마(당시 48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119가 출동했지만 두 명 모두 숨을 거뒀다. 사인은 출혈성 쇼크사. 주검은 처참했다. 범인은 특히 이집 엄마에게 원한이 많은 듯했다. 목과 등에 20곳에 걸쳐 상처가 나 있었다. 딸은 왼쪽 가슴과 팔 등 5곳을 베였다. 곳곳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족적이 있었다. 경찰은 일단 치정(痴情) 살인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150여점의 현장 혈흔을 포함해 200여개의 방대한 증거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증거가 많은 만큼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2. 증거품 200여개 중 단서 없어 이튿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원 유전자분석실. 증거는 많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용의선상에 올린 피해자 주변 10명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비교했지만 현장 증거와 일치하는 것은 없었다. 범인의 족적도 개수만 많았을 뿐 발 치수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통상 살인사건에서 피 묻은 증거품이 많으면 단서가 될 만한 것 역시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혈이 낭자하면 피해자의 혈흔이 다른 증거들을 오염시키고 훼손하게 된다. 이 사건이 딱 그랬다. 난관에 부딪친 국과원은 마지막으로 ‘최고로 구린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피해자의 집 뒤뜰에 똬리를 틀고 있던 대변이었다. 경찰은 대변 주변에서 발견된 족적이 사건 현장의 혈흔 족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게 범인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터였다. 대변은 변질을 막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냉장된 상태로 이송됐다. 3. 대변에 섞여 있던 범인의 DNA 이제 해야 할 일은 대변 속에 담긴 ‘범인의 DNA’를 찾아내는 것.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사실 대변은 그 자체로는 인간의 DNA를 품고 있지 않다. 음식이 사람의 뱃속에서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대변에서 채취해야 하는 것은 주인의 몸을 빠져나오는 동안 표면에 묻는 장(腸) 상피세포다. 연구원들은 우선 대변을 꽁꽁 얼린 뒤 면봉으로 겉을 꼼꼼하게 닦아 냈다. 대변의 속보다는 표면에 상피세포가 더 많이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추출한 세포를 원심분리기와 증폭기에서 돌렸다. 얼마 후 대변의 주인이자 DNA의 주인인 범인이 밝혀졌다. 이웃집 남성 천모(55)씨였다. 천씨는 살인에 썼던 도구를 몰래 버리는 모습까지 경찰에 발각되자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천씨는 “죽은 여인이 내가 과거 절도범으로 감옥에 갔다 온 사실을 내 애인 등에게 떠벌리고 다녀 이를 따지러 갔다가 홧김에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고 3인 아들에게 아버지가 전과자인 것이 들통 나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다.”고도 했다. 4. 카펫 섬유·모발… 작아서 장점이자 단점 미세증거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피해자를 말았던 카펫에서 나온 섬유, 신발 밑창에 묻은 먼지, 성폭력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모발, 범행도구에 묻은 페인트 등이 말하자면 모두 미세증거물이다. 대변은 미세증거물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경우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처럼 대부분 미세증거물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눈에 안 띌 정도로 작다는 것은 범인에게나 수사관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수사관이 현장에서 증거품으로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범죄자가 흔적으로 남겨 놓을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 덕에 현재 수사 당국은 사람들이 통상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세한 물품에서도 증거를 가려낼 수 있다. 100pg(피코그램·100억분의1g)만큼의 극미세 DNA도 검출해 주인을 가려낼 수 있다. 물론 오염도 쉽고 분해되는 일도 많은 DNA가 원래 특성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5. 에필로그:범인의 대변 긴장 탓? 미신 탓? 천씨는 왜 화단에 대변을 본 걸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본인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흉기를 품에 지니고 피해자 집에 간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다.”면서 “아무리 간 큰 범죄자도 범행 전엔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천씨의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던 모양”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절도범의 미신’ 때문으로 추측했다. 그는 “절도범들은 범행 현장에서 대변을 보면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고 믿는데, 과거 절도 경력이 있던 천씨가 그대로 따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대변 속 100억분의 1g의 DNA를 찾아라. 미세증거물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의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수사 당국은 괴로워진다. 사람들의 법의학 지식을 마구 늘려 주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아는 게 많아지면 그들이 현장에 남기는 흔적은 갈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장에 아무것도 전혀 안 남길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남는다. 법의학에서는 이런 초미니 흔적들을 ‘미세증거물’(LCN·Low Copy Number)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극미세 증거가 때로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한다.    1. 처참하게 살해된 천안 모녀  2009년 3월 19일 오전 7시 38분. 충남 천안의 주택가. 유모(당시 70세)씨가 다급한 비명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옆집이었다. 앞마당에는 이집 딸(당시 20세)이, 안방에는 엄마(당시 48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119가 출동했지만 두 명 모두 숨을 거뒀다. 사인은 출혈성 쇼크사. 주검은 처참했다. 범인은 특히 이집 엄마에게 원한이 많은 듯했다. 목과 등에 20곳에 걸쳐 상처가 나 있었다. 딸은 왼쪽 가슴과 팔 등 5곳을 베였다. 곳곳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족적이 있었다. 경찰은 일단 치정(痴情) 살인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150여점의 현장 혈흔을 포함해 200여개의 방대한 증거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증거가 많은 만큼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2. 증거품은 많지만 단서는 없었다  이튿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원 유전자분석실. 증거는 많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용의선상에 올린 피해자 주변 10명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비교했지만 현장 증거와 일치하는 것은 없었다. 범인의 족적도 개수만 많았을 뿐 발 치수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통상 살인사건에서 피 묻은 증거품이 많으면 단서가 될 만한 것 역시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혈이 낭자하면 피해자의 혈흔이 다른 증거들을 오염시키고 훼손하게 된다. 이 사건이 딱 그랬다.  난관에 부딪친 국과원은 마지막으로 ‘최고로 구린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피해자의 집 뒤뜰에 똬리를 틀고 있던 대변이었다. 경찰은 대변 주변에서 발견된 족적이 사건 현장의 혈흔 족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게 범인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터였다. 대변은 변질을 막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냉장된 상태로 이송됐다.    3. 대변에 섞여 있던 범인의 DNA  이제 해야 할 일은 대변 속에 담긴 ‘범인의 DNA’를 찾아내는 것.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사실 대변은 그 자체로는 인간의 DNA를 품고 있지 않다. 음식이 사람의 뱃속에서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대변에서 채취해야 하는 것은 주인의 몸을 빠져나오는 동안 표면에 묻는 장(腸) 상피세포다.  연구원들은 우선 대변을 꽁꽁 얼린 뒤 면봉으로 겉을 꼼꼼하게 닦아 냈다. 대변의 속보다는 표면에 상피세포가 더 많이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추출한 세포를 원심분리기와 증폭기에서 돌렸다. 얼마 후 대변의 주인이자 DNA의 주인인 범인이 밝혀졌다.  이웃집 남성 천모(55)씨였다. 천씨는 살인에 썼던 도구를 몰래 버리는 모습까지 경찰에 발각되자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천씨는 “죽은 여인이 내가 과거 절도범으로 감옥에 갔다 온 사실을 내 애인 등에게 떠벌리고 다녀 이를 따지러 갔다가 홧김에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고 3인 아들에게 아버지가 전과자인 것이 들통 나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다.”고도 했다.    4. 범인에게나 수사관에게나 양날의 칼  미세증거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피해자를 말았던 카펫에서 나온 섬유, 신발 밑창에 묻은 먼지, 성폭력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모발, 범행도구에 묻은 페인트 등이 말하자면 모두 미세증거물이다. 대변은 미세증거물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경우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처럼 대부분 미세증거물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눈에 안 띌 정도로 작다는 것은 범인에게나 수사관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수사관이 현장에서 증거품으로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범죄자가 흔적으로 남겨 놓을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 덕에 현재 수사 당국은 사람들이 통상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세한 물품에서도 증거를 가려낼 수 있다. 100pg(피코그램·100억분의1g)만큼의 극미세 DNA도 검출해 주인을 가려낼 수 있다. 물론 오염도 쉽고 분해되는 일도 많은 DNA가 원래 특성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5. 에필로그: 그는 왜 화단에서 대변을?  천씨는 왜 화단에 대변을 본 걸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본인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흉기를 품에 지니고 피해자 집에 간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다.”면서 “아무리 간 큰 범죄자도 범행 전엔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천씨의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던 모양”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절도범의 미신’ 때문으로 추측했다. 그는 “절도범들은 범행 현장에서 대변을 보면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고 믿는데, 과거 절도 경력이 있던 천씨가 그대로 따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코파카바나’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소재 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 그 작품들이 모두 어머니를 중심에 둔 걸 보면 아버지는 영화에서조차 인기 없는 존재인 모양이다. 이미 관객과 만난 민규동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그러하고, 개봉 대기 중인 최익환의 ‘마마’는 (아직 보지 못했으나) 제목에서부터 어머니를 꺼내들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와 르네 젤위거가 각각 주연을 맡은 ‘코파카바나’와 ‘마이 원 앤 온리’도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두 영화의 어머니가 익숙한 어머니상과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중 관심을 끄는 건 ‘코파카바나’. 오랜만에 국내에서 개봉하는 위페르의 영화이거니와 그녀가 자신을 모델로 한 사진전(‘이자벨 위페르: 위대한 그녀’) 개최를 기념해 1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바부는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곳을 찾아 떠돌며 살았다. 그런 탓에 노후를 앞둔 생활 형편은 좋지 않다. 어린 시절엔 엄마를 잘 따랐던 딸 에스메랄다도 언제부턴가 거리를 둔다. 정착해서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은 딸의 눈에 엄마가 괴짜이자 창피한 사람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을 알리는 자리에서 에스메랄다는 바부에게 큰 상처를 안긴다. 남자 집에서 결혼식을 전부 준비하기로 했다며, 딸은 엄마가 결혼식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딸의 결혼식에 당당하게 서려고 바부는 직업 전선에 나선다. 낯선 땅 벨기에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게 된 그녀는 특유의 성품을 발휘해 성과를 올린다. 여느 인간관계가 그렇듯 가족도 진정한 관계에 이르자면 굴곡의 시간을 통과하기 마련이다. 젊은 딸과 엄마가 티격태격하는 건 영화에서도 흔한 일이다. 김영애와 최강희가 열연한 ‘애자’와 비교해 볼 만하지만, 김혜자와 최진실이 앙상블을 이룬 ‘마요네즈’가 ‘코파카바나’와 더 닮은꼴의 영화다. 두 영화의 장점은 가족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은 데 있다. 구태여 모성본능을 강조하지 않으며, 엄마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애써 과장하지 않는다. 희생하고 억압당하며 살아온 엄마의 해방을 외치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판이한 성품을 지닌 엄마와 딸이 각자 속한 자리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영화는 그 이상을 욕심 내지 않는다. 바부는 끝내 자유로운 정신을 잃지 않고, 에스메랄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관계를 확인한다. 눈물을 자아내는 가족영화가 식상했다면 ‘코파카바나’를 권한다. 경쾌한 몸짓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코파카바나’의 카메라는 배우의 얼굴과 밀착해 움직인다. 영화의 진경은 벨기에의 휴양도시가 아닌 위페르의 표정에서 나온다. 바부가 지닌 아웃사이더의 영혼을 빌려 위페르의 얼굴은 종종 신비한 풍경을 향해 도약한다. 위페르의 지적이고 도도한 연기를 먼저 떠올릴 관객에게 이번 역할은 다소 의외일지 모른다. 기실 그녀는 다양한 연기 변신을 거쳐 온 배우다. 어수룩한 아낙네부터 우아한 상류층 여인까지 그녀가 선보인 인물의 스펙트럼은 폭넓기가 그지없다. ‘코파카바나’를 위페르가 출연한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진 않겠다. 그러나 실제 딸과 함께 모녀를 연기한 그녀가 이번에도 잊지 못할 인물을 창조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는 26일 개봉. 영화평론가
  • 발레에서 막춤까지 총출동

    발레에서 막춤까지 총출동

    오는 29일 서울, 인천, 광주, 부산 4개 도시에서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세계 춤의 날 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영수 전 문화체육부 장관·김혜식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명예회장)가 춤의 날에 맞춰 준비한 행사다. 발레에서 막춤까지 모든 춤이 총출동한다. ‘세계 춤의 날’은 오늘날의 발레 체계를 확립한 프랑스 무용가 겸 안무가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의 생일인 4월 29일을 기념해 1982년 제정됐다. 이 날에 맞춰 세계 110여개국에서 관련 행사가 열린다. 한국에서는 춤 관련 단체가 총 망라되어 여는 첫 대회다. 김명회 한국발레협회 부회장은 “세계 춤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는 한국에서도 198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열렸으나 부정기적이었고 참여단체에 따라 성격이 많이 바뀌기도 한 만큼 진짜 춤의 날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일단 ‘시작’에 의미를 두고, 내년부터는 소도시까지 모두 참가하는 전국적 행사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행사 슬로건은 ‘발레에서 시골 아주머니들의 관광버스춤, 배불뚝이 아저씨들의 막춤까지’다. 춤 하면 흔히 따라붙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물론, 일반인들이 절로 흥에 겨워 추는 춤까지 모든 춤을 무대 위에 올릴 계획이다. 29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개막행사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김선희 발레단, 아르떼 플라멩코 공연 등 기성 프로팀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관객, 길 가는 시민 모두에게 춤 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김영수 위원장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와 막춤을 춰서 화제를 모았던 김동호 당시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막춤의 대표선수로 특별초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선발된 10쌍의 ‘엄마와 딸’ 팀도 참가, 각각 모녀의 사연을 담은 춤을 선보인다. 사연을 응모한 사람들 가운데 10개팀을 뽑아 프로 안무가가 사연에 맞게 춤 동작을 지도했다. 서울 방배동 두리춤터, 개포동 M극장,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도 축하공연이 열린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조직위 홈페이지(www.dancedaykorea.org) 참조. (02)3216-118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유한킴벌리, 9일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 개최

    유한킴벌리, 9일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 개최

     유한킴벌리의 여성용품 브랜드인 화이트는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으로 ‘허브 쿠킹 클래스’를 9일 오후 2시 광화문에 있는 요리스튜디오 라퀴진에서 갖는다. 행사에는 사춘기의 딸을 둔 모녀 10팀이 초청된다.  부모들은 화이트의 제품 ‘시크릿홀 허브랑’의 주 성분인 천연허브 로즈메리(Rosemary)를 활용한 음식을 만들면서 초경을 시작한 딸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다독인다. 로즈메리를 활용, 마리네이드(marinade·양념)한 ‘닭 오븐구이’와 로즈메리 오일 향의 ‘화이트 수프’, 로즈메리 향이 나는 ‘포카치아’를 만든다. 로즈메리는 냄새를 제거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  화이트는 지난 3월 독서치료 전문가인 이화여대 김영아 교수와 함께 하는 독서 테라피(therapy·치료) 클래스를 시작으로 올해 총 6회에 걸쳐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을 준비할 예정이다.  향후 행사로는 헬시 허브(Healthy Herb) 클래스, 마인드 테라피(Mind therapy) 클래스 등의 주제에 맞춰 ▲스파 ▲허브 쿠킹 ▲허브용품 제작 ▲역할극 ▲아트 테라피 클래스 등이 준비된다. 퓨어 스토리(www.purestory.co.kr)에 자세한 내용이 있다. 화이트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건강에 좋은 허브 요리를 만들면서 사춘기 딸의 몸과 마음의 고민도 함께 풀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암자서 맺은 스님과 처녀 러브 스토리

    암자서 맺은 스님과 처녀 러브 스토리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어느 미남 승려와 폐결핵 환자 아가씨와의 청순한 러브 스토리. 원효(元曉) 대선사가 요석공주와 동침하여 파계한 끝에 설총(薛聰)을 낳았다는 천년 전의 로맨스처럼 지현(知玄)스님의 로맨스는 물씬한 감동마저 준다. 지금은 환속하여 부산(釜山)에서 알뜰하게 살고 있다는 그들의 파계 장소 전남(全南) 여천(麗川)군 돌산도(突山島) 향일암(向日庵)에 얽힌 얘기-.  전남(全南) 여수(麗水)시에서 배를 타고 1시간쯤 가면 돌산(突山)섬이 나온다. 여천(麗川)군 돌산(突山)면 율촌(栗村)리에서 1km쯤 북쪽에 금오산(金鰲山)이 있고 산에는 흔들바위란 게 있다. 집채만큼 큰 바윗덩이가 사람이 밀면 흔들거린다는 기묘한 바위다. 이 흔들바위 밑에 까치집처럼 앙증맞은 향일암(向日庵)이란 암자가 있다. 하지만 이 암자의 유래는 거창하다. 신라 선덕(善德)여왕 13년(사기 639년)에 원효(元曉)대사가 창건했고 1592년 임진왜란 때는 이 곳을 본거지로 승군(僧軍)이 활약했다는 곳. 그 건 그렇고 이 일대 경치가 장관이다. 울창한 낙락장송의 솔바람 소리, 온갖 기묘한 모양의 바위, 그리고 남해바다의 장쾌한 파도가 기막힌 절경이다.  1957년이면 17년전. 키가 헌칠하고 미목수려한 스님 한분이 순천(順天) 송광사(松廣寺)로부터 향일암(向日庵)으로 왔다. 당시 나이 27살, 법명은 지현(知玄), 속명은 박영식(가명), 호는 호월(湖月).  경남 남해(南海)가 고향인 지현(知玄)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살에 출가, 전국 유명 사찰을 돌아다니며 10년을 목표로 수도하다가 마지막 3년을 채우기 위해 향일암(向日庵)을 찾은 것이다. 지현(知玄)스님은 절 주변을 알뜰하게 손질한 뒤 백팔염주에 사바세계 번뇌를 실어 깊은 사념의 경지를 거닐었다.  그동안 폐사처럼 버려져 있던 향일암(向日庵)에는 이로부터 여신도들이 몰려들었다. 낭랑한 목소리에 곡식 위의 제비같은 탈속(脫俗)의 지현(知玄)스님, 게다가 인물 좋고 경치마저 절경이어서 그는 인기스님이 된 것이다.  세월은 흘러 59년 봄이 되었다. 향일암(向日庵)에서 1km 떨어진 해변가 율촌(栗村)마을에 양장 차림의 미인 아가씨가 찾아들었다. 광주(光州)에 산다는 박애희(朴愛姬)양(23·가명). 폐결핵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요양차 이모가 사는 율촌(栗村)에 왔다는 그녀는 발그레한 볼의 홍보가 요정처럼 기막히게 예쁜 미인.  아열대성 식물인 동백·산죽(山竹)·비화(飛花)가 온 섬을 뒤덮고 바위 틈에 도사린 석란(石蘭)의 향기는 십리 안팎을 뒤덮어 6순 환갑이라 해도 마음 설렐 판이었다.  박(朴)양의 병은 이런 절묘한 풍경의 탓(때문)이었는지 눈에 띄게 회복되었고, 차츰 힘이 생겨 산책 코스를 넓혀갔다.  그때 그녀의 눈에 띈 남성이 바로 지현(知玄)스님. 부처님 앞에 정좌하여 청아한 목소리로 독경하는 근엄한 모습을 취한듯 응시했다.  이로부터 그녀는 2개월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향일암(向日庵)을 찾았다. 그녀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고 지현(知玄)스님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잠이 들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스님은 장승. 눈길 한번 주는 법이 없었다.  가을이 되었다. 사무친 가슴 속의 사연이 맺히고 맺혀 이번엔 폐결핵이 아닌 상사병에 몸부림하다가 농약을 마셔 버렸다. 위급한 그녀를 두고 이모 되는 여인은 조카의 애절한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지현(知玄)스님에게 달려가『그 애를 구해 달라』고 애원했다.  스님은 그 요청을 거부하고『나의 손길보다는 당장 해독시키게 녹두물이나 먹이시오』했다. 이모는 되돌아와 녹두를 갈아 먹였다. 의사 없는 갯마을에서 꼼짝없이 죽어야 했던 그녀는 신통하게도 살아났다.  59년이 저물고 새해 음력 1월14일 새벽 4시. 지현(知玄)스님은 화엄경(華嚴經)을 독경하며 새벽의 경내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 느닷없이 뒷산에서 비통한 여인의 통곡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스님은 뒷산으로 달려갔다. 박(朴)양이 흔들바위에 맨발로 서서 바다를 향해 투신하려는 찰나였다.  혼비백산한 지현(知玄)스님. 자기로 인해 원한을 품고 죽을 여자를 생각하니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아가씨 소원은 뭐요? 다 들어 주겠으니 제발 뛰어내리지만 말라』고 애원했다.  그녀의 소원이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스님과 함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망설이고 더듬거릴 나위가 없었다.『알겠으니 제발 그곳에서 내려와 달라』고 간청했다. 그 소리를 듣자 박(朴)양은 바위 위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스님은 그녀를 구출해 냈다. 암자에 누이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그녀는 스님의 품안에 안겨 몸부림치며 울었다. 난생 처음으로 싱싱한 여인의 체취와 풍만한 마찰감에 스님도 얼이 빠져 버렸다.  29년동안 막혀 있던 정열이 용솟음 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10년 수도를 1년도 못남기고 거센 폭포수 속의 물거품이 되었다. 이날 새벽부터 지현(知玄)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지난 65년 여름. 대구(大邱) D사에서 참회의 수도에 전념하던 지현(知玄)스님은 어떤 모녀의 방문을 받았다.  『이 애가 스님의 딸입니다』면서 모녀는 6살 귀여운 아기를 내보였다. 스님은 가가대소, 『그렇습니다. 내 아이입니다』면서 즉시 승복을 벗고 딸을 한가슴 가득 안았다. 그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뒤로 스님 부부는 딸 하나에 아들 하나를 더 얻어 1남2녀를 두었다.  지난 71년 5월. 향일암(向日庵)을 중창할때 속인 지현(知玄)부부는 찬조금 5만원을 보냈다.  그들은 현재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서 미곡상을 경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살고 있으나 찾아간 기자에게 사진찍기를 거부-.  그러나 한 여인의 억센 사랑의 집념으로 10년 수도승의 마음을 움직인「흔들바위」는 오늘도 의연하다. <麗水=金德鉉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TV 비평] ‘출생의 비밀’ 안방극장 점령 왜?

    [TV 비평] ‘출생의 비밀’ 안방극장 점령 왜?

    요즘 안방극장은 ‘출생의 비밀’을 빼놓고 인기를 논할 수 없다. 시청률 40%를 돌파한 KBS 일일연속극 ‘웃어라 동해야’는 전반부엔 주인공 동해(지창욱)의 출생 비밀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더니 최근에는 동해 엄마인 안나(도지원)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한 드라마에서 똑같은 코드가 두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것. 이 방송사의 수·목 드라마 ‘가시나무새’도 유경(김민정)이 친모(親母)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극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월·화극 1위로 올라선 MBC 미니시리즈 ‘짝패’ 역시 운명이 뒤바뀐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의 이야기가 주요 뼈대다. 신분이 뒤바뀐 귀동이 출생의 진실을 의심받으면서 시청률(17.7%)이 본격 상승해 경쟁 드라마(SBS ‘마이더스’, KBS ‘강력반’)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다. MBC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도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뀐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병원 측의 실수로 30년을 다른 부모 밑에서 살아온 여주인공 한정원(김현주)과 황금란(이유리)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시청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같은 방송사의 ‘욕망의 불꽃’도 윤나영(신은경)-백인기(서우) 모녀와 김영민(조민기)-김민재(유승호) 부자의 ‘출생의 비밀’ 코드를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 아무리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광속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이처럼 고전적인 소재가 다시 전면 배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외국에 비해 유독 혈연 의식이나 가족 코드가 강하고, ´출생의 비밀’이라는 극적인 코드를 통해 신분 상승에 대한 대리만족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과거에는 ‘출생의 비밀’ 자체가 극의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초반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서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데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호기심을 건드린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장은 “핏줄 이야기는 통속적이긴 하지만 중·장년층에게 호소력이 있기 때문에 시청률을 감안해서라도 외면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자칫 ‘막드’(막장 드라마)가 될 소지가 다분하고 다양성을 해쳐 드라마 시장 발전을 퇴행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 교수는 “인간에 대한 충분한 성찰로 이어지지 않고 말초적인 호기심만 자극한다면 현실 인식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도쿄 있다 방사능 오염될까봐…” 日人들도 영·유아 데리고 피난길

    17일 오후 7시 55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김포행 대한항공 KE2710 비행기 옆자리에 일본인 모녀가 앉았다. 나란히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방사능 유출 위험을 피해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감기에 걸린 딸은 1시간 50분 비행시간 내내 콜록대며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 도쿄에 사는 미유키(37·여)는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도쿄에서도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잠시 피해 있으려고 한다.”면서 “시시각각 밀려오는 여진의 공포는 버틸 수 있지만 방사능 물질까지 날아오는 상황에서는 어린 딸아이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방사능 피해는 어릴수록 위험하다고 하니까….”라고 덧붙이며 기내식을 먹고 있는 딸 아이의 어깨를 감쌌다. 이번 주말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고비라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일본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속속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중에는 한국 교민과 유학생은 물론 일본인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날 귀국 행렬 속에는 만 1살 미만의 영아부터 7살 이하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탑승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 아이를 방사능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부모들은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아이를 태웠다. 5살짜리 딸과 2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김포행 비행기에 탑승한 최승희(34·여)씨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유출된 방사능이 도쿄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해 최근 며칠간은 외출도 자제했다.”면서 “만에 하나를 생각하는 가능성 때문에 일단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주부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체르노빌 피폭당한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확산되면서 방사능 피해에 특히 취약한 어린이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출발시간이 지연된 비행기가 오후 8시 10분쯤 이륙 준비를 시작했다. 어린아이와 동승한 보호자들에게 맨 앞자리 넓은 좌석을 배정해 준 항공사 측의 배려 덕분에 비행기 한쪽에는 자연스레 ‘어린이 구역’이 만들어졌다. 이모(31·여)씨는 자리에 앉기만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두살배기 딸 아이 덕분에 하네다를 출발해 김포까지 가는 1시간 50분 내내 복도를 서성여야 했다. 한편 19~20일이 후쿠시마 원전폭발의 고비라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편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하루 3편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대한항공의 하네다~김포노선은 18일부터 20일까지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8일 오후 도착한 비행기 두편이 290석 중 277명, 274명이 탑승한 것을 비롯해 20일까지 모든 귀국편의 예약이 매진됐다. sam@seoul.co.kr
  • 방사능 유출 부부·모녀 ‘생이별’

    강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 일본 곳곳이 거대한 ‘난민 수용소’로 변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12일과 14일 잇달아 폭발한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배우자와 자녀조차 챙기지 못한 채 피신하는 바람에 많은 이산가족들이 생겨났다. 방사능 누출이 수개월간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전의 추가 폭발 가능성도 있어 ‘찢어진 가족’들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후쿠시마의 도리모카 당국은 지난 12일 제1원전 1호기가 폐쇄될 수 있다는 보고가 전해지자 승합차 등을 이용, 마을 주민들을 인근 지역 고등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소로 급히 이동시켰다. 이날 정부가 제공한 차량을 타고 이웃 마을인 가와우치의 대피소로 탈출한 하야시(48)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옷만 걸친 채 급히 마을을 빠져나오다 보니 가족들과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부모 없이 혼자 대피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나 역시 가족과 헤어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갑작스레 피난 생활을 시작한 주민들이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면서 후쿠시마현 내 관공서에는 병원 관련 정보를 물어보거나 약을 달라는 전화가 쇄도했다. 또 12일 오후 제1원전 1호기가 폭발한 뒤 일부 시민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격리되면서 가족과 생이별하는 일까지 생겼다. 후쿠시마현의 니혼마쓰 지역에 임시로 마련된 유리 격리실은 방사능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민들로 가득 찼고 가족들은 유리를 통해 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피난민들은 불안정한 이주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이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이 때문에 보금자리를 떠난 후쿠시마 지역민 20만명은 상당기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딸 샤워영상 공개한 母…“애인 만들어 주려고”

    딸 샤워영상 공개한 母…“애인 만들어 주려고”

    중년의 중국 여성이 20대 딸이 샤워를 하는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딸에게 애인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는 설명이 중국 네티즌들을 더욱 황당하게 했다. 중국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최근 문제의 동영상이 올라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요즘 인터넷으로 남녀가 만나는 일이 많다는데, 내 딸을 소개하고 싶다.”는 중년여성의 설명으로 영상은 시작한다. 설명이 끝나자 화장실에서 샤워 중인 젊은 여성이 나타났다. 26세 루루라고 알려진 이 여성은 앞서 등장한 중년 여성의 친딸로, 몸 대부분을 가렸지만 상의를 탈의한 상태로 짐작됐다. 1분 여 영상은 모녀의 자유로운 대화도 담고 있다. “어떤 사윗감이 좋냐.”고 딸이 묻자 중년 여성은 “특별히 바라는 조건은 없다.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면 거지라도 상관 없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억양으로 미뤄 많은 네티즌들은 이들이 허난성 출신으로 추측했다. 일부에서는 관심을 얻으려고 일부러 설정한 영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딸의 개인적인 모습까지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남자친구를 구하려는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상식 밖”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영상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美, 총격에 또 쓰러지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겨냥한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한 대학에서 총격으로 1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총기 규제법 강화 논의 지지부진 하지만 총기 규제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할 뿐만 아니라 정신병력을 가진 이들의 총기 소유를 제한하면 된다는 공화당의 주장도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오전 3시 30분쯤 미국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 주립대 인근 학생회관에 남성 2명이 난입해 총을 쏴 이 대학 2학년 자마일 존슨(25)이 머리 뒤쪽에 총을 맞고 숨졌다. 체포된 용의자 2명은 인근에 거주하는 20대 청년들로 대학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싸움을 한 뒤 쫓겨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미 휴즈 영스타운 경찰서장이 밝혔다. 총기협회의 로비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계산 등의 문제가 있어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총기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소한 기존에 갖춰진 법은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현 시스템은 여러 맹점을 갖고 있다. 이미 현행 법으로도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정받은 자는 총기를 소지할 수 없다. 하지만 총기 구입 시 병력까지 제대로 체크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애리조나 총기 사건의 배경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법적 사각지대는 3년 전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옆집에 사는 모녀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로이 페레즈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정신병력자 불법소유 못 걸러내 그는 2004년 합법적으로 총을 구입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를 가려내지 못한 당국은 총을 압수하지 못했고 비극이 일어났다. 이 같은 문제는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지만 매일 15~20명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에 부적격자의 총기 소지 사실을 알면서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캘리포니아처럼 명단을 만들어 추적하는 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푸른 지구의 마지막 유산 콩고 4부작(KBS1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한국 방송 최초로 콩고 밀림 취재를 통해 웨스턴 로랜드 고릴라 등의 생태와 대자연의 경이를 담는다. 또한 바야카족 등의 삶을 통해 인간에게 콩고 열대림은 두려움 가득한 미지의 세계지만, 그 땅의 동물과 원주민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푸근한 천국임을 확인한다. ●명 받습니다(KBS2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히어로들이 제대로 뭉친다. 시청자들의 명(命)을 받아 어떤 일이든, 어디든 가는 씩씩한 대한민국 ‘희망 메신저’들의 눈부신 활약.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국가의무를 마친 스타들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뭉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2002년, 국가대표 대항전 경기에서 상대팀에 완패를 당한 뒤 꼴찌팀이 되고 만 한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들은 꼴찌라는 열등감, 자신감 상실로 실의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 한 평생 사고만 치며 리치앙에게 짐을 안겨 준 리치앙의 어머니. 그러던 어느 날, 리치앙은 직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데…. ●신년특집 SBS 스페셜(SBS 일요일 오후 11시 10분) 평생의 반려자로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운영된다. 인간의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배우자와의 관계다. ‘짝’의 균열은 불안을 낳고 가정을 흔들고 사회와 국가의 안녕을 위협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짝을 통해 한국인의 내밀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주말연속극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오후 7시 55분) 남편 영호는 새벽부터 아내 미경을 위한 생일선물로 떡갈나무를 사느라 바쁘다. 큰 아들 동훈은 파리로 유학 간 아내가 생신축하 한마디 전화도 없자 불안해 하고, 큰딸 영희는 혼자 아들 셋을 데리고 시댁 제사에 내려가 불만투성이다. 한편 파리의 혜진은 막바지 논문 준비로 정신이 없다.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15분) 점박이 정동남이 차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무엇일까. 1994년 드라마 ‘서울 뚝배기’의 점백이 정동남이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다. 신년특집으로 준비한 ‘스타의 인생 다시보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돼 그동안 갈고 닦은 이로 캔 물어뜯기, 이로 이성민 들어올리기 등 추억의 차력쇼를 선보인다.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MBC 토요일 오전 9시 20분) 2010년 12월, 인천공항 입국장에 한 모녀가 들어섰다. 까만 피부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엄마는 완전한 흑인의 모습이지만, 아이의 외모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갈색 피부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5년 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지현이를 만나본다.
  • 앵글에 담은 애틋한 父情

    앵글에 담은 애틋한 父情

    ‘사흘 후에 모녀는 우리가 사는 마포아파트로 돌아왔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그토록 신비스럽던 나의 혈육을 대했다. 그 애 사진 찍는 일도 그날부터 시작되었다.’(1964년 12월) 아빠는 생후 3일 된 딸의 모습을 시작으로 사랑스러운 딸이 커가는 과정을 카메라로 꼼꼼히 기록했다. 렌즈에 담긴 딸은 엄마 품에서 젖을 빨던 아기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새침한 소녀로, 그리고 어여쁜 숙녀로 성장했다. 아빠의 사진 찍기는 딸의 결혼식에서 멈췄다. ‘윤미의 결혼식 날이다. 사실은 이날도 나 자신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러지 말라고 아내가 기어이 반대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강운구 사우에게 부탁했다.’(1989년 6월) 토목공학자이자 사진작가인 전몽각(1931~2006)이 큰딸이 태어나 결혼할 때까지 26년간 찍은 사진을 모아 1990년에 펴낸 책 ‘윤미네 집’의 사진들이 출간 20년 만에 전시장에 걸렸다. 초판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윤미네 집’은 절판됐다가 올해 재출간돼 4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은 큰딸을 중심으로 아내와 두 아들의 모습을 함께 찍은 사진들이 시간 순으로 전시됐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가족의 일상을 담아낸 사진들에선 애틋한 부정(父情)과 따스한 가족애가 진하게 전해진다. ‘윤미네 집’의 사진이 중심이지만 토목공학자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할 때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과 1960~70년대 황규태, 박영숙, 주명덕 등과 현대사진연구회 활동을 할 때 찍은 사진들이 함께 전시돼 당시 한국 사회의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내년 2월 19일까지. 5000원. (02)418-13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신예·원로 작가 20명의 진솔한 반성

    “반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자신과의 약속이다.”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이순원 등 유명 작가들이 스스로 쓴 ‘반성문’은 어떤 모습일까. ‘반성-되돌아보고 나를 찾다’(더숲 펴냄)는 이들을 비롯해 이재무, 이승우, 구효서, 장석주, 서하진, 김규나, 고형렬 등 신예부터 원로까지 작가 20명의 진솔한 자기반성을 모은 산문집이다. 장석주는 ‘반성은 자기 돌아봄이다’에서 ‘반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역설한다. “나는 어떤 진리나 옳은 신념이라 하더라도 반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모든 파시즘의 독재자들은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 속에서 남을 죽이고 억누른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반성이다.” 책에는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 이 시대를 사는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이 있는가 하면 가족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랑을 전하는 내밀한 고백도 담겨 있다. 뇌졸중으로 요양 중인 어머니가 매일 오전 10시 걸어오는 안부전화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서석화 작가의 ‘어머니의 문안 전화’는 마음과 달리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랑한다’는 말의 감동을 전한다. 차현숙의 ‘엄마의 나쁜 딸’, 김이은의 ‘사소한 계란말이의 기억’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슴 찡한 모녀 간의 정이 전해진다. “화장터에서 뼛가루와 함께 삼각으로 된 철과 나사못, 대못 따위가 나왔다. 잿더미에서 헤쳐져 골라지는 그것들을 보며 몹시 가슴이 아파왔다. 아, 저건 내가 박은 못이야. 아, 얼마나 아팠을까.”(‘엄마의 나쁜 딸’ 중) 소소한 일상에 대한 반성문도 있다. 안도현 시인은 ‘이까짓 풀 정도야’에서 원고가 밀려 일주일 가까이 밭을 둘러보지 못한 사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풀이 자라 실패한 농사 경험을 들려준다. 그 속에서 겸손을 배웠다고 작가는 말한다. 박완서도 ‘좋은 일 하기의 어려움’에서 건망증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서글픈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을 위해 좋은 일 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면서 든 과잉 포장에 대한 생각, 먹을 것이라면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바뀌게 된 계기 등 글을 읽다 보면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고운기의 ‘세상을 바로 살기 위한 여섯 가지 반성’, 우광훈의 ‘너무나 안전했던 대구’, 공애린의 ‘오르한 파묵의 바늘’, 김종광의 ‘휴강한 죄’ 등도 멀게만 느껴졌던 작가들을 친밀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발목절단 직전에 기적이 찾아왔다

    발목절단 직전에 기적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요.” 지난 8월 압축천연가스(CNG)버스 폭발사고로 두 발목이 거의 잘리는 중상을 입은 이효정(28·여)씨는 “이번이 정말 끝”이라며 용기를 냈다. 두 차례의 수술에서 큰 희망을 보지 못한 터라 낙담하던 효정씨의 어머니도 딸아이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양대병원 본관 5층 중앙수술실. 오전 8시 ‘수술중’이란 불이 들어왔다. 이번엔 허벅지살을 떼어냈다. 12시간의 대수술. 그러나 이번 수술은 이전과 달랐다. 수술 후 2주가 지났다. 두 발에 온기가 돈다. 근육에도 조금씩 힘이 붙고 있다. 걸을 확률이 거짓말처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효정씨에게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저녁 무렵 효정씨가 입원해 있는 한양대병원 15층 병실을 노크했다. 아직 누구를 만나기 힘든 건 아닐까. 초조했다. 언론과 처음 인터뷰하는 효정씨는 2시간 넘도록 표정이 굳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면 말보다 울음이 먼저 터졌다. 하얗고 앳된 얼굴, 몰라보게 야윈 몸집, 철제 보조기구로 고정해 놓은 두 다리. 가슴이 먹먹했다. 홀어머니와 두 동생을 묵묵히 돌봐온 ‘효녀가장’. 2주 전만 해도 상태가 악화돼 오른쪽 발목을 절단하고 보조기를 달기로 했던 그녀였다. 80% 가까이 잘려 나간 오른쪽 발목에 옆구리살을 이식했지만 혈류가 통하지 않아 점점 괴사가 일어나서였다. “우리 애 이제 살았어요. 혹여 부정이라도 탈까 봐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효정씨의 흐르는 눈물과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눈가는 벌게져 있었다. 누워 있던 효정씨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담당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정형외과 수술이 남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세번에 걸친 ‘피판수술’(몸의 한 조직을 다른 부위에 옮겨 조직을 재건하는 수술)성공으로 걸어서 나갈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통상 10×10㎝ 면적의 재건 수술도 큰 수술로 치는데, 효정씨의 경우 35×12㎝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렇게 넓은 부위를 채우는 수술도 드문 데다, 이식한 혈관과 근육조직이 정상적으로 연결된 것도 기적에 가까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효정씨는 다음주부터 휠체어 연습과 물리치료에 들어간다. 그러나 갈길이 멀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인공뼈·관절 삽입 등의 외과 수술일정을 또 잡아야 한다. 지팡이 없이 절뚝이지 않고 제대로 걸으려면 길게는 몇 년을 수술과 재활치료에 전념해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한다. 아직도 효정씨는 밤잠을 설친다. 그녀는 “자꾸 깨어요. 무섭고, 가끔씩 너무 아파서요.”라고 지워지지 않는 ‘그날의 악몽’을 이야기했다. 효정씨는 “3개월 동안 10㎏ 넘게 빠졌다.”고 말했다. 퇴원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제주도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엄마랑 한번도 어디 놀러간 적이 없어서….” 또 울음이 터졌다. “우리 엄마 고생 많이 했는데….” 어머니는 이미 눈물범벅이 됐다. 올 장애인체전 테니스 금메달리스트인 여정혜(35·여)씨가 이날 효정씨를 응원하기 위해 용인에서 직접 차를 몰고 병문안을 왔다. 그는 지쳐 있는 효정씨를 위해 힘겨운 재활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경험담을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털어놨다. “나 미니스커트 입고 다녀. 어린애들이 철로 만든 의족 보고 사이보그인 줄 알고 신기해해. 완전 스타야.” 정혜씨의 코믹한 말투에 다른 사람들은 ‘킥킥’거리거나 웃음을 터뜨려도, 효정씨만은 눈시울을 적셨다. 아직도 상처가 가시지 않는 듯했다. 특히 어머니와 효정씨는 서울신문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효정씨의 안타까운 사연과 후원계좌를 알린 보도 이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성금을 보내왔다고 했다. 합의금이나 보상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대략 1~2년. 특별한 수입이 없는 효정씨네가 생활하는데 이 성금이 큰 보탬이 됐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통장만해도 두개이 족히 넘는다. 어머니는 “(그 돈으로) 환자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가래흡입기 등 의료기기도 샀어요. 없는 형편에 얼마나 고맙고 감사했는지….”라며 꼭 기사에 실어달라고 부탁했다.한동안 상태가 나빠진 효정씨를 기운나게 만든 것도 이웃들의 따뜻한 온정이었다. 제대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효정씨는 통장에 돈을 보낸 이들이 남긴 ‘힘내세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등 격려 메시지를 보고 통곡했다. “이렇게나 많이, 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저한테 도움을 주셨다니… 어떻게 이 은혜 다 갚죠?” 모녀는 4시간 가량의 인터뷰 동안 열번도 넘게 눈물을 흘렸다. 끔찍한 사고 기억이 떠올라서, 도움이 고마워서,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때문에. 100일 전이나 지금이나 원망은 한마디도 없었다. 배웅하러 나온 어머니가 기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우리 애 힘내서 일어선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눈가가 또 젖어왔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발목절단 직전에 기적이 찾아왔다

    발목절단 직전에 기적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요.” 지난 8월 압축천연가스(CNG)버스 폭발사고로 두 발목이 거의 잘리는 중상을 입은 이효정(28·여)씨는 “이번이 정말 끝”이라며 용기를 냈다. 두 차례의 수술에서 큰 희망을 보지 못한 터라 낙담하던 효정씨의 어머니도 딸아이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양대병원 본관 5층 중앙수술실. 오전 8시 ‘수술중’이란 불이 들어왔다. 이번엔 허벅지살을 떼어냈다. 12시간의 대수술. 그러나 이번 수술은 이전과 달랐다. 수술 후 2주가 지났다. 두 발에 온기가 돈다. 근육에도 조금씩 힘이 붙고 있다. 걸을 확률이 거짓말처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효정씨에게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저녁 무렵 효정씨가 입원해 있는 한양대병원 20층 병실을 노크했다. 아직 누구를 만나기 힘든 건 아닐까. 초조했다. 언론과 처음 인터뷰하는 효정씨는 2시간 넘도록 표정이 굳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면 말보다 울음이 먼저 터졌다. 하얗고 앳된 얼굴, 몰라보게 야윈 몸집, 철제 보조기구로 고정해 놓은 두 다리. 가슴이 먹먹했다. 홀어머니와 두 동생을 묵묵히 돌봐온 ‘효녀가장’. 2주 전만 해도 상태가 악화돼 오른쪽 발목을 절단하고 보조기를 달기로 했던 그녀였다. 80% 가까이 잘려 나간 오른쪽 발목에 옆구리살을 이식했지만 혈류가 통하지 않아 점점 괴사가 일어나서였다. “우리 애 이제 살았어요. 혹여 부정이라도 탈까 봐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효정씨의 흐르는 눈물과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눈가는 벌게져 있었다. 누워 있던 효정씨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담당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정형외과 수술이 남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세번에 걸친 ‘피판수술’(몸의 한 조직을 다른 부위에 옮겨 조직을 재건하는 수술)성공으로 걸어서 나갈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통상 10×10㎝ 면적의 재건 수술도 큰 수술로 치는데, 효정씨의 경우 35×12㎝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렇게 넓은 부위를 채우는 수술도 드문 데다, 이식한 혈관과 근육조직이 정상적으로 연결된 것도 기적에 가까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효정씨는 다음주부터 휠체어 연습과 물리치료에 들어간다. 그러나 갈길이 멀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인공뼈·관절 삽입 등의 외과 수술일정을 또 잡아야 한다. 지팡이 없이 절뚝이지 않고 제대로 걸으려면 길게는 몇 년을 수술과 재활치료에 전념해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한다. 아직도 효정씨는 밤잠을 설친다. 그녀는 “자꾸 깨어요. 무섭고, 가끔씩 너무 아파서요.”라고 지워지지 않는 ‘그날의 악몽’을 이야기했다. 효정씨는 “3개월 동안 10㎏ 넘게 빠졌다.”고 말했다. 퇴원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제주도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엄마랑 한번도 어디 놀러간 적이 없어서….” 또 울음이 터졌다. “우리 엄마 고생 많이 했는데….” 어머니는 이미 눈물범벅이 됐다. 올 장애인체전 테니스 금메달리스트인 여정혜(35·여)씨가 이날 효정씨를 응원하기 위해 용인에서 직접 차를 몰고 병문안을 왔다. 그는 지쳐 있는 효정씨를 위해 힘겨운 재활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경험담을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털어놨다. “나 미니스커트 입고 다녀. 어린애들이 철로 만든 의족 보고 사이보그인 줄 알고 신기해해. 완전 스타야.” 정혜씨의 코믹한 말투에 다른 사람들은 ‘킥킥’거리거나 웃음을 터뜨려도, 효정씨만은 눈시울을 적셨다. 아직도 상처가 가시지 않는 듯했다. 특히 어머니와 효정씨는 서울신문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효정씨의 안타까운 사연과 후원계좌를 알린 보도 이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성금을 보내왔다고 했다. 합의금이나 보상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대략 1~2년. 특별한 수입이 없는 효정씨네가 생활하는데 이 성금이 큰 보탬이 됐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그 돈으로) 환자가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가래흡입기 등 의료기기도 샀어요. 없는 형편에 얼마나 고맙고 감사했는지….”라며 꼭 기사에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한동안 상태가 나빠진 효정씨를 기운나게 만든 것도 이웃들의 따뜻한 온정이었다. 제대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효정씨는 통장에 돈을 보낸 이들이 남긴 ‘힘내세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등 격려 메시지를 보고 통곡했다. “이렇게나 많이, 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저한테 도움을 주셨다니… 어떻게 이 은혜 다 갚죠?” 모녀는 4시간 가량의 인터뷰 동안 열번도 넘게 눈물을 흘렸다. 끔찍한 사고 기억이 떠올라서, 도움이 고마워서,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때문에. 100일 전이나 지금이나 원망은 한마디도 없었다. 배웅하러 나온 어머니가 기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우리 애 힘내서 일어선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눈가가 또 젖어 왔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1년만 더 하려다 어느새 30년… 송해 선생님 나이만큼 일해야죠”

    “1년만 더 하려다 어느새 30년… 송해 선생님 나이만큼 일해야죠”

    일요일이다. 늦잠 자다가 다시 소파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정오 뉴스가 끝난 뒤 ‘딩동댕~’하는 실로폰 소리와 함께 사회자 송해씨가 ‘전~국 노래자랑’하고 외친다. 만장(滿場)한 여러분도 즐겁게 따라한다. 이어 무대에 출연자들이 등장해 저마다 끼를 발산한다. 더욱 재밌는 볼거리 하나. 구수한 말솜씨로 잘 진행하던 송씨가 뒤돌아서서 툭 시비를 건다. 누구한테? 지휘자 김인협 악단장이다. 조금은 어린 출연자가 무대에 등장하면 어김없이 김 단장한테 가서 돈을 받아가라고 시킨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나는 송해 오빠거든, 저기 저 할아버지한테 가봐.”라고 한다. 송씨 나이가 83세, 김 단장은 70이다. 그런데도 송씨 자신은 ‘송해 오빠’고 나이가 한참 아래인 김 단장은 할아버지란다. 이 대목에서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1980년 11월 9일 낮 12시 10분 처음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서른 생일을 맞은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서 기념 리셉션을 가졌고, 14일 30년 특집(1536회) 방송을 내보낸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시간대가 변경된 적이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무대에 오른 출연자만 3만여명이고 총 관객만도 1000만명이 넘었다. 세살 어린아이부터 103세 할머니까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란 점도 자랑거리다. ●“여기선 내가 송해 선생님보다 대선배” 이렇게 웃고 울린 세월 속에 노래자랑 무대에서 묵묵히 지휘를 해온 김 단장이야말로 ‘산 증인’이다. 전국노래자랑이 생긴 지 몇달 뒤인 1981년 초부터 악단을 지휘했다. 송씨가 1984년부터 진행을 맡았으니 이 무대에서는 김 단장이 훨씬 선배인 셈이다. 지난 8일 경기 양평에서 김 단장을 만났다. 김 단장은 창밖으로 들어오는 가을햇살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부인은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무척 다정해 보였다. “언제 이쪽으로 이사 오셨나요.” “퇴촌에 살다가 우연히 7년 전 이 근처에 놀러왔다가 위치가 좋아 집사람이 덜컥 계약을 했어요. 정이 들어서 그런지 아주 편하고 좋아요. 공기도 좋고….” “두 분이 시골에서 지내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자녀분들은 어디 계시나요.” “아들과 딸이 있는데 서울에 살아요. 피는 못 속이는지 원래 노래를 잘하고 음악을 좋아했지요. 그런데 내가 (음악을)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요즘에는 악기도 만지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음악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내가 9남매 중 막내입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런 막내가 안쓰러웠는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늘 말씀하셨지요.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인가 그래요. 형님이 기타를 어디서 가져왔는데 그걸 만지다 보니 절로 신이 나고 재미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그는 충북 청주 출신이다. 기타로 독학하며 음악 자질을 키웠고 서라벌예대에서 음악 공부를 제대로 했다. 1962년부터 청주방송에서 5년, 카바레에서 밴드생활을 10년 가까이 한 뒤 1970년대 동양방송을 거쳐 KBS 전국노래자랑과 인연을 맺었다. “인생의 반은 전국노래자랑으로 보낸 셈입니다.” “처음에는 딱 1년만 한다고 다짐했지요. 그런데 PD들이 바뀔 때마다 ‘1년만, 1년만’ 하는 바람에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10대 세 자매에게 만원씩 줬더니… 그동안 함께 일한 PD만 해도 50명 정도. 김 단장은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편곡한 것만 수천곡은 된다고 했다. 예심 때 부르는 출연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게 곡을 다시 써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노래 대부분은 그의 머릿속에 다 저장돼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번 지역에 내려가면 사흘은 있어야 프로그램 녹화가 끝난다. 예심 참가자들은 대개 4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정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편곡을 한 다음, 드럼, 기타, 색소폰 등 10명의 악단 연주자들에게 나눠준다. “송해 선생님은 지역 녹화 때 현지 군수를 무대 위에 가끔 등장시키지요, 이 때 예정없던 노래를 시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얼른 군수의 목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연주자들에게 어떤 키로 하자고 귀띔해주곤 합니다.” 웃고 울린 에피소드도 많을 터. “강원도 태백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아가씨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거예요. 긴장이 돼서 술을 마신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녹화 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술에 취해 무대 뒤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노인 분들이 가끔 한잔 걸치고 올라와서는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방송을 보면 가끔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던데요.” “순전히 제 돈입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는지 미국에 사는 한 모녀가 ‘오라버니 더운데 고생이 많다.’는 편지와 함께 100달러를 보내왔어요. 그래서 ‘KBS 노래자랑’이라고 새겨진 시계를 사서 고맙다고 보냈더니 다시 100달러를 보내주더군요.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북 김제에서 10대 세 자매에게 1만원씩 준 적이 있어요. 10년 만에 다시 김제에 갔지요. 그 여자들 아버지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큰절을 하면서 그때 받은 돈이라고 하면서 돌려주더군요. 당시 덕담해준 덕택에 아이들이 잘 자라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집갈 때 꼭 연락하시라고 했지요.” ●방송 중 즉석주례도 여러번 김 단장은 방송 중에 즉석 주례도 여러번 섰다. 송씨가 가끔 짓궂게(?) 시켜서다. 둘은 동양방송 ‘가로수를 누비며’ 시절부터 같이 일했다. 지방에 갈 때마다 녹화 끝나고 시간이 되면 시장통 선술집에서 술잔을 마주한다. 지금은 오랜 음악소리 때문에 중이염을 앓아 술을 잘 안 하지만 작정하고 둘이 마실 때면 소주 20병은 거뜬히 비우기도 했단다. 술자리를 안 해주면 송씨가 곧잘 삐친다며 웃는다. “송해 선생님이 프로그램 진행을 부드럽게 리드하니까 녹화 때 NG 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회자-악단-작가-PD 등으로 이어지는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지요.” “무대에 지역 특산물도 자주 등장하던데….” “부담되지 않은 것들은 단원들과 함께 나눠 먹지요. 비싸게 보이는 것들은 다시 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 단장의 집에는 국악이든 양악이든 없는 악기가 없다. 그 악기 속에는 30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켜켜이 쌓인 정이 듬뿍 담겨 있다. 나중에 이런 마음을 담아 집 근처에 ‘악기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다. “일단은 송해 선생님 나이만큼은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인력 재배치 주목할만 전문화에 힘써야 할 것”

    “어두운 현실에서 사회복지사 전진배치는 일단 바람직하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김현진 정책과장은 9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복지사 1인당 수급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590명이나 된다.”며 ”미국 71명은 물론 이웃인 일본의 171명에 견줘서도 현저히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처지에서 복지사들이 현장에 더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사회복지사 본연의 일을 하려면 수요층의 사정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책상에 앉아 있도록 만들고 있어서다. 복지사 업무 자체가 단순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노원구의 인력 재배치는 특히 주목할 일이라고 한다. 김 과장은 “실제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 받고 있는 사람과 반대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도 몰라서든, 다른 까닭에서든 한푼도 받지 못하는 형편을 파악해 실제 필요한 부분에 힘이 실리도록 하려면 현장 방문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례도 곁들였다. 어떤 모녀 가정을 불시(?)에 찾아갔는데 옷장에는 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남성복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법적인 허점을 파고들어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사들이 취약계층을 방문할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못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 과장은 “독감 예방주사 접종까지 사회복지사 업무에 끼워 넣는 등 석연찮은 정책도 복지사들을 힘들게 만들뿐더러 현장 수요자에게 꼭 필요한 일들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노원구가 일반직을 자치센터로 전진 배치하는 대신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뛰도록 한 것은 반가운 조치라고 환영했다. 그는 “다만 다른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벤치마킹하려면 단순히 행정직 공무원을 내려보낼 게 아니라 복지 담당으로 지정해 전문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들짐승女 서우 VS 섬뜩女 신은경 ‘독한 스타일 대결’

    들짐승女 서우 VS 섬뜩女 신은경 ‘독한 스타일 대결’

    MBC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카리스마 모녀 신은경과 서우가 펼치는 불꽃튀는 대결이 뜨겁다.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은 ‘들짐승녀’ 서우와 보는 이들이 섬뜩할 정도로 ‘이중적인 섬뜩녀’ 신은경. 이 두 여배우들은 서로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지닌 캐릭터를 소화할 뿐만 아니라 스타일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악녀를 표현해내는 매력적인 스타일로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욕망의 불꽃’ 속 그녀들의 독한 스타일 포인트을 살펴봤다. ◆ 신은경의 독한 포인트! 블링블링 볼드쥬얼리로 럭셔리하게 드라마에서 ‘욕망의 결정체’ 신은경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무엇도 가리지 않는 악녀역할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반면 드라마 속 그녀의 표독스러운 성격과는 달리 패션만은 정갈하고 고혹적인 패션으로 욕망을 숨기고 있다. 그녀는 재벌집 며느리답게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클래식한 패션이 더해져 청담동 며느리룩을 완성하고 있다. 블랙 컬러 등의 원피스 같은 미니멀한 베이직룩에 빅사이즈의 볼드한 주얼리를 매치하거나 드롭형 펄주얼리를 착용해 내면의 욕망이 절제된 럭셔리 패션으로 승화시켰다. 뮈샤의 김정주 주얼리 디자이너는 “신은경처럼 고품격 럭셔리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다면 모노톤의 심플한 의상에 볼드한 액세서리를 착용해 포인트를 주면 더욱 기품 있고 절제된 미를 발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우의 독한 포인트! 개성통통 ‘샤기헤어’로 트렌디하게 ‘욕망의 불꽃’에서 서우는 과거 어둠을 등지고 성공의 빛을 향해 질주하는 비련의 악녀 백인기 역할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는 화려하기만 한 여배우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컬러가 담긴 ‘여배우룩’으로 2030세대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헐렁한 느낌의 상의와 짧은 팬츠, 호피무늬 모자나 다양하고 트렌디한 헤어스타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녀는 밝은 오렌지 브라운 헤어 컬러 염색으로 화려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귀 밑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과감하게 층을 줘 가볍게 흩날리는 ‘샤기’커트로 백인기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완성했다. 준오헤어의 상아 원장은 “최근 자신만의 개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내추럴한 분위기를 주는 샤기 커트를 연출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서우처럼 층을 많이 낸 샤기 커트는 한층 시크하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완성시켜 준다”고 말했다. 사진 = 키스바이뮈샤, ‘욕망의 불꽃’ 캡처컷,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
  • 신은경 “악녀? 욕망에 솔직할 뿐이죠”

    신은경 “악녀? 욕망에 솔직할 뿐이죠”

    “백인기씨! 백인기씨 맞죠?”(신은경·작은사진 왼쪽) “누구시죠?”(서우·오른쪽) “나, 민재 엄만데….”(신) “미치겠네, 정말.”(서) 지난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앞 MBC 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장. 별다른 세트도 없고 눈부신 조명도 없지만, 신은경과 서우, 두 여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로 현장엔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맴돈다. ●변화무쌍한 악녀 연기로 호평 이날은 모녀 관계인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운명적인 장면. 눈에서 광선이 나올 것처럼 서로를 한참 쏘아 보던 두 사람은 감독의 ‘컷!’소리가 나자마자 입가에 미소부터 번진다. 신은경이 서우가 입은 옷이 너무 예쁘다며 코디에게 농담 섞인 투정을 부리자, 벌써부터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는 서우가 옆에서 함박 웃음을 터뜨린다. 요즘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인 신은경의 악녀 연기가 장안의 화제다. 작품에서 욕망과 야망으로 똘똘 뭉친 윤나영 역을 맡고 있는 그녀는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악녀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도 연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해 동시간대 1위인 SBS ‘인생은 아름다워’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저야 작가 선생님이 써주신 대로 대사 한줄 흘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할 뿐이죠. 솔직히 첫 회엔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예상했는데 두 자릿수가 나와서 기뻤고, 이젠 솔직히 30%까지 갔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네요.” 재벌가를 배경으로 욕망과 탐욕으로 점철된 인간사를 흥미롭게 파헤친 드라마에서 주인공 윤나영의 캐릭터는 단연 돋보인다. 가난한 집 둘째 딸로 태어났지만 언니의 결혼 상대였던 재벌 그룹 셋째 아들(조민기)을 가로채는 등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 나영이 꼭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애가 강하고, 잘살고 싶은 욕망이 남보다 강할 뿐이죠. 물론 방법은 올바르지 않지만요. 20대 초반은 형제자매에게도 질투를 느낄 정도로 치기도 있고 아직 미숙한 나이잖아요.” 1988년에 데뷔해 ‘X세대의 선두주자’로 드라마 ‘종합병원’, ‘엄마가 뿔났다’, 영화 ‘조폭마누라’ 등에 출연한 신은경. ‘욕망의 불꽃’에서 그녀의 20년 연기 내공은 빛이 난다. 남편을 재벌가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냉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시아버지인 대서양 그룹 김태진(이순재) 회장을 대할 때엔 말투며 눈빛까지 180도 변한다. ●“작가의 믿음 배신할 수 없었습니다” “기존에는 중성적인 이미지나 비련의 여주인공 등 한 가지 이미지로 단선적인 역할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시대 변화의 폭도 넓고 복합적인 인물이죠. 극이 끝날 때까지 핑퐁 게임을 하듯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50부작인데 그래야 안 질리시죠.” 때문에 요즘 그녀의 팔색조 악녀 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좀처럼 지칠 줄 모르는 나영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신은경은 “나이가 들면 현실과 타협하고 은근슬쩍 대충 살기 쉬운데, 나영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며 나영과 혼연일체가 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이번 역할을 쉽게 맡았던 것은 아니다. 극본을 쓴 정하연 작가는 처음부터 윤나영 역에 신은경을 추천했지만, 관계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첫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갑자기 결정된 캐스팅. 20년 경력의 여배우로서 기분이 나쁠 만도 하지만 작가의 믿음을 배신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전 이번에 사람이 일을 하는데 동기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어요. 작가님이 끝까지 저를 믿어주셨다는 생각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더군요. 첫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대 나영을 연기하기 위해 하루에 여섯끼씩 먹으며 살을 찌웠어요. 얼굴이라도 어려 보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죠.” ●“서우에겐 누구도 못 따라올 매력 있어” “정 작가님의 대사는 숨소리마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합니다. 50부작인데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 주요 사건은 시작도 되지 않았어요.”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신은경. 극 중에서 그는 결혼 전에 딸을 낳는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훗날 아들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영화배우 인기(서우)다. “배우로서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데 서우는 누구도 못 따라오는 매력이 있는 연기자예요. 배우로서 그 점이 참 부럽죠.” “모든 드라마의 결말은 권선징악이겠지만 독하게 마음 먹고 열심히 살아온 나영이 벌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는 신은경.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결혼과 이혼, 각종 소송 등 인생의 적잖은 파도를 헤쳐 온 그녀에게 이번 드라마는 큰 의미로 다가온 듯하다. “작품을 하면서 제가 너무 고마웠던 것이 나영을 통해서 근성을 배웠다는 점이에요. 그동안은 오해를 받거나 모함을 받아도 내 주위의 사람만 편안하면 된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이제는 포기하지 말고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진정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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