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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Inside] (41) 똑같은 물건을 각자 다른 카트에…모녀의 이상행동 뒤에는

    [사건 Inside] (41) 똑같은 물건을 각자 다른 카트에…모녀의 이상행동 뒤에는

     손님이 북적이던 지난 달 11일 저녁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 마트 매장안. 60대 어머니와 30대로 보이는 딸이 다정하게 카트를 끌고 함께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들 모녀가 다른 쇼핑객과 달랐던 점은 카트를 하나씩 따로 끌고 다녔고, 어머니가 물건을 집어 카트에 담으면 딸도 똑같은 물건을 담는다는 것. 모녀는 함께 1시간 가량 쇼핑을 했다.  잠시후 계산대 앞. 어머니가 먼저 계산을 시작했다. 카트에 쌓인 물건은 무려 25만원어치. 계산을 마친 어머니는 먼저 마트를 빠져 나갔다. 그 사이에 매장에서 물건을 함께 카트에 담던 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상한 광경은 여기서부터였다. 계산을 마치고 나갔던 어머니가 잠시 뒤 빈손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와 딸에게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 건넨 뒤 다시 계산대를 거쳐 빠져 나갔다. 잠시 뒤 딸은 물건이 가득 담긴 카트를 끌고서 계산도 하지 않고 그냥 계산대를 지나쳤다. 이상한 것은 아무도 이를 제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마트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한번에 수십만원씩 ‘마트 싹쓸이’…기상천외 절도 수법  대형 마트는 동네 슈퍼마켓과는 달리 비교적 보안이 철저하다.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입·출구에도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 물건을 슬쩍 들고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모(60·여)씨와 딸 강모(39)씨는 대형 마트의 이같은 맹점을 노렸다. 사람이 가장 많고 바쁜 주말 오후 시간대를 노려 절도 행각을 벌인 것이다.  수사 경찰도 혀를 내둘렀던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대형 마트를 찾은 모녀는 각기 다른 카트에 똑같은 물건을 담는다. 이어 한 개의 카트에 든 물건을 정상적으로 계산을 하고 마트 바깥에 물건을 숨긴 뒤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와 (어머니 또는 딸에게)영수증을 넘긴다. 영수증을 받은 한 사람은 똑같은 물건이 담긴 카트를 끌고 계산대를 통과하면서 이미 계산한 영수증을 보여주고는 매장을 빠져 나간다.  한 개의 카트에 든 물건을 계산한 이유는 또다른 카트를 몰고 나올 때 직원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수증을 만들기 위해서다. 영수증을 받은 사람은 카트를 계산대가 아니라 출구로 몰고 나오면서 경비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준 뒤 “방금 계산을 마쳤는데 출구를 잘못 찾았다.”는 식의 핑계를 댄다. 간혹 수상히 여긴 경비원이 물품과 영수증을 대조해 보지만 모든 물품이 일치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다.  모녀는 이런 방법으로 라면, 계란 등 식료품과 생필품들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20여차례의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작전은 완벽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마트에 다시 들어와 이미 계산했던 물품들을 환불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모녀가 사용한 특이한 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 “생활고 때문에…” 변명한 모녀 절도단, 주위 얘기 들어보니…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모녀 절도단이 훔친 물품은 총 600만원어치. 지난 3월부터 5개월동안 서울 용산구와 은평구에 있는 대형 마트를 돌며 물건을 빼돌렸다.  하지만 기막힌 수법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수차례 반복된 절도 행각은 결국 전액 환불을 수상하게 여긴 마트 관계자에 의해 들통이 났다.  “아무리 물건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이렇게 수십개의 물건을 통째로 환불하는 고객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쇼핑하러 와서 수십분씩 물건을 골라 놓고 나중에 전부 환불한다면 그야말로 시간 낭비잖아요. 너무 이상해 경찰에 연락을 하게 됐죠.” 모녀의 이상한 행동에 의심을 품고 경찰에 신고했던 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수상한 물품 구매 취소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구매 취소 고객 명단과 시간, CCTV에 담긴 고객들의 동선을 대조해 이씨 모녀의 절도 행각을 밝혀냈다. 이들은 처음에는 “엄마(혹은 딸)가 물건을 훔치는 줄 몰랐다.”는 식으로 변명했지만 거듭된 추궁에 결국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현재 어머니 이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고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딸 강씨는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 때문에 물건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얘기는 조금 달랐다. 딸 강씨는 자기 집을 가지고 세입자까지 받은 어엿한 ‘집주인’이었고, 어머니 이씨도 “그냥 평범한 아주머니”로 평가 받고 있었다. 수십만원씩 물건을 훔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이웃들의 생각이었다.  경찰은 이같은 정황들을 감안, 모녀를 ‘생계형 절도범’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금액이 많고 일반 가정에서 소비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훔쳤기 때문에 물건을 다른 곳으로 팔았을 수 있다고 보고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딸 대신해 손자 낳아준 40대女 모정 화제

    딸 대신해 손자 낳아준 40대女 모정 화제

    미국의 49세 여성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딸을 위해 손자를 대신 낳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미국 북동부 메인주에 사는 린다 시로이스(49)는 딸인 엔젤 허버트(25)가 특이 심장질환으로 계속해서 임신에 실패하자 스스로 대리모를 자청했다. 그녀의 사위인 브라이언 허버트는 초기 장모의 이런 의견에 반대했지만,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와 아내를 돕겠다고 나선 장모의 고집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하지만 50세를 바라보는 시로이스 역시 임신이 쉽지 않은 상태여서 세 사람은 많은 병원을 전전해야 했고, 간신히 매사추세츠주의 한 병원이 모녀의 사연을 듣고 인공수정시술에 동의하면서 브라이언과 엔젤의 수정란을 성공적으로 시로이스에게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시로이스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딸이 100% 안전한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원한다면 손자의 대리모가 되어 줄 각오가 돼 있었다. 특별히 심각하게 고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13일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으며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린다 시로이스가 출산한 아이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고발(KBS1 밤 7시 30분) 시중에 유통되는 캐러멜 색소는 4종류다. 그중 암모니아로 처리하는 2종류의 캐러멜 색소에서 발암성 의심 물질이 생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4배나 뛰는 원가 상승 요인 때문에 이에 대해 침묵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콜라를 분석해 캐러멜 색소 남용 실태를 진단해 본다. ●사랑아 사랑아(KBS2 오전 9시) 자신이 선물한 화분이 깨지자 울어버리는 승희(황선희)를 본 노경은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윤식은 승아를 찾으러 서울 거리를 배회하다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 임신한 후로 방순은 금동이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며 예민하게 굴기 시작하고 룸에 나가기 시작한 승아는 또다시 노경과 마주치게 된다. ●엄마는 마법사(MBC 오후 4시)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재치 만점 사이언, 열혈 남아 아인스턴, 순수 미인 바이올리스, 탐구 왕자 탐탐이 함께한다. 과학의 신들이 전하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들. 과학 놀이와 체험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 속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아이와 과학으로 친해질 기회를 가져본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전북 익산의 한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평화롭던 동네가 술렁이기 시작한 건 3년 전 한 지적장애 모녀가 나타난 뒤부터였다. 모녀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12살 딸이 덜컥 임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소녀는 또다시 아들을 낳았다. 첫째 아이를 출산한 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일생을 살면서 임신과 출산, 폐경이라는 신체 변화를 겪어야 하는 여성. 그 변화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배뇨 장애가 있다. 대다수 여성들이 배뇨 장애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요실금이다. 요실금은 발병률이 대폭 증가해 여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 ●청춘은 아름다워(OBS 밤 11시 5분) 올드하지만 가장 관심이 쏠리는 1980~1990년대의 향수를 스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여행을 떠나본다. MC 윤정수와 안선영의 진행으로 첫 번째 게스트 이재훈, 유채영과 함께 ‘쿨 명곡 베스트 5’ 토크 시간을 가져본다. 또 3040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트렌드, 문화, 노래, 유행 등을 통해 특별한 추억 여행을 떠난다.
  • 튜브가 뒤집혀서… 물놀이하던 모녀 익사

    7일 오후 3시 30분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오토캠핑장 앞 하천에서 신모(41·여)씨와 딸(5)이 타고 있던 튜브가 뒤집히면서 2m 깊이의 물에 빠져 숨졌다. 용대리 오토캠핑장 앞 하천은 지난해 인제군이 내린천 일부 구간 등 6곳과 함께 물놀이 위험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신씨 모녀는 남편(45)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아내와 딸이 물놀이를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면서 튜브가 뒤집혀 물에 빠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2) ‘단성호적’으로 본 노비의 삶

    [선택! 역사를 갈랐다] (22) ‘단성호적’으로 본 노비의 삶

    단성현(현재 경남 산청군)에 사노(私奴) 형제가 살았다. 그들의 아버지는 평민, 어머니는 어느 양반집 종이었다. 17~18세기의 ‘단성호적’에서 우리는 그들 일가족을 만난다. 역사의 주름진 그늘에 숨겨진 ‘노비 정체성’을 이야기하자.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구의 30~40%가 노비였다. 양반은 고작 10~20%였다. 그때 우리가 평민 또는 노비였을 가능성은 80% 이상이다. 노비 일가의 역사는 곧 우리들의 과거였다. ●1678~1789년 13개 호적 추적 노비의 역사를 쓰려고 1678년부터 1789년까지 작성된 13개의 호적을 뒤졌다. 흥룡 형제와 그들의 일가·친척에 관한 기록을 다 모았다. 6세대 167명을 알아냈다. 그들과 결혼했거나 그들의 상전으로 기록된 또 다른 600여명도 조사하였다. 모두 770명가량이었다. 17~18세기 흥종 일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호적이란 본래 무미건조하고 단편적인 기록이다. 이름, 나이, 가족관계 등만 사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정보들을 이리저리 모아놓으면 하나의 서사가 일어난다. 아무런 의미조차 없어 보이는 사실의 단편들이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미시사 연구의 즐거움이 있다. ●문태리의 종들 1678년 흥룡(당년 53세)과 흥종(당년 51세) 형제는 경남 산청군 문태리에 거주했다. 그들은 기혼이었고 슬하에 자녀를 두었다. 호적에 따르면 그곳에는 마흔 집이 살았다고 했다. 단성에서는 중간 크기의 마을이었다. 문태리는 이를테면 행정리였다. 실지로는 네댓 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었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골안땀, 동쪽토란땀, 비진동, 진태, 주막거리 등이 있다. 단성현은 토지가 비옥했다. 산수도 아름다웠다. 특히 적벽과 신안강은 절경이라 양반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인구와 농지면적으로 보면 작은 고을이었으나, 명문 양반이 많아서 문과 및 생원진사 합격자 수가 진주 다음이라는 호평이 있었다. 경남 서부지역에서는 선비 많기로 소문났던 고을이었다. 문태리 서편으로는 큰 내(川)가 흘렀다. 남강 상류였다. 강줄기를 따라 양쪽으로 문전옥답이 즐비하였다. 마을 뒤편으로는 야트막한 산자락이 북동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내렸다. 밭은 주로 산기슭에 흩어져 있었다. 흥룡네는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문태리에는 그들과 처지가 같은 노비가 아홉 집이었다. 호적에는 빠진 기록이 있기 마련이었다. 실제 숫자는 그보다 많았을 것이다. 남의 종노릇을 하였던 그네들은 주인집을 나와서 독립된 가호를 구성하였다. 양반들이 옹기종기 모인 진태 마을에는 주인에게 얹혀사는 노비들도 많았다. 1678년 문태리의 노비 인구는 46명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인구가 139명이었으니, 대략 3분의1이 노비였다. 평민은 스물한 집으로 노비보다는 많았다. 하지만 문태리에서 평민과 노비를 엄격하게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마을에 뒤섞여 살았고, 들판에서 함께 일하였다. 경제적으로도 처지가 엇비슷했던 데다, 군역(軍役)이나 부역 같은 부담을 똑같이 담당하였다. 노비가 군역을 졌다는 말이 신기할지도 모르겠다. 17세기 말에는 흥룡 형제처럼 주인집에서 멀리 사는 외거노비에게 병역의무가 부과되었다. 18세기 중엽부터는 주인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노비에게 군역을 매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주인집이 가까울수록 노비의 신원이 확실하다고 믿었다. 노비에게 군역을 요구하려면 관청에서는 주인의 양해를 구했다. 물론 형식에 불과한 일이기는 하였다. 여차하면 노비와 평민이 서로 결혼하였다. 법으로는 금지된 일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난한 평민은 노비와 별다를 바 없었다. 이야기의 주인공 흥룡 형제의 경우만 해도 평민 아버지(양대생)가 맹씨댁 여종(덕개)과 결혼하지 않았던가. ●진태리의 양반들 양반들은 ‘진태’ 마을에 몰려 살았다. 박씨들이 주인이었다. 그들은 단성현의 최고 양반들끼리 모여 작성한 ‘향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과의 인연으로 잠시 그곳에 와서 사는 타성 양반들도 있었다. 18세기 말까지도 이런 사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양반의 서자는 평민들과 마찬가지로 군역을 졌다는 사실이다. 17세기 후반까지는 그러하였다. 하지만 18세기부터는 서자들도 그 의무에서 벗어났다. 평민이나 노비와는 달리 그들은 점차 양반 대접을 받았다. 17세기 말 문태리에는 서자까지 포함해 양반이 열 집이었다. 주민의 4분의1이 넓은 의미로 양반이었다. 거기서 만약 서자를 제외한다면 양반은 10%를 조금 넘었다. 한데 양반들 가운데서 재산이 많은 집은 거의 없었다. 벼슬을 한 양반도 없었고, 사역 중인 노비의 숫자도 약간명에 불과했다. 시골양반의 가세는 초라하였다. ●흥종 후손, 종살이로 살거나 도망가거나 1670년대 말 흥종의 어머니 덕개가 사망하였다. 아버지는 그에 앞서 일찍 세상을 떴다. 흥종의 아내 순대(당년 45세)는 건너편 청현마을의 최진사댁(최경) 종이었다. 장인과 장모도 그 집안 노비였다. 관습대로 흥종의 두 딸, 숙굴이와 화구리도 그 집안 종이었다. 화구리는 이미 시집을 갔고, 열 살밖에 안 된 숙굴이도 주인집으로 옮아갔다. 숙굴이는 최진사의 며느리, 과부 조씨의 시중을 들었다. 숙굴이는 이를테면 사역비였다. 그보다 2~3년 전 과부 조씨는 숙굴이의 이모 옥비를 시아버지 최진사에게 바치고 그 대신 순대와 숙굴이 모녀를 받았다. 청현의 최씨들도 단성에서는 이름난 양반이었다. 진사 최경은 1639년(인조17) 진사시험에 합격한 수재로 향안에 이름이 올랐다. 그 할아버지 최기종도 생원시에 합격해 가문의 명성을 떨쳤다. 세월이 한참 지난 18세기 말까지도 흥종의 처가 쪽 사람들은 최씨댁에서 종살이를 하였다. 특히 흥종의 처제 매월대의 자손들은 대대로 그러하였다. 매월대의 손녀 팔례는 진주로 이사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예외였다. 최씨댁은 형편이 곤란해지자 노비를 팔아치우기도 하였다. 1730년쯤 매월대의 손자 삼학의 주인은 한 마을에 사는 이만복이라는 양반으로 바뀌었다. 종살이가 싫어 달아나는 이들도 생겨났다. 1741년 매월대의 손녀 삼랑은 주인집(최덕령)을 떠나 몰래 하동으로 달아났다. 21년이 지난 1762년까지도 삼랑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찍이 1719년 아내의 고향 남원(전북)으로 도망간 매월대의 아들 광이도 끝내 붙잡혀 오지 않았다. 18세기에는 해마다 도망 노비가 증가하였다. 주인들이 가난해지자 그들은 노비를 통제할 힘이 약해졌다. 종들은 연고지로 도망을 쳤고, 주인들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붙들어 올 힘이 없었다. 종을 붙잡아 오려면(추노) 해당지역 관청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미약한 양반이 노비를 붙잡으려 나타나면 고을의 수령과 아전들이 심하게 방해하였다. 그들은 자기 고을의 세원(稅源)을 지키려고 애썼다. 이래저래 도망 노비의 수가 자꾸 늘어났다. 국가적으로나 도망친 노비 개인에게나 이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노비나 도망을 치지는 못했다. 흥종의 자손은 18세기 말까지도 여전히 종살이에 분주하였다. ●흥룡 후손, 18c후반 평지식인 부상 흥종보다 두 살 많은 형 흥룡의 자손들은 처지가 완전히 달랐다. 그들 중에는 누구도 더 이상 종살이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서히 문태리의 주인으로 성장하였다. 대대로 문태리에 모여 살며 마을 일까지도 좌우하였다. 두 형제의 자손이 고향에 눌러 살았지만 그들의 삶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흥종의 아내 순대는 청현마을 최씨댁 종이었다. 그에 비해 흥룡의 아내는 양인, 즉 평민이었다. 이것이 결정적 차이였다. 따지고 보면 흥룡의 자손들도 서울에 사는 맹씨댁 종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한창 멀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양인으로 행세하였다. 18세기가 되자 흥룡의 자손 중에는 수공업자가 나왔다. 흥룡의 증손 양인필이 ‘옹장’(옹기장) 노릇을 하더니, 출가한 증손 양만득도 ‘인출장’(인쇄기술자)이 되었다. 그 뒤로 이 집안에서는 수공업자가 부쩍 많아졌다. 18세기 후반 숫돌을 만드는 ‘여석장’은 그들의 가업이었다. 그때 문태리에서는 숫돌 만드는 일이 유행했는데, 기술자의 대부분은 흥룡의 후손이었다. 돈을 제법 번 사람들도 나왔다. 그래서 돈 있는 흥룡의 현손자와 5대손들은 서원과 향교에 출입하며 원생 또는 교생 노릇을 하였다. 그들은 군역을 면제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양반대접을 받을 정도로 출세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들은 실력을 갖춘 평민지식인으로 부상하였다.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비’ 진태리 사람들은 문태리 사람들과 통혼하지 않아 현지 방문을 통해 나는 1960년대까지도 문태리 뒷산에서 숫돌이 생산된 점을 확인하였다. 수백년 동안 주민들은 부업으로 숫돌을 만들었는데, 명품으로 거래되었다. 숫돌 덕분에 문태리의 경제형편은 이웃마을들보다 한결 좋아졌다. 이것은 진태 마을 주민들과의 대화에서도 거듭 확인되었다. 현지에서 나는 한 가지 놀라운 증언을 들었다. 1960년대까지도 진태 마을사람들은 문태리 사람들에게 반말을 썼다. 숫돌이나 만드는 천한 사람들이라 여겨서 그랬단다. 토박이 양반 박씨들은 아직도 문태리 사람들과 통혼하지 않는다. 20세기까지도 흥룡의 자손들은 단성의 양반사회로 진입하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서는 조선후기에 양반의 수가 부쩍 늘었다고 가르친다. 19세기 말에는 양반이 8~9할이나 되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흥룡 일가의 역사는 그런 변화가 하나의 희망사항에 불과하였음을 증명한다. 지금도 여러 가지 형태로 신분의 장벽이 존재한다. 학벌도, 재산도, 성별도, 나이도 차이가 아닌 차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현대판 노비인 비정규직 문제도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 ‘와이파이(Wi-fi)’ 과민증 희귀병 환자, 어떻게 살까?

    현대인이라면 컴퓨터나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 각종 장비로부터의 전자파에 익숙하지만, 이러한 것들에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햄프셔에 살던 필 잉클리라는 남성은 컴퓨터, 텔레비전 뿐 아니라 작은 배터리 근처에만 가도 코피가 나거나 엄청난 두통을 느끼며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그의 증상은 전자파과민증(EHS, electromagnetic hypersensitivity)에서 비롯된 것으로, 휴대전화 통신전파에도 알러지 반응을 보여 일명 ‘와이파이 과민증’(Wi-fi)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 한 것은 발병하기 전 그의 직업이 컴퓨터 기술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어느 순간 갑자기 전자파에 민감해졌다. 당장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통증이 심각했다.”면서 “이 증상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줬으며, 평범한 삶이 불가능해 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는 모든 사회적인 삶과 사랑을 잃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지만 내게 전자파가 흔한 일상은 언제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멀리 떨어진 산 속 나무집에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에서 최초 보고된 전자파과민증은 최근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꾸준히 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이나 치료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서머셋 지역보건의인 앤드류 트레시더는 “영국 정부 측은 아직 이 병을 심리적 원인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더욱 고통에 시달린다.”면서 “이 증상과 관련한 과학적인 조사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올 초 프랑스에 사는 앤 커틴(52)과 그녀의 딸 역시 이와 비슷한 사례로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전자파 과민반응을 보이는 모녀는 도시에서의 모든 삶을 포기하고 동굴에 숨어산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낮 여성, 알몸으로 구급차 막고 나선 사연

    대낮 여성, 알몸으로 구급차 막고 나선 사연

    남편의 불륜이 결국 살인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4일 중국 산둥성의 한 주택가에서 알몸의 한 여성이 바닥에 드러누워 응급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가려던 구급차의 통행을 저지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여성의 이름은 장쉬(38). 그녀는 남편의 불륜 상대인 왕씨를 찾아가 한바탕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장쉬의 행동은 도를 넘어섰다. 4살 딸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도망가던 왕씨를 그대로 차로 받아버린 것. 이 사고로 왕씨는 물론 딸까지 큰 부상을 당했으며 신고를 받고 구급차가 긴급 출동했다. 그러나 장쉬의 ‘분풀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던 구급차까지 막아선 것. 그녀는 옷까지 벗어버리고 도로에 누웠고 이같은 소동은 경찰이 제압하고서야 끝났다. 이들 모녀는 늦게나마 병원에 도착했으나 딸아이는 결국 숨졌으며 왕씨는 중태다. 현지경찰은 “사건 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장쉬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사형이 구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홀로 된 결혼이민자 눈물 닦아주다

    홀로 된 결혼이민자 눈물 닦아주다

    2008년 모국 캄보디아를 떠나 스무 살이나 많은 한국인과 결혼하며 단꿈에 젖었던 함쏘말라(24)씨. 예쁜 딸까지 낳아 오붓한 가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다문화지원기관에서 한국말과 요리를 배우며 즐거운 나날을 이어갔다. 그러나 행복은 안타깝게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2월 남편이 급성 A형 간염으로 사망하면서 함쏘말라씨는 네살배기 딸과 함께 덩그러니 남겨졌다. 일용직을 전전했던 남편이 남긴 돈이라곤 셋방 보증금 300만원뿐. 그마저도 빼내 남편의 장례를 치르느라 거의 다 써버려 모녀에겐 눈물과 텅빈 지갑만 남았다. 3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월 7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게 됐지만 거처할 곳이 마땅찮은 터에 어렵사리 지인의 창고방에 다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캄보디아에 있는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함쏘말라씨는 짧은 생을 포기하려고 수없이 마음먹었다가도 딸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지난 4월 구로구 복지정책과 사례관리팀이 빈곤층 현장조사를 하다 이처럼 딱한 사정을 접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 탓에 직접 지원해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박종평 생활복지국장이 직접 나서 민간 지원을 이끌어내기로 하고 직원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섰다. 노력은 곧장 결실을 이뤘다. 손종주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대표, 김효성 ㈜마미엘 대표, 최영군 우리은행 구로구청지점장, 김윤기 국민차일드 대표, 문계철 성진정보통신 대표 등 9명의 지역 기업인이 구로희망복지재단을 통해 생활자금 1000만원을 내놨다. 구로구에서 연락을 받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다문화가정 후원회인 ‘물방울 나눔회’를 통해 캄보디아 왕복 비행기 티켓을 지원했다. 함쏘말라씨는 다음 달 1일 어머니를 만나러 모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남은 돈으로 아이를 키우기엔 여전히 버겁지만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희망을 봤다.”면서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고 어린 딸을 위해 야무지게 살아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노정연 13억 내가 줬다” 권양숙 여사 진술 확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미국 맨해튼 소재 고급 아파트 매입과 관련된 100만 달러(13억원)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65) 여사에 대한 서면 조사까지 마쳤다. 검찰 수사가 이미 13억원의 출처 쪽으로 향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전날 권 여사로부터 서면 답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연씨와 권 여사의 서면 답변서는 A4용지 20여쪽 분량으로 전날 오후 늦게 검찰 측에 전달됐다. 당초 정연씨 서면 답변을 검토한 뒤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이 권 여사까지 조사한 이유는 아파트 매도자 경연희(43·여)씨에 대한 조사에서 “정연씨로부터 아파트 매입자금으로 13억원을 받았고, 이 돈은 권양숙 여사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의혹을 폭로한 전직 미국 카지노 매니저 이달호(45)씨도 앞선 조사에서 “경씨가 노 전 대통령 가족을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권 여사와 정연씨는 답변서에서 13억원을 경씨에게 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환치기 수법으로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자금의 출처 확인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권 여사 모녀에 대한 직접 소환 등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환치기 수법으로 돈이 건너간 과정에 대해 권 여사와 정연씨 모두 부인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소환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 “나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여사와 정연씨의 소환이 실제 이뤄질 경우 검찰의 이른바 ‘노무현 비자금’ 수사의 본격적인 재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18분의 마법에 빠진 청중들’

    ‘18분의 마법에 빠진 청중들’

     “인간은 못 될지언정 ‘꼰대’는 되지 맙시다.” 무대에 오른 심보선 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가 입을 열자 청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심 교수는 “꼰대는 사전적으로 노인이나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지만, 일상적으로는 권위주의적이거나 자기만 옳다고 믿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외부의 평가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나도 모르게 타인을 코너로 몰아넣는다면 바로 꼰대로 늙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가 “꼰대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서글픈 괴물이 된다는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하자 객석에서는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24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열린 테드x홍릉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18분의 마법’에 한껏 빠져들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다섯 명의 연사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18분씩 털어놓았다. 100여명에 이르는 청중들은 강연 내용에 웃고 울었고, ‘생각할 꺼리’를 찾았다. 처음 연단에 선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뮤지컬 평론가답게 “삶을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한번의 공연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번 찾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그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진정 가치있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은 필연적인 운명인 죽음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시각을 소개했고, 이창준 KIST 박사는 알츠하이머와 헌팅턴·파킨슨병 등 노화와 연관된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자신의 연구를 청중들의 눈높이에서 풀어나갔다.  이날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연사는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부장이었다. 지체장애아인 7살 수민이의 엄마이기도 한 홍 부장은 수민이가 태어나 소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완치가 되면서 함께 나이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또 암 후유증으로 얻은 하반신 마비와, 여기에서 느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이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녀가 함께 맞서 싸운 과정 등을 소상하게 밝혔다. 이날 청중으로 참석한 정민영씨는 “딸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라고 가르치면서, 함께 싸워나가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나 역시 주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작은 관심이 자존감 높여주고 꿈도 찾아줘”

    “작은 관심이 자존감 높여주고 꿈도 찾아줘”

    “이모, 밥 주세요. 완전 배고파요.” “그래, 알았어. 삼겹살이 맛있어. 학교는 어땠어?” 윤태순 서울보호관찰소 범죄예방위원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을 열일곱 살 기훈(가명)이에게 가져간다. 도란도란 모자 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여느 가정집의 저녁같은 풍경이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학생들 사이사이 어른들이 앉아 한 주간의 대소사를 털어놓는다. 다른 점이라면 갈취 등으로 구속 전과가 있거나 학교폭력 가해자 등 비행 청소년들과 현직 경찰, 지역주민 봉사자가 함께한 자리라는 점이다. ●화요일마다 ‘따뜻한 힐링캠프’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망우3치안센터 2층. 매주 화요일 오후 2~9시에 이렇게 조촐하지만 따뜻한 만찬이 마련된다. 서울경찰청 소속 스쿨폴리스(학교지원경찰관)가 주축이 돼 동부지원교육청, 지역아동센터, 중랑경찰서, 봉사자가 함께 이끄는 작은 ‘힐링캠프’이자 지역 청소년 모임방이다. 이곳에서는 학교폭력과 비행으로 2회 이상 경찰의 조사를 받았거나 소년보호관찰소, 소년원 등에 수감된 전력이 있는 학생 24명이 전문가와 함께 대화와 상담을 하고 식사도 함께 한다. 규율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라 전문적인 심리치료나 교육프로그램은 하지 않는다. 그저 친구나 가족처럼 일상생활을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매주 이곳을 찾는다. 지난 3월 문을 연 뒤 처벌 전과가 있는 8명 가운데 재범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상인(서울청 소속 스쿨폴리스) 경위는 비결을 ‘관심’이라고 말한다. “밖에 나가면 질시받는 애들이잖아요. 살갑게 말을 들어주고, 밥 챙겨주고, 그런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적 없는 애들이다 보니 작은 관심이 자존감을 높여주고 마음도 녹이는 것 같아요.” 학교를 그만뒀던 이진수(가명·17)군은 이곳에 나오면서 중학교 3학년으로 복학했다. 가출을 일삼다 지난해 오토바이 날치기와 갈취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이 경위의 끈질긴 관심과 애정 덕분에 마음을 다잡았다. 사회복지사 등의 조언을 듣고 아버지와 화해하는 법도 배웠다. 지금은 아버지가 근무하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도 번다. 이군은 “이 경위님이 면회까지 와주시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싱긋 웃었다. 배우를 꿈꾸는 이군은 이 경위의 소개로 인근 서일대학교 소속 조교에게 연기지도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교 연극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다. ●함께 저녁 만들어 먹으며 고민 나눠 단짝 친구가 가정불화로 자살한 후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미영(17·가명)이도 올 3월부터 이곳을 찾으며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있다. 또래 학생과 어울리며 수다도 떨고, 상담을 받으며 안정을 찾았다. 모임방 관계자들은 평소 딸 양육에 소홀한 엄마에게도 상담을 받도록 주선하는 등 모녀관계 회복도 돕고 있다. 봉사자 윤태순씨는 “내 아들, 딸 같아서 좋아요. 같이 장보고, 음식도 만드는데 애들이 고민 털어놓을 때 보람을 느껴요.”라며 웃었다. 글 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모녀 성폭행’ 사냥꾼, 어디로 도망갔나 했더니

    ‘모녀 성폭행’ 사냥꾼, 어디로 도망갔나 했더니

    지적 장애 부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냥꾼’ 이모(47)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20일 지적장애가 있는 모녀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이씨를 영광의 한 모텔에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냥꾼으로 알려진 이씨는 지난 2월 초부터 보성군 노동면 A씨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A씨 아내와 딸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A씨가 집을 나간 후 A씨의 딸(17)과 결혼을 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또 A씨 통장에서 2000여만원을 인출하는 등 가족에게 지급된 장애인 수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지적 장애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난 16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씨가 잠적하는 등 경찰의 부실수사 등을 질타하는 여론이 방송 이후 들끓었다. 경찰은 현재 확인된 상습 폭력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장애인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성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지적장애 모녀 폭행 ‘보성 사냥꾼’ 검거

    지적 장애 부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냥꾼’ 이모(47)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전남 보성경찰서는 20일 지적장애가 있는 모녀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이씨를 영광의 한 모텔에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냥꾼으로 알려진 이씨는 지난 2월 초부터 보성군 노동면 A씨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A씨 아내와 딸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A씨가 집을 나간 후 A씨의 딸(17)과 결혼을 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또 A씨 통장에서 2000여만원을 인출하는 등 가족에게 지급된 장애인 수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지적 장애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난 16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씨가 잠적하는 등 경찰의 부실수사 등을 질타하는 여론이 방송 이후 들끓었다. 경찰은 현재 확인된 상습 폭력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장애인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성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중증장애인·가족들 ‘꿈의 제주여행’

    “특별여행에 당첨돼 너무 기쁩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데리고 소풍 한 번 가지 못해 늘 안쓰럽고 미안했지요.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행복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 떠날 날만 기다렸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김경희(여·가명)씨는 모처럼 떠나게 된 제주여행이 꿈만 같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서울시에서 마련한 ‘행복 만들기 국내여행’(여행 바우처) 프로그램 덕분이다. 경제적·신체적 제약으로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국내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씨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다가 몇 년 전부터 몸이 아파 직장도 그만두고 기초생활급여로만 어렵게 생활하던 차에 주민센터로부터 ‘행복만들기 국내여행’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됐다. 딸은 지적장애 1급이다. 김씨 모녀는 다른 1~2급 중증장애인 및 보호자 등 19명과 함께 18~19일 1박2일 제주도 여행을 즐기게 된다. 봉사자, 의료진도 동행한다. 서울시는 평소 장거리 여행은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을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했다. 거동하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이동이 편한 코스 위주로 여행을 구성했다. 첫날 제주시 연동에 자리한 한라수목원과 가파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송악산 전망대를 둘러본 뒤 최남단 마라도 답사에 나선다. 이튿날 서귀포 중문단지로 건너가 서커스 요람인 해피타운에서 중국 기예단 공연을 즐기고 올레길 산책에 이어 천지연폭포, 돌고래 쇼, 세계평화박물관 관람으로 끝을 맺는다. 시는 여행 대상자들에게 여행정보제공 등을 제공하고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회원제 카페를 운영한다. 여행일정 등을 자세히 확인하려면 ‘행복 만들기 특별여행’ 카페 (cafe.daum.net/seoulhappytrip)를 방문하면 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메디컬 팁] 하계 인턴십 지원자 모집

    하계 인턴십 지원자 모집 한국화이자제약(대표이사 이동수)은 국내외 4년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2012 하계 인턴십프로그램 지원자를 모집한다. 지원자격은 국내외 4년제 대학생 및 대학원생 중 2012년 8월 또는 2013년 2월 졸업예정자이며, 15일 오후 6시까지 한국화이자제약 입사 지원페이지(http://pfizercareers.com/apply)에 자유양식의 국영문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된다. 제1회 광동암학술상 시상식 대한암학회와 광동제약이 공동제정한 제1회 광동암학술상 수상자로 고영혜(삼성서울병원 병리과)·이미가엘(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박숙련(국립암센터 내과) 박사가 선정돼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암학회 정기총회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각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학회 측은 “공인된 국내외 학회지나 SCI저널에 암학회지를 인용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를 심사 대상으로 했다.”면서 “이 상이 암 관련 기초·임상연구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유전학 김현주 교수 영입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임상유전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희귀질환의 대모’로 불리는 김현주 교수를 석좌교수로 영입하고 국내 최초로 희귀난치성 유전 질환자를 위한 유전상담클리닉을 개설했다. 상담 및 진료문의(032)460-2172. 이메일 hyonjk@gilhospital.com 유방암 극복 수기 공모전 한국유방암학회는 ‘유쾌(乳快)한 모녀의 P.S I Love You’ 공모전을 개최한다. 유방암 극복에 가족과의 정서적 유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이 공모전은 유방암 환자와 여성 가족을 대상으로 이달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사연은 이메일(story@kbcs.or.kr)로 접수하며, 입상자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된다. (02)318-2262.
  • 콜롬비아 난민 삶의 희망 ‘카니발’

    콜롬비아 난민 삶의 희망 ‘카니발’

    남미의 북서부 콜롬비아는 우리에게는 커피로 유명한 나라이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내전이 계속되면서 매해 3500여명이 사망하고 난민은 300만명에 이른다. 난민들은 빈민촌에 모여 가난 속에서 마약과 각종 범죄에 노출된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가난보다 괴로운 난민에 대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맛보는 날이 있다. 일 년에 단 사흘, 살아남은 자들의 화합의 춤판, 바랑키야 카니발이다. EBS는 11일 밤 9시 50분 ‘다큐 프라임’에서 콜롬비아 RCN TV와 공동제작한 ’치유의 축제, 바랑키야 카니발’을 방송한다. 유럽 가톨릭 전통에서 시작한 카니발은 남미에서 유럽인과 아프리카인, 인디오 모두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2월, 콜롬비아의 제1 항구도시 바랑키야에서 열리는 이 카니발은 규모로 치면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다음, 남미에서 두 번째를 자랑한다. 모두가 즐거운 축제이자, 고향을 떠나 힘들게 살아가는 콜롬비아 난민들에게는 고통을 치유하는 축제로도 사랑받는다. EBS와 RCN TV 제작진은 콜롬비아 난민 마을인 말람보 마을 아이들이 바랑키야 카니발에 출전하는 모습을 따라간다. 그저 바랑키야에 가서 춤추고 즐기면 되는 축제인 듯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걸림돌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돈이 문제다. 의상비와 교통비, 악단 초청비, 식음료비 등 돈 들어갈 곳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돈을 댈 만한 능력이 없다. 14년째 무료로 말람보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친 도리스(49)와 카렌(23) 모녀도 난민이긴 마찬가지이기에, 춤추는 것 외에는 도움을 줄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카니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춤을 추는 순간에는 뭔가 사람들의 존중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그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는 카렌은 아이들에게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말람보의 난민 아이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들이고,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경험은 카니발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마약과 폭력, 성매매를 피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도리스와 카렌 역시 춤으로 구원을 얻었다. 도리스에게도 이들에게 카니발은 한마디로 ‘희망’이다. 도리스는 아이들을 위해 공장과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카니발에 나갈 수 있는 후원금을 모은다. “춤을 추는 순간에는 위로를 느낀다.”는 로시세라(12)와 말람보 아이들에게 기적은 일어날까. 방송에서는 도리스와 카렌 모녀를 통해 콜롬비아 내전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고, 아픔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이야기하면서 난민들의 삶과 카니발 이야기를 촘촘히 풀어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윤희씨는 ‘겹쌍둥이’ 4남매의 엄마다. 올해 아홉 살인 승주와 승아는 1분 차이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자매다. 그리고 세 살 터울의 동생 승예와 승휘도 역시 1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쌍둥이다. 10만분의1의 확률로 태어난다는 겹쌍둥이. 미숙아로 태어났던 아이들이기에 윤희씨는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다. ●빅(KBS2 밤 9시 55분) 윤재의 모습을 한 채 돌발 행동을 하는 경준 때문에 다란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윤재와 세영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경준은 윤재의 몸을 빌려 세영을 만나 둘의 사이를 밝혀내려 한다. 한편, 미국에서 경준을 좋아해 따라다니던 자칭 약혼녀 장마리(배수지)는 한국으로 간 경준과의 연락이 갑자기 되지 않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메디컬 스토리 닥터스(MBC 오후 6시 50분) 경북 청도군에서는 토마토 수확이 한창이다. 25년째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박천석, 최영순 부부는 손수 농사지은 토마토를 매일 챙겨 먹고 있다. 이들 부부가 토마토에 푹 빠진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집안 내력으로 내려오는 당뇨병을 토마토 덕분에 이겼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백세건강스페셜(SBS 낮 12시 30분) 폐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약해지면 여러 가지 질환에 걸리기 쉬운 장기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폐질환 중 하나인 기흉은 다른 여러 가지 질환과 혼동되기 쉽다. 방치할 경우엔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에서는 기흉이 발생하는 원인과 수술법, 그리고 생활습관에 대해서 알아본다.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어려서부터 심한 아토피와 유난히도 까다로웠던 예영이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둘째 아들 예서처럼 예쁘지가 않다. 엄마와 예영이를 부딪치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계획적이지 않은 아이의 생활습관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갈등하며 서서히 지쳐가는 모녀, 엄마의 차가운 시선이 깊어질수록 아이는 점점 멀어져 간다. ●심연의 악마들(OBS 밤 10시) 생물학자이면서 낚시광인 제러미 웨이드는 골리앗 타이거피시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 강으로 떠난다. 녀석은 칼처럼 날카롭고 단단한 이빨로 작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악어까지도 공격한다. 전 세계의 강을 통틀어 가장 사나운 폭군, 골리앗 타이거피시와 제러미 웨이드의 무시무시한 사투를 함께한다.
  • 유엔 “北, 신숙자씨 강제구금… 즉각 석방하라”

    유엔 “北, 신숙자씨 강제구금… 즉각 석방하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통영의 딸’ 신숙자씨와 딸들이 북한에 강제 구금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엔 측이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측이 신씨 모녀를 강제 구금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신씨 모녀의 송환을 비롯, 북한의 인권 실태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인권단체인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산하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신씨와 두 딸이 북한에 강제 구금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유엔 실무그룹이 밝힌 요구서에 따르면 북한이 임의 구금한 신씨와 두 딸을 즉시 석방하고, 이들을 임의 구금한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을 명시했다. 또 신씨가 북측 주장대로 사망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도 요구했다. 실무그룹은 이 같은 입장과 요구서를 ICNK 측과 함께 북측에도 동시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결정은 유엔 북한인권 보고서에도 공식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신씨의 남편 오길남씨는 이날 회견에서 유엔 측 입장에 대해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두 딸을 가슴에 안을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씨가 숨졌다면) 북한으로부터 신씨의 유해를 돌려받기를 바라며, 한국이든 독일이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두 딸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CNK 측은 북한이 신씨를 강제 구금한 상태에서 숨지도록 방치했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 문제를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측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북측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는 미지수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유엔 실무그룹의 입장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 의견을 존중해 최대한 조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춤추는 고두심’ 만난다…연극 ‘댄스레슨’으로 파격변신

    ‘춤추는 고두심’ 만난다…연극 ‘댄스레슨’으로 파격변신

    ‘국민배우’ 고두심이 연극 ‘댄스레슨’(연출 김달중, 제작 CJ E&M)으로 5년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다. 오는 7월 24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연극 ‘댄스레슨’은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한 중년 여인이 방문교습 댄스강사로부터 6주 동안 6가지 댄스를 배우면서 춤을 통해 진정한 자아와 희망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춤추는 고두심’의 파격적인 모습을 예고한다. 국민배우 고두심의 출연만으로도 평단과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연극 ‘댄스레슨’은 2001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초연 이후 2003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1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20개국, 50개 이상의 프로덕션에서 공연된 검증된 명작으로서 한국 초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음악과 춤, 코미디가 공존하는 이 작품은 나이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수밖에 없는 깊이가 있는 매력적인 코미디’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어 왔다. 고두심이 연극을 통해 선보일 춤은 스윙, 탱고, 비엔나왈츠, 폭스트롯, 차차차, 컨템포러리 댄스로 총 여섯 장르에 달한다. 그녀는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완벽한 춤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바쁜 드라마 촬영 일정 속에서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댄스 연습에 매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고두심은 더블 캐스팅 없이 단독으로 모든 공연을 소화하기로 해 작품에 대한 열정과 애정, 강한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다. 고두심과 함께 연극을 이끌 상대역 ‘댄스강사’로는 배우 지현준이 낙점됐다. 지현준은 SBS ‘기적의 오디션’ 방송을 통해 바이올린 연주와 열정적인 탱고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나이,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선보일 연극 ‘댄스레슨’은 그 동안 최루성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기존의 모녀연극과 차별화된 내용으로, 특히 여성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고두심의 새로운 연기 인생의 시작을 알린 ‘댄스 레슨’은 7월 24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티켓 예매는 6월 12일부터 가능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건 Inside] (33) 장난에서 비롯된 맹신이 낳은 세모녀의 비극

    [사건 Inside] (33) 장난에서 비롯된 맹신이 낳은 세모녀의 비극

     지난 3월 6일 한 여성이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모텔로 들어왔다. 딸들의 표정이 약간 어두운 듯 했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틀 뒤 객실 청소를 하러 들어간 모텔 직원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작은 딸(6)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큰 딸(10)은 이불에 둘둘 말려 침대와 창문 사이 공간에 방치돼 있었다. 화장대 위에는 유서로 보이는 편지도 발견됐다. 엄마 권모(38)씨가 두 딸을 살해하고 자취를 감춘 것이 유력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볼 때 권씨가 자살할 장소를 찾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 수색에 나섰다. 자살을 하기 위해 부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권씨는 결국 10일 새벽 모텔 인근 공중화장실서 경찰에 붙잡혔다. 권씨는 자신의 손을 묶은 채 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옥상에도 올라가봤지만 끝내 목숨을 끊지 못했다고 했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욕조에서 큰 딸을 익사시킨 것도, 잠 자던 둘째 딸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킨 것도 자신이라고 말했다. 또 빚이 많아서 죽을 결심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사건은 가난이 원인이 된 참극으로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비정한 엄마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명령을 받았어요. 아기를 죽일 수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문자로 지령 내리는 희한한 신 ‘시스템’의 정체는  권씨가 양모(32)씨를 만난 것은 2010년 9월 학부모 모임에서였다. 나이 차는 꽤 있었지만 권씨는 자신을 잘 따르던 양씨를 동생처럼 여겼다. 같은 나이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도 금방 형성됐다.  당시 남편과의 불화로 마음앓이를 하고 있던 권씨는 ‘절친’인 양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털어놨다. 스스로를 모 국립대학교 교직원으로 소개한 양씨라면 평범한 주부인 자신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권씨만의 생각이었다. 양씨가 자신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포장한 것은 단지 질투 때문이었다. 권씨의 딸이 자신의 아들보다 똑똑한 것을 시기한 양씨가 자신이 뒤쳐져보이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언니, 사실은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내가 잘 사는데는 다 이유가 있어.”  어느 날 양씨는 권씨에게 희한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멋진 삶을 누리는 것은 ‘시스템’의 지시를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동한 권씨는 양씨의 말을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일단 시스템에 가입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령이 오는데 이것을 그대로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허무맹랑한 이 이야기는 양씨가 권씨를 골리기 위해 반장난식으로 꾸며낸 것이었다. 하지만 순진한 권씨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처음에는 양씨는 권씨에게 “양씨의 집 문 앞에 피자를 가져다 놓아라.”는 등 사소한 지령들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잘 따라 하는 권씨를 보면서 양씨는 점점 욕심이 생겼다. 문제는 양씨가 단순한 욕심에 그친 것이 아니라 평소 질투하던 권씨의 딸들에게까지 화살을 돌렸다는 점이다.   ●뜨거운 음식 19분안에 먹기…잔혹한 아동학대 뒤 살해 명령까지  시스템의 지령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했다. 지령은 크게 금전적인 것과 교육적인 것으로 나뉘었다. 처음에는 기계 등록비 명목으로 뜯어내던 돈은 점차 액수가 커졌다. 권씨는 불법 사금융에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2년간 1억 4000만원을 시스템에 바쳤다. ‘시스템’인 양씨는 이 돈을 가지고 명품 가방을 사는 등 모두 탕진했다. 돈 갈취보다 심한 것은 교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였다. 어린 딸들을 전주역 공중화장실에 매일 12시간씩 서있게 한다든지 노숙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예삿일이었다. 심지어 하루에 라면 한끼만 먹게 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19분안에 강제로 먹도록 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이 명령을 지키지 못하면 대나무 몽둥이로 50대씩 때리라고까지 했다. 때로는 양씨 스스로 매가 부러질때까지 아이들을 폭행했다. 때리다 힘이 부치자 내연남 조모(38)씨까지 끌어들였다.  권씨는 이 모든 지령을 순순히 따랐다. 입단속을 위해 아이들에게 거짓말까지 시켰다. 2년동안 권씨가 ‘시스템’의 지령을 어긴 것은 단 두번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범행이 길어지고 편취한 돈이 늘어나면서 양씨는 점점 범행이 들통 날까 두려워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권씨 가족과 함께 보내고는 있지만 언제 꼬리가 잡힐 지 모르는 일. 양씨는 다시 한번 지령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편은 물론 친정 어머니, 언니 등 주변 모든 가족들과 연락을 끊어라.”, “너와 남편은 잘못된 인연이다.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이혼을 결심한 권씨에게 ‘시스템’은 더 잔혹한 지령을 내렸다. 아이들이 죽으면 쉽게 이혼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살해 방법까지 알려준 것이다. 양씨는 한 TV 드라마에서 사고사를 가장해 사람을 질식시켜 죽이는 장면을 보고 권씨에게 따라할 것을 지시했다. 한술 더 떠 권씨에게 아이들을 죽인 뒤 자살하라고까지 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세 모녀의 목숨까지 요구한 것이었다.   ●비정한 엄마, 검사에게 보낸 편지에 뒤늦은 후회만  권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황당 그 자체였다. 하지만 권씨가 받은 시스템의 문자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사건에 양씨가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숨진 두 딸이 다니던 학교와 어린이집 선생님, 권씨의 남편과 친정 식구들 등을 조사한 결과 양씨의 엽기적인 범행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4월 권씨를 살인 혐의로, 양씨는 살인방조,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아이들을 폭행하는데 가담했던 양씨의 내연남 조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장난으로 시작한 ‘가짜 종교 놀음’은 세 모녀를 지옥같은 삶으로 빠져들게 했다. 익사한 큰 딸이 욕조에 들어간 것도 “물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양씨가 있는 전주에 가야한다.”는 엄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고통을 받는 것 보다 차라리 물에 빠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경찰 관계자들도 양씨와 권씨, 조씨가 자행한 아동학대 혐의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 잔혹함에 몸서리를 쳤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과정에서 ‘시스템’이 양씨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권씨는 뒤늦게 오열했다고 한다.  재판을 기다리며 구속 수감 중인 권씨는 담당 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삶에 대한 확신이 없어 거짓 종교에 휘둘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함께 앞으로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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