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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암매장’ 희생자 신원확인

    80년 5 ·18 당시 진압군에 사살돼 암매장된 사람은 전남보성 출신 박병현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살해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김영길씨(47·서울거주)는20일 “양심고백 내용이 당시 고향으로 함께 내려가다 변을당한 친구 박병현(당시 25)이를 정확히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80년 5월 23일 광주에 사는 고향선배 집에서 병현이와 함께 식사한 뒤 모내기를 위해 고향 전남 보성군 노동면 거석리으로 내려가다 인성고 뒤편 한 저수지 부근에서공수부대원들을 만났다”며 “나는 저수지 배수로를 따라도망가 보리밭에 숨어 있었는데 친구가 달아난 방향에서 곧총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사살된 박씨는 뒤늦게 5·18 관련자로 인정받아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5ㆍ18묘역에 안치돼 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동두천 ‘식수 대란’ 모내기도 비상

    계속된 봄 가뭄으로 경기 북부와 강원 철원 등 한탄강 수계지역에서는 수돗물과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되고,모내기에차질을 빚는 등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동두천시는 13일 오후 2시50분 한탄강 하류 연천군 청산면대전리 동두천취수장 수위가 0m를 기록하자 취수를 포기,중앙·보산·소요·생연2동 등 시 전역 7개동 2만2,000여 가구에 대한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세면과 취사용은 물론 식수마저 부족해진 주민들은 비상급수차 앞에 장사진을 치고 약수터를 찾아나서는등 큰 혼란을 빚고 있다. 동두천시의 급수 재개를 위해서는 최소 30㎜의 비가 와야하지만 일기예보는 15∼16일 한차례 10㎜의 강우만을 예보,급수 전면 중단이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불편이 극심해질 전망이다.한탄강 일대는 물 줄기가상류 지역부터 메말라 모내기철을 맞은 농민들이 논에 물을대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하류 지역인 연천에서는 지난 7일부터 1,000여 농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고문리양수장의 수위가 3.9m(만수위 7m)까지떨어졌다.이에 따라 고문·통현·은대리 일대의 농업용수 공급이 10시간 동안 중단됐고 9일 오후부터는 양수작업마저 중단돼 농민들이 인근 지하수를 길어 공급하고 있다.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 파주취수장은 식수원 고갈이 우려되고 있으며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 나타난 민물참게도 거의자취를 감췄다. 연천군은 주변 지천에서 물을 구해다 모내기용 논물을 공급할 계획이며 소방차를 동원한 응급 급수와 소형 관정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상류인 강원 철원지역도 현무암 강바닥이 드러나 철원평야농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철원·김화지역의 주요 수원인남대천의 경우 상류 지역인 김화읍 생창리 용량보를 비롯해생창양수장,역전양수장, 신벌양수장, 승지골양수장과 신보(堡) 등의 물줄기가 끊어졌다. 이 때문에 김화읍 농민들이 논에 물을 대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으며 철원군은 예비비 6,300만원을 긴급 투입,87곳에 간이 용수원을 설치하고 소형 관정 30개를 파기로 하는한편 47곳에는 대형 암반 관정을 개발하기 위해 강원도에 14억여원의 지원을 요청키로 했다. 철원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66㎜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4.1㎜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다. 동두천 한만교·철원 조한종기자 mghann@
  • ‘量에서 맛으로’ 벼농사 바뀐다

    “다수확이냐,맛이냐” 70년대 통일벼 육성으로 쌀 자급의 기초를 마련한 농촌진흥청이 앞으로 벼농사의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에빠졌다. 그동안 당면과제인 식량 자급화를 위해 맛보다 수확량이뛰어난 벼 품종재배에 힘을 쏟아왔으나 최근 들어 쌀소비감소에 따른 재고량 증가 등으로 궤도수정의 기로에 서게됐다. 쌀 재고량은 계속된 풍작으로 96년 169만2,000석에서 지난해 731만6,000석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예상 재고량은 1,000만석이 넘을 전망이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96년 104.9㎏,97년 102.4㎏,98년99.2㎏, 99년 96.9㎏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쌀 재고분을줄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추곡수매한 일반미 5만3,400석을처음으로 소주 원료로 공급하기로 하는 등 쌀 소비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다수확이란 명분보다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쌀’ 생산으로 소비를 늘린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4일 충남 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전국농촌진흥기관장결의대회’는 최근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쌀생산 목표를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실천 방안을 시달하던 예전의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대신 ‘맛있는 쌀’ 생산에 초점을맞추고 밥맛 좋고 윤기가 나는 ‘수라벼’와 ‘일품벼’,‘동안벼’ 등의 품종을 90%까지 확대 재배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밥맛을 떨어뜨리는 병해충,벼 쓰러짐(도복),풍수해 등의 방지에 적극 대응하고 밥맛을 결정하는 완전미비율을 높이기 위해 종자 소독,육묘관리,적기 모내기 등을지도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또 돌발 기상재해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04년까지 전국 157개 시·군농업기술센터의 자동기상관측장비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기온·습도 등 기상정보와 더불어 일사량.토양수분.결로시간 등 농업정보를 실시간으로제공키로 했다. 그러나 다수확이 아닌 맛 연구에 벼농사목표를 두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식량자급은 한 국가의 안보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인데다 아직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도가 30%를 밑돌아 다수확 대신 맛을 선택하는 농법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양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 ‘식량의 무기화를 막을 수없다’는 것이다.실제로 80년대초 우리가 냉해를 입어 수확량이 전년도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2,800만석에 머물렀을때 국제 쌀거래 가격은 톤당 240달러에서 480달러로 급등했던 적이 있다.때문에 쌀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급해야 된다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다수확과 맛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목표가 아니며 다만 올해부터는 다수확보다 맛을 위한 노력을 더 들일 뿐”이라며 “다수확이 가능하면서도 맛이 뛰어난 품종 육성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농진청이 풀어야할 앞으로의 과제인 셈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수원 476호' 수확량 40% 많아. ‘그래도 다수확을 위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21세기는 환경오염에 따른 기상재해 등으로 식량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쌀재배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농촌진흥청은 병해충에 강하면서도 생육기간이 짧고 수확량은 기존 벼품종 보다 2∼3배나많은 10a당 1,000㎏을 생산하는 ‘슈퍼 쌀’ 개발 연구를한창 진행하고 있다.남북통일 이후 식량 자급에 대비하기위해서다. 농진청은 최근 이 초다수 품종 육성의 전단계로 기존의벼보다 수확량이 40%나 많은 ‘수원 476호’ 품종을 개발,지역 적응시험을 거쳐 농가에 보급키로 했다. 최근 개발한 수원 476호는 현재 농가에 보급돼 있는 일반벼보다 300∼400여㎏이나 많은 10a당 800㎏을 생산한다. 병충해에 강하고 밥맛도 비교적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월 경기도 이천시 새해영농설계교육장에서 처음선보인 수원 476호는 중부와 남부지방에서 시범재배한 결과,전국 평균 쌀수확량 보다 50%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초다수성 품종 등은 당장 농가에 보급되지는않을 전망이다.수해·냉해 등 기상재해가 발생해 쌀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농가에 즉시 보급 한다는게 농진청의 전략이다.식량의 안보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쌀 생산비 절감을 위해 현재 ㏊당 328시간 소요되는 노동시간을 2004년까지 57% 수준인 189시간으로 줄이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농진청 양세준 연구관은 “기존 10∼12년 걸리던 품종개발 기간을 5∼8년으로 단축하는 꽃가루배양법 육종기술을갖고 있는 등 우리의 벼 육종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이런 기술을 토대로 2004년안에 초다수성 품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일품벼’ 우리쌀중 밥맛 최고. 밥맛은 어떤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일까.오랫동안 쌀을 주식으로 해온 우리에게 궁금한 것 중 하나다. 밥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많지만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품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꼽히고 있는 품종은‘일품벼’로 일본에서 자랑하고 있는 ‘고시히까리’‘히또메보레’등 보다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품벼는 90년 작물시헙장 수도육종연구진에 의해 다수확종인 삼남벼에 밥맛이 좋고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이나바와세를 인공교배하여 개발한 품종이다.91년부터 장려품종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경북지역에서 품질인증미로 생산되고있다. 일품벼는 뛰어난 밥맛과 다수확성에도 불구,병에 약하고가공수율(벼를 찧어 쌀을 회수하는 비율)이 추청벼에 비해3∼4% 정도 떨어져 농가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벼알이 익을때 기상 조건이 나쁘다든가 알거름을 주거나일찍 물을 빼도 밥맛이 나빠진다.수확한 다음 벼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급히 말리거나 지나치게 말려도 밥맛이 나빠진다. 쌀을 서늘한 곳에 저장해 두지 않아도 밥맛이 나빠지는데벼를 수확한 다음 수분이 많은 벼는 섭시 40도 이하의 건조하고 더운 바람으로 말리는 게 좋다.도정하기에 가장 알맞은 벼의 수분은 16% 전후이다. 우리는 대개 약간 차진 밥을 좋아하지만 그 차진 정도가너무 지나쳐도 좋지 않다. 밥의 담백한 맛에는 유리 아미노산 중 글루타민산,아스파라긴산 및 아기닌산 등과 옅은 단맛 성분의 당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아침밥 꼭 챙겨 먹읍시다”. “아침밥을 꼭 챙겨 먹읍시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고심중인 농협과 전북도가 아침 식사하기 운동을펼치고 나섰다.쌀 소비량 감소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가 직장인들의 절반 가량이 아침식사를 거르기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농협 전북지역본부와 전북도,농업경영인연합회 등은 지난23일 전주코아호텔 앞에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을벌였다. 절편과 인절미 등 떡과 전북산 쌀인 ‘EQ-2000’등도 시식용으로 나눠줬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아침식사를 거를 경우 두뇌 회전에 필요한 포도당 부족으로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질뿐아니라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점심·저녁때 과식으로 이어져 영향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 농림수산성과 식량청의 자료(www.rim.or.jp)에 따르면 ▲어떤 반찬하고도 잘어울리며 ▲쌀 단백질은 소화흡수가 잘되고 콜레스테롤 걱정도 없으며 ▲혈당이 서서히 상승해 장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스태미너 유지에 도움이 된다 ▲빵이나 감자등에 비해 비만의 원인이 되는 인슐린의 분비를 완만하게 해준다고 쌀밥의 장점을 열거하고 있다.식량청은 밥보다는 불규칙한 식사가 비만의 원인이라며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는것이 활기찬 생활과 다이어트의 기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전북도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3.6㎏으로 나타나 5년 전의 120∼130㎏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에 5년 연속 풍년으로 쌀 재고량은 크게 늘었다.지난달 말 현재 도내 농협이 직영하는 미곡종합처리장 29곳에보관중인 쌀 재고량은 5만7,366t으로 집계됐다.이는 1년전의 4만5,000t보다 27.5% 가량 늘어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쌀 소비가 감소하는데다 재고량은 늘어나면서 농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보관 비용만 늘어나는등 적잖은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건강도 지키고 농민도 돕는 ‘아침밥 거르지 않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폭설’ 농사엔 보약

    겨우내 도로를 빙판으로 만들어 짜증스러웠던 폭설이 농번기를 앞둔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6일 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3,277개 저수지의 저수율이평년을 크게 웃돌아 일찌감치 물걱정을 덜게 됐다고 밝혔다. 농업기반공사 저수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저수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86%를 오르내렸으나 산간지역 숲과 마을을덮었던 눈이 차츰 녹아내리면서 2월말 현재 95%를 기록하고있다.평년에 비해 10%가량 높은 것이다. 때문에 농민들은 저수지 물부족으로 모내기 때마다 지하수를 퍼 올리는 수고를 덜게 됐다. 또한 산림 곳곳에 쌓인 눈이 나무와 낙엽들을 적셔 산불도크게 줄였다.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산불횟수와 면적이 40건 22.25㏊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181건 179.44㏊에 비해 횟수는 22%,면적으로는 12%에 그쳤다. 성남 윤상돈기자
  • 北 농사 돕기 농민들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일 북녘못자리용 비닐보내기운동본부(상임대표 鄭光勳)를 결성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0월 북의 ‘조선농업근로자동맹’으로부터 ‘비료보다 시급한 것이 못자리용 비닐’이라는 얘기를들었다”면서 “북에서 볍씨 파종이 이뤄지는 3월까지 100m짜리 못자리용 비닐 4만개(6억원 어치)를 마련해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임대표는 “앞으로 한달간 전국적으로 모금 캠페인과 우리 농산물 판매,다과회,야외 콘서트 등을 통해 기금을 마련한 뒤 북한 기후에 알맞은 두터운 비닐을 주문제작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0m 비닐은 쌀 100가마를 생산할 수 있는 5,000평 논의 모내기에충당할 수 있다.북한은 연간 30만개의 못자리용 비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임대표는 “앞으로 종자·기술 교류는 물론 인적교류를 통한 ‘남북 품앗이’까지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면서 “남북 농민들이 통일의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운동본부측 관계자는 “비닐보내기운동은 농민들이 6·15남북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 내딛는 첫걸음”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농어민·中企人 새해소망/ 전남무안 농사꾼 임채점씨

    한눈 팔지 않고 농사일에만 매달려 온 젊은 농사꾼 임채점(林彩点·38·전남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씨는 요즘 심사가 편치 않다. 땅이 좋아 평생을 농투성이로 살리라 다짐했던 뜨거운 열정이 문득‘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닌가’하는 후회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근동에서 제일가는 대지주다.86년 군에서 제대한 뒤 물려받은 논은 3,000여평.10년만인 95년부터 5만여평(250마지기)으로 불어났다.이중 3만평은 임대료(2,400만원)를 주고 빌린 간척지 논이다.나머지 1만여평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지구입자금(5,500만원)을 보태샀다.그러나 20년 기한으로 해마다 조금씩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고 있어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임씨는 지난 가을 40㎏들이 벼 3,200가마를 거둬들였다.가마당 5만원씩 돈으로 환산하면 1억6,000만원이나 된다.트랙터·콤바인 수리비,품삯,농약대 등 비용을 제한다 해도 손에 쥐는 돈이 5,000만원을 웃돈다.또 올 여름 1만여평의 보리농사에서 1,000만원 수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창고에는 팔지 못한 벼가 1,000여 가마나 쌓여 있다.처음있는 일이다.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가격도 추곡수매가에비해 가마당 1만원이상 낮기 때문이다. “판로 걱정없이 농사만 짓고 싶다는 게 농사꾼들의 한결같은 소망입니다” 농사일을 거드는 부인 김연순씨(33)는 아들(5)과 함께 임씨의 든든한 후원자다. 임씨 부부는 “지난해 봄 유례없는 가뭄으로 간척지 논 3만여평에모내기한 벼가 모두 타죽는 바람에 심장박동이 멎는 줄 알았다”며“다행히 6월 중순 비가 많이 내려 모내기를 다시 하고 평년작을 거뒀다”고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임씨는 “농삿꾼의 자립을 위해 정부에서 저리로 지원하는 농지구입자금이 엉뚱하게도 노래방이나 다방 등을 하는 사람들에게로 일부 빠져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탁상행정이 아닌 확인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해에는 간척지 논에 밥맛이 좋은 품종을 집중적으로 심어소비자들이 찾아 오게 만드는 등 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정부도 봇물처럼 밀려드는 해외 농·축산물에 대비해 피부에 와닿는 대안을 철저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새해들어 마을 이장일을 맡게 됐다는 임씨는 “농촌생활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일해야 하는 등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다정한 이웃과정직한 땅이 있어 좋다”며 “벼 낟알이 들판에서 누렇게 익어갈때희열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
  • [외언내언] 서산농장 매각 이후

    현대건설이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분할 매각하고 있는 서산농장은 농사를 위한 담수호를 포함,서울 여의도의 48배에 이른다는 광활한땅이다.한바퀴 둘러보는데만,시속 40㎞로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3시간30분이 걸린다.유조선에 물을 담아 가라앉혀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 지었던,이른바 ‘정주영공법’으로 유명한 A지구 방조제에는,이 농장이 단일 경영 농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에 걸맞게 이곳에서는 기계화 영농이 이루어지고 있다.볍씨를 모내기 없이 비행기로 직접 뿌리고 농약살포와 수확 등 벼농사 전과정이 기계화돼 있다.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에는 88번의 손이 가야 한다는 쌀농사의 어려움이 담겨 있다.그 많은 과정들이 생략된 이곳에서는 단 100명의 농민이 최신 영농기술로 3,330만평의 농사를 짓는다. 따라서 쌀 생산단가도 일반 농가 보다 훨씬 저렴하다.즉 쌀 1가마를 생산하는데 일반 농가에서는 8만∼9만원이 든다면 서산농장에서는 5만원∼6만원 밖에 안든다.물론 미국의 생산단가 2만5,000원∼3만원에 비하면 높은편이다.그러나 간척지의 염기가 완전히 빠지는 3년후엔35,000원까지 생산단가를 줄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서산농장은 3차례에 걸쳐 북한에 보낸 ‘통일소’를 길러 낸 곳이기도 하다.B지구 목장에서 자라는 소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볏집과 쌀겨를 먹고 그들의 배설물은 다시 농장의 비료로 사용된다. 서산농장이 분할매각된 다음엔 어떻게 될까.환경단체들은 우선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가 사라질 것을 걱정한다.수천명의 일반인들이 농장을 나누어 소유하면 농약을 마구 쓰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철새 보호가 힘들게 되리라는 것이다.‘싹쓸이 추수’로 철새들의먹이감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해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새를 비롯 총 220여종 50여만마리의 철새가 날아 든다.철새 보호를 위한서산농장 매입운동,즉 또하나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그래서 시작됐다. 그러나 철새의 운명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농업경쟁력의후퇴다.한국 농업이 살 길은 농가부채 경감 등의 미봉책이 아니라 농업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제경쟁력 증진에서 찾아야 한다.그런데 서산농장이 분할 매각되고 소유자들이 각각 농사를 짓는다면 이곳의 쌀 생산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농림부가 “생산량은 더 늘어 날 것”이라고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은채 수수방관해서는 안될 일이다.서산농장의 소유자가 많아지더라도 지금처럼 쌀 농사만 짓는 절대농지로 유지하면서 단일영농법인이 과학적인 농사를 짓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영숙 논설위원실장 ysi@
  • [‘6.15’이후의 북한] (2)북한의 사회상

    9월 5일 황해도 구월산을 향해 달렸다.평양에서 약 48㎞.평양∼개성간 고속도로에서 황주를 지나 신천쪽으로 꺾어든 차는 은율쪽으로 달렸다.연백평야 넓은 벌에는 누런 벼이삭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군데군데 나타나는 옥수수밭에는 온통 누렇게 말라들어간 옥수수들이서 있었다.안내선생은 “가뭄 때문에 올해 농사가 큰 일”이라고 했다.며칠전 황주에 다녀왔다며 “올해는 작황이 안좋다”고 고개를 내젓던 김순권 박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구월산은 지난 97년부터 해외동포,외국인들에게 개방됐다.1150년전에 건립된 고려시대의 사찰 월정사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월정사관리인 길병호씨는 함흥화학공업대학에서 원유화학을 전공했으나 평생 월정사를 관리해온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평양을 떠나 산에 들어온 보기드문 인물이었다.그는 “월정사 극락보전은 북남을 통틀어 유일한 두공식 건물”이라며 “오대산 월정사도 이곳과 건립 연대가 유사한데 같은 월정스님이 지은 절이 아닌지,통일되면 꼭 가보려 한다”고 했다.부속건물인 명부전에는 주불인 지장보살 만이 휑뎅그렁하게 앉아있었다.주불을 보좌하는 금속제 부처 10쌍을 일제가 약탈해갔다는 것이다. 북에는 지금 ‘열대메기’ 열풍이 불고 있다.열대메기는 남아프리카원산의 민물고기로 4월에 부화하면 9,10월까지 최고 3㎏까지 성장한다.아무것이나 잘 먹고 고기맛도 좋아 각급 학교나 직장,기관들에서양어장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올해 3월 조성한 평양시내 서산호텔 양어장에도 어른 팔뚝만한 열대메기들이 우글우글했다. 호텔 부지배인 전룡운씨는 “호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가공해 사료로 쓰고 있다”면서 “앞으로 호텔손님들이 양어장에서낚시도 즐기고 잡은 고기는 요구대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몇 마리를 얻어다 숙소에 와서 구이와 매운탕을 해먹었는데 가물치 맛과 비슷했다.농촌에서는 모내기 후에 논에 열대메기를 풀어 키우는데 메기들이 벼뿌리를 들춰주고 벌레를 잡아먹어 농사도 잘되고 배설물은 거름이 된다고 한다.가정에서도 봄에 비운 김장독에 열대메기를 키워서 이제 잡을 때가 다 됐다는 얘기였다. 조선중앙TV는 맹렬한 금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었다.그런데 슬로건이 ‘금연’이 아니라 ‘담배조절’이라는 것이 흥미롭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제로가 아니라,건강에 폐해가 있고 부인들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것이 실례라는 것을 자각해서 스스로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김 위원장 자신은 재미언론인 문명자씨와의회견에서 담배를 끊었음을 밝힌 바 있다. 조선중앙TV가 권하는 담배 끊는 방법을 보면 “무 200g을 채 썰어서물은 짜버리고 설탕을 쳐서 먹은 후 담배를 피우면 담배맛이 없다”는 등 효과가 의심스러운 방법도 있다. 보통강호텔 식당에는 올해 29세의 처녀 접대원이 있다.모습도 태도도 아름다운 여성이다.왜 시집 안 가느냐고 했더니 “남자는 나이들수록 금값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안타까운 마음에 같은 식당의 28세 총각 접대원에게 “동무에게 장가 들면 어떠냐”고 했더니 “어린 처녀도 많은데 하필…”하면서 시큰둥한 표정이다.어찌된 일인지 북에는 처녀가 더 많다고 한다.명태가 넘쳐나던70년대에는 ‘조선에 많은 게 명태하고 여자’라고 했다니 말이다.남쪽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곧 처녀 기근현상이 심각해지리라는데이 문제도 통일로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취재중 가장 놀라웠던 점 가운데 하나는 대동강변에서 다운증후군 중학생을 목격한 일이다.학생은 행사연습을 하러 가는 듯 손에꽃을 들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걸어가고 있었다.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다.다운증후군 장애인의 얼굴은 세계적으로 모두 같다.남쪽언론은 지금까지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다.미관상 이유로 모두 이주시켜 버렸다”라고 보도해왔다.기자는 안내인에게 물었다. “평양에도 장애인이 있는가요?” “장애인이오? 아,불구자 말입니까? 있습니다.우리 동네 이발사가벙어리인데….그런데 왜요?”남쪽 언론의 ‘정설’을 알 리가 없는 안내인이 되물었다.그 대답은못하고 다시 물었다. “불구자들은 어떻게 사나요?” “인민학교,고등중학교까지는 정규학교에 같이 다닙니다.그 후에는불구자에 맞는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거쳐 사회에 진출하는데주로앉아서 하는 직업을 많이 갖습니다.대학시험에 붙으면 대학 측에서끝까지 공부할 수 있게 보장합니다.몸이 불편하면 교원이 집에 가서가르쳐 줍니다”평양에 ‘장애인’은 없다. 그러나 ‘불구자’는 있다.남쪽 언론의정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신준영기자 junyoung@. *평양서 만난 허혁필 민족화해협 부회장. 1961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지도원을 시작으로 조평통 부국장을 지낸 민족화해협의회 허혁필 부회장.현재 범민련 중앙위원과 민족대단결 잡지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 러시어학과를 졸업한 허 부회장은 99년에는 민화협 부회장으로서 남측의전국어민연합회와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한 공동어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방북취재 마지막날인 8일 허 부회장은 기자일행을 위해 청류관에서오찬을 베풀어 주었다.그는 식사중 10여분간에 걸쳐 ‘톨스토이가 그린 구원의 여인상’에 대해 분석해 주기도 했다. ■평생을 통일문제와 씨름해 왔는데 6·15공동선언에 대한 소감은. 우리같은 통일일꾼 몇 천명이 40년 동안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일을두 분 수뇌께서 단 3일만에 이루어내었다.감격스럽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북측 인민들의 반응은. 신 기자도 이번 취재 중 느꼈을 것이다.우리 인민들은 이번 공동선언에 대해 진심으로 기대와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공동선언후 북남관계가 나같은 사람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급진전되어 왔다.5개 조항중 적지 않은 조항이 이미 실현되었고 나머지 조항의 실현을 위해서도 우리는 모든 성의를 다할 것이다.그것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 [외언내언] 쌀눈쌀

    쌀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고조선 후기로 추정된다. 경기도 고양군 일산읍 토탄층에서 기원전 2400년대의 최고(最古) 볍씨가 출토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보리나 조,수수보다 재배가 늦기는 했지만 잘 익고 먹기가 좋다는 점 때문에 금세 곡식중에서도 제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구려 안악3호 고분에 곡물을 시루에 찌는 장면이 나오는 벽화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이 밥을 지어먹기시작한 것은 대략 1,500년전쯤으로 짐작된다. 쌀의 한자어인 ‘미(米)’는 ‘여덟 팔(八)’자 두개가 합쳐져 있는모양새다. 쌀을 거두려면 모내기에서부터 하얀 쌀이 되기까지 여든여덟번의 손이 가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그만큼 농사짓기가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고려가요인 ‘상저가’에는 “들커덩 방아나 찧어게궂은 잡곡밥이라도 부모가 잡수시고 남으면 내가 먹겠다”는 구절이 나온다.쌀이 무척이나 귀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조선시대에도 쌀밥은 ‘옥밥’이었고 명절이나 제삿날,생일에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그래서 물에 만 흰밥을 하늘에 뜬 흰 구름에 비유해‘운자백(雲姿白)’이라고 숭앙했다.따지고 보면 ‘키를 켤 때 쌀을날리면 남편이 바람난다’거나 ‘쌀을 밟으면 발이 비뚤어진다’는속담도 쌀에 대한 외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쌀 자급자족이 어려웠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밥은 ‘만들어 놓으면 무조건 먹는 밥’이었다.‘맛과 영양이 좋아 먹는 밥’이 아니라‘배고파서 먹는 밥’이었던 셈이다.쌀이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오래전 일이 아니다.20세기에 와서야 쌀이풍부한 탄수화물과 단백질,무기질을 갖고 있음이 알려졌다.과학자들은 쌀이 대장(大腸)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낙산(酪酸)이 생겨나 대장암 발생을 억제한다거나,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준다는 사실을밝혀냈다.최근에는 쌀 윗부분에 붙어 있는 쌀눈(배아)에 토코페롤과비타민 성분이 많아 노인의 치매를 예방하고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촉진한다는 것이 입증됐다.그래서 영양학자들은 쌀눈을 ‘영양의 보고(寶庫)’라고 일컫는다.그런데도 쌀 가공과정의 불가피성 때문에그동안 우리는 영양덩어리인 쌀눈을 정작 식탁에서 만나지 못했다. 최근 쌀눈이 80% 이상 붙어 있는 ‘살아있는 쌀’ 가공법이 개발되어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쌀의 고부가가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2∼3년전부터 ‘쌀눈쌀 열풍’이불고 있는 일본에 견주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쌀눈쌀이 2004년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산 쌀에 대항할 수 있는 새 상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 영화 ‘서편제’ 촬영지 전남 완도군 청산도

    그 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남도 들녘을 지치도록 달린 끝에 완도항에서 60리 뱃길,멀리 푸른 한 점으로 떠오른 청산도가 다가온다.섬 전체를 두른 푸른 기운이 따사롭다.비경이나절경보다는 그저 사람을 오롯이 받아주는 넉넉함이나 갯내음에 실려오는 사람냄새의 그윽함이 눈에 찬다. 높이 300m에 불과한 대봉산과 매봉산은 바닷길을 헤쳐온 이들을 보듬어 안고그 산아래 돌을 쌓아 바람을 막은 계단식 논밭이 정감을 두드린다. 섬 전체가 여행객의 시간개념을 과거로 돌린다.배에서 조금 지체했더니 섬사람들은 모두 길을 재촉해 사라진 뒤.한적한 도청리 포구를 빠져나와 오르막길을 오르니 격랑을 일순 잠재운 도락포의 고요한 해면에 잇닿아있는 구들장논밭이 눈에 들어온다.논에선 쟁기질하는 우공들의 ‘음메’ 소리가 높고 김매는 할머니들의 ‘이바구’도 정겹다.푸른 하늘을 허리에 인 할머니의 도리깨질도 힘차고 저 아래 깎아지른 듯한 황톳길을 힘들게 올라오는 할머니들의바구니에는 막 따낸 굴의 갯내음이 물씬하다. 낯선 길손에게 할머니들은 ‘뉘집 아들인가’ 관심을 보이고 “이 촌구석에뭐 볼게 있다고 먼 걸음을 했소이” 하며 나무라는 체 한다. 해송이 드리운 아래쪽에는 논이 있고 여기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한참 멀다. 이웃마을에서 노래를 팔고 돌아온 유봉(김명곤)과 의붓딸 송화(오정해),의붓아들 동호(김규철)가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덩실춤으로 내려오던 토담길.영화 ‘서편제’를 이곳에서 찍었다. 길을 되짚어 나와 고개를 넘으면 당리마을.바람을 막고 돌아앉은 마을 한가운데 ‘서편제’에 나왔던 초가집이 약간 빛바랜 얼굴로 서있다.살림 냄새는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 마을 골목길은 사람사는 정내로 가득하다.대문을 달지 않아 골목으로 착각한 길손들은 집안으로 쑥 들어가기 일쑤이다.어두컴컴한 집안 구석에선 흑염소 3∼4마리가 자기 존재를 알린다.무턱대고 들어간 길손에게 “사흘에 한번밖에 물이 안 나오지라” 하면서도 굳이 물을 싸가라고 떠다민다. 다시 당리에서 북동쪽으로 3㎞.마침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 낙조가 도락포에 드리운다.그저 붉은 빛의 일몰이 아니다.오렌지 빛,푸른 빛이 배어있는온갖 색들의 잔치. 일몰의 아름다움에 취해 운전자는 핸들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이 섬에서 가장 많이 찾는다는 지리해수욕장 민박집 뒤 갯바위 동산에 선 나그네들의 탄성이 극성스럽다.그악하다.그네들 가슴엔 불이 붙었다. 밤이 내린 지리해수욕장의 1㎞ 백사장도 일품이다.모래는 설탕가루처럼 곱게날리면서도 자동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견고하기도 하다. 이곳 해송은 동해안의 그것보다 많이 구부러져 있으면서도 키가 크다.낮엔 상큼한 바닷바람과어우러져 그늘을 만들었을 해송 위로 달님이 얼굴을 내민다. 해송 뒤편 논에선 개구리가 합창을 시작한다.코러스는 파도가 넣어준다.‘쏴’하는 소리 사이로 ‘개골개골’. 부드러운 모래밭에 누워 노래를 부른다.‘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이는 혼자 남아 잠이 듭니다.바다가 불러주는…’다음날 섬 일주.북동쪽의 비포장 4㎞ 비포장을 포함해 16.5㎞ 남짓.그러나차를 타지 말고 걸을 것을 권한다.걷다 보면 산딸기·비듬이 지천이고 지칠때쯤이면 차가 멈춰선다.함께 타고 가자고.이 섬의 갈대는 키가 작고 보송보송한 잔털이 유난히 푸짐해 나그네를 유혹한다.지리와 도청리 양지바른 곳에있는 초분(草墳)도 나그네를 멈추게 한다. 50㎝ 높이로 돌을 쌓은 위에 죽은자를 넣은 널을 얹고 짚으로 덮어둔 뒤 3년이 지나 뼈만 남으면 묻는다. 섬에 산재(散在)해 있는 고인돌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섬의 북동쪽 진산리엔 이곳 사람들이 갯돌이라 부르는 자갈밭이 600m 정도펼쳐져 있다.파도에 쓸려 나가며 돌들이 내는 ‘사갈사갈’ 소리가 제법 만세소리를 연상케 한다. 원래 청산도는 보리밭과 갯바위 낚시로 유명하다.4·5월 한창 이삭이 팬 보리를 구경하는 재미와 75㎝짜리 감성돔을 낚는 기쁨도 있지만 이제 막 모내기에 한창인 6월의 청산도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특히 어린이를 함께 데려간다면 물질문명에 눈이 가린 그네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나그네들은 섬을 떠나며 고개를 끄덕인다.선산(仙山)도 또는 선원(仙源)도라 불렸던 섬의 옛이름이 떠올라서이다. 글·사진 청산도 임병선기자 bsnim@. ◆가는 길 완도는 광주에서 해남보다 강진쪽으로 가는 편이 빠르다.강진에서18번 국도를 타고 가다 813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완도행 고속버스 첫차는 오전 7시45분,막차 오후 5시30분,하루 4회운행하며 6시간 걸린다. 완도항(0633-554-3294)에서 청산도행 카페리는 하루 4차례(오전 8:20,11:20,오후 2:30,5:40)이고 청산도에서 나오는 배편도 4차례(오전 6:30,9:50,오후1:00,4:10).어른 왕복 1만1,050원,승용차 도선은 왕복 4만원. 지프 택시(552-8519)를 이용하면 3만원에 섬을 일주할 수 있다. ◆잠잘 곳과 먹거리 지리해수욕장 서쪽 끝에 외롭게 지내는 박달진 할머니(76)의 민박집(552-8891)이 좋다.1m 높이의 돌담 너머로 바다를 오롯이 보며잠자리에 들수 있고 넓은 마당도 있다.근처에 빈집도 상당수 있다. 낚시터로 유명한 권덕리에도 민박집이 많고 선상 낚시도 알선한다.도청항에는 칠성장(552-8507),경일장(554­8517),청운장(552-9988) 등이 있다. 도청리에 자연식당(552-8863)과 경일식당(552-8517) 등이 매운탕,회덮밥,생선회를 내놓는다.그러나 다른 마을과 해수욕장에는 음식점이 없다.
  • 남북 화해시대/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의 ‘평양 2박3일’

    6월13일 오전 9시48분. “지금 38도선을 넘는다”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비행기를 타고 38선을 넘는 게 사실인가? 꿈이 아니겠지…. 가벼운 흥분이일었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렸던 예술공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으나 베이징에서비자가 안나오는 바람에 취소된 적이 있어 이번에도 하루가 연기돼 걱정이앞섰던 터였다.38선을 넘었다는 얘기에 걱정이 일시에 사라졌다. 해안선을 따라 올라갔다.평양 순안공항에 접근할 때는 한창 모내기하는 북녘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경지정리가 자로 잰듯 했다.북녘 땅을 직접 보자 가슴이 뭉클했다. 순안공항에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연호하는 인파를보고 “이번엔 뭔가 결실을 맺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시인 고은 선생과 같은 조가 돼 한차를 타고 가며 차창 밖 연도의 시민들을 유심히보았다.그들의 얼굴에서 통일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겹겹이 병풍을 친듯 늘어선 연도의 인파들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동승한 안내원은 “옛날 쿠바 카스트로나 캄보디아시아누크가 왔을 때도 이 정도는아니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숙소인 주암산(酒巖山)초대소에 여장을 풀었다.바위에서 술이 나왔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곳.부벽루와 대동강 능라도,을밀대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었다.바로 점심을 먹고 만수대 예술극장을 찾았다.입구에서 ‘평양시 예술인들의 음악·무용종합공연’이라는 대형간판이 우리를 맞았다.아리랑,청산벌에 풍년이 왔다네,천안삼거리를 듣는 일행들의 얼굴은 숙연해져 있었다. 평양의 첫 날은 흥분과 감격속에서 보냈다. 다음날 인민학습당과 만경대소년궁전을 둘러본뒤 옥류관에서 냉면을 배부르게 먹고 ‘조선콤퓨터회사’를 찾았다.북한의 컴퓨터 기술수준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듯 했다.특히 회사를 충실히,샅샅이 보여준 데 감명을 받았다. 모든 것을 다 개방하고 솔직하게 서로 주고받자는 자세로 보였다. 이어 인민문화궁전에서 경제분야 회의를 가졌다.우리측 특별수행원 24명 중경제와 관련해 방북한 우리측 인사 10명과 북한측 경제관계자들이 얼굴을 마주했다.북측에서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 회장을 비롯,박동근 조국통일연구원 참사,정명선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김정혁 조국통일연구원 실장,박세윤 조선콤퓨터회사 총사장,조헌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연구원등이 참석했다.이렇게 남과 북의 다양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앉은 것은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역시 처음이었다.북한의 정 회장이 먼저 인사말을 했다. “이렇게 만나게 돼 정말 기쁩니다.그동안 통일이 안돼 상호 재력의 낭비가심했습니다. 이제 사상과 제도를 초월해 각 부분의 발전을 기해야겠습니다. 민족통일을 위한 실제적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92년 기본합의 사항을 아직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민족의 객관적 기대와 요구를 저버린 것입니다.그이후 진행된 민간협력은 일부 시범사업에 불과합니다.세계 모든 민족이 힘을 강화하는 데 대결로 서로의 힘과 지혜를 합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이번 회담을 통해 민족의 교류협력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할 얘기가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해달라”라고 덧붙였다.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 회장,이원호(李源浩) 중소기협 부회장과 참석인사들은 대체로남북 경제협력이 92년 합의한 기본 틀내에서 빨리 이뤄져야 하며 투자보장협정과 남북경제협력공동위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답했다. 내가 북측 인사들에게 말했다.“92년 기본 합의사항에 나와있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를 하루속히 설치해야 한다.투자보장 협정이나 이중과세 방지협정을비롯해 지적재산권 및 신분보장 등 속히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민간차원의 대북 창구문제는 우리측 경제단체들이 상의해서 북측과 대화채널을마련하겠다. 중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대만기업을 우대하는 것처럼 남한기업에도 우대조치가 있어야 한다.북측이 지난번에 개정한 외자유치법에서도 남한기업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박동근 참사는 “남쪽에서는 남북관계 특수가 있다고 얘기되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대통령이 평양에 오실 때 기업인을 많이 대동,구체적인 정리안을 갖고 계실 것으로 보이는데,그게 뭔지 얘기해달라”고 했다.그는 김재철 회장의 글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것까지 알고 있을 만큼 우리 방북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그날 저녁에는 역사적인 남북공동합의문 5개항 합의가 있었다.김정일 위원장은 방북단을 목란관으로 초대했다.국빈 대접을 위해 특별히 지은 곳으로 한쪽 벽에는 동해바다 물결위의 찬란한 일출이,반대편은 삼지연의 불붙는 듯한 일몰로 장식된,대단한 만찬장이었다.이날은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간 요리사들이 남쪽요리를 만들어 내왔다. 만찬은 화기애애하고 파격적인 만남의 장이었다.김정일 위원장이 일일이 잔을 돌리며 우리 기업인들과 건배를 했다. 마지막 날인 15일.오전에 평양에서 50㎞ 떨어진 닭공장 ‘동화협동농장’을찾았다.콤비나트 형태로 돼 있어 농장에서는 옥수수나 콩을 재배하고 사료를만들어 닭,오리,돼지,거위 등을 키우는 곳이었다.특히 최신설비가 갖춰져 사료 제조와 알 부화가 자동 처리되고 있었다.이곳은 김 위원장이 세번이나 와서 현장지도를 했을 정도로 현대화된 공장이다. 점심 때에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이 식사를 베풀었다.김 대통령과김 위원장은 나를 비롯한 경제인들을 따로 불러 직접 술을 따라주고 건배를제의했다.“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잔을 부딪쳤다. 역사의 현장,평양의 2박3일은 파격이었다.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경제협력이한없이 확대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제인으로서 진한 감격을 느꼈고,그것은 햇볕정책이 거둔 결실이었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
  • 강원 산불지역 민가 비상

    강원도 영동 산불발생 인근 민가지역에 야생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떼지어출몰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광견병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8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서식지와 먹이사슬이 파괴된 너구리와 산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떼지어 남하,산불 피해가 없었던 양양·고성군 일대 민가지역에 출몰하고 있다. 산짐승들은 애써 지은 농작물을 파헤치는가 하면 광견병 등 가축질병 발생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에는 산돼지들이 양양군 현북면 일대에떼로 나타나 모내기를 한 논 4,000여평을 파헤쳐 놓았다.앞서 26일에는 한관광객이 고성군 간성읍 진부령 근처에서 개에 물려 광견병 치료를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양양군 등 영동지역 시·군들은 긴급 방역반을 편성,산과 인접한 마을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방역활동을 펴고 광견병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산불로 인한 2차 피해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대형 산불로 생태계가 파괴된 지역의 야생동물들이 대거 남하하면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광견병을 퍼뜨리는 너구리 등이 먹이를 찾아 민가가 출몰하고 있는 만큼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양양·고성 조한종기자 bell21@
  • 신학철씨 ‘모내기’ 그림 유엔인권위 “폐기말라” 통보

    지난 89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화가 신학철씨(57)의 그림 ‘모내기’를 폐기해서는 안된다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우리 정부에 통보된것으로 밝혀졌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30일 신씨가 대법원이 자신의 그림에대해 내린 유죄판결이 한국이 비준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는 국제인권규약(B규약)에 위반된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한 것과 관련,지난8일 이같은 결정이 내려져 한국정부에 우편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인권이사회는 6개월 이내에 이번 사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힐 것도 요청했다. 신씨는 지난 달 25일 자신의 그림에 대한 유죄판결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하면서 이사회의 심리가 끝날 때까지 그림을 몰수한 검찰측이 그림 원본을 폐기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었다. 신씨는 지난 87년 모내기 하는 농부가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양담배등을 바다로 쓸어넣는 남쪽과 풍년을 기뻐하며 행복해 하는 북쪽을 대비한그림을 그렸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이적표현물 제작)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98년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된 뒤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송한수기자 onekor@
  • 남부 가뭄현장 르포

    극심한 가뭄으로 농도(農道)전남에 비상이 걸렸다.이모작 시기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자식 목숨’과도 같은 보리를 마구 갈아엎고 있다.갈아엎는 논마다 트랙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바람이 일었다. 24일 오전 전남 강진군 신전면 벌정리 논정 간척지.강진만을 앞으로 툭터진평야는 자그만치 400여㏊.간혹 서있는 보리 논 고랑마다 쩍쩍 벌어진 채 염기가 올라와 온통 허옇다.흙을 집어 맛을 보니 소금처럼 짜다. “진즉 보리논 60마지기 1만2,000평을 갈아 엎어지라우.땅이 기름져서 씨만떨어지믄 풍년농사를 지었는 디…” 군내에서 보리 농사가 가장 많다는 이성규(李聖揆·64)씨는 “한평생 내손으로 보리를 갈아엎기는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이웃 사초마을 어촌계장 박상균(朴相均·43)씨도 이미 보리 1만6,000여평을 갈아 엎었다.“보리 키가 60∼70㎝는 돼야 콤바인으로 작업을 할텐데 무릎도 안올라 온다”며 “군데군데 여문 보리를 사람 손으로 베자니 품삯이 더 들어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은 유례없는 가뭄 탓이다. 이 때문에 허경만(許京萬)전남지사는 가뭄대책과 관련,시장·군수 22명에게해외출장 자제를 당부했다. 허지사는 23일 시장·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가뭄 장기화로 농정 전반에걸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관정개발과 용수원 확보 등으로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대처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경남에서도 요즘 계속된 가뭄으로 모내기 실적이 저조하고 일부지역에서는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24일 현재 도내 강우량은 120.3㎜로 예년 평균 379.2㎜의 30%에도 못미친다.도내 3,227개 저수지의 저수율도 78%로 지난해 96%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수재(李秀才)경남도 용수관리담당은 “이달말까지 비다운 비가 안오면 도내 수리불안전답 2,100㏊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 일부지역에서는 제한급수를 하는 등 생활용수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거창군의 경우 지난 13일부터 생활용수 공급량을 종전 하루 1만2,500t에서8,000t으로 30%를 줄였으며,급수시간도 하루 2회 5시간으로 줄였다. 남해군도 군내 42개마을에 지역에 따라5일마다 6시간,또는 2일에 6시간씩 제한급수하고 있으며,통영시내 4개 도서지역도 매주 1회 40t씩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남해읍 북변리 최모씨(38·여)는 “이틀에 한번씩 공급받는 생활용수는 턱없이 부족해 세숫물을 모았다가 허드렛 물로 사용하고 있다”며 “밭일을 하다가도 물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 남기창기자·창원 이정규 kcnam@
  • 탈출 사육곰 11개월만에 생포

    지난달 30일 충북 진천군 백곡면 구수리 야산에서 발견됐던 곰이 21일 오후9시10분쯤 같은 장소의 13m 높이 낙엽송 위에 있다가 주민과 공무원에 의해생포됐다. 곰은 모내기를 하던 주민들이 새참으로 먹기 위해 논두렁에 둔 빵 등 음식물 냄새를 맡고 농가 근처에 내려왔다가 발견됐다. 문제의 곰은 지난해 6월 충북 진천읍 산계리 김동구씨 사육장에서 도망친 15개월짜리(99년 2월생) 불곰으로 추정되며 키 90㎝,몸무게는 50㎏ 가량에 길이 3∼4㎝의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다.환경부는 이 곰을 진천군과 협의를거쳐 야생 동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기를 방침이다. 한편 독립 생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생후 4개월짜리 사육곰이 어미의품을 떠나 11개월 동안 어떻게 야생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었는지에 대해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생포된 곰은 사육 상태의 비슷한 연령의 곰과 체격면에서 차이가 없는 데다 겨울까지 났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야생 반달곰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원명 박사는이에 대해 “곰이 발견된 만뢰산은 해발 618m로 학계에 보고된 적정 곰 서식환경(해발 600m 이상의 활엽수 지대)과 유사하고 이 산 일대에는 곰의 먹이로 적당한 도토리 나무 등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박사는 “야생 상태에서 월동기를 지낸 곰은 체중이 최고 30%까지 줄기때문에 새끼 불곰이 먹이를 얻지 못했다면 아사했을 것”이라면서 “사육 곰이 야생에 적응한 첫 사례여서 반달곰 복원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호영·진천 김동진기자 alibaba@
  • 신학철화백 “’모내기’ 유죄는 유엔규약 위반”

    10여년의 국가보안법위반 논란 끝에 지난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모내기’의 화가 신학철씨가 4일 “유죄 판결은 유엔 인권규약에 위반된다”면서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했다. 신씨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낸 개인 통보서에서 “모내기 그림에 대한 유죄판결은 한국이 비준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는 유엔인권규약(B규약) 1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
  • [녹지를 가꾸자] 나무와 함께 한 造林인생 40년

    전북 임실군 성수면 성수산에서 나무를 키우는 김한태(金漢泰·78·한국독림가협회 회장)옹은 ‘나무 할아버지’로 유명하다.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그의 ‘조림(造林) 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과 탐구’ 교과서에도 ‘나무 할아버지의 신념’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다. 1922년 임실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10여년간의 경찰 공무원 생활을 마친 지난 60년부터 지금까지 40년동안 임실과 진안군 일대 650여만평에 35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그저 헐벗은 산이 안타까웠고 어차피 나무를 심을 바엔계획조림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실행에 옮겼다는 설명이다.초기에 심은 어린 묘목들은 이젠 키가 수십미터에 이를 만큼 거목으로 성장해 울창한숲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업적으로 그는 지난 74년엔 산림청의 모범독림가 상을,91년엔 UN산하세계식량기구(FAO)의 산림부문 공로상을 받았다.91년부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조림 인생’이 실려 지금까지 전국의 어린 학생들에게 소개되고있다. 지금까지 그가 심은 나무는 낙엽송이 약 40%,리기다 소나무 30%,잣나무와편백,기타가 각각 10% 정도다.그가 나무를 심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부는산림국인 독일이 리기다 소나무로 울창한 것을 보고 리기다를 심도록 권장했지만 그는 우리나라 토양에 맞는 잣나무나 참나무 같은 고유수종을 심어야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김 회장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조림에 기반을 잡게된 것은‘복합 임업’이 아니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소신 덕분.80년엔 전주에목재공장을 설립,낙엽송을 증기로 말려서 단단한 목재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냈는가 하면 산에서는 버섯을 재배하고 닭과 청둥오리를 기르는 식으로 복합임업을 실천해 왔다.또 성수산에는 성수임업시험원을 설립,학생들에게 나무사랑을 가르치고 있고 지난 96년엔 산림의 휴양기능에 눈을 돌려 도내 최초로 개인이 운영하는 ‘성수산 자연휴양림’을 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조림 산업은 3대 이상 거쳐야 투자 효과가 나타나는 ‘손자 산업’”이라며 “눈 앞의 돈이나 이익만을 좇아서는 도저히 할수 없는 사업이 바로 조림”이라고 말했다. 10여년전부터는 어려서부터 산과 나무를 유난히 좋아했던 둘째아들 용식(勇植·46)씨에게 조림 사업을 가업으로 전수하고 있다.용식씨는 ‘산이 없으면 자연도 없으니 외롭더라도 긍지를 갖고 산을 가꾸라’는 김 회장의 뜻에 따라 대학과 대학원에서 임학 공부를 마친 뒤 석사 출신 독림가로 변신,현재성수산 자연휴양림에서 심어놓은 나무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의 산림 정책에도 할 말이 많다.조림 사업은 본질적으로 정부가 해야할 사업을 개인이 대신 하는 것인만큼 조림이 이뤄진 산지에 대해서는 정부가적정한 가격에 매입해줘야 한다는 것이다.지금처럼 정부가 모른채 한다면 앞으로 ‘독림가’란 말이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임실 조승진기자 redtrain@. *산림청 독림가 지원정책. 균형잡힌 산림녹화를 위해서는 부재 산주를 줄이는 대신 독림가를 적극 육성하고 이들에게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림가나 임업후계자야말로 수백∼수십년동안 방치돼 잡목만 우거진 비생산적인 산림을 효율적·계획적으로 조림,상품가치가 있는 산림으로 바꿔주는‘산림 지킴이’이기 때문이다. 모범·우수·자영독림가로 구분되는 개인독림가는 지난 71년 201명을 처음선발한 이후 현재 349명으로 늘어났다.독림가의 자녀이거나 소규모 임업경영에 종사하는 임업후계자는 711명이다. 산림청은 지난 92년부터 독림가와 임업후계자들에게 장기저리로 융자 및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올해 독림가 융자금(연리 3%,3년거치 10년 상환)으로 60억원,임업후계자 융자금으로 69억원 등 모두 129억원의 예산을 확보,시·군에 배정했다.융자조건이 좋고 예산이 많지 않다보니 신청자가 몰린다는 게 산림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독림가가 직접 임업을 하기 위해 산을 교환하거나 분합(분할하거나 합침)하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전액 면제해준다. 산림법상 영림계획을 작성하면 일반 산주(보통 산주)는 영림기술자에 의뢰해 작성해야 하지만 독림가는 본인 스스로 작성할 수 있다. 이처럼 독림가에 대한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과 특권에도 불구하고 부재산주는 독림가 육성 및산림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산업화·도시화,상속등으로 부재 산주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은 경영육림보다는 재산 증식 개념으로 임야를 소유하는 게 현실이다. 산림청 통계상 국내 임야 총면적은 643만6,000여㏊이고 소유주는 218만5,000여명이다.이 가운데 부재 산주는 총소유주의 절반에 가까운 100만6,000여명에 이르며 보유 임야도 237만1,000여㏊나 된다.이는 지난 71년의 부재 산주27만4,900명보다 356%,소유 임야면적 94만2,000㏊보다 251%나 늘어난 수치다. 정광수(鄭光秀) 산림청 임업정책국장은 “산림법상 대리경작제도가 5월부터도입되는만큼 부재 산주의 산을 독림가나 임업후계자들에게 맡겨 경작하도록 하면 산림정책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최용규기자 ykchoi@. *100년앞 내다본 山寺의 조림사업. 충북 단양군 영춘면 백자리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종정 道勇스님)로 들어서는 계곡 양쪽에는 수십년생 잣나무와 낙엽송이 빼곡하다.소백산 자락에 모내기를 한 것처럼 가지런히 심어진 녹색의 나무들이 산사(山寺)를 찾는 이들의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 산사에 나무가 많은 것이야 다른 사찰과 비교해 별다를 것도 없지만 이곳에는 좀 색다른 면이 있다.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속에 있어 굳이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는 것과는 달리 구인사는 잡목을 베내고 대신 경제림 위주로 산을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구인사가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대 초.지금까지 주변 산에 심은 나무만도 100만 그루가 넘는다.사찰림 60여만평을 비롯,국유림과 위탁림등 모두 110만평에 주로 잣나무와 낙엽송을 심었다. 당시 초대 종정인 원각(圓覺) 대조사는 조림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신도들과 함께 나무를 심어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당시 10여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은 뒤 구인사측은 이후 매년 3,000만∼4,000만원을 들여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더 이상 나무 심을 곳을 찾지 못해 조림보다는 육림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산림 전문가를 채용해 간벌은 물론 풀베기와 칡넝쿨 제거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간벌로 생기는 나무는 절에서 화목으로 요긴하게 쓰이며 풀베기 작업으로생기는 수십t의 퇴비는 채소류를 재배하는 직영농장에서 활용된다. 이곳 총무원 총무국장 무원(務元)스님은 “상월 원각 대조사께서 나무를 심기 시작한 뒤 신도들이 급증하는 등 교세가 급격히 신장됐다”고 말하고 “나무를 심는 것은 덕을 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 45년 천태종 총본산으로 창건된 구인사에는 현재 매년 200여만명의 신도들이 찾고 있다. 단양 김동진기자 kdj@. *“나무가 아플때 전화주세요”. ‘나무에 이상이 있습니까.전화 주십시요’. 대구시 동구(구청장 林大潤)가 나무종합병원을 개설,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구는 지난달부터 나무 재배관리에 대한 기술상담과 병해충 치료 등을 도와주기 위해 구청에 나무병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개설 이후 지금까지 진딧물 피해 구제와 나무 생육환경 문의 등 100여건의 상담을 접수,처리했다. 나무병원에 전화(943-0341)로 도움을 요청하면 전문가가 즉시 현장을 방문,친절하게 치료방법 등을 알려준다. 식물학 전공자 1명이 전담요원으로 배치돼 식물 전반에 대한 상담과 치료등에 대한 기술을 제공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정밀진단이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경우 조경수와 분재등에 재배경험이 풍부한 불로화훼단지의 분야별 재배업자 5명에게 연결시켜준다. 식물생리 및 생육환경은 대구식물병원,난초는 우진난원,분재는 샤론농원,조경수는 팔공·유림농원,야생초 대덕야생초,허브·초화류는 형제농원,관엽식물은 화사랑 등에서 전문 재배업자들이 상담한다. 또 토양의 성분 분석 및 수입 병충해의 유입으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서는산림청 임업연구원,경북산림환경연구원,대구시임업시험장 등에 검사를 의뢰,치료방법 등을 강구해 준다. 이와 함께 한국의 자원식물 등 전문서적 20여권을 확보,무료로 빌려주고 살충제,등짐분무기 등 약재와 장비도 구비했다. 임 구청장은 “나무심기 철을 맞아 식물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올바른 관리법과 병든 나무 치료법 등을 제공하기 위해 나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봄의 전령사’ 제비가 안보인다

    음력 3월3일(4월7일) 삼짇날이면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데 남부지방에는 아직까지 제비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매년 농촌에서 모내기철이 되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던 ‘봄의 전령사’제비가 올해는 대도시는 물론 농촌 들녘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남 장성군 삼서면 두월리의 한 주민은 “몇년전부터 제비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올해는 아예 구경조차 못했다”며 “‘흥부와 강남 제비’는 그야말로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또 광주시 북구 건국동 주민들도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있던 제비떼를 본기억조차 아련하다”며 “일반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이 좋다는 농촌에서도 요즘 제비구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생태계 연구가들은 귀소성(歸巢性)이 매우 강한 제비의 ‘귀향’이 늦어진 것에 대해 기후 온난화로 열대지방에서의 월동기간이 길어진 데다급속한 서식 환경변화로 번식지를 한국이 아닌 동남아지역으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안병용(安秉勇·44)씨는 “그 흔하던 제비가 시골에서도 사라진 것은 주택개량과 환경오염 등으로 서식환경이 크게 바뀐 것도 한원인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추세로 가면 제비마저도 희귀조류로 전락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고성 산불 삼포2리, 삶의 터 잃고 망연자실

    대대로 내려오던 정든 집과 가재도구,마을뒷산 소나무들이 모두 잿더미로변했다.우리 안에 매어놓았던 소들도 화마에 쓰러졌다. 마을 앞에 모내기를 위해 준비하던 모판도 불난리에 모두 한줌 재로 변했다.어둠 속에서 한순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삼포2리마을. 여산 송(宋)씨 정가공파 집성촌으로 13대를 이어 살고 있는 33가구 마을주민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마을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96년 사상 최악의 산불로 고생하다 이제 겨우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는데 4년만에 또다시 닥친 화마로 삶의 의욕마저 아예 잃어버렸다. 산불이 마을을 덮친 시간은 7일 새벽 3시.새벽까지 마을회관에 모여 농지정리작업을 의논하다 헤어진후 잠자리에 막 들었을까. 천둥치듯 불어대는 바람소리 속에 새벽 정적을 깨는 사이렌소리와 마을 이장 송총훈(宋叢勳·56)씨가 확성기에 대고 ‘산불이 났으니 급히 대피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마을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피소리를 들었을때 불길은 이미 마을앞 운봉산(雲峰山)을 넘실대며 마을가까이로 날아들고 있었다.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급상황이었다.강풍을 타고 휙휙 날아다니는 불구덩이 속에서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마을앞도로변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불길 속에 휘감겨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집들을바라보며 허탈해 했다. 주민 송상원(宋常元·59)씨는 “4년전 악몽을 고스란히 반복해 겪으며 기구한 운명을 한탄했다”며 몸서리쳤다 가재도구는 물론 집문서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는 송경석(宋經錫·76)할아버지는 “대대로 지켜온한옥과 모든 재산을 불길 속에 묻어버려 조상님을 어떻게 뵐지 모르겠다”며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평생을 농아로 살아오며 전재산 한우 8마리 키우는 것을 낙으로 삼았던 송신근(宋信根·48)씨도 심한 화상을 입은 소들이 살아날지 의문이라는 집안어른들의 걱정이 야속하기만 하다.새까맣게 변한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마을회관에 모여 “이제 희망도 의욕도 모두 산불 속에 버렸다”는 한 마을주민의 넋두리가 두고두고 마을어귀에 남았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
  • 정호승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49)을 일컬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인’이라고 한다.그런데 그 ‘아름답다’거나,‘서정적’이라는 단어는 한국문단에서는 때론 ‘아름답기만 하다’거나,‘서정적이기는 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되기도 한다. 정호승 역시 그런 인식의 피해자라고 할만하다.그렇게 된 이유는 지난 97년 펴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가 ‘너무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는것이다.아예 안팔리거나 적당히 팔리면 인정받다가도,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순간부터 문학성을 의심하는 것이 우리 문단의 이상한 현실이다. 그런 정호승이 일곱번째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창작과 비평사)를 냈다.이 시집 역시 앞선 ‘사랑하다가…’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이라고 ‘비판’받을 만 하다. 이 시집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은 왜 그의 시가 호응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그의 시는 결코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감싸안고 고뇌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고뇌를 고뇌 답지 않게 맑고 따뜻하게,때로는 희화적으로 극복한 결과 도달한 지점은 극단적인 고뇌를 통해 다다른 곳에서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그것이 그를 소녀들의 취향에 영합하기만 하는 대중시인과 거리를 두게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문학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 조차,이 시집이 가진 긍정적 의미의 대중성을 부각시키려하기 보다는,애써 대중성을 부정하는 시편에서의미를 찾으려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어쩌면 그것은 시인에 의해 어느 정도의도된 것인지도 모른다.이른바 문학성을 증명해보여야 자신의 본령인 서정성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경주박물관 앞마당/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있는 화단가/목잘린 돌부처들나란히 앉아/햇살이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자기머리를 얹어본다 소년부처다/누구나 일생에 한번씩은/부처가 되어보라고/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정호승이 던지는 화두(話頭)는 ‘소년부처’처럼 어려운 법이 없다.짝을 이루는 ‘햇살속으로’도 마찬가지다. 경주박물관에 가면/몸은 온 데 간 데 없고/돌부처의 머리만 길가에/쓸쓸히앉아있다 나는 어느 여름날/…/그 돌부처의 머리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내 머리를그 자리에 떼어놓고/돌부처의 머리를 내 머리에 얹고는 천천히 길을 걸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의를 ‘들녁’처럼 간결하면서,훈훈하게 표현하기도어려울 것이다. 날이 밝자 아버지가/모내기를 하고 있다/아침부터 먹왕거미가/거미줄을 치고 있다/비온 뒤 들녘 끝에/두 분 다/참으로 부지런 하시다 한권의 시집에서 이것 이상 어떤 엄청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오늘 지하철을 타거든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읽어볼 일이다.그러다 진짜 눈물이 나면 잠깐 내렸다가,다음 전동차를 타도 좋을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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