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모나리자
    2025-08-07
    검색기록 지우기
  • 하정우
    2025-08-07
    검색기록 지우기
  • 말라리아
    2025-08-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1
  • [씨줄날줄] 모나리자 미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 초상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가 남긴 ‘신비로운 미소’라는 마력에 끌린 탓도 있지만 박물관 전시품 중 유일하게 ‘원판’이 아니어서 이곳에서만 사진 촬영이 허용된 것이 보다 현실적인 이유다.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은 한결같이 얼굴의 긴장을 풀고 입 끝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모나리자의 미소를 흉내내지만 모나리자의 미소가 재현됐다는 소식은 없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이 미소를 두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여성의 애정생활과 대조되는 개념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했다.다빈치 전기작가인 브램리는 ‘예수 같은 여인’으로 평했다.‘모나리자의 미소에는 선과 악이,연민과 잔인함이,무상함과 영원함이 공존한다.동양의 음과 양에 해당한다.’는 등 신비의 덧칠이 씌워진 것은 모두 20세기 들어서의 일이다.19세기까지만 해도 모나리자의 미소는 ‘악마적으로 해석된 여성다움의 화신’,다시 말하면 요부(妖婦)정도로 해석됐다.나폴레옹이 이 그림을 침실에 걸었던 이유도 이런 해석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외신은 미국 하버드대 마거릿 리빙스턴 교수의 보고서를 인용,‘모나리자 미소의 신비가 풀렸다.’고 전했다.리빙스턴 교수는 “모나리자를 똑바로 쳐다보면 신비한 미소가 사라지지만 눈 등 다른 부분을 보면 미소가 뚜렷해진다.”면서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눈의 시각 정보처리 과정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회화는 과학이며 정보 전달의 수단이라고 역설했던 다빈치이고 보면 신비의 미소에는 뜻밖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미술평론가들은 4년에 걸친 작업에도 불구하고 끝내 미완성 상태로 남은 모나리자의 미소를 ‘불확실성에 대한 포용력의 원칙’이라는 추상적인 용어로 정의를 내린다.여러 번에 걸쳐 물감을 공들여 덧칠하면서 사람들의 눈을 1차적으로 끄는 눈과 입 주변을 흐릿하게 처리한 데서 신비로움이 발산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미소는 모나리자 미소와 부처의 미소다.마음의 눈으로 부처의 미소를 보듯 모나리자 미소 역시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득정 djwootk@
  • “모나리자 미소는 시각원리 이용”美하버드대 교수 비밀 풀어 “주변시력으로 보면 뚜렷”

    세계를 감동시킨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가 그 비밀을 벗게 됐다. 미국 하버드대 마거릿 리빙스턴 교수는 미 과학진흥협회 연례 총회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나리자의 미소는 정면으로 봤을 때 사라졌다가 모나리자의 다른 부분을 볼 때 또렷해지기 때문에 신비로운 것”이라면서 “이는 인간의 눈이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원리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리빙스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눈이 사물을 인지할 때는 중심시력(정면을 주시할 때 중심부위)과 주변시력(정면을 주시할 때 위,아래,좌우부위)이 작용한다.이 때 중심시력은 사물을 정밀하게 포착하지만 그림자는 주변시력이 담당한다.즉,모나리자의 미소는 공간주파수가 매우 낮아 보일듯 말듯하기 때문에 중심시력보다는 주변시력으로 보는 것이 모나리자의 미소를 또렷하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리빙스턴 교수는 문서에서 한 글자를 응시할 경우 주변에 있는 다른 글자는 읽기 힘든 현상을 예로 들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모나리자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또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역시 ‘해돋이’에 이같은 원리를 적용했다면서 현대 과학자들이 이제야 풀기 시작한 눈의 원리를 당시 거장들이 터득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강혜승기자
  • 모나리자,올해 탄생 500주년 불후의 명성과 역사 그림 안팎에서 추적

    한 해 평균 550만명의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이 제일 먼저 찾는 그림,6000점이 넘는 루브르 전시품 중 유일하게 두 겹의 방탄유리로 보호받는 작품.월터 페이터·예이츠·고티에·쥘 베른·미슐레·앙드레 지드·오스카 와일드·서머싯 몸 등 숱한 작가들의 몰입 대상이 됐고,냇 킹 콜·바르바라·밥 딜런 같은 가수들이 노래로 부른 모나리자.프랑스에서는 ‘라 조콩드’로 불리는 이 세기의 예술품이 올해 탄생 500년을 맞아 루브르에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됐다.16세기 피렌체에서 탄생한 한 여인의 초상화가 어떻게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됐을까. 영국 런던대 퀸메리 칼리지의 비교역사학 교수인 도널드 새순이 쓴 ‘모나 리자(Mona Lisa)’(윤길순 옮김,해냄 펴냄)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전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까지,모나리자의 예술과 신화를 낱낱이 해부한다. 그림 속 주인공의 미소는 그동안 수많은 수수께끼와 추측,존경의 원천이 돼 왔다.그러나 이 그림은 19세기에만 해도 르네상스 회화 가운데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 평범한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다.현대적인 감성에 따라도 모나리자는 특별히 아름답지도,섹시하지도 않다.웅장하지도,강렬함을 풍기지도 않는다.그저 조용히 웃고 있는 평범한 여자처럼 보인다.그런데도 모나리자는 신비롭다고까지 평가받는다. 예술사가와 시인,숭배자들은 모나리자 안에는 우리의 느낌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이 책은 모나리자의 성공요인이 작품 자체에 있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저자는,모나리자의 명성은 작품 내적인 것이 아니라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얻은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한 예술작품이 세계적 명성을 얻는 데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기술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나리자의 역사뿐 아니라 ‘모나리자 신화만들기’의 이면을 추적한다.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용한 혁신적인 화법과 초상화 주인공을 둘러싼 문제,그가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 궁정에 들어간 뒤 생긴 일,17세기의 수많은 모작들,19세기 유럽 지식인들이 앞다퉈 모나리자를 찬양한 일 등이 그것이다.20세기 초에 발생한 모나리자 도난 사건,초현실주의자를 비롯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모나리자를 이용한 일,1960∼1970년대 정치적인 동기에서 모나리자가 미국과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것,그리고 모나리자의 미소에 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새 이론들에 대해서도 소상히 검토한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생전에도 그 기법의 독특함과 초상화 주인공이 취한 혁신적인 포즈,살아 있는 듯한 모습 덕에 주목받았다.몸이 4분의3만 보이게 앉아 있으면서 얼굴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콘트라포스토’자세라든가,모나리자가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의 혁신으로 간주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800년 이전에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19세기에 그에 대한 열풍이 일어난 데는,그가 주요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뛰어난 과학자로 여겨진 것도 한몫했다.모나리자에 처음으로 비평을 가한 이탈리아 화가이자 역사가인 조르조 바사리는 레오나르도 다비치에 관해 “많은 걸 시작했으나 하나도 끝낸 게 없다.”고 평했지만,과학자이자 예술가로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왕성한 호기심은 숭배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나리자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는 1911년 8월에 일어난 도난사건.충격에 빠진 루브르는 일주일 동안 문을 닫았고,1915년 1월 모나리자를 되찾을 때까지 유럽 언론은 모나리자의 얼굴로 장식됐다.모나리자의 명성을 한층 확고하게 해준 이 사건은 단순한 도난사고가 아니라 유괴 혹은 강간이나 다름없이 취급됐다.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파리 시민들은 그런 명작을 갖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고,이탈리아인들은 ‘그들의’ 모나리자를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도난사건을 전후로 유럽의 신문산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누구인지,르네상스 미술이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던 일반 대중에게 모나리자의 미소를 널리 알렸으며,수많은 문학작품이 모나리자를 소재로 삼았다.광고와 팝의 세계에까지 모나리자의 명성이 뻗어갔다. 대중적인 명성이 결국 신화의 경지에까지 이른 모나리자는,이제 찻잔과 달력·마우스패드 같은 물건에까지 치장된다.‘축구공을 든 모나리자’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상징이 됐으며,인터넷 속의 모나리자는 10만개가 넘는 웹사이트를 거느린다.모나리자 산업은 인터넷 발달과,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는 대중문화 특유의 탐욕과 맞물려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모나리자는 독보적인 명성 덕에 대중문화의 일부가 됐다.그러나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고급문화의 산물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문화선진국은 약탈선진국””문화재 약탈과 반환史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한 해 500만명의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다.1981년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주도한 ‘그랑 루브르(위대한 루브르)’ 공사 이후에는 더욱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박물관 1층 쉴리관 고대 이집트실에는 이집트 문명이 싹튼 기원전 4000년부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에 이르기까지 이집트의 역사와 유물이 연대별로 전시돼 있다.또 2층 드농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걸려 있고,3층 리슐리에관에는 네덜란드와 플랑드르의 걸작 회화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인류문화의 보고가 과연 프랑스 박물관이라고 할 수있느냐는 것이다.수많은 소장품들이 자국의 식민지나 패전국들로부터 약탈해간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거대한 약탈 전시관’이니 ‘문화제국주의의 신전’이니 하는 소리도 듣는다.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이보아 지음,민연 펴냄)는 루브르박물관등으로 표상되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를 살핀 책이다.국내의 몇 안 되는박물관경영학 전문학자로 주목받는 저자(추계예술대 교수)는 이 나라들이 박물관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약소국 문화를 짓밟았는지 그 숨겨진 치부를 낱낱이 들춰낸다.저자가 특별히 대상으로 삼는 것은 수많은 약탈 문화재를 자랑하는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이다. 대표적인 ‘문화국제주의 국가’인 프랑스의 문화재 약탈사는 화려하다.세기의 문화재 약탈자 나폴레옹은 1798년 이집트 원정길에 올랐다.그는 당시 5만여명의 군인과 함께 고고학자,천문학자,사서,인쇄공,토목기사,화가 등 175명의 민간인을 데려 갔다.이들은 닥치는 대로 이집트 유물을 긁어 모았다.나폴레옹은 특히 테베,룩소르,카르나크 등 이집트의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유적지를 탐사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루브르박물관은 그 부(負)의 유산을 정(正)의 자산으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약탈’이란 단어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 또한 대영박물관이다.한해 60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곳의 대표적 소장품은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과 스핑크스 수염,그리스의 엘긴 마블스 등.나폴레옹 원정군이 약탈한 로제타 스톤을 영국이 다시 빼앗은 행태를 보면 서구 열강의 먹이사슬이 얼마나추악한 것이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스핑크스에는 원래 수염이 있었다.그러나 오늘날 수염 달린 스핑크스를 본 사람은 없다.이곳을 점령한 나폴레옹이거만하다며 대포로 쏘아 수염을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문화선진국이란 가면 뒤에 가려진 동물적인 만행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화재의 약탈과 반환,그 역사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국가간 힘의 논리라는 거대한 뿌리에 닿게 된다.프랑스나 영국 같은 문화국제주의 혹은 문화제국주의 국가들은 그들끼리 뭉쳐 문화재 반환문제에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이들은 국제법을 유리하게 바꾸면서까지 자국의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으려애쓴다.그러나 정작 자신들이 강탈해간 문화재는 돌려주지 않으려고 온갖 구실을 댄다.약탈해간 것이 분명한 한국의 외규장각 고문서를 돌려주지 않으면서 자기 나라의 강탈당한 문화재는 독일이나 러시아로부터 돌려받고 있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이런 모순된 태도는 물론 박물관이 공동화(空洞化)되면문화재 관광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현실적인 계산과 맞물려 있다. 문화재 반환운동의 첫 신호탄이 된 것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한 대리석 예술작품 엘긴 마블스다.그리스 정부는 수십년 동안 자기 나라의 예술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막무가내다.엘긴 마블스를되찾으려는 그리스 정부와 국민의 노력은 문화재 반환운동의 본보기로 널리알려져 있다.특히 정치인보다 영화배우로 유명한 멜리나 메르쿠리는 엘긴 마블스를 되찾는 데 일생을 보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책은 미국 내 외국 정부의 첫 문화재 소송인 홀린셰드 사건을 통해 돌기둥(스텔라 2)을 돌려받은 과테말라 정부와 아이슬란드의 필사본 반환 이야기 등 약소국들의 문화재 반환 ‘성공사례’도 소개한다.이 가운데 특히 아이슬란드 필사본 반환 사례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우리처럼 300년이상 덴마크 지배를 받은 아이슬란드는 지난 97년까지 1800여점에 이르는 자기 나라의 필사본을 돌려받았다.아이슬란드는 19세기 독립운동과 함께 필사본 반환운동을 추진했고,독립 이후엔 정부를 주축으로 온 국민이 집요하게 요구해 필사본을 되찾았다.한 재불학자가 외규장각 고문서 연구서를 발간할 때까지 그 존재조차 까맣게 몰랐던 우리 정부의 모습과는사뭇 대조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93년부터 추진해온 우리의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협상을 되짚어보는 한편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고문서 반환협상은 비록‘실패한 거래’였지만 저자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말한다.알아서 한 수 물린 우리의 외교정책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고,여생을 엘긴 마블스 반환투쟁에 바친 메르쿠리의 삶을 생각하며 냉소적 패배주의를 걷어내자는 것이다.외규장각 고문서 반환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실사 결과에따라선 재협상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외규장각 고문서 반환문제와 관련,전문가를 제쳐놓고 정치논리로 풀려 했던 점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문화재 반환협상은 무엇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 예술과 과학

    예술과 과학은 어느만큼 가깝고 어디서부터 갈라지는 걸까. ‘예술과 과학’(엘리안 스트로스베르 지음·김승윤 옮김·을유문화사)은 이 오랜 물음에 대한 지은이 나름의 해답이다. 지은이는 일단 차이부터 인정한다.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매력에 묶여 있다”.그렇지만 과학에서 유용한 수단을구하는 예술,예술에서 세계를 설명할 모델을 배우려는 과학의 욕구 탓에 둘은 시시때때로 겹쳐놓인다.책은 예술과과학이 서로를 스쳐지나며,닮아온 역사에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이에 따르면 건축가는 천문학자와,무대감독은 물리학자와,화가는 심리학자와 정신적 과정이 닮아있다.15세기 건축가 알베르티에 따르면 “음악과 건축을 지배하는 수학적비례는 또한 우주를 지배”하는 그것이란 것. 책은 건축과 천문학,장식예술과 테크놀로지,그림과 인지이론,그래픽 디자인과 인쇄술이 상호작용해온 역사를 꼼꼼히 짚어가며 논지를 좁혀들어간다.결론은 예측대로다.학제간 경계가 날로 허물어지는 마당에 예술과 과학은 좋건 싫건 더 자주 한이불을 덮게 될수밖에 없으리란 것. 책 읽기에 속도감을 붙이는 건 지은이의 저술능력이다. 유사이전의 스톤 헨지부터 최첨단 컴퓨터,분자과학까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관련 정보들을 얽어짜는 솜씨가 요령 있다.프랙탈 드래곤,식물학 논문 사본,스핑크스 컴퓨터 모형,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컴퓨터로 병렬시킨 대칭사진 등 재미있는 자료사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학제간 문화연구 프로그램의 하나로 유네스코의 지원을받아 나온 책이다.2만 5000원. 손정숙기자jssohn@
  • 서양명화 8편의 비밀이야기

    ◆ 두첸의 세계명화비밀탐사 [모니카 봄 두첸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 서양미술사를 읽는 즐거움이란 어떤게 있을까.우선 카피본이나마 물량공세로 쏟아져나오는 명화들이 눈을 흐뭇하게한다.또하나,작품의 행간에서 당대 사회사를 읽어 내려가는 지적 탐험의 짜릿함도 누릴수 있다는 점. 이런 두가지 감상포인트에서라면 ‘두첸의 세계명화비밀탐사’(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생각의 나무)는 나무랄 데 없는 책.서양 명화 8편을 골라 그 연대기적·예술적·개인사적 맥락과 의미,영향과 파급관계 등을 실핏줄까지 파헤쳤다.실핏줄 마디마다 관련 그림들을 빠짐없이 걸쳐놓아 한권의 도록으로도 두둑하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전시기획자이기도 한 작가의 ‘간택’은 결코 별나지 않다.미켈란젤로 ‘다비드’,다빈치 ‘모나리자’ 같은 고전부터 고흐 ‘해바라기’,뭉크 ‘절규’,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 등 삼척동자도 알만한 것들이다. 출판가에 이런 류의 미술서가 산을 이루지만,책의 개성포인트라면 단연 그 촘촘함.교과서에서 할말 다한 작품에다뭐그리 덧붙일 게 있으랴만 정사에서 야사까지,인간에서예술론까지 종횡무진 풀어내는 수다가 결코 건더기가 없지 않다.화랑가의 상투어가 돼버린 그림들을 되걸면서도 또다른 긴장감을 불어넣는 발넓은 입담이 들을만 하다. 그 유명한 ‘절규’가 잉카 미라에게서,‘아비뇽의 여인들’이 고대 이베리아 반도 두상에서 영향받았다는 골상학이 있는가 하면,19세기 유럽의 누드화 전통속에서 ‘올랭피아’가 왜 그렇게 튀었는지 위치지울줄 아는 예술적 감식안이 있는 책. 미국,일본,옛소련 등 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린 모나리자 전시회를 보며,시대를 뛰어넘는 예술혼이란 뭔가,진지한질문도 빼먹지 않는다.2만8000원. 손정숙기자 jssohn@
  • [2002관광 월드컵 현장을 가다] 프랑스

    프랑스는 98년 월드컵대회를 치르면서 두가지 큰 성공을 거뒀다.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3대 0으로 누르고 월드컵을 거머쥔 게 첫 번째 성공이다.월드컵 승리는 국민단합으로 이어졌다. 두번째로는 프랑스 경제의 급상승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90년대 중반까지 파리시내 곳곳에 세워졌던 ‘세놓음’이라는광고간판은 이 대회를 치르면서 자취를 감췄다.이제는 집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프랑스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프랑스 최대 사회문제의 하나였던 실업률이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되살아 났다. 프랑스 월드컵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총 매출액 2조2,560억원에 수익이 6,000억원이다.입장권 값을 94년 미국 월드컵대회 때보다 낮추고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풍부한 문화·관광 인프라,특히 미술·박물관들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프랑스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미술관·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까. 프랑스박물관협회에 등록된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은자그마치 7,000여개나 된다.게다가 파리는 시내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박물·미술관은 루브르·퐁피두센터·오르세 같은 잘 알려져 있는 곳에서부터 경찰·레닌·안경박물관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루브르미술관] 16세기 궁전으로 시작됐다가 루이 16세가 베르사유궁에서 주로 생활을 하면서 루브르궁은 미술품들로 채워졌다.1792년 537점의 그림으로 출발해 지금은 서구미술의결정체들이 모여있다.레오나르도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미술품과 조각품들이 볼거리다.미술관 입구인 유리 피라미드는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명물이다. [오르세미술관] 기차 역을 미술관으로 바꾼 오르세미술관은누구나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밀레의 이삭줍기를 비롯해 마네,모네,고흐 등 근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퐁피두센터] 루브르미술관이 고대미술품,오르세미술관이 근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면 퐁피두센터는 현대 미술품의종합예술공간이라 할 수 있다.전시된 4만5,000여점의 미술품도 모두 수작이지만 ‘짓다만 건물’이라는 이미지를 주는퐁피두센터의 겉모습이 더 눈길을 끈다.흉물스럽게 드러난배관 가운데 파란색은 공기순환로,초록색은 급수관,빨간색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통로,노란색은 배선관이라는 점을 알면 더욱 흥미롭다. [포도주박물관] 포도주의 나라답게 포도주박물관도 있지만잘 알려져 있지 않다.파리의 ‘강남’에 해당되는 파시 전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물의 거리’(rue des eaux)에있는 아담한 박물관이다.루이 13세가 마시던 포도주 저장고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포도 수확에 사용된 각종 기구와 장비,포도주를 만드는 과정이 밀랍인형으로 소개돼있다.특히박물관 위에 살던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가 채권자를 피해 박물관의 자그마한 비밀통로를 통해 센강 쪽으로 도망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10∼20분의 관람이 끝나면 포두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기메박물관] 프랑스에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아시아 유물전시관이다.확장공사 끝에 지난 1월 다시 문을 열었고 한국의 고대 불교유물 등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피카소미술관] 파리시내 마레지구에 있는 피카소미술관에서는 건물 안팎에서 피카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피카소의상속자들이 엄청난 상속세 대신 정부에 내놓은 작품들이 미술관을 꾸미고 있다.200여점의 그림,150여점의 조각,1,600여점의 판화 등이 전시돼 있다.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피카소미술관보다 질·양적으로 우수하다는 평이다. [로댕미술관]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가깝다.정원이 워낙 잘 다듬어져 있어 영화촬영장소로도 애용된다.정원을 거닐면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칼레의시민’같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파리 박정현기자 jhpark@. ■“축구장은 경기만 하는 곳 아니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파리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에서 10㎞ 지점 왼쪽에 나타나는 비행접시 모양의 초현대식 건축물이 그 유명한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다.‘프랑스의 경기장’이라는 뜻이다.생드니시(市)에 있어 생드니 경기장으로도 불린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외계인의 대형 비행접시 같은 느낌을준다.축구 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갖가지 공연,전시,이벤트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는 것이 이 경기장의 특징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곡가 베르디의 ‘아이다'가 지난 9월14일 이곳에서 공연돼 성황을 이뤘다.‘축구장은 경기만 하는곳이 아니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경기때는 8만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지만 공연이나 행사가 있을때면 10만명까지 입장할 수 있게 설계됐다.경기 외 수익이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치러지는 대규모 공연이나 전시·이벤트는 20여개로 평균 200여만명의 관객을 유치한다.지난 10월6일에는 프랑스와 알제리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렸고 10월20일에는 모터쇼가 열려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월드컵 대회가 끝난 뒤 활용도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곳으로 꼽힌다. 축구경기나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프랑스의 또 하나의 자존심’인 스타드 드 프랑스를 구경하려는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데리고 생드니 경기장을 찾은 미셸 저네여사(50·파리거주)는 “스타드 드 프랑스는 굉장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프랑스인으로서 정말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생드니 경기장은 이제 에펠탑,개선문,루브르박물관,샤를 드 골 공항에 이어 또 하나의 프랑스의 명물이자 상징물로 자리잡았다.경기장 내의 고급 레스토랑 두 곳은 세계적 비즈니스 명소가 됐다.경기장에 펼쳐진 푸른 잔디가 내려다 보이는 회의장도 명물로 꼽힌다. 1층 전시장에는 경기장 건축과정을 보여주는 대역사(大役事)의 순간들이 전시돼있다.3년 전 파리 월드컵대회의 명장면사진들도 걸어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순간순간과 함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입장권 판매원은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300여명”이라고 말한다.전시장 입장료가 성인 한 사람당 38프랑이어서 연간 입장수입만 7억원을 웃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정현기자. ■셍드니시 관광청장 콜롱브리 인터뷰. 프랑스 월드컵대회를 치른 파리·리옹·몽펠리에·마르세유·랑스·보르도·낭트·생에티엔·툴루즈등 10개 도시 가운데 월드컵을 통해 가장 많이 변모한 곳은 생드니시(市)다. 생드니 시청 산하 관광청의 테오둘리차 콜롱브리 청장(사진)은 “월드컵 이후 우리 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50% 이상 늘었다”고 자랑한다.중세성당이 있었던 탓에 월드컵대회 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생드니시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콜롱브리 청장은 “스타드 드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끼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됐다”고 자랑했다. 그가 꼽는 성공비결은 범정부적 차원의 주변 정화와 축제,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다.콜롱브리 청장은 “시 차원에서 8,000만프랑(144억원)을 투입했고 정부에서 주변시설 정화 등에 50억프랑(1,200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한다.이런 재개발 사업 덕분에 파리 근교 대표적 슬럼가의 하나였던 생드니시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콜롱브리 청장은 “월드컵대회를 준비하면서 거리 곳곳에는 각종 축제와 거리행사를 열었고,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을 불러 음악축제를 개최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말했다.프랑스의 대명사인 예술을 스포츠와 연계시킨 것이다. 생드니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콜롱브리 청장은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3년여동안 지역학생들에게 유럽의 축구팀을 자세하게 소개했고 생드니시와 스타드 드 프랑스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를 집중 교육시켰다”고 말했다.초등학교 학생들은 월드컵을 주제로 외국학생들과 펜팔하면서 대외 홍보를 맡았다.주민 모두가 홍보대사였던셈이다.
  • 상장기업 20% 자본 잠식 상태

    상장기업의 20%가 경영부실로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상장법인 자본잠식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전체 상장법인(688개사)의 20%인 137개사가 자본잠식상태에 있다.이 중 71개사(51%)는 자본이전액 잠식됐다.자본전액잠식 회사중 자본잠식률이 1,000%를 넘는 회사는 갑을(2,334%) 고려시멘트(1,355%) 대농(2,197%) 동국무역(1,499%) 삼미(2,607%) 신광기업(1,798%)우성식품(4,442%) 천광산업(1,330%) 한보철강(2만9,674%)현대금속(1,646%) 환영철강(1,697%) 등 11개였다. 자본전액잠식 회사중 상장폐지 기준일이 내년 3월31일인회사는 한국주강,한국금속공업,태창,천광산업,이지닷컴,이룸,우성식품,신풍제약,신광기업,선진금속,서광건설,서광,부흥,대선주조,누보텍,흥아해운,휴넥스,환영철강,현대금속,한신공영,한보철강,청구,제일정밀,이트로닉스,수산중공업,상아제약,삼호물산,삼미,모나리자,라보라,두레에어메탈,동양강철,대농,나산,광명전기,고려시멘트제조,경남모직,건영,한트라,세풍,명성,맥슨텔레콤,동국무역,고합,갑을 등 45개사였다.상장폐지 기준일이 내년 7월1일인 회사는 미도파,해태유업,협진양행이고,내년 9월28일인 업체는 신호제지 등이다. 증권거래소 유가증권 상장규정은 2년 연속 자본전액 잠식법인에 한해 상장폐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주병철기자
  • ‘오색산수전’ 여는 한국화가 정종미씨

    “조선시대 화가 안견은 수묵(水墨·빛이 엷은 먹물)을 통해 이상향을 표현했지만 저는 우리의 ‘전통색’을 통해 이상을 담으려 합니다.” 홍화(붉은 색),쪽(쪽빛),황벽(누른 색) 등 식물에서 짜낸전통색을 이용해 산수의 모습을 추상화로 그려내는 작가 정종미(44).그가 오는 10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오색산수’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전시작품은 30호부터 500호까지 25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좋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보다 영주 부석사의 조사당벽화가 훨씬 아름답습니다.” 그가 그린 작품들 가운데 ‘몽유도원도’‘몽유고서도’‘황룡사지’ 등 ‘옛 것들’이 포함돼 있는 이유를 유추해 볼 수있는 대목이다. “제가 사용하는 재료는 우리 선조들이 불화와 민화,공예품 등에서 사용했던 것들입니다.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런 재료들을 발굴,연구하고 새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서양화가 표현해내지 못하는 독특한 색감과 질감의 예술세계를 형성하자는 것이지요.” “한지를 만져 보셨나요.얇으면서도 그처럼 부드럽고 질긴것은 없다는 게 서양 사람들의 얘기예요.종이 성격이 마치생활력 있고 강인한 한국 여성같이 느껴져요.” 그는 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으로 연수하러 갔다.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그림들이 집결된 미국 미술시장을 보고 나서,전통 회화와 공예에 관한 연구와자부심을 통해서라야만 세계 속에 설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는 “전통 회화 특히 산수의 경우 수묵화에 너무 익숙해있어서 우리의 산과 물이 마치 흑과 백으로 돼 있는 것처럼착각해 왔다”면서 “전통 고구려 벽화,고려 불화,조선 민화,도자기,공예,염색 등에서 나타나는 색에 대한 감각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흔히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하지만 선조들의 색감은 탁월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먼저 종이를 염색한 다음 종이의물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다듬이질을 하는 것입니다.그 위에 채색이 올려지고 몇 날을 불려서 갈아 만든 콩으로 장판지를 만들듯 콩땜을 합니다.쪽,홍화 등으로 물을 들이기도합니다.” 그는 “이렇게 하면 화면에 미묘한 색들이 깊이있고 투명하게 겹치고 떠오르며,독특한 재질감이 배 나오게 된다”고 말한다.마지막으로 염색한 모시와 삼베,다른 한지들을 콜라쥬(화면에 붙임)해 질감과 공간감을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 그는 추상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고구려벽화,고려불화,민화등을 8년간 연구했고 지난해 여름 ‘우리 그림의 색과 칠’이라는 책을 냈다.홍콩에서 발행되는 미술잡지 ‘아시안 아트 뉴스’ 올해 첫호 표지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02)720-6474유상덕기자 youni@
  • ‘유혹하는 모나리자’…뜯어 볼수록 심오한 서양미술

    서양미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그것을 둘러싼 정신사적 흐름이나 역사,신화 등에 주목한다.그러다보면 정작 그림 자체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일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그러나 미술에서 그림 자체가 가장 중요한 텍스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출간된 ‘유혹하는 모나리자’(노성두 지음,한길아트)는 무심히 흘려 보기 쉬운 서양의 유명그림들에 확대경을 들이대 세밀히 보게 한다.네덜란드 풍속화가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하녀’에서 가늘게 떨어지는 우유줄기는 어째서우리의 시선을 대번에 잡아끄는 걸까.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그림 왼쪽에 붙은 창틀을 따라 소실선을 그어보면 하녀의 오른팔보다 조금 위에 보는 이의 시점이 있다.따라서 그림을 보는 순간 우리의 시선은 저절로 우유단지를 기울이는 동작에 쏠리고 곧바로 흘러내리는 우유줄기에 달라붙게 되는것이다. 책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미술을 다룬 1부 ‘르네상스의 빛’과,그리스와 로마의 조각과 건축을 다룬 2부 ‘고대의 그늘’로 이뤄졌다.1부에서는 카라바조의 ‘마태오 간택’,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마사초의 ‘성삼위일체’,기베르티의 ‘천국문’등 15점의 명작을 소개한다.이 가운데 특히 찬찬히 뜯어봐야 할 작품은마태오가 예수의 부름을 받는 장면을 그린 ‘마태오 간택’이다.이 그림을 뢴트겐으로 찍어보면 놀랍게도 예수의 팔이세 개다.왜 그럴까.당시의 종교화는 주로 공공미술품으로 제작됐다.화가는 그림의 주문자인 교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카라바조는 할 수 없이 세 번이나 마태오를 바꿔치기했던 것이다. 2부에서는 폴뤼클레토스의 ‘큰 창을 든 남자’,페르가몬의 ‘제우스 제단’,뤼시포스의 ‘때 미는 남자’등 16점을 만날 수 있다.그리스 조각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손꼽히는 것은 단연 폴뤼클레토스의 ‘큰 창을 든 남자’다. 그리스의 조각은 아케익 시대(기원전 7∼5세기경)까지만 해도 뻣뻣한 자세가 이집트 조각에 못지 않았다.그러나 폴뤼클레토스는 아케익의 기계적인 조형에 만족하지 않고 유기적인 인체를 탐구했다.이집트 미술이 인체를 수치로 환원해 불변의 비례원칙을 세웠다면,폴뤼클레토스는 단순하 수치가 아니라 수의 관계에서 비롯된 비례의 원칙에 주목했다.고대 그리스의 많은 조각가들은 이러한 비례균제에 의해 그려진 폴뤼클레토스의 ‘큰 창을 든 남자’를 모범으로 삼았다. 이밖에 이책은 로마인의 종합놀이 시설이었던 카라칼라 대욕장,‘문화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비밀정원,나이를 거꾸로먹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초상조각 등 재미있는 고대미술품을 소개한다. 김종면기자 jmkim@
  • [굄돌] 작은것이 아름답다

    며칠 전 서울 인사동에서 우연히 만난 몇몇 화방이나 표구사를 하는 분들이 점포 때문에 푸념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작품들이 점차 대작으로 달라져서 도저히 좁은 공간으로는화판이나 액자제작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작품들의 대형화 추세는 공모전,대학의 강의실을 비롯하여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느껴진다.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일단 시위를 하고 보자는 식의 규모 확장은 결국 공사로 따진다면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그만큼 밀도가 없는 부실한 작품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전에 불과 20여 점만을 남기고 갔지만 77×53cm의 ‘모나리자’를 비롯한 대표적인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있다.안견의 ‘몽유도원도’가 그렇고,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나 ‘부작난도’ 역시 대작은 아니지만 미술사에서 보석같은 작품들로 꼽힌다.이중섭이 그렇고 이상범,변관식,박수근이나 장욱진 등대표적인 작가들이 그렇다.양적으로도 소수에 그치지만 정수를 보여주는 예가 너무나 많다.고려청자가 그렇고,고려불화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작품들이지만 모두가 국보급으로지정해도 좋을 만큼 우리문화의 유산이 되고 있다.미술사에서 이같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우리의 의식 속에는 언제부터인가 양적인 과시에 집착한 부풀리기나 규모의 시위가 질적인 절대가치보다 앞서가는 추세이다.보다 크고,높고,많은 숫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심리적으로 보면 단기적으로라도 규모에서 압도하려는의식이 반영된 것이지만 이같은 흐름이 결국 거품가치를 양산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호당가격제라는 신기한 그림값을 통해 거래되어온 우리 미술시장의 기이한 현상 역시 작품의 절대가치를 무시한 오류이며,거시적으로 보면 백화점식의 확장을 해가는 기업이나 교육기관의 팽창도 결국 전문화된 경영이나 밀도있는교육과 연구를 포기하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미술작품에 한정된 말은 결코 아닐 듯 한 이 한마디가 다시금 새롭게 다가온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 평론가
  • 상장사 최대주주 교체 잦다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일이 잦다.기업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계열내 지분조정 등구조조정의 여파다. 1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상장사들의 최대주주 변경공시 건수는 총 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57%(11건)가 증가했다. 골드상호신용금고,동부제강,모나리자,새한,성보화학,인천제철,일신석재 등 7개사는 올들어 4개월이 채 안돼 주인이 두차례나 바뀌었다. 최대주주 변경 원인별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기업분할이 23건으로 전체의 37.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동일기업집단내 기업간 또는 특수관계인간의 지분변동에 의한 것이 12건으로 전체의 19.4%였다.이에 따라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출자전환이나 계열내 지분조정 등에따른 최대주주 변경이 전체 변경원인의 56.5%나 됐다. 또 전체 변경공시 62건중 최대주주간 주식 인수도를 통한실질적 변경은 전체의 75.8%인 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비해 34.3%나 증가했다. 기업들의 실질적 주인이 상당수 교체됐음을 보여줬다. 반면 계열내 조정이나 상속·증여 등으로 인한 형식적 변경은 15건으로 6.25%가 줄었다. 구조조정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에도 불구하고 주가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구조조정으로 인한 변경의 경우 주가는 연초대비 16.18%가 내렸다.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한 경우역시 주가가 14.8% 내렸다. 반면 계열내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경우는 주가가 7.03%올랐고 특히 장내매수를 통해 최대주주가 바뀐 경우는 주가가 13.81% 올라 재료 못지않게 매집세력이 있으면 주가가 가장 크게 부양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오승호기자
  • 지터 몸값 1억8,900만弗

    ‘미국의 연인’ 데릭 지터(26·뉴욕 양키스)가 영원한 ‘뉴욕맨’으로 남게 됐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TV ESPN은 4일 메이저리그 관계자의 말을인용해 지터가 뉴욕 양키스와 1억8,900만달러(2,381억여원)에 10년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터의 연봉 총액은 10년간 2억5,200만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이어 두번째 고액이며 평균 연봉으로는 8년간 1억6,000만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매니 라미레스에이어 3번째다. 92년 양키스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유격수 지터는 96년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지난 5년간 양키스가 4차례나 월드시리즈를제패하는데 견인차가 됐다. 특히 환상의 수비에 타율 .339(119타점)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사상처음으로 한시즌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거머쥔 주인공이 됐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지터는 그라운드에서 특유의 ‘모나리자 미소’로 미국 여성팬을 사로잡아 ‘미국의 연인’으로 불린다.또 톱가수인 머라이어 캐리와연인 관계를 맺는 등 숱한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민수기자 kimms@
  • MVP 데릭 지터데뷔 5년만에 4번째 정복

    189㎝ 88㎏의 잘빠진 몸매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답기까지한 수비,마크 맥과이어같은 통나무 체형이 아니면서도 심심찮게 걷어올리는 홈런포. 데릭 지터(26)가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지을 때면 펜스밖으로 몸을 절반쯤 내민 여성팬들의 비명소리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다. 사상 처음으로 한해에 올스타 MVP와 월드시리즈 MVP를 동시에 거머쥐며 미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지터. 74년 뉴저지에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을 때만해도 이 갈색피부의 소년이 ‘미국의 연인’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9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에 1라운드에 지명된 지터는 95년 메이저리그 시험무대를 거친 뒤 96년 .314의 타율과104타점을 기록,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98·99년에도 팀의 우승을 함께한 지터는 데뷔 5년만에 무려 4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행운도 함께 했다. 올 시즌 .339의 타율과 119타점을 올린 지터는 월드시리즈에서 .409홈런 2개의 경이적인 타격과 탄탄한 수비로 MVP에 올라 실력과 인기를 동시에 검증받았다. 마릴린 먼로와 사랑에 빠졌던 영원한 양키스 선배 조 디마지오와 마찬가지로 지난해까지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와 연인 관계를 맺는 등숱한 화제를 몰고 다닌다. 류길상기자
  • [외언내언] 동서양 미소의 만남

    ‘모나리자’ 미소의 신비는 보는 사람에 따라 웃는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은 데 있다.꽉 죈 입술 양 끝이 어찌 보면 심술궂게도 보이는 이 야릇한 미소 덕분에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예술의 극치이자 세계적인 명작으로 꼽힌다.‘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피렌체 상류사회 한 귀족의 세번째 부인이라는 주장이 널리 알려져 있다.다빈치 예술의 위대성은 한 여인의 애매하고 묘한 미소에다 복잡다단한 인간 내면을 담은 데 있다. ‘모나리자’가 서양 미소의 상징이라면 동양 미소로는 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미륵반가사유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미륵반가사유상이라면 일본 고류(廣隆)사에 있는 일본 국보 제1호가 세계적으로알려졌지만 그 재료가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자생하는 적송(赤松, 일명 춘양목)인 것으로 밝혀져 한국 작품으로 추정한다.최근에는 고류사 ‘반가사유상’과 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국보제 83호)의 작가가 동일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물론 ‘모나리자’가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이지만 지금 프랑스 재산이듯 고류사 ‘반가사유상’이 일본 국보인 것은 틀림없다.그러나 그 미소만은우리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고류사 불상의 미소가 경주 석굴암본존불, 중앙박물관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그리고 개인이 소장한같은 연대의 반가사유상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미륵반가사유상의 미소는 한없이 너그럽고 편안하다.그리고 성스럽다.사색의 심연에 든 것 같기도 하다.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멋을 부린 듯한 인상을 주지만 우리의 미륵반가사유상에는 작가의 의도는 전혀 안보이고 오로지 사유를 초월한 사유만 있다. 그 작가가누구이든 간에 결국 이 불가사의한 미소를 빚어낸 모태는 신라시대민중의 심성이 아니겠는가. 동·서양의 미소,즉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모나리자’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같다는 소식이다.지난 3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프랑스 방문때 수행했던 김영호(金泳鎬) 당시 산자부장관이 ‘모나리자’의 서울 나들이를 제안했다.테제베 고속철이 개통되고 르노삼성차가 시판되는 2002년 월드컵 개막에 맞춰 ‘모나리자’를 한국에서 전시하자는 것이었다.프랑스는 “양국 문화부장관이 협의토록 하자”는반응을 보였는데 최근 학술회의차 서울에 온 크리스티앙 피에레 프랑스 산자부장관이 프랑스 문화부의 긍정적 검토 결과를 알렸다.우리정부는 ‘모나리자’가 서울에 올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나란히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성사만 된다면 세기의 이벤트가 될 것 같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어린이 책세상

    ◈한권으로 끝내는 초등논술삼성출판사의 ‘한권으로 끝내는 초등논술’은 어린이들이 지레 겁부터 먹는 논술을 보다 흥미롭게 익힐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지침서다.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로 나눠 기획된 책은 탐구대상 작품이다를 뿐 구성방식은 모두 똑같다. 주입식 학습법을 지양하고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쪽으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작품의 주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다각적 인식을 해보도록 유도한다.신문기사 형식의 글부터 실은 것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는 배려다. 예를 들면,6학년용 책의 제2편 ‘큰바위 얼굴’.‘큰바위 얼굴 예언이 실현되다’라는 큰 제목의 신문기사와 나란히 주인공 어니스트와의 가상인터뷰까지 덧붙인 ‘명작신문’을 먼저 보여준 다음,작가 호손을 소개하고 맨마지막에 작품 이해력을 돕는 주·객관식 퀴즈를 제시한다. 논술공부를 위해 엄선한 이야기감들은 전래동화에서부터 세계명작,위인전 등에 이르기까지 학년별 수준에 맞춰 다양하다.값 8,500원◈척척박사 과학교실(믹 매닝 지음)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필수개념들이 생생한 실험과 그림들과 함께 선보이는 재미있는 과학교과서.열,힘,빛,소리,전기 등으로 주제를 나눠 기초적 과학원리를 흥미롭게 소개한다.‘학교종이 딩동댕’시리즈 제1권.주니어 김영사 8,900원. ◈미워하지마(최은규 지음) 초등학교 2학년생인 미남이가,부모의 불화와 이혼과정에서 아픔을 겪는 친구 예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줄거리의 창작동화.초등학교 1,2학년생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문공사 6,000원. ◈모나리자의 비밀(카트린느 테르노 지음) 호기심 많은 프랑스 소녀아망딘느가 미술선생님을 따라 루브르 박물관에 들렀다가 그림속 모나리자 부인과 이야기를 하고,도둑맞은 모나리자 그림을 지혜롭게 되찾는 기발한 줄거리의 창작동화.베틀북 6,500원. ◈가족신문 만들기(유지은 외 지음) 전북 고창군 해리초등학교 유지은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만든 책으로,가족신문 경진대회 입상작들이 수록돼 있다.가족신문의 필요성,만드는 과정,기사작성 요령,편집법 등이 일러스트와 함께 자세히 실렸다.청솔 9,000원. ◈호랑이를 그린 닭임금님(정 위엔지에 지음) 열두 띠 동물을 소재로기획된 시리즈 10번째로, 닭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모음집. 닭의 신체적 특성이나 습성,생태까지 두루 고찰해볼 수 있는 책은 영국,독일,일본 등에서도 이미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비룡소 7,000원. 황수정기자 sjh@
  • 그림보다 재미있는 ‘그림이야기’

    ‘그림이 책으로 읽힌다?’최근 출판가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대중미술서다.멀리갈 것도 없다.본격 출판 성수기를 맞은 여름 서점가의 신간목록이 그걸 그대로 입증해준다.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이야기’(혜윰),‘천국을 훔친 화가들’(사계절),‘야만인의 절규’(창해),‘폴 고갱,슬픈 열대’(예담),‘모나리자는 원래목욕탕에 걸려있었다’(동아일보사),‘루브르 계단에서 관음,미소짓다’(서해문집),‘평양미술기행’(옛오늘)….일일이 꼽기가 숨이 찰 정도인데,소설까지 가세했다.단 프랑크가 쓴 ‘보엠’시리즈(전3권·이끌리오)는 출판사가아예 ‘예술소설’이라고 이름붙여 내놨다.기다렸다는듯 한길사도 시스티나천장화의 비밀을 소재로 한 소설 ‘미켈란젤로의 복수’(한길사)를 출간했다. 시중 인문학 서가쪽에서 굵직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교양예술서들에는 공통점이 잡힌다.특정 독자층을 겨냥했던 딱딱하고 권위적인 종래의 예술서들과는 달리 화려한 천연색 외장에 술술 책장이 넘어가게 한 평이한 내용전개가 이들 책의매력포인트.너나없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바짝 몸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6월 ‘반 고흐,영혼의 편지’로 대중예술서를 내기 시작한 예담출판사의 오연조 주간은 “유명화가를 모티프로 한 기획 자체는 별반 새삼스러울게 없었다. 그러나 화가의 생전 편지글들을 평론을 거치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한 점이 일반독자들의 구미를 끌었던 것같다”고 설명했다.이 책으로 출판사는 뜻밖의 재미를 봤다.초판 당시 6,000∼7,000부 판매를 예상했던 것이지금까지 3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예술서로는 상당한 판매고다. 출판계에 이처럼 새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무엇보다 독자들의 예술적 소양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꼽는다.시중 갤러리들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들이다. 이런 흐름을 일찌거니 읽어낸 창해출판사는 올초부터 아예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 시리즈로 벤치마킹에 들어갔다.시리즈를 기획한 민점호 차장은“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인상주의화가들로 시작해 서서히 음악가나 문인쪽으로까지 범주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고갱의 편지들과 그림들을엮은 ‘야만인의 절규’를 펴낸 출판사는 이달안에 다시 마네를 선보이고 이후 드가 들라크루아 르누아르 세잔 모네 르동 등 인상파들을 잇따라 소개한다. 현대 예술가들의 삶을 소설형식으로 소개해(‘보엠’시리즈) 호응을 확인한이끌리오 출판사도 스테디셀러를 노린 미술대중서들을 전략상품으로 기획했다.피카소와 파리생활을 함께 한 유명 사진작가 브라사이의 ‘피카소와의 대화’를 11월쯤 출간하고,올해안에 국내 처음으로 모네 전기도 내놓는다. 특히 서간문 형식의 예술대중서는 근년들어 유럽에서도 크게 유행중인 출판아이템.이끌리오 박재환 대표 같은 이는 “획일적 디지털문화에 대한 반감이회화 등 순수창작을 향수하려는 책읽기 경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충분히 설득력 있는 얘기다. 황수정기자 sjh@
  • 신간 맛보기

    ◆빛의 도시(야콥 단코나 지음,오성환·이민아 옮김) 이탈리아에 살던 유대인 학자이자 상인이었던 지은이가 1270∼73년 극동지방을 방문하고 여행과정의 체험을 상세히 기록한 책.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보다 몇년 더 앞서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아드리아해의 도시 안코나를 출발해 시리아,페르시아만,인도양을 거쳐 지은이가 처음 밟은 중국땅은 남부의 ‘빛의 도시’짜이툰(刺桐).서양지식인의 눈에 비친 중세 중국사회와 풍속이 여행수첩속에 상세히 기록됐다.몽골 정복군의 공습이 임박했던 짜이툰의 상황묘사는 충격적일만큼 생생하다.까치 1만9,000원◆감옥에서 나와보니(최선웅 지음,아침 펴냄) 사회민주주의 통일청년연합 대표로 평양을 방문,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20여년의 투옥생활을 하는 등 통일운동에 젊음을 바친 최선웅씨(58)의 자서전.책머리에서 “민초들의 고통과애환에 울고 웃는 문학이 아니라면 값어치가 없다”고 밝힌 지은이답게 개인사적 기록에만 급급해하지는 않았다.전대협 백산기념사업회 등 역사적 주역들과 사건들까지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정책실장,조국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등을 지낸 최씨는 ‘바람보다 빨리 눕는 풀’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의 전작이 있다. 7,000원◆자유의 미학(서병훈 지음,나남 펴냄) 가치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현대 자유주의의 모순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벌린,포퍼,로티,롤즈 등 현대 자유주의자들의 불가지론적 철학은 물신주의와 쾌락주의를 방조하는 위험성이 있다고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플라톤이나 존 스튜어트 밀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대비된다.예컨대 자기방식대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최선이라 정의한 밀의 자유론은 ‘자기발전’이란 중심가치를 견지하고 있어 현대 자유주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욕망을 자유와 개성의 이름으로 덮어놓고 옹호하려는 현 세태를 꼬집는 책은,어느 시대나 인간이 고민해야 할 가치는 엄존함을 역설한다.1만4,000원◆‘모나리자’는 원래 목욕탕에 걸려 있었다(니콜라스 포웰 지음,강주헌 옮김)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17세기 내내 파리 부근퐁텐블로 프랑수아 1세의 욕실에 걸려 있었다.1919년에 한 무뢰한은 모나리자의 얼굴에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넣기도 했다. 세계 유명 미술품들이 겪은 수난의 역사는 한 편의 추리소설 같다.이 책에는 ‘모나리자’의 파란만장한 행로를 비롯,‘엘체 부인상’에 얽힌 믿어지지않는 이야기,이적을 행한 라파엘의 작품들이 겪은 부침,중국의 미술품들이타이완으로 옮겨지는 과정의 엑소더스 등 미술품들에 얽힌 기막힌 사연들이담겼다.동아일보사 8,500원.
  • [대한시론] 모나리자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기념해서 정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우리나라에 빌려오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모나리자’는 세계의 모든 미술품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니 이를 우리나라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놓치기 아까운 기회이다.그러나 워낙 유명세를 타는 그림이다보니 프랑스 정부로서도 섣불리 내돌리기가 쉽지 않을것이고 작품의 안전한 운송과 보관 등 여러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53×75㎝ 정도의 비교적 작은 그림으로 루브르미술관에서도 도난사고 이후 방탄유리 안에 보호하고 있어서 사실 그 바로 앞에서도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그 앞에 몰려 북적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또 사진촬영을 금지하는데도 불구하고,그리고 복잡한 실내에서 사진을찍어보았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래 사진을 찍어대는데 그것은 물론 이 세계적 그림을 보았다는 증명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다.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이 그림을 이다지 유명하게 만든 것일까. ‘모나리자’는 피렌체의 부유한 은행가 조콘도의 24세 된 부인 리사의 초상화여서 일명 ‘조콘다’라고도 불린다.이 그림은 레오나르도가 3년여 동안 작업했고 또 상당한 애착을 가져서 그가 말년에 프랑스로 건너갈 때 소지하여 결과적으로 루브르에 소장되게 된 것이다.미술사적으로는 그가 창안한 안개가 낀 듯 은은한 대기를 표현하는 ‘스푸마토’기법이 잘 드러난 초상화의 전형을 확립한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공은 얼핏 동양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양손을포갠 자세로 의자에 앉은채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는 구도이며 얼굴은 정면향이지만 어깨는 3/4 정면향으로 살짝 틀었다.원래 그녀 양쪽 옆으로 기둥이있었지만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잘려나가서 현재는 겨우 일부만 보일 뿐이며,얼굴부분은 그간의 보수과정에서 거의 바탕칠이 드러날 정도로 지나치게 물감이 닦여 나갔다.어쨌든 이 작품은 당시 초상화의 한 귀감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후배작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정작 이 그림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이런 미학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그것은 19세기에 낭만주의적인 성향의 문필가들이나 미술애호가들이 그녀의 미소를 신비화시키는 수많은 글을 썼기 때문이다.자세히 보면그녀는 그리 대단한 미모가 아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표정을 띠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물론 무심하게 넘기면 그만이지만 의미를 두고 바라보면 그녀의 시선에서 사람을 빨아들이는 묘한 힘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화가가 그만큼 그녀를 살아있는인물로 그려놓은 탓이다.어쨌든 이 ‘모나리자의 미소’에 얽힌 지나친 설들은 선입견없는 정당한 평가를 가로막아 작품 감상에는 도리어 해가 되어온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나리자’에게 20세기는 수난의 시대였다.1910년대 말에 레오나르도 만큼이나 유명해진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뒤샹이 이 작품의 복제화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넣고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지”라는 뜻의 외설스럽고 장난스러운 제목을 붙인 것이다.이것은 아름답고 신비스러운여성의 대명사인 그녀를 남성화시키고 서양미술사의 대표적인 걸작을 한낮 농담거리로 비하한 우상타파적인 제스처였던 것이다. 뒤샹의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의 동성애적인 성향에 대한 언급이자 동시에 그 자신의 양성에 대한 관심의 발로였다.그것으로 부족해서 그는 말년에는 수염이 없는,그러니까 고치지 않은 ‘모나리자’의 복제화를 ‘면도한’모나리자로 둔갑시켰다.결과적으로 그는 남의 작품에 간단하게 수염을 그렸다 지웠다(실제로 지운 것도 아니지만)함으로써 원작에 버금갈만큼 유명한작품을 두 개씩이나 만들어낸 것이다. 뒤샹 이후로 ‘모나리자’는 미술에서 무수한 변조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특히 광고계에서는 가장 많이 패러디되고 애용되는 최고의 고전이 되었다.19세기의 신비한 미소는 현대에 와서는 한갖 농담이나 장난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원작의 광휘는 물론 아직도 스러지지 않아 ‘모나리자’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문화사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참이다.미술품의위상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처럼 역동적으로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서도 ‘모나리자’는 유일하다. ◆姜 太 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 월드컵때 ‘모나리자’서울 전시 추진

    정부는 오는 2002년 월드컵대회에 맞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진품을 서울에서 전시하기 위해 프랑스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3일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영호(金泳鎬) 산자부장관이 한·불 정상회담때 죠스팽 총리에게 ‘2002년 월드컵대회에 맞춰 모나리자를 서울에서 전시했으면 좋겠다’며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죠스팽총리는 “양국 문화부장관이 협의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장관은 현지에서 프랑스 산업부장관과 1차 접촉을 갖고 양국문화부간 본격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그러나 “협상은 해봐야 겠지만 관례로 볼 때 가능성은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르네상스 시대인 1503∼1506년에 그린 세로 77,가로 53㎝의 유화다. 양승현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