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율 안정을 위한 제언/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원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달러당 1000원,100엔당 1000원인 원화 환율의 ‘1000-1000’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원화 환율이 급등하게 된 것은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를 띠고 있는 반면, 원화는 가파른 약세 기조를 나타내고 있는 까닭이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투자기관들이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어 달러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비해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의 신용경색으로 달러화 차입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국내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되어 달러화 공급은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원화 환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가 늘어나 원화 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모습을 나타냈다. 원화 환율의 약세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경기가 단기간 내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고, 국내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12월 결산 기업들의 외국인 주주들에 대한 배당으로 본국 송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원화 환율 절하는 국내 경제에 부작용을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 우선, 수출 증가에 의한 무역 수지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원화 환율의 급등은 수입 가격을 상승시켜 수출 증대 효과를 상쇄시킨다.
물가 상승에 의한 내수 부진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 환율이 크게 올라가면 수입 물가가 급등하여 국내 물가도 동반 상승하여 국내 소비를 위축시킨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투자 심리도 움츠러든다. 원화 환율 상승에 따르는 금융 손실 증대로 국내 금융 시장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도 있다. 원화 환율 상승은 외화 채무를 지고 있는 기관들의 부채 상환 부담을 증대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을 유도하여 국내 주가 하락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는 추가적인 원화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또다시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을 부추겨 국내 증시는 물론 금융 시장 전반을 불안하게 만드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케 한다. 결국, 원화 환율의 급등은 수출 증대 효과보다 국내 경기의 위축 위험성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큰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원화 환율의 과도한 급등락을 예방하는 한편, 환율 안정을 위해서라도 내수 경기 활성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첫째, 원화 환율 상승 기대 심리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원화 환율의 급등락을 방지하고 수출 증가와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 환율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원화 환율 약세를 활용한 수출 증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원저 시대를 서비스 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관광 서비스 향상과 홍보 증대로 외국인과 국내 소비자의 국내 관광 활성화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내 경제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내수 활성화 정책의 차질없는 추진이 필요하다. 개인 부동자산의 유동화 촉진, 고용 연장 지원, 가계 부채 증가 억제 등을 통해 국내 소비 심리를 진작시켜야 한다. 규제 완화의 신속 추진, 신성장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유인책 마련 등을 통해 투자 증대도 실현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 경기 진작을 위해 SOC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 건설 경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산되고 국내 내수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선제적인 금융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