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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올림픽 여자축구 예선] 봐라, 만리장성 넘는다

    지난해 한국 여자축구가 월드컵에 진출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2003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당시 한국은 3·4위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비록 ‘꿈의 무대’에서는 강호 브라질(0-3) 프랑스(0-1) 노르웨이(1-7)에 연패,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대약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한국 여자축구는 ‘방콕의 기적’을 뒤로 한 채,‘히로시마의 기적’을 일구기 위해 18일 아테네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괌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날개를 활짝 편다. ●아테네행,그 험난한 여정 아시아 최종예선에는 모두 11개 나라가 참가,3개조로 나뉘어 리그를 벌인 뒤 각조 1위 3개 팀과 2위팀 중 최상위 1개팀(와일드카드)이 4강전을 벌이고,결승에 오르는 국가에 본선행 티켓 2장이 주어진다. 지난 1월 조추첨 결과,한국은 아시아의 맹주 중국과 미얀마 괌 등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각조 1위는 북한(A조) 중국 일본(C조)이 각각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전력상 한국은 A조의 타이완과 와일드카드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조에 속한 중국과의 경기가 ‘특히’ 중요하다.조 1위 또는 와일드카드를 확보한다면 대진에 따라 중국과 준결승에서 다시 충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아테네행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선 만리장성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것. 솔직히 중국과의 역대 전적은 처참하다.1990년 10월 아시안게임에서 0-8로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13번을 겨뤄 모두 졌다.10골 차 패배를 당한 적도 있다.2000년 이후 그나마 격차가 줄고 있는 추세. 그러나 최추경 한국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에 열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열세가 패배로 직결되지는 않는다.축구공은 둥글다.”고 잘라 말했다. ●세대교체로 만리장성 넘는다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2차 강화훈련부터 모든 초점은 22·24일 예선전과 준결승에서 잇따라 맞붙을 중국에 맞춰졌다.최 감독은 여자대표팀을 맡자마자 중국을 뛰어넘기 위해 스피드와 체력,좋은 체격을 지닌 선수들을 선발했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14일 최종 예선이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로 떠난 선수는 모두 22명.이 가운데 지난해 월드컵 전사는 9명뿐이고 나머지는 젊은 피다. 이번 세대교체는 최근 남자 중·고등학교 팀과의 경기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스피드와 체력면에서 대폭적인 도움을 줬다. 특히 투톱 자리를 다툴 박은정(18·예성여고) 차연희(18·여주대)가 주목된다.플레이 메이커는 이장미(19·영진대),양날개는 김진희(23·울산과학대)와 정정숙(22·대교) 등이 맡을 예정이다.‘스리백’ 홍경숙(20·여주대) 박은선(18·위례정보고) 김유미(25·INI스틸)와 골키퍼 김정미(20·영진대)가 빗장을 걸어 잠근다. 최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을 차 온 선수들이라 기술이나 스피드,체력면에서 언니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와일드카드를 다툴 때를 대비,괌 미얀마와의 경기에서는 공격 축구로 다득점을 노릴 예정이지만,중국전에서는 스피드를 바탕으로 역습에 중점을 두게 된다.지난해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낸 차세대 주포 박은선이 수비수로 보직을 옮긴 것도 이를 위해서다.최 감독은 박은선이 최근 부상으로 컨디션이 떨어져 있지만,남자 대표팀의 유상철(33·요코하마)처럼 철벽수비를 하다가 중요한 시점에 결정적인 한방을 뿜어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명화(31·서울시청) 유영실(29) 진숙희(26·이상 INI스틸) 등 고참들도 노련미 넘치는 플레이로 동생들의 뒤를 받칠 예정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새 출발한 한국 여자축구가 일본 히로시마에서도 기적을 재현해낼지 자못 기대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굴비’ 박수근미술관으로

    갤러리 현대 박명자 대표가 박수근 화백의 유작 ‘굴비’(1962년)를 비롯,한국 근현대 회화 55점을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다. ‘굴비’는 소박한 구도의 정물화로 박 화백의 서민적 회화감정을 잘 드러낸 명화로 꼽힌다.이번 기증작 중엔 박수근 화백의 1950년대 드로잉 ‘독장수’와 ‘시장’,이중섭의 은지화 ‘가족과 동네 아이들’ 등이 포함돼 있다. 박수근미술관은 이번 박 대표의 기증작품을 ‘박수근과 그 시대 화가들’(24일∼8월31일까지)이란 제목의 전시에서 소개할 예정이다.박씨의 기증으로 미술관 소장 박수근의 유화작품은 ㈜영창의 조재진 대표가 기증한 ‘빈 수레’와 개인소장자로부터 구입한 ‘앉아있는 두 남자’를 포함,모두 3점으로 늘어났다.(033)480-2655.˝
  • [사설] 변호사 수임비리 이번엔 근절하라

    검찰이 이달 초부터 3개월간 변호사 수임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다고 한다.전국 55개 지검·지청의 특수부 검사를 투입하고,압수수색과 함께 계좌추적도 병행한다고 하니 기대가 자못 크다.변호사 수임료 문제로 진저리 나는 일들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공감을 느낄 것이다.실제로 정식 계약을 맺은 뒤 인사치레나 각종 알선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기는 경우가 많다.절박한 사건의뢰인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그렇다고 하소연할 데도 없지 않은가. 변호사 수임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개업 변호사가 6000여명에 이르면서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사건 브로커 고용은 구식이 됐다.특별면회 전문 변호사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무엇보다 검찰·법원·경찰·구치소 직원과 결탁해 저지르는 범죄를 뿌리뽑지 않으면 안 된다.알선료의 과다와 알선 횟수에 관계없이 모두 구속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그러지 않고서는 이같은 ‘커넥션’을 깰 수 없다.검찰이 유독 제식구만 감싸서도 안 될 것이다.폐해가 적지 않은 전관예우 역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시민이다.이는 변호사 업계의 탈세로 이어져 국가세수도 타격을 입게 된다.수입을 몽땅 신고하는 변호사가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니 말이다.이로 말미암아 법조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짐은 당연하다.수임료 산정을 투명화하는 장치를 제도화하지 않고서는 이를 근절하기 어렵다.변협도 자체 정화 노력을 해야 한다.“어찌할꼬.”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도록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집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예술학교 음악원 첫 동문 연주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원장 김남윤) 출신 음악인들이 처음으로 동문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제1회 크누아(KNUA) 동문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다.바이올리니스트 민유경,부산시향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동욱 등 60여명의 동문들을 비롯한 재학생 총 90여명이 연주에 참여한다.음악원 교수로 재직중인 첼리스트 정명화가 협연자로 출연한다.˝
  • [사설] ‘기초예술 위기’ 절규도 들어야

    순수 예술이 빈사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어제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예총)와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 보수·진보를 망라한 60개 문화예술단체들이 ‘기초예술 살리기 범문화예술인 연대’를 출범시킨 것은 존폐의 갈림길에 선 순수예술 종사자들의 최후의 절규로 들린다.오죽했으면 ‘순수예술’이란 용어를 포기하고 ‘기초기술’이란 새로운 담론까지 내놓게 되었는지,안타깝고 씁쓸하다. 순수예술은 말할 것도 없이 새롭게 산업의 총아로 등장한 영화,연예 등 문화산업의 콘텐츠 공급 창구이다.그러나 특정 산업의 ‘기초’가 되는 점을 내세우지 않아도 순수예술의 존재가치는 자명하다.예술 체험을 통한 정신의 고양은 세상의 모든 존재 속에서 인간만이 추구할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문명화가 고도로 진행된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를 선언하고 삶의 목적을 물질적 풍요에서 문화적 풍요로 바꿔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영화를 제외한 연극,미술,음악,전통예술,무용 등 국민의 순수예술 관람률은 해마다 줄고 있다.지난해 문학 출판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3분2나 감소했으며 문화예술인들의 약 3분의1은 월수입이 없는 실정이다.이같은 상황에도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은 폐지되고 후속 대책으로 제시된 문예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의 정쟁 속에 무산됐으니 문화예술계에서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정부와 정치권은 양 진영의 문화예술계가 손잡고 절규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 중국을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중국 곡예단의 모든 것을 서울에서 즐기세요.” 주한 중국문화원 개원을 기념하는 ‘중국문화 관광 대축제’가 3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다.타이틀은 ‘니하오 차이나’.중국문화원은 종로구 내자동 세종로정부종합청사 인근에 오는 8월쯤 들어선다. 서울시가 후원하는 중국문화 축제는 대공원 봄꽃 축제 야간개장과 연계,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내내 유료로 진행된다. 행사는 크게 8부문으로 나뉜다.특히 중국 전래의 화려한 등불 경연인 ‘등 축제’와 사자춤,수천년 역사를 지닌 서커스공연,민간 전통예술인 ‘종이오림 공예’가 눈길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설탕액을 굳혀 조형을 만들어내는 ‘당화(糖)’전시도 흥미롭다. 운남성 일부 종족 사이에 전해내려오는 2200여개의 상형문자 전시회와 200년 전인 1830년대 베이징의 모습을 그려낸 중국 유명화가의 ‘거리 풍경전’과 사진전도 있다. 특히 중국문화원 홍보대사를 맡은 탤런트 겸 가수 장나라의 특별무대도 마련된다. 관람료는 19세 이상 8000원,중·고생 7000원,4세∼초등생 6000원이며 65세 이상이거나 국가유공자,장애인에게는 4000원으로 할인해준다.행사 내용은 홈페이지(nihaochina.or.kr)에 소개돼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총선 D-15/관심지역구·후보간 평가] 경기성남 분당갑-허운나 후보·고흥길 후보

    한나라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돼온 이곳은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민심이 요동치면서 접전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챔피언’인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와 ‘도전자’인 열린우리당 허운나(비례대표) 후보가 둘다 16대 국회의원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고 후보는 언론인 출신인 데 반해 허 후보는 정보기술(IT) 전문가다. 서울 강남을 생활권으로 하는 이곳은 경제적으로는 중·상류층,이념적으로는 보수·안정성향 주민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에서 ‘제2의 강남’과 같은 투표성향을 보여왔다.일반 고급아파트 단지는 물론 공무원아파트와 군인아파트 단지는 이 지역 유권자들의 완고한 보수성을 대변한다는 평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야심작’으로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강봉균 후보)을 내세웠으나 무려 1만여표차로 고배를 들어야 했다.2002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18% 포인트나 앞섰다. 그런데 지금은 허 후보가 고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앞지르고 있다.2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표밭을 갈아온 허 후보측은 “탄핵사태 이후 보수적인 유권자들까지 ‘이건 아닌데….’라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흔들림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또 “민주당이란 이름에 거부감이 심한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 간판에는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측은 민심의 동요를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탄핵 직후 20% 포인트까지 뒤졌던 지지도가 최근 10% 포인트대로 좁혀졌고,인물적합도에선 오히려 우리가 앞서고 있다.”면서 “지난 4년간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많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했다.“탄핵 때문에 일부 유권자가 흥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조용한 편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승패의 열쇠는 표심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40대가 쥐고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현재 30대 이하는 허 후보가,50대 이상은 고 후보가 우세하다는 평가다. 민주당 김종우 후보와 무소속 강정길·장명화 후보도 열심히 뛰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양강(兩强)인 고·허 후보에 크게 뒤져 있다. ●운나 후보가 본 고흥길 후보 장점 최근 탄핵결정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에서 보듯이 중앙일보 정치부 출신의 초선의원으로 당에 기여도나 정치적 성향이 강한 정치인이다.또한 지역에서 성실하고 무색무취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분당갑 지역의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기득권을 갖고 선거에 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 당파성이나 정치적 성향이 강한 반면에 정책적인 면이나 분당 발전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주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정치,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 정쟁에는 강하나 정책국회에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고흥길 후보가 본 허운나 후보 장점 앞서가는 여성 정치인으로,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의정 활동을 펴온 국회의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정당에서 사이버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등 최첨단 정보통신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전문직을 선호하는 지역구 특성상 허운나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일처리도 꼼꼼하고 성실한 편이다. 단점 출마한 지역구에 정착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현역 국회의원이지만 지역 현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또 앞으로 우리 지역구가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중앙에서 이름이 났다고 해도 어차피 지역구를 위해 발벗고 나설 일꾼이 필요한 것 아닌가. 김상연기자 carlos@ ˝
  • [이런 책 어때요]

    ● 바바리안/리처드 루드글리 지음 바바리안이란 말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기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을 가리키는 ‘바르바로이(야만)’란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그 단어 속에는 폭력,비겁,미래 등의 의미가 들어 있다.세계사에선 그리스·로마인을 제외한 고대 유럽인들을 가리켜 바바리안이라 부른다.여기엔 켈트족,게르만족,훈족 등 수많은 부족들이 포함된다.이 책은 유럽의 현 지형을 이룩한 장본인임에도 여전히 폭력적이고 미개한 종족으로 간주되는 바바리안의 역사를 재조명한다.로마의 문명화된 시각에서 본 바바리안들의 역사를 진실과 혼동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담겼다.1만 2000원. ●대몽골 시간여행/배석규 지음 1000년에 가까운 몽골의 역사를 정리.책은 칭기즈칸에 의한 통일단계부터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의 건설,청 왕조로의 병합과 몰락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칭기즈칸의 아버지 예수게이가 약탈혼으로 어머니 후엘룬을 맞는 과정과 테무친(칭기즈칸의 아명)의 탄생,아버지의 비명횡사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칭기즈칸은 몽골의 ‘푸른 군대’를 이끌고 중원의 금나라,중앙아시아의 강국 호레즘,아프간 지역을 차례로 정복했다.저자(YTN 워싱턴 지국장)는 몽골군의 전투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전리품의 공정한 분배였다고 지적한다.3만원. ●만철(滿鐵)/고바야시 히데오 지음 1906년에 등장해 1945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40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만철(정식명칭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은 일본제국주의의 싱크탱크로 식민지정책의 핵심 역할을 했다.‘만철왕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막강했다.저자(와세다대 교수)는 만철은 만주지역에 군림한 일본 최대의 주식회사이자 그 자체가 만주라는 ‘영토’를 거느린 식민지 국가였다고 말한다.만주국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만선(滿鮮)사관을 체계화한 기구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만철 조사부.이 책은 특히 만철 조사부의 역할과 현재적 의미를 소상히 파헤친다.1만 2000원. ●내 딸들을 위한 여성사/정기문 지음 중세 교회는 남편이 아내를 때릴 수 있도록 하고,다만 그 몽둥이 크기만 제한했다.50만 명에 이르는 여자들을 마녀로 규정해 학살한 근대초의 마녀사냥도 있었다.남편들이 아내를 팔아먹기도 했다.이른바 ‘마누라 팔아먹기’제도가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신사의 나라’ 영국에 있었다.토머스 하디의 소설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이 이를 입증한다.이 책은 유다의 큰며느리 다말,그리스 최고의 지성 아스파시아,로마법의 구원자 테오도라,대서양 시대를 연 전략가 엘리자베스 등 선구적인 여성들을 다룬다.여성의 역할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들이다.1만원. ●꽃의 중국문화사/나카무라 고이치 지음 중국인들은 사람과 헤어질 때는 작약을 건넸고,여자가 남자에게 구애할 때는 향기가 짙은 말리화(재스민)를 선물했으며,근심을 잊게 하기 위해선 원추리를 전해줬다.길 떠나는 임에게는 버드나무 가지를,급제를 기원하며 살구꽃을,사랑과 우정의 증표로 매화를 주었다.아름답지만 도도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여인에겐 장미를 바쳤다.이 책은 꽃과 꽃말로 엮은 중국의 풍속사다.꽃말은 꽃의 생김새,향기,약효,유래,주술적 의미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상징이다.식물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중국에선 화훼어(花卉語) 또는 화어(花語)라고 불렀다.1만 3000원.˝
  • [책꽂이]

    ●오스만 제국은 왜 몰락했는가(앨런 파머 지음,이은정 옮김,에디터 펴냄) 터키의 오스만제국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 3대륙에 걸쳐 방대한 영토를 지배하며 600년 동안 강력한 군사대국으로 군림했다.그러나 오스만제국은 1683년 오스트리아의 제2차 빈 포위공략의 실패를 전환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다.발칸반도와 근동에서 맹위를 떨쳤던 오스만제국의 쇠망사를 살폈다.2만 5000원. ●명화 속 풍경을 찾아서(사사키 미쓰오 등 지음,정란희 옮김,예담 펴냄) 고흐가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오베르의 언덕길,밀레의 작품 ‘만종’의 무대가 된 바르비종의 황금빛 들판,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연못의 수련,로트레크가 그린 몽마르트의 화려한 밤거리….186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태동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 속 아름다운 풍경들을 찾아 떠난다.풍경은 ‘빛을 그린’ 인상파 화가들의 주된 화제(畵題)였다.9800원. ●의학사의 이단자들(줄리 펜스터 지음,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 펴냄)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길흉화복,삶과 죽음,병과 치유는 전적으로 ‘신의 뜻’이었다.현대의학의 발달과정은 수천년간 이어져온 이같은 신 중심의 사고방식에 대한 도전의 역사였다.이 책은 당대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현대의학의 지평을 넓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전기’ 형식으로 되살린다.1만 4500원. ●EU 신가입 10개국(코트라 구주지역본부 지음,리수 펴냄) 폴란드·헝가리·체크·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슬로베니아·몰타·사이프러스 등 중동구 유럽 10개국은 오는 5월 새롭게 EU(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된다.EU는 이제 25개 회원국에 인구 4억5000만명,교역액 2조 4000억 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으로 부상했다.이 책은 신규 가입 10개국에 대한 비즈니스 백서다.2만 9900원.˝
  • [시네마 천국]새영화 ‘모나리자 스마일’

    1953년 미국 동부의 명문 웰슬리대학에 매력적인 여교수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예술사 강의를 맡아 부임해온다.교수를 임용할 때 집안을 따질 정도로 보수적인 이 대학에 이례적으로 서부 출신이면서 취임한 진보적 교수는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에 변화의 숨결을 불어넣으려고 모든 관행에 당차게 도전한다.하지만 동료 교수들과 ‘졸업후 결혼’ 등 주입된 역할모델에 젖은 학생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19일 개봉하는 ‘모나리자 스마일(Mona Lisa Smile)’은 여성을 짓누르는 당대의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여교수의 열정과 의욕을 다룬 로맨틱 드라마.왓슨이 대학 내외의 보수적인 틀을 깨려고 애쓰는 모습을 비추는 영화의 분위기는 얼핏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오르게 한다.남자인 키플링 교사 대신에 여자 교수를,영국 명문 사학고교 대신에 미국의 명문 여대로 무대만 살짝 바꾼 듯하다.여기에 페미니즘이라는 세계관을 슬쩍 더했다고 보면 된다. 모범생 학생들은 교재를 미리 다 읽고와 왓슨의 슬라이드를 보자마자 강의 내용을 줄줄 왼다.이에 왓슨은 썩은 고기의 내장을 그린 그림,자신이 어릴 적 그린 그림 등을 교재로 하여 학생들의 예술·명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변화를 향한 그녀의 노력은 강의실 밖에서 더 강렬하다.현모양처를 지고지선의 목표로 삼는 학생들에게 왓슨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고,주부만이 아니라 남성만큼 다양한 역할이 많다고 역설한다. 그녀의 진심은 서서히 학생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변화의 물결이 인다.하지만 교수들에게는 눈엣가시.재임용때 탈락시키려 하지만 예술사 수강신청이 개교 이래 최고라는 왓슨의 인기 앞에서 불가항력이다.영화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담으려다 소화불량에 걸린 듯하다.훌륭한 세트와 음악 등 눈길을 끌 만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50년대 이야기,상류 사회,페미니즘 그리고 로맨스 등으로 주제가 흩어지면서 산만해진다.가장 큰 문제는 감독의 메시지가 너무 희미하다는 것.예일대 로스쿨 진학을 포기한 제자의 항변에 대응하지 못하는 왓슨의 무기력한 모습은 단적인 예다.당연히 닮은꼴인 ‘죽은 시인의 사회’보다 파격이 덜하고 반전도 약하다. 이종수기자 vielee@˝
  • [문화마당] 낭만적 사랑의 열병/백지연 문학평론가

    얼마 전 즐겨보던 연애 드라마 한 편이 막을 내렸다.신분의 격차가 있는 네 명의 연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심리학이 매우 흥미로웠던 드라마라서 결말이 퍽 궁금했다.어느 정도의 작위적인 설정은 예상했지만 인물들의 죽음으로 장식된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그동안 부풀려왔던 환상을 한번에 박살내기에 충분했다.질투에 눈멀어 연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비장함은 접어두고라도 여주인공이 피흘리며 죽어가면서도 ‘사랑해요.’를 내뱉는 장면은 심란하기까지 했다.허탈하게 다가오는 이 고백은 우리가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랑의 고정관념을 확인시키는 듯했다. 금지된 사랑을 돌파하려는 열정이 결국 죽음을 만들어내는 극단적 설정은 근대의 연애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많은 사회학자들은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이 근대사회가 호소한 개인의 자의식에서 본격적으로 발화된다고 지적한다.신문물이 유입되던 1920∼30년대 한국문학작품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자유연애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신분질서를 초월하는 금기의 사랑은 봉건적 질서를 벗어나는 개인적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통로였던 것이다. 1920년대 조선사회의 성과 사랑에 대한 문화적 풍속도를 고찰한 권보드래의 책 ‘연애의 시대’를 읽으면 비극적인 연애를 보여준 흥미로운 사건 세 가지가 소개된다.‘독살미인 김정필’ 사건과 기생 강명화의 자살,윤심덕·김우진의 동반자살은 1920년대의 3대 연애사건이었다고 한다.부호의 아들과 사랑에 빠졌으나 주위의 반대에 상심해 애인의 눈 앞에서 음독자살한 기생 강명화 사건은 연애 열풍의 절정을 보여주는 일로 기록된다.더불어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김우진의 이야기도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유명한 사건이었다. 근대 사회의 도입부를 장식했던 사랑의 열풍은 불합리한 제도와 질서를 넘어서려는 개인의 합리적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문화 속에 꿈틀거리는 사랑의 상징들은 무수한 소비상품으로 전환되고 있다.즉물적으로 소비되고 탐닉될 수 있는 문화적 상품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기에 더 격렬하고 가슴아픈 사랑의 공식은 숱한 드라마와 영화,소설 속에서 변주되는 기본적 공식이다. 평범하고 가난한 여자가 재력을 소유한 멋진 외모의 남자와 우연히 인연을 맺고 사랑에 빠진다는 흔한 공식은 사춘기에 즐겨 읽던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에도 줄기차게 등장한다.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 읽는 하이틴 로맨스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면서 낭만적 사랑의 열병을 마음껏 상상하게 해준다.괴팍하고 오만하지만 여린 내면을 갖고 있는 부유한 남자가 가진 것이라곤 자존심 하나밖에 없는 여성에게 매료되는 과정은 갑갑한 일상을 잊는 그 무엇인가를 던져준다. 하이틴 로맨스가 시시해져버린 성인의 세계에서도 사랑의 환상은 무수한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연애의 무한한 가능성에 열려 있는 발랄한 20대의 젊은이들은 오히려 사랑 이야기에 목매지 않는다.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눈물짓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아줌마’와 ‘아저씨’들이다.죽음까지도 무릅쓰겠다는 지고지순한 순정의 공식은 우리들이 버리지 못하는 연애의 환상을 자극한다.나이가 들면서 대책없는 사랑타령을 늘어놓는 소설과 영화에 가끔씩 빠져들고 싶은 것도 이런 욕망 때문이다.‘알면서도 속는 것’,그것은 낭만적 사랑의 열병이 남기는 하나의 금언이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모나리자 스마일

    1503년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피렌체에 거주하고 있는 부호(富豪)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에게 환심을 얻기 위해 그의 부인 엘리자베타의 초상화를 그렸다.저 유명한 ‘모나리자’다.미술 전문 용어로는 ‘패널화(畵)’로 규정되고 있는 이 명화에 담긴 미소는 흔히 ‘모성애를 자극하는 온화한 눈웃음’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다. 그런데 이 미소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느끼고 있는 지극히 불안한 감정을 삼키고 있는 음울한 제스처라고 한다면…? 이같은 ‘발칙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신작이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모나리자 스마일’이다. 1953년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로 장식된 뉴잉글랜드.자유분방한 캘리포니아 처녀답게 ‘결혼은 여성의 굴레’라는 보헤미안 기질을 갖고 있는 미술사 담당 교수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명문 웨슬리 칼리지로 부임한다.낯선 이방인에게 지극히 배타적인 학풍(學風) 때문에 수업 첫날부터 곤욕을 치르는 왓슨.하지만 그녀의 페미니스트 시각은 백인 중산층 남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사는 것을 인생의 최대 행복으로 여기고 있던 보수적인 여학생들의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고 결국 남성들의 울타리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1950년 4월 발표돼 빅히트를 기록한 팝송이 냇 킹 콜의 ‘모나리자’.‘당신은 신비로운 미소를 떠올리는 숙녀를 닮았어요.그 미소는 사랑의 유혹인가요.아니면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인가요?’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극중 결혼식 축하곡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이 노래는 이제 ‘남자들 때문에 여성들이 흘리는 상처의 노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2003년 10월 미국에서 출간돼 여성계 뉴스를 제공한 신간인 언론인 출신 레이철 사피어의 ‘저기 신부가 간다(There Goes The Bride)’.미국의 경우 해마다 결혼을 눈앞에 둔 미혼 여성중 5만명이 파혼을 선언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 서적은 ‘결혼 예물을 반환하는 법’ 등 합리적인 파혼 절차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여성들이 ‘꿀맛을 보기 직전’에 결혼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이 남자가 정말 내가 원하던 이상형인가?’와 ‘결혼은 나(여성)의 후반 인생을 행복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가?’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다 결국 도망가는 신부를 택한다고 분석했다.이런 여성의 심리를 반영하듯 게리 마셜 감독은 ‘런어웨이 브라이드’(1999)에서 결혼식장에만 들어서면 신랑을 내팽개치고 도망치는 여성의 행동을 묘사해 또래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난 당신의 신부가 되면서 생의 의미를 찾게 됐어요.’라는 패티 페이지의 팝송은 이제 구석기 시대 박제된 유물에서나 찾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미혼 남성들은 배반하지 않을 반려자를 찾기 위해 로미오처럼 심야의 세레나데를 절규할 때라고 단정한다면 이것도 기혼 남성의 편협한 자만일까? 영화 칼럼니스트
  • [盧대통령 취임 1년]경제정책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1년’은 ‘의욕적인 추진에 비해 효과가 미미한 속빈강정’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최근 한국경제학회는 ‘참여정부 평가 1년’에서 “개혁도,경제안정도 모두 놓쳤다.”고 평가했다.청와대 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도 ‘참여정부 1년 경제성과와 전망’에서 ‘경제성장 3% 안팎,신용불량자 370만명’이란 현실을 놓고 보면 경제지표로는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없다고 시인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매년 7%대의 경제성장으로 250만명의 일자리 창출 ▲2만달러 시대 달성을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복지제도의 확립과 사회안전망이라는 3축을 경제정책의 모토로 내걸었다.시장경제 질서를 위한 재벌개혁도 과제였다. 하지만 지난해 일자리는 오히려 4만여개 줄었고,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렀다.분배를 통한 복지도 성장이 전제되지 않아 허울만 좋았다.2002년 후반기 들어 가계대출의 증가세 둔화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고 북핵,이라크전쟁,SK글로벌 사건,LG카드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시장은 심한 동요를 보였다.화물연대 파업 등 노사갈등도 끊이지 않아 외국인 투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방만한 토론문화로 정책결정이 신속히 처리되지 못하고,되레 부처간 혼선과 이기주의만 부추긴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다만,투자와 관련해 규제를 풀고 공정경쟁과 시장의 투명화를 위한 분야별 로드맵을 만들어 향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특히 강도높은 세제정책을 통해 부동산투기를 일단 잠재웠고,1∼2%포인트의 과감한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기업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가시적인 성과다. 앞으로 경제정책은 분배중심이 아닌 성장-고용-복지(분배)라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지금은 성장이 중요하고,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고려한 고육책의 성격이 강하다.따라서 기업투자 환경개선과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토지규제 완화,외국인투자 촉진,서비스산업 육성,신용불량자 대책,사교육비 경감,물류·항만산업 육성 등이 지속 추진되어야 할 정책 과제다. 주병철기자 bcjoo@˝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IRA와 시네마 천국

    지난해 런던 대학 미디어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대영제국의 실체를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견학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시내 거리와 지하철(Underground)을 오가면서 가장 궁금했던 풍경중의 하나는 휴지통과 지하철내에 물건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이 없다는 점.현지 유학생들의 귀띔에 의하면 이런 조치는 영국에 대항해서 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는 북아일랜드 공화국군(IRA: Irish Republican Army)의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중의 하나라는 것.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앵글로 색슨족은 12세기 헨리 2세 통치 시절 켈트족 후예들의 거처인 아일랜드를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영국과 아일랜드간의 정치적 분쟁은 발아되게 된다.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속에서 그나마 존 메이어 총리 이후 정권을 잡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지난 1998년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에 목숨을 걸고 찾아가 극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해 현재는 소강 상태에 빠져 있지만 대다수 영국인들에게 IRA는 ‘드라큘라’와 같은 공포의 존재로 각인돼 있다. 닐 조던은 IRA의 행적을 담은 영화를 꾸준히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그에게 1992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안겨준 ‘크라잉 게임’은 영국에 체포된 IRA의 중견 간부를 석방시키기 위해 무고한 영국 흑인 병사를 납치해 인질 협상을 벌이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 애꿎은 흑인 병사만이 희생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영화에서는 냉혈한으로 여겨졌던 IRA의 혁명 대원이 무고한 인명을 살상시키면서 자행하는 자신들의 독립 투쟁에 대해 짙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설정을 담아 공감을 얻어냈다.연극 배우 출신의 리암 니슨.그의 연기력을 입증시켜준 히트작중의 하나가 닐 조던 감독이 IRA 혁명대원의 행적을 다룬 ‘마이클 콜린스’이다.영국에서는 악질 테러리스트의 전형적 인물이지만 북아일랜드측에서는 자국이 추진하는 독립 운동을 온몸을 바쳐 실행한 애국적인 혁명 대원으로 칭송 받고 있는 투사이다.1984년 헬렌 미렌에게 칸 여우상을 안겨준 팻 오코너 감독의 ‘칼’은 영국 경찰을 죽이고 런던 근교로 피신한 청년 칼이 은둔 생활을 하다 우연히 마을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여인과 밀애를 나누게 된다.그런데 그녀는 바로 자신이 몇 년전 죽인 영국 경찰의 미망인이었다는 아이러니를 담아 애절한 멜로극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북아일랜드 출신 청년이 런던 거리를 배회하다 폭파 사고가 벌어지자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돼 14년 형을 언도 받고 복역한다.하지만 그는 결국 영국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만들어진 조작된 용의자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는 ‘아버지의 이름으로’도 북아일랜드인들의 아픔을 다룬 명화로 기억되고 있다.
  • 할머니 춤꾼 7인의 삶·예술 오롯이…12~13일 국악원 예악당서

    세상이 알아준다해서 영화로울 것도,알아주지 않는다해서 서운할 것도 없었다.그저 춤이란 제 멋에 겨워 허공에 그리는 자화상이며,돌아서고 나면 사라지는 허망한 꿈 한조각에 불과하지 않던가. 12·13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여무(女舞),허공에 그린 세월’은 세간의 눈길에 아랑곳없이 한평생 전통춤을 품고 살아온 일곱 여성 춤꾼들의 고집스러운 삶과 예술이 오롯이 담긴 무대이다.평균 연령 70대 중반.이들중 절반은 기녀로,무녀로 혹은 스님으로 남다른 인생을 살면서 춤을 삶의 동반자로 삼았다.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진옥섭씨는 “승무나 살풀이 등 1∼2종의 유파가 전통춤의 본류인양 취급되는 세태속에서 우리 춤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풍부한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70대 고령인지라 이들의 춤을 한자리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조바심에 삼고초려의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지난 2002년 가을 ‘남무(男舞),춤추는 처용아비’로 남성 전통 춤꾼들의 호방한 춤사위를 선보였던 그로선 여성 춤꾼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무대이기도 하다. 최고령 출연자는 올해 팔순이 된 강선영.태평무 예능보유자인 그는 이번 무대에서 스승인 한성준에게 직접 사사한 승무를 선보인다.승무는 한성준의 손녀 한영숙이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고,후에 이매방의 호남류가 지정받았다. 민살풀이춤을 추는 장금도(76)는 `먹고 살기 위해 소리 배우고,춤 배운’군산 소화권번 출신의 춤꾼.서울 종로 요정가에서 탁월한 춤솜씨로 인기와 재물을 모으기도 했으나 전쟁통에 군산에 내려가 이집저집 잔칫상을 떠돌다 세월에 묻혔다.민살풀이춤은 수건없이 맨손으로 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주 명무 김수악(78)이 추는 교방굿거리춤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칠순을 넘기면서 허리가 굽고,키가 줄어 공연 때마다 치맛단을 잘라내야 하지만 춤의 `태’만은 여전히 정정하다. 만신 김금화(72)는 황해도굿 가운데 큰거리에 해당하는 거상춤을 선보인다.황해도 출신의 김금화는 황해도굿의 예술성을 널리 알려 주목받은 이로 중요무형문화재 서해안 풍어제 보유자이다. 최연소 출연자인 한동희(59)는 중요무형문화재 영산재 이수자로,비구니로서는 처음 범패승 계보에 올랐다.지난 95년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불교의식을 최초로 무대화한 작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서울 돈암동 자인사에서 수행하며,범패 전수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나비춤을 춘다. 대구 춤꾼 권명화(70)와 최희선(74)은 대구 전통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박지홍류의 살풀이춤과 달구벌 입춤을 춘다.굿판에서 즉흥적으로 추던 허튼 춤에서 발전한 살풀이춤은 1990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달구벌 입춤은 박지홍류의 춤을 최희선이 추면서 붙여진 이름으로,춤을 배울때 첫 발을 떼는 춤이기도 하다.(02)3446-6418. 이순녀기자 coral@˝
  • [토요명화]

    ●신용문객잔(KBS2 오후 11시10분) 홍콩 무협 영화의 경전으로 여겨지는 1966년작의 ‘용문객잔’을 새롭게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임청하,양가휘,장만옥 등 홍콩 최고 스타들이 출연했다.명나라 무림 협객들의 활약을,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는 사막 한복판의 ‘용문객잔’이라는 여관을 무대로 그리고 있다.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조소흠은 병조판서 양원 일가를 몰살하고 양원의 심복 주회안을 유인,제거하기 위해 양원의 딸과 아들을 살려둔다.양원의 두 아이를 구해낸 주회안의 애인 구모언과 무림 협객들은 주회안과 합류하기로 한 여관 ‘용문객잔’에 도착한다.악천후로 발이 묶인 주회안 일행은 조소흠까지 여관에 도착해 감시가 심해지자 몰래 탈출할 방법을 강구한다.주회안은 비밀 통로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을 유혹하려고 혈안이 된 여관 주인 금양옥과 거짓 결혼을 올린다. 마침내 피바람이 몰아치고,부상으로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린 구모언의 희생 끝에 주회안은 금양옥의 도움을 받아 조소흠을 물리치고 길을 떠난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EBS 오후 10시) 스티븐 킹의 초기 단편집 ‘사계’에 실린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웃집 노인의 비밀을 알게 된 총명한 고등학생과 노인의 애증섞인 우정을 맺는 과정을 긴장과 공포감 넘치게 그렸다.고등학생 토드는 유대인대학살에 관심이 많다.그러다 인터넷에서 찾은 나치 친위대원의 사진 속에 있던 인물이 이웃집 할아버지 커트와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토드는 커트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대인 대학살에 가담했던 그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괴상한 제안을 한다. ●나인야드(MBC 오후 11시10분) 브루스 윌리스,매튜 페리,로잔나 아퀘트 출연.‘나인 야드’는 평생에 한번 있기도 어려운 횡재,천운을 의미한다.치과의사 오즈에게 가정은 지옥과 마찬가지다.아내와 장모는 빚을 갚기 위해 보험금을 바라며 오즈가 죽기만을 기다린다.어느 날 옆집에 갱조직 보스의 비리를 증언한 대가로 석방된 킬러 지미가 이사온다.오즈의 부인은 오즈에게 갱조직에게 지미의 거처를 알려주고 현상금을 받아오라고 한다.그런 다음 지미를 찾아가 오즈를 죽여달라며 살인을 청부하는데…. 박상숙기자 alex@˝
  • [오픈 코리아-소통하는 사회 만들자](4)정치자금 개혁 대담

    “국회에 ‘전문가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깨끗한 정치,생산성 높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문가 충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개혁마인드를 가진 전문가그룹이 기성 정치인을 리드할 수 있도록 ‘세력군’을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를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꼽았다.전문가그룹의 정치권 진입을 활발히 하기 위해서라면 비례대표 증원으로 의원정수가 다소 늘더라도 국민들이 이해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세일 범개협 위원장 이목희 정치부장 ●이목희 서울신문 정치부장 불법 정치자금 문제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박 위원장 깨끗한 정치는 3가지 측면에서 모색해야 합니다.정치자금의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과 제도의 틀을 갖추는 것,아울러 필요한 돈이 합리적으로 조달되도록 하는 것이지요.세(勢)과시형 조직은 돈이 들게 마련이고,부패하게 돼있습니다.미디어를 통한 선거가 활성화하도록 해야 합니다.지구당·중앙당의 폐지나 축소가 정치자금의 수요를 줄일 수 있습니다.한편으로 필요한 돈은 적정량 공급해줘야 합니다.다만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부장 투명화 취지는 좋으나 정치현실에서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박 위원장 우리도 그 문제를 고민했던 게 사실입니다.우리 정치문화를 볼때 후원회제도 투명화를 전제로 하면 야당이 불리한 게 사실입니다.그래서 국고보조금을 차별화해 야당에 대폭지원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습니다.그러나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되면 돈이 한편에 쏠리는 것 자체도 국민이 볼 수 있게 됩니다.그러면 여당에 몰리는 것도 쉽지 않게됩니다.장기적으로는 여야 균등에 기여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과도기적으로 한쪽에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으나 과거 처럼은 아닐 것입니다.어렵지만 장기적인 원칙을 세우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 부장 지구당폐지가 혼탁선거 방지에 도움이 될까요. ●박 위원장 그렇습니다.지구당은 선거브로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지구당 자체가 거대하고 혼탁선거의 주범 역할을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법으로 반드시 법정지구당을 폐지할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다만 연락사무소 정도는 허용하되 규모를 최소화하면 자금수요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 부장 요즘 정치권의 최대 논란은 의원정수 조정 문제입니다.어떻게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박 위원장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대표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만,앞으로는 지역대표성의 비중이 줄어들어야 할 것입니다.이미 지방자치제도가 자리잡고 있어 지역 정치는 지자체에서 일정정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지요.또한 미디어 정치를 통해 지역의 욕구를 중앙정치에 반영하는 게 예전보다 쉬워졌습니다.앞으로는 직종·직능 대표성이나 정책전문성이 중요해질 것입니다.정치의 비중이 지역대표성에서 직종·직능 대표성,정책전문성으로 옮겨질 것입니다.요즘의 사회갈등은 직종·직능간 갈등입니다.사용자·노동자를 대변할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 있어야 합니다.지금의 방식으로는 대표성이 약해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부장 비례대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박 위원장 비례대표가 지역구를 보완하는 부수적인 게 아니라 동등한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정치권의 논의를 보면 지역구 조정이 어려우니 편하게 가자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독일은 지역구대 전국구의 비율이 1대1이고,일본도 3대2입니다.우리는 지역구를 현 수준인 227석으로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72석으로 하면 차선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민주주의가 병행해야 할 2가지가 대중성과 전문성인데,대중성 대표가 지역구이고,전문성의 대표가 비례대표제입니다.미국식에서는 하원이 대중성을 갖고 상원이 전문성을 대표하지요. ●이 부장 비례대표를 정당명부식으로 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권역 단위로 하느냐,전국 단위냐로 하느냐의 논쟁도 한창입니다. ●박 위원장 전국 단위로 하는 것이 옳습니다.권역별로 하면 도리어 지역구도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습니다.예컨대 ‘왜 우리 군에서는 비례후보를 내지 않느냐.’는 식의 소지역주의가 발호할 공산이 큽니다. 전국 단위로 하면 정당간에 정책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정당들이 아무나 비례대표 명단에 올리지 못할 겁니다.각계각층의 우수한 인재를 모셔오려 할 것이며,이 사람들이 전국을 돌면서 자기들을 찍어주면 무엇을 할 것인지,자기 당의 정책은 무엇인지 홍보를 할 겁니다.이번 총선은 정당명부제도의 도입을 통해 대통령 선거의 성격을 띠게 될 것입니다. ●이 부장 소선거구제를 주장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박 위원장 중대선거구제는 권역별로 지역감정이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현행 3∼4당 체제의 고착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대통령제에서 정국이 안정되려면 양당 구조가 옳습니다.중남미 정치가 불안한 것은 대통령제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이유가 큽니다. 정치권에 내각제 논쟁이 종종 이는데,비례대표 제도를 확대·안정시킨 뒤 일정시간이 축적 돼야 내각제 얘기도 가능할 것입니다.정책전문성이 확보돼야 의원들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지역에서 악수만 하는 의원으로는 국정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죠.그 사이에 공무원의 정책중립성도 확보되고 그래야 내각책임제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부장 범개협 활동에 만족하십니까. ●박 위원장 시간이 부족해 아쉽습니다.1달 남짓 활동했을 뿐이거든요.이런 조직을 상설화하거나 1년 정도 여유를 갖고 미리 구성됐다면 현장 조사도 하고 좀 더 좋은 안이 나왔을 거라 생각합니다.국회에 상설기구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정리 이지운기자 jj@
  • 모나리자의 신비 디지털로 부활/세종문화회관 ‘거장의 숨결’展

    외국의 미술관을 찾아 원작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대부분은 이따금 접하게 되는 그림책에서 원화의 이미지를 감상하는 데 만족할 뿐이다.복제품 시장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대리 만족시켜주는 유력한 통로다.국내 복제품 시장은 2000억원 정도.시중에 나와 있는 복제품은 그나마 수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숨결’전은 디지털 기술로 재현한 명화 모음전으로,우리의 복제품 문화를 되돌아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117점의 세계 걸작들이 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탄생했다.국내 한 벤처회사가 원화의 환등 필름에서 스캔을 받아 원작과 거의 같은 크기의 캔버스에 고유의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려냈다. 전시는 조화와 균형의 르네상스 미술,생동감 넘치는 바로크 미술,행복과 향락의 로코코 미술,이성과 규범의 신고전주의 미술,열정과 상상력의 낭만주의 미술,진실의 기록인 사실주의 미술, 빛을 추적한 인상주의 미술,표현과 추상의 20세기 미술등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 보게 한다.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2만여년 동안 이어져 온 서양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용된 셈이다.다빈치 같은 르네상스시대의 천재부터 몬드리안 같은 20세기 모더니즘 반역자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잘 알려진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은 복제의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팝아트나 다다이즘 등 ‘혁신적인’ 예술 형식을 통해 미술품의 유일무이성과 권위에 도전했다.그러나 사실은 복제를 시도한 게 아니라 복제의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 것에 불과했다.원본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이른바 ‘오리지널’이 아니면 판화가 됐든 사진이 됐든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지만 이번 전시는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우리의 자체 기술을 통해 복제예술품을 생산하는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전시는 3월 1일까지.입장료는 일반 6000원,초·중·고생 5000원,어린이 4000원.(02)786-3131. 김종면기자 jmkim@
  • 인터넷 영화관 씨네웰컴/한국고전영화 무료상영

    설 연휴,매년 비슷비슷한 TV 영화에 지쳤다면 인터넷 영화관을 둘러보면 어떨까.인터넷 영화관 씨네웰컴(대표 김정문·www.cinewel.com) 테마관에서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21일부터 25일까지 한국 고전영화 28편을 무료로 상영하는 ‘설맞이 한국고전영화전’을 마련했다.주로 지난 60∼70년대 고전영화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맨스빠빠’,‘벙어리 삼룡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가을소나타’,‘처녀의샘’ 등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명화 7편을 비롯해 ‘쉘브르의 우산’,‘아가씨와 건달들’ 등과 같은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 영화도 두루 상영된다. 씨네웰컴 콘텐츠기획팀 손기훈 팀장은 “온라인 영화관들은 배급 문제로 인해 최신 외국영화는 들여놓지 못하는 사례가 많지만,고전의 경우는 많은 작품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근 MBC ‘대장금’ 등에 출연 중인 금보라와 김영철,오지명 등 스타들의 옛 모습을 요즘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채수범기자
  • [사설] 임원 배상 경영투명화 계기로

    삼성그룹 전·현직 5명의 임원들이 최근 200억원을 삼성전자에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1,2심 패소에 이어 임원들이 배상한 것이다.국내에서는 처음인 이런 배상은 임원들이 경영행위의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앞으로 기업윤리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6년 전 삼성전자 임원진을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이후 경영 책임의 한계가 논란대상이 되어왔다.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줌으로써 회사 측에 입힌 손실 가운데 임원들의 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물을 것인가가 쟁점이 되었다. 기업이 정치권에 뇌물을 제공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그러나 과거 이 땅의 혼탁한 정치 풍토에서 정치인의 직·간접적인 정치자금과 뇌물 요구를 기업들이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정황론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정치권에 밉보여 공중분해된 기업도 있어 기업들의 정치권 ‘보험들기’가 성행했기 때문이다.최근 잇따라 밝혀진 기업들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사건을 볼 때 정치권과 기업 쌍방의 죄이며 기업 경영자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계열사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임원들의 불공정 거래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다만 기업 인수 등 일상적인 경영 결정에 대해 일일이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다.재계의 우려대로 자칫 임원진의 무사안일과 경영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주주대표소송은 이같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삼성전자 임원에 불리한 쪽으로 판결이 내려졌다.새로운 기업윤리가 필요한 시대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삼성 임원들의 배상 결정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재계는 이를 경영투명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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