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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치인 연루 증거있다”

    “한국 정치인 연루 증거있다”

    |펑위앤·타이베이 나길회 특파원|타이완 부동산 사기 사건의 핵심인물인 린펑시(林豊喜) 타이완 입법위원은 6일 한국인 정치인들이 이 사건에 개입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린 위원은 이날 한국 신문 취재진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자와 만나 “한국 정치인이 관련되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으며 다만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 사건에 한국 정치인은 1명도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린 위원은 한국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300만 달러 가운데 120만 달러는 이번 사건의 고리 역할을 한 전 K대 강모 교수(사망)에게 송금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한국인 신모씨가 사들인 뒤 2년 동안 실적이 없었던 회사다. 결국 강 교수가 중간에서 가로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린 위원은 그러면서 120만 달러를 강 교수에게 송금했다는 명세표를 보여줬는데 한국으로 송금한 것은 아니고 타이완 은행 계좌로 보낸 것으로 돼 있었다.)명세표는 총 5장이었으며 5차례에 걸쳐서 미화 10만,10만,50만, 약 30만,10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린 위원은 “강 교수와는 10년간 알던 사이이며 강 교수는 정치적으로 깊숙이 질문하는 등 정치적인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자 신모씨와는 세번 만났다고 했다. 그는 타이완과 한국 국회의 우호협회 타이완 쪽 회장이었고 IT 인사들과 같이 한국에 갔을 때도 신씨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린 위원은 “한국에서 사업자들이 파트너를 못찾으면 나를 찾아왔다.”면서 H기업이 고속전철에 투자할 때 찾아왔고 D건설, 모 항공사측도 찾아왔다고 했다. 린 위원이 직접 투자설명회를 했다는 말에 대해서는 “회사 창립일 때 연설이나 축사를 한 적도 없고 테이프만 끊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푸여우(福佑) 건설의 펑칭춘(馮淸春) 전 회장은 95년 2월부터 10월까지 비서로 있었고 20년간 좋은 친구사이였으며 친분 때문에 비서로 고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을 보도했던 타이완의 유력 일간지 ‘연합보’의 허샹위 기자도 기자와 만나 “한국 정치인의 개입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관련 정치인들의 명함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치인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허 기자는 무궁화 문양 속에 ‘국(國)’자가 새겨진 명함들이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다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치인 등의 타이완 방문 때도 강 교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람이 관련된 사건이 정치인과 무관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 아닌가.”라고 했다. 허 기자는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강 교수를 고소했는데도 한국 사법당국이 강 교수의 사망을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 교수가 피를 토하며 죽었는데 사인이 단순히 질병이라는 것도 이상하다.”면서 “법을 아는 나로서는 어느 국가가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강 교수의 사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kkirina@seoul.co.kr
  • IT 탐내는 굴뚝기업들

    ‘IT가 뭐기에….’‘굴뚝 기업’들이 정체된 주력업종을 보조할 신성장 엔진으로 정보기술(IT)을 속속 선택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없이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 굴뚝 기업의 발길을 IT 분야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기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IT에서 섣부른 도전은 ‘산토끼 뿐 아니라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IT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곳은 동국제강. 지난달 유일전자를 880억원에 인수해 휴대전화용 부품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 동국제강이 이번엔 삼성SDS와 손잡고 시스템통합(SI)과 전사적 자원관리(ERP)업무를 수행할 IT전문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다음 주 삼성SDS와 IT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동국제강은 오는 9월까지 지분 출자나 전략적 협력 방안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짓고, 회사 설립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자본금 규모는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또 유일전자를 디스플레이 및 정보통신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추가 인수합병(M&A)과 국내외 IT인재 영입 등을 통해 2010년까지 매출 2조원, 순이익 3000억원 규모로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동국제강측은 “유일전자 인수는 2008년까지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며 “철강, 물류 중심에서 정보통신산업을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장세욱 전무(장세주 회장 동생)를 28일 유일전자 주총에서 등기 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문정업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동국제강의 IT사업 진출은 성장 가능성보다 출혈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면서 “향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도 지난 4월 벤처기업인 ‘SK유티스’를 설립,IT 산업소재 시장에 진출했다.SK유티스는 휴대전화와 LCD TV,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IT기기를 생산한다. 한때 엘리베이터, 자동판매기 업계의 강자였던 LS산전은 최근 전자태그(RFID)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LS산전은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천안공장에 RFID 전용테스트센터와 RFID 리더 양산라인을 준공, 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10년 1조 15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RFID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삼촌인 허승표 회장은 영상광고업체 미디아트의 내셔널지오그래픽 판권 계약이 지난해 말 끝나면서 이동통신 관련 부품 자회사인 인텍웨이브에 사활을 걸고 있다. 허 회장은 명함을 미디아트 회장에서 인텍웨이브 회장으로 바꿀 정도로 IT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인텍웨이브는 이동통신용 전력 증폭기, 유무선 통신용 부품 및 이동통신용 중계기 등을 통해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경제플러스] SKT용 700만화소 디카폰 출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700만화소 카메라폰(모델명 SCH-V770)을 SK텔레콤용으로 3일 출시했다. 앞면은 휴대전화, 뒷면은 디카와 똑같은 디자인이다. 자동초점, 디카급 플래시 등 고급 디지털카메라 수준의 기능이 모두 적용됐다. 카메라폰 최초로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의 교환렌즈와 같이 망원 렌즈도 장착할 수 있다.1600만 컬러 QVGA TFD-LCD를 적용, 초고화소급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보는데 적합하다.TV와 연결해 동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고 주문형비디오(VOD), 주문형음악(MOD),MP3, 전자사전, 명함인식, 모바일프린팅, 파일뷰어, 이동식디스크, 은나노 항균 등 첨단 기능이 망라돼 있다. 소비자가격은 100만원 이상.
  • [인간시대] 윤혁경 서울시 도시디자인과 과장

    [인간시대] 윤혁경 서울시 도시디자인과 과장

    “명함이 특이하시네요.”서울시 도시디자인과 윤혁경(52) 과장이 명함을 내밀 때마다 듣는 말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통일된 명함 디자인과 달리 윤 과장의 명함은 세로로 만들어졌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고 색깔도 흰색으로 통일해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윤 과장은 “디자인하는 사람의 명함인데 당연히 뭔가 달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웃는다. 윤 과장의 이런 마인드는 지난 77년부터 주택·도시관리 등의 업무에 매달린 다양한 경험에서 배어난다. 개인 홈페이지에 적힌 이력서만 해도 글자크기 10폰트로 A4용지 4장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11권의 책을 출판해 ‘책 제조기’라는 별명도 붙었다. ●‘건축조례 해설´ 등 저서 11권… 총 1만 5000여 페이지 그동안 윤 과장이 낸 책의 페이지를 모두 합치면 1만 5000페이지는 족히 넘는다. 내년에는 ‘건축법해설집’의 출간과 ‘건축이야기’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 하루에 1시간만 준비하지만 일년이면 360시간이니 이같은 책을 쓰기에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윤 과장이 처음 펴낸 책은 지난 94년 송파구 건축과장으로 있을 때 쓴 ‘서울시 건축조례 해설’이다. 당시 구청공무원을 비롯해 건축사 등의 전문가들을 위해 ‘실무+이론’을 정리할 생각에서 책을 펴냈다. 이후 실무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자 ‘공동주택관련법령’,‘건축법 해설’ 등을 잇달아 펴내면서 장동찬, 최찬환씨와 함께 건축법 ‘3두마차’로 불리기도 했다. 이 중에는 일반인을 위한 책들도 있다. 건축법을 쉬운용어로 풀어쓴 ‘알기쉬운 건축여행’의 경우 5판까지 찍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또 ‘도시·건축 엿보기’에는 인사동에 불어닥친 개발논리로 인해 전통문화가 사라져가는 아쉬움, 서울의 마지막 남은 한옥마을인 북촌보존사업, 도시 스카이라인 관리 등에 대한 실무자의 고충점·안타까움 등 실무자로 느끼는 소회를 실었다. 윤 과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공무원교육원, 건설교통부 공무원교육원 등에도 강의를 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더 연구를 하고 싶은 욕심에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았지만 시간이 좀체 나지 않아 학교에 가지 못해 제적된 아픈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도시 관리 잘 못하면 괴물로 변하기 십상” 윤 과장은 그동안의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로 잠실·청담 등 5개 지구 저밀도 아파트 기본계획을 꼽았다.1998년 건축지도과 관리팀장을 맡고 있을 때 이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후 2년 반동안 주택기획과 저밀도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수립팀장을 맡아 2개의 팀을 이끌기도 했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첨예한 자리라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5만가구에 조합장만 69명이었죠. 나중에는 왜 아수라장에 뛰어들었나라는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 아파트들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죠.” 윤 과장은 이후 서울시 도시경관과·건축지도과·도시관리과 등을 거치면서 인사동 도시설계, 가회동 북촌마을 가꾸기 사업, 도심 야간경관 기본계획 수립 등을 맡아왔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도시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도시는 살아있는 생물체입니다. 제대로 제어되지 못하면 언제든 공룡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괴물로 변하기 전에 바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 문제가 어렵다고들 하지요.” ●경제·기능성보다 자연환경과 조화 이뤄야 윤 과장이 현재 이끄는 도시디자인과는 지난 1월 옛 도시정비반이 거듭난 것이다. 주변 환경을 무시한 이기주의적인 기능 위주의 도시를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문화도시 만들기와 맞물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경제성과 기능성에 중점을 둔 도시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소홀히 해 왔던 것은 사실이죠. 또 디자인·설치물이 따로따로 설치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는 난잡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고요. 앞으로는 도시의 품격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것이죠.” 윤 과장은 오는 2006년 6월까지 서울도시디자인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로시설물은 물론이고 간판·표지판, 야간경관조성계획, 색채계획, 도시경관계획 등 섬세한 부분까지 관리할 예정이다. 특히 사업 초반부터 맡아온 북촌가꾸기 사업에 애착이 많은 만큼 올해 안으로 나올 ‘북촌 가꾸기 10개년 계획’도 끝까지 맡으면서 나머지 사업도 마무리 짓는 게 꿈이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윤혁경 과장은 6월30일자 서울시 인사에서 주거정비과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 서울소년창업보육원 행정혁신 최우수상

    소년원 출신의 앳된 소년이 어엿한 회사의 사장이 됐다. 지난달 23일 서울소년원을 퇴원한 송모(17)군은 법무부 서울소년창업보육원(원장 김상호)의 지도와 후원으로 액세서리 조립가공업체 ‘네티코디’를 창업했다. 서울소년창업보육원에서 지원한 소년원생 출신이 만든 기업은 2001년 5월 ‘소년원 출신 벤처1호’인 ‘바인텍’을 시작으로 자동차정비업체 ‘푸르미 카서비스센터’, 사무용품 유통기업 ‘그린파인’, 명함·카드 제작업체 ‘엔씨위즈’와 ‘네티코디’까지 모두 5개 업체다. 법무부 서울소년창업보육원은 소년원생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교육은 물론 고객관리·세무·회계 등 경영교육까지 하고 있다. 수익성 있는 아이템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직접 창업지원을 하기도 한다. 이들 기업들에 대한 소년원생들의 호응도 좋다. 한 소년원 출신 청소년은 바인텍의 홈페이지에 “과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데 바인텍을 보고 힘을 냈다.”는 글을 올렸고 다른 소년원생은 자신도 취업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법무부 서울소년창업보육원은 28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대한민국생산성대상’에서 올해 처음으로 생긴 ‘행정혁신 리더십’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소년원장이기도 한 김상호 서울소년창업보육원장은 “소년보호교육기관에 대한 사회의 격려와 관심이 기쁜 한편, 무거운 책임도 느낀다.”고 말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2개부처 개각 패자부활 한마당? 논란 가열

    2개부처 개각 패자부활 한마당? 논란 가열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단행한 개각은 법무·환경부 장관 등 2개 부처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의미는 훨씬 크다.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을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영남 낙선자 배려인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이철 철도공사 사장, 이해성 조폐공사 사장 임명으로 ‘낙하산 인사’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재용 전 구청장을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해 노 대통령의 ‘낙선자 챙기기’는 거침이 없는 듯하다. 총선출마자 가운데 정부나 관련기관 등에 기용된 인사는 31명이고 이 가운데 25명이 영남 출신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과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이 대표적이고, 청와대 내에는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노혜경 국정홍보비서관, 김준곤 사회조정비서관, 최인호 부대변인 등이 있다. 권욱 소방방재청장, 송철호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정윤재 국무총리실 민정비서관도 영남 낙선자 배려 케이스다. 공민배 대한지적공사 사장, 허진호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이영탁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정해주 한국항공 사장 등도 마찬가지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열린우리당이 전국정당을 지향하고 있고 취약지역에서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면서 영남 낙선인사 챙기기라는 점을 완전 부인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노골적 영남지역 낙선자 챙기기라는 비난에 대해 “원외 인사 기용은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간절한 목표를 실천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지역구도 타파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이재용 환경부장관과 천정배 법무장관 임명으로 장관 20명 가운데 10명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거의 내각제 수준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내치를 이해찬 총리에게 맡기는 분권형 국정운영을 도입한 뒤에 정치인 출신을 대폭 장관으로 기용했다. 이 신임 장관 기용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은 각각 논평을 통해 “분명 지역을 고려한 ‘낙선자 챙기기’로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임 장관은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정찬용 전 인사수석 등과 가깝다는 게 발탁 배경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같은 반발을 뒤로하고 노 대통령이 이번에 정치인 출신 장관을 절반으로 늘린 것도 개헌논의를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의 분권형 국정운영 방안을 놓고 내각제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사조직 동원 vs 낙하산 인사

    여야는 24일 재보선 사조직 동원과 공기업 낙하산 인사 논란을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사조직 등 불법선거 조사단’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야 공세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이날 첫 회의에서 지난 4·30 재선거때 광범위한 선거법 위반사례가 드러났다고 보고 선거대책본부 책임자와 후보자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키로 했다. 조사단은 경기 성남 중원의 의사협회 동원, 경남 김해의 사조직 동원과 교통편의 제공, 경기 연천·포천의 명함살포·허위경력 유포, 경북 영천의 전화홍보와 사조직 동원 등을 사례로 꼽았다. 영천 재선거에서 낙선한 정동윤씨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선거가 한나라당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불법 탈법선거의 종합판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원천무효”라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낙하산 인사는 그래도 체면을 보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이것은 한꺼번에 쏟아지는 ‘우박 인사’다.”(강재섭 원내대표) “국민 모두가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데 청와대만 ‘참여정부에는 낙하산 인사가 없다.’고 하면 번지점프 인사란 말인가.”( 맹형규 정책위의장) 한나라당은 24일 최근 일련의 공기업 인사와 관련, 강 원내대표와 맹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앞장서 청와대를 향한 포화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날 개최한 공기업 부실 경영과 관련한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참여정부에서 낙하산 인사의 경우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안하무인격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진단했다. 박찬구 전광삼기자 ckpark@seoul.co.kr
  • “문화 황무지 개척도 중요한 목회활동”

    한 성직자의 외고집이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전에 예술혼을 심고 있다. 주인공은 ‘목사 미술관장’이란 독특한 명함을 갖고 있는 이재흥(52)씨. 그는 대전 최초의 사설미술관인 ‘아주(亞洲)미술관’을 지역 명소로 가꾸고 있다. 아시아의 중심이란 의미가 담긴 이 미술관이 지난해 5월 문을 열자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로마전, 르네상스전 등 좀처럼 지역에서 만날 수 없는 수준 높은 전시회가 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미술관을 짓는다고 하자 아는 사람들은 모두 만류했어요. 서울도 아니고 지방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지요.”이 목사는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건립비가 들어가는 미술관 공사에 손을 댔다. 적자·흑자를 떠나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이 작용했다.30여년 동안 애써 준비한 ‘자신만의 그림’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는 마침내 대지 3200평, 전시장 1500평의 번듯한 전시공간을 연출해냈다. 이 목사를 모르는 사람은 그를 돈 많은 예술인이나 경제계 인사쯤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새삼 놀란다.“목사가 미술관을…”이런 식이다. 그는 1981년부터 대전 유성구 구즉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미술관 개관 이후 전시일정과 작품섭외, 관람객 안내 등 큐레이터와 목회자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교단은 물론 신자들로부터도 ‘이방인’‘돈키호테’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목사는 “미술관 운영 자체도 또 하나의 목회활동”이라며 주위 사람들의 비판이나 비아냥거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여는 전시회는 외국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국내작품은 굳이 아주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쉽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관 기념전시회를 중국 ‘진해인전’으로 시작했다. 로마전이 뒤를 이었고 지금은 르네상스전을 열고 있다. 유럽 명문가인 메디치가의 문장 등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작품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의 공간배치와 조형물 등도 범상치 않다. 오랫동안 미술관 건립을 준비하면서 매력을 느꼈던 서양의 유명 건축가의 작품에 동양적 정서를 접목시키다 보니 건축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건축비 60억원은 은행대출 등으로 어렵사리 마련했다.5개 전시관 중간중간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공연장을 배치, 품격을 높였다. 전시관 옆에는 ‘항여조’(恒如朝)라는 정갈한 한옥이 한눈에 들어온다.‘항상 아침을 맞는 것처럼 깨끗하고 상쾌한 곳’이란 뜻으로 충남 홍성의 320년된 고택(12칸)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개관 1년간 경영실적은 10억 적자. 올해 역시 4억여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거액을 주고 외국작품을 들여와 전시회를 열기 때문이다. 작품 대여료는 높고 관람료는 적어 나타나는 현상이다.이 목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식견을 높이고 만족하면 그만”이라며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미술관을 다른 용도로 변경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운영의 어려움만을 생각했다면 중도에서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76)英才(영재)

    儒林(유림) (362)에는 ‘英才’(빼어날 영/재주 재)가 나오는데, 이 말은 ‘뛰어난 재주’, 혹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英’자는 意符(의부)인 ‘艸’(풀 초)와 音符(음부)에 해당하는 ‘央’(가운데 앙)이 합쳐진 形聲字(형성자)이다.用例(용례)에는 ‘英明(영명:영민하고 총명함),英雄(영웅:재능과 담력이 탁월한 인물),育英(육영:영재를 가르쳐 기름. 교육을 이르는 말)’ 등이 있다. ‘才’자의 字源(자원)에 대해서는 ‘새싹이 땅 위로 돋아나는 모양’의 象形(상형)으로 ‘돋아나는 모양’이 본래의 의미라는 설,‘才’가 ‘在’(있을 재)의 본디 글자라는 점에 착안하여 ‘어떤 지점이나 범위를 나타내기 위한 標識(표지)’라는 설 등의 의견이 紛紛(분분)하다.‘多才多能(다재다능:재주와 능력이 여러 가지로 많음),才幹(재간:솜씨),才談(재담:재치있게 하는 재미있는 말),才勝德薄(재승덕박:재주가 있으나 덕이 적음)’ 등에 쓰인다. 흔히 知能(지능)이 優秀(우수)한 아이들을 英才(영재)라고 생각하지만 知能은 問題解決(문제해결) 및 認知的(인지적) 反應(반응) 정도를 설명하는 하나의 지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에디슨은 일생 6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으며, 노벨상 授賞式(수상식)에도 시간이 없다고 參席(참석)하지 않았고,‘천재는 99%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였을 만큼 徹頭徹尾(철두철미)한 노력파였다.英才, 혹은 天才는 타고난 才能(재능), 적절한 環境(환경), 그리고 努力(노력)에 의해서 길러지는 것이다.孟子(맹자)는 人材育成(인재육성)을 위한 文化(문화) 傳授(전수) 사업에 종사하는 일을 일러 ‘得天下英才 而敎育之(득천하영재 이교육지)’라고 일러 천하를 號令(호령)하는 왕노릇도 이에 미칠 수 없는 큰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전통적 입장에서 본다면 학생이 스승을 찾아가서 배우는 것이지 선생님이 가르칠 학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스승은 문화를 전도(傳道)하고, 학생의 適性(적성)과 素質(소질)에 맞는 課業(과업)을 찾아주고(授業, 수업),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는(解惑, 해혹)사람이다. 배우기 위해 누가 나를 찾아온다는 것은 이미 나의 존재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世間(세간)에 ‘실패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나돈다. 불우한 幼年(유년) 時節(시절)을 克服(극복)하고 구멍가게 水準(수준)의 작은 店鋪(점포)에서 출발하여 세계적인 多國籍(다국적) 企業(기업)을 일구고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을 設立(설립)한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일평생 모은 財産(재산)을 모두 사회에 還元(환원)한 故(고) 柳一韓(유일한) 博士(박사)의 삶과 대비를 이룬다. 유 박사는 1895년 平壤(평양)에서 태어나 9살의 어린 몸으로 美國(미국)에 건너가 苦學(고학)으로 大學(대학)을 마치고, 그곳에서 기업을 일으켜 成功(성공)한다.“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主權(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信念(신념)을 갖고 있었던 그다. 그가 경영하던 기업은 政經(정경)癒着(유착)의 誘惑(유혹)을 거부한 대가로 稅務調査(세무조사)를 받았으나 오히려 모범적인 납세 사실이 밝혀져 産業勳章(산업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6000만원 쓰고온 시찰기 절반이 명함·기관소개서

    6000만원 쓰고온 시찰기 절반이 명함·기관소개서

    17대 국회의 의원외교 활동 결과 보고서의 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이 정보공개를 요청해 열람해본 보고서의 내용들이 주로 대담을 정리한 수준인데다, 국내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초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인지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의원외교 결과보고서의 열람을 요청한 건수는 모두 15건에 불과했다. 열람을 요청한 단체도 언론사(6건), 경실련·참여연대 등 사회단체(8건), 국회의원 1명 등이다. 결과보고서가 외면받는 이유는 교육·외교·경제·교육 등 전문적 영역을 시찰하겠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그 취지에 못미치는 탓이라는 평가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한미의원외교협회(경비지원 5921만원)는 미국 워싱턴과 LA를 방문한 뒤 484쪽 분량의 방대한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5년간 보고서열람신청 1명… 의원들 ‘무관심´ 그러나 양적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빈약했다. 부록이 절반 수준인 230쪽에 달했는데 미 하원 의원 및 의원 관계자의 명함 복사물, 미국 NSC, 국무부 등 각종 정부기관 및 연구소의 연역과 현황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250쪽의 본문도 미국 정부·의회 관계자들과의 면담 내용을 단순히 기록한 것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캐나다를 방문한 국회 과학기술위원회의 (지원경비 5749만원) 보고서는 75쪽. 이 중 40여쪽이 참고자료다. 참고자료의 내용은 ‘방문국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인구는 전세계 4위, 면적, 위도와 경도, 간략한 역사, 의회정치의 역사’ 등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난 1월 국회 재경위 (지원경비 5895만원)가 미국 증권선물거래 관련기관을 시찰한 뒤 제출한 보고서는 국내 증권연구원 등이 이미 제시해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보고서 상임위속기록에 첨부해 열람시켜야 지난해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후 ‘한류 열풍’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의원외교 결과보고서의 수준을 높이려면 우선 해외 출장의 목적을 명확히 해 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현재 입법조사관이 작성하는 관행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어 “의원외교에 국가예산이 지원되고, 의정활동의 일환인 만큼 결과보고서를 상임위 속기록에 첨부한다든지 해서 일반 국민들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소영 박준석기자 symun@seoul.co.kr
  • ‘5·18’ 몰랐던 젊은 네티즌들 ‘충격’

    ‘5·18’ 몰랐던 젊은 네티즌들 ‘충격’

    “치가 떨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던 밤이었다. 누가 감히 존엄한 인간에게 총질을 해댈 수 있나?” “몇십년 지난 일로 왜 왈가왈부 하는지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 내가 봐도 광주 시민들은 폭도들로 보인다.” MBC 특별기획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을 놓고 다시 한 번 뜨거운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주말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방영이 시작되고나서부터다. 동일한 내용의 방송을 보고 다른 의견을 가진, 무려 1만 여건에 육박하는 대글이 15회가 방송된 11일부터 13일까지 드라마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말 이틀 동안 ‘제5공화국’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신군부의 움직임, 또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총검으로 시민을 학살하는 과정 등 피로 물들어 가는 광주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방송을 보고 “‘전사모(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게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 어이 없다.”는 내용에서부터 광주를 잘 몰랐던 젊은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배모양은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면서 “잘못된 역사를 가르쳐 주고 깨우쳐 줘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5공 시절을 지지하는 이들도 적극적으로 글을 올리고 나섰다. 한 시청자는 “우리나라 독재정권은 다른 나라 독재정권에 명함도 못 내민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불행중 다행”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전사모’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전사모 주최 광화문 촛불 집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글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다분히 인신공격적이고 거친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12일 방영분에선 시청률이 15.6%로 뛰며 전국 기준 자체 최고치(TNS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제5공화국’은 오는 18,19일에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나머지 2부를 연속 방영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2)부활의 날갯짓하는 굴뚝산업

    [일본을 다시본다] (2)부활의 날갯짓하는 굴뚝산업

    |특별취재팀|도쿄 남단에 자리한 오타구 공단은 무뚝뚝한 스모 선수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서울의 구로공단쯤에 해당된다는 이 중소공단 지역을 찾은 때는 지난달 18일 오후였다.5000개가 넘는 공장들의 육중한 몸매는 높다란 담에 가려져 있었고, 행인과 차량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거리 풍경만으로 경기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란 욕심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급한 김에 택시기사에게 ‘청진기’를 들이댔다. “요즘 이곳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5∼6년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 거리를 오가는 트럭이 전보다 늘었다.”스야마 아키히로(順山明彦)라는 이름의 이 기사는 다만 “큰 공장만 좀 살아나는 것 같고 작은 공장은 아직….”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현황이 간단치는 않은 것 같았다. 택시가 회색빛의 무표정한 공장 숲을 이리저리 헤집어가며 목적지인 오타구 산업진흥협회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나타난 것은 뜻밖에도 최첨단 건물이었다. 말끔한 양복 차림의 30대가 나왔다. 명함에는 ‘데자와 마사토(手澤雅人) 오타구 산업진흥협회 기획홍보담당 코디네이터’라고 돼 있었다. 마치 첨단 벤처기업에 온 기분이 들었다. ●업종, 규모따라 회복 체감도 차이 데자와는 “1990년대 후반 이곳 공장들이 1년에 100개씩 도산했다고 치면, 지금은 절반 수준인 50개 정도로 떨어졌다.”면서 제조업 경기가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고 완전히 부활했다고 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했다가 비용 문제가 안 맞아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공장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대기업 얘기일 뿐 중소 공장이 대부분인 이곳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케이스”라고 말해 얼핏 택시기사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중소공장은 여전히 규모와 비용 경쟁에서 대기업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 대기업 사정을 직접 듣기 위해 일본전기(NEC) 본사를 찾아갔다. 일본의 대표적 대기업인 이 회사의 홍보부장 아라이 도시노리(荒井俊則)는 “중국에 진출했던 대기업 공장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소문이 맞느냐.”란 질문에 “신문에서만 봤다.”면서 “그런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 대세는 역시 일본에 모(母)공장을 두고 해외에 설치한 자(子)공장과 연계하는 시스템일 것”이라고 했다.NEC의 경우 일본내 공장은 핵심 노하우 개발과 첨단부품 생산에 치중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의 해외공장은 저임금을 토대로 한 대량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분담 체계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런 상황은 밑바닥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부야의 대형 카메라 전문점인 ‘요도바시 카메라’에 진열된 카메라의 가격은 공장의 소재지에 따라 천양지차였다.‘메이드 인 재팬’이 부착된 소니 카메라는 7만 5800엔에 달하는 반면,‘메이드 인 필리핀’의 펜탁스 카메라는 2만 7300엔 하는 식이다. 이 상점의 점원은 “손님들이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산의 값싼 제품만 찾는다.”고 귀띔했다. 아라이 NEC 홍보부장은 “일본의 공장들이 생산혁신을 통해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1980년대식의 부흥은 다시 올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학계나 정부쪽 시각은 좀 더 긍정적이다. 일본종합연구소 다카하시 스스무(高橋進)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년전만 해도 이러다가 일본이 다 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제조업이 부활하면서 일본경제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중국의 싼 제품에 밀려 고전하던 일본 제조업체들이 소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서서히 체력을 회복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쓰오 후토시(奈須野太) 경제산업성 지적재산정책실 과장은 “영업비밀이 새나갈 우려가 있는 중국보다는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일본 안에서 공장을 운영토록 정부가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NEC 공정 단축… 2년간 8조원 절감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무뚝뚝한 스모 선수의 겉으로 드러난 몸집이 아니라, 유니폼 속에 숨겨진 기초체력이다.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의 풍상을 겪으면서 공장들의 체질은 엄청나게 강인해졌다. 이 스모 선수의 회복 징후는 대증적인 영양주사에 의한 게 아니라, 운동과 식이요법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NEC만 하더라도 5년 전에 비해 체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2000년부터 시작한 ‘생산혁신활동’이 수훈갑이다. 이것은 불필요한 공정을 잘라내 전체 생산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부품 재고율을 낮추는 개혁방안이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2003년 3월 ‘43일’이던 부품 회전일수가 지난해 3월엔 ‘40일’로 줄었다.NEC는 이 제도를 국내외 공장에 두루 적용한 덕택에 2003년과 2004년 2년 동안 무려 8000억엔(8조원) 가량의 생산비를 절감했다고 한다. 아라이 부장은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얻은 교훈은, 일본은 더 이상 싼 노동력으로 대항할 수 없으며 구조혁신을 이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구 산업진흥협회 데자와 코디네이터도 “중요한 것은 90년대의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저력과 노하우가 강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산·학연계나 기술특화, 디지털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면서 “오타구 공단내 공장의 70% 이상이 1개 업종만 특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carlos@seoul.co.kr ■ 견학 명소 기타지마 제작소 |특별취재팀|오타구 공단 안에 있는 (주)기타지마 시보리 제작소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일단 ‘실망’할 각오부터 해야 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공장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첫 인상은 그저 시골의 허름한 대장간 같다고나 할까.20명도 채 안 되는 직원들이 작은 공장 안에서 뚝딱뚝딱 쇳덩어리 비슷한 것을 두드리거나 간단한 기계를 작동하는 광경은 영락없는 ‘아날로그식’이다. 겉모양은 이래도 1947년 세워진 이 곳은 주로 알루미늄을 재료로 ‘못 만드는 게 없는’ 공장이다. 항공기나 로켓 부품에서부터 화분이나 파라솔 부품까지 만들어 팔아 한달 평균 4000만엔(4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올해 67세인 기타지마 가즈토시(北嶋一甫) 사장의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실망은 ‘경탄’으로 변한다.“왜 자동화시설이 안돼 있느냐.”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으로 하는 게 기계보다 더 정확도가 높다.”는 간명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기타지마 사장이 알루미늄 재료로 직접 화분을 만드는 시범을 보인다. 회전틀에 재료를 끼워 형체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도자기를 굽는 장면과 기막히게 흡사하다. 단단한 알루미늄 재료가 틀에 끼워져 돌아가기 시작하면 진흙처럼 이렇게 저렇게 형체가 변하면서 어느새 도자기처럼 말쑥한 완제품으로 탈바꿈한다. 기타지마 사장은 “우리는 남들이 어렵다는 90년대에 오히려 경기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어낸다.”는 기타지마 사장의 말 속에 있다.“고객이 아무리 까다로운 주문을 해도 절대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피해가지 않았고 그래서 기술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곳엔 영업부가 따로 없고 사장이 직접 주문을 받는다. 그래야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기타지마 사장의 권유에 못 이겨 기자는 알루미늄 화분 제작에 도전했다. 재료를 틀에 끼운 뒤 쇠막대로 형체를 빚어내는 작업은 보기보다 훨씬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대충 사진만 찍고 그만두려는데, 사장은 “제대로 만들 때까지.”를 외치면서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3전4기 끝에 그럴듯한 작품을 만든 뒤에야 땀이 흥건해진 작업복을 벗을 수 있었다. carlos@seoul.co.kr ■ 도움을 주신 분들 <2> ▲데자와 마사토(手澤雅人) 오타구산업진흥협회 기획홍보 코디네이터 ▲히키다 와타루 교토대 기초물리학연구소 박사과정(우주물리학 전공) ▲사카이 마사요시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정보정책과 과장보좌 ▲이소 가오루 도쿄전력 노무인사부 노무그룹 매니저 ▲시게미 사토시 혼다자동차 아시모 수석 엔지니어 ▲후쿠오카 다카오 2005 아이치박람회 도요타관 부관장 ▲히라쓰카 다이스케 아시아경제연구소 지역통합연구그룹장 ▲후쿠다 노리오(福田紀夫) 인사원 기획법제과장 ▲와카바야시 시게요시(若林成嘉) 내각관방 우정민영화준비실 기획관 ▲니타 유키오(新田行男) 일본우정공사 우편국 부국장 ▲나카지마 히사하루(中島久治) 일본우정공사 IR담당 부장 ▲다니가키 구니오(谷坦邦夫) 일본우정공사 경영기획부 전략담당부장 ▲가와타 다카시(川田隆) 도쿄전력 노동조합 중앙서기장 ▲마스다 기사부로(增田喜三郞) 일본우정공사 노동조합 국제부장 ▲신도 무네유키(新藤宗幸) 지바대학 법경제부 교수 ▲히구치 도루(口徹) 문부과학성 고등교육국 국립대학법인지원과 사무관 ▲야시로 나오히로(八代尙宏)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 ▲요시타케 히로미치(吉武博通) 국립대학법인 쓰쿠바대학 학장특별보좌(교수 겸임) ▲사쿠와 도루(佐桑徹) 재단법인 경제홍보센터 국내홍보부장 ▲고토 이스케(厚東偉介) 와세다대학교 상학부 교수 ▲다카하시 스스무(高橋進)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즈키 마사토(鈴木聖人) 신일본제철 홍보과장 ▲스티븐 윌하이트 닛산자동차 수석부사장 ▲아키야마 스스무(秋山進) 인디펜던트 컨트랙터 협회 이사장 ▲나카하라 에이노스케(中原英之助) 혼다자동차 책임 연구위원 ▲이시즈나 데쓰하루(石綱哲治) 미즈호은행 국제금융법인부 아시아담당 조사역 ▲시오자키 야스히사(崎恭久) 중의원 의원(자민당) ▲고바야시 유타카(小林溫) 참의원 의원(자민당) ▲마쓰이 고지(松井孝治) 참의원 의원(민주당) ▲스즈키 다카히로(鈴木崇弘) 자민당 당개혁실행본부 싱크탱크 준비실장 ▲오타 가즈히코(太田和彦) 도호쿠 예술공과대학 교수 ▲하라다 다케오(原田武夫) 하라다 다케오 국제전략정보연구소 대표 ▲쇼지 마사히코(庄司昌彦) 고쿠사이대학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호소다 야스베(細田安兵衛) 주식회사 에타로소혼포 사장 ▲벳푸 마코토(別府允) 주식회사 지쿠요테 사장 ▲나카무라 오사오(中村治夫) 주식회사 야마모토노리텐 참여 ▲야마모토 가즈오(山本一雄) 주식회사 사루야 사장 ▲구로카와 미쓰히로(黑川光博) 주식회사 도라야 사장 ▲다케다 야스히로(武田安弘) 도쿄신문 정치부장 ▲미즈노 마사토(水野正人) 경제산업성 환경정책과 과장보좌 ▲이마제키 아쓰노리(今關重義) 도카쓰 테크노플라자 소장 ▲고바야시 다카시(小林崇志) 도카쓰 테크노플라자 부소장 ▲와쿠다 하지메(和久田肇)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문화정보관련산업과 과장보좌 ▲나쓰노 후토시(奈須野太) 경제산업성 지적재산정책실 과장보좌 ▲야마다 신(山田伸) 지바현 상공노동부 산업진흥과 부과장 ▲이와타 요이치(岩田庸一)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 기획추진본부장 ▲나미코시 노리코(浪越德子) 일본디지털콘텐츠협회 기획추진본부 기획조사부 국제실 과장대리 ▲고노 히로키(河野博樹) NEC 공보과장 ▲하마모토 요시코(浜本佳子) 니혼유센주식회사(NYK) 공보과 매니저 ▲가시마 나호(鹿島奈帆) 니혼유센주식회사(NYK) 공보과 ▲사카쿠라 다카히토(坂倉隆仁) 카오 컴퍼니 홍보부 과장 ▲이노우치 미야비(井內雅妃) 후생노동성 고용균등 아동가정국 직업가정양립과 육아 개호휴업추진실 취업원조계장 ▲다나카 아쓰히토(田中敦仁) 재단법인 2005년 일본국제박람회협회 공보보도실 부실장 ▲오카모토 아유미(岡本步室) 재단법인 2005년 일본국제박람회협회 공보보도실 과장대리 ▲데시가와라 아이(勅使河原愛) 2005 아이치박람회 일본관 홍보담당 ▲나카노 히데아키(中野秀秋) 2005 아이치박람회 아이치현관 부관장 ▲야마시타 요시노리(山下義順) 2005 아이치박람회 전력관 관장대리 ▲혼다 도루(本田徹) 2005 아이치박람회 전력과 홍보부 과장 나종일 주일 한국대사 ▲신태철 KOTRA 도쿄무역관 차장 ▲윤민호(尹敏鎬) 국제금융정보센터 아시아제1부 특별연구원 ▲장병효(張炳孝) 포스코재팬 사장 ▲유성(柳誠) 포스코재팬 경영기획부장 ▲장화경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조영수 KOTRA 아이치엑스포 한국관 부관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소장 ▲최병하(崔秉夏) 현대차 도쿄지사장/
  • [열린세상] 투자자보호와 FIFA랭킹/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유명한 만화가의 유머에서 차용한 비유다. 옆집에 소란스러운 이웃이 이사를 왔다. 특히 밤에는 파티 소음으로 안면방해가 심하다. 이 문제에 대해 나라마다 대처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사람은 돈을 벌어 고급주택가로 이사 갈 생각을 한다. 영국사람은 수면제를 먹고 잔다. 독일사람은 경찰을 부른다. 이태리사람은 가서 버릇을 고친다. 프랑스사람은 와인 한 병을 가지고 합류한다. 중국사람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일본사람은 찾아가 명함을 주면서 정중하게 조용히 해 달라고 한다. 한국사람은 더 크게 떠들어 조용히 만든다. 이 유머는 시끄러운 이웃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문화권마다 해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해결방법의 비용에 차이가 나는데 그것이 효율성과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른바 LLSV로 약(통)칭되는 하버드와 시카고대학의 4인의 경제학자들의 연구가 몇 년 전부터 큰 설득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학자들은 투자자보호 장치의 발달 정도가 증권시장의 발전과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정교한 학술적 연구를 내놓았다. 이 이론에 의하면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국가들에 있어서 투자자보호의 법률적 메커니즘이 달라 증권시장의 발달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영미법계이고 투자자보호 장치가 발달해서 증권시장이 발달했으나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많은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는 투자자보호장치가 미약해서 증권시장이 덜 발달하였다. 그런데 이 학자들이 사용하는 학술적인 평가 방법과 소액주주권, 집중투표제도, 주주의 신주인수권 등 각종 지표들을 보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보편적인 시각으로 다루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끄러운 이웃을 다루는 방법도 세계화의 시대에는 각국에서 닮아가고 있고 문화적 차이는 점차 의미를 잃는다. 아마도 위 사례에서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전화 한 통) 독일식 해법이 각광받을 법도 하다. 그런데 이 LLSV의 연구에 대해 미국 미시간 대학의 한 학자가 엉뚱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LLSV와 같은 통계적 분석기법을 사용하면서 기업지배구조와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간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것이다. 결론은, 투자자보호가 미흡해서 증권시장의 발달이 낙후된 프랑스법계 국가들이 피파랭킹이 가장 높더라는 것이다. 이 얘기를 미국의 강의실에서 소개한 일이 있는데 마침 브라질에서 유학온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브라질은 프랑스법계에 속해서 투자자보호가 제도적으로 미흡하고 증권시장이 덜 발달되고 경제가 비효율적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피파랭킹이 높다면 그로써 대만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청소년들이 축구로 성공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마약과 범죄를 멀리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풍미하는 세상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고도의 보편성을 띠고 해법도 차츰 서로 닮아 간다. 국제적 인수합병(M&A), 기업들의 외국증권시장 진출, 인터넷을 통한 투자정보의 세계적 공유, 경영대학 교육을 통한 투자기법의 세계적 전파, 교통수단의 발달과 잦은 해외여행,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등이 시장의 보편성을 증진시킨다. 그러다 보면 각국의 제도가 서로 닮아가는데 학자들은 이를 수렴현상이라고 부르며 현 단계에서 그 수렴의 모델은 미국식의 자본시장과 제도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어떤 견해가 타당하든간에 자본시장과 경제의 효율성,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면서 잊어버리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는 없는지도 가끔씩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끄러운 이웃에 대한 독일식의 해법이 보편화되고 프랑스식 해법은 고비용으로 소멸된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그러나, 또 한 가지 잊어서 안될 것이 있다. 대륙법계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 나라는 투자자보호장치도 아직 많이 정비해야 하고 피파 랭킹도 아직 올라갈 길이 멀다. 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 “위원회가 행정기구냐” 여야 질타

    7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의 주된 화두는 ‘난맥상을 드러낸 국정 시스템’이었다. 특히 여야는 최근 불거진 각종 자문위원회들의 ‘월권’ 논란과 관련 한 목소리를 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국회 바깥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국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한 뒤 정국 수습 차원에서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자문위원 995명… 권력기구 비대화 열린우리당 양형일 의원은 “탈권위적·분권적 리더십이 시스템에 의해 정착되고 있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자문위가 사실상 정부 행정기구 역할을 하고 있고 995명의 자문위원이 청와대 명함을 들고 다니는 등 권력기구가 비대화되면 부작용을 낳게 마련인데 청와대는 여전히 ‘위원회가 희망’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추궁했다. 이에 이해찬 국무총리는 “위원회는 정책 관련 아이디어나 기획안을 내는 기구이지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는 아니다.”면서 “새 시각에서 정책을 평가하자는 취지로 전문가가 참여해 안을 내놓는데 해당부처에서 수용하는 경우에만 정책으로 된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국회·감사원 감사도 안 받는 위원회가 난립하고 청와대의 측근 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며 “오도된 국정시스템을 바로 잡지 않으면 제2의 행담도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이계안 제3정조위원장은 서울대 특강에서 “위원회가 참모의 범위를 넘어 집행부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위원회 본연의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무총리 등 내각 사퇴 공방 한나라당 유정복·김성조 의원 등은 대정부질문과 사전에 배포한 원고에서 ‘총체적 난국’의 책임을 들어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이 총리는 “몇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합리적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총리직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야당이 내각 총사퇴를 주장할 만큼 정국이 어렵지 않다.”고 사퇴를 거부했다. ●오일게이트·행담도 개발 관련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최근 발생한 유전 의혹·행담도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동북아시대위가 추천서를 써준 것은 고유 역할과는 달랐고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전같은 구조적·권력형 비리는 아니고 행담도 개발을 원활히 하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답변했다.‘오일게이트’에 대해서는 “철도공사가 직접 유전개발에 참여한 것은 고유 업무가 아니었기에 국민들이 더 많은 의혹을 가졌다.”면서 “수사가 미진한 부문이 있기에 여야가 합의해 특검을 요구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장관 “대표단 줄어도 적극 참여”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6·15 평양축전 참가와 북한 핵 관련해 ‘정부의 저자세’를 지적했다. 이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저자세를 한번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남북 교류확대는 남북한 양측의 안정에 도움되는 것이기에 대표단 규모 축소요구에도 불구하고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④-LG화재·LS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④-LG화재·LS그룹

    LG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함께 일군 그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형제들의 활약이 컸다. 구 회장을 중심으로 철회·정회·태회·평회·두회 6형제는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으며 회사를 키워왔지만 3대째 내려 온 현재는 각기 다른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구철회씨 자손 LG화재가 첫째 동생 철회(75년 작고)씨의 자녀(4남4녀)들은 지난 1999년 LG화재를 갖고 독립했다. 지난해 자산 4조 6000억원에 매출 3조 444억원, 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한 LG화재는 현재 4남인 구자준(55)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장남인 구자원(70)씨는 LG화재 경영에서는 사실상 손을 떼고 방위산업체인 넥스원퓨처 회장을 맡고 있다. 진주고와 고려대 법대, 독일 쾰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64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구 회장은 럭키증권 사장, 럭키개발 사장,LG정보통신 부회장 등을 거쳐 99년 계열분리와 함께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경춘관광 사장을 지낸 유기홍씨의 딸 영희(63)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LG화재 본부장인 장남 본상(35)씨는 지난해 LG화재 주식 10만 715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53%로 늘렸다. 위기관리 전문업체인 TRC코리아 상무인 차남 본엽(33)씨는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자문일을 하는 ‘LIG시스템’ 대표이사를 맡았다. 본상씨와 본엽씨는 또 넥스원퓨처 주식을 각각 31.79%씩 보유하고 있다.LG이노텍의 방산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넥스원퓨처는 자산이 3300억원,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한다. 본엽씨가 감사, 구자원 회장의 제수인 이갑희(62)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고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은 이종구 전 산업은행 이사의 딸인 이갑희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뒀다. 장녀 본희(37)씨는 정재문(대양산업 회장)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정연준(41) 미디어플러스 사장과 결혼했다. 차녀 본주(35)씨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고 진성규 변호사의 아들 진상범(36) 남부지법 판사와 결혼했다. 구자성씨의 외아들 본욱(29)씨는 LG화재에 다니고 있다. 3남인 구자훈(58) LG화재 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4년 금성사에 입사했지만 곧바로 범한화재(현 LG화재)로 옮겨 30년간 ‘보험인생’을 걸어왔다. 범한화재 런던·뉴욕사무소 소장을 지낼 정도로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금융발전심의회 보험분과위원, 주한 우루과이 명예부영사도 맡고 있다. 임방인(61)씨와 사이에 세 딸을 뒀는데 3녀 문정(30)씨는 최근 타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35)씨와 결혼했다. 장녀 현정(35)씨의 남편은 글로벌 보험회사인 AON코리아 부사장인 에릭 호프먼(42)이다. ●보험경영도 탐험처럼, 구자준 부회장 미사일 전문가에서 보험전문가로 변신한 구자준 부회장은 경기고를 마치고 미국 캔자스·미주리 주립대를 다니다 귀국,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구 부회장은 74년 금성사 사원으로 입사, 금성정밀(현 LG이노텍)에서 방산사업부 경영을 주로 맡았다.94년 미국산 호크미사일의 탄두 재장착 시스템과 국산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만큼 미사일 전문가로 통한다. 99년 계열분리로 LG화재 부사장으로 임명되자 생소한 보험영역을 공부하기 위해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보험전문대학인 ‘TCI’에서 보험전문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최근 북극점 정복 성공으로 세계 처음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탐험가 박영석 대장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졌는데 2001년 히말라야 K2등정 때는 베이스캠프까지 원정대와 동행해 전문산악인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마라톤 풀 코스를 6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철인 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참가한 베를린마라톤부터는 1m마다 100원씩을 적립, 지금까지 900만원을 모았다. 구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매직카’와 장기보험 브랜드 ‘엘플라워’를 앞세워 보험업계 2위 진입을 노리고 있다. 부인 이영희(53)씨와의 사이에 동범(30), 동진(28) 형제를 뒀다. ●GS, 두산으로 이어지는 딸들의 혼맥 구철회씨의 네 딸은 하나같이 ‘좋은 집안’으로 시집갔다. 장녀 위숙(78)씨는 허만정씨의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회장에게 출가, 허창수 GS회장 등 GS그룹의 핵심 5형제(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를 낳았다. 재계에서는 허준구 회장의 생가가 있던 옥인동을 따 이들을 ‘옥인동 5형제’라고 부른다. 2녀 영희(74)씨는 의학박사인 고 이호덕씨에게,3녀 고 구자애씨 역시 의사인 정승화(72) 형제의원 원장에게 시집갔다. 자애씨의 장남 정규원(42)씨는 LG화재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4녀 선희(61)씨는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의 장남 박용훈(6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결혼했다. 박우병씨는 박두병 전 두산 회장의 동생이다. 선희씨의 장녀 박성연(35)씨는 이창수 전 주 필리핀대사의 아들인 주학(40)씨와 결혼했다. ●트랙터부터 전자태그(RFID)까지,LS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태평두’씨는 2003년 11월 LG전선그룹(현 LS그룹)을 갖고 독립했다.LG의 성장과정에서 이들 3형제의 역할을 감안하면 자산 5조원 남짓한 전선그룹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만했다. 하지만 3형제는 큰 불만 없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묵묵히 따랐다고 한다.LG는 이후 LG산전(현 LS산전)을 추가로 넘겨주는 형식으로 3형제의 노고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를 ‘본부’로 한 LS그룹은 전선·산전·LS니꼬동제련·가온전선·E1·극동도시가스를 주축으로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자산 5조 8800억원으로 CJ와 비슷하며 동국제강, 대림, 동양, 효성, 코오롱보다 규모가 크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과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아셈타워 21층에 나란히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도 같은 건물 14층 사무실을 쓰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진주중과 일본 후쿠오카고를 마쳤는데 징병으로 만주로 끌려갔다 광복 후 광복군으로 귀국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에 다닐 때는 창신동 하숙집에서 ‘화장품연구’에 몰입,‘투명크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50년 락희화학의 전무로 입사, 형의 사업을 돕기 시작했는데 플라스틱 사업 진출, 서울사무소 개소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다 58년 고향인 진양에서 제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공화당 대변인 겸 원내총무, 무임소장관, 국회 부의장 등 중책을 맡다 82년 LG그룹 고문으로 돌아왔다. 최무(83)씨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뒀는데 장녀 근희(62)씨는 이계순 전 농림장관의 아들 준범(64)씨와 혼인했다. 이준범씨는 현재 합성수지업체인 화인 회장이다. ●멜빵 맨 ‘디지털 전도사’ 구자홍 회장 장남 구자홍(59) 회장은 73년 LG상사에 입사한 뒤 홍콩·싱가포르 지사 근무를 통해 ‘국제감각’을 쌓았다. 영국에서 찰스 황태자를 만났을 때 영국 사람들조차 발음과 표현에 감탄할 정도의 빼어난 영어실력을 자랑했다고 한다.87년 LG전자 해외사업본부 상무로 옮긴 뒤 2003년까지 18년을 전자에서 일하며 ‘디지털 전도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지수 평가에서 1위를 받을 정도로 대표적인 ‘스타CEO’로 GE, 모토롤라,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의 CEO와도 교우가 깊다. 특히 빌 게이츠 회장, 리빈 주한 중국대사와는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북미·아시아·유럽의 전직 고위관료,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TC(Triliteral Commission)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학창시절 쌓은 농구와 수영실력이 수준급인 구 회장은 골프에도 남다른 재질을 보여 지금까지 모두 4차례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요즘 핸디캡은 7정도. 또 한국기원이 인정한 ‘아마 6단’의 바둑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주요 사업장을 순방하며 ‘분위기’를 익힌 구 회장은 ‘R&D워크숍’,‘혁신한마당’,‘테크놀로지 이벤트’ 등 그룹차원의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며 회장으로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최근 전력망회의(CIGRE)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식 대외활동도 재개했다.LG전자 CEO직에 유난히 애착을 보였던 구 회장이 전자에서 못다 이룬 꿈을 LS그룹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구 회장은 70년대 재벌 오너일가의 장남으로서는 흔치 않게 지순혜(60)씨와 연애결혼했다. 구 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잠깐 다니다 미국 프린스턴대(경제학과)로 유학을 떠났는데 인근 뉴저지주립대에서 식품영양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순혜씨를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고 한다. 순혜씨는 이화여대 가정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떠난 엘리트 여성으로 귀국 후 이대에서 잠시 강의를 맡기도 했다. 구자엽(55) 가온전선 부회장은 경복고와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LG화재에서 주로 일했다.LG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사장을 지낸 뒤 2003년 희성전선(현 가온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태향(55)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는데 장녀 은희(29)씨는 고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35) BNG스틸 사장과 결혼했고 장남 본규(26)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 3남인 구자명(53)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은 경기고를 마치고 아버지와 같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자 재벌가 자제로는 흔치 않은 학군단(ROTC) 출신으로 포병학교를 수석으로 마치고도 전방 부대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미국 페어리디킨슨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행정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미국 셰브론사에서 잠시 일하다 84년 호남정유 원유수급조정과 과장으로 입사, 정유사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부인 조미연(53)씨는 경희대 조영식 이사장의 차녀. 아들 본혁(28)씨는 LS전선 경영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4남 구자철(50) 한성 회장은 LG상사에서 잠시 일하다 일찌감치 독립 경영을 했다. 외동딸 원희(25)씨는 구 회장의 경기중·고 동창인 ㈜두산 박용만(50)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와 오는 30일 낮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결혼한다. 마침 구평회 명예회장의 ‘팔순잔치’도 이날 저녁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구씨 일가의 ‘대이동’이 예상된다. 2녀 혜정(57)씨는 이인정(60) 태인 회장과 결혼했다. 아들인 이상현(28)씨는 지난 2003년 운동권의 ‘메카’였던 한양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비운동권’ 후보로 나서 당선돼 화제를 낳았다. 이씨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현재 유학 준비 중이다. 구평회(79) E1명예회장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1951년 락희화학 지배인으로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1954년 뉴욕에서 ‘콜게이트사’ 주변에 머물며 치약 제조기법을 알아내 LG의 첫 해외주재원으로 기록됐다. 구 명예회장은 5·16 쿠데타 직후인 61년 ‘부정축재 기업인’ 처벌 때 형을 대신해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할 정도로 LG경영의 핵심을 담당했다. 락희화학 전무시절인 65년 정유사업 진출 보고서를 형에게 제출, 오늘날 GS칼텍스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84년에는 국내 최초의 LPG수입사인 여수에너지(현 E1)를 설립했는데 이 인연으로 사업연관성으로 따지면 GS그룹에 넘어갔어야 할 E1이 LS그룹 몫으로 남았다. 재계원로 가운데 독보적인 영어실력과 국제감각으로 ‘재계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을 지냈고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대 월드컵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340억원의 유치기금을 조성하는 등 월드컵 개최에 큰 공을 세웠다. 현재도 한·미협회장을 맡아 한·미간 우호증진에 애쓰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1952년 금릉원예조합 문흥린 이사장의 딸 문남(75)씨와 결혼해 3남 1녀를 뒀다. ●‘철인 CEO’ 구자열 부회장 장남인 구자열(52) LS전선 부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8년 LG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뉴욕지사와 도쿄지사, 동남지역본부장 등 오랜 해외경험으로 영어와 일어에도 능통하다. 구 부회장은 해외경험을 살려 폭넓은 해외인맥을 자랑하는데 2003년에는 도쿄 주재 특파원, 은행지점장, 지사장 등이 모여 만든 ‘동경회’ 회장을 맡았다. 직전 회장은 김인진 한진 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 등과는 ‘월가(Wall Street)회’ 모임을 통해 교류를 쌓고 있다. LG증권을 거쳐 2001년 LS전선 재경부문 부사장으로 부임한 구 부회장은 200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LS전선은 특수전선 업체인 GCI, 알루미늄 창호업체 알루텍, 광부품 업체인 네옵텍, 초고주파 부품업체인 코스페이스,2차전지 음극재 전문업체인 카보닉스에 이어 선박용 케이블업체인 진로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2002년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 대회’에 참가해 아시아인 최초로 7박8일 동안 650㎞를 완주할 정도. 스키는 물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노보드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지난겨울 사내 스키동호회 모임에 유일하게 스노보드를 들고 나타나 젊은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명함에 ‘No Innovation,No Future(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을 정도로 체질 개선을 독려하는 한편 임직원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내게시판에 ‘애니 기븐 선데이’라는 영화 동영상과 메시지를 직접 올려 팀워크 정신을 강조했다.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과감한 도전과 팀원들간의 협력을 통해 진정한 승리를 일궈 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24일에는 라디오방송을 통해 “한 해 동안 고생하신 사랑하는 LS전선 임직원들과 함께 듣고 싶다.”며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사내동호회 행사에서는 직원들 자녀에게 일일이 용돈을 챙겨줬다고 한다. 육군 중장으로 청와대 경호실차장과 성업공사 사장, 전쟁기념관장을 역임한 고 이재전 장군의 딸 현주(48)씨와 결혼,1남2녀를 뒀는데 아직 학생이다. 차남인 구자용(50) E1 사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마쳤는데 사촌형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ROTC 장교로 복무했다.79년 LG전자에 입사, 주로 미주법인에서 일하다 계열분리를 앞둔 2001년 LG칼텍스가스(현 E1)로 자리를 옮겼다. 구 사장은 보수적인 구씨 집안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할 정도로 유머감각이 뛰어난데 직원들과의 자리에서도 본인이 나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한다.E1이 10년 연속 무교섭 임금 타결을 이뤄낸 데는 구 사장의 이같은 면모가 적잖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 의대 학장 딸인 현주(46)씨와 결혼, 두 딸을 뒀는데 둘다 외국 유학 중이다. 3남 구자균(48) LS산전 부사장은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마치고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97년부터 고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말 경영인으로 전격 변신했다. ●8개사 사장을 거친 구두회 ‘막내’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고려대 상대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경영에 뛰어들었다.74년 범한화재 사장을 시작으로, 희성산전, 금성계전, 금성통신, 금성반도체, 호남정유 등 주요 계열사 사장을 역임한 뒤 95년 구본무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위로 두 형과 마찬가지로 구 명예회장도 한·독경제협력위원회, 한·중남미협회장, 고려대 교우회장, 성북구 문화원장 등 활발한 외부활동을 벌였다. 이같은 공로로 78년 멕시코정부로부터 명예영사로 임명됐으며 94년에는 ‘멕시코 최고훈장’을 받았다. 지난달 고려대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자랑스러운 고대인’으로도 선정됐다. 구 명예회장은 유한선(72)씨와의 사이에 1남 3녀를 뒀다. 장녀 은정(44)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인 김중민(48) 전 국민생명보험 부회장과 결혼했다. 외아들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는 홍익고와 미국 베네딕틴대 경영학과, 시카고대 MBA를 거쳐 90년 LG정유에 입사했다.LG전자 상하이지사 근무로 중국과 인연을 맺어 LS전선에서도 중국지역 담당을 맡고 있다. 장상돈(고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아들) 한국철강 회장 딸인 인영(37)씨와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의 막내 재희(38)씨는 김세택 전 덴마크 대사 아들 동범(37)씨와 결혼했다. ukelvin@seoul.co.kr ■ LG·두산家, 겹사돈·사업제휴속 프로야구선 ‘서울 라이벌’ 신경전 LG가(家)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 때부터 두산가문과 우애가 두터웠다. 구인회 회장이 1956년 서울 컨트리클럽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두산, 경방그룹 회장들과 골프 친목모임인 ‘단오회’를 결성할 정도였다. LG와 두산은 또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철회씨가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과 사돈을 맺으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하지만 두 그룹은 LG가 90년 프로야구단 ‘MBC청룡’을 인수하면서 잠시 사이가 벌어졌다.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한 두산구단의 ‘방해’가 심했던 것이다. 이후 LG임직원들은 두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구자경 당시 회장이 부산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평소 좋아하던 양주 ‘패스포트’ 대신 다른 술이 차려져 있었던 것. 두산 제품을 빼라는 기조실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구 회장은 기조실 사장에게 일부러 크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룹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만한 일로 감정적인 변화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LG와 두산은 오는 30일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 구자철 회장과 고 박두병 두산회장의 5남 박용만 부회장이 사돈을 맺으며 ‘겹사돈’으로 이어진다.LS전선과 두산엔진은 ‘합작사’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두 집안의 혼사나 제휴와 상관없이 프로야구 ‘서울 라이벌’의 팽팽한 긴장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LG트윈스가 최근 두산과의 잠실 홈경기에서 이길 때까지 무료입장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한 것만 봐도 그렇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시스템이 막은 ‘10조 금융사고’

    “청와대 직원인데,K프로젝트의 소요자금 54조원을 우선 입금된 것으로 처리만 해주신다면….” 청와대와 비공개 국책사업을 앞세워 거액을 허위로 입금 처리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기극이 잇따라 발생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 국민은행 서울 S지점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은행원에게 접근,10조원을 전날 입금된 ‘선일(先日)거래’로 처리해 주면 사례금 5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54조 입금대가 500억 제의는 농협이 퇴짜놔 귀가 솔깃해진 은행원은 제3자 명의의 보통예금 통장을 만들어 10조원이 입금된 것으로 전산처리를 했다. 사기꾼은 사례금을 곧 보내겠다며 통장을 받아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나 ‘유령금액’ 10조원은 몇분 만에 금융전산망에 걸려 입금이 취소됐고, 사기극에 가담한 꼴이 된 은행원은 구속됐다. 지난달 24일 농협 J지점에서도 비슷한 인상의 남자가 박모 지점장을 찾아와 “54조원이 입금된 통장을 만들어 주면 50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뒤 돌아갔다. 동일범으로 보이는 이 사기꾼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수행원과 함께 접근했다. 청와대 직원의 명함을 내밀며 “국책사업의 소요자금이 비실명이어서 입금된 것으로 우선 처리해 주면 2∼3일 후에 송금하겠다.”고 설득했다. 거액의 사례비는 물론 승진을 돕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3억이상 입금땐 2인이상 간부가 확인 요즘 시중에 떠도는 국가 프로젝트 등을 운운하면서, 부자 고객의 자금유치 실적에 시달리는 은행원들의 심리를 파고 든 셈이다. 거래 기업의 급여이체 등을 흔히 선일자 거래로 처리하는 은행의 관행도 노렸다. 하지만 사기꾼이 놓친 부분이 있다. 우선 3억원 이상이 입금되면 전산입력과 동시에 2인 이상 간부가 입금확인 코드를 따로 입력시켜야 한다. 은행원들도 모르게 지점의 감사담당자에게는 입금 사실이 문자메시지로 자동 발송된다. 국민은행에서 금전적 피해가 없던 것은 이런 시스템 때문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SEOUL iN 창간 1주년 뒷얘기

    SEOUL iN 창간 1주년 뒷얘기

    6월1일이면 서울신문의 수도권 섹션인 ‘서울인(Seoul in)’이 태어난 지 꼭 1년 된다. 종합 일간지가 지역을 특화한 섹션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다. 서울인은 매주 화·금요일 수도권·쇼핑·교육·부동산 부문으로 나눠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게재 기사로 본 ‘서울 인’ 1년 서울인은 3대째 서울에 살고 있는 ‘5%의 자부심 서울 토박이’,100년의 역사를 지닌 ‘광진구 능동의 청·장년회’ 등을 통해 서울 시민의 정체성을 짚어봤다. 또 ‘서울에도 집성촌이?’(중랑구 신내동·망우동 등),‘서울에도 농부가?’(강서구 가양동 등) 등 서울이라는 도심 이미지와 걸맞지 않은 이색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종합일간지서 소외된 ‘장외 뉴스’ 상세히 그런가 하면 도봉구 지하차도 건설, 마포구 지역 방송국 개설, 지하철역에 생긴 사찰, 구로구·금천구의 영토분쟁, 안양의 농촌 동편마을 등 동네에서 흔히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도 담았다. 이 덕분에 지역 밀착적인 기사들로 기존의 종합일간지에서 다루기에는 뉴스 가치가 적었던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지금 그곳은’이라는 코너는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의 범죄 장소였던 신촌의 원룸, 동인천의 호프집 화재참사 현장, 박정희 시해장소였던 궁정동 안가 등을 찾아다니면서 독자들의 뇌리에서 벗어난 장소가 어떻게 변했는지 점검, 서울인의 간판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즐기기·소자본 창업 큰 도움 서울인은 ‘가족과 함께하는 성곽여행’,‘도심서 즐기는 숲속 봄나들이’,‘지하철 따라 외국문화 즐겨요’,‘노란버스 타고 남산을 즐겨요’ 등을 통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서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지난해 9월 3일자부터 지난 4월까지 연재됐던 소설가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은 종로 피맛골, 성남 모란시장, 인천 차이나타운 등을 순례하며 지역의 저렴하고 이름난 맛집뿐만 아니라 지역에 얽힌 사연·소설 구절 등을 맛깔스럽게 소개했다. 또 소자본 창업희망자를 위해 만들어진 ‘성공시대’ 코너는 ‘우리 동네에서 손님이 들끓는 가게·노점에는 어떤 영업 노하우가 있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천원의 행복’(온리원) 등은 방송을 타면서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또 ‘마니아’ 코너에 소개된 ‘삼겹살에 미친 그들’,‘청국장 냄새가 싫다고요?’,‘소주파·맥주파 술 마니아’ 등 이색 동호회가 인기를 끌었다. ●“의회·마니아면 독보적” 평가 일간지로서는 유일하게 서울인에서만 다루는 기사들도 있다. 시의회·구의회 활동을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의회면과 각 구청 3만여명의 생활체육(마니아)면에 실리는 기사들이다. 이들은 각각 종합 일간지의 정치면과 스포츠면에 해당되는 셈이다. 의회면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서울시 택시요금·상수도 요금 인상 등을 다른 신문보다 앞서 내보내기도 했다. 또 구청의 꽃 4000여포기를 훔친 노원구의회 꽃도둑 의원은 화제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생활체육은 철저한 아마추어 스포츠를 다루면서 프로 스포츠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누드 브리핑’이라는 코너는 서울시청, 인천시청, 경기도 등 관가의 뒷얘기들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지방자치뉴스부 ■막내기자의 ‘서울 인’ 1년 꼭 백번째 만남입니다. 지난해 6월1일 첫선을 보인 서울인이 만 1년간 꼭 백번 독자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마치 여자친구와의 백일째 만남을 준비하는 느낌입니다. 첫번째 서울인을 내기 위해 준비를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구에게도 생소했던 길이었습니다.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 어떻게 지면을 꾸며나갈지 모두들 혼란스러웠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막내기자로 서울인을 맡게 된 저로서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취재가 꼼꼼하지 못하고 표나 지도를 빨리 구하지 못해 선배기자로부터 눈물 찔끔 흘리도록 혼났던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활 주변에는 생각보다 취재거리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밤늦게 집 근처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며 가로등 관리실태에 대한 기사를 생각했습니다. 버스 타고 다니며 무심히 지나쳤던 옛 나산백화점 건물에는 숨겨진 뒷이야기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독자를 대신해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는 일념에 제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습니다. 지압보도는 직접 걸어보니 정말 발바닥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T_T. 하지만 온몸에 퍼지는 마사지 효과만은 최고더군요 . 지난달 청계천 공사현장을 살펴본 뒤 황사와 공사장 먼지 때문에 며칠간 마른 기침을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아직 서울인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생활밀착형 기사를 지향하면서도 취재 여건상 회사와 출입처 부근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고민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모든 언론사가 정치·사회 등 거대담론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언론현실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서울인이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벌써 일년. 아직 갈 길이 먼 서울인입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열리는 조기축구대회라도, 시골 5일장 누추한 반찬가게 이야기라도 소중하게 담는 서울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서울 인’에 바란다 쇠도 칠수록 단단해 지는 법.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은 ‘한살배기’ 서울인이 꿋꿋이 자라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시 출입 기자, 장학사 등 전문가 집단은 서울인이 좀 더 세련된 ‘차림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전 서울시 출입 기자로 1년 동안 서울인을 지켜봤던 연합뉴스 이율 기자는 “한국에서 타블로이드판에 대한 신뢰도는 대판에 비해 여전히 떨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풍성한 서울인의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다가가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또 “‘택시 T-머니 인식기 설치’,‘한강 주변 개발’ 등 단독 기사들이 잡지의 성격인 서울인에 실리면서 속보성이 떨어지곤 했다.”면서 “늦게 싣더라도 좀 더 풍성하게 쓰거나 본지에 실렸으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시 교육청 심영면 장학사는 “서울인을 좀 더 화려하게 만든다면 일선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장점이 더욱 살아날 것”이라면서 “또 일선 학교에서도 쉽게 서울인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내용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지역지’답게 생활밀착형 기사를 더 비중있게 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한문철 언론담당관은 “주5일제가 시행됐지만 주머니가 얄팍한 서민들이나 공무원들은 딱히 갈 곳이 없다.”면서 “인터넷에 중구난방식으로 있는 지역 정보를 문화, 체육, 복지 등 주제별로 정리해서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J홈쇼핑 홍보담당 전성곤 주임은 “젊은 계층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유통을 더욱 선호한다.”면서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 위주로 나가고 있는 유통면에서도 온라인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면 가독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도 더 재미있으면서도 서민들의 모습을 담은 서울인을 주문했다. 주부 권오열(57·오금동)씨는 “만화나 소설 등을 싣는다면 전체적으로 더 흥미로운 지면이 될 것”이라면서 “딱딱하고 어려운 행정이나 의회 기사를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미리(23·여·고려대 컴퓨터학과 4년)씨도 “주말매거진 ‘We’에 비해 기사가 많고 지면이 빡빡하다는 느낌”이라면서 “시원한 편집으로 내용을 다루면 독자의 눈에 더욱 잘 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대학 명물거리’ 등 대학가를 다룬 기사나 각종 아르바이트, 취업 정보 등도 소개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시민기자로 활동해보니… 서울신문과 시민기자로 연을 맺은 지 1년. 전업주부로만 지내온 내겐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첫 기사로 ‘우리동네 이야기’에 상계1동을 소개했다. 집값은 싼 편이지만 수락산을 정원처럼 끼고 있어 마음이 넉넉하고 정감 넘치는 동네라는 취지였다. 주민들이 좋아할 거라 기대했는데 집값 싸다는 말은 뭐하러 했느냐는 빈축을 샀었다. ‘수락 파크빌’ 아파트가 원래 이름을 바꿔 집값이 급등했다는 기사를 쓴 뒤였다. 한 텔레비전 아침 프로그램에서 내가 쓴 기사 내용과 똑같은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내가 쓴 기사가 ‘특종’을 한 것 같은 기꺼움에 젖었던 기억이 새롭다. 도봉구 창4동과 창5동을 잇는 지하차도 공사설명회를 취재했을 때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설명회장이 성토장으로 변하고 중재에 나선 구의원도 쫓겨나는 마당에 취재하는 게 발각되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민기자만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 사진도 찍고 메모도 한 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보낸 글이 실리지 않거나 많이 수정돼 실렸을 때는 허탈하기도 했다. 다시는 쓰지 않겠노라 다짐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새 습관이 됐는지 조금만 색다른 일만 보아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북한산 아이파크 아파트만의 작은 행사인 ‘마을사랑’이 기사로 나간 뒤의 반향도 잊을 수 없다. 마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 온 것이다. 정중히 사양했지만 그 흐뭇함만은 오래도록 고마웠다. 수필을 써오던 터라 글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이 적어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명함도 없이 말로만 서울신문 시민기자라고 소개하자니 언론을 빙자해 허세부리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원고료도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만의 탄탄한 ‘언로’를 가지고 있다는 자긍심에 다시 힘을 내곤 했다. 세상에는 크고 굵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낙숫물에 바위 뚫린다는 말처럼 큰 사건 뒤 가려진 생활속 작은 희로애락이 서민의 삶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서울신문사가 ‘서울인’을 통해 그런 작은 삶에 눈과 귀를 열어준 것에 고맙고 나도 한몫 거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이병숙 시민기자 주부·수필가 ■지역신문 전문가가 본 ‘서울 인’ 우리나라를 ‘서울공화국’이라고도 한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이기 때문이다. 신문도 그렇다. 서울에서 10개가 넘는 종합일간지가 발행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 때문에 지역 언론이 고사했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서울 시민들은 행복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서울 시민들도 자기가 사는 지역 소식을 얻기 힘들다. 지난 선거에서 뽑았던 국회의원, 구청장, 구의회 의원들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 동네 앞에 파헤쳐진 공사판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언제까지 진행될 예정인가.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내가 주말을 이용해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돼 정보가 넘쳐난다고 한다. 정보는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중요한 것을 골라 주어야 한다. 구청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민원 안내나 홍보성 정보를 빼면, 실생활과 관련된 지역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전국’이 강조되면서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 그것은 서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의 수도권 섹션 ‘서울 인’은 아주 좋은 시도였다. 단순한 섹션이 아니라 타블로이드 판의 독립된 신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 인’이 제공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쇼핑, 문화행사, 나들이 등에 관한 정보로 서울 시민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더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을 더 잘 알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서울과 수도권의 시정(市政)에 대한 뉴스와 논평도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서울 인’은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나는 ‘서울 인’이 서울신문의 한 섹션이 아니라, 서울 시민을 위한 독립적인 주간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제작진이 바람직하다. 현재 ‘서울 인’의 내용은 일반 신문의 문화, 부동산 섹션 등이 다루는 내용 중에서 서울과 수도권과 관련되는 것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어, 서울 시민의 서울 지역에 대한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나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역성에 있다고 본다. 지역 정보와 지역에 기반한 광고가 아니고는 다른 미디어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문이 이러한 전환을 시도해나가는 데 있어 ‘서울 인’이 좋은 모델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 [여의도in] 뽀사시 사진… 보라색… 의원들 ‘패션명함’ 시대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카드식 명함을 들고 다닌다. 접혀 있는 명함을 열면 “항상 낮은 곳에서 새 희망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붉은 동백꽃 사진이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저에 대한 기억을 남겨 주세요.’라고 적힌 메모칸이 있다. 그는 명함을 건네며 “오늘 날짜와 장소, 저에 대한 인상을 적어두세요. 저를 잊지 말라는 얘기죠.”라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김 의원의 윤재관 보좌관 명함도 파격적이다. 앞은 명범한 기존 명함인데, 뒷면을 보면 캐주얼 차림의 ‘뽀사시 사진’을 넣었고, 그 옆에는 “I have a dream’이라고 시작되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적었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최근 보랏빛이 들어간 ‘패션 명함’을 만들었다.‘공동 명함’으로 쓴다. 뒷면에 박철호·이건 보좌관부터 여비서까지 전화번호와 e메일이 모두 적혀 있다.‘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깜찍한 포즈의 캐리커처를 명함에 그려넣었다. 같은당 유승희 의원은 디자이너 친구의 도움으로 모서리를 둥글게 깎은 뒤 앞면엔 흔한 국회 마크도 없는 이색 명함을 돌리고 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점자 명함을 건넨다. 국회 관계자는 “명함에서도 권위를 탈피하려는 17대 국회의 노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미국엔 백만장자가 750만 가구

    |뉴욕 연합|‘백만장자’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미국에서 100만달러의 재산가는 명함을 내밀기도 쑥스럽게 됐다. 시카고의 경제분석업체인 스펙트렘 그룹은 지난해 미국의 100만달러 이상 재산 보유 가구는 모두 750만가구로 전년도에 비해 21%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25일 발표했다. 스펙트렘 그룹에 따르면 이와 같은 ‘백만장자’ 가구 수는 사상 최고이며 지난해의 증가율은 ‘닷컴 버블’로 ‘벼락부자’가 속출했던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미국 전역의 450가구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추산에 도달한 스펙트렘은 ‘살고 있는 집 한 채를 제외한 다른 부동산를 포함한 순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가구라고 ‘백만장자’ 가구의 정의를 내렸다.
  • 서울 야경, 카메라촬영 명당을 잡아라

    서울 야경, 카메라촬영 명당을 잡아라

    직장인 장진부(31·문정동)씨는 요즘 서울 야경의 ‘유혹’에 사로잡혀 있다. 주말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사진기를 들고 한강 시민공원과 남산을 오른다. 그곳에는 연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정겨운 불빛들이 기다리고 있다. 장씨는 대학 때 사진 동아리방에서 살던 ‘아마추어 사진작가’.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의 빛’ 사진전을 보고 서울의 야경에 매료됐다.“마흔살 이전에 작은 사진전을 여는 게 희망”이라고 말할 정도다.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와 서울의 압축성장, 그리고 더욱 밝아진 야경.2005년 서울의 모습을 포커스에 담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만들고 있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인 ‘포토 아일랜드’가 점차 늘어나는 것도 일반인 ‘작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포토 아일랜드서 서울 야경의 매혹에 빠진다 포토 아일랜드는 지난 2002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포토 아일랜드는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녹지대 ‘섬’이다.‘포토 존’이라는 글씨나 표지 위에 서서 셔터를 누르면 그 지역의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숭례문 앞을 시작으로 ▲흥인지문 ▲석촌호수 ▲남산 북측 ▲동작대교 등 5곳이 생겼다. 숭례문과 흥인지문 포토 아일랜드는 주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이곳과 도심을 찍을 수 있다. 석촌호수에서는 주로 주간에 송파나루와 호수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서울의 모습은 낮보다는 밤에 활짝 피어난다. 동작대교 위와 남단은 한강의 야경을 가장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전문가들에게 손꼽히는 곳이다. 해질녘 이곳에서 서쪽을 향하면 노을빛에 물든 한강과 63빌딩 등의 모습을 함께 담을 수 있다.10월 열리는 불꽃축제를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쪽으로는 서울타워와 도심을 넉넉히 안은 남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남산 북쪽산책로 중턱에 북쪽으로 나 있는 포토 아일랜드는 북한산과 도심의 따뜻한 불빛들을 포커스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올해 추가로 조성될 곳은 청와대 앞 열린무대와 남산 남측이다. 청와대와 인왕산의 전경을 맘껏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남산 남측 포토 아일랜드에서는 한강과 강남의 전경을 담을 수 있다. 내년에는 여의도 윤중로에도 포토 아일랜드가 지어질 예정이다. 서울시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40여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포토 아일랜드를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 둔치·북한산 등 그 외도 많아 일반인들이 쉽게 갈 수 있는 ‘명당’은 한강 둔치 주변이다. 최근 한강 다리의 야간조명 설치작업이 진행되면서 한강 다리들은 밤마다 온갖 빛깔을 내뿜고 있다. 한강변을 따라 서 있는 ‘무지개띠’와 강물에 비친 야경을 담는 것 자체가 ‘작품’이다. 관리인의 허락을 받으면 주변 아파트나 건물에 올라가 찍는 게 더 좋다. 동작대교 등 다리 위에서 서쪽을 향해 렌즈를 돌리면 온갖 색깔로 물드는 석양과 한강의 전경도 잡을 수 있다. 선유교 등이 있는 여의도 옆 양화지구도 사진 찍기에 좋다. 북한산과 인왕산 등도 전문가들이 뽑는 장소다. 구기동 등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언덕이나 구릉에서 보면 서울 도심과 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서울을 소개하는 야경 사진의 대부분이 이 부근에서 찍힌다. 단, 청와대 주변도 함께 나오는 바람에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남한산성 서문 정상에서 줌으로 당겨 찍으면 강남의 좋은 야경을 얻을 수 있다. 관악산에서는 서울 서남부, 응봉산에서는 한강과 강남을 담을 수 있다. 이밖에도 서울성곽 주변과 가회동 한옥마을에서는 단층집 등 정겨운 서울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63빌딩 전망대도 한강 주변을 잡기에 적격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해지기 전후 1시간이 최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멋있는 사진은 대부분 야경이다. 대신 일반인들이 찍기에는 수월하지 않다. 그러나 어디에나 길은 있는 법. 전문가들이 말하는 ‘디지털 카메라 초짜 야경 찍는 법’을 소개한다. 아무 조작 없이 디카로 야경을 찍으면 거뭇하게만 나온다. 노출 시간이 짧아 카메라에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은 노출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디카에는 별이나 달 표시가 있다. 버튼을 그쪽으로 맞추면 카메라가 알아서 노출 시간을 길게 가져간다. 아니면 10초에서 30초까지 노출 시간을 수동으로 늘려줘도 된다. 또 삼각대 등 카메라를 고정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적이다. 노출 시간이 긴 만큼 흔들림이 크다. 야경 사진은 해지기 전후 1시간이 가장 아름답다. 이때 하늘은 연보랏빛으로 물든다. 또 경관의 디테일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불빛까지 반짝이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 대신 완전히 컴컴해지면 불빛 외에 다른 풍경은 잘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의 화소는 큰 의미가 없다.200만 화소 이상으로도 괜찮은 야경을 찍을 수 있다. 단, 전문가급 사진을 찍고 싶으면 500만 화소 이상의 디카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필름을 대신해 빛을 이미지로 바꿔주는 CCD는 저속 셔터로 오래 사용하면 흰 반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야경 전문작가 안연수씨 “세계 어디를 다녀도 서울만큼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가 없어요.” 서울시 주택국 도시디자인과 안연수(49) 주임의 명함에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안씨는 카메라를 들고 밤이면 서울 곳곳을 찾는 서울야경 전문 작가이다. 안씨가 공복을 입은 것은 지난 1984년. 관악구청 건축과 기술직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사진은 83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독학과 동우회 활동으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95년 뉴욕사진전문대(NYIP)를 수료하는 등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개인사진전도 열었다. 95년부터 5년마다 하는 ‘서울모습 사진 기록화 사업’에 뛰어든 것은 97년부터다. 전해에 만든 사진집 홍보를 시작하면서 서울 야경에 빠져들었다. 안씨는 “평소에는 일반 자연 풍경도 많이 담았지만 업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서울의 야경을 주로 찍게 됐다.”고 떠올렸다. 2000년 두번째 사업 때는 직접 사진기를 들고 서울의 곳곳을 누볐다. 그해 열린 사진전에서 안씨의 작품도 같이 실렸다. 이달 초 세번째 사업의 발표회로 열린 ‘서울의 빛’ 전시에서도 다리 야경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안씨에게 서울의 야경은 현실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이다. “대부분 지하나 지상 낮은 곳에서 다니기 때문에 서울 야경의 진면목을 알지 못해요. 이번 전시회를 하면서도 사람들이 ‘서울의 밤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 놀라더군요.” 안씨가 느끼는 서울 야경의 변화는 점차 환해졌다는 것이다.97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야간경관개선사업 결과 전에는 깜깜하던 한강이 한층 밝아지면서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밝은 곳은 너무 밝고, 어두운 곳은 여전히 어둡다는 게 문제다. 명동이나 동대문의 대형 의류상가는 일반 거리보다 2∼3배 이상 밝아 ‘시각 공해’ 수준이다. 반면 덕수궁이나 경복궁 등 우리 고유 문화 유산의 야간 조명은 여전히 미흡하다. 비싼 전기료를 이유로 설치해 놓은 야간 조명시설을 활용하지 않는 민간시설도 많다. 안씨는 “고궁의 조명 시설을 확충한 뒤 야간 개장을 하면 훌륭한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오래된 시의 사진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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