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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부 출범 앞두고 차관들 ‘속앓이’

    차관들이 끙끙 앓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을 앞둔 DJ정부 차관들은 장관 승진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정권이 180도 바뀌는 게 아니라 연장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 차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옷을 벗어야 할 처지다. 경제부처의 한 차관은 최근 “장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차관까지 싸잡아 참여정부의 실정을 묻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무직이라고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실무형 차관이 한 둘이었냐는 것. 장관을 눈앞에 두고 물러나야 하는 아쉬움이 적잖이 배어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명박 정권에 줄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장관들처럼 총선에 나가기는 더더욱 어렵다. 다른 부처의 한 차관은 “장관들은 총선에 나가면 지명도 때문에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지만 차관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면서 “정치인들이 기를 싸고 장관을 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낙하산’으로의 진출도 막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산하기관장 등 고위직 인사에 이미 ‘제동’을 걸어 놓은 상태다. 참여정부 역시 낙하산 인사에는 인색했다. 때문에 일부 차관들은 교수직을 알아 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한 관계자는 “공무원에 있으면서 작성한 각종 보고서들은 교수 채용시 논문처럼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루 아침에 ‘백수’로 전락할 차관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 반면 1급들은 다소 여유가 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더라도 장·차관이 나가면 자리가 비지 않겠냐는 심사다. 특히 타부처를 흡수하는 입장에 선 부처의 1급들은 느긋하다 못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폐지 또는 통합 대상 부처의 1급들은 조직개편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Seoul Law] 로펌이 밝히는 ‘영입 1순위’

    과거 전관변호사는 실력만 좋으면 큰 고민 없이 자신의 고유 영역에서 일할 수 있었다. 검사는 기소 전 형사사건, 판사는 송무를 맡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관변호사들도 성적만 갖고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워지고 있다. 개업변호사들이 늘고 로펌간 생존경쟁도 치열해지며 로펌의 영입 기준에 따라 전관들도 비교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들로부터 ‘영입 대상이 되는 변호사’ 기준에 대해 들어봤다. ●지명도에서 전문능력으로 최근 로펌들이 전관 영입시 고려하는 최우선 사항은 ‘이름’보다는 ‘전문성’이다. 외양보다는 내실을 따진다. 기업자문으로 유명한 C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검사출신으로 로펌에 들어오고 싶다고 찾아온 변호사에게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느냐고 질문했다.”면서 “그 변호사는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사건 중 특화된 부분과 자신이 어떻게 전문화를 위해 노력했는지를 면접에서 밝혀 곧바로 영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송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문성을 갖췄다면 몸값을 더 주더라도 모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도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다면 로펌 영입 대상 1순위에서 2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의 D대표변호사도 “예전에는 해당지역의 법원장, 검사장 등 거물급 법조인을 우선적으로 영입했지만 이제는 법원과 검찰에 근무하며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능력도 영입 기준에 로펌이 강조하는 또 다른 영입기준은 영업능력. 과거 전관들은 영업 능력에 대한 평가를 따로 받지 않았다. 서울 강북의 대형로펌의 E대표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라도 선별 영입하고 있다.”면서 “판사 출신들의 실력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영업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나서서 사건을 수임해 오라는 취지보다는 활발하고 친구들이 많은지, 친구들은 어떤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 법원, 검찰, 기업 등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법연수원 13∼15기 출신 변호사들이 로펌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처럼 주변 여건에다 인간성·사회성도 좋다면 아무래도 우선 고려대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기업사건의 경우, 기업체들이 같은 실력이라면 친분 있는 로펌에 맡기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사회적 인식에 호응하는 것도 한 요건으로 영입대상 변호사 친구 가운데 기업의 전무급 이상과 친분이 있는지 여부도 알아본다.”고 귀띔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질높은 개발 위해 설악산 등 난개발 못할듯

    26일 국무회의에서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안’이 개정조건부로 의결된 것은 보다 질높은 개발을 위해서다. 해안을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권 및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거점 구축 및 각종 규제완화 등의 취지를 살려서 소규모 건축물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경관 등을 감안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해안과 붙은 동서남해안에서는 자연공원이라도 건설교통부장관이 관계기관 협의 뒤 중앙도시계획위원회와 동서남해안 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발구역에서는 자연공원법, 산지관리법, 공유수면매립법 등 38개 법률 인허가 조항을 의제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려해상·다도해·설악산·오대산 등 국립공원에서도 개발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돼 있다. 포괄적 규제완화 특례 외에도 국가보조금 차등지원, 개발 부담금 감면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건교위와 관련 10개 시·도지사들도 조속한 시일내에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해 서명함에 따라 앞으로는 보완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 건축을 통한 경관 창출을 위해 개발구역에 ‘특별건축구역’ 제도 적용 ▲개발계획 수립 전 과정의 총괄 진행·조정을 위한 ‘총괄계획가 제도’ 도입 ▲경관 심사와 건축 계획·구조, 조경 등 건축물의 개별심사 등을 위한 건축위원회 심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로부터 위헌 지적을 받아온 골프장 건설부터 호텔·콘도 등 대형 숙박시설 건설 내용이 어떻게 조정될지도 관심거리다. 특별법을 적용받는 지역이 2만 9094㎢로 국토의 29%를 차지하면서 논란을 불러온 내용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등 40여개 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류찬희·창원 이정규기자 chani@seoul.co.kr
  • [서울광장] ‘이명박 특검법’ 국민 눈높이가 해법이다/황진선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이명박 특검법’ 국민 눈높이가 해법이다/황진선 수석부국장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이명박 후보 특검법’을 어찌할 것인가. 대통합민주신당 등 반 이명박 제 정파의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을 강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소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대통령제 국가에서 취임 후 6개월은 새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의 새로운 틀을 세울 수 있도록 국회와 언론이 허니문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자. 검찰 간부들은 특검을 하더라도 BBK 사건의 수사 결론은 99%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검찰은 이 당선자를 기소하려면 “무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으로는 안 되고 유죄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증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돈의 흐름을 샅샅이 추적해 보았지만 BBK에 이 당선자의 돈이 흘러들어갔거나,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다스가 이 당선자의 소유였다는 물증은 없다고 단언한다.BBK 수사에 검사 12명, 수사관 41명이 참여한 만큼 수사 결과를 왜곡·조작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명박 특검법이 BBK뿐 아니라 도곡동 땅 매각 대금과 다스의 지분 등 재산누락 의혹,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등 이 당선자를 둘러싼 모든 의문을 수사 대상으로 망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한변협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특검이라는 점, 특검법의 참고인 동행명령제는 영장주의에 반한다는 점, 특검법을 촉발한 김경준의 메모가 거짓으로 드러난 점 등을 들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에 서명을 하더라도, 이 당선자 쪽에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해 특검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특검을 통해 BBK 사건 또는 다른 사건에서 이 당선자가 유죄라는 증거를 찾아내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젓는 법조인들이 많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 당선자의 비리, 특히 BBK 사건을 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내년 4월9일 총선에서 자기 정파 후보들이 더 많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한다. 그러나 설혹 이 당선자의 범죄 혐의를 찾아내 기소한다 하더라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 이명박 정파들은 한나라당 등이 2004년 3월12일 노 대통령에 대한 탁핵 소추안을 가결했다가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탄핵 한달여 만에 실시된 17대 4·15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를 앞세워 민의를 거스른 탄핵 가결을 사과하며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게 해달라고 읍소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탄핵 후폭풍 덕분에 총선전보다 103석이 늘어난 152석을 얻었다. 이명박 특검법은 재고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소모적인 정치 논쟁과 국력 낭비를 줄이려면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급조된 특검법을 국회에서 재의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워 보인다. 이 당선자도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부분과 BBK 명함을 돌린 것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해법과 새 진로를 찾아야 한다. 황진선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모든 생명체는 좌우대칭이다’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채화’ 전시회가 내년 1월5일까지 서울 본화랑 인사동 전시장에 마련된다.‘모세혈관(생명)의 합창’전에는 1970년대부터 작고하기 직전까지 작가가 그린 유작 52점이 선보인다. 채화란 일종의 색채 드로잉. 선과 면으로 이뤄진 추상 드로잉으로,‘모든 생명체는 좌우대칭’이라는 문신 조각의 원리가 잘 드러나 있다. 작가가 남긴 채화는 모두 400점쯤 된다. 이 가운데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이 100여점, 삼성재단이 150여점을 각각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작가의 아내인 화가 최성숙씨가 갖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작업 중 척추를 다친 1973년, 병실에 누워 프랑스 아트지에 건축펜으로 선을 치고 중국잉크로 면을 채우는 드로잉을 시도했던 것이 그의 ‘채화’세계의 시발점이 됐다. 초기에는 완전추상이던 것이 1980년대 후기에는 호랑이 얼굴 등 구체적인 형태와 부드러운 채색를 띠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전시에 나온 채화는 명함만 한 6.5×7㎝ 크기에서부터 65×50㎝ 짜리까지 다양하다. 채화 말고도 해외순회 조각 7점, 몇 안되는 수채화로 꼽히는 ‘가고파’, 일본유학 시절 그린 자화상이 소개된다.(02)732-2367.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명박 시대-승인과 패인] ‘원조 보수’ 역풍 맞은 이회창

    뒤늦게 대선에 뛰어든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조직·자금·공약 등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번째 대선 고배를 마셨다. 이 후보는 19일 밤 남대문 선거사무실에서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말씀을 전한다.”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지난 정권의 잘못을 확실히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 당선자에게 “하루속히 선거로 찢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통합에 온 힘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여러분의 사랑에 아무런 보답도 못한 채 떠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지지자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 후보는 또 “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꽃을 피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며 재기의 의지를 표명했다. 이 후보의 최대 패인은 ‘BBK 사건’이 예상보다 파괴력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보수 적자(嫡子)로서 도덕성이나 자질면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후보 부적합론’을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한때 20%를 웃돌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10% 초반대로 곤두박질쳤다. ‘박근혜 끌어안기’에 실패한 것도 중요한 패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공식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18일 박 전 대표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하며 ‘삼고초려’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끝내 화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유세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이 후보의 대선 승리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무소속 후보라는 한계와 5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빈약한 공약과 정책도 이 후보의 발목을 붙잡았다. 취약한 자금 사정과 선거 경험이 부족한 캠프, 열악한 조직력은 이 후보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초라했다.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친 편향된 이념 설정도 유권자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유력후보 직격인터뷰] 鄭 “디지털형 리더가 필요”

    [유력후보 직격인터뷰] 鄭 “디지털형 리더가 필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4일 선거운동 시작 이후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서울 구로에서 일정을 시작해 대전과 전북을 거쳐 제주도에서 유세를 한 뒤 서울로 돌아와 밤엔 생방송 연설을 마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50분 외에는 인터뷰할 짬도 없었다. 남은 시간은 닷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바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며칠 내로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거짓과 진실의 대결 구도’라고 전제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선거가 5일밖에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변수는 어떤 게 있나. -이명박 후보는 기소돼야 할 후보, 법정에 서야 할 후보다. 냉정하게 따져서 힘 없고 ‘백’ 없는 서민 같으면 기소됐을 것 아니냐. 기소됐어야 할 후보가 1위로 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고 본다.(이 후보는)거짓이라는 베일로 간신히 마지막 포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똑같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후보라면 이미 (대세는)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 자체가 불안정한 후보이고 상식선 밖의 후보이기 때문에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몰락할 것이다. ●“박영선UCC 전체유권자가 보면 판세 뒤집혀” ▶이 후보에게서 받았다는 BBK 명함을 공개하고 최근 방송에서 지지 연설까지 한 이장춘 전 외무부 본부대사는 어떻게 만났나. -같은 외교관 선후배인 정의용 의원이 먼저 만났다. 이 전 대사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대북관계에서는 저와 180도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거짓과 진실 중 거짓이 승리하게 할 수 없다는 공분(公憤) 때문에 이 분이 움직인 것이다. 본인이 이명박씨와 조우하지 않았다면 그런 동기 부여가 안 됐을 것이다. 박영선 의원도 마찬가지다. 기자 때 취재해서 (이 후보 말이) 거짓인 줄 아는 것이다. 박 의원의 UCC 동영상을 80만명이 봤다. 이것을 3700만 유권자가 듣는다면 (판세는) 뒤집어진다. 이 후보는 마지막까지 시한폭탄 후보다. 끝까지 거짓을 은폐하면 대통령이 되고 마지막이라도 시한폭탄이 터지면 낙마한다. ▶제1정당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와 차이가 많이 난다. 오히려 2위끼리 싸움을 하는 그런 모양새다. -우리 조사는 좀 다른 것 같다. 지방 선거 때 보면 자동응답전화(ARS)로 돌린 수만명 샘플을 보니까 추세가 정확하게 맞았다. 당 조사에서는 25%까지 지지율이 올랐고 체감으로도 지난 일주일간 변화가 있다고 본다. 안타까웠던 것은 ‘노무현 프레임’ ‘참여정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잘못했다고 볼 수 있다.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이 바뀐다는 것은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다. 대통령 당선자의 인성·철학 그것이 그 정권의 성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친다. ▶남은 5일 동안 선거 운동에 임하는 자세, 복안은 어떤 것인가. -40대는 87년 6월 항쟁 주역이다. 그 세대가 이제 마흔에서 쉰살이 됐다. 그들이 강력한 이명박 후보 지지층이다.5년 전 참여정부 만든 동력이 그쪽에 가 있다.30대가 움직이고 있고 (내가) 앞섰다는 통계도 있다.30대는 움직이는데 40대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30대가 좀더 움직이면 40대에 전이가 된다는 분석을 했다. 40대는 민주화 20년을 만들어냈는데 자신에 대한 보상은 없다. 보상이 아니라 불안과 고통만 안고 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희망의 출구다. 희망의 출구를 성장에서 보는 것은 이해하지만 ‘묻지마 성장’은 길이 아니다. 묻지마 성장이 아니라 미래 형성으로 가고 디지털로 가야 한다. 이명박과 정동영 중 누가 잘할 수 있겠나. 이 후보가 추진력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리더로서 맞는가.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가 있다. 대통령과 국가 신용도가 직결되는데 그분은 신용도 마이너스 아니냐. ▶문국현 후보가 이틀 전 담판에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들었는데. -함세웅 신부 주선으로 만났다. 사제로서 안타까움에 기도하시고 성경에 손을 얹고 힘을 합치라고 했다. 문 후보와는 좋은 대화를 나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하고 끝났다. ▶문 후보·이인제 후보와 단일화가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결국 (원인은) 이해관계 아니겠냐. 말은 대의를 얘기하고 반부패를 얘기하지만 결국 이해관계다. ▶신당 일각에서 ‘노명박’ 얘기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간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실체가 있다고 보고 있나.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청와대에 주문하고 싶은 게 있나. -검찰 수사가 엉터리라는 것은 국민의 상식이 증명하고 있다. 직무 감찰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에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거듭 요구했다. 그랬더니 그런(부정적인) 입장이더라. 국민은 청와대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다.2008년부터 국가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궁금하지 사실상 닷새 후면 물러날 대통령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정동영이 되면 뭐가 다른데?’라는 게 국민의 관심사다. ●“정동영경제는 노무현경제와 달라”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뭐가 달라지나. -예를 들어 경제의 경우 정동영 경제는 노무현 경제와 다르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인사다. 대통령이 다하는 것 아니다. 많은 경험과 능력이 검증되고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다고 보고 그런 분들과 함께 국민이 바라는 두 가지, 경제 성장과 4대불안·고통을 해소하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회사 사장은 아니지 않냐. 클린턴·루스벨트·김대중 대통령, 모두 위기 극복하고 경제 키웠지만 정치인이다. 김경준 말에 따르면 이명박씨는 경제를 잘 모른다. 자기(김씨)가 미국의 CEO들을 여러 명 만났는데 그들은 ‘디테일’에 정통했지만 이명박씨는 분석이 없다, 디테일이 없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 이 방에서 저 방을 갈 때 문 2개를 열고 가면 되는데 이 후보는 벽에 머리 박고 가는 스타일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했더라.40대가 원하는 경제 성장, 선진국 만들어달라는 요구, 벽에 머리 박고 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에 맞서는 논리가 있다면. -경제 운용 방식은 노 대통령과 다르고 이명박 후보와 다르다. 이 후보는 불도저다. 나는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 김종인 박사 같은 분들의 지혜와 경륜을 합쳐서 하겠다. 통일부 장관할 때 전임 장관들에게 매달 브리핑해 드리고 지혜를 구했다. 이재정 통일장관도 매달 둘째 월요일 전임 장관들을 만난다. 그런 아름다운 전통을 제가 만들었다. 매년 50만개 일자리를 목표로 해서 ‘팀 코리아’를 조직, 아까 말씀드린 분들과 드림팀을 만들어 제가 팀장이 돼서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겠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100여개 유치했는데 대통령은 1000여개 할 수 있다. 미국이 43살 젊은 대통령과 함께 활력을 찾았듯이 지금은 과거로 갈 일이 아니다. 이명박을 택해서 위험한 미래 변화를 감수하느니 젊고 역동적인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디자인해 보자는 것이다. 국민들의 꿈과 고통은 제가 안다. 정리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푸틴 후계자 메드베데프 낙점

    블라디미르 푸틴(55)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차기 대통령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그의 후계자로 자신보다 13살이 어린 ‘젊은 피’를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나는 그와 17년 이상 가깝게 지내 왔다. 나는 완전히 이 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폭탄 발언은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오는 1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이서 사실상 대선 후보자를 지명한 것과 같은 결과로 분석된다.특히 3선 연임 금지로 내년 3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특정 후계자 이름을 거명함으로써 퇴임 후 후계 구도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밝힌 셈이 됐다.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푸틴의 최측근으로 세르게이 이바노프(54) 제1부총리와 함께 크렘린 주인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여 왔던 인물이다. 메드베데프는 온순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강성이미지인 이바노프와 대조를 이뤄 왔다. 법학박사이자 변호사인 그는 푸틴과 동향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을 졸업했고 1994년부터 제1부시장이던 푸틴의 보좌관으로 일했다.2000년 대선에서 푸틴의 선거 참모로 일한 뒤 크렘린 행정실 부실장,2003년 행정실장,2005년 11월 인사에서 제1부총리로 승진하면서 푸틴의 후계자로 꼽혀 왔다. 정치분석가 보리스 마카렌코는 “푸틴이 자신의 권력을 넘기고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다면 메드베데프가 아닌 이바노프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예상했던 일이며 메드베데프는 오랜 기간 푸틴의 오른팔이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푸틴이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에 그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드베데프가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로스쿨 잡기 ‘꼼수’

    2009년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 심사가 지난 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과 학원이 잘못된 정보를 남발해 예비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인가 획득에만 급급해 유명 변호사를 교수로 올려 놓고 실제 강의는 거의 맡기지 않는다. 로스쿨 입시 전문학원들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내세우며 학원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스쿨을 둘러싼 속고 속이는 게임이 본격화된 셈이다. 로스쿨 인가를 신청한 A대학은 올해 2학기에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S변호사를 부교수로 임명했다. 그러나 서울신문 취재결과 그는 시간강사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었으며, 강의는 거의 맡지 않기로 대학측과 합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실무경력 교원의 확보는 로스쿨 인가 심사의 주요 기준 중 하나다. S변호사는 “학교측이 ‘로스쿨 실무경력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며 동문이니까 교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대학측이 ‘명함만 걸어 놓고 정말 가끔씩 강의만 와 달라.’고 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장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데 교수직을 쉽게 허락하겠냐.”면서 “대학쪽에서는 부장 판·검사 출신 실무자가 절실하니 이런 식의 채용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 주일에 두 시간만 강의를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정희 시민입법국장은 “대학에 교수로 채용됐다면 연구와 강의에 매진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면서 “대학들이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눈가림식으로 교육부의 기준만 충족하려는 것은 로스쿨 설립 취지에 어긋나고, 학문적 양심도 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원들은 로스쿨 진학을 꿈꾸는 수험생이 늘어나자 ‘로스쿨 특수’를 노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L학원은 최근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서울 주요대학 로스쿨 입시전형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놨다. 이 학원은 공지사항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서강대 입학전형’이란 제목의 글에서 모의고사 설명회를 홍보하면서 출처불명의 입학전형 표를 첨부했다. 출처를 묻자 학원측은 “서울신문에 나온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에서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회원수가 1만 4000명이 넘는 다음카페 ‘로스쿨진학준비위원회’에는 한 학원이 ‘특종’이라는 문구까지 붙이며 정보 장사에 나섰다. 이 학원은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교육부를 비롯, 정부가 법학적성시험(LEET) 횟수를 1인당 3회로 제한할 계획”이라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LEET의 횟수와 응시료 등에 관한 정보까지 언급했다. 또 “곧 있을 설명회에서 따끈따끈한 정보를 주겠다.”고 현혹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응시 횟수 제한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면서 “법률로 제한한다 해도 위헌 소지가 있는데 당연히 횟수 제한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서재희 이경원기자 s123@seoul.co.kr
  • [선택 2007 D-12] 昌, BBK진실 캐기·외연확대 병행

    [선택 2007 D-12] 昌, BBK진실 캐기·외연확대 병행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6일 전날 BBK 수사결과를 내놓은 검찰을 향해 9개항의 공개질의를 던지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한편으로 외연확대 작업을 서두르며 전날 발표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혜연 대변인은 ‘정치검찰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검찰이 김경준씨를 상대로 협박과 회유를 한 사실이 있는지 ▲김씨 수사 전 과정이 녹화돼 있는지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형량 협상을 시도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조용남 부대변인은 “검찰은 이 후보가 BBK를 창업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한 일이나, 명함과 홍보물을 사용한 일,BBK에 투자했다가 떼인 심텍이 이 후보 재산을 가압류한 일 등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BK 문제와 거리를 두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역공에 나섰기 때문에 BBK 전선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이 후보가 계속 강조했던 것은 BBK가 아니라 위장전입, 자녀 위장취업, 투기 의혹 등 이명박 후보의 부도덕성이었다.”고 말했다. 캠프는 범보수를 아우르는 외연확대 작업에도 부심했다. 유 특보는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가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것 같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좌파가 아닌 만큼 얼마든지 연대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BBK 수사 발표] 檢 “수사 할만큼 했고 의미있다”

    [BBK 수사 발표] 檢 “수사 할만큼 했고 의미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5일 BBK 수사결과 중간 발표에서 “‘다스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소유가 아닌 것 같다.’가 아니라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오늘 발표의 정확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이 제3자 소유로 보인다는 것이 8월 수사 결과인데, 매각대금 중 일부가 이상은씨 명의로 다스에 흘러들어가고, 이 후보와는 연관이 없다는 것은 모순 아닌가. -우리도 같은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1995년 8월에 이상은씨가 이 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소유권 관계 부분이라 9년치 회계장부를 뒤지고, 포괄영장을 받아 다스 법인계좌와 연결계좌를 모두 추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나간 돈을 쫓아가봐도 우리가 의심하는 이에게 간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스의 BBK 투자경위도 이사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다스의 자금 상황 등을 봤을 때 합리적인 투자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였다. ▶추가수사 여지는 없나. -할 만큼 했고, 더 했을 때 어떤 가능성이 있나 봤을 때 우리로서는 (지금 수사결과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입증이 안 되면 당연히 불기소할 수밖에 없고,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BBK 초기 투자자들과 이 후보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BBK 투자자와 이 후보의 관계 가운데 확인된 것은 장로회신학교가 투자한 4억원과 친구 부인의 3억원 등 7억원을 이 후보가 유치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 등 나머지 투자자도 조사했지만, 이 후보가 유치했다고 확인된 것은 없다. ▶해외계좌 추적이 힘들다고 했는데, 외국계 유령회사 계좌로 빠져나간 횡령액 등은 어떻게 확인했나. -해외계좌가 추적이 안 된다는 일반론을 이야기한 것이고, 이 사건은 2002년 정도부터 자금추적이 많이 이뤄졌다. 그 뒤에 미국이 공조요청을 해서 또 상당부분 이뤄진 것이 있다. 거기에 이번 계좌추적 결과까지 합치면 자금 흐름은 명확히 규명된다. ▶김씨가 BBK가 이 후보 회사라고 주장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설명 못한다.BBK에 대해서는 주식 소유구조 등이 명확히 밝혀지고 객관적 사실이 무너지니 주장을 철회하더라. 결국 김씨의 입장은 미국의 민사소송과 관련한 것이다. 주가조작 등에 있어 (함께 처벌받아야 하는)형사적인 공범이 아니라 (함께 배상해야 하는)민사적 공범이란 것이다. ▶이 후보의 명함도 논란이 됐는데. -BBK가 누구 소유냐가 문제인데, 여러 증거로 볼 때 객관적으로 BBK가 김씨 소유이고 이 후보와 무관하다는 것이 확인돼 더 이상 수사할 필요가 없어 확인하지 않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BBK 수사 발표] 남는 의문점

    [BBK 수사 발표] 남는 의문점

    임채진 검찰총장이 “있는 건 있다, 없는 건 없다고 할 것이다.”고 밝힌 BBK 수사원칙을 내건 검찰은 수사에서 실체의 97%를 풀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분에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 있다. ‘경제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김씨의 사기 행각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당시 김씨와의 동업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결별한 것”이라면서 의혹 부풀리기를 차단하려 노력한다. 검찰도 김씨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 후보가 정말 몰랐는지는 수사 필요 부분 밖에 있어 알아보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 후보가 왜 하나은행과의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는지와 e뱅크 코리아 회장이라는 명함을 돌렸다는 의혹은 남아 있다. 검찰은 지난 8월13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이 후보의 재산 차명보유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에서 도곡동 땅은 제3자 소유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이상은씨가 대주주인 ㈜다스의 실소유자 논란에 대해 “모든 조사 다해도 이 후보 소유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다스의 9년치 회계장부,㈜다스 임직원 소환조사, 계좌추적 등을 벌였지만 이 후보 소유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자는 이 후보 소유가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고, 후자는 이 후보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이유도 베일에 싸여 있다.2000년 당시 단기 순이익 31억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140억원이나 떼인 위험한 투자를 감행한 이유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최재경 특수1부장검사는 “우리도 의심스럽지 않다는 게 아니라, 할 만큼 온갖 걸 다했는데 증거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김경준씨가 검찰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이상한 메모를 공개했고 검찰은 펄쩍 뛰었다. 김씨가 오히려 플리바겐(유죄인정 조건 형량협상)을 제안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수사발표에서 김씨가 ㈜다스의 투자금 140억원을 떼어먹은 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김씨도 상당부분 자신의 주장을 바꿨다고 한다.㈜다스가 투자일임 약정을 맺었고, 김씨도 투자에 사용했다가 원금 손해가 난 만큼 빼돌릴 목적으로 돈을 가져간 게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정이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전 조사과정이 녹음·녹화돼 있다. 변호인이나 본인도 현재 플리바겐이 없었다고 부인한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BBK 수사 발표] 김경준의 거짓말 퍼레이드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송환될 때 만면에 가득했던 김경준씨의 미소는 검찰이 한글 이면계약서의 허술한 조작에 대한 증거와 BBK 소유에 대한 발기인 명단을 제출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송환 직후 김씨는 검찰에 2000년 2월21일 ‘이명박씨가 BBK 주식 61만주를 LKe뱅크에 49억여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한글 이면계약서를 내밀며 이 후보의 소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약서 작성일엔 이 후보가 BBK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점, 계약서는 잉크젯프린터로 작성됐지만 BBK 사무실에는 레이저프린터밖에 없다는 점 등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BBK, 李후보가 작명→동료·부인 이니셜 그러자 김씨는 “2001년 2월 EBK증권중개 설립허가가 금융감독원의 BBK 감사로 인해 취소될 위기에 처해 내 지분 확보를 위해 문서를 작성해 이 후보의 도장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특별수사팀 최재경 부장검사는 “작성 시점도 2001년 1월,3월,5월 등을 왔다갔다 했다.”면서 “결국 문서 감정이 끝난 사흘 뒤엔 ‘부장님 제가 장사꾼입니다. 장사꾼은 계산을 따져요. 사문서 위조는 인정할 테니 불구속으로 해주세요.’라고 요청해 왔다.”고 소개했다. BBK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도 김씨는 당초 “뱅크 오브 바레인 앤드 쿠웨이트(Bank of Bahrain & Kuwait)의 줄임말”이라면서 “(현대건설 출신으로) 중동에 대해 잘 아는 이명박씨가 지어줬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김씨 자신과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사 동료인 오영석(미국명 Bobby)씨, 부인 이보라씨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BBK 발기인 명단을 들이밀자 결국 세 명의 이름 영문글자를 따 지었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래리 롱은 모르는 사람→와튼스쿨 동창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밝혀진 AM파파스 INC와 관련한 인물로 등장하는 래리 롱에 대해서도 김씨는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수사결과 김씨의 와튼스쿨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이자 실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존재하는 생명과학벤처회사인 AM파파스 LLC 해외투자담당이사로 재직하는 래리 롱이라는 인물이 2001년 2월19일 김씨의 소개로 이 후보와 김백준씨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후보 측으로부터 받은 롱의 명함에 적인 전화번호로 롱과 국제전화를 했으며, 여기서 김씨의 거짓말을 밝혀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선택2007 D-20] 신당 “李후보 직접 수사하라”

    BBK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히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이 후보와 김백준씨로부터 받았다는 ‘BBK 명함’을 공개한 것과 함께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가 BBK 자금 184억원이 이 후보의 계좌로 입금됐다고 주장한 것도 양당의 공방을 더욱 확전시키고 있다. 신당은 “그동안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거짓 주장을 폈다.”며 검찰측에 이 후보에 대한 직접 수사를 촉구했다. 신당은 29일 ‘비상의원총회’를 소집, 검찰의 신속한 수사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한편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를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신당 정동영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이 후보는 자신의 분신들만 출두시켜 고생시키지 말고 당당히 수사에 임해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지금까지 알려진 검찰수사 결과가)실체적 진실과 다른 것 같다.”면서 “BBK사건에 대한 각론은 일일이 말하지 않고 다음달 5일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대통령 선거운동 첫날… 그들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더 빨리, 더 넓게, 더 많이.’ 17대 대선에서 후보들이 보여주고 있는 무한경쟁 양상을 압축한 말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부터 후보들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전례없이 살인적인 일정을 강행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등은 이날 새벽 0시를 기해 유세에 돌입했다. 이른 아침 구두끈을 조이던 역대 대선의 부지런함은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이날 하루 후보들의 동선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대전→대구→부산을 관통했고, 정동영 후보는 여수→도라산→대전→서울을 종횡무진했다. 하루 단위로 권역을 옮겨다니던 역대 대선을 아득한 옛날 얘기처럼 만들어 버렸다. 서울에서 움직인 이회창 후보도 무려 7곳의 시장을 찾는 등 10여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역 앞 유세에서 “경제를 살려 대한민국이 행복하게 하겠다.”면서 “서울부터 시작해 정권교체 불길이 전국에 솟아오르도록 하자.”고 했다. 이회창 후보는 숭례문 앞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자기 배만 채우면 된다는 사고에 빠진 후보로는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면서 “노무현 후보에 속아서 지난 5년 피눈물을 흘렸는데 한나라당 후보에게 속아 다시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동영 후보는 대전역 앞 유세에서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가져오는 변화는 미래를 망치는 나쁜 변화”라며 “(나는)나쁜 경제 대통령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각 후보 진영은 동시간 대에 최대 다수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도 동원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각각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유세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멀티비전을 270여대의 차량에 실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한번에 15분씩 하루 20번 유세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선거유세단 이름을 아예 ‘무한도전’이라고 정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후보의 대학생 선거유세팀 명칭도 ‘무한도전’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무한경쟁이 유권자에 대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후진적인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과열·혼탁 선거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선거운동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다 보니 유권자가 아닌 당과 조직, 후보 중심으로 유세가 진행되는 소모적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선거운동원이 유권자를 가가호호 방문하거나, 유권자들 스스로 집단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후보가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후진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IT기술이 발달했고 선관위의 권한도 강한 만큼, 선거운동 허용 범위를 넓힐 때가 됐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부도덕하거나 어리석거나”

    BBK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회창 후보측은 23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여나갔다. 잇단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조짐을 보이고, 이탈표의 절반 이상이 이회창 후보쪽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명박 때리기’ 대열에 본격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후보측 이혜연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명박 후보는 매우 부도덕한 사람이거나 남에게 사기나 당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이어 “이장춘 전 외무부대사가 이명박 후보에게서 BBK 명함을 받았다는 기사에 6000개의 비난 댓글이 붙었다.”며 BBK 효과가 이 후보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 대변인은 “신당의 정봉주 의원이 ‘한나라당 비공개 회의에서 이명박 후보측 사람이 이면계약서를 인정했다.’고 폭로했다.”면서 “사건이 계속 터지니까 한나라당이 패닉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한나라당을 흔들었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검찰은 오직 명예밖에 없다”

    “검찰은 오직 명예밖에 없다”

    23일 퇴임식을 갖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검찰은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오직 국민을 바라보며 공명정대하게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22일 발간된 검찰신문 ‘뉴스 프로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의 검사생활을 되돌아보며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이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의혹’,‘삼성 비자금 로비의혹’ 등 굵직한 수사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한 듯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을 지키는 데 최우선의 목표를 뒀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장이 남긴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눈앞의 조그만 이익을 탐내 잠시라도 눈을 감으면 원칙과 이익을 모두 잃게 된다.”면서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 집중하면 의외로 답이 간단한 경우가 많았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조언했다.‘가장 힘든 순간’으로는 “조직의 명예가 손상되고 신뢰가 떨어지는 일이 생겼을 때”라며 “검찰은 오직 명예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떡값 검사’ 명단 공개로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설치된 현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정 총장은 또 “지난 2년이 가시밭길은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총장 취임 첫 날처럼 시작하고 마지막 날처럼 후회 없이 정리하는 심정으로 생활했다.”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장춘씨 “李후보에 BBK명함 직접 받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투자자문회사의 명함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후보가 BBK 설립 직전에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를 만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BBK 주가조작 사건과 무관하다고 한 이 후보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치공작적·사기성 폭로”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장춘 전 외무부대사는 22일 “2001년 5월30일 이 후보 소유인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 후보를 만나 BBK 명함을 받았다.”면서 “당시 이 후보는 인터넷 금융업을 한다면서 명함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2001년 5월은 이미 이 후보와 김경준씨의 사이가 벌어져 관계를 청산했을 때라 그런 명함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경선 때 검증 청문회에서도 이상한 명함이 제출됐지만,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김경준씨의 누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에리카 김씨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하는 이면계약서 진본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4가지 계약서 중 한글 계약서는 ‘이명박이 소유한 BBK 주식’이란 표현이 들어 있다.”면서 “이 사건에서 내 동생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똑같은 범죄를 이명박씨도 저질렀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날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기자회견에 갖고 나왔던 이면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지난 2000년 2월21일 김경준씨에게 BBK 주식 61만주를 매도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방송 카메라 확대 화면을 통해 드러났다. 김씨는 문제의 ‘이면계약서 원본’을 자신의 어머니 김영애(본명 명애)씨를 통해 23일(한국 시간)까지 한국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영애씨는 이날 비행기편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떠났으며,23일 오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에리카 김씨는 또 이날 라디오에서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만난 시점에 대해 “동생과 이 후보가 (처음으로)만난 장소는 서울 프라자호텔이고 1999년 2∼3월쯤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BBK 설립(1999년 4월) 이후인 2000년 1월에 처음 만났다는 이 후보측 입장을 반박한 언급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에 “이 후보가 1999년도에 4회 정도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 한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김씨를 스치듯 만났을지는 모르지만 만난 기억은 없고,2000년 초에 김씨와 사업상 처음으로 만난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한나라 “BBK토론 일체 불응” 한편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BBK와 관련해 정략적으로 대선에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BBK 공방을 중심으로 한 TV 토론에는 일절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정점 치닫는 BBK공방] BBK공방 쟁점별 분석

    [정점 치닫는 BBK공방] BBK공방 쟁점별 분석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가 22일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후보가 BBK의 소유주이며, 이를 증명하는 한글계약서를 23일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측의 ‘진실게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 공방을 쟁점별로 재구성한다. 에리카 김씨는 오전 MBC인터뷰에서 “내가 이 후보를 만난 것은 99년보다 훨씬 전이고, 동생은 99년 3월이나 2월쯤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고 했다. 양측 공방의 초점은 BBK 투자자문 설립(99년 4월) 시기와 맞물려 이 후보가 BBK 설립에 관여할 여지가 있었나 없었나를 판단할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에리카 김씨는 그러나 “이 후보가 99년에는 미국에 머물러 있었고, 한국에 안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 들어갔다. 여권이나 공항 출입국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전날 “이 후보는 1998년 미국으로 떠났다가,1999년 말에 귀국했고 2000년 초에 김경준씨를 이때 처음 보았다.”며 반박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99년에는 이 후보가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김씨와 만날 수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하루 사이 한나라당의 입장은 바뀌었다. 홍준표 당 클린정치위원장은 “이 후보는 99년 자녀들을 보기 위해 4∼5차례 정도 잠시 입국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김씨와의 사업상 만남은 2000년 초가 처음이다. 이 후보가 ‘99년에 김씨를 만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99년 2월22일부터 3월20일까지 한달간 체류했다.”고 덧붙였다. 이후보측은 또 “99년 스치듯 만났는지는 모르겠다”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의문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에리카 김씨가 서울프라자호텔에서 만난 것을 거론한 데 대해 홍 의원은 “이 후보는 서울시장 때도 늘 프라자호텔을 이용했다. 호텔 2층 일식집을 자주 이용했고 흔히 가는 장소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2000년 1월21일 김씨가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편지에 보면 2000년 1월에 사업에 관련된 일을 했다고 나온다. 즉 99년에는 이 후보와 김씨 사이에 사업 논의는 없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BBK 대책팀장’인 고승덕 변호사가 전날 영문 편지와 메모를 공개하면 “99년 1월21일 만나 서류를 전달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해 2월9일 두 사람이 만났다.”고 한 것과 또 다르다. 박 대변인은 “본질은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아니라 이 후보가 BBK와 연관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장춘 전 주 오스트리아 대사는 22일 “2001년 5월30일 2시 30분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명박씨를 만나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번 검증 청문회에서도 이상한 명함이 제출됐지만 아무 관련이 없음이 드러났다.”며 “이 명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 더 파악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김씨측은 한글 이면계약서에 “이명박 후보가 BBK의 소유주”라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씨는 이 한글계약서에 “이명박씨가 소유하고 있는 BBK 주식이라는 내용이 그렇게 쓰여져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후보는 BBK와 관련, “단 한 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공언해 왔다. 대통합민주신당은 “LKe뱅크에 김경준씨의 지분이 없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정봉주 의원은 “BBK에 김경준씨가 상환했다는 돈은 LKe뱅크로부터 나왔고 이 돈은 BBK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LKe뱅크로 돌아가는 이상한 거래가 포착됐다.”며 “특히 김경준씨가 BBK에서 가져 왔다는 돈 역시, 다스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김경준씨가 보유하고 있다는 LKe뱅크의 지분이 사실은 김경준씨의 지분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하는 자금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고 변호사는 “김경준씨의 LKe 출자금은 BBK 자본금 30억원을 유용하여 마련된 것이지 다스의 투자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1년 3월 금감원 조사 당시 김씨가 두 차례나 제출한 확인서에 명백히 입증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김씨측이 지난해와 올해 2∼3차례에 걸쳐 협상 제안을 제안하며 김씨측이 협상을 들어줄 경우 “대선 전까지 귀국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리카 김씨는 “절대로 사적으로 우리 쪽에서 한 것은 한 번도 없다.”며 “재판 절차상 (이 후보측과) 협의회를 가져야 되는데, 거기서 이명박씨측이 우리한테 딜을 하자고 제안한 내용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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