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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市 공무원 명함에 숨은 뜻 많다는데…

    市 공무원 명함에 숨은 뜻 많다는데…

    서울시에선 시장을 필두로 국장, 과장, 주임 등의 명함이 각양각색이다. 직원 명함도 광고용으로 활용하는 기업의 명함 디자인이 한결같은 것과 비교하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1995년 민선시장 등장 이후 시 상징물이나 슬로건이 지속적으로 제작·발표되기 때문이다. 12일 서울시 직원들에 따르면 재미있는 것은 명함에 권력의 현재와 미래·과거가 공존하거나 그 안에서 치열한 위계질서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현재 시 공무원 명함에 주로 사용되는 상징물이나 슬로건은 5가지 정도다. 서울시 깃발에 사용하는 공식 상징물로 조순 시장(1995~1997년) 시절에 공모해 만든 상징물 ‘해·산·강’이 있다. 초록 북한산과 파란 한강, 빨간 태양을 상징했으나 언뜻 보면 ‘탈춤 추는 소녀’ 같다. 상상의 동물 ‘해치’는 최근의 상징물이다. 오 시장은 조선 600년 도읍이었던 서울의 문화역사적 상징물로 해치를 2009년 선정하고, ‘해치 서울’이란 슬로건까지 도입했다. 서울시민의 유·무형적 정체성 형성과 도시마케팅을 위해 도입했지만, 과자브랜드인 해태를 생각나게 해 꺼리기 일쑤다. 슬로건은 이명박 시장(2002~2006년) 때 만든 ‘하이 서울(Hi Seoul)’과 오세훈 시장(2006~현재)이 초선 시절에 만든 ‘솔 오브 아시아(Soul of Asia)’가 함께 사용된다. 다만 현직 대통령인 당시 이 시장의 슬로건이 원색으로 처리돼 위쪽에, 오 시장의 슬로건은 검은색으로 소박하게 아래쪽에 놓여있는 편이다. 명함에 자주 발견하는 디자인은 강렬한 ‘색동 머리띠’다. 2007년 권영걸 디자인본부장이 지정한 서울색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다. 최항도 현 기획조정실장이 대변인 시절(2006년 3월~2007년 7월) 이런 명함을 만들었는데 직원들이 많이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명함에 자주 쓰는 슬로건은 ‘하이 서울’과 ‘솔 오브 아시아’, 상징물은 ‘해·산·강’이다. 가장 잘 보이는 왼쪽 상단에 슬로건을 새기고, 오른쪽 상단에 ‘해·산·강’을 놓아 둔다. 해산강은 공식 상징물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흑색으로 처리된다. 여기에 ‘색동 머리띠’가 합체해 화려함을 자랑한다. 최초 제작자인 최 기조실장을 비롯해 최동윤 상수도사업본부장, 정효성 행정국장, 최임광 교통운영관, 이종현 대변인, 황정일 시민소통특보 등이 사용한다. 오 시장과 정경원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의 명함에는 오직 해치만 등장한다. 오 시장은 이름 부분을 녹색으로, 정 부시장은 푸른 하늘색으로 제작하고 나머지는 하얀색으로 남겨 둬 세련된 느낌이다. 하지만 명함에서 해치의 사용빈도는 낮은 편이다. 김효수 주택본부장 명함은 보기 드물게 세로형인데 오른쪽 상단에 구멍이 뻥 뚫렸다. 도시개발과 관련해 각종 민원에 부딪히고 실랑이를 해야 하는 처지라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신면호 경제진흥본부장은 ‘글로벌 톱 5, 서울’이라고 파서 다닌다. 현재 서울은 도시경쟁력 9위다. 임기 중 5위까지 올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복지건강본부장 시절 점자 명함을 파기도 했다. 최광빈 푸른도시국장은 명함의 바탕색에서 업무관련성을 티내려고 흰바탕이 아닌 연두색을 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신라호텔 “한복은 위험해 입장불가” ···네티즌들 비난 폭발

    신라호텔 “한복은 위험해 입장불가” ···네티즌들 비난 폭발

    신라호텔이 한복을 입은 손님을 입장하지 못하도록 해 드센 비난을 받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에 따르면 12일 저녁 6시30분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는 대학동창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 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를 찾았다.   하지만 이씨는 식당 입구에서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직원은 “우리 호텔엔 드레스 코드가 있다. 한복은 출입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씨가 한복을 입으면 안되는 이유를 묻자 다른 직원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금까지 많은 식당을 다녔지만 한복이 위험한 옷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항의했지만 지배인은 “그래도 우리 호텔의 규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호텔을 나온 이씨는 다시 호텔에 전화를 걸어 드레스 코드를 물었지만 “한복과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은 출입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씨는 이 내용을 트위터 뉴스 전문 매체 ‘위키트리’에 제보하며 파크뷰 지배인과 당직 지배인의 명함을 공개했다.  이씨는 위키트리를 통해 “한식당도 없어지고, 한복이 트레이닝복과 동급 취급을 당하는데 한식 세계화는 왜 하나?”라며 “호텔측의 공식 입장을 대표이사가 말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없는 신라호텔은 ‘신라’라는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 “한국 호텔에서 한복 출입을 금지하다니 생각이 있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비난이 계속되자 신라호텔 관계자는 “뷔페 레스토랑이 직접 음식을 가져오는 곳이다 보니 한복을 입은 손님 때문에 다른 손님이 걸려 넘어지는 등 고객 불만이 들어왔었다.”면서 “한복이라고 반드시 출입을 막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텔 측은 한복 착용자의 호텔 출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프로농구] ‘절친’ 진검승부

    [프로농구] ‘절친’ 진검승부

    지략과 인덕에 약간의 운이 더해졌다. 스스로를 칭하던 ‘복장’(福將)이라는 말은 이제 완벽한 겸손이 됐다. ‘농구대통령’ 허재 KCC 감독이 화려했던 선수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도 완벽한 성공시대를 쓰고 있다. KCC가 세 시즌 연속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명함을 내밀었다. 11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전자랜드를 105-95로 꺾었다. 1차전 패배 뒤 3연승. 세 시즌 연속이자 통산 8번째(전신 현대 포함) 챔프전 진출이다. 2008~09시즌 우승, 2009~10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KCC는 2년 만에 영광 재현을 노리게 됐다. 전반까지 팽팽하던 게임은 후반 들어 KCC 쪽으로 기울었다. KCC는 2점(45-43)을 앞선 채 시작한 3쿼터 첫 공격에서 하승진의 골밑슛과 임재현의 3점포를 묶어 7점 차(50-43)로 달아났고, 좀처럼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승진이 더블더블(21점 12리바운드 2스틸)로 골밑을 지켰고, 강병현(19점·3점슛 4개)과 임재현(17점·3점슛 3개)의 외곽포가 폭발했다. 빈틈이 없었다. 정규리그 2위로 ‘새 역사를 꿈꿨던’ 전자랜드는 4강 PO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5승 1패로 압도했지만, 팀 역사상 한번도 밟지 못한 챔프전 무대는 올해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로써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KCC-동부의 대결로 좁혀졌다. 2008~09시즌(KCC-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정규리그 3·4위 팀이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만난다. 허재 감독과 강동희 감독의 ‘절친 진검승부’도 개봉박두다. PO에서 만나기는 처음. 중앙대 시절 처음 한솥밥을 먹은 두 감독은 실업팀 기아자동차에서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1998년 허 감독이 나래(현 동부)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가족 같은 정을 나눴고, 사령탑에 오른 지금까지도 코트 안팎에서 돈독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은 “동희랑 겨뤄보고 싶었다. 친한 형 동생 사이지만, 코트에서는 냉정하게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이라며 대결을 반겼다. 전주와 원주를 오가는 ‘전원주 시리즈’(7전 4선승제)는 오는 16일 시작된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길섶에서] 비움/곽태헌 논설위원

    휴대전화가 나온 뒤에는 전화번호를 수첩에 기록할 필요가 없어졌다. 명함을 받으면 으레 자동적으로 휴대전화에 입력하는 게 습관 아닌 습관이 된 지도 꽤 오래됐다. 얼마 전 휴대전화에 새로운 번호를 입력하려다 실패했다. 이미 전화번호 입력 한도 1000명이 꽉 찼기 때문이다. 필요없는 것을 지우려고 저장된 번호를 순서대로 보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간 만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전화통화조차 없던 사람들을 지워 나갔다. 앞으로 만날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한 사람의 이름과도 이별을 했다. 과거 직책상 알았기 때문에 지금은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제외했다. 번호가 바뀐 탓에 특정인의 이름이 2~3개씩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니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될 지인의 번호를 추가하는 데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필요하지도 않은 이름과 번호를 저장하고 다녔던 셈이다. 어찌 보면 게으른 탓이고, 어찌 보면 욕심 때문이다. 비워야 새롭고 좋은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는 법이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고두심 홍보대사단장 박지성·김태희등 포진

    고두심 홍보대사단장 박지성·김태희등 포진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뛰는 제주 출신 인기인 중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고두심(60·탤런트) 범국민추진위원회 홍보대사단장이다. 지난 1월 단장에 위촉된 그는 출연 드라마 펑크까지 내면서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축구선수 박지성, 영화배우 김태희와 박은혜, 가수 윤도현과 배철수, 중국 탁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자오즈민 등 유명 스타들을 홍보대사로 끌어들여 큰 힘을 받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월드컵송으로 인기를 끈 윤도현은 홍보송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최근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제주 출신으로 정·관계, 재계 등에서 발벗고 뛰는 인사로는 현인택 통일부장관과 우근민 제주도지사,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김재윤 민주당 국회의원,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강태선 블랙야크 대표, 고명애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김인식 해병대전우회 총재, 백기승 R2B크리에이션 대표, 안시영 미래에셋 사외이사, 양종훈 상명대 교수, 정규수 삼우EMC 대표이사,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등이 있다. 우 지사는 아예 명함 뒤에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때 제주의 단축번호를 새겨 넣고 ‘걸면 된다’는 구호를 적어 지인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블랙야크 강 대표는 국내외 600여 매장에 제주홍보관을 꾸며 놓았다. 제주인만이 아니라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3일 허남식 부산시장, 김인세 부산대 총장, 박흥대 부산지법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범시민추진위 발족식을 가져 제주의 천군만마 노릇을 하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회장 허재안 경기도의회 의장)도 제주를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은 지난 1월 미국 순방을 통해 샌디에이고, LA, 캐나다 토론토 한인지역추진위를 결성했고 2월 18일에는 일본 환경성 차관, 문부성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에서 일본지역추진위 개소식을 가졌다. 이날 축구스타 이충성, 격투기 스타 추성훈, 음악인 양방언도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젊은이들의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유학생모임’(회장 김승환)이 ‘제주 투표 로고’(VOTE Jeju)를 만들어 홈페이지(www.myyoomo.com)에 실었다. 이들은 회원 9000여명에게 로고를 스마트폰 배경화면뿐만 아니라 회원별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메인 화면에 올리도록 하는 등 모바일과 SNS를 활용한 투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까지 제주는 홍보와 활동 미흡으로 15위에서 28위까지의 하위 그룹에 끼어 있었으나 범국민추진위가 출범(12월 13일)한 이후 14위 이내 상위 그룹에 진입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日 외교청서의 ‘두 얼굴’

    일본이 최근 발간한 외교청서에서 간 나오토 총리의 사죄 표명 담화 등을 언급하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한 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이 4일 입수한 일본 외무성 발간 2011년도 외교청서의 ‘한·일 관계’ 부문에 따르면 일본은 양국이 ‘중요한 이웃’으로서, 2010년도에 정상·장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정부 간 대화가 이뤄졌다며 기술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 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미래 100년을 내다보며 진정으로 미래지향적인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일·한 쌍방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외교청서는 또 같은 해 8월 간 총리가 담화를 발표,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함과 동시에 미래지향적 일·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결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으며, 같은 해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한 도서협정에 서명함과 동시에 향후 미래지향적인 일·한 관계를 강화시켜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일본 스스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수차례나 강조한 것이다. 청서는 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 반환이 진전되고 있다.” “사할린 ‘한국인’ 지원, 재한 피폭자 문제 대응, 재한 한센병 요양소 입소자 대응 등 가시적인 진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등 과거사 문제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한·일 간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있는데,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일관돼 있다.”며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한·일 관계 발전과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일본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독도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뇌물 수수·선거자금 유용·기부금 강요… 자치단체장 줄줄이 불법

    뇌물 수수·선거자금 유용·기부금 강요… 자치단체장 줄줄이 불법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출범한 민선 5기 지방자치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흔들리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비리나 선거법 위반 등에 줄줄이 넘어지면서 생긴 공백 때문이다. 31일 경기도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이진용 가평군수가 기획부동산 업자들로부터 토지 분할매매 등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29일에는 조병돈 이천시장이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시장은 또 시장 후보 시절인 2006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선거자금 1000만원을 당시 선거운동 회계책임자였던 동생을 통해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학규 용인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용한 선거자금과 관련된 고발이 접수돼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용인시의 경우 전임 이정문·서정석 시장 등이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현 시장까지 잇따라 검찰의 표적이 되면서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현삼식 양주시장도 선거운동원들에게 일당을 과다 지급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당시 선거사무장과 사무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박영순 구리시장은 기부금 강요 혐의로 기소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예비후보자 시절 명함을 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 채인석 화성시장은 선거공보물 등에 허위 경력을 기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1차 공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남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서기동 구례군수는 승진 대상자로부터 청탁비 명목으로 5000만원의 뇌물과 요양원 건립 관계자로부터 5000만원 등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또 이명흠 장흥군수는 지난 28일 공유수면을 불법매립한 혐의로 해양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군민장학회 기금 조성과 관련해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화순군 전완준 군수는 유권자 금품 제공으로 당선이 취소됐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치단체장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일부 지자체는 단체장 공석에 따른 업무 차질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장충식·무안 최종필기자 jjang@seoul.co.kr
  • “취미생활이 돈·직업 되니 꿈만 같아요”

    “취미생활이 돈·직업 되니 꿈만 같아요”

    “6~7년간 취미생활로 해 왔던 일이 돈도 되고 직업도 된다니 꿈만 같아요.” 중랑구 면목2동 한지·칠보공예 동아리 회원 16명은 마을기업 출범을 앞두고 “걱정 반 기대 반”이라며 28일 이같이 입을 모았다. 마을기업이란 지역공동체에 산재한 향토·문화·자연자원 등 특화자원을 활용해 주민 주도의 사업을 펼쳐 안정적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나 지역공동체를 말한다. 동아리 회원들로 구성된 마을기업 탄생은 서울시에서는 처음이다. 주민센터 2층에는 한지·칠보공예 회원들이 다음 달 1일 창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로비벽면에는 한지로 만든 입체화 10여점이 눈길을 끈다. 전래동화 한편을 보는 듯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한지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가지붕, 울타리, 절구, 메주, 짚신 등이 실물처럼 디테일하게 묘사돼 있다. 한지공예를 하는 이혜연(44) 총무는 “보통 가로 15×20㎝ 크기의 액자그림을 그리는 데 1~2주 걸려요. 우선 밑그림을 그린 뒤 하늘의 구름, 땅의 돌멩이는 물론 널뛰기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일일이 한지를 뜯어 붙여요. 진땀 나는 작업일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한지공예를 하는 9명의 주부들은 하나같이 경력 6~7년된 베테랑들이다. 2009년 10월엔 주한일본대사관 초청으로 일본에서 한지&화지 한·일교류전까지 한 실력파다. 이생순씨는 “처음엔 바지의 주름, 사람의 수염, 콧구멍까지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엄마의 직업이 주부가 아니라 한지공예를 하는 예술가라며 자랑스러워해 기운이 난다.”고 뿌듯해했다. 옆방에는 칠보공예 회원 6명이 귀걸이, 반지 등 액세서리 작업에 한창이다. 작업장 한귀퉁이에 전시하는 반지와 귀걸이 등 액세서리는 옥이나 비취로 만들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한지공예를 하는 주부들과는 달리 새내기들로 구성돼 있다. 신유진 회장은 “1~2주만 배워도 간단한 액세서리는 금세 만들어요.”라며 “6개월간 테크닉을 배우는 트레이닝과정을 거치면 강의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칠보공예 회원들은 접시, 명함, 액자, 스탠드, 가구 등 실용적인 공예품들을 많이 만들어 녹색가게나 프리아트마켓을 통해 시중가보다 20% 이상 싸게 판매하며 면목2동 마을기업 홈페이지를 개설, 온라인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도 나선다. 특히 한지·칠보로 카네이션을 만들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이벤트를 통한 판로 개척에도 나설 예정이다. 은은한 질감과 여백의 미를 잘 살릴 수 있는 한지와 신비스럽고 고급스러운 색채가 조화를 이룬 칠보로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 상품을 개발, 마을 브랜드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자 마을기업 대표는 “수공예 양성화 프로그램 개설로 작가 발굴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판매 수익금의 10%는 불우이웃돕기와 청소년 장학사업 등 지역복지를 위해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을기업은 5월쯤 서울형 사회적기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현대오일뱅크 고객자문단 지역인사 100여명 출범

    현대오일뱅크 고객자문단 지역인사 100여명 출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6일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전·현직 지역 명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오일뱅크 고객자문단’ 출범식을 가졌다고 27일 밝혔다. 고객자문단은 전·현직 대학교수와 초·중·고 학교장, 군수, 대기업 마케팅 임원, 은행 지점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10개씩을 맡아 주유소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고 결과를 회사에 제출하는 등 현대오일뱅크 홍보대사로서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출범식에서 자문위원으로 선정된 명사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향후 주유소 서비스 개선과 회사 홍보활동에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고객자문단이 소속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명함을 제작해 지급하고, 매월 일정액의 활동비와 미팅룸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쓰나미와 문화/조광 고려대 한국사 명예교수

    [열린세상] 쓰나미와 문화/조광 고려대 한국사 명예교수

    인간이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정리해 나갈 때부터 자연과 문화는 주요한 사색의 대상이었다. 문화에는 수많은 개념이 통한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자연의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류의 대응방법’이라는 규정도 있다. 물론 자연은 인간을 향해 도전만을 감행하지 않고, 인류를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래서 고대사회 이래로 사람들은 자연과 문화를 서로 공존하면서 대립되는 존재로 이해해 왔다. 또한 이 도전을 통해 인간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의 진도였다고 한다. 이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津波)가 뒤따랐고, 지진을 이긴 원자력 발전소도 쓰나미 앞에 무너져 내렸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일본의 자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드러내준 사건이라면, 이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과 그 수준을 가늠케 한 사건이었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인류문명에 대한 자연의 공격 가운데에서도 일본인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노력했으며, 힘써 평온과 질서를 유지해 나갔다. 처참하게 파괴된 슈퍼마켓 앞에서도 그들은 어김없이 줄을 서서 물건 값을 치렀다. 그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놀라운 것이었다. 특히 지구 다른 쪽에서 자연재해에 뒤따라 일어났던 혼란과 약탈 등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경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보면서, 그들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이 자연의 재난은 정쟁을 멈추게 했고, 국가적 위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치된 노력을 드러내 주었다. 피해를 입은 동포들을 돕고자 노력하는 일본인의 진지한 모습들이 도처에서 속속 드러났다. 이 엄청난 자연의 도전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들의 태도는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역사적 앙금이나 현실적 분쟁, 경쟁 등을 뒤로한 채 우리나라나 중국 그리고 미국 등 멀고 가까운 나라들이 일본을 앞다투어 지원하고자 했다. 이번 대지진과 지진해일 사건을 계기로 일본보다 더 가난한 나라들까지도 마음을 열고 일본을 돕기 위해 너도나도 일어섰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는다는 일은 빈부의 정도를 떠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감정의 발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보편적 도움과 격려는 일본의 재난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좌절하고 있을 이와테의 주민들이, 그 아름다운 고향을 상실한 센다이의 시민들이 하루바삐 다시 일어나 새로운 일본을, 새로운 일본 문화를 가꾸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실은 하늘에 통하고 진심은 얼어붙은 상대를 움직이게 한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것은 진실한 인간성을 드높이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자신을 위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마땅히 이번 지진과 쓰나미의 재난을 입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도와야 한다. 이는 질서의식과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배려심을 키워주어 우리 문화를 성장시키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번에 일어난 자연의 사건을 통해 일본도 우리와 함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관찰자들은 지금 일본인이 보여주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와 연대의식은 일본인 내부에 국한된 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인 스스로는 자신들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함을 지적한다. 여기에서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 논의되기도 한다. 일본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새롭게 확인하게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돕기 위해 전개한 작전명도 다름 아닌 ‘친구들’이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서 일본은 많은 것을 잃었다. 그들은 또 이와 함께 새로운 것을 얻었다. 그것은 일본문화에 불행을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는 현명함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의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문화의 질을 고양시키고, 폭을 확대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반정부 진영의 약점…구심점 없고 전투력 한계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바로 벵가지를 거점으로 한 반정부 진영이다. 영국 등이 앞장서서 카다피 정권 교체를 목표로 트리폴리 등 카다피 거점 지역을 공격하고 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지상군 공격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상태다. 따라서 다국적군의 공격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반군의 가장 큰 약점은 ‘지도력의 부재’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로 낙인 찍힐 정도로 카다피 철권통치가 42년간 이어진 탓에 공고히 자리잡은 야당이나 시민사회, 국가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또 서로 비우호적인 140여개 부족 간 정치·경제적 갈등이 커질 경우 리비아 내전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군에 비해 미약한 반군의 전투력도 한계점으로 거론된다. 카다피 정부군이 동부에서 반격을 시작했을 때도 반군의 대부분은 군사교육도 변변히 받지 못한 헤진 군복 차림의 어린 자원병들이었다. 현재 반군은 자원한 몇몇 장교들의 지원을 받고 있긴 하나 훈련된 정부군의 대규모 이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반군 핵심기구인 국가위원회의 중심 인물들에게 관심이 모아진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전했다. 국가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리비아 반정부 시위 격화 이후 권력의 진공상태를 메우기 위해 조직된 임시정부다. 무스타파 모하메드 압델 잘릴 국가위원장과 국가위원회 비상위원장인 마무드 지브릴, 전 인도대사 알 아지즈 알에사위 등이 눈여겨볼 얼굴들. 법무장관 출신인 잘릴 국가위원장은 지난달 시위 격화 이후 정부 각료로는 처음 사임했을 만큼 깨끗함과 투명함으로 대변된다. 지브릴과 알에사위는 국가위원회 메시지를 외부세계에 알리며 서방 외교관들과 계속 접촉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민정 “여신요? 카리스마 李배우로 불리고파요”

    이민정 “여신요? 카리스마 李배우로 불리고파요”

    봄을 닮은 상큼한 미소가 매력적인 탤런트 이민정(29). 그녀는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배우 중 한명이다. 드라마와 영화 주연은 물론 각종 CF까지 섭렵하며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그녀를 지난 9일 SBS 수목드라마 ‘마이더스’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이민정의 지난 2년은 누구보다 바빴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혜성같이 등장한 그녀는 그해 주말극 ‘그대, 웃어요’의 주연을 따내더니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2010)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승승장구’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지난 2년 동안 참 바쁘긴 바빴네요. 그동안 제 작품이 다 잘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중박’은 한 것 같은데…. 하지만, 예전엔 저를 대충 아셨다면, 요즘엔 저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분이 확실이 많아지신 것 같기는 해요.” 동그란 눈매에 오똑한 코.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딱 부러지고 다부진 말투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내 털털한 눈웃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녀의 이런 외모와 매력 때문에 ‘여신’이라는 낯간지러운 수식어도 심심찮게 따라붙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참 민망해요. 제가 어떻게 보면 특출나게 예쁜 것은 아니잖아요. 정말 여신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그냥 매력 있는 정도로 해주세요. 얼마 전에 김희애 선배님이 ‘아침부터 여신이랑 촬영했네.’ 하면서 웃으시는 통에 정말 민망해서 혼났어요.”(웃음)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 길거리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명함을 받은 적은 있지만, 성격상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연출이나 제작 쪽에 관심이 많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올린 공연 무대에 서게 되면서 3년간 연극에 푹 빠져 지냈어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오디션에 응시하는 등 준비를 했고, 2006년 MBC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를 통해 데뷔했죠. ” ●상큼발랄 대명사서 비련의 여주인공 ‘정연’으로 연기 변신 그러나 연예계에서 처음부터 그녀의 등장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2~3년 무명의 시간을 거치면서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번 좌절도 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침내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의 악혼녀 하재경 역을 맡는 행운이 찾아왔다. “어느 배우나 처음엔 얼굴을 알리는 유예 기간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들기 마련이죠.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쯤 ‘꽃남’의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만일 그때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지금도 다른 작품에서 열심히 뭔가를 보여주려 하고 있겠죠.” 그녀는 ‘꽃보다 남자’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시기가 꼭 좋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디엔가 갇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 곧바로 ‘그대, 웃어요’를 통해 주연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만만찮은 성장통은 계속됐다.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하기를 요구받을 때 성장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때 감독님께 ‘텍스트만 준비하지 말고, 자신을 놀라게 할 만한 연기를 하라.’고 크게 혼난 적이 있어요. 나중에 기선 제압용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당시엔 청천벽력과도 같았죠.” ●깍쟁이 외모요? 친구들은 절 ‘남자친구’처럼 의지해요 이런 그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영화 ‘시라노;연애 조작단’이다. 자신의 첫 주연작으로 2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각종 신인상을 거머쥐며 그녀는 ‘충무로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후 원톱 주연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 제의가 쏟아졌지만, 그녀는 의외로 김희애, 장혁 등과 공동 주연작인 ‘마이더스’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제가 아직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갈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희애 선배님과 연기를 한다면 좋은 영향을 받아 내실이 다져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김 선배님은 시선이나 대사 처리 등 배울 점이 참 많아요. ” 언젠가 “연기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김희애 선배의 말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는 이민정. 상큼 발랄의 대명사였던 그녀는 ‘마이더스’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정연 역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엔 각 잡힌 정극 스타일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저도 솔직히 정연이 출세를 위해 잘 해보겠다는 도현(장혁)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자가 좋아했던 것은 그 남자의 세속적인 모습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이기 때문에 외부의 조건에 의해 사람이 변할 때 여자가 충분히 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남 5대 얼짱’이라는 별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깍쟁이 같은 외모와 달리 주변 친구들이 ‘남자 친구’처럼 여기고 의지하는 편이라는 이민정. 동갑내기인 여배우 손예진, 송혜교 등이 한참 앞서 가지만, 조급해하기보다는 차분히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단다. “전 아직 제 감정에 휘둘리는 편인데, 확실히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은 가만히 있어도 예쁘고 어떤 내공이 있는 것 같아요. 어제는 이덕화 선배님을 보고 연예인을 오래 하는 분들은 성인군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직업이 일 대 다수를 상대하기 때문에 오해도 많고, 신경쓰이는 부분이 참 많거든요.” 이민정은 요즘 김희애를 보면서 관리만 잘한다면 20대의 풋풋함보다는 30대의 농익은 아름다움이, 40·50대의 멋진 카리스마가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10년 뒤 모습을 묻자 “혹시 일흔까지 국민 배우로 일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그녀의 농담이 현실이 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나윤선 “4인 4색의 화음 비빔밥처럼 즐기세요”

    나윤선 “4인 4색의 화음 비빔밥처럼 즐기세요”

    #장면 1. 의류회사 홍보실에서 카피라이터로 8개월을 보냈지만, 일이 손에 붙지 않았다. 결국 사표를 던졌다. 친구는 음악을 권했다. 건국대 불문과에 다닐 때 프랑스대사관 주최 샹송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전력’ 때문. 하지만 내키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인 어머니를 보며 자랐기에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데모 테이프는 김민기 학전 대표에게 전달됐고,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이 됐다. #장면 2. 창작 뮤지컬 ‘번데기’와 음악극 ‘오션월드’에 출연했지만, 밑천(?)이 드러나는 기분. 이럴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훌쩍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의 재즈스쿨인 CIM에서 평생 관심도 없었던 재즈 보컬을 공부했다. “재즈라곤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음악하는 친구가 재즈가 음악의 뿌리이니 이걸 해야 다른 것도 쉬워질 거라고 하더라.” ‘직딩’(직장인)에서 뮤지컬 배우로, 다시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로 변신을 거듭한 나윤선(42)의 얘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아프리카 음악가들이 뒷받침하는 재즈계에서 아시아 가수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하지만, 나윤선은 예외다. 지난해 발표한 7집 ‘세임 걸’(Same Girl) 앨범으로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재즈차트 4주 연속 1위. 1월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오브 재즈’(L’Académie du Jazz)에서 재즈 보컬 부문 최우수 아티스트(The Prix du Jazz Vocal)로 뽑혔다. 파리의 집과 연습실을 오가며 이달 말 내한공연 준비에 바쁜 나윤선을 13일 전화로 만났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음반으로 뽑혔다. ‘아카데미 오브 재즈’에서는 재즈 보컬 최우수아티스트로 뽑혔다.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 법한데. -물론 아니다. 다만 프랑스에서 받은 상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콩쿠르가 아닌 다음에야 외국인에게 상을 주는 나라가 아니다. 음악 쪽에서는 ‘아카데미 오브 재즈’가 유일한데 그나마 다이애나 크롤 같은 스타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받은 건 기적이다. 갈 길은 멀지만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게 사실이다(웃음). →음악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가정환경(아버지는 나영수 국립합창단장, 어머니는 국내 뮤지컬 1세대 성악가인 김미정)이다. 어릴 땐 한 번도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을 안했나. -전혀 없었다. 부모님도 강요를 안 했다. 다른 애들 다 하는 피아노 정도. 다만 아버지가 항상 새벽 3~4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늘 음악을 틀어놓으니까 따로 음악공부를 하지 않아도 귀는 트이게 된 것 같다. →이쪽 일을 시작한 건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인데. -김민기 선생님이 나에게 가만히 서서 노래만 하면 되는 역할을 줬다. (못 추는) 춤을 추지 않아도 됐다. 나만 1인 1역이었다. (왜 뽑으셨는지) 영원한 미스테리다(웃음). →뒤늦게 유학 가서 재즈를 하려니 힘들었겠다. -CIM을 비롯해 동시에 3곳을 다녔다. 하나만 다녀서는 도저히 못 따라가겠더라. CIM은 5년을 다녔고 재즈 보컬로 ‘디플롬’(diplôme·학위)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그 질문이 제일 어렵다. 다만 어디를 가든 ‘아리랑’을 부르는데 목청껏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던 폴란드 사람들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폴란드인들이 유독 음악적 감각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는 23일 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광주(25일)·통영국제음악제(27일)에서 공연한다. 이전과는 무엇이 다른가. -서울·광주 공연은 울프 바케니우스(기타)와 랄스 다니엘손(베이스·첼로), 뱅상 페라니(아코디온)의 조합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모두 정상급 솔리스트인 데다 이런 조합으로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 더 설렌다. 4명의 솔리스트가 모여 화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나도 궁금하다. 비빔밥을 먹을 때 각 재료가 씹히는 맛이 모두 다르고 각각의 맛이 다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딱 그런 경험을 할 것 같다. 한마디로 귀가 굉장히 즐겁다고 생각하면 된다. 통영에서는 울프와 듀오로만 공연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교육분야 청렴도 반드시 개선”

    “교육분야 청렴도 반드시 개선”

    “교육분야의 청렴도만큼은 반드시 개선토록 힘쓰겠습니다.” 양건 신임 감사원장은 1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감사원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 같은 뜻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 감사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에도 교육분야의 집중감사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해 향후 감사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양 감사원장은 취임식에서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권력, 토착, 교육 등 3대 비리와 함께 각종 취약 분야에 대한 감찰활동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면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각종 탈·편법,부조리 제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의 청렴도만큼은 임기 동안 반드시 개선되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도 양 감사원장은 “외풍이나 시류에 흔들림 없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생산적 감사 지향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뜻을 받드는 열린 자세 견지 ▲자체감사기구와의 효율적 역할분담 등을 기본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신임 감사원장이 교육분야의 청렴도 높이기에 강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일선 감사부서는 종전에 마련된 올해 주요 감사계획의 재검토 작업에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올해 감사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원칙과 엄정한 법질서 확립, 민생안정시책의 실효성 확보, 미래성장기반 확충지원 등을 3대 감사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신임 원장의 교육분야 청렴도 높이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만큼 사회문화감사국을 중심으로 한 감사계획의 일부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 감사분야나 일정 등을 일부 수정, 조정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37살 동갑내기가 쓴 아주 다른 이야기

    37살 동갑내기가 쓴 아주 다른 이야기

     서른일곱 동갑내기인 두 여성 소설가가 비슷한 시기에 성격이 다른 소설집을 펴냈다. 김숨과 백영옥의 단편소설집 ‘간과 쓸개’, ‘아주 보통의 연애’는 제목처럼 소설의 성격이나 소재가 판이하다. 등단 시기는 다르지만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되는 두 작가의 작품은 찬찬히 비교해서 읽어 볼 만한 재미가 있다. 차분한 문체로 되살린 삶의 어두운 풍경[간과 쓸개]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연이어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 김숨은 2005년 ‘투견’을 시작으로 해마다 한권씩 꼬박꼬박 책을 내고 있다.  표제작인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아픈 노인의 이야기다. 간암에 걸린 예순일곱의 ‘나’는 30여년 전에 산 경기 평택 땅을 팔아 돈을 자식들에게 나눠 준다.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몸무게가 점점 줄어드는 ‘나’는 복부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끼워 쓸개즙을 빼내야 하는 큰 누님을 만나러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  그러다 친구에게서 받은 골목(榾木)에 버섯이 열린 것을 보고 마침내 누님을 찾아가게 된다. 어렸을 때 누님을 따라 저수지에 갔을 때 그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물빛을 바라봤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간과 쓸개가 아픈 두 노인은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골목’과 같다. ‘나’가 어렸을 때 본 검푸른 저수지의 물빛은 누님의 간과 심장과 위와 대장을 썩어들게 하고 있다는 쓸개즙 색과 흡사하다.  소설가 하성란은 “‘간과 쓸개’는 김숨의 소설일까 싶게 현실적”이라며 “기괴한 환상이 교차하던 이전 소설들과 비교하면 땅 위로 안착한 듯하지만 환상이 사라진 그의 소설은 여전히 쓸개즙처럼 쓰디쓸 뿐”이라고 말했다.  ‘간과 쓸개’뿐 아니라 소설집 곳곳에는 병든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아 유폐되듯 갇혀 살아가는 노인(‘북쪽 방’), 네 번째 뇌수술을 앞둔 사내(‘내 비밀스런 이웃들’) 등 죽음의 이미지와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필사의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성란은 “내가 아는 김숨은 ‘가만히’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숨 자신도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고 말한다. 숨조차 가만가만 쉴 듯한 작가는 어쩔 수 없는 질병이나 가난에 사로잡힌 소설 주인공들을 통해 뒤틀린 인간의 존재방식을 드러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가족을 포함한 타인의 무관심은 아프게 감지된다.  소설집에는 귀뚜라미가 두번 등장한다. ‘간과 쓸개’의 나는 수도 계량기통 속에서 죽은 귀뚜라미들을 나무젓가락으로 건져 낸다. ‘흑문조’에서는 부모님에게 빚까지 지워가며 마련한 집이 귀뚜라미 천지가 된다.  뒤엉켜서 서로 다리와 더듬이를 질근질근 물어뜯고 있을 것만 같은 귀뚜라미처럼 ‘살아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이 구차스럽고 징글징글하기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몸이 아프고 물질적 조건이 풍족하지 못하다면 더욱더.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죽을 힘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숨의 소설은 쓸개즙처럼 쓴 현실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다. 유쾌한 문장으로 드러낸 처절한 욕망과 진심[아주 보통의 연애]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백영옥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를 뿌린 장편 소설 ‘스타일’로 이름을 알렸다.  ‘스타일’에는 패션 잡지 기자로 일했던 작가의 전력이 일정 정도 담긴 듯하지만 ‘아주 보통의 연애’(문학동네 펴냄)에는 잡지사 관리팀 직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청첩장 디자이너, 출판사 편집자, 갈비집 사장, 인터넷 서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한다.  소설집 제목에서 이번에도 현대 여성의 사랑을 다루었겠거니 지레짐작한다면 재능 넘치는 백영옥 소설의 재미를 느낄 기회를 놓칠 것이다. 연애 소설이라 굳이 이름 붙인다면 표제작인 ‘아주 보통의 연애’ 정도만 해당하고, 나머지는 추리 소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가족드라마’에는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리고 유방암에 걸려 3개월 시한부 인생이 된 아버지, 드라마 중독자 어머니, 세번 이혼하고 로또 1등 당첨금 15억원을 모두 사기당한 도박 중독자 삼촌,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 하는 여동생, 삼류 포르노 잡지에서 섹스 기사를 쓰는 나까지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인생이 나온다.  하지만 벼랑 끝까지 몰린 가족은 인생은 비극보다는 희극이라고 이야기한다. ‘고생 끝에 오는 건 낙이 아니라 병’이라고 말하는 주인공과 가족은 시트콤보다 더 웃기면서 슬픈 한편의 드라마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  단편 ‘푹’은 전문 몽타주 요원인 ‘나’가 고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남학생들에게 복수한 여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눈에 띄게 예뻤던 여학생은 머리는 있지만 양심은 없는 남학생들의 희생양이 된다.  남학생들은 자라서 의사, 교사, 금융회사 간부가 되고 각각 결혼과 약혼을 앞두고서 반지를 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경찰서에서 만난 이들은 고3 때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떠올리지만 “전부 다 미쳐 있었다. 기계처럼 공부만 했다. 러미널 같은 각성제까지 수십알씩 먹어 가며”라고 입시 스트레스 탓으로 돌린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명함과 프로필 뒤로 자신의 맨 얼굴을 숨긴 사람들의 연약한 내면과 상처 입은 자의식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고 백씨의 소설에 대해 설명했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 뒤로 숨어 버린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과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진심이 소설 속에 펼쳐지는 것.  ‘가족드라마’의 아버지는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 가지만 가족 누구도 아버지의 사연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청첩장 살인사건’의 청첩장 디자이너는 아무 연고자도 없는 결혼식에 참여해서라도 가족사진에 담기고 싶어했지만 결국 연쇄 살인 용의자로 몰린다.  현대 여성에서 발전해 다양한 현대인들의 욕망을 천연덕스럽게 그려 낸 ‘아주 보통의 연애’를 읽고 나면 백영옥의 다음 소설이 가슴 뛰도록 기다려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도입 힘받는 ‘석패율’제도 전도사 정운천 최고위원 인터뷰

    도입 힘받는 ‘석패율’제도 전도사 정운천 최고위원 인터뷰

    “고향 전북에서 한나라당 이름으로 국회의원 꼭 한번 하고 싶다.” 한나라당은 호남, 민주당은 영남에서 국회의원을 낼 수 있는 ‘석패율(惜敗率·교차할당비례대표제)’ 제도 도입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석패율제는 영·호남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석패율(낙선후보 득표율/당선자 득표율)이 높으면 비례대표로 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식이다. 마침 대통령과 여야 실세들이 공감하고 있고, 10일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이를 주요 안건으로 심의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선거법에 석패율제를 명시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의 얼굴이 가장 밝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석패율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할 정도로 요즘 여기에 ‘꽂혀’있다.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석패율에 기댄다는 비판도 있다. -솔직히 가만히 있어도 다음 총선에서 호남 몫 비례대표가 될 자신이 있다.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지역구도 타파의 단초를 열어야 한다고 줄곧 생각했다. 지금 한나라당 비례대표 가운데 호남 출신이 5명이다. 이들이 과연 호남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가. 그냥 비례대표를 주지 말고 열악한 지역에서 힘껏 뛴 후보를 구제하자는 것이다. →석패율이 도입된다고 지역주의가 해소될까. -민심이 안 바뀌니 제도라도 바꿔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금 호남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10% 정도인데, 당선되려면 최소 40%를 얻어야 한다. 지금보다 4배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지역주의가 지역발전론이나 민주화론 등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다. →석패율을 강조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 후보로 나섰다. 아내가 27년간의 교직생활까지 포기하고 고향으로 이사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내 명함을 받은 유권자의 반응은 하나같이 ‘어? 한나라당이네.’였다. 처음 4%의 지지에서 시작해 18.2%를 득표했다. 그 이상은 힘들어 보였다. 민주당의 영남후보들도 마찬가지로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인가. -일본은 모든 지역에서 석패율을 적용하지만, 우리는 영·호남에만 적용해야 한다. 전지역에서 실시하면 계파의 보스나 당의 중진들이 이를 활용해 손쉽게 당선될 수 있고, 당선자와 낙선자의 격차가 적은 수도권 후보만 구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선 이상은 석패율 적용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 →석패율 적용 대상 후보를 어떻게 비례대표 명부에 올려야 한다고 보나. -한나라당의 경우 광주·전남·전북 지역구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올리면 된다. 예를 들어 보자.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 홀수 번호는 모두 여성에게 할당해야 하니까 비례대표 2번 후보에 광주 지역 9명의 후보를 모두 올린 뒤 지역구에서 가장 애석하게 떨어진 1~2인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결정한다. 이렇게 하면 광주·전남·전북에서 3~6명이 등원할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우리 양성평등 수준은 명함 내놓기도 민망”

    “우리 양성평등 수준은 명함 내놓기도 민망”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은 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90여개 국내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이마를 맞대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에게 절반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한국여성의 사회참여,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한 김정숙(65)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회장도 작정하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정책결정 여성참여율 50% 보장을” “우리도 많은 진전이 있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속도에 비하면 양성평등 정책의 수준이란 차마 세계무대에서 명함을 내놓기가 민망할 정도이니까요.” 김 회장은 “‘양성평등’을 이름 있는 날이면 으레 등장하는 단어쯤으로 치부하지 말라.”는 당부부터 했다. “여성단체들이 툭하면 평등 운운하며 갖가지 통계부터 들이댄다는 식의 색안경을 벗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여성계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라고 운을 뗐다. 67개 산하단체에 700만여명의 회원을 둔 여협의 올해 사업목표는 분명하다. 대선과 총선을 앞둔 올 한해 동안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참여 확대’ 운동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이 4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당헌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나라죠. 1999년 헌법개정 과정에서 그 문제를 적극 반영했고, 덕분에 2001년 선거에서부터 지방의회에 진출한 여성 비율이 48%를 넘어섰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비율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는 대목도 강조했다. “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인구 가운데 여성이 50.1%로 남성 인구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빈약한 여성참여 현실을 조목조목 수치로 지적했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의 14.7%, 지난해 집계된 관리직 여성공무원은 10.6%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각국 성(性) 격차지수에서는 조사 대상 134개국 가운데 104위, 여성권한지수는 84개국 가운데 61위에 머무르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했다. 정책분야 못지않게 기업 현장에서의 여성 참여 기회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체를 통틀어 여성 임원은 단 1%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는 기업 임원의 여성 할당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성 임원들이 앞장서 생명존중·환경 등 21세기형 가치에 걸맞은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참여 고려않는 정당 후보 낙선운동” 100주년 기념 토론회 장소를 국회로 잡은 이유도 있었다. 3선 의원(14~16대)을 지낸 김 회장은 “개헌논의 때 여성권익 정책을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결국 국회의원”이라면서 “내년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정책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정당 후보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세대공감] 세월따라 변한 ‘부의 상징’

    [세대공감] 세월따라 변한 ‘부의 상징’

    농산물 수입개방이 되기 전인 1986년 봄. 초등학교 1학년 꼬마는 소풍에서 자신의 짝지가 완전 부잣집 딸이란 것을 알게 됐다. 꼬마가 태어나서 한번도 하나를 온전히 먹어보지 못한 노란 바나나. 짝꿍의 소풍 가방에는 바나나가 무려 3개가 나왔다. 하나는 선생님 것. 하나는 짝의 것. 그리고 하나는 꼬마에게 쥐어졌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짝지의 어머니가 자신에게도 나눠주라고 챙겨준 것이었다. ‘바나나 한개를 혼자 먹다니.’ 이후 1학년 꼬마에게는 바나나가 ‘부의 상징’이 됐다. 이젠 바나나는 가장 싼 과일중의 하나로 전락했다. 하지만 30대가 된 꼬마에겐 여전히 바나나가 ‘있는 집’의 상징으로 생각된다. 세태가 급변하면서 경제력의 척도를 나타내는 물건도 바뀌고 있다. 세대마다 깊게 각인된 ‘부의 상징’은 여전히 “우리 때는 저거 있으면 정말 사는 집이었지.”라는 말을 끄집어낸다. 세대별 부의 상징을 찾아봤다. 친구의 메이커 운동화 흙 묻히며 심술냈어요 서울 봉천동의 김진화(24·여)씨는 초등학교 시절 ‘메이커 운동화’가 그렇게 갖고 싶었다. 4학년 때까진 어머니께서 사 주신 신발을 아무 말 없이 신었지만 5학년이 되고 나서 ‘메이커’에 눈을 떴다. 메이커라고 해 봤자 아는 것은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전부. 꼬마였던 김씨는 이런 브랜드들을 하나 하나 외며 친구들 앞에서 제법 아는 척 했다. 당시 김씨의 눈에 메이커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하나 같이 잘사는 집 아이들이었다. 아버지의 직업이 의사, 사업가, 유명 학원장 등이었다. 한마디로 그때 김씨의 학교에서는 메이커 운동화가 일종의 부의 상징이었던 것. 이런 친구들은 새로 산 티가 나는 운동화를 친구들 앞에서 내밀며 괜스레 자랑하고 다녔다. 김씨는 “솔직히 부럽기는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산 운동화는 밟아 줘야 오래 신는다며 일부러 흙을 묻히기도 했죠.”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서울 신월동에 사는 송유경(26·여)씨는 마음의 여유가 곧 부의 상징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송씨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출판사에서 성인을 위한 영어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송씨는 돈을 버는 데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여유롭게,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천천히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하며 살고 싶다. 웰빙이 곧 부의 기준인 셈이다. 송씨는 “세상에 돈이든 보석이든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 있지만 마음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나요? 전 마음이 부자이고 싶어요.”라며 미소지었다. 외제차 부럽지만 엄두는 못 내죠 서울의 회사원 최영민(27)씨에게 부의 상징은 소위 ‘명품 외제차’이다. 결혼식에 번쩍번쩍하는 외제 승용차를 몰고 오는 친구들은 완전 선망의 대상이다. 최씨는 “남자가 명품 자동차를 몰고 예쁜 여자가 옆에 타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기도 한다.”면서 “여자와 사귈 때도 고급 승용차가 있으면 작업이 더 잘 된다.”면서 부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씨는 명품 자동차를 사기 위해 딱히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최씨는 “부의 상징은 단지 상징일 뿐 내가 하기에는 막연한 거리감이 있다.”면서 “이제 직장생활 1년차인데 아껴서 장가갈 돈 모으는게 더 급하죠.”라고 말했다. 그에게 명품 차는 아직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갓 입학한 여대생들은 명품 가방에, 명품 구두까지 갖춘 졸업반 여대생들은 옷이 날개인 듯 명품 의류에 필이 꽂힌다. 서울에 사는 피아노 강사 김영희(34·여)씨에게 부의 상징은 ‘교정기’이다. 김씨는 요즘 들어 TV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나 탤런트들이 교정을 통해 과거에 비해 확연히 예뻐진 모습을 보며 교정의 효과에 새삼 놀란다. 김씨는 “그동안 절친들이 미용을 위해 교정을 한다는 것에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시큰둥했던 자신이 후회스럽다.”면서 “연예인들은 물론 주변 친구들이 교정을 하고 달라진 모습에서 부러움과 환상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사귀는 이성도 없어 결혼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 김씨에게 교정기는 그야말로 탁월한 성형 효과를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이다. 김씨가 교정기를 부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웬만한 사립 대학의 등록금에 맞먹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 하지만 김씨는 일주일 전 큰 마음을 먹고 교정을 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지난 1년 간 피아노 강사를 하며 모은 돈을 쪼개 나를 위해 투자할 생각”이라면서 “현재 학원 수업 도중 틈날 때마다 주변 치과에 들러 교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등촌동에 사는 대학생 지은송(25·여)씨의 부의 상징은 ‘직업’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취업만 해도 성공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떤 일을 하느냐가 성공을 넘어서 그 사람의 삶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서다. 지씨는 “취업난으로 불안한 마음은 대학입학 때부터 항상 있어 왔던 일이잖아요. 그래서 대학입학 때부터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씨는 현재 졸업을 1학기 남겨두고 휴학 중이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 근처에서 살며 매일 하루에 4시간씩 자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엔 떨어졌지만 올해는 꼭 붙겠다는 각오다. 지씨는 “매일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합격할 저를 생각하면 다시 한 번 힘이 나요.”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모두가 안정적인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도전의식이 없다고 비판하는 어른들에게 지씨는 “이렇게 불안한 시대에 안정적인 것을 찾는 게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아닐까요. 미래에 제가 안정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게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대답한다. 사는 곳이 자신의 경제력을 말해주죠 ‘부동산 광풍’이라는 말은 순천에 사는 주부 정연순(48·여)씨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 전세살이로 전전하다 8년 전에 마련한 시골 마을의 1층 단독주택이 정씨의 보금자리. 넓은 집은 아니지만 정원에는 봄꽃이 봉오리를 틔울 준비를 하고 있고 누렁이 한 마리도 있다. 아담한 보금자리다. 하지만 정씨는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부의 상징은 바로 아파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씨의 생각에 아파트는 보금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씨는 서울 강남의 남동생 부부가 내려와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느니, 어느 곳에 신도시가 개발되는 데 괜찮을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를 실감했다. 정씨는 몇년 전 서울에 갔다가 강남에 우뚝 솟은 고층 아파트들을 봤다. 벽면은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로 뒤덮여 있고 꼭대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정씨는 문득, ‘저런 아파트가 아니어도 살기 좋은 집은 많은데 굳이 저런 아파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정씨는 “아파트를 부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에 투기가 발생하고 땅값이 오르는 것 아니냐.”면서 “집을 부의 상징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나 서초 등 사는 지역도 부의 척도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쌀이 부족하니 보리혼식을 합시다’. 제주에 사는 김성진(58)씨는 1960년대에 한참 나돌았던 이 구호를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온다. 제주에는 쌀이 턱없이 부족해 사람들은 보리밥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제주는 논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다른 지역보다도 쌀 부족 현상이 심했다. 1960년대 제주에서는 ‘쌀밥’이 부의 상징이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당시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은 곧 부잣집”이라면서 “제사상에 쌀밥과 쌀떡을 올리는 집 아이들은 제사를 지낼 때마다 친구들을 데려와 제사상에 올려진 쌀밥과 떡을 슬쩍 보여주곤 그걸로 며칠 동안 목에 힘을 주고 다녔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평범한 집이라도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쌀밥을 먹고 싶은 게 아이들의 인지상정. 김씨는 “운동회 날이면 어머니께서 모처럼 쌀밥을 지어서 보리밥 위에 한두 숟갈 얕게 얹어서 도시락을 싸 주었지.”라며 “도시락을 열었을 때 하얀 쌀밥이 눈에 들어오면 지금 말로 완전 대박”이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TV는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었지 서울 목동에 사는 김성일(58)씨는 텔레비전을 꼽았다. 김씨는 “지금이야 엄청나게 화질도 좋고 선명한 큰 텔레비전이 많이 있지만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흑백 텔레비전은 마을에서 하나 있을까말까 했어요.”라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에 한대 있던 텔레비전은 아이들이 그 집으로 모이게 했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 아저씨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텔레비전 보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 집 아들이 문제였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텔레비젼을 보지 말라며 생떼를 썼기 때문. 그때마다 김씨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부끄러웠다. 김씨는 “기분은 무척 나빴지만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꾹 참았지만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였는지 가끔 생각하면 씁쓸하네.”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잣집 아들의 구박에도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었다. 김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바뀔 수 없는 것은 그때의 추억”이라면서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때 다같이 사람들이 웃고 울던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양에 사는 김기숙(52·여)씨는 부의 상징이란 곧 ‘가방끈’이라고 단언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김씨가 학창시절을 보낸 1970년대만 해도 까만 교복을 입고 여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 설사 학교에 다닐 수 있어도 운이 좋으면 초등학교 때까지 혹은 초등학교 3, 4학년까지 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4남매의 첫째였던 김씨도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초등학교만 나온 게 전부였다. 김씨는 “3학년인가 4학년인가 그때쯤 아버지가 이제 학교 다니지 말고 집에서 일하고 동생들 돌보라고 하셨을 때 난 학교를 가겠다고 소리 지르면서 집을 뛰쳐나갔던 게 생각난다.”면서 “첫째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던 아버지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하며 한숨울 내쉬었다. 결국 김씨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끝까지 다닐 수 있도록 허락했다. 몇몇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김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 애들이 지나갈 때면 저도 모르게 집에 숨었어요.”라면서 “지금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선생님, 교수가 됐는데 저도 똑같이 공부했다면 그 친구들처럼 자신 있게 명함을 내밀수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혼자 웃곤 해요.”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기록문화의 위기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기록문화의 위기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얼마 전 청주를 다녀왔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둘러봤다. 관람객들이 집중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말투에 힘이 있는 노신사. 직지활자와 직지 제작과정 모형 그리고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 전시물에 대해 정성껏 설명하고 있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고인쇄물에 대해 설명하는 자원봉사자 일을 5년째 하고 있단다. 귀경길에 낭보를 접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도서 297권이 5월 반환된다는 소식이었다. 프랑스가 약탈해 간,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의 친정’을 막 다녀온 여행에 기쁜 소식이 겹치면서 여러 감회가 교차됐다. 연구실에 돌아와 외규장각도서의 반환 협상 자료를 찾아봤다. 이 도서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것은 1975년이다. 이 도서관에서 일하던 박병선씨가 파손도서 창고에서 발견한 것이다. 모리스 쿠랑이 ‘조선서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문화재는 국제법상 프랑스 소유를 인정받고 있다. 그 실존을 확인한 것만도 당시엔 대단한 성과였다. 우리 정부가 무려 17년이 지난 1992년 처음으로 약탈도서 반환을 요구했다. 이듬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테제베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해 이 문서의 반환을 약속했지만 곧 반환협상은 무산됐다. 프랑스가 등가등량교환을 조건으로 세운 탓이다. 약탈문화재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똑같은 가치의 문화재를 자신에게 주고 고도서를 찾아가라고 ‘생떼’를 쓴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정부는 이에 합의했다. 국민여론이 폭발했다. 합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5년이 지난 뒤인 1998년 민간 차원의 형식으로 외규장각도서 반환협상이 재개됐다. 그 이후 민간은 물론 정부의 갖은 노력 끝에 영속 귀속을 의미하는 장기 대여의 쾌거를 얻어낸 것이다. 문화재 반환을 둘러싸고 ‘생떼’를 쓰던 18년 전과 지금의 프랑스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형식적 소유권을 끝까지 고집하는 프랑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일 우리 국민의 요구대로 무상반환을 한다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 세계 3대박물관으로, 프랑스의 자존심인 루브르박물관은 텅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 노신사의 목소리가 이명 현상처럼 계속 달라붙는 느낌이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문명국만이 할 수 있는 대역사다. 그 기록을 제대로 보존하고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다. 기록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록역사문화는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문화유산이 직지, 훈민정음, 팔만대장경, 동의보감 등 7개나 된다. 우리보다 역사가 깊은 중국도 5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청나라 왕조에 국한된 것이다. 일본은 하나도 없다.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기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세계 역사와 문화발전에 기여, 또는 세계사의 중요한 변화를 반영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등재가 불가능하다. 이같이 우리 기록문화를 인정받을 수 있음도 우리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가치를 설파하던 노신사의 열정, 그에게 열중하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이날, 아니 어느 날이든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다녀간 청소년과 어린이는 자발적으로 관람감상문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 기록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기록의 필요성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본 사람들만큼 기록을 소중하게 여길까.’라고 되물어 본다. 왠지 답답하다. 외규장각도서가 발견된 이후 반환 요구를 요청하는 국민의 소리를 17년 동안 외면했던 정부, 등가등량교환에 합의했던 과거 정부의 모습에서 현재 정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찰, 대포폰, 하드디스크 파기,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 등에서 왜곡된 기록문화를 보게 된다. 현재 우리는 기록을 지키고 빼앗긴 기록물을 찾아오는 문제가 아니라 기록하는 자체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기록문화의 위기다.
  • 대작실종 춘추전국 극장통일 누가 할까?

    대작실종 춘추전국 극장통일 누가 할까?

    1980~90년대 설과 추석엔 무조건 청룽(成龍)이었다. 웬만한 미국 할리우드 대작들도 명함을 못 내밀었다. 1978년 ‘취권’을 시작으로 20여년을 장기집권했던 청룽은 이제 케이블 TV에서나 만나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연휴를 앞두고 배급사들은 ‘극장전’(劇場戰)을 준비해 놓은 터. 화끈한 블록버스터부터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 혼자라도 괜찮을 예술영화까지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올 ‘극장전’의 승자는 예측불허다. 2000년대 이후 설 대목에는 전년도 12월에 개봉한 영화가 파죽지세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실미도’(2003)와 ‘왕의 남자’(2005), ‘미녀는 괴로워’(2006), ‘과속 스캔들’, ‘쌍화점’(2008)이 그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극장가에는 뚜렷한 승자가 없는 상태다. 전쟁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휴먼·코미디… 온가족 나들이 어느 때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영화가 많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걸리버 여행기’(전체 관람가·87분)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가 부담 없이 즐길 만한 작품. 짝사랑하는 여행칼럼니스트에게 허풍을 떨다가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기를 떠맡게 된 걸리버(잭 블랙)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인국에 표류하게 된다. 뉴욕의 ‘찌질남’에서 소인국 릴리풋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걸리버 역은 국내에도 골수팬이 있는 할리우드 코미디 연기의 달인 블랙이 맡았다. ‘스타워즈’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패러디한 대목은 큰 웃음을 안겨 준다. ‘1000만 감독’의 훈훈한 가족영화 대결도 볼 만하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전체 관람가·144분)는 청각장애 야구부의 도전기를 소재로 한 작품. ‘충무로의 승부사’ 강 감독은 전작 ‘이끼’에서 잔뜩 들어갔던 힘을 빼고 적시에 터지는 코미디와 가슴 한편이 찡해지는 감동을 잘 버무려냈다. 명절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코미디를 찾는다면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12세 관람가·117분)이 제격이다. 2003년 ‘황산벌’의 속편으로 지나치게 사연 있는 캐릭터가 많다 보니 산만해진 측면은 아쉽다. 하지만 감독 특유의 풍자와 해학은 물이 올랐고, 투석기와 고구려 신무기를 등장시킨 전투장면 등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애니메이션 ‘가필드 펫포스 3D’(전체 관람가·73분)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먹는 게 취미이고 잠자는 게 특기’인 게으른 고양이가 아니라 슈퍼 악당으로부터 우주를 지키는 영웅으로 거듭난 가필드의 모험극을 그린다. 예술영화… 도심속 우아한 연휴 황금연휴를 여유롭고 우아하게 보내고 싶다면 예술영화를 조용히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 엠 러브’(18세 관람가·120분)는 모처럼 만나는 이탈리아 수작이다. 부유한 중년 여성(틸다 스윈튼)이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멜로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자본주의의 병폐와 남녀 간의 불평등 문제 등을 밀도 있게 다뤘다. 각본, 연출, 연기, 음악 등 흠잡을 데가 없다. ‘윈터스 본’(18세 관람가·100분)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상과 각본상 등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 아빠의 실종을 둘러싼 진실을 찾기 위해 냉혹한 세상에 맞서는 소녀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로 여성 감독 데브라 그래닉의 탄탄한 연출과 할리우드의 신성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이 돋보인다. 사랑과 인생에 대해 조용히 반추해 보고 싶다면 우디 앨런 감독의 유쾌한 코미디 ‘환상의 그대’(18세 관람가·98분)를 추천한다. 언제나 더 나은 삶과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인간 군상에 대한 감독의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앤서니 홉킨스, 나오미 와츠, 젬마 존스, 조시 브롤린 등 명배우들의 연기 열전도 볼 만하다.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18세 관람가·93분)는 인생에 닥쳐온 변화를 거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중년 여성의 심리를 차분하고 세밀하게 다룬 영화다. 로빈 라이트는 복잡한 캐릭터의 주인공을 맡아 다져진 연기 관록을 보여준다. 키애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모니카 벨루치,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도 영화의 놓칠 수 없는 보너스다. 충무로·할리우드 명배우 연기열전 액션 대작들이 실종된 올 설 극장가에서 단연 돋보이는 영화는 ‘타운’(18세 관람가·124분)이다. 박스오피스 전문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 속에 제작비(3700만 달러, 약 420억원)의 2.5배(9200만 달러, 약 1100억원)를 벌어들였다. 어린 시절 친구인 맷 데이먼과 달리 재능을 낭비하던 벤 애플렉이 감독과 공동각본, 주연을 맡아 모처럼 ‘한 건’을 했다. 보스턴의 은행강도단을 소재로 한 영화의 곳곳에 마이클 만 감독의 걸작 ‘히트’의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히트’를 보지 않았어도 영화에 몰입하는 데 지장은 없다. 갱 영화의 관습을 전복시킨 엔딩은 호불호가 엇갈릴 듯하다. 영화적 재미만 놓고 보면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12세 관람가·115분)도 빠지지 않는다. 탐정 사극의 외피를 썼지만, 관객들이 단서를 쫓으려고 머리를 쓸 필요는 없다. 김석윤 감독은 탄탄한 코미디와 속도감 있는 액션에 방점을 찍으려는 듯하다. 셜록 홈스·왓슨 콤비에 견줄 만한 김명민(명탐정)과 오달수(개장수)의 연기는 ‘명불허전’(名不虛傳). 진주만 폭격을 앞둔 1941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스릴러 ‘상하이’(15세 관람가·103분)는 배우들의 이름만 생각한다면 설 차림 상의 메인요리로 손색이 없다. 저우룬파와 궁리, 존 쿠삭, 와타나베 겐 등 미·중·일 톱스타가 출동했다. 다만 재료에 대한 기대치를 고려하면 음식은 다소 심심하다. 슈퍼히어로물 ‘그린호넷’(15세 관람가·118분)은 세스 로건의 머저리 연기에 대한 선호에 따라 미친 듯이 좋아하거나 내내 따분할 수도 있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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