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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치인 폭행’

    권영진 후보도 유세 중 골절상 “일종의 선거운동 방해 행위” 전문가 “엄중하게 법 집행 필요” 6·13 지방선거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일부 유세 현장에서 정치인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는 1일 선거운동 중 한 여성이 밀치는 바람에 꼬리뼈 골절상을 당한 것에 대해 “우발적 행동이었으리라 생각하며 어떠한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지역 유세를 하던 도중 항의시위를 하는 한 장애인 단체와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권 후보는 장애인 단체의 한 여성 회원의 팔꿈치에 부딪혀 뒤로 넘어졌다. 사건 직후 권 후보 측은 “후보자 폭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강하게 항의했고 장애인 단체 측은 “의도치 않고 앞을 막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 측 관계자는 “일종의 선거운동 방해행위라고 본다”며 “당장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지만 최대한 빨리 유세에 복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도 지난달 14일 합동토론회 도중 단상에 난입한 시민단체 운동가 김모(50)씨에게 뺨을 맞았다. 김씨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과 마을 주민이 겪고 있는 분노와 억울함을 보여 주려 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초 드루킹 특검 촉구 단식 농성 중 악수를 하는 척 다가온 김모(31)씨에게 턱을 가격당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권 후보에 대한 폭력은 개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라며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이지 네거티브 전략이나 폭력으로 선거 과정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정치인에 대한 폭행이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치인 당사자야 국민의 대표이다 보니 관대하게 처벌해 달라고 관용을 보이겠지만 사법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라는 관점에서 엄중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역사 속 행정] 조선의 진정한 ‘소통왕’ 영조

    [역사 속 행정] 조선의 진정한 ‘소통왕’ 영조

    궁궐 밖에서 백성들 만나 나랏일 토론하고 의견 취합 영조의 ‘조선판 공론화위’1750년 7월 3일 진시(오전 7~9시)에 영조가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 나섰다. 이때 영의정 조현명과 좌의정 김약로, 우의정 정우량 등 당대 고위 관원들이 모두 그를 따랐다. 성균관 유생 80여명을 비롯해 도성 주민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려고 나왔다. 이 자리는 영조가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양역(16~60세 양인 장정에게 부과하던 공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비와 일반 백성들을 만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참석자들을 확인한 영조는 강한 어조로 “양역 문제로 도탄에 빠진 백성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논의됐던 양역변통론(양역제 개혁을 주장하던 여러 논의) 가운데 유포론(세금을 내지 않는 양인 가정을 찾아내 세금 징수를 늘리자는 논의)과 구전론(성인 남녀 모두에게 인두세 개념의 돈을 징수하자는 주장)은 시행할 수 없고 호포론(신분에 관계없이 집집마다 면포를 내게 하자는 의견)과 결포론(대동법처럼 토지 면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만 갖고 논의하라”고 전교했다. 일반 백성들의 이해를 돕고자 성균관 유생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게 했다. 이 논의는 숙종 때부터 시작됐지만 그간 양역 징수 대상에서 제외됐던 양반들의 반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양역 문제는 더욱 수렁에 빠져들었다. 영조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날 모임을 주도했다. 자기 의견을 밝힌 영조는 재상을 시작으로 고위 관리, 유생, 주민에게 각자 의견을 말하게 했다. 아침 일찍 시작한 이날 만남은 석양이 내릴 때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의견이 좀처럼 모아지지 않았다. 신료들은 국왕의 건강을 우려해 모임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조는 되레 “좋은 대책을 얻은 뒤에 파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고는 각자 생각에 따라 북쪽과 남쪽에 나눠 서도록 했다. 오늘날 퀴즈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OX’ 문제 같은 것이었다. 아쉽게도 이날 만남에서는 하나의 의견이 도출되지 않았다. 결국 국왕이 신하들에게 “5일 안에 하나의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모임이 일단락됐다. 조선 시대 국왕이 조정 관리가 아닌 일반 백성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앞의 사례처럼 각자 소견을 들은 뒤 자신의 의견에 따라 남북으로 나눠 서게 해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은 거의 없었다. 실제 조선 시대 국왕이 궁궐 밖에 출입하는 일은 국가적 제사 때나 왕실 행사, 선대 국왕이나 왕비의 능 행차, 사신 접견 등으로 제한됐다. 궁궐 안에서만 생활하는 임금이 일반 백성을 접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면 국왕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백성들과 만났다. 백성들은 국왕의 행차가 쉬는 곳에서 기다리다가 상언(국왕에게 올리는 문서)을 올리거나 징·꽹과리를 두드려 호소하는 격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궁궐 밖으로 직접 나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백성의 의견을 청취하는 소통 방식은 영조대에 시작됐다.실제 영조는 재위 기간 동안 30여 차례 이상 궁궐 밖으로 나왔다. 조선 후기 궁궐은 ‘동궐’이라 불리던 창덕궁과 창경궁, ‘이궁’이란 별칭을 가진 경희궁(경덕궁으로 불리다가 1760년 개칭)이 주로 활용됐는데, 국왕은 이들 궁궐을 오가며 국정 의견을 나눴다. 흥화문을 비롯해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백성을 스스럼없이 만났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이근호 연구교수 (명지대)
  • [열린세상] ‘한반도 갑질경제’를 막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반도 갑질경제’를 막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여기에서 나는 사람입니다.” 히틀러 별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남부 독일의 작은 휴양도시 베르히테스가덴에 있는 생필품 체인점 ‘데엠’(dm) 입구에 붙은 파트타임 구인공고가 인상적이었다. 창업자 괴츠 베르너는 모든 독일인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 1500유로’를 지급해 억지로 노동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기업가이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로 불리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노동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행각에 온 나라가 분노하고 있다. 한국식 재벌체제가 경제성장의 견인차에서 걸림돌로 반전되었다는 진단이 나온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였다. 그럼에도 재벌체제는 세습으로 더욱 공고해졌고 재벌들의 영향력은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언론)에까지 확산되었다.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한국경제는 그 사이 세계경제 성장에 견인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모피아’를 효시로 하는 ‘관피아’, 노조 탄압에서 출발한 ‘갑질’과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다. 대주주는 총수, 오너, 사주 등으로 참칭되는 ‘봉건적 자본가’의 지위에 올랐고 원래 자유롭다는 노동자는 ‘(외거)노비’쯤으로 전락했다. ‘정경유착’이란 비난에 맞서 재벌 1세대를 옹호하려고 내세우던 ‘기업가 정신’ 논리는 2세, 3세로 세습되면서 사라졌다. 오히려 부실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고 끊이지 않는 ‘갑질’이 ‘오너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질서가 현실에서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실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이 크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기조는 특히 대기업과 대주주의 위법, 불법 행위를 방조하는 ‘관피아’가 곳곳에서 암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를 사후적으로나마 교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방패막이로 ‘전관예우’를 마음껏 누리는 적폐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119조 ①항은 기업을 기업가와 동일시하면서 기업가의 사익 편취를 뒷받침하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에 관한 ②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가 감형과 사면의 사유가 되고 회삿돈을 수십 억 원 횡령해도 변제하면 죄를 묻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되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달아오르고 있다. 접경지역 땅값과 관련 기업의 주가가 서둘러 치솟고 있다. 하지만 경제통합은 고속철도나 고속도로의 연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과 제도는 물론 윤리와 문화의 통합이기도 하다. 북한 경제의 재건에서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여 남북경제협력이 ‘남한 갑질경제’의 대북 이전으로 이어지고 통일이 ‘한반도 갑질경제’를 낳는다면 ‘나라다운 나라’는 요원해질 것이다. 서독의 슈미트 전 총리는 통일 후 회고록에서 ‘조국’을 재건하겠다는 동독인의 열정을 통일과정에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적은 바 있다. 그로 인해 경제적 성과가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게으른 동독인’의 인상을 남겼고 동독인의 자존심을 충분히 살려 주지 못했던 것이다. 당초 서독 정부는 ‘경제화폐동맹’을 제안했지만 동독 정부가 ‘경제사회화폐동맹’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동독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았다. 아울러 서독 노조는 동독 노동자들에게 통일 후 3년에 걸쳐 동독 노동자의 임금을 서독의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함으로써 연대의 가치를 실천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는 북한주민의 권익을 누가 보호해 줄 수 있을까. ‘한반도 갑질경제’가 되면 북한 주민은 남한의 비정규직 아래 새로운 제4신분쯤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면 괜한 기우일까. 통일 30년을 눈앞에 둔 독일에서 동독 출신 주민과 그 2세가 ‘2등 국민’의 지위에서 제대로 벗어나려면 반세기는 더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남북 경제통합이나 통일도 ‘사람 중심’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한반도 갑질경제’를 차단하려는 적폐청산의 길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번민을 덜어내니, 차오르는 고요

    번민을 덜어내니, 차오르는 고요

    부처님오신날이 멀지 않았다. 불자든 아니든 절집을 찾을 때다. 수많은 절집 가운데 어디를 찾아야 할까.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도전하고 있는 절집을 고려하는 건 어떨까. 문화재청에 따르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 사찰은 경북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경남 양산 통도사, 충북 보은 법주사, 전남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충남 공주 마곡사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자부심이 충만해지는 절집들이다.일곱 산사 가운데 부석사, 법주사, 통도사, 대흥사 등 4개 사찰은 등재가 확실시된다. 반면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 등은 등재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결과는 올 7월 초 바레인에서 나올 터. 아무렴 어떠랴. 세계유산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우리에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보물 사찰’이다.역사가 오래되고 명성이 자자한 만큼 일곱 산사가 품은 문화재도 다양하다. 국보가 가장 많은 절집은 부석사다. 한국 목조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18호)을 비롯해 무량수전 앞 석등(17호), 조사당(19호), 소조여래좌상(45호), 조사당 벽화(46호) 등 모두 5개의 국보가 있다. 무량수전은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 때 처음 지어졌다. 고려 공민왕 7년(1358)에 불에 타 고려 우왕 2년(1376)에 재건됐다. 이어 1916년 대대적인 해체·수리 공사가 이뤄졌다. 무량수전 앞 석등은 통일신라시대 유물이다. 빼어난 비례미가 일품이다. 소조여래좌상은 무량수전 안에 있는 고려시대 불상이다. 조사당은 우왕 3년(1377)에 세워졌다. 개창 조사인 의상 대사의 초상화가 있다. 조사당 벽화는 불법의 수호신인 법천과 제석천, 사천왕을 그린 그림이다.법주사도 ‘보물 사찰’로 불린다. 부석사 다음으로 많은 3개의 국보가 있다. 목탑 형태의 팔상전(55호)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건물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덧대 짜맞췄다. 그 기술이 워낙 뛰어나 한 부분이 소실돼도 나머지는 끄떡없다고 한다. 팔상전 뒤엔 쌍사자석등(5호)이 있다. 사자 두 마리가 석등을 받치고 선 모양새다. 연꽃 모양의 석연지(64호), 옛날 3000여명의 승려들이 먹을 밥을 지었다는 철확, 독특한 모양의 희견보살상, 바위에 새긴 마애여래의상 등 경내에 독특한 볼거리가 많다. 마당에는 높이 33m의 거대한 미륵대불이 세워져 있다. 한때 개금불사(불상에 금칠을 다시 할 때 행하는 의식)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관람객을 굽어보는 시선은 여전히 고요하다. 봉정사는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국보 15호)을 품은 절집이다. 고려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수리했다는 기록이 있어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로 확인됐다. 사람 ‘인’(人) 자 모양의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 고려시대의 대표적 석탑이라는 극락전 앞마당의 삼층석탑 등 익히 알려진 볼거리들이 많다. 조선시대 전기에 지어진 대웅전(311호)은 내부에 단청이 잘 남아 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저 유명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봉정사 극락전의 이 간결하면서도 강한 아름다움은 내부에서 더 잘 보여 준다. 곱게 다듬은 기둥들이 모두 유려한 곡선의 배흘림을 하고 있는데 낱낱 부재와 연등천장이 남김없이 다 드러나면서 뻗고 걸치고 얽힌 결구들이 이 집의 견고성을 과시하듯 단단히 엮여 있다”고 적었다. 그러니 겉만 대충 훑을 게 아니라 목을 빼고 극락전 내부를 살필 일이다.대흥사는 고려시대 마애불인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308호)이 국보다. 다만 대웅전 뒤 급한 산길을 1㎞ 가까이 걸어 올라야 한다. 두륜산 입구에서 대흥사에 이르는 길의 이름은 장춘(長春)숲길이다. ‘명품’이라 부를 만한 숲이 4㎞ 정도 이어진다. 요즘엔 문재인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했던 요사채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스님들의 수행 공간 안에 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었으나 방문 요청이 쇄도하면서 안거 기간을 제외하고 개방하고 있다. 주말이면 ‘대통령 특별한 기운’을 받으려는 발걸음으로 북적댄다고 한다. 서산대사 등의 사리를 모신 부도탑도 인상적이다. 통일신라 시대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탑의 양식을 볼 수 있다. 절집 초입에 있다.통도사는 대웅전과 대웅전 뒤편의 금강계단(290호)이 국보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어 불보사찰로도 불린다. 은입사동제향로(보물 334호), 봉발탑(보물 471호) 등도 볼 만하다.선암사와 마곡사에는 국보가 없다. 그렇다고 볼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선암사 진입로에 있는 승선교(보물 제400호)는 무지개 모양의 아름다운 돌다리다. 건축 기법이 매우 정미하다. 각황전, 무우전 등 오래된 전각과 돌담 등의 운치도 빼어나다. 선암사엔 모두 14개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있다.‘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 했다. 마곡사의 신록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이다. 마곡사는 주차장 입구에서 경내까지 1㎞ 정도 이어진 진입로가 아름답다.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를 찬찬히 엿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오층석탑, 백범 김구 선생이 기거했던 백범당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특히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등 절집의 중심 건물이 두 곳인 점이 이채롭다. 절집 주변으로 백범명상길이 조성돼 있다. 마곡사엔 모두 5개의 보물급 문화재가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 ‘자유민주주의’서 ‘자유’ 빼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 ‘자유민주주의’서 ‘자유’ 빼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

    2일 공개된 중·고교생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 최종 보고서에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보수·진보 진영이 벌여 온 이념 논쟁이 반복될 전망이다. 교육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역사학계와 국민 여론,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자문을 거쳐 최종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오는 7월 교육부가 집필 기준을 최종 확정·고시하기 전까지 이념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1948년 12월 유엔이 대한민국을 합법정부로 승인한 결의문 제195호는 한반도 내 정부의 합법성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꾸준한 논쟁거리였다. 전우용 한양대 교수는 “1948년 당시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정부가 대한민국이었다고 하더라도 1991년 유엔 남북 동시 가입으로 해당 결의문은 사문화된 것”이라면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지금 현시점과는 맞지 않는 사실이므로 빠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1948년 당시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의 유일한 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팩트”라면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교육하려면 해당 문구를 빼는 것이 아니라 1948년 당시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는 사실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2011년 교과서 집필 기준에 포함됐다. 2013년 일부 출판사가 교과서에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이라는 표현을 쓰자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남한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수립되었던 객관적 사실을 오해하도록 했다’면서 수정명령을 내려 이를 고치게 하기도 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이전에는 그런(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 표현이 가능했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맞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자유민주주의’ 표현에서 ‘자유’를 뺀 것과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한 것도 논쟁거리다.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수정한 것에 대해 평가원은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활용된 용어가 대부분 ‘민주주의’였고 학계와 교육계의 수정 요구가 많았다”면서 “또 사회과와 다른 과목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자유라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밝혔다. 반면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헌법에 자유민주주의가 명시된 만큼 이를 교과서에 싣는 것은 당연하며 사회·인민민주주의와의 구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25와 관련해 ‘남침’이라는 표현은 이번 최종 보고서에 다시 들어가는 것으로 확정됐다. 교과서 집필 기준을 둘러싸고 소모적 이념 논쟁을 피해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과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집필 기준이 아닌 교사들의 수업 내용 기준이 되는 상위 개념인 교육과정에 포함됐다. 평가원 관계자는 “6·25가 남침이라는 사실과 배경을 수업 시간에 정확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새 금감원장 非경제관료 3파전

    김기식 전 원장의 낙마로 다시 공석이 된 금융감독원장에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과 김오수 법무연수원장,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세 사람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제관료 출신이 아니면서 현 정부 금융개혁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들이다. 2008년 금융위원회와 분리해 출범한 금감원은 그간 ‘모피아‘(경제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전유물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경제관료가 배제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원 부원장은 생명보험협회 보험경제연구소, 장기신용은행 경제연구소,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영남대 경제금융학부를 거쳐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에 합류했다. 김 원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금융계에선 낯선 인사다. 윤 교수는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과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융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 금융개혁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도 거론되지만 유력 후보군과는 거리가 있다는 관측이다. 경제관료 중에선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유광열(29회)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용범(30회)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추사 김정희(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추사 김정희(1786~1856)를 30여년간 연구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재조명한 추사의 일대기. 탄생부터 만년까지 까칠한 천재가 위대한 예술가가 된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림 ‘세한도’와 글씨 ‘침계’ 등 280여점의 컬러 도판이 추사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600쪽. 2만 8000원.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얀 루프 오헤른 지음, 최재인 옮김, 삼천리 펴냄) 1942년 일본군이 네덜란드 식민지 인도네시아를 침공했을 때 일본군으로부터 성학대를 받은 사실을 증언한 네덜란드 여성 얀 루프 오헤른의 회고록. 평화와 여성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가 지난 50년간 가슴속에 담아둔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는다. 308쪽. 1만 7000원.요코 씨의 말 1~2권(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민음사 펴냄) 가식 없는 솔직담백한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사노 요코가 생전에 발표한 작품 중 큰 공감을 얻었던 글을 엄선해 기타무라 유카가 그림을 붙였다. 노년의 일상, 소박한 기쁨, 잃어버린 것에 대한 쓸쓸함 등 가벼운 소재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글들이 묶였다. 각 권 180쪽. 각 권 1만 4000원.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이유진 지음, 메디치 펴냄) 연세대 중국연구원의 전문 연구원인 저자가 천년 고도 시안, ‘삼국지연의’ 낙양으로 잘 알려진 뤄양, 송나라의 카이펑, 중국 시인 소동파의 고장 항저우, 근현대사의 비극이 서린 난징, 중국의 수도 베이징 등 중국 역사의 심장부를 이룬 여섯 도읍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24쪽. 1만 8000원.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이수희 지음, 부키 펴냄) ‘아이 없는 삶’을 비주류 혹은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한국의 가족주의 사회에서 아이 없이 사는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다양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직면하는 일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법도 일러준다. 264쪽. 1만 3800원.공감의 언어(정용실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명사 인터뷰와 책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알린 26년차 아나운서 정용실이 공감을 끌어내는 대화와 소통의 가치를 설명한다. 저자는 진정한 호기심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감정을 살피는 훈련을 해야 유연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44쪽. 1만 3000원.
  • “포털 자정능력 한계…댓글 없애야”vs“표현의 자유 침해”

    “포털 자정능력 한계…댓글 없애야”vs“표현의 자유 침해”

    전문가들,드루킹 사건 계기로 “포털 사회적 책임 강화” 한목소리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업자들의 뉴스·댓글 서비스에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유령 아이디’로 댓글을 달고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활용해 특정 댓글에 ‘공감’을 클릭하는 식으로 여론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정치·언론학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이런 댓글 조작이 민주주의 공론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라며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은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의 장을 열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론 조작에 취약한 구조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포털은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포털 역시 이번 여론 조작 사건의 책임이 무겁다”고 비판했다.포털 뉴스서비스가 ‘여론전’의 ‘전쟁터’가 돼버린 마당에 댓글 기능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 조작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나 능력이 없다면 한계를 인정하고, 포털 뉴스서비스에서 댓글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설령 여론 조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포털 뉴스서비스의 댓글 문화는 자정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베스트 댓글’에 자기 생각을 맞춰가는 ‘동조화’ 현상,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되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침묵의 나선’ 효과 탓에 되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됐다. 최진봉 교수는 포털의 댓글 기능 자체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그는 “공감·비공감,추천·비추천 기능은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하는 기능은 있으나 단순히 숫자만 올리는 식으로 조작에 취약한 만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제언했다.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댓글 폐지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댓글 자체를 막거나 불편하게 하는 모든 제도나 정책은 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필터링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여론 조작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 교수는 여론 조작 등 포털 운영의 부작용이 드러날 경우 운영 업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포털이 뉴스 유통을 독점하는 구조가 여론 조작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뉴스 유통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한 교수는 특히 “네이버 방식의 뉴스 유통 방식 때문에 많은 언론이 자극적이고 양극화된 기사를 생산하고 클릭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혼탁한 언론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아웃링크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연봉 3700만원 대기업 고졸 신입 “내가 최저임금자라고요?”

    연봉 3700만원 대기업 고졸 신입 “내가 최저임금자라고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기업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한 A(20)씨는 최저임금 대상자다. A씨의 월급은 309만원. 기본급(본봉) 147만원에 매월 상여금 110만원과 복리후생비 52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연봉 개념으로 치면 약 3700만원으로 사실상 대졸 초임(평균 3800만원)에 가깝지만, 현행법상 최저임금 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기본급만 따지면 월 최저임금 기준은 기본급 157만원(시간당 7530원)인데 A씨의 기본급은 10만원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방 공장이지만 나름 대기업이고 친구들도 부러워했는데 정작 최저임금에 속한다니 솔직히 좀 당혹스럽긴 하다”고 말했다.당혹스럽기로 치면 회사는 더하다. 만약 지금의 임금 체계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을 준수하려면 회사는 A씨의 월 기본급을 10만원 이상 올려 줘야 한다. 이럴 경우 이 회사의 고졸 초임 연봉은 3828만원까지 올라간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준수하다. 2년 후인 2020년의 기준에 맞추면 A씨의 연봉은 4452만원까지 치솟는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의 비용도 문제지만 A씨의 동기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률(16%)을 계속 적용하면 선임보다 후임 직원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내부에서 이런 제도를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논의 중인 가운데 기업들과 노동계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너무 좁아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직원까지 최저임금에 해당된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노동계는 산입 범위를 늘려는 건 최저임금 효과를 무력화시키려는 기업과 정치권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20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의 핵심 내용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산입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사업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줄지만 반대로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가 반감된다. 양측이 “양보는 없다”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임금 체계는 배(기본급)보다 배꼽(상여+수당)이 큰 기형적인 구조다. A씨처럼 상여금과 수당의 비중이 급여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고, 배꼽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형적 임금 체계는 기업들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연차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려 줘야 하는 기본급 인상이 부담스럽다 보니 기업들은 대신 각종 수당을 만들어 임단협 테이블에 올렸다. 또 기본급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도 함께 오르는 만큼, 대다수 사용자는 임금 총액을 유지하면서 기본급은 최대한 낮추는 꼼수를 썼다. A씨를 포함안 대부분 임금 노동자들의 월급명세서에 각종 수당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다. 2013년 통상임금 개념이 정착되면서부터 기업들은 다시 한 번 수당을 늘렸다.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없는 수당의 비중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이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선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된다. 최저임금의 여파를 고려해 사측이 “기본급 인상”을, 노조는 “반대”를 외치는 식이다. 임단협 때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회사는 상여금이나 기타 수당을 올려주는 방식을 부르짖었던 것을 생각하면 협상 테이블의 위치가 뒤바뀐 듯 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낳은 ‘희한한 역전’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기본급과 상여금의 기능에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지금의 산입 범위는 상여금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임금 체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 현행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정의부터 쓰임새까지 각각 다른 임금들의 개념도 이 기회에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충돌이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임금 구조는 임금 협상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가능한 한 낮게 잡으려는 기업의 오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기준을 동일하게 일원화할 필요가 있고 산입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기준 역시 다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금의 한국은 인구 5000만인 중규모 국가인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일괄 적용하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예상 밖의 현상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면서 “임금 기준을 통일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본급과 상여 등 기타 수당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기형적인 임금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의 상여금을 기본급에 과감히 포함시키고, 상여는 경기나 실적에 따라서 보너스의 형태로 다르게 지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대입특위 교사 2명 참여해도… 여전한 ‘학부모 패싱’

    현직 제외 부적절 논란에 ‘수정’ 교총·전교조·시민단체는 빼기로 학생 등 현장 의견 배제 우려도 대학 입시 전반을 손질하면서 일선 교사의 의견은 듣지 않아 ‘교사 패싱’ 논란을 불렀던 교육당국이 현직 교사를 논의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현재 중3학생이 수능을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마련 때 핵심 역할을 할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특위) 구성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특위는 대입 제도와 관련해 공론화 범위를 정하고, 여론 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대입 개편 권고안을 마련한다. 위원진은 모두 13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촉한 교육회의 위원 중에는 김진경(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상근위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김대현 부산대 교수와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 등 4명이 참여한다. 또 대학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17개 시·도교육감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추천한 인물을 1명씩 특위 위원으로 넣는다. 교육회의 측은 “현직 교사 2명 정도가 특위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초·중등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입 제도를 논의하면서 현직 교사를 제외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서울·대구 지역 고교 교사를 1명씩 추천했는데 이 가운데 1명이 특위 위원이 된다. 또 학계 등이 추천한 현직 교사 1명을 더 충원한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일선 대학에서 입학 업무를 오래 담당한 입시 전문가를 추천했다. 대교협은 노승종(전 명지대 입학처장)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과 김은혜(전 성균관대·경희대 입학사정관) 입학기획팀장을, 전문대교협은 강석규 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장, 안연근 전문대교협 진학지원센터장 등을 각각 추천했다. 이들 중 2명이 최종 위원으로 참여한다. 언론인은 진보와 보수 성향의 논설위원급 기자를 1명씩 위원에 포함할 예정이다. 교육회의 측은 교육 관련 시민단체나 교총·전교조 등 교원단체 소속 인사는 특위 위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육회의 관계자는 “입장이 명확한 단체에 (대입 제도 개편의) 심판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원 등 현장 전문가가 일부 충원됐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는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전달할 인사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특위는 공론화 준비위원회의 성격이 짙어 학부모는 뺐다”는 게 교육회의 측 설명이다. 또 추천받은 현직 교사들도 현장 경험보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의 부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교사 위주라는 지적도 있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학부모회 대표는 “학부모들이 전문가에 비해 논리는 거칠더라도 현장의 생생한 입장을 전달해 줄 수 있다”면서 “특위 구성 때부터 학생, 학부모를 배제하면서 공론화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역사 속 행정] 조선판 ‘靑비서실’ 승정원의 위계

    [역사 속 행정] 조선판 ‘靑비서실’ 승정원의 위계

    비서관 격 ‘6승지’ 품계는 같지만 최상위 도승지·최하위 동부승지 말 한마디도 서열 엄격하게 지켜오늘날 청와대 비서실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승정원은 국왕을 보좌하는 일을 했기에 늘 그의 지근거리에 청사를 뒀다. 조선 전기에는 경복궁 근정전 서남쪽 월화문 밖에 있었다. 조선 후기 경복궁이 복원되기 전까지 창덕궁이 정궁으로 쓰이자 승정원도 이곳에 있었다. 승정원에는 오늘날 청와대 비서실장 격인 도승지를 비롯해 좌승지·우승지·좌부승지·우부승지·동부승지를 뒀는데, 이를 ‘6승지’라고 불렀다. 이들은 모두 같은 품계인 정3품 당상관이었지만 도승지와 나머지 승지의 예우가 달랐고, 5승지 역시 위계질서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19세기 전반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승정원 업무지침서 ‘은대편고’에 따르면 도승지가 청사에 나와 앉아 있을 때 다른 승지들이 청사를 벗어나야 한다면 반드시 도승지에게 예를 행한 뒤 나가야 했다. 도승지 앞에서 다른 승지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부채를 부치지도 못했다. 휴가나 숙직 규정에도 차이가 있었다. 승정원 승지는 국왕의 시신(侍臣·임금을 바로 곁에서 모시는 신하)이므로 숙직은 필수적이었다. 도승지와 좌승지·우승지가 4일에 1번씩 숙직을 한 반면, 최하위인 동부승지는 3일 연속 숙직을 했다. 1477년(성종 8년) 7월 조씨 성을 가진 한 과부가 김주라는 사내와 결혼을 했다. 과부의 재산이 넘어갈 것을 우려한 그의 오빠와 매부가 김주를 강간 혐의로 허위신고했다가 무고죄로 처벌받을 상황에 놓였다. 왕과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부승지 홍귀달 등이 “이들을 무고죄로 다스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동석했던 도승지 현석규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매를 걷어올리고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는 “도승지가 있음에도 다른 승지가 위계를 넘어서 먼저 말을 하니 옳지 못하다”며 승정원 질서가 무너진 책임을 들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왕 앞에서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 불경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왕의 이해로 이 일은 곧 유야무야됐다. 그럼에도 이는 당시 6승지들이 말 한마디조차도 차례에 따라 해야 할 정도로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에 놓여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승정원 소속 승지는 국왕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기에 손꼽히는 요직이었다. 뛰어난 관료들은 거의 모두 그 자리를 선망했다. 승지는 대개 명문가 출신으로 뛰어난 개인적 능력과 화려한 사회적 배경을 동시에 갖춘 이들이었다. 승지는 승정원 고유 업무 외에도 경연관이나 사초 작성 등에 참여했다. 국왕과 왕실에 관련된 핵심 임무를 맡았기에 승지들은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 조선의 왕들이 승정원 승지를 6명으로 둔 것은 경국대전이 규정한 6전 체제에 상응하는 비서조직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중국의 이상적 예법 질서를 담고 있다고 말해지는 ‘주례’의 6관 체계에서 기원하는데, 중국 대부분 왕조에서 6부(部) 체제로 정착돼 통용됐다. 우리의 경우 고려시대 때 6부 체제가 처음 등장했다. 조선의 국가 체계를 설계한 정도전은 ‘조선경국전’에서 6전 체제를 선보였다. 통상 6승지는 분방(分房)이라 해 역할을 나눠 업무를 담당했는데, 오늘날 청와대 비서실과 행정부 간 유기적 기능과 같은 시스템이다.현재 대한민국 청와대 비서관들에게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만약 외교안보 담당 비서관이 교육문화 비서관을 겸하거나 서로 업무를 바꿔 맡는다면 당장 여론의 뭇매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승지들은 그것이 가능했다. 이는 조선의 정치 체제나 국정운영 방식에서 자칫 발생할 수도 있는 국정운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로 여겨진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이근호 연구교수 (명지대)
  • [열린세상]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넓어집니다.”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자 서울 광화문 네거리 대형 전광판을 밝힌 구호였다. 강대국들 틈새에 끼여 침략을 당하기만 했고 다른 민족을 지배해 본 적이 없는 약소국의 한풀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제국주의를 흉내 내는 야심으로 표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행여 한국말을 하는 칠레인이 저 구호를 본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경제영토’ 구호는 FTA가 체결될 때마다 등장했고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일본보다 넓고 세계 3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급기야 현 정부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까지 나서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처럼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은 한국이 1960, 70년대 일본을 ‘경제동물’로 비난했던 상황을 떠올린다. 당시 한국은 수출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본의 행태를 서방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비난했다. 당시 신문지면을 간혹 장식했던 ‘남파 간첩(단) 사건’ 보도에서 일제 초단파 라디오가 거의 빠짐없이 증거물로 포함됐던 것이 단초가 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 제품들의 대북 수출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한 일본 기업들이 체불임금을 떼먹고 도주했다는 보도가 겹치면서 ‘경제동물’ 이미지는 강화됐다. 1980년대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는 건너뛴 채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동남아시아인들의 마음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도덕성이 결여된 ‘경제동물’의 가치관으로는 협력의 진정성을 설득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남방정책’의 핵심도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였다. 최근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도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 달성으로 합의한 사실이 전면에 부각됐다. ‘신남방정책’이 추구하는 “평화, 공동 번영, 사람 중심”의 소위 ‘3P 가치’가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도 통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정작 국내에서는 무의미하기 때문일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로 비난하는 편협한 일부 여론도 결국 물질주의 가치관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일본을 비난하면서 어느새 우리도 ‘경제동물’이 돼 버린 것은 아닌지. 대외 관계에서 물질주의적 지향은 국내에서의 배금주의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10억원의 뇌물 수수와 350억원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세금 200만원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다음날 해고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재벌 기업은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었다. 판사 앞에서 주먹질 시늉을 하는 총수 아버지를 둔 아들이 “주주님이라 불러라”며 위세를 떨더니 급기야 여성 고문 변호사의 머리채를 흔든 다음날 그 회사 임원들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반면 연말마다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틈틈이 모은 현금을 기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이 벌여졌을 때에도 주로 땀 흘려 번 돈으로 사뒀던 금들이 모였던 경험도 있다. 올해 국세청이 선정한 착한 납세자들도 대부분 어려운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제는 세금도 성실하게 납부할 뿐 아니라 나눔의 정도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은 총체적이다. 인간의 생활 영역을 이론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등으로 구분할지라도 정치활동만 하는 사람, 경제활동만 하는 사람, 문화활동만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개인은 정치, 경제, 문화활동 등을 다 한다. 그래서 각 개인의 가치관이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개처럼 번 사람이 정승처럼 쓸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이 정승의 인간 존중 가치관을 갖도록 가정, 학교, 사회, 정부의 일치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 세족식으로 섬김 실천하는 교수님

    세족식으로 섬김 실천하는 교수님

    27일 서울 명지대에서 열린 ‘섬김의 세족식’ 행사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 [역사 속 행정] 조선판 ‘청와대 비서실’ 승정원

    [역사 속 행정] 조선판 ‘청와대 비서실’ 승정원

    인조에 침 잘못 놓은 의관 처벌두고 사헌부의 사형 건의 일부러 축소 국왕의 목구멍으로 불렸던 승정원 공정성 잃으면 국정 전체에 통증승정원은 조선시대에 왕명 출납을 관장하던 관청으로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한다. 조선조 대부분의 관청이 왕-의정부-육조-일반 관청이라는 계통 속에 포함된 것과 달리 승정원은 국왕 직속이다. 오늘날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 직속인 점과 같다. 한국사에서 국왕 비서기구의 등장은 백제 때 ‘내신좌평’으로 시작되지만 이는 개별 관청이 아니고 특정 관직이다. 고려시대에는 중추원과 은대 등이 설치돼 군사 기밀과 왕명 출납을 관장했는데, 후기에 이르러 중추원이 이를 전담했다. 그러나 중추원은 비서 기능 말고도 군사 기능을 함께 관장했다. 조선 건국 이후에 중추원이 담당하던 비서 기능만 분리해 승정원을 두면서 국왕 비서기구로서의 독립성이 확보됐다. 승정원을 지칭하는 별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승정원을 줄여 정원이라고 하거나 은대 또는 후원, 후설 등의 별칭으로 불렸다. 여기서 ‘후’(喉)는 신체 일부분인 목구멍을 뜻한다. 흥미롭게도 조선시대에는 중요 관직이나 관청을 사람의 몸에 비유해 말하곤 했다. 관원들 가운데 최고위 관원인 대신은 다리와 팔을 의미하는 ‘고굉’으로, 탄핵과 간쟁을 담당하던 대간은 귀와 눈인 ‘이목’으로, 그리고 승정원은 목구멍을 의미하는 ‘후원’으로 불렸다. 신하들이 국왕의 다리와 팔이자, 귀와 눈이요, 목구멍이라는 것이다. 후원 즉, 목구멍은 승정원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한다. 승정원을 목구멍에 비유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승정원의 주요 기능인 왕명 출납과 관계된다. 입을 통해 들어온 모든 음식물이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므로, 만약 목구멍에 질환이 있다면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목구멍에 해당되는 승정원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심각한 국정 혼란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승정원의 왕명 출납을 단순히 기능적인 것으로만 이해하면 오산이다. 오늘날과 같이 삼권분립이 이뤄지지 않았던 조선 사회에 국왕의 명령은 바로 법이 되므로 왕명 출납은 더없이 중요한 일이었다. 왕명 출납에 오류가 있을 경우에는 사람을 살리기도 혹은 죽이기도 할 수 있었다. 1649년(효종 즉위년) 6월 사헌부와 승정원 사이에 논란이 있었는데, 인조가 승하하기 직전에 치료를 담당했던 의관 이형익의 처벌에 대한 것이었다. 사망 직전에 이형익이 인조에게 침을 놓았는데 혈을 잘못 짚어 문제가 되자 사헌부에서는 이형익을 ‘안율정죄’(按律定罪)하자고 주장했는데, 다름 아닌 사형에 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정원은 사헌부의 건의와 국왕 명령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안율’이라는 두 글자를 임의로 빼 ‘정죄’라는 표현만 전달했다. 정죄란 꼭 사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효종에 의해 안율정죄로 다시 결정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표현이 바뀌게 된 책임을 지고 해당 승지 정유성이 파직됐다.당시 사헌부에서는 “승정원의 처사로 법을 집행하는 의리가 추락했다”며 신랄하게 공격했다. 국왕의 목구멍인 승정원이 공정성을 잃게 되면 이형익의 사례에서처럼 조정 전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승정원은 또 각 관청에서 올라오는 보고와 이에 대한 왕의 결재 사항을 각 관청에 하달하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 관보와 유사한 조보를 발행했다. 또 궁궐문의 열쇠 관리도 관장했다. 조선의 아침은 대궐문이 열리면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궐문은 단순한 출입문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데, 그 최종 책임이 승정원에 있었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이근호 연구교수 (명지대)
  • “토지 보유 패러다임 전환” vs “사유재산권 보호와 상충”

    “토지 보유 패러다임 전환” vs “사유재산권 보호와 상충”

    토지공개념을 명확하게 담은 개헌안이 21일 나오면서 논란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개념은 다분히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데다 범위도 명확지 않아 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공정·공평한 부의 분배를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와 자본주의 경제를 떠받치는 사유재산권 보호와 상충하는 모순 때문이다.●공개념 구체적 명문화, 국가 재량권 확대 토지공개념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자본주의에서 토지 소유권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개념이다.토지는 성격상 가용면적의 증대가 불가하지만, 토지 소유와 사용 욕구는 증가해 수급 불일치를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유 계층이 토지를 과점하고 토지가 투기 대상으로 변질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를 공공재(公共財)로 보고 절대적인 토지 소유권에 어느 정도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토지공개념이다.현행 헌법 제122조도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공공의 목적에 따라 개인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거나 토지거래 허가제, 그린벨트 규제 등의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최근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역시 이 규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 보유나 거래를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명문화된 게 없다. 현재 이뤄지는 규제나 제재는 공익 차원에서 또는 부동산 거래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강제라는 점에서 위헌의 시비도 크지 않다.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개인의 토지 보유나 거래를 소극적·제한적으로 규제하는 토지공개념인 셈이다. 개헌안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때에만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 부과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행 규정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국가의 재량권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상위 5%가 전체 토지의 65%를 소유, 부의 편중이 커지고 투기화하는 것을 막고자 부동산 과다 보유에 따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이나 정책을 제정, 집행할 수 있게 헌법에 명문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국유지 비율이 23%에 불과해 서민 주거 안정을 사적 임대주택시장에 의존하거나 공공사업 추진에 애를 먹는 것을 줄여 보려는 취지도 엿보인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조 수석은 ‘토지공개념 강화를 언급하면서 불평등을 거론했는데 평등권이 자유권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자유와 평등 중 무엇이 우위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 119조 1항은 시장자유를, 2항은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규범 조화적으로 해석될 것이다. 판례나 입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공개념 확대, 경제민주화 힘 받을 듯 과거에도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이 제정됐었다. 1989년 택지소유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3법’이 제정됐지만 개발이익환수제를 뺀 2개의 법률은 위헌 결정으로 폐기됐다. 조 수석도 “현행 헌법에서도 해석상의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지만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 판결,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을 확대하고 구체적으로 헌법에 못박으면 관련 법률 제정 과정에서 위헌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소극적·제한적 의미의 토지공개념이 아닌 적극적·확장적 의미의 토지공개념을 적용, 위헌 시비에서 벗어나 각종 부동산 규제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는 길이 넓어지는 것이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보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토지 보유의 편중을 줄이고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법률 제정이나 정책 집행이 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부동산 규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확대 해석하면 택지소유에 관한 법률처럼 개인의 토지 보유·이용을 일정 한도에서 제한하는 법률 제정의 근거도 마련할 수 있다.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지역상권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등 사유재산권을 일정 부분 규제하고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드는 근거도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보유세 개편 작업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조 수석은 ‘개헌이 성공할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 등 토지 규제를 추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나’라는 물음에 “국회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법률을 어떻게 만들지에 달린 것”이라고 답했다. ●이념 논쟁 확산, 구체적 명문화 걸림돌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그대로 해석하면 개인의 토지와 주택을 공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기반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선언적 규정이라고 해도 이를 근거로 이념에 치우친 법률 제정 가능성도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토지를 소유한다는 뜻이며 심하게는 주택거래 허가제까지 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표 대결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청회 등 충분한 여론 수렴은 물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에 대한 법리 논쟁에서 벗어나 자칫 이념 논쟁으로 번지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헌 자체가 무산되거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 검토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헌법에 세세한 것을 담으려고 하면 이념 논쟁을 불러오고 첫발도 떼지 못한다”면서 “헌법에는 선언적 의미의 개념만 담고 공공의 필요에 따른 규제나 제약은 사회적 합의와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거쳐 개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MB 구속영장 가닥] 빗속 쓸쓸한 귀갓길… “사업가 출신이라 골수 지지자 적어”

    [MB 구속영장 가닥] 빗속 쓸쓸한 귀갓길… “사업가 출신이라 골수 지지자 적어”

    전날처럼 응원 나온 지지자 없어 MB “잘 대처했다 걱정하지 말라” MB 자택 유인촌·맹형규 등 맞이 퇴임 5년 지나 지지자 감소 분석이명박(MB) 전 대통령은 15일 아침 6시 25분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와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 25분쯤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지 21시간 만이다. 날짜가 바뀌었고, 오랜 조사에 이 전 대통령의 얼굴도 상당히 초췌하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응원하러 나온 지지자들이 없었다는 점은 전날과 똑같았다. 내리는 빗방울은 그의 귀갓길을 더욱 쓸쓸하게 보이게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중앙지검을 떠났다. “심경 한 말씀 해 달라”, “다스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는 민중민주당 당원 1명만이 전날에 이어 ‘이명박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내보이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동기 전 민정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모여 이 전 대통령의 귀가를 맞았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의 짧은 환담회에서 “검찰 조사 잘 받았고 잘 대처했다. 충분히 소명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소환길 풍경이 대규모 지지자들로 몸살을 앓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 당시 풍경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유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우파층’, 노 전 대통령은 ‘진보·좌파층’을 중심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경제’와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사업가 출신이었던 까닭에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골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주장한 실용주의는 사실 중도와 비슷해 특정 진영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5년이 흘러 지지의 연속성 측면에서 지지자 수의 절대량이 감소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1년 만에,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된 지 11일 만에 검찰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어 지지 열기가 그대로 ‘소환길 응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안양박물관, ‘도자’ 단 하나 주제로 1년간 역사문화강좌 진행

    경기도 안양시에서 도예 애호가에게 특별하고, 수준 높은 역사강좌가 1년 동안 열린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안양박물관은 오는 21일부터 ‘역사문화토크-도자’ 상반기 강좌를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이 강좌는 도기, 자기, 토기 등을 통틀어 이르는 ‘도자’라는 단 하나의 주제를 갖고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된다. 매주 수요일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이론강의가 열리고 체험·현장답사 기회도 제공된다. 상반기에는 한국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우리 도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선사시대~삼국시대 토기, 고려청자, 조선시대 분청자와 백자, 근대 자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5월 9일까자 8차례 강의가 열린다. 먼저 ‘선사시대 토기의 출현과 변천’을 주제로 이형원 학예연구사(한신대학교박물관)가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한다. 이어 ‘원삼국~삼국시대 토기의 이해’(김무중 중원문화재연구원장), ‘고려청자의 세계’(윤용이 명지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좌교수), ‘분장, 변화의 시대를 담다’(박경자 청주공항 문화재감정관실 감정위원),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방병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한국 근대 도자의 명암’(엄승희 이화여대 도예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각 주제와 관련 서울·경기 일대 유적과 박물관을 답사하고, 직접 그릇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통해 도자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수강생 40명을 오는 21일까지 인터넷으로 선착순 모집한다. 수강료는 체험과 답사비를 포함해 12만원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 담당자는 “한 주제로 일 년 동안 한국사와 세계사를 살펴보는 특별한 강좌”라며 “이를 통해 도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대학가 제보 공론화… 공동행동… 8일은 #미투 정점 찍는 날

    동국대, 카톡오픈방 열어 피해 상담 고려대는 대자보 붙여 규탄 목소리 주요대 총학들 ‘미투 지지’ 연대 성명 여성의 날엔 신촌 등서 거리행진도 檢 “이윤택, 경찰 성폭력수사대서 수사” 교육부, 고은 詩 교과서 삭제 본격 추진 박재동 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직 사퇴 대학가에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일로다. 집단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2일 학내 교수들에 대한 미투 운동을 학생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주 부총여학생회장은 “현재 동국대 교수 2명을 상대로 고발할 사안이 확인됐고,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추가 제보를 받아 제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론화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여학생회는 또 미투 운동만을 위한 대나무숲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성폭력 피해 제보와 상담을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열기로 했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미투 운동은 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낸 용기로 연대해 더 성평등한 대학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미투 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는 학내 대자보를 통해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가해자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동국대와 중앙대 등도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등에서 대학생 공동행동에 나선다. 중앙대 박지수 성평등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를 중심으로 진행하려다 최근 성폭력 고발이 늘고 있기 때문에 대학과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 학생신문인 이대학보는 교내 학생들이 경험한 성차별 사례를 모아 학보에 익명으로 게재할 계획이다. 각 대학의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글이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명지대 뮤지컬학과의 한 재학생은 대나무숲에 “술자리에서 뽀뽀, 터치, 성적 발언 등 선배·후배·동기 그리고 제가 당한 것들은 입에 올리기 싫을 만큼 추잡스럽고 교묘했다”고 썼다. 한편 경찰은 연극연출가 이윤택(66)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 이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16명의 집단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를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에 맡겼다. 최근 홍익대 교수로 임용된 연희단거리패 김소희(48) 대표는 이씨의 성폭력을 방관 또는 조력했다는 의혹으로 강의에서 배제됐다. 학교 측은 “김 대표가 수업을 맡아도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예상돼 일단 교수 직무를 정지했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신속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사만화가 박재동(66) 화백은 자신의 성추행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사단법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교육부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85)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 구하기/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 구하기/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 과거 독일 나치당의 공식 명칭이다. 히틀러마저도 사회주의의 명칭을 도용해야 했을 정도로 당시에는 대량 실업과 빈곤을 가져다준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대안이 사회주의라 생각했다. 전쟁으로 치달을 때까지 독일 경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사학파의 이데올로기적 정당화에 힘입어 최고 4000개로 추정되는 카르텔로 조직돼 있었다. 패전 후 몰수당할 뻔한 이들을 구제해 준 것이 동서 냉전과 사회적 시장경제였다. 냉전은 서독 경제의 부흥을 담은 마셜플랜의 명분이었다. 분단과 반자본주의의 시대정신으로 인해 서독에 ‘제3의 길’ 선택은 불가피했다. 콘체른과 카르텔은 해체됐고 개별 대기업들은 노조는 물론 연합국이 요구하는 경제민주주의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 국가는 시장에서 경쟁 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독과점 규제를 시행했다. 이후 효율성과 형평성의 동시 달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가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경제민주화 개헌을 둘러싸고 예상대로 색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끌어내고 개헌에 추진력을 가져다준 ‘촛불혁명’의 직접적인 ‘배후세력’은 국정농단, 정경유착이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정치권력과 재벌에게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권력의 합작품이 바로 정경유착이다. 이 정경유착이 한국 시장경제에는 최대의 적이다. 이 적을 물리치려면 정치권력의 분산과 경제권력의 규제와 분산이라는 두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패전 후 독일이 선택한 경로와 아주 유사하다. 독일은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연방제 법치국가”를 통해 정치권력을 분산했고 경제민주주의를 통해 경제권력을 제어했다. 국내 개헌 논의에서 우려되는 바는 정치권력의 분산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데 반해 경제권력의 분산에 대해서는 합의는 물론 사실에 기초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지와 지방분권에 관심을 집중할 뿐 경제 헌법 개정에는 별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런데 당장 정치권력은 분산되는데 경제권력의 집중은 지금처럼 계속 방치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권력이 정치마저 좌지우지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소비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보장되며 정경유착과 일체의 특권은 사라지고 공정한 실적 경쟁이 활발한 경제, 노사가 대등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은 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갑질’ 없이 촉진되고 대기업들의 담합이 근절된 경제, 이것이 시장경제다. 이러한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와 조정”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최소한의 책무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민주화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에 대한 국내 일부 보수 논객과 정치인들의 사회주의 비난은 “공동결정제는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위대한 업적”이라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공개 선언으로 충분히 반박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식 개헌’이라는 비판을 위한 또 다른 빌미가 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도 지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원칙이다. 이는 시장경제의 근간인 ‘일물일가의 법칙’을 노동시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언론이 즐겨 내세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묻지마’식 비방은 ‘사회적 경제’를 ‘사회주의적 경제’로 잘못 읽는 데서 거의 절정에 이른다. 고용과 환경보호, 지역 균형발전을 고민하는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포용적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의제로 공인한 사회적 경제가 한국에서는 색깔론에 휘말리고 있다. 시장경제를 옹호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과 노동이 존중받는 경제민주화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없다. 그러므로 새 헌법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로 바꾸어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없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 유홍준 한국문화특강… 다시 ‘인문학 ’ 강북

    서울 강북구가 다음달 17일 인문학 강의 ‘한국문화특강’을 개최한다. 강북구는 7일 “강북문화예술회관 1층 대공연장에서 ‘어두운 오늘을 찬란한 미래로 바꿔 줄 역사의 힘’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개최한다”면서 “이번 강의는 지역 주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명사와의 만남을 통해 일상의 작은 행복을 더해 주고자 마련됐다”고 밝혔다. 특강 강사는 유홍준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다. 그는 강의에서 대내외적 변혁의 시기를 헤쳐 나갔던 선조들의 지혜를 전할 예정이다. 유 교수는 예술과 인문학에 정통한 한국의 대표 문화 지식인이다. 영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로 “박경리의 토지가 한국의 정신적 국민총생산(GNP)를 올려놨다면 유홍준은 대한민국의 면적을 열 배는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문화특강은 2016년부터 분기별로 열린다. 직장인, 워킹맘, 학생 등을 배려해 토요일에 열리며 강북구민 누구나 별도의 신청 없이 참여 가능하다. 매회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초빙하고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는 구의 대표적인 평생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을 비롯해 의학박사 홍혜걸씨, 전문강사 김창옥씨,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강사로 초청돼 강좌를 펼쳤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이번 강의를 통해 우리만의 전통과 문화를 이뤄 온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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