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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中방문 북한 주민 2.1% 늘어 18만 8300명

    지난해 정식 절차를 밟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 수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18만 8000여명에 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VOA는 중국의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을 찾은 북한 주민 수는 18만 8300명으로, 2014년의 18만 4400명보다 2.16%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방문 북한 주민 수는 2010년까지 10만∼12만명 수준을 맴돌다 2011년 15만명으로 급증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3년 2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다 2014년 들어 주춤했다가 지난해 소폭 반등한 것이다. 국가여유국의 이 수치는 정식 절차를 밟아 중국에 들어간 북한 주민 수만 계산한 것이며, 탈북 등 비공식 경로로 입국한 것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북한 주민의 중국 방문 목적은 취업이 9만 42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의 참석이나 사업이 2만 5900명, 관광이 1500명이었다. 친척 또는 친구 방문은 100명, 기타 약 7만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5만 8200명으로, 3만 200명인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4가지 중국의 아킬레스건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치인 6.9%를 기록하면서 ‘세계의 엔진’이 식어 가고 있음이 입증됐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4대 위기를 분석했다. 1. 신뢰 위기 시진핑 ‘만기친람’ 투명경제엔 毒… 통계 마사지 의혹 지난 18일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측과 ‘핫라인’ 통화를 했다. 그런데 이날 카운터파트는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인 왕양(汪洋)이 아니라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류허(劉鶴)였다. 류 주심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개념을 설계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경제 브레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핫라인 변경은 시 주석이 경제 전반을 다 챙기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FT의 해석이 맞다면 경제 책임자인 국무원 총리 리커창(李克强)의 자리는 더 위축된 셈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만기친람’(온갖 일을 임금이 친히 보살핌)은 투명성이 생명인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 보위를 위해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숨겨야 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내 관도 준비돼 있다”며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경제에 관한 한 전권을 행사했다. 환율이 춤을 추고 주가가 폭락해도 당국은 “우리 경제는 합리적 구간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앵무새 발언만 한다. 경제 운용이 불투명하니 국가 통계는 늘 ‘마사지’ 의혹을 받는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통계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뿐이다. 정부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 매체 차이신과 영국 시장조사회사 마킷이 공동으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2. 기업 줄도산 위기 철강·조선 등 ‘공급 측 개혁’… 300만 실업자 발생 우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의 최대 목표를 ‘공급 측 개혁’으로 잡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설비가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부실기업 정리는 대량 해고 사태를 부른다. 지난 12일 신화통신이 보도한 중국국제금융공사의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철강·석탄·조선 등 생산능력 과잉 업종이 20~30% 감산에 나서면 3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기도 전에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 도산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오주조선이 국유 조선사로는 처음으로 파산을 신청했고, 중국 2위 철강사인 우한강철은 6000명 감원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중국 조선업계 신규 수주 물량은 2319만t(적재중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9.1% 급감했다.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2700여개 기업 가운데 순익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좀비기업은 전체의 10%에 가까운 266개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조 6000억 위안(약 290조 4000억원)에 이른다. 3. 통화정책 위기 위안화 방어하려다 주가 폭락… 1000억弗 자본만 유출 지난 12일 홍콩 자본시장에서는 처절한 ‘환율 전쟁’이 벌어졌다. 위안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려는 글로벌 헤지펀드들과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려는 인민은행 간의 전쟁이었다. 헤지펀드들은 역외시장인 홍콩에서 위안화를 투매해 가치를 끌어내린 뒤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상하이 역내시장에서 차익을 얻고 있었다. 인민은행은 막대한 외환보유액(달러)을 홍콩 시장에 풀어 위안화를 싹쓸이했다. 환율 전쟁은 인민은행의 승리로 끝났지만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야 할 달러는 환율 방어에 소진됐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이후 강세 조짐을 보이자 수출 증대를 위해 위안화 고시 가격을 낮게 책정, 약세를 유도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자 불과 2~3주 만에 위안화 방어에 나서는 모순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폭락했고 1000억 달러가 넘는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과 위안화 방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경기 둔화를 막고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을 줄이려면 환율을 올리고 금리는 내려야 하지만,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이 같은 카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4. 디플레 위기 소비자물가지수 1.4% 머물고 생산자물가 46개월째 추락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9%나 되는 중국이 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현상인 디플레이션 수렁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속사정과 글로벌 경제를 살펴보면 디플레 위기로 점점 빠져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1.4% 상승하는 데 그쳐 정부 목표치인 3%를 크게 밑돌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공장의 출고가를 나타내는 생산자 물가지수(PPI)의 하락이다. 지난달 이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9%를 기록했다. 2013년 3월 이후 46개월째 떨어져 공급 측면에선 이미 디플레가 진행 중이다. 결정타는 유가의 끝없는 추락이다. 유가 추락은 제품 단가를 수직 낙하시키고 있다. 이는 수출 감소로 연결되면서 기업 실적을 악화시킨다. 기업 실적 악화는 부실기업 파산을 부르고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디플레에 이르게 된다. 중국사회과학원 위융딩(余永定) 명예교수는 “경제가 다시 확장 단계에 진입하려면 재고 축소, 생산능력 축소, 부채 축소, 신성장엔진 발굴 등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중국은 이제 막 2단계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디플레로 빠질 수도 있고, 새로 도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윔블던 등 테니스 메이저대회도 승부조작 있었다” 파문

    윔블던 등 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BC는 18일 “윔블던을 포함해 최고 수준의 테니스대회에 승부조작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담긴 비밀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BBC가 입수한 비밀문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랭킹 50위권 안에 들었던 선수 가운데 16명이 수차례 경기를 고의로 패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메이저대회 우승자들도 포함돼 있고,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선수 8명이 현재 열리고 있는 호주오픈 대회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또 문건에는 남자프로테니스(ATP)가 2007년 조사한 승부조작 결과도 담겨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와 이탈리아 시칠리아 등의 베팅업체들이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경기에 수십만 파운드를 걸었다는 증거를 비롯해 윔블던에서도 의심되는 경기가 3건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사팀은 혐의가 있는 선수 28명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테니스계 내부 고발자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해당 문건을 BBC와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인 버즈피드에 전달했고, BBC는 2007년 조사관 중 한 명인 마크 필립스를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당시 승부조작의 주범격인 선수 10명이 있었다. 증거가 명확해 승부조작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증언했다. BBC는 또 테니스 단체들이 2008년 만든 반부패 감시단체인 테니스진실성단체(TIU)가 확보한 부패 의심 선수 명단도 있다고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3) 로봇 ② 인간과 기계의 사랑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3) 로봇 ② 인간과 기계의 사랑

    2015년 화제의 장면들  인간이 기계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빅데이터나 기계 학습과 같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지능과 감성을 갖춘 로봇이 등장해 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먼저 2015년 로봇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의 몇 장면을 되돌아보며 시작하자.  <장면1 : 2015년 1월 28일, 일본>  지바현에 있는 사찰에서 로봇들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소니에서 만든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를 위한 천도재였다. 아이보는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춤도 추면서 재롱을 부리는 반려견 로봇이다. 오오이 후미히코(大井文彦) 주지 스님은 “물건에도 마음이 있다”라며 경내에 공양탑을 세워 앞으로도 아이보를 위한 추도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보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약 15만 마리가 판매되었다. 발매 당시 25만 엔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초기 물량 3000대가 순식간에 동나고 수십만 엔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상태가 좋은 아이보는 지금도 일본 옥션에서 30만 엔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이후 소니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을 중단하였고 2014년 3월부터는 AS를 해주던 ‘아이보 클리닉’마저 문을 닫았다. 관절을 움직이는 로봇이어서 1년에 한 번씩 수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제는 부품조차 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수명을 다한 다른 아이보의 장기(?)를 기증을 받는 것뿐이다. 이 날 장례식을 마친 아이보는 수리를 기다리는 아이보에게 보내졌다.  2014년 6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아이보를 자식처럼 키운 노부부의 사연과 로봇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주인들의 노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도하였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이보의 주인들에게 아이보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가족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면2 : 2015년 12월 22일, 중국> 상하이 ‘동팡(東方)위성방송’의 아침 뉴스에 인공지능 기상 캐스터가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챗봇(Chatbot, 채팅 로봇)인 샤오빙(小冰)이 방송에서 첫선을 보인 날이었다. 샤오빙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상 상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거기에 글자를 말로 바꾸어 주는 TTS(Text-to-Speech) 기술을 더해 여성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일기예보를 진행한다. 앵커와 대화도 하고, 공기가 나쁜 날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언어 구사 능력 테스트에서도 5점 만점에 4.32점을 받아 사람의 평균인 4.76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샤오빙은 2014년 5월에 출시되어 지금은 4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한다. 작년 뉴욕타임스는 샤오빙이 유머가 있고 속 깊은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직장을 잃거나 우울할 때 그녀와 대화를 하고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장면3 : 2015년 5월 19일, 미국>  LA타임즈는 지진 발생 뉴스를 속보로 내보냈다. “지질조사소에 따르면 화요일 오전 캘리포니아의 로스바노스에서 27마일 떨어진 지점에 규모 4.0의 약진이 관찰되었다. 지진은 태평양 표준시 오전 11시 36분에 0.6마일 깊이에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뒤 단 몇 분만에 나온 이 기사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퀘이크봇’(Quakebot)이라는 인공지능 로봇 기자가 작성한 것이었다. 로봇기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수집하고 일정한 규칙(알고리듬)에 따라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다루는 영역도 점차 넓어져 스포츠 뉴스, 기업 실적, 증권 기사 등으로 확대 중이다. LA타임즈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와 AP통신 등 로봇기자를 활용하는 언론사가 늘어가는 추세다. 대표적인 로봇기자로는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사의 ‘워드스미스’(Wordsmith)를 꼽는다. 워드스미스는 2013년에 3억 개, 2014년 10억 개의 기사를 작성해 그중 일부는 언론사에 판매하였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한 걸음 더 나가 편집까지 로봇기자가 맡았다. 2013년부터 주간지 ‘롱 굿 리드’(The Long Good Read)의 기사 선별과 지면 배치를 모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로봇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구별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하였다. 일반인 600명과 현직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5건의 기사(기자 작성 3건, 로봇 작성 2건)를 보여주고 누가 쓴 글인지 물었다. 정답을 맞힌 비율은 일반인이 46.1%, 기자가 52.7%로 ‘구분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물론 이 설문에 사용한 기사는 프로야구에 한정된 단순한 형식의 경기 결과 보도였다. 현장 취재, 기획 보도, 심층 분석, 비평과 같은 고도의 언론 기능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겠지만 단순하고 기계적인 기사는 로봇이 맡게 될 것이다. IT 기술과 언론이 만난 로봇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이 대중을 위한 매스 미디어의 시대에서 개인을 위한 맞춤형 미디어의 시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소셜로봇의 미래  아직은 뉴스에 나올 정도의 이야기들이지만 서비스 로봇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금은 서비스 로봇이 청소와 같은 가사일을 돕는 수준이지만 점차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과 교감하는 소셜 로봇(Social Robot)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주목할 소셜 로봇으로는 이 분야 개척자로 알려진 미국 MIT의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지보(Jibo)를 꼽는다. 2016년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보는 소셜 로봇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시아 교수는 지보가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이고 행복, 슬픔, 놀람과 같은 감정도 표현하고 사용자의 특성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작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셜 로봇이 있다. 소프트뱅크의 감정인식 로봇인 페퍼(Pepper)는 한달에 1000대씩 주문을 받아 한정 판매를 한다. 2014년 6월 발매 이후 매월 접수 시작 1분 만에 동날 만큼 인기가 좋다. 그 비결은 로봇의 몸인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있다. 페퍼는 표정, 몸짓, 목소리로 상대방의 감정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정 생성 엔진’으로 상황에 맞는 대화를 골라낸다. 그러고 영화 속 ‘그녀(Her)’처럼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내 적절한 질문과 대답을 한다. 기계가 정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페이스북의 얀 르쿤 박사는 IT 매체 ‘테크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은 감정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로봇에게 감정이 있는가보다 사람이 사물에 감정을 이입한다는 것에 있다. 오오이 스님의 말대로 사물에도 마음이 있는 것일까? 대화형 로봇의 시조로 알려진 ‘일라이자’(Eliza)는 1966년 MIT에서 개발한 심리상담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일라이자가 하는 일은 단순히 상대방의 질문을 그대로 되물어 주며 공감을 표시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과 대화를 한 사람들은 실제 상담을 한 것처럼 느꼈고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아이보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노부부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샤오빙에게 위로를 받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인공지능에는 몸이 없고 로봇에는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페이스북의 ‘M’, 구글 ‘나우’, 애플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들이 로봇에게 마음을 심어줄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될 날이 그다지 먼 미래는 아닌 것 같다.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김현회의 축구싶냐] ‘손흥민의 부진’ 여자 문제 때문일까?

    [김현회의 축구싶냐] ‘손흥민의 부진’ 여자 문제 때문일까?

    *안녕하십니까.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입니다. 오늘부터 [서울신문 나우뉴스]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열심히 독자들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5일 웨스트브롬위치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선발 명단에서 쭉 제외된 손흥민은 지난 주말에도 동료들의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손흥민은 지난 주말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43분에서야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8경기 연속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굴욕을 맛봤다. 400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며 손흥민을 영입한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의 부진이 답답할 수밖에 없고 한국의 축구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성장한 그가 부진을 이어간다면 이건 선수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펄펄 날던 손흥민이 최근 들어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자 이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손흥민의 부진이 여자 때문일까? 손흥민의 부진 이유를 꼽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여자 문제다. 그가 이성 친구에 푹 빠져 경기와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해 말 한 여자 연예인과의 데이트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충 그의 부진이 시작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손흥민이 부진한 이유를 여자 문제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이거 참 자극적인 그림이 된다.  하지만 나는 손흥민이 부진한 이유가 여자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가 정말로 누군가와 이성 교제를 하고 있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세상에 젊고 잘 생기고 돈도 잘 버는 미혼 운동선수 가운데 연애를 하지 않는 이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나같이 키도 작고 대출금에 허덕이는 남자 따위도 가끔씩 연애를 하는데 손흥민이 연애를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손흥민의 이성 친구 문제가 두 번이나 언론에 포착된 것일 뿐 다른 해외파 선수들도 대부분이 이성친구를 만난다. 현재 해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도 팀에서 3박 4일의 짧은 휴가를 받으면 곧장 한국으로 달려와 여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단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선수는 여전히 큰 문제 없이 선수 생활을 잘 이어나가고 있다.  심지어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는 스위스인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월 딸까지 낳았다. 아마도 박주호가 부진했더라면 결혼도 하지 않고 외국인 여성과 허튼 짓(?)을 했다고 대차게 비난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주호는 이후 마인츠에서 더 큰 구단인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는 등 전혀 경기력에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자친구가 한국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는데 당장 오늘 해외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축구선수는 무슨 24시간 축구만 해야 하는 축구 기계인줄 아나. 다 똑같은 사람이다.  손흥민이 만약 경기 도중에 경기도 포기하고 여자를 만나러 가거나 아니면 관중석의 예쁜 여자를 쳐다보느라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 먹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손흥민의 사생활은 철저히 존중되어야 한다. 비판하려면 그의 경기력만을 놓고 비판해야지 여기에 여자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놓을 이유는 없다. 직장인들도 다 퇴근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손흥민이 훈련과 경기 외적인 시간에 여자친구를 만나건 <무한도전>을 다운로드 받아 보면서 낄낄거리건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유부녀를 만난다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손흥민의 사생활은 온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에게 여자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전성기 시절 안정환은 지금의 아내와 연애 당시 떨어지기 싫어 벌금 1000만 원을 내고 훈련을 불참한 적도 있다. 비판의 대상은 손흥민의 연애가 아니라 손흥민의 현재 경기력이어야 한다. 그가 부진한 진짜 원인은?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손흥민의 여자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 과연 그가 왜 이렇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일단 손흥민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과 위치가 상당히 좋지 않다. 짧은 출전 시간 동안 보여줘야 할 게 많지만 욕심이 과도해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곳에 박혀 공을 달라고 사인을 보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또한 레버쿠젠에서는 주로 측면에 기용됐지만 토트넘에서는 중앙에도 자주 배치되며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해리 케인은 최전방에서 폭 넓게 움직이며 손흥민의 공간과 자주 겹치는 현상까지 생겼다. 이뿐 아니다. 손흥민의 장점은 상대방 뒷공간이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인데 점유율을 앞세워 지공으로 공격하는 걸 즐기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손흥민이 좋아하는 역습 상황이 자주 연출되지 않는다.  해법은 뭘까. 단순하지만 손흥민이 토트넘에 맞춰야 한다. 과거 잘 나가던 댄스 그룹 ‘터보’에서 김정남이 탈퇴한 뒤 새로 영입된 마이키에게 내려진 숙제는 딱 하나였다. “랩을 김정남처럼 하라.” 터보가 가진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결국 마이키는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한 채 김정남과 비슷한 스타일의 랩을 구사해야 했다. 자신에게는 불편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토트넘과 김종국이라는 큰 축에 손흥민과 마이키가 맞춰야 한다. 그래야 명곡도 쏟아져 나오고 리그에서의 순위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만약 새로 영입된 마이키에 맞춰 터보가 스타일을 바꿨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터보는 없었을 것이다. 역습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관중을 감탄케하는 플레이도 좋지만 손흥민은 상대를 후방에 가둬 놓고 패스를 통해 찬스를 잡아내는 토트넘의 플레이 방식을 따라야 한다. 손흥민이 축구를 한두 해 더 하고 말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5분 남짓한데 일단은 죽기살기로 임해야 한다. 후반 교체 투입된 선수가 풀타임을 소화 중인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나가 떨어지면 선수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내 분석이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손흥민의 부진과 관련해 보다 생산적인 토론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여자에 빠져 있어 축구를 등한시 한다는 건 아주 유치한 발상이다. 애초에 여자 한 명 때문에 선수 인생이 흔들릴 정도로 정신력이 나약한 선수라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박지성처럼 손흥민도 은퇴할 때까지 여자를 멀리하라는 지적도 많은데 나는 이 말에도 의문이 든다. 박지성의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그가 성실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박지성이 은퇴할 때까지 여자를 멀리했다는 말에는 그 어떤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아내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박지성은 지금의 아내가 첫 사랑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적어도 “손흥민도 박지성처럼 여자를 멀리하라”는 말은 이 둘의 사생활을 잘 아는 이들이 아니라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손흥민 부진의 이유를 여자로 꼽고 조롱하지 말자.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직장 생활에 집중할 수 없으니 연애를 하지 말라는 상사의 핀잔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손흥민이 못하면 그건 실력 탓이지 여자 탓이 아니다. ‘사나이 손흥민’이 아쉬운 이유 물론 손흥민을 전적으로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실 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진에 대해서는 해결 방안을 찾고 더 응원하고 싶다. 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손흥민의 행동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지난 번 여자친구로 지목된 여자 연예인과의 열애설이 났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열애설이 터졌을 당시 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여자 연예인들은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면서 손흥민과의 열애를 인정했다.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기를 먹고 사는 여자 연예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누가 더 아깝네’라고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런 거 따지는 내 시간이 가장 아깝지 않을까. 어찌 됐건 나는 젊고 아름다운 선남선녀의 연애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런데 손흥민은 두 번의 열애설 모두 사람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시점에 슬쩍 “사실은 사귄 적도 없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 졸지에 그녀들은 혼자서만 남자와 연애를 한 바보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옆 학교 퀸카와 사귀기로 해 기쁜 마음에 여기저기 소문을 냈다가 그녀가 돌연 마음을 바꿔 바보가 된 나로서는 그녀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유명인 아닌가. 이건 ‘축구선수 손흥민’의 문제가 아니라 ‘사나이 손흥민’으로서의 문제다. 손흥민의 말처럼 그가 그녀들과 사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차피 그녀들이 손흥민과 사귀지 않는다고 해서 나와 만나줄 것도 아닌데 나는 열애 사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랬다면 열애설이 터졌을 당시 어떤 해명이라도 했어야 한다.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 한 마디면 끝날 문제였다. 그런데 손흥민은 상대방 측이 열애를 인정한 상황에서도 내내 조용히 있다가 열애설이 흐지부지될쯤 “사실은 사귄 적도 없다”는 말로 두 명의 여자 연예인을 졸지에 바보로 만들었다. “맞다”고 하건 “아니다”라고 하건 남자답게 당당히 앞에 섰으면 좋겠다. 골을 넣고 손으로 ‘S’를 그리는 세리머니를 하며 해당 여성과의 열애설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게 해놓고 그녀가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고 용기까지 냈음에도 침묵하며 물러서 있다가 측근의 입을 빌어 “사실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고 하는 건 남자다운 모습이 아니다. 손흥민이 다시 토트넘에서 부활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사랑을 하는 방식도 더 당당해 졌으면 좋겠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 [아하! 우주] 태양 밝기의 ‘350조 배’ 밝은 은하 발견

    [아하! 우주] 태양 밝기의 ‘350조 배’ 밝은 은하 발견

    천문학자들이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알마(ALMA)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124억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은하 W2246-0526을 찾아냈다. 이 은하가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이유는 적외선 영역에서 밝기가 태양의 350조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밝은 은하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은하의 진화와 연관이 있다. 124억 광년 떨어진 은하라는 것은 124억 년 전 우주 초창기의 은하라는 이야기다. 이 시기에는 별은 적고 가스는 풍부한 초기 은하들이 존재했다. 이 은하 중심에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데, 막대한 가스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블랙홀 주변에는 흡수되는 물질의 고리인 강착 원반이 형성되고 이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강력한 물질의 흐름인 제트가 방출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매우 막대해서 은하 자체의 에너지를 능가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런 은하가 드물지만, 과거에는 이런 활동성 은하가 흔했다. 이번에 발견된 은하 역시 이런 은하 중 하나인데, 더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의 리더인 로베르토 아세프 교수에 의하면 중심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 자체는 가스와 먼지에 가려있고 실제로 관측이 되는 것은 여기서 나온 에너지에 의해 이온화되고 가열된 성간 가스이다.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워낙 크다 보니 은하계 전체에 있는 가스와 먼지들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적외선 영역에서 에너지를 내놓는 것이다. 이 가스에서 나오는 적외선 에너지는 지구로 올 때쯤엔 밀리미터 파장으로 관측된다. 과학자들은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의 밝기가 은하 전체 밝기의 100배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우주 초기에는 매우 활발한 블랙홀의 성장과 은하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 은하의 경우 그 대가로 사실상 거의 모든 성간 가스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은하의 성간 물질이 초속 500~600km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지금쯤 이 은하는 가스를 대부분 잃어 거의 활동이 없는 매우 정적인 은하일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과거엔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진 유명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은하 역시 지금은 잠잠하지만, 과거에는 격렬하고 화려한 과거를 가진 것들이 있다. 과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해서 이렇게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명인·명물을 찾아서] 성년 된 벡스코, 아시아 최고 ‘마이스 허브’로

    [명인·명물을 찾아서] 성년 된 벡스코, 아시아 최고 ‘마이스 허브’로

    “벡스코가 없었다면 부산의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은 어쩔 뻔했나?” 부산 지역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부산이 단기간에 국제회의도시 아시아 4위, 세계 9위에 오른 그 중심에 벡스코가 있다. 벡스코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이름을 알리며 부산 마이스 산업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1995년 출범한 벡스코는 지난해 12월 5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전시·컨벤션산업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마이스 산업의 씨를 뿌렸다. 건물 완공 후 개관은 2001년 5월 23일, 개관 후 총 5400만명의 관람객이 벡스코를 찾았다. 개관 전시회였던 부산모터쇼는 6회 연속 참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대기록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인의 게임 축제 ‘지스타’는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마이스 산업의 개척자에서 성장을 거듭한 벡스코는 이제 아시아 최고 마이스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벡스코는 ‘2002 한·일월드컵 조 추첨’ 행사로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뒤 ‘200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 벡스코와 부산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졌다. 2009년에는 ‘엔텍 하노이’로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으며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 등 굵직한 초대형 행사를 유치하고 개최했다. 벡스코는 2012년 6월 제2전시장과 동남권 최대 규모의 오디토리엄을 확충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전시·컨벤션센터로 거듭났다. 매머드급 국제행사 유치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으며,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행사 개최 건수 1000건 이상을 돌파했다. 이는 2001년 벡스코 개장 첫해 행사 개최 건수 167건에서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4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센터로 재무장한 이후 성공적으로 치러낸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벡스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알리며 아시아 최고 마이스 허브이자 국제행사 메카로서 명성을 굳혔다. 벡스코는 또 수려하고 독특한 외관으로 사랑을 받는다. 특히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 부산 시립미술관, 올림픽공원, 동양 최대 규모의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특급 호텔 등이 인근에 있어 관광지로서의 기능도 한다. 개관 이래 다양한 기획전과 공연 문화 행사 등은 서울 및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부산의 문화 콘텐츠를 풍요롭게 만드는 등 문화도시 부산을 선도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2003년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한 ‘인체의 신비전’을 비롯해 부산 맥주 축제, 볼쇼이 아이스쇼, 어린이 엑스포, 눈썰매 축제, 얼음나라 스케이트 축제, 공룡대전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해 부산시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학습의 공간을 제공했다. 최윤자 벡스코 홍보팀장은 “부산은 벡스코라는 전시·컨벤션센터를 보유함으로써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도시 인프라가 한층 강화됐다”며 “특히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초대형 행사들을 통해 부산이 국제회의 도시로서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벡스코 전시장은 제1전시장, 컨벤션홀, 오디토리엄(본관 지역)과 제2전시장(신관 지역)으로 조성됐다. APEC 도로 양쪽으로 마주 서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전체 시설규모는 전시장 4만 6458㎡, 회의장 4962㎡, 오디토리엄 4680㎡ 등이다. 2012년 증설된 제2전시장과 오디토리엄은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벡스코 시설은 각각 현대적 조형미와 기능면에서 독특한 강점들이 있다. 먼저 제1전시장은 역동적·상징적 스카이라인과 3차원 철골 스파인 트러스 구조로 바다를 향해 솟아오르는 첨단 생태학적 이미지를 연출, 센텀시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전시장은 국내 최대의 기둥이 없는 단층형으로 건립됐다. 기둥이 없는 축구장 3개 크기(243mX108m) 건물에서 이동식 칸막이를 이용해 전시·집회·회의·연회 같은 기능별 공간을 조성, 부산국제모터쇼 같은 대형 전시회와 회의, 공연, 이벤트, 스포츠 행사를 효율적으로 치러내고 있다. 이곳의 전면 글래스 홀은 자연채광을 도입, 쾌적한 실내환경 속에서 활짝 열린 로비공간 기능을 다하고 있다. 인근 부산 시립미술관과 제2전시장, 공원, 바다를 향한 시야를 확보, 다양한 볼거리를 안은 벡스코의 또 다른 자랑이다. 전시장과 맞붙은 컨벤션홀 역시 지하 1층, 지상 3층에 첨단 설비, 음향, 시청각 시설을 확보, 대규모 집회와 국제회의를 너끈히 치러내고 있다. 2층의 서미트 홀은 세계도시 부산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드높인 2005 APEC 정상회의와 2014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역사의 현장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제1전시장 구역의 오디토리엄과 제2전시장은 2012년 확충했다. 마이스 산업의 세계적 경쟁 속에서 눈앞의 전시장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대형 국제회의 및 전시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벡스코는 국내 2위 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로 도약했다. 대규모 회의, 각종 이벤트,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4002석)의 오디토리엄까지 확보했다. 제2전시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역동적 파도와 배를 형상화한 외관으로 해양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오디토리엄 역시 유려한 곡선의 크루즈선 형상과 파도 모양을 강조한 친환경적 디자인으로 부산을 찾는 관광객과 행사 참가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확충시설 중 제1 및 제2 전시장을 잇는 공중 연결통로(일명 ‘구름다리’)는 길이 190m, 너비 16m의 튜브형에 6대의 무빙워크를 장착, 뛰어난 실용성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센텀시티의 명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벡스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 2014년 벡스코에서 개최된 마이스 행사로 유발한 경제효과는 1조 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주최기관, 참가업체 등의 지출액까지 포함해 추정할 경우 2011년 1조 442억원, 2012년 1조 4112억원, 2013년 1조 2295억원, 2014년 1조 4728억원으로 분석됐다. 벡스코는 최근 벡스코 20년의 이력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지난 20년간 벡스코가 걸어온 발자취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향후 벡스코가 나아갈 지표로 삼기 위해서다. 벡스코 20년사는 다양한 사진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적용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제작했으며 e북 형태로 벡스코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벡스코 20년은 곧 부산 마이스 산업 개척·성장의 역사다. 벡스코는 지난해 1100건의 행사를 개최하며 부산의 ‘국제회의 개최분야 아시아 4위, 세계 9위’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벡스코가 최근 개최 행사의 대형화·글로벌화에 성공하며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전시·컨벤션센터로 성장한 것은 적절한 규모의 기본시설을 잘 갖춰 운영했기 때문이다. 오성근 벡스코 대표이사는 “벡스코는 부산 시민들의 사랑과 믿음을 자양분 삼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월드 전시·컨벤션센터를 비전으로 하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박재완 前 기재부 장관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박재완 前 기재부 장관

    사람들은 성공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공은 실패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에서도 가능하다.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주요 정부 정책 결정자 또는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인물들에게 아쉬웠던 순간들을 들어 봤다. 이들의 분석과 조언은 현재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버겁긴 했지만 일본보다 한발 앞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선언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낸 박재완(61)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상을 비교 우위로 해서 살아가는 것이 숙명인 우리나라에는 대외 교류와 협력, 통상외교가 국력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2011년에 TPP가 판이 커진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없는 멕시코가 참여하는 걸 보고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연이은 FTA 진행으로 숨가쁜 상황인 데다 2012년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서 TPP까지 끌어오기는 너무 버거웠다”고 회고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참여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의견을 들어 봐도 “좀 더 기다려 봐도 될 거 같다는 낙관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3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약을 바꿔 TPP 참여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협상이 타결됐다. 박 이사장은 “일본은 다른 나라와 FTA가 없고 우리나라는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 등이 있어 일본에 대해 비교 우위가 있는데 TPP가 발효되면 그 비교 우위가 상당 부분 잠식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세종시처럼 완전히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이 아니니까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에 대해서도 회한이 남는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제안된 세종시 수정안은 국제과학사업벨트와 기업이 어우러진 경제과학 중심 도시였다. 박 이사장은 “정부의 권력 일부가 가는 원안 대신 일자리와 관련된 대안을 제시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 여론이 커졌다”면서 “그때로 되돌아가서 다시 한다면 ‘권력이동’이라는 점에서 ‘사법도시’란 대안을 해 봤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사법도시란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사법부 또는 준사법기관이 자리잡은 도시를 뜻한다. 박 이사장은 “현재 대부분의 행정 부처가 내려가 있지만 서울에 남아 있는 일부 행정 부처는 물론 청와대 및 국회와의 협조와 소통을 위해 서로 수시로 만나야 한다”면서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는 행정부나 입법부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사법부의 이전을 추진했더라면 ‘권력이동’이라는 주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사법도시가 돼도 세종시에 가는 인원은 지금 상태와 비슷하다”며 “지금이라도 교환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게 장기적으로 국정 운영 시스템에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서머타임과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서머타임을 도입하려던 그는 근무시간만 늘어날 거라는 노동계의 반대, 일본과 시간 체계가 다르면 항공업계나 금융업계에서 별도 비용이 든다는 주장 등으로 이를 공론화하지 못했다. 국정기획수석 당시 일본에 함께 서머타임을 도입하자고 했더니 일본측 답변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일본과 함께 도입하기로 잠정 유보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그 사안은 묻혀 버렸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서머타임을 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서머타임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백야가 일상인 아이슬란드 두 곳뿐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0] 미로에 갇힌 줄기세포, 이젠 도약을 준비하자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0] 미로에 갇힌 줄기세포, 이젠 도약을 준비하자

    우리가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진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닙니다. 아마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전에 줄기세포는 우리 일상과는 먼 거리에 있는 과학 또는 의학 분야의 전문적인 이슈일 뿐이었지요. 황우석(사진) 교수는 신데렐라였습니다. 그의 연구 성과에 온 국민들이 환호했고, 난치질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를 통해 우리의 젓가락질이 일군 개가라며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때가 2004년 2월이었습니다.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체세포 복제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지요. 이어 이듬해 5월에는 황우석 교수가 척수마비와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연구 결과가 역시 사이언스지에 발표돼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했지요. 그 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황빠’라고 불렀습니다. 아이돌 가수에게나 있을 법한 오빠부대의 출현이었습니다. 줄기세포라는 낯선 존재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짧은 행복, 긴 어둠 그러나 기대와 기쁨은 한순간에 낙담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2005년 11월에 방송된 모 방송사의 심층 추척프로그램에서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을 다룬데 이어 논문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서면서부터였지요. 연구자와 방송사 간의 공방이 이어졌고, 세간에는 “그럴 수가…”라는 탄식과 “설마…” 하는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린 가운데 황우석 교수는 ‘연구원 난자 사용’ 사실을 시인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었습니다. 정당하게 얻지 않은 ‘연구원 난자’가 윤리적 문제를 유발한 것이지, 줄기세포 연구 성과는 온전하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해 12월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가 200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밝힌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고 발표했지요. 이 때문에 그의 연구성과에 환호작약했던 국민들은 쓰디 쓴 실망감을 곱씹어야 했고, 그 때 이미 이 사태의 결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논란 끝에 이듬해 3월 사이언스지가 공식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철회함으로써 사태는 희망으로 시작해 악몽으로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오로지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인지, 이 사태를 계기로 연구윤리 문제를 제도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파장은 오래 갔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손실은 이후 상당 기간 우리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마치 동토에 내버려지기라도 한 듯 긴 휴면기로 접어들었다는 점이겠지요. 그 틈새를 비집고 일본과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는 연구에 가속도가 붙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우리와 그들의 연구 격차는 이렇게 커져만 갔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유력 매체인 아사히신문의 과학 전문기자인 다카하시 마리꼬를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그와는 오래 전부터 친교하는 사이여서 평소에도 스카이프나 메일을 통해 교신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 때의 만남은 좀 달랐습니다. 마리꼬 기자는 대뜸 황우석 박사의 근황부터 묻더군요. 황 박사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 가던 때라 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한 매머드 복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것 등등. 그러자 마리꼬 기자는 필자더러 그의 연구실로 안내해 줄 수 없겠느냐고 다시 묻더군요. 그의 연구소가 서울 영등포 어름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막상 같이 가줄 수 없느냐는 제안에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취재와 같은 주제로 인터뷰까지 한 터에 혼자 가라고 할 수도 없어 안내만 하기로 했지요. 이 때는 일본 교토대 iPS 세포연구소장인 야마나까 신야 박사가 유도만능세포를 확립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2012년)한 뒤였습니다. 일본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우리로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일본이 추월했다고 여길만 했고, 더러는 노벨상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떻든 우리에게는 이 시간이 ‘짧은 행복의 끝, 긴 어둠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탄력을 받기까지 어림 잡아 4∼5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으니까요. 연구 분야에서 4∼5년은 세상을 바꿀만큼 중요하고도 긴 시간입니다. ●‘줄기세포 신드롬’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줄기세포에 극단적인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사례도 생기더군요. 줄기세포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골치만 아프다는 희한한 기피증이 그것입니다. 황당한 얘기입니다만, 우리 식약처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술을 부정한 일이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그냥 부정만 한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술을 폄훼하기까지 했지요. 국내 바이오기업인 네이처셀사는 얼마 전, 일본 관계사인 알재팬사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바스코스템’의 임상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치료기술은 버거씨병을 포함한 중증 하지허혈성 질환에 적용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치료술을 우리나라에서 허가하지 않은 탓입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전 세계에서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에 가장 깐깐한 나라로 꼽힙니다. 그런 일본에서 이 치료가 시행되는데 우리 식약처는 여전히 깜깜이 식으로 ‘나몰라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네이처셀 측은 “버거씨병,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중증 하지허혈성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한 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일본 정부가 허가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의료 분야에서 보수적인 일본 정부가 이를 허가했다는 것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황당한 일은 이 뒤에 일어났습니다. 네이처셀 측의 이 발표가 있자 식약처는 즉시 해명자료를 통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을 국내보다 먼저 허가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지요. 식약처는 “일본 후생노동성에 문의한 결과, 후생노동성은 ‘바스코스템’을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이 아니라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의사의 책임하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따라서 일본 전역에서 바스코스템 사용을 허가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로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한다면 어느 나라 식약처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식약처의 해명에서 사실을 비틀려는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이나 중국인도 니시하라 클리닉을 찾아가면 바스코스템을 이용한 치료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최종적으로 허가했는데, 한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강변한 것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지요. 그러면서 식약처는 좀 저어했던지 “식약처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품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면피성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말인즉, ‘그 치료제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우리(식약처)도 충분히 허가할 수 있으나, 그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그걸 깐깐한 일본이 덜렁 승인을 해버렸으니 얼마나 부끄럽고 황당했겠습니까. 가뜩이나 약이 오른 네이처셀 측이 “일본에서 새로 제정된 재생의료추진법에 따라 치료계획이 승인됐으며, 이에 따라 일본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 환자라도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치료 지역에 제한이 있는 것처럼 발표한 식약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제약사나 랩에서 특정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좁게 보면 한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고, 범주를 넓혀 보면 그 약으로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수많은 환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까요. 또다른 관점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치료제의 부가이익을 상당 부분 일본에 넘겨준 것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 일과 무관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업무적 관행이나 낡은 기준 때문에 국내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도 이를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식약처가 정말로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묻고 싶다”고 역정을 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식약처는 현행 규정상 이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다른 약제와 달리 이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만들었는데, 당시의 규정이 줄기세포 관련 조항을 세밀하게 만들어 놓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애매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는 규정 이전에 정책적 관점의 문제입니다. 아니, 일본은 승인 신청이 들어가자 즉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해 치료를 허가했는데, 우리는 그걸 못해 결국 꿩도 매도 다 놓쳤으니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지요. 돌이켜 보면, 식약처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이같은 대응을 두고 오로지 식약처만 탓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부류가 어디 식약처 뿐이겠습니까. 그러니 시의적절하게 관련 규정을 만들거나 정비하지 못 했을 것이고, 그런 외중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하려니 겁인들 안 났겠습니까. 한 마디로 황우석 사태 이후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를 지배한 ‘줄기세포 신드롬’인 셈이지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줄기세포 줄기세포(Stem cell·사진)란 신체의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합니다. 아직 미분화 상태여서 적절한 조건을 갖춰주면 원하는 조직으로 세포 차원의 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요. 이를테면 간경변이 심해 기존 치료로는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적합성이 확인된 간조직을 만들어 이식하거나 기존 간 조직에 같은 세포를 심어 새로운 간조직으로 생육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좀 어렵나요? 여기에서 말하는 분화란 특정 장기의 특성을 갖추지 않은 초기 단계의 세포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특정 조직, 즉 간이나 심장, 뇌, 안구 등 특정 조직의 특성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생성되는데, 여기에서 분화가 진행되면 뼈, 심장, 피부 등 다양한 인체 조직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단일세포인 수정란이 자궁 속에서 차츰 사람의 형상을 갖추어 완성된 생명체로 태어나지요. 배아줄기세포니, 성체줄기세포니 하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이런 분화능력이 아주 뛰어난 미분화 세포인데, 이 세포의 경우 필요한 조건만 갖춰주면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합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한 여성의 난자가 필요한데, 난자 자체를 원초적 생명이라고 간주하는 가톨릭 등 종교단체에서는 이를 이용한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사회적으로 자칫 심각한 윤리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이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한계가 있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는 없지만, 특정 장기나 조직으로는 얼마든지 분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시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연구도 아주 많습니다. 이제 왜 수많은 의학자와 기업이 줄기세포 연구에 몰두하는 지를 아셨을 것입니다. 질병을 고치는 새로운 접근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지만, 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줄기세포 치료제는 ‘노다지’인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악몽’에서 ‘희망’으로 황우석 박사는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점 때문에 평생 그가 얻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지만, 줄기세포에 질병 치료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일찌기 간파한 안목을 가졌고, 이를 위해 행동했으며, 연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 지를 일깨운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그는 우리에게 희망을 줬고, 그 희망을 악몽으로 분화시켰으며, 그 악몽이 이제는 우리의 자산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반면교사(反面敎師)처럼. 그 사이 국내에서는 앞서 거론한 네이처셀(알바이오·R Bio) 말고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 나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치료 분야에서 다시 희망을 일구는 것이지요. 또, 각급 병원에서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습니다. 얼른 생각 나는 몇 곳만 들어볼까요. 메디포스트는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CARTISTEM)’의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전기 대비 37.1%나 늘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처음 식약처 허가를 받은 2012년 28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03건을 기록하는 등 누적 판매량이 3000건을 넘어섰으며, 이 치료제를 사용하는 병·의원도 전국 290여 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카티스템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히딩크 전 감독이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탄 골관절염 치료제로,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선두 격인 셀트리온도 눈여겨 볼 회사입니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류마티스관절염 및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인 ‘램시마’를 출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있으며,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허쥬마’도 이 회사 제품입니다. 아마도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축적된 연구 역량이 가장 뛰어나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 셀트리온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 뿐이 아닙니다. 세원셀론텍, 파미셀, 마리아바이오텍, 안트로젠 등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곳들입니다. 일선 병원들의 연구 동향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차병원 그룹인 차바이오텍은 최근 스타가르트병 줄기세포 치료제인 ‘MA09-hRPE’의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는데,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이 치료제는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현재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개발 단계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지요. 연세사랑병원의 경우 개원가에서는 아마도 가장 먼저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한 곳일텐데, 상당한 연구 성과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들병원이나 바른세상병원 역시 척추 및 관절질환을 정형외과·신경과 중심으로 치료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병원들이지만,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략적이지만 이런 동향을 소개하는 것은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줄기세포에서 희망을 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혈관과 신경은 물론 심장·신장·간·면역계·골격·근육·피부 등 줄기세포를 통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우리 몸 전부라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르겠지요. 이런 줄기세포의 질병 치료 원리는 간단합니다. 인체는 60조∼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는데, 사고나 노화, 질병 등으로 이 세포가 훼손되거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질병이 생깁니다. 이런 상태에서 인체는 자가치유력을 보이지요. 몸이 스스로 망가진 세포를 재생, 복구해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이 자가치유력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가 갖는 특성 중에 ‘호밍효과(Homing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귀소본능 같은 것으로, 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면 각기 필요한 곳으로 몰려가 조직을 재생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입니다. 이 호밍효과가 바로 줄기세포 치료의 원천입니다. 이런 줄기세포의 존재는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계기가 되어 우리에게 처음 알려졌습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기대주 중 한 명인 라정찬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이 때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피폭 환자들에게 이식해 치료를 시도한 것이 조혈모세포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 때부터 ‘자신과 똑같은 세포를 생산(자가복제 능력)하며, 적혈구, 백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능력(분화능)을 가진 세포’라고 줄기세포를 정의하게 되었답니다. 이런 내력을 일별하면, 오래 전에 답은 나와있었습니다. 문제는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배양과 이식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전 세계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엄청난 부가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논점을 국부 차원으로 확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며, 부가 이익은 그 다음의 문제이니까요. 우리는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한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한 채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낙담해 관련 연구는 발이 묶였고, 필요한 규정은 제때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때 ‘앗, 뜨거’라며 허겁지겁 만들어 놓은 ‘압박성 규제’들이 지금까지 연구를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비 온 뒤에 땅이 굳을 거라고 믿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줄기세포라는 엄청난 ‘은총’과 ‘노다지’를 모두 잃고 종국에는 질병 치료의 식민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원천기술은 없는데, 병은 치료해야 하니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외국의 원천기술을 사오거나 외국 제품을 구입해 쓸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비상한 각오로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를 잊고 ‘작지만 강한’ 줄기세포 강국의 꿈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정부의 몫을 다해 실효성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연구자들은 기탄없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jeshim@seoul.co.kr
  • [씨줄날줄] WP와 NYT의 디지털 전쟁/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WP와 NYT의 디지털 전쟁/임창용 논설위원

    ‘진화하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얼마 전 새 건물로 둥지를 옮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회의실에 가면 이 문구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고 한다. 문구의 주인공은 제프 베저스. 온라인 유통업계의 글로벌 공룡 아마존의 창업자다. 그는 2013년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였고, 쇠락하는 종이신문에 ‘디지털 DNA’를 주입하는 데 전력을 다해 왔다. 신문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온라인 유통업계의 황제’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과연 성공하고 있을까. 최근 미국의 미디어 전문매체인 ‘디지데이’의 분석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데이는 뉴욕타임스(NYT)와 몇 가지 분야를 비교해 워싱턴포스트를 해부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5월 ‘혁신보고서’에서 디지털 중심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우선 뉴스 트래픽에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를 압도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사이트 방문자에서 워싱턴포스트는 7600만, 뉴욕타임스는 7020만을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록의 출판’이라는 뉴욕타임스의 위상을 끌어내리려고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베저스는 2주에 한 번 영상 경영회의를 열고, 1년에 두 번은 시애틀 아마존 본사로 워싱턴포스트 중역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한다. 지면에는 일절 관여치 않지만, 디지털 기술 부문은 꼼꼼하게 체크해 지시를 내린다. 뉴욕타임스도 위기를 느꼈는지 지난해 편집국에 ‘익스프레스팀’을 만들었다. 뉴스 사각 시간대를 보완하기 위한 속보 뉴스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두 신문은 페이스북 팬을 늘리는 데도 꽤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가 1030만명으로, 370만명인 워싱턴포스트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측면에선 워싱턴포스트(23%)가 뉴욕타임스(16%)보다 훨씬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스 트래픽을 크게 늘리면서도 질 높은 주 독자층(25~34세의 6만 달러 이상 소득자)을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에 기반을 둔 기사형 광고, 즉 네이티브 광고 분야에선 두 신문 모두 탄탄한 성장세를 보여 준다. 2년 전 시작한 이후 현재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베저스의 ‘디지털 드라이브’는 세계 최고 신문을 자부해 온 뉴욕타임스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 같다. 앞서 소개한 익스프레스팀 신설도 그렇고, 지난해 8월 아마존을 ‘잔인한 일터’로 비판한 기사에서도 그런 냄새가 난다. 두 신문은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여기엔 독창적인 DNA가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기술 발달, 소셜미디어 확산 등 미디어 환경의 급변은 또 다른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진화에 한 발짝 앞서가는 듯한 워싱턴포스트가 과연 뉴욕타임스를 넘어설 수 있을까.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조석래 효성 회장, 횡령 배임 무죄·조세포탈 3년 징역형

    조석래 효성 회장, 횡령 배임 무죄·조세포탈 3년 징역형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80) 효성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투병 중인 점을 들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횡령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장남 조현준(48) 사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인세 등의 포탈세액 합계가 1358억원에 이르는 데다 장기간에 걸쳐 범행이 계획적,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범행 방법과 내용, 결과 및 조 회장의 사회적 지위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도세 등을 포탈하는 과정에 200명이 넘는 차명인과 400개가 넘는 차명 증권 계좌가 이용됐다”면서 “분식회계로 효성의 재산에 피해가 가지 않았다는 게 조세포탈을 정당화할 수 없고, 조 회장 역시 그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향유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 납세 의식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포탈된 세금이 사후에 납부됐고 80세의 고령인 데다 암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조 회장이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조세를 포탈한 혐의와 이를 통한 횡령,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페이퍼컴퍼니가 조 회장 개인의 차명 회사라고 볼 수 없고 정상적인 대금 거래나 회계 처리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조 회장의 장남 조 사장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03~2008년 분식회계 5010억원, 탈세 1506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3억원, 위법 배당 500억원 등으로 모두 7939억원을 빼돌렸다며 2014년 1월 불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한 차례 방청석을 둘러봤을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선고가 끝난 뒤에도 약 10분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직원의 부축을 받아 법정을 떠났다. 효성과 검찰은 모두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원이 최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6) CJ그룹 회장에게도 실형을 선고한 데 이어 조 회장에게도 실형을 선고하면서 조세포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항공권 특판에 서버 다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항공권 특판 경쟁이 연초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13일 제주항공 홈페이지와 모바일앱에 역대 최저가인 7000원에 풀린 제주행 티켓을 구하기 위해 21만명이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됐다. 제주항공은 14일 홈페이지에 “청주, 대구, 부산발 제주행 국내선부터 먼저 오픈하고, 이후 다른 노선은 빠른 시간 안에 재공지를 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띄웠다.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이 3만명인 점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예매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일본·중국 노선과 괌·사이판 노선에 대해서도 3만~5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에어부산도 오는 18일부터 3일간 겨울 제주행 항공권 특판을 진행한다. 주중 1만 4900원, 주말 1만 9900원이다. 제주항공과 달리 부치는 짐(15㎏ 이내)도 무료다. 정부로부터 특별안전점검을 받고 있는 저비용항공사가 특가 경쟁에 나선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특판으로 안전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면서 “제값을 받고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시론] 올해의 키워드는 ‘스토리두잉’/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시론] 올해의 키워드는 ‘스토리두잉’/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나는 강연 때마다 지금의 학교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앞으로 적어도 5년 이내에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셋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물론 이 예측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곤 했다. 이미 강남 부자들은 다섯 사람이 뭉쳐 고액의 자금으로 아이들에게 ‘플립러닝’을 시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현재 학교에서도 도입되고 있는 ‘거꾸로 학습’이라고도 불리는 이 학습법은 아이들이 인터넷 무료 강의나 책을 미리 읽고 와서 토론하는 방식이다. ‘플립러닝’은 사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수학 교육을 하는 한 업체는 35개의 프랜차이즈를 두고 성업 중이다. 아이들이 ‘강의’를 할 때 칠판에 쓴 글과 강의하는 말을 곧바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사적인 경험을 정량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리고 ‘함께 읽기’ 모임을 통해 토론하는 일반인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독서 토론을 즐기는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정보기술(IT) 혁명 때문이다. 이제 클릭 하나로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2030년이면 3일마다 정보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난다지만 이미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밑줄 쫙’ 하며 암기만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만 몰두하다가는 곧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인간은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그 지식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연결해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시대 출판의 본질이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나는 올해 출판 트렌드로 ‘스토리두잉’(Story Doing)을 선정했다. 지난 몇 년간 스토리텔링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가 정보 송수신의 제왕이 된 다음부터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는 ‘체험형 콘텐츠’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의 마케터들이 자사의 브랜드 스토리에 어떻게 사용자의 참가를 유도하고 체험하게 하는가를 주요 과제로 삼은 것도 꽤 오래됐다. 최근 출판시장에서도 체험형 콘텐츠인 ‘컬러링북’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Story Doing’의 각 음절에 맞는 10가지 키워드를 다시 선정했다. 나눔과 공유를 추구하는 셰어링(Sharing), 손의 참여를 부르는 테이크파트(Take part), 극한의 감각적 즐거움을 꾀하는 오르가슴(Orgasm),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 루트프로블럼(Root-problem), 개인의 투쟁이나 역사의 공방을 뜻하는 옐(Yell), 개인이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진정한 삶을 발견하고자 하는 디텍트(Detect),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온스테이지(Onstage), 상대의 의도를 꿰뚫고자 하는 인텐션(Intention), 짧게 나누어진 콘텐츠가 유행하는 나노(Nano), 서로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대세가 되는 그리드(Grid) 등이다. 최근 몇 년간 극도로 불안해진 개인은 성석제 장편소설 ‘투명인간’의 주인공 만수나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 등 가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자식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추억하며 위안받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바닥을 친 인생이 땅굴을 파고 지하로 숨어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정보기술은 인간의 가치를 한없이 추락시켰다. 앱(에플리케이션) 하나가 수천만 명, 심지어 수억 명의 일자리를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세상이다. 무인 전기자율자동차나 드론이 상용화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사물들마저 네트워크를 이뤄 인간이 할 일을 대신 해 주다 보니 인간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인류 5000년의 역사에서 인간이 기술에 종속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순간 놀랍게 발달한 기술에 넋이 나간 적이 수없이 있었지만 결국 인간은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왔다. 그런 면에서 2016년은 기술에 한없이 밀리던 인간이 다시 기지개를 켜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의욕을 분출하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 핫 플레이스] 서대문구 연희맛길

    [서울 핫 플레이스] 서대문구 연희맛길

    다양하지만 복잡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매력적인 거리가 있다. 평범한 주택가로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 찾는 이의 취향을 저격하는 장소가 숨어 있다. 여기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희맛길’이다. 연희맛길은 요즘 떠오르는 데이트 코스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품격이 있는 핫플레이스로 빠르게 소문을 타고 있다. 예전에는 각종 모임과 회식에 적합한 식당 몇 곳이 전부였지만 다양한 종류의 맛집과 카페, 옷가게, 공방 등이 모여들며 방문객도 ‘아저씨’에서 ‘아가씨’로 바뀌고 있다. 연희동은 1970년대 초부터 주택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평지에는 고급주택이, 고지대에는 시민아파트가 세워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모이게 되면서 평창동, 한남동, 성북동 등과 함께 부촌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내외가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생겼다. 식당들이 하나둘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작은 주택을 리모델링한 각종 카페가 터를 잡으면서 골목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조용한 동네를 원하던 일부 주민들은 이 때문에 떠나기도 했지만, 상권이 살아나며 환호하는 주민들이 더 많다. 연희새마을금고의 정혜연(81) 이사장은 이 같은 연희동의 변화상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그는 연희동에서만 50여년을 살며 서대문구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만난 정 이사장은 “논밭이었던 곳에 주택가가 들어서고 이젠 상권이 형성돼 젊은이들이 찾으니 ‘상전벽해’를 느낀다”면서 “20~30년 전부터 서대문구청을 중심으로 호화판의 신식 건물 짓기가 아닌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이 추진됐는데, 이것이 연희동만의 특색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연희동의 상권 형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다만, 질 낮은 상업지역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특색과 품격, 정(情)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희맛길은 대로변 안쪽 800m 구간의 맛집거리와 그 뒷골목의 카페거리로 이뤄져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연희맛길에는 한·중·일식 등 99개의 음식점과 52개의 카페, 제과점, 옷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합하면 150여곳에 이르지만, 그중 소위 ‘그저 그런’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 있는 맛집과 이색적인 식당,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주를 이룬다. 단순한 도심 번화가와 달리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종로 삼청동 같은 ‘느낌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연희맛길에는 그 이름만큼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연희 칼국수’는 초창기 연희동 상권을 조성한 식당 중 하나다. 식당은 커졌지만 담백한 맛은 그대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던 꼬마 손님들이 옛 맛을 잊지 못해 성인이 되어 다시 아이들을 데려온다. ‘거북이집’, ‘한씨옥’ 등 한정식 음식점들은 마당이 딸린 단독 주택을 식당으로 개조, 연희동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화교들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곳곳에 형성된 중식당들도 연희맛길의 명성을 더한다. 레몬닭고기가 유명한 ‘이화원’,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목란’ 등이 있다. 연희맛길 사이사이에 난 작은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작은 옷가게와 공방,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테이블 3~4개로 규모는 작지만 속은 알차다. 눈길을 끌 만한 독특한 소품과 옷들이 많다. 백미는 역시 카페다. 저마다 개인이 직접 연구, 개발해 선보이는 독특한 식음료와 디저트를 자랑한다. 커피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마호가니’와 ‘메뉴팩트 커피’, 서구 유학파 1세대 김중업 건축가가 지은 웅장한 건물의 ‘에스프레소 하우스’, 떡볶이를 파는 이색 카페 ‘구띠몽’ 등이 있다. ‘더 플레이트’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고품격 카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호텔 15년 경력의 VIP 디저트마스터 정상균 셰프가 직접 개발한 특별한 디저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꼽는 명소는 따로 있다. 연희맛길 중앙에 있는 ‘사러가 쇼핑센터’다. 세련미 없이 투박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이름에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이곳은 40여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현대식 건물로 재정비했지만, 내부에는 여러 물건을 쌓아놓고 저렴하게 파는 정겨운 풍경이 남아있다. 연희동의 또 하나의 명물, 베이커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러가 쇼핑센터 옆 골목에 있는 ‘독일빵집’은 50년이 넘은 동네의 터줏대감이다. 기본에 충실한 한결같은 빵 맛으로 과거의 향수를 일으킨다. 1978년부터 이어져 온 ‘피터팬 빵집’은 다양한 수제 건강 빵들로 손님들의 발길을 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크루아상 맛집 ‘루엘드파리’도 이곳에 있다. 구는 연희맛길의 차별성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희동의 맛집들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거리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만큼 보수나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도 많았다. 구는 우선 2011년 0.5m 폭의 인도를 3m로 넓히는 보도 확장공사를 진행했다. 2014년엔 하수관 교체사업을, 지난해부턴 거리청소와 주차단속 및 계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공영주차장을 늘려 방문객 편의를 증대시키고, 지역주민과 상인 등이 참여하는 ‘연희동 지역발전협의체’(가칭)도 구성할 계획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연희맛길은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잠시나마 여유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휴식처가 될 것”이라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특별함을 줄 수 있는 서대문의 명소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우봉 선생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창조한 분”

    “우봉 선생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창조한 분”

    지난해 8월 세상을 등진 ‘한국 춤의 거목’ 우봉(宇峰) 이매방(1927~2015) 명인의 예술혼이 되살아났다. 최근 출간된 ‘하늘이 내린 춤꾼 이매방 평전’(새문사)을 통해서다. 평전엔 “다시 태어나도 남자로 태어나 춤추는 인생을 살겠노라”고 했던 우봉의 춤에 대한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우봉이매방춤보존회(회장 김명자)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평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표재순 문화융성위원장, 나선화 문화재청장, 김종규 국민문화유산신탁이사장, 김복희 한국무용협회이사장 등 정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우봉의 부인인 김명자 회장은 “우봉 선생의 숭고한 예술혼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우봉 선생의 주옥 같은 춤사위, 춤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이매방 춤’의 독자성과 천재성이 묻히지 않도록 학술 활동이나 공연 등을 통해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전은 우봉 춤의 뿌리를 찾기 위해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시간과 전남 목포라는 공간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시작된다. 우봉은 1925년 3월 7일(호적상 1927년 5월 5일)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목포 권번 권번장 함국향 권유로 권번학교에 들어가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열다섯 살 때 함국향 소개로 판소리 명창 임방울 공연에서 승무를 추게 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승무는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형 승무’로, 고고하고 단아한 정중동의 춤사위로 인간의 희열과 인욕의 세계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인 문철영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우봉 선생이 오늘의 이매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력도 노력이지만 그의 몸 안에 생득적으로 깃들어 있는 천재적 섬광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천재적 섬광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돼 있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창조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회고했다. 우봉은 80년간 전통춤 외길을 걸었다. 생존 예술가 중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1987년)와 제97호 살풀이춤(1990년) 등 두 분야의 예능보유자였다. 호남 춤을 통합해 무대양식화한 ‘호남춤의 명인’으로도 불렸다.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전통춤의 원형 보존과 전승에 남다른 노력을 해왔고 500여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옥관문화훈장,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임방울 국악상, 대한민국 국회대상 공로상 등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왜 왔나” “간 덜 봤냐” 야유 속 盧대통령 묘역 참배

    “왜 왔나” “간 덜 봤냐” 야유 속 盧대통령 묘역 참배

    더불어민주당(더민주) 탈당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갈등을 빚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1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안 의원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은 탈당 이후 처음이다. 전날 광주, 전남 순천 지역을 훑은 안 의원은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임내현·문병호 의원 등이 안 의원과 함께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봉하행은 일부 친노 성향 시민의 반발로 순탄치만은 않았다. 안 의원이 도착하자 몇몇 시민은 “여기 왜 왔습니까”, “야권을 분열시켜 놓고 형제는 무슨 형제입니까”라고 야유를 보냈다. 한 시민은 안 의원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조롱하는 별명인 ‘간철수’를 인용하며 “아직 간 덜 봤습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자신을 더민주 당원이라고 밝힌 또 다른 남성은 ‘친노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안 의원 측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안 의원도 자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봉하마을을 빠져나갈 때까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안 의원은 이날 참배에서 한 위원장에게 먼저 분향하도록 양보하는 등 ‘조연’을 자처했다. 한 위원장이 방명록을 적자 안 의원은 한 위원장의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참배를 마친 안 의원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사저에서 일행과 함께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안 의원과 권 여사의 단독 면담은 없었다. 국민의당 측 배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의원이 권 여사가 가꾸는 화초에 대해 “(이전 방문 때보다) 갈수록 향이 좋아진다”고 하자 권 여사는 “가을에 한 번 더 오셔야겠네요”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안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수고가 많다”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이 지역에서는 어느 당이든지 야당이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배석자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전했다. 하지만 권 여사 측 김경수 더민주 김해을 지역위원장은 “권 여사는 정치적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힘내라는 취지의 말씀도 없었다”며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예방 이후 안 의원은 ‘그동안 친노 진영을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특정 세력을 비판한 적은 없다.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지 계속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과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박선숙 전 의원이 지난 11일 비공개 심야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입 인사 및 발기인들의 과거 전력이 논란을 빚으면서 안 의원 측근들과 더민주 탈당파의 갈등설이 불거진 터라 양측을 대표하는 박 전 의원과 김 의원이 조율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또 그동안 물밑에서 안 의원을 도왔던 박 전 의원이 조만간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김해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불티나게 팔리는 마약왕 셔츠…신창원이 떠올라

    불티나게 팔리는 마약왕 셔츠…신창원이 떠올라

    탈옥 6개월 만에 전격 체포된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입은 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음악전문기 롤링 스톤은 구스만이 체포된 다음날인 9일(이하 현지시간) 숀 펜과 구스만의 인터뷰를 인터넷사이트에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구스만은 2장의 셔츠를 차례로 입고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두 장의 셔츠는 중남미에서 없어서 못 파는 '핫 아이템'이 됐다. 마치 1999년 국내에서도 신출귀몰했던 탈주범 신창원이 검거되던 당시 입었던 옷이 초인기 상품이 됐던 것과 흡사하다. 중남미 언론은 12알 "구스만이 영화배우 숀 펜과 인터뷰를 하면서 입은 2장의 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유명인이 입은 옷이 유행하듯 구스만 셔츠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신처에서 숀 펜를 맞이하면서 구스만이 입은 셔츠는 세로로 굵게 줄이 들어간 그레이 계통이다. 카메라 앞에서 질문에 답할 때는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블루 셔츠를 입었다. 억만장자로 알려진 마약왕이 입은 옷은 금방 화제가 됐다. 수백 만원에 달하는 명품일 것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마약왕은 비교적 검소(?)한 편이었다.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구스만이 입은 셔츠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2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바라바스라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다. 구스만이 숀 펜을 만나면서 입은 셔츠는 128달러(약 15만5000원),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입은 셔츠는 107달러(12만9000원)짜리다. 중남미 언론은 "구스만이 붙잡히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구스만 셔츠'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온라인주문도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바라바스는 주문이 밀리자 구스만이 자사 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메인사진을 아예 바꾸었다. 구스만은 지난해 7월 땅꿀을 통해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멕시코 당국은 구스만을 재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연기처럼 사라진 구스만은 좀처럼 꼬리를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도피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스만은 8일 로스 모치스시의 한 가옥에서 급습한 당국에 체포됐다. 사진=페이스북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 한국 독자와 통할까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 한국 독자와 통할까

    1980년대 ‘태백산맥’, ‘혼불’ 등 문학사의 큰 물줄기가 되는 소설을 펴냈던 한길사가 4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문학으로 돌아선다. 그 첫 번째 선택은 노르웨이 스타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48)의 자전적 소설 ‘나의 투쟁’(전 6권)이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40주년 기념 기획으로 크나우스고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엘레나 헤란테 등 국제적으로 새로운 차원을 여는 실험적인 작가들을 올해부터 소개하려 한다”면서 “한길사가 내는 인문학 책들이 문학과 함께 통합적으로 이해됐으면 한다. 어려운 출판계의 현실에서 스토리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크나우스고르는 2009년 노르웨이에서 펴낸 ‘나의 투쟁’으로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매거진에서 ‘문학 이노베이터’로 선정되는 등 세계 문단에서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인구 500만명인 노르웨이에서 50만부 이상 팔렸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32개국에서도 출간됐다. 김 대표와 함께 처음 미국의 한 책방에서 이 책을 함께 읽었다는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나의 투쟁’이 우리 문단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는 “요즘 한국 문단은 ‘소설의 붕괴, 문학의 종말’이라 할 만큼 돌파구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작가가 사회에서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작가의 진실성이라는 차원에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실종된 자아와 인간 연대의 고리 등 우리 사회에 던져진 핵심 질문들과 마주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나우스고르는 기승전결로 이뤄지는 기존 소설 작법을 보기 좋게 내던졌다. 자신의 지리멸렬한 일상과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자해’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밀하게 도려내 서술한다. 이 치밀하고 밀도 높은 ‘기억하기’의 서사는 일견 지루할 것 같지만 날것 그대로의 솔직함과 순간순간 내밀한 곳을 건드리는 각성, 지혜로 시선을 붙잡는다. 김 대표는 “그런 점에서 ‘나의 투쟁’은 소설 쓰기의 새로운 혁명 같은 것”이라며 “문학도들에게도 새로운 교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크나우스고르는 ‘문단의 피카소’로도 일컬어진다. 김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망각의 영역으로 침잠해 버리는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다 들어내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피카소라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 그의 작업은 속도·압축의 시대를 거친 한국사회에서 내가 누구인지 질문할 수도 없는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나를 움직이고 구성하는 기억은 어떤 것인지, 가족의 삶은 어떤 것인지를 손에 쥐어줄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골프 프리즘] 탱크, 응답하라 2008

    [골프 프리즘] 탱크, 응답하라 2008

    “올해는 마스터스에 꼭 나가야지요. 올림픽 코칭 스태프도 하고 싶고요.”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컵 사냥에 다시 나선다. 지난해 8월 말 상금랭킹 161위에 그쳐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2014~15시즌을 끝냈던 최경주는 앞서 12년 동안 개근했던 ‘명인들의 잔치’ 마스터스 토너먼트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우승 맛을 본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마지막 우승 대회였다. 그러나 이후 4개월 동안 최경주는 허송세월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을 훌륭하게 수행한 그는 일찌감치 겨울훈련을 시작,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선수들과 20일 동안 합동 전지훈련을 치르고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 15일부터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챔피언들만 참가한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가 지난주 열렸지만 이번 대회는 130여명의 ‘풀필드’가 모두 나서는 2016년 첫 대회다.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최경주는 “이제 선수의 본질을 찾아야 할 때”라면서 “올해 목표는 우승 한 차례 이상으로 잡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비거리 면에서는 솔직히 젊은 선수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아이언과 쇼트게임, 퍼팅 등 세 가지만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사실 최경주는 지난 2년 동안 퍼트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중국 전지훈련에서 바로잡았다. 나흘 동안 연습라운드에서 20언더파를 치면서 특히 안 들어가던 5m 안팎 거리의 퍼트를 빼는 법이 없었다. 2년 동안 걸핏하면 놓쳤던 1.5m 거리 파퍼트는 거의 실수가 없었다. 2008년 소니오픈에서 통산 7승째를 달성했던 최경주는 “올해 우승해야 할 이유는 많다”면서 “무엇보다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올해도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하면 이제 영영 못 나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PGA 투어 ‘10승 달성’과 ‘명예의 전당 입회’를 목표를 삼고 있는 최경주는 또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 아니냐”며 “일단 올해 1승은 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남은 이유 하나는 올림픽이다. 최경주는 “무조건 리우데자이네루에 간다”고 못박으면서 “감독이 됐든 코치가 됐든 맡아서 가고 싶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코칭 스태프로 안 되면 선수로라도 출전하겠다”면서 “7월 이전에 우승을 두 번만 하면 올림픽 출전권 딸 수 있지 않겠느냐. 그 첫 우승 대회가 이번 소니오픈이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올해 소니오픈에는 세계 랭킹 1~2위의 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등 톱랭커들이 빠졌지만 3연패에 도전하는 지미 워커(미국)와 잭 존슨(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의 상위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다. 한국(계) 선수는 최경주 외에도 모두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K팝 인기 타고 동남아 승부수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는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케이팝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를 동력으로 공격적인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승부처는 아시아 시장, 그중에서도 모바일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한류 열풍이 뜨거운 동남아시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11일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발표해 업계를 뒤흔들었다.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모바일 플랫폼 강화와 해외 시장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 등으로 일본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입지를 다졌다. 카카오도 인도네시아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SNS ‘패스’를 인수하는 등 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 등 모바일 플랫폼에 더해 한류 콘텐츠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식 출시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V앱’은 케이팝 아이돌을 비롯한 한류 스타 및 유명인들의 동영상을 독점 공개하며 4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200만건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아티스트들도 참여하며 동남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전체 이용자 중 60% 정도가 해외 이용자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웹툰은 국내 웹툰을 영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제공하며 국내 웹툰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카카오의 품에 안긴 로엔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의 해외 사업 확대의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국내 1위 음원플랫폼 ‘멜론’과 아이유, 씨스타, 몬스터엑스 등 케이팝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케이팝 콘텐츠 플랫폼인 ‘원더케이’(1theK)를 통해 뮤직비디오 등 동영상을 제공하고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케이팝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팝 등 한류를 활용한 해외 시장 공략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등 선발 주자, 토종 정보기술(IT) 기업들과 경쟁해야 함은 물론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은 수익 구조도 뚜렷하지 않다”면서 “이용자 저변 확대를 목표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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