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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Best 시티] 서울 강서구 ‘미라클-메디 특구’

    [The Best 시티] 서울 강서구 ‘미라클-메디 특구’

    2018년 봄. 30대 부부 예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시간 40분을 날아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유창한 러시아어로 맞이하는 여성을 만났다. 앞으로 2주 동안 예카테리나와 세르게이에게 병원 진료와 지역 여행을 안내할 의료 코디네이터다. 병원에서 제공한 넓고 편안한 차량에 몸을 싣고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호텔로 옮겼다. 2~3주 걸리는 불임 시술을 하러 왔기 때문에 숙박비가 부담됐지만, 넓고 깨끗한 호텔 객실료를 40%나 할인받았다. 다음날 호텔 옆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불임 시술을 받기 시작했다. 짬짬이 근처 전통시장에 들러 생활상도 구경할 예정이다. 전통시장 쿠폰이 있어 맛있는 먹거리를 20~30%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가는 곳마다 러시아어가 적혀 있으니 돌아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다. 강서구가 지향하는 ‘강서 미라클-메디 특구’의 미래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강서로와 공항대로 일대를 대상으로 조성한 미라클-메디 특구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됐다. 2018년까지 척추·관절·여성 병원이 밀집한 이곳 181만여㎡에 국비와 시·구비, 민간자본 등 719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의료관광특구 개발에 나선다. 미라클-메디 특구는 기적을 의미하는 ‘미라클’(Miracle)과 의료를 뜻하는 ‘메디컬’(Medical)을 합친 것이다. 우수한 의료서비스로 걷기 어려운 사람을 걷게 하고 불임 부부에게 아이를 갖게 하는 기적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현 강서구 등촌동에서 출생한 것으로 알려진 구암 허준이 17세기 초 ‘동의보감’을 내놓으면서 조선 의료기술의 신기원을 열었다면, 400년 후 이곳은 의료관광의 혁신을 이루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구가 가진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의료기술을 접목하면 의료관광 산업을 촉발시켜 지역경기 부양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소개했다. 강서구에는 일본과 동남아로 갈 수 있는 김포공항이 있고, 전 세계로 뻗어가는 인천공항은 차로 4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지역 내에 병원과 종합병원 19개 가운데 척추·관절 병원이 10곳, 여성질환 3곳, 재활 2곳 등 특화 전문병원이 많다. 여기에서 착안해 의료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새로운 소득 창출과 서울의 대표적인 ‘의료관광 중심지’로 성장하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라클-메디 특구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구청장은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공항 거점 강서 메디컬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의료관광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다국어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통역과 간병이 가능한 건강 코디네이터를 양성해 왔다. 2013년 9월부터는 특구 지정을 위해 공무원과 전문가 50명으로 실무 추진단을 꾸리고, 지역에 있는 이화의료원과 병원협의회, 한국공항공사, SH공사 등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의료관광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해외환자는 급증했다. 구에 따르면 2009년 207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환자는 지난해 2091명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2010년 3억 4000여만원에 불과했던 외국인 환자의 진료비 규모는 지난해 54억원을 넘어섰다. 노 구청장은 “지금까지 다져온 노력에 실질적인 의료중심의 특구 지정이란 상징성이 더해지면 마곡지구와 더불어 침체돼 있는 지역 경제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강서구는 2018년에 신축하는 이화의료원과 김포공항 국제메디컬센터, 증축을 계획하고 있는 미즈메디·웰튼병원 등을 연계해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외국인 환자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화의료원은 지하 5층과 지상 10층, 1036병상 규모로 지어 의료기반 마련에 힘을 보탠다. 특구 지정과 함께 건폐율은 50%에서 75%로, 용적률은 250%에서 375%로 크게 상승하는 혜택을 얻게 됐다. 이에 따라 여성과 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 시설 증축이 가능해져 의료 인프라도 확대할 수 있다. 해외 환자들의 의료관광 편의시설도 대폭 확충된다. 강서관광종합 안내센터, 의료관광 부스를 설치하는 등 원스톱 체계를 갖춘다. 병원과 다양한 관광지 위치, 교통, 상세정보 등을 확인 가능한 의료관광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의료 시스템도 마련한다. 의료와 관광을 연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허준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허준테마여행과 지역문화 특화사업을 만들면서 치유와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할 예정이다. 한의학과 밀접한 지역적 특색을 십분 활용, 한·양방이 조화롭게 융합된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외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 간판에 외국어도 표기하도록 하고, 척추·관절 환자들의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무장애 거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각종 지원서비스를 추가하고, 해외환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더 높이면 의료관광 특화도시라는 브랜드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숙박업체, 유통업체 등 지역 경제 주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숙박업체는 의료관광객들을 위한 객실료 할인 혜택을 고려하고 있고, 전통시장 상인회는 이들에게 할인쿠폰과 구매 가이드북 등을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강서구의 연구용역 결과 적극적인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을 펼치면 지난해 현재 2091명인 외국인 환자 수는 2018년이면 1만 82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관광 수입 효과는 2018년이면 979억원을 달성하고, 지난해 619명인 의료 관련 업계 종사자는 3년 후 3427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유발 효과가 2077억원, 소득유발 효과는 507억원으로 전망된다. 노 구청장은 “의료와 관광, 쇼핑, 식음료, 숙박 등 지역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되므로 의료 산업 자체의 부가가치뿐만 아니라 취업과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면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트럼프, 못 말리는 인기

    미국 대선 경선을 앞두고 공화당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명 종교 지도자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은 데 이어 자신을 부당하게 다룬다며 폭스뉴스 TV토론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 중 한 명인 제리 폴웰 주니어 리버티대 총장이 방금 나를 공개 지지했다”며 “이 얼마나 대단한 영광인가”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복음주의의 최고 지도자 폴웰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는 이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이끌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성공한 기업인이자 사업가, 훌륭한 아버지라고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폴웰 총장의 트럼프 공개 지지는 트럼프가 지난 18일 리버티대 연설에서 성경을 읽으며 “기독교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폴웰 총장과의 인연을 드러내면서 이미 예견됐다. 그러나 폴웰 총장이 당초 트럼프의 라이벌인 테드 크루즈와 더 가까웠다는 점에서 이번 공개 지지는 트럼프로 갈아탔음을 보여준다. 크루즈를 지지해 온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최근 트럼프를 공개 지지, 보수층의 표심을 트럼프로 몰아주고 있다. 이날 발표된 CNN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1%를 차지, 19%를 얻은 크루즈를 두 배 이상 누르고 1위를 지켰다. 이렇게 승승장구하자 트럼프는 이날 아이오와주 한 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일 열리는 폭스뉴스 주최 TV토론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폭스가 나 없이 토론회를 열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것인지 지켜보자”며 “이제는 누군가가 어른답게 놀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폭스뉴스 여성 앵커 메긴 켈리가 28일 토론에 공동 사회자로 나서게 되자 역공을 취한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천장 조명을 반쯤 꺼 둬 어둑한 사무실. 다섯 단짜리 책장을 빼곡히 메운 분야를 가리지 않은 책들. 한쪽에 자리한 고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초상화. 김성환(51) 서울 노원구청장의 30평(99.9㎡) 남짓한 구청사 집무실을 둘러보면 그의 철학과 가치관,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인구 58만명인 노원구에서 ‘동네일’을 한다”고 스스로 말하지만, 세계 70억 인구를 위협하는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고민하는 지구주의자다. 정치·행정학뿐 아니라 천문학 등에도 관심이 많은 호기심꾼이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삶과 정치관 등에 큰 영향을 받은 진보주의자다. 김 구청장은 27일 구청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공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행정가이자 정치인, 한 명의 인간으로서 궁극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는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올해에도 이 고민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구정을 펴고 싶다”고 말했다. ●“이웃끼리 웃고 떠드는 마을 만들 것” 사람과 생명. 김 구청장이 올해 벌일 사업의 특징은 두 키워드로 압축된다. 사실 2010년 처음 구청장이 된 이후 구정 철학이 바뀐 적은 없다. 그는 “자살예방사업과 심폐소생술 교육, 금연도시 프로젝트 등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의 대표 정책인 자살예방사업은 올해 주요 타깃을 40·50대 중장년층으로 처음 낮춘다. 지금까지는 65세 이상 노인이 주요 목표층이었다. 그는 “높은 실업률 등 사회적 여건 탓에 중장년층 자살률이 지역 평균 자살률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현상과 통계를 살펴 자살 징후를 집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전기·수도·가스 요금을 3개월 이상 체납했거나 최근 1년간 병원 진료를 집중적으로 받은 위기 주민을 찾아내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니 자살자들은 사망 전 1년 동안 근골격계나 정신질환 관련 진료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지역 내 정형외과 등에 부탁해 자살 징후가 있는 환자를 발견하면 구의 상담 서비스 등을 받도록 유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 복원’도 김 구청장이 임기 안에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다. 이웃끼리 인사하고 웃고 떠드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2012년부터 인사하기 운동, 나누기 운동, ‘마을이 학교다’ 캠페인 등을 벌여 왔다. 올해에는 ‘노원아, 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주민에게 문화·체육 활동을 권하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한 공간에 모여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쌓여 한 사람의 행복감과 사회적 연대 의식을 높인다”면서 “생활체육 교실을 열어 모두 운동을 하나씩 배울 수 있게 하고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확대해 매달 공연을 1편씩은 볼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월계동에 문화체육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상계동에 시립어울림체육센터를 유치하는 등 생활체육 공간도 늘릴 계획이다. 녹색사업도 계속된다. 노원구를 ‘태양의 도시’로 만드는 게 올해 목표다. 김 구청장은 “지역 내 모든 건물을 ‘작은 발전소’로 만들 계획”이라며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2018년까지 1만 5800가구에 보급해 에너지 자립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현장서 구상한 정책, 구청장 된 뒤 실현 김 구청장은 ‘노원의 사위’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가 고향인 그는 1991년 노원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연애를 위해 이곳으로 이사 온 게 시작이었다. 그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가 상계동에 살았는데 막차로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고서 집이 있던 신촌으로 돌아가려니 택시비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살던 누나를 꾀어 상계9동 보람아파트로 이사를 왔다”며 웃었다. 1995년 상계9동에서 그해 처음 실행된 구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또 1998년에는 시의원이 돼 4년간 일했다. 그는 “시·구의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지역 현장을 보고 배우며 꿈꿀 기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구의원 때 구상했던 정책을 구청장이 된 후 실현하기도 했다. 서울과학관 유치가 대표적이다. 김 구청장은 “당시 대규모 부지가 경매에 나왔는데 구청장에게 ‘이 땅을 사서 과학관을 짓자’고 말했다가 거절당했다. 자치단체가 경매 매물을 산다는 게 상상이 안 됐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때 고민해 둔 덕에 2011년 구청장이 된 뒤 서울과학관을 하계동 불암산 자락에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참여정부 때인 2003~2006년 청와대에서 정책조정비서관 등으로 일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4년간 지낸 일을 “용케 살아남았다”고 표현했다. 워낙 인재가 몰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곳이라 3년 넘게 근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김 구청장에 대해 “386세대는 정무·민정 업무에는 탁월한데, 정책 만드는 일을 잘하는 이가 별로 없다. 김성환이 유일한 예외”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구정을 펴다 방향을 잃을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얘기를 나침반처럼 꺼내 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비서든, 행정관이든 직급에 관계없이 대통령적으로 꿈꾸고 대통령적으로 사고하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내가 맡은 일 처리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중앙정치를 하는 것보다 나은 점이 많다”며 “부처나 기관 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협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와 경찰, 병원, 통반장 등이 힘을 합쳐 성과를 낸 자살예방사업이 대표적이다. 김 구청장의 별명은 ‘똘똘이 스머프’다. 둥근 안경을 쓴 모범생 외모인 데다 정책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아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책 대신 돌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1980년대 열혈 운동권 대학생이었다. 판사를 꿈꾸며 1983년 연세대 법학과에 진학한 김 구청장은 1학년 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하려 각종 수험서를 샀다고 한다. 그러나 캠퍼스에 죽치고 있던 ‘백골단’(사복 경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야성이 깨어났다. 그는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 서점에서 민법총칙 등 법학서를 모두 사회과학 서적으로 교환했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범민주세력 결집체인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의 학생 실무 책임자를 맡았다. 그는 “불의와 맞서 싸워 절차적 민주주의를 얻었던 승리의 기억이 이후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에게 살면서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매주 성당에 가 기도할 때마다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며 “환경을 지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고 경제적 양극화를 줄여 우리 사회가 건강히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이세돌 vs AI 컴퓨터 ‘100만 달러 대국’

    이세돌 vs AI 컴퓨터 ‘100만 달러 대국’

    ‘컴퓨터가 바둑에서도 인간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세계 바둑계에 군림하던 이세돌(33) 9단과 세계 최강 바둑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AlphaGo)가 오는 3월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체스와 장기 등 두뇌 스포츠에서는 이미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넘어섰지만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컴퓨터에 앞서고 있어 이번 대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 바둑계와 과학계에 따르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도전장을 받아들여 100만 달러(약 12억원)을 놓고 오는 3월 서울에서 대결을 펼친다. 세부 일정은 다음달 말 확정된다. ●알파고, 유럽 챔피언에 5대0 승리 알파고는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자선단체 기부금으로 쓰인다. 앞서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에 올랐던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와의 5번기에서 5승 무패로 승리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인공지능 연구의 중대한 발전으로 인정돼 28일자로 발간되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인공지능 컴퓨터 승리 땐 상금 기부 이세돌 9단은 네이처지에 “결과에 관계없이 바둑 역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면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며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번 대국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2003년 LG배에서 당시 최강자 이창호 9단을 꺾고 정상에 오르는 등 지난 10년간 세계 바둑계의 최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 중국의 구리 9단과의 ‘세기의 10번기’에서 6승2패로 압승하며 기세를 이어 갔고, 최근에는 한국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제압하고 명인전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알렸다. ●바둑계 “프로 실력에 근접한 수준” 무엇보다 알파고의 실력에 관심이 쏠린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대국에서 승률 99.8%를 기록하는 등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던 기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파고와 판후이의 5번기 기보를 살펴본 프로기사 박승철 7단은 “인터넷 바둑으로 치면 7∼8단에 해당할 것 같다. 프로기사와 맞바둑을 둘 수준은 아니고 2∼3점 접바둑을 둬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하진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은 “알파고는 판후이보다는 확실히 강하지만 얼마나 더 센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유럽의 정상을 이겼으니 프로의 실력에 가까이 다가간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체스게임에서는 1997년 슈퍼 컴퓨터 딥블루가 사람 경쟁자를 이겼지만 바둑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게임으로 여겨져 왔다. 가로세로 19줄 361점으로 구성된 바둑판이지만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까워 프로그램을 짜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은 인공지능을 겸비한 로봇을 차기 핵심 사업으로 보고 인간의 두뇌를 닮은 데이터 분석체계를 연구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씨줄날줄] 조폭의 수입/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조폭의 수입/임창용 논설위원

    형사정책연구원이 조직폭력배(조폭)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자의 37%가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궁금한 건 더 있다. ‘그럼 뭣 때문에 남아 있는 거지?’ 영화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이나 ‘넘버3’의 한석규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검은 양복 차림의 조직원들처럼 어깨에 힘주고, 돈도 웬만큼은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섣부른 것일까. 10여년 전 스티븐 레빗이란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가 ‘괴짜 경제학’이란 책을 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세상 읽기로 사회현상을 설명해 극찬을 받은 책이다. 책 내용 중 미국의 한 갱단, 우리로 치면 조폭의 운영 생리를 명쾌하게 분석한 대목이 있었다. 1989년 시카고대의 한 사회학도가 시카고의 빈민가를 무대로 운영돼 온 ‘검은 갱스터 사도단’이란 갱단의 한 지부 장부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 갱단은 코카인을 가공한 마약인 크랙 판매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조직이었다. 4년간의 기록을 담은 장부에서 레빗이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수입 배분이었다. 이 지부 보스는 3명의 중간 보스와 50여명의 ‘땅개’(거리에서 크랙을 파는 조직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월 8500달러의 순이익을 챙겼다. 3명의 중간 보스에겐 총 2100달러를, 나머지 땅개들에게 7400달러를 지급했다. 1인당 시급으로 보면 지부 보스는 66달러, 중간 보스는 7달러, 땅개들은 3.3달러였다. 땅개들은 4년간 체포되거나 다칠 횟수가 각각 5.9회와 2.4회, 살해당할 확률이 4명 중 1명에 이를 만큼 위험한 환경에서 일했다. 그래도 이들이 갱단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 지부 보스는 인터뷰에서 “땅개들에게 더 많이 줄 수는 있지만 현명한 짓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가 보스라는 걸 잊게 해선 안 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즉 자신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챙기는 보스 자리가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이런 조직 운영 생리는 우리나라 조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폭 말단과 달리 상위 21%는 5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고, 1000만원 이상 챙기는 조폭도 6.4%나 됐다. 조폭 말단 역시 시카고의 땅개와 비슷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바닥을 기지만 대가는 초라한 것이다. 레빗은 크랙 판매 조직이 일반적인 자본주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양쪽 다 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상층부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의 임금 격차를 보면 이런 시각이 꼭 과장됐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맨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토너먼트 게임을 벌이면서 올라가야 하는 것은 샐러리맨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외인 스카우트…고효율 수원FC vs고비용 수원삼성

    [김현회의 축구싶냐]외인 스카우트…고효율 수원FC vs고비용 수원삼성

    지난해 7월 수원이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한 시시 곤잘레스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드디어 수원블루윙즈가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구나.’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접한 뒤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시시를 영입한 팀이 K리그 클래식 빅클럽 수원블루윙즈가 아니라 K리그 챌린지에서도 예산이 적은 편인 수원FC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K리그 챌린지의 수원FC라는 팀보다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이라는 팀으로 각인돼 있는 내게 수원FC의 시시 영입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시시와 함께 한 수원FC, 가빌란도 노린다수원FC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기가 막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만 90경기에 나섰고 1부리그와 2부리그를 합치면 총 282경기에 출전해 14골을 넣은 시시가 K리그 챌린지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해외 진출을 알아보고 있던 시시가 수원FC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매료돼 한국행을 선택했다지만 스페인 축구 유망주로도 평가받았던 그가 K리그 클래식 빅클럽도 아닌 K리그 챌린지 팀을 선택했다는 건 FM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시시 영입을 위한 수원FC의 노력은 찬사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시시뿐 아니다. 수원FC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들 대부분은 성공했다. K리그 챌린지 합류 이후 수원FC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는 다섯 명인데 이중 알렉스는 1년간 주전으로 나선 뒤 지금은 K리그 클래식 제주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일본 4부리그에서 뛰었던 무명의 자파는 수원FC를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킨 뒤 무려 연봉을 12배나 올려 중국으로 떠났다. 몬테네그로 출신 수비수 블라단은 실력은 물론 인성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수원FC 수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마 보그단 정도가 평범한 활약을 했을뿐 나머지 선수들은 수원FC 입장에서 대박 영입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수원FC가 스카우터도 없는 팀이라는 점이다. 따로 스카우터를 파견해 선수들을 관찰하는 K리그 클래식 대부분의 구단과 달리 수원FC는 직접 조덕제 감독이 선수를 살핀다. 예산도 부족하고 여건도 열악해 직접 선수들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도 없다. 영상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흔히들 영상만 보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덕제 감독은 영상만 보고 뽑은 선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이미 몇 차례나 입증했다. 내 컴퓨터 ‘찌르레기’ 폴더에 영상만 36기가가 쌓여 있는 것처럼 조덕제 감독의 ‘직박구리’ 폴더에도 아마 36기가 이상의 영상이 들어 있지 않을까. 그저 전성기 시절 활약상을 편집해 놓으면 너도 나도 호날두고 메시지만 이걸 걸러내는 게 조덕제 감독의 몫이다. 조덕제 감독은 이런 편집 기술에 속지 않기 위해 ‘저 선수 정도면 괜찮다’가 아니라 ‘이 선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야 영입에 착수한다. 실제로 조덕제 감독이 영상을 보고 거른(?) 선수들 중 여러 명이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뛰고 있다. 그만큼 조덕제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보는 눈은 깐깐하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영상을 보고 외국인 선수를 고른다고 해 이게 절대 편한 방법이 아니라는 건 조덕제 감독의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조덕제 감독은 이렇게 선택한 선수를 직접 만나 인성까지 확인한 뒤에야 계약서를 내밀 정도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신중하다. 더군다나 시시의 영봉은 2억 5천만 원 수준이었다. 스페인 청소년 대표를 경험하고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던 선수를 이 정도 헐값(?)에 데려온다는 건 믿기지 않는 일이다. 시시보다 경력도 부족하고 실력도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 클래식에서 5~6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FC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선수를 발굴해 내고 그 선수가 연봉을 포기하고라도 멋진 축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심어줬기 때문에 시시 같은 명망 있는 선수를 그리 많지 않은 돈을 들여 수원FC가 영입할 수 있었다. 이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그런데 수원FC가 또 한 번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페인 각급 연령별 대표를 지냈고 심지어 헤타페에서는 주장까지 했던 하이메 가빌란 영입을 눈앞에 둔 것이다. 가빌란은 현재 한국에 입국해 수원FC와 계약서에 사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컬 테스트만 통과하면 하루 이틀 안에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옷피셜’을 발표할 것이다. 시시가 나가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들어올 정도로 수원FC의 외국인 선수 영입 능력은 대단하다. 지금껏 K리그 역사상 그 어떤 팀도 하지 못했던 대단한 일을 K리그 챌린지 팀이, 이제 막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팀이 해내고 있다. 가빌란과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영입 계획 자체만으로도 수원FC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블루윙즈의 한숨 나오는 외국인 선수들이쯤에서 수원FC와 수원블루윙즈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K리그 클래식 최초로 더비를 완성하게 된 두 팀은 여러 모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원FC가 시시를 비롯해 자파, 블라단, 알렉스 등의 영입을 모두 성공시키는 동안 수원블루윙즈는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 대부분을 실패했다. 정말 한숨부터 나오는 이름을 지금부터 곱씹어보려 한다. 2013년 블루윙즈는 핑팡과 스테보, 보스나가 속했지만 이중 그나마 제몫을 한 건 스테보 뿐이었다. 이미 일본 무대에서도 두 시즌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핑팡은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단 한 경기에 나서 오버헤드킥 한 번 보여준 게 전부였고 수비수 보스나는 강력한 프리킥을 앞세웠지만 수비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팀을 떠나야 했다. 2014년에는 로저와 헤이네르가 한숨을 푹푹 쉬게 만드는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고 2015년에는 레오와 카이오, 일리안이 실패한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올랐다. 최근 3년 동안 스테보가 나름대로 활약을 펼쳤고 산토스가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그나마 성공한 스테보와 산토스는 이미 다른 K리그 팀에서 검증된 자원들이었다. 여기에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반도와 디에고 등도 블루윙즈 외국인 선수 영입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수원FC가 시시를 영입하고 가빌란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나 핑팡 같은 선수를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데려온 블루윙즈는 흔히 말하는 ‘호갱님’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블루윙즈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도 아니면 ‘빽도’다. 블루윙즈의 문제점은 단순히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 실패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구단이라고 하더라도 영입이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명장’으로 칭송받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역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베베와 마시모 타이비, 에릭 젬바젬바, 클레베르송 등을 영입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어떤 팀도 완벽한 영입만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 따른 빠른 대처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 또한 구단의 능력인데 블루윙즈는 이런 능력도 전혀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매년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하면서도 학습 효과가 전혀 없다. 최근 결별한 카이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미 카이오가 더 이상 K리그 클래식 빅클럽인 블루윙즈에서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걸 다 알고 있었지만 카이오는 1월 말이 다 돼서야 블루윙즈와 결별했다. 다른 팀들이 이미 선수 영입을 마무리 짓고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데 블루윙즈는 이제 와서 선수단 정리에 들어갔고 카이오를 대체할 선수를 찾아야 한다. 이미 점찍어 놓은 다른 선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변을 정리하고 팀에 합류하면 전지훈련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을 것이다. 이건 블루윙즈가 매년 반복하는 문제다. 시즌이 끝나고도 결별 수순을 밟지 않던 선수를 이제야 놓아준다는 건 구단의 운영 노선 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아마도 블루윙즈 팬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윙즈는 브라질 출신으로 J리그나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했다면서 아시아 무대 적응이 쉬울 것이라고 기대했던 외국인 선수가 매년 영입됐다. 팬들은 이 선수의 과거 활약을 영상으로 접한 뒤 멋진 장면 몇 개를 보고 기대감에 부푼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이 선수는 몇 경기에 나와 기대이하의 플레이를 선보이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선수는 계속 팀에 남아 있다가 이적시장이 닫힐 쯤에야 팀에서 방출된다. 이 공식의 무한반복이 바로 지금 블루윙즈의 모습이다. 올 시즌에도 다른 팀들이 줄기차게 12월 말부터 영입 확정 보도를 빵빵 터트릴 때 블루윙즈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이건 외국인 선수 보강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다. 확실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정리하는 능력이라도 빨라야 하는데 블루윙즈는 실패한 외국인 선수 정리 문제도 속이 터진다. 심지어 카이오는 3년 계약으로 영입해 한 시즌 만에 계약 해지로 태국 부리람으로 떠나게 됐다. 몸값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팔리지도 않는 선수를 데리고 있다가 결국에는 이적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손해만 잔뜩 봤다. 이렇게 블루윙즈의 지갑은 돈이 늘 줄줄 샌다. 블루윙즈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블루윙즈 입장에서는 어떠한 핑계도 댈 수 없다.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지원이 줄었다고 앓는 소리도 할 수 없다.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블루윙즈의 1년 예산은 여전히 200억 원을 상회한다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운영 주체가 변경됐지만 여전히 블루윙즈는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구단 중 하나다.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구단별 연봉 총액에서도 전북(120억 원)에 이어 블루윙즈가 87억 원을 써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무리 투자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블루윙즈 2군 선수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블루윙즈가 예산 부족으로 앓는 소리를 하면 전북 말고 다른 팀들은 아예 다 축구팀 접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원FC는 어떨까. 지난 시즌 예산인 39억 원이었던 수원FC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승격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예산이 71억 원뿐이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블루윙즈의 1/4 수준이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리그 수준 차이도 고려해야 하지만 여전히 K리그 클래식에서도 빅클럽으로 군림하고 있는 블루윙즈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수원FC가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에서 할인 쿠폰도 쓰고 신용카드 혜택까지 받으며 알찬 쇼핑을 하는 동안 블루윙즈는 이미 유행이 지나서 들고 다니기에도 창피한 가방을 백화점에서 수백만 원을 주고 사는 꼴이다. 물론 블루윙즈는 이렇게 산 가방을 몇 번 들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바로 옷장에 쳐박아 놓고 또 다른 가방을 이런 식으로 산다. 더군다나 수원FC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전문 스카우터도 없다. 조덕제 감독이 직접 에이전트를 만나 외국인 선수를 추천 받거나 전국 각지를 돌며 국내 선수를 살펴본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조덕제 감독을 직접 만났을 때도 그는 승격에 대한 기쁨보다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수 없이 많은 자료를 뒤지며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시시와 결별하기 전이었지만 이렇게 말했다. “시시가 내년 시즌에 우리와 함께 갈지 여부는 반반이다. 그래서 미리 새로운 선수를 찾아 놓아야 한다.” 결국 시시가 유럽으로 돌아가자 조덕제 감독은 가빌란이라는 더 화려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득템’도 이런 ‘득템’이 없다. 수원FC가 스카우터도 없이 발품을 팔아 질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동안 블루윙즈는 무얼 했나. 블루윙즈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스카우터가 여러 명 속해 있지만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는 영입 족족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수원FC와 비교해 봤을 때 변명의 여지가 없다. 스카우터도 없는 수원FC가 시시를 2억 5천만 원의 헐값(?)에 영입하는 동안 블루윙즈는 그보다도 못한 실력에 그친 외국인 선수들에게 훨씬 더 많은 돈을 안겨다줬다. 이쯤 되면 그냥 산토스와 스테보처럼 이미 다른 팀에서 검증을 마친 선수들을 안전하게 영입하는 게 나을 정도다. 아마도 수원FC가 없었더라면 블루윙즈의 이런 문제점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예산이 줄어들고 훌륭한 외국인 선수가 K리그를 기피한다고 짐작하면서 블루윙즈의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사례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원FC의 모습을 보면 블루윙즈가 얼마나 외국인 선수 영입 능력이 떨어지고 무성의한지 알 수 있다. 블루윙즈가 윤성효 감독 시절 한 해에 400억 원을 쓸 때도 그들은 실패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돈다발을 안겼다. 심지어 2011년 영입했던 반도는 두 달치 월봉 6천만 원을 받는 동안 단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짐을 쌌다. 이렇게 새는 돈만 막더라도 블루윙즈가 중간은 가지 않았을까. 수원FC가 시시를 영입하고 가빌란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블루윙즈의 행보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단순히 “유명한 외국인 선수가 K리그를 기피한다”고 핑계를 대기에는 수원FC가 보여준 게 너무 많다. 엄청난 이름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라는 게 아니다. 반 페르시나 토레스가 K리그에 올 가능성은 극히 적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이들 중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선수들은 전세계에 널려 있다. 수원FC가 시시를 영입해 잘 활용했고 가빌란과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 봤을 때 블루윙즈라고 그렇게 하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블루윙즈의 분발을 촉구한다오히려 더 큰 구단이면서 예산도 충분한 블루윙즈가 수원FC보다는 유리한 상황 아닌가. 꼭 유명한 선수가 아니어도 좋다. 일본 4부리그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와 요긴하게 쓰고 더 비싼 돈을 받고 파는 수원FC와 비교해 봤을 때 블루윙즈는 지금껏 무얼 했나. 감독 한 명이 발품을 팔아 발굴한 선수가 여러 스카우터를 보유한 팀의 외국인 선수보다도 훨씬 더 팀내 기여도가 높다는 점은 블루윙즈에서 반성해야 한다. 유명하고 비싼 외국인 선수의 ‘먹튀’가 위험 요소라면 해외의 하부리그를 뒤져서라도 충분히 통할 만한 선수들을 찾아내는 게 스카우터의 본분 아닐까. 블루윙즈는 지금껏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팀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게 구단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 수원은 광주나 대구처럼 프로야구가 자리 잡은 곳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경쟁할 만한 축구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수원에는 프로야구 팀도 생겨났고 같은 시장 안에서 경쟁해야 할 수원FC라는 존재도 더는 무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빅버드를 찾던 팬들이 야구장으로 가거나 수원FC의 홈 구장인 수원종합운동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블루윙즈는 경쟁 없이 수원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원래부터 답이 없는 팀이었다면 이런 지적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블루윙즈는 K리그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가장 많은 팬을 보유했고 가장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수원FC가 적은 예산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성공하는 동안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빅클럽’ 블루윙즈의 분발을 촉구한다. 수원FC가 이미 외국인 선수로 성공하는 걸 보여준 이상 블루윙즈는 그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다. 올 시즌에도 ‘삼바 특급’ 쩌리우나 ‘일본의 신성’ 누구 신지, ‘러시아의 골잡이’ 드포자프 등이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어서는 곤란하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 응답할까요, 2030

    응답할까요, 2030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전 혁신위원….’ 20대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19대 총선까지 점차 위축돼 온 2030세대가 이번 총선에서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대 총선 당시 200여명에 달했던 2030 본선 후보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33명으로 7분의1 수준이 됐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감소 원인으로 시민단체·대학생 위원회 등의 세력적 기반 와해, 정치적 무관심을 꼽았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본선 후보자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정치 참여는 15대 총선에서 20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6대 169명 ▲17대 160명 ▲18대 148명 ▲19대 33명을 기록했다. 현재 20대 본선 후보자는 19대에 비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추세로 볼 때 18대 이전의 세 자릿수 회복은 힘들어 보인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원이 42명인데 이미 3분의2 정도가 신청을 마친 상태”라면서 “본선 후보 등록(3월 24일)은 정당별로 한 명씩만 신청이 가능해 예비후보 숫자보다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구 ‘당선자’가 다시 늘어날지도 주목된다. 17대 총선에서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력을 주축으로 23명이 국회 진입에 성공했지만 ▲18대 4명 ▲19대 3명으로 점차 감소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15~17대 총선에서는 대학생 위원회나 시민단체를 기반으로 젊은 층의 영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지만 18대 총선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세력적 기반들이 모두 와해됐다”며 “지금은 기성 정치권에서 인물을 개별적으로 몇 명씩 데려오니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2030세대와 정치 사이의 거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모두 2030세대의 정치권 진입 확대는 ‘청년세대 목소리 반영’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기계적으로 청년들의 비례성을 맞출 수는 없지만 과소 대표성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청년이 국회 입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젊은 층의 국회 진입은 정치적 훈련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당내 육성 시스템 마련이 필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벤트성’으로 활용되고 기성 정치권에 줄을 서는 막내 노릇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10억 넘게 물려받은 미성년 ‘다이아수저’ 116명

    부모 등에게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넘겨받은 미성년자가 2014년 말 기준으로 11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50억원 초과 재산을 증여받은 미성년자도 10명이나 됐다. 24일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낸 20세 미만 대상자는 5554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세 미만인 경우는 1873명이었다. 증여재산가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넘겨받은 미성년자는 116명이었다. 특히 50억원을 넘는 경우가 10명에 달했고, 이 중 한 명은 10세 미만이었다. 50억원 초과 재산을 증여받은 미성년자는 2010년 8명, 2011년 5명, 2012년 6명, 2013년 6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받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자가 된 미성년자는 154명으로 이들이 낸 세액은 3억 2900만원이었다. 현행법상 종부세는 ▲아파트, 다가구·단독주택 등 6억원 초과 주택(1세대 1주택자는 9억원), ▲5억원 초과 종합합산토지(나내지, 잡종지 등), ▲80억원 초과 별도합산토지(상가·사무실의 부속 토지 등) 소유자가 대상이다. 주택분 과세 대상자는 37명, 종합합산 토지분 대상자는 117명이었다. 별도합산토지분 대상자는 3명은 주택, 토지, 상가 등 2개 항목 이상에서 종부세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 종부세 대상자는 2010년 171명이었다가 2011년 151명, 2012년 156명, 2013년 136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증가세로 돌아섰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 종로구의회, 베트남과 전통문화 친선교류

    서울 종로구의회, 베트남과 전통문화 친선교류

    김복동 서울 종로구의회 의장이 지난 20일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방문했다. 다가오는 우리의 고유명절인 설날을 맞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양국의 우호협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이날 김복동 의장은 평소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팜후찌 주한 베트남 대사의 요청으로 종로구의 국악명인을 통해 베트남 대사관의 모든 직원들이 아름다운 우리 가락 ‘아리랑’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강사로는 재담명인 김뻑꾹씨와 김뻑꾹예술단 김순녀 단장이 나섰으며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교류에 기여하고자 재능기부로 이번 강습회를 진행했다. 김뻑꾹예술단은 지난 1975년 종로에서 창단돼 41년 동안 지역문화 및 전통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김복동 의장은 “우리의 전통음악을 팜후찌 대사님을 비롯한 직원분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팜후찌 대사는 “오늘 저명한 국악인으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아리랑’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교류를 계기로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자”고 화답했다. 한편 김복동 의장과 팜후찌 대사는 각자 준비한 기념품과 함께 그동안의 감사했던 마음을 전달하는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유기농 감자 사진 한 장…무려 13억원 판매

    그저 검은 배경에 껍질이 생생히 드러난 감자 사진일 뿐이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이 무려 10억 대 귀하신 몸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유명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46)가 촬영한 감자 사진 한 장이 100만 유로(약 13억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평범한 감자의 사진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역시 유명인 인물사진에 일가견 있는 아보쉬 덕이다. 그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조니 뎁, 페이스북 이사 셰릴 샌드버그,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여성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의 인물사진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다. 화제의 이 사진은 지난 2010년 이들 유명인들과 함께 촬영됐으며 총 3장이 인화됐다. 보도에 따르면 한 장은 세르비아 국립 현대 미술관에 기부됐으며 다른 한 장은 일찌감치 개인 수집가에게 팔렸다. 아보쉬는 "내 스튜디오에 방문한 구매자가 벽에 걸린 이 사진을 보고 단박에 구매를 결정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며 놀라워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은색 배경과 싱글 조명 아래에서 촬영했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태평무 거장’ 강선영 명인 별세

    ‘태평무 거장’ 강선영 명인 별세

    중요 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명예보유자인 강선영 명인이 2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1925년 경기 안성 출생인 고인은 근대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1875~1941) 선생 제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다. 13세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한 선생을 처음 만났고, 15세에 한성준 고전음악연구소에 들어가 정식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태평무를 비롯해 한량무, 승무 등 한국 전통춤을 두루 섭렵했다. 1960년 강선영무용단을 창단했다. 호주, 미국 등 세계 170개국에서 한국 무용의 춤사위를 드날렸다. 1988년 12월 1일 중요 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고, 같은 해 사재를 털어 고향인 안성에 태평무전수관을 개관해 전통문화 전승과 춤꾼 발굴, 양성에 힘썼다. 2013년 태평무 명예보유자가 됐다. 국립무용단 단장,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14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목련장(1973), 문화예술상(1976)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딸 이남복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25일 오전 7시. (02)2072-2091.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다른 취향 같은 열정 작가의 독서

    다른 취향 같은 열정 작가의 독서

    작가의 책/패멀라 폴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592쪽/2만원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와 중요 인사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작가와 책에 영감을 받아 그들은 작가의 길을 택했고 성공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늘상 곁에 가깝게 두는 책은 뭘까? 대중들이 흔히 갖게 되는 의문들이다. ‘작가의 책’은 그 의문들을 콕 짚어 속 시원하게 응답해준다. 대중들의 많은 의문만큼이나 책과 관련된 작가, 유명인의 사연도 다양하다. 뉴욕타임스가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서평 잡지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실렸던 작가 인터뷰 중 요즘 가장 사랑받는다는 55인을 추려 묶은 책. 소설가 등 작가가 대부분이지만 과학자, 배우, 뮤지션 등 논픽션 작가도 눈에 띈다. ‘작가가 애착을 보이는 책들은 지면에 드러나지 않는 그의 생각이나 문학적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이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스콧 터로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대중들은 작가의 창작 비법보다는 그들이 읽는 책을 훨씬 더 궁금해한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책 속의 질문은 다양하지만, 역시 ‘그들은 무슨 책을 가장 사랑했고’, ‘그들을 어떻게 유명 작가와 성공 인생으로 이끌었는지’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이 가장 눈길을 끈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지 않았다면 나의 첫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알랭 드 보통) “어린 시절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을 읽고 이야기의 마술과 인쇄된 단어의 힘을 인식하게 되었다.”(댄 브라운)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인생을 다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에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 죽고 싶었다.”(제프리 유제니디스) 작가가 좋아하는 취향도 각양각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단 대부분의 작가가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작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가장 많이 택한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이언 매큐언은 “‘햄릿’에서 인간 묘사에 대한 일종의 도약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인간의 내적 삶이 우리의 숙고 대상이 되었다”고까지 평한다. 그런가 하면 동일한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 정반대의 반응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많은 작가들이 찬탄하는 헤밍웨이를 놓고 존 어빙은 이렇게 열을 올린다. “그의 문장은 광고 문구로 써도 될 만큼 짧고 단순하다. 그의 모든 책은 과대평가되었다.” 이것 말고도 포기한 책과 남몰래 즐기는 책이나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가볍게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작가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악착같은 열정으로 읽어내는 ‘독서의 열정’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전화 수화기에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동안에조차 책을 집어든다. 댄 브라운은 맬컴 글래드웰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조깅을 하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 1.6㎞를 더 달린다. 책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작은 정보들의 집합은 이렇게 매듭지어지는 듯하다. “작가들이 독서를 통해 받은 지적인 충격과 영감은 결국 그들의 독특한 관심과 창작론의 바탕이 된다.” 실제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는 “나의 모든 작품에 ‘한 방울의 유머’를 몰래 심어놓으려고 노력한다”고 창작 지론을 털어놓고 있는가 하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는 “절망적일 정도로 소외되어 있지만 늘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힌 인물을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올해의 숙명인상’에 김순례씨

    ‘올해의 숙명인상’에 김순례씨

    숙명여대 총동문회는 21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신년하례회를 열고 김순례(60)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에게 ‘올해의 숙명인상’을 수여했다.
  • 세 허스키와 가족이 된 고양이 ‘난 고양이가 아니다옹~’

    세 허스키와 가족이 된 고양이 ‘난 고양이가 아니다옹~’

    개와 고양이가 항상 앙숙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까. 세 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와 피를 나눈 가족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고양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미 ABC뉴스는 20일(현지시간) 허스키를 어미로 생각해 자신이 개인 줄로 아는 고양이 ‘로지’(Rosie)의 사연을 소개했다. 현재 미 캘리포니아주(州) 산체스에 있는 티와 트람 부이 자매의 집에서 살고 있는 로지는 생후 8개월 정도 된 어린 고양이다. 로지는 유기묘였다. 지난해 5월쯤 이들 자매와 옆집에 사는 사촌 토아 부이는 길거리에 버려져 있던 로지를 발견하고 곧 바로 집으로 데려와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당시 로지는 태어난지 3주 정도밖에 안 된 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였다. “새 집에 온 첫날 밤, 로지는 괜찮아 보였지만, 이후 먹이를 거부하고 머리도 들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었다”고 자매 중 한 명인 티 부이는 설명했다. 이어 “로지의 눈은 감염으로 거의 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들은 인근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로지는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해 로지에게 어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세 마리 허스키 중 성격이 가장 온순한 릴로(Lilo)를 로지와 함께 지내게 해보기로 했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티 부이는 “놀랍게도 릴로가 즉시 어미처럼 행동했다. 그녀(릴로)는 한 번도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고 로지를 데려오기 전에 이미 중성화 수술을 했었기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로지는 릴로 덕분에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이 로지는 한집에 사는 허스키 릴로와 인피니티(Infinity)는 물론 사촌이 키우는 옆집 허스키 미코(Miko)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이들은 함께 먹이를 먹고 낮잠을 자며 뛰어 논다. 때때로 싸우기도 하지만 이제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부이는 덧붙였다. 하지만 로지의 몸은 허스키들에 비해 너무 작으므로, 밤에 잘 때는 안전을 위해 서로 떨어뜨려 놓고 있다고 한다. 부이는 “릴로는 자신이 장난으로 한 행동에 로지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집에는 고양이가 3마리 더 있고 토끼 2마리도 함께 키우고 있다. 하지만 로지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개와 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부이는 설명했다. 산책할 때도 다른 허스키들처럼 목줄을 하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고양이 로지와 허스키 3마리의 모습은 ‘릴로 더 허스키’(Lilo the Husky)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릴로 더 허스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길섶에서] 부부 관계/임창용 논설위원

    요즘 유명인의 파경 소식이 들릴 때면 ‘부부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하곤 한다. 불륜이 원인이면 더 그렇다. 도파민 같은 사랑의 호르몬이 분수처럼 솟아나 죽도록 사랑한다던 이들이 원수처럼 물어뜯으며 헤어진다. 미국 코넬대 신디아 하잔 교수에 따르면 도파민이나 옥시토신 등 사랑의 호르몬 수명은 길어야 30개월이다. 그 후엔 친밀감만 유지될 뿐이어서 새로운 ‘사랑의 중독’ 대상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란 책에서 ‘습관적인 부부 관계’를 경계하라고 충고한다. 워낙 친숙하다 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하고, 친숙함 이상의 정서적 가치를 잃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부부 관계의 습관성을 도종환의 시 ‘가구’에서 발견한다. ‘…본래 가구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그저 아내는 아내의 방에 놓여 있고/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없을 땐 찾게 되고, 있을 때는 무관심한 그런 관계다. 거기서 사랑의 긴장감이나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무엇이 나올 수 있을까. 결국 부부간에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가꾸고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깜짝 이벤트라도 준비해야 하나?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유치원 월수입 300만원·인건비 1000만원… 몇개월 버틸지…”

    “유치원 월수입 300만원·인건비 1000만원… 몇개월 버틸지…”

    “아이들이 100명 있는데, 이미 4명의 부모가 다음달부터 관두겠다고 통보했어요. 정치 싸움에 결국 우리 유치원들만 죽어나는 거죠.”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유치원에서 만난 원장 A씨는 “잘 해결될 거라고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다음달부터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한 달 11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오르니 차라리 집에서 키우는 게 낫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 유치원에 20명의 직원이 있는데 월급을 나중에 주겠다고 양해를 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설마설마했던 보육 현장의 혼란이 현실화됐다. 통상 20일 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온 경기 지역 유치원들은 이날 실제로 지원금이 내려오지 않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대체로 25일에 지원금을 받는 서울 지역도 보육대란이 임박한 상태다. 경기 지역에서는 월급날에 지원금이 없어 급여를 받지 못한 유치원 교사들이 속출했다. 3~4배가 넘게 수업료가 오르면서 등원 포기를 통보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유치원 원장들은 사태가 장기화될까 발을 동동거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B유치원 원장은 오는 25일 직원 월급날을 앞두고 고민 중이다. 그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없으니 수업료 수입은 300만원에 불과한데 인건비만 1000만원”이라며 “우선 교사 월급을 30%만 지급하려고 생각 중인데 교사들이 몇 개월이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원생은 40여명인데 하루 5건 이상의 학부모 항의가 들어오고 있다. 그는 “임시방편으로 원비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이대로면 결국 월 수업료를 7만원에서 29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며 “이미 3명이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생활고를 걱정하고 있다. 경기 군포시의 한 유치원 교사인 김모(29·여)씨는 “지난 15일이 월급날이었는데 누리과정 사태 때문에 월급을 미룰 수밖에 없다는 원장의 일방적인 통보를 들었다”며 “부모님께 손을 벌려 근근이 버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도 걱정이 태산이다. 김모(39·여)씨는 “6살, 7살 연년생 아들을 두고 있어 원비가 오르면 전혀 계산에 없던 월 40만원의 추가 지출이 생긴다”며 “큰아들이라도 유치원을 끊고 학습지를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36·여)씨는 “한 달 원비가 49만원인 유치원에 보내는데 22만원이 오른다면 유치원을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가정으로 보냈다. 앞서 서울사립유치원연합회는 누리과정 지원금 중단에 따른 운영비 충당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일시적인 은행 차입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누리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감들과 21일 다시 만날 예정이지만 지난 18일에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바 있어 결과는 불투명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지난해 中방문 북한 주민 2.1% 늘어 18만 8300명

    지난해 정식 절차를 밟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 수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18만 8000여명에 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VOA는 중국의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을 찾은 북한 주민 수는 18만 8300명으로, 2014년의 18만 4400명보다 2.16%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방문 북한 주민 수는 2010년까지 10만∼12만명 수준을 맴돌다 2011년 15만명으로 급증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3년 2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다 2014년 들어 주춤했다가 지난해 소폭 반등한 것이다. 국가여유국의 이 수치는 정식 절차를 밟아 중국에 들어간 북한 주민 수만 계산한 것이며, 탈북 등 비공식 경로로 입국한 것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북한 주민의 중국 방문 목적은 취업이 9만 42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의 참석이나 사업이 2만 5900명, 관광이 1500명이었다. 친척 또는 친구 방문은 100명, 기타 약 7만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5만 8200명으로, 3만 200명인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길 큰길-그가 말하다] (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국립생태원장

    [한길 큰길-그가 말하다] (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국립생태원장

    지난 15일 찾아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연구실은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방울을 몇 차례 훔친 뒤에야 연구실 문을 노크할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한 연구 공간이었다. 2개 벽면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들로 빼곡히 차 있었지만, 훈훈한 향내와 함께 잘 정돈된 집안 서재의 느낌이 났다. 그는 “학생들 논문 지도 때문에 많이 바쁘다”며 약속에 10분 정도 늦은 데 양해를 구했다. 무수한 방송과 강연 경험을 가진 그는 역시 달변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최초의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뭐 좀 대단한 게 있나 기대했더니 아주 실망이에요. 방송에나 뻔질나게 나오고, 신문에 잡스런 글들을 쓰고 있잖아요. 교수가 연예인인 줄 아는 건지 참….” 10년 전쯤일 것 같다. 어느 날 교수회의 도중에 동료 교수가 나를 면전에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선배라서 별다른 대꾸 없이 그냥 듣다가 나왔는데, 그날 나는 한국에서 교수직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서울대 시절 얘기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의지에 따라 행동했던 일들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옥죄는 올무가 되기도 했던 것은 어쩔 수 없다. 많은 고매하신 연구자들이 “최재천은 연구는 안 하고 쓸데없이 사회문제에 나선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성을 탐구하는 사회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나는 내가 배운 것들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을 뿐 옆길로 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게 학문은 ‘이론과 실천의 통합’이다. -나는 강원도 강릉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것이 좋았다. 논병아리를 잡고, 토끼굴을 쑤시고, 쇠똥구리를 잡아 온종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다. 난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요즘도 찬바람이 불면 불현듯 과거 못 이룬 신춘문예에 대한 욕심이 나곤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백일장에 나갔다가 장원을 했다. 이후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은 나를 ‘시인’이라고 불렀다.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변하지 않았다. 경복고에 진학했는데 우리 학교는 서울고와 대학 진학 성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경기고는 너무 앞에 있었고. 교장 선생님은 서울대에 350명을 진학시키겠다는 ‘350고지 탈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과를 기존 12개 반 중 8개에서 9개로 늘렸다. 그 와중에 나는 내 의사와 반대로 이과반에 배정이 됐다. ‘문청’(문학청년)을 꿈꾸던 나는 여러 번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문과반으로 옮겨 달라고 했지만 꾸지람만 들었다. -아들이 가난한 예술인이 될까 걱정스러웠던 아버지께서는 내가 이과에 배정된 걸 반기셨다.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셨다. 하지만 1972년 나는 서울대 의예과에 보기 좋게 낙방했다. 재수를 해서 의예과에 재도전을 했지만 또 떨어졌다.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삼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리셨다. 결국 2지망이었던 동물학과에 들어갔다. 요즘은 입시철이 되면 나에게 “동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20~30명은 된다. 그렇지만 1970년대 초반에는 동물학과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원하지 않은 공부를 하려니 수업에 흥미가 없었고 일상도 무기력해졌다. 한번은 여학생을 소개받는 미팅을 나갔는데, 앞에 앉은 여학생이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동물학과에 다닌다”고 하자 그 여학생은 “저도 괴테나 헤르만 헤세 너무 좋아해요”라며 손뼉을 쳤다. ‘동물학과’를 ‘독문학과’로 잘못 들은 것이다. 결국 그녀와 헤어질 때까지 독문학과 학생으로 행세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먼 산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어이, 거기 강아지풀”이라고 부르셨다. 이후로 대학 4년간 나의 별명은 ‘강아지풀’이었고, 지금도 가끔 그 별명을 꺼내 드는 친구들이 있다. -인생의 전기는 3학년 때 찾아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오신 김계중 교수님이 우리 과에 영어 강의를 개설하셨다. 전공보다는 영어에 관심이 더 많았던 나는 그 수업만큼은 유독 열심히 참여했다. 그 모습은 교수님이 나를 모범생으로 착각하시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으로 다시 떠나시면서 유학을 권유했다. 겉으로야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부를 안 하는데 미국까지 날아가서 공부할 이유가 뭐야.’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김 교수님과의 만남은 나의 내면의 벽을 처음으로 깨뜨린 중대한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얼마 후 벽안의 60대 노교수가 나를 불렀다. “미국 학회에서 김계중 교수를 만났는데 내가 한국에 하루살이 채집을 간다고 하니까 ‘부지런하고 똑똑한 친구가 있으니 조수로 쓰면 좋을 것’이라며 미스터 최를 추천하더군요.” 그는 세계적인 하루살이 연구의 대가 조지 에드먼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였다. 그는 하루살이를 관찰했지만, 나는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생활을 관찰했다. -여기서 나온 놀라운 발견. ‘내가 어릴 적 고향 강릉의 자연에서 하고 놀던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니.’ 에드먼드 교수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으로의 유학 과정과 추천 교수들의 이름을 적어 줬다. 목록 제일 위에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이름이 있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학점이 최소 3.0은 돼야 했다. 그렇지만 수업시간에 강아지풀 입에 물고 먼 산만 쳐다본 나의 대학교 3학년 때까지 학점은 2.0도 안 됐다. 4학년 남은 두 학기 동안 최대한 많은 과목을 수강했다. 결국 한 과목을 빼고는 전부 A+를 받았다. 학점 제한선인 3.0을 겨우 넘은 3.04. 28개 대학에 지원서를 냈지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플로리다대, 뉴욕주립대 3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원서를 낼 때 난 생태학이란 학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 소개서에 ‘동물의 왕국을 하고 싶다’라고 썼다. 그걸 교수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입학하자 한 교수가 “여기는 동물의 왕국을 안 가르치는데 어떡하지”라고 놀려 댔다.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뭔지도 모르고 온 것 아니냐는 놀림이었다. 처음 접한 생태학은 정말 방대한 학문이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야외에 나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석사 학위를 얼른 끝내고 다른 학교로 옮겨 박사 과정에서는 꼭 ‘동물의 왕국’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하버드대에 진학해 결국 에드먼드 교수가 일러 주었던 윌슨 교수를 만났고, 그건 나의 운명이 됐다. 개미 박사인 윌슨 교수 밑에서 민벌레를 연구해 1990년 하반기에 7년 만에 ‘민벌레의 진화생물학’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개미 전문가인 윌슨 교수에게 지도를 받다 보니 연구 주제인 민벌레뿐만 아니라 개미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됐다. -사회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니 방송이나 강연 말고도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일이 많았다. 교수 사회에서는 ‘이상한 놈’이라는 딱지를, 언론에서는 ‘사회 참여형 과학자’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간 적도 있었다. 호주제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2004년 12월 9일 마지막 공개 변론에서 호주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참고인 증언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진화론적인 근거로 재판관들에게 강연하듯 이야기했다. 2주 뒤 호주제 위헌 판정이 났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호주제 찬성론자들의 항의 전화로 연구실 전화통에 불이 났다. 유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노인께서는 전화를 하셔서 “비싼 돈 주고 미국에 가서 아주 못된 것을 배워 왔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학문의 경계를 낮추고 협업을 하자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2005년 윌슨 교수의 책 ‘통섭’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히트할 줄은 몰랐다. 책을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영어 원서 제목인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어떻게 번역할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 결국 한문학을 하는 선배에게 물어봐서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 통섭이었다. 그 말을 과거에 원효대사와 최한기 선생이 사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역사책에 있던 죽은 단어를 부활시킨 셈이 됐다. 책이 나온 뒤 ‘통섭은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일방향적 통합’이라는 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등 큰 논란이 됐다. 사실 학문의 발전은 논란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겠나. ‘통섭 이전’과 ‘통섭 이후’의 학문적 논의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된다. -나는 과학을 대중의 수준으로 낮추는 ‘과학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 이해 수준을 높이는 ‘대중의 과학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윌슨 교수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과학을 대중에게 이야기하려면 자기 본래 연구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고 있다. 대중의 과학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면서도 나 자신의 연구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구를 하지 않고 대중에게 과학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그저 ‘과학 이야기꾼’일 뿐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재천(61)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화학자이자 사회생물학자다. 강원 강릉 출신으로, 가장 저명한 진화학자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지도교수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 12월 개원한 국내 최대 생태연구 및 전시 기관인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으로도 재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윌슨 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統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국내에 ‘통섭 열풍’을 몰고 왔다. 이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자들이 인간의 지식이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연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해 환경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어릴적 시인을 꿈꿨던 그는 ‘알면 사랑한다’는 좌우명으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개미제국의 발견’ 등 60여권의 책을 번역하거나 집필해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서울대 동물학 학사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생태학 석사 ▲미 하버드대 생물학 석·박사 ▲1989년 미국 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07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013년 국립생태원장
  • [新국토기행] 전남 진도군

    [新국토기행] 전남 진도군

    보배 진(珍), 섬 도(道)가 지명인 전남 진도는 역사와 문화, 신비가 깃든 보배 섬이다. 진도는 국내 최초의 사장교로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진도대교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다리의 아래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의 전적지인 명량대첩지 울돌목이다. 해협의 폭은 좁고 절벽이 가팔라 물살이 거세고 용솟음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무찌른 명량대첩지와 고려 무인정권이 원나라에 대항해 용장성·남도진성 등을 쌓으면서 항쟁했던 삼별초 성지가 있는 호국의 지방이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진도개’와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린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 관광지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유가 말년에 거처하며 여생을 보냈던 화실이 있는 등 그림과 노래·민속이 살아 숨쉬는 지역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판소리 한 대목을 술술 해내는 곳이어서 ‘소리의 고장’으로 불린다. 진도에는 씻김굿 등 9가지 무형 문화재를 풀어내는 ‘예능 보유자’가 18명이나 된다. 금·토·일요일은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남도민요 등 공연을 체험할 수 있고, 우리 전통의 냄새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예술 공연 마당이 열리는 민속이 살아 숨쉬는 지역이다. ■역사와 낭만이 있는 볼거리 ●신비의 바닷길… 현대판 모세의 기적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매년 3~4월 초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8㎞가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린다. 조수 간만의 차이로 수심이 낮아질 때 바닷길이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40여m의 폭으로 똑같은 너비의 길이 바닷속에 만들어진다는 데 신비로움이 있다. 바닷길이 완전히 드러나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바닷길이 열리는 입구에는 뽕 할머니 사당과 동상이 있다. 뽕 할머니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렸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매년 이 현상을 보고자 국내외 관광객 80여만명이 몰려온다. 전 세계적으로 일시적인 현상을 보고자 가장 많은 인파가 찾아드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가 진도로 관광을 왔다가 이 현상을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1996년에는 일본의 인기가수 덴도 요시미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주제로 한 ‘진도이야기’(珍島物語) 노래를 불러 히트를 치면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진도군에서는 축제 기간 관광객들을 위해 민속예술인 강강술래, 씻김굿, 들노래, 다시래기 등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상엿소리, 북놀이 등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로 볼거리를 제공해 해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축제는 오는 4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열린다. ●운림산방… 추사의 제자, 남화 대가 허유의 화실 국가지정 명승지 제80호로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허유가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이다. 1856년 시·서·화의 삼절(三絶)이라 불리는 소치 허유가 작업실로 지은 운림산방은 집 앞쪽의 운치 있는 연못과 뒤쪽의 부드러운 산세를 자랑하는 첨찰산이 있어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소치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호를 붙여줬다. 작업실이었던 산방 뒤에는 허유의 사당인 운림사가 있다. 운림사 뒤쪽의 숲은 천연기념물 107호인 상록수림이 둘러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 준다. 이곳에서 허유는 미산 허형을 낳아 그림을 그리게 했으며, 허형과 의리로 맺은 동생인 허백련이 허형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배운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서 깊은 운림산방은 소치(小痴)-미산(米山)-남농(南農)-임전(林田) 등 5대에 걸쳐 전통 남종화를 이어준 본거지이기도 하다. 최근 남도의 화가들이 그린 문인화 등을 전시하고 경매하는 토요경매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운림산방과 나란히 있는 진도역사관에서 열리는 토요경매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흥겨운 남도 국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데 보통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연못과 정원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초가집과 소치기념관, 진도역사관 등이 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진도개테마파크… 위풍당당 명견과의 대화 진도의 트레이드마크인 진도개를 훈련해 공연을 하는 곳이다. 진도개 수영장, 공연장, 사육장, 운동장, 썰매장, 홍보관 등 진도개에 대한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다. 공연은 한 마리가 15분 동안 사육사와 함께 여러 가지 묘기를 선보인다.늑대와 개의 차이부터 세계의 다양한 개 품종들과 세계의 명견들을 볼 수 있다. 진도개, 삽살개, 풍산개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개들의 생김새와 실물 모형들을 눈으로 비교하면서 확인할 수 있다. 대전에서 진도까지 걸어서 주인을 찾아온 진도개에 얽힌 유명한 일화를 다룬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개들의 아이큐 테스트도 해보고 진도개의 충성심에 얽힌 일화들도 살펴보면서 진도개가 얼마나 충성심이 강하고 똑똑한 개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삼별초 항쟁지… 13㎞ 둘레 ‘마지막 요새’ 용장성, 남도석성은 삼별초 항쟁의 성지로 고려시대 몽골에 대항한 항전과 저항의 흔적지다. 용장성(사적 제126호)은 고려 원종 11년(1270년) 고려가 몽골과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 환도를 강행하자 이에 불복해 대몽 항쟁의 결의를 다짐한 삼별초군이 남하해 근거지로 삼았던 호국의 성지다. 배중손이 지휘하는 삼별초가 진도에 머문 10개월 동안 용장성을 구축하고, 이곳을 항전의 근거지로 삼았다. 산성의 둘레는 13㎞에 이른다. 현재 삼별초의 흔적인 용장성은 대부분 소실되고 일부만 남아 있다. 마치 다랑논처럼 성벽이 계단식으로 축조돼 있다. 이곳에는 최근에 중건된 용장사가 있다. 고려시대의 석불좌상이 경내에 있다. 남도진성(사적 제127호)은 삼별초가 진도에서 최후의 저항을 했던 곳이다. 성의 길이는 610m, 높이 5.1m로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현재 관아와 내아, 객사를 복원했다. 앞으로 선소와 활터를 복원할 계획이다. 성의 외곽을 건너다니기 위해 축조한 쌍운교와 단운교는 편마암 자연석을 사용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로 알려져 있다.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과의 협상 장소로 이용한 벽파진도 있다. 명량대첩 때 충무공 이순신의 군대가 머물렀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色다른 먹을거리 [白] 통발로 살포시 올려 흰살이 꽉찬 진도 꽃게 진도 서망항에는 7~8월 금어기를 제외하면 늘 꽃게가 난다. 연중 적조가 발생하지 않는 청정 해역인 데다 플랑크톤을 비롯한 먹이가 풍부하고, 갯바위 모래층이 형성돼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진도군에서 2004년부터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하면서 꽃게 서식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진도에서는 통발로 꽃게를 잡는다. 그물로 잡을 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 게 맛이 훨씬 좋다. 전국 꽃게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서망항에서는 해마다 진도꽃게축제가 열린다. 알이 통통하게 올라 미식가들의 식욕을 한껏 자극하는 진도 꽃게는 꽃게찜과 탕, 간장 게장 등으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중국 백화점에서 소금 게장 및 고가의 수산물 선물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중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진도 꽃게를 선호하는 이유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남방 꽃게(상하이 인근 해역에서 잡힘)와 맛, 색깔, 모양, 냄새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紅] 지초뿌리로 담근 붉고 맑은 술 홍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한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리큐르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진도홍주는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리큐르 부문 우수상을 시작으로 2012년 리큐르 부문 장려상, 2013년과 2014년 일반증류주 부문 장려상을 받는 등 국내 전통주 품평회에서 수차례 입상했다. 지리적 표시제가 적용돼 진도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다른 소주와 달리 증류된 소주를 지초뿌리를 넣은 삼베주머니에 통과시키면서 선홍색 홍주가 만들어진다. 흔히 색이 붉어 홍주라고 하고, 지초를 통과한다 하여 지초주라고도 부른다. 산이나 들에서 잘 자라는 지초(일명 지치)의 뿌리로 담근 술이다. 뿌리는 굵고 자색을 띠는데, 이 지초 뿌리를 말려 사용한다. 증류된 술이 지초뿌리를 통과해 담홍색의 맑은 빛을 띤 홍주가 나온다. 40도 이상으로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목 넘김이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뿌리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숙취가 없다. 빛깔이 워낙 곱기 때문에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黃] 땅속 황금빛 영양 덩어리 울금 땅속에 묻힌 황금빛 영양 덩어리로 불린다. 울금의 황금빛을 내는 색소인 ‘커큐민’은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효능은 물론 독특한 맛과 향이 울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울금은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 생기는 증상인 어혈을 풀어주는 특효약으로,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언급된 귀한 약재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재배한다. 국내 울금의 70%가 진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양성 기후에 일조량이 풍부해 울금 성장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 울금은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 기능 개선 식품으로 인정받고, 2014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에도 등록됐다. 울금이 인기를 끌면서 수입산 울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산과 수입산은 ‘흙’과 ‘크기’로 구별된다. 울금의 크기는 국내산이 좀더 크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생울금은 흙이 묻어 있지만 수입산은 흙 없이 깨끗한 상태로 들어온다. [黑] 청와대 명절선물로 납품한 ‘진도 흑미’ 진도 흑미는 지난해 청와대 추석 선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15t을 납품하는 등 두 차례나 대통령 선물로 선정됐다. 지리적 표시제 제84호로 등록돼 있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항암과 피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이 다른 지역 검정쌀보다 월등히 높게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양성 기후 등 지역적 특색 덕분에 단백질, 아미노산 및 비타민 B1, B2, B3, 철, 칼슘, 아연, 망간 등의 미네랄 원소들이 일반 쌀의 5배 이상 함유돼 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與 ‘인재 오디션’

    與 ‘인재 오디션’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20대 총선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당 총선기획단은 20일 첫 회의를 열어 선거 전략과 기획, 홍보 대책, 현안 대응 등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 명단도 이르면 21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획단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야권의 인재 영입과 관련해 “높이 평가될 수 없는 분들을 ‘인재 영입’이라고 해서 무명인을 내세워 홍보하고, 이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기획단은 ‘공개 오디션 방식’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인재 영입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기획단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비례대표 관련된 (인재 등용) 부분은 우리가 할 수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국민이 관심을 가질 것인지 논의해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기획단은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할 때까지 약 2개월간 활동한다. 선대위는 다음달 말이나 3월 초에 출범할 예정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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