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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력이 아까우니 학교폭력 용서하자고요?” [이슈픽]

    “실력이 아까우니 학교폭력 용서하자고요?” [이슈픽]

    가수, 배우, 배구선수까지 연일 유명인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사는 피해자들은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다.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끝내 받지 못한 사과였기 때문에 끔찍한 기억을 하나하나 열거해야 했다. 공론화시키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했지만 돌아온 건 2차 가해였다. 올해 신인으로 프로배구단에 입단한 모 선수로부터 3년간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소속구단으로부터 일주일간의 침묵 끝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대면을 해서 합의를 보라고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해자 부모는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 ‘내 딸이 배구를 그만두면 너의 마음이 편하겠니? 너의 공황장애가 사라지겠니?’라는 말을 덧붙이며 단순다툼으로 치부했다. 피해자는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써니’ 춤을 춰주겠다” 등의 언어폭력과 가스라이팅에 지속적으로 시달렸지만 가해자는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가족들도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따돌림과 괴롭힘은 절대로 정당 방위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이재영·이다영 사과와 징계 그 후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25) 선수는 10년 전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폭로돼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짧은 인스타 사과문과 하나마나한 징계에 여론은 분노했고 결국 쌍둥이자매는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와 함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두 선수의 팬카페 회원 중 일부는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말로 비뚤어진 팬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 회원은 “학폭이 아닌 상대방이 먼저 시비 거는 둥 폭력을 휘둘러 자매의 힘으로 뭉쳐 ‘정당방위’한 건 아닐지”라고 추측성 댓글을 달았다. 보다 못한 다른 회원이 “정당방위 한 건 아니다. 다영씨 스스로 폭력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정정했다. 두 선수의 복귀를 응원하면서 학폭 행위를 두둔하는 댓글도 보였다. “처벌을 받더라도 능력 낭비로 국가의 배구 인재들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복귀해야 한다” “저희 세대 때 폭력은 다반사였고, 왕따는 물론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한 일을 당한 사람들도 많다. 국대에 꼭 있어야 하는 선수다” “잘되는 꼴 보기 싫어 그러는 대한민국 세상 참 안타깝다. 꼭 언론에 제보를 했어야 했나”라며 자매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이 댓글에 분노한 다른 회원은 “피해자들은 건들지 마라”며 “당신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피눈물 흘린 사람들이다. 내가 힘이 없어 내 자식이 힘들다고 펑펑 우시는 분들도 있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해외이적설 돌았지만 “불가능” 배구인들 조차 “쌍둥이 중에 이재영의 기량이 이대로 파묻히기에는 아깝지 않냐. 이재영만이라도 선처를 해주면 안되는 것이냐”는 목소리도 낸다. 일부에서는 해외진출설도 나왔지만 협회의 선수 국제이적 규정에 위반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협회는 성폭력, 폭력, 승부조작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였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입힌 자는 해외진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폭력 가해자였던 배구 감독의 고백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17일 경기 시작 전 배구계 학폭 문제와 관련해 “세상이 옛날 같지 않고, 우리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누가 나를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 인생이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역시 한 때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12년 전인 2009년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 시절 당시 주축 선수였던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이 감독은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늘 사죄하는 느낌이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검찰개혁 완결 지향한 文… 취약했던 ‘박범계·신현수 조합’

    검찰개혁 완결 지향한 文… 취약했던 ‘박범계·신현수 조합’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갈등이 노출된 초유의 사태 속에도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는 신현수 민정수석이 18일 이틀간 휴가를 떠났다. 그가 주말까지 ‘숙고의 시간’을 보낸 뒤 22일 출근하면 이번 파동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잠시 숨을 고르게 됐지만, 언제든 벌어질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검찰 엘리트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발탁한 배경에는 갈등 수습과 소통에 대한 기대가 담겼지만, 박범계 장관의 임명은 개혁에 방점이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박 장관과 신 수석의 접근방향과 속도가 조금만 달라도 파열음을 낳을 수 있는 구도였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국민을 염려시키는 갈등은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검찰 인사를 보면 문 대통령은 인사권을 활용한 지속적 개혁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과 신 수석의 조율이 이뤄졌다고 판단해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사의 의미를 몰랐을 리는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사의 배경으로 “중재를 시도하는 중에 인사가 발표된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신 수석으로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과 윤 총장 체제의 검찰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이 최근 윤 총장과의 통화에서 “투명인간이 됐다”라는 취지를 토로했다는 전언도 이와 맞닿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22일 출근할 예정”이라면서 “출근해서 뭐라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의 결단은 예단하기 어렵다. 여민관(비서동)에서 벌어진 일을 함구하던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사의 배경을 설명하고, 인사권자가 거듭 만류했다고 밝힌 것은 신 수석에게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업무 복귀 전 박 장관과의 갈등이 봉합되느냐가 변수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석께서 사의갖고 계신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일 검찰 인사 발표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인사과정을 제청권자로서 설명드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장관이 이번 사태와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측근인 그가 취임 40여일 만에 여권 내 갈등으로 그만둔다면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검찰개혁 동력도 떨어진다. 신 수석도 모를 리 없다. 2012년 대선부터 신 수석과 일했던 여권 핵심관계자는 “어떤 친문 정치인보다 로열티가 단단한 분이다.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반면 자존심이 강한 그가 사법연수원 7기수 후배인 박 장관에게 사실상 ‘패싱’당한 데다 여권 내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시각차를 절감한 만큼 사의를 고수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대통령 비서’의 본분을 잘 아는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은 퇴로를 닫아 뒀기 때문이란 측면에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주관 ‘2021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개선방안 토론회’ 열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주관 ‘2021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개선방안 토론회’ 열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영실, 더불어민주당, 중랑1)와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공동주관으로 17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2021 서울시국공립어린이집 중장기 질적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 공보육 핵심정책인 국공립어린이집의 질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코로나19 2단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현장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온라인토론회로 동시 진행되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2020년에 수행한 서울시 수탁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운영 현황 진단과 질 향상 방안 모색에 대해 발제 했으며,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김경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더불어민주당, 동작2)을 좌장으로 황옥경 서울신학대 교수, 이남정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센터장, 김영명 마포구 국공립 서강어린이집 원장,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강희은 서울시 보육담당관이 토론자로 나서 교사 대 아동비율 하향조정 및 평가제 등 국공립어린이집 질 향상방안에 대한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특히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사 대 아동비율 하향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아 동의했으며, 다만 기준 설정 등에 있어서 현장의 요구뿐만 아니라 아동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영유아 1인당 면적 확대 등을 함께 검토해 어린이집의 물리적 환경 개선까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 외에도 국공립어린이집의 평가를 새로이 추진하는 것보다는 기존 평가체계를 정교화하거나 내부 교직원의 역량을 기반으로 스스로 진단하고 질을 향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노후화된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기능보강 등을 통한 환경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 등이 이어졌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영실 위원장은 “본인 의사표현이나 화장실 이용 등 기본적인 학교생활이 혼자서도 가능한 초등학교 1학년생 한반이 15명인 것과 비교할 때,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만 3세 아동 15명을 한명의 교사가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의 현실”을 지적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선도해온 서울시의 보육정책을 높이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국공립어린이집 양적 확대에서 보육서비스 질적 향상으로 서울시 공보육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국공립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교사 대 아동비율 상향 조정 등 오늘 토론회에서 제안되고 논의된 사항들이 서울시 공보육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함께하고 힘을 보태겠다”면서 토론회 소감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성멸시’로 물러나더니 이번엔 ‘강제키스’…도쿄올림픽 잡음 계속

    ‘여성멸시’로 물러나더니 이번엔 ‘강제키스’…도쿄올림픽 잡음 계속

    ‘유력 후임’ 하시모토, 연맹 회장 시절 젊은 男선수에 키스日주간지 “하시모토, 술 취하면 키스 버릇…성추행 더 있다” 모리 요시로(84)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한 가운데 후임 인선을 놓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구설수로 물러나는 모리 회장이 자의적으로 측근인 가와부치 사부로(85) 전 일본축구협회장을 후임으로 내정하려다 ‘밀실인사’ 비판에 유야무야된 가운데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하시모토 세이코(57·여) 올림픽 담당상마저 ‘강제 키스’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조직위 회장 후보를 선정하는 검토위원회는 하시모토 담당상을 단일 후보로 추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이날 예정된 조직위 이사회를 거쳐 하시모토가 새 회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시모토 담당상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3위를 기록, 일본 여성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인물이다. 그는 하계올림픽에서도 사이클 종목 선수로 3차례 출전했다. 하시모토는 1995년 참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고 현재 5선이며 2019년 9월부터 올림픽 담당 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처럼 선수 출신으로 올림픽 관련 경험이 풍부하지만, 과거 부적절한 행동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시모토 담당상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회식 다음날 일본 스케이트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 선수단 회식에 참석했다가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트 간판스타 다카하시 다이스케(35)를 껴안고 키스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키스 장면이 공개되면서 스케이트연맹 회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실상의 성폭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하시모토는 “경솔했다. 깊이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링크 법률사무소 소장인 기토 마사키 변호사는 하시모토에 관해 “성희롱 문제로 젠더 이슈가 (사임의 이유가) 된 모리의 후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트위터로 지적했다. 트위터에는 하시모토가 다카하시로 추정되는 인물을 끌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여럿 올라왔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17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하시모토의 성추행은 다카하시 한 건이 아니다”라며 피해자 중 한 명인 전직 여성 의원의 “하시모토는 술에 취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입을 맞추는 버릇이 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하시모토를 회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적절한지와 별개로 조직위의 인선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조직위는 후보를 하시모토 1명으로 좁혔다는 보도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인선에 관한 브리핑이나 회견도 하지 않고 후보자 검토를 위한 두 번째 회의가 17일 열렸고 18일에 세 번째 회의가 열린다는 내용만 기재된 자료를 배포했을 뿐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트럼프와 생각이 똑같았던 러시 림보 폐암에 스러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트럼프와 생각이 똑같았던 러시 림보 폐암에 스러져

    지난해 10월 “지금껏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던 미국의 보수 논객 러시 림보가 폐암으로 70 인생을 접었다. 라디오 유명인이었으며 정치 해설위원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그가 고비에 몰릴 때마다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던 그였다. 네 차례 결혼해 세 차례 이혼하면서 슬하에 자녀가 없었는데 그의 부인 캐스린 애덤스가 17일(이하 현지시간) 고인의 라디오쇼에 죽음을 알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은 최장수 라디오 토크쇼로 손꼽히는 자신의 쇼에서 보수 운동 이념을 확산시키는 데 매달려왔다. 세 명의 대통령이 직접 그의 쇼에 출연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1992년 출연했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여섯 차례나 그와 얼굴을 마주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출연했는데 이란 혁명수비대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으로 척살한 데 대해 아주 잘했다는 림보의 칭찬을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비마다 자신의 편이 돼준 그에게 미국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광인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해 보은했다. 림보는 영향력은 막강했지만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발언 등으로 숱한 논란에 올랐다. 방송 도중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숱한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떠벌였고, 이민에 맹렬히 반대하며 ‘미국 제일주의’의 선봉에 섰다. 1951년 1월 12일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시절 이미 지역 라디오 방송의 마이크를 잡았다. 고교를 졸업한 1969년 사우스이스트 미주리주립대에 입학했지만 2학기 만에 중퇴하고 펜실베이니아주의 음악 라디오 방송국에 취업했다. 초기 방송 경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두 직장에서 잇따라 해고된 그는 부모가 사는 미주리로 돌아와 캔자스시티의 공공 문제를 다루는 토크쇼 진행자가 됐지만 곧 해고됐다. 1979년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 구단의 마이크를 잡아 유럽과 아시아를 돌아봤는데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굳어졌다고 털어놓은 일이 있다. 그는 2013년 청취자들에게 “유럽에 갔을 때 ‘잠깐, 왜 이 침실은 우라지게 올드 패션이고 제대로도 아니지? 이런 게 지옥인 건가? 그들은 이런 걸 화장실이라고 하는군’이라고 말하곤 했다. 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어떻지, 미국이야 200년 밖에 안됐지만 천년을 살아온 사람들보다 훨씬 밝은 앞날을 앞에 두고 있는 거지’란 것이었다.” 림보가 방송인으로 입지를 굳힌 것은 1983년 캘리포니아주의 KFBK 라디오방송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를 진행하면서였다. 1987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방송 진행자가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도록 규제한 공정성 독트린을 폐기하자 림보처럼 보수적인 진행자에게 살판 나는 세상이 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2005년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은 FCC의 결정이 “엄청 말 잘하는 보수 진행자들이 수백만의 엄청 화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향해 마이크를 열어줬다”고 정리했다. 이듬해 그의 쇼는 미국 전역의 수백개 라디오에서 방송됐는데 지난해 통계로는 매주 2700만명의 청취자를 거느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과 보수 운동 진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다. 인종 편견을 거침없이 방송 중에 드러냈다. 제시 잭슨 목사가 수배자처럼 생겼는데 모든 신문이 그의 사진을 도배하듯 싣는다고 비난했다. 성적 소수자(LGBT)의 권리를 대놓고 짓밟았고, 에이즈 감염자를 경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성관계를 할 때 동의 따위 필요 없다거나 여권 운동을 비웃었다. “페미니즘은 별 매력도 없는 여성들이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쓴 적이 있으며 여성들을 ‘페미 나치‘라고 깎아내렸다. 거짓말이나 엉터리 얘기도 곧잘 늘어놓았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거나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환경운동가들이 2010년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거나 흡연이 주는 이득이 많은데도 위험이 부풀려졌다고 떠벌였다. 2015년 그는 청취자들에게 “분명히 말하는데 시가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메달을 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 바이러스는 “흔한 감기”라며 “도널드 트럼프를 끌어내리려는 무기가 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하며 “수십년 동안 그가 조국에 지치지도 않게 공헌했다”며 매일 수백만의 청취자가 “스스로 얘기하도록 고무시켰다”고 말했다. 그 며칠 뒤 림보는 폐암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며 “10월 1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문화재위, 궁능분과 신설·위원 수 확대

    문화재위원회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가 신설되고 문화재위원회 위원 수가 확대된다. 문화재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문화재위원회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17일 공포하고 오는 5월 1일 제30대 문화재위원회 발족 때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는 경복궁·창덕궁, 조선왕릉 등 궁능문화재 관련 사항을 전담 처리하게 된다. 그간 궁능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 사업 추진과 현상 변경 등 민원을 처리할 때 문화재 종류별로 여러 분과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를 들어 경복궁 향원정을 수리하려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경복궁은 사적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하고, 보물인 향원정은 건축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 심의를 해야 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규정 개정으로 궁능문화재는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가 직접 조사·심의함으로써 민원 처리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 신설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는 기존 8개 분과에서 9개 분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문화재분과위원회는 건축, 동산, 사적, 천연기념물, 매장, 근대, 민속, 세계유산 등으로 나눠져 있다. 아울러 현재 80명인 문화재위원회 위원 정수는 신설 분과 위원을 포함해 총 100명으로 확대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유명인 학폭은 폭로하면 사과받지만… 일반인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유명인 학폭은 폭로하면 사과받지만… 일반인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일반인은 학폭 사건 공론화 어려워학교 측 피해자 상처 보듬지 못해무늬만 징계… 피해자보호법 바꿔야“학교폭력 폭로자들이 부럽습니다.” 지난 15일 온라인 게시판 ‘네이트 판’에 학교폭력 피해를 털어놓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배구계뿐만 아니라 연예인, 운동선수, TV에 나오는 유명 일반인 등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의 학폭 전력이 폭로돼 ‘학폭 전과자’로 낙인찍힌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며 “20년 전 중학교 시절 학폭 피해로 아직 트라우마가 남았는데 그때 그 녀석은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배구계 학폭이 공론화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자신의 학창 시절 학폭 피해를 공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공인인 사건과 달리 일반인의 학폭 사건은 공론화가 어려워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다. 성인이 된 피해자들이 뒤늦은 익명 폭로에 나선 것은 피해 당시 학교가 피해자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학폭 사건을 미흡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유명인이라면 학폭 전력을 공론화하고 사과와 보상 등 후속 조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인인 경우 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SNS에 학폭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나도 가해자들을 공론화하고 싶은데 공론화할 만큼 유명해진 사람도 없고, 다 평범하게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잘만 살아 억울하고 분통 터진다”고 적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온라인 익명 공간에서 피해를 호소하게 된 것은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학교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녀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렵거나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려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해 체념하게 되는 등 원인은 다양하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어 가해자를 징계하는 과정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간혹 아이들의 상태보다는 절차적으로 ‘사건 처리’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경우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어 학교와 교사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학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기 어려워 처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려도 같은 학교에 있는 이상 화장실, 급식실에서 사건 당사자와 계속 마주치기도 한다. 무늬만 징계인 현행법을 실효성 있는 피해자보호지원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박범계 ‘文에 직보설’ 신현수 ‘패싱 박탈감’… 갈등 봉합 미지수

    박범계 ‘文에 직보설’ 신현수 ‘패싱 박탈감’… 갈등 봉합 미지수

    취임 40여일밖에 안 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일 검찰 고위급(검사장) 인사를 둘러싸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끝에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만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정상 근무 중이지만 사의를 고집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갈등은 전례가 극히 드물고, ‘앙금’이 고스란히 남은 터라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과는 결이 또 다른 여권 내부 갈등에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윤 총장)과 법무부(박 장관)의 견해가 달랐고, 조율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이 있었다”면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인사가 발표돼 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추관을 찾아 사의 배경을 세세하게 밝히는 한편 ‘민정 내부 갈등설’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영장 연관설’을 적극 진화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며, 신 수석을 붙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설명인데, 결과적으로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됐기 때문이다.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던 지난해 12월 31일 그동안 ‘비(非)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고수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전격 발탁하면서 청와대가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개혁 동력을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가 불발되는 등 추 전 장관의 인사 틀이 유지되면서 신 수석의 박탈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최종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직보’했고, 문 대통령은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둘의 갈등을 알고도 재가한 걸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알려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인사 당일 신 수석은 윤 총장과 통화하면서 ‘이럴 거면 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 투명인간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박 장관과 인사 협의를 주도하고 신 수석이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둘의 의견은 같았다”면서 “이 비서관이 박 장관 편을 들고 신 수석을 ‘패싱’했다거나, 암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성원전 수사와 관련,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진노한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거나,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의 입지가 약화됐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신 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공개한 데서 복잡한 속내와 함께 사태 봉합에 대한 절박함이 읽힌다. ‘추·윤 갈등’ 당시 윤 총장과 달리 신 수석은 ‘친문 핵심’으로 봐야 한다. 동시에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는 박 장관에게 적절하게 힘이 실릴 필요성도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신 수석이 끝내 사의를 굽히지 않는다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번지는 등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사정비서관으로 인연을 맺고, 2012·2017년 대선 캠프에 몸담는 등 오랜 관계인 신 수석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을 찾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신 수석 주변에서는 자존심이 강한 그가 사의를 굽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결국 검찰 후속 인사가 사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초유의 ‘민정·법무 싸움’… 文의 신현수 딜레마

    초유의 ‘민정·법무 싸움’… 文의 신현수 딜레마

    취임 40여일밖에 안 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일 검찰 고위급(검사장) 인사를 둘러싸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끝에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만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정상 근무 중이지만 사의를 고집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갈등은 전례가 극히 드물고, ‘앙금’이 고스란히 남은 터라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과는 결이 또 다른 여권 내부 갈등에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윤 총장)과 법무부(박 장관)의 견해가 달랐고, 조율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이 있었다”면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인사가 발표돼 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추관을 찾아 사의 배경을 세세하게 밝히는 한편 ‘민정 내부 갈등설’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영장 연관설’을 적극 진화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며, 신 수석을 붙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설명인데, 결과적으로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됐기 때문이다.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던 지난해 12월 31일 그동안 ‘비(非)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고수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전격 발탁하면서 청와대가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개혁 동력을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가 불발되는 등 추 전 장관의 인사 틀이 유지되면서 신 수석의 박탈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최종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직보’했고, 문 대통령은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둘의 갈등을 알고도 재가한 걸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알려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인사 당일 신 수석은 윤 총장과 통화하면서 ‘이럴 거면 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 투명인간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박 장관과 인사 협의를 주도하고 신 수석이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둘의 의견은 같았다”면서 “이 비서관이 박 장관 편을 들고 신 수석을 ‘패싱’했다거나, 암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성원전 수사와 관련,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진노한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거나,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의 입지가 약화됐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신 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공개한 데서 복잡한 속내와 함께 사태 봉합에 대한 절박함이 읽힌다. ‘추·윤 갈등’ 당시 윤 총장과 달리 신 수석은 ‘친문 핵심’으로 봐야 한다. 동시에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는 박 장관에게 적절하게 힘이 실릴 필요성도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신 수석이 끝내 사의를 굽히지 않는다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번지는 등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사정비서관으로 인연을 맺고, 2012·2017년 대선 캠프에 몸담는 등 오랜 관계인 신 수석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을 찾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신 수석 주변에서는 자존심이 강한 그가 사의를 굽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결국 검찰 후속 인사가 사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초유의 ‘민정·법무 싸움’… 文의 신현수 딜레마

    초유의 ‘민정·법무 싸움’… 文의 신현수 딜레마

    취임 40여일밖에 안 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둘러싸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끝에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만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정상 근무 중이지만 아직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갈등은 전례가 드물고, 둘의 ‘앙금’이 고스란히 남은 터라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과는 또 다른 여권 내부 갈등에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윤석열 총장)과 법무부(박범계 장관)의 견해가 달랐고, 조율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이 있었다”면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 인사가 발표돼 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추관을 찾아 신 수석의 사의 배경을 이례적으로 세세하게 밝히는 한편 ‘민정 내부 갈등설’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영장 연관설’을 적극 진화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초유의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게 일관된 설명인데, 결과적으로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됐다.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던 지난해 12월 31일 그동안 ‘비(非)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고수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전격 발탁하면서 청와대가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개혁 동력을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가 불발되는 등 추 전 장관 시절의 인사 틀이 유지되면서 신 수석의 박탈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최종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직보’했고, 문 대통령은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과 박 장관의 갈등을 알고도 재가한 걸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이뤄진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알려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신 수석은 이 지검장을 물러나게 하고, 한 검사장을 복귀시키는 안을 추진했던 걸로 안다”면서 “인사 당일 신 수석은 윤 총장과 통화하면서 ‘이럴 거면 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 투명인간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박 장관과 인사 협의를 주도하고 신 수석이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둘의 의견은 같았다”면서 “마치 이 비서관이 박 장관 편을 들고 신 수석을 ‘패싱’해 사의에 이르게 됐다거나, 암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던데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월성원전 수사와 관련, 검찰의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진노한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거나,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의 입지가 약화했다는 관측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공개한 마당에 신 수석이 끝까지 사의를 굽히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끝내 그만둔다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번지는 등 초대형 국정 악재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사정비서관으로 처음 인연을 맺고, 2012·2017년 대선 캠프에 몸담는 등 오랜 신뢰관계인 신 수석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신현수 패싱’ 아니라지만 박범계, 文에 ‘직보’… 갈등 봉합 미지수

    ‘신현수 패싱’ 아니라지만 박범계, 文에 ‘직보’… 갈등 봉합 미지수

    취임 40여일밖에 안 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둘러싸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끝에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만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정상 근무 중이지만 아직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갈등은 전례가 드물고, 둘의 ‘앙금’이 고스란히 남은 터라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과는 또 다른 여권 내부 갈등에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윤석열 총장)과 법무부(박범계 장관)의 견해가 달랐고, 조율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이 있었다”면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 인사가 발표돼 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추관을 찾아 신 수석의 사의 배경을 이례적으로 세세하게 밝히는 한편 ‘민정 내부 갈등설’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영장 연관설’을 적극 진화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초유의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게 일관된 설명인데, 결과적으로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됐다.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던 지난해 12월 31일 그동안 ‘비(非)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고수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전격 발탁하면서 청와대가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개혁 동력을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가 불발되는 등 추 전 장관 시절의 인사 틀이 유지되면서 신 수석의 박탈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최종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직보’했고, 문 대통령은 신 수석과의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과 박 장관의 갈등을 알고도 재가한 걸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이뤄진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알려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신 수석은 이 지검장을 물러나게 하고, 한 검사장을 복귀시키는 안을 추진했던 걸로 안다”면서 “인사 당일 신 수석은 윤 총장과 통화하면서 ‘이럴 거면 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 투명인간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박 장관과 인사 협의를 주도하고 신 수석이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둘의 의견은 같았다”면서 “마치 이 비서관이 박 장관 편을 들고 신 수석을 ‘패싱’해 사의에 이르게 됐다거나, 암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던데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월성원전 수사와 관련, 검찰의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진노한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거나,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의 입지가 약화했다는 관측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공개한 마당에 신 수석이 끝까지 사의를 굽히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끝내 그만둔다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번지는 등 초대형 국정 악재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사정비서관으로 처음 인연을 맺고, 2012·2017년 대선 캠프에 몸담는 등 오랜 신뢰관계인 신 수석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추·윤갈등’과 또다른 법무장관·민정수석 갈등… ‘文의 딜레마’

    ‘추·윤갈등’과 또다른 법무장관·민정수석 갈등… ‘文의 딜레마’

    文 거듭된 만류에도 사의 여전… 고수땐 레임덕 우려박범계 ‘대통령 직보설’… 申 “투명인간 됐다” 토로도민정내부 갈등설, 백운규 영장 연관설에 靑 “사실무근” 취임 40여 일밖에 안 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둘러싸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끝에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만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정상 근무 중이지만 아직 사의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갈등은 전례가 드물고, 둘의 ‘앙금’이 고스란히 남은 터라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과는 또다른 여권 내부 갈등에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윤석열 총장)과 법무부(박범계 장관)의 견해가 달랐고, 조율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이견이 있었다”면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추관을 찾아 신 수석의 사의 배경을 이례적으로 세세하게 밝히는 한편, ‘민정내부 갈등설’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영장 연관설’을 적극 진화했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초유의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민정수석 패싱’은 아니라는 게 일관된 설명인데, 결과적으로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뜻대로 됐다.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던 지난해 12월 31일 그동안 ‘비(非)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고수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전격 발탁하면서 청와대가 검찰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개혁 동력을 끌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가 불발되는 등 추 전 장관 시절의 인사 틀이 유지되면서 신 수석의 박탈감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최종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직보’했고, 문 대통령은 신 수석과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재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과 박 장관의 갈등을 알고도 재가한 걸로 봐야하는가’란 질문에 “청와대에서 이뤄진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알려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신 수석은 이성윤 지검장을 물러나게 하고, 한동훈 검사장을 복귀시키는 안을 추진했던 걸로 안다”면서 “인사 당일, 신 수석은 윤 총장과 통화하면서 ‘이럴려면 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 투명인간이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박 장관과 인사 협의를 주도하고 신 수석이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둘의 의견은 같았다”면서 “마치 이 비서관이 박 장관 편을 들고 신 수석을 ‘패싱’해 사의에 이르게 됐다거나, 암투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던데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이 비서관의 사의설에 대해서는 “사표를 낸 바가 없다”고 했고, 이명신 반부패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은 김종호 전 수석 시절 사의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민정 내부 갈등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월성 원전 수사와 관련, 검찰의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진노한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했다거나,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의 입지가 약화했다는 관측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이 만류했다’고 공개한 마당에 신 수석이 끝까지 사의를 굽히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끝내 그만둔다면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으로 번지는 등 초대형 국정 악재가 될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사정비서관으로 처음 인연을 맺고, 2012·2017년 대선 캠프에 몸담는 등 오랜 신뢰관계인 신 수석도 이를 모를리 없다. 또다른 관계자는 “후임을 찾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단행될 검찰 후속인사에 따라 이번 사태가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문화재청, 궁궐·왕릉 전담하는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 신설

    문화재위원회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가 신설되고 문화재위원회 위원 수가 확대된다. 문화재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문화재위원회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17일 공포하고 오는 5월 1일 제30대 문화재위원회 발족 때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는 경복궁·창덕궁, 조선왕릉 등 궁능문화재 관련 사항을 전담 처리하게 된다. 그간 궁능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 사업 추진과 현상 변경 등 민원을 처리할 때 문화재 종류별로 여러 분과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예를 들어 경복궁 향원정을 수리하려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경복궁은 사적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하고, 보물인 향원정은 건축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 각각 심의를 해야 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규정 개정으로 궁능문화재는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가 직접 조사·심의함으로써 민원 처리 기간이 줄어들어 국민 불편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궁능문화재분과위원회 신설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는 기존 8개 분과에서 9개 분과로 운영된다. 현재 문화재분과위원회는 건축, 동산, 사적, 천연기념물, 매장, 근대, 민속, 세계유산 등으로 나눠져 있다. 아울러 현재 80명인 문화재위원회 위원 정수는 신설 분과 위원을 포함해 총 100명으로 확대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한껏 들떠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퓨전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 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로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제안한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덧댔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인데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최우수 모던록 노래와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 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수궁가’를 CD로 발매했다.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한껏 들떠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퓨전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로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제안한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 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덧댔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인데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최우수 모던록과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 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수궁가’를 CD로 발매했다.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국제도시’ 명색 어디로… 청라지구 학부모 “고교 좀 만들어달라”

    인천 청라지구에 고등학교 정원이 부족해 학부모들이 수년째 속을 태우고 있다. 16일 입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인 ‘청라국제도시’와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청라지구 내 중학교 4곳의 졸업생은 946명인 반면, 지역의 3개 고교 입학정원은 806명이다. 따라서 140여명은 청라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도 211명이 청라지구 내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등 1·2·3학년을 합쳐 매년 500~600명이 장거리 통학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청라지구 내 고등학교 신설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도담초교 옆 고등학교 계획 용지에 학교를 빨리 신축해달라며 지난해 말부터는 인천시교육청에 릴레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학부모 유정애(49)씨는 “청라지구에 인구가 갑자기 늘어 고등학교 부지에 초·중 통합학교를 짓게 되면서 결국 고등학교 부족문제까지 터졌다”면서 “이웃 중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청라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은 중앙정부에서 학교설립 기준이 강화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인천 서구 전체로 보면 고교 정원이 남아 돈다”면서 “학생 수가 증가하지 않아 당장 학교 신설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앞으로 학생 수가 늘어난다면 학교 신설을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은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 신설 요건에 충족되지 않아 추가 신설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모(47)씨는 “교육청의 잘못된 예측으로 우리 자녀가 피해를 보고 있지만, 교육청은 몇 년째 같은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화이자 4월부터 50만명분 접종… 관건은 2분기 ‘수급 불균형’ 해소

    화이자 4월부터 50만명분 접종… 관건은 2분기 ‘수급 불균형’ 해소

    2분기 접종 계획 인원만 937만명인데접종 시기 확정된 건 화이자 50만명분뿐모더나·노바백스는 심사 착수도 못 해코백스 1000만명분 구체 공급 계획 미정정부가 화이자 백신 50만명분의 도입 시기를 앞당겨 늦어도 4월부터 접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노바백스·화이자 백신 2300만명분도 추가로 확보해 2분기부터 공급한다. 지난 15일 질병관리청이 요양시설·요양병원 내 고령자 37만명의 접종을 2분기인 4~5월로 늦추면서 일시적으로 2분기에 수급 불균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자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공급 대란을 없앨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2분기 대상자 중 65세 이상 일반 고령자에 속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고령자 우선순위에 따라 5~6월에 접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상반기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당초 하반기 1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계약한 화이자 백신 중 일정 물량(50만명분)을 앞당기고 상반기에 추가로 도입 가능한 물량(300만명분)을 협의해 왔다”며 “노바백스 2000만명분의 도입도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기존 5600만명분에서 총 7900만명분으로 늘었다. 원래 3분기에 도입될 예정이던 화이자 백신 1000만명분 가운데 미리 공급되는 50만명분의 접종은 주로 3월 말이나 4월에 이뤄질 계획이다. 관건은 접종 일정에 따라 예정대로 물량 확보가 이뤄질 수 있을지다. 계획대로라면 2분기에 65세 이상 일반 고령자와 노인재가시설 이용자·종사자 등 900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여기에 1분기 접종 예정자였던 요양병원·시설의 65세 이상 입소자·종사자 37만명을 더하면 2분기 접종 인원이 총 937만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현재 접종 시기가 확정된 물량 중 2분기에 활용 가능한 건 화이자 50만명분뿐이고, 이조차도 요양병원 내 고령자에게는 접종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확보한 화이자 300만명분과 노바백스 2000만명분도 2분기 언제, 얼마만큼의 물량이 들어올지는 아직 미정이다. 화이자는 이미 백신 허가 심사를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 심사가 시작돼 3월 말 이전에 마칠 것으로 보이지만 노바백스는 아직 허가 심사를 위한 첫발도 떼지 못했다. 지난해 공급 계약이 확정된 얀센, 모더나 백신도 각각 600만명분, 2000만명분의 도입이 2분기부터 시작되지만 얀센만 정식 허가 심사 직전 과정인 사전 검토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 중이다. 정부와 정식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은 오는 24일 75만명분 공급에 대한 부분만 확정됐을 뿐 2분기 공급 계획은 아직 없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분기에 화이자 300만명분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노바백스도 초기 공급 시기를 2분기로 합의해 차질 없이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국가 백신 연합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여오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아직 미정이다. 일단 2월 말~3월 초에 화이자 백신 약 6만명분, 상반기 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30만명분에 대한 공급 계획만 확정됐다. 한편 질병청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함에 따라 해외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년 지나도 생생한 그때의 고통… “진정한 사과 받고 싶어”

    20년 지나도 생생한 그때의 고통… “진정한 사과 받고 싶어”

    유명인 된 가해자들 죄책감 없이 생활TV 속 얼굴 봐도 학창 시절 공포 느껴폭로글 검증 쉽지 않아 진실공방 번져피해자 보복성 폭로는 의미 변질 우려유명 배구 선수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계기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학폭 미투’가 번지고 있다. 연예인, 프로 스포츠 선수 등 TV에 나올 만큼 유명해진 공인들이 가해자로 등장한다. 학폭 피해자들이 짧게는 4년 전, 길게는 20년 전의 상처를 헤집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익명의 공론장에 펼쳐 놓는 심리는 무엇일까. 청소년 시절 유명인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피해 주장은 주로 ‘네이트 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익명으로 폭로된다. 2019년 밴드 ‘잔나비’ 멤버 유영현의 학교폭력 가해를 고발하는 글을 시작으로 가수 박경·진달래 등으로부터 금품 갈취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구선수 안우진과 김유성의 학폭 논란도 불거지면서 체육계 전반으로 학폭 파문이 번졌다. 전문가들은 학폭 피해자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굳이 꺼내 피해를 공개적으로 호소하는 배경으로 심리적 트라우마에 주목했다. 가해자가 아무 죄책감 없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극심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단한 뼈도 한번 부러지면 재차 쉽게 부러지듯 청소년 시기에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성인이 된 이후 작은 자극에도 쉽고 크게 발현한다”며 “단지 가해자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폭행을 당했던 당시와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위협에 짓눌려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파급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에 기대어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만이 유일한 처벌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폭 미투를 계기로 가해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사과를 받기는커녕 재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4일 프로 여자배구 선수의 학폭 가해를 고발한 피해자 측은 가해자로부터 “네가 올린 글만큼 너한테 하지 않은 거 같은데? 내가 다 (가해)한 거 확실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가해자의 배구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원했을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는 피해자와 달리 가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않고 사회적 명성에 금이 가는 것을 두려워해 부정하기도 한다”며 “폭로 글의 검증이 쉽지 않아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유명인의 학폭 미투에 동조해 가해자로 몰린 이들을 조리돌림하거나 무차별적으로 비방하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신도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지나친 비판은 가해자를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보복성이 짙은 폭로는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를 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학의 ‘불법 출금’ 이성윤 소환되나…“악인 응징도 정당해야”

    김학의 ‘불법 출금’ 이성윤 소환되나…“악인 응징도 정당해야”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언제 소환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6일 오전부터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공무원들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익신고서에는 출입국본부 공무원들이 당시 윗선 지시에 따라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상급자나 진상조사단에 제공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원장은 당시 범무부 검찰국장으로 있으면서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협의하는 등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수사팀은 직속상관인 문홍성 수원지검장까지 불러 조사를 마쳤다. 문 지검장은 당시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이른바 ‘보고 라인’에 속했다. 수사팀은 문 지검장과 함께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한차례 조사를 마쳤는데, 이들 역시 대검 반부패부 내 보고라인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2차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은 2019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파악하고 상부에 보고하려 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었던 이규원 검사의 행위가 허위공문서작성 등에 해당한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 검찰국, 대검 반부패부 등 개입으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수원지검 수사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부터 당시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과 계장급 직원 등을 시작으로 이 사건 관련, 주요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주요 인사로 불리는 참고인들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안양지청 소속 검사, 당시 대검 반부패부 소속 검사, 김 차장검사, 문 지검장 등이다. 여기에 윤대진 부원장·문홍성 지검장·차규근 본부장 등에 대한 조사까지 속도를 내면서 사실상 마지막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의 수원지검 수사팀은 애초 안양지청에 배당된 사건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맡고 있다. 윤 총장은 수사의지에 대한 의구심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한 달여 만에 사건을 재배당했다. 김 전 차관 출금의혹 사건 수사는 국민의힘이 2019년 3월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 당시 불법이 있었다고 지난해 12월 초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촉발됐다. 대검은 같은 달 8일 법무부 과천청사를 관할하는 안양지청에 이 사건을 배당했는데 당시 수사착수 한 달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동훈 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 “지탄받는 악인을 응징할 때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지가 그 사회가 문명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었지만, 건설업자 윤중천의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취임한지 6일만에 사퇴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경계 지우고 자유롭게 날다…‘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1년

    경계 지우고 자유롭게 날다…‘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1년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이거 장난 아니지?” 뜨거운 반응, 실감 안날때 많아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실험적인 사운드로 주목받았던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에 이어 퓨전 국악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 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날개가 된 협업…수궁가, 춤 추고픈 대중음악으로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정규앨범 ‘수궁가’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조선 후기 명창인 이날치는 국악과 관련된 이름을 찾던 중 느낌이 가장 좋아 팀명으로 낙점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사설, 아니리, 소리 등 판소리 요소들은 댄스, 힙합, 록이 섞인 음악에 속속들이 녹아있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 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2018년부터 이들의 공연을 눈여겨 보고 함께 무대를 해보자고 제안한 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영화음악을 비롯해 수많은 협업을 해 온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치열하게 한 우물 판 멤버들…경력 합치니 175년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소감을 붙였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이다. 예전에는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장르 분야 중 최우수 모던록 노래와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분당 박자 수)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CD를 발매했다.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서의 특징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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