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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자전거 물결’이 녹색혁명의 원동력이다/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기고] ‘자전거 물결’이 녹색혁명의 원동력이다/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을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겠다.” 지난달 ‘2009 푸른 자전거 대행진’행사에서 전 코스를 완주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열풍 속에서 자전거의 위상이 급부상했다. 자전거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고유가와 기후변화시대에 걸맞은 녹색 교통수단으로, 운동 효과 때문에 웰빙 이동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유럽의 환경 선진국들은 일찍이 정책적으로 자전거를 장려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전거 문화를 이루고 있다. 오는 12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규범을 결정지을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개최지, 덴마크 코펜하겐도 예외는 아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이상적 저탄소형 사회를 실현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덴마크는 1972년 이후 2006년까지 34년간 국가총생산이 105%의 성장을 이루면서도 1차에너지 소비는 1972년 대비 2% 상승에 그치는 에너지 저소비형 고도성장을 구현했다. 최근 에너지관리공단과 덴마크 에너지청(DEA) 간 녹색 협력을 위한 업무약정서(MOU) 체결을 위해 코펜하겐에 들렀다.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자전거 물결이었다. 자전거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동수단으로서 무려 37%의 시민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자전거 문화가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시당국의 앞을 내다보는 정책 수립과 홍보,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는 시너지 효과가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정책은 지난 1995년 입안돼 1996년에 ‘자전거도로 우선 정책’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에 걸친 중장기 자전거정책에 따라 ‘자전거 교통 확립을 위한 9대 중점 추진분야’를 선정해 수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자전거 무료 대여 제도다. 시내 100곳 이상에 4000개의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하고, 보관소에 비치된 시 자전거를 20크로네(약 5000원) 동전으로 이용하고 나서 반납할 때 동전을 회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자전거가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전용도로인 ‘그린 사이클 루트’의 확대는 물론 아침·저녁 혼잡시간에 시속 20㎞로 신호대기 없이 자전거 주행이 가능한 도로망 ‘그린 웨이브’(Green Wave)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각 지자체에서 다양한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창원시·여수시는 시민들에게 자전거 상해보험 무료 가입의 혜택을, 서울시에서는 내년 상반기 여의도에서 공공 자전거 무료 대여 사업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정부의 인프라 구축 사업과 함께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국민의 인식 변화가 더해질 때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질 좋은 자전거 전용도로는 물론, 자전거와 대중교통 시스템의 연결망을 통해 자전거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자전거 도난방지를 위한 관리시스템 및 보험제도 정비, 안전교육, 자전거용 교통신호 마련 등 다양한 과제도 같이 수행해야 한다. 자전거의 대중화는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절약, 국민건강 및 교통체증 완화, 청정한 도시환경 등 사회·경제·환경 관점 모두에서 공동이익을 창출한다. 녹색 선진국으로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비전 발표 후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자전거 타기’를 고유가와 기후변화대응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요 실천행동으로 받아들여 전 국토에서 자전거 물결을 만들어갈 때다.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씨줄날줄] 몽유도원도 유감/김성호 논설위원

    ‘현존하는 조선회화 최고의 걸작’ ‘조선조 최대의 산수화’ ‘한국미술사 불후의 명작’…. 지금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우리 문화재 중 ‘몽유도원도’만큼 찬란한 수식어가 붙는 것도 드물다. 안평대군이 꿈속에 본 도원(桃源) 선경의 감회를 못 이겨 궁중화가 안견에게 주문해 탄생했다는 몽유도원도. 3일 만에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는 몽유도원도는 이름만큼이나 몽롱한 역사를 갖는다. 수양대군과의 권력다툼에 말려 희생된 안평대군. 그가 꿈꾸고 이루려 했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그림으로 볼 때 몽유도원도는 도연명의 ‘이상향’류 도화원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왼쪽 하단부와 오른쪽 상단부에 현실세계와 도원세계를 그려 넣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 사가들의 추측대로 피비린내 나는 정란을 벗어나 이상향 안착을 간절히 바랐던 걸까. 어쨌든 당대 최고의 문사 21명이 일일이 붙인 찬문만 보더라도 당시 이 그림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을지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저 교과서 정도에서 사진쯤으로 대면한 몽유도원도가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는지는 알 수 없다. 막연히 계유정난 이후로 추정할 뿐, 이후 1893년 일본 가고시마에서 발견됐고 이런저런 경위를 거쳐 1950년대 초 일본 나라현 덴리(天理)대가 사들여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다는 게 알려진 전부이다. 일본국보로 지정됐다가 지금은 중요문화재로 귀중한 대접을 받고 있다. 1950년대 어떤 이유에선지 한국인 고미술상이 이 작품을 부산으로 들여왔다는데, 고미술계나 학계에선 당시 이 불후의 명작을 우리 손에 넣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안타까워한다. 몽유도원도 국내 전시에 연일 관람객들의 장사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모습을 드러낸 몽유도원도. 반출경위가 명확하지 않아 반환요구조차 할 수 없는 몽유도원도의 이번 대여전시를 놓고 덴리대 측은 “더이상 전시는 없다.”고 했단다. 우리에게서 가져간 이웃집 그림을 내 안방에 걸고 그림의 떡처럼 바라봐야 하는 심정. 하긴 몽유도원도의 기구한 운명을 닮은 우리 문화재가 한둘일까. 그나마 5시간씩 기다려 몽유도원도와 만나려는 관람객들의 장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부장판사들과 함께 하는 법률상담 Q&A] 일부 채권자에게만 근저당권 설정이…

    개인사업을 하는 A씨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친구 B씨와 C씨에게 각각 1억원씩 빌렸다. 하지만 A씨의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지게 되자 이를 알게 된 C씨는 자신이 빌려준 돈만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 A씨에게 근저당권 설정을 요구했다. A씨는 이를 승낙,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시가 1억 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에 C씨 앞으로 채권최고액 1억 3000만원의 제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Q 다른 채권자인 B씨는 A씨의 근저당권설정 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이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 A사례의 경우처럼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채권자들 중 일부에게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채권자들이 공평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한다. 즉 다수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재산을 특정한 일부 채권자나 타인에게 처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줄여 결국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례의 경우 B씨와 C씨의 공동담보인 A씨의 아파트에 이미 C씨의 근저당권이 설정됐기 때문에 B씨가 A씨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소송을 내서 승소한 뒤 이 판결에 따라 아파트를 경매하더라도 B씨가 빌려준 돈을 제대로 받기는 힘들게 될 것이다. 이는 A씨가 C씨에게 근저당권이 아니라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줬더라도 마찬가지다. 민법 제406조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이런 사해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채권자취소권이라고 하는데, 사례의 경우에는 C씨의 근저당권을 말소해 A씨의 아파트가 다시 채권자인 B씨와 C씨의 공동담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B씨는 C씨를 상대로 “A씨와 C씨 사이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고, C씨는 A씨에게 근저당권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C씨 명의의 근저당권이 다시 제3자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근저당권처분 금지 가처분신청을 해서 결정을 받아 놓을 필요가 있다. 사례의 경우 B씨가 소송을 제기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하는 B씨의 채권은 근저당권 설정행위 이전에 성립된 것이어야 한다. A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하기 전에 빌려준 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B씨는 A씨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1년,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있었던 날로부터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송을 진행할 때 A씨가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것을 B씨가 입증해야 한다. C씨는 근저당권을 설정받으면서 그로 인하여 B씨의 권리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이미 자신만이 채권을 안전하게 확보하려고 한 것 자체가 B씨의 권리를 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으므로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적화 서울 중앙지법 부장판사
  • [정책진단] “본인 확인도 안하잖아요… 비행기삯 뽑고도 남죠”

    [정책진단] “본인 확인도 안하잖아요… 비행기삯 뽑고도 남죠”

    지난 25일 서울의 한 개인병원. 진료가 끝난 뒤 처방전을 받기 위해 원무직원에게 문의하자 “이름하고 주민번호 불러주세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직원이 주민번호를 입력하자 처방전이 곧바로 나온다.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제시하더라도 잠깐의 가슴졸임만 참으면 무사통과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개선하려고 나서지 않는 ‘불편한 진실’은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만약 지인이나 친척에게 주민번호를 빌리면 그들의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엄연한 범법행위이지만 건강보험증 대여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소리소문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때때로 제도를 손질했지만 현실에서는 ‘책상머리 대책’에 불과했다. ●“주민등록번호만 말하면 되거든요” 재미교포 1세인 송모(62·여)씨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세 살 아래 여동생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치과 진료를 받는다. 건강보험 혜택이 가능한 스케일링, 잇몸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고 100만원 정도 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치과보험에 들지 않아 비행기삯을 제하고도 ‘남는 장사’라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엔 들킬까봐 조마조마했지만 건강보험증 확인도 하지 않고 이름하고 주민등록번호만 말하면 되는 시스템이라 문제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같은 재미교포인 이모(37·여)씨는 지인의 권유로 시누이 건강보험증을 빌려 여러 병원을 다녔다. 산부인과에서 생리불순 치료, 여성질환 건강검진과 혈액검사, 유방암 검사, 종양검사, 내시경 등 각종 검사를 받았다. 한국에 머무르는 김에 정형외과 물리치료도 빼놓지 않았다. 이씨는 “미국에서 건강보험에 들었지만 막상 보험을 적용한 가격도 너무 비싸 마음놓고 병원에 다닐 수 없었다.”면서 “미국에서는 가능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한국 나올 때 진료를 받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불법 알지만 의료비 아끼려 편법 현재 해외교포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입국 후 국내 거주 3개월 이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복잡한 등록절차를 밟지 않고 주변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는 교포가 여전히 많다. 특히 3개월 미만의 단기 체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대부분 지인이나 친척, 직계 가족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한다.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의료비를 아끼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 불법체류자나 외국인도 같은 방법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2002년 건강보험 가입 확인을 주민등록증 등의 신분증으로 대체한 이후 의료기관에서는 본인확인을 대부분 성명과 주민번호로 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본인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도덕불감증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한 재미교포는 “가까운 사람을 찾다 보면 한국에 친척 1명은 최소한 있기 마련”이라며 “때문에 내가 아는 교포 대부분이 한국에서 건강보험 명의를 빌려 병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보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건강보험증 대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여러번 제시됐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진료기관에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 등 본인 확인 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한 뒤 진료받도록 하는 방안과 출입국 관리시스템을 건강보험 시스템과 연계해 출국이나 입국시 미납보험료를 체크해 받는 방안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를 마련한 바 있다. ●국적 상실하고도 건보 자격 유지 건강보험증 대여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재외국민에게 국내 가족이 있을 경우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보험료를 거의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국적을 상실한 뒤에도 수년간 교묘한 방법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교포도 적지 않다. 국적을 상실하면 건강보험 자격도 자동으로 상실하게 되지만 이 제도는 ‘신고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신고를 미루면 계속 건강보험 혜택을 보게 된다. 실제로 200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적 상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교포는 1591명에 달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동작구 ‘독서릴레이’

    동작구 ‘독서릴레이’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동작구가 대대적인 독서문화 확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작구는 직원 독서릴레이 운동, 어린이도서관 각종 이벤트 등 풍성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다음달에는 어린이 독서왕 선발대회도 연다. ‘기업가 출신 구청장의 경영마인드’, ‘최고경영자(CEO) 구청장의 보육정책과 비전’, ‘동작 발전을 위한 디딤돌’, ‘구민과 함께한 11년 행복한 동행’ 등 모두 4권의 책을 펴낸 이력답게 김우중 구청장이 독서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김 구청장은 “독서는 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프로펠러와 같은 것”이라면서 “가을뿐 아니라 주민들이 항상 책의 향기와 독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 방문 도서 대여 서비스 등 다양한 독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11월1일까지 펼쳐지는 구청 직원 독서릴레이 운동에는 모두 73개팀, 219명이 참여한다. 팀별 3명의 직원이 희망하는 도서를 선정하면 구에서 해당 책을 구입해 돌려 읽도록 지원하는 독서 캠페인이다. 구는 이 운동을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팀원들을 바꿔가며 연중 시행하기로 했다. 따라서 구청 직원들은 최소한 일년에 평균 4권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어릴 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동작어린이도서관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5~7세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도서관 판타지 탐험인 ‘도서관에서 보낸 멋진 하루’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책놀이 ▲빛그림 이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음달까지 운영한다. 지난해 2월 개관된 어린이도서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444.30㎡ 규모로 아동열람실·이야기방·수유방·멀티미디어실 등이 있고, 1만 6624권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독서회원 제도를 운영해 가족회원이면 1회에 7권까지 대여할 수 있다. 독서회원이 1만 1886명에 이른다. 이밖에 동작구는 독서 생활화를 위한 소프트웨어적 프로그램뿐 아니라 작은 도서관, 마을문고 확충 등 하드웨어적인 지원에도 나선다. 행정동 통폐합으로 폐지되는 청사를 공공도서관으로 리모델링, 독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다음달에 개관하는 상도1동 청사의 공공도서관은 지상 2층, 연면적 525㎡ 규모로 자료실·종합자료실·장난감대여점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1만여권이 비치될 예정이다. 11월에 개관 예정인 사당2동 청사 공공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999.3㎡ 규모로 도서 8000여권이 구비된다. 양택모 교육지원과장은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다른 인생을 한번 살아보는 것처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구청 등 여러 기관이 진행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판치는 건보증 대여… 재정 줄줄 샌다

    건강보험 재정이 새고 있다. 1989년 전국민 대상의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단 한번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잊혀지다시피 한 ‘건강보험증 대여’ 문제 때문이다. 27일 보건복지가족부와 해외교포들에 따르면 국내에 단기체류하는 교포나 건보 체납자, 외국인, 심지어 불법체류자나 노숙자까지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타인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명의를 도용해 혜택을 받기도 한다. 의료기관의 본인 확인절차는 말 그대로 ‘형식’에 그치기 때문에 이들을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 3개월 미만으로 단기체류하는 해외교포의 상당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지인이나 가족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등록해야 하는 조선족도 국내인과 외모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불법체류자의 경우 사업주나 함께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사용한다. 건보료를 장기 체납하고 있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돼 건강보험증을 빌리는 사례도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보공단이 2005~07년 2월 중순까지 적발한 건강보험증 대여 실태 219건을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증 대여는 지인을 통하는 경우가 71.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머지는 친인척(26.5%), 사업주(2.3%) 등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증을 대여하다 적발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일부는 ‘자발적 신고’에 의한 것이어서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파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본인 확인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의료기관에 부과시키는 부분이 책임 소지 논란으로 비화돼 결국 입법이 좌초됐다. 이후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혜택을 보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일반 가입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직장가입자 이모(34)씨는 “누구는 돈을 내고 누구는 돈도 내지 않고 건강보험증 명의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기막힌 현실”이라면서 “정부는 도대체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정현용 이민영기자 junghy77@seoul.co.kr
  • [우리고장 특수사업] 임산부·영유아 책대여 택배로 배달

    임신 8개월째인 이모(37·경기 수원시 인계동)씨는 요즘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원하는 책을 도서관에 가지 않고 언제든지 받아볼 수 있는 데다 비용까지 무료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안에서 보낼 때가 많은데, 육아 관련 책 등 필요한 도서를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다음날 바로 택배로 받아 볼 수 있어 무척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내생에 첫 도서관’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임산부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책을 빌려주는 서비스이다. 임신 8개월부터 자녀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14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도는 지난 5월부터 수원, 안양, 시흥, 군포, 파주 등 5개 시 27개 공공도서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했으며, 지난달까지 모두 797명의 임산부가 4650권의 책을 빌려 읽었다. 특히 신청한 책을 택배를 통해 집에서 받아 보고 반납도 택배로 하기 때문에 도서관을 찾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또 해당 지역 도서관이 소장한 다양한 도서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도 있다. 1회 5권씩 14일간 대출이 가능하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www.golibrary.go.kr) 회원으로 가입하고 해당지역 공공도서관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택배 등 이용료는 무료이며 산모수첩이나 영유아의 건강보험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받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도는 ‘내생에 첫 도서관’ 사업이 임산부에게 독서환경을 제공하고 영유아에게는 책을 통해 부모와 교감할 수 있는 육아 환경을 제공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경 도 교육협력과장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책을 쉽게 접하고,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북 스타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음달부터 이를 도내 10개 시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내생에 첫 도서관’ 서비스의 시범사업 결과 보고회를 24일 경기문화재단에서 갖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입양 → 당첨 → 파양… 누더기 가족관계부

    입양 → 당첨 → 파양… 누더기 가족관계부

    아파트 특별분양을 노린 허위입양 브로커들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서류상으로 수차례에 걸쳐 아이들을 사고 판 이들의 범행수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별다른 확인 절차도 없이 당사자들이 합의만 하면 쉽게 입양과 파양(罷養)을 할 수 있는 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허위입양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브로커 방모(37)씨는 무주택자와 자녀가 많은 이들을 섭외하는 역을 맡았다. 전단지도 뿌리고, 절박한 심정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대부업체를 찾은 손님들도 꼬드겼다. 브로커 김모(43)씨는 이들에게 줄 자금을 댔다. 명의를 대여해준 무주택자에게는 수고비 2000만원, 자녀를 입양시킨 사람에게는 자녀 한 명당 500만원을 대가로 줬다. 이들은 구청이나 시청 등에 가서 허위입양신고를 했고, 다자녀가구 세대주로 둔갑해 특별분양신청을 했다. 신청한 뒤에는 아이를 파양했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홍모(43)씨는 자녀 3명을 세 차례나 입양시켰다. 역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모(49)씨와 정모(40)씨의 자녀들도 서류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입양과 파양을 반복했다. ●자녀 한 명당 500만원 주고 입양 허위입양을 한 김모(46)씨 등 3명은 실제로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브로커들은 프리미엄 7000만원을 받고 불법전매하도록 알선한 뒤 수수료를 챙겼다. 분양을 받은 김씨 등은 원래 자녀가 3명이라 다자녀가구 특별분양 신청 자격이 있었지만, 동점자가 있을 경우 자녀가 많을수록 우선순위를 주는 점을 노려 ‘추가 입양’을 했다. 자녀 숫자를 채우기 위해 두 집에서 나누어 아이들을 입양한 경우도 있었다. 허위입양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자녀를 다른 집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입양과 파양 기록은 아이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고스란히 남는다. 서류정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아 다른 가족의 자녀로 등록되어 있을 경우 취학 등에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입양과 파양이 너무 쉽게 이뤄지는 것 역시 허위입양을 부추기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법에는 성인이 되면 입양을 할 수 있고, 법정대리인인 친부모가 입양을 승낙하면 된다고 돼 있다. 입양 사유나 자녀 본인의 의사 확인, 가정환경 조사 등 절차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 파양 역시 마찬가지로 처음 입양에 동의했던 양쪽이 ‘협의’만 하면 가능하다. ●“허위입양 청약 제한” 실제 검증 힘들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다자녀가구에 대한 특혜는 점점 늘어나지만, 분양 신청을 할 때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검증절차가 없다는 것 역시 브로커들이 특별분양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다자녀가구를 위한 특별공급 물량은 공공부문에서는 전체의 5%, 민간부문에서는 3%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다자녀가구 분양은 일생에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허위입양 등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면 분양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향후 청약 등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아파트분양 노린 허위입양 첫 실형

    ‘다자녀가구’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 특별분양을 노리고 허위 입양을 알선한 뒤 분양받은 아파트를 불법으로 전매해 수익을 챙긴 브로커와 명의 대여자 등에게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일부는 전매 단계에서 허위사실이 적발돼 분양이 취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김모(43)씨와 방모(37)씨에게 징역 1년을, 허위 입양자로 명의를 대여해 준 무주택자 정모(35)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 등은 10년 이상 장기 무주택자 가운데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의 세대주에게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 특별분양 형식으로 특혜가 주어진다는 점을 이용, 2007년 3월에서 10월 사이 11차례에 걸쳐 허위 입양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무주택자를 구해 대가를 준 뒤 이들을 시켜 아이를 입양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하게 했고, 화성 동탄과 은평뉴타운 등에 다자녀 무주택자 특별분양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의 대여자 중 3명은 실제로 동탄의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브로커들은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하도록 알선해 수익을 챙겼다. 그 중 1명은 허위 입양 사실이 드러나 분양이 취소됐다. 법원은 그동안 특별분양을 위해 허위 입양을 한 이들에게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에 실형을 선고하면서 “최근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이들이 또다시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보여 신병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과 함께 허위 입양에 가담한 이들은 모두 38명으로 1심 선고가 난 37명 모두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나 징역형이 선고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日 ‘친구 렌털’ 호황

    ‘일본은 외롭다.’ 요즘 일본에서는 결혼식 들러리에서부터 친구, 애인, 심지어 배우자까지 돈 주고 빌리는 ‘친구 대여’ 사업이 호황이다. 일본의 친구 대여업체는 8년 전 5곳에서 최근 2배나 증가했고 가장 유명한 회사에는 1000여명의 ‘대역’이 등록돼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결혼식 때마다 신랑 들러리로 인기 높은 류이치 이치노카와(44)는 ‘전문 대역’이다. 결혼식 몇분 전 목을 가다듬으며 피로연 사회를 준비하는 그는 사실 하객들에게 음식을 나르는 웨이터보다 이날 탄생하는 부부에 대해 조금 더 알 뿐이다. 장난감 제조업자로 일하다 3년 6개월 전부터 대역으로 활동하는 그는 붙임성 있는 성격 덕분에 남녀 불문,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30여명에게 고용돼 있다. 이번 주말에도 12살 소년과 그 여동생의 학교체육대회에 참석해 ‘삼촌’ 역을 해낼 참이다. 그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활동상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 와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소년의 아빠, 선 보러 나선 여성의 부모 노릇도 하고 있다. 신문은 이런 ‘가짜 친구의 증가’가 일본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개인적, 직업적 문제를 남들 앞에 보여주길 꺼려하는 일본인들의 고질적인 문화적 반감이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늘 바뀌는 역할에 맞춰 예상 답변을 준비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류이치는 “3년간 감기가 떨어진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늘 다른 사람의 남편이 돼야 하기 때문에 부인에게도 자신의 일을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들을 돕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기쁘다.”며 빙긋 웃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어른 일본’ 그리고 일왕의 방한/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른 일본’ 그리고 일왕의 방한/김성호 논설위원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이 엊그제 닻을 올렸다. 새 각료 17명의 진용을 갖춘 ‘하토야마호’는 복지, 탈(脫)관료, 동아시아공동체 실현의 3대 과제를 밀어붙일 태세다. 취임회견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역사의 전환점으로 정치와 행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첫날”이라는 강한 일성을 남겼다. 54년 만의 정권교체, 보수에서 중도좌파로의 전향에 각국이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일본의 지각변동을 한국만큼 민감하게 보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하토야마가 선거 전부터 양국관계의 개선발언을 잇달아 낸 만큼 정권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각료 17명 중 10명이 지한파인 데다 친한 성격의 한·일의원연맹 소속 민주당 의원이 51명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관계를 겨눈 하토야마 발언들에 무게를 싣는 게 괜한 건 아닐 듯싶다. 가뜩이나 하토야마는 한국 중심의 외교를 강조해온 터다. 하토야마 발언들이 관심을 끄는 건 무엇보다 과거사 인식을 통한 청산의 구체적 실천제시에 있을 것이다. 야스쿠니를 대체할 추도시설 건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재일교포 지방참정권 부여에도 적극적이다. “총리 취임 후에도 야스쿠니에 참배할 생각이 없다.”며 각료들에게 자숙을 촉구하겠다던 하토야마다. 한·일 과거사와 관련, 극우보수 입장으로 일관했던 자민당 정권에 화살을 쏜 하토야마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까닭이 분명한 것이다. 우호적 분위기와는 달리 한·일 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얽히고설킨 앙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지난달 일본에선 극우색채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제작한 두 종의 중학 교과서 출판을 법원이 모두 인정했다. 국내에선 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족 22명도 국가 상대의 첫 단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런 점에서 ‘하토야마호’ 출범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방한 제의는 모험적인 돌파구 찾기로 보인다. 한·일 강제합병 100년을 맞는 해에 일왕의 한국 방문은 양국 모두에 큰 의미를 갖는다. ‘일왕’의 상징적 의미를 볼 때 혹여 방한 중 일왕의 신변에 가해질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한 일본의 우려가 클 것이다. 국내에서도 ‘과거사 청산 없는 일왕 방한’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일왕 방한이 자칫 양국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갖는다. 이 대통령의 제의에 당분간 일본 정부는 고심할 것이다. 한·일 관계의 전향적 개선을 외치는 민주당 정권은 내년 7월 참의원선거라는 심판대를 거쳐야 한다. 일본인 정서를 감안할 때 하토야마 정권이 과거사 청산과 그를 통한 관계개선에 일방적으로 박차를 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제의는 하토야마 정권에 대한 강수의 정치 공세로까지 볼 수 있다. 공을 넘겨받은 일본으로선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왕 방한을 과거사 청산의 정점에 놓을지, 악화시킬지는 양국 정부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류의 “일본이 드디어 어른이 됐다.”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인들은 정권교체로 그들의 삶이 향상될 것으로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어른 일본’에 대한 장밋빛 기대에만 머물게 아니라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청산과 망각은 분명히 다르다. 일왕의 한국 방문은 그래서 결코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무거운 화두인 것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洞통폐합 중간점검] “정든 지명 아쉽지만 어린이도서관 대환영”

    [洞통폐합 중간점검] “정든 지명 아쉽지만 어린이도서관 대환영”

    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치회관 2층. 어린이 영어도서관에 40여명의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한데 모였다. 이날 영어수업의 주제는 ‘대통령 선거’. “If I become the president….(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후보로 나선 4명의 어린이가 5분 동안 자신의 출마사를 영어로 발표하고 있다. 자치회관 1층에 있는 장난감대여점엔 1m짜리 부엌놀이 세트와 로봇 등 2000여종의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문화·복지시설로 변신한 주민센터 2년 전까지 도화1동주민센터였던 이곳은 현재 어린이영어도서관과 장난감대여점, 교육센터 등을 갖춘 ‘어린이 전용 복합청사’로 탈바꿈했다. 바로 행정동 통합이 안겨준 ‘선물’이다. 도화1동과 2동이 ‘도화동’으로 합쳐지면서 여유공간으로 남은 1동 청사를 마포구가 어린이 전용공간으로 꾸몄다. 처음엔 “정든 지명이 없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30년 넘게 도화동에 살았다는 주부 김선숙(49)씨는 “주민들에게는 형식적인 동이름보다 실질적인 편의시설이 더 절실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행정동 통폐합의 시발지인 서울에서는 94개의 동이 없어졌다. 폐지된 청사는 보육·문화·복지시설로 새 단장됐다. 14개구 36곳의 동청사가 리모델링돼 노인치매지원센터, 영·유아플라자, 도서관, 헬스장, 자치회관 등으로 바뀌었다. 동작구 흑석3동주민센터의 경우엔 3층 건물 전체가 재활용센터로 변신했다. 전체 동 30개를 3분의1이나 감축한 성북구는 동 청사 운영과 어린이집 확충에 필요한 비용 500여억원을 절감했다. ●기존 동이름 모두 나열해 부르기도 통합 뒤 후유증을 앓는 곳도 있다. 일부 지역은 적절한 동 이름을 찾지 못하거나 주민들이 동 이름 바꾸기를 꺼려 기존 동 이름을 모두 나열해 쓰고 있다. 종로구 효자동과 청운동은 ‘청운효자동’으로 불린다. 주민들이 서로 자기 동네 이름을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지명을 합친 것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는 ‘용담명암산성동’이라는 마을도 있다. 용담동과 명암동, 산성동을 합친 것이다. 너무 긴 이름 때문에 주민들은 앞 글자만 따 ‘용명산동’이라고 부른다. 관악구 신림4동이 신사동으로 동 이름을 바꾸면서 서울에는 은평구와 서초구에 이어 신사동만 3곳이 됐다. 주민들이 조용한 단독주택가로 이름난 은평구 신사동과 부유촌인 강남구 신사동의 이름을 부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또 신림6동과 신림10동은 강남구에 이미 있는 삼성동으로, 봉천1동은 동작구와 같은 보라매동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때문에 강남구가 관악구를 상대로 ‘행정동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중구는 소공동을 명동에 합치는 문제로 7개월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공동 주민과 구의원들은 “백화점가 덕분에 ‘쇼핑1번지’로 소문난 곳인데 왜 없애려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만능통장 불법사용땐 추징

    주택청약종합저축(일명 만능통장)으로 소득공제를 받은 뒤 85㎡ 이하인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되면 불입액의 2%가 추징된다.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하다 적발되면 기존의 40배인 2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 역시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27일 기획재정부는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할 경우 40%의 소득공제를 해주는 대신,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되면 불입액의 2%를 강제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든 대상자마다 소득 공제에 따른 감면 세액이 달라 일일이 액수를 산정해 추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불입액의 2%를 추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무주택 세대주로서 소득공제를 받으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1000만원을 납입한 사람이 85㎡ 초과 주택에 당첨되면 불입액의 2%인 20만원을 추징당하게 된다. 재정부는 최근 경제위기를 틈탄 조세 포탈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 관련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세범처벌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바지 사장’을 앞세운 탈세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관련법 개정안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대여해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름을 빌려준 사람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지금은 명의 대여자나 명의대여 사업자 모두 5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된다. 현행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제재를 강화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2)]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와 용소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2)]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와 용소

    육백산(1241m) 자락 삼척 도계읍 무건리의 꼭대기 마을인 큰말은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인적이 뜸한 이곳에 여름철이면 사진작가와 산꾼들이 쉬쉬하며 찾아오는데, 태초의 비경을 간직한 용소굴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용소굴 일대에는 아기자기한 이끼폭포와 검푸른 용소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보는 사람의 넋을 쏙 빼놓는다. 한때 오지여행가 사이에서만 알려진 무건리에 다시 외지인들이 찾아온 것은 2000년쯤이다. 큰말 아래에 숨어 있던 이끼폭포와 용소가 사진작가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였다. 이곳 산행 코스는 성황골을 따라 오르는 길과 산비탈을 타고 도는 옛길이 있다. 계곡은 길이 없는 험로이기에 오지전문 산꾼의 몫이고, 일반인들은 안전한 옛길이 좋겠다. 산행이 시작되는 소재말 마을에서 큰말을 거쳐 용소까지는 약 4㎞, 1시간30분쯤 걸린다. 주민들이 다니던 옛길이라 경사가 완만하고 한적하다. ●겨울철 멧돼지 사냥을 즐기던 오지마을 고사리 38번 국도변에서 현불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산기리(산터 마을)다. 여기서 왼쪽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석회암 채굴 현장이 나온다. 소란스러운 현장을 지나 500m쯤 더 오르면 소재말 마을이 나온다. 마을 이후의 길은 비포장으로 변하고, 바리케이드가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산행은 바리케이드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길은 임도처럼 넓고 잘 나 있다. 오르막을 몇 굽이 돌면 성황당 소나무가 우뚝한 국시재 고갯마루가 있다. 나무 아래 돌무덤에 작은 돌을 하나 얹고 입산의 예를 올린다. 성황당에서 큰말까지는 산등성이를 타고 도는 순한 길이다. 국시재를 떠난 지 한 시간쯤 지나면 왼쪽 산비탈에 들어앉은 민가들이 나타난다. 산비탈에 대여섯 채 집이 남아 있는 큰말이다. 집들은 텅텅 비었는데, 주민들은 삼척·태백 등에 내려와 살면서 여름철 작물 가꿀 때나 드나든다고 한다. 대문도 없는 어느 집의 툇마루에 앉으니 오지마을 특유의 한적함과 외로움이 전해온다. 겨울철이면 큰말에는 눈이 산더미처럼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 길이 끊기고 할 일 없는 주민들은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 몰이꾼패와 창꾼패로 나뉘어 창꾼패는 길목을 지키고 몰이꾼패는 길목으로 멧돼지를 몰았다. 몰이꾼들에게 쫓긴 멧돼지가 깊은 눈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면 창꾼의 우두머리인 선창잡이가 멧돼지 급소에 창을 찔렀다…. 무건리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냥 이야기는 이미 잡풀 속에 묻힌 지 오래다. 1994년 마을에 있던 소달 초등학교 무건분교가 폐교되면서 시나브로 마을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마을을 지나 무건분교 터를 찾아보지만 큰물에 쓸리고 잡풀에 덮여 흔적조차 없다. ‘1966년 개교, 89명의 졸업생을 배출, 1994년 폐교’를 알리는 팻말과 돌무더기에 묻힌 녹슨 미끄럼틀만이 안쓰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이끼폭포로 가려면 분교 터 팻말 아래, 가래나무 밑 오솔길을 찾아야 한다. 잡초 무성한 비탈을 헤집고 내려가면 거센 물소리가 먼저 귀를 때리고 이어 푸른빛 도는 드넓은 소와 폭포(높이 7~8m)가 불쑥 나타난다. 폭포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10m쯤 되는 폭포가 이끼 무성한 바위들에 걸려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동의 물결이 몰려온다. 그러나 진짜 비경은 소에 걸린 폭포 위쪽에 숨어 있다. ●시간과 물을 삼키는 용소의 심연 폭포 왼쪽 바위벽에 걸린 고정로프를 타고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길인 듯 어둑한 바위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첨벙첨벙 물길을 건너면 높이 10m쯤 되는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초록 치마를 드리우고 있다. 마법에 홀린 듯 그 화사한 폭포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왼쪽에서 섬뜩한 냉기가 온몸에 엄습해 온다. 그곳에는 입을 쩍 벌린 검푸른 소가 웅크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렁찬 비명을 지르며 여러 갈래의 작은 폭포들이 그 소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폭은 3m쯤 되지만 깊이가 10m는 족히 넘는 그곳이 바로 용소다. 산행은 용소에서 마무리된다. 강원도 지방기념물인 용소굴은 용소 위쪽에 있는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용소 앞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별천지에 잠시 들어온 느낌이다. 하산은 계곡을 따르지 않고 올라온 길을 고스란히 되짚어야 한다. 벼랑과 폭포가 이어진 석회암 계곡은 아름답지만 매우 위험하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 삼척 도계읍은 삼척보다 태백에서 가깝다. 승용차는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연결된 고속국도를 이용해 영월을 거쳐 태백에 이른다. 태백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30분 달려 하고사리역 근처에서 고사리 방향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들어가면 산기리다.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사리행 버스는 1일 8회 다닌다. 문의 (033)552-3100
  • [현장 행정]성북 일자리센터 입주자 만족

    [현장 행정]성북 일자리센터 입주자 만족

    “하루하루 웃으며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게 해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3일 성북구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코너. 이 코너에는 최근 성북구 일자리센터 입주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센터에 입주한 뒤 싼값에 부담없이 사업을 번창시키고 있다는 감사의 글들이다. 센터는 지난 5월 말 지상 3층, 7323㎡ 규모로 개장했다. 32개 업체가 입주한 만큼 사연도 가지가지다. 1층에 자리한 온라인 쇼핑몰 ‘멋남’의 도진우 부장은 “이전 사무실에 비해 3배나 넓은 사무실을 사용하는데 비용은 오히려 5분의1 밑으로 떨어졌다.”며 “덕분에 성북구에 사는 직원 3명을 새로 뽑았고, 회사는 남성토털패션 쇼핑몰 1위로 올라섰다.”고 자랑했다. 3층 ‘윤플라워’의 윤석순 사장도 “인근에서 온라인 꽃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입주 건물이 리모델링에 들어가 사업을 접을 뻔했다.”면서 “아무도 리모델링 기간만 가게를 빌려주려 하지 않았는데 센터를 소개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며 고마워했다. 3일 성북구에 따르면 성북 일자리센터에는 현재 32개 기업이 입주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옛 삼선동5가의 성북구 임시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센터에선 일반 사무실 건물의 5분의1에 불과한 사용료만 내면 당직과 건물청소까지 도맡아 해준다. 최적의 사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월 임대료는 ㎡당 1100원 안팎. 26.3㎡(8평)의 사무실을 사용하면 월 3만원, 208.3㎡(63평) 사무실은 월 23만원가량만 내면 된다. 물론 관리비와 보증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사무실·창고 유지비가 낮아진 만큼 해당 기업은 지역 주민을 고용해 일자리창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성북구도 12명의 운영인력을 새로 투입해 고용창출에 한몫했다. 낮 동안에는 청경과 희망근로자 등 12명이 일하고, 야간에는 시설관리자 2명이 투입된다. 덕분에 도·소매 14곳, 서비스업 5곳, 제조업 9곳, 건설업 2곳, 기타 2곳 등 모두 32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유명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입주 자체를 제한받은 만큼 대부분 영세규모의 지역 업체들이다. 카드·식품·건설회사의 창고나 욕실용품회사의 제조공장부터 기업체 홍보·교육장, 컴퓨터수리실, 작업장, 극단 연습실, 연구실 등 용도도 다양하다. 매달 이들 업체가 내는 사용료는 3300여만원. 모두 일자리창출과 구 운영을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성북구는 아울러 나머지 2곳의 입주공간에는 무료로 자활근로 작업장과 경영상담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배려 덕분에 입주와 함께 상승세를 탄 기업도 여럿이다. 2층에 자리한 화장실 용품제조사인 ‘하이쎈’의 경우, 중견기업 자회사에서 독립해 곧바로 해외 수주를 따내는 경사를 맞았다. 이 회사는 일자리센터 입주 전까지 다른 입주공간을 찾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남성패션 온라인 쇼핑몰 멋남도 기존 임차건물 대여기간 만료 뒤 입주건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터였다. 도진우 부장은 “이곳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한데다 바로 옆에 관공서 건물이 입주해 경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준다.”며 “관계자들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의원직 사퇴 장외투쟁 수단 아니다

    미디어법을 놓고 한바탕 불꽃을 튀긴 여야가 결국 제 갈 길로 들어섰다. 민주당은 의원직 총사퇴라는 카드를 뽑아들고는 국회를 박차고 나갔다.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최문순 의원이 앞다퉈 김형오 국회의장측에 사퇴서를 전달했고,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소속의원 81명의 대다수는 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해 정 대표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정국이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매일 수백명씩 일터에서 쫓겨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비롯해 국민들 마음은 불안하고 먹먹하기만 하다. 집권세력으로서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도모해야 할 한나라당이 지금 정국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명운이 오로지 미디어법 하나에 달린 듯 유권자들의 소중한 표를 모아 당선된 의원직을 헌신짝 버리듯 내던지는 민주당의 행태는 결코 온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미디어법 처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제1야당 대표로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정녕 국민에게 사죄할 일은 의원직 사퇴라고 본다.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의원직을 버린다.”고 했으나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의원직을 함부로 던지는 일부터 삼가야 한다. 금배지는 결코 미디어법 하나로 붙이고 뗄 것이 아니며, 의원직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면서 의원직을 던지는 것은 대여 투쟁의 겉포장을 좀더 선명하게 하려는 치장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은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당장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야 할 판이다. 미디어법 재투표 논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이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의 잘잘못은 그것대로 따지되 민생도 함께 살피고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성숙한 제1야당의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 망신을 사고 있는 국회 폭력을 근절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기 바란다.
  • 정세균대표 의원 사직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국회의원 사직서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 84명 전원이 의원 사직을 결의하는 등 미디어 관련법 강행처리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도 이날 사직서를 김 의장에게 냈다. 이로써 전날 최문순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민주당 의원 84명 가운데 70여명이 이날 정 대표에게 사직서를 맡기고, 사직서 처리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다. 제1야당의 의원 사직서 집단 제출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회민주주의가 존중되지 않는 18대 국회에서는 국민이 주신 국회의원직의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장외투쟁에 집중하기 위해 엿새째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25일부터 본격적인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결의문을 내고 “오늘 우리는 국민의 대표라는 영광스러운 직분을 내려놓는다.”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고 오직 오만과 독선이 판치는 정치 현실에서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마지막 수단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5일 서울역 앞에서 야3당·시민단체 등과 공동 주최하는 ‘날치기악법 원천무효, 이명박 한나라당 독재정권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국민 속으로 언론악법 폐기 100일 대장정’에 나서기로 했다. 권역별 시국대회와 민생투어, 1000만인 서명 대회도 갖는다.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도 ´동조 투쟁´을 선언하고, ‘정권 퇴진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생 돌보기’를 전면에 내걸고 야당이 제기하는 미디어법 투표 불법성 시비에 맞불을 놓았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외부 세력이 수시로 본회의장 앞까지 난입하는 상황에서 의회주의가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민주당과 동조 투쟁에 나선 언론노조를 겨냥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당5역회의에서 “민주당은 회의장 출입을 막고 폭력을 휘두르는 면허라도 받은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2일 김 의장을 대신해 본회의를 진행한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폭력국회로 전락하고, 첨예한 갈등과 대립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만 끼쳐드린 데 대해 사죄한다.”고 밝히고 “식물국회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과 책임정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의사봉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폭력 방지, 윤리검정, 선거제도 개선 등을 위해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사회정치문화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55년된 목조건물 순식간에 화마로

    55년된 목조건물 순식간에 화마로

    지은 지 50년이 넘은 부산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낡은 목조건물이어서 불이 순식간에 번지는 바람에 투숙객 전원이 화를 피하지 못했다. 26일 오전 7시50분쯤 부산시 중구 남포동3가 현대여인숙에서 화재가 발생, 김한수(60)씨 등 투숙객 5명(여성 1명 포함)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불은 여인숙 2층과 3층을 태워 10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고 1시간여 만에 꺼졌다. 사망자들은 2층 입구에 있는 방 한곳에서 2명, 2층 복도 안쪽 방 두곳에서 각각 1명, 3층 방에서 1명이 발견됐다. 투숙객 박기수(38)씨는 불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리다 다리에 골절상 등을 입고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여인숙 주인 여모(61·여)씨는 “2층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 올라가 보니 객실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고, 금방 불길이 복도로 번졌다.”고 말했다. 화재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소방차 34대와 소방대원 102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 출입문 입구와 통로가 좁고, 출입문까지 목조로 돼 있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숨진 사람들이 모두 방 안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화재 당시 불이 난 줄 모른 채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노후 목조건물이라 불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투숙객들이 미처 대피할 틈이 없었거나 유독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망자 중 60대 여성의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수사과학연구소에 유전자(DNA)감식을 의뢰했다. 화재가 난 여인숙은 1층 카운터, 2~3층은 객실로 이뤄진 3층 건물이지만, 건축 대장에는 2층짜리 건물로 등록돼 있어 3층을 무단 증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여인숙 건물이 지어진 지 55년이나 된데다 소방점검 대상이 아니어서 오래된 전기배선에서 누전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망자:김한수(60)·김종달(50)·김성갑(64)·정재철(45)씨, 미상(대구·여성) ●부상자:박기수(38)씨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사우디 수도서 30년만에 영화상영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파하드국왕문화센터. 한손에는 짭조름한 팝콘, 다른 한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코미디 영화 ‘메나이’ 상영을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이 잔뜩 상기돼 있었다. 사우디 수도에서 30년만에 처음으로 영화가 공개 상영됐다고 AP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사우디에서는 극장이나 공연장에서는 남녀가 동석을 할 수 있고 이는 ‘남녀유별’과 같은 이슬람 가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영화나 공연이 금기시되고 있다. 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보수적인 수도 리야드에서는 정부가 영화관을 모두 폐쇄하고 상영을 금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도시인 제다에서는 같은 영화가 지난 12월 공개 상영됐지만 리야드에서는 이번 상영이 수십년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상영에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남성과 10세 이하 남녀 아동만이 입장 가능했다. 두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사업가는 “내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평화적인 혁명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여성은 배제됐지만 사우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번 영화 상영이 있기까지는 2005년 압둘라 국왕 즉위 이후 조성된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영향이 크다. 여기에 경제전문 격주간 포브스 선정 세계 13위 부호에 오른 국왕의 조카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메나이’를 비롯한 영화 제작에 나선 상태다. 그는 공개적으로 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사우디 최초의 극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사우디에는 극장이 없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키스 장면 등이 삭제된 테이프를 빌려 보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유시민 한명숙 손석희 누가 나와도 吳 시장 누른다 ☞사면초가 대검 중수부 ☞매연 심한 낡은 경유차 내년 수도권 못 다닌다 ☞[환각에 빠진 연예계] 끊이지 않는 연예인 마약 왜 ☞[관가 포커스]“호화결혼식 자제하세요” ☞6월 모의고사 후 고3 수험 전략 “영역별 성적 고려 목표대학 정해야”
  • 희미한 홀안 400여명 광란의 밤

    3일 새벽 2시쯤, 서울 청담동 클럽가(街)는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찾아간 S클럽 안은 나이트클럽처럼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아니라 2층으로 나눠진 널따란 홀이 펼쳐진 전형적인 미국식 클럽구조였다. 500~600평 정도의 클럽 안은 400~500명의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다. 춤을 추는 이들의 눈빛은 희미했고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매주 한 차례 이곳을 찾는다는 미국인 스테파니(28·여)는 “일본, 타이완, 프랑스 등에서 생활을 해봤지만 한국 클럽이 가장 자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섹시퀸 선발대회 행사가 열리면 나체의 젊은 여성들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 위를 활보하거나, 처음 보는 남녀가 성적인 행위를 일삼는 것은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한별희(23·여)씨는 “실컷 즐기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평소와 달라진다.”면서 “오늘 밤에만 남자 넷이랑 키스를 했지만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곳의 풍경은 전날 ‘청담동 클럽파티’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한 블로그에서 유출된 사진과 거의 일치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유학생이거나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라고 클럽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여름 시즌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클럽 등을 철저히 연구해 인테리어도 바꾸고 음악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뒤편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여섯명의 남녀 학생들이 술에 취한 채 노점쪽으로 다가왔다. 노점상은 원래 떡볶이나 튀김 등 분식을 파는데 이맘때만 미국식 핫도그를 판다. 이들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누면서 핫도그빵에 프랑크소시지를 넣은 미국식 핫도그를 먹고 자리를 떴다. 노점상 고준수(35·가명)씨는 “조기유학을 떠났다 방학을 맞아 돌아온 학생들을 상대로 여름철에만 미국식 핫도그를 판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과 해외교포들로 서울 강남의 밤이 국적불명의 유흥문화로 물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 일대에선 미국 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마파티를 여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드 코어’를 테마로 한 날엔 춤이나 행동 자체가 과격해지면서 두주불사형 한국 유흥문화와 결합, 선정·퇴폐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경계인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0년대 오렌지족이 그랬듯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문화적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술과 마약 등을 탈출구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클럽문화에 익숙한 유학생·교포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술과 마약, 퇴폐 문화 등이 한국식으로 변용되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A한인상공회의소 스테판 하 회장은 “유학생들을 통해 미국적인 퇴폐문화가 수입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름에 애들을 보내면 이상해져서 돌아온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자유와 방종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미국적 인식이 한국의 유흥문화와 섞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건형 김민희 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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