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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샹송·라마단… 도심 속 세계 문화체험 한 바퀴

    샹송·라마단… 도심 속 세계 문화체험 한 바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주한 외국문화원이나 교육진흥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곳들은 한국과의 교류를 위해 자국의 재정지원으로 전시 행사나 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언어 장벽 때문에 지레 겁을 먹거나 생소함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일이 많아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외국 문화원들은 이색문화를 체험하고 어학 교육을 받고 싶은 한국인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며 31일 적극 이용을 권했다. ●광화문서 네덜란드 장학금 혜택 누려 서울 광화문역 근처에 있는 네덜란드교육진흥원은 네덜란드 정부 지원으로 한국과 네덜란드의 고등교육 협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매년 하반기에 한국인 대상 ‘오렌지튤립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주 업무로 올해 31명의 한국인에게 4억 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 밖에 봄, 가을 학기에 네덜란드어 강좌를 개설하고 네덜란드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02)735-7673. 주한영국문화원은 영국 외무성 지원을 받아 한국과의 국제문화 교류를 위해 설립된 영국의 국제기관이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구 서초에서 어린이와 성인이 수강할 수 있는 어학센터를 운영한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일반 강좌부터 시작해 수준과 목표에 따라 주제별 강의까지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영국문화원은 국제 영어능력평가시험인 아이엘츠(IELTS)의 공식 주관사이기도 하다. (02)3702-0600. ●숭례문 옆 프랑스 클럽 프로그램 서울 중구 칠패로에 위치한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는 불어 강좌와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클럽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랑스 교육과 예술문화 전파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미디어 도서관에는 다양한 장르의 서적, 영화DVD, 음악 등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그림책, 동요집, 애니메이션도 갖춰져 있다. 프랑스문화원 회원이 되면 미디어 도서관 자료들을 대여해 활용할 수 있다. 취미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해 독서클럽, 샹송클럽, 프랑스 영화관람 클럽 등이 구축돼 있다. 또 포도주 강좌, 청소년 불어강좌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회가 수시로 운영된다. 불어 교육 프로그램은 프랑스문화원과 연계된 ‘알리앙스 프랑세즈’ 어학원이 주도하고 있다.(02)317-8500.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자리 잡은 주한이탈리아문화원도 2000여권의 잡지, 영화DVD가 구비된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 언어와 문화 보급을 위해 미술, 음악, 영화, 연극, 패션, 사진 등의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기도 한다. 언어 교육은 서강대와 공동으로 운영한다. 유학속성반, 보통반, 회화반 등 다양한 어학강좌가 있어서 자신의 실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이탈리아문화원은 또 이탈리아 유학을 꿈꾸는 학생을 위해 다양한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 및 프로그램에 따라 학비 전액 또는 반액을 지원해 준다. 방문과 도서관 이용은 월·수·금요일에 가능하다. (02)796-0634. ●강남에서 만나는 터키의 맛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이스탄불문화원은 터키로 연수, 유학,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활용할 수 있다. 대학교와 대학원 입학, 기숙사와 홈스테이에 관한 모든 상담이 가능하다. 매달 터키어 강좌를 개설, 언어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 터키 강사가 직접 가르치는 터키 요리 강좌나 문화역사 소개 강좌와 같은 이색 강좌가 열린다. 터키식 티파티, 라마단 저녁식사 파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토요일에 방문할 수 있는데,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02)3452-8182. 경기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은 중남미 지역 풍물을 모아 개인이 설립한 이색 문화원이다. 박물관, 미술관, 조각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2000여 점의 마야, 아즈텍, 잉카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에는 중남미 대표 작가의 그림과 조각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아즈텍, 마야, 잉카로 떠나는 체험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예약하면 스페인 전통 음식인 파에야를 맛볼 수도 있다. (031)962-7171.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있는 주한중국문화원은 중국 관련 사진전이나 미술전을 통해 중국 문화를 알린다. 1만 5000종의 중국 관련 서적이 있는 도서관과 각종 도서물을 볼 수 있는 열람실이 개방돼 있다. 어학강좌는 수준별로 세분화돼 초급자부터 고급과정까지 골라서 들을 수 있다. 어학뿐 아니라 시사·비즈니스 등 교양 프로그램, 태극권·서예 등 취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02)733-8307. ●한남동 가면 인도 까딱 댄스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인도 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인도문화원은 인도대사관의 문화부분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인도의 문화유산을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의 문화예술 강좌에서는 요가, 인도 전통무용인 까딱 댄스, 발리우드 댄스 등을 다룬다. 요리 수업, 힌디어 언어교육 강좌도 운영된다. (02)792-4257.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서민의 딸·세 아이의 엄마 파리 첫 여성시장이 되다

    “제가 파리의 첫 여성 시장입니다. 저는 그 도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안 이달고(54) 현 파리 부시장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파리시장에 당선됐다. 여당인 사회당(PS) 소속의 이달고 부시장은 54.5%의 지지를 얻어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45.5%) 전 교통환경장관을 제치고 파리시장에 당선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선거에서 사회당이 UMP에 고개를 숙인 가운데 이달고가 간신히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체면을 세운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는 등 남성 중심적 정치 문화가 뿌리깊어 첫 여성 파리시장 탄생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이번 파리시장 선거는 특히 스페인에서 이주해 온 서민 출신의 이달고와 프랑스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난 코시위스코모리제가 모두 여성 후보인 데다 ‘서민의 딸’과 ‘정치 명문가 공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달고 당선자는 14세에 프랑스 국적을 얻었으며 근로 감독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마르틴 오브리 전 노동장관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현 파리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2001년 당선된 후부터 13년간 부시장으로 일해 왔다. 들라노에와 함께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를 도입하고 파리 센강변에 인공 백사장 등을 조성해 바캉스를 즐기게 하는 등 친서민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은 파리만 사수했을 뿐 전국에선 맥을 못 췄다. 여론조사기관 BVA의 출구 조사 결과 전국 3만 6000여개의 선거구에서 사회당은 42%를 얻어 49%를 득표한 UMP에 패했다.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은 득표율 9%를 기록하며 10곳에서 시장을 배출하고 1200여명의 지방의원을 당선시키는 등 역대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매머드급’ 웨딩박람회, ‘아이니웨딩&혼수박람회’ 4월 개최

    ‘매머드급’ 웨딩박람회, ‘아이니웨딩&혼수박람회’ 4월 개최

    일반적인 결혼준비기간은 180일. 봄이 다가오면서 가을시즌 결혼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웨딩박람회를 찾고 있다. 이전과 달리 최근 웨딩박람회는 단순 웨딩컨설팅 상담뿐 아니라 현장 웨딩체험과 다양한 이벤트, 사은품 등으로 즐길거리를 제공해 참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국내대표 웨딩브랜드인 ㈜아이니웨딩네트웍스에서는 웨딩성수기 시즌을 맞아 4월 12일~13일 이틀간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호텔 6층 밀레니엄홀에서 초대형 웨딩페어를 개최한다. 아이니웨딩은 엄선된 협력업체 네트워크와 가격정찰제, 국내최다 수준 120명의 전문 웨딩플래너의 개인별맞춤 컨설팅으로 매회 성공적인 웨딩박람회 집행을 이어오고 있다. 방문객 또한 예비부부들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지인 등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번 웨딩박람회에서는 본격적인 웨딩시즌을 맞아 보다 더 다양하고 풍성한 이벤트와 혜택으로 구성돼 있다.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 전관에서 진행될 초대형박람회인 만큼 많은 국내대표 웨딩업체들이 참가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상담 및 현장체험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한 박람회구성의 일환으로 각 드레스업체 부스에 설치된 모바일 NFC기능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드레스를 선택하면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해당드레스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한 현장계약자 선착순 200명에게 결혼준비과정을 담은 웨딩스토리 포토앨범을 직접제작, 증정하고, 25만원 상당의 신부스킨케어 전액지원, 35만원 상당의 폐백음식서비스하는 이벤트도 마련되있다. 이 외에도 웨딩박람회 참가신청자중 추첨을 통해 신혼가구 전액지원 1명, 하와이 신혼여행 전액지원 1명, 3부다이아와 다이아목걸이 2명, 스드메 전액 무료진행 3명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주어져 관심을 끈다. 계약과 상관없이 박람회 참가고객 전원에게 아벤느 미스트, 롯데면세점 최대 15% 할인권, 웨딩다이어리, 웨딩잡지를 선착순 무료로 증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이니웨딩 홈페이지(www.iniwedding.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리조트 간부 등 6명 영장 신청

    지난달 21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27일 리조트 간부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고수사본부는 이날 경주경찰서에서 종합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인허가 단계부터 설계, 시공, 감리, 유지 관리 등에서의 총체적인 부실로 참사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리조트 사업본부장 김모(56)씨, 리조트 시설팀장 이모(52)씨, 원청업체인 S종합건설 현장소장 서모(51)씨, 강구조물 업체 대표 임모(54)씨와 현장소장 이모(39)씨, 건축사무소 대표 이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박모(51)씨 등을, 공문서 변조 혐의로 경주시 공무원 이모(42)씨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검찰 감정단의 감정을 토대로 부실 시공을 가장 큰 붕괴 원인으로 꼽았다. 당시 체육관 지붕에는 법적 기준인 1㎡당 50㎏을 2배 이상 넘은 114㎏의 눈이 쌓여 지붕을 내리눌렀지만 정상적인 자재를 썼다면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리조트 사업본부장 김씨와 시설팀장 이씨는 사고 당시 사상 유례가 드문 폭설에도 체육관 지붕 제설 작업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건축사무소 대표 이씨는 설계 과정에서 임의로 앵커볼트 모양을 바꾸는 등 도면을 변경했고 감리 과정에서 부실 자재가 사용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청업체인 S종합건설 현장소장 서씨는 부실 자재가 사용되도록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고 강구조물업체 대표 임씨와 현장소장 이씨는 건축구조기술사에게 명의를 빌려 구조계산서 등을 임의로 작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밖에 경찰은 체육관 신축 과정에서 건축허가 서류를 변조한 혐의로 리조트 재무관리팀장 오모(46)씨, 용역업체 대표 박모(48)씨, 경주시 공무원 이모(42)씨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부정한 방법으로 건설업 등록을 하고 건설업 면허를 대여한 S종합건설, 건설기술자 명의를 빌려준 기술자 7명, 재해 관련 공문을 제때 처리하지 않은 경북도 공무원 1명에 대해 해당 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말로만 듣던 김인승을 만날 시간

    말로만 듣던 김인승을 만날 시간

    붉은색과 녹색의 저고리, 줄무늬 주름치마 차림의 여성 9명이 원형으로 둘러서거나 앉아 진지하게 연주를 감상한다. 오른쪽에는 악보를 보며 첼로를 켜는 남성이 있고 뒤편에선 두 남자가 이를 지켜본다. 화폭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모든 시선은 첼로를 켜는 연주자의 활에 쏠려 통일감과 극적 긴장감을 동시에 조성한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천재’로 불리며 탁월한 인물화를 남긴 김인승(1911~2001)의 대작 ‘봄의 가락’(1942)이다. 실제 음악을 듣는 듯 부드러운 흥취가 느껴지는 작품은 불변의 숭고한 여성상을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세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희귀작이다. 한국은행이 60여년간 문화예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구입, 소장해 온 다수의 미술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02년 한은갤러리 개장 이후 본격적으로 소장 미술품을 공개했으나, 이런 작품들은 불과 몇 차례만 세상과 조우할 수 있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한국은행은 외부 대여 등을 잘 하지 않기에 일반 미술관 등에선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을 비롯해 한국은행이 비공개 소장해온 역사적인 작품들이 오는 5월 18일까지 한은갤러리에서 열리는 ‘근현대 유화 작품 30선’에서 선보인다. 김인승을 비롯해 심형구(1908~1962), 변종하(1926~2000), 박항섭(1923~1979) 등 근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28명의 유화작품 30점이다. 근현대 희귀 유화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김인승, 이인성과 함께 선전을 무대로 활동한 ‘선전 삼총사’ 심형구의 ‘수변’(1937년)은 인물이 주는 정감 어린 모습을 표현한 수작이다. 나무 그늘 아래 댕기를 드리운 소녀가 광주리를 든 채 등을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는 장면을 담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서정적이고 목가적이면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표현해 일본 학자들이 주장한 토속적 예술론을 저변에 깔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광복 이후 국내 화단에선 일본적 색채가 강하다며, 이 같은 사조가 비판받기도 했다. 사실 심형구는 경기 광주 군수의 아들로 태어나 친일 미술단체를 이끌며 수차례 총독상을 받은 친일파였다. ‘조선징병제 시행 기념 기록화’를 제작한 김인승과 함께 이화여대 미술과를 창설해 해방 이후 화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전시에선 고갱풍의 원시성으로 충만한 ‘포도원의 하루’(1955년·박항섭)나 동양화의 선묘를 연상시키는 ‘사슴’(1954년·변종하) 등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은행 측은 “미술사 개설서 등에 소개돼 국민에게 비교적 친숙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볼수록 정감 가는 우리 도자기와 항아리가 창고에만 갇혀 있어서야…

    볼수록 정감 가는 우리 도자기와 항아리가 창고에만 갇혀 있어서야…

    “소박하면서도 볼수록 정감이 가는 생김새가 옛 우리 도자기의 매력이죠. 일부 외국인 소장자들은 이런 고미술품을 창고 한편에 쌓아 놓아 사장시키곤 합니다. 이런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도록 설득해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게 제 몫이죠.” 1996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경매장. 다섯 발가락을 지닌 용이 그려진 조선시대 철화백자운룡문항아리는 한국 고미술품 사상 최고가인 841만 7500달러(약 90억 4400만원)에 낙찰됐다. 다섯 개의 발가락은 황제나 왕을 상징한다. 조선 숙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용문청화백자가 2012년 321만 8500달러(약 34억 5800만원)에 팔렸으나 이 기록을 뛰어넘진 못했다. 작품들은 모두 일본인 소장자가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더비와 함께 세계 양대 경매사로 불리는 크리스티에는 한국인 고미술 전문가가 몸담고 있다. 1991년 입사한 김혜겸 부사장이다. 한 우물을 파 온 그는 이런 굵직한 경매를 수없이 성사시켰다. 교과서나 해외 박물관 도록에서나 볼 수 있던 화려한 미술품들이다.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봄철 한국 고미술 경매에 앞서 한국에 머물던 김 부사장을 프리뷰 전시가 마련된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갤러리에서 만났다. 크리스티는 봄가을에 걸쳐 1년에 두 차례 한국 고미술 경매를 연다. 그는 “한국인들이 전통 미술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대여 전시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을 보고 미국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이런 전시가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귀국 후 가장 먼저 삼성 리움미술관으로 달려가 ‘달항아리’부터 봤다고 했다. “어려서 (외교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집에 한·중·일 미술품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미술에 눈을 떴죠.” 미국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현재 한국 고미술에 가장 조예가 깊은 해외 전문가로 통한다. 교수, 큐레이터 등 100여명의 두터운 인맥도 갖고 있다. 크리스티의 이번 경매에는 청화백자십장생항아리와 화각함, 10폭 병풍 등 135점의 ‘로버트 무어 컬렉션’을 비롯해 한국 고미술품 170여점이 출품된다. 그는 고미술품 경매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해외에선 개인 소장자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품을 대여 전시하는 게 관행”이라며 “경매를 통해 잊힌 작품을 발굴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월 1100만원 내는 수입차 타면서도… 고액 체납 55명 리스 보증금 12억 압류

    서울 강남구가 10억원을 웃도는 수입 자동차를 빌려 타고 다니는 지방세 고액 체납자 55명의 리스 보증금 12억 2000만원을 모두 압류했다고 17일 밝혔다. 지금까지 리스하는 경우 차량 명의가 리스사로 등록돼 재산 조회에서 빠졌다. 이에 리스 현황을 조사해 보증금을 압류하고 밀린 세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00만원 이상 체납자 5700명을 추적했다. 구는 29개 리스사에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리스사는 검찰 고발 또는 과태료 부과 예정 통보 등을 통해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찾아냈다. 55명의 체납액은 17억 2000만원이다. 7명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매월 500만원 이상의 대여료를 내고 있었다. 1930만원을 체납한 A법인은 매월 1100만원의 대여료를 내며 페라리를 리스했고 6500만원을 체납한 B법인은 매월 1200만원을 내며 벤틀리와 S클래스 벤츠를 리스했다. 5900만원을 체납한 유명 성형외과 의사 C씨는 매월 480여만원을 내며 포르셰 1대와 의료기기 2대를 리스했다. 구는 2012년부터 날로 교묘해지는 고액 체납자들의 재산 은닉과 고의적인 납부 기피를 잡기 위해 ‘38체납기동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또 전국 최초로 법원 배당금 압류와 전자예금 일괄 압류 등 빈틈 없는 체납 세금 징수를 꾀하고 있다. 이윤선 세무관리과장은 “리스 보증금 없이 고액의 대여료만 내는 체납자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대마초 상점 입구엔 권총 찬 안전요원…주말에도 20~40대 북적

    [주말 인사이드] 대마초 상점 입구엔 권총 찬 안전요원…주말에도 20~40대 북적

    미국 콜로라도주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21세 이상 성인이면 합법적으로 오락용 대마초(마리화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미국 내 최초로 올해 1월 1일부로 오락용 대마초가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주민은 하루에 최대 1온스(28g)까지, 다른 주 주민이나 외국인은 7g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폴라 릭스 콜로라도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마초가 중독성이 있는 건 분명하며, 청소년이 매일 사용하면 IQ가 6~8 정도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합법화 한 달여 만인 지난 3일 현재 콜로라도주에는 157개의 오락용 대마초 판매점이 성업 중이다. 이 중 106개의 판매점이 몰려 있는 덴버시의 대마초 판매 실태를 현지 취재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지난 9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시내의 한 대마초 판매점에 들어섰을 때 입구를 지키고 선 안전요원은 기자에게 신분증을 먼저 요구했다. 허리에 권총을 찬 그는 기자의 버지니아주 발급 운전면허증을 눈으로 잠깐 훑어본 뒤 “오락용 대마초를 사러 왔느냐, 의료용 대마초를 사러 왔느냐”고 물었다. “사러 온 게 아니라 취재하러 왔다”고 밝히자 옆에 서 있던 다른 직원이 손님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사진 촬영과 취재를 허락했다. 일요일 아침임에도 가게 안엔 벌써 대여섯 명의 손님이 오락용 대마초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지어 있었고, 이후로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20~40대 사이의 비교적 젊은 층이 많았다. 말쑥한 차림의 20대 여자 손님도 눈에 띄었다. 대마초 구입 절차는 술이나 담배를 사는 것처럼 간단했다. 카운터의 점원에게 “OO종류로 OOg짜리를 달라”고 하면 직원은 등 뒤 진열대에 비치된 40~50종류의 각종 대마초 상품을 건네주고 돈을 받는 식이었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통해 21세 이상 성인임을 확인한 뒤로 더이상의 신분 확인 절차는 없었다. 대마초 구입 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다. 점원에게 상품의 장단점을 들으며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하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그만큼 상품의 종류와 규격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대마초 원형을 투명한 비닐 포장지에 싼 상품이나 대마초 가루를 작은 용기에 담은 상품은 물론 대마초 성분이 든 마사지 오일과 욕조에 풀어 사용할 수 있는 목욕용품 형태도 있었다. 대마초 성분이 들어간 음료수나 초콜릿, 과자에 이르기까지 상품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했다. 점원 라이언 데스먼드(35)는 “입으로 들어가는 대마초는 환각 효과가 있는 반면 몸에 바르는 대마초는 환각 없이 근육통 치료 등의 효과만 있다”고 했다. 구매할 수 있는 대마초 분량도 최대 28g부터 1g까지 다양했다. 비닐 포장지 안에는 성인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내용 등의 작은 경고문이 들어 있었고 겉봉에는 대마초의 종류가 적혀 있었다. 데스먼드는 “재배되는 대마초의 종류는 100개가 넘는다”면서 “우리 농장에서 기르는 대마초의 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수입한다”고 했다. 상점의 한쪽에서는 오락용 대마초를, 다른 한쪽에서는 의료용 대마초를 팔고 있었다. 가끔 불편한 거동의 손님들이 들어와 ‘레드 카드’라고 불리는 의사 처방전을 제시한 뒤 의료용 대마초 진열대에서 구입하는모습이 보였다. 깨끗하고 쾌적한 편인 상점 안에는 ‘나는 대마초를 사랑합니다’(I Love Marijuana)라는 문구 등이 박힌 각종 티셔츠와 모자 등 기념품과 대마초가 자라는 화분이 견본으로 진열돼 있었다. 대마초를 떳떳하게 양지로 들어내려는 판매업자의 의도가 읽혔다. 반면 상점 외관을 대마초 판매점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외부 벽에 녹색 십자가 모양이 그려져 있고 간판 대신 푯말에 ‘MEDICINE(약)~’이라는 상호명이 적혀 있었다. 원래 의료용 대마초 판매점이었던 곳이라고는 하지만, 대마초를 마약으로 보는 세간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손님들을 배려해 ‘대마초’라는 단어를 간판에 사용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었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다가선 손님들 중에는 손사래를 치며 질문을 피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곳에서 5분가량 떨어진 D판매점에 가 보니 어두운 조명에 경쾌한 록음악을 틀어 카페 같은 느낌을 줬다. 점장인 대니얼 로즈(39)는 “하루 평균 200~300명의 손님이 온다”면서 “전에 의료용 대마초만 팔 때에 비해 매출이 1000%가량 늘었고, 직원도 4명에서 20여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의 절반 정도는 콜로라도 밖에서 오는 사람들이며, 합법화 이후 대마초 때문에 일부러 콜로라도를 찾는 관광객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손님의 60% 정도는 20대 초~30대 중반이지만 50대와 60대 이상 나이 많은 사람도 많다”며 “남녀 손님 비율은 반반”이라고 했다. ‘하루에 28g 넘게 사는 것은 불법인데, 어떤 사람이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면서 28g씩을 계속 사 모으면 어떻게 하나’란 질문에 그는 “구매자의 신원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도 “높은 세금이 붙어 28g에 보통 400달러나 하는 비싼 대마초를 사 모은 뒤 이윤을 더 붙여 암시장에 파는 건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불법적인 대량 구매 가능성은 적다”고 답했다. 이곳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L판매점의 점원 테리 피셔(33)는 “외국인 손님도 많이 온다”면서 “한국인도 몇 명 왔었다”고 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2주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40대 남자 손님은 “대마초는 내 삶에 정신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예찬론을 편 뒤 기자에게 “한 번 사서 피워 보라”고 권했다. “한국은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어서 외국에서 피워도 처벌받는다”고 설명해도 그가 같은 말을 반복해 억지로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혹한의 날씨였음에도 그는 러닝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술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뭔가에 취해 있는 듯 눈동자가 몽롱했다. 글 사진 덴버(콜로라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2700만 들뜬 고향길 60만 설레는 해외길

    2700만 들뜬 고향길 60만 설레는 해외길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도심 주요 역과 버스 터미널은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2700여만명의 민족 대이동이 본격화되며 고속도로 곳곳에서도 귀성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도로공사가 밝힌 설 명절 기간 차량 이동량은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1800만대에 이른다. 서울역과 영등포역 매표창구는 뒤늦게 예매가 취소됐거나 반환된 승차권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선물을 양손에 들고 고향으로 떠나는 시민들은 오랜만에 볼 부모님과 친척들 생각에 일상의 시름을 놓은 듯 모두 들뜬 표정이었다. 역마다 ‘역귀성’하는 부모님을 마중 나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대구로 내려간다는 한 주부는 “당일에 표를 구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침 이른 시간대여서 그런지 쉽게 구했다”며 “남편은 회사일 때문에 오늘 늦게 오기 때문에 혼자 가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가족들 볼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섬으로 향하는 귀성객들로 전국의 여객선터미널도 크게 붐볐다. 전남 목포·여수·완도 등지의 여객선터미널에는 섬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두 팔로 안아 들고 여객선에 오르는 승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로 향하는 귀성객들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 해양수산부는 설 연휴를 맞아 이날부터 2월 2일까지를 여객선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하고 하루 평균 여객선 운항 횟수를 880회로 늘렸다. 여객선을 이용한 귀성·귀경객은 이날 3만 800명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까지 총 20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은 귀성객과 함께 연휴를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12만 3000여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해 다음 달 2일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이 60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같은 기간 국내선의 경우 10만 9000여명이 김포공항을 출발해 지방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인천 시민들 “카셰어링이 뭐예요?”

    인천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카셰어링이 홍보 부족 등으로 이용실적이 저조하다. 28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업무협약을 맺은 ㈜케이티렌탈과 ㈜에이제이렌터카가 인천지역 88개 주차장에 보유한 192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카셰어링 차량의 하루 평균 이용률은 28대(14.5%)에 그쳤다. 지금까지 2795명의 시민들이 카셰어링을 이용했으며 한 번에 이용하는 평균 시간은 7.8시간이었다. 카셰어링은 시민들이 업체의 자동차를 빌려 쓰는 제도다. 주택가 등에서 시간 단위로 대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렌터카와 차이가 있다. 시민들은 카셰어링 주차장 중 가까운 곳을 찾아 차를 빌려 쓰고 다시 빌린 곳에 반납하면 된다. 경차는 30분에 2150원이며 준중형차는 2650원이다 하지만 서비스 시행 두 달이 다 되도록 이용률이 저조하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란 이유로 일선 구·군과의 업무 협조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A구의 경우 시의 요청으로 지난달 구정 홍보물을 통해 카셰어링 서비스를 소개한 반면 인접한 B구의 경우 이 서비스에 대한 시민 홍보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시는 카셰어링 시범 사업 기간이 2년인 만큼 앞으로 이 제도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시는 카셰어링 이용 시민에게 포인트를 주고 일정 점수를 확보하면 무료이용권을 주거나 대학생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 등을 도모하고 있다. 서구에 사는 조모(36·여)씨는 “급한 일로 잠깐 차량을 이용할 때 유용한 서비스”라면서 “그러나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를 받지 못해 효용도가 높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리추얼(메이슨 커리 지음, 강주헌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의식’을 뜻하는 ‘리추얼’(Ritual)은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숙한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책은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로 위대한 창조자들의 태도를 추적했다. 지난 400년간 인류사에 큰 업적을 남긴 소설가, 시인, 극작가, 건축가, 화가, 영화감독 등 161명의 지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보내며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분석했다. 매일 밤 사색과 함께 20쪽 이상의 원고를 썼던 조르주 상드, 햇빛이 있는 시간에만 글을 쓴다는 귄터 그라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2시간의 산책을 즐겼던 차이콥스키,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 사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통해 가장 평범한 보통의 시간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452쪽. 1만 5000원.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스티븐 배철러 지음, 김옥진 옮김, 궁리 펴냄)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심오하고도 세속적인 접근으로 다양한 논쟁거리를 제공해 온 저자가 자신의 종교적 여정과 함께 붓다의 삶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1953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고 런던 근교에서 자란 저자는 19세에 대학 대신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티베트 망명 수도 다람살라에서 승려가 됐다. 집중적 선불교 수련을 위해 한국의 송광사 구산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나 송광사에서 함께 지내던 비구니인 마르틴과 결혼하고 영국으로 돌아가 재가불자의 삶을 살게 된다. 드라마틱한 삶에서 경험한 일상적인 도전, 불교 교리 중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에 대한 고민, 역사적 붓다의 생각과 가르침을 찾으려는 노력 등 37년간에 걸친 불교전통 속으로 떠났던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408쪽. 1만 8000원. 과학의 순교자(이종호 지음, 사과나무 펴냄) 과학자들의 일상과 목숨은 그들의 연구와 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 박사인 저자는 과학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불운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과학자 20명의 삶과 그들의 과학적 열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해부학의 아버지라 불린 베살리우스는 시체 해부의 금기를 깨뜨린 죄로 교황청의 성지순례 명령을 받고 떠났다가 풍토병으로 객사했다. 전기 연구의 선구자인 리히만은 자신이 개발한 장비로 번개의 전기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번개에 맞아 즉사했다. 화학의 선구자 셸레는 수은중독으로 사망했으며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 모녀는 모두 방사능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동성애자로 밝혀져 화학적 거세를 받은 끝에 자살했고, 나일론을 개발한 캐러더스는 상사와의 불화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구했고, 목숨을 담보로 한 실험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순교자 정신 앞에 숙연해진다. 432쪽. 1만 6000원. 나는 루소를 읽는다(김의기 지음, 다른세상 펴냄) 약 25년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시장주의자로 살아온 저자가 40년 가까이 심취해 온 정치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사상과 철학을 현 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갖가지 문제들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한 루소의 사상과 철학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절박한 시대의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창한 정치와 법, 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 부자도 가난뱅이도 없는 경제 등 다방면으로 나뉜 루소의 사상을 집대성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 시대가 얻어야 할 가르침과 교훈을 제시했다. 368 쪽. 1만 9000원.
  • ‘클린 경로당’… 장기알 하나까지 친환경 소독

    100세 시대라지만 50세를 넘기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장년층은 감염병 발생 때 중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선 장년층 이용 시설의 방역에 무척 신경을 쓴다. 도봉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로당과 노인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친환경 방역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어르신 클린 생활터 방역 서비스’사업이다. 방역팀 2개 조를 투입해 140곳에 이르는 ‘어르신 생활터’를 소독하는 것. 구립 경로당 30곳, 사립 경로당 104곳, 노인복지센터 6곳이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친환경 방역 약품을 사용해 손이 직접 닿는 바둑, 장기 등 각종 놀이기구와 가구, 문고리는 물론, 화장실 등 위생이 취약한 곳과 해충 서식처까지 샅샅이 소독한다. 2개월마다 한 번씩 840회 소독이 계획됐다. 어르신 생활터에서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할 경우 우선적으로 방역 소독을 실시해 질병 확산을 신속하게 막을 계획이다. 노인복지센터가 자체적으로 긴급 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청할 경우 장비를 대여해 준다. 감염병 홍보 및 예방 교육도 곁들인다. 이동진 구청장은 “도봉엔 전체 인구의 12%인 4만 4000여명의 어르신이 있다”며 “방역 소독을 통해 어르신 여가 공간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월 매출 1300만원 만화가게 ‘현이와 양이’ 운영 정미선씨

    [김문이 만난사람] 월 매출 1300만원 만화가게 ‘현이와 양이’ 운영 정미선씨

    누구나 만화방에 대한 추억은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을 터. 학창 시절, 만화방에 자주 들러 만화에 푹 빠진 여러 기억들도 있을 테고,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며 부모한테 야단도 많이 맞았을 것이다. 또 만화방은 남녀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아이나 어른이나 만화를 보고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고 사회풍자와 역사를 읽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특히 IMF 외환위기 때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실직자들이 만화방을 찾아 잠시나마 설움을 달래기도 했다. 만화는 예나 지금이나 대중문화의 중요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디지털 세상인 요즘 만화방이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곳은 어느 동네를 가든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아 추억의 독자와 만화 마니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뒤편 고가도로 인근의 만화가게 ‘현이와 양이’. 안으로 들어서자 한가로운 오전 시간임에도 30~40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 6~7명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의자 앞 탁자에는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책 등이 여러 권 올려져 있었다. 자세로 봐서 이 정도는 금방 읽어버릴 심산이다. 만화가게 안을 잠시 둘러봤다. 벽면은 3중 책장으로 돼 있었고 빽빽하게 진열된 책이 어림잡아 몇 만권쯤 돼 보였다. 입구에는 ‘오늘의 신간’이라는 안내판과 사용 요금표가 붙어 있었다. 궁금해서 슬쩍 요금표를 들여다봤다. ‘주간정액 1만원(오전 9시~오후 10시)’, ‘야간정액 6000원(오후 10시~오전 9시)’, ‘시간제 3시간 4000원’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 음료수 자판기에는 ‘머릿속에서 선택하고 그것을 과감히 꺼내라, 성웅 이순신’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앙증맞은 만화 캐릭터들도 눈에 띄었다. 잠시 후 만화가게의 정미선(48) 대표와 마주 앉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 때 11명의 시민대표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먼저 만화가게 규모 등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해 물었더니 넓이가 90여㎡(약 30평)이며 3중 책장에 꽂혀진 책은 모두 5만권 정도 된다고 했다. 국내에서 출간되는 신간 만화책은 대부분 비치되며 10년 이상된 옛날 책들도 많다고 했다. 한 달 평균 신간 값으로 250만원 정도 지출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매출은 얼마나 될까. “하루에 평균 45만~50만원 수준입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니까 월 매출 1300만~1400만원 되는 셈이지요. 아르바이트 고용 비용, 월세 등을 빼고 나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집으로 가져간다고 할 수 있지요.” 만화가게를 하면서 월 13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에 솔깃해진다. 그것도 최근의 일이 아니라 지난 27년 동안 만화가게를 운영하면서 자녀 둘을 대학까지 보냈다고 한다. 은행 빚을 떠안고 어렵게 꾸려 나가는 중소 자영업자들한테는 ‘어떻게 운영하길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대목이다. 그가 지난 연말 제야의 타종행사 때 시민대표로 뽑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하는 자영업자도 있지만 폐업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귀감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고등학교 때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잠깐 했습니다. 금방 인쇄돼 나오는 따끈따끈한 책의 온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대전에 있는 출판사에 취직했습니다. 기대와는 달리 출판사 대표는 책을 팔아 오라고 하더군요. 경험이 없던 터라 겁이 났지만 할 수 없이 책을 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개가 짖어대고, 문전박대당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 손이 부르튼 적도 많았지요.” 1년여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하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계속 출근하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이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동네 만화방으로 피신했다. 이때 처음 본 만화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다. 미처 다 읽지 못한 만화는 집으로 빌려갔다. 그런데 주인이 이름도 전화번호도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고마운 마음에 오히려 더 빨리 성실하게 책을 반납했다. 그러다 보니 단골이 됐고 나중에는 주인이 사정이 생길 때면 대신 만화방을 봐주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주인한테 싼값에 만화방을 넘겨받았다. 나이 21세 때 만화가게 대표가 된 셈이다. 정 대표가 운영하면서 만화가게는 날로 손님이 많아졌다. 하루는 다른 만화가게 주인이 찾아와 “돈을 더 얹어줄 테니 서로 맞바꾸자”고 했다. 기꺼이 승낙했다. 정 대표는 바꾼 만화가게를 다시 키운 뒤 대전역 인근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무렵, 그는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지경에 놓인 주안역 앞의 만화가게를 인수했다.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손을 대는 만화가게는 죄다 번창하는 것이었다. 주안역 인근의 만화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많아지자 하루는 건물주인이 찾아와 직접 경영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영등포역 뒤편에 있는 ‘현이와 양이’까지 다섯 번 자리를 옮기며 오늘에 이르게 된다. 손님을 끌어모으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별 거 없습니다.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내놓은 만화가게를 조금 싸게 인수해서 몇 가지 고치고 하다 보면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곤 했지요. 잘 안 됐던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시정해야 할지 눈에 보이거든요.” 그는 지금까지 만화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가장 큰 바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사회에서 밑바닥 영업인생을 경험했던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철칙을 이야기한다. 첫째, 만화가게를 새로 인수할 때 기존의 상호명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다만 간판 색깔을 바꿔 눈에 잘 들어오도록 했다. 2년 전 지금의 ‘현이와 양이’를 인수할 때에도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간판 색깔을 바꿨을 뿐이다. 두번째는 손님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마음껏 책을 보게 하는 것이다. 손님들의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철저한 배려정신이다. 주인은 물론 다른 손님과도 눈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내부 공간에 신경을 썼다. 또 손님들을 위해 사탕, 커피 등도 맛있게 아낌없이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매달 커피믹스 값으로 10만원이 들어가지만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고객들이 공짜 커피 이상의 가치를 돌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년층을 위한 돋보기도 친절하게 비치했으며 다른 만화가게처럼 손님들이 들고온 가방을 카운터에 맡기게 하는 일도 없다. 그뿐만 아니다. 데이트족들이 서로 만화를 즐길 수 있도록 팔거리가 없는 2인용 소파, 여성 고객을 위한 담요와 여성잡지 진열대 등도 준비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그동안 책을 잃어버린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이곳에 오는 손님은 누구든지 최대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뭐든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본업이 책방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어떤 만화가게는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신간을 잘 사지 않지만 정 대표는 신간 위주로 볼거리를 채운다. “음식점은 음식이 맛있어야 손님들이 가고, 옷가게는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야 가게 됩니다. 물론 친절하면 한두 번 정도 가겠지만 세 번은 가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맛집이나 다른 옷가게를 가게 됩니다. 만화가게는 뭐니뭐니 해도 볼거리가 많아야 합니다. 그 전 주인은 신간을 사지 않았습니다. 하루 매출이 10여만원에 불과했지요. 제가 인수한 뒤로 신간 위주의 볼거리를 채우면서 3일 만에 20만원을 넘었고 이후 평균매출이 40만원대를 유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의 장사비결은 철저하게 손님에 대한 배려와 존중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대형마트처럼 딱딱하게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재래시장처럼 때로는 손님의 사정을 봐가며 가격도 약간 깎아주는 등 정감 넘치게 운영한다. 단골손님들이 가끔 친구들을 데려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화가게에는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을까. 주로 학생? 정 대표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학생들이 즐겨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초·중등 학생들은 거의 없고 20대가 20%, 30대가 40%, 그리고 50대 이상 장년층이 25% 정도 되고 있습니다. 아줌마들도 가끔 오지요. 점심 시간대에는 직장인들이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만화책 몇 권을 읽고 가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기 때문에 만화방이 사라지고 있지 않으냐고 하자 “대여점은 사라지고 있지만 만화방은 그렇지 않다. 만화방 한 곳이 없어지면 어딘가에서 다른 한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만화 쪽은 얼마든지 자신있다”면서 “언젠가 건물을 사게 되면 1층에는 일반 카페, 2층과 3층에는 여성전용 만화카페, 3층에는 남성전용 만화카페, 그리고 4층에는 만화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한다. “제가 말띠거든요. 말띠해이니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 되겠지요. 지난 연말 보신각에서 종을 칠 때 마음속으로 꼭꼭 다짐했습니다(웃음).” 선임기자 km@seoul.co.kr >>>정미선 대표는 1966년 포천에서 태어났다. 서울 일신여상을 졸업하고 대전에 있는 출판사에 취직했다. 1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잠시 하다가 21세 때 만화방 주인이 됐다. 이후 대전과 주안역 인근에 있는 만화가게 등을 거쳐 현재 영등포역 뒤편에서 만화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만화가게 대표를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만화협회’에서 소설 신간 분석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슬하에 자녀 둘을 두고 있다.
  • 철도, 문화를 싣고 역사를 달리다

    철도, 문화를 싣고 역사를 달리다

    철도, 역사를 바꾸다/빌 로스 지음/이지민 옮김/예경 224쪽/1만 9000원 “한 칸으로 된 마차는 승객 12명을 태울 수 있다. 몸체 대부분이 쇠로 만들어졌고 말 한 마리가 이끄는 힘으로 4개의 바퀴가 철도 위를 달린다. 가볍고 안락한 운송 수단이다.” 1809년 영국 사우스 웨일스의 항구 도시 스완지에서 바로 밑의 멈블스까지, 로맨틱한 경치를 뽐내는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8㎞의 철도를 달리던 여행자 엘리자베스 이사벨라 스펜스는 당시 철도 위를 달리던 말과 차량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철도는 화물도 운반했으나 승객용으로는 최초였다. 1825년 조지 스티븐슨은 말이 아니라 자신이 제작한 증기기관차가 이끄는 화물차에 화물이 아닌 승객 600명을 태우고 첫 운행에 성공했다.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의 달링턴에서 판매되는 양질의 리넨(아마포) 제품을 항구 마을인 달링턴으로 운송하기 위한 기차였다. 이후 철도는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속속 부설됐다. 잉글랜드 멜버른 더비셔 출신의 토머스 쿡은 1865년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와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자 관광객을 모집해 세계 여행 사업을 벌였다. 여행객들은 영국에서 증기선으로 대서양을 건넌 뒤 기차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녔다. 또 일본, 중국, 싱가포르, 스리랑카, 인도까지 항해했다. 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집트와 팔레스타인까지 갔다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왔다. 총 222일이나 걸린 세계 일주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쿡은 앞서 1841년 7월 500명의 금주 운동 회원들을 기차에 태우고 잉글랜드 중부의 레스터와 러프러버 사이를 여행했다. 승객들은 기차를 대여한 쿡에게 이용 요금으로 1실링씩 지불했다. 세계 최초의 상업적 단체 기차 여행이었다. 1862년 프랑스 북부 해안가 브르타뉴까지 철도가 이어져 너무 많은 화가들이 각국에서 몰려들자 이곳에 살던 화가 폴 고갱은 이들을 피해 르풀뒤라는 작은 마을로 이사했고, 1870년 도박장으로 유명한 지중해 연안의 도시 몬테카를로까지 철도가 연결되자 모나코 공국(公國)의 인구는 두 배나 늘어났다. 1844년 영국 총리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제안한 저렴한 기준 요금 덕분에 마을의 대지주뿐만 아니라 그가 고용한 사냥터관리인과 가정부도 철도 여행을 하는 등 철도 대중 여행 시대가 열렸다. 찰스 디킨스, 아서 코난 도일, 에밀 졸라는 철도역 서점 가판대에서 팔리는 ‘라 비’(La Vie) 같은 잡지에 실리는 소설 연재물의 유명 작가였다. 마크 트웨인이 전국적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기고한 글들을 게재한 신문이 철도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배달된 덕분이었다. 기차는 영화계도 강타했다. 1900년대 개봉된 에드윈 포터 감독의 ‘대열차강도’에 관객들이 몰려들자 기차를 소재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철도는 냉동식품과 술 등 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뉴질랜드에서는 양, 돼지 등을 도축한 뒤 얼음을 그 위에 덮어 기차에 실어서 항구까지 운송했고, 미국에서는 고기 운반을 위해 아예 냉동 철도 회사가 설립되었다. 영국의 맥주와 증류주는 철도를 통해 거미줄처럼 뻗어나갔다. 철도는 대통령의 죽음을 기리는 데도 이용됐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시신이 철도를 통해 그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로 보내진 것이다. 1862년 5월 영국의 윌리엄 글래드스턴 총리와 그의 아내를 포함한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하 터널을 따라 운행되는 무개열차(지붕이 없는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지하철의 서막이었다. 150년이 지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지하철은 도쿄이고 2위는 서울이다. 독일 제국이 만든 아우슈비츠 철도는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집단 처형장으로 운송했다. 1945년 1월 27일 소련군이 아우슈비츠를 해방시켰고, 그날은 유대인 대학살 기념일이 되었다. 영국 노동당의 탄생은 철도 파업의 산물이었다. 회사가 파업한 철도 조합을 고소해 승소, 엄청난 보상금을 받아내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노동자들이 국회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으로 노동당을 결성했다. 이제 철도는 진화를 거듭해 시속 400㎞가 넘는 고속 열차까지 등장했다. 철도는 접근이 어려웠던 먼 곳까지 사람과 물건, 자원을 옮길 수 있었고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또 철도 건설은 금속, 기계, 에너지 등 다른 산업 부문을 크게 발전시켰다. 하지만 철도는 전쟁과 수탈에도 이용됐고 비극적인 처형에도 쓰였다. 책은 인류문화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 철도 구간 50개를 다룬 것으로, 관련 사진과 그림들이 충실히 곁들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美 중학생들 ‘섹스팅 중독 심각’ 보고서 파문

    美 중학생들 ‘섹스팅 중독 심각’ 보고서 파문

    미국 청소년들 가운데 12세에서 14세 사이인 중학생들도 휴대 전화로 음란한 문자나 나체 사진 등을 주고받는 이른바 ‘섹스팅’이 심각하게 만연되어 있다는 의학 보고서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6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미국 ‘소아과학회’ 웹사이트에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중학생들 가운데 5명 중 한 명 이상이 최근 6개월 이내에 섹스팅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섹스팅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섹스팅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보다 성관계 등 성적인 행동에 연계될 확률이 대여섯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조사는 로드아일랜드주(州)에 있는 중학교 중에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12세에서 14세의 나이에 이르는 중학생 420명의 참가자를 조사한 결과이다. 이들 가운데 71%가 휴대 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23%의 중학생은 최신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성적인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22%는 최근 6개월 이내에 섹스팅을 주고받았으며 5%는 사진을 포함한 섹스팅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신들의 이른 성적인 행위를 인정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해 조사를 담당한 크리스토퍼 호크 아동 심리학자는 “13세 전후의 이른 청소년들이 점점 더 모바일폰이나 여러 형태의 다양한 기기들을 사용해 성적인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뉴욕시의 아동병원에 근무하는 히나 테리브 박사는 “12세나 13세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아마 자녀들의 성적인 행위에 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보고서는 중학생 나이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성적인 문제에 취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매우 놀라운 조사 결과”라고 밝혔다. 테리브 박사는 “학부모들은 이들 청소년들이 위험한 행동으로 빠지기 전에 감독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이러한 섹스팅이 무해한 행동이라고 잘못 판단하기 전에 자녀들과 섹스팅에 관해 충분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자료사진 (CBS 방송 캡처) 다니엘 길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영화 ‘변호인’ 1000만 달려간다

    영화 ‘변호인’ 1000만 달려간다

    영화 ‘변호인’이 숱한 정치적 논란과 함께 입소문 속에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변호인 배급사 NEW는 20일 낮 12시 30분 현재 전국 누적 관객수 500만 29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개봉한지 12일 만이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7일 만에 300만, 10일 만에 400만 관객을 기록, 흥행에 가속도를 붙인 터다. 1000만 영화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아바타’보다도 빠르게 500만 문턱을 넘었다. ‘7번방의 선물’은 개봉 17일 만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 1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바타’는 15일 만에 500만명의 새 기록을 세웠다. 때문에 ‘변호인’은 2014년 첫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흥행 속에 논란도 만만찮다.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변호인’ 티켓테러 글 탓에 시끄러웠다. 티켓을 대량 예매했다가 상영 직전 환불하는 건수가 10여건 이상이며 취소 수량이 엄청나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게시글에 따르면 환불 1건당 100여 장이기 때문에 금액으로만 900만원이 넘었다. 결국 티켓 테러에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허탕을 친 셈이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29일 영화를 관람한 뒤 트위터에 “지금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눈물이 난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이 의원은 또 “잊고 살았던 고문 당한 전신이 스믈스믈(스멀스멀)거리고, 온몸이 근질근질 하고, 전신이 옥죄이면서 아파온다. 비단 나뿐일까”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영화 ‘변호인’의 등에 업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약속살리기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변호인’에 나오는 1980년대와 지금의 시대적 상황이 다르지 않다”면서 “공권력을 사유화해 국민의 요구를 가로막는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고까지 말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2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불의와 부조리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돈 없고 힘 없는’ 억울한 이웃들의 변호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고 썼다. 영화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최병국 전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한겨레신문 기자의 취재에 ‘부림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영화 ‘변호인’에서 고문마저 서슴지 않는 경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곽도원은 “영화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말씀 올립니다. 영화 변호인 2000만 관객 향해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조선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오늘날 한국인의 평균수명(평균기대여명)은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10월30일 출간한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13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보면, 한국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은 각각 78세, 85세로 1년 전보다 모두 한 살씩 늘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성은 세계 3위, 남성은 15위 정도의 위치다. 한국 여성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 산다는 말이다. 그러면 100여 년 전인 조선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올래 살았을까? 그리 오래된 옛날도 아니지만 요즘과는 너무나 달랐다는 게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의 추정이다. 다산연구소(www.edasan.org)의 다산포럼에 쓴 칼럼 ‘수명 이야기’를 통해서다. 한국근현대의학사를 전공하고 ‘근대의료의 풍경’(푸른역사, 2013) 등의 책을 쓴 황 교수에 따르면 아쉽게도 조선시대 사람이 얼마만큼 살았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림짐작할 수 있는 자료는 있다. 조선시대 수명과 관련해 정확하게 남아 있는 것은 국왕 27명의 숨진 나이다. 가장 장수한 조선시대 왕은 만 81세 5개월에 세상을 떠난 영조이다. 두 번째는 72세까지 산 태조 이성계이다.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에는 드문 일이다”는 고희(古稀)의 뜻 그대로 70살을 넘긴 임금은 태조와 영조 등 2명에 불과했다. 그 다음으로 고종(66세), 광해군(66세), 정종(62세)이 뒤를 이었다. 회갑 잔치를 치른 왕은 20퍼센트도 안 된다. 사망연령을 평균 내보면 46.1세이다. 왕위에서 쫓겨나고서 16세에 살해당해 천명을 누리지 못한 단종을 빼면 47.3세로 조금 늘어난다. 오늘날의 한국 남성 평균수명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의식주 생활이 전혀 궁핍하지 않았고 의료혜택도 가장 많이 받았을 국왕이 백성보다 오래 살았을 것이란 점과 서유럽에서 산업화가 막 시작되던 1800년 무렵의 평균수명이 35세 안팎이었던 점 등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35세 내외, 혹은 그 이하였을 것이라고 황 교수는 유추했다. 황 교수는 이처럼 평균수명이 짧았던 이유로 근대화 이전 인류의 영유아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았던 점을 첫손으로 꼽았다. 여러 나라의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산업화 이전까지 대체로 출생아 셋 가운데 하나는 네 살까지도 살지 못했고, 넷 중 하나는 첫돌조차 맞이하지 못했으며, 이런 사정은 왕가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최장수 임금 영조의 자녀 14명 중 5명이 네 살을 넘기지 못했다. 이에 반해 2013년 현재 전 세계 출산 1천건당 5세 미만 영아 사망률(2010~2015년 연평균 추정)은 52명이며, 우리나라도 4명 정도로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돌 정도로 낮다. 황 교수는 “높은 영유아사망률을 고려하면 조선시대 국왕이나 백성이나 지금보다 수명이 40년, 혹은 그 이상 짧았다”면서 “오히려 지금이 수백만년 인류역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장수의 신시대, 신세계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최우수상] 특산물 부문 : 강원 횡성한우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최우수상] 특산물 부문 : 강원 횡성한우

    지역브랜드 대상 특산물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강원 횡성한우의 명성은 국내 최고다. 축협 소매점과 횡성 현지 매장에서 판매되지만 항상 물량이 달린다. 횡성한우는 지역이 대륙성 기후로 일교차가 심한 고산지대여서 육질이 단단하고 고기의 풍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남한강 상류 원주권 상수원구역에 있어 청정 한우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이처럼 횡성한우는 횡성의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한우로 횡성군수가 인증한 1등급 이상의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예부터 산지 농경문화가 발달한 횡성의 한우는 체구와 체형이 강건했다. 덕분에 횡성우시장은 동대문 밖에서 가장 큰 곳으로 알려졌고, 일찌감치 사육 기술 교류가 이뤄졌다. 2001년 소고기 수입 개방에 대비, 1995년부터 군이 ‘횡성한우 명품화 계획’을 수립해 중점 육성해 온 결과 횡성한우는 명품이 됐다. 초기에는 암소의 다산 사육기반을 다지는 데 우선했다. 이후 씨수소 정액 선발과 계획 교배를 통한 우량송아지 생산은 물론 체계적인 혈통 등록 관리와 품질의 균일화·고급화에 중점을 뒀다. 4만 4000여명의 군민보다 많은 5만 2000여 마리의 횡성한우가 관리되면서 지역 경제의 주요 축이 되고 있다. 이준연 군 축산과 한우명품계 담당은 “횡성한우의 명성을 해외에까지 넓힐 계획”이라면서 “구제역 영향으로 지금은 수출이 안 되지만 내년 5월 이후 청정국 지위를 얻으면 중국 등으로 수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횡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한길 “내 직을 걸고 투쟁, 특검·특위 관철”… 대여 초강경 행보

    김한길 “내 직을 걸고 투쟁, 특검·특위 관철”… 대여 초강경 행보

    “내 직을 걸고 투쟁을 이끌겠다. 독하게 마음먹고 가자. 내용이 있는 특검과 특위를 확실히 관철시키겠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9일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하며 초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기국회 일정 복귀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등 이른바 ‘양특’과 연계시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여러 차례 “지금은 투쟁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복수의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김 대표는 “지금 물러서면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국회 보이콧을 빨리 끝낼 수 없다”고 투쟁을 독려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전날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특’의 가시적 성과 없이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의 전략 부족에 대한 고언도 일부 있었다”며 의총에서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있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박지원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처가 서툴렀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참담함과 미안함, 죄송함 그리고 이 같은 불통 정권의 만행에 화가 치밀어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의총에서는 30여명의 의원들이 전날 새누리당의 임명동의안 단독 강행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못 박고 가야 한다”는 강경론이 잇따랐다. 또 일부 의원들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내부 단합을 강조하면서 정기국회 복귀 시기와 방식을 지도부에 위임했다. 이에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다음 달 2일 정책의총 소집 전까지 대응 방안을 마련, 의원들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강 의장에 대해서는 즉각 강력 대응에 나섰다. 다음 달 2일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전 원내대표와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의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전 원내대표는 무제한 토론 요구를 거부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한 뒤 “1998년 3월과 8월 김종필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한승헌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자유발언과 의사진행 발언이 있었다”며 전날 관례를 들어 거부한 강 의장을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가 “결국 강 의장이 직권상정한 것”이라고 압박하자 강 의장은 “아쉬움과 인간적인 미안함이 있다. 앞으로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박 원내대변인의 출판기념회 축사를 하면서 박 대변인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를 의식해 “공주에서 많이 오셨나. 요새 대한민국을 공주가 이끌고 계신데 공주에서 많이 오셨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주’로 표현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檢, 이르면 다음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소환

    檢, 이르면 다음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소환

    효성그룹 비자금 및 탈세 의혹 수사 효성그룹의 비자금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다음주 조석래(78) 회장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8일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45) 사장을 조만간 재소환하는 한편 삼남 조현상(42) 효성그룹 부사장도 부를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8일 오후 조 사장을 소환해 횡령 및 배임, 탈세 혐의 등을 조사한 뒤 29일 오전 1시40분께 돌려보냈다. 조 사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자금 관리 및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종 배임 행위를 저지르는 등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사장의 경우 탈세 의혹과 관련해서는 직접 관여했거나 책임질 부분이 많지 않다고 보고 횡령·배임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효성그룹 임직원들은 수년간 회계 장부를 조작해 세금을 탈루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 차남인 조현문(44) 전 부사장(미국 변호사)을, 27일에는 이상운(61) 부회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조사와 관련, 효성 측의 횡령·배임과 탈세 과정에서 최종 지시를 했거나 보고를 받았다고 보고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조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조 회장은 20년 동안 앓아온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이 악화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일반특실에 입원했다가 보름만인 지난 14일 퇴원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9월 말 조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탈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효성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자 이후 10여년 간 흑자를 축소 계상하는 수법 등으로 1조원대 분식회계로 법인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법인 명의로 거액을 빌려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한 뒤 회수불능 채권으로 처리해 부실을 털어내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거래에 쓴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주식을 타인 이름으로 관리하는 등 1천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하며 양도세를 안 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불법 대출을 받은 의혹과 함께 역외탈세, 국외재산도피, 위장계열사 내부거래 의혹도 수사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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