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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에 탄 국보1호, 폭우에 훼손된 보물1호

    우리 문화재가 악마의 발톱에 노출된 채 몸살을 앓고 있다. 불과 3년 전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방화로 잿더미가 되는 참사를 겪고도 문화재 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상태다. 이번엔 보물 1호인 서울 흥인지문(동대문) 문루의 지붕 일부가 폭우로 떨어져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104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고 그렇게 아우성을 쳤으면 당연히 그에 대비하는 ‘보물지키기’ 작전이라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문화재 보호의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할 종로구청은 사고가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몰랐다. 심지어 시민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나흘이나 지나서야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한번 망가진 문화재는 원형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선제적인 보호대책은 고사하고 ‘응급환자’처럼 다뤄야 할 문화재 훼손 사건을 며칠씩이나 방치하다니 나사가 빠져도 한참 빠졌다. 엄중히 문책해 다시는 이 같은 문화재 수난사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훼손된 것은 용마루와 연결되는 내림마루 부분으로, 용마루의 삼화토가 제대로 배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공사라는 것이다. 또 폭우가 내리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보수작업에 앞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화재 보호·관리에 대한 인식을 가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 문화재는 한둘이 아니다.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46년째 침수로 날로 훼손돼 가고 있다. 2015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본목록에 등재하겠다고 큰소리 칠 때가 아니다. 보다 내실 있는 문화재 대책이 아쉽다. 문화재는 문화재청 전문가나 담당 구청 공무원이 대신 지켜주는 게 아니다. 이번 흥인지문 훼손 사실이 시민의 제보로 드러났듯 진정한 문화재지킴이는 바로 깨어 있는 국민 각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 [사설] 갈수록 가관인 우면산 산사태 책임공방

    서울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나 인근 주민 18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지 일주일이 되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그동안 사고 원인을 밝히고 방재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여전히 네 탓만을 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정녕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지, 그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산림청이 보낸 산사태 예보 발령을 받지 못했다는 서울 서초구의 발뺌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애초에 예보 메시지를 받은 적이 아예 없다고 잡아떼다가, 사실임이 밝혀진 뒤로는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연락 받은 직원들이 퇴직하거나 보직이 바뀌었으며, 현직에 있는 한명은 메시지 수신량이 많아 미처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서초구는 예보 수령을 확인한 뒤로도 계속 거짓말을 했음이 드러났다. 산사태를 예방하기는커녕 발생 후에도 거짓말로 일관한 데 대해 구청장이 어떻게 책임질지 국민은 눈여겨 보아야 하겠다. 산사태 발생 원인을 두고는 서울시와 국방부가 각을 세웠다.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이 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 경계 부근에서 산사태가 시작됐다고 발표하자 국방부는 즉시 군부대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정확한 발생 지점은 앞으로 국방부가 참여해 정밀조사를 벌이면 판정될 일이다. 그런데도 중간발표에서 서둘러 ‘군부대 책임론’을 제기한 조사단이나, 관련이 없다고 처음부터 단정 짓는 국방부나 책임 회피만을 염두에 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면산 참사’ 이후 행정기관들이 벌여온 행태에는 반성도, 재발 방지 의지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려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문책하는 것이다. 그러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우면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사설] 정치권 北 포섭설 명명백백하게 가려라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정계와 노동계, 학계 등 각계 인사 수십명을 수사 중이다. 이른바 남한 지하당 ‘왕재산’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일과 관련해 민주당 출신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모씨 등 5명이 구속됐다. 민주노동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간첩활동 혐의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남한 정치현장 한복판에까지 지하당 구축을 획책한 것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북한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지하당 조직 ‘왕재산’의 2인자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한 적도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민주당은 이미 당직을 떠났으니 관련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제1야당 인사가 간첩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공당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나아가 ‘원칙 있는 포용’ 정책 논란에서 보듯 종북좌파 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 아닌가. 민노당은 이번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마치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을 확신이라도 하듯 사뭇 도발적인 논평을 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민노당을 어떻게든 흠집내 보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 또한 공안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며 “독재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퍼부어댔다.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북한 조선중앙방송의 선전·선동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이 대표는 ‘공안 탄압’ 운운하는 것은 권위주의 독재시대에 통하던, 지금은 결코 유효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발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반국가단체 간첩단 적발은 1994년 ‘구국전위’사건 이후 17년 만이다. 국회 등 남한 정치권의 핵심부까지 대남전략의 텃밭으로 삼으려 한 이번 사건은 결코 흐지부지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공안당국의 철저하고 당당한 수사를 촉구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말고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아당, 특히 민노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언행을 자제하고 대북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 [생명의 窓] 휴(休)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휴(休)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

    레비라는 랍비가 어느 날 길거리에서 달려가는 남자를 보았다. “왜 그렇게 달려가는가?” 랍비가 묻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행운을 잡으러요.” 이 말에 랍비는 말했다. “어리석은 자군. 자네의 행운이 자네를 붙잡으려 뒤쫓고 있는데, 자네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어.” 무엇에 홀린 듯 뛰어다니는 현대인을 위한 한 방이다. 아니 멀리 볼 것 없이 그대로 매일 시간대별로 꽉 찬 일정을 헉헉거리며 소화하던 필자를 향한 꼬집음이다. 올해는 그나마 안식년이라 조금 덜 켕기지만 어쨌거나 한창 활동 중일 때도 1년에 7, 8월은 꼭 비워 두곤 했다. 이 기간 동안 독서와 집필 그리고 기획·방송·녹화에 전념하면서 푹 쉰다. 어찌 보면 이런 것들도 일로 간주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필자에게는 그저 노닥노닥 즐길 수 있는 낙()일 따름이니 가능한 것이다. 휴가철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할애할 시간이 없는 삶, 일몰을 감상할 시간이 없는 노역, 의무를 위해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해야 하는 굴레 등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를 만끽할 계절인 것이다. 휴(休)는 단지 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것이다. 영화에서 극적인 장면에서는 흔히 서서히 크레센도로 음악을 점점 높여 가다가 갑자기 뚝 멈춘다. 그 침묵의 순간에 나오는 대사는 어떤 것이든 보다 분명하고 보다 강력하게 들린다. 침묵을 배경으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사에는 특별한 힘이 실리는 것이다. 이는 그대로 음악에도 적용된다. 음악을 들을 때, 포즈 곧 휴지(休止)의 박자를 유념해서 들어 보라. 무언가 심오한 느낌이나 메시지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연설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마틴 루터 킹의 그 유명한 연설문을 보자. 그 박자에 주의를 기울여 보라. “드디어 자유입니다. (휴지) 드디어 자유. (휴지) 전능하신 신께 감사드리나니 우리는 드디어 자유를 찾았습니다.” 요컨대 휴는 삶의 강약과 리듬을 조절하는 결정적인 인자이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반드시 쉬어 가야 할 장소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는 오아시스에서 쉬어야 할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쉬면서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여정을 되돌아 보고 정정해야 할 것은 정정한다. 셋째, 같은 여행길에 오른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하게도 멈추어 쉬고 활력을 되찾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더 많이 쉴수록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가 잠시 멈추어 있다면 이 기간이야말로 충전의 시간이요, 도끼날을 가는 시간임을 명심하라. 바쁘게 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바쁘다’는 의미의 한자 ‘망’(忙)은 다음과 같은 두 글자의 조합임을 알게 된다. 바로 ‘마음’(心)과 ‘죽음’(亡), 즉 ‘마음을 죽인다.’는 뜻이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행동주의와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신의 마음을 죽이고 있는가. 휴의 가치를 가장 잘 깨닫고 활용할 줄 알았던 민족은 역시 유대인이다. 그들은 오늘날도 안식일을 글자 그대로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안식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안식일 하루를 온전히 쉬기 위해 모든 가사를 금요일 저녁 이전에 해치운다. 그러고는 안식일에는 일체의 노동을 피하고 미리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심신을 편안히 쉬게 한다. 안식일에 가장 큰 덕으로 숭앙받는 것은 ‘게으름’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문화에서는 휴일이나 휴가 문화가 오히려 더 많은 일거리를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그동안 밀렸던 빚을 받아 내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블루 먼데이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쉴 때는 그냥 쉬는 것이다. 한껏 게으름을 부리는 것이다. 황금 같은 휴가철, 게으름의 권리를 누구에게도 양도하지 말 일이다. 휴- 하라! 고단한 몸의 긴장을 풀고 충분히 충전하라.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 [사설] 방통심의위원의 부적절한 ‘음란물 소동’

    음란 게재물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이 스스로 ‘음란물 소동’의 당사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박경신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이 위원회가 음란물 판정을 내린 남성 성기 사진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해 심의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블로그에 ‘전체 공개’로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이 사진들은 한 누리꾼의 미니홈피를 캡처한 것으로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음란물 판정을 받고 삭제 조치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위원의 ‘음란 블로그 행위’는 방송통신 콘텐츠의 내용을 다루는 심의위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박 위원은 “사회질서를 해한다거나 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처벌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논거를 펼친다. 크게 봐서는 맞는 말이다.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위원도 언급했듯 사진은 자기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음란물 위험’에 해당한다고 본다. 방송통신 심의는 법의 잣대에 기초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벗어나선 안 된다. 요컨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은 결코 적합하지 않다. 방송통신의 특성과 파급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전체회의에선 9명의 위원 가운데 박 위원을 빼고 8명이 음란물 판정에 동의했다. 박 위원은 그런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블로그에 음란물을 올렸다고 한다. 방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방통심의위원의 본분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제의 게시물을 자진 삭제하든 안 하든 그건 박 위원의 몫이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결코 ‘가치투쟁’의 무대가 아니라는 점만은 명심하기 바란다. 방통심의위원에 걸맞게 책임 있는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 [기고] 더 고민해야 할 北수해 지원/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기고] 더 고민해야 할 北수해 지원/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북한 중남부 지역 홍수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부 민간단체가 기다렸다는 듯 40억원 상당의 대북 수혜지원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또 일부에서는 이번 수해물품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AP통신에 수해 피해를 부풀린 조작된 사진을 제공하면서 정확한 북한의 피해규모와 수해를 부풀려야만 했던 속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6월 30일 재일 친북 단체인 조선신보의 ‘200㎜의 비가 내렸지만, 태풍 메아리가 큰 피해 없이 소멸했고, 농사에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복비’가 되었다.’는 보도이다. 그런 북한이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마치 큰 피해가 난 것처럼 대동강의 수해사진을 조작했다. 이는 피해상황을 부풀려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1990년대 중반의 수해 이후 만연한 북한의 ‘구걸근성’이 또 한 번 드러난 것이다. 특히 평양주변 대동강 지역의 사진을 조작한 것은 대표적인 쌀 농사지역의 피해를 부풀려 지난 두 차례 최악의 홍수 때와 같이 국제사회로부터 쌀을 비롯한 수해물품을 지원받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수해지원을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분배되지도 않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적십자사가 신의주 지역으로 보낸 수해물품이 군부대로 보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은 권력층의 호화 사치 생활을 위한 명품과 기호품의 수입을 늘리고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를 위해 돈을 마구 쓰면서도 식량수입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다. 또한 우리가 대북 수해물품을 지원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우리 적십자사가 준비한 대북 수해물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하여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 대북지원단체는 정부가 앞서서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북지원단체들은 수해지원이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지 냉철히 판단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홍수피해는 자연적 원인보다는 1976년부터 5대 자연개조 사업의 하나로 야산을 계단식 농지로 만들었던 농지개량사업에 기인한다. 주체농법에 따라 만들어진 경사면 농지에서 토사가 흘러나와 하천에 퇴적되고 하천의 범람을 유발하여 홍수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북한에 반복되는 홍수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우리가 4대 강 사업을 통해 하천을 정비함으로써 이번 기록적인 폭우에도 수해 피해가 미미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은 많지 않은 비에도 가옥이 잠기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수해를 해결하려면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정권은 이제라도 시대착오적인 주체농법을 폐기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치수 기술을 받아들여야만 매년 반복되는 수해를 예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글로벌 한국금융 해외서 길 찾다] “천문학적 본토자금 홍콩 몰려와”

    [글로벌 한국금융 해외서 길 찾다] “천문학적 본토자금 홍콩 몰려와”

    “홍콩은 막대한 중국 본토의 자금이 선진 금융시장과 결합해 대폭발을 일으키는 곳입니다. 돈을 벌 기회도 많지만 망할 가능성도 높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외환은행의 홍콩 현지 투자은행(IB)인 환은아세아 재무유한공사의 손창섭(55) 사장은 ‘안전한 고수익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상 IB라고 하면 고위험·고수익을 떠올리는데. -IB라면 마치 도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오해다. 잉여금 중 극히 일부를 활용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고객이나 회사 자금으로 위험한 데 투자하는 것은 문제다. 홍콩에서 한국계 IB들은 이런 식으로 영업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사들은 좀 다르다. 채권단 협의에 가면 10건의 거래 중 1~2건은 버려도 된다는 식이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현지 경쟁력은. -1997년 외환위기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남들이 한번 겪기 힘든 위기를 모두 극복한 게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저력이다. 위기관리가 체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은행들은 사업과 리스크 관리팀이 지나칠 정도로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문제가 될 투자는 초기에 싹이 잘린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홍콩의 선전 뒤에는 중국이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대륙에서 밀려 들어온다. 홍콩의 주택가격을 보라.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에 정점에 올랐다가 2009년 바닥을 친 뒤 다시 연일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거품 경고 속에서도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많다. →홍콩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아쉽게도 투명성이 부족하다. 세계 5대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친다고 해도 난센스 같은 비리와 허위공시 등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중국뿐이다. 최근 홍콩에 쏠림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런 시장에서는 퇴출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 홍콩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감사원 쇄신 대책보다 의지가 중요하다

    감사원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감사원은 앞으로 최근 3년 동안 정당에 가입했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정치경력자는 감사위원 임명제청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 임명절차가 개시될 때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평상시에도 직무관련자와 사적 접촉을 제한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각자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최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연루 비리로 구속되는 등 심각한 도덕적 위기를 맞고 있는 감사원이 뒤늦게나마 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중장기 운영계획에 따르면 내부 전산망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원장만 확인할 수 있는 제보 코너를 설치해 원장이 직접 비리나 압력, 청탁에 관한 직원의 신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핫라인’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청렴성을 담보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이번 쇄신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경직된 제도의 운영은 비리정보 수집 등 일상적인 감사활동을 제약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쇄신책을 내놓아도 실천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만사휴의다. 지난 5월 양건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부패 척결과 공직기강 확립 의지를 밝힌 지 불과 열흘 만에 은 전 위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터졌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쇄신안은 감사원의 전문성 제고에도 무게를 뒀다. 국방·금융 등 분야별로 현장경험과 이론을 갖춘 민·관 전문인력을 감사에 참여시키고, 이 중 유능한 인력은 특별 채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순환보직 위주의 인사 관행에 머물러 온 점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조처다. 은 전 위원의 구속에서 보듯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해도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감사원은 이제 더 이상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 그것은 시대 정신이다. 감사원은 권력형 부패에 대한 감사 회피와 표적감사 등 여전히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정치적 독립성과 신뢰 유지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실추할 대로 실추한 감사원의 위상과 신뢰 위복을 위한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독자의 소리] 피서지 서리는 절도죄 될수도/홍천경찰서 희망지구대 윤병억

    예전에 이웃이 심어 놓거나 기르는 과일이나 곡식, 가축 따위를 아이들이 훔쳐 먹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서리라고 했다. 아이들의 이런 짓은 말 그대로 장난으로 여겨져 주인에게 발각되면 약간의 꾸중을 듣고 넘어갔다. 피서철 피서객들이 인근의 논과 밭 또는 임야에 경작한 과일, 수박, 참외, 오이, 고추, 감자, 호박, 장뇌삼 등을 보고 옛 추억을 더듬어 한두개를 따거나 캐서 같이 놀러온 가족이나 동료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는 일이 가끔 있다. 하지만 요즘은 서리가 형법상 절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피서지에서 장난삼아 서리를 하는 사람이 자기 혼자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러 명이 같은 짓을 한다면 농작물을 경작한 주인의 피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농촌의 산간계곡으로 피서를 가서 재미삼아 인근의 농작물을 주인의 허락을 얻지 않고 서리해 먹다가 즐거운 피서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천경찰서 희망지구대 윤병억
  • 칼 빼든 국세청 ‘세금없는 富 대물림’ 뿌리 뽑는다

    칼 빼든 국세청 ‘세금없는 富 대물림’ 뿌리 뽑는다

    국세청이 탈법과 편법을 통해 교묘하게 자행되고 있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칼을 뽑아 들었다. 국세청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을 하반기 세무조사의 역점과제로 정하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李청장, 전국 조사국장회의 주재 이현동 국세청장은 12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전국 조사국장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 ▲역외탈세 근절의 중단 없는 추진 등의 3대 목표를 하반기 역점과제로 선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부를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성실신고에도 탈세가 없는지를 집중 검증키로 했으며, 변칙 상속·증여 혐의자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까지 범위를 넓혀 조사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국세청은 대기업이 사주의 아들이 대주주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사실상 변칙적인 상속을 하는, 이른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편법·탈법을 통한 부의 세습은 국민에게 큰 박탈감은 물론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 심화, 특정계층으로의 경제력 집중, 기업의 지배구조 왜곡 등 국가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이에 대한 엄정한 과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그릇된 부의 대물림에 대해 칼을 빼어든 것은 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경영권 승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현재 대기업은 2세대에서 3세대로, 중견기업은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증여세를 피하려는 불법 행위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 청장이 전국 조사국장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세청의 핵심조직인 조사국의 전·현직 직원들이 최근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면서 국세청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는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정한 세정 집행이야말로 최근의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 달라.”며 조사국장들의 솔선수범을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식 차명취득… 2500억 탈루 국세청은 상반기 특별 세무조사에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차명재산 보유, 재산 해외 반출, 허위서류 작성 등 지능화·전략화된 수법을 통해 부를 승계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주, 대자산가 등 204명을 조사해 4595억원을 추징했다. 중견기업인 유명 제조업체의 사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인 주식을 임원에게 명의신탁하고 이의 일부를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수백억원이나 낮게 판 것으로 적발됐다. 명의신탁 주식의 배당금 등으로 자금출처가 면제된 특정채권(일명 묻지마 채권) 55억원어치를 구입해 매각하고 이 돈으로 다시 지인 명의로 주식을 차명 취득하기도 했다. 탈루액은 2500억원에 달해 970억원의 세금 납부를 통보받았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190억원을 2002년부터 최근까지 임직원 20명의 이름을 빌려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펀드 등 금융재산으로 차명 운영한 뒤 30대 중반인 자녀에게 이 재산을 변칙 상속하려던 제조업체의 사주 역시 세무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해외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와 서류상 이혼을 통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탈루하다 적발된 사례도 나왔다. 공인회계사 C씨는 2007~2008년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50억원을 증여하고도 아들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에 투자한 것처럼 송금했다. 30년 이상 같이 살던 아내에게는 이혼 시 재산분할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해 서류상 이혼하고 예금 80억원을 넘겨줬다. 국세청은 사전 증여에 따른 상속세 등 140억원을 추징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인류공멸 재촉하는 中의 환경후진국 행태

    중국 보하이(渤海)만 해상 유전에서 원유가 대량 유출된 사실이 사고 발생 한달 만에 중국 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네티즌들의 폭로를 통해 사고 소식이 확산되자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나 핵심사항인 원유 유출량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당초 트위터를 통해 사고가 처음 알려지자 기름이 번진 해역은 200㎡에 불과하며 유출량도 10t 이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식 발표 자리에서는 “840㎢의 해역이 하룻밤 사이에 1급수에서 4급수로 전락했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제라도 원유 유출 규모를 명백히 밝히는 게 급선무다. 유출량에 따라 대응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연안 양식장에서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 남해안 등지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생태계 파괴와 3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의 악몽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시추 중인 해상 유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하이만 사고는 멕시코만 사태를 닮았다. 미국은 멕시코만의 비극과 싸우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런데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생명과 직결된 환경문제에서조차 ‘은폐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시행된 제12차 경제사회5개년계획에서 환경보호를 정책의 으뜸 순위로 삼았다. 이른바 ‘녹색고양이(猫)론’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중국이 여전히 환경을 중시하는 ‘녹묘시대’보다는 30여년 전 성장제일 흑묘백묘시대를 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은 환경후진국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철저한 조사와 함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환경재앙은 무한대로 퍼져 나가는 속성이 있음을 명심하라.
  • [열린세상] 우리들의 자화상과 정체성/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우리들의 자화상과 정체성/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요즘 모임에 가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세상이 너무 삭막해지고 헝클어져서 도대체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헷갈린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돈 때문에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자식은 부모를 해치는 패륜적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성추행당하고 학생이 선생님을 구타하는 막장사고가 터진다. 지하철에서 젊은이가 노부부에게 막말로 위협하는 추태를 볼 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어떤 일을 하자고 합의하고도 불리해지면 혼자 밥을 짓든 죽을 끓이든 알아서 하라고 발을 빼면서 자기 갈 길로 가버리는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는 정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어떤 이는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치부한다. 아름다운 인간미를 버리고 슬픈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작금의 이 사태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삶의 전부를 생계를 유지하는 데 바쳐 왔고 그런 나머지 사람의 도리를 잊어 버렸다. 이 때문에 스스로 정체성을 잃고 본래의 의지, 곧 마음의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그래서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없었고, 비록 풍요롭게 살지만 서로 나눌 조그만 인정조차 메말라 버린 흉흉한 사회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이 이어지는 이유도 마음이 끊어진 철로 위에 있는 것처럼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성리학에서 주장하는 이기론(理氣論)을 통해서 이해될 수 있다. 이기론은 우주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서 존재하는 형태 등을 물질세계로서 기(氣)라고 본다. 이렇게 존재하는 것들이 목적이나 의식에 의해 일정한 법칙이나 원리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정신세계로서 이(理)라고 본다.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로 정신세계에 해당하는 마음자세가 이(理)이며, 육신은 물질의 형태이므로 기(氣)라고 한다. 조선 후기 이기론에 대한 논쟁은 인성교육의 중심을 이와 기 가운데 어디에 둘 것인가를 놓고 벌어졌다. 이(理)는 사람마다 가진 품성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교육하자는 것으로, 도덕성을 마음의 심성에 두고 접근한다. 반면 기(氣)는 사람의 몸에서 발현되는 본능, 즉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심 등 감정에 의하여 나타난 결과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를 교육의 중심에 둔다. 이같은 세상의 변화는 이기(理氣)의 상호 균형적인 반복 작용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먹고사는 물질의 문제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해 왔기 때문에 따뜻하고 훈훈하며 넉넉한 마음에 의한 사람다운 변화는 마치 배부른 자의 사치처럼 매도하거나 무시돼 왔다. 하고자 하는 목적과 합리적인 과정이 무시되고 단지 결과만을 강조하고 탐닉해온 습관이 사람답게 사는 이치를 버리게 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우주의 주관자답게 사회의 굴절된 단면이 있다면 이(理)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다시 새로운 긍정의 기(氣)로 시작하여 아름다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정글북’이란 책에서 야생동물에 의해 길러진 늑대소년 ‘모글리’가 동물처럼 행동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 실제 1920년 인도의 밀림에서 구출된 2살 아말라와 7살 카말라는 늑대처럼 행동하고 날고기만 먹었고, 2008년 러시아에서 새집에 갇혔다 구출된 반야라딘 소년은 손을 쪼거나 새처럼 날갯짓을 하는 등 새의 습성을 보였다. 외양은 사람이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하는 마음이 파괴되어 사람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몸체의 본능만 남아 행동하는 동물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해서 이를 모글리 현상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의 도리를 버리고 오직 물질에 혈안이 되어 다투고 있는 우리는 동물처럼 행동하는 모글리 소년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이 사회가 마음의 윤리가 말라 버린 상태라면 물질의 풍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 모두 본래의 성품으로 돌아가 서로를 아껴주지 못한다면 더없이 우울하고 파괴적인 다툼만이 가득한 힘든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서울광장] 금의환향(錦衣還鄕), 금의야행(錦衣夜行) /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의환향(錦衣還鄕), 금의야행(錦衣夜行) /주병철 논설위원

    축구경기에서 전반 시작 5분과 후반 5분을 남겨놓고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초반에 어이없이 허를 찔리거나 막판에 방심하다 낭패를 당하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기제인 역대 정권의 국정운영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느닷없이 아킬레스건을 공격당해 치명상을 입은 예를 종종 목격해 왔다. 이명박(MB)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전반 시작 5분쯤 촛불시위로 한방 먹더니 후반들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포퓰리즘과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혼쭐이 나고 있다. 스포츠 경기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정권의 평가는 대체로 경제 성적에 좌우된다. 다른 분야에서 좀 미진해도 경제 성적이 좋으면 평이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의 전공이자 특기라고 할 수 있는 경제분야가 영 시원찮다. 그래서 더 걱정이라고들 한다. 집권 4년차의 경제 성적을 한번 보자. MB노믹스의 골격인 747(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은 얼마 전 정부가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경제의 틀을 성장에서 물가로 전환, 사실상 폐기처분됐다. 747뿐만이 아니라 MB노믹스 자체의 정체성도 헷갈린다. 대기업친화정책인지 시장친화정책인지 분간하기 힘든 정책기조를 이어가더니 어느 틈에 중소기업·서민경제로 키워드가 바뀌었다. 지금은 공정사회·동반성장이 최대 화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부처끼리는 물론이고 정부-대기업, 정부-중소기업, 정부-여당, 여당-야당 간 힘겨루기와 갈등만 증폭됐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마저 가세해 MB노믹스는 아예 실종됐다. 그동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2008년 9월 리먼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빨리 회복됐다. 국제무대가 우리 경제의 저력을 인정할 정도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위상도 한껏 드높였다. 그래서 집권 초기와 말기에 터진 예기치 않은 복병으로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및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에 손을 못 댔고, 세계경제의 인플레 우려 때문에 물가를 잡는다고 성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명박 사람들’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부처 간·지역 간 갈등,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양극화 해소, 복지예산 증액 요구 등 난제들이 쌓여 있다. 두고두고 짐이 되는 골칫덩어리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가 경제에 관한 한 나은 점수를 받으려면 두어 가지만이라도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선 매듭지어야 할 것은 어떻게든 확실히 처리하고 넘어가라. 저축은행 사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매각,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미룬다고 더 나아지지 않는다. 다음 정권에 부담만 가중된다. 그 다음은 선심성 정책의 유혹을 차단하는 것이다. 벌써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해괴한 복지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경기상황이 좋지 않으면 정치권에서는 모종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현재 경기는 1~2년 간격으로 소순환 주기가 등락을 거듭해 경기침체인지 소프트 패치(경기회복 중 일시적인 침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경기부양책이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금의환향의 환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역대 정권에서도 늘 이런 꿈을 꿔왔고 그러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금의환향이 안 된다고 금의야행을 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기만 잘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몰염치한 행위다. 그런 점에서 임기 후반 무렵 찾아온 선거의 계절에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납세를 대표하는 핵심 경제 부처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후반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무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bcjoo@seoul.co.kr
  • [지방시대]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4주년에 부쳐/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4주년에 부쳐/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난달 27일은 제주가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 4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총 탐방객 수는 2006년에 비해 71.2%, 외국인 관광객은 185.5% 증가하는 등 획기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유산’은 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이다. 이는 관광객 급증 등 경제적인 효과로도 이어지니 더 즐거워진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등록된 유산의 보전과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조금만 보존 관리에 소홀하면 ‘등록말소’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이나 ‘국보’ ‘사적’이 한 나라의 자연과 문화를 대표하는 ‘뛰어난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유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순간, 그 소유권과 관리 또한 지역과 국가를 넘어 세계화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록 한라산과 용암동굴이 제주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만큼 이를 이용할 권리와 보호할 책임 또한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수백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세계유산의 보존 관리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사업비 항목을 자세히 보면 유산센터 건립, 탐방안내소 조성, 사유지 매입 등 ‘건물 짓고 땅 사는 데’ 드는, 이른바 하드웨어 관련 비용이 대부분이다. 안내판 정비나 관련 홍보 책자 및 홍보 영상과 기념품 개발, 지속 발전이 가능한 교육프로그램, 생태관광 상품 개발 사업 등 소프트웨어 관련 예산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제주는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유치까지 일궈냈다. 이번 기회에 ‘세계환경수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사실 진정한 환경수도가 되려면, 환경이 모든 가치보다 위에 있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WCC에는 전 세계 각국의 환경 관련 정부관료, 전문가(학자), NGO 활동가, 언론인 등 1만명 이상이 참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이 WCC 기간 제주도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 생태관광의 1번지라 할 수 있는 세계자연유산 지역은 당연히 외국 참가자들의 방문 ‘0순위’가 될 것이다. 다시 안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렇다면 현재 제주 세계자연유산은 이들 외국인 참가자들을 맞을 준비태세가 되어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니다. 영문으로 된 안내판조차 제대로 설치된 곳이 많지 않다. 외국인을 위한 안내책자, 기념품도 준비된 것이 별로 없다. 세계유산과 연계한 지역 1차산품의 ‘에코 라벨링’ 사업도 전무한 실정이다. 세계유산과 생태관광과의 전략적 연계 사업도 부족하다. 굳이 WCC 준비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수용태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는 시급히 필요한 사업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세계자연유산’은 물론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 등 제주 국제보호지역에 대한 통합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는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구축돼야 한다. 변화는 빠를수록 좋다.
  • 강남 “예외 없는 청렴” 부구청장도 평가

    강남 “예외 없는 청렴” 부구청장도 평가

    강남구는 전국 최초로 부구청장을 ‘공직자 청렴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지난 1일 국장급 이상 전 간부가 청렴 서약을 하는 등 ‘청렴 최우수 구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신연희 구청장이 지난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청렴 최우수 도시 만들기를 조속히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구는 지난 1일 민선 5기 출범 1주년 기념식을 대신해 ‘청렴 서약식’으로 각오를 다졌다.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장급 이상 전 간부는 ‘정명불체’(正明不滯·정직하고 투명하면 일에 막힘이 없다)의 교훈을 솔선수범하기 위해 청렴 실천서에 서약했다. 이날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전 직원 앞에서 ‘어떤 경우에도 금품·사례·향응을 받지 않으며, 주변으로부터 청렴성을 의심받을 만한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을 항상 명심하겠다.’ ‘정명불체의 교훈을 좌우명으로 삼겠다.’ ‘구민으로부터 사랑과 박수를 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청렴 서약서를 낭독한 뒤 ‘57만 구민과 직원 앞에서 공직자로서 완벽한 청렴 실천을 엄숙히 약속한다.’는 내용에 서명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장을 역임한 제타룡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장이 참석해 특강을 했다. 그는 ‘세계 변화와 도시 창조 관리’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공직자상 확립과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고에 대해 강의했다. 앞서 구는 지난달 초 5급 이상 전 간부를 대상으로 개인별 ‘공직자 청렴도 평가’를 실시하면서 전국 최초로 부구청장의 청렴도 평가도 포함시켰다. 청렴도를 직무 수행 과정의 청렴성, 사회적 책임 및 솔선수범, 준법성 등 3개 분야 23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세금 체납, 교통법규 위반, 징계, 재산세 불성실 신고 등 법규 준수 여부도 점수화해 반영했다. 구는 특히 내외부 평가단을 구성하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와 인허가, 계약 업무 관련자들을 외부 평가단에 포함시켰다. 신 구청장은 “앞으로 남은 3년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나갈 수 있도록 기념식을 대신해 청렴 서약식을 준비했다.”면서 “우리 구가 10년, 아니 20년 뒤에도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직무 청렴성을 높여 신뢰받는 공직자상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광화문 불법시위 손 놓은 건 警 직무유기다

    그제 한낮 서울 한복판이 시위대에 불법 점거당했다. 사회단체와 대학생 등 6000여명이 기습적으로 세종로에 모여 2시간가량 12개 차선을 무단점거한 것이다. 시위대는 당초의 서울광장 집회 약속도 어기면서 시위를 벌였다. 수도 서울의 심장이 시위대에 점거당한 것은 2009년 6월 10일 ‘범국민대회’이후 2년 만이라고 한다. 도로를 무단점거하고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면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시위대도 문제지만 불법시위를 방치·방관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은 더 큰 문제다. 시위대가 진로를 바꿔 세종로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쯤은 미리 알고 대응했어야 했다. 현장 대응능력이 그 정도라면 무능한 경찰이다. 게다가 경찰은 시위대 포위에만 신경썼지 불법시위 저지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 시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했다. 이 지구상 어디에도 이렇게 대낮에 도심을 불법점거하고도 경찰의 ‘보호’를 받는 시위대는 없을 것이다. 경찰은 지난 28일만 하더라도 도심 불법 시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금지가 통보된 지역에서 행진을 강행하거나, 가두시위를 하면 현장검거까지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경찰이 한 일이라고는 법과 질서가 무너진 무법상황을 그저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그런 만큼 불법시위 현장을 수수방관한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말로만 공권력의 권위를 외친다면 공권력은 시위대의 조롱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권력의 권위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헌신이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이 될 수 있다. 군중의 위세에 기대어 아무렇지도 않게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시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민주주의 기본을 경찰 스스로 저버린다면 경찰의 존재 이유는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 [사설] 당대표 뽑는 룰도 제대로 못 만든 집권당

    한나라당이 당대표를 뽑는 7·4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법원으로부터 개정 당헌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지난 7일 전국위원회에서 선거인단을 1만명에서 21만명으로 늘리고,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30%로 하기로 한 새 당헌을 의결할 때 헌법 원칙과 정당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재적 위원 741명 중 164명만 참석했는데 이해봉 전국위원회 의장이 불참한 266명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며 새 당헌을 통과시키려 해 난장판이 됐다. 다음 날 신주류의 입김이 센 중진의원회의는 당헌 통과에 문제가 없다며 미봉했다. 후보 순회 유세 중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내년 대통령후보 경선의 유리한 환경에 집착한 신주류의 무리수가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대표를 뽑는 룰도 제대로 못 만드는 집권당이 국가 대사는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법원 결정 뒤의 대응도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다음 달 2일 재소집될 전국위원회가 과반 출석이라는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과반 찬성이 가능할지도 아직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위는 과반 출석한 전례가 없다. 이해봉 의장은 전국위에서 위임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달 4일 전당대회에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경우 구주류의 반발은 물론 비난 여론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 측은 전국위에서 당헌 통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자칫 7·4 전당대회가 한국 정당 사상 초유의 엉터리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숙고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실세들이 당무를 수수방관하는 것이 무엇보다 위험하다. 당 대표 후보자들도 사태 인식이 안이하다. 전대를 예정대로 치러도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 등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대 일정을 진행하는 도중 당헌을 개정하면 소급 입법 논란은 불문가지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일정을 늦추더라도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권과 대선후보 경선을 의식해 또 어물쩍 짜맞추면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사설] 대학 구조조정 속도내야 등록금문제도 풀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제 청와대에서 만나 대학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해 추진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 뒤로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청와대 회담이 있은 날 오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부는 여·야·정 협의체 2차 회의를 열었고 ‘당·정·청 9인 회의’가 별도로 모임을 가졌다. 정부는 또 다음 달 초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우리는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 추진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면서 우선 구조조정부터 서두를 것을 강력히 권한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그에 앞서 부실대학을 정리하고 비리투성이인 일부 사학재단을 퇴출하는 과정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민의 혈세를 사학에 투입해 등록금을 보조한다면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비리 재단만 더욱 살찌울 뿐이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을 엄격하고 신속하게 추진해 등록금이 재단의 쌈짓돈처럼 유용되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 순리(順理)요,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이 될 터이다. 이와 관련해 당·정·청은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한편으로 사립대학 구조조정 특별법 등을 새로 제정키로 했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우려되는 건 개정·제정되는 법에 담길 내용이다. 지금처럼 법정 전입금을 학교에서 부담할 수 있게끔 예외규정을 유지한다든지 재단 이사장 가족이 총·학장이나 기타 주요 교직에 남도록 허용한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 꼴에 그쳐 대학 개혁은 결코 이룰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학을 설립하면 그때부터는 우리사회의 공공재산이지 재단 전유물이 아니다. 재단이 비리를 저지를 수 없게끔 관리·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일단 사고를 친 재단은 더 이상 대학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신속하게 완성한 뒤 정부 지원 규모를 정해야 비로소 등록금 인하가 현실화돼 국민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발빠른 추진을 기대한다.
  • [열린세상] 한나라당의 당 대표 경선 비판/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나라당의 당 대표 경선 비판/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 교수

    한나라당이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경선에 돌입했다. 어제 후보 등록마감 결과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경선에 7명이 출전했는데 이 중에서 최고득점자가 당 대표를 맡아 내년 총선을 치르고 대선을 준비하게 된다. 안상수 전 대표의 잔여 임기만 채우기 때문에 내년 7월에 임기 만료가 되지만 총선을 주관하게 되므로 정치적 책임이 막중하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의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위기감이 있었으나 이번 경선의 시작을 보면 아직도 민심을 얻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아직도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특정 정당에 대한 애착보다 한나라당이 무너지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과연 한나라당을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당 대표 경선 주자들이 거의 모두 경쟁적으로 좌파 성향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감세 철회, 등록금 인하, 복지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런 정책으로 과연 돌아선 유권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우파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집토끼도 잃고 산토끼도 잃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물가상승, 전세난,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경제적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당 대표 후보들은 이 정부가 출범할 때 약속했던 경제를 살리는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집권당이 최근 들어 민심을 얻는다는 핑계로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인심만 쓰는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무너져 내린다면 한나라당은 내년 선거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노인당’의 이미지가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고리타분한 정당”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한나라당에 참여하거나 지지하기를 주저한다. 이런 이미지를 타파하려면 영국 노동당의 환골탈태 전략을 본받아야 한다. 1990년대 영국의 노동당은 보수당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만년 야당’의 위기를 맞아 당을 개혁하기 위해 노동당의 근간인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토니 블레어를 앞장세워 젊은이들을 당원으로 끌어들인 결과 18년 만인 1997년 집권에 성공했다. 한나라당도 나이 많은 분들은 병풍 역할을 하고 새로운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이번 당 대표 후보들의 권역별 비전 발표회에 후보들의 발언은 최소화하고 젊은 당원들에게 얘기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당의 이미지가 바뀌지 않겠지만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30대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되면 앞으로 40~50년 이상 이들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 대표 후보들은 ‘캠프 민주주의’를 타파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핵심인 대선이 후보의 캠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각 정당은 유명무실해지고, 대선 후 당선자는 캠프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바람에 국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기적으로 자유로운 선거를 실시한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이지만 최근 들어 대선과 국정 운영이 정당 대신에 캠프 중심으로 이루어져 정당 민주주의는 표류하고 ‘캠프 민주주의’가 등장하게 됐다. 이를 타파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지금도 국정 운영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비난은 한나라당이 몽땅 덮어쓰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예비선거에 나온 대선 후보들이 캠프를 만들고 현역 상원·하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은 하지만 캠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사조직인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현역 의원이 캠프에 참여하는 바람에 당과 의회 운영이 계파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도 현역 의원이 캠프에 가담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당 대표 후보들이 ‘캠프 민주주의’로 타락한 우리의 정당정치를 살릴 수 있는 좋은 방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 [사설] 세상 변한 줄 모르는 ‘구태’ 국토부 직원들

    국토해양부에서 거푸 터진 연찬회 파문과 현직 과장의 수뢰는 공무원의 구태와 공직기강 해이의 전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나온 ‘지난해 고위공직자 부패가 2000년 이래 최악’이라는 결과를 입증하려는 듯 때맞춰 터져나온 꼴이다. 때문에 청와대·총리실·감사원 등에서 수시로 내세워 온 정권 후반기 공직기강 확립이 무색해졌다. 국토부 직원 17명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제주도에서 국토부 주최 ‘자연친화적 하천관리 연찬회’를 마친 뒤 관련 업체들로부터 향응을 받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적발됐다. 국토부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공무원들이 받은 향응은 놀랍게도 4대강 공사업체들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다. 4대강 사업은 공사 진척과 상관없이 여태껏 적잖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데도 업체들로부터 버젓이 향응을 받다니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공무원과 업체 간의 유착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싸다. 또 심각한 대목은 연찬회 비용 문제다. 업체 등으로부터 연찬회 참여금 명목으로 무려 1억 7000만원을 걷어 쓰고도 1억 5700만원을 남겼지만 국토부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구린내가 나는 이유다. 국토부는 정부 전체의 22%인 1592건의 인·허가권을 가진 만큼 부정 유혹에 노출돼 있다. 역으로 인·허가권은 갑·을 관계의 고리이기도 하다. 이번 연찬회도 마찬가지다. 검찰에 체포된 현직 과장도 갑·을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부동산투자신탁회사를 관리 감독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황식 총리는 어제 또다시 “공직기강 문란으로 국정에 차질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감찰 방침을 내비쳤다. 저축은행 등 대형사건에 따른 어수선한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아야 할 때임에 틀림없다. 정권의 도덕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다만 엄포가 아닌 일벌백계의 단호함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공직기강 바로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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