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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행복 우선… 국가안전 꼴찌/대학생 가치관 우선순위 변화

    한국 대학생들은 30년전에 비해 적극적인 행동과 행복을 중시하는 것으로나타났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한덕웅 교수가 1972년,1982년,1993년,2002년에 각각 대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1일 발표한 ‘한국인의 인생관으로 본 가치관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70·80년대는 자기통제를,90년대 이후에는과제를 해결하는 적극적 행동이 가장 가치있는 인생관으로 꼽혔다. 1970년대 3위를 차지했던 명상을 통한 내적생활은 2002년 7위로 밀려났다. 대인관계 형성과 유지는 1970년대 이후 선호도가 증가해 2002년 2위 자리에올랐다. 1970년대 가장 기피하는 인생관으로 선정된 감각적인 생활은 1980년대 이후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반면 2002년 대학생들은 삶에 순응하는 태도를 최악의 인생관으로 꼽았다. 한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현실문제를 해결하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가치변화를 살펴보면 2002년 대학생들은 80∼90년대대학생들이 중시하던 가정의 안녕보다 행복에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자기긍지,우정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아름다움,평등 등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1980년대 군사정권 등 불안한 사회속에서 최우선 가치로 꼽혔던 나라의 안전은 2002년에 최하위로 밀려났다. 정은주기자 ejung@
  • 멕시코 한국교민 밀수 혐의 33명 구속/표적수사·인종차별 의혹

    (멕시코시티 연합) 멕시코 한국 교민들이 밀수와 상표법 위반 등의 혐의로현지 사법당국에 무더기로 구속됐다. 멕시코 연방 검찰과 경찰은 9일 밀수와 외국 유명상표 위조 및 변조 등의혐의로 지난 주말 체포된 한국 교민 34명 가운데 박모씨 등 33명을 구속하고 멕시코시티 남부와 동부 구치소에 각각 수감했다. 구속된 교민들 가운데 남자는 25명,여자는 8명이며 부부 3쌍과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해외 교민들이 무더기 구속되기는 이례적인 일인 데다,이번 단속에서구속된 외국인은 타이완(臺灣)인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다.따라서▲한국 교민을 상대로 한 ‘표적수사’ ▲또는 동양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의혹 ▲부부를 구속한 사례 등 멕시코 사법당국의 편파적인 처사로 볼때 이번 사건은 자칫하면 양국간 외교마찰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책꽂이/먼 저편 外

    ●먼 저편(이산하 엮음)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1928∼1967)의글을 엮은이가 시집으로 추려 묶었다.게바라는 생전에 시를 남기지는 않았으나 그의 일기 등에서 ‘시적인 것’을 가려 뽑은 것. 엮은이는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지난 82년 등단했으며,87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화산책 8500원. ●안도현의 아침엽서(안도현 지음) 시인 겸 동화작가인 저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여러 작품집에서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도록 산문들을 가려뽑아 사진과 함께 엮었다.‘봄날,그리운 첫사랑’등 모두 4부로 구성됐다.늘푸른소나무 7500원.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심재휘 지음) 올해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한 저자의 첫 시집.평론가 이혜원씨는 “그의 시는 완성품을 지향하는 고전주의적 미학의 기율에 충실한 편”이라며 “균형과 절제의 감각으로 인해 그의 시는 감상이나 허무의 함정에 쉽사리 빠져들지 않는다.”고 평했다.문학세계사 5500원. ●중세의 연가(이형식 편역) 문학의암흑기였던 12∼13세기때 프랑스의 이름모를 시인들이 지은 사랑 이야기.‘라우스틱’‘요넥’‘랑발’‘데지레’등 중·단편 소설 분량의 작품 13편을 실었다.신비한 사랑을 꿈꾸거나 정염을 유일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의 몽상을 담고 있다.궁리 1만원. ●해저 2만리(쥘 베른 지음,김석희 옮김)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의 공상과학 및 모험소설가 쥘 베른의 대표작.그의 작품은 그동안 아동용으로 국내에 소개됐을 뿐 초판본 삽화까지 살린 완역본은 이번이처음이다.열림원은 ‘해저 2만리’와 ‘지구속 여행’에 이어 오는 2005년까지 ‘2년 동안의 휴가’와 ‘지구에서 달까지’ 등 쥘 베른의 작품 15편을완역,출간할 계획이다.열림원 전2권 각 9000원. ●드라이빙 미스터 아인슈타인(마이클 패터니티 지음,최필원 옮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를 소재로 한 이야기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미국의한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엮었다.아인슈타인의 뇌를 통해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성찰하는 소설로 회고록,여행기,전기,명상록 등 다양한형태의 글이 어우러져 있다.문학세계사 8200원. ●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송병선 옮김) 라틴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엮었다.이사벨 아옌데를 비롯해 마갈리 가르시아 라미스,이사벨 가르마,클라리엘 알레그리아 등의 짧은 소설 13편이 실렸다.생각의 나무 8000원. ●아르센 뤼팡의 여인들(모리스 르블랑 지음,남윤지 외 옮김) 샘터사의 추리소설 문고판 출간 기획의 첫 작품으로 셜록 홈즈와 달리 언제나 작품 중에여성이 등장하는 뤼팡 시리즈의 또 다른 백미.뤼팡의 활약과 그를 둘러싼 여성들의 면모를 ‘로맨틱 소설’처럼 살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샘터사전5권 각 5000∼5500원.
  • 책꽂이/ 카프카의 편지 外

    ●카프카의 편지(프란츠 카프카 지음,변난수·권세훈 옮김)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545통을 모아 엮은 책.편지는 1912년부터 약 5년 동안 쓴 것이다.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작품 구상 등을 담고 있다.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으며,편지에는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일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등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중 한 권.3만원. ●냉소와 매혹(김동식 지음)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의 첫 비평집.데뷔작인 ‘글쓰기의 우울:신경숙론’을 비롯,김영현 윤대녕 이인화 은희경 함정임 배수아 백민석 이영유 등의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문과 작가론을 실었다.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이야기,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김민수 지음)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출강중인 저자가 학생들을 위해 쓴 현대 소설이론 입문서.서사문학의 역사와 소설의 형성,소설의 서사구조와 담론의 양상 등을 정리했다.거름 9500원. ●시 속에 꽃이 피었네(고형렬지음) 창작과 비평사의 시선 기획위원이자 계간 ‘시평’의 주간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50여편의 시를 묶었다.‘고형렬의 시로 읽는 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정읍사’부터 정약용 서산대사 김소월 한용운 백석 한하운 서정주 김수영 고은 김남주 박노해 등의 시세계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바다출판사 9800원. ●저 꽃이 불편하다(박영근 지음) 노동문학에 몰두해온 저자의 다섯번째 시집.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비애,자본주의 사회의 몰가치 등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창작과 비평사 5000원. ●달빛가난(김재진 지음) 소설가이자 명상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가난’과 ‘아버지’ ‘여행' 등을 주제로 기존 작품과 신작시를 엮은 시선집.숨쉬는돌 7000원. ●건건여록의 비밀(이태형 지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극우세력의 음모를 그린 소설.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제때 이토 히로부미 총독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상현 교수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편다.일송-북 전2권 각 8500원. ●시간의 여울(이우환 지음) 일본 모노파(物派) 창시자로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지난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94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것을 최근 다시 번역했다.디자인하우스 1만5000원.
  • 여성경영자 4인의 ‘나의 성공스토리’/ “경영엔 男女없다”벽 넘은 女CEO

    ‘부(富)와 명예를 거머쥔 여성 최고경영자(CEO)’ 최근 들어 경제계에 옹골찬 집념으로 사업에 성공한 여성 CEO가 늘고 있다.이들은 여성들의 섬세함을 넘어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CEO 자리를 파고들고 있다.특히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30∼40대 젊은 여성 CEO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추세다.이들은 최근 ‘여성기업인경영연구모임’을 발족,경영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등 여성 기업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업계에서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 CEO 4인방을 만나 성공 스토리와 경영 철학을 들어본다. ***남편사업 봐주다 대표직 ‘인수' ◆‘여성 기업인의 맏언니’ 이헌자(李憲子) 국제스틸공업 회장 이 회장(60)은 ‘여장부’로 불린다.여성으로는 ‘쇠’를 다루는 다소 버거운 사업체 대표와 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서 슈퍼우먼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그는 건강이 나빠진 남편 사업을 봐주다가 대표직을 맡게 된 이색적인 케이스.이 회장은 “한발 담궜다가 푹 빠져버렸다.”며 사업에 뛰어든 10년 전을 회고했다.“처음엔 아무 것도 몰라 속으로만 끙끙 앓았어요.직원들에게 무시당할 것 같기도 했고….” 그는 한참 뒤에야 기초부터 다져야겠다고 마음먹고 담당자들을 불러 일을 배웠다.적성에도 맞아 재미도 붙어갔다.남편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아쉬움이 많아 남편에게“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청했다.정밀하고 섬세함을 요구하는 주조(鑄造)가 여성에게 알맞는 직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이것이 이 회장이 ‘철(鐵)의 CEO’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그는 언행(言行)이 맞아야 하고 신의가 있어야 남녀를 떠나 기업가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이 중요” 작업복차림 근무 ◆‘변신의 귀재’ 김추자(金秋子) 대림개발 사장 김 사장(41)은 작업복 차림으로 하루를 보낸다.그는 사업에 몰두하려면 옷차림부터 현장에 어울려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그는 당초 전북특수학교 수학교사였다.결혼으로 서울에 올라온 뒤 학원 강사를 하던 중 친구로부터 활달한 성격이 사업에 맞을 것이란 말을 듣고 사업에 뛰어 들었다. 92년4월 단돈 2억원으로 1회용 포장용기사업을 시작했다.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은 확장돼 94∼95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15%를 웃도는 등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포장용품 사용 규제를 강화하면서 첫번째 고비를 맞았다.“판로를 뚫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1년여간 연구끝에 건축물에 무늬를 넣을 때 사용하는‘문양 거푸집’을 개발해 냈다.이 제품은 거푸집 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96년 방음벽 생산에 이어 올해 고강도 삼중벽관을 개발했다. “성장을 위한 원동력은 ‘도전정신’입니다.고비마다 연구개발에 매진,새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성공비결입니다.” ***개발자 보조역 자처 ‘수평적 사고' ◆‘벤처인 전형’ 정영희(鄭暎熹) 소프트맥스 사장 정 사장(38)은 늘 변화를 추구한다.게임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성이 그러하다. 그의 창업 결심은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납품하는 중소기업 입사에서 비롯됐다.이후 회사가 부도나면서 93년 12월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하에 20평정도의 조그마한 사무실을 내 사업을 시작했다.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을 이끈 소프트맥스의 시초가 된 셈이다.정 사장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스스로 사장 자리와 여성의 나약한 모습을 버리고 게임 개발자들의 보조역을 자처했다.96년 ‘창세기전1’을 게임업계 최초로 일본에 수출하면서 오랜 노력이 빛을 보는 듯했다.그러나 2년뒤 유통사의 부도로 어음 4억원이 종이조각이 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정 사장은 “고통을 수반하는 위기는 항상 새로운 기회도 가져온다.”는 신념으로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그는 성공한 CEO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여성’이라는 것을 가리기 위해 남성스러움을 보이는 것보다 외유내강형 CEO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충고했다. ***소비자 속마음 꿰뚫는 경영자 ◆‘마케팅의 달인’ 임영현(林英賢) 대양이앤씨 사장 임 사장(43)은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엠씨스퀘어’를 집중력 학습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임 사장이 회사경영에 참여한 것은 결혼 1년만인 지난 90년.돈피(豚皮)무역으로 큰 이익을 봤던 남편이 업종 전환을 시도한 직후였다.당시 대양이앤씨는 미국 LSR사에서 명상과 휴식용으로 개발한 엠씨스퀘어를 학습보조장치로 개조해 출시한 상태였다. 임 사장은 대영이앤씨 입사초기부터 경영일선에 참여했다.이때부터 ‘있는 그대로를 알리는 정직한 홍보와 영업’을 모토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집중적인 홍보를 시작했다.24시간 이내 신속한 AS체제 등 한발 앞선 서비스도 도입했다. 고객담당,기획 등을 도맡으면서 뛰어난 시장개척 능력이 있다는 평을 얻었다.임 사장은 최근 엠씨스퀘어 기능이 내장된 모바일 무선학습서비스 ‘네이트 모티사업’을 시작,신화 재창조에 나섰다. 최여경 정은주기자 kid@
  • [씨줄날줄] 남북 이산 문화재

    “미륵보살의 깊은 명상과 자애를,여성적이면서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신체가 조용하고도 힘차게 상징하고 있다.이상화된 얼굴에는 말로 형용할 수없는 불가사의한 미소의 흔적이 (중략)영원한 적막을 깨뜨리는 것 같으면서 실은 그것을 더 강조하고 있는 벌어진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동작과 묘사는 한마디로 신묘(神妙).” 작고한 고미술사가 김원룡박사는 저서 ‘한국미의 탐구’(1978,열화당)에서 이렇게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왼 무릎위에 오른 다리를 걸치고 뺨에 오른 손가락을 살짝 대어 깊은 명상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부터 통일신라 초기까지 약 100년간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김 박사가 예찬한 국보 83호는 7세기전반 신라작품으로 6세기 후반 백제 작품인 국보 78호와 함께 한국 고미술의 최고 걸작품으로 꼽힌다.이 작품들은 또한 일본의 국보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과 많은 부분이 비슷해 한국미술의 일본전파 사실을 입증하는 작품으로 귀중한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가상은 신라와 백제에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구려는 적어도 6세기까지는 삼국 가운데 가장 앞선 불교미술을 갖고 있었다.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18호,평양 평천리 출토 금동미륵반가상은 7세기 전반 고구려의 반가상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 반가상이 북에 남겨두고 온 자신의 반쪽과 ‘이산(離散) 상봉’을 한다고 한다.오는 12월6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북한 고구려 미술품 특별전에서 남쪽의 사유상 본체와 북한 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배(光背)부분을 나란히 전시한다는 것이다.그동안 고미술사학계에서는 북한이 국보로 보존해 온 ‘영강 7년명 금동광배’가 호암미술관의 금동반가상과 한 짝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어 왔다.직접 작품을 분석해 봐야 확인될 일이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남북 이산 문화재’의 첫 상봉이 되는 셈이다.학계는 평남 원오리 절터 출토의 흙부처 등 ‘남북이산문화재’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남북 학술교류를 본격화해 문화재의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책/ 삶을 가르치는 은자들, 명상…사색…금욕…인생 밝히는 隱者의 삶

    산업사회를 사는 현대인은 ‘관계의 포로’다.오로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위치지어지고 명명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는다.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요,영적인 존귀함에 대한 망각이다.인간 본래의 절대적인 존엄성을 되찾을 방도는 없을까.사람들은 흔히 정신적인 가치에 기대어 고유의 본성을 회복하려 한다.명상을 하고 사색을 하고 나아가 은둔이라는 극단적인 방편을 택한다. ‘삶을 가르치는 은자들’(피터 프랜스 지음,정진욱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은 역사상 위대한 은자들로 기억되는 이들의 삶을 조명,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밝게 틔어준다. 은자의 역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고 할 만큼 전통이 깊다.어느 시대건 단독자로서의 은자는 존재했다.노자와 장자가 그랬고 죽림칠현이 그랬다.견유학파(犬儒學派)를 포함한 일단의 소피스트나 오지의 점성술사 또한 은자적 삶을 누렸다.역사 속의 은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은자들의 삶은 오랫동안 일반인에게 오해를 샀다.“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언적 명령이 그 유력한 근거가 됐다.아리스토텔레스는 교양의 세례를 받은 그리스인답게 “인간의 진정한 미덕은 공동체를 이뤄 사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말은 후대 은자들의 실천적인 삶을 통해 수정됐다.특히 견유학파는 문화(nomos)보다는 자연(physis)에 주목함으로써 은자들을 위한 철학의 기초를 마련했다.그들은 문명이 경제적·정치적 안정을 확보해 줄지는 모르지만,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덕적 고결함을 잃은 대가라고 설파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그리스의 파트모스 섬에서 명상을 하며 지내는 저자에 따르면 은자는 현실도피자도 초월자도 아니다.현실을 바로 알고자 역설적으로 현실과 거리를 두는 ‘자발적 소외자’일 뿐이다.은자들에게 은둔은 의도적으로 선택되는 ‘사회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은둔은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선택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종교적인 수행과 결합해 이뤄진다.그럴 경우 은둔은 보다 합목적적인 행위로 간주된다.종교적인 영성을 획득해 구원의 빛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동시에그 삶을 드러내지 않는다.이 책에 등장하는 성 안토니를 비롯한 황야의 교부들,라마크리슈나,스트레츠 레오니드,그리고 샤를 드 푸코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황야의 교부들(Desert Fathers)은 사회를 이탈해 인간의 삶터로는 부적합한 곳으로 여겨진 지역에 정착하는 식으로 동시대 사회에 거부를 드러냈다.그들은 초기 기독교 시대에 그리스도가 남긴 ‘사막의 고행’비유에 영향을 받아 사막에서 극단적인 은거를 추구했다.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 이집트의 성 안토니다.부유한 기독교도인 부모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았지만,그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은거생활로 들어갔다.나일강 동쪽 사막 피스피르의 버려진 성채에서 6개월에 한번씩 빵과 물을 공급받으며 사람들과 일체 접촉하지 않은 채 20년 넘게 살았다.그가 추구한 것은 바로 금욕을 통한 참된 인간성의 회복이었다. 이와는 달리 정치적인 소신에 따라 ‘저항으로서의 은거’를 실천한 사람이 미국문학의 고전 ‘월든’(1854)을 쓴 헨리 데이빗소로다.사회문제에 언제나 민감한 반응을 보인 소로는 1846년 7월 멕시코 전쟁에 반대,인두세 납부를 거부한 죄로 투옥됐다.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쓴 ‘시민의 반항’(1849)은 훗날 간디의 사상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그는 자신이 숲으로 들어간 이유를 “삶을 신중하게 살고 싶고,오직 삶의 가장 핵심적인 것만을 마주하고 싶고,죽음이 다가왔을 때 삶을 헛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라고 말했지만 그의 은거는 자신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몰고 왔다.그는 오늘날 활발하게 논의되는 시민불족종과 생태주의 운동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현대의 은자로 불리는 토머스 머튼과 로버트 랙스를 소개하면서 현대적 삶에서의 고독과 은둔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탐색한다.책의 화두인 은둔의 의미는 ‘그리스도교 묵상자’토머스머튼의 말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은둔은 모든 가면과 위선을 벗기는 일이다.은둔은 절대로 허위를 참아주지 않는다.명백한 확언이나 침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숲의 고요에 의해 조롱받고 심판받는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국내공연 갖는 ‘단테 신곡 3부작’ 상상속 지옥과 천국 무대위에 펼친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지옥,연옥,천국이 무대에서는 어떻게 그려질까.철벽으로 완고하게 둘러싸인 음침한 공간.검고 어슴푸레한 물이 바닥 가득 흘러 넘치고,반라의 배우들은 창백한 얼굴로 부유한다.연출가 토마스 판두르가 형상화한 지옥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의 신곡을 스펙터클하게 눈 앞에 펼쳐,10년간 유럽에서 찬사를 받아온 ‘지옥’‘연옥과 천국’등 신곡 3부작이 국내 무대를 찾는다.창립 159주년을 맞는 독일의 탈리아극장이,세계 연극계가 주목하는 슬로베니아 출신 연출가를 초빙해 만든 작품이다. ‘나의 이름은 발칸이다.’라는 천사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지옥’편은 단테가 그려낸 지옥이 여전히 이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암시한다.살아있는 영혼으로는 처음으로 사후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단테.고대 시대의 위대한 사상가들,쾌락 때문에 채찍질 당하는 정부들,이교도와 사기꾼과 함께 단테는 발칸과 유럽,그리고 지금 이 세계의 죽음을 본다. 연출가 판두르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발칸 반도의 현재상황이 극중에 녹아있는 것.분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딸들은 폭행당하고 남자들은 살해당한’ 민족의 현실에서 받은 충격과 영감이 극을 끌어가는 모티브가 됐다.총칼로 무장한 배우들은 판두르의 강렬한 체험이 반영된 것이다. 망각의 강을 건너 지옥의 마지막 지점이 열리고 단테는 새로운 하늘로 향하는 길을 본다.신곡의 두번째 ‘연옥과 천국’.‘연옥’은 우울함의 세계인 동시에 영혼이 정화되는 곳이다.단테의 눈 앞에 시와 기도,명상으로 가득한 풍경이 펼쳐진다.천상으로 인도할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에 이르면 밝고 하얀 세계가 펼쳐진다.웨이터 복장으로 접시를 나르는 배우들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가지 다른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이미지는 물.‘지옥’에서는 죄의 늪을,‘연옥’에서는 기억과 상처를 씻어주는 정화를,‘천국’에서는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을 표상한다. 물과 함께 빛,움직임,상징적인 도구들이 사용돼 언어가 절제된 대신 살아움직이는 이미지가 넘실댄다.반원으로 둘러싼 7∼8m의 거대한 철벽과 회당 3만2000ℓ의물이 바닥에 흐르는 무대는 가장 큰 볼거리. 첼로와 튜바,퍼커션 등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은 때로는 부드러운 그레고리안 성가를,때로는 호전적이면서도 신비한 발칸의 전통음악을 선사한다.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언더그라운드’‘집시의 시간’을 맡았던 사라예보 출신의 고란 브레고비치 작곡이다. ‘지옥’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여기자역에는 한국 배우 손봉숙이 출연한다.지옥에서 지금껏 벌어진 상황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역할.이 부분만 한국어로 진행된다.다른 부분은 독일어로 자막이 제공된다.1시간30분의 ‘지옥’편은 1일 오후8시,2일 오후6시,3일 오후3시,3시간의 ‘연옥과 천국’편은 5∼7일 오후7시30분.LG아트센터.2만∼5만원.(02)2005-0114. 김소연기자 purple@
  • 책/ 행복의 발견 - “행복이 뭘까?” 동서고금의 행복찾기

    기원전 6세기 아테네의 입법가 솔론은 살아있는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했다.죽은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람의 생애를 요약하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그 사람이 행복한지 어떤지 모른다는 것이다.행복이란 이처럼 요령부득의 개념이다.행복이 무엇인가라는 물음 자체가 우문일지도 모른다. 최근 출간된 ‘행복의 발견’(스튜어트 매크리디 엮음,김석희 옮김,휴머니스트 펴냄)은 동서고금의 행복테마를 탐험하면서 행복에 대한 인간의 관념과 성찰의 흔적을 보여준다. 흔히 회자되는 것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이다.그에 따르면 행복은 평생동안 최고의 미덕,곧 철학적 명상을 실천하는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은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대학교육을 사실상 독점했기 때문에 그의 행복론은 학자들에게 대대로 주입됐다.중세 그리스 철학은 이슬람교·기독교·유대교의 지식인들을 똑같이 지배했다.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신플라톤주의는 일신교와 조화를 이뤘다.그리스 철학은 명상적 정신을 지닌 이들에게행복을 하나의 매력적인 ‘지적’ 성취로 보는 시각을 제공했다. 중세 생활의 주안점은 우울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아시시의 빈자’ 성프란체스코는 우울해 보이는 한 수도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나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쾌활하려고 애써라.하느님의 종이 슬픔을 드러내고 우울한 얼굴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웃음 또한 얼굴과 몸을 무질서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쁜 것으로 간주됐다.성 프란체스코는 웃음이 아니라,사지(四肢)의 조화와 평온한 얼굴 표정 이른바 ‘고딕 스마일(Gothic smile)’을 행복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겼다. 이 책에서는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신비주의적 수행 양상도 소개한다.대표적인 예가 유대교의 ‘카발라(Kabbalah,전승·전통)’다.카발라는 성서와 탈무드,유대인의 관습,그리고 무엇보다 삶 자체를 반영하는 유대 신비주의 사상을 가리키는 말이다.카발라 기도서는 이런 말로 시작된다.“저는 이로써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받아들이겠습니다.”유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남을 행복하게 해줄 때 가장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동양의 행복관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장자의 ‘지락무락(至樂無樂)’론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장자는 지극한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 것이라는 이 지독한 역설을 통해 부귀·명예 등의 세속적인 가치는 행복의 요소가 아니라 한갓 무의미한 허영이나 스스로 불러들인 부담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행복의 불가결한 조건 중 하나로 ‘폴리애나 원칙’을 든다.폴리애나 원칙이란 행복한 사람은 낙천적이고,지난 일 중에서도 좋은 것만 기억하는 따위의 긍정적인 성향을 일컫는 말.엘리노어 포터의 소설 ‘폴리애나’에서 늘 밝은 면만 보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에서 빌려왔다. 행복이란 결국 여러 예에서 보듯 지극히 상식적이고 개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편집자에게/ 청소년에게 건전 소비생활 가르쳐야

    -저소득층 저축률 급감(10월24일자 2면) 기사를 읽고 우리 속담에 ‘검소와 절약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3년을 낭비하고 망하지 않는 부자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국토도 좁고 자원도 부족한 환경속에서 우리나라가 오늘의 발전을 이룩한 길은 근검 절약에 있었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도 부강하게 된 데는 국민들의 검소한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검소한 생활과 절약하는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선진국이 선진국된 비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의 소비행태를 보면 고급재·사치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들은 고가 외제품이나 명품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학생들도 유명상표가 붙은 신발이나 옷만 입으려 하고 조금만 오래된 것이면 무조건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이러다 보니 젊은층의 저축률은 낮아지고 소비재 수입도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저소득층의 저축률도 낮아졌다고 한다.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불과 5년전에 우리가 뼈아프게 경험한 외환위기의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외환위기는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부가,기업이,모든 국민이 분수에 넘치는 소비생활과 투자를 벌였기 때문이다.이제부터라도 학교와 가정에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소비생활을 가르쳐야 한다. 정부에서도 저소득층의 소득증대와 재산형성을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한도희/ 신한은행 개인고객부장
  • 1인극 ‘슬픔의 일곱단계’ 나자명씨 국내배우 첫 도쿄예술제 초청받아

    연극배우 나자명(34).그녀는 참 눈물이 많다.극중 배역에 관해 말하면서 내내 눈물을 글썽인다. “힘없는 한 여인이 폭력 앞에서 그저 슬퍼하고 있어요.문화가 말살되고 형제들이 죽임을 당하지만 슬픈 마음을 두 손에 담아 침묵의 시위를 벌일 뿐이죠.” 나자명은 호주 원주민 여인의 삶을 담은 1인극 ‘슬픔의 일곱단계(The 7 Stages of Grieving)’의 주인공으로 도쿄국제예술제에 초청받았다.국내배우로는 처음이다. ‘슬픔의…’는 호주 원주민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웨슬리 이노크의 작품으로,일본 극단 라쿠텐단(樂天團)의 와다요시오 연출로 새달 11∼19일 도쿄국제예술제 무대에 오른다.초청작 20여편 가운데 하나다. 그녀가 라쿠텐단 극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올 3월 캐나다 극작가 톰슨 하이웨이의 작품 ‘레즈 시스터스’에 출연하면서부터.성과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원주민 역으로 초청받아 도쿄 가제극장 무대에 섰다.“그 작품을 하면서 사는 희망을 얻었어요.잘못된 것을 사실인 양 눈감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레즈…’로 더욱 성숙해졌다는 그녀는 이번 역도 그에 못지 않은 상처 투성이라고 설명했다.“전 예쁜 역은 닭살이 돋아요.찢기고 무너지는 역에 더 몰입할 수 있고요.” 그녀는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에게도 울림이 있을 것 같다며,내년 가을까지는 ‘슬픔의…’를 국내 무대에 올리겠다고 했다. 연극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그녀는 일본 쇼와 음악예술대학과 영국 런던배우훈련 스튜디오에서 공부했다.지난 98년 일본 문부성 초청으로 6개월간 연수를 받기도 했다.일본에 체류하던 중 극단 신주쿠 양산박의 ‘오적’에 참가했고,국내에서는 뮤지컬 ‘환타스틱스’‘코러스 라인’,연극 ‘햄버거에 대한 명상’등에 출연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배한봉씨 두번째 시집 ‘우포늪 왁새’ - 우포늪에서 생명을 보았네

    배한봉은 시인이다.그냥 시인이 아니라 이 땅의 생태 역사가 숨쉬는 우포늪지기 시인이다.왜가리와 개구리밥,자운영,가시연꽃 등속과 더불어 우포늪 ‘맑은’ 물에 베잠방이를 적시고 사는 그의 시는,그래선지 온통 자연색이다.어디에도 인공 감미료의 역겨움이 배어 있지 않다.청량하고 담백하다. ‘온 몸에 돋은 가시로 제 살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터질 수 없는 선지빛 꽃의 뇌관.(중략)분노와 증오,탄식마저 사랑해야 할 여름의 끝,빈 손으로 돌아온 이들을 위해 불을 댕기는 저 꽃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울고 싶은 것이다.’(가시연꽃 중)라는 그는 우포를 떠나서는 이미 시인이 아닐는지도 모른다.그의 시정은 가시연꽃처럼 끝모를 늪의 깊이를 향해서만 비로소 벙그는 꽃 같은 것. 그의 두번째 시집 ‘우포늪 왁새’(시와 시학사)는 흔한 시평 하나 없는 숭늉처럼 밍밍한 시집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물위를 비추는 아침 빛살처럼 눈시리게 다가온다. ‘나는 지금 1억년 전의 사서(史書)를 읽고 있다/빗방울은 대지에 스며들뿐만 아니라/돌 속에 북두칠성을 박아놓고 우주의 거리를 잰다/신호처럼 일제히 귀뚜리의 송신이 그치고/들국 몇 송이 나즉한 바람에 휘어질 때/세상의 젖이 되었던 비는,마지막 몇 방울의 힘으로/돌 속에 들어가 긴 잠을 청했으리라’(빗방울 화석 중) 이처럼 그의 시세계는 ‘우포’ 또는 ‘우포의 생태’라는 현실을 통해 잊혀진 역사와 만나고,‘돌 속의 잠’으로 표현되는 현실 또는 현실 이후의 날들과도 만나기를 희망한다.다시 곱씹어 보라.낱알 같은 빗방울 하나에서 근원조차도 모를 생명의 기원을 보는 시인의 명상은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 시편에 나타난 그의 주지(主知) 지향적 진지함은 많은 사람들이 ‘생태의 보물창고’라는 우포늪에서 하나의 기원을 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 진지함은 ‘봄이 지뢰를 밟았다’(자운영 꽃밭에서)거나 ‘비로소 지느러미 흔들며 입을 뻐끔거리는 물고기와/부화된 유충들의 오랜 믿음이/한 뜸씩 유영의 무늬를 수놓는 물의 성소’(물의 신전)에서처럼 현상이 그의 시적 정수기를 거쳐 구체화된다. 이런 그의 시가 더 포근한 것은 자칫 냉랭할 수있는 주지적 경향을 ‘사람 냄새’로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6월 우포늪에 오려면 우항산 멍석딸기 익을 때가 좋고요/우항산 가는 길은 물억새 키를 덮는 토평둑이 좋지요’라는 그의 우포 사랑이 ‘달콤시큼’하다.5500원. 심재억기자
  • [사설] 돼지 방역 문제 있다

    돼지 콜레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강화에서는 8일 이후 3곳에서 콜레라에 걸린 돼지가 발견돼 6108마리가 살(殺)처분됐다.문제는 그 지역 농가 돼지들은 최소 40일간 출하·이동·입식이 중단되기 때문에 양돈 사업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이다.더욱이 콜레라를 조기에 박멸하지 못하면 지난해 구제역의 발생으로 중단된 대일(對日)수출이 늦어져 피해가 커진다. 농림부 등 당국은 16일 취약 지역인 전국 26개 시·군에 돼지 임상관찰 및 혈청검사를 지시했다.현재 우리나라는 1만 7000가구가 880만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다.그러나 양돈 농가들은 콜레라가 이미 내륙으로 번졌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당국은 강화에서 콜레라가 처음 발견되자 주변 지역 돼지를 표본조사한 뒤 ‘음성 판정’을 내렸으나, 2곳에서 추가로 발견돼 방역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당국은 3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지만 표본조사까지 했으므로 설득력이 부족하다.돼지값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발병소문이 나돌자 김포·부천 등으로 돼지를 무더기 출하했던 것도 확산을우려하게 한다. 당국은 역학조사를 서둘러 돼지들이 처음에 어떻게 콜레라에 감염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그래야 추가 발병과 확산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현재로서는 동남아를 여행한 사람이 돼지 콜레라 균을 몸에 묻혀와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양돈 농가들도 스스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혈청검사로 감염을 확인할 수 있기까지는 최장 40일이 걸리는 만큼,다른 돼지가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소독이 필수적이다.당국에 따르면 1주일에 한번씩 소독을 하면 다른 돼지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한다.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사회가 붕 떠 있다는 지적이 많다.만약 이런 때 ‘돼지 파동’이라도 나면 관계 당국은 농민들과 정치권으로부터 더욱더 비난을 받을 것이다.
  • 北·中 ‘양빈 갈등’ 표면화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양빈(楊斌) 파문은 ‘잇몸과 이의 관계(脣亡齒寒)’를 자랑하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 외교적 마찰로 번지는 분위기다.양국은 사건 직후부터 막후에서 외교채널을 가동,사태 확산을 막고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으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다. ◇외교 채널 가동-북·중 양국은 양빈 파문의 조기 수습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양국간 외교 마찰이 신의주 경제개발과 양국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양빈 행정장관에 대한 주거감시(연금) 조치와 함께 부부장(차관)급 고위 당국자를 북한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측으론 양빈 장관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체면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도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오는 15일쯤 중국으로 보낸다는 원칙을 정하고 일정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친선 교류차 올초부터 예정된 방문이지만 양빈 파문을조기에 매듭지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양빈 처리는-양빈 장관이 가택 연금에 놓인 가운데 향후 최대 관심사는 양빈의 사법처리와 장관직 유지 여부다. 현지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양빈과 어우야(歐亞) 그룹의 범죄 혐의를 여러달 동안 조사한 끝에 양빈장관을 연행,연금 조치를 취한 만큼 손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북·중 관계의 특수성과 양 장관의 인적 배경 등을 고려,사법처리보다는 거액의 세금 추징 등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체납금과 탈루 세금에 대해 추징하고 추방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양빈 장관이 특구 행정장관직을 계속 유지할지는 현재 불투명하다.중국 소식통들은 “중국 최고 수뇌부가 양빈 장관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 만큼 북한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신의주 개발특구 성공이 중국의 지원 여부가 결정적인 만큼 대안을 물색하고 있다는분석도 심심치 않다.더욱이 양빈 장관을 임명한 주체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인 만큼 김정일 위원장이 그를 교체하는데 부담이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양빈의 조기교체를 통해 치명상을 입은 신의주 특구의 대외신인도 회복에 최우선 목표를 둘 것이란 분석이다. oilman@
  • 中 양빈 체포 파장/ 北 신의주특구 신뢰도 치명상

    중국 당국의 양빈(楊斌) 신의주 특구 장관의 전격 체포로 북한이 체제 위협을 무릅쓰고 추진해온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는 등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게 될 전망이다.또 중국 당국의 의도가 무엇이든,양빈 장관에 대한 체포가 북한의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 자체에 커다란 손상을 입히고,제동을 건 셈이 돼 북·중 관계에도 미묘한 기류가 예상되고 있다. ◆빨간 불 켜진 신의주 특구-양빈 장관의 체포는 일단 초기 투자 유치가 생명인 특구개발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북한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한다 해도 한번 추락한 신뢰성은 복구하기 힘들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본사 명예논설위원)는 “신의주 특구는 양빈이란 ‘인물’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는 점에서,북한 정부의 정책결정 시스템전체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국내 대기업은 물론 화교 및 일본자본,유럽 자본 등은 북한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더라도 일단은 관망 자세를 유지할 게 뻔하다. ◆북한의 선택-자신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양아들’이라고까지 말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온 양빈의 체포로 가장 곤혹스러운 당사자는 북한 당국이다.현재까지 아무런 공식적인 반응을 내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김위원장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북한이 양빈 장관에 대한 조치를 곧바로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조명철(趙明澈)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으로선 경험과 아이디어,해외 인맥 등에서 양빈보다 나은 인물이 주변에 없다.”면서 “특구의 탄력성을 다시 얻기 위해 교체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더라도 시간을 둬 가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양빈과 김 위원장의 밀접한관계로 봤을 때,양빈을 경질하면 북측에 불리한 내용을 폭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따라서 교체하더라도 중국측 요인에 의해 교체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란 설명이다. 서동만(徐東萬) 상지대 교수는 “신의주 특구가 갖는 의미가 북한 안팎으로 굉장히 크기 때문에 북한 정부가 중국측과 외교적으로 접촉,사태의 조기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화 위복의 계기?-오히려 이번 사건이 그동안 양 장관의 사업 수완 능력에만 의존해온 북한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 외자유치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있다. 또 북한이 중국측의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한 뒤,중국을 통한 개방 전략을 포기하고 남한을 통한 개혁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즉 신의주를 통하더라도 우리와 협력하거나,개성 공단쪽에 주력할 긍정적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조명철 연구원은 “비자 문제와 통관절차 등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신의주 특구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측이 절감하고 있다는 점에서,중국측의 제동을 경험한 이번 기회에 개혁·개방 정책에서 남한과 전격적으로 손잡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그동안 북한은 남한과의 특구 합작사업의 성공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남한체제로의 진입이 ‘흡수통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를 기피해 왔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정치권 합종연횡/ “누구와 손잡을까” JP 행복한 고민

    한나라당이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와 공조를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고립무원으로 비쳐졌던 자민련과 JP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아직까지도 불안정한 대선지형에서 이들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현재 자민련과 JP는 민주당내 비노(非盧)·반노(反盧)는 물론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신호를 받고 있다.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게다가 줄곧 JP 고사작전을 펴오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진영마저 공조타진 움직임이 공개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민련에서는 정몽준 신당과 민주당내 비노의 후보단일화 추진 움직임 등을 지켜본 뒤 공조할 정치세력을 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물론 한나라당의 공조타진 움직임에 대해선 싫지만은 않다면서도 “내칠때는 언제고…”라며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재도 신중하다.지난달 8일 정몽준 의원과 점심을 함께 한 이래 잠잠했던 김 총재는 3일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정국구상을 가다듬었다.다만 섣부른 선택시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을 것을 우려,여론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마지막 결단을 준비중이다. 김 총재의 선택에 대해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당내 분위기는 민주당내 비노파와의 신당창당,후보단일화를 통해 될 사람을 밀자는 것”이라며 짐짓 JP가 정몽준 의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인상을 주려 했다.반면 자민련내에는 이회창 후보와 공조 내지는 연대를 주장하는 의원도 적지않다. 따라서 한나라당과의 공조론이 꼬일 경우엔 자민련의 분열을 앞당기는 재료로 작용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이춘규기자 taein@
  • 본사 주최 올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수상자 내한공연 국제무대 ‘예비대가’들과의 만남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상위에 입상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다.‘세계 3대 콩쿠르의 하나’라는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 대회는 그만큼 권위를 인정받는다. 지금은 지휘자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명훈이 1974년 피아노 부문에서 2등을 차지한 뒤 서울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인 것도 이 대회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8년 시작된 이 콩쿠르가 올해 모스크바에서 제12회 대회를 치렀다.이번 대회 각 부문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둔 음악가들이 대거 내한하여 연주회를 갖는다.오는 8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02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수상자 내한공연’은 대한매일과 스포츠서울,한중문화재단이 함께 주최한다.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그 이름을 자주 듣게 될 싱싱한 ‘예비 대가’들의 때묻지않은 연주를 즐기고,말로만 듣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수준도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듯. 이 콩쿠르의 정식명칭은 ‘차이코프스키 기념 국제콩쿠르’.제1회 때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 뿐이었으나 62년 2회 때 첼로가,66년 3회 때 성악이 추가되어 모두 4개 부문이 됐다. 이번 내한 연주회에는 바이올린 부문에서 1등 없는 2등을 차지한 중국의 시첸,첼로에서 역시 1등 없는 2등을 한 독일의 요하네스 모제르가 무대에 선다.성악 남녀부에서 각각 1등상을 받은 미하일 카자코프(베이스)와 아파나시에바 아이탈리나(메조소프라노),피아노에서 2등을 한 알렉세이 나비울린 등 세 사람의 러시아 음악가도 한국 팬들에게 선을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시첸.4살에 바이올린을 손에 잡아 5살부터 선양음악원에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뒤 해외유학을 하지 않고 베이징 음악원에서 공부한 ‘중국 토종’이다.현재도 국립중앙음악원에서 린야오지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시첸은 차이코프스키의 명상곡 작품 42의 2와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한다. 첼로의 요하네스 모제르는 이미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연주를 하고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에도 초청받는 등 솔로이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차이코프스키의 카프리치오 작품 62와 슈만의 3개의 노래에 의한 환상곡 작품 73을 들려준다. 아이탈리나는 야쿠츠크 국립오페라·발레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한다.차이코프스키의 ‘만약 나를 안다면’과 루빈슈타인의 ‘밤’을 노래한다.카자코프는 지난해 볼쇼이극장에 솔로이스트로 입단했다.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 ‘돈 주앙’과 보로딘의 오페라 ‘황제 이고르’에서 ‘한나 콘차카의 아리아’를 부른다. 피아노의 나비울린은 차이코프스키의 춤의 무대 작품 72의 19와 스트라빈스키의 ‘인형’을 연주할 예정이다. 한편 시첸과 모제르의 피아노반주는 나탈리아 오스트콘,아이탈리나와 카자코프의 반주는 예프게니 탈리스만이 맡는다.(02)847-8988. 서동철기자 dcsuh@
  • ‘미디어-시티 서울 2002’ 개막/ 시각·촉각·청각 자극 ‘디지털아트의 세계’

    “짝짝짝!” 박수를 치자 뒤돌아선 여자가 서서히 되돌아본다.박수 소리가 커지자 온전한 얼굴을 보여주며 귀엽게 윙크까지 한다.미소를 보여주던 그녀는 관객의 관심이 사라지자 삐친 듯 냉정히 뒤돌아 선다.관람객과의 의사소통을 강조한 홍성철의 미디어 작품 ‘플리즈 콜 미(Please call me!)’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2’가 지난 26일 개막했다.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 돌담길,시청앞 광장 등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미디어 전문 아트 축제다. “달빛은 실체가 아니라 태양빛을 반사한 이미지”라는 프랑스의 기호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론에서 차용한 주제의식 ‘달빛 흐름’을 충실하게 반영한 디지털 미디어 작품들이 선보인다.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뉴욕대 교수로 재직 중인 코디 최,파리 퐁피두센터의 소장 작가인 켄 파인골드,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최첨단 공학기술 박람회)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야스히로 스즈키 등 국내작가 37명,해외작가 42명,웹전시작가 50명 등 모두 130여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4가지로 분류된다.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가정해 구성된 ‘디지털 서브라임’과 목욕탕 부엌 거실 등 일상의 주거공간을 새롭게 세팅한 ‘루나 노바’,웹작가들이 실시간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사이버 마인드’,덕수궁 돌담길에 펼쳐질 ‘아웃도어 프로젝트’등이다.디지털이란 최첨단 미디어 작품들이 관객과 상호교류하며 시각·청각·촉각 등을 자극한다. 입구에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가 관객을 맞이한다.그 대각선 맞은 편으로 코디 최의 ‘트윈 퓨너럴’이 걸려 있다.장례식 장면들을 웹에서 다운로드 받은 후 픽셀 사이즈를 확대해 캔버스에 옮긴 작품으로,신미디어의 기류인 ‘데이터베이스 페인팅’을 선보인다. 첫 전시실로 들어서면 어둡고 때론 깜깜하다.그 속에서 달의 여신 ‘루나’가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다.우선 심현주의 ‘달과 강’과 이경호의 ‘전자달’이 눈에 띈다.심씨의 작품은 한강을 연상시키는 작은 수로를 따라 전자공이 움직인다.그 움직임이 프로젝션을 통해 또다른 영상을 보여주는데,가상현실에서는 제목 그대로 달과 강이 된다.이씨의 ‘전자 달’은 사람들이 센서에 손을 갖다대면 그 움직임에 따라 원이 다양한 크기와 모습으로 변한다.개기 월식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카오스 이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외부에서 들어오는 물리적 충격(그림자의 크기)을 정확히 계산해 달의 모습을 변화시킨다.외부 충격이 없으면 달은 다시 평정을 찾는다. 켄 파인골드의 ‘카드의 집’에서는 인형의 머리가 3차원 공간을 떠돈다.화상의 인형과 실제의 관객이 대화할 수 있다.유감인 점은 영어로 또렷하게 질문해야 한다는 것.예를 들면 관객이 ‘사랑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인형은 방대하게 쌓여 있는 자료 속에서 ‘사랑’을 인출해 이러쿵저러쿵 답변한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록가수 비욕과 인서트사일런스의 공동작품인 ‘파간 포이트리’는 ‘움직이는 드로잉’이다.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그림을 손가락으로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며 새로운 영상을 보여준다.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작품이다. 전시실을 옮겨가면 임상빈·강은영의 ‘디지스케이프’라는 평면작업이 나온다.귓불 손가락 지문 배 등 인체의 각 부분을 스캔 작업해 전통회화인 산수화를 그려내기도 하고,깊은 바다속 풍경을 옮겨놓기도 한 것 같다.디지털아트의 새로운 개척 부분이다. 이용백의 ‘예수와 부다 사이’를,이원일 총감독은 “보드리야르의 컨셉트를 가장 잘 응용한 작품”으로 꼽는다.사람들이 한번도 본 적 없는 예수와부처의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실제처럼 믿고 따르는 맹점을 코믹하게 지적한 작품이다. 한 이미지들이 다른 이미지로 닮아가는 ‘몰핀기법’을 이용한 작품으로 이미지는 예수에서 부처를,부처에서 예수를 계속 오고간다.사운드는 장엄한 관현악 같지만,실제는 파리와 모기가 윙윙거리는 소리.종교의 권위를 되돌아보게 한다. 홍승혜의 ‘눈’이나 프래임의 ‘큐브 스페이스’는 바쁜 현대에서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특히 ‘큐브 스페이스’는 침침한 전시장 바닥에 누워서 ‘디지털 우주’를 감상하는 것.누워서 잠시 졸아 본들 어떠랴 싶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6억원이 들었지만,70억원을 들였다는 1회 때와 달리 ‘재미’가 많아 전시회장을 빠져나올 때는 즐거운 웃음이 절로 나올 듯하다. 문소영기자 symun@
  • 권영길 민노당 대선후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權永吉·61) 대통령후보는 언론인에서 노동운동 지도자로,진보정당 대표로 숨가쁜 변화의 삶을 살아왔다. ◆주요 경력- 경남 산청 출신이다.부산 남부민초등학교와 경남중·고를 다니며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서울대 농대를 졸업했다.지난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에 공채기자로 입사,파리특파원을 지냈다.88년 특파원을 마치고 귀임한 뒤 이듬해 서울신문 노동조합 위원장직무대행을 역임했다.이어 언론노련의 1∼3대 위원장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96년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에 선출됐다. 97년 대선에서는 민주노총과 전국연합,진보시민단체가 결성한 ‘국민승리21’의 후보로 나서 30만 6026표(1.2%)를 얻었다.2000년 4·13총선에서는 경남 창원을에 출마했으나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그러나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운동,이자제한법 부활운동,1인2표제 도입 추진 등 진보적 정책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는 정당득표율 8.1%로 자민련을 제치고 민노당이 제3당으로 뛰어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권 후보는 육군 상병으로 병역을 마쳤으며,재산은 모친의 것을 포함해 4억원 정도라고 밝혔다.안종필 자유언론상과 4·19혁명상,정의평화상,제7회 윤상원상 등을 받았다. ◆권 후보의 가족- 권 후보는 실제는 일본 도쿄의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났다.부친인 권우현씨는 38년 일본에 밀항했으며 권 후보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권우현씨는 45년 광복과 함께 다시 안동 권씨의 집성촌인 산청군 단성면으로 돌아와 구장 일을 맡았으며 6·25 전쟁이 발발해 지리산에 들어갔다.전쟁이 끝나고 빨치산 소탕작전이 펼쳐지던 54년 12월 권우현씨는 허기를 채우려고 친척 집에 들렀다가 군경에 발각돼 총살당했다.권 후보는 가족사에서도 분단의 아픔이 배어 있는 셈이다. 권 후보의 부인 강정연(59)씨는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 창업주 강의수씨의 무남독녀다.부유한 집안출신이지만 박봉의 언론인 신랑을 택했다. ◆주요 공약- 정치·통일분야에서는 전국단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기탁금제도 폐지,선거연령 18세로 인하,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대통령선거결선투표제 도입,노동·복지·여성·환경 부총리제 도입 등을 내걸었다.이와 함께 SOFA 개정,남·북·미 평화협정 체결,무기증강계획 전면 재검토,군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등을 추진키로 했다. 경제분야에서는 공공투자확대,단기성 투기자본규제,재벌기업 소유지배구조개혁,주식 양도차액 과세제도 전면실시,고리대 이자율 최고 25%로 제한,임대료 인상 상한율 5%로 제한 등을 약속했다.10억원 이상 자산 보유자에 대한 부유세 부과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의 제도화 등도 눈에 띈다. 또한 유아교육법 제정 및 공보육 실시,학교급식 재정 60% 이상 지원,저소득층 대학생자녀 등록금 면제,방과후 보육·장애아 특수교육 지원확대,공공보육시설 확대,공무원노조 합법화,근로자파견법 폐지,비정규직노동자 4대보험실시,최저임금 생계비 수준 현실화,공공의료기관 비중 50% 이상 확대,부부가족제 또는 개인별 호적제도 실시 등을 천명했다. 이지운기자 jj@
  • 국내 최대 납골추모사찰 해인사 ‘미타원’ 13일 개원

    해인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납골 추모사찰인 미타원을 경기도 고양시 대자산 자락에 마련해 오는 13일 문을 연다.미타원은 1만 3000기의 납골 수용시설을 갖춘 추모관으로 현대식 건축의 법당과 납골당,요사채 등을 갖춘 해인사의 말사격 사찰이다. 대림산업이 150억원을 들여 완공,해인사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문을 여는 이곳은 화장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납골시설 1만 3000기 가운데 대림산업이 1만기를 직접 분양,건립에 소요된 비용을 충당하게 된다.1년 안에 1만기가 모두 분양되면 남은 3000기의 분양은 해인사가 맡는다. 개원 법회는 13일 오전 11시에 열리며 법회가 끝난 뒤 장례문화 서명식과,관 속에 직접 들어가 명상하는 죽음체험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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