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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시민채널’ 재원확보가 관건

    이르면 금년 10월쯤에는 시청자가 제작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채널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총론만 보면 새로운 시청자 시대가 열릴 것 같은 기대에 부풀 만하다.그런데 비용은 어디서 충당할 것이고 프로그램은 누가 어떻게 제작할 것인지,각론을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생긴다.우선 두 단체에서 동시에 시민채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언론개혁시민연대 산하의 국민주방송설립추진위원회(국추위)와 지난 2월1일 출범한 시민방송설립준비위원회(시준위)가 동시에시민채널을 준비하고 있다.국추위는 지난 1996년부터 방송개혁국민회의 산하 기구로 설립되어 국민주 모금을 통하여 방송사를 설립하고자 하였다. 반면 시준위는 위성방송사업 허가에 즈음하여 조직되었고,실제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과 채널 위탁사업자로서가계약까지 맺고 있다.시민채널 사업자로서 명분을 가지고 있는 국추위의 경우 채널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지만 시준위는 사실상 KDB의 공공 채널 운영자인 셈이다.방송위원회에서 공익 채널을방송 분야로 고시하게 될 경우 국추위는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그렇게 될 경우 국추위는 공익 채널 운영자로서 케이블TV 지역 채널이나 위성 채널을 통해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다. 문제는 국추위와 시준위 모두 시민채널 운영재원 확보와프로그램 수급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시민채널의 생명은 독립성과 공익성,시청자의 참여에있다.수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민채널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의 법제도하에서는 요원하다. 시민 모금을 이야기 하지만 그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시준위의 경우 KDB의 지원을 받아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프로그램 편성 계획도 불투명하다.액세스프로그램과 함께 쓰레기나 교육 비리문제와 같은 공익적 내용을 시민 입장에서 다루거나 청소년,여성,마약 등 사회문제를 심층 보도 형식으로 다룬다는 정도의 편성 계획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시민채널 생존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미국의 퍼블릭 액세스채널과 독일의 개방 채널은 대표적인 시민채널로 이들이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의 지원이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법에서도 KBS뿐만 아니라 케이블TV나 위성방송사업자가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의무화하고있다.여기에다 조만간 시민채널도 방송을 시작한다.시민방송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미디어센터와 시민채널 지원제도이다.정부와 지방자치 단체는 각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의 영상 제작 능력을향상시키고 영상물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 미디어센터 설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방송위원회는 시민채널의 생존을 위하여 수신료의 일부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사업자 수익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 영 묵 성공회대 신방과교수]
  • 인권법‘3표차 통과’의미

    지난달 3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인권법(국가인권위원회법)의 향후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여야는 또 한나라당이 제출한 인권법 수정안의 1표차 부결과,민주당이 낸 인권법 원안의 3표차 가결을 두고 각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인권법 향후 일정=인권법은 15일 이내에 국회에서 대통령에게 이송된다.동시에 차관회의·국무회의에 회부되고,의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 뒤 재가를 받아 바로 공포된다.이 과정의 최대 소요시간은 20일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므로,법령에 따라 이르면 5월 말부터 위원회 구성에 들어간다.11명의 위원은 대통령 4명,국회 4명,대법원 3명씩 각각 지명한다. 시행령은 행자부가 만든다.법무부는 여기에 간여할 수 없다.인권법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되도록 했으므로 11월 말쯤 발효될 전망이다. ◇가결 의미=여야가 유리한 주장을 펴면서 의미를 달리 부여하고 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번 인권법 통과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의 오랜 투쟁과열망의결실”이라며 “이 법이 탄생하도록 노력해온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제 국제적 기준에 맞는 인권 보호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민주주의와 인권국가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실리와 명분을 챙겼다고 주장한다.민주·자민련·민국당의 3여 공조를 확인하고 3년이나 끌어온 법을 처리한 실리에다,무소속 의원들이 찬성은 안 했지만 기권표를 던져 명분도 얻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1표차로 부결되긴 했지만 명분은 얻은것으로 자평했다.무소속 정몽준(鄭夢準)·김용환(金龍煥)·강창희(姜昌熙)의원이 한나라당이 제출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예로 들었다.시민단체가 한나라당안을 지지한 것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지운기자 jj@
  • [매체비평] ‘신문고시’ 보도를 보고

    ‘신문고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훼손당하고 있다.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 충실해야 할 언론사들이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돼 편파적이고도 여론몰이식의부정확한 기사를 남발하기 때문이다.여기에 앞장서는 대표적 신문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이다. 이런 편파적 보도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시점은 지난 11일과 13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분과회의와 본회의를 열었을 때였다.광고,판매 등 신문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부활된 신문고시를 반대한 조중동은 연일 ‘언론장악음모’‘언론목죄기’ 등 신문고시 반대 일색의 기사로 지면을 총동원했다.이들 신문은 ‘언성까지 높여가며논쟁을 벌였다’‘얼굴이 한결같이 붉게 달아올랐다’며고시안 통과과정에 큰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다.여기다 회의가 한창 진행중인데도 조중동은 ‘신문고시 시행유보 가닥’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민주언론실천위 보고서는 밝혔다. 물론 여론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대형언론사들의 이런 편파적 자사이기주의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언론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구제를 위해 20년 전 도입한‘언론중재제도’ 도입 당시에도 반발과 반대보도에 앞장섰다.국민의 알권리나 최소한의 인권보호보다 ‘언론자유’를 빙자한 ‘언론영업자유’를 위해 반대일색의 보도를했다. 1981년 12월 언론중재제도 도입이 법제화하자 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모든 언론사가 반대하고 나섰다.중앙·한국일보와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등은 81년 12월2일자 ‘언론침해 시정권고 5개항 의결’이란 제목 아래 비판기사를실었다.동아는 하루 뒤인 13일자 사설을 통해 ‘독자적인시정권고는 중재영역을 넘는 것’으로 규정하며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조선은 81년 12월5일자 ‘기자의 눈’코너에서 ‘위압감 주려는 것은 아니라지만 앞으로 조처더러 있을 듯’이라는 소제목으로 우려를 나타냈다.동시에편집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5공화국 당시 군사정권은 홍보조정실을 통해 각 언론사의 보도행태에 미주알 고주알 개입하며 편집권을 침해했지만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킨 것과는 대조되는 행태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피해자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못한다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따라 1995년 직권중재 결정제도를 도입하자 이때도 언론사들은 앞장서서 반발했다.그동안 언론사들이 어떻게 중재에 임했으며,어떤 식으로 인권을 침해했는 지에 대한 반성은 없고 다시 ‘언론자유’ 운운하며 반대한 것이다.조선은 96년 7월3일자 논설에서 공종원 논설위원이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 위에 군림하며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에 반론권의 미명 아래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한겨레도 ‘언론의자유’를 강조하며 ‘정간법을 다시 고치라’고 까지 주장했다. 모든 언론사가 나서서 반대와 우려를 표명한 ‘언론중재제도’는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명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당시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언론사 가운데 어느 하나도 현재 언론중재제도 때문에 언론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신문고시에 대해서는 언론사 간에도 입장이 다르다. 조중동은 반대하고 한겨레,대한매일 등은 찬성한다. 따라서 언론자유 탄압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신문시장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과 법을 만든다는 것은 공정한경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진정한 국민의 알 권리를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문고시 보도부터 정확하고 공정하게해야 한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 美·中관계 돌연‘봄바람’

    정찰기 충돌사고에 이어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천수이볜 타이완 총통에 대한 미국의 통과비자 발급 등을둘러싸고 깊은 감정의 골이 패였던 미중관계가 급속히 화해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이 29일 하이난섬에 억류된미 정찰기에 대한 미국측 조사를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즉각 환영을 표하고 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30일 조사단을 중국으로 급파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 손상된 양국관계 봉합을 서두르고있음을 반증해준다. 두나라 모두 양국관계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은 어느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맥상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중국은 어쨌든 ‘very sorry’라는 간접적 사과를 받아냈다.게다가 이미 억류된 미정찰기를 조사,미군 정찰활동체계의 윤곽을 알아냈고 탐지기기들에 대한 정밀파악 기회도 얻었다.또 미국이 타이완에 판매한 무기 목록에서 최첨단 이지스함을 제외시키는양보도 얻어냈다.명분과 실리면에서 건질 것은 충분히 건져낸 이상 미국을 더이상 자극하지 않고 정상관계로 복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관계를 조속히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중국이 정찰기에 대한 미국측 조사를 허용한다는 것은 곧정찰기 기체도 반환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이 주장해온 기체반환 요구가 관철되는 것이다.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베이징의 올림픽 유치 등을 문제삼아 중국을 계속 건드린다 해도 중국이 입을 타격보다는 미국 기업들이 받을 상처가 더 커 보인다. 중국이 29일 모스크바에서 중-러 선린친선협력조약 의정서에 서명한 것 역시 미국으로서는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다.중국과 러시아의 반미(反美)연대가 더이상 강화되기 전에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타이완 방어를 위해 미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부시미 대통령의 발언으로 파생된 파문 역시 조속히 진화시켜야 할 형편이다. 미·중 양측은 5월1일 미 조사단이 중국에 도착하는대로한달간에 걸친 두 나라간 앙금을 씻어내는 작업에 들어간다.충돌사고의 책임이 어느쪽에 있는지,또 기체 수리비 등의명목으로 미국이 지불할 돈의 성격 등에 대한 논란이있겠지만 과거 승무원 석방시 ‘very sorry’란 용어를 서로 자국측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실마리를 풀었듯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최철호·베이징 김규환특파원 hay@
  • [사설] 노동절 집회 평화적으로

    노동절인 오늘 노동계가 서울 도심 두 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민주노총은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가두행진을포함한 일련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고,한국노총은 서울역광장에서 대규모 기념식을 치르기로 했다.노동자들의 생일인 5월1일 노동계가 기념행사를 갖는 것은 온국민이 축하할 일이다.그런데도 다수 국민들의 심정이 착잡한 까닭은행여 집회가 폭력의 장(場)으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30일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집회장 및 행진로에 진압경찰 대신 여경과 교통경찰관등을 배치해 안전하고 평화롭게 집회 분위기를 이끌겠다고다짐했다. 경찰봉도 휴대하지 않도록 해 충돌 가능성을 줄였다.다만 화염병·돌 투척 등 폭력 행위가 발생할 때만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 방침을 환영한다.그동안 민주노총 집회의 적법성 여부를 따진 것과는 별개로 일단 행사가 열리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만큼,현장에서 집회가 과격해지지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임은 분명하다.하지만 정부 의지와는 상관없이 집회장경비에 나선 경찰관들은 견디기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그렇더라도 최대한의 인내와 자제로써 평화 유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다.지난번 부평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과잉진압’같은 사태가재발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계에도 당부할 말이 있다.노동절이 국민의 축복을 받는 명절이 될 수 있도록 노동계 스스로가 신중하게 행사를진행해야 한다. 노동계에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집회 현장에서 갖가지 요구·주장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그 주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은 당연한 권리지만 만에 하나 방법이 과격해져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노동계가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얻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과격한 시위로 명분을 잃고국민의 비난을 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1일은 노동절이자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요, 가정의달의 시작이다.이날 행사가 평화롭게 끝나도록 노동계와경찰이 다함께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 [사설] 스웨덴 총리 방북, 기대와 한계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내일 유럽연합(EU)고위 대표단을 이끌고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뒤 이어 서울로 와 김대중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페르손 총리는 서방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는데다 EU의장 자격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고 북·미 관계도사실상 단절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의 방북은 눈길을 끈다.페르손 총리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작년 6·15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공동선언의 이행,남북한 화해·협력 지속,북한의 미사일개발 및 인권문제 등에 관해 협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는 페르손 총리 등 EU대표단 일행의 방북이 남북관계의 활성화와 북·미 관계를 타개하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미국은 북·미 제네바합의를 지킬 것이라고하면서도 오는 9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34차 아시아개발은행(ADB)연례총회에 북한의 참석을 거부했다.미국내법상북한이 아직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EU는1995년부터 대북 인도주의 원조를 해오면서 북한과관계 개선을 모색해왔고 경수로 건설사업에도 참여,재정지원을 해왔다.그러나 EU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재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이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구축에 유럽의 참여를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않다고 하겠다. EU가 이번에 북한으로부터 미사일문제에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경우 NMD에 참여하지 않을 명분을얻게 되는 것이다.EU가 현재 북한측에 줄 마땅한 ‘선물’이 없기 때문에 페르손 총리의 방북으로 나타날 성과물은어차피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남북한 문제는 어디까지나 남북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일이다. 제3자에 의지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 국회 인권법 통과 안팎

    여야가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가인권위원회법·부패방지법·자금세탁방지법 등 이른바 3대 개혁 입법중 인권법을 통과시켜 물꼬를 텄다.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끌어온 자금세탁방지법 처리는 5월이나 6월 임시 국회로 미뤘기 때문에 여권의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인권법을 통과시킨 것은 인권국가로 가기 위한 ‘제도적인틀’을 갖추었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인권국가로 가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인 것이다. 하지만 여권 수뇌부가 개혁 차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보는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는 여야간 또는 공동여당 내부,심지어 민주당내 이견이나 각종 사회단체들간 이해가 엇갈리는바람에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이 때문에 정부여당의 ‘인권국가 틀 갖추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큰 짐을 덜었다는 분위기다.개혁 3법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민주당이 야당때 계속 주장했던사안이었기 때문이다.따라서 민주당측은 이날 인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개혁의지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얼마간 잠재울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권법의 제정은 국가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호재(好材)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즉 이 법 제정으로 인권침해 사례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국제적 수준의 인권국가로 비춰질 수 있는 중요한 첫번째 조치를 가시화했다는 얘기다. 법안 공포와 함께 6개월 후 발효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에 따라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으로 짜여질 인권위원회 구성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상임위원 수에 대해 시민단체가 계속 증원을 요구,추후 반영될지 주목된다.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대상으로 하되 국회입법 및 법원의 재판과정은 제외하기로 했다.국가수사기관의 수사 간여 여부와 관련,수사종결사안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조사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추후 법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피해자의 진정 및 고소,특별검사 임명 제도화 문제도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법시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투명사회국장은 “핵심내용이 빠져있는 생색내기 법안”이라면서 “명분만 살리려고 개혁 의지가 없는 지금의 상태에서는 차라리개혁 법안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오늘의 눈] 임시 봉합한 시내버스 사태

    병(病)에 듣고 마음에도 듣는 약은 영약(靈藥)이나 상약(上藥)으로 친다.병은 다스리나 마음에 닿지 못하는 약은중약(中藥)이라 한다. 병도 못고치고 마음에도 못이르는 약은 하약(下藥)이다.하약에 못미쳐 몸을 해치면 약 대신 독(毒)이라 부른다. 27일 새벽 극적인 타결로 막을 내린 서울 등 전국 5개 시·도(대전·대구는 27일 파업)의 시내버스 노사협상은 이런 약관(藥觀)에 비춰볼 때 “파국을 피했다”는 안도보다는 “첫 단추를 잘못 꿴 처방”이라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한 판’이었다. 정부가 버스업계에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독은 아닐지 몰라도 결코 양약(良藥)처방은 아니라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누적된 적자폭을 줄여 업계의 경영난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뜻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정부 지원이 시민들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 ‘전국 노선버스 30% 감축’을 결의하고 “지원책을 제시하지 않으면노사협상은 없다”고 정부를 윽박지르고 나선 버스사업자들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근본대책이나 처방없이 건네는 재정지원이 구조화된 경영난이라는 신병을다스릴 양약은 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정책과 제도로 지원하기보다 ‘급한 김에 돈 좀 먹여놓고 보자’는 식의 처방이 업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통대란’이라는 국민들의 불편이 부담스러웠는지 선뜻 목돈을 떼주겠다고 공언했고,서울시도급한 김에 “우리도 추가로 더 줄 수 있다”며 훈수 아닌훈수를 두고 나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본 서울시 관계자는 이를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간명하게 요약했다.버스업계의 경영난이하루,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다음에야 올해는 주고 내년에 못주겠다고 버틸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파업과 감축 운행을 들먹이고 보조금으로 틀어막는 전례가 관행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주는 쪽도 그렇고 받는 쪽도 주고 받은 게 과연 약이었는지 독이었는지를 냉정하게 돌이켜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심 재 억 전국팀 기자] jeshim@
  • 모성보호법 연기…돈세탁방지법 변질 우려

    모성보호관련법 제정 연기와 자금세탁방지법의 수정·보완움직임은 여야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여야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모성보호법] 민주당은 법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한 데 대해“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경제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경과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밝혀 재계의 입장을 감안했음을 강조했다.고용보험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부담스러웠던 측면도 있겠지만,정부 여당으로서는 올 7월부터 법을시행하겠다는 대(對)국민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법 시행을 2년 연기하기로 한 데는 자민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이는 민주당과 자민련,민국당과의 3당 정책연합이 가져온 부작용일 수도 있다. 민주노총 여성간부 5명이 법의 연기를 앞장서 관철시킨 자민련의 마포당사 5층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실을 점거,“법안의 즉각 실시”를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민주노총 지도부 30여명도 농성자들을 지원방문하는 등 반발이확산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민련 지도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틈을 파고들며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한나라당은 당초 “법의 미비점이 보완되면 시행하자”는 입장에서 이날 “재원을 국고에서 마련해 당장 시행하자”고 새주장을 내놓았다. [자금세탁방지법] 민주당이 마지못해 이 법을 보완하겠다고나선 것은 시민단체 등의 비판과 정부, 당내의 반발 때문이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입장을 받아들인 데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자금세탁방지법을 비롯,인권법·반부패기본법 등 개혁3법을 처리하기 위한 전술도 고려됐다. 그러나 여야 합의를단 하루만에 뒤집어 정치적 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한나라당은 ‘합의 존중’을 강조하며 합의안의 관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아울러 민주당이 처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을 은근히 즐기면서,여당의 합의 파기 사실을 맹비난하고 있다.법안의 최종 모습은 여야의 줄다리기 결과에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기자 jj@
  • 日자민 당3역 인선 의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자민당 총재가 25일당 3역 인사에서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를 완전 배제함으로써 ‘파벌타파’를 통한 정치개혁의 시동이 걸렸다. 역대 총재들이 계파안배 원칙에 따라 당 3역을 임명하고당내 최대 계파에 대해 어느 정도 배려를 해왔던 것과 비교할 때 고이즈미 총재의 이번 인선은 외견상으로는 신선한‘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하지만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를 배제한 채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또 공명·보수당과의 연립체제를 원활히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과제로남는다. ●정치개혁 시동=고이즈미 총재는 선거 공약대로 파벌을 배제한 인사정책을 실천했다.집권당의 ‘금고’를 책임지는간사장에 당내 계파서열 5위인 야마사키파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정조회장을,정조회장에는 계파서열 6위인 고노(河野)그룹의 아소 타로(麻生太郞) 경제재정 담당특명상을각각 기용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재의 이번 인사는 ‘개혁’과 ‘당내 화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노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총재경선 과정에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과 함께 자신을 지지했던 야마사키 전 정조회장을 간사장에 중용,파벌타파라는 명분과 선거과정에서의 공로 인정이라는 실익을챙겼다. 아소 타로의 정조회장 기용은 총재 경선 막판에 자신을 지원했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을 의식,에토·가메이파(江藤·龜井)파에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호리우치 미쓰오(堀內光雄) 총무회장은 당내 화합을노린 포석으로 보인다.가토파였던 호리우치 총무회장은 지난해 모리 총리 불신임 표결 당시 가토 전 간사장이 야마사키와 표결에 불참하는 이른바 ‘가토 반란’ 이후 가토파에서 탈퇴,호리우치파를 결성했던 인물로 야마사키 간사장과는 껄그러운 관계에 있다. ●보수강경노선 시동으로 주변국 우려=윤곽을 드러낸 ‘고이즈미 체제’는 개헌,집단적 자위권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진용 갖추기 성격이 짙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야마사키 간사장은 당내에서 손꼽히는 ‘국방 전문가’.90년대 중반 자민당 정조회장 시절 “유사사태가 발생시 일본은 극동지역 밖에서 미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발언했을정도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론을 주도해온 인사다.그는 ‘일본인 납치 의혹’,미사일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북강경노선을 취했던 것으로도 널리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북일 수교 교섭이 당 주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균미기자 kmkim@
  • 인천 구정신문 늘어 ‘사전 선거운동’ 의혹

    최근들어 인천지역 기초단체들이 앞다퉈 구정신문을 새로만들거나 지면과 부수를 확장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계양구는 요즘 타블로이드판으로 5만부를 제작하던 반상회보를 없애고 8면짜리 구정신문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발행부수도 반상회보보다 2배 이상 배포할 방침이다. 중구도 지난 1월부터 ‘인천중구소식’이라는 제호로 매월2만7,000부씩 16면짜리 구정신문을 발행하고 있다.중구 역시 반상회보를 발행하다 갑자기 구정신문을 만들어 월 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상당수 단체장들이 구정홍보를 명분으로 자신의 치적이나 얼굴 알리기에 구정신문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정홍보지를 확대하고 있는것으로 보고 감시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측은 “기존 반상회보 등이 주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부족해 구정신문을 확대하고 있다”고해명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고이즈미의 일본/ (상)새 정치틀 어떻게

    일본의 정치·경제 개혁 돌풍을 몰고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 시대가 개막됐다. 고이즈미는 총재 선출직후 곧바로 자신의 개혁 의지를 담아낼 당 3역 인사와 각료 인선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개혁 행보를 시작했다.또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진영과 집단 자위권 확대와 헌법 개정 추진을 합의하는 등 우익에 편승한 모습을 확실히 함으로써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고이즈미호(號)의 일본을 시리즈로 전망한다. ‘개혁이냐,타협이냐.’고이즈미의 개혁 의지 시험대는 25일 중으로 확정될 자민당 3역 인선과 새 내각 조각의 면모. 당내 파벌과의 화합을 위해 하시모토(橋本)파가 요구하는‘거당 체제’를 구축할지,아니면 파벌 안배 인사 타파를 관철,일대 쇄신을 단행할지가 최대 초점이다. 총재로 선출되기 전날인 23일 에토·가메이(江藤·龜井)파와 정책 협의에 착수,당 총재로서의 지도력 발휘에 나선 고이즈미는 이날 긴급 경제대책 실행과 구조개혁 추진을 위한‘국가 전략본부’(가칭) 설치에 합의하고,집단 자위권 행사 및 조기 헌법 개정 등 9개 항목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정책 추진에 각 파벌의 지지를 확보했음을 내보였다. 같은날 그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한 내각 구성을 할 것이며 이것이 실패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다”며 그의 인사가개혁성을 띨 것임을 분명히 했다.23일 정책 협의에서 이례적으로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을 내놓는 등 정책 협조체제를과시했 듯이 고이즈미호 출범 직후의 모습은 자민당 내 파벌의 무난한 지원하에 ‘변화’의 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선 당의 화합이 중차대한관건이란 점에서 당 3역 인사는 각 파벌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본선에서 사퇴,고이즈미에게 표를몰아준 가메이 정조회장은 유임을,선거전 중 공조 입장을취한 야마사키파 회장 야마사키 다쿠(山崎拓)를 간사장에임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예비선거 중반 하시모토 후보의 선거를 실절적으로 인정,세를 고이즈미에게 몰아준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전 간사장의 입각 등도 점쳐지고 있다. 각료들 가운데는 여성과 젊은층의 입각이 예상되는 등 고이즈미 공약대로 ‘능력’만을 고려한 인선이 될 가능성도높다.그만큼 정치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이 크다는 설명이다.특히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단합우선’ 명분 속에 자민당 내 파벌들간 파열음이 당분간 큰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앞에 놓인 커다란 벽은 파벌정치와 야당공조가 급선무인 일본의 정치 현실.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총리와 수년간 연대해온 야마사키 타쿠,많은 추종 세력을지닌 가토 고이치 등이 고이즈미를 지지하고 그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높지만 장기적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하시모토파 등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언론들은 고이즈미의 커다란 벽은 바로 여전한 파벌의 기득권 유지 논리와 공명당 등과의 연립유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24일 에토·가메이파는 고이즈미가 가토 야마사키파에 크게 의존할 경우 고이즈마와의 연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따라서 일단은 당 화합을 고려한 차원에서개혁 인사를 추진하겠지만 이것이 궁극적인 정치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같다. 김수정기자 crystal@
  • [경제 프리즘] 날치기 혼인신고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총재는 며칠전 이런 말을 했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을제가 지시했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계속 신부감에게 딱지맞고 있으니 서로를 (배필로)생각해 보는 건어떠냐고 했을 따름입니다.” ‘관치 정(鄭)’이라는 별명의 부당함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였지만,기자에게는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결국‘신랑끼리의 결혼?’.그렇다고 애정으로 묶인 동성간의 결합도 아니었다.그러니 순탄할 리가 없다. 두 은행은 지난 23일 마침내 합병본계약서에 서명했다.결혼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날치기 혼인신고’였다. 달라진게 있다면 날치기의 원인제공자이다.애초 합병발표때는 김상훈(金商勳) 국민은행장이 노조에 감금돼 나오지못하더니 이번에는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노조의 점거농성은 핑계였고,실상은 혼인서약을 일방적으로 고쳐버린 탓이었다. 신랑신부의 혼인서약이 다르다는 것은 서약의 원인무효를의미했다.오죽했으면 김병주(金秉柱) 합추위원장이 “정말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주택은행에 버럭 역정을 냈을까. 하지만 양측은 화해할 수 밖에 없었다.이날 대통령 초청오찬때 합병 노고를 인정받아 헤드테이블에 앉은데다 축하박수까지 ‘선불’로 받았기 때문이다.결국 두 은행장은 변호인을 총동원해 ‘선서명-후수정’이라는 편법을 짜냈다.그리곤 노조가 겁나 극비리에 후다닥 혼인신고를 치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란 사실이다.합병은행장을 둘러싸고 또 얼마나 많은 변칙이 재연될까.지금까지는 그래도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이 통했다. 앞으로는 그 어떤 논리를갖다 붙여도 결국 자리다툼에 지나지 않는다.두 은행장에게‘마음을 비우라’고 하면 공허한 주문일까. 안미현기자
  • FTAA 대책 ‘발등의 불’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주 34개국 정상들이 2005년 말까지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는 캐나다의 북극지방에서 칠레의 케이프 혼에 이르는 8억의 인구를묶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될 전망이다. 규모면에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FTAA가 출범되면 역내 국가간 관세폐지는 물론 통관규정 간소화,수출입 쿼터및 보조금 폐지 등 각종 무역부문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진다.영국의 BBC 방송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확대하는 FTAA 창설이 “인류의 상업역사상 가장 거대하고야심찬 작업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구상은 일부 지도자들이 언급했듯 21세기를 ‘미주 대륙의 세기’로 만들겠다는 이 지역 국가들의 열망을반영한 것이다.미국이 20세기에 기술진보를 통해 번영을 구가한 것처럼 21세기에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와 중남미가 힘을 합쳐 정보통신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아시아와 유럽에대항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주지역이 갖는 기술적 우월성은 유럽연합이 갖는 지역내무역자유란 특징은 물론 권역내 국가들에 상당한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남미의 풍부한 지하·천연자원과 미국,캐나다의 첨단기술이 만나 배타적으로 생산될 부의 가치는유럽연합이 갖는 이점을 수십배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정상들의 약속대로 앞으로 약 4년 내에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458쪽에 달하는 영문판 협정 초안은 거의 대부분 미정인 채 남아 있다.정상들이 합의한 이른바 ‘행동계획’(Action Plan)은 자유무역지대 창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 대륙 전체의 나라들이 갖춰야 할 ‘민주적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빈곤과 인권시비가 끊이지 않는 중남미 국가들로서는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내용이 광범위해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또한 소국들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완력에 밀려 조금밖에 얻지 못하고 많이 내주는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국은 앞으로 협상을 통해 ▲시장 접근 ▲투자 ▲서비스▲정부 조달 ▲분쟁 해결 ▲지적재산권 ▲정부보조금 ▲반덤핑 ▲공정경쟁 등 9개 분야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명분은 거창하지만 미주지역을 자국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미국과 캐나다의 야심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도 있어 협상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hay@. * 자유무역지대 창설 가시화됨에따라 정부 비상. 인구 8억명을 시장으로 한 미주 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이 가시화됨으로써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우리나라가 최대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주시장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에 큰 타격 FTAA가 창설되면 회원국간 역내무역이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주지역 수출은 큰 타격을 받게된다. 정부 관계자는 “FTAA가 현실화되면 미주지역 수출이줄어드는 등 우리의 대외교역은 상당히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미주지역 수출은 단기적으로 연간 최소한 13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지난해 기준으로 중남미시장의 수출액 62억달러 가운데 3억달러(관세율 10%의 절반)의 수출감소가 예상된다.또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시장에서는 수출 424억달러 가운데 최소한 10억달러(평균관세율 5%의 절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FTAA가 막상 출현하면 중장기적 손실은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인교(鄭仁敎) 연구위원은 “시장을 한번 잃으면 연쇄적으로 판로가 막히게 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은 더욱 떨어질것”이라고 말했다. ■FTA 대책마련 시급 미주지역 국가들이 FTAA 창설에 한걸음 성큼 다가섬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자유무역지대 창설은 미주지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머뭇거리는 사이에 자칫 국제적인 조류에서 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칠레 FTA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첫째 원인은 정치권의 발목 잡기에서 찾을 수 있고,둘째는 정부의 강력한 통상정책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표를 의식해 농민문제에만 매달려 통상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정현기자 jhpark@
  • 예결위 편성지침 논란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정부의내년도 예산편성지침에 ‘선심성’ 편성이 있는지 여부를놓고 논란을 벌였다.올해 예산과 관련,추경 편성의 필요성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선심성 논란 야당 의원들은 “선심성 예산편성 의혹이짙다”고 지적한 반면,여당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맞섰다.한나라당 권기술(權琪述) 의원은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6%로 전망하는 것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팽창예산을 짜기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며 예산동결을 주장했다.김정숙(金貞淑) 의원은 “기초생활보장·농어가 부채경감 등과 같은 사업들이 서민을 위한 필수사업이란 점은인정하지만,선거를 앞두고 시행된다는 점에서 선심성 예산이라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내년 예산은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면서 “선심성 예산 등의 구시대적 발상은 가당치도 않다.야당은정치공세를 지양하고 진지하게 경제회생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같은 당 이낙연(李洛淵) 의원도 “내년 예산안이 채 만들어지지도 않은 단계에서 선심성 예산 운운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내년이 현 정부 임기의 마지막 해인 만큼 추진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은 답변에서 “아직 부처별 예산내역 보고도 없는 상황에서 선심성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기우”라며 “정부는 예산이 공정하게 편성되도록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편성 논란 한나라당 이재창(李在彰) 의원은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 잉여금으로 추경을 편성한다는 얘기가들린다”며 “하지만 건전재정을 위해 현 시점에서 추경을고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따졌다. 이에 전 장관은 “정부에서 추경 방침을 발표한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재정·개혁3법 처리 난항 여야 속내

    국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여야는 23일 총무접촉 등을통해 ‘재정 3법’‘개혁 3법’을 비롯한 쟁점 현안에 대해절충을 시도, 일부 진전을 봤으나 이견을 완전 해소하지는못했다. 민주당은 합의가 안되면 ‘개혁 3법’을 표결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 보이콧과 5월 임시국회를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이에 따라 쟁점 타결을 위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비공개 접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3법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것은 ‘기금관리기본법’. 민주당은 기금의 주식투자범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주식투자 범위를 법제화하자고 주장,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기금운용을 국회 통제 아래 둔다는 데는 합의했다. 재정건전화법은 국가채무의 개념을 놓고 견해차가 현격하다.민주당은 ‘직접채무’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한나라당은 ‘간접(보증)채무’‘준채무’도 포함해야 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예산회계기본법은 이견이 거의 없어정치적 합의만 있으면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 ■개혁 3법 인권법을 제외하고 타결 가능성이 높다.그러나인권법은 인권위 구성방식 등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으나,인권위의 성격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자금세탁방지법은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여론을 의식,정치자금법을 자금세탁방지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FIU) 기능 가운데 계좌추적권을 없애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반부패기본법은 특별검사제 도입여부를 제외한 모든 사항에 합의한 상태다.정치적 합의만 있으면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 여야 쟁점 여야 합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쟁점은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현대사태·공교육 위기 국정조사와 5월 임시국회 소집여부,총리해임건의안 등이다. 현대사태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국정조사에 준하는 ‘상임위 조사’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필요없는 조사를 실시하는 만큼 민주화유공자보상법 처리와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이에 한나라당은6·25 소년병 등에 대한 보상을 포함시키자고 주장,지연작전으로 나오고 있다.여기엔 여권이 5·18 이전에 법을 처리,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등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막자는계산이 깔려있다. 한나라당이 5월 임시국회 소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대해서는 민주당이 공세를 취하고 있다.한나라당이 쟁점법안 미타결을 구실로 사실상 방탄국회를 소집하려는 명분을축적하고 있다는 시각이다.사실 한나라당도 이러한 속셈을드러내고 있다.이 때문에 민주당이 개혁 3법의 강행처리를검토,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관련,민주당은 ‘어불성설’이라는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결과가주목된다. 강동형기자 yunbin@
  • [대한광장] 우리 역사교육 이대로 좋은가

    어느 나라이건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는 국어와 국사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자기의 말과 역사가 없다면 어떻게 국가다운 국가가 이룩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3공화국 이후 민족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국사교육의 비중을 높인 바 있다.초·중·고등학교에 국정 국사교과목들을 개설하고 대학에도 국사를 교양필수로 가르쳤다.각종 국가고시에서도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넣었다.그리하여우파적인 민족주의가 배태하는 부작용을 낳기는 했지만 우리의 역사교육은 그런대로 체면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YS정권 때 세계화의 바람이 불어 국사교육은 여지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대학의 교양 국사가 없어지는가 하면,초·중·고교에서도 고등학교 1학년까지 주당 한시간씩국사를 필수로 배울 뿐이고,2학년부터는 선택으로 전락하여근 ·현대사를 11개 과목중 한 과목으로 선택하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국사가 필수라고 하지만 시간수가 모자라배우다가 말게 되었고, 가장 중요한 근·현대사는 선택으로전락했으며 각종 국가고시에서 국사 과목은 빠지게 되었다. 80년대에 의식화된 대학생들의 군사정권 반대 투쟁이 국사교육의 초토화를 부추겼다.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을 강조하다보니 국사와 같이 돈이 안되는 과목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지금은 영어와 컴퓨터만 잘 하면 되고 국어와 국사따위는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터지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지금 새삼스럽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이미지난 82년에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야기되어 전국이 들끓었고,그 와중에 독립기념관이 국민의 성금으로 세워졌을 뿐그 이후에 장기적인 대책이 수립된 적이 없다. 일본은 어떤가? 외무성이 국제교육정보센터를 만들어 꾸준히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다듬는가 하면 외국교과서에 일본에 대해 잘못 서술된 내용을 시정해 왔다.인력·예산을 장기적으로 투입하는가 하면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조직도 갖추고 있다.일회성으로 들끓다 마는 우리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우리는 돈이 안 생기고 인기가 없어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국가적으로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문제가 터지니까 다시 중·고등학교의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떠들지만 이미 3년 전부터 제7차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선택폭을 넓혀준다는 명분하에 국사과목을 줄이고,이미 교과서까지 준비한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5년 뒤에나 새로 짜는제 8차 교육과정 수립 때 보자는 것이다.그러면서도 역사해석 방법을 가르치는 대학의 교양국사의 부활이나 각종 국가고시에 국사를 필수로 넣자는 주장은 없다.부랴부랴 일본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하고 불만의 표시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들이는 초강경 수단을 썼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그런데도 또 단기성 처방을 허겁지겁 마련하는 데 그치고말 것인가?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우리도교과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학의 교양국사를 부활하고 중·고교의 국사과목의 필수화도 고려해야 하며 각종 국사 과목을 필수로 넣어야 한다.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장기적인 종합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조직을 재편하고 연구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이 단순한 교과서 문제에 국한하는것이 아니고 일본사회의 우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자학사관(自虐史官)을 스스로비판하고 평화헌법을 고쳐 다시금 강성대국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그러니 우리는 교과서분석도 열심히 해야겠지만일본의 정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장기적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성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 인천시의회 조례 제정 물의

    인천시의회가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인천행정동우회’에예산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최근 손석태(孫錫台) 의원이 인천행정동우회 회원 상호간 친목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발의한 ‘인천지방행정동우회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의결,통과시켰다.회원들의 취직알선 등 복지와 사업 등에 대한 예산지원을 담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구체적 지원방안을 마련,오는 6월 추경예산편성시 반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퇴직한 공무원들에게 혈세를 쓰는 것을 막아야 할 시의회가 오히려 의원발의로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金松遠) 사무국장은 “퇴직한 공무원들을 지원할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시의회가앞장서 지원조례를 만든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지역 醫保 체납자 재산 압류

    지역의료보험 체납자에 대한 재산 압류가 시행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역의료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장기체납하거나 20만원 이상 고액체납한 20여만명분 5,195억원에대해 이달말부터 자동차,부동산 등 재산 압류에 들어간다고20일 밝혔다. 지난 1월말까지 누적된 지역보험료 체납총액은 총 1조57억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처럼 대대적인 압류조치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용수기자 dragon@
  • [사설] 양심 버린 의보 부당청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의원·약국의 의료보험 급여 청구내역을 현지조사해서 부당·허위 청구액 27억여원을 밝혀냈다고 한다.이 금액은,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2주일 동안에전국 병의원·약국의 2.8%인 636군데를 조사해 나온 결과다. ‘2주일에 27억’이라는 부당청구 액수의 규모도 놀랍지만 그 사례들에서 보이는 비양심적인 행태는 더욱 충격을 준다. 평가원이 밝힌 사례를 보면 조사 대상처의 60%가 값싼 검사를 비싼 검사로,단순 치료를 복합 치료로 둔갑시키는 대체청구를 했다.또 진료일수를 늘린다든지 진료·검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조작한 증량청구가 38%나 됐다.의사·약사 아닌 사람이 진료·조제 행위를 하는 등 아예 의료법·약사법을 위반한 곳도 10%였다. 부당·허위 청구가 적발된 기관은 전국 2만2,000여 병의원·약국 가운데 584곳에 불과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고할 수도 있다.그렇지만 그 행태 자체는 의사·약사에 대한사회인식을 그르칠 만큼 고약한 것임에 틀림없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의사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가 의료계 탄압을 계속한다면 투쟁기구를 가동해 강력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의협은 정부가 일부 의사들의허위·부당청구 단속을 명분으로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의료계 전체를 압박한다며 이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일부 병의원에서 비도덕적인 행위가 자행돼 온 것도사실이다.이는 경찰이 지난 2일부터 의약계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에서도 다시금 확인된다.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17일 동안의 단속에서 보험급여를 허위청구한 120명과 임의·불법 조제자 33명이 적발됐다. 의사들은 이처럼 의료비리가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국민의 70%가 의사 수입이 많다고 생각한다’는 의협의 조사결과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결국 일부의비리가 의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가는 것을 막으려면,보험급여 부당청구와 같은 행위는 의사사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정화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따끔한 지적을 하고자 한다.이번에 2주일 동안 적발한 부당청구금액이 27억여원인데 비해지난 1999년과 2000년의 실적은 각각 3억7,000여만원과 7억7,000여만원이었다.평가원이 그동안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부당청구한 보험급여가 결국은 국민의지갑에서 나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평가원의 비능률은 질책받아 마땅하다.평가원은 업무능률을 극대화해서 적발된기관을 집중 감시하고 현지 확인심사를 대폭 늘려 보험급여부당청구 행위를 뿌리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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