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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한반도로 부는 음습한 바람/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반도로 부는 음습한 바람/김경홍 논설위원

    보통 사람들간에 다툼이 생기면 대체로 목소리가 크거나,힘이 세거나,돈이 많거나,배경이 든든한 사람이 이긴다.하지만 약자를 위한 구제수단은 있다.법이 있고,상식과 도덕이 있고,하다못해 인정과 정상참작도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힘이 세거나,돈이 많거나,인구라도 많으면 말발이 세다.하지만 약자를 위한 구제수단은 변변치 않다는 것이 인간관계와는 다르다.약자에게는 철저하게 냉혹하다.이라크 전쟁도 명분이 있어 시작된 것이 아니다.그렇다고 해서 유엔이나 국제법이 온갖 분쟁과 침략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단죄한 적도 없다.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3400여년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불과 286년뿐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앨빈 토플러는 ‘전쟁과 반전쟁’에서 유엔이 창설된 1945년부터 1990년까지 45년동안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0.12%인 단 3주동안뿐이었다고 적고 있다.1990년 이후 지금까지도 지구상에서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코소보 전쟁이나,두차례의 이라크 전쟁도 최근의 일이다.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총칼로 맞붙는 전쟁만 전쟁이 아니다.무력충돌의 한쪽에는 경제전쟁도 있고,문화전쟁도 있고,종교전쟁도 있고,자원전쟁도 있고,민족갈등도 있고,영토분쟁도 있다.지금 한반도에서는 어떤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을까.무력충돌만 없을 뿐이지 대부분의 분쟁이나 갈등요소가 현재진행형이다.위기감을 부추길 생각은 없지만 북한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중국과 일본의 경제·군사적 팽창주의와 주변국 역사까지 왜곡하는 음습한 바람이 한반도의 상공에 넓게 드리워져 있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역사왜곡은 일본경제가 주변국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자위대가 적어도 자국의 안보를 담당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비롯된 것이다.이제는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총리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들이 대규모로 참배하고,한술 더 떠 일왕까지 참배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내년부터는 독도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겠다는 속셈마저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중국의 ‘동북공정’이나 고구려사 왜곡도 중국이 이제 먹고 살 만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그 속셈을 드러내는 것이다.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래 준비된 것이다.그래서 우리 생각대로 해결하기는 그만큼 어렵다. 역사왜곡이나 영토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침략이다.상대를 만만하게 보고 찝쩍거려 보는 것일 수도 있다.이런 준비된 음습한 수작들을 기껏해야 국제사회의 신사도나 촉구하고,항의성명이나 내고,외교공무원들이나 닦달한다고 그 뿌리가 빠질 것은 아니다.축구나 탁구시합에서 이겼다고 우월감을 느낄 일은 더더욱 아니다. 몇년 전 북한에서 식량난 등으로 탈북자와 보트피플이 대량 발생했을 때 남한사회는 수용시설이 모자란다느니,갑작스레 휴전선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호들갑을 떤 적이 있다.그 때 중국의 동북지역 군단에서는 대규모 기동훈련을 했다.무얼 의미하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문화침략이든,역사왜곡이든,경제전쟁이든 지킬 힘이 없다면 그 자체로 약자의 처지에 서게 된다.군사력도,GDP도,인구도 모자란다면 당장은 지혜를 모아 경제를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는 방법밖에는 없다.장기적으로 남북한간 신뢰회복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필수적이다.또 과거사니 이념이니 하는 내부의 소모적인 싸움은 서둘러 끝내고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후회는 앞서지 않는 법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독도영유권·일본해 표기 대공세

    독도영유권·일본해 표기 대공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이 패전(종전) 60주년인 2005년을 앞두고 공세적 팽창주의 외교를 펼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전에 한국과 중국,타이완,베트남 등과 역사문제나 영토문제를 놓고 사안별로 충돌하던 것과 달리 러시아까지도 포함한 주변국 모두와 힘의 대결을 하겠다는 기세다. 특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대국다운 대접’을 국제무대에서 받겠다는 전방위 대국주의·국가주의 외교를 전개할 낌새다. 이런 기류 속에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중·고 역사교과서를 채택키로 결정,충격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내년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과 동해의 일본해 표기 공세를 작심하고 강화할 전망이다. ●국익보호라며 한국과 일전불사 2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내년 외교의 중점목표를 “국민을 지키고 주장하는 일본외교”로 정하고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적극 대처키로 했다.외교의 중점목표를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일본해 표기,대륙붕 국익 확보 등을 포함한 ‘국익외교’에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방침이 원칙선언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심각한 외교마찰이 예상된다.동북아 정세가 공전의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과 표기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동해 호칭에 대해 각국 정부와 국가기관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여 동해로 표기하거나 일본해를 병기한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해 일본해로의 표기를 요청키로 했다.독도(일본명 다케시마)에 대해서도 한국의 주장을 반박할 관련 자료를 수집해 간행물로 편찬할 계획이다.이런 활동에 총 7억 8000만엔(약 78억원)의 예산도 재무성에 요청했다.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보여준다. ●중국·러시아·북한과도 대충돌 일본은 중국·러시아에도 일전불사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북한과도 납치피해자 문제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베트남·타이완 등과의 영토분쟁도 중지상태일 뿐 현재 진행형이다.러시아와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방4개섬 해상시찰(9월2일 예정)계획을 발표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대륙붕에 대한 권익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주변국과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는 태세다.일본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 위원과 지질학자 등을 초청해 일본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편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해저자원 탐사를 확대키로 했다. ●정치·체육,대국 대접 받겠다 고이즈미 총리가 올 유엔총회 연설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는 의지를 천명,안보리 상임이사국 60년사를 바꾸어 ‘정치대국’으로 대접받겠다는 의지를 비쳤다.이에 대해 중국은 “과거사 문제로 자격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스포츠에서도 국가체육을 부활시켰다.몇 차례 올림픽서 금메달 4∼5개에 머물자 2001년 골드플랜을 작성,국가지원의 합숙시설을 건설해 대기업 등이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등 국력을 총동원하다시피해 현재 아테네올림픽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taein@seoul.co.kr
  • [사설] 미군기지 이전 주민요구 수렴을

    용산기지 및 미2사단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평택 285만평,오산 64만평을 매입해 내년까지 미측에 공여키로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고 24일 국방부가 밝혔다.그러나 기지 이전을 놓고 정부와 주민간 마찰이 예상돼 걱정스럽다.정부는 주민들과 토지보상 협상이 안 되면 강제수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그제와 어제 정부가 주최한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앞으로 잇따라 열릴 주민 대상 설명회와 공청회에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은 양국이 합의한 대로 오는 2008년까지 완료돼야 한다.토지 매입이 여의치 못하면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정부는 주민 보상을 위한 ‘평택지원특별법’을 만들어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등져야 하는 이주민들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이주 정착금,생활안정자금,대체농지 알선,각종 세금 감면 등 특단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여기에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배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군 기지이전 사업은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국민적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우선 명분보다는 실익,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국민의 지원과 협조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의 건설적 비판과 제안도 필요하다.정부는 평택지역 발전을 위해 내실있는 추가 대책도 마련하기 바란다.국민도 이들 주민이 직면한 어려움에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기지이전 사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추진체제 보강도 필요하다고 본다.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기고] 통 큰 지도자 그립다/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장·창작수필문인회장

    하나의 행함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인생행로에서도 오늘 나의 행위가 내일 나의 일에 영향을 주게 되고 현재 나의 모습은 지난 세(世) 내 업의 결과라고도 한다. 중국 선종의 초조인 달마대사께서 설하신 ‘이입사행(二入四行)론’ 중 보원행편에 의하면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괴로움을 당할지라도 이것은 아득한 전생부터 지말(枝末)을 따르고 미망의 세계를 헤매면서 업을 지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달가운 마음으로 감내해야지 원망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이것을 카오스 이론에서는 피드백(feed-back),즉 되먹임 현상이라 하고 있다.먹고 먹히면서 무한의 윤회를 거듭하는 것이 우주의 질서이기에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결론이다. 정글이나 심해에서는 어김없이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약육강식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여기서도 통합조절되는 기능은 분명히 있다.하지만 결국 강자는 업보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약자는 희생당한 만큼의 영원불변한 에너지를 얻는다.약자가 강자로 바뀌는 것도 순환의 법칙에 의해 시간을 다투어 이루어지는 것이다.세계 역사를 보아도 영원한 강자로 군림한 나라가 없는 것을 보면 강한 것은 반드시 쇠한다는 이치를 느끼게 한다.강자의 역할 이면에는 반드시 강자의 업보가 따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너무나 잘 알려진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 네 분이 만나 이라크 파병문제를 놓고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미국의 국익을 위한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가 왜 희생되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진보 측과,세계평화와 한·미동맹의 실천으로 국익을 위한 파병의 대의는 분명하다는 보수 측의 갑론을박이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다. 마치 힘센 고양이를 쥐들이 나쁘다고 욕하고 대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측과 고양이를 이기려면 고양이와 친해지면서 힘을 기르든지 아니면 고양이를 대적할 만한 천적과 동맹을 맺어야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서로 우기는 것과 흡사해 보였다. 근자에 와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국론이 분열되어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나자 이를 재빠르게 포착한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지나치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급진정책들이 기업과 자산계층의 외면으로 결국 서민경제가 파탄나는 현상과 같이 외교든 경제든 균형 감각을 상실하게 되면 이와 같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기 마련이다. 물이 흐르다 보면 넘치기도 하고 막혀서 갈증이 나는 곳도 있기 마련인데 성미 급한 김에 억지로 막힌 곳을 뚫어 내다보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되고 만다. 우주의 통일성,즉 하늘의 계산법이 엄존한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고 모든 현상을 세상의 계산법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수많은 역사는 증명한다.당초에는 야당 대표를 겨냥한 듯한 친일 과거사 청산 문제가 여당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버렸다.결국 생태계의 일원인 우리 인간 역시 먹고 먹히는 대자연의 법칙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다. 끝간 데 없는 극한대립과 무분별한 욕구분출이 결국 더 큰 되먹임 현상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덕목이 아닌가 싶다.그래서 우리는 다소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 발전과 미래를 생각하며 다양한 세력을 포용해 더 큰 힘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통 큰 지도자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장·창작수필문인회장
  • 이부영의장 ‘前歷’ 논란

    신기남 전 의장에 이어 열린우리당 대표직을 승계한 이부영 의장도 ‘전력(前歷)’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 신 전 의장이 선친의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였던 반면 이 의장은 한나라당에 몸 담고 있었던 게 문제가 되고 있다.일부 당원들은 당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 제기에 나섰다. 아이디 ‘강킹’은 지난 20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부영 의장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을 대표해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한나라당 시절 행했던 모든 과오에 대한 반성과 이에 대한 용서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시절 이 의장이 한 일이 있다면 독재세력의 잔당이 주류로 있는 한나라당에 반독재세력의 이미지를 첨가하여 희석시킴으로써 타도 대상의 선명성을 일정부분 흐리게 했고,그로 인해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을 애매하게 만든 점 말고는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고 비난했다. ‘zeusdeo’는 “이 의장 당신은 수구골통과의 결탁을 민주세력화라고 합리화한 뒤 역사 진행을 방해했던 한 축”이라며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다운이’는 “3김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대신 이회창을 선택한 것까지는 좋은데 왜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선거운동을 했느냐.노무현 후보도 3김이 아니지 않으냐.”고 공격했다. 이 의장의 전력을 문제삼는 네티즌들은 주로 지난 1997년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가 해체될 때 그가 김 전 대통령을 비난하며 신한국당을 택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후 두 차례의 대선에서도 줄곧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를 호소했던 점도 공격 대상이다. 물론 당원들간에는 “이 의장을 중심으로 단합해 개혁작업을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과거사 청산’과 ‘언론개혁’을 외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도 이같은 당내 일각의 비판 기류를 의식,자신의 선명성을 보다 강조하려 한 의도로 해석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과거사 조사위원 누가…인선·선임방식 핵심쟁점 될듯

    여야가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기구를 국회 밖 독립기구로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조사위원 구성 및 선임방식이 가장 뜨거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물론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여야 정쟁의 핵심인 조사대상 및 조사범위,정치인 참여 여부 등도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따라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이전투구식 정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회 밖 기구로만 가닥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과거사 특위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한나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인상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0여개 시민단체들이 ‘독립기구화’를 요구해오자 그동안 ‘국회 내 기구’를 주장해온 열린우리당으로선 한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이에 따라 과거사 진상규명은 민간 주도의 독립기구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가 국회 밖 기구로 방향을 잡으면서 다음 논란거리는 조사위원 선정 및 검증 방식이 될 전망이다.어떤 성향을 가진 조사위원을 선임하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어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조사기구를 독립기구화하더라도 정치권·시민단체·학계·전문가 등이 두루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내심 진보성향의 학계·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거 참여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다.반면 한나라당은 학계와 사회적으로 검증받은 사학자와 전문가로 제한해야만 정치적 ‘마녀사냥’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물론 ‘정치인 배제’는 한나라당이 과거사 진상규명을 받아들인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조사위원을 사전 검증하는 문제 역시 여야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열린우리당은 여야 합의를 통해 조사위원을 선정하자는 입장인 반면,한나라당은 조사위원의 객관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여야 추천인사를 대상으로 사전 청문회를 열어 자질과 자격을 검증하자는 입장이다. ●친북·용공 포함 놓고도 여야 신경전 한나라당은 6·25전쟁과 분단의 원인제공자였던 친북·용공세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반면,열린우리당은 친일·유신 진상규명을 희석화하려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동학혁명의 역사적 재조명 ▲일제 하의 친일행위자에 대한 역사적인 심판 ▲유신 및 신군부 정권 하의 의문사 및 인권침해 등 13개 항목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강창일 의원은 친북·용공 포함 여부와 관련,“친북·용공 문제는 반공을 국시로 하는 정권 하에서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심판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를 다시 거론하자는 것은 부관참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친북·용공행위를 포함한 근·현대사 전반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특히 특정사안 및 특정인의 부정적인 면만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공과를 함께 규명함으로써 근·현대사의 명암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현대사의 당당한 주역이라면 친북·용공 행위 조사와 중립적 기구 구성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SK ‘소버린과 2차전’ 우호세력 다지기

    [재계 인사이드]SK ‘소버린과 2차전’ 우호세력 다지기

    최태원 SK㈜ 회장이 내년 소버린자산운용과의 2차 경영권 전쟁을 앞두고 해외 우호세력 결집에 나선다. 양측의 지분 구조와 국내 우호세력을 감안하면 내년 주총도 올해처럼 SK㈜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현재 오너 일가와 그룹계열사가 보유한 SK㈜ 지분은 20.7%로 소버린(14.99%)보다 다소 많다. 또 소버린측이 줄곧 의혹을 제기한 SK㈜ 경영진의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해외 투자자에게 알려,명분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SK와 소버린은 지난 6월 올 주총 이후 첫 접촉을 가졌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우선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제1회 베이징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경영을 재개한다.다음달에는 SK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해외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다.최 회장이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SK㈜의 상반기 경영실적과 SK그룹의 향후 비전 등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베이징포럼은 SK그룹이 운영하는 장학재단인 고등교육재단에서 2000년부터 연구비를 지원해 온 아시아 각국의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시아의 정치·경제·사회문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학술회의로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다. 최 회장은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지역회의 공동의장으로 선임되는 등 한국의 대표적 차세대 경영인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쳐왔지만 지난해 ‘SK사태’로 구속 수감된 뒤 글로벌 경영인으로서의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관계자는 “이번 베이징 포럼과 해외 IR 참석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글로벌 경영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인지난 지음

    “이제 중국의 지식인들은 유학(儒學)을 통해 엘리트로서 중국을 계도하겠다는 큰 포부 대신 돈벌이의 바다에 뛰어드는 쪽을 택하고 있다.그래서 ‘주역’은 점성술 책이 됐고,노자와 선종(禪宗)은 세속의 힘으로 지난 시절의 숭고를 해체하는 이기가 됐다.불교와 도교는 민중의 건강한 신체 혹은 또 다른 기능을 위한 집회의 명분이 됐고,법가의 사상 또한 상업전선의 모략과 사기술로 변했다.‘문(文)의 바다’는 ‘상(商)의 바다’가 됐으며 장엄한 물결로 대중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출신 미술사학자 인지난(중앙미술대 교수)은 그의 저서 아큐와 건달,예술을 말하다’(임대근 옮김,한길아트 펴냄)에서 오늘날 중국문화의 특성을 이렇게 요약한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인은 지난 역사 속에서 허우적대며 아둔하고 자기변명만 늘어놓던 ‘아큐’에서 쿨한 ‘건달’로 변했다.싸구려 ‘메이드 인 차이나’를 쏟아내던 저급 노동자에서 외국 대중스타에 열광하는 최고의 문화소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한류열풍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중국에서는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문화인들의 ‘하해(下海,돈벌이의 바다로 뛰어드는 상황을 비유한 말)가 지식인들의 ‘유학’을 대신했다.유가는 상업의 수단이 돼 ‘유상(儒商)’들이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아큐와 건달,‘은 오늘의 중국 문화와 그를 둘러싼 사회현상에 대한 단상집이다.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문화예술계 전반을 특유의 비평감각으로 살핀다.저자는 무엇보다 문화를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선을 강조한다.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는 늘 서구의 오리엔털리즘적인 시각에 의해 대상화 되어왔다.예컨대 중국은 서양문화의 패권주의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의 풍속을 그린 현대문학이나 영화를 하나의 ‘민속품’으로 팔아왔다는 것.저자가 보기에 설치나 퍼포먼스에서의 아방가르드 예술 또한 민속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이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축구와 소설에 매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저자는 축구와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 외에 그들의 삶과 정신의 공간을 본 적이 있는가 반문한다.인간은 역시 스스로를 길들이는 동물이다. 저자는 창공을 나는 제트 여객기에 앉아 이백의 ‘촉도난’을 한번 읽어보라고 말한다.“…누른 학조차도 날아 지나지 못하고/날쌔다는 원숭이도 오르자니 걱정이라….” 촉도의 험난함이 하늘 오르기보다 심하다는 이백의 시가 더이상 낭만적일 수 있을까.텔레비전과 인터넷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이미 낭만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그러니 세속적이고 통속적으로 변화하는 오늘의 중국 문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1980년대가 소수 엘리트들의 중창 혹은 독창의 시대였다면,1990년대는 엘리트와 민중의 대합창 시대다.대가가 없는 이 시대야말로 민중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하는 저자는 더욱 더 많은 ‘건달’이 평등한 문화광장 위에서 뜻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중국에서는 ‘포스트마더리즘(postmotherism)’이다(?).중국의 1990년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 속에 우왕좌왕하던 시기였다.또한 1989년 톈안먼 사태로 국제적인 이목을 끌던 중국의 예술가들이 호평 속에 금의환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어떨까.포스트모더니즘은 중국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서구의 것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인의 손을 빌려 되풀이한 것인 만큼 포스트마더리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후낭(後娘,계모)주의’ 쯤으로 옮길 수 있는 포스트마더리즘은 물론 저자가 만들어낸 말.중국인에게는 몸에 밸 수 없는 서구이론의 태생적 한계를 저자는 이같은 언어유희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그 어떤 서구의 이론이나 지식인의 이름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와 시선으로 오늘의 중국을 풀어내고 있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1만 7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경형칼럼] 부총리와 책임장관은 다르다

    [이경형칼럼] 부총리와 책임장관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분권형 국정운영’구상을 밝힌 후 처음으로 지난 17일 국무회의가 열렸다.이날 회의는 두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 회의 진행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하나는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했지만 이해찬 총리의 발언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회의 말미엔 대통령의 지시에 이어 종전과는 달리 총리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다.‘책임 총리’의 위상이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무회의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이 총리,이헌재 경제부총리,안병영 교육부총리,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사회분야 책임장관)등과 오찬을 나누며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이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가 끝나면 이날 휴가로 불참한 오명 과학기술부장관(부총리 승격 예정),정동영 통일부장관(외교안보분야 책임장관)등을 고정 멤버로 하는 대통령 주재 팀장급 이상 국무위원의 ‘실세(實勢)오찬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대통령-국무위원’관계와 ‘대통령-팀장급 국무위원’관계의 2중 구조가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분권형 국정운영체제는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챙겨야 국정이 돌아가는 만기친람형(萬機親覽型) 제왕적 대통령을 지양하고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19개 부처를 총리 직할 2개 부처를 포함, 6개 그룹으로 나눠 부총리와 책임장관을 일종의 팀장으로 하는 분권형 내각 운영은 국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권형 국정 운영 방식은 한두 가지 비판을 면할 수 없다.우선 책임장관은 사실상 부총리 역할을 하게 되나 실질적인 업무 조정 등 권한 행사면에서 결코 부총리와 같을 수는 없다. 부총리는 법적 지위를 통해 부처간 업무 조정의 권한을 부여받지만 책임장관제는 어디까지나 운영의 묘이지,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책임 장관과 일반 장관은 수평 관계이지 수직 관계는 아니다. 둘째,책임장관제는 정 통일장관이나 김 복지장관의 대권 수업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지적이다.굳이 따진다면 정 통일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직을 겸하도록 했기 때문에 외교안보분야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반면 김 복지장관이 부처 서열이 더 높은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환경부,노동부,여성부를 관장하는 책임장관이 될 수 있는 근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찾을 수가 없다.지극히 편의적이고 도식적인 업무 분장이다.아니면 대권 예비주자로서 김 장관이 정 장관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그럴싸한 명분을 붙여 짜낸 고육지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이 국회 다수당을 장악한 여대야소의 집권 2기를 맞아 진실로 분권형 국정 운영을 꾀한다면,두 사람에게 책임장관이라는 어정쩡한 자리를 줄 일이 아니다.차라리 부총리 정수를 탄력적으로 더 늘려 분명한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는 방식이 옳다.노 대통령이 수평적·분권적 국정 운영을 추구한다면,임기응변식으로 용인을 할 것이 아니라,그 진정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인사를 해야 한다. 또 이 총리가 자신은 ‘정치적 책임총리’가 아니라 ‘정책적 책임총리’라고 밝혔듯이,정·김 두 책임장관도 내각에 몸 담는 동안에는 ‘정책적 책임장관’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두 사람과 그 주변이 수시로 드러내는 대권주자로서의 행보가 자칫 여권내 대립·갈등을 부추겨 노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 국정 운영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 강준만 “盧대통령, 조중동 음모에 휘둘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모처럼 말문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웠다. 강 교수는 ‘조중동의 음모에 휘둘리는 노무현:2004년 7월의 한국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월간 ‘인물과 사상’ 9월호에 싣고 “노무현 일행은 지금 ‘증오의 정치’를 하고 있으며 그들이 하는 ‘증오의 정치’에 대한 유일한 면죄부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한심한 작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과 메이저 신문의 관계에 대해 “노무현이 조중동의 음모에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노무현을 화나게 만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 같다.그들에게 그런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그들의 비판이 워낙 수준 이하인 데다 악의적이라 효과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치에 대해 침묵한 데 대해 “동지애를 느꼈던 사람들과 싸우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그는 대선 후의 개혁 논쟁을 ‘줄서기와 편가르기’라고 폄하했다. “과거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투사들이 사과 한마디 없이 하루 아침에 ‘개혁 영웅’이 되고,노무현의 대통령 후보시절 민주당에서 이쪽저쪽 눈치만 보던 행태적 기회주의자들이 졸지에 ‘개혁 투사’로 변신한 반면,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온갖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들은 막판에 노무현의 기회주의에 줄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됐다.”는 것. 그는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가장 큰 목표로 내세웠지만 한국 정치판을 기회주의의 잔치판으로 만든 1등 공신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고 힐난하는가 하면 민주당 분당 과정을 두고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집단이 어떤 명분을 선점해 그걸 여론재판으로 치고 나가면서 자신은 선의 편,다른 집단은 악의 편으로 몰아넣는 식의 싸움질은 옳지도 않거니와 그런 식으로는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강 교수는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들어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라 어느새 어설픈 마키아벨리가 됐으며 조악한 이분법을 휘두르며 자신의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선동가가 됐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이어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은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이 저지른 ‘왕따’ 전략이며 대통령 탄핵은 억울하게 왕따를 당해 파멸의 궁지로 내몰린 사람들이 저지른 칼부림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살 길은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노동당처럼 만드는 것뿐이나 그간의 행적으로 보아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주문을 한다면 열린우리당에 흡수된다거나 하는 추태 부리지 말고 죽을 때 의연하게 죽으라.”고 충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명박 “서울, 통일까지 수도로 있어야”

    이명박 “서울, 통일까지 수도로 있어야”

    서울시가 헌법재판소에 수도이전 의견서를 낸 데 이어 이명박 시장이 처음으로 공식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법무부,건설교통부,서울시 등 3개 기관이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청와대와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도 곧 입장을 정리,단일 의견서를 낼 것으로 전해졌으나 국회의 경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차가 커 단일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시장은 15일 박명현 대변인을 통해 A4용지 26쪽짜리 ‘수도이전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앞서 14일 시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 의견서를 헌재에 냈다. 이 시장은 이와 관련,“수도이전은 7000만 겨레와 후손들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사업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깊은 논의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못박았다.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뜻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부가 ‘수도이전으로 재미 좀 봤다.’‘정권의 명운을 건다.’‘반대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다.’라는 등 정치쟁점화하며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과 함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정부가 수도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가 균형발전은 지방으로의 권한과 재원 이양으로 가능하다.”면서 “분단 이전부터 민족 생활공간의 중심지인 서울은 통일이 될 때까지 대한민국의 수도로 남겨두는 게 민족의 염원이며,만약 이전할 계획이라면 민족 전체의 합의를 토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헌재의 역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끝맺었다. 한편 헌재는 의견서가 취합되는 대로 평의를 열어 공개변론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린 뒤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종국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홍환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녹색공간] “웰빙은 작은 것이여”/오한숙희 여성학자

    오년전만해도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진작가였던 친구가 지리산 자락에서 차농사를 짓고 산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 겸,피서 겸 섬진강가를 다녀왔다.녹차와 매실,두 가지 녹색을 먹고사는 친구부부의 모습이 신선 같았다. “적게 먹을 생각하니까 많이 벌겠다고 서울에서 아등바등 살거 없겠더라구.벌면 또 버는 만큼 쓰게 되는 게 소비사회의 속성이잖아.” 가마솥 온도 240도에 아홉 번 덖어 녹차를 만드노라면 목장갑을 겹겹이 낀 손에 화상으로 물집이 잡힌다면서도 그들 내외는 행복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나주의 농사짓는 친구들이 생각났다.곧 추석이니 배농사로 바쁠 것 같아 먼저 전화를 걸었다. “과수원일로 바쁜 건 아니고 오늘 밤 마을회관에 모이는디.튀밥 장사할라고 봉지 작업하기로 헝께,노래연습도 히야고.” 밀고 들어갈 생각으로 궁합을 맞췄다. “봉지 작업이라면 일손 필요하겠네.내 일행들은 노동명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노래연습에는 관객이 있어야 제격일 테니 우리가 가는 게 딱이다,그치.” 그들은 광복절을 맞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통일 한마당에 여성 농민노래패를 구성하여 노래자랑에 나가는 한편 우리쌀 지키기 홍보의 일환으로 쌀튀밥을 팔 작정이었다.작업대열로 앉아 사먹어본 눈어림으로 봉지마다 1000원어치씩 담아내고 보니 백여든 두 봉지였다.작업이 끝났다고 허리를 펼 틈도 없이 총무를 맡은 이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인건비는 관두더라도 본전도 안 나온다.” 본전에 맞추자니 1500원은 받아야 할 터였다.외할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 법인데 아무리 우리쌀이라 해도 1500원이면 안 팔린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이러니 가격경쟁력이 있으려면 수입쌀을 쓸 수밖에 없는 거야.” 우리쌀 지키기의 명분이 빛을 잃어가는 순간이었다.“그렇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잖아요.우리쌀이 우리 몸에 더 좋은 것이라면 경쟁력을 양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는 거 아닐까요.” 전환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나의 일행 중의 한 명이었다.그는 얼마후 가족을 따라 이민을 가는데 무엇을 생업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애들이 흔히 하는 말로 체리농사에 ‘필이 꽂혀서’ 지리산 차농사꾼 구경을 따라나섰고 나주걸음도 그로 인해 연결된 것이었다.무농약농사를 꿈꾸는 그에게 가격경쟁문제는 심각한 화두일 수밖에 없었다. “별로 안 좋은 것을 많이 먹기 보다 좋은 것을 적게 먹는다는 개념으로 바꿔가면 되잖아요.무병장수의 비결 중에 ‘적게 먹고 많이 걸어라.’가 있던데요.” 그 다음부터 우리의 이야기는 ‘소식 간증’으로 흘러갔다.진짜 미식가는 양으로 승부하지 않는다,우리 어머니는 팔뚝만한 중국조기를 보시더니 같은 값에 조선조기 한 마리 먹지 중국 조기 세 마리 안 먹는다셨다,아흔에 등산하는 친구 할아버지가 저녁은 유기농 오곡가루 한 숟가락 드신다더라,일본의 니시건강법을 계승한 고다 박사는 상상할 수 없는 소식으로 불치병을 고치는 것으로 유명하다더라,그날 우리의 결론은 만장일치,‘웰빙은 작은 것이여’,튀밥값은 소신의 1500원. 가격과 양,숫자로만 따지는 공간에는 생명과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제는 질이다.작더라도 생명이다. 오한숙희 여성학자
  • [씨줄날줄] 미국대사/이목희 논설위원

    1980년대 중반 올챙이 기자 시절 외무부(현 외교부)를 출입했다.당시 취재에 있어 ‘미국 손님’이 큰 스트레스였다.전두환 정권의 인권문제가 이슈였는데,미국에서 하급 관리만 와도 공항에 나가 취재경쟁을 벌여야 했다.한마디라도 들으려는 기자들과,빼돌리려는 관리들간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1986년 제임스 릴리가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했다.미 CIA간부를 지낸 정보통이어서 세간의 관심은 더했다.역시 취재를 위해 공항에 나갔으나 먼 발치에서 얼굴만 봤을 뿐이다.“이거,완전히 총독 부임이잖아.” 기자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릴리 전 대사는 최근 “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민주화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도록 막았다.”고 밝혔다.면담일정을 안잡으려는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호통을 쳐서 대통령과 90분간 만났다는 것이다.한국의 민주화를 도왔다는 명분은 있지만,내정간섭이 분명했다.릴리 전 대사 이전 미국대사의 위세는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릴리 전 대사 시절 주한미대사관 경제담당 일등서기관으로 근무했던 크리스토퍼 힐이 새 미국대사로 부임했다.지난 12일 입국한 힐 대사는 16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한다.그는 입국성명에서 “80년대에 근무한 경험만을 기반으로 (대사역할을)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막내딸 클라라가 한국에서 태어난 점을 강조하면서 친근감을 주려 노력했다. 90년대 이후 한·미 관계가 변하고 있고,주한미국대사의 위상도 많이 바뀌었다.힐 대사가 아무리 ‘군림’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그렇다고 힐 대사의 역할이 80년대 이전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한국 정부나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었지만,한반도 안보정세 변화와 한국민의 대미 인식에 있어 미국대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전환시대를 맞아 한국의 정확한 민심을 워싱턴에 전해 미국 정부가 바른 정책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미국내 신보수주의자의 강경한 목소리에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힐 대사는 전직 주한미국대사 상당수가 ‘코리아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를 만들어 한국 관련 활동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설] 과거사 규명 국회에서 논의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 정리를 위해 국회에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노 대통령은 진상규명의 대상을 반민족 친일행위뿐 아니라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지금 과거사의 정리 문제를 놓고 본질을 벗어난 정쟁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의 제안은 장외 정쟁을 국회에서 수렴하자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친일행위나 과거 국가권력의 불법행위는 아직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정리되지 못한 과거사가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분열과 반목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그래서 과거사 문제가 여야의 정쟁거리로 전락한 것은 또 다른 불행이다.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여야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아직까지도 친일문제나 과거 정권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것은 기득권 세력과 국가기관의 은폐와 비협조 때문인 것은 틀림없다.과거의 진실규명이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논쟁거리를 국회에서 수렴한다는 점에서 국회에 특위를 설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관이나,학계보다는 국민대표기관이 맡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나라당은 국론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고,국정 우선순위에도 밀리는 사안이라고 특위 설치를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한나라당의 주장은 과거사 문제를 국정과 분리시켜서 국회에서 다루자는 취지에서나,진실규명이 목적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더욱이 과거사 문제에 박근혜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면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물론 여권도 특정인물을 겨냥하거나 정략에 휘둘리지 않도록 역사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 [열린세상] 美·中 패권주의는 닮은꼴/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계속되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우리의 몸을 괴롭히는데 더하여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소식은 속으로부터 열불나게 한다.집단적 스트레스를 받는 중에 한국 역사학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동반등재됨으로써 지난 1년여 동안 격렬한 역사분쟁을 초래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문제가 가닥을 잡는가 했다.중국이 역사문제를 정치문제화하지 않겠다고 학계에서도,외교가에서도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신청을 보류시킨 뒤 뒤늦게 신청하여 동반등재시킨 중국의 공세적 자세 앞에,우리는 심리적 피해의식을 숨기며 다행으로 여겼다.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가 학술차원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했다.고구려연구재단이 출범하여 학술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동반등재 결정 이후 우리의 순진한 자세를 비웃듯이 중국은 고구려의 중국지방정권설을 대중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내년에는 교과서에까지 실을 태세다. 중국이 고구려를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는 데서 멈출지는 알 수 없다.1894년 청일전쟁 당시 중국의 청은 ‘조선속방론’을 내세워 조선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출병하였고,일본은 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은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하면서 청의 조선지배 의도를 깨뜨리고자 출병하였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조선의 영토와 국권을 침탈하려는 제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냈다. 청일전쟁에서 패전한 뒤 중국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섬나라 일본의 공격을 받아 영토를 유린당하고 피의 학살을 체험하였다. 오늘날 중국의 패권주의는 사회주의적 실험의 성과를 포기하고,이제 수천년 이어온 중화주의,대국주의로 돌아가,청일전쟁 이후 빼앗긴 그것을 되찾으려는 의식으로 팽배해 있다.동북아의 상황 변동에 따라서는 우리의 역사를 송두리째 중국의 것으로 여기는 공세적 자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1세기를 맞으면서 지구촌 사람들은 피의 전쟁으로 점철된 지난 세기의 대립과 갈등을 벗어나 평화와 공존의 문화시대가 도래할 것을 소망하였다. 그러나 석유의 확보를 배경으로 이라크침공을 감행한 미국의 신제국주의적 패권전략은 인류의 소망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여기에 중국의 애국주의는 미국의 그것과 닮은 꼴로 향하고 있다. 중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담론의 창출과 확장이 필요할 것이다.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우리가 민족의 찬란한 문화와 자주적 역사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에 격분하고,‘역사주권’을 찾기 위해 다방면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마땅한 일이다.그러나 역사주권만을 부르짖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의 경제적,군사적,국제관계적 현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국민의 ‘격렬한’ 반대를 외면하고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신제국주의적 이라크침략전쟁에 파병함으로써,주권국가의 자존에 손상을 입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고구려 역사주권을 지키려 하면서 남의 나라 주권을 빼앗는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의 모순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역사주권 회복의 당위성은 현실적으로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을 세우는 일과 맞닿아 있다.인간존중,평화추구,민족자주성의 의연한 자세로 이라크 파병을 재고해야 한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 [데스크 시각] 붉은 깃발법을 아시나요/홍성추 산업부장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왜 자동차 산업이 번성하지 못했을까.많은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그 중에서 연세대 정갑영 교수가 최근 한 강연에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영국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고 한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붉은 깃발법은 1865년 영국에서 자동차산업이 태동할 무렵,기존의 이해집단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즉,한 대의 자동차 운행에 3명의 운전기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제도였다.말을 타고 한 사람은 전방 55m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가 오고 있다고 소리치는 임무였고,다른 한 사람은 후방 55m에서 자동차가 지나갔다고 붉은 깃발을 흔드는 일을 맡았던 것이다. 30년 동안 존속된 이 법으로 인해 기존 업자외에는 신규 진입이 거의 불가능했다.결국 신기술 개발이 이어지지 않았고 신종 자본가는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지나친 보호와 규제가 나라의 산업운명까지 갈라놓은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미국 뉴욕의 ‘할렘가’ 역시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임대료가 폭등하자 뉴욕주 의회는 아파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1%만 추가하여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건물주가 세입자를 마음대로 쫓아낼 수도 없도록 했다.건물주들이 아파트 자체는 물론 그 주변까지 방치한 결과,‘슬럼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1920년 실시된 미국의 ‘금주법’이 마피아 조직을 급성장시킨 발판이 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내렸던 점유율 하한선 조치도 결국은 한 회사만 초우량기업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SK텔레콤이 신세기 통신과 합병할 때 시장 점유율을 52% 이하로 묶어놓았다.후발 이동통신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결과는 어떠한가.SKT는 이 룰을 지키기 위해 연체를 발생시키는 불량 가입자를 강제로 퇴출시키면서 신규 우량가입자를 확보했다.결국 시장점유율은 52%를 지켰지만 수익률은 전체 시장의 57%를 웃돌아 SKT를 초우량기업으로 만들어 준 꼴이 됐다. 70년대 정부가 물가억제를 위해 자장면 가격을 동결시키자 업자들은 ‘삼선자장’이나 ‘간자장’을 만들어 물가억제책을 피해나갔다.예식장 이용료를 규제하자 드레스나 식당 이용 등을 끼워팔아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피해를 안겨줬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당경쟁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종 진입규제책을 내놓았다.부작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인허가제를 양산했다.결과는 과잉투자를 불러일으켰고 부정부패를 조장했다. 수요억제(투기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분양가 규제가 공급 축소를 불러왔고,나중엔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는 풍선과 같은 것이다.한 쪽을 누르면 한 쪽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지금 쏟아내고 있는 정책들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규제와 정책을 혼돈하는 경우가 없는지 말이다. IMF환란 때 나라를 살리는 정책이라고 외쳤던 ‘빅딜정책’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빅딜만이 우리 경제를 회생시킨다고 소리쳤던 위정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현 정부의 대형 정책들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적어도 붉은 깃발법이나 금주법과 같은 세계 경제사의 실패사례로,후학들의 연구대상이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홍성추 산업부장 sch8@seoul.co.kr
  • [이라크 ‘종교전쟁’ 비화되나]기독교·이슬람교 타협없는 대립 심화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이라크에서는 연일 테러와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최근에는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들이 미군과 외국인뿐 아니라 기독교 교회와 단체들로 공격 대상을 확대하면서 종교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이같은 우려 속에 테러 위협을 피해 인근 시리아와 요르단 등지로 탈출하는 이라크 내 기독교인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종교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슬람과 비이슬람,특히 기독교간의 갈등과 대립을 일찍부터 점쳤었다.이른바 ‘종교전쟁’이다.그러면 과연 이라크는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종교 전쟁’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선문대 이원삼(46·이슬람사상) 교수와 강남대 이찬수(42·비교종교학) 교수의 대담을 통해 이라크 종교전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등을 들어본다. ■ 이원삼·이찬수 교수-전문가 대담- ●이원삼 교수 현 상황을 ‘종교전쟁’으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전쟁의 속성상 종교보다는 정치·경제적 요인이 더 크고 여전히 그같은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개되는 양상을 볼 때 종교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찬수 교수 종교가 가진 보편성을 도외시한 채 특정 이념과 교리를 강조한 종교행위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현재의 이라크를 포함한 이슬람권의 움직임을 볼 때 명쾌하게 ‘종교전쟁’으로 선을 그을 수 없지만 왜곡된 종교관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한 대립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다.종교전쟁의 위험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원삼 교수 흔히 이라크 전쟁을 이슬람과 서구권의 충돌에 국한해 보고 있지만 문제는 비단 이슬람-서구세계만의 대립에 머물지 않는다.이슬람권 내부의 복잡한 관계와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계의 이해관계를 함께 연결하면 현재의 이라크 사태를 결코 단순하게 볼 수 없고 파병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에서도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찬수 교수 역사적으로 종교간 충돌과 갈등을 들여다보면 사소한 계기가 엄청난 살육을 불러온 경우가 많다.중세 십자군 전쟁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단순한 성지 순례를 둘러싼 탈환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낳았다.문제는 종교가 이념이나 외적인 표현 양식이 아니라 그 문화권이 지닌 독자성과 특성을 이해하고 실현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때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서구의 기독교가 이슬람 문화권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전쟁으로까지 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원삼 교수 지구상의 모든 문화권에 각자 특수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이라크만 하더라도 각 부족마다 관습과 언어 종교적 이념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너무 그들을 모르고 있다.그 특수성을 외면한 채 무력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면 전쟁을 피할 수 없다.그런 점에서 한국의 이슬람권 선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한국기독교계의 예루살렘 평화의 행진은 비록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문화우월주의에 치우친 파행적 선교 측면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찬수 교수 이제 기존의 종교관은 세계 평화의 측면에서 볼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케케묵은 사고의 패턴으로 종교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말이다.종교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사고의 혁명이 절실하다.지금 행해지고 있는 한국 기독교계의 해외선교도 반드시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원삼 교수 현재 한국 기독교계가 파견하고 있는 해외 선교사의 70%가 이슬람권에 몰리고 있다.선교에 대한 열정은 좋지만 현지 사정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선교는 거꾸로 적을 만들 뿐이다.선교다운 선교도 시작하지 못한 채 적대감만 낳는다면 선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찬수 교수 거듭 말하지만 이슬람권의 종교적 특수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현재 이라크에서 준동하고 있는 원리주의자들이 과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거꾸로 기독교 입장에서 이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이슬람은 쿠란에서도 타 종교를 배척하지 말라는 원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슬람과 기독교가 상호이해를 통해 폭력을 막고 줄일 방법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원삼 교수 문제는 전쟁의 명분이 종교적으로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하고 있다.옛소련 영향권에 있던 반미성향의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아랍국들이 친미로 돌아섰고,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점이 바로 큰 이유다.이라크와 이라크 바깥의 아랍국들이 속속 뭉치는 과정에서 이슬람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음은 바로 종교적인 선명성을 통해 응집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다. ●이찬수 교수 이슬람 국가들이 종교를 표방하면서 전쟁을 선언한다면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서로 이해하면서 어떻게 서로를 죽일 수 있는가. ●이원삼 교수 문제는 이슬람공동체(움마),혹은 이슬람국가 건설을 위한 원리주의 세력들이 종교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광복 후 좌우이념 대립의 혼란에 빠졌던 한국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각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그중에서도 알카에다나 알자르카위는 632∼661년 정통 칼리프 시대로 복귀해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자는 원리주의를 강하게 내걸고 있다.많은 아랍국 이슬람 신도들이 이같은 이슬람 움마 건설에 동조해 이라크로 결집하고 있는 상황이 종교전쟁을 예고케 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찬수 교수 우려대로 상황이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도 피해가 없을 수 없다.지금부터라도 이슬람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종교전쟁의 참상을 막고 서구 세계의 제국주의적 팽창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력한 집단이 바로 종교일 수 있다.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이 이슬람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아랍문화센터 같은 공간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원삼 교수 이라크 대사관 직원만 보더라도 미국 2000명,일본 200명에 비해 한국은 턱없이 적은 8명에 불과하다.현지의 정보 파악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김선일씨의 희생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외교채널 이전에 현지의 종교 지도자나 족장 등 대표들과의 폭넓은 유대관계를 확보해 나간다면 사고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행정수도’ 연기·공주 확정…한나라 반발

    ‘행정수도’ 연기·공주 확정…한나라 반발

    정부가 11일 충남 연기·공주 지역을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확정 발표하자 한나라당이 관련 예산안 심사에 대한 전면 거부를 검토키로 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3조 1항에 위배되는 ‘원천적 무효’라며 “독단적인 집행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를 일축하고 행정수도 이전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회 수도이전특위를 구성하자는 요구를 정부 여당이 거부할 경우 독자적으로 타당성을 검토,오는 12월로 예상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건설안 승인 직전에 이전 여부에 대한 찬·반 당론과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강두 수도이전문제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이전지 확정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수도이전 관련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전면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여당에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국회 관련 상임위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라면서 TV 공개 토론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신행정수도 후보지 확정 발표를 연기하라는 주장은 사실상 행정부에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을 그만 둘 이유나 명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법률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면 명확히 입장을 정리하고 폐지법안을 제출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한편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6차 회의를 가진 뒤 “지난 6월 3차 회의에서 선정한 4곳 후보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연기·공주 지역을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대출 조현석기자 dcpark@seoul.co.kr
  • 싱가포르에 ‘개혁 바람’ 불까

    12일 제3대 싱가포르 총리에 취임하는 리셴룽(李顯龍·52) 신임총리가 ‘열린 싱가포르’를 이끌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독립 뒤 40년 동안 유지돼온 싱가포르의 보수체제를 개혁하는 것 외에 정치·경제·사회분야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싱가포르 개방 가속화될까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81) 전 총리의 장남인 리 신임총리는 케임브리지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과 행정학을 전공해 수석 졸업했고 영어,중국어,러시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다.군에 입대해 초고속 승진,32세에 준장 제대한 뒤 집권 국민행동당(PAP)에 입당했다.90년 38세의 나이에 부총리로 발탁돼 14년 재임했으며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겸임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가장 큰 바람은 ‘열린사회’로 가는 것이다.리콴유·고촉통(吳作棟) 등 전임 총리들은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라는 대의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특히 정치적 자유를 제한했다.지난해 일부 완화됐지만 오랫동안 거리에서 껌을 씹거나 술집에서 춤추는 것까지 단속했다.이러다 보니 싱가포르는 국민의 사생활을 일일이 간섭하고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보모국가(nanny state)’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50대 초반의 해외유학파인 리 신임총리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지난 7일 한 싱가포르 신문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리 신임총리를 적합한 총리감이라고 답했고,지난해 야후의 여론조사에서도 리 신임총리가 총리로 지명되는데 반대한 응답자는 15%에 불과했다.리 신임총리도 “열린사회는 독립 이후 탄생한 신세대의 등장,경제발전,국민의 변화욕구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신임총리는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고 전 총리보다) 더 자유롭게 자신의 뜻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싱가포르 정치학자 호 카이 레옹은 “신임총리가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리 총리의 발언을 들어보면 아버지와 닮았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도 10일 발표된 고 전 총리를 중앙은행 총재에,림흥컁 재무차관을 통상산업장관에 임명하고 리 신임총리가 재무장관을 겸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첫 내각 명단에 대해 “신임총리가 ‘싱가포르호’를 요동치게 할 만큼 급격한 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산적한 당면 과제들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인도와의 경쟁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가 관건이다.리 신임총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두 축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싱가포르를 중국-인도를 잇는 허브(중심)로 키워나가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으로는 낮은 출산율(평균 1.25명)을 끌어올리고,엘리트 집단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보수체제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또 정치·외교적으로는 오는 2007년 총선에서 지난 총선때 국민행동당이 얻었던 75%보다 높은 지지를 얻는 것,중국과 타이완 사이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등이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사설] 명분없는 파업투쟁 성공할 수 없다

    LG칼텍스정유 노조가 9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한항공 노조도 파업안을 철회함에 따라 ‘하투’(夏鬪)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공권력과의 충돌이나 항공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두 회사의 노조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명분없는 무리한 파업 투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고유가와 소비·투자 위축으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그런데도 고액 연봉을 받는 두 회사의 노조원들은 나라 경제의 어려움이나 서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몫 챙기기에 급급했다.‘고액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해도 너무 한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이유다.더욱이 억대의 연봉을 받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인상 외에 이라크 파병군 수송 거부를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노사문제를 정치투쟁으로 확산시킨 것이다.LG정유 노조도 고(故) 김선일씨의 참수 장면을 패러디해 회사 사장을 처형하는 모습을 퍼포먼스했다가 비난이 일자 이라크 파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LG정유 노조 등의 파업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반응은 ‘강성 노조로 가득한 나라에 왜 투자하느냐.’였다.노조가 더 이상 경기회복의 관건인 투자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등 노사문화 정착에 힘써야 한다.회사 측도 대화와 타협에 의한 노사 협상에 적극 나서되,불법 파업 주동자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물어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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