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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학교법 개정 쟁점] 학교 폐쇄여부 법 절차 거쳐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학교 문을 닫겠다는 사학재단의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학교폐쇄는 일단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제4조 3항은 ‘사립학교를 설립, 경영하는 자가 학교를 폐지할 경우 각각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 제34조는 5가지 해산 사유를 정하고 있지만 법인이 이사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해산 절차를 밟았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이 인가하지 않으면 학교법인이 맘대로 해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해산 사유도 파산한 때, 다른 학교법인과 합병한 때, 정관에 정한 해산 사유가 발생한 때, 교육부 장관의 해산 명령이 있을 때 등으로 여당의 개정안을 이유로 폐쇄하는 것은 법률상 사유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자진해산한 사립법인은 없다. 현행 법에서 학생수 감축으로 학교법인이 해산할 때 법인 재산의 30%를 해산장려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미충원율로 해산한 학교는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학재단의 학교폐쇄 주장을 ‘시위성 엄포’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재단들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비판을 받으면서 스스로 학교를 폐쇄할 경우 그 명분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결국 개정안이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변경시키려는 사학재단의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사학법인연합회장,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장,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등 9개 사학단체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입학생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재학생이 졸업하는 대로 학교를 폐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녹색공간] 새만금,대안으로 풀자/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오랫동안 찬성과 반대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새만금사업도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음달 12일 최종 심리를 거쳐 늦어도 내년 봄에는 사업의 정당성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환경단체도 그렇겠지만 정부는 이번 소송을 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신행정수도 위헌소송과는 달리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건 정부의 의도나 희망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도 때문이다. 이는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은 공식적으로는 농림부의 ‘농지조성사업’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농지조성 목적의 새만금사업은 사회적으로 본다면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라북도 주민들은 사업추진 초기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복합산업단지 조성의 꿈을 버린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휴경보상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내부간척지 전체를 농지로 활용하는 문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래, 정부도 노 대통령도 농지조성을 흘러간 옛 노래쯤으로 취급해 왔다. 최근 전라북도가 공공연하게 세계 최대 540홀 규모의 골프장과 카지노 등 복합 레저관광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상급심이 남아있다 해도 정부로서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승소하는 사태는 가장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왔던 새만금사업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농림부가 승소한다 해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사법부가 정당성을 인정한 새만금사업의 목적을 변경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간 농지조성의 실효성을 스스로 의심해왔던 정부의 태도가 사법부에 의해 부정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은 애초부터 경제적, 과학적 타당성보다는 전라북도 주민들의 소외감을 달랜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한 것도 환경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경제부처였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도 감사원이었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은 전라북도 주민들에게는 이미 정서적으로 신앙에 가까운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갯벌의 가치에 대한 논박이나 사업의 비합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전라북도 대다수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새만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라북도 주민들의 뿌리깊은 소외의식에 대한 이해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면서도 생태계와 지역공동체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라북도 내에서 새만금사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역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와 지역주민,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가칭 ‘지속가능한 새만금회의’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새만금 어민들이 상경하여 방조제 공사 잠정 중단과 충분한 해수유통을 주장할 계획이라 한다. 방조제 건설로 새만금 갯벌과 바다, 그리고 이를 터전으로 살아왔던 어민들의 삶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넉넉하고 활기찼던 어촌은 점점 쇠락해 가고 갈 곳 없는 어민들은 불안한 미래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장을 위해서는 자연과 생명의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리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체계와 규범의 변화를 새만금에서 이끌어낼 수는 없는 것인가.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 [CEO 칼럼] 중국 톈진에서/류춘수 이공건축 대표

    [CEO 칼럼] 중국 톈진에서/류춘수 이공건축 대표

    오늘 따라 중국 톈진(天津)의 밤 풍경이 맑고 아름답다. 공업도시라 분지가 아님에도 톈진의 하늘은 늘 매연으로 가득 차 가까운 건물조차 뿌옇게 보이기 일쑤인데 오늘처럼 바람이 센 날이면 수상공원을 비롯한 물 많은 이 도시가 활기차고 아름다운 곳임을 선명히 보여준다. 꼭 16년 전,88서울올림픽 개최 직전,90년 북경아시안게임 건축설계 자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국교가 없던 이 땅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해마다 수차례 방문하고,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머물며 일하고 있지만 이렇게 빠른 발전적 변화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소달구지와 자전거 행렬이 한가롭던 베이징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은 이곳 사람들조차 이젠 기억하지 못한다. 외국인 전용 화폐에 괄세받던 인민폐는 이제 세계적인 통화가 되었다. 이런 얘기는 이제 상식이 되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3월, 나는 톈진시 정부로부터 초청 받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건축가와 함께 이곳 하이허(海河)강 재개발 프로젝트 국제현상설계에 참여했다. 톈진의 도심을 남북으로 흐르는 이 강은 수나라 대운하의 일부이며, 톈진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도시개발의 전략적 핵심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거창한 국제적 이벤트의 결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4단계 심사 즉, 전문가 심사, 해당구청 심사, 그리고 시 본 청 심사까지 1등을 한 우리는 당선 축하 인사까지 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종 심사인 시장 발표는 당선작이 없음이었고, 내용적으로는 이곳 박물관을 설계한 일본 팀에 설계를 맡겼다. 문제는 일본 건축가가 만든 최종안은 90% 이상 우리 안을 베낀 것이며 당초의 일본안은 흔적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톈진시 담당자조차 이 일에 분노하여 그 내용 일체를 내게 보내왔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모든 증빙 자료를 첨부하여 이 곳 시 당국에 공식적인 항의 편지를 보냈었다. 지난해 11월 이 곳 당국에서는 내게 공식적인 해명을 이렇게 했다.“지난 3월 사스가 창궐하여 류 선생은 불러도 톈진에 오실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본팀은 이미 톈진에 사무소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국제적 명분보다는 결국 정치적 음모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때 내가 한 말은 이랬다.“나는 여태 중국의 문화와 대국적 품성을 존경하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 별로 두려워할 것도 없어 오히려 안심이 되어 좋다. 중국도 아직은 멀었다.” 다시 일년이 지난 지금, 타이완 맞은편 개방도시인 샤먼(廈門)의 스포츠 공원 설계를 맡아 톈진에서 중국인들에게 일을 시키고 있다. 지금 창 밖의 저 휘황한 밤 풍경을 내다보면서,“중국도 아직은 멀었다.”고 한 치기어린 내 말을 후회하고 있다. 중국 현대사의 참담한 광기였던 문화혁명 같은 분위기가 바로 우리 땅에 불어오는 듯한데, 그 광란이 있었기에 오늘날 중국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면 역사의 아이러니다. 우리도 후퇴의 역사를 다시 겪어야만 제2의 한강의 기적 같은 눈부신 미래가 온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아직도 중국이 우리보다 현대사를 앞질러 개척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들도 국민 소득 1만달러 시대가 되면 체제가 붕괴되는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고, 그때는 이미 터널을 빠져나간 우리는 중국보다 저 멀리 앞서갈 것이라 믿고 또 빌고 있다. 류춘수 이공건축 대표
  • 여야 ‘행정신도시 건설’ 접점 찾나

    여야 ‘행정신도시 건설’ 접점 찾나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 시간이 걸려도 정리정돈된 방침이 필요하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한 청와대 입장에 대해 여전히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일단 헌재의 결정에 대한 분석을 하고 나서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한 여론추이, 충청권의 반응 등을 지켜본 뒤 방침의 방향을 정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심사숙고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과천·대전에 이은 새로운 행정타운 건설, 행정특별시 지정 같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제외하고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을 충청권에 옮기자는 것이다. 여권으로서는 국토 균형발전·지방분권이라는 핵심과제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 충청권의 좌절감을 달랠수 있는 방안이다. 위헌 결정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건설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에서 후속대책을 둘러싸고 국민투표 실시와 개헌 추진 등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로 충남 연기·공주 지역에 행정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 낫지 않으냐는 의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와 국회 등 핵심기관을 제외하고 다른 행정기관들을 옮기는 행정신도시 건설은 특별한 입법 절차 없이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행정수도특별법을 만들고 행정특별시로 지정하기에는 입법 과정에서 또다른 정쟁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과의 차별성에 따른 법리적인 부담도 있다. 충남과의 관계, 재정자립도 등에서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방안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부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행정타운 건설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여전한 관심거리는 청와대 이전이다. 청와대가 이전하면 실질적인 수도 이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뒤엎는 결과로 이어져서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있는 곳이 수도라는 점에서 볼 때 청와대는 상징적인 곳이다. 청와대가 이전하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못내 아쉬워 했다. 미련이 남아 있는 눈치다. 여권이 대책 마련을 미적 미적거리는 사이 한나라당은 “대덕·대전을 ‘행정도시·과학기술도시’로 만들자.”면서 ‘선수’를 치고 나왔다. 청와대와 여권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6자회담 조건 다툴 일 아니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전제조건을 두고 북한과 미국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6자회담 3대 참가조건을 제시했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하지 않고,‘동결 대 보상’에 참가할 준비가 돼 있으며, 남한 핵문제를 우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따졌다. 노동신문도 엊그제 적대정책을 포기하라고 미국측에 거듭 촉구했다. 이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회담참여에 조건을 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6자회담의 필요성은 북한도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3대 조건을 제시한 것은 미국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회담참가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앞서 중국을 방문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6자회담을 통한 핵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북한이 내건 조건 중 남한 핵문제를 포함시킨 것은 잘못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의 우려를 대부분 씻었다.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한국은 단순실험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의 핵물질 실험은 문제가 안 된다. 그래도 의혹이 남는다면 6자회담에서 우리측 해명을 들으면 될 일이다. 미국도 북한을 마냥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다.6자회담의 추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다른 참가국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내에서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마침 파월 장관이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한·중·일 3개국을 순방 중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돕기 위한 ‘선거용’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미 대선 결과가 6자회담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것이지만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변함이 없다.
  • [이젠 로스쿨시대] (中)변호사-전문자격사 영역 다툼

    로스쿨 도입은 ‘고시 법학’에 찌든 대학 강단을 되살리자는 취지지만 눈앞에 닥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자는 의미도 있다. 한마디로 전문화된 변호사들을 키워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분은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50여년간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각종 전문자격사들과 업무영역을 칸막이식으로 나눠왔던 변호사들이 영역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자격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로스쿨 도입까지 동시에 닥치면서 이들간 싸움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시합격자 1000명 시대를 열면서 변호사들은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예전과 같은 수준의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발 뻗을 수 있는 곳’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유사직역 없애라” 보폭 넓히는 변호사 일단 사법개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변호사들의 입맛에 맞는 조항을 몇개 삽입했다. 로스쿨 도입을 결정한 지난 4일 사개위 회의 결과를 보면 로스쿨로 배출될 변호사 수를 매년 1000명 수준에 한정되도록 했다. 그 외에도 ▲행정기관에 개방형직위로 법무담당관을 만들어 경험많은 변호사를 앉히고 ▲기업 내에 법률전문가를 두는 것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강제력이 있는 규정들은 아니지만 법대교수들이나 법대 학생회장단이 사개위안을 비판한 것도 이런 내용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너무 많이 반영됐다는 비판이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비변호사의 법무법인 설립 문제도 변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업무특성상 변호사는 공공성이 중요한데 비변호사 법무법인이 허용되면 자본의 논리에 얽매이게 된다.”면서 “특히 브로커의 존재가 양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추진됐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통합문제도 물건너갔다. 통합을 허용하면 자본력이 강한 회계법인에 법무법인이 사실상 흡수되어 비변호사의 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 때문에 그동안 엄격하게 제한됐던 광고규제조항 개선은 받아들여졌다. 이미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광고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유사직역의 폐지를 들고나왔다. 국회에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면서 변호사 직무범위에 변리사·세무사·관세사·공인노무사·공인중개사 등의 유사직역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현행 변호사의 직무는 변호사법 3조에서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로만 규정되어 있다. 변호사들은 이들 유사직역이 변호사가 부족했던 시절에 임시적으로 생겨났던,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참에 전문자격사를 전문변호사로” 전문자격사단체들은 변호사들의 주장을 ‘속 좁은 이기주의’라고 일축하고 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홍승훈 연구원은 “공인중개사는 사실행위에만 개입하고 변호사는 법률사무만 본다는 이유로 경매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던 변호사들이 이제는 말을 싹 바꿨다.”고 비판했다. 홍 연구원은 특히 “최근 공인중개사업을 겸업하려던 변호사가 1·2심에서 패소하자 입법을 통한 반전을 위해 입법청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자격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세무협회에 따르면 매년 행정심판에서 기각된 3300여건의 소액사건 가운데 60%인 2100여건이 소송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승소하더라도 과다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법무사들도 “300만원 이상받는 변호사도 있어야 하고 20만∼30만원 하는 법무사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세무사·법무사협회는 일본처럼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대리권은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이미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대리권을 달라고 대법원에 법무사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아예 변호사들만 독점하고 있는 소송대리권을 내놓으라고 ‘맞불’을 놓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반적인 법률지식에서는 변호사만 못하지만 특허·세무·관세 등 분야별 업무의 세세한 실무에까지 웬만한 변호사보다 낫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변리사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변호사가 특허를 다룬다는 것 자체를 난센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변리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이공계에 편입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특허법원’의 위상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협회 최태창 부회장은 “특허 관련 소송을 전담하기 위해 특허법원이 설립됐는데 일부 침해소송 부분은 민사법원으로 넘어갔다.”면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특허법원에 관할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세무사협회 정구정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이 두려운 이유는 덩치가 아니라 전문성”이라면서 “전문자격사를 내치는 것보다는 기존의 전문자격사들 가운데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변호사 자격증을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지금이 무한경쟁 시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변호사단체가 일부 개업 변호사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듯한 주장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6000명 안팎인 변호사들 가운데 이미 로펌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가 50% 이상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또 다른 L변호사는 “전문적인 사건을 다룰 능력이 없어서 변리사나 세무사 등에게 사실상 고용된 상태에 있는 변호사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몫’을 두고 자존심을 걸기보다 ‘윈-윈 전략’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태성 강혜승기자 cho1904@seoul.co.kr
  • [수도이전 위헌 파장] 與 ‘4대입법’ 좌초 위기설

    “이러다가 다른 개혁과제들도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추락하는 건 아닌지….” 22일 국회에서 기자와 마주친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의 여파로 여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4대 입법, 즉 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 진상규명법 제정·사립학교법 개정·언론관계법 개정마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의 표현이다. 물론 당 지도부는 표면적으로는 ‘이상 없음’을 공언하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에서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당은 의연한 자세로 개혁을 추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닥에서 감지되는 기류는 어수선하다. 헌법기관인 헌재의 압도적 위헌 결정으로 여권의 개혁과제 전반에 ‘무리한 개혁’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 4대 입법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의 높이는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에 못지않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물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만 해도 사학재단들이 ‘학교 폐쇄’나 위헌심판 제기 등을 공언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보법은 여론마저 우호적이지 않다.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한나라당이 몸으로 막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번 위헌 결정의 여파로 열린우리당이 명분면에서 우위에 설 여지가 좁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극한 대립이 벌어졌을 때 여당으로서는 ‘야당이 발목 잡는다.’란 비판으로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이 효과적인데, 이번 위헌 결정으로 여론전이 호락호락하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국보법 문제는 당내에서조차 의견 통일이 안 되고 있는 복잡한 숙제다.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파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경우 자중지란이 명약관화하다. “4대 개혁법안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손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당내에서 일기 시작한 것은 이같은 정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을 교본으로 한 초강수로 난국 돌파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헌재에 정면 반발, 지지자를 결속시킴으로써 사회 전반을 보·혁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의견을 펴는 쪽에서는 외부와의 전선이 형성되면 당내 결속은 자연스럽게 강화되면서 되레 당초 안보다 더 강도높은 개혁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수도이전 위헌 파장] 공주·연기 “뒤통수 맞았다” 서울·경기 “그럴줄 알았다”

    [수도이전 위헌 파장] 공주·연기 “뒤통수 맞았다” 서울·경기 “그럴줄 알았다”

    ■ 토지수용지역 주민은 환영분위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충청지역 주민들과 자치단체는 망연자실해 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예정지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대체로 환영했다. 그동안 값이 크게 뛰었던 충청지역 부동산값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공주시 장기면 송문리 이용운(65)씨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수도가 들어서면 논·밭을 팔아 편히 살려고 했는데 다 글렀다.”고 말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강완서(36·회사원)씨는 “기대가 컸었는데 무척 실망스럽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 주민 홍두표(44)씨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대전·충북주민들 아쉬움 반면 토지수용지역인 충남 연기군 남면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임만수(59)씨는 “우리들이 바라는 대로 잘됐다.”며 “수백년간 살아온 고향을 떠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헌재 결정을 반겼다. 신행정수도가 들어서는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동면 등의 주민들은 마을마다 수도이전반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거세게 이전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동면 매천리 주민 강현식(51)씨는 “주민 중에도 농지를 적게 갖고 있거나 부안 임씨 등 집성촌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면서 “우리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곳이어서 일부 주민은 보상만 제대로 된다면 떠날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충남도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있다. 충남도 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은 지난 19일 출범했는데 곧바로 해체될 운명에 놓였다. 공주시 관계자도 “헌법에 의해 구성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특별법이 위헌이란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대전시와 충남·북도 3개 시·도지사는 22일 오전 7시30분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한 충청권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손학규지사 “이젠 민생 총력을” 한편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해 온 손학규 경기지사는 “오늘은 헌법이 엄연히 살아 있고 존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헌재 결정으로 수도이전 특별법은 완전 소멸됐다.”고 선언했다. 손 지사는 “이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종식시키고 국론을 통합해 나가며 경제회복과 민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의 안정적 개발을 위한 명분으로 공개적으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인천시도 드러내 놓고 환영 의사는 표시하지는 않았으나 반기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한 간부는 “수도가 이전되면 인천은 손해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명하지만 중앙 정부와의 원활한 협조관계 유지를 위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헌재 결정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서울 송한수기자 sky@seoul.co.kr ■ ‘수도이전’ 관습법 적용 헌법학자 기고문 화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논리가 서울대 최대권 교수의 ‘시민과 변호사’ 8월호 기고문과 일맥상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 교수는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에 적혀 있지 않지만, 일종의 관습법으로 헌법개정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개정돼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합의로 법률이 통과됐다고 해도 관습헌법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독도의 경우 헌법에 명문규정이 없지만, 국회가 ‘일본에 귀속됐다.’고 의결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헌법에 명시되지 않아도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기본규칙은 성문헌법과 동일하게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국민투표는커녕 국회법이 요구하는 공청회도 회피하는 등 최소한의 국민 여론 수렴 과정까지 소홀히 했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북한도 1948년 최초 헌법에 수도를 서울이라 규정했고, 이후 평양으로 개정했다.”면서 “수도 이전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의 상징을 옮기는 일인데 국회의원의 동의만 받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자신의 기고문과 헌재의 결정이 유사한 것과 관련,“헌재도 관습헌법에 대해 상당히 고민한 듯하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명박시장 “국민 모두의 승리” 이명박 서울시장은 21일 오후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의 위헌 결정은 서울 시민의 승리라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크게 반겼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인 결정을 내려준 헌법재판소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어 국민이 갈망하는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며 “그동안 수도이전 반대가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며, 앞으로 서울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시장은 또 현 정부가 수도이전을 강행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하려고 할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도이전 반대 홍보 및 설득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이전 문제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필요한 예산도 당당하게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위헌 결정과 관련,“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헌재의 결정에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며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어떤 정책도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임 의장은 28일 예정된 수도이전 반대 집회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 만큼 시민의 날로 정하고 축제의 분위기로 개최하겠으며 수도이전 반대 서명운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헌재의 결정을 사전에 알았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 헌재의 판단을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헌재의 결정을 앞둔 어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정부가 국민투표로 가고자 할 경우 어떻게 하겠나. -국민투표 부의는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달려 있다. 현 시점에서 서울시가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현 정권이 국민투표 분위기로 몰아간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도이전 반대 타당성에 대한 홍보와 설득에 앞장서겠다. 수도이전반대 운동 관련 예산지원은. -합법적인 만큼 당당하게 지원하겠다.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보는가. -거듭 밝히지만 지역 균형발전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충청권과 대결하자는 것도 아니다. 영남·호남·충청권 등 모든 지역이 발전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앙 정부가 지방분권과 재정자립을 위한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서울시의 행보는. -수도이전은 통일시대를 내다보고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다.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겠다. 분명한 것은 수도이전 반대 주장이 지역이기주의나 특정지역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 것이 아니다. 국가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수도이전 문제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우선순위에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소모적 논쟁보다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도 일자리 확보에 힘쓰겠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신행정수도 추진 일지 ●2002년 9월 30일 노무현 후보,“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 (민주당 선거 대책위원회 출정식) ●2003년 4월 14일 신행정수도 건설추진기획단. 지원단 발족 ●7월 21일 신행정수도 특별법안 입법예고 ●7월 22일 특별법안 공청회 개최 ●10월 15일 특별법안 국무회의 심의·의결 ●12월 29일 국회,‘신행정수도의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통과(찬성167, 반대13, 기권14표) ●2004년 1월 16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공포 ●4월 17일 특별법 및 시행령 시행 ●6월 2일 이석연 변호사,“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추진” ●7월 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결과 발표.‘연기·공주 지구 1등’ ●7월 12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 접수 ●9월 8일 정부, 서울시와 연기·공주 주민 주장 반박의견서 제출 ●10월 21일 헌재,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 펜션사용 5일전 취소땐 전액 환불

    다음달부터는 머리염색이나 퍼머 부작용도 피해 보상을 받게 된다. 통신장애 등으로 유선전화를 6시간 이상 사용하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펜션 등 숙박업소가 위약금 명분으로 예약대금을 전액 떼먹는 횡포도 금지된다. 재정경제부는 21일 이같은 내용의 소비자피해보상규정 개정안을 확정,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알아본다. ●사은품 과다변상 안해도 된다 사은품이 딸려 있는 도서·음반·정기간행물을 구입했다가 취소하게 되면 사은품 변상액이 더 커 시비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사은품에 손상이 없으면 그냥 반환만 하면 된다. 설사 훼손됐더라도 업체가 해당 제품을 매입한 값만 물어주면 된다. 유선전화를 회사측 사정으로 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사화물도 지금은 사업자의 고의·과실로 인한 피해만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에 관계없이 피해가 나면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운송지연, 머리염색이나 퍼머 부작용에 따른 모발 손상도 손해배상 요구대상에 포함시켰다. ●숙박업소 예약금 찾을 수 있다 학원(평생교육시설)들은 광고나 수강신청을 받을 때 수강료와 교재비를 반드시 따로따로 밝혀야 한다. 교재비가 포함 안된 값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콘도나 펜션 등 숙박시설을 예약했다가 취소하게 되면 ▲사용예정일 5일 전까지는 계약금 전액을 ▲1∼2일 전에는 10∼20%를 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당일 취소했거나 취소통보를 하지 않았더라도 계약금의 7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어학연수 수속대행업을 통해 해외연수를 계획했다가 취소하게 됐을 때도 연수학교(어학원)가 선정되기 전이라면 대행료의 8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선정된 후라면 입학관련 서류의 발송 여부에 따라 30∼60%만 환급받게 된다. ●보일러 품질보증 2년으로 보일러는 계절상품인 점이 감안돼 품질보증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거꾸로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은 기업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품보유 의무기간을 줄였다.TV·냉장고·전자레인지는 8년→7년, 퍼스널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5년→4년, 휴대전화는 5년→3년으로 각각 단축됐다. 이 기간이 넘으면 부품이 없어 애프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옷이나 신발을 샀다가 디자인이나 색상이 맘에 들지 않아 바꿀 때는 구입가의 80% 이상(현행 90%) 제품과 교환하도록 기준을 현실화했다. 또 화장품 제조사는 변질 등 부작용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치료비 지급 요건을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열린세상] 습관의 힘/이정옥 대구 카톨릭대 사회학 교수

    “거금 150만원을 들여 100시간 교육을 받고 집에 오자마자 집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남편의 잔소리에 내가 이런 것이나 하려고 태어난 사람인 줄 아느냐고 즉각 대들었지 뭐예요.” 며칠 전 우연히 만난 동료 교수가 들려준 일화다. 비폭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도와 감정에 맞추는 대화를 하라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고 난 후 첫 반응은 습관으로의 원상복귀였다는 것이다. ‘습관’의 힘에 대해서는 일찍이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간파한 바가 있다. 그는 합리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찾아내려는 부단한 노력 끝에 습관의 끈질긴 힘을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주목한 학자도 있었다.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항상 이런 습관의 힘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덜미를 잡혀왔다. 그간 우리 사회의 민주화 주요 목표는 제도 개선이었다. 여성단체들이 1990년대에 거둔 여성관련 개혁 입법의 성과는 실로 눈부시다. 성폭력특별법, 남녀고용평등법, 영유아보호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이 숨가쁘게 제정됐다. 이러한 법은 우리 사회의 관행이나 의식, 상식에 비춰 너무 늦게 제정된 탓에 큰 반대 없이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양성평등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누가 반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여성단체의 입법 제안 내용은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호주제 폐지제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익과 명분이 대립되는 사안인 것이다. 성매매방지법이 호주제 폐지안보다 먼저 통과된 것은, 성매매라는 관행 자체를 드러내 놓고 옹호하기에는 명분이 약했기 때문이다. 명분에서는 앞섰지만 관행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인지 법이 시행되자마자 언론은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며 난리다. 법을 통해 관행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성매매방지법 문제만이 아니다. 개혁입법안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90년대에는 ‘지연된 제도적 민주화’를 현실에 맞추는 시차 극복의 차원이었기 때문에 ‘동의’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2002년 이후에는 이익집단의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공론을 통한 동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실질적 민주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동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문화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꽃 피우려면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바탕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생활세계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고 공론을 통해 지혜를 모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뿌리깊은 습관까지 바꾸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부차적으로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다. 민주화과정은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 우는 아기는 끊임없이 달래고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의 인내와 정성, 지혜가 필요하다. 이 간단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지금의 혼란을 성장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성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방지법은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 성매매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단계로 나가기 위한 장정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 초반에 만난 폴란드의 한 여성학자는 낙태반대 법안을 일부러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 인식이 먼저 생기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먼저 법으로 규제하고 나중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든, 의식을 바꾸고 나서 법제화하든, 보다 중요한 것은 습관의 끈질긴 힘을 인정하는 것이다. 습관의 힘을 인정하게 되면 우리 모두 변화에 대해 보다 겸손하고 인내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정옥 대구 카톨릭대 사회학 교수
  • [사설] 여당, 형법보완에만 집착말라

    열린우리당은 어제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개정안’을 비롯해 4대 쟁점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을 단독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협을 이루려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국보법의 형태·내용을 대폭 손질하면서도 야당을 설득하고 보수세력을 안심시키는 내부협상안이 있어야 한다. 대체입법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형법상 내란죄 조항을 보완하면 처벌공백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북한 간첩도 처벌하기 어렵게 된다고 비판한다. 한반도정세 변화나 역사발전에 비춰 명분면에서 국보법 폐지론자의 주장이 앞선다. 하지만 국보법 폐지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는 국민 상당수의 우려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열린우리당이 형법보완안에만 매달리다가 자칫 국보법을 손도 대지 못하게될 가능성이 있다. 명분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절충을 요구하는 당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안개모 소속 당직자가 사퇴하는 등 여당내 내홍이 불거지는 것은 모양상 좋지 않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법집행자로서 고심의 일단을 밝힌 것도 참고할 만하다. 송 총장은 엊그제 국감 답변을 통해 “국가 안전보장을 지키는 안보형사법 체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안처럼 형법상 내란죄를 확대적용해도 보안사범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법적용의 적정성 논란이 거듭될 우려가 있다. 검찰의 편의만을 위해 입법을 할 수는 없겠으나 현장의 판단이 그렇다면 감안해주어야 한다. 여당이 폐기한 대체입법 시안은 ‘반국가단체’조항을 ‘국헌문란목적단체’로 변경한 정도여서 ‘제2국보법’이라는 진보세력의 비난을 받았다. 대체입법안을 더 전향적으로 다듬은 협상안을 마련해 보라. 올 정기국회에서 대체입법하고, 적절한 시기에 완전폐지하는 단계적 해법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조건 반대’와 ‘대안제시’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나라당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
  • [이젠 로스쿨시대] (上) 술렁이는 수험생, 지각 변동 학원가

    [이젠 로스쿨시대] (上) 술렁이는 수험생, 지각 변동 학원가

    오는 2008년부터 로스쿨이 도입된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사법개혁 차원에서 로스쿨 도입이 논의된 지 10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도입하겠다는 큰 틀의 원칙만 제시됐을 뿐이어서 수험생 등 관계자들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스쿨 도입에 따른 수험생 등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우리보다 조금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 등을 3회에 걸쳐 자세히 살펴본다.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 도입을 결정하자 많은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2008년 로스쿨을 도입하고 2013년까지는 현행 사법시험을 병행 실시하겠다는, 이 두가지 외에는 뚜렷이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학년, 복지안동(伏地眼動) vs 장수생,All or Nothing 로스쿨 도입에 제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수험생이다. 그러나 대학 저학년생들과 장수생들의 고민은 다르다. 법조인을 꿈꾸고 법대에 진학한 저학년생들은 로스쿨이나 사시 중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 없어 고민이다. 로스쿨을 목표로 할 경우 학비와 장학금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수준높은 실무교육을 명분으로 수업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시를 준비하자니 준비기간이 긴 데 반해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여기에다 2013년까지 사시를 병행한다고는 하지만 로스쿨이 2008년에 들어서면 사시 합격자 정원은 그 전후 시점부터 점차적으로 줄어들어야 한다.Y대 김은수(22)씨는 “사시 도전에는 겁이 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로스쿨만 기다릴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H법학원 관계자는 “대학 1∼2학년생이 직접 상담하러 오는 경우도 드물고 하다못해 학부모의 전화문의조차 요즘은 뜸하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긴 많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율사’를 희망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강북에서 입시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4)씨는 “학부모들로부터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어떤 학부 전공이 유리하겠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자신의 유학 준비 경험을 살려 “아무래도 경영이나 세무, 회계 등 실무 분야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해준다.”고 전했다. 장수생들의 고민은 이들과는 다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2013년까지 무조건 사시를 통과해야 한다. 더구나 로스쿨은 학점, 적성평가, 어학실력, 사회활동 등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뽑을 예정이다. 장수생들은 학점을 소홀히 했던 수험생들이 많은 편이다. 어학 실력 역시 젊은 수험생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5년째 공부하고 있는 김모(32)씨는 “내 또래 동료들과 얘기하다 보면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한 것 같다.”면서 “장수생들은 이미 몇번의 실패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돌파가 안 된다면 공무원시험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아직 대규모 이탈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로스쿨이 눈앞에 나타나는 2008년쯤부터는 이탈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직장인들 “도전해볼 만하다.” A회계법인 회계사 H(36)씨는 최근 외국어 회화책과 CD를 다시 꺼내들었다. 로스쿨 입학시험에 어학과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H씨는 “나뿐 아니라 주위 동료들도 이제 회계사 자격증 하나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로스쿨 입학에 더 적극적이라는 예상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H씨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로스쿨 도입에 긍정적이다. 로스쿨 도입 취지 가운데 하나가 다양하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인데 이 취지에 가장 잘 들어맞는 사람들이 전문직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비쌀 수밖에 없는 학비를 부담할 능력과 빡빡한 수업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의 여유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직뿐이기도 하다. 사시의 꿈을 접고 일반 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는 법대 졸업자들도 로스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취업쪽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어쨌든 법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상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는 있다는 것이다.S그룹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는 손모(31)씨는 “기회가 닿는다면 로스쿨에 입학하고 싶다.”면서 “자기계발 측면에서나 인재육성 차원에서 로스쿨이 도입되면 회사가 지원자에 대해 어느 정도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은행 비대화’ 득실 논쟁

    ‘은행 비대화’ 득실 논쟁

    금융업의 ‘은행권 쏠림’을 둘러싸고 제기된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산업 내 은행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며 우려와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도 이에 질세라 반격에 나섰다. 금융당국 내에서조차 쏠림현상에 대한 해석과 대응방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은행자산 환란 뒤 두배로 성장 지난달 말 LG경제연구원은 “보험·증권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은행의 집중도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체제적 위험)가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국내 예금은행의 자산규모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 573조 7000억원에서 올 6월 말 1135조 3000억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된 반면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자산규모는 918조 2000억원에서 801조 8000억원으로 116조원이 감소했다는 통계치를 인용했다. 또 금융산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말 38.5%에서 올 6월 말에는 58.6%로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한득 부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험도가 낮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해 은행의 성장세가 다른 금융기관을 압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재벌계열 금융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은행은 언제 보험·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지만 보험·증권사의 은행인수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은행권 쏠림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제2금융권의 어려움이 커지면 부도 등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고 금융산업의 고른 발전도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기준 달라졌을뿐”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초 ‘통화금융 통계로 측정한 은행의 비중’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금융연구원은 ▲산업은행이 2002년부터 은행통계에 새로 포함되고 ▲은행 신탁계정이 은행통계에서 제외되는 등 통계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일 뿐 은행권 자산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상제 연구위원은 “140조원 이상 축소된 신탁계정이 비(非)은행 통계에 포함되고 산업은행이 은행에 포함된 것 등을 고려하면 400조원가량의 통계오차가 발생한다.”면서 “은행의 금융산업내 비중에 큰 변동이 없다.”고 했다. 은행연합회도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은행 수신 규모가 올해 57.3%로 외환위기 직전인 96년 57.4%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경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은 “은행보다는 증권 등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현재처럼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명분에 치우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은 숫자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다른 금융업종은 오히려 회사 수가 늘어난 곳이 많다.”면서 “제2금융권은 구조조정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가야지 정부정책 등 남의 탓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견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은행 담당자는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은행이 한개밖에 없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대형화·겸업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은행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하며 이를 통해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제2금융권 담당자는 “금융 구조조정과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 등과 맞물려 증권·보험 등에 비해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가 좀더 빠르게 풀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시스템 리스크에 직면했던 상황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내년도 2단계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의 보험판매) 시행을 놓고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재정경제부와 일정기간 연기를 주장하는 금감위간에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직 당국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방증이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는 한 은행 쏠림현상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게 현재의 판단”이라면서 “하지만 그럴수록 은행들의 공익적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seoul.co.kr
  • [비즈&피플] 워크아웃, 우린 이렇게 졸업했다

    [비즈&피플] 워크아웃, 우린 이렇게 졸업했다

    벼랑끝에 몰린 9회말 투아웃. 다들 자리를 뜨며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하는 순간,“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모래알처럼 흩어진 정신력을 하나로 모아 역전에 성공, 우리 곁에 돌아온 기업들이 있다. 몰락한 ‘명가(名家)’로, 환란의 ‘주범(主犯)’으로 세간의 손가락을 받았던 크라운제과, 대우인터내셔널, 쌍용건설 등이 차례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꼬리표를 떼고 ‘명가 부활’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이들이 받은 수모와 서러움, 눈물 등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더욱이 한때는 재계를 호령했던 ‘명가의 자손’들이었으니….‘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이들을 지탱시킨 힘은 ‘주먹 불끈’이었다.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세상의 인심을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부활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던 것은 막판 위기에서 승부의 흐름을 바꾼 ‘구원투수(CEO)’와 한몸처럼 믿고 따라온 ‘야수(임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퇴직금 턴 ‘사원의 힘’-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19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쌍용건설 창립 27주년 행사장에 선 김석준 회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회사를 살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5년 8개월에 걸친 워크아웃 졸업을 자축했다. 생일과 동시에 워크아웃을 끝낸 쌍용건설 임직원들도 “고등학교 3년의 입시전쟁과 군복무를 한꺼번에 마친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졸업기’도 피눈물로 얼룩졌다. 1997년만 해도 2400명에 달했던 직원은 2000년 700명선으로 줄었다. 당장 이익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사업부가 무더기로 없어졌고 회사 돈으로 해외유학가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온 ‘우수인재’들마저 내보내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동료 때문에 타 부서에 전화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살벌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직원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한때 업계 최고수준인 상여금 800%를 받던 직원들이 98∼2000년 단 한푼의 상여금도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대리 5년차의 세전 연봉이 14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사내게시판에는 “오늘이 아들 생일이었는데 버스정류장에 마중나온 아들에게 뭐라도 쥐어주려고 주머니를 뒤졌더니 1200원밖에 없었다. 초코파이와 풍선으로 생일상을 대신했다.”는 가장의 사연이 올라와 사무실이 울음바다에 빠지기도 했다. 김 회장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쌍용그룹 회장으로 있다 98년 채권단의 요청으로 5년만에 회사로 돌아온 김 회장은 “앞으로 나를 회장이라 부르지 말라. 나는 CEO일 뿐이다.”라며 몸을 낮췄다. 추석, 설 명절때는 한번도 빠짐없이 베트남, 인도, 중동 등 해외건설현장을 찾아 고향에 가지 못한 직원들과 함께했다. 회생의 디딤돌이 된 서울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분양때는 스스로 태스크포스팀 팀장이 돼 미국 LA로 건너가 교민들을 상대로 200여 가구를 분양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상증자가 필요할 때 직원들이 퇴직금을 털어 당시 2500원이던 주식을 5000원에 매입하자 김 회장도 유일한 재산인 서울 이태원동 자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다. 대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 지분 25%에 대한 ‘우선매수청수권’은 직원들에게 양보했다. 김 회장의 솔선수범은 직원들의 자신감을 일깨워줬다. 전 직원이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에 어깨띠를 두르고 나가 분양전단지를 나눠주며 광고비를 아꼈고 경쟁사가 분양을 포기한 아파트도 인근 주민들을 파고드는 집념으로 100%분양에 성공했다. 김 회장이 회사로 돌아온 98년 자본잠식 상태로 77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쌍용건설은 올해 1조 2050억원의 매출에 626억원의 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부채비율은 160%에 불과하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인적 네트워크’ 승리-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어제의 수출역군이 하루아침에 죄인 취급을 받을 때는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종합상사의 생명줄’인 거래선의 이탈과 젊은 직원들의 이직이었습니다.”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워크아웃 기간을 회고하다 내뱉은 첫 마디였다. 그가 사장에 취임한 뒤 며칠간 했던 업무는 떠나는 직원들의 사표 수리였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을 잡을 명분이 없었던 것. 이 사장은 “이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나.”하고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고 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로부터 분리될 때만 해도 부채비율이 940%, 채무액은 1조 3000억원을 웃돌아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우선 월례조회를 부활하고, 조직 안정을 위해 사보를 재창간해 회사 소식을 임직원 가족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주말마다 직원들과 북한산을 등반,CEO와 직원들간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 사장은 또 채권단을 일일이 찾아가 “대우의 해외 네트워크는 대우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재산이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 기반을 잘라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해외 네트워크 유지에 부정적인 채권단이 돌아서게 됐으며, 대우인터내셔널 회생에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문전박대도 다반사였다. 이 사장은 인도 국영석유공사의 회장을 만나기 위해 수차례 ‘노크’를 했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 국내에서도 거래 포기가 잇따른 가운데 유상부 포스코 당시 회장이 대우와의 거래를 유지하라는 ‘특명’이 소문나면서 다른 거래선들이 확보됐을 정도. 이 사장은 “돈줄이 보여도 투자자 모집이 안 되거나 투자를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큰 고통이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어려움도 이에 못지 않았다. 상여금 동결은 기본이고 사소한 경비 지출도 일일이 채권단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관계자는 “필요한 사무실 집기 교체에도 쓸데없는 곳에 돈 쓴다는 채권단의 쓴소리를 들을 때는 참담할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이 사장은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을 접했다.2000년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다들 몸을 사릴 때 미얀마 정부가 대우의 적극적인 법인활동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성공 가능성이 큰 미얀마 ‘A-1’광구의 개발권을 준 것. 이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미얀마 가스전의 성공과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황금색 넥타이’만을 매고 다녔다. 그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지난 1월 미얀마 가스전 발견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도약에 결정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0년부터 매년 1000억∼1500억원의 배당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부채비율 168%, 상반기 매출은 2조 4612억원, 순이익 904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내실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크로스 마케팅’ 결실-윤영달 크라운제과 사장 크라운제과 윤영달(59) 사장이 회사를 부도상태에서 구해낼 수 있었던 무기는 ‘크로스 마케팅’과 ‘등산경영’이었다. 1998년 부도가 난 크라운제과는 오로지 외형확장만을 좇은 우리 기업들의 전형적 실패담이었다. 윤 사장은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몸집 부풀리기에만 치중하는 경영을 했다. 이익규모내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빚을 늘려가며 껍데기만 키우는 바보짓을 했다.”고 후회했다. 윤 사장은 창업주인 고 윤태현 회장의 장남으로 연세대 물리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1967년 처음 경영에 참여한 이후에는 72년 ‘조리퐁’이란 대히트작을 내기도 했다.77년부터는 한국자동기라는 공장자동시설 생산업체를 운영하고, 풍력발전을 연구하는 등 개인사업을 하다 95년 다시 회사경영에 복귀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만난 것이다. 채권단회의에서 화의결정이 확정되자 윤 사장은 골프에서 손을 뗐다. 명동에 골프연습장을 지을 정도로 골프광이었다. 담배도 끊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100㎏대의 몸무게를 가진 그에게 등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5분을 가면 15분을 쉬어도 숨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는 아침 8시에 나가 저녁 9시까지 하루종일 직원들과 북한산을 탈 정도로 체력을 길렀다. 등산을 마치면 직원들과 같이 목욕탕에서 등을 밀었다. 직원의 신발이 떨어지면 사장이 직접 뛰어가서 새로 사왔다. 점심때 산 중턱에서 직원들과 함께 걸치는 막걸리는 단단한 응집력으로 연결됐다. 물론 극도의 구조조정 과정속에서 1200여명의 직원은 800여명으로 줄었고,20여명의 임원은 단 한명만 남았다. 직원들의 사기를 일으키고 단결을 일궈낸 것이 ‘등산경영’이었다면 ‘크로스 마케팅’은 매출을 일으키는 발판이 됐다. 크로스 마케팅도 땀흘리는 등산 중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크로스 마케팅이란 국적을 뛰어넘어 동종의 경쟁 업체들끼리 생산, 판매 등을 분담하는 전략적 제휴를 뜻한다.2000년부터 타이완 2위의 제과업체 왕왕의 쌀과자를 들여와 팔았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800억원어치에 달한다. 타이완 1위의 제과업체인 이메이와의 크로스 마케팅을 통해 ‘美인블랙’이란 제품을 지난해 11월 내놓았다.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원이란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크라운제과의 제품도 이들 업체를 통해 타이완으로 수출 중이다. 결국 회사는 2002년말 5년여만에 화의에서 졸업하지만 아버지인 윤 회장은 회사의 재기를 보지 못하고 99년 노환으로 별세한다. 윤 사장은 크로스 마케팅을 타이완에 이어 중국, 일본, 홍콩, 호주, 스페인으로 확대 중이다. 국내에서는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해태제과 인수에 성공하면 크라운제과는 다시 국내 2위의 제과업체로 복귀하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설] 파병연장안 처리 서둘 것 없다

    국방부가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기간을 내년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연장동의안 국회처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리는 파병연장동의안의 국회 제출 및 처리를 서두르지 말 것을 권고한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임박해있고, 이라크 현지를 비롯한 국제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이 이라크 장기파병에 앞장선다는 인식을 주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명분에 있어서도 그렇고, 이라크내 테러단체의 주요 표적이 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자이툰부대는 파병동의안이 처리된 후 주둔지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달 말에야 아르빌에 안착했다.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등 민사활동은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본격 활동 2개월만에 철수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은 인정된다. 하지만 폴란드·이탈리아 등은 내년에 파병군을 빼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새달 2일에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자신이 승리하면 내년중 이라크 주둔병력 중 상당수를 철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직 이라크주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당선 후 정책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내주초 방한하면 한국이 이라크 파병연장을 빨리 확정해주도록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연장동의안 처리를 늦추는 게 국익에 비춰 옳은 일이다. 조기에 매듭지으려 하다가는 또다시 정치·사회갈등이 첨예해진다. 시간을 갖고 여론을 수렴하면서 올 정기국회말쯤 처리를 검토해도 된다. 내년 1월 이라크에서 선거로 합법적이고 힘있는 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군의 파병연장 기간을 축소 조정할 여지가 없는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한나라 “국제약속 이행”… 연장 大勢

    한나라당은 아직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안에 대해 공식 당론을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공식 연장안을 내놓은 뒤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파병 연장안에 동의하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자이툰 부대가 파견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불러들인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용론을 동시에 내세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파병 연장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는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라면서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고 국가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서 정부의 연장안을 뒷받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임태희 대변인도 “국제사회와의 약속과 이라크의 평화유지·재건 사업 지원 참여라는 명분이 아직 살아 있는 상황이어서 당내 전반적 기류는 연장에 동의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안과 여당안을 따로 내놓을 게 아니라 당정이 조율을 거쳐 통일된 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파병에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군 출신인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은 “파병에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 정부는 연장안을 제출하면서 국위 선양 차원에서 파병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통해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면서 “이제 막 도착한 자이툰 부대가 임무를 수행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라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도 “테러 위협의 증가 등 파병 이후 변화된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오·고진화·배일도·박계동 의원 등 반대 의견도 있다. 고진화 의원은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영국 노동당도 위기에 처하는 등 파병을 주도한 세계의 리더들이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한국이 서둘러 파병을 1년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우리당, 찬·반 양론속 여론 예의주시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돌아오느냐. 한국전쟁 때 미국이 한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도와준 것처럼 이라크 전쟁도 한·미동맹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조성태 의원)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젊은이를 계속 내몰 수는 없다.”(우원식 의원) 이라크 파병 연장 여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소신의 문제이니만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찬·반 입장은 외형적으로 넉달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6월 ‘이라크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이 국회를 흔들었을 때 나왔던 익숙한 말들이 17일 그대로 반복했다. 찬성하는 쪽은 ‘한·미 동맹’ 대목에서, 반대하는 편은 ‘명분없는‘이란 표현에서 옥타브를 올렸다. 찬·반의 ‘숫자적 싸움’이 넉달 전과 비슷하다면 열린우리당에선 ‘파병 연장 찬성이 압도적’이라는 결론이 나올 법하다. 지난 6월 파병 중단 결의안에 서명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27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행정부와 보조 맞추기에 잔뜩 신경을 쓰는 태도도 파병 연장이 대세라는 느낌을 던지는 요인이다. 이부영 의장은 지난 1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일부 반대가 있지만 반드시 약속대로 파병 연장 동의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주저없이 못박았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넉달 만에 ‘대세 반전’을 벼르고 있다.‘상황 변화→여론 변화→의원 소신 변화’의 ‘3단계 변화론’이 숫자적 열세를 뒤엎는 복음(福音)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황 변화의 핵심은 미국 대선 결과와 이라크 치안상황 악화다. 우원식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결국 여론이 관건이 될 것이다. 민주당 케리 후보가 당선되거나 이라크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여론이 돌아설 테고, 그러면 의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 변화의 속성은 피동적이면서 운명적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강력한 파병 반대론자인 정봉주 의원은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기를 바랄 수도 없고….’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파병 반대 진영 의원들이 최근 몇 차례 만나 비장의 전략을 숙의한 것은 운명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정봉주 의원은 “지난 6월에는 일부 튀는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 떠들어 파병 반대를 검토했던 의원들까지 거부감을 갖고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이번에는 보다 진중하게 의원들을 설득해 세를 불리겠다.”고 말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해법] “대학 자율 맡겨야” vs “법으로 규제해야”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해법] “대학 자율 맡겨야” vs “법으로 규제해야”

    ■ 납득할 수 있는 고교평가 기준 마련- 강태중 중앙대 교수 고교등급제에 대한 비난과 옹호가 팽팽하다. 양측 논리가 모두 일리 있다는 뜻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한통속 취급하는 ‘동문 연좌제’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전형 대상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출신 학교를 살피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하는 것이나, 모두 고교등급제의 한 단면을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방(攻防)이 각각 일리 있다는 것은 서로를 정확하게 겨누고 있지 않다는 뜻도 된다. 모두 자신의 입장만 부각시키고 있어서 공방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에서는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어렵다. 정직한 토론은 없고 문제에 대한 과장이나 은폐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해법이 구안된 대도 양측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 한 쪽의 찬성은 곧 다른 쪽의 반대를 불러 일으키는, 비유컨대,‘분쟁의 블랙홀’이 형성되는 형국이어서 어떤 대안도 타협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등급제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문제 ‘사실’에 대하여 포괄적이고 바른 이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교등급제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전제했을 때, 그 문제 해결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학 교육은 자율을 바탕으로 성숙하고 피어날 수 있다. 고교등급제로 비난받는 대학의 이번 행위들도 자율적인 것이었다. 해당 대학들은 허용된 권한 안에서 나름의 자율을 구사했다고 말하고 있다. 부풀려진 내신 성적을 감안하면 각 지원자에 대하여 전국 단위 상대적 성적을 유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대학들은 판단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부 조사로 알려진 바와 같이, 대학 나름의 학교차 고려 방식을 고안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바람직하다고 여기며 적용하였던 것 같지는 않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선택했던 방법이었다는 것이 해당 대학들의 말이다. 대학은 명실상부한 자율을 통하여 이와 같이 수세적이며 소극적인 입장을 초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입학전형의 문제만 두고 본다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역량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대학은 자율 명분을 지니게 된다. 대학들이 입학 지원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데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출신학교를 살피는 것에 대해서도 가타부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출신학교 고려가 자의적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방법으로 지원자 개개인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학은 정보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지원자들의 학교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 대학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원서를 읽고 평가할 전문가들이 이를테면 지역별로 나누어 평소에 잠재적인 지원자들의 학교를 파악하고 자료를 누적시켜 두어야 한다. 학교를 방문 관찰하고 교사들을 만나보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얻게 되는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은 자신이 관장하는 지역의 지원자들을 좀 더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교 내신이 부풀려져서 문제라면 달리 평가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대학 수학 잠재력이나 인성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이른바 본고사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면접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여건을 모르는 제안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관성을 현실의 이름으로 유지하려 드는 한 개선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수능과 같은 전국 표준 시험을 잣대로 삼는 것이 최선이라는 고정관념도 극복하여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을 재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수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나름의 전형 도구와 방법도 찾아야 한다. 대학이 독자적으로 이런 일을 해내는 데는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특히 우리 교육사가 주는 구속은 엄청나다. 그러나 한 사회의 교육은 대학이 이끌어야 한다. 교육부의 지원도 교사나 학부모의 동참도 필요하다면 대학이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 상대평가도입…내신 변별력 제고를-손지희 전교조 정책국장 고교등급제는 명백한 입시부정이요, 부당한 교육차별이다. 은밀한 내부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입시혼란을 가중시키고 수험생과 학부모, 국민을 기만했다. 결과적으로 계층간 위화감을 증폭시켜 대학 스스로가 사회적 분란을 야기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불가를 천명했으면서도 몇 년 전부터의 등급제 적용 의혹에 대해서 별다른 조사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는 누적되어 버렸고, 불신을 자초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2학기 수시에서도 등급제를 적용한 게 분명하다며 여전히 교육부를 미더워하지 않는다. 국민의 상처 난 가슴을 어루만지며 빨리 추스르고 문제 발생의 원인을 짚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겠다. 시민 사회단체들이 제시한 대로 해당 대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단행하고, 억울하게 차별받은 학생들을 즉각 구제해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해 등급제 불가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해당 대학에 대해 대학정원 축소, 재정지원 삭감 등의 행·재정적 제재는 물론 책임자에 대해 즉각 형사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교육부 역시 ‘공모’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생선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문제는 남는다. 학교간 학력차와 내신부풀리기를 이유로 등급제 불가피론을 펼치기도 하지만 일부대학이 저지른 입시부정 기법이 일반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대학서열이 있는 한 등급제의 칼날을 휘둘러 이득을 볼 대학은 상위 몇 개에 불과하다. 고교등급제를 정당화하려는 일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해서도 안 되거니와 설사 학력차와 내신부풀리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등급제가 일반화되면 더 많은 문제를 낳는다. 학력차가 만약 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여 ‘어떻게 줄일까.’를 정책방향으로 삼으면 되지 입시에 반영할 방법만 궁리하는 것은 교육은 아예 포기하고 분리와 선발에만 치중하겠다는 역할 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 등급제 없이도 선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차피 지금은 입시변화를 시도하는 때이다. 안타깝게도 교육부가 선보인 대입안은 대학 서열을 그대로 둔 채 내신과 수능 등급제로 변별력을 약화시키고 대학의 선발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등급제를 발생시키게 되어 있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한 변별력은 대학입시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분명한 것은 사교육문제 해결, 교육차별 근절, 학생부담 완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가 새 대입제도가 지향해야 할 원칙이 되어야 한다. 대학 서열화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위 원칙을 지키면서도 시행가능한 해법은 내신을 통한 변별력 제고밖에 없다. 내신의 실질 반영률은 8%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은 서열화되어 있고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인생을 좌우하는데 내신은 평어반영을 ‘권장’하다 보니 형식적으로 부풀리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대학서열화가 있는 한 내신의 변별력 제고를 위해서는 당분간 내신 상대평가는 불가피하고 이것이 입시를 위해 특정지역 및 특목고로의 쏠림현상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당장은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수능은 자격고사로 돌리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 이 얘기를 하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학교교육은 왜곡시키면서 사교육 및 수험생의 부담, 교육 불평등을 가중시킨 것이 수능의 역할이었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이 따로 놀다 보니 따로 준비해야 하고 따라서 값비싼 사교육으로 적응력을 기른 층에게 유리해진 것이 아닌가. 수능 때만 되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것도 명심하자. 특목고가 사회를 위한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공간이려면 입시명문의 ‘명예’에 집착하지 않도록 동일계 입학을 전제로 운영하면 된다. 대학은 우수학생 유치에 기울이는 노력보다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학서열체제에서의 입시경쟁으로 너무 많은 낭비를 해왔다. 발상을 전환할 때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만큼, 신중히 입시변화를 꾀하되 국공립대평준화라는 대학서열완화의 첫발 떼기도 더 이상 미루지 말자.
  •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원인] “학력차 반영 당연” vs “은밀한 기준 말썽”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원인] “학력차 반영 당연” vs “은밀한 기준 말썽”

    ■ 대학 나름대로 입시제도 문제 보완 -류호두 교총 정책연구소장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 이 문제는 교육문제를 떠나 사회 계층간, 집단간, 지역간의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는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고교등급제’란 용어는 엄밀히 말해 전국의 모든 고교를 학력차에 따라 등급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등급제’라는 말보다는 고교간 ‘학력차’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고교 등급제든, 고교간 학력차든 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대학이 수시모집 학생선발 과정에서 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나 연유는 꼭 짚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첫째 고교평준화가 가져온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과열 입시경쟁의 사회적 병폐 등을 해결하고자 도입한 고교평준화는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평준화지역의 대도시 집중 등 학군간·학교간·지역간의 교육여건의 격차로 인한 고교간의 학력차가 발생하고, 교육의 수월성 저하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전교생의 90% 이상이 수능 상위 10% 안에 드는 학교가 전국에 15개교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명도 10%안에 들지 못하는 학교도 8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이처럼 엄연히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간의 학력차를 도외시한 채 획일적인 방식으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고교등급제는 대학이 나름대로 학교간의 엄연한 학력차를 반영하는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둘째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따른 문제점이다. 현재 입시에 반영되고 있는 학생부에는 절대평가인 평어(수우미양가)와 상대평가인 석차백분율(석차/재적수)이 함께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대학들이 대학입시 사정에서 평어인 절대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자, 고교에서는 자기 출신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평가를 받게 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교등급제는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방편으로 평어 절대평가를 중시하는 대학 행태 그리고 이에 편승하여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적 부풀리기’를 하는 고등학교의 학력평가 시스템이 동시에 빚어낸 합작품이다. 여기에 학부모들까지 입시에서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고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하도록 가세한 것도 한 요인이다. 셋째 고교등급제가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상당 부분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일관성 없는 무책임한 행정에 기인한다. 교육부는 지난 2002년도 입시에서 평어 상대평가가 학생들간의 과열 경쟁을 조장한다면서 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성적 부풀리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 고교가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대학이 고교간 학력격차를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교육부만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다. 또 알면서도 문제를 시정하려 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다. 넷째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하여 입시를 치르지 않고 단순한 학교간의 학력 격차를 반영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안이한 자세도 한 몫을 했다. 다섯째 고교등급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특정 교원 또는 학부모 관련 단체의 편향된 교육이념에도 원인이 있다. 교육에서의 평등이란 교육에의 접근기회와 교육의 과정에서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및 경제적 지위에 의한 차별 금지로서 교육운영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교육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능력에 따른 상대적 평등이다. 교육운영에서 평등성도 중요하지만 수월성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수월성은 교육선택권 보장과 경쟁력 제고, 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가치이다. 따라서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추구되어야 할 덕목으로서 어느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같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고교등급제 문제와 대학입시제도가 이러한 방향으로 시급히 해결되고 개선되길 바란다. ■ 지역·학부모의 사회적 위상도 반영-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이 확인되었다. 이 대학들 모두 ‘고교등급제’라는 용어를 극력 부인했다. 하지만 수시 1차 합격자 선발 과정에서 각 대학 나름으로 산출한 ‘고등학교간 학력차’를 ‘지원자 개인간 학력차’로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시켰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정되었다. 문제된 대학의 이런 전형 방식이 격렬한 항의에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원자 ‘자신’의 개인 학력을 놓고 평가해야 할 전형 과정에서 지원자 출신학교의 평균 학력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학교간 격차를 포함한 판정에서도 그 학교가 소재한 ‘지역’,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자 ‘부모’의 각종 사회적 상태를 고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문제가 된 세 대학은 교육평가의 기법과 윤리 측면에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범주 착각을 일으켰다. 게다가 이런 요건들은 모집 요강에 공시도 되지 않은 ‘은밀한 기준들’이었다. 그런데 필자 자신도 대학 교육 개선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타 대학의 귀감으로 인정하는 이 대학들이 그 명성과 사회적 신뢰에 걸맞지 않은 이런 부적절한 전형 방식을 택한 이유로 제시하는 것이 ‘내신 부풀리기’다. 내신제도는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교육해온 ‘선생님’이야말로 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가장 성실하게 계발하고 그 성취도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교권의 핵심인 바로 이 교육권과 평가권만 제대로 행사되면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실시해온 수시 1차 모집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되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로 넘쳐난다. 한 마디로 말해 내신 부풀리기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각 주체들이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해서 나온 결과이다. 누구보다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 30년 동안 현장 교사들이 가르칠 만한 내용을 적기에 공급하고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교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 주지 않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아주 허약한 지위에 있는 교사를 가운데 놓고 일류대학 지상주의를 앞세운 학부모, 학교 운영자, 그리고 학생들이 총체적으로 교사를 ‘내신 뻥튀기’로 몰아 세웠다. 수시 모집은 대학의 자율 선발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런데 수시 모집이 대학 정원의 40%를 감당하는 수준에 이르자 학생들을 교육시켜 진정한 실력을 올리기보다 당장 책상 머리에서 할 수 있는 점수 조작으로 학력 기록을 올리는 얄팍한 기법의 개발이 교사들의 주업무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학과를 학력 최우수자만으로 충원하고 싶어하는 문제 대학들의 획일적 평가 방식에 의해 조장되었다. 이렇게 관련 교육 주체들이 모두 자기가 지켜야 할 선을 이탈한 가운데 학부모의 직접 압박, 학교 운영자가 위협하는 인사상의 불이익, 그리고 학생들의 합격에 대한 근시안적 온정주의 등 학교 현장에서 각종 형태로 가해지는 압박에 각기 고립된 교사들이 끝까지 교육자적 전문성과 양심을 고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상 교권은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짓밟혔다. 그리고 강남 지역에서부터 발원한 이런 압력에 대해 전교조도 근본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공교육 현장에서 ‘내신용 교육’과 ‘수능용 교육’이 분열되고,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투신할 의욕과 위신 모두가 상실되면서, 사교육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교실 붕괴? 당연하지 않은가? 시험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고 받을 성적을 알아서 헌납하는 선생을 어떤 학생이 존경하겠는가? 그런 선생에게서 더 무엇을 알 것이 있겠는가? 전국 단위의 수능을 배경으로 아직은 알 수 없는 답을 알아 맞히게 하는 학원 선생이 인식능력 면에서 훨씬 찬란한 후광을 업은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제 분명히 투시해야 한다. 본래 의도된 내신 제도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 北경수로 11월 ‘핫이슈’ 될듯

    北경수로 11월 ‘핫이슈’ 될듯

    “11월 경수로 문제가 구체화하면서 주변국간에 논란이 될 수 있다.” 14일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이다.1년전 이맘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북핵 포기를 전제로 진행해온 ‘경수로 사업’을 1년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보다 1년 앞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문제가 돌출됐기 때문이다. 경수로 사업 주체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집행이사회는 오는 11월30일 1년 연장의 시한이 끝나는 만큼 11월 중으로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14,15일에도 뉴욕에서는 한·미·일·유럽연합(EU) 대표 등이 모여 집행이사회를 열고 있다. 정부는 경수로 사업을 종결하지 말고 한시적 중단기간을 1년 더 연장하자고 설득하고 있다.6자회담 분위기 조성이 명분이다.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중단’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으나, 협상과정에서 한국 편을 들어줄 여지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본은 이 사업에 적지 않은 돈을 들였기 때문에 ‘완전 종결’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은 단호하다. 북한이 제네바 핵 합의를 어긴 만큼 경수로 사업도 완전 종결돼야 한다는 1년전 입장 그대로에, 태도는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경수로와 관련,“전혀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는 부정적인 언급을 벌써 여러 차례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이 끝난 뒤의 일이어서 미국이 가부간에 확실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에 대한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암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내에서는 ‘경수로사업을 해서 뭘 하느냐.’는 주장이 팽배하다.”면서 “지금은 대선 정국이라 어수선하지만, 대선만 끝나면 이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논쟁은 미국 대선 직후부터 북핵 문제를 미국의 외교현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초 북핵은 미국의 차기 외교·안보라인이 갖춰지고 현안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는 내년 초쯤에나 본격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었다. 물론 낙관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한 당국자는 “미국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수로 사업이 지렛대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미국이 ‘쓰기 좋은 카드’를 그저 내버리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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