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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기골이 장대하다.180㎝의 키, 몸무게가 80㎏이 넘는다. 얼핏 운동선수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었다. 또 철학자가 되려고 데카르트와 칸트에 푹 빠지기도 했다. 대학 2학년 때,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했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문정인(55)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대표적 ‘미국통’이자 ‘북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 강점 그래서인지 현 정부들어 개각 때마다 그는 요직 발탁의 하마평에 올랐다. 국정원장,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그리고 최근에는 주미대사와 대통령 안보보좌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인사권자가 직접 그에게 몇차례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마다 문 위원장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하마평에 오른 이유에 대해 주위에서는 탁월한 친화력과 빠른 분석, 그리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학자답지 않은 추진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평양에 수차례 다녀오면서 그곳 수뇌부들과 ‘스킨십’이 많았다. 또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현재 백악관 안팎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3·1절 낮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문 위원장 자택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곧 대문을 열고 나왔다. 등산용 모자에 검은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었다. 평소의 휴일 같으면 연세대학 연구실에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는 동북아위원장으로 일하면서도 연세대학(국가정보론)과 대학원(동아시아국제관계론)에서 일주일에 두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안 그래도 인터뷰를 끝내면 연구실에 갈 예정”이라며 웃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설게 짖어댔다. 이 소리에 놀랐는지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 위원장은 “우리 장모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째 장모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또 부인이 미국에 가 있어서 장모가 대신 집안일을 봐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잠시 2층의 서재를 둘러봤다. 책상 주변만 하더라도 국제관계 연구서적 등 책 수천권이 쌓여 있어 평소의 연구활동을 짐작케 했다. 마침 점심 때여서 동네 식당(복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하는 아주머니,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그를 알아보고 “교수님, 오랜만에 오셨네요.”하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찻집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문 위원장이 현직에 몸담고 있는지라 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지체없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의 배경에는 (미국과의)대화 용의에 대한 강력한 러브콜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서방언론은 핵보유 선언만 집중보도해 6자회담의 판이 깨진 것처럼 되고 말았다.”면서 “북한은 언제든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한 평소 미국의 성실한 대화자세를 요구해온 만큼 그 자세 여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들맨은 고이즈미 총리가 적임자 이어 리비아의 핵폐기 선언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블레어 영국 총리를 중재자(그는 ‘미들맨’이라고 표현했다.)로 내세워 9개월 동안 비밀리에 협상한 끝에 결국 리비아의 ‘비핵선언’을 이끌어냈다.”면서 “이는 협상과정에서 리비아의 체제 등에 대한 영국과 미국측의 보장 약속, 이에 따른 신뢰감을 리비아측에 심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선언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도 이같은 방법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미들맨 카드는 살아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평양에 몇차례 다녀와 적임자이기도 하다.(블레어 총리처럼)우리도 못할 일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핵해법의 한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현재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세가지로 압축된다고 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어야 하며, 둘째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주고, 셋째 내정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이 세가지 사항을 미국이 못 들어줄 이유도 없다.”며 미국측의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부시정권에는 ‘인권’과 ‘핵’을 앞세운 기능적 북한 전문가들이 확산돼 있다보니 북한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은 북한을 잘 아는 기술적 전문가가 (북한측에)접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이미 약속된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면서 “우리측은 6자회담이 잘 되든 깨지든 상관없이 북한당국이 원하면 언제든 정상끼리 만난다는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장소로 제주도가 우선 거론되고 있다고 하자 “제주도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표방,‘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채널 가동에 대해 그는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관계당국에서 나름대로 채널을 두고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이밖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6자간 국방장관 및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와 관련,“얼마전 외부강의에서 잠시 언급했다가 해당부처에서 자제요청을 받았다. 자신이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동북아 평화공동체 한국 주도로 “동북아시대를 맞아 개성공단은 제조, 인천은 물류, 서울은 금융허브가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시대에 큰 역할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뒤따르겠지요.” 그는 동북아시대위의 추진방향과 관련,“▲하나되는 동북아 ▲네트워크 동북아 ▲열린 동북아 ▲함께 하는 동북아 등 4가지 큰 틀”이라면서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한국이 주도해나가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중·일 공동TV채널과 정기적인 프로축구 시합 등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것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제주 출신 고교때 투포환 수준급 문 위원장은 1951년 제주시에서 9대째 가문을 잇는 집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격조건과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학창시절 운동과 문학활동에 많은 소질을 발휘한다. 씨름과 유도선수로 시합에 자주 나섰고, 특히 투포환 던지기 실력은 도내 최고를 자랑할 정도의 수준급. 또한 도내 백일장에서 시와 수필 등으로 여러차례 장원을 차지한다. 1970년 연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칸트와 유교철학을 원전으로 공부하며 철학세계에 푹 빠진다. 이때 ‘역사와 철학’이 접목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연세대학보 ‘연세춘추’ 기자 및 편집국장으로 활약하면서 몇차례의 시화전을 통해 끼를 발산한다. 그러던 72년 학보 편집국장의 자격으로 미 국무부에서 초청하는 아시아·태평양 10개국 학생지도자대회에 참석해 3개월 동안 미국의 주요한 몇 곳을 견학했다. 귀국 후 3학년 1학기 때 군입대를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정보사령부에 배치됐다. 이때 이수혁 외교통상부차관보와 사수-조수로 함께 근무했다.75년 군 제대 직후 친한 선배의 권유로 이슬람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이슬람중앙연합회 국제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하면서 영어로 된 이슬람 관련서적 10여권을 번역했다.3년 뒤에는 미국으로 메릴랜드대로 건너가 5년만에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94년부터 연세대에 몸담아왔다.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현 참여정부에서는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을 전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관급 자문기구여서 한 달에 고작 102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조찬 강연 및 각종 간담회 등에도 부지런히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3월 제주 출생 ▲69년 제주 오현고등학교 졸업 ▲77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78∼81년 미 메릴랜드대 조교 및 강사 ▲81년 메릴랜드대 정치학 석사 ▲84년 동 대학 정치학 박사 ▲85년 윌리엄스대 정치학과 조교수 ▲87년 켄터키대 정치학과 조교수, 게리하트 상원의원 자문위원 ▲87∼88년 인하대 정외과 조교수 및 학과장 ▲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태평양국제대학원 초빙교수 ▲94년 한국정치학회 국제위원장 ▲94년 연세대 정외과 교수 ▲98년 국방부 자문위원 ▲99년 청와대국가안정보장회의 자문위원 ▲2002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2004년 6월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추진위원장(장관급) km@seoul.co.kr
  • [열린세상] 발달장애인 전문적 지원 절실/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최근 자폐장애인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발달장애를 안고 정상인들도 힘든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특히 아들의 장애를 곁에서 지켜보며 절망을 극복해나가는 어머니의 노력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처럼 타고 난 장애에 굴하지 않는 인간승리를 다룬 이 영화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감동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재활과 치료를 돕는 전문 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자폐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선천적 뇌 발달의 장애이다. 과거 과학기술이 발달되기 이전에는 정서적으로 차가운 어머니의 양육이 이 장애의 원인으로 간주되어 장애를 둔 부모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뇌 발달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아직 뚜렷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자폐장애는 선천성 뇌 발달의 장애로 간주된다. 외모에서부터 표시가 나는 다른 장애들과는 달리 자폐장애인들은 겉보기에는 아주 정상적이며 운동발달도 정상이므로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부모 역시 어린 시절 자폐장애인들의 행동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전문적 진료기관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가 아직은 드물다. 심지어 성장하면서 괜찮아질 아이를 괜히 장애인 취급한다고 병원으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어머니를 주위에서 비난하기도 한다. 설혹 아이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진료를 받고 싶어도 어느 기관을 방문하여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도 많다. 병원을 가야 하는지, 병원의 무슨 과를 가야 하는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등 부모들은 일관된 지침을 구하기도 어렵다. 자폐장애는 선천적 뇌 질환이므로 진단이 된 이후에도 완치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몇몇 연구에서 영유아 시기에 조기 발견하여 집중적인 훈련을 받으면 예후가 좋아진다는 결과를 내고 있다. 또한 자폐장애 아동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나 정밀한 의학적 진단 이후 전문적 치료에 의해 완치가 되는 질환도 흔하다. 따라서 언어발달 지연, 사회성 발달 지연 등을 보이는 아동들이 진정으로 장애를 가진 것인지 아니면 치료가 가능한 상태인지를 제대로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 아동들을 제대로 도와 줄 수 있는 전문적 의료인과 기관이 너무 부족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비전문 기관들이 장애 아동들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전문 기관보다 더 일반화되고 있어 부작용이 심각하다. 치료가 가능한 질환을 자폐장애라고 오진하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함은 물론이고, 심한 자해 행동으로 인해 약물치료가 필요한 자폐장애 아동을 행동치료를 한다는 명분으로 더 심해질 때까지 방치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아직 동정어린 관심과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 이상의 제도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장애가 확실한 경우 이를 제대로 등급화하여 복지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여 전문적 치료와 재활을 통해 장애 정도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도움일 것이다. 따라서 복지적 차원에서 주로 접근하는 현행 제도를 좀 더 전문적이고 장애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폐 장애와 같이 신체적 장애를 동반하지 않은 행동문제 위주의 장애는 더욱더 부모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전문적 도움을 조기에 구하기가 어렵다. 다행히 최근에 개봉된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자폐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순기능을 하며 자폐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사장되지 않고 이들의 재활과 치료, 나아가 적합한 직업재활 제도까지 갖출 수 있는 정책 마련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 국내최초 女용접박사 모교강단에

    국내 최초 여성 용접학 박사가 모교 교수로 임용됐다. 4일 조선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8월 이 대학에서 용접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방희선(34)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항공조선공학부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대학 선박해양공학과 90학번인 그녀는 용접 및 구조 분야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에 진학한 뒤 고능률 접합수단으로서 자동차·철도차량·항공기 등 관련 산업분야에 두루 적용되는 저항점용접에 관심을 갖게 됐다.‘여성들에게 개척되지 않은 분야’라는 점도 물론 매력을 느끼게 한 이유였다. 방 교수는 이후 ‘저항 다점용접부의 역학적 특성’에 대해 연구한 끝에 2001년 8월 모교에서 용접학 전공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 국내 최초의 여성 용접학 박사가 됐다.2003년 일본 오사카대학 접합용접연구소에서 포스트닥(박사 후)과정을 밟은 그녀는 국내 유수 연구소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교육자의 길을 걷겠다.”는 일념으로 응하지 않다가 결국 바라던 대로 대학 강단에 서게 됐다. 방 교수는 “오랜 꿈을 이뤄 행복하면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다.”며 “사회적 명분이나 스스로를 위한 만족보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국내외 공학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박세일, 사퇴서 왜 의장에게 냈을까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인 박세일 의원이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에 반발해 당 정책위의장직을 던진 데 이어 급기야 의원직까지 내놓았다. 박 의원은 4일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난 2일 행정도시법의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안이 원안대로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로써 박근혜 대표와의 ‘동지적 관계’도 사실상 끝이 났다. 이에 따라 김애실·박재완·윤건영 의원 등 이른바 ‘박세일 사단’으로 불리는 비례대표들이 무더기로 사퇴서를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박 의원의 사퇴서 제출에 대한 당내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충분히 그럴 만한 소신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탈당하면 되는데 굳이 사퇴서를 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현행법상 비례대표는 탈당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박 의원은 의원직에서 물러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두고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함으로써 ‘의원직 사퇴’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경우,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관계없이 회기중엔 본회의 의결, 비회기중엔 국회의장 결재를 통해 사퇴 여부가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장이 뚜렷한 명분없이 의원직 사퇴서를 수리한 적이 없다. 김 의장이 사퇴서 수리에 부담을 갖고 4월 임시국회로 넘길 수도 있지만 재적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나라 ‘내분 봉합’ 새 전기

    4일 김덕룡(DR) 원내대표의 사퇴로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에 따른 한나라당의 내분사태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김 원내대표의 사퇴가 지도부에는 수습의 명분을, 반대파에는 당내 투쟁 중단의 명분을 주면서 내분이 봉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반대파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를 제외한 모든 당직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조기 수습 여부는 미지수다. ●與서 ‘빅딜설’ 흘리자 사퇴 결심 DR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 뒤 기자와 만나 “당을 안정시킨 뒤에 사퇴할 수도 있지만 보다 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당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사실은 어제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측근들이 당의 혼란을 수습한 뒤에 물러나야 한다고 만류했다.”면서 “그런데 오늘 측근들조차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만한 갖가지 상황과 억측이 난무했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DR는 전날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빅딜설’을 흘리자 즉시 사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DR가 고향 후배나 다름없는 정 원내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 원내대표의 해명으로 사퇴 결심을 한때 접는 듯했지만 반대파 의원들이 ‘빅딜설’을 기정사실화하며 물고 늘어지는 등 안팎의 공세에 모멸감마저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파 “무효화 투쟁과 별개” 반대파를 이끌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퇴 요구 대상에서 박 대표를 제외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를 제외한 당직자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는 않은 분위기다.‘총사퇴’라는 극약 처방을 주문했지만 박 대표가 재신임하면 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자진 사퇴까지 요구할 경우 행정도시법 무효화 투쟁이 ‘박 대표 축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 그 이유다. 하지만 반대파들은 지도부 인책 요구와 행정도시법 무효화투쟁은 별도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박 대표와의 대립각이 쉽사리 무디어지긴 어려운 상황이 되는 셈이다. 김문수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가 당내 갈등 봉합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수습 국면 전환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의 수도분할법 무효화 투쟁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 ●당내 주도권 싸움 치열할 듯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박세일) 등 당 3역에 이어 국제위원장(박진), 전략기획위원장(심재철) 등 중·하위 당직자들까지 줄줄이 사퇴하는 전대미문의 ‘당직 공백사태’를 맞았다. 최병렬 전 대표가 퇴진할 때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박 대표는 당직 공백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후임 인선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당헌·당규상 오는 11일 이전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박 대표를 비롯한 주류측과 반대파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차기 당권이나 대권 도전,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출마를 염두에 둔 재선 이상 의원들의 각축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옹호론’을 펴고 있는 강재섭·맹형규 의원과 ‘반박(反朴)’ 진영을 이끌고 있는 권철현·김문수 의원의 ‘4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교원평가제 거부할 명분없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새달부터 교원평가제를 일부 초·중·고교에서 시범실시한 뒤 내년에는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마련 중인 교원평가 개선안을 보면 평가대상은 교장·교감을 포함한 전체 교원이며, 평가 방식은 간부 교원외에 동료교사와 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목적을, 교사에게 자발적으로 능력 개발의 계기를 줌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며 공교육의 내실화를 이끄는 데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교원평가제의 도입 필요성에 동의한다.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이 학부모와 유착해 조직적으로 답안지 조작과 시험지 유출을 하는가 하면 교사 개인이 자식을 재직 중인 학교로 위장전입시켜 성적을 관리해 주었음이 확인됐다. 또 교육계 인사들 스스로 인정하듯이, 이러한 비리가 특정 학교에 한시적으로만 존재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잠재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교원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정 개선이 되지 않는 교원은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가 교원평가제를 통해 당장 ‘부적격 교사’를 솎아내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우리도 온갖 비리가 교원평가제 도입만으로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행의 유일한 평가제도인 근무성적평정제로는 교원의 질을 담보하기 힘들기에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반대 논리를 보면 교육부의 시도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둥 학교 현장이 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는 둥 본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있다. 교육현장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교원들 스스로에게 있다. 명분 없이 거부하기보다는 새로운 평가제도에 참여해 미비점 보완에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 [뉴스플러스] 힐 - 우다웨이 6자회담 협의

    방한 중인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3일 오전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대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잇달아 만나 6자회담 조기 개최 방안을 협의했다. 우 부부장은 서울 세종로 주한미대사관에서 이루어진 힐 대사와의 면담에서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당시 북·중 협의결과를, 힐 대사는 한·미·일 3국 고위급 회담 결과를 상호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대사관측은 “미·중 양측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전날 발표한 외무성 비망록에서 “미국은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미국이 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할 때 (미국과) 마주 앉아 회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 中 우다웨이 “北核상황 변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일 비망록을 통해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해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한다면 우리는 어느 때든 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 북한은 6자회담의 전제조건보다는 회담 조기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했다. 우 부부장은 “상황이 새롭게 변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나를 한국에 보내 의견을 교환하도록 했다.”고 말했으며, 반 장관은 “우리의 관심 내용을 북한에 잘 전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우 부부장은 이태식 외교차관, 송민순차관보, 조태용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으로부터 지난 26일 한·미·일 3자협의 결과를 전달받고 북한의 6자회담 조기 복귀방안을 협의했다.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우 부부장은 3일 오전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대사와 회담을 갖고 곧바로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반 장관은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시한을 설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6일 한·미·일 북핵 고위급회담과 관련,“(3국의 발표가) 뉘앙스 상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북한이 지체없이 회담에 북귀해야 한다는 것에 완전히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결혼이야기]오승주(32·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정효은(27·MBC 스페셜팀 작가)

    [결혼이야기]오승주(32·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정효은(27·MBC 스페셜팀 작가)

    6개월 만의 초고속 결혼. 주위에 결혼 소식을 전하자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은 “사고쳤냐?”였다. 사고라고?맞다. 그것도 아주 대형사고다. 평생 결혼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 같던 숙맥이 누구나 보증하는 당차고 야무진 평생의 반려자를 얻었으니까. 효은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9월18일. 회사 인터넷팀에 근무하는 효은 후배의 소개로 얼굴을 맞댔다.“소개팅이나 한번 해달라.”고 쉼없이 닦달하는 협박성 부탁을 견디지 못한 후배는 “언니, 그냥 가서 얼굴이나 내밀고 와.”라면서 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만나기 며칠 전에 이미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받아 수차례 효은의 목소리를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첫 대면이라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처음 만나도 오래된 느낌. 워낙 영화를 좋아하는 효은과 곧바로 심야극장으로 향했다.3편의 영화 관람을 마친 뒤 효은을 바래다주고 초가을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다. 효은과 나머지 인생을 함께 하겠다고…. 이후의 플랜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방송작가의 직업 특성상 작품에 참여하면 새벽 3∼4시는 거뜬히 넘기는 효은에게 ‘안전한 귀갓길’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승용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얼굴을 맞댈수록 추억과 정이 쌓여 갔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체육부에 있던 당시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하면서 지각을 밥 먹듯이 했다. 회사에서 ‘잘릴’ 뻔한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10월말 사회부에 와서도 새벽 2시 야근이 끝나면 곧바로 효은의 회사 앞으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그러면서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단단히 굳어갔다. ‘날카로운 첫 키스’는 효은의 집 앞에서 11월초 번개처럼 이루어졌다. 작품 뒤풀이로 술을 마시고 얼굴이 발그레진 효은의 입을 포갰다.“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이 멀었다.”는 한용운님의 시구는 틀리지 않았다. 프러포즈는 효은의 집 근처 비디오방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보고 나서.“결혼이 미친 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게.”라고 뜬금없이 말하자 효은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남으로 만나 사랑을 키워온 여섯달, 오는 5일 우리는 결혼식을 올린다. 평생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가슴에 새긴 채 새롭게 열리는 인생의 열차에 함께 탑승한다.
  • ‘방송통신융합’ 샅바싸움 치열

    초고속 인터넷선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봤다. 이 서비스는 IPTV일까,ICON일까. 똑같은 서비스인데도 방송쪽은 IPTV(Internet Protocol TV), 통신쪽에서는 ICON(Internet Contents On Demand)이라 부른다. 명칭 그대로 IPTV는 TV인데 반해,ICON은 주문형 인터넷 콘텐츠다. 이 명칭에는 방송통신융합현상에 대한 정반대 시각이 녹아 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방통융합은 현실화되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견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물밑에 깔려 있다. 통합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체신기능을 제외한 정통부 전 조직이 방송위에 흡수되거나, 방송위가 통째로 정통부 산하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두 조직으로서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방송위·정통부 “우리조직이 모델” 양측은 일단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방송위는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독립위원회’ 형식을 선호하는 반면, 정통부는 빠른 기술 진보에 대응할 수 있는 책임있는 행정을 위해 ‘정부부처 형식의 독임제 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방송위와 정통부는 사실상 자기 조직이 모델이어야 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논리 싸움에서는 정통부가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정통부는 산업·행정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과정이야 어쨌든 콘텐츠를 접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방송”이라는 방송위 반박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결국 한계상황에 이른 통신재벌의 이해만 대변하고 있다.”는 언론노조나 시민단체의 비난도 걸림돌이다. 여기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강국인데도 제대로 된 콘텐츠가 부족해 스팸·음란 콘텐츠만 넘쳐나는 부작용에 대한 반감도 한 몫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대 홍기선 교수와 선문대 황근 교수는 “그리 바람직하지는 못하지만 국가기관의 책임있는 결단을 통해 조정되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상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국무조정실에서 문제를 조정하려 하고 있다. 방송위과 정통부 역시 고위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입장이다. ●“청와대서 이견 조정·문제해결을” 정부로서도 방송위 손을 수월하게 들어주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올해 정부는 ‘경제 올인’을 선언한 상태다.‘IT강국’을 내세워 온 정부가 ‘정보통신부’와 ‘진대제 장관’이라는 상징적 카드를 버리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아예 새판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방송에서의 공영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지킬 만한 가치인가?”라는 성공회대 조은기 교수의 도발적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조 교수는 신문의 객관주의 보도 원칙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성 논리에서 도출됐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전파의 희소성=방송의 공영성’이라는 등식 자체도 방송 초창기에 만들어진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다. 즉 방통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과거와 같은 방송이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민수교수 재임용 심의 무산

    서울대는 28일 김민수 전 미대 교수 재임용안을 놓고 인사위원회를 열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1학기가 시작되는 3월1일자로 김 전 교수를 재임용하려던 학교측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대 인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같은 안을 부결시킨 지 3일 만에 열린 것이다. 학교측은 오는 3일 다시 인사위원회를 소집키로 했다. 정운찬 총장은 이날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재임용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하는 교수들은 “1차 재임용 심사와 달라진 안건이 없음에도 뚜렷한 재소집 명분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안양의 ‘농촌’ 동편마을을 살리자!”

    “안양의 ‘농촌’ 동편마을을 살리자!”

    “동편마을을 살리자.” 경기도 안양의 유일한 농촌마을인 동편마을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와 자치단체가 발벗고 나섰다. 최근에는 지역 출신 영화인들까지 가세, 동편마을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화를 제작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양유일의 가용 녹지공간 과천시와 경계를 이루는 동편마을은 동안구 관양동 관악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농촌 자연마을이다. 조선 중기 전주 이씨 익양군파가 집단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됐다. 토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규제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논과 밭이 주말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편마을은 높은 당도와 뛰어난 맛으로 한때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명성을 날렸던 안양포도의 주산 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같은 한적한 농촌마을에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수도권 13개 시·군에 그린벨트 820만평을 해제,15개 단지에 14만 6000가구의 국민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 이 가운데 안양·군포·의왕 등 안양권 58만평에 모두 1만 4000가구의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며 동편마을 18만 5000평(3500가구)이 개발 예정지에 포함돼 있다. ●16개 시민단체 대책위 발족 정부의 이런 계획이 전해지자 안양지역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연대,YMCA 등 안양지역 16개 시민단체는 안양 동편마을 보전 범시민대책위를 발족하고 동편마을 보전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건교부가 주민의견이나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안양지역 유일의 가용 녹지공간인 동편마을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 현실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인데다 안양의 환경문제마저 야기한다.”고 밝혔다. 안명균 범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동편마을은 안양의 마지막 남은 가용토지인 동시에 관악산, 수리산, 청계산을 잇는 유일한 생태통로”라며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고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택지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과밀 및 생태계 파괴 우려 동편마을을 구하자는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염원은 이를 소재로 한 영화제작으로까지 이어진다. 영화를 사랑하는 안양지역 젊은이들이 택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촌마을을 구하자며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이다. 안양토박이 또는 연고가 있는 20∼30대 영화업 종사 청년들로 구성된 안양독립영화협회는 안양 유일의 농촌지역이 임대주택단지로 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화 ‘동편마을 살리기’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50분 분량으로 택지개발로 사라질 동편마을을 통해 지역문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무차별적인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협회는 이를 위해 영화 제작에 참여할 제작부와 연출부 스태프 약간명을 모집하는 한편 영화제작 경력이 있거나 영화애호가, 동편마을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협회는 빠른 시일 내에 스태프를 구성한 뒤 이달중 촬영에 들어가 5월 19∼21일 안양에서 개최될 안양변방영화축제 기간에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협회 총무 김병옥씨는 “영화는 딱딱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지역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제작된다.”며 “영화를 감상하면서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지역의 전통과 역사, 환경 등에 미칠 영향 등을 세세하게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역시 동편마을 개발 방침에 반대하고 있지만 건교부는 지난 18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동편마을 건설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키로 결정, 양측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열린 시민 토론회에서 안양시는 “급격한 도시화로 가용토지가 전혀 없는 여건인데 대규모 인구 유발시설이 들어설 경우 도시기반시설이 크게 부족, 극심한 교통난을 야기할 것”이라며 개발에 적극 반대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진정수 연구원은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도는 시점에서 안양의 주택 보급률은 90.9%에 불과하고 최저 주거수준에 미달하는 가구도 2만 2000가구에 달한다.”며 “수도권에서 택지개발 가능토지가 절대 부족한 형편에서 동편마을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유성용 택지개발과장은 “안양은 군포, 의왕 등 인근 도시의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임대주택 건설을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안양에는 관양동 지역 외에도 6곳의 개발가능지역이 있고 우려하는 교통, 환경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한다.”며 계획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글 사진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신중대 안양시장의 반대 논리 “전국에서 3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안양은 현재 학교, 상하수도,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 부족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신중대 안양시장은 “관양동 동편마을은 안양에 남은 마지막 개발가능지역으로 이것마저 주택단지로 개발된다면 안양은 장래에 활용공간이 전무한 도시가 될 것”이라며 동편마을 임대주택건설 계획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 시장은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명분으로 특별법까지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참여정부가 핵심적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지방분권원칙과도 전면 배치되는 행위”라고 잘라말했다. 또한 “수도권 인구억제를 위해 신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가 인구집중을 조장할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하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신 시장은 특히 ”현재 안양에 있는 하루 60만t 처리 용량의 하수종말처리장을 인근 의왕·군포시와 함께 쓰고 있는데 동편마을과 의왕·군포 지역에 추진중인 대규모 임대아파트가 완공되면 하수종말처리장 용량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시장은 “관양동 동편마을 일원 그린벨트에 대해 향후 광역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도시기본계획에 반영, 지역실정에 맞는 친환경적인 개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발 저지를 위해 끝까지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동편마을 개발 일지 ● 2004년 ▲2.17 건설교통부 안양시에 국민임대주택단지개발방안 제시 ▲6.30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시행령 제정 ▲10.26 주민공람 요청 ▲11.9 안양시 반대입장 공식 표명 ▲11.16 안양시 건교부에 반대 의견서 제출 ● 2005년 ▲1.6 주택공사주관 주민설명회 ▲1.14 건교부 주거환경자문위원회 현장 확인 ▲1.27 동편마을 해법찾기 안양시민 대토론회 개최 ▲2.18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통과 ▲2.23 동편마을 보전을 위한 범시민대책위 개발계획 철회 성명 발표.
  • 무장日軍 학교 난입… 무차별 고문…

    러시아 혁명 이후 연해주에 진주한 일본군이 당초 출병목적은 외면한 채 한인의 독립운동을 짓밟는 데 혈안이 됐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군의 정보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본군은 1918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볼셰비키 혁명군인 적군(赤軍)과 차르의 백군(白軍)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자 ‘국제간섭군’이라는 명분으로 미국, 프랑스와 함께 출병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최근 입수한 ‘미국 시베리아 원정군 정보장교 문서’를 27일 공개했다. 이 문서는 1919년 3·1운동을 전후한 시기 시베리아와 연해주에서 한인 항일독립운동을 일제가 어떻게 탄압했는지를 담고 있다. ‘일본이 시베리아의 한국인들에게 가한 야만적 가혹행위’라는 부제를 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1918년 10월부터 1919년 8월까지 에브게네프카, 하바로프스크, 니코리스크, 베리노 등에서 활동하던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일본군은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무차별 체포해 감금과 고문을 일삼았으며, 한인 학교에 무장한 채로 들어가 교과서를 불태우거나 책상 등의 집기를 부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1919년 3월15일 하바로프스크에서는 미군 병사들에게 영문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던 한인 2명을 체포해 사슬로 묶은 뒤 감옥에 2주 동안 감금하며 고문을 자행하기도 했다. 일본군은 또 항일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한국인을 매수해 동료들을 고발케 하거나 러시아 경찰에게 금품을 대가로 조선인 탄압에 앞장서도록 하기도 했다고 문서는 전하고 있다. 국사편찬위 이상일 박사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러시아나 일본의 기록에 의존하던 3·1운동 전후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일제의 만행에 대한 경각심과 독립 운동에 목숨을 바친 선열의 뜻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서울광장] 정권 재창출 계획 없어야 성공한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권 재창출 계획 없어야 성공한다/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는 4번째 집권자다. 전임 3명의 정치 궤적을 보면 섬뜩하리만치 유사점이 많다. 앞선 대통령이 잘못 간 길을 뻔히 보았으면서 또다시 그 길을 가곤했다. 한두번만 더 되풀이된다면 세계사에서 찾기 힘든 정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취임 초기에는 나름대로 국민적 인기를 업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한다.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후계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퇴임 이후를 보장받기 위해 후계자 교통정리, 정권 재창출에 집중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개헌을 추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막판에는 대선자금 논란과 측근 및 친인척 비리로 인기가 떨어져 여당에서도 배척받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당총재직을 내놓고, 이어 탈당하는 수순을 밟는다. 마지못해 중립내각을 구성, 대통령선거에서의 영향력은 어디서도 없었다. 노 대통령이 어제 취임 두돌을 맞았다. 지난 2년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다. 비판은 경제·남북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 일정을 떼어 생각한다면 어느 정권보다 희망이 있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집권 후반기에나 있음직한, 험한 양상이 이미 벌어졌다. 대선자금 수사, 측근 비리, 바닥 인기에다가 탄핵소추까지 경험했다. 당정분리를 내세워 여당 총재직도 맡지 않았다. 이전 정권에서 5년 동안 이뤄진 정치과정의 80%가 2년만에 압축적으로, 또 앞당겨 진행된 셈이다. 과거 예에 비춰 이제 남은 과정은 후계창출 계획과 실패, 당적 이탈, 중립내각이다. 이것까지 채워 전임자의 정치궤적을 그대로 따르느냐, 아니면 신세계를 개척하느냐를 선택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정당은 정권창출이 목표인 조직이다. 단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는 다르다. 청와대가 임기 이후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정국이 하염없이 꼬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기보다는 국가 전체를 아우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돌아보자. 정권이 재창출됐다고 해서 본인과 측근들이 편하게 지냈는가. 재임때의 행적이 옳으면 평가받고, 잘못이 있으면 법의 재단을 받는 것이다. 어떤 후임자도 전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후계구도 정리문제도 그렇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지원한 것은 퇴임 후를 고려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감옥까지 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중에는 후계자를 만들 듯하더니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자유롭게 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줄인 정도로는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임기중에 정권 재창출, 후계구도에 연연하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되면 정국 양상은 완전히 바뀐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어려워하는 리더십이 생길 수 있다. 집권 3년차 정치행보를 열린우리당 당적을 이탈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떻겠는가. 정권 말기에 밀려서 당을 떠나는 모양과는 180도 다르다. 파격적 정치카드를 능동적으로 던진다면 정국을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어갈 이니셔티브를 쥐게 된다. 여기에 더해 야당 성향의 인사들을 몇명이라도 장관에 기용하면 거국내각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과거 정권 5년의 정치일정이 일거에 소화되고, 이후는 그야말로 정치 신천지가 전개된다. 명분은 경제매진도 있고, 북핵 등 한반도 안보정세도 있다.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대표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고히 준다면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하다고 본다.4월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이 과반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술적 연정 차원을 넘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정치판의 재정리를 선도할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유학과 사회주의는 통한다?

    ‘사회주의와 유학(儒學)은 통한다(?).’ 이번 3·1절에 서훈을 받는 좌파계열 독립운동가 중에는 한국 유학의 본고장 경북 안동 출신이 많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이정은(51) 수석연구원은 “유학과 사회주의 사상이 일맥상통하는 것이 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유학사상이 널리 퍼져 있고 사회주의자도 많이 나왔지만 퇴계 이황(1501∼1570)이 태어난 안동의 유학중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 서훈을 받는 좌파계열 독립유공자는 54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안동 출신이다. 남북한 시·군이 500개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다. 서훈자 면면을 봐도 독립장을 받는 권오설을 비롯해 김재봉·권오돈·김남수·안상태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들이다. ●명분중시하는 분위기 탓? 이 수석연구원은 유학과 사회주의의 비슷한 측면으로 무신론과 이상주의를 들었다. 그는 “유학이나 사회주의는 내세(來世)를 얘기하지 않고 초월적 존재인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또 사회주의는 유학처럼 현실에서 이상적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의 기본이념은 대동(大同)과 균분(均分)사회.‘나와 남을 가르지 않고 다같이 나누면서 잘사는’ 사회를 표방한다. 평등을 내세우는 사회주의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유학은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이 균형을 유지하고 향약을 통해 가정에 침투하면서 뿌리를 내렸으나 사회주의는 혁명과정에서 권력화, 중앙집권화, 관료화돼 실패했다.”면서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와 유학은 근본적으로 이념이 비슷해 안동의 명문가 양반 출신들이 좌파로 쉽게 빠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 김희곤(안동대 사학과 교수) 소장도 “실리보다는 명분을 중시하는 독특한 지역 분위기가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육사 등 259명 배출 안동에서는 좌파계열 외에도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가곡 ‘선구자’의 노랫말에 나오는 일송정의 주인공 김동삼과 김지섭, 이육사 등이 배출됐다.2002년까지 인구 17만명의 안동에서 배출한 독립유공 포상자는 모두 259명으로 전국 시·군 중에서 가장 많고, 광역 시·도인 서울 215명, 인천 44명, 제주 118명 등보다도 많았다. 포상받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안동의 독립유공자는 모두 7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1905년 을사늑약 후 자결한 순국자 68명 중에도 10명이 안동 출신. 김 소장은 “명분을 중시하다 보니 ‘죽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는 의식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퇴계학맥의 결속력이 독립운동으로 이어져 퇴계의 성리학을 바탕으로 다져진 사제지간과 혈맥관계 등으로 결속력이 매우 강해 한 가족이 만주로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떠나면 주변 가족도 따라갔다. 퇴계 학맥이 이어지면서 다른 지역이 한두 번 독립운동을 한 것에 비해 안동에서는 1894년 국내 첫 의병이 일어난 뒤 독립운동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퇴계 학문의 본산인 도산서원 인근 마을인 안동시 도산면 하계리에서는 모두 21명의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김 소장은 “호남과 충청지역은 마름을 두는 대지주가 많아 계급갈등이 심했지만 안동은 중소지주가 많아 덜 했으며, 명분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양반들이 관직 등에 연연치 않고 독립운동에 손수 나서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안동은 사돈의 8촌까지 다 꿰야 양반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상당히 유교적이다.”라고 말했다. 안동 한찬규·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이창위 지음

    2005년 을유년은 한민족에게 오욕과 환희의 역사가 오버랩되는 해다. 정확히 1세기 전인 1905년, 을사조약에 의해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본격화됐고,60년 전, 바로 전 을유년이었던 1945년 일제의 압제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참혹한 패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수십년 만에 거대한 경제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경제강국이란 지위에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역사적 죄악을 희석하는 망언을 툭툭 던지며 주변국들에 파시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 듯한 일본 파시즘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본 군부의 광기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고, 무모한 침략전쟁으로 이어졌을까. ●러일전쟁 승리로 일본 군국주의 태동 3·1절을 앞두고 일제 침탈과 파시즘, 을사조약, 친일문제 등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중 침략전쟁의 뿌리인 일본 군국주의의 태동과 파시즘의 형성과정, 일본군 특유의 정신문화와 병리적 군사문화 등을 분석한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흥망사’(이창위 지음, 궁리 펴냄)를 중심으로 신구 일본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1974년 일본 국민과 언론은 오노다 희로라는 육군 소위의 귀환에 열광했다. 그는 2차대전이 막바지에 달했던 1944년부터 30년간 필리핀 루손섬 정글에서 일본의 패망을 부인하며 유격전을 계속해온 인물이었다. 죽지 말고 데리러 올 때까지 버티라는 상관의 명령 하나만을 믿고 산속에서 30년을 버틴 그의 눈동자는 광채가 번득였고, 총검은 여전히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그를 찾으려는 일본인들, 심지어는 가족의 모습까지 먼 발치에서 보았던 그는 일본의 패전을 믿지 않았고, 결국 30년 전의 직속상관으로부터 직접 투항명령서를 전달받고서야 1974년 일본으로 귀환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무 완수를 위한 30년 전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을 뿐,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도리어 일본전쟁이 모두 악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듬해 브라질로 이주했다. ●진주만기습·가미카제등 상세히 소개 오노다 소위는 극단으로 치달았던 일본 군국주의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은이는 일본 군국주의의 태동을 러일전쟁의 승리에서 찾는다. 그 이전에 이미 메이지유신 이후 급속한 근대화로 상당한 군사력을 갖고는 있었지만, 러일전쟁 승리 후 지나친 자신감과 착각에 빠졌으며, 그후 일본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되었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대륙침략을 본격화한 일본은 조선병합, 시베리아 출병,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을 통하여 군부 파쇼체제를 확립하고 대미 개전에 이르게 된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시바 료타로는 광신적 군부가 이끌고 우중이 지지한 일본을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달리는 여우’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책은 태평양전쟁의 주요 국면인 진주만 기습, 미드웨이 해전, 오키나와 전투, 그리고 가미카제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자결을 앞둔 일본군 장교들은 일왕에 대한 충성과 우국충정으로 가득 찬 최후진술을 남겼는데, 비장함을 넘어 광기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국력의 확연한 열세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무모한 항전 뒤엔 군인의 정신자세와 행동규범을 규정한 ‘군인칙유’‘전진훈’이 있었다. 특히 일왕이 발한 군인칙유(軍人勅諭)를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는 명분 하에, 태평양 전쟁 도발 당시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가 공포한 전진훈(戰陳訓)은 군인들이 금과옥조로 삼아 지켜야 할 절대적 가치가 되었다. 전진훈은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군인 최고의 명예라고 강조함으로써 전체주의적 사고를 주입시켰고, 특히 ‘살아서 포로의 치욕을 당하지 말고 죽어서 죄화(罪禍)의 오명을 남기지 말라.’(제2장 제8조)는 조항 때문에 수많은 병사들이 헛되이 죽어갔다. 생명을 경시하는 무모한 전술과 자결 각오 뒤엔 전진훈에서 강조한 도착적 군사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전진훈’ 통해 전체주의 사고 주입시켜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패전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정치적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현재의 일본은 패망한 일본의 밑그림 위에 덧칠된 그림이라고 본다. 그 밑그림이 다원화된 국제사회에서 다시 복원돼 서글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지은이는 소망한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美 ‘폭정 전초기지’ 해명땐 북한 6자회담 복귀할 것”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북한은 미국이 6자회담 복귀 명분으로 조그만 상황 변화를 만들어 주면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정통한 북한 소식통이 24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자들의 6자회담 복귀 의지는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상황 변화와 관련,“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지칭한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미측의 전향적인 해명이나 북한체제의 전복이나 변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공개적 의사표현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물질적 보상은 북핵 해결 과정에서 북한의 장기적 목표이기 때문에 이번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를 토대로 향후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을 설득, 북한의 회담 복귀 명분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과의 면담에서 특유의 유머나 위트를 사용하지 않고 시종 진지한 태도로 임했으며, 면담은 예정보다 긴 1시간40분 정도 진행됐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왕 부장과의 면담에서 ‘중국이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당부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 기준과 관련,“중국은 북한의 말뿐인 핵보유 선언이 아니라 핵실험 여부를 핵보유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북한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한 점도 이번 방북의 성과”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방북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경제지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원유와 식량의 무상원조 확대 등 경제지원 문제는 국가 지도자가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장관급인 왕 부장이 언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소식통은 닝푸쿠이 한반도문제 담당대사가 포함된 왕 부장 일행이 강석주·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단독 또는 비밀회담을 갖지 않았다며 일각의 관측을 부인했다. 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북핵 중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 결과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명확히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고 있고, 문을 박차고 나가지도 않았다.”며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강조했다. 쿵 대변인은 이어 6자회담은 시작 때부터 많은 어려움 속에서 당사국들이 나름대로의 공동인식을 갖게 되는 성과를 거둔 만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oilman@seoul.co.kr
  • 한국영토 불인정 ‘과시용’

    한국영토 불인정 ‘과시용’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이 왜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 주변국 모두와 공세적 영토분쟁을 벌이는가. 일본 정부는 지난해 2005년도 예산안의 중점 시책을 ‘국민을 지키고, 주장하는 일본외교’라고 국익외교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최근 일본의 움직임은 이것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침략전쟁의 책임문제를 의식해 주변국과 영유권 갈등을 자제했던 지금까지의 입장에서 선회,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패전 60주년도 된 만큼 패전국의 멍에를 떨쳐내고 대국의 행보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어업권·해양지하자원 등을 노렸음직도 하다. ●한국 점유권 시효 불인정 속셈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국제법에 눈을 뜨면서 주변 섬들을 일본 영토라고 선언, 오늘의 영토분쟁 씨앗을 잉태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독도 영유권 주장도 연례행사다. 일본측은 회계연도가 끝나는 매년 3월 말 정기적으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를 왜 한국이 불법점령했느냐.”며 우리정부에 공한을 보내, 환기시켰다. 이번에 시마네현이 나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도 국제법정 제소에 대비한 자료나 명분 축적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이 독도를 장기간 점유, 독도가 한국영토로 완전히 굳어지는 걸 막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의 점유권 시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다. 궁극적으로는 독도문제가 국제 쟁점으로 부상하고, 한국이 일순간 허점을 보일 경우 독도를 빼앗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지역 패권·자원확보분쟁 중국·타이완과는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타이ㆍ釣魚島) 영유권 분쟁이 뜨겁다. 역시 동중국해의 춘샤오(春曉) 가스전 천연가스채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분쟁은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 권익확보가 노림수다. 일본은 중국이 양국간 중간수역에 채굴시설을 건립하자 맞불작전으로 탐사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중국의 반일감정 고조에 대한 일본 여론의 반발 강도도 커져 일본의 대응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중이다. 도쿄도 남쪽 1700㎞의 이른바 오키노도리시마가 섬이냐, 암초(중국측)냐에 대한 논쟁도 자원확보 전쟁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거액의 동중국해 자원탐사비를 책정하고 유엔 대륙붕 관련 위원회 위원들과 외국 학자들을 초청해 심포지엄도 개최할 계획이다. 다른 국제학술 행사도 개최하거나 지원, 일본에 우호적인 국제여론을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중국과의 분쟁은 아시아지역 전체의 패권과도 연결돼 있어 서로 신경전도 치열하다. ●북방 4개 섬은 내부단결용? 일본과 러시아의 북방 4개 섬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풀릴 듯 하면서도 꼬여가는 양상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해 9월 4개 섬 시찰을 강행하면서 꼬여 버렸다. 미국의 개입 논란도 여전하다. 러시아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개 섬 가운데 2개를 돌려줄 수 있다고 밝혀,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일본측이 “2도 반환은 냉전시대의 타협 산물”이라며 반발하자 급변했다. 급기야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22일 “4개 섬을 일본에 반환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돌아섰다. 러시아측은 “일본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러시아명 쿠릴열도) 문제를 국민결속 등 내부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며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taein@seoul.co.kr
  • 서울 “안타깝다” 경기 “환영” 충청 “다행”

    여야가 행정기관 이전에 합의를 이끌어내자 그동안 수도이전을 반대하던 서울시는 기존의 반대입장을 고수했지만 경기도는 환영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또 충청권은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이명박 서울시장은 23일 여야 합의 소식을 접한 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특별한 논평 없이 김병일 대변인을 통해 “안타깝다.”는 말만을 전했다. 이 시장은 최근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수도이전 및 신행정수도 건설은 충청권 주민을 기만하는 처사”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비해 최근 정부의 행정기관 이전에 찬성의 입장을 보였던 손학규 경기지사는 여·야 합의를 환영했다. 손 지사는 “국민통합을 위해 여·야가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합의할 것을 그동안 요구해 왔다.”면서 “정치권의 합의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행정기관이 몰려 있는 과천지역에 대한 후속대책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우선 경기도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여야의 합의 내용이 다소 미흡하지만 신행정수도 건설의 전 단계 조치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 합의를 존중,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에서의 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앞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당초 정책 목표를 유지해 줄 것을 정치권에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또다른 논란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심대평 충남지사와 이원종 충북지사는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염 시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합의안에 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북과 대전시 등 3개 시·도지사는 24일 만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연기대책위 관계자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 명분은 찾을 수 없고 수도권과 충청권의 눈치를 살펴 정략적으로 결정됐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12개 부처도 이전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실행 여부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동구 이천열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DJ의 개인자격 訪北 희망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할 경우 북한을 방문해 여러 현안들을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한반도 주변상황이 살얼음판 같은 시점에 김 전 대통령의 제안이 성사된다면 긴장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김 전 대통령이 ‘현안’이라고 표현한 것은 북한핵 문제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강경으로만 치달을 게 아니라 서로 카드를 내놓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북한핵을 둘러싼 강경대치는 미국과 일본의 강경파들만 도와주고, 그것을 구실로 군비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북한이 이용당하는 격이고, 전략전술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당장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이 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열어 미·일간 군사협력을 확대키로 한 것은 한반도의 처지에서 환영할 일은 못된다. 게다가 북한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미국과 일본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답답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가 국제적 힘겨루기의 각축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북한핵 문제가 북·미나 주변국을 포함하는 국제문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의 문제다. 남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정, 평화적 공존체제 구축만이 주변국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소극적이고, 강경일변도로만 나간다면 주변국의 압박만 거세지고 한국정부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지렛대로 삼아 6자회담이나 북·미협상에 나설 명분을 쌓아나가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거나, 남남갈등이 불거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해 현안들을 논의하는 것은 북한핵 문제의 현명한 해결과 한반도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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