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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대전청사에선…] 철도公 “추석 승차권 부탁마세요”

    ●“명절 열차표 부정유출 직원 엄벌”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직원들에 대해 명절 승차권 청탁 배제 및 ‘엄벌’ 방침을 밝혀 눈길. 명절 승차권 부정 유출은 지난 1999년 철도청 당시 강력한 근절 의지를 공표함으로써 사라지는 듯했으나 여전히 일부 관행이 잔존.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가 3일로 승차권 구입이 어려워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우려. 이에 따라 이 사장이 직접 모든 청탁 배제와 부정 유출에 대한 엄중 징계를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 한 관계자는 “이번 강력 경고조치로 청탁거절 명분이 확실해졌다.”며 반기는 분위기. ●여름휴가는 농·산촌체험으로 산림청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농·산촌 체험을 적극 권장. “휴가가 아니라 근무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산촌개발이 산림정책의 중요한 축인 만큼 몸소 체험을 통한 현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이로 인해 일부 직원들은 휴가 일정중 1∼2일을 고향이나 산림청이 개발한 산촌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스케줄 잡기에 골몰. 산림청은 ‘체험기’를 공모하고 우수작에 대해서는 시상 계획까지 마련한 상태. 반면 고향이 강원도인 한 공무원은 “아이들도 좋아하고 핑계삼아 모처럼 효도(?)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너스레. ●현안 해결에 안도의 한숨 관련 단체 등의 이견으로 지연이 우려되던 정부 정책들이 잇따라 타결되면서 각 청들이 안도의 한숨. 특허청은 직무발명 활성화 방안중 ‘간주된 자유발명’ 규정을 놓고 마찰을 빚던 경영계 및 과학기술계와 전격 합의. 이에 따라 5년여 끌어온 직무발명의 처리 및 보상에 대한 법안이 최종 마무리돼 희색이 만연. 산림청도 외래식물 유전자원 보전과 연구를 위한 광릉숲내 유리온실 건립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환경단체들과 극적으로 합의.5차례의 민관협의회와 실무협의를 통해 1150평을 500평으로 축소하고 분원의 유리온실 건립 전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아닌 합리적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뤄낸 성과”라고 높이 평가.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對北특사 힐 ‘0순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 ●회담일정 잡히면 평양방문 가능성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최근 “4차 북핵 6자회담 일정이 잡히면 힐 차관보가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해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관측의 근거는 힐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담판을 갖고 13개월 동안 늪에 빠져 있던 6자 회담의 재시동을 극적으로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협상단 당국자는 10일 “힐이 아니었다면 이번 합의의 첫 단추인 지난 5·6월의 북·미 뉴욕 회동 및 뉴욕채널 복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非네오콘·협상력 탁월… 부시 신임깊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신임, 실용주의를 기조로 한 탁월한 협상력, 적극성 등이 힐 차관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8월 6자 회담이 시작된 이래 미 백악관과 국무부내 네오콘들의 입김으로 독자적인 협상을 하지 못하고 운신의 폭이 좁았던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의 활동과 명확하게 비교된다. 힐 차관보는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3월,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 취임 이후 제임스 켈리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난달 22일 미국 대사관 온라인 커뮤니티인 ‘카페 유에스에이’에 올린 글에서 “기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북·미 핵대치가 한창이고 명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표현은 자신의 입지에 상당한 자신감이 없고는 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네오콘’핵심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전때 폴란드파병 이끌어내 그는 1995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과 보스니아 분쟁협상을 성사시켰다. 이라크 전쟁 땐 그가 대사로 있던 폴란드의 파병을 이끌어내고 폴란드를 구 동유럽 내에서 미국과 각별한 관계로 이끌어낸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힐 차관보의 ‘특사설’에 대해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알 수 없다.”“현실성이 낮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는 북·미간 ‘빅딜´등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대북 특사 ‘0순위’로 꼽히는 인물. 따라서 ‘힐 특사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열린세상]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국과 일본을 거쳐 내일 한국에 온다. 지난 3월에 이은 이번 방한은 북한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주요 고비가 될 것이다. 마침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한과 북한은 민족공조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금강산 개발, 개성공단 조성 등에서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으나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민족공조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언급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오로지 실천을 통해서만 주변국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는 것은 민족공조를 위해서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북한이 그러한 의향만 버린다면 이는 오히려 민족공조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민족공조를 앞세웠던 한국정부가 북한핵 문제로 인해 대미관계에서 엄청난 고초를 겪었으며, 한·미동맹이 공고하다는 점을 미국에 확인시키기 위해 또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사실을 북한은 상기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을 대화상대로조차 간주하고 있지 않을 때, 미국은 북한이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고자 한다는 인식하에 이를 경계하고 한국을 경원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여 미국의 대북한 적대감을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발언이나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한 것은 한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노력의 결과이다. 미국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자면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가 공고함을 확인하는 가운데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결코 가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북·미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북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민족공조와 대립되는 상황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신뢰하지 않는 한국과의 대화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진솔한 비중을 두고 이를 이어나가고자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한국의 발언권 확대는 북한의 대남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신뢰 여부는 7월말에 열릴 6자회담을 통해 시험받게 될 것이다.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군축을 통한 비핵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정권의 생존과 핵문제를 연계하고 있는 북한은 핵폐기와 철저한 검증에 따라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방안에 대해서 너무나 큰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포함하는 대규모 경협으로 북한체제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중대한 제안을 한다지만 미국의 대북한 인식을 바꿔 이를 실행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따르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은 작년의 ‘6월 제안’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려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생존에 대한 확신을 안겨줄 수 있는 뚜렷한 방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상호 접점이 없는 평행선만 확인한 채 불신의 벽만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은 결코 병행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니다. 민족공조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애가 탄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 [北 이달말 6자회담 복귀] “만나긴하는데”…核해법 도출 미지수

    7월에라도 6자회담에 나서겠다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 이후 20여일이 지난 시점에 북한이 복귀 의사를 공식 선언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곧 ‘교시’로 받아들여지는 북한에서는 7월 중 복귀는 지켜지지 않을 수 없는 가이드 라인이다. 이와 함께 20여일 동안 북한으로서는 짭짤하고 다양한 북미접촉을 가져왔다.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이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 대사와 뉴욕에서 비공식 접촉을 가졌는가 하면,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는 홍석현 주미 대사와 회동을 가졌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회동을 가진 것은 북·미 접촉의 결정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미 양자접촉을 요구해 온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충분히 쌓았다고 내세울 만하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6월11일)에서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띄웠다. 6자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미국의 발언 취소를 요구해온 북한은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란 표현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선언의 이유로 “조선측은 미국측의 입장 표시를 자기에 대한 미국측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로 이해하고 6자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미국에 협조를 당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시점으로 7월의 마지막주를 정한 것은 미국과의 양자접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벼랑끝 협상전술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10차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함에 따라 6자회담과 남북관계 진전은 양 수레바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회담 복귀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 7일의 런던 폭탄테러 사건 때문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했다고 해도 회담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회담장에서 지루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과거 세 차례의 6자회담에서 보여줬듯이 협상은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1년 만에 만나지만 사전 준비가 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돌파구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 내에선 아직 3차 회담 때 내놓은 안을 기본으로 6자회담에 임하라는 기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 시점부터가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시간벌기 차원에서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했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으로 이어진다. 미국 등 일부에서 “중요한 것은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부분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에서 ‘북한판 마셜플랜’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대규모로 예상되는 ‘6·17 중대 제안’이 결실을 맺을 경우 협상이 급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북 제안이 아무리 전향적이더라도 타협과정에서 밀고 당기기 협상이 재연될 공산은 여전히 높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이광주 지음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숨막힐 듯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네 일상 속에서 ‘내 인생의 참 스승’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닐터. 목소리만 큰 정치인, 돈만 밝히는 기업인 등 저마다 잘난 개성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굳이 본 받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기나 한 것일까. 하지만 겉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없어도 정신적으로는 피폐하다. 나침반을 잃어버린 여행자의 꼴이다. 과연 우리네 인생의 좌표를 마련해 줄 참 스승은 어디에 있을까.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이광주 지음, 한길사)은 유럽 지성사를 연구해 온 서양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편력을 추적·소개한 글이다. 젊은 시절 독서를 통해 인연을 맺은 각별한 ‘거장’(마에스트로) 12명의 삶과 사상을 풀어낸다. 유럽 문화사 전방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함께 풍부한 고전 인용을 덧붙였다. 저자가 만난 첫 마에스트로는 괴테. 해방 직후 ‘국립서울대학교 설립계획’(기존 경성대와 9개 관립전문학교를 모아 국립종합대학으로 재편하는 계획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질 즈음, 저자가 캠퍼스를 벗어나 우연히 들른 고서점에서 만난 최초의 스승이었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좌파와 우파’의 대립적 정치 담론이 팽배할 때였지만, 혼란스러웠던 저자는 ‘문명과 야만’사이의 간극을 고민했던 괴테로부터 안식처를 인도받는다. 이후 저자의 ‘지적 편력’은 가속도가 붙었다. 유럽 최고의 지성인 아벨라르(‘서간집’외),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우신예찬’), 프랑스 사상가이자 정신분석학의 시조 몽테뉴(‘수상록’), 스위스의 역사가 부르크하르트(‘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외), 최고의 문화사가로 꼽히는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가(‘중세의 가을’외) 등이다. 이밖에 모리스, 츠바이크(‘예레미아’외)클림트, 스펜서(‘세계속의 세계’), 발레리(‘정신에 관해서’외), 베토벤 등 저자의 ‘스승 찾기’는 계속 이어졌다. 어떠한 명분속에서도 비정치적인 ‘단독자’로 머물며 자신의 길로 매진한 진정한 지성이자 휴머니스트, 교양인인 이들과의 만남은 저자에게 학문적 진로를 밝혀주는 등대가 됐다. 광복과 전쟁, 좌·우의 대립, 군사 쿠데타로 점철된 격동기의 한국 현대사를 겪은 저자 자신도 이들과 비슷한 ‘반 정치적, 반 이데올로기적’인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말한다.“에라스무스·몽테뉴·괴테는 유럽 최고의 교양인이며, 부르크하르트·호이징가·모리스·츠바이크·스펜서·발레리 또한 그들의 어엿한 후예들이다. 나는 나이 20·30대에 들어서면서 그들을 만나는 축복을 누렸다. 그로부터 그 글들은 나의 고전이 되고 나는 그들을 나의 마에스트로, 즉 스승이며 때로는 벗으로서 우러러 섬겨왔다. 이 책은 내 젊은 날의 지적 편력, 아니 내 삶의 도정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마에스트로들에 대한 뒤늦은 헌사다.”2 만원.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盧 “내각제 수준 권력이양 용의”

    盧 “내각제 수준 권력이양 용의”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겠다.”면서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29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연정’(聯政) 구상에 대해 “연정은 세계적·보편적으로 승인된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치행위”라면서 “한국에서도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연정이라는 말 자체가 부도덕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수준으로 국민에게 인식되면 성공한 것이며, 그 이상 특별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근절에 합법적 수단 모두 쓸것 노 대통령은 서울대의 본고사 논란에 대해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대학의 입장 때문에 우리나라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하고 아이들 다 죽이는 학습열풍, 과외열풍이 되살아나서는 안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IMF(외환위기) 같은 것을 다시 맞을 수 있고, 일본의 10년 침체와 같은 경제위기 내지 파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 안정을 위해 반드시 이것은 막아야 한다.”면서 “쓸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을 다 쓰는 것이 정당하다.”며 투기 근절의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부동산에 (정부가) 올인하고 매달리는 이유는 양극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며 “투기 소득으로 인한 양극화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실감이 큰 만큼 부동산 정책은 정말 전쟁하듯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대학 기득권 위해 공교육 망칠수 없어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이 있을 지를 끊임없이 모색해보겠지만 아직은 아무런 좋은 기미는 없다.”면서 성사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선택할 수 없고 미국은 무력을 선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자이툰 부대의 아르빌 유엔기구 청사 경비 등 유엔 활동 지원에 대해 “위험성 여부도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지만, 그 활동이 어떤 성격이냐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병군의 역할이 유엔 지원이라는 것은 파병명분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국토 ‘7+1’ 다핵구조로 개발

    국토 ‘7+1’ 다핵구조로 개발

    정부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안(2005∼2020년)이 세부실천 계획 등 로드맵이 빈약해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용들도 대부분 이미 발표된 계획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정안 마련 작업에는 지난해 3월부터 1년5개월간 무려 98개 기관 210명의 전문인력이 투입됐었다. 건설교통부는 7일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안을 마련,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12월 중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국토구조를 7대 광역권과 제주도를 거점으로 한 ‘7+1’의 다핵구조로 바꾸기로 했다. 또 2000년 기준 238가구인 인구 1000명당 주택가구 수는 370가구로 늘어나 자가 점유율이 54.2%에서 65%로 확대된다. 4차 국토계획 당초안은 경제는 10개권역, 관광은 7개권역으로 나눠 개발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이번에 전 국토를 남해축과 서해축, 동해축 등 3개축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북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 등 7개 경제권역과 제주도로 구성된 ‘7+1’전략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주택보급률을 120%로 높여 인구 1000명당 주택수를 일본(371가구)과 비슷한 370가구로 높이고, 상수도 보급률은 2003년 89.3%에서 2020년 97.0%로, 공원면적도 1인당 2.1평에서 3.8평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남북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와 강원 철원·고성 지역의 평화벨트 조성, 행정도시와 각 지역의 도로 등 연결성 강화,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과 이어진 철도망 구축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4차 계획 내용은 대부분 이미 발표된 것들이다. 평화도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거론됐던 사안이고,TCR나 TSR 등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당초 안에 없던 ‘복지국토’라는 목표를 추가했지만, 이는 균형·통일·개방·녹색국토라는 기존의 목표만 성실히 추진해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토계획을 수정한 명분이 행정도시 건설 등으로 국토 설계가 달라졌다는 점인데도,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건설로 빠져나갈 수도권의 대책이 크게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책 혼선도 엿보인다. 국토계획 과제에 포함된 초고층 재건축 허용은 올해 초 정부가 집값 불안을 야기할 뿐아니라 국내 주거구조나 도시환경에 적합치 않다며 철회한 것이다. 정부의 제4차 수정 국토계획은 올 연말 확정 때까지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사설] ‘聯政·개헌’ 혼란주는 대통령 발언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 구상의 일단을 언급한 이래 권력구조 공론화까지 주장한 배경이 궁금하다.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의 정책공조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정치 상황 전반을 비정상으로 진단한 언급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여권 지도부는 개헌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권력구조 개선은 사실상 개헌을 의미한다. 말을 돌리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는 편이 오히려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없고, 미국처럼 개별 의원을 설득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다.”면서 “대통령에게 법도 고치고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고 하는데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때문에 국정이 어렵다는 식의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경제회생이 미흡하고, 일부 정책 추진이 여의치 않은 원인을 권력구조와 정치풍토에서만 찾아서는 안 될 것이다. 여권 지도부의 정치력 부족 탓은 아닌지 우선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정책 추진과정에서 보면 설득과 타협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이 나아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노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지도력을 언급한 것도 문제가 있다. 당정분리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가 되어 지도력을 행사하든, 야당 의원들과 접촉하든 지금 대통령 위치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제도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 물론 현 정치제도에서 비생산적인 요소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은 타당한 토론과정을 거쳐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단순한 정치풍토 개선을 넘어 개헌이 필요하다면 경제를 먼저 살린 뒤 내년쯤 공론화해도 늦지 않다. 개헌 논의의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힘없는 대통령과 정부라고 자탄하기에 앞서 현행 제도를 잘 활용하고, 나아가 명분있는 제도적 대안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제시한 뒤 국민공감을 일구어 나가는 게 옳은 길이다.
  • [사설] 외규장각 도서 포기해선 안된다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돌려받고자 협상을 벌여온 우리 정부가 프랑스 쪽에 해당 도서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당연히 우리의 문화재이기에 정부는 1992년 프랑스 정부에 처음으로 반환을 공식요청해 이후 민·관 기구를 통해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쪽의 회피로 14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판에 이제 와서 촬영 요청을 해 프랑스 쪽의 ‘반환 불가’ 명분에 보탬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외교통상부는 프랑스 소장본 가운데 30권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어서 연구 목적상 복사본이라도 들여올 필요가 있으며 원본을 돌려받는 협상은 별개로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복사본 입수는 민간대표단이 협상할 당시에도 이미 제기되었지만, 학술적 차원에서 시급한 일이 아닌 데다 협상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사안이다. 이제 와서 새삼 요청할 만큼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그처럼 불필요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외규장각 도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우리 의지를 프랑스 쪽에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관련, 묵과할 수 없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프랑스 정부의 행태이다. 고속철을 팔아야 할 때는 당장이라도 돌려줄 듯이 굴더니 그후 갖은 핑계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문화대국답지 못한 짓이다. 한국민의 반발이 프랑스 문화·상품에 대한 거부·불매운동으로 번지기 전에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기 바란다.
  • 盧의 ‘正治’조건은 내각제? 의회해산권?

    盧의 ‘正治’조건은 내각제? 의회해산권?

    개헌을 향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듯하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10월 집권할 경우 ▲2004년 총선에서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고 ▲현행 헌법에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시범운용한 뒤 ▲2007년 개헌 추진이란 단계별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해찬 총리에게 일상적 국정 운영을 맡기는 등 내각제 개헌의 전 단계까지는 이행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연정 구상 파문’을 계기로 개헌 논의의 속도를 급속하게 높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정계·학계·언론계 등의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연정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뤄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정 얘기를 꺼내면 ‘야합’이나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고 비난부터 하니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한다는 분명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황상 개헌 공론화로 해석될 뿐이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대안이 있지만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는 어떤 대안을 말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용은 되지 않고 억측과 비난만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서 입장 표시를 유보한 상태다. 노 대통령이 읽었다는 강원택 숭실대 교수의 ‘한국의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는 현행 대통령 선거는 지지자보다 반대자가 많아도 당선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과반수 이하의 지지로도 당선되는 단순다수제는 대표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큰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 교수는 제시한다. 아울러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명부 의석과 지역구 의석을 반반씩 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에 무게를 둔 듯하다. 노 대통령은 야대 국회는 각료 해임건의안을 들이대고, 각료들은 흔들리고, 결국 대통령이 영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흔들리니 개혁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고, 국회 해산권이 없는 대통령과 정부는 일방적으로 몰려서 국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불합리한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논지는 대통령제 보완일 수도 있으나, 노 대통령의 공약과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대통령제 보완보다는 내각제 개헌쪽에 가깝다. 노 대통령은 왜 조기 개헌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까. 윤광웅 국방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는 외형상 명분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개헌을 국정의 난맥상을 돌파하려는 특유의 승부수로 삼은 듯하다. 연정 파문이 일자 내친 김에 개헌 추진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집권 후반기의 화두는 내각제 개헌과 남북문제로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민노당 ‘연정’ 반응

    노무현 대통령의 ‘연립정부(연정)구상’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연정 지지’로, 민주노동당 일각에서는 ‘전혀 불가능하다.’에서 ‘비정규직법안 등 정책 양보한다면….”이라며 다소 변화조짐이 엿보인다. ●우리 “연정이 왜 야합이냐” 문희상 의장은 이날 의장 특보단 임명장 전달식에서 “민주정당에서 제 정파와 연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야합이라고 하는 풍토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연대에는 정책연합, 사안별 공조, 투표연합, 선거공조, 통합과 합당도 있다.”며 “단, 전제조건이 있는데 대의명분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절차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의장은 “장관자리를 몇 사람 주는 것은 ‘소연정’이고,(작은)야당과 정부가 합치면 ‘중연정’, 제일 큰 야당과 여당이 하면 ‘대연정’으로 그렇게 안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연합하고 협력하겠다는 게 잘못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하고 국정을 잘 운영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대통령과 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천영세 의원단대표 등 지도부가 ‘연정불가’를 밝힌 가운데 노회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입각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회찬 “비례제·국보법·비정규직법 양보를” 노 의원은 특히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국가보안법 폐지, 비정규직법 문제 해결 등을 연정의 구체적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이 세 가지는 국민적 명분이 충분히 있는 만큼 수용된다면 (연정을)검토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聯政하고 싶다면 지향점 있어야

    노무현 대통령이 단계적 연정구상을 밝혔다. 단기적으로 야당과 사안별 정책공조를 하고, 중·장기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소연정과 한나라당까지를 포함한 대연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운영 과정에서 야당과 연대 필요성을 느꼈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민의를 통해 만들어진 정국구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면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헌정사에서 집권당이 연정, 합당을 추진하면 욕을 먹었던 이유는 정책을 떠나 숫자불리기를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일 때도 마음먹은 대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정치력을 키워야지, 숫자로 국회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된다. 여권내에서는 또 현 정국구도를 깨지 않고는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같은 구도로 승리를 거뒀다. 정부·여당이 얼마나 국민의 뜻에 부합한 정책을 펼치느냐가 지지도를 결정한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표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본다. 이런 비판을 감안하고라도 연정을 원한다면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가령 여당의 정책을 더 진보적으로 이끌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연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식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측이 설명하는 소연정과 대연정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대연정은 한나라당까지 포함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단일정당제를 겨냥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실현가능성이 낮은 얘기로 정치판을 흔들려 하지 말고, 정국운영에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거국내각을 제안하는 편이 낫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바람잡는 식으로 한번씩 던지는 방식은 혼란만 가중시킨다. 개헌을 추진할 의사가 있으면 적절한 시점에 세부 내용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해는 경제회생과 북핵 해결에 매진하고 내년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SO지역채널 주민제작프로그램 저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여전히 지역주민과 밀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주민들의 자체제작 프로그램 방영 비율이 너무 낮은 데다 지역주민 참여프로그램 역시 지나치게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유형의 오락 프로그램에만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송위원회가 지난 3월 전국 119개 SO들의 지역채널을 조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방송법은 SO들로 하여금 지역채널을 운영토록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전국과 각 지역을,SO들은 해당 지역에 밀착된 채널로 만들기 위한 규정이다.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비율은 2.1%에 그쳤다. 또 지역생활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은 45.1%를 차지했다. 지역 및 광역 뉴스, 인물탐방, 기업소개, 재테크 관련 소식, 건강과 교육 등 생활정보형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를 제외한 프로그램의 비율은 46.9%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 대부분이 취미·여가·노래자랑 등 지역주민 대상 오락 프로그램 유형이라는 점이다. 방송위는 “지역주민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고 있어 넓은 범주에서 프로그램 송신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송위의 표현은 탐탁지는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문제점은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내용이야 어떻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보다는 몇몇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하는 게 기본이라는 것이다. 실제 본방송은 전체 프로그램의 9.7%에 불과하고 90.3%가 재방송이었다. 다만 프로그램의 자체제작은 55.8%,SO끼리의 교환이 23.7%,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6.4% 등으로 자체제작 비율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재미있는 점은 제작비로 따져봤을 때 경쟁SO보다 독점SO들이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밀착형 채널이라는 명분아래 지역별로 조각조각 나눠진 SO들의 광역화 추진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케이블TV협회는 ‘케이블TV 10년사’를 펴낸 데 이어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국제회의실에서 1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3당합당’ ‘DJP연합’ 못지않을 파괴력

    여권 핵심의 ‘연정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정치적 파괴력은 과거 ‘3당 합당’이나 ‘DJP 연합’에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점에서는 현재의 ‘연정 구상’은 이전 정권들의 ‘정치적 사건’과 공통점을 갖는다. 지난 1990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은 정치구도를 ‘1여3야’에서 ‘거대 여당 대 평민당’의 구도로 뒤바꿨다.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형성된 여소야대 정국이 무너지면서, 민주개혁 세력도 분열됐다. 또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대, 즉 ‘DJP(김대중·김종필)연합’으로 정권을 잡았다. 출범 첫 내각에서는 김종필 국무총리를 비롯, 자민련 소속 국회의원 6명이 입각했다. 전문성이나 업무 조정력 보다는 대선 승리에 따른 DJP연합의 지분 나눠먹기 성격이 짙었다. 현 여권은 지지부진한 개혁 입법과 이로 인한 국정 운영의 차질을 ‘연정 구상’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재집권을 위한 ‘세력 연대’라는 주장을 표면적으로 올리지는 않고 있다. 여권의 ‘연정 구상’은 평소 ‘정치인 장관’이나 ‘권력 분산’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도 상충되지 않는다.현재 국무회의 의결권을 가진 국무위원 20명 가운데 절반인 10명이 여당 정치인 출신이다. 이해찬 총리, 정동영 통일·김근태 보건복지·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1일로 입각 1년을 맞았다. 김진표 교육·천정배 법무·박홍수 농림·이재용 환경·추병직 건교·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도 열린우리당 출신이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외압 경질’은 없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와 이재용 환경부 장관 기용 과정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노 대통령의 인사에서 몇가지 원칙을 찾을 수 있다.●인사코드 개혁→실용→지방선거? 사람을 기용할 때 분명한 포인트를 둔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를 ‘방점’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행정개혁, 강금실 법무장관은 검찰개혁이란 등식을 둔다. 이재용 장관의 경우에도 밋밋한 관료출신보다는 환경운동가, 치과의사 출신이란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인사는 ‘코드 인사’에서 실용주의 인사로 변화됐고, 이제는 ‘지방선거용’으로 바뀌는 듯하다.●DB에 1500명… 별도 경로 추천도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정무직 후보 데이터 베이스와 외부 추천을 혼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재용 장관의 경우도 외부 추천 케이스인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정무직 후보 데이터 베이스(DB)에는 1500여명이 있고, 이 가운데는 총선 출마자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면서 “DB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정당의 주요 당직과 행정부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책을 쓴 저자를 발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장관은 청와대로 불러서 면접 과정을 거친다. 관계자는 “개각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면담자를 보면 장관의 윤곽을 알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장관을 그만두게 할 때도 상대가 “짤렸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장관을 경질할 때 여러 사람이 그만둘 때와 함께 인사를 해서 상대가 경질됐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한다. 비리가 발견된 장관도 마찬가지다.●尹장관 연말 교체 가능성 시사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에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교체하면서 “해일에 휩쓸려가는 장수를 붙잡으려다 놓친 심정”이라면서 “억울한 일이 있으면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배려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조사 결과 이 전 부총리에게 세금을 추징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경우도 국방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당에 밀려서 경질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노 대통령은 최근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국방개혁이 입법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윤 장관을 오는 12월쯤 교체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78) 乞骸骨(걸해골)

    儒林 (373)에는 ‘乞骸骨’(빌 걸/뼈 해/뼈 골)이 나온다. 이 말은 ‘心身(심신)은 主君(주군)에게 바친 것이지만 뼈만은 돌려달라는, 즉, 자신의 몸을 해치지 말고 돌아가게 해달라.’는 뜻이다. 古文字(고문자)에서는 ‘乞’(빌 걸)자와 ‘ ’(기운 기)자의 區分(구분)이 없었다.隸書(예서)에 이르러 ‘ ’에서 한 획을 除去(제거)하여 새로 만든 글자가 ‘乞’이다.用例(용례)로 ‘求乞(구걸:돈이나 곡식, 물건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빎),門前乞食(문전걸식: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빌어먹음)’ 등이 있다. ‘骸’자는 ‘소 어깨 뼈’를 본뜬 ‘骨’(골)과 ‘괴이한 짐승’의 상형인 ‘亥’(해)가 결합되어, 몸의 중심이 되는 단단한 부분을 뜻한다.用例에는 ‘骸骨(해골:죽은 사람의 살이 썩고 남은 앙상한 뼈),易子析骸(역자석해:자식을 양식과 바꾸고, 장작 대신 시체의 뼈를 땐다는 뜻으로 성을 지키며 무척 고생함을 이름),形骸(형해:사람의 몸과 뼈)’ 등이 있다. ‘骨’자는 원래 ‘살’의 상형인 ‘月(=肉:고기 육)’이 없이 쓰이던 글자로, 점칠 때 쓰이던 ‘소 어깨 뼈’를 본뜬 글자이다.‘强骨(강골:단단하고 굽히지 아니하는 기질),骨董品(골동품: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 물품),骨肉之親(골육지친:부자, 형제 등의 피붙이)’ 등에 쓰인다. 史記(사기) 項羽本紀(항우본기)에 나오는 ‘乞骸骨(=願賜骸骨:원사해골)’의 故事(고사)는 다음과 같다.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이 天下統一(천하통일)을 놓고 乾坤一擲(건곤일척)을 벌일 때 유방이 항우에게 쫓겨 苦戰(고전)하고 있었다. 유방은 항우가 叛亂軍(반란군) 討伐(토벌)에 나선 틈을 이용해 關中(관중)을 合倂(합병)하였다. 또한 義帝(의제) 弑害(시해)에 대한 懲罰(징벌)을 名分(명분)으로 楚(초)나라의 都邑(도읍)인 彭城(팽성)을 攻略(공략)했으나 항우의 反擊(반격)을 받고 겨우 滎陽(형양)으로 도망쳤다. 유방의 군대는 시간이 經過(경과)함에 따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講和(강화)를 提議(제의)하였다. 항우는 이 提案(제안)을 받아들이고자 하였으나 謀臣(모신) 范增(범증)은 강하게 反對(반대)했다. 이 사실을 안 유방의 參謀(참모) 陳平(진평)은 間者(간자)를 풀어 초나라 陣中(진중)에 ‘범증이 유방과 內通(내통)하고 있다.’는 헛소문을 流布(유포)하였다. 이에 항우는 발끈하여 유방과 講和(강화)의 사신을 보냈다. 진평의 離間策(이간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진평은 張良(장량) 등과 함께 정중히 사신을 맞이하면서 범증의 安否(안부)를 물었다. 이 또한 사신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한 高度(고도)의 戰略(전략)이었다. 예상대로 사신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진평은 한술 더 떴다. 사신을 왕의 勅使(칙사)가 아니라 범증의 家臣(가신)인 줄 알았다며 의도적으로 의전상의 缺禮(결례)를 범한 것이다. 사신의 報告(보고)를 접한 항우는 巷間(항간)의 소문을 사실로 確信(확신)하고 范增의 모든 權利(권리)를 剝奪(박탈)했다. 화가 난 범증은 이제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보고 항우에게 ‘肉身(육신)만이라도 돌려달라고 간청’(願賜骸骨)하였다. 범증은 落鄕(낙향) 길에 등창으로 죽고 말았다.謀臣(모신)을 잃은 항우도 결국 垓下(해하)에서 大敗(대패),烏江(오강)에서 自決(자결)하고 만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뇌염백신 ‘품귀’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가 내려져 있으나 일선 보건소는 백신 구하기가 힘들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벌써 2달째 자치구마다 비축 백신을 서로 빌려주며 돌려막기식으로 버티고 있다. 30일 서울의 자치구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일본뇌염백신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예방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뇌염백신은 보건소가 조달계약 체결업체로부터 구매(1㎖당 2803원)해오고 있으나 지난 5월부터 2달째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보건소는 불과 2∼3일분량만 확보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서초구보건소의 경우 하루 20∼30명 정도의 주민들이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고 있으나 현재 보유 물량은 100명분에도 못미친다. 이것조차 비교적 사정이 괜찮은 인근 보건소에서 최근 빌려 모은 것이다. 사정은 금천, 강북, 성북, 중구, 성동, 광진, 용산, 중구 등 서울지역 대부분의 보건소가 비슷하다. 성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최근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보건소에서도 일본뇌염백신을 빌려달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보건소는 30일부터 뇌염예방주사를 맞으려는 사람을 동구나 대덕구 등 다른 보건소로 안내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달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1000㎖이상 백신을 요청했으나 물량이 부족하다며 지금껏 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경우 5개 보건소 중 북구만 조금 여유 있을 뿐 나머지 보건소는 모두 7월 중 보유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구·강원지역은 백신물량에 여유가 있고 울산도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일부 보건소에서는 백신 부족으로 매년 여름철 실시해오던 초등학교 단체접종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 13·23·28일 등 3차례에 걸쳐 질병관리본부에 백신 공급을 요청했으나 아직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9만여명분(9만 2000㎖)의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7월25일쯤에야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어제 대책회의를 갖고 시도별 보유분 파악에 들어갔다.”면서 “한해 평균(150만명분)보다 많은 200만명분의 뇌염백신이 시중에 풀려 있어 전체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이근 北외무성 미주국장 “6자복귀 시점 협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이근 외무성 미주국장은 29일(현지시간) 4차 6자회담 시기와 관련,“차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로 열리는 북한 핵문제 민·관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이 국장은 이날 뉴욕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쪽(미국)이 하는 것을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국장은 6자회담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그걸 협의하러 왔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복귀의) 명분을 달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dawn@seoul.co.kr
  • [기고] 교원평가제,돌파구 찾아라/최원호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ㆍ명예논설위원

    교원평가제 도입을 두고 교육부와 교원단체가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 제 입장만 주장하다가 교육부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당초 올 9월부터 교원평가를 시범실시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김 진표 교육부총리가 판정패하고 만 것이다. 교원평가제는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학부모 단체를 비롯한 각종 사회단체로부터 적극적인 환호와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는 일부 교원들조차 교원평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교원평가제를 거부할 만한 명분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교원단체는 평가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누구를 평가자로 참여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고, 궁여지책으로 평가 참여자를 동료 교사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다. 김 교육부총리 역시 학부모와 학생들에 의한 교원평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교원단체의 주장을 수용하는 선에서 견해 차를 좁혔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어느새 다시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고, 대립이 계속되다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교육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이견을 보여 오던 교원단체가 교원평가제 도입안에 대해서만은 유독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평가제 반대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의 반대서명운동과 단체행동은 교육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전체교원 40만명 중 무려 25만명이나 반대서명에 참여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확실한 ‘힘’을 보여준 데다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에 교육당국은 이들 단체에 다시 두 손 들고 말았다. 교원평가제는 결과적으로 시범실시도 되기 전에 좌초해 온 국민의 교육적 희망이 묵살되고 교육정체성의 혼란만 가중되었다. 교육부가 교원단체의 주장을 수용했다고 해서 이들 단체가 다른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교육 현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번 결정은 교원단체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을지 몰라도 학부모와 학생 및 교직원들로부터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가 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곧 경쟁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요, 교육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평가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은 없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교원단체만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교원과 학부모 단체가 찬성할 수 있는 진일보된 평가시스템이 도입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이 결정된 과정 자체는 두고두고 교육정책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교육현장을 피폐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교원 단체의 눈치나 살피고, 이들에게 끌려다녀야 할 것인지, 합의점이 도출된 정책마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 협의회를 구성하여 교원평가 제도 개선방안을 새롭게 협의한다고 하지만 갈수록 태산이다. 또 다른 대안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입맛에 맞는 평가 방법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이제 교육부는 평가를 위한 평가 도구가 아니라, 교육발전을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도구를 만들어내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최원호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ㆍ명예논설위원
  • [시론] 공공기관 이전, 후속대책이 더 중요/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시론] 공공기관 이전, 후속대책이 더 중요/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176개 공공기관 이전이 발표됐다. 비수도권은 대체로 받아들이나, 수도권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함께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명분이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후속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로 공공기관은 집단화해 계획입지하도록 해야 한다. 계획입지의 패턴은 기성시가지를 재개발하거나, 신시가지를 조성하거나, 아예 신도시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각 패턴은 해당 지자체의 형편에 맞게 정하면 될 일이다. 계획입지의 예로 1997년 9개 청이 집단화해 함께 있는 대전청사를 들 수 있다. 대전청사는 부근에 대덕연구단지가 있어 집적의 효과가 배가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질적 수준이 매우 양호해 서울의 웬만한 학군보다 학력 수준이 높다. 당연히 학생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처음에 대전청사를 만들면서 청사 주변에 양질의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서울에서 이주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대전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가 4100여명이 되는데 이들 중 4000여명이 현지에 정착했다. 근무처가 주거지 근처이기 때문에 걸어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토요일 휴무가 실시돼 생활 양식이 변화됐다. 전국과의 접근성이 좋은 대전청사 공무원과 그 가족들은 주말 ‘휴(休)테크’를 즐기는 동호인 모임을 만들어 삶의 질을 구가한다. 공공기관을 집단화해야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만일 광역시장과 도지사들이 여러 이유로 공공기관을 관할 시·군·구에 따로따로 ‘섬’처럼 분산 배치하면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둘째로 적절한 수도권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신(新)수도권 정책은 물류·금융·정보화 기능을 특화해 수도권을 세계적 경쟁력을 발휘하는 지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지역을 꾸며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대안도 제시한다. 그러나 1970년 이후 수도권에 유입된 순(純)전입인구가 800여만명이 되며,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특히 제조업의 흡인력 때문에 몰려든 사람들이다. 수도권에 있는 제조업은 계속해서 인구를 끌어들이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금융·정보화 기능을 특화한다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수도권은 체질개선을 통한 지역기능변화를 도모하면서 특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수도권에 있어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은 더욱 살려 특화시키고, 단순히 인구유입만을 야기하는 기능은 충분한 인센티브를 줘 비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야 공공기관이전의 참 의미가 살아난다. 셋째로 투기세력은 원천 봉쇄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입지하는 곳이나 그 주변지역에는 어김없이 한탕하려는 투기세력이 들어설 것이다. 지자체와 정부가 합의하여 공공기관 이전지를 확정하면 최우선적으로 이전지와 그 주변지역을 투기관리지역으로 정하는 한편, 합법적인 여러 장치를 통해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근원적으로 뿌리뽑아야 옳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으로 개발이익이 과다하게 발생했을 때 원칙에 따라 개발이익을 환수해 사회에 되돌리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의 여러 나라에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구사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전면적으로 또 대규모로 실시한다는 차별성이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이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그리고 신수도권 정책 등의 이른바 분산·분업·분권 등 3분(分)정책을 한꺼번에 진행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들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 서로가 상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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