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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이슈] 전시작전권 2012년 환수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로드맵 확정이 두달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군 원로들이 작통권 환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잇달아 표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씨가 며칠 전 “작통권 환수 논의는 실익이 없다.”는 비판을 내놓은 데 이어,2일에는 이상훈씨 등 역대 국방장관들이 윤광웅 국방장관을 만나 작통권 환수 논의를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명분과 실리 사이 정부는 작통권 환수를 희망하는 2011∼2012년까지 151조여원을 투입해 우리 군의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보수집·감시 능력 향상을 위해 공중조기경보기, 다목적 실용위성, 무인항공기, 전술정찰정보수집체계 등의 사업을 2011년 안에 착수키로 했고, 첨단 이지스함도 2008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핵심전력 증강사업 대부분이 2011년을 전후해 시작되는 데다, 그마저도 미군의 능력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김희상 전 보좌관은 “작통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돼 군사적 파이프라인이 차단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작통권 환수 논의는 북한에만 좋은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환수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미군의 수준에 댈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한다. 정부 관계자는 “100점 만점에 80점만 맞출 수 있어도 작통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광웅 장관도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정보능력을 포함한 미국의 지원은 보장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말대로라면,‘작통권 환수’는 결국 구호만 요란할 뿐 허명(虛名)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래서 참여정부의 작통권 환수 추진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실리를 저버리는 격이란 비판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한 군사 소식통은 “지금도 전쟁 개시 및 종료 결정 등은 한·미 대통령이 각각 내릴 수 있고, 작통권은 그보다 협소한 작전계획 수립·명령 개념”이라며 “환수 추진은 결국 주권국 군인으로서 미군의 작전명령을 받기 싫다는 자존심 차원의 문제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접점은 없나 이런 가운데 일도양단식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비교론적 관점에서 조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군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우리 군의 작통권 행사 능력은 충분한 반면, 미국에 버금가는 강국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엔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기준을 어디에 설정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작통권이 분리돼 있으면서도 긴밀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과 주일미군을 예로 들면서 “관건은 작통권 환수 여부가 아니라 동맹관계를 어떻게 보완, 발전시키느냐일 수 있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차이와 공존’ 학술대회

    요즘 들어 한국 사회가 무척 시끄러워 성가시다고? 조금 달리 생각하면 참으로 자연스럽고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현대사회의 이해관계라는 게 좀 복잡한가. 거기다 조금이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때려잡아 끝을 내던 시대는 지났다. 이런 상황임에도 조용한 사회라면, 그게 외려 비정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왁자지껄 떠들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리 작더라도 합의 아래 내디딘 단 한걸음이 소중하다.‘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자.’는 투의 결단은 비장하다기보다 철지난 소리다. 중요한 것은 합의요, 이에 이르는 ‘협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협상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협상이란 게 좋게 말해 ‘테크니컬’한 것 같고, 나쁘게 말해 ‘사쿠라’ 같아서다. 잘해봤자 거기서 거기고, 잘못하면 ‘배신자’라 욕 얻어먹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과교육학회가 7∼8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여는 학술대회의 주제,‘차이와 공존의 사회과교육’은 관심을 끈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는 ‘갈등을 극복하고 공존을 도모하기’라는 논문을 통해 초·중·고등 사회과교육의 핵심은 협상교육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교육과정의 목표는 전문가가 아니라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정치·경제·사회·역사·지리 등에 관한 이론적 모델이나 단편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는 지금의 사회과 교과서들은 이런 교육목표와 전혀 무관하다고 비판한다.“지극히 편협한 사회과학적 이론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협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친 뒤 관련 지식은 학생들 스스로 알도록”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협상 교육은 사회과교육의 ‘곁다리’가 아니라 외려 사회과 교과목 내에 흩어져 있는 모든 세부적 과목들을 한데 묶어 소통시킬 수 있는 ‘허브’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협상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 교수는 로저 피셔 교수가 제안한 하버드대의 ‘원칙협상모델’을 제시했다. 로저 교수는 ‘공동문제의 확인-의사소통-인간관계-이해관계-명분과 정당성-해법의 탐구-약속과 참여’로 협상의 7가지 요소를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업과 평가시스템을 설계한 뒤, 우선 특별과정으로 협상 수업을 도입해서 정규교과과정으로 확대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하인스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불고 있는 다문화교육에 대한 논문도 발표된다. 박윤경 청주교대 교수는 일상 생활에서 흑인이나 동남아인 등 제3세계 사람에 대한 차별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교육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다만, 다문화 교육이 인종적 편견을 ‘완화’해줄 수는 있는데, 그 방법은 어릴 적부터 ‘아동문학’을 통한 세심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월드이슈] 중동은 지금 지각변동중 ‘시아 초승달’이 커진다

    [월드이슈] 중동은 지금 지각변동중 ‘시아 초승달’이 커진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레바논 유혈사태에 가슴 한쪽이 저리면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머리가 지끈거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미국, 말잔치만 무성한 유럽과 유엔,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 달려드는 이스라엘과 그에 맞선 헤즈볼라, 뒤에서 부추기는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정세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말대로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작동할 것인가?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중동 정세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해 본다. ●9·11 사태가 미국의 중동정책을 획기적으로 가른 게 맞나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지역의 국경을 멋대로 획정했던 사례를 좇아 미국은 공산세력의 팽창을 막는다는 냉전 논리를 앞세워 석유 채굴권을 확보하는 한편,1967년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했어요. 아랍 전제 정권들을 비호한다는 욕을 여러 미국 대통령이 들었지만 ‘평화의 지속’, 다시 말해 현상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지요. 미국의 이런 접근 방식은 2000년까지 그런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그러나 이듬해 9·11 사태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어요. 부시 행정부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실로 거창한 목표를 내세워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어요. 덩달아 후세인을 통해 이웃 이란을 간접 견제하던 외교 역량에 큰 구멍이 생겼지요. 또 민주주의 확산 전략은 아랍 전제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의 등장이라는 원치 않은 결과까지 가져왔어요. 이란은 이 틈을 파고드는 한편, 이들 독자세력을 지원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요르단 같은 친미 정권과 맞설 수 있는 역내 영향력을 갖게 됐지요. 이같은 변화는 레바논 사태를 분석하는 데도 결정적인 열쇠가 되고 있어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란 해석도 그래서 나오고요. 부시 1기 행정부 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는 “중동 지역은 20세기와 달리 열강의 몫은 줄어들고 역내 세력이 더 큰 역할을 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중동 정세는 왜 이렇게 복잡해졌지요? 국가적 야망, 이데올로기, 종교와 석유 이권 등을 둘러싸고 합종연횡이 거듭됐고, 그 빈 틈을 열강들이 파고들거나 이용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이집트와 시리아, 이란의 이슬람 혁명운동을 지원함으로써 세속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힘을 합치게 했어요. 그 뒤 그네들의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권력 쟁취를 위해 드잡이하게끔 부추긴 것도 물론이고요. 그러나 오늘날 세속적인 민족주의는 중도로 물러앉고 이슬람 혁명운동이 창궐하고 있어요. 이런 연유로 한때 미국의 동맹으로 인식되던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은 이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어요. 시아파와 수니파 국가는 지중해 연안에선 기독교 세력에 맞서기 위해 협력하지만, 이라크에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에서 각자 이스라엘과 교전하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기실 각각 수니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무장집단이에요. 같은 수니파 국가로 미국과 가까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스라엘에 적대하고 있지만, 무바라크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갑작스레 성장한 무슬림 형제단-알카에다의 뿌리라는 시각도 있어요-을 사우디 정부가 막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서로 눈을 부라리고 있어요. ●‘시아 초승달’이란 무엇이며 그 위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앞서 말한 중동의 역내 세력 가운데 가장 크고 강력한 것이 ‘시아 초승달’이에요. 멀리 페르시아 문화권의 이란부터 미국이 옹립한 이라크 새 정부, 시리아, 레바논내 헤즈볼라까지 선을 긋게 되면 초승달 모양이 그려지지요. 전세계 무슬림으로 보면 수니파보다 수적으로 밀리는 시아파가 미국과 친미 아랍정부에 맞서는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지요.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수니파 국가들이 가장 겁내는 것이 바로 시아 초승달 동맹이에요. 미국이 줄곧 레바논 사태와 관련, 두 나라를 겨냥하는 것도 사우디 등이 그 연결고리를 끊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지요. 중동 전문가인 라첼 브론슨은 “사우디인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이란인”이라며 “그들은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메시아적인 호메이니즘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이란의 위력은 미국과 유럽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재정을 죄었을 때 하마스에 재빨리 5000만달러를 지원한 것에서도 알 수 있어요. 이런 연유로 “아마디네자드의 인기는 테헤란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더하다.”는 농담이 퍼지고 있다고 이란 출신의 발리 나스르 미 해군대학 교수는 전했지요. 이란의 발언권은 미국의 조종을 받는 시아파 이라크 새 정부에까지 먹히고 있어요.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맹렬히 비난했거든요. 한 걸음 나아가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영적 지도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는 헤즈볼라에 대한 시아파의 지원을 더 공고히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어요. 시리아 역시 아랍권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로 들어가게끔 국경을 열어주고 이란제 무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해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돕고 있어요.26년간 군대를 보내 점령할 정도로 레바논에 군침을 흘리고 있어 결코 만만히 볼 대상이 아니지요.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중동 안정의 열쇠는? “중동을 안정시키려면 이란과 시리아의 전략적 중요성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플린트 레버렛 ‘뉴 아메리카 재단’ 선임연구원은 레바논의 유혈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 두 나라와 대화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정부는 테러 지원국과는 결코 대화하거나 타협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버텨왔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휴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이스라엘이 마음껏 레바논을 유린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면서 워싱턴의 자세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즉각 휴전’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스스로 물러설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리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옵션으로 보인다. 시리아는 이란보다 작고 더 취약하며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조차 주류에서 벗어난 수니파 출신으로 정치적 입지 또한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레버렛 연구원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시리아를 빼주면 미국이나 아랍권과 경제협력을 할 수 있게 돼 이란과의 유착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의 조사 고삐를 느슨히 해주는 좀 더 비용이 안 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란 역시 레바논에서의 전면전 위기를 부채질함으로써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서 숨을 돌리는 선에서 만족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면 헤즈볼라에 무기를 대는 행동을 그만둘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새 ‘화동사진’ 발견 … 김현희 北공작원 확인

    KAL 858기 폭파사건의 핵심인 김현희(44)씨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국정원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의 줄기찬 면담 요청에 김씨는 응하지 않고 있다. 진실위는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말 김씨의 주거지를 방문해 최근까지 10여차례나 면담을 요청했지만 남편 등으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기내에 폭탄을 어떻게 반입했는지, 실제 음독했는지, 북한 출신인지 등의 의혹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궁금증만 자아내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김씨의 음독자살 시도 등 7가지의 의혹을 제기해 왔다.●미완의 KAL 858기 폭파사건 조사 김씨는 1997년 12월28일 자신의 신변경호를 맡았던 전직 안기부 직원 정모씨와 결혼하면서 공개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김씨는 서울과 시댁이 있는 경북 일원을 오가며 생활하면서 2000년 아들,2002년 딸을 각각 출산했다. 하지만 2003년 KAL 858기 조작설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모으자 세간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김씨가 국정원과 진실위의 면담요청을 거부한 이유가 관심을 모은다. 김씨는 “국정원이 KAL 858기 폭파사건을 재조사하도록 결정한 것에 강한 배신감”을 이유로 들었다. 진실위 관계자는 김씨의 ‘배신감’에 대해 “국정원이 과거 안기부와 달라졌고, 재조사를 하려 한다는 점에서 복합적으로 배신감이란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배신감은 약속 위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어서 ‘배신감’이란 표현을 사용한 배경이 주목된다. 진실위는 “김씨가 안기부의 지원으로 사회 유명인사로 활동하고 정착할 수 있었던 사정에 비춰 배신감 발언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명분이 없다고 비난했다. 강제조사권마저 거론했으나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김씨가 입을 다무는 데다 미얀마 인근 해안에서 KAL 858기의 동체로 추정되는 인공조형물 조사가 남아 있어 이날 조사결과 발표는 미완으로 끝났다.●새로 드러난 사실은 KAL기 폭파사건의 주범인 김현희씨가 북한의 공작원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화동’(花童) 사진이 발굴됐다.1972년 11월2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조절위원회 당시 남측 장기영 대표에게 꽃을 전달한 북측 화동소녀 가운데 한 명이 김씨라는 사실이 추가 발굴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진실위는 남북조절위 개최 당시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적기’(赤旗)의 평양 특파원이었던 하기와라 료가 보관하던 총 36장의 사진 가운데 그동안 미공개됐던 사진에서 화동 소녀 김현희를 발견했다. 안기부가 1988년 1월5일 KAL858기 폭파사건 수사발표 당시 제시했던 사진과 하기와라 료가 촬영한 사진 중 김현희 본인이 ‘자신이다.’고 진술했다는 사진 속의 소녀는 김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1990년 4월12일 특별사면 이후 사회정착에 대비해 1995년 4월부터 외고종조부 김모(1990년 당시 73세)씨의 집에 입주해 살았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외고종조부는 김씨의 입주로 늘 주위를 살펴야 하는 정신적 긴장 등으로 생활에 제약을 받자 고령 및 노환을 이유로 김씨에게 결혼 또는 분가를 요청했다고 한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달라진 한총리

    거센 사퇴압력에 휘말린 김병준 교육부총리 문제를 계기로, 한명숙 국무총리가 세간의 우려를 씻어내며 ‘책임총리’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홀로서기’차원을 넘어 대립 양상으로 치닫던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막후조정을 주도하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 부총리가 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는 동안 각 언론사의 촉각은 한 총리에게로 모아졌다. 한 총리가 전날 김석환 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국회 교육위 결과를 지켜본 뒤 총리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모든 권한’이 ‘해임 건의’로 받아들여졌음은 물론이다. 총리실은 한 총리가 청와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한 총리에게 ‘총대’를 메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찬 회동은 한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한 총리 나름의 복안을 노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 문제 해결의 ‘희생양’이 아닌 ‘해결사’ 역할로 나선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 총리는 이날 저녁 총리공관에서 2시간 동안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와 김한길 원내대표,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 등과 만나 당·정·청의 ‘거리 좁히기’에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한 총리는 이번주 초부터 김 의장과 수시로 통화하고, 여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갖는 등 ‘당심’을 듣기 위한 지속적인 대화 채널도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오전에는 김 부총리에게 “국회 교육위에 당당하게 임해 의혹 규명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 당에는 명분을 실어주었으며, 김 부총리에게는 해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1석 3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부총리 청문회 이후] 靑 ‘보호’ 급선회? ‘퇴진’ 명분쌓기?

    [김부총리 청문회 이후] 靑 ‘보호’ 급선회? ‘퇴진’ 명분쌓기?

    자진 사퇴든, 해임 건의든 퇴진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 문제가 다시 안개 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당초 1일 국회 교육위 청문회를 통해 김 부총리의 ‘명예로운 퇴진’으로 수습 국면을 기대했던 여권 내부에 ‘김 부총리의 버티기’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이다. 김 부총리가 이날 오후 청문회를 마친 뒤 자진 사퇴를 강하게 거부하는 발언을 하면서 기류가 급반전하고 있다. 퇴진을 기정 사실화하던 한명숙 국무총리나 청와대측도 김 부총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분위기다. 청문회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던 김 부총리는 ‘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는 무슨 사퇴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문회 출석 전, 그리고 모두 발언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한명숙 총리 역시 교육위 직후 노무현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려던 방침을 바꿔 “하루 이틀 여론을 수렴해 거취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총리실 관계자가 밝혔다. 31일 당·정·청 여권 수뇌부 4인 심야회동에서 ‘자진 사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도 ‘보호’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을 포함,6명의 관련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 직후 간담회를 갖고 “의혹을 해소시킨 사실상의 청문회였다. 회의를 본 사람들은 객관적 진실을 파악하는 좋은 기회”라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도 “김 부총리가 부도덕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총리 거취 문제는 이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여권은 처음 논문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사퇴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추가 의혹이 잇따르자 퇴진쪽으로 가닥을 잡아갔다. 열린우리당은 ‘조기 해결’ 원칙을 정하고 지도부가 움직였다. 무엇보다 김 부총리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자 당·정·청 ‘3각 시스템 협의’에 착수했다. 김 의장측은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한명숙 국무총리와 접촉을 갖고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한 총리와 막역한 관계인 김한길 원내대표가 주요 역할을 맡았다. 침묵을 지켜오던 한 총리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한 총리는 31일 휴가 중인 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상처를 덜 받는 방식으로’ 퇴진시키는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해임 건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지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4인 심야 회동’에서는 퇴진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지만 예상치 못한 김 부총리의 ‘버티기’로 이제 ‘공’은 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김근태 친기업행보 ‘우려 목소리’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경제인 사면, 경제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31일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재계에 제안한 내용들이다. 대신 일자리 창출과 신규 투자를 약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종의 ‘빅딜’인 셈이다. 김 의장측은 이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장정’이라고 이름붙였다. 무역협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을 방문한 뒤 재계와의 대화가 마무리되면 노동계와 시민사회도 찾을 예정이다. 김 의장은 상공회의소측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경제계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 달라.”면서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신규 투자를 늘릴 수 있게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경제인 사면을 건의한데 대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하청관계 개선이나 취약계층·노동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측이 복수노조와의 협상창구 단일화 요구와 전임자 임금 미지급도 원칙대로 시행해줄 것을 제안하자 “적극 검토하겠다.”고 받아 넘겼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여당 내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명분과 실리도 다 잃은 사로(死路)’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의장의 제안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해당되는 내용이지 빅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분양원가 공개 반대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정책이 제시됐을 때부터 당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감지됐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장도 정책간담회에서 ‘파격적이고 과감한’,‘당이 상처를 입을지 모르는’ 제안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물론 당내에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므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정도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적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경제인 사면은 너무 나갔다. 김 의장 자신에 대한 좌파적 시각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또 다른 의원도 “김 의장의 제안은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재벌 측은 립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총기사고 고비 넘고 순항… 20년래 ‘최장수’ 기록

    총기사고 고비 넘고 순항… 20년래 ‘최장수’ 기록

    28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용산의 국방부 장관 접견실로 작은 케이크 하나가 들어왔다. 그 주변으로 5∼6명의 본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 모여 섰다. 이어 윤광웅(64) 장관이 들어섰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맞았다.29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윤 장관을 위한 조촐한 기념행사였다. 윤 장관의 ‘취임 2주년’이 주목받는 것은, 국방장관으로서는 지난 20년내 최장수 재임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군사정권이 만료된 1986년 이후 국방장관들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 안팎에 머물러 왔다. 사회적으로 민주화 욕구가 커지면서 각종 병영사고에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거나 정치불안에 따른 잦은 개각에 휩쓸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방부에서 ‘재임 2년’은 환갑을 넘어 고희(古稀)를 연상시킬 만큼 장수한 기록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장관의 기록은 정부수립 때부터 쳐도 38명의 국방장관 가운데 9번째에 해당하는 상위권이다. 역대 최장수는 근 5년을 재임한 15대 김성은(1963.3∼1968.2) 장관이다. 2004년 7월 참여정부의 두번째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윤 장관 역시 지난해 6월 일어난 전방 GP(관측초소) 총기 난사사건으로 취임 1년도 안돼 낙마 위기에 몰렸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과 여대야소(與大野小)라는 정치적 환경 덕택에 기사회생했다. 이 고비를 넘긴 이후론 큰 사고나 잡음 없이 순항하고 있다. 윤 장관 본인도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총기 난사사건을 꼽을 정도였다. 노 대통령이 윤 장관을 신임하는 까닭은 부산상고 동문이라는 점 외에도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대형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야당이 국회에 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을 때 노 대통령이 그를 두둔한 명분도 ‘국방개혁의 차질없는 수행’이었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탓인 듯 일각에서는 윤 장관의 차기 국정원장 내정설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임기를 같이 마무리하는 몇 안되는 ‘장수 장관’으로 삼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윤 장관 자신도 국정원장 내정설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얘기다. 국방장관 하기도 이렇게 바쁜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만일 윤 장관이 노 대통령 퇴임 때까지 재임할 경우 역대 4번째 장수 국방장관으로 기록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단속 나선 한나라

    한나라당은 7·26 재보선 ‘성북을’ 패배 이후 정계 개편 방향이 ‘반노비한(反노무현 非한나라당)’으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자강(自彊)운동에 나섰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28일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인위적 정계 개편은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면서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반노비한 결집론’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내 반노(反노무현) 세력의 연대일 뿐”이라고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그는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계 개편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든 예전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가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등 구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에 맞서 한나라당 나름의 정치 철학과 방법론으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정계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날 자강운동의 전위대 역할을 할 ‘참정치실천운동본부’의 구성과 활동 기조 등 구체적 밑그림을 확정했다.본부장에는 권영세 최고위원이 선임됐으며, 위원으로는 박형준·진수희·이계진·임해규 의원 등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전면 포진됐다. 특히 참정본에는 흥사단과 뉴라이트 운동본부 관계자 등 외부 인사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시민단체와 뉴라이트 등 외부인사도 본부 위원으로 참여토록 해 국민 중심의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속으로는 대선국면에서 ‘범보수연합’ 구축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참정치실천운동본부를 당 전략기획본부 및 여의도연구소와 유기적으로 연계, 도덕성 회복 및 정책역량 강화 작업을 주도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도덕성 재무장을 위해 ▲당 윤리위 상설기구화 ▲행동강령 제정 ▲양형기준 마련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서울광장] 김병준의 적(敵)/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병준의 적(敵)/이목희 논설위원

    “이류 학자가 그렇지요, 뭐….” 한 중진 교수는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험하게 깎아내렸다. 논문 표절, 중복게재 시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했다.“좌우 이데올로기를 떠나 학문적·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인사가 정부 요직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참여정부가 발탁한 학자 가운데 그래도 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정도일 겁니다.” 중진 교수의 언급을 더 전하겠다.“지식인 사회가 간단치 않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이홍구, 박세일, 최장집, 최상용씨 등 명망 있고 대표성 있는 이들을 기용했던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잘못해도 그들 얼굴이 떠올라 신문 기고, 방송 좌담에서 비판 강도를 낮추곤 했지요. 현 정부 안에는 경의를 표해야 할 학자 출신이 없습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부총리의 지인이 펼친 반론.“김 부총리는 치열하게 연구해온 학자입니다. 시민단체와 학회 활동을 열심히 했고요. 상업고와 지방대를 나왔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기득권 세력의 시샘일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배후론을 제기했다. 김 부총리를 싫어하는 일부 학계 인사들이 최근 파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방에 적(敵)이다. 그는 적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들었을까. 필자가 속한 신문사는 10여년 전 김 부총리를 비롯한 학자들에게 지방선거공약 분석을 맡겼다. 김 부총리는 현실감각이 있고, 똑 부러진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때 벌써 관변과 정치권을 넘나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특정 정치성향을 내비침으로써 친정인 학계에서 거부감을 가진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적 진영이 정치권과 관가 일각으로 확대됐다. 청와대 재직 시절 그의 활동범위는 정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탈(脫)호남 정권 재창출’을 위한 물밑 활동을 했다.”면서 “총리 지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제3대권후보 반열에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인사 개입을 지적했다.“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김 부총리가 영남 출신 사람들을 정부 및 산하기관에 다수 심었다.”고 주장했다. 인사 불이익을 당한 이들의 역공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입지전적인 인생역정, 태생적 비주류로서 친정에서조차 심한 견제를 받는 것, 강조 어법으로 인한 잦은 물의 등. 날이 갈수록 적이 늘어나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논문 표절 논란에도 불구, 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내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칫 참여정부의 패러다임 부정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급속한 레임덕이 올 수 있다. 노 대통령의 결단 이전에 김 부총리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전 정권에서도 교육수장이 저서 공동집필 문제로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학자로서 쓴 모든 저술이 이렇듯 검증대에 오르기는 김 부총리가 처음이다. 그는 “지금처럼 검증하면 교수들 중 장관 할 사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류들의 텃세에 그가 공연한 곤란을 겪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주류로서 세상을 바꾸려면 더욱 엄격한 도덕률과 실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우군(友軍)으로 기대했던 민교협과 교수노조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부총리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숙고해 보기 바란다. 교육사령탑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명분과 자신이 있는지를….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데스크시각] 작은 전쟁/심재억 사회부 차장

    전쟁이다. 거대한 나라 미국과 맞붙는, 일견 가망없어 보이는 전쟁이다. 그러나 질 수 없는 전쟁이다. 병을 가진 모든 국민들이 더 좋은 신약을, 더 싸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FTA협상의 큰 틀에서 볼 때도 양측이 서로 중요한 교두보를 선점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전단(戰端)은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미국이 ‘FTA 싸움판’으로 물고 들어가면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가 26일 관련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양국의 물밑 힘겨루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연히 이후의 상황이 국민들 시야에 낱낱이 감지될 것이고, 그 지점에서 정당성에 관한 시비도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국민들의 기대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시장’과 ‘전쟁’을 국가경영의 두 축으로 삼는 미국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 나아가 생존이 걸린 문제여서 그 절박함으로 따지자면 우리도 숨이 가쁘다. 이 쯤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통용되는 ‘전쟁’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정치인들의 말 중에 ‘결정적 이해(vital interest)’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흔히 외교적 수사가 그렇듯 이 말 역시 그 뜻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후 상황을 되짚어보면 ‘결정적 이해’가 곧 ‘미국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간파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막강한 외교력을 앞세운 미국의 대외정치는 항상 이 ‘결정적 이해’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기제로 작동해 왔다. 이 이해의 전면에 돈 잘 버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포진해 있음은 당연하다. 전쟁은 이 결정적 이해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미국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좋은 전쟁(Good war)’이라고 부른다. 이 전쟁으로 전후 복구를 위한 마샬플랜을 주도했고, 여기에 소련의 팽창주의를 견제한다며 냉전체제까지 구축해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장악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이런 미국의 의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 무렵 애치슨 국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한국이 제발로 따라와 우리를 구해주었다(Korea came along and saved us)”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이런 미국의 전쟁을 사업으로 규정한다.2003년 부시가 이라크 전후 복구를 위해 870억달러 규모의 전후복구 예산 승인을 요청했을 때 한 의원은 “그 돈을 회수할 수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적어도 미국의 관점에서는 적당하게 관리할 수만 있다면 전쟁만큼 이윤이 확실히 보장되는 투자도 없다. 지금, 어느 나라든 미제 의약품을 쓰지 않을 수 없고, 그런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와 FTA협상을 벌여 나가야 한다. 그런 미국에 한국과의 FTA협상은 ‘불퇴전’의 이익 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오벨리스크’이기도 하다. 길은 그래서 더욱 험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보험급여비 24조 8000억원 중 약제비 점유율이 29.2%인 7조 2000억원에 이른다. 선진국의 두 배에 가까운 지출 규모이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14%씩 그 규모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3배에 이르는 증가율이다. 확실히 기형적이다. ‘전쟁’의 목표는 많다. 이겨야 하는 전쟁, 지지 않아야 하는 전쟁이 따로 있다. 그러나 일단 총성이 울린 뒤에는 명분보다 얻을 만큼 얻어내는 실리적 이해에 치밀해야 한다. 적어도 이 순간, 미국은 굶주린 한국인들을 위해 구호 밀가루를 퍼주던 옛날의 맹방이 아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고, 좋은 약들이 미제이고, 우리 의지로 질병을 취사선택할 수 없어 그 약제의 위력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봉’노릇하면서 그 약을 쓸 이유는 없다. 미국에는 ‘사업’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사의 문제’인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이 전쟁에서 최소한 지지는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재억 사회부 차장 jeshim@seoul.co.kr
  • 어깨 편 MK, 글로벌사업 ‘드라이브’

    어깨 편 MK, 글로벌사업 ‘드라이브’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비자금 사건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고, 걱정했던 임단협도 타결되는 등 글로벌 경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재계는 노사 임단협 타결에도 정 회장의 속뜻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사측이 조속한 타결에 중점을 두고 노조측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한다. 정 회장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됐던 노조를 응원군으로 껴안으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27일 “우선 정 회장이 경영의 빈틈을 메운 뒤 그동안 중단됐던 현안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정 회장의 행보에서 이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양재동 사옥에 구속된 이후 첫 출근, 곧바로 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느슨한 경영 추스르기에 나섰다.21일에는 조기에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26일에는 해외지역본부장회의를 열어 해외시장의 거점별 마케팅 전략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정 회장의 첫 드라이브는 구속 이후 중단됐던 체코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착공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사안이 시급하기도 하지만 국내·외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다. 신차 개발과 판매량 증가 등도 직접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지닌 예전의 모습으로 완전하게 되돌아오는 시점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기아차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카리브해 해적은 해군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실제 있었을까.최근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카리브해 해적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대작이 선보인다. 히스토리채널이 28일 오전 9시와 오후 8시 방송하는 ‘캐리비안의 해적’은 17세기 카리브해를 무대로 활약한 해적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형 다큐멘터리다. 당시 카리브해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명 높은 해적들의 탄생과 몰락 과정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깊이 있게 조명했다. 17세기 유럽 왕실의 ‘특수 사업’이었던 카리브해 해적들은 식민지 영토 확장이라는 명분 아래 유럽 왕실을 등에 업고 공공연한 약탈을 일삼았던 ‘민간인 복장의 막강 해군’이었다. 이들은 자국에 위협이 될 만한 경쟁국의 상선들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았으며, 일부는 전설에서처럼 술에 취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해적 선원들은 대부분 상선에서 건너온 건장한 선원이나 해군 탈주자, 죄수들도 있었다. 가장 높은 악명을 자랑하던 해적은 ‘검은 수염’이란 별명의 에드워드 티치였다. 흉악한 몰골에 차림새가 마치 악마의 화신을 보는 듯했다고 전해지는 그는 원래 영국의 사략선 선장이었으며,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때 영국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곧바로 해적이 돼 잔인한 해적질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훗날 버지니아 부총독 알렉산더 스포츠우드가 파견한 영국 해군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만 사후에도 그의 잃어버린 보물은 유명한 전설이 됐다. 이와 함께 해적으로 활동하다가 영국 정부에 의해 자메이카 부총독으로 임명돼 해적 진압에 나섰던 헨리 모건, 거친 남자들 속에서 카리브해를 호령했던 악명 높은 여성 해적인 앤 보니 등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보니는 선원과 결혼한 뒤 아버지와 의절하고 남장을 해 선원이 됐으며, 해적 칼리코 잭을 만나 활동한 뒤 체포됐다. 그러나 임신 사실이 밝혀져 재판이 연기되자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궁금증을 나았다.이번 다큐멘터리는 히스토리채널이 1년에 4회씩 제작·방영하는 ‘월드 와이드 이벤트’ 17번째 시리즈로,130여개국에 거의 동시에 방영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지난주에 나는 차연(差延=differance=상관관계를 짓는 차이)의 사상이 동기(同氣)의 사유를 이끈다고 말했다. 동기라는 것은 삼라만상이 다 형제간과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미 11세기 중국 북송 유학자인 장재(張載)가 그의 논설 ‘서명(西銘)’에서 인간과 사물을 우주적 일기(一氣)의 다양한 나눔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효(孝)의 덕을 확장해서 건곤(乾坤)을 우리의 부모처럼 모셔야 하고, 사람들을 우리의 형제로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재는 ‘백성은 나의 동포고 만물은 나의 짝’(民吾同胞 物吾與也)이라고 천명했다. 본디 유학사상은 도가사상과 달라서 사회의 인륜적 가치를 아주 강조한다. 장재의 사상이 도가적인 요소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로 인정되는 것은 그가 효제충신과 같은 인륜적 가치를 사회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도가와 불가의 인륜성의 부재를 비판하였기 때문이다. 장재의 유가사상이 비록 도가적 자연철학을 함의하고 있어도, 그가 유가인 한에서 맹자가 말한 별애(別愛)사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기원전 5~4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중국 춘추시대 묵자(墨子)의 겸애(兼愛)사상을 비판한 데서 기인한다. 단적으로 묵자의 겸애사상은 인류에 대한 평등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 사상이다. 맹자는 그런 겸애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공소한 이론이라고 비판하고, 자기와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부터 효제하는 차등적 사랑의 실천을 주장했다. 이 차등적 별애사상은 모든 유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상적 특징이겠다. 이 별애사상은 세월의 흐름을 타고 결과적으로 자기 혈연과 비혈연, 자기가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 이 친/소와 혈연/비혈연의 차별은 삼라만상을 동기로 느끼는 차연(差延)의 철학과 같이 가지 않는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양자택일의 논리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친/소와 혈연/비혈연에서 선/후와 중심/주변을 따진다는 점에서 결국 그 사상도 선택의 사상을 은닉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사유는 결국 호/오와 선/악을 분별하는 지성의 판단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자학이 도덕판단을 중시하는 주지(主知)주의의 철학이론의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다. 주자학은 지성의 철학이다. 주자학은 물활론(animism)을 미신에 가까운 것으로 경멸했다. 삼라만상에 다 살아 있는 정령이 있다고 여기는 물활론은 원시인들의 무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유하는 존재론에서 보면, 물활론은 엄청난 의미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다. 물활론은 생명이 있는 일체가 다 공명체계를 이룩하고 있어서 너와 나의 차별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남에게 끼친 불행과 기쁨은 결국 나의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일체동기(一切同氣)의 사유는 단지 도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나온 덕담이 아니다. 내 개인이나 계급의 이익만 챙겨 남들에게 손해만 입히는 투쟁행위는 결국 몇 배로 더 큰 손해의 파고를 나와 내 계급이 다시 받게 된다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이 가르쳐 준다. 세상에 나와 남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상관적 차이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은 말한다. 이것은 존재론적 사실이지, 교훈적인 덕담이 아니다. 이 우주의 존재방식은 노자가 말한 바와 같이 자/타(自/他)가 같이 병작하는 공동유대인데, 이것을 장자는 만물일지(萬物一指·만물은 한 손가락), 만물일마(萬物一馬·만물은 하나의 말)라 불렀다. 그는 이런 사상을 만물제동(萬物齊同·만물의 일체평등)이나 영녕( 寧·연계되어 있는 편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장자가 말한 ‘만물일지’나 ‘만물일마’ 그리고 ‘만물제동’의 의미는 만물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만물이 서로 다양하게 다르지만, 하나의 그물 망처럼 서로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영녕’의 뜻이다. 이 영녕은 우리가 이 앞에서 본 차연(差延)(14,28,29회 글)의 의미를 연상시킨다. 장자는 ‘작은 풀줄기와 큰 기둥, 문둥병자와 미인 서시 등이 다르지만 도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상통한다’고 ‘제물론’에서 설파했다. 다르기에 서로 상관적이라는 것을 뜻하는 차연의 의미와 저 장자의 말이 다르지 않다. 원효가 공(空)과 불공(不空)을 역공(亦空)의 이름 아래에 한 쌍으로 읽고, 하이데거가 진리와 비-진리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듯이(29회), 장자도 ‘작은 풀줄기’는 ‘비-큰 기둥’,‘문둥병자’는 ‘비-미인 서시’로 동시에 읽기를 제의했다. 이것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이지, 별애처럼 나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따지는 선택적 사고가 아니다. 차연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다.7세기 당나라 화엄학의 3조인 현수 법장(賢首 法藏)이 그의 논술 ‘화엄금사자장’(華嚴金獅子章)에서 말한 황금사자상의 비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황금사자상을 보면서 그것을 황금이라고 생각하면 사자라는 생각이 숨고, 이것이 사자라고 여기면 황금이라는 생각이 조금 후퇴한다. 황금과 사자는 비동시적 동시성의 구조를 지닌다. 이 법장의 비유는 장자의 저 비유와 다른 구조라고 여길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황금사자는 한 물건인데 비하여, 풀줄기/큰 기둥, 문둥병자/미인은 각각 떨어진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대조는 대/소의 상관적 차이고, 뒤의 것은 미/추의 상관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쪽의 생각이 없으면, 다른 쪽의 것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자와 법장의 비유가 다 같은 차연적 사유를 의미한다. 장자와 법장의 사유에는 어떤 중심도 없다. 그러나 맹자가 말한 별애는 자기 혈연부터 사랑한다는 중심이 있다. 이것이 유가적 사유의 역설이다. 맹자는 인의예지의 사단(四端)을 사회도덕의 기축으로 생각하면서 성선의 실현을 역설했다. 거기에는 사해동포의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의 실현방식은 자기 혈연에서부터 중심을 잡고 서서히 물결처럼 넓혀 간다는 것이다. 유가의 고상한 도덕명분에도 불구하고 늘 혈연 중심주의를 역사적으로 유가가 초탈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장자의 철학은 삼라만상이 다 다르지만, 다 서로 그물처럼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이 장자의 평등론적인 제물(齊物)사상이다. 그의 평등사상은 일체가 다 같다는 동일사상이 아니고,7세기 신라의 고승 의상이 ‘법성게’(法性偈)에서 말한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하나의 개체가 곧 일체, 다양이 곧 통일)의 화엄사상과 아주 닮았다. 삼라만상은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평등하게 서로 주고받는 상응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의 행위는 가역(可逆)작용을 통하여 나에게로 언젠가 되돌아온다. 이것이 불교의 화엄사상과 노장사상이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체주의(holism)다. 의상은 ‘조그만 먼지가 온 우주를 머금고 있고,(…)한없는 긴 시간이 곧 한 생각’(一微塵中含十方,(…)無量遠劫卽一念)이라고 갈파했다. 조그만 먼지를 내 밥그릇의 밥알 한 개라고 생각해보자. 밥알이 된 쌀 한 톨은 농부의 수고로움으로 영글어졌다. 그와 동시에 햇볕과 비와 적절한 구름의 덮음과 땅의 힘 등이 또 다른 것들과 어울려 다 공동 작용했다. 내 밥으로 여기 놓여 있기까지 물류를 도운 운전자와 도소매상인과 내 아내의 노력이 모두 가미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쌀 한 톨은 그 전의 볍씨 한 개가 낳은 결과다. 그 볍씨는 우주 일체와 사람들의 협동으로 형성되었고, 또 벼의 벼로 자연과 인사의 무한 상응 속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보면 내가 먹는 밥알 한 개가 엄청나게 많은 다른 것들과 상입상즉(相入相卽·상호개입과 상호연계)의 존재양식을 띠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일념은 지난날 내가 바쳤던 많은 공부시간의 응축이기도 하고, 그 시간은 또 무의식적으로 나로 하여금 철학공부를 좋아하게 한 전생 기(氣)의 작용과 상관적이기도 하다. 내가 마시는 이 한 방울의 물은 그동안 무수한 재생의 순환을 밟고 온 흔적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 한 방울의 존재가 지구상 무시 이래로 있어 온 일체의 물과 상입상즉의 연관성을 지니고 있듯이, 사회생활에서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전체 사회의 분위기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또 사회전체 분위기는 자연환경과도 연관을 맺는다. 서로 미워서 적대감으로 엉킨 사회는 맑고 고운 자연을 일구지 않는다. 투쟁장으로 엉망이 된 일터가 정돈되어 있던가? 우리의 살길은 투쟁을 통한 미움과 한(恨)의 발산이 아니라, 네 일이 곧 내 일이라고 여기는 일심(一心)의 사상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인격들이 서로 있으나, 결국 그 다양한 인격들은 서로 직간접적으로 의존해서 통일된 그물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만큼 망상이고 허상이다. 사회 속에 개인이 독립된 단위가 아니듯이, 개인은 전체를 위하여 강압적으로 희생되어도 좋은 하찮은 부품이 아니다. 개인은 일심이다. 그 일심이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일심일수도 있고, 일체적인 일심을 파괴하는 일심일 수 있다. 차연적 사유는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길이다. 일체주의(holism)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와 다르다. 전자는 서로 다르기에 교응하는 자연적 사실주의와 닮았고, 후자는 모든 차이를 지우고 중심주의를 조작하여 그 중심을 열광적으로 경배하게 한다. 남은 나와 전혀 동떨어진 별개의 인물이 아니고, 타자는 비-자기(非-自己)고 자기는 비-타자(非-他者)다. 이 자/타의 차연이 상처를 받으면, 자/타가 다 병들고 불행해진다. 그런 사회생활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마음에 정치적,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성별적 생각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면, 어떤 것도 바로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다. 투사는 또 다른 적대적 투사를 낳는다. 투사의 문화가 투쟁적인 만큼 편파적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자. 우리는 투사의 말에 흥분하기보다 한 떨기 들꽃의 하찮은 모습도 고요히 응시하는 평정심을 귀하게 여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사실상 6자 동참’ 北 명분주기

    |쿠알라룸푸르 김수정특파원|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급부상한 8자 또는 9자 비공식 외교장관 회동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존폐위기에 처한 6자회담을 소생시키자는 차원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제대로 된 6자회담을 부활시키고,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찾자는 몸부림”이라고 회동의 성격을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뉴욕 채널을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명의로 백남순 외무상의 ARF 외무장관 회동을 초청했으며, 북측이 반응이 주목된다.●미, 북한 직접 초청의 의미는 ARF에서 6자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해 온 미측은 북한이 거부할 경우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추진하면서도 ARF 개막에 임박해서는 백 외무상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미국은 북한의 북·미 직접 대화 요구에 대해 “6자회담에 오기 전 양자대화는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다. 따라서 직접 전화를 걸어 초청한 것과 관련,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체면을 조금은 세워주는 ‘성의’를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회동은 ARF 본회의가 열리는 28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27일 저녁이나 28일 이른 아침까진 북한의 입장이 전달돼야 할 상황이다. 중국은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을 통해 북한의 참가를 설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8자 비공식 회동이냐,9자 회동이냐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6자회담을 거부함에 따라 한·미·일은 북한을 제외한 5자(한·미·일·중·러)회동을 추진했다. 그러나 “5자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은 5대 1 구도로 고립감을 느낄 것이고 6자회담의 판을 깰 구실로 삼을 수 있다.”는 중국측 반대 논리에 따라 5자 회동은 사실상 물건너간 카드다. 대안으로 부상한 게 8자·9자 회동이다.한·중 외무장관은 26일 회담을 갖고 ARF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 호주·캐나다가 참가한 8자 회동 추진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참가하면 9자회동이 되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호주·캐나다는 대포동 2호가 성공할 경우 안보에 위협을 느끼는 나라로, 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KEDO)에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 나라”라고 설명했다.●또 다시 선택 기로에 선 북한 한마디로 8자·9자 회동은 변형된 형태의 5자·6자 회동이다. 참가국 수를 늘려 ‘미국이 금융제재를 철회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온 북한에 대해 ‘입장 전환’을 할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이나 변형된 형태인 8자 회동에 마지못해 손을 내밀 지는 미지수다. 북측은 라이스 장관이 직접 북한을 초청하고, 운신을 폭을 넓혀준 것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유엔 안보리 결의문 채택 이후 보인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강하다.crystal@seoul.co.kr
  • 미국의 이스라엘 편들기 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은 왜 중동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까? 납치된 병사를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공격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지와 지원 방침은 확고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이스라엘의 뛰어난 로비력을 꼽을 수 있다.1954년 설립된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단체다. 친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AIPAC은 미 전역에 125개의 사무소가 있다. 워싱턴 주변의 유대계 미국인 700명은 지난 19일 워싱턴의 백악관과 의회 사이의 프리덤플라자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라는 피켓을 들고 친 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다니엘 아얄론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도 참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로비와 유대인의 영향력만으로는 미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유대인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또 이스라엘이 로비를 한다고 해서 미국이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 수도 없다.9·11 뉴욕 테러 이후에는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동맹이라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2005년 2월 재선 취임식에서 ‘민주주의 확산’을 주창한 부시 대통령은 세계의 국가들을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로 양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들어서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미국인 전체의 친 이스라엘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 3월 갤럽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9%가 중동문제와 관련, 이스라엘에 동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미 의사당은 미 50개 주에서 올라온 3500명에 이르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로 둘러싸였다. 이들은 지역구 의원들과 만나 이스라엘 지지를 촉구했다.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이같은 인식 때문에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것이다.dawn@seoul.co.kr
  • [여야 당내 논란거리 2題] 與 ‘오픈 프라이머리’ 물밑 신경전

    열린우리당이 다음달 확정키로 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제) 제도를 놓고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도입 여부에 따라 단순히 당의 체질이 바뀌는 것을 떠나 대선 후보를 뽑는 게임의 룰이 변하는 문제라서다. 당 차원에서는 비대위 산하에 별도의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당헌·당규 개정과 대선후보 선출규정 등 정계개편에 대비한 준비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아 당내 각 계파들의 셈법이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고 있다.‘종이당원·당비대납’ 등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대의명분’에 동의하는 수준이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손익계산서가 오가고 있다. 김근태 의장 측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해 당의 활로를 찾자는 취지”라는 원칙적인 논리를 폈다.‘대선후보 조기선출론’을 주장한 신진보연대측은 25일 “완전국민경선제 도입도 적극 검토할 수 있지만 기간당원제는 정당개혁의 소중한 성과이자 업적이다. 경선제가 도입돼도 기간당원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선(先)정체성 확립론을 폈다. 친노 계파인 의정연 소속의 한 의원은 “제도 문제보다는 한국적 정치환경과 문화현실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여권은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당내 지지세력이 없어도 대중적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경선제도’라는 함의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국민참여 비율과 당원 참여 범위, 여론조사 비중 모두가 ‘인화성’ 사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美, PSI 한국 전면참가 요구

    미국 정부가 지난 15일 채택된 대북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입각, 우리 정부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의 전면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거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미측은 (북한의 미사일 관련 물품·재료·기술, 또는 WMD 프로그램이 북한에 이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한) 안보리 결의안 이행 차원에서 PSI 정식 참여 및 훈련 참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측은 주로 행정부내 비확산파트(담당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 차관)를 통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올해 초 미측이 지난해 8월 요청한 PSI 협력 사항 중 역내 및 역외 차단시 참관단 파견,PSI에 대한 포괄적 및 구체적 브리핑 청취,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 포함 등 5개항에 대해선 협력하기로 했으나, 핵심사항인 PSI 정식 참여와 역내 및 역외 차단 훈련시 물적 지원 등 3가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협력방안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은 이날 KBS에 출연,“우리가 PSI에 참가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참가하는 것과는 문제의 비중이나 성격이 다르다.”며 “우리는 같은 수역을 북한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미 당국자들은 최근 대북 금융제재의 지속과 함께 PSI 강화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오는 2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에 이뤄질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미측은 PSI 참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PSI가 한·미간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핵심 갈등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PSI란 미국이 2003년부터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추진중인 정책이다. 핵·미사일 등을 적재한 선박·항공기 등을 공해상에서 수색·차단하는 군사행동을 말한다. 북한·이란 등을 겨냥하고 있으며, 현재 70여개국이 정식 참여하고 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전북도청 어린이집 공사 중단 왜?

    전북도가 공사중이던 도청 어린이집 공사를 돌연 중단해 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는 청사 서측 도민놀이마당 한켠에 신축중이던 어린이집 신축공사를 지난 19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지난 4월부터 총사업비 6억 9900만원을 투입해 지상 2층 연건평 172평 규모로 신축중이던 어린이집은 현재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상태로 3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것은 최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완주 지사가 시설건립 대신 수당지급 방안에 대해 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보육수당을 지급해 원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일부 여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가 상징적으로 어린이집을 건립해 모범적 운영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공무원들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할 경우 선심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도청도 하지 않는 보육시설을 다른 기관이나 기업에 권장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북여성단체연합 노현정 사무처장은 “도청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광역단체로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상황 악화 안된다” 강경한 美 제동?

    참여정부 전반기에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싸고 한·미 갈등설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외교안보당국은 ‘한·미동맹 이상무’를 강조하면서 갈등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갈등이 있어도 없는 척하는 게 외교다. 그런데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런 금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한·미간 이견이 있다고 공식화했고, 한발 나아가 미국의 대북 미사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북 미사일 사태를 둘러싸고 한·미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장관은 지난주에도 “미국이 하는 많은 부분을 우리가 따라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다고 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미국의 대북 제재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 장관의 발언은 상당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일부러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 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역할분담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에 미사일 사태의 책임 떠넘기기란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분명한 점은 그의 대미 비판은 ‘현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련국 결단’을 촉구한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통화 내용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상황을 악화해선 안 된다는 대미 메시지로 해석된다. 메시지는 북한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6자회담에 돌아오더라도 미국 등의 제재·압박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는 명분을 줬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간 이견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은 한·미간 잠재적인 갈등요인이다. 북한의 돈줄을 꽉 틀어막은 미국으로서는 달러 유입 창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마뜩찮을 법하다. 이 장관의 발언은 이런 불씨를 미리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성공단 등이 압박카드가 되면 북한이 오히려 선수를 치고 나오는 경우의 수도 있다. 개성공단내 경협사무소의 북측 인력 철수와 금강산 면회소 건설 남측 인력 철수조치는 사전포석일 수 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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