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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이란은 이라크의 길로 가는가/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보면 마치 이라크전을 앞둔 2002년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지금이야 내전에 가까운 상황으로 변질했으니 과거지사는 잊혀지고 있지만 지금과 5년 전을 비교해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군사적 측면을 보자. 미국은 지난 12월에 항모 아이젠하워호,1월에 스테니스호를 걸프해역에 배치했다. 패트리어트 대대가 배치되었고 이라크 추가 배치 병력은 2만명을 상회한다. 혹자는 이 병력 규모로는 이라크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현지 지휘부가 요구한 규모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보낸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교체된 케이시 전 다국적군사령관은 오래 전부터 군사적 수단으로 이라크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에 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새롭게 중부사령관에 임명된 펠런 제독은 해군 작전통으로서 이라크보다는 이란문제 해결에 비중이 있어 보인다. 미군이 아르빌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것도 이라크문제 해결이라기보다는 명분의 축적으로 보인다. 이라크 문제 해결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진 다양한 포석들은 미국의 결심 여하에 따라 순식간에 이란을 향한 화살로 돌변하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분위기를 보자. 작년 11월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이는 듯했다.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세계 언론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공격하기가 쉽지 않은 다양한 장애요인들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외교적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엄연한 현실이 건재한 가운데 시간만 흘러가기 때문이다. 존볼턴 전 유엔대사는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란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정권교체뿐”이라고 강조하였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딕 체니 부통령은 걸프해역의 항모배치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경고 메시지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상원 외교위원회가 이라크 병력 증파안을 부결시켰지만 대통령의 비토권이 있는 한 미 의회가 행정부의 결정을 중지시킬 수단은 많지 않다. 경제적 압박 면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이란-리비아 제재법(ILSA)이나 유엔 제재 결의안과는 별개로 미국은 최근 들어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상당수의 유럽은행이 이란과의 달러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아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외부의 압박과 더불어 국내적으로 선거에서 패한 후유증까지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라크전이 끝난 직후 많은 사람들이 다음 순서는 이란과 시리아라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필자 역시 이라크전이 중동질서 재편의 종착역이 아니라 중간역이라는 점, 미국이 세계 에너지안보 질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한마디로 이라크와 이란은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든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내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사이 이란은 세계적 차원에서 반미연대를 강화하는 집요한 노력을 해왔다. 이는 에너지를 확보하고 통상증진과 동맹강화를 추구하는 중국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졌다. 이란문제를 중동지역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면 미국의 군사적 수단 가능성은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라는 국가의 존재와 그 역할은 미국이 앞으로도 유일 초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라는 점에 직결되어 있다. 문제해결의 향배에 따라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이란문제는 더 커보인다. 판세를 정확히 읽는 것과 갈 길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개헌해도 이번 대선·총선 그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79개 지방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 시점에 대해 “2월 임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국회에서 중요한 입법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따라서 개헌안 발의는 3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노 대통령은 개헌 내용에서 “이번 선거(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가급적 이번 선거 시기는 종전대로 하고, 다음 선거 시기를 맞출 수 있도록 그렇게 기술상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헌 후) 5년 더 지나서 2012,13년 그때 가서 임기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원 포인트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지 않고 현행대로 각각 12월, 내년 4월에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의 부칙에 적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개헌 부칙을 정리할 때 이제 임기를 서로 맞추기 위한 경과 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경과 규정을 만들기에 따라 5년 뒤에 적용되게 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기술상의 문제이지 원칙상의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은 동시선거를 싫어하는 것 같고, 한나라당은 무슨 계산인지 말씀들을 안 해서 알 수 없다.”면서 “가급적이면 모두의 이해관계가 서로 어긋나지 않게 그렇게 발의하고 싶다.”고 의중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1단계 개헌을 하고 나면 개헌 논의시기에 제한이 없어지고, 임기가 일치하기 때문에 언제나 개헌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뒤 “1단계 개헌을 하자는 게 제가 제기한 취지”라고 역설했다.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 개편도 다루자는 의견에 대한 확실한 반대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 제안의 시기에 대해 “아무 악의 없다.”면서 “이번에 디디고 넘어가지 않으면 20년을 허송해야 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있다.”고 말했다.●“금융실명제,“불가능한 것” 노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 권력은 절대로 지나치게 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그 당시 긴급명령을 했던가.”라고 물은 뒤 “그것도 헌법의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당시 민자당이라는 막강한 거대 정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탈당 정치인, 국민이 판단” 노 대통령은 “대의명분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전형적인 노무현식 정치“라고 말했다. 여당의 탈당사태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지금 ‘무슨 셈이 있나보다.’,‘옛날에 우리가 말하던 보따리 정치냐.’,‘명분의 정치냐.’ 이렇게 보고 서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美 의회 ‘이쑤시개 규정’ 실효성 논란

    美 의회 ‘이쑤시개 규정’ 실효성 논란

    “생굴은 먹어도 되지만 굴이 들어간 파스타는 금지됩니다.” 미국 의회가 쏟아내고 있는 새 윤리규정이 워싱턴 정가의 ‘로비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이른바 ‘이쑤시개(toothpicks)’ 규정 등 현실보다 명분만 앞세운 생색내기 규정들이 실효성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규정이 로비스트가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와 고급 요리를 제한한 것.‘로비의 천국’ 워싱턴에서 ‘이쑤시개’ 규정으로 명명된 새 윤리다. 포크나 나이프 등으로 먹는 요리는 식사에 해당돼 금지된 것이다. 서서 이쑤시개로 찍어 먹는 ‘스탠딩 요리’는 가능하다. 이쑤시개 사용법에 따라 사각지대가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매년 의원들을 상대로 리셉션을 주최했던 수산업협회는 올해 메뉴에서 굴 파스타를 제외했다. 대신 생굴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원이 채택한 항공여행 제한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기부금 행사를 제외하고 의원들은 모든 행사에 참석할 때 자가용이나 임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금지됐다. 기업이나 로비스트들이 제공하는 항공 편의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곧바로 편법이 나오고 있다. 지역구 관리 등 이동이 잦은 의원들이 헬리콥터를 임대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 윤리규정엔 날개가 있는 항공기 사용만 규제했다. 의원들은 헬기가 예외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년 미국육류협회(AMI)와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의 연례 행사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육류협회는 육류 소비를 위해 의원들을 초대,‘핫도그 데이’ 이벤트를 연다.AMI의 행사에는 로비스트와 함께 은퇴한 유명 야구선수들이 돈을 받고 특별 손님으로 참석한다. 이는 윤리 규정에 위배된다. 반면 같은 날 열리는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 모임’인 PETA는 ‘플레이보이 여성 모델’을 자원봉사자로 쓰기로 했다. 수영복 차림의 플레이보이 모델이 미 의원들에게 채소로 만든 핫도그 1000개를 제공하는 이색적인 행사. 의원들의 주목도 끌겠지만 무엇보다도 교묘하게 윤리규정의 허점을 이용,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현재 워싱턴 DC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2만 5000명을 웃돈다. 한해 로비 자금만 20억달러가 넘는다. WSJ는 의회가 윤리규정 강화라는 명분에만 집착,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규정을 쏟아내면서 의원도 로비스트들도 새로운 규정을 이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정치 1번지 워싱턴의 요즘 풍속도라고 꼬집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全大갈등·탈당 멈출 지 ‘미지수’

    全大갈등·탈당 멈출 지 ‘미지수’

    열린우리당은 29일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의 헌법인 당헌을 기간당원제에서 기초·공로당원제로 개정했다. 당 지도부와 사수파측은 신당파 요구대로 당헌이 개정됨에 따라 탈당 움직임이 느려져 다음달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당 해체를 주장하는 강경 신당파 의원들이 전대 전에 집단탈당할 가능성도 여전해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당 중앙위는 이날 재적위원 6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62명, 반대 1명으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중앙위는 또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미래세력의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새 지도부에 대통합신당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하며 ▲전대 이후 4개월간 중앙위 구성을 유예하고 그 대신 당의장과 최고위원, 국회의원, 당원협의회(옛 지구당) 운영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에 통합작업을 전담할 통합수임기구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전대 준비위원회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앙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치러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당장 당의장 합의추대 문제로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자부장관을 지내다 이달 초 당으로 돌아온 정세균 의원을 합의추대하는 게 핵심이다. 김근태 의장 등 지도부와 중도파, 사수파 등은 청와대와의 관계가 원만하고 중도 성향인 정 의원을 합의추대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신당파 일부는 지난해 초 당의장·원내대표를 겸직하다 충분한 당내 논의 절차 없이 장관에 발탁돼 갑자기 당을 떠난 이른바 ‘입각파동’을 들어 거세게 반발한다. 한 의원은 “입각 당시 당의 대다수 의원들이 분노했던 때를 기억하면 정 의원을 합의추대하자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 자체가 탈당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탈당하는 염동연 의원에 이어 김한길 현 원내대표가 31일 신임 원내대표 선거 이후 1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탈당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전 의장도 전당대회 이전에 탈당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집단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전대 개최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전대를 개최해도 1만 3000여명의 대의원 가운데 6500명이 참석해야 하는데 평일에 치러지는 데다가 신당파측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전대가 무산될 수도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 직업과 그 한계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 직업과 그 한계

    그동안 한양 인왕산 일대에서 활동했던 중인들의 이야기를 몇차례 소개했다. 그 가운데는 관청의 아전들이 많았지만, 역관이나 의원들도 있었고, 서당 훈장도 있었으며,인쇄전문가도 있었다. 조선시대 신지식인 이라고 평가되는 중인은 과연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본다. ●중인의 직업은 수십가지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를 지으면서, 서론이라고 볼 수 있는 사민총론(四民總論)에서 우리나라 백성을 네가지로 나누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네 부류를 신분으로 보지 않고 직업으로 보았다. 벼슬하지 못한 선비는 농·공·상(農工商) 가운데 한 직업을 택해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혹시 사대부라고 하여 농·공·상을 업신여기거나 농·공·상이 되었다고 하여 사대부를 부러워한다면, 이는 모두 그 근본을 모르는 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직업은 네가지가 아니라 수십가지였다. 이 책의 총론에서 그 예를 들었다. “종실(宗室)과 사대부는 조정에서 벼슬하는 집안이 되고, 사대부보다 못한 계층은 시골의 품관(品官)·중정(中正)·공조(功曹) 따위가 되었다. 이보다 못한 계층은 사서(士庶) 및 장교·역관·산원(算員)·의관과 방외의 한산인(閑散人)이 되었다. 더 못한 계층은 아전·군호(軍戶)·양만 따위가 되었으며, 이보다 더 못한 계층은 공사천(公私賤) 노비가 되었다.” 이 가운데 “노비에서 지방 아전까지가 하인(下人) 한 계층이고, 서얼과 잡색(雜色)이 중인 한 계층이며, 품관과 사대부를 양반이라고 한다.” 그러나 집안의 흥망성쇠에 따라 “사대부가 혹 신분이 낮아져 평민이 되기도 하고, 평민이 오래 되면서 혹 신분이 높아져 차츰 사대부가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중인은 전문직업인 이중환이 말한 중인은 서얼과 장교·역관·산원·의관 등의 전문직업인이다. 서얼은 물론 양반이지만 진출에 제한받기 때문에 저절로 중인과 한 부류가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위항문화가 가장 발달한 시기는 정조시대였는데, 정조(正祖)는 중인과 시정배(市井輩)를 이렇게 구분하였다. “중인에는 편교(校)·계사(計士)·의원·역관·일관(日官)·율관(律官)·창재(唱才)·상기(賞技)·사자관(寫字官)·화원(畵員)·녹사(錄事)의 칭호가 있다. 시정(市井)에는 액속(掖屬)·조리(曹吏)·전민(廛民)의 이름이 있다. 이것이 중인과 시정의 명분이다. 이들 밖에도 하천(下賤)의 복사역역자(服事力役者)들이 수만이나 되니, 군예(軍隸)·노복(奴僕)·공(工)·상(商)·용고(傭雇)같이 미천한 자들도 또한 낫고 못한 차이가 있다.” 정조가 말한 중인들의 직업을 요즘으로 치자면 장교, 공인회계사, 의사, 외교관 겸 동시통역사, 천문학자, 변호사와 법관, 서예가, 화가, 공무원 등이다. 정조는 중인 외에 시정(市井)과 하천(下賤)을 구분했는데, 이 세가지 계층을 아울러 당시에는 위항인(委巷人)이라고 했다. 사대부와 상민 사이의 중간계층인데, 넓은 의미의 중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임숙영이 지은 서문에 “유희경은 본래 위항인이다.”고 했는데, 본래는 천한 종이었다.‘화곡집’ 서문에는 “아깝게도 황군은 위항인이다.”라고 했는데, 황택후는 금위영 서리였다. 역관이나 의원 같은 중인만이 아니라, 훨씬 낮은 서리나 노예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 바로 위항인이다. 위항인은 글자 그대로 위항(委巷)에 사는 사람이다. 위(委)는 곡(曲)이고, 항(巷)은 ‘이중도(里中道)’이다. 즉 ‘마을 가운데 꼬불꼬불한 작은 길’이 바로 위항이고, 작은 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위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네에 사는 사람이 누구를 뜻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조선 후기로 내려가면서 양반보다 부유한 중인들이 많아졌으므로,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가리키지는 않았다. ●열가지 복을 누린 역관 조수삼 송석원시사 동인 조수삼(趙秀三·1762∼1849)의 호는 추재(秋齋)로 한양 조씨이다. 그의 후배 조희룡은 그의 전기를 지으면서 “그는 풍채가 아름다워 신선의 기골이 있었다. 문장력이 넓고도 깊었는데, 시에 가장 뛰어났다.”는 칭찬으로 시작했다. 사대부의 풍채와 문장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의 문집을 엮어준 손자 조중묵이 화원이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원래 직업적인 역관이 아니었는데,28세에 이상원의 길동무로 처음 중국에 따라갔다고 한다. “길에서 강남 사람을 만났는데, 같은 수레를 타고 가면서 중국말을 다 배웠다. 그 뒤론 북경 사람과 말할 때에도 필담(筆談)과 통역의 힘을 빌지 않았다.” 역관을 선택한 중인들은 사역원(司譯院)에서 몇년 동안 그 나라 말을 배웠는데, 그는 북경까지 가는 길에서 중국어를 다 배운 것이다. 여섯차례나 중국에 다녀왔다고 하니, 아마도 그 뒤엔 역관의 신분으로 따라갔을 것이다. 19세기가 되면서 서울의 모습이 바뀌자, 전에는 듣고 보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조수삼은 그러한 이야기를 71편 골라서 ‘기이(紀異)’라는 시를 쓰고 그 앞에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인간군상의 소묘이면서도 사회변화를 보여준다. “내 나무(吾柴)는 나무를 파는 사람이다. 그는 (나무를 팔면서) ‘나무 사시오.’라 말하지 않고,‘내 나무’라고만 말하였다. 심하게 바람 불거나 눈 내리는 추운 날에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내 나무’라고) 외치다가, 나무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틈이 나면 길가에 앉아 품속에서 책을 꺼내 읽었는데, 바로 고본 경서였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추위에도 열두 거리를 돌아다니며 남쪽 거리 북쪽 거리에서 ‘내 나무’라고 외치네. 어리석은 아낙네야 비웃겠지만 송나라판 경서가 가슴속에 가득 찼다오.” 고본 경서를 읽는 것으로 보아 나무 장사꾼은 양반계층에서 몰락한 지식인인 듯하다. 그래서 차마 다른 장사꾼들처럼 “나무 사시오.”라는 존댓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아,“내 나무”라고 반말을 씀으로써 양반 선비의 마지막 체면을 세웠던 듯하다. ●양반에 60년 뒤진 중인 그러나 송나라판 경서가 가슴속에 가득 찼어도 쓸 데가 없는 것이 당시 사회였고, 그런데도 끝까지 양반의 알량한 자존심과 경서를 내버리지 못하는 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에 비하면 조수삼은 행복한 중인이었는데, 조희룡은 그의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상 사람들은 추재가 지닌 복이 모두 열가지라고 하면서, 남들은 그 가운데 하나만 지녀도 평생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가지란 첫째 풍도(風度), 둘째 시문(詩文), 셋째 공령(功令), 넷째 의학, 다섯째 바둑, 여섯째 서예, 일곱째 기억력, 여덟째 담론, 아홉째 복택, 열째 장수이다.” 88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정말 장수하여 남의 부러움을 샀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공령문인데, 과거시험 때에 쓰는 시나 문장이다. 양반들은 대부분 과거시험을 보았으며, 답안지를 쓰기 위해 공령문을 배웠다. 그러나 과거에 급제하면 더 이상 배울 필요도 없고, 쓸 일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문집에 공령시가 실리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그의 문집에는 공령시가 57편이나 실렸다. 그가 공령시를 잘 지었다고 소문났지만, 자기가 시험을 보기 위해 연습한 것이 아니라 양반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연습한 것이다. 그는 61세에 경상도 관찰사 조인영의 서기로 따라갔는데, 실제로는 가정교사이다. 그는 83세에야 진사에 합격했는데, 영의정 조인영이 시를 짓게 하자 ‘사마창방일구호칠보시(司馬唱榜日口呼七步詩)´를 지었다. 뱃속에 든 시와 책이 몇백 짐이던가. 올해에야 가까스로 난삼을 걸쳤네. 구경꾼들아. 몇 살인가 묻지를 마소. 육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합격자 명부인 방목에 그를 유학(幼學)이라고 표시했으니,83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양반들은 20대 초반에 이미 진사에 합격하고 곧이어 문과에 응시했는데, 그는 60년이나 뒤처졌다. 시의 제목은 “진사시 합격자를 발표한 날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입으로 읊은 시”이다. 조인영이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그 기쁨을 시로 표현해 보라는 주문을 한 것인데,“가까스로” 합격해 난삼을 걸친 기쁨과, 몇백 짐의 책을 외우고도 60년 늦게 합격한 중인의 한을 함께 표현했다. 그나마 영의정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전문직업을 지녀 경제적으로는 안정되었으면서도 신분적으로는 60년이나 양반에게 뒤진 것이 바로 중인의 한계이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의미와 전망-호남 맹주·범여권 대선주자 ‘꿈’

    의미와 전망-호남 맹주·범여권 대선주자 ‘꿈’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떠난다.” 2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의 ‘고별사’다. 현재 전개되는 신당 논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앞세웠다. 천 의원의 탈당은 여러 면에서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앞서 당적을 정리한 임종인·이계안·최재천 의원과는 다르다. 실제 창당 주역인 데다 참여정부 법무부장관 출신, 대권주자라는 입지를 갖고 있다.‘지분’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얘기다. 지분은 ‘범여권 대선주자’와 ‘호남 맹주’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천 의원의 지분은 역으로 현 여당의 새판짜기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천 의원의 탈당을 통해 여당의 정계개편 방향을 예측해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구상일 듯싶다. 천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 미래지향적 민생개혁세력이 결집하는 대통합신당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당 핵심인사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원 오브 뎀’마저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코디네이터 역할을 자청했다.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이후 통합신당의 정체성은 확고한 개혁노선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잡탕세력의 통합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통합’보다는 ‘개혁’을 우선으로 하는 대통합신당을 강조한 셈이다. 이는 호남맹주로서 호남세력을 우선 구축하겠다는 노선에 앞서는 것이다. 일부 여권의 개혁적 그룹과 시민사회진영, 친노진영을 결집하고 대통합을 위한 조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완전 결별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지켜볼 대목이 많다.“결과적으로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천 의원은 종합적으로 개혁적 통합신당의 리더 역할을 자청했다. 문제는 향후 탈당세력의 규모와 신당의 방향이다.29일 중앙위원회를 분기점으로 대규모 탈당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재로서는 10여명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개혁적 성향의 탈당 그룹이 미적거리면 개혁적 통합신당은 불투명해진다. 오히려 오는 30일 탈당을 예고한 염동연 의원과 민주당과 중도통합세력을 구상중인 일부 재선의원들의 탈당, 정동영 전 의장 등의 세가 커질 경우, 여당이 구상중인 통합신당의 성격은 지역연합적 색채가 짙어진다. 이럴 경우 국민적 명분을 쌓기 어렵다. 이날 이광재 의원도 “창당 주역으로서 인간적·정치적 도의가 아니다.”고 했듯이 그의 탈당을 비판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는 ‘주홍글씨’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천 의원의 탈당은 그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천정배 의원 탈당

    천정배 의원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자 원내대표와 현 정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천정배 의원이 28일 탈당했다. 임종인·이계안·최재천 의원에 이어 네번째다. 탈당을 공언해온 염동연 의원도 30일쯤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집단탈당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지향적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당의 품을 떠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천 의원은 “각계각층의 뜻있는 인사들과 협력해 미래비전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나가겠다.”며 개혁세력 통합에 나설 뜻을 밝혔다. 당초 천 의원과 탈당 문제를 논의해온 제종길·이상경·김재윤·안민석 의원 등은 탈당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현 시점의 탈당이 명분이 있는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염동연 의원이 30일쯤 탈당할 방침인 데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31일 원내대표 선거 이후 원내대표단의 조일현·주승용 의원 등 10여명과 함께 집단탈당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빠르게 당이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9일 중앙위원회에서 신당파 요구대로 기초당원제로의 당헌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탈당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천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우상호 대변인은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치 지도자가 개별 탈당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여당의원들의 탈당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천 의원의 탈당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씨줄날줄] 정치내통/이목희 논설위원

    창의토왜도(倡義討倭圖)란 그림은 ‘내통(內通)’을 처단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진왜란 때 함경도 의병활동상을 담은 기념비가 북관대첩비다. 창의토왜도는 그 내용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전투가 한창 진행중임에도 왜군과 내통한 자의 목을 치고 있다. 우적(友敵) 대치상황에서 간첩질을 의미하는 내통은 즉결처분이 원칙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을 회고하면서 내통을 언급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속했던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이 다른 후보나 정당을 기웃거린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대선 승리 가능성에 따른 정치철새떼의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염치없는 행태였지만 간첩질에 바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논쟁거리다. 그때 ‘후단협’ 인사들은 거의 공개리에 정몽준씨를 여권의 통합후보로 밀었다.“내통 현장이 국민에게 포착됐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내통이란 용어에서 정치적 복선이 느껴진다. 노 대통령의 행적을 풀이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왜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까. 지역감정 해소는 명분일 것이다. 내통자와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작용했다고 본다. 최근의 통합신당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즉결처분해도 시원찮을 내통자와 다시 손을 잡으라니…. 노 대통령의 선택을 쉽사리 추정할 수 있다. 정치기상도가 더욱 복잡한 올해는 정치 내통이 한층 판칠 듯싶다. 여당은 후보가 정해지기도 전부터 탈당사태가 벌어지고, 야당 대선주자 빼내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 손학규씨가 여권 후보로 영입돼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소설까지 등장했다. 야당은 유력주자간 경쟁이 너무 빡빡한 바람에 내통설이 나온다. 노무현·이명박 연대론, 김대중·박근혜 연합론 등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북한과 내통 의혹은 선거판의 단골메뉴다. 뉴라이트, 뉴레프트를 위시한 각종 단체들…. 겉주장과는 달리 특정 정파와 내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정치판이 언제쯤이나 내통처럼 살벌한 용어에서 벗어나게 될지, 안타깝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교남동사무소에 수영장

    동사무소에 웬 수영장? 서울 종로구(구청장 김충용)는 25일 교남동사무소 청사 지하에 20m짜리 레인 4개를 갖춘 실내수영장을 만들어 다음달 1일 문을 연다고 밝혔다.요즘 웬만한 구청이나 대형 건물의 경우 수영장이나 헬스시설 등을 갖추고 있지만, 동사무소에 수영장이 들어선 것은 초유의 일이다. 종로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영강습반 43개팀을 편성하고 국가대표급 코치진에게 수영 지도를 맡기기로 했다. 시설은 지하 1층에 탈의실, 샤워실, 사무실 등이 있고 지하 2층에 길이 20m×폭 9.6m×수심 1.2m의 풀장이 있다. 사실 수영장은 2년전 교남동사무소의 새 청사를 지을 때 함께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수영장 골격을 갖추고도 마땅한 운영사업자를 찾지 못해 공사를 끝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부임한 권종수 부구청장이 ‘꼭 수영장 운영을 공공사업자가 맡아야 하느냐.’며 민간 사업자로 눈을 돌렸고 결국 ‘국민생활체육 고양시 수영연합회’가 수영 보급의 명분을 살려 위탁운영자로 나서면서 문을 열게 됐다. 고양시 수영연합회는 2004년과 2005년에 주부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수영팀을 이끌고 울릉도∼독도 94㎞ 종단에 성공한 경력을 지닌 단체.1급 경기지도사 자격증을 지닌 국가대표급 강사들이 수영강습을 맡기로 했다. 일주일에 3회 강습이며 이용료는 월3만 5000원∼4만 5000원. 오는 22일부터 방문접수를 받는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환경 벽’ 못 넘은 하이닉스

    수도권 규제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이 결국 무산됐다. 상수원의 수질보호라는 환경문제의 벽이 워낙 높은 탓이지만 국토균형 발전의 명분을 내세운 참여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과 기업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24일 하이닉스가 수정 제시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 투자계획안에 대해 청주로의 1차 증설만 허용했다. 하이닉스는 올해부터 2009년까지 연차적으로 비수도권(청주)-이천-제3의 지역에 4조 5000억원씩 총 13조 5000억원을 들여 3개 공장을 짓겠다고 제시했다. 지난 연말 이천­청주-이천 증설안을 제시했던 것과는 크게 후퇴한 조합이다. 정부는 이천공장 증설이 하이닉스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팔당 상수원 보호권역 전체와 관련됐다고 밝혔다. 개발과 투자·일자리와 같은 투자의 당위성과 수도권 삶의 질이라는 정책 가운데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팔당 수계의 상류지역인 이천에선 구리 등 중금속 물질의 배출시설이 원천적으로 제한돼 공장증설은 처음부터 불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천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지정된 것도 수도권 과밀해소 목적이 아닌 한강수계 등 환경보전에 목적이 있다고 했다. 다른 공장의 증설 요구가 뒤따를 경우 수질보전이 불가능하고 외국에서도 상수원에 입지한 반도체 공장을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일각에서 제기된 수도권 규제와 국토균형발전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고위 당정협의에선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상수원 주변지역의 공업입지에 대한 규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당정은 조속히 개편안을 마련하고 재계와 지역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촉구했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의 관심만 있었다면 하이닉스 문제는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규제완화는 1년 이내에는 불가능하며 관련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오찬에서 “내년 상반기 환경정책기본법과 수질환경보전법을 개정, 하반기에 이천에서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경제부처간 정책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재경부 관계자도 “수질보전기본법 등에서 규정된 구리 등 중금속 물질에 대한 시설 규제를 검토하는 데에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이닉스는 이전 수정계획안에도 구리배선 공정을 고수했다. 따라서 하이닉스가 알루미늄 공정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천공장 증설은 2010년까지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청주에서 1층이 아닌 2층 구조로 2차 공장까지 함께 증설하는 방안을 충북과 하이닉스가 검토중이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가 생각한 3개 생산라인 가운데 2개 라인은 1년 이내로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벨사령관 ‘유엔사 강화’ 발언 여진 계속

    벨사령관 ‘유엔사 강화’ 발언 여진 계속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에 대비, 유엔사령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의 18일 외신기자클럽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군당국이 “유엔사령관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유엔사 역할에 대한 의혹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다. 유엔사가 작전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한국정부와의 협상에서 작전권의 ‘예외조항’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이다.1994년 평시 작전권 이양 과정에서도 미국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통해 ▲작전계획수립 ▲연합정보관리 ▲연합위기관리 등 6개 핵심사항을 연합사의 권한으로 위임받은 전례가 있다. ●주한미군 “유엔사, 한국군 작전통제 못해” 주한미군 사령부는 23일 긴급 해명자료를 통해 “미군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 유지를 위해 유엔사를 강화하려고 한다는 보도는 잘못된 추정”이라면서 “미군처럼 유엔사도 한국군에 대한 지원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반박했다. 작전권에 대해서도 “세부 변경사항은 더 작업을 해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유엔사령관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미군당국이 유엔사를 통한 작전권 행사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벨 사령관은 지난주 회견에서 “연합사 해체시 유엔사령관은 연합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와 다른지역에 배치된 한국 전투부대에 대한 즉시 접근권한이 없어져, 정전을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사실상 일부 한국군 부대에 대한 유엔사의 ‘접근권’을 요구했다. 한국 지상군이나 공군 일부에 대한 접근(통제)권을 작전권 이양의 예외조항으로 요구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美,‘제2의 CODA’ 요구할것” “위기가 고조되어 전시로 전환될 때 유엔사 지휘관계에서 하나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벨 사령관 발언도 논란거리다.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보를 분석·판단하고, 최종적으로 정전파기(전쟁재개)를 선언하는 데 있어 유엔사가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작전권은 한국군이 갖되 핵심적인 권한은 정전유지와 원활한 전시지원을 명목으로 유엔사가 ‘위임’받는 형태가 된다. 한국은 작전권이라는 명분만 챙기고 핵심 결정권은 여전히 유엔사령관을 겸한 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서동만 상지대 교수도 “미군이 역대 전쟁에서 순수하게 ‘지원’만 한 사례는 없다.”며 전쟁수행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보완장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원도 “유엔사 역할변경을 둘러싼 한국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미국측이 전시 작전권에 대한 ‘제2의 CODA’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대학 등록금 올려도 너무 올린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이 올 등록금을 최고 30% 가까이 올린다고 한다. 사립대도 6∼14%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했다. 어느 사립대의 공대 신입생은 한해 945만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일반 학부의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등록금 폭탄’이라 할 만하다. 학생들이 투쟁을 예고했다.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대학마다 사정이 있겠으나 두자릿수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학들은 학생수가 줄거나 정부의 예산지원 감소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좋은 시설, 뛰어난 교수진의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나 등록금 인상 만으로 해결하려는 대학의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 예산의 80% 정도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들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겠지만 수입구조 개선을 게을리 해 온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지는 꼴이다. 많게는 수천억원씩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이월분을 합쳐 등록금의 20%를 적립하는 대학들은 고작 총예산의 9% 안팎을 재단 전입금으로 받아 올 뿐이다. 이래서야 인상의 명분도 없거니와 학생을 납득시킬 수도 없다. 적립금이 건축비 등의 용도로 지정돼 있어 풀기 어렵다는 대학들의 설명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연초 야당이 ‘반값 등록금’을 제안했다. 지난해엔 여당이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의 1.5배로 묶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무리 올려도 올해 물가목표치 3.0%의 두배를 넘겨선 곤란하다. 연세대는 지난해 12% 인상률에 총장실을 102일간 점거 당했다. 등록금을 둘러싼 봄철의 소모적인 공방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대학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 [與 사수파·탈당파 움직임 분석] 사수파 ‘기초당원제 수용’

    열린우리당 내 사수파측이 오는 29일 중앙위원회에서 ‘기초당원제 수용’으로 선회한 것은 대규모 탈당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사수파는 당의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 탈당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법원의 가처분 소송 결과로 당내 입지가 강화된 측면도 기류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 같다. 당 사수파측 모임인 혁신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레일에서 이탈했던 바퀴가 제자리로 돌아온 만큼 예각을 세울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여전히 중앙위 불참과 전대 무용론을 제기하는 강경 탈당파의 명분을 사전봉쇄하겠다는 의도로도 받아들여진다. 참정연 소속의 한 의원은 “사수파측이 한 발 양보했음에도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세력은 규탄받아야 한다.”라고 언급해 이같은 속내를 뒷받침했다. 개헌문제도 고려한 듯하다. 다음달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난 뒤, 당이 일사불란한 진용을 갖추지 못하면 전대 이후 당 진로와 관련된 일정이 삐걱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솔로몬의 재판”이라고 표현했다. 아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관단체가 많은 참정연측은 기간당원제 고수 입장을 유지하는 당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눈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황금돼지띠 첫 네쌍둥이 출산

    ‘황금 돼지해’인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네쌍둥이가 태어났다. 23일 오전 11시쯤 충남대병원에서 이유철(37·회사원·대전 서구 관저동)씨와 양미혜(37)씨 부부가 1남3녀의 이란성 네 쌍둥이를 낳았다. 이들 쌍둥이는 8개월이 채 못돼 제왕절개로 태어났으며, 체중이 정상 분만아의 절반 정도에 그쳐 인큐베이터에서 길러지고 있다. 병원측은 새해 들어 세쌍둥이가 지난 9일 건양대 병원에서 태어난 적은 있으나 네쌍둥이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씨 부부는 결혼 7년째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지난해 4월에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고 임신에 성공했다. 이씨는 “어제까지도 초음파에 세 쌍둥이로 보여 이름과 유아용품을 세명분만 준비했는데 네쌍둥이가 태어나 너무 놀랐다.”면서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기뻐했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박근혜-이명박 두 후보 부산으로 안산으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23일 ‘후보검증론’으로 불거진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다시 정책 행보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후보검증론’으로 촉발된 양측의 불편한 감정이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상대편에게 상처를 안기는 새로운 비수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말꼬리잡기식’ 설전의 후유증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 전 시장은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부산연합회 주최 특강에서 “야당 (서울)시장을 안 만들기 위해 (여당이) 여러 음해를 해 (검증을) 한번 다 거쳤지만,(다시)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어느 후보든지 국민 앞에서건, 당에서 받건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후보검증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문제는 화합이다. 총부리를 안으로 겨누면 안된다.”면서 “우리의 적은 북쪽에 있고, 상대쪽에 있지 우리 안에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후보검증을 명분으로 한 네거티브’의 중단을 촉구한 셈이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에서 예산 범위 내에서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한 것은 유일하게 두 개로, 경부고속도로가 첫번째요, 청계천 복원사업이 두번째”라고 말했다. 전날 박 전 대표가 ‘경제전문가론’이 아닌 ‘경제지도자론’을 내세우며 “확정된 예산을 갖고 누가 일을 못하냐.”며 자신을 겨냥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박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던 ‘산업단지 회생 프로젝트’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전날까지 이 전 시장을 겨냥했던 날선 견제구는 보이지 않았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일자리와 고용창출의 8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살리지 않고서 일자리 만들기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 회생을 위해 31개 국가산업단지를 ‘산업단지회생 특별대책지구’로 지정하고, 기금 조성을 통해 세제·기술·인력·교육시설 향상을 위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탈당 둑 터진 與 어디로] 反·親盧 포함 개혁세력 결집 제안

    탈당 여부로 주목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의 통합신당 지향점은 개혁일까, 통합일까? 고건 전 총리 사퇴 이후 천 의원에게 쏠리는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범여권 대선주자와 호남맹주라는 양 측면에서다. 22일 천 의원이 한 정치컨설팅업체에 의뢰한 자료에는 이와 관련, 음미할 만한 대목이 있다. 천 의원이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세력 확보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통합신당 지지자로서 ‘개혁’을 앞세울 것인지 아니면 ‘통합’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는 ‘개혁노선을 우선하는 대통합신당’이라면 반노뿐 아니라 친노세력까지 모두 포함해 당내 개혁세력을 결집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한 관계자는 “당내 개혁세력을 1차 기반으로 확보한 뒤 2차로 미래구상 등 제3세력과 연대하면서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개혁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합노선을 우선하는 입장이라면 중도진영을 흡수하는데 주력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자료는 이와 함께 천 의원에게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보다 ‘반 한나라 전선’에 치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천 의원이 외부영입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당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무엇보다 ‘노심’을 얻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2·14 전당대회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탈당을 하더라도 명분이 선다고 제안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與신당파 대규모 탈당 결행할까

    與신당파 대규모 탈당 결행할까

    열린우리당의 강경 신당파는 과연 탈당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19일 법원의 열린우리당 당헌 개정안 무효 결정 이후 탈당설이 증폭되면서 그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내부의 탈당 에너지가 어느 때보다 팽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당파들 입에서 “당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과 과연 정치를 같이해야 하나.”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의 골이 파인 상태다. 여기에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중진들이 적극성을 보이는 점도 상황의 엄중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대규모 탈당 실행 가능성에 회의를 제기하는 시각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우선 아직 당을 깨고 나가기에는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개혁 대 반(反)개혁’처럼 대립구도가 선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신당파 관계자는 “국민이 어떻게 봐줄지가 관건인데, 아직 정확한 판단이 안 선다.”고 털어놨다. 외부에 고건 전 국무총리와 같은 유력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결행’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한사코 레임덕을 막으려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정치권 소식통은 “청와대가 강력하게 압박할 경우 탈당을 실행할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 사수파쪽 관계자도 “그 사람들(신당파)들은 비겁해서 탈당을 못할 것이다.3년 전엔 반대로 대통령이 지지하는데도 민주당 탈당이 그토록 힘들지 않았느냐.”고 냉소했다. 과거 정치문화에 비해 창당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탈당파들의 발목을 잡는 ‘남 모를 고민’이다. 일각에서는 탈당 의원 규모가 40∼50명선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생각을 갖고 있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염동연·이계안 의원 등이 선도탈당을 결행한다 하더라도 뒤따르는 의원이 많지 않다면 동력을 갖기 힘들다는 점이 딜레마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몇 명이 탈당한다 해도, 그들이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관건은 탈당 규모가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명선을 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만 되면 국회에서 발언권이 보장되는 등 세를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22일 중국에서 귀국하는 염동연 의원 등 초선들의 선도탈당 결행 여부와 동조 규모, 노 대통령이 25일 신년기자회견 등에서 탈당파를 제압할 만한 또 다른 ‘카드’를 내놓을지 여부, 그리고 강경 사수파가 계속 반발해 신당파에 탈당 명분을 ‘헌납’할지 등에 탈당 정국의 향배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강경신당파 탈당 급류 가능성

    강경신당파 탈당 급류 가능성

    가까스로 신당 추진 논의의 가닥을 잡아가던 열린우리당에 난 데 없이 ‘수류탄’ 하나가 떨어졌다. 법원이 19일 일부 기간당원들이 당을 지켜야 한다며 냈던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사건’은, 안전핀이 아직 뽑히지 않은 수류탄이나 다름없다. 수류탄을 조심조심 폐기처분할 수만 있다면 현재 각 계파가 어렵사리 합의한 신당논의의 동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수파쪽 강경파가 이것을 신당 논의 자체의 무효화로 발전시키려 안전핀을 뽑았다가는 자칫 당이 공중분해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안그래도 강경 신당파 의원들은 전날 전당대회 준비위가 합의한 ‘신당안’에 불만이 있던 참이었다. 합의안에 ‘당 해체’라는 문구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달 14일 전대에서 당 해체를 결의하지 않을 경우 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사수파의 ‘시간끌기 전략’에 말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강경 신당파의 의심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역설적으로 노 대통령과 온건 사수파보다는 강경 신당파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준비위의 ‘신당 합의’ 무드가 부각되는 바람에 속을 끓이던 신당파로서는 이 일을 계기로 탈당 명분을 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신당파의 이목희 의원은 “당의 문제를 재판으로 가져가는 사람들과 과연 당을 같이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고 했고, 천정배 의원도 “공당의 꼴이 우습게 됐다. 어떤 형태로든 (나의 진로에 대해)결론을 내리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근 사수파 의원들에게 신당논의에 협조할 것을 ‘지시’하고, 정동영·김근태계를 ‘포섭’함으로써 신당파의 탈당을 막고 정국 장악력을 유지하려 했는데, 이런 노력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염동연·이계안·양형일·최재천 의원 등이 탈당을 결행할 시점이 당겨졌다는 소문이 나도는 판이다. 여기에 천정배·김한길·이강래 의원 등 중진들이 탈당 대열에 가세한다면 여당은 풍비박산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지금은 준비위의 합의를 지켜나가는 게 더 큰 선(善)”이라는 말로 ‘수류탄’을 조심스러워하는 데에 노 대통령의 심중이 담겨 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강경 기간당원들이 즉각적으로 “전대 절차 중단” 등을 요구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어 ‘안전핀’이 무사할지는 불투명한 형국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법원서 제동 걸린 여당의 신장개업

    열린우리당의 집안 꼴이 갈수록 한심하다. 통합신당 추진을 놓고 당 사수파와 신당파로 편을 갈라 싸우더니 어제는 이런 신당 논의 자체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기간당원제를 기초당원제로 바꾼 당 비대위의 당헌 개정이 당헌당규에 어긋나 무효라는 기간당원 11명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가 마련한 개정 당헌은 무효가 됐고, 다음 달로 예정한 전당대회 개최나 통합신당 추진 작업도 일대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법원 결정을 둘러싼 책임 논란으로 자칫 당 지도부 공백 사태는 물론 신당파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아예 분당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크다. 집권여당 초유의 이같은 혼란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열린우리당은 민심 이반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은 외면한 채 허겁지겁 화장을 고치고 옷을 갈아 입는 것으로 궁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의는커녕 자기들의 약속이라 할 당헌당규조차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어제 법원의 당헌개정 효력정지 결정은 이런 원칙도, 명분도, 절차도 없는 여당의 신당 논의에 대해 정신 좀 차리라는 경종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구성원들이 간판을 바꿔달고 통째로 신장개업을 하든, 아니면 일부가 뛰쳐 나가 또 다른 정당을 만들든 그들이 선택할 일이다. 하나 그 어떤 선택도 지금 이런 자세와 모습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되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열린우리당은 근본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왜 민심이 멀어졌고, 그 민심을 되찾으려면 뭘 어찌 해야 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어떤 정당이 돼야 하는지, 그 원칙부터 정해야 한다. 대선까지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먼저 당이 바로 서야 외부인사도 모여들고 대선주자도 나올 것이 아닌가.
  • ‘공판중심주의 재판’ 현직검사 강력비판

    현직 부장검사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와 일련의 영장기각 사태를 정면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차동언 부장검사는 19일 동국대 대학원에 제출한 ‘공판중심주의 확립을 위한 전문법칙의 재정립’ 논문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할 인적·물질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분에 사로잡혀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할 경우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법원이 피의자가 법정에서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법정에 못내게 하는 법원의 태도는 공판중심주의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행위”라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증거는 법정에 제출돼야 한다.”고 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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