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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68혁명 40돌] (1) 계승과 단절

    [佛 68혁명 40돌] (1) 계승과 단절

    1968년 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68혁명이 40주년을 맞았다. 프랑스 낭테르 대학 교내시위로 첫 발을 뗀 혁명은 베트남전, 옛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물질 만능주의 등 국제적인 문제와 맞물려 독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에 문화적 충격을 줬다. ‘타는 목마름으로….’ 혁명은 멈추지 않는다.40년 전 세계를 뒤흔든 68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적 의미로는 당대 시계에서 멈췄다. 그러나 당시 분출된 새 사회에 대한 열망은 이후 녹색당과 적군파, 시민운동, 성(性)혁명, 페미니즘, 전위적인 예술 실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었다.40주년을 맞는 지구촌 표정과 당시 현장을 지켜본 석학들의 증언을 통해 ‘계승과 단절’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파리 이종수특파원|해마다 5월이면 프랑스 전역이 들끓는다. 세계를 뒤흔들었다고 평가받는 1968년 5월 혁명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열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의 정신사에 큰 자취를 남긴 대사건이었다. 특히 올해는 40돌이어서 열기가 더 뜨겁다.1400여곳에서 축제·전시회·토론회·영화제 등이 잇따른다. 최근 발행된 관련 신간만 60여종에 이를 정도다. 숫자의 의미만 아니라 올해 68혁명은 유달리 뜨거운 이슈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2차 국면에서 당시 여당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주장하면서 뜨거운 논쟁으로 떠오른 것도 한 요인이다. 당시 사르코지 후보는 3만여명의 지지자가 모인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68혁명의 유산이 영원히 이어갈지 청산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선거”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프랑스의 ‘정신적 터부’를 건드렸다. 68혁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구체적 정황은 지난달 시작한 고교생들의 시위에서도 확인된다. 일주일에 두 차례 진행된 고교생들의 시위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파리 인근 고교생의 주도로 시작한 이번 시위가 교원 노조나 대학생 단체, 교육관련 노동조합이 가세하면서 3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2주 전에는 시위 현장에서 “새로운 68혁명이 필요하다!!!”는 벽보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는 15일과 24일에는 교육 관련 18개 단체들이 총궐기할 태세여서 앞으로 시위가 어떻게 확산·전개될지 주목된다. 일단 학생 시위에 노동조합이 가세한 양상은 68혁명과 비슷하다. 물론 이번 시위가 제2의 68혁명으로 확대된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68혁명은 프랑스인들의 ‘지금, 여기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다.40년 전 그때 무슨 일이 있었기에 68혁명의 잔재가 이토록 깊고 오래 각인되고 있는 것일까? 출발은 단순했다. 진앙지인 파리 북서쪽 낭테르 대학.1964년 신설된 뒤 지나치게 많은 학생수, 비현실적 교육 내용, 가부장적 분위기 등에 반발한 사회학과 학생들이 67년 11월 수업을 거부하고 학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면담이 거부되면서 대학개혁 이슈는 파리 모든 대학으로 번졌다. 전국대학생연합의 주도로 시작된 수업거부에 대학측은 공권력 진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베트남 반전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8명이 체포되면서 학생운동은 조직적 양상을 띠었다. 다니엘 콘-벤디트가 결성한 ‘3·22운동’은 “오직 기존 체제의 파괴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투쟁 목표를 넓혔다.5월 들어 학생들은 소르본 대학 폐쇄에 맞서 10일 밤 인근 라탱지구 곳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진압 과정에서 수백병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차츰 교원 노조, 고등학생 단체가 가세했고 13일에는 노동총동맹이 연대하면서 ‘성난 물결’은 걷잡을 수 없었다. 21일에는 전국적인 노동자 총파업으로 확산됐다. 이에 드골 정부는 경찰을 동원했고 의회를 해산한 뒤 6월 23·30일 실시한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급진적 좌파조직을 불법단체로 규정하며 시위 금지령을 내렸다.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끝났고 좌파들은 ‘새로운 68투쟁’을 찾아 나섰다. 때마침 독일·스위스·벨기에 등 인근 나라에서도 68혁명의 불꽃이 타올랐다. 독일의 경우 명분없는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학생운동 지도자 루디 두치케의 피습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이에 정부가 긴급조치법 제정으로 강경 대응하면서 6만여명의 학생과 좌파 진영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노동계의 소극적 태도 탓에 대학생 시위로 분출되는 양상이었다. 대중과 유리된 운동 방식은 70년대 적군파 출현으로 이어졌다. 68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단순한 정치 혁명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문화 전반을 바꾸려는 문화혁명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은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고 했던 게 68혁명이었고, 실제로 그 이후로 모든 생활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68혁명 당시 학생운동이 노동운동으로 확산된 기폭제 역할을 했던 르노 자동차 공장의 한 노동자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 데에는 혁명정신이 오롯이 녹아 있다. vielee@seoul.co.kr ■ 68혁명 프랑스-독일 연표 ▲1968년 1.31 프랑스 파리소재 대학 수업거부. ▲3.20 프랑스 소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폭파사건. ▲3.22 프랑스 낭테르 대학본부 점거. 학생조직 ‘3·22운동’ 탄생. ▲4.11 독일, 학생운동가 두치케 피습. ▲5.2 낭테르 대학 폐쇄. ▲5.3 프랑스 학생들, 소르본 대학 집결. 경찰 진입,527명 체포 뒤 소르본 대학 폐쇄. ▲5.6 파리 소재 대학들 폐쇄, 학생들 시위 격화,422명 체포. ▲5.11 독일, 긴급조치법 선포에 반대 시위. ▲5.13 프랑스 노동자들 총동맹 파업. 독일 경찰, 마르쿠제 강연 방해 및 강의실 진입. ▲5.21 프랑스 노동자들 전국적 총파업. ▲5.27 독일 학생들 프랑크푸르트 대학 점거. ▲5.30 드골 프랑스 대통령, 국회해산 선언. ▲6.12 프랑스 총파업 종결. 급진적 좌파조직 불법단체 규정. ▲6.13 프랑스 극좌파 계열 11개 학생조직 강제 해산. ▲9.22 독일 공산당 창당.
  • 하남 화장장 타협안 지켜질까

    광역화장장 유치 불발로 불거진 경기도와 하남시의 갈등이 김문수 지사와 김황식 하남시장의 극적 타협으로 해결점을 찾았지만 정작 실현 가능성에 대해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원이 기피시설 유치 반대급부가 아닌, 단순 회유성 대가여서 자칫 다른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 규모나 액수가 명시되지 않은 급조된 합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남시는 29일 단식투쟁을 벌이던 김황식 하남시장이 김문수 경기지사와 28일 밤 극적으로 타협했다고 밝혔다. 지원내용은 대학유치기반시설과 생태하천 조성, 물류기반시설 지원 그리고 상습정체구간 해소사업 등 모두 5가지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연차적으로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하남시가 계획하고 있는 덕풍동 일대 13만여㎡ 규모의 물류기반시설 투자계획 하나만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데다 나머지 시설도 막대한 자금이 적기에 투입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칭 ‘대타협’이라는 경사 속에 비난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타협이 서로간에 사전 양해가 있었다며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재정자립도가 도내 최하위인 양평군의 경우 소규모 전철역사인 오빈역 건설비용조차 지원받지 못해 없는 살림에 전액 자비로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불평등 지원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하남시 주민소환추진위원회 김근래 위원장은 “김 지사와의 합의는 화장장 포기를 위한 김 시장의 명분찾기”라며 “규모와 액수도 문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협상을 끝낸 이번 상황은 당초 화장장 설립 당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하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박근혜“私黨이냐”… 강재섭 무대응

    박근혜“私黨이냐”… 강재섭 무대응

    친박(친 박근혜) 탈당 인사들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7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시사하며 복당을 강하게 요구했던 박 전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복당 여부를) 결정해주기 바란다.”며 당의 공식 논의를 재차 촉구하면서 복당 논란은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강재섭 대표가 전날 “최고위 의결을 하면 복당 반대로 나올 수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복당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어쨌든 공당이라는 데서 사적인 이야기만 나오고, 이런 문제는 개인이 결정할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 어디 개인 사당이냐.”며 강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최고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대표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면서 “공식적으로 결정되면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요구는 당이 공식적인 논의만 시작한다면 결론이 설사 ‘반대’로 나오더라도 더이상 복당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당대회 이전 일괄 복당을 조건으로 오는 7월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최고위의 복당 불허 결정은 박 전 대표의 전대 출마 명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다시 포문을 연 것은 전날 강 대표의 복당 관련 발언이 계기가 됐다. 강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태로 최고위에서 복당을 논의할 경우 ‘반대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와 같은 공식 기구 결정이 아니라 당 대표의 견해로서 ‘복당 불가’ 주장을 제기하는 것이 7월 전대를 통해 선출될 새 지도부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도 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날 친박 복당 문제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다뤄달라고 재차 요구한 데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최고위원회가 친박 복당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최고위원(9명)의 대다수는 복당을 허용하더라도 일괄 복당은 문제가 있고, 시기적으로도 지금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7월 전대 이전 일괄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최고위원은 1∼2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 최고위원은 “18대 국회 원구성과 7월 전대를 앞둔 상태에서 복당을 허용할 경우, 당 안팎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삼 한상우기자 hisam@seoul.co.kr
  • 어쩔래 인생이 클리셰인걸?

    이런 표현은 웬만하면 정말 지양하고 싶지만 인생은 정말 젠장 맞을 정도로 드라마틱 하다. 나도 이 문장이 수사적인 클리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래? 삶이 클리셰인걸. 내가 렉서스의 지붕 위로 붕 하고 날았던 다음날, 지나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어나서 몇 발자국을 걷다가 다시 쓰러졌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그녀는 머리 속에 조그만 폭탄을 넣고 살고 있었다고 한다. 뇌정동맥 기형, 혹은 AVM은 뇌 속에 흐르는 동맥이 모세혈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정맥으로 연결되어 있는 선천적 기형으로 1만 명분에 3명 꼴로 나타난다고 한다. 아니 동맥이 정맥과 연결되어 있는 게 뭐가 그리 잘못됐나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그런 사람은 뒷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를 생각해 보면 좀더 이해가 쉽다. 할 일 없는 아버지가 수도꼭지에 PVC호스를 연결해서 마당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근데 장난기 많은 아들이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힘껏 돌려버린 거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당연히 PVC호스가 빠져버리겠지 바보야. 아직이야? 더 말해줘야 된다면 내가 바로 그 장난기 많은 아이였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수도꼭지는 동맥, PVC호스는 정맥이었으며, 하필이면 0.03%의 확률로 지나의 머리 속에 들어 있었고 거기엔 물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내가 가서 수도꼭지를 돌려주겠다. 시속 60Km로 달리던 차에 치어놓고도 고작 뇌막 바깥쪽에 손톱만한 출혈밖에 없이 한 달 만에 깁스도 풀고 퇴원한 내가 별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에게 전화를 걸자, 그녀의 아버지가 울지 않고 해준 말이 아무 일없이 잘 자던 아이의 머리가 폭파해 버렸다는 얘기였으니 이젠 내가 왜 삶이 클리셰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생각해 보니 아깐 내가 너무 흥분해서 조금 거칠게 말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막말을 해야 할 상황들이 있을 테니 이 정도는 익숙해지시길. 여하튼, 심지어 같은 병원이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 꼭지도 돌아버렸겠지만 다행히 같은 병원은 아니었고 눈물을 닦고 마음을 진정시킬 만큼 먼 곳이었다. 한 달치 낯설어진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 있는 곳으로 갔다. 병원은 마치 거대한 공룡 같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냥 봐서는 그게 병원인지 오페라 하우스인지 정부 관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하필이면 빌어먹을 렉서스 같은 병원에 지나가 있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두 명의 스튜어디스 차림의 아가씨들이 서서 안내를 해줄 정도로 많았고 층수를 표시하는 버튼은 네 줄이었다. 그 정도면 왜 전화기 다이얼로 만들어 놓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아직 의식이 없던 지나는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정해진 면회시간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근데 무슨 이야기를 했었지?- 조금 있다가 이중으로 된 중환자실 문을 10분간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이제 난 뭘 해야 하지? 어디로든 가야 하나? 그때 나는 문득 지나가 신고 있던 에메랄드색 외투가 생각이 났고, 바보같이 뭉툭했던 신발이 생각났고 타르코프스키의 에세이에 실린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형 집행 명령 위반으로 총살을 당하게 되었다. 그들은 어느 병원의 담벼락 앞, 더러운 물구덩이 한가운데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때는 마침 가을이었다. 사형수들에게 외투와 구두를 벗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자 무리 중의 한 명이 무리에서 벗어나 구멍투성이의 양말을 신은 채 한참을 물구덩이 속을 걸어갔다. 그는 1분 후면 아무 필요가 없을 자신의 외투와 장화를 내려놓을 마른 땅을 찾고 있었다. 지나의 아버지에게 열쇠를 달라고 한 다음에 지나네 집에 가서 신발을 가져다가 내 방에 갖다 놓을까? 아니면 내가 먼저 양말을 벗고 물구덩이로 들어가 볼까? 아냐 그러려면 비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일단 외투를 하나 사볼까? 그리고 저 안에서 자고 있는 애한테 덮어주는 거야. ‘baby it’s cold out side’라고 멋지게 말해주면서. 야 이거 죽이는데? 주식이 티셔츠에 씌어 있는 걸 봐두길 잘했다. 아직 겨울이니까 설득력 있잖아? 그래 어차피 외투 가져 갈 거면 그때 신발도 가져가서 다시 신겨 주자. 내 방에 있어봤자 냄새만 날 테니까. 가족밖엔 면회가 안 된다곤 했지만 나는 그냥 좀 아는 사람인데 애가 추워하니까 외투랑 신발을 가져왔다고 하면 들여보내 줄 거야. 글 박세회 월간 <삶과꿈> 2008년 5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靑, 정책홍보 기구 신설 추진

    청와대가 정책 홍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 향상 업무를 전담할 별도의 홍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직이 신설되면 이르면 새달 중 청와대 조직 개편과 맞물려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설치돼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홍보기획비서관실을 재편해 별도의 홍보 전담 조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홍보 기능과 인원 등을 정무수석실에서 분리해 대통령실장 직속으로 설치하는 ‘전담팀’ 정도의 위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별도 홍보 조직 신설과 관련,“아직 구체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큰 방향은 맞다.”고 말했다. 신설 조직은 새 정부 정책은 물론 이 대통령의 각종 행사참여 기획 등을 중심으로 한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신설 움직임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대통령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혁신도시 재검토 등 정책 현안 등을 둘러싼 국민적 반발과 여론 분열 양상을 보고받고 ‘대국민 홍보’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일부 정책의 진정성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명분’을 앞세워 폐지한 국정홍보처와 홍보수석의 기능을 최근 들어 새삼 아쉬워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69) 후금 관계 파탄의 시초(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69) 후금 관계 파탄의 시초(Ⅱ)

    용골대와 마부대 일행은 다목적 사절이었다. 새해가 밝았음을 축하하는 사절이자, 인열왕후의 죽음에 문상하기 위한 조문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조선에 온 가장 큰 목적은 홍타이지를 황제로 추대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조선의 동참을 촉구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홍타이지 명의의 국서말고도 후금의 여덟 버일러(貝勒, 만주 팔기의 우두머리)들과 몽골 출신 마흔 아홉 버일러들이 작성한 서신을 각각 1통씩 소지하고 있었다. 서신들은 한결같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용골대 일행 명버리고 후금 선택 강요 후금의 버일러들이 보낸 서신은 먼저 몽골 각부의 버일러들이 심양에 모두 모여 홍타이지에게 복종을 다짐하고 존호(尊號)를 올리려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또 후금군이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둔 것은 이미 천의(天意)와 민심이 후금으로 돌아갔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우인 조선국왕도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자제들을 보내 홍타이지를 추대하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동참하라?’ 그것은 한마디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행동이었다.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몽골 버일러들의 편지가 좀더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우리가 지금 200여년 동안 사귀었던 명과 결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명의 관리들은 우리를 속였고, 나라에는 뇌물이 성행하고 간신들이 총명을 가려도 황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인심이 이미 해체되고, 장졸들은 유약하여 싸울 때마다 무너지고 있으니 명의 운명은 이미 다한 듯하다.’.‘하지만 우리 만주 황제는 은혜와 위엄을 아울러 갖추셨고, 법도와 기강이 엄숙하며 장졸들은 강하여 가는 곳마다 무적이다. 민심이 사모하니 천명(天命)이 장차 돌아가려 한다.’ 몽골 버일러들은 아예 ‘우리 황제’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당시를 명이 망하고 후금이 떠오르는 혁명(革命)의 시기로 규정했다.‘지는 해인 명을 버리고 떠오르는 해인 후금을 선택하라.’ 몽골 버일러들이 조선에 보낸 편지는 대충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2월22일 용골대 일행이 입경하여 문제의 서신들을 내밀었을 때 조선 신료들은 접수를 거부했다. 후금의 버일러나 몽골의 버일러를 막론하고 신하된 자가 다른 나라의 임금에게 글을 올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용골대와 몽골 버일러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용골대는 ‘우리 한(汗)의 공업(功業)이 높아 안팎의 모든 신료들이 황제가 되기를 원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몽골 버일러들은 ‘조선이 형제국이라 금한(金汗)이 황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기뻐할 것으로 여겼는데 거절하는 까닭이 무엇이냐?’며 따졌다. 조선 신료들이 군신의 대의를 내세워 계속 거부하자 용골대는 바로 돌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후금의 서신 거부 용골대 일행 쫓겨나 그럼에도 조선 신료들은 몽골 버일러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용골대 등의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이 몽골 버일러들을 조선에 데려올 때는 조선이 그들을 극진히 대접해 주어 자신들의 낯을 세워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 신료들이 ‘명을 배신한 서달(西 )’ 운운하며 그들을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자 용골대 일행의 낭패감은 컸다. 조정에서 회답하는 여부를 논의하려 할 때 삼사의 신료들이 들고일어났다. 대사간 정온(鄭蘊)은 서달은 부모 나라의 원수이니 사절단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 우물쭈물하는 자세를 보이면 조선도 홍타이지를 추대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 유생들도 빨리 용골대 등의 목을 베고 서신을 소각하라고 촉구했다. 안팎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최명길(崔鳴吉)이 진화에 나섰다. 그는 후금과 몽골 버일러들의 서신 내용이 문제지 홍타이지의 글에는 별 문제될 내용이 없다며 분리해서 대응하자고 했다. 버일러들의 서신에는 엄정히 대처하되, 그들을 박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의와 원칙에 따라 용골대 일행을 대하되 임시 방편으로 화를 늦출 계획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26일 용골대는 자신이 가져온 버일러들의 서신을 받아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궁궐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조정은 파장을 우려하여 역관 박난영(朴蘭英)을 모화관(慕華館)까지 보내 그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한편 마부대는 같은 날 10시 무렵, 종자들을 이끌고 인열왕후의 빈소에 조문했다.‘승정원일기’에는 이들이 명정전(明政殿)에서 조문했다고 되어 있으나 ‘병자록(丙子錄)’의 기록은 좀 다르다. 조선 조정이 전각(殿閣)이 좁다는 이유로 금천교(禁川橋) 위에 장막을 치고 그곳에서 조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막 조문하려는 순간 강한 바람이 불어 장막이 걷혀버렸다. 마부대 일행은 조선의 푸대접에 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불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훈련도감 포수들이 궁궐로 모여들었고, 인조를 숙위하는 금군(禁軍)들도 무기를 소지한 채 장막 근처에 있었다. 장막이 걷힐 때 마부대 일행은 무기를 든 병사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자신들을 해치기 위해 잠복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부대 일행도 놀라 허겁지겁 달아났다. 후금 사신들이 도성을 빠져나갈 때 구경꾼들이 길을 메웠다. 아이들은 일행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기와 조각과 돌을 던지기도 했다. 청나라 기록에는 당시 용골대 일행이 너무 급한 나머지 민가에서 말을 빼앗아 타고 돌아왔다고 적었다. 그것은 사실상 조선과 후금의 관계가 끝장났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몽골 버일러들의 편지까지 들이밀며 조선을 협박하려 했던 후금의 오만도 문제였지만, 조선의 대응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조문할 장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 고의였는지 분명치 않지만 조문 장소 부근에 병력을 배치하여 의심을 산 것 등은 분명 실책이었다. 더욱이 ‘호차(胡差)들을 참수하라.’는 주장까지 난무하는 상황에서 용골대 일행의 의구심은 클 수밖에 없었다. ●평안행 전령, 용골대에 잡혀 방어대책 들켜 용골대 일행이 도주한 뒤 오히려 조선 조정이 공포에 휩싸였다.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긴장과 불안감이 엄습했다.2월29일, 인조는 신료들을 불러모았다. 윤방(尹昉)은, 오랑캐 사신이 성을 내고 갔으니 침략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리 강화도로 들어가 방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도승지 김경징(金慶徵)이 말을 끊었다.‘지금 마련해야 할 것은 방어 대책이지 피란 대책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은 방어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해졌다. 김류(金 )는 포수(砲手)가 아니면 오랑캐를 막을 수 없다며 어영군과 훈련도감의 포수를 뽑아 안주(安州)로 보내자고 했다. 화약을 증산할 대책이 제시되는가 하면 서쪽으로 방수(防戍)하러 간 병사들의 신역(身役)을 감해주라는 명령이 내렸다. 인조는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희성(文希聖)을 안주 조방장(助防將)으로 임명했다. 일찍이 1619년 심하 전역에 참가했다가 후금군에게 항복했던 전력이 있는 장수였다. 인조는 반대하는 신료들에게 ‘지금은 장수로서 재주가 중요하지 과거 전력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급박한 상황임이 분명했다. 3월1일, 인조는 팔도의 백성들에게 유시문(諭示文)을 내렸다.‘정묘호란 때는 부득이하여 임시로 화친을 허락했다. 하지만 오랑캐의 욕구는 날로 커져 이제 우리 군신이 차마 들을 수 없는 말로 협박하고 있다. 이에 강약(强弱)과 존망(存亡)을 돌아보지 않고 그들과의 관계를 끊으려 하니 모든 사서(士庶)들이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호소였다. 대의명분을 위해 국가의 존망까지도 걸 수 있다는 의지는 결연했다. 하지만 3월7일, 오랑캐와 단교한다는 사실과 방어 태세를 확고히 하라는 인조의 명령서를 갖고 평안감사에게 가던 전령이 용골대 일행에게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어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떠는 와중에 서울에서 변방으로 이어지는 통신 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조선은 속마음을 온전히 들키고 말았다. 전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열린세상] ‘환경상’ 없는 나라를 소망한다/ 최성각 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

    [열린세상] ‘환경상’ 없는 나라를 소망한다/ 최성각 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이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매장되고 있을 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퇴진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부시의 허리를 감싸고 ‘값싸고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인들이 마음껏 먹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어이 ‘광우병 동맹’이 완성되자 축산업자들은 처절한 절망에 빠졌다. 잠시 전 여당 시절만 해도 자유무역협정(FTA)을 그토록 맹렬하게 밀어붙이던 야당은 다른 당과 공조해 ‘쇠고기 청문회’를 하자고 선회했다. 언제나 그랬긴 했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캄캄한 뉴스들뿐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22일 ‘지구의 날’ 저녁 무렵, 세종문화회관 별관 세종홀에서는 제10회 ‘교보생명 환경문화상’ 시상식이 열렸다.10년이라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상금 액수가 곧 상의 권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환경판 사람들로부터 이 나라 환경상 중에서 교보생명 환경문화상이 아마 가장 주목을 받고 있지 않겠나 싶다. 그것은 상을 받은 이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역대 수상자 중에는 전부라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망가진 자연 환경이 자신을 이 사회의 주류로 편입하게 하거나 세속적 출세의 밑거름이 되는 것을 거부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상 시상식장으로서는 다소 화려한 곳이긴 하지만, 시상식장에 온 사람들의 얼굴들이 또한 그것을 말해준다. 청바지에 점퍼 차림이기 일쑤인 환경판의 활동가들이 모인다. 그래서 연예인들의 그것도 아닌데, 다른 시상식장과 달리 분위기가 뜨겁다. 올해도 그랬다.10년 넘게 강화도 갯벌을 지켜온 섬사람들이 오셨다.“새만금 갯벌이 죽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새만금 사람들이 오셨다. 동강 아래로 이어 흐르는 서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셨다. 거기 시멘트공장 주변의 후두암 발생률 전국 1위인 마을 사람들이 오셨다. 그래서 ‘쓰레기 발암 시멘트’를 사용하는 한국사회를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셨다. 수십년째 우이령을 지키는 사람들도 오셨다. 환경부장관의 축사가 검토되었지만, 이번 장관께서는 그 자리에 있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발화될 수 없는 노골적인 운하건설 찬성론자이기에 역대 수상자들이 거칠게 반대해 다른 분이 축사를 하셨다. 나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인 데다 오십이 훨씬 넘었건만 타고난 질투심과 시기심을 아름답게 극복하지 못해 시상식장에는 별로 안 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교보환경상 시상식장에는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대개 참석하게 된다. 내가 아는 한, 그 시상식장 수상자들의 수상소감보다 감동적인 연설을 나는 알지 못한다. 올해에도 새만금 다큐 연작으로 문화예술 부문을 수상한 이강길 감독은 수상 연설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방조제가 메워진 지 2년째 되는 오늘은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날”이라고. 자원재활용이라는 명분으로 산업쓰레기를 시멘트 제조과정 속에 다량으로 넣고 있는 현실을 아느냐고 최병성 목사는 피울음을 토해냈다. 강화도 갯벌을 지켜온 분들은 갯벌처럼 조용하게 10년 노고를 서로 치하했다. 언론 부문 수상자 남준기 기자는 운하 걱정으로 수상소감을 다 채웠다. 수상자들 모두 국토가, 마치 ‘자기 소유물’인 양 포기하지 않는 망국적인 운하 망집을 약속이나 한 듯이 성토했다. 환경상 시상식장은 그것이 만약 엄정한 심사를 거쳐 정말 받아 마땅할 이들이 받았다면 기쁨의 장소가 아니라 고통스럽게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장소이기도 하다. 역대 수상자를 대표해 건배 제의를 한 고승하 선생은 “환경상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외쳤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최성각 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
  • [기고] 환경친화적 축산을 추구해야/이길홍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

    [기고] 환경친화적 축산을 추구해야/이길홍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악화, 그에 따른 농작물 생산량 감소와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농작물의 사용으로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온난화로 인해 농작물 재배지대의 변경 및 병해충 피해가 증가해 농업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 축산의 경우 사료비 상승 및 축사환경 조절을 위한 에너지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교토협약에 따라 현재는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돼 2012년까지는 감축의무가 없지만 몇몇 선진국들이 감축목표 합의를 명분으로 2008년부터 의무부담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배출량 감축의무가 이행되면 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축산 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발생량 중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호주 등 국가의 예를 봤을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온실가스 저감 방안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면 축산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축산에서는 주로 두 부분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가축이 사료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림’이 있다. 또 사료를 배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귀’가 있다. 이 두 가지는 상상외로 큰 온실가스 발생 원인이다. 세계 과학자들은 지구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소 등이 내뿜는 트림과 방귀·배설물을 통해 대량으로 발생한다며 가축 마릿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세계의 가축이 내뿜는 메탄이 지구온난화 원인의 15%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한때 가축 한 마리당 일정액의 ‘방귀세(稅)’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反芻動物)은 위액으로 사료를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위 속에 있는 미생물이 사료를 먹고 분해하게 된다. 소는 위 속에 모아둔 사료를 토해내서 40∼60회 정도 씹은 다음 다시 삼키는 ‘되새김질’을 하루종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트림으로 방출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가들은 미생물이 만드는 메탄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소가 많은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지만 산소가 조금 있을 경우에는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 산소가 없으면 반추동물의 위에서와 같이 메탄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아산화질소와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온난화 효과가 각각 296배와 23배 높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분뇨가 분해될 때 산소가 많은 환경을 유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연구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 대응을 한다면 축산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으며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한해 4500만t의 가축분뇨가 발생됐다. 가축분뇨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큰 원인이다. 그러면 이를 역이용할 방안을 없을까. 축산 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이용해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가축분뇨의 퇴비화 처리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생산된 퇴비를 이용해 친환경적 유기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자연 순환형농업이 가능한 셈이다.. 아울러 지열을 이용한 축사 냉난방 기술, 에너지 절감형 축사 환기시스템 개발·보급 등도 꾀할 수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환경 친화적인 축산 방안 마련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이길홍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박지성을 배려하자

    와일드카드란 말이 있다. 원래 카드 게임의 용어다. 결정적인 국면이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자유롭게 사용하는 만능패를 뜻한다. 컴퓨터 용어로도, 스포츠 용어로도 널리 쓰인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는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예상대로 박지성을 와일드카드로 지목했다. 아무래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24일 새벽 끝난 FC바르셀로나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박지성은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팀내 입지가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강건한 모습은 최근의 일이다. 그는 독일월드컵 이후 잦은 대표팀 차출과 부상으로 정작 소속팀에선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무려 1년여 동안 수술과 재활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박성화 감독의 뜻대로 와일드카드가 되면, 봄과 여름에 지옥의 행군을 견뎌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는 5월11일에 막을 내린다. 소속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면 5월22일 모스크바에서 경기를 치른다. 곧바로 5월31일 요르단과의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올림픽팀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8월7일 카메룬과의 베이징올림픽 본선 조별리그 1차전 이틀 뒤에는 프리미어리그의 다음 시즌이 시작된다. 아무리 ‘세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 박지성이라 해도 무리한 일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다음 시즌에서도 유감없이 실력을 펼쳐야 할 박지성에게 여름의 혹독한 일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소속 프로팀의 입장에선 ‘옵션’이기 때문에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거스 히딩크 PSV에인트호벤 감독처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역시 차출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여느 축구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비중있게 대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탓이다. 메달 획득이 국위 선양 차원에서 여전히 중시되는 점과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젊은 선수들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명분과 실리 두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형편에서 희생하는 박지성에게 이 두가지를 강력히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칫 기나긴 슬럼프의 악순환을 다시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젠 박지성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도록 강요하기보다 바로 그 나라가 박지성을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공공부문發 춘투 비상

    공공부문發 춘투 비상

    노동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6월말∼7월초 총파업 등 대규모 투쟁설이 퍼지고 있는 데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4일 노동부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조직 가운데 가장 결집력이 강한 금속노조의 산별교섭과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 조정이 도화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노총 명분 쌓기 돌입 민주노총은 산별조직의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지난 10일부터 산별조직을 순회 방문하는 ‘산별대장정’에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산별조직의 파업권을 위임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초(5월2∼8일)에는 금속노조 방문이 예정돼 있다. 금속노조는 “단체협약이 만료되는 다음달 1일부터 사용자 단체들이 중앙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산별교섭이 6월말∼7월초 투쟁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산별교섭과는 별도로 현대자동차노사가 다음달 10일부터 임금협상을 벌일 예정이다.GM대우 노조도 특별성과급 등을 요구하는 별도의 임단협을 마련했고, 기아자동차도 조만간 임단협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별교섭에 대한 사용자측의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 5월 교섭이 불투명하다.”면서 “노동계는 이를 빌미로 이미 투쟁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기폭제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방침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노총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앞장서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며, 민주노총도 공무원노조, 전교조 등이 참여하는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저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일까지 사회공공성 지킴이 1만명을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중 부처별로 산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제출받기로 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어 노동계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사실상 5월부터 대정부 투쟁에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면서 “산하 조직의 투쟁의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6월말 쯤이면 절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2010년까지 미뤄 놓은 노사관계 선진화제도의 입법화도 노정간 충돌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는 7월1일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들도 2년 이상 계약직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지난해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첫 적용될 때처럼 무더기 해고사태가 예상된다.7월 이전에 법적용을 회피하려는 소규모 사업장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 노사, 노정간의 갈등이 증폭될 공산도 있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정규직근로자의 50% 이상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지만 정규직 전환 여력은 오히려 떨어져 심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질문하는 한국사/내일을 여는 역사 재단 엮음

    모든 사물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물을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역사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질문하는 한국사’(내일을 여는 역사 재단 엮음, 서해문집 펴냄)는 기존의 역사적 인물 등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예컨대 고려말 충신 정몽주는 부적절한 인물을 과거에 합격시키고 고려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자손으로 몰아 죽이는 작업에 뜻을 같이한 만큼 충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고 또 장희빈은 중인 출신이면서 감히 양반 사회에 맞선 탓에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된 비운의 여인으로 재평가한다. 책은 역사 시각의 수정은 물론, 지나치기 쉬운 재미있는 사실(史實)도 소개한다. 고려때 충신이 많은 이유는 불탄 성균관을 다시 지으면서 성리학을 공부하는 생원의 정원을 크게 늘린 까닭이고, 조선 영종·정종·순종이 영조·정조·순조로 바뀐 것은 고종이 왕실의 존엄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직계 선조인 이들의 묘호를 바꿨기 때문이다. 성씨 가운데 김·이·박이 많은 연유는 이렇다. 조선 초기까지 성씨가 없던 천민들이 후기에 성씨를 갖게 됐는데, 이들은 기존 성씨를 사용했다. 이를테면 김씨 집안의 노비는 김씨가 되다 보니 이들 성씨가 급증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걸쳐 ‘상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실들을 소상히 설명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한상범, 인권운동가 서승 등 진보적 학자 30여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1만 49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청담동에 ‘예술의 거리’ 생긴다

    청담동에 ‘예술의 거리’ 생긴다

    청담동은 변신, 또 변신 중? 서울 강남의 청담동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벨트로 착착 모양새를 다듬어 가고 있다. 인사동, 삼청동에 흩어져 있던 화랑들이 하나둘 옮겨 가면서 몇년새 청담동은 문화지도를 다시 그렸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아예 메이저급 화랑들을 죄다 껴안다시피 한 대형 갤러리 빌딩이 강남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담동 문화지도 확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청담역 사거리에서 압구정을 아트밸리로 잇는 ‘예술의 거리’ 조성사업도 한창 가속을 붙이고 있다. ●청담사거리, 한 건물에 18개 화랑입주 # 강남의 새 데이트 코스 ‘네이처 포엠’ 청담사거리에 버티고 선 대형 건물 ‘네이처 포엠’은 아트밸리의 상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들이 분점을 내거나 해외 유수 화랑이 지점을 새로 내면서 건물 자체가 한국판 ‘소호’(뉴욕의 문화예술 거리)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현재 이 빌딩에 입주한 화랑은 갤러리 미, 갤러리 2, 박여숙화랑, 이화익갤러리, 조현화랑, 표갤러리 사우스 등 유명 화랑 14개. 프랑스의 오페라갤러리, 독일의 마이클 슐츠 갤러리 지점도 포함돼 있다. 인터알리아, 선컨템포러리 등 4개 화랑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이 화랑들은 최근 아예 연합체 ‘아트스페이스-네이처포엠’을 만들었다.3층에 입주한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미술뿐만이 아니라 음악공연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는 화랑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미술애호가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이들의 전략이다.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에 빼곡히 들어선 갤러리들을 순례하는 즐거움도 신선하다.“쭈뼛쭈뼛 망설이지 않고 들어와 여유있게 작품을 훑어 보는 20∼30대 젊은 관람객들이 몇달새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건물 자체가 분위기 만점의 데이트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건물의 벽에 설치한 작품들 영구보존키로 # 국제아트 페스티벌 치러낼까? 지난 3월부터는 청담역 사거리에서 청담동 화랑가를 거쳐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예술의 거리’(가칭)도 본격 조성작업에 들어갔다. 강남구청과 청담동 대표 화랑주들이 사업의 주축. 우선, 예술의 거리 구역내 주요 건물 외벽이나 도로 시설물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예술의거리 조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담동 카이스갤러리 유명분 대표는 “올 가을 청담미술제 때에는 갤러리들의 건물 외벽에 예술작품을 설치한 뒤 철거하지 않고 영구보존할 계획으로 현재 작가를 섭외 중”이라며 “압구정 패션거리 축제를 청담미술제와 함께 개최해 ‘예술의 거리’를 문화명물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청담동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올해는 15개 건물에 예술작품이 설치될 계획이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도 “올해 시범운영한 뒤 내년 가을부터는 예술의거리에 국제아트 페스티벌을 유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베이징 올림픽 D-110일’ 태릉 선수촌 이에리사 촌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베이징 올림픽 D-110일’ 태릉 선수촌 이에리사 촌장

    가끔 이런 말을 한다.‘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라고. 금의환향, 개선장군이 읊으면 더욱 ‘멋져부러’다. 원래는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가 처음 말했다. 적과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뒤였다. 카이사르는 또 루비콘강을 건널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비장한 심정을 역사에 남기기도 했다. 짧고 강한 멘트가 인상적이어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된다. 오늘날 올림픽대회 같은 큰 결전을 앞둔 상황, 그리고 승리의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와 축배의 잔을 들 때도 종종 인용된다. 언제부터인가 올림픽경기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TV화면에 선수 프로필과 함께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우리들은 대한 건아 늠름하고 용감하다/기른 힘과 닦은 기술 최후까지 떨쳐보세/이기자 이겨야 한다∼’라는 노래(모기윤 작사·김희조 작곡)가 흘러나왔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스트레스 해소로 막판 컨디션 관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109일(8월8∼24일) 남았다. 티베트사태로 성황봉송 레이스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는 있지만 내로라하는 세계적 선수들이 다 ‘베이징시계’에 맞춰 놓고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13억 인구의 중국은 자국 개최라는 이점을 최대한 이용, 금메달 40개로 미국을 누르고 종합 우승을 확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10개를 따내 10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궁, 태권도, 레슬링, 핸드볼, 수영, 역도, 유도, 남자체조 등에서 금메달을 기대한다. 하지만 다른 올림픽 때와는 달리 가장 어려운 대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대규모의 투자 등 이번 대회에 ‘올인’하는 만리장성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중의 광적인 응원이나, 경기장 곳곳마다 간단치 않은 텃세가 우리 선수들을 괴롭힐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같은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걱정하면서도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120% 발휘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에리사(54) 태릉선수촌장이다. 그럴 것이 올림픽에 출전할 우리나라 대표선수들 대부분이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마지막 비지땀을 쏟아내고 있다. 이 촌장 또한 ‘대한 건아’들의 큰언니, 큰누나, 혹은 어머니로서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사라예보의 전설’처럼 세계를 제패한 ‘영웅’으로 그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정을 가장 잘 알 터. 이 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불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선수들과 마주쳤지만 폭풍전야의 정중동처럼 어떤 비장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태릉선수촌에서는 현재 360명 정도가 맹훈련 중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 10개를 획득하고 ‘톱10’ 진입이 무난할까요. “선수들을 볼 때마다 제 마음 같아서는 금메달을 팍팍 찍어내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다른 대회보다 무척 어렵습니다. 각 종목마다 중국선수와 맞닥뜨려야 하고 시합장 분위기도 중국에 유리하게 만들겠지요.88서울올림픽때 우리가 4위, 중국이 1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역전이 되는 것이지요. 또 같이 10위권 진입을 다툴 일본도 우리에 비해 메달 가능 종목이 넓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끈질긴 정신력과 저력이 살아나면 기대 이상의 결과도 나올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금메달 가능 종목은 어떤 것인가요. “현재로선 양궁(2), 태권도(2), 유도, 여자역도, 남자수영, 레슬링, 남자체조 등에서 8∼10개를 금메달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 톱권인 (박)태환이와 (장)미란이가 경기를 잘 뛰어주길 바라고 있지요.” ▶올림픽 100여일을 앞두고 요즘 선수들은 어떻게 보냅니까. “선수든 지도자든 다 베이징에 올인해 있지요. 모든 것이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이들에게 잘 먹게 하고, 쉴 때 잘 쉬게 하고 또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지금쯤이면 선수나 지도자나 사기가 매우 중요할 때입니다. 컨디션 조절도 물론입니다. 그래서 식당 등에서 선수들을 볼 때마다 항상 탈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지요. 혹 짧은 바지라도 입었으면 ‘이 녀석아 환절기 때 감기 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다 아들딸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이 촌장은 요즘 하루 정해진 공식일정 외에 틈나는 대로 식당의 주방장과 요리사 등을 만나 ‘좋은 음식’을 자주 주문한다. 또 종목별 지도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선수들의 건강상태나 어려운 문제 등 이런저런 얘기를 터놓고 하는 일도 더욱 많아졌다. 이때마다 후배들에게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후회하지 않을 결과가 나온다.”라고 강조한다. ▶촌장에 취임한 지 만 3년(임기 4년)이 됐습니다. 여성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텐데요. “너무나 힘든 3년이었지만 동시에 아주 값진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무나 와서는 안 되는 자리라는 것도 실감했지요. 고통도 뒤따랐고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1년 남았지만 우리의 체육 발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는 체육인이자 여성으로 첫 선수촌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당초 주위에서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3년 동안 뛰어난 행정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런 등등의 이유가 덧붙여져 올초 역대 올림픽메달리스트 168명으로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도전하라는 추대를 받고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IOC 위원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IOC 위원에 뽑힐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체 IOC 위원 중 여성몫이 20%(23명)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16명밖에 안 돼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추천을 받았다는 것은 일단 명분은 세웠다고 봅니다. 또 우리나라도 이젠 선수 출신도 (IOC 위원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2006년 3월 IOC로부터 ‘아시아 여자선수상’을 수상한 것도 이롭게 작용할 것입니다. 여기에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 등등을 고려할 때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지요. 시기가 언제라고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IOC 자격심의위와 집행위를 통과하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현재 공식적으로 IOC 위원에 도전한 국내 인사로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유일하다. 문대성 동아대 교수의 경우는 선수분과위원이기 때문에 영역이 약간 다르다. 이 촌장의 경우 비어 있는 ‘여성몫’을 노리고 있는 것. ●여성 몫 IOC 위원에 도전할 것 꼭 45년 전 이맘 때였다. 대부분의 국내신문은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만리장성 중국을 꺾었다’ 그러면서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이에리사 등 한국 여전사들이 일본은 물론 세계 최강 중국을 무너뜨리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고 대서특필했다. 바로 이날은 건국 이후 첫 국제대회 금메달이자 한국 구기종목이 세계를 처음 제패한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사라예보의 전설’이 IOC 위원 도전은 물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또다른 이유이다. 이 촌장은 아직도 독신이다. 까닭을 묻자 “수다 떠는 친구들도 있고, 집에 가면 솔직히 씻고 자기도 바쁘다. 휴일에는 가끔 혼자 산에 올라 심호흡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면서 “이제 와서 뭘….” 하며 미소만 짓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4년 보령 출생. ▲70년 제10회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 주니어부 개인단식 우승. ▲71년 국내대회 8관왕. ▲72년 제15회 스칸디나비아 오픈탁구대회 개인전 단·복식 우승. ▲73년 서울여상 졸업, 제32회 세계 탁구대회(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 단체전 우승. ▲76년 제28회 독일 국제오픈탁구대회 개인전 단·복식 우승. ▲97년 명지대학교 체육학 박사. ▲99년 용인대학교 교수.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탁구대표팀 감독. ▲05년 태릉선수촌장. ▲06년 국제올림픽위원회 ‘여성과 스포츠 트로피’ 수상. #주요 저서 ‘2.5g의 세계’‘탁구훈련지도서’외 다수.
  • 양보 협상…‘광우병 검역’ 구멍

    양보 협상…‘광우병 검역’ 구멍

    한국과 미국 간의 쇠고기 협상이 18일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그러나 협상의 기본인 ‘이익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퍼주기 협상’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미국 쪽 요구는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 반면 ‘강화된 사료 조치가 이행되고,30개월령 미만 쇠고기에 한해 수입한다.’는 우리 측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가 관보에 강화된 사료 조치를 공포하면 모든 월령의 쇠고기를 수입해야 하고, 미국 현지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 처리를 의식, 지나치게 미국의 입김에 떠밀리다 보니 ‘국민 건강권을 그대로 내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FTA비준 8부능선 넘었지만… 미국 관계자들은 ‘쇠고기 수입 재개가 FTA 비준의 선결조건’이라는 입장을 지난해 FTA 협상 이후 줄기차게 밝혀왔다. 우리 정부도 외교 라인을 중심으로 ‘더 큰 국익(FTA)을 위해 쇠고기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번 타결은 정치 일정에 휘말려 FTA의 의회 비준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미국 측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전망이다. 참여정부 때 경색됐던 한·미 관계의 개선도 기대된다. 우리 측 협상 대표인 농림수산식품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이날 “2년 동안 한·미 간 불신을 뿌리깊게 야기했던 요인이었던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 한·미 관계 강화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결과는 득보다 실이 더 커 보인다. 민동석 정책관은 “미국이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한다는 시행령을 관보에 공포하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공포 뒤에도 실제로 입법화가 안 될 수 있지만 미국의 의지가 보인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동물성 사료를 먹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역시 미 연방정부의 공포 뒤에는 ‘미국의 의지’만 믿고 우리가 수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물성 사료는 광우병의 주원인인데다 광우병이 주로 발생하는 소는 30개월령 이상이다. 미국이 수출하는 자국산 쇠고기의 90%는 24개월 이하에 몰려 있다. 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고가 쌓여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처분하는 게 미국의 핵심적 요구라고 한다. 우리는 이를 충실히 들어준 셈이다. ●건강은 내주고 실익은 못 찾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했을 때 우리는 수입 중단을 할 수도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여부를 확정하는 역학조사 기간 중에도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광우병)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측 협상단의 논리다. 수입을 잠정 중단했던 지금까지의 조건에서 대폭 후퇴한 셈이다. 여기에 SRM이 섞일 수 있는 내장 등도 그대로 수입되는 동시에 수입 물량에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검출돼도 해당 작업장에 대한 수출 승인 취소도 요구할 수 없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주권 국가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검역 주권을 우리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것이고, 검역에 있어 무정부 상태를 맞게 됐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원칙도 없고 기준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표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FTA 비준은 ‘탄력’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동의를 가로막아온 최대 ‘장애물’인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미 의회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형성될 토대가 마련됐다. 쇠고기 문제 해결 전에는 비준동의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고 버텨온 미 의회로서는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졌다. 미 행정부로서도 쇠고기 문제라는 큰 부담을 덜게 돼 한·미 FTA 비준동의 절차 개시를 위한 의회와의 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통상 전문가들은 민주당에서 쇠고기 문제 이외에 자동차 문제까지 들고 나오고 있지만 미 의회 내에서도 이같은 요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이 있어 분위기는 비준에 유리한 쪽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 정부와 18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한나라당이 미 의회 동향과 관계없이 조속한 시일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경우 미 정부와 의회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과 농업·축산업이 주요 산업인 지역의 주 정부들도 한·미 FTA의 연내 비준동의를 위한 대의회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유리한 국면으로 조성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의회의 동의없이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출한 미·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이행법안)이 하원에서 제동이 걸리며 의회와 행정부가 최악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FTA를 정치 이슈화하면서 대선 후보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한·미 FTA의 비준동의 전제조건들이 충족된 마당에 무조건 버틸 경우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따라서 FTA 비준동의에 대한 명분을 쌓고 실리를 챙기기 위해 행정부와 무역조정지원법(TAA) 개정 협상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kmkim@seoul.co.kr
  • 中·타이완 교류 속도 붙었다

    中·타이완 교류 속도 붙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의 총통 당선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중국과 타이완간의 양안 교류협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급진전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과 대형 국유기업 경영자들로 구성된 투자단이 다음주 타이완을 방문할 것이라고 18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의 투자단이 타이완을 공식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위안화 환전 확대 등 경제교류 봇물 타이완은 그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우려, 중국인들의 타이완 투자를 금지해 왔었다. 중국인의 투자는 위축된 타이완 경제를 빠르게 소생시킬 뿐 아니라 양안 합작을 더욱 빠르게 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완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오는 7월쯤 일괄 타결이 예상되던 양안간 교류 확대 조치 가운데 일부는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특히 위안화 환전은 마잉주 당선인의 총통 취임일인 5월20일 이전에 실시될 것으로 전해졌다.‘민진당 정부가 민심을 사기 위해 단행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타이완에서 위안화 환전은 진먼(金門)·마주(馬祖) 지역에서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타이완의 국내 은행에서도 제한된 금액을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오는 7월4일을 목표로 추진중인 양안 직항노선이 개통되면 양안 기업인들은 시간·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보증금 20만위안(3000만원) 납부, 재직증명서 제출 등 대륙인의 타이완 관광 규제도 철폐되면, 현재 연간 8만명 수준인 중국 관광객은 1년내 100만명으로 늘어난다. 타이완은 이를 4년내에 4배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관광소득만 2조원에 4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양안 협상기구인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에 내정된 장빙쿤(江丙坤) 국민당 부주석은 오는 4월말이나 5월초 마잉주 차기 총통의 당선 사례를 명분으로 중국을 방문, 천윈린(陳雲林)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주임 등을 만나 이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관광규제 철폐로 타이완 일자리 창출 이 자리에서는 직항·관광자유화 등 경제협력 방안뿐 아니라 향후 양안 평화협정 등을 논의하는 협상채널의 구축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 부주석은 이를 위해 지난 14일 관련 전문가 회의를 소집, 구체적 협상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소호(SOHO) 중국의 판스이(潘石屹) 회장을 비롯해 푸리(富力)부동산 리쓰롄(李思廉), 완퉁(萬通)부동산 펑룬(憑侖) 등 중국의 부동산 재벌들은 세계 최고층 건물인 ‘타이베이 101’의 한층 전체를 임대해 벌써부터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jj@seoul.co.kr
  • 학교 투명성 뿌리째 흔들

    학교 투명성 뿌리째 흔들

    “정부마저 손을 뗀다니 걱정입니다. 어쩌겠어요.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 조모(53)씨는 17일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통제해 왔던 관련 지침들이 없어지자 걱정부터 앞선다. 평소에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진행해온 교복 구매나 부교재 선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과부 “운영위가 하면 될 것을…” 교과부가 학교 투명성 관련 지침들을 대거 폐지하자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교과부는 학습 부교재 선정 및 초등학교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교복 공동 구매,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계획 등을 즉각 폐지했다. 하지만 ‘학교 자율화’란 명분으로 지나치게 서두른 게 아니냐는 비난도 거세다. 교과부 관계자는 “매년 4∼5월 교과부가 촌지 방지 지침을 내리기만 했을 뿐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면서 “모든 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또 통제하는 것은 행정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도 이날 모교인 서울 용산 초등학교를 방문,“일부에서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계획’,‘학습부교재 선정 지침’,‘교복공동구매 지침’ 등을 폐지한 데 대해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갖고 품위를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운영위 감시기능 ‘글쎄’ 그러나 교과부가 신뢰하고 있는 학운위가 학교의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해내고 있을까. 학부모와 교육 관련 단체들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학운위 위원 선출 과정부터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코드 인사’를 위해 학부모의 ‘직접 선거’를 막고 친(親)학교적인 학부모를 암묵적으로 대표로 선출시키는 관행이 많이 퍼져 있다.(서울신문 4월14일자 8면 참조)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의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매년 4∼5월이 되면 불법 찬조금(촌지) 신고센터를 운영해 신고를 받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면서 “학운위 선출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학운위가 나서서 촌지를 걷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학교 자율화 열풍 탓에 3만∼5만원이었던 불법 찬조금 규모가 5만∼15만원까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복 공동구매나 부교재 선정, 초등학교 신문 강제 구독도 마찬가지. 학운위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비리 사례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전교조 관계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 사라지면서 부패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이번엔 인도서 ‘반쪽 봉송’

    인도 뉴델리에서의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도 긴장과 거센 항의 물결속에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17일 행사장에 초대된 귀빈 등 일부 행사 관계자를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성화 봉송 행사를 직접 볼 수조차 없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들만의 잔치였다. 이날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의 뉴델리 국제공항에 도착한 성화는 오후 뉴델리 중심부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부터 인디아 게이트까지 2.4㎞ 구간을 달렸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뉴델리 시내 라즈패스 주변에 1만 5000명이 넘는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다. 성화 봉송을 전후해 행사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바리케이드로 통제됐고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사복 경찰과 군인들까지 치면 구경꾼보다 지키는 경비요원이 더 많았을 것이란 풍문까지 돌았다. 1000여명의 티베트 시위자들은 티베트의 독립과 자유를 염원하는 별도의 성화 봉송 행사를 열었다.AFP는 이날 티베트 승려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뉴델리 라그하트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묘역에서 자신들만의 성화 봉송을 벌이며 중국의 티베트 정책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인도 북부에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서 있고 10만명에 달하는 티베트인이 살고 있어 뉴델리 코스는 성화 봉송의 최대 난코스였다. 인도 당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기로 들어섬에 따라 불상사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초긴장 속에 철통 같은 경비를 폈다. 성화가 공항에 도착한 뒤 수백여명의 티베트인들이 뉴델리 시내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따라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여 수십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고 CNN 등은 전했다. 한편 홍콩 정부는 당초 계획됐던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로를 단축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7일 전했다. 명분은 교통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티베트 독립지지 시위나 반중 시위를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데스크시각] 우리에게 역사의 신은 있는가/ 김종면 문화부장

    [데스크시각] 우리에게 역사의 신은 있는가/ 김종면 문화부장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말이 있다. 딴은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70여년 전 청계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川邊風景)’은 이렇게 시작한다. 봄의 끝 자락인 춘삼월, 이제 그 천변의 바람은 훈기를 내뿜고 있지만, 내 가슴에 스며드는 바람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천변풍경’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심한 일들이 천변의 바람 결을 제대로 느낄 여유마저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변풍경’은 적잖은 수모를 겪었다. 어느 야당 대통령 후보의 업적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 소설은 몇몇 문학행사에서 언급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권력에 기댄 이들이 스스로 권력의 눈치를 보며 그런 반문화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딱한 일은 또 있다. 한 관변단체가 주관한 시험에선 출제위원이 ‘천변풍경’ 문제를 내려 했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출제가 보류된 적도 있다. 가히 ‘천변풍경’ 수난시대였다. 그럼 ‘천변풍경’은 어떤 소설인가. 월탄 박종화는 서울 토박이 말을 사용한 ‘경알이문학’(서울문학)의 표상으로 삼았고, 춘원 이광수는 “내가 읽은 가장 인상깊은 소설”이라며 찬탄해마지 않았다. 제6차 교과과정이 적용된 1994년 이후엔 문학 교과서에도 실리며 청소년들의 ‘필독서’가 됐다. 서울대는 한국고전 100선 목록에 올려 일독을 권하고 있다. 이런 작품에 그처럼 마(魔)가 낀 것은 우리 문화가 아직도 타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제 와서 지난 일들을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문화의 자율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유혹 앞에 문화적 명분은 내동댕이쳐지기 일쑤다. 문화는 지금 이 순간도 정치에 치여 신음하고 있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문화계 코드인사 퇴진 논란만 해도 그렇다.‘천변풍경’의 경우와 차원은 물론 다르지만, 둘 다 정치가 개입해 문화를 죽이는 꼴이란 점에선 똑같다.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쪽도, 버티기로 맞서는 쪽도 정치생각만 있지 문화생각은 없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최고라는 독선과 아집의 정치만 춤춘다. “계속 잡음을 일으키는 분들”의 퇴진과 관련, 유 장관은 성숙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누고 귀 기울이고 보듬어 가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기보다는 군림하고 지배하는 ‘헤드십’에 가까웠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대선게임을 취재한 뉴스위크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지금은 “머리와 가슴이 맞서면, 가슴이 이기는(When It’s Head versus Heart,The Heart Wins) 시대다. 물갈이를 하든 조직개편을 하든 지금 유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감성의 리더십, 설득과 소통의 추진력이다. 문화계 전반에 신뢰의 인프라를 까는 일이 시급하다. 취임 후 유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낸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라는 막말 성명은 피아(彼我)밖에 없는 살벌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아무리 억장이 무너지기로서니 이게 어디 문화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할 말인가. 퇴진 논란의 핵인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이 단체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가. 선(善)을 지향하는 역사의 신이 존재한다면, 누구도 그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개인의 명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계 전체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떳떳하게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대가 더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면, 난 나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나귀를 거꾸로 타고라도 떠나고 말겠다. 그게 그나마 구겨진 명예를 살리는 길이요, 문화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도다. 김종면 문화부장
  • 남경필 “당권 도전할 수도”

    남경필 “당권 도전할 수도”

    한나라당 소장파의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이 7월 전당대회에 출마,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남 의원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안할 수도 있다.”면서도 “당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안인 친박(親朴·친박근혜) 인사 복당에 대해 남 의원은 “친박연대에 대해서는 반대다.”고 분명한 입장을 보인 반면 친박 무소속 연대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난 공천과정에서 이상득 국회부의장 불출마를 요구하며 ‘3·23 쿠데타’에 적극 가담한 것에 대해 남 의원은 “(불출마를)이루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내 비주류 행보를 보여 왔지만 4선 중진의 반열에 오른 남 의원은 “정치인 남경필의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며 새로운 길을 모색 중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친박연대 복당에 반대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크게 보면 해당행위를 했다. 특히 비례대표 부분에서 국민적인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분을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다. 한나라당에서 공천 신청자격조차 안된 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논의할 것은 아니다. ▶총선 결과 영남권에서 친박 계열이 돌풍을 일으켰다. 공천이 잘못된 것 아닌가. -잘못됐다. 하지만 공천 피해자 중 당을 위해 출마 안한 사람이 더 많았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친박연대가 범여권인가, 야당인가. -그건 그분들에게 물어 봐라. 그분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 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도권 민심이반을 명분으로 공천과정에서 이상득 부의장 불출마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부의장이 출마하고도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했다. -오히려 그때 (이 부의장이 불출마)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영남권도 무소속 출마자들이 당선되기 어렵지 않았겠나. 공천 책임자들로 알려진 분들이 흔쾌히 책임졌으면 박근혜 전 대표도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영남에서도 친박 바람이 불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득 부의장과 친박측에 각을 세워 전당대회에 출마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게 평가된다면 안하는 거다. 내 목소리가 당에서 받아들여지고 인정되면 하는 거고.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안할 생각도 있다.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옛날처럼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다. 이제는 개인적인 얘기하면서 의사소통하고 네트워킹할 것이다. 사람이나 세력에 소속해서 할 생각은 없다. 원칙과 기본에 맞춰 얘기할 것이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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