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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미플루·백신 이것이 궁금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타미플루를 복용하고도 숨진 것으로 밝혀져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바이러스제 복용이나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맹신해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타미플루와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타미플루 복용하면 안심? 그렇지 않다. 항바이러스제라고 해서 바이러스를 100% 죽이지는 못한다. 타미플루의 주요 기능은 증세의 완화와 합병증 발생 위험 약화다. 만약 신종플루 증세가 악화돼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기고 신체 기관의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타미플루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타미플루 부작용 심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타미플루로 인한 치명적인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약 복용 뒤 위장장애나 설사 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경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릴렌자는 효과가 떨어진다? 같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와 릴렌자의 효과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300만명분 이상의 릴렌자를 예비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미플루는 입으로 먹는 경구제이고 릴렌자는 입으로 들이마시는 흡입제라는 점을 빼면 어느 약이 효과가 더 좋다고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백신 접종하면 병 안 걸린다? 백신을 접종해도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다.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항체를 생성하게 한다. 우리 몸 내부의 자체 면역 시스템이 가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항체가 생성되지 않아 여러 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사례도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中, 소말리아 해적퇴치 주도 선언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이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인도양에 더 많은 전투 함정을 파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해군의 원양 작전능력 확대 등 군사력 확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례 없는 중국 해군의 적극적 선언은 지난 6~7일 중국이 긴급소집한 ‘아덴만 항해 보호 국제협력회의’에서 이뤄졌다.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미국과 유럽 연합(EU), 러시아, 일본, 인도 등의 해군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우리 해군도 아덴만에 함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초청대상에서 제외됐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소말리아 해적퇴치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0일(현지시간) 회의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회의에서 중국 측은 각국 함대의 효율적인 합동작전과 추가 함대 파병 필요성 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중국이 전례 없이 매우 적극적이어서 놀랐다.”며 “많은 참가국들이 중국 측 설명에 공감했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좀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종 판단은 다음달 초 바레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의 샘 베이트맨 박사는 중국 측의 이런 전례 없는 주도권 선언에 대해 “군사력에 걸맞는 국제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한 군사소식통은 “중국 측 의도와 기존 파병국가들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며 “현재의 작전시스템도 문제가 없는 만큼 중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할 명분이 적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19일 해적들이 소말리아 동부 해안 인근 인도양에서 중국인 25명 등 146명의 선원이 탑승한 중국 화물선 더신하이(德新海)호를 납치한 직후 긴급 마련됐다. 현재 소말리아 해역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EU,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세계 20여개 국가가 자국 선박 보호를 위해 함정을 파견해 놓고 있다. stinger@seoul.co.kr
  • 소아·어린이용 타미플루 벌써 바닥?

    소아·어린이용 타미플루 벌써 바닥?

    타미플루 재고량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질병관리본부가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정부비축 성인용 타미플루(75㎎)의 재고량이 84만 3738명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용량이 30㎎인 소아·어린이용 타미플루는 재고가 바닥났고, 역시 소아·어린이용인 45㎎ 용량 타미플루의 재고량은 2175명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 의원은 특히 국가전염병재난단계가 ‘경계’였던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항바이러스제가 71만 6794명분이나 소진됐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까지 수입할 예정인 타미플루는 성인용 타미플루 408만명분, 소아용 타미플루 102만명분 등 총 510만명분이다. 그러나 계약서 상 납품기한이 12월 말로 돼 있고 항바이러스제가 납품 마감기한 직전에 입고돼 온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새달 중순까지는 항바이러스제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곽 의원은 전망했다. 총 363만명분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른 항바이러스제 릴렌자는 7세 미만 미취학 아동에게는 투여할 수 없어 사용이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공식자료를 내고 “이달 8일 현재 총 496만명분의 정부비축분 항바이러스제 가운데 의료기관, 약국 등에서 141만명분이 투약됐고 355만명분이 현재 사용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또 “추가물량은 타미플루 549만명분과 릴렌자 247만명분으로, 이달 초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총 17회에 거쳐 비축할 예정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美·中 팽팽한 경제 기싸움

    │베이징 박홍환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 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통상, 환율 등 경제분야의 민감한 이슈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양측이 어떤 모양새로 봉합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도 나온다.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 참석 중인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8일 이집트의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미국은 적정한 재정적자 규모를 유지해 달러화의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러화 안정성은 이미 원 총리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시기상의 민감함 때문에 방중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환율 문제를 거론한다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도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잇단 무역구제 조치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지난 9월 중순 중국산 저가 타이어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시추용 강관, 코팅 용지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9일 ‘오바마 대통령 곧 방중, 중·미 무역전쟁 격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위안화 환율 절상을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반덤핑 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미 무역전쟁에서 최대 쟁점은 위안화 환율 문제”라면서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가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오바마 행정부는 수출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위안화 환율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고, 중국은 경제여건상 당분간 위안화 환율을 높일 수 없어 양측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 측이 요구해온 시장경제지위 인정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측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이유로 난감해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양측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상하이를 시작으로 18일까지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과 회담한다.stinger@seoul.co.kr
  • ‘金추’가 배추로 돌아왔다

    ‘金추’가 배추로 돌아왔다

    생산자물가가 넉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물가 측면에서의 기준금리(현재 연 2.0%) 인상 명분은 약해지게 됐다.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열린다. 특히 한때 ‘금(金)추’로 불렸던 배추 산지 값이 39.1%나 떨어져 김장철을 앞두고 가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10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산자물가는 9월보다 0.8% 떨어졌다. 하락세 반전은 지난 6월(-0.3%) 이후 처음이다. 이병두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농림수산식품 물가가 출하량과 어획량 증가로 7.0% 떨어진 데다 공산품도 환율 하락 등으로 0.8% 내린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전력·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은 0.5%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변동이 없었다. 이 과장은 “전체적으로 물가는 앞으로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되지만 유가와 환율 움직임이 변수”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보면 배추 외에도 시금치(33.9%), 오이(25.7%), 사과(16.3%), 단감(12.8%) 값이 많이 떨어졌다. 축산·수산품 중에서는 가자미 값이 가장 많이(47.5%) 떨어졌고 조기(-45.0%), 갈치(-38.0%), 돼지고기(-16.5%), 고등어(-11.6%), 계란(-8.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한 생산자물가는 3.1% 하락해 전월(-2.6%)보다 하락 폭을 키웠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정부예산 대해부] 알맹이 빠진 정보공개

    “보안상 안 됩니다.” 국방부는 보안이 철저했다. 예산 정보를 요청하면 이 같은 답변으로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구체적인 데이터는 쏙 빠졌다. 이유는 군사기밀 하나가 잘못 누설됐다가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에서 ‘보안상 문제’를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기의 구매량이나 구매 일정 등은 보안상 비공개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단순히 ‘협상중’, ‘비즈니스 차원’ 등의 명분으로 예산 정보를 공개하기 껄끄러워한다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들은 “무기비용이나 기타 예산 내용은 공개하는 것이 기본인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대외비, 보안상 문제를 들어 자료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한 예산분석관은 “어느 부서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예산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문제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0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기무사령부에서 수행되는 방위력개선사업에 대한 정책·제도 평가, 집행점검, 성과분석 업무는 비공개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분석 내용의 신뢰성과 전문성에 대한 검증이 제한적이며 경우에 따라 사업 정보를 왜곡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화/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열린세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화/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아날로그세대들은 아날로그 방식대로 말을 하고 디지털 세대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해석한다. 반대의 경우도 똑같다. 대화를 할 때마다 서로가 매번 기막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공 특성상 청소년들의 문화를 공유해야 하는 나로서는 힘들 때가 많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모자를 쓰거나,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있거나, 음식을 먹고 있으면 내겐 여전히 버릇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편해서 좋아서 필요해서 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예의의 기준은 따로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나 어른들은 바르게 지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마구 침범한다. 디지털 세대의 눈에도 대부분의 아날로그 세대들은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다. 트랜스포머2를 극장에서 다섯 번이나 본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다. “합체되는 게 예술이잖아요.” 그에겐 트랜스포머들이 합체되는 영상 자체가 영화의 가치를 충족시키는 일이었다. 줄거리와 작품성을 따지는 아날로그 세대들은 이런 영화를 돈 주고 여러 번 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숙성한 아날로그 세대인 나 역시 기억해야 할 ‘나의 영화 목록’ 속에 이 영화를 넣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디지털 세대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려는 아날로그 세대들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어느 재즈피아니스트는 연주도중 틀려서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지난번에도 이랬다며 실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심지어 리허설도 안 했는데 기분이 좋아 연주가 잘된다고 스스로 만족해하기까지 했다. 청소년 관객들의 반응은 흥미롭다. 그가 실수할 때마다 더 많은 환호를 보내며 열광한다. 아날로그 세대들은 아무리 좋아하거나 유명한 연주자라도 실수를 하면 크게 실망한다. 더욱이 연습이 부족했다고 느끼면 관객을 모독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연주회장 안에서 난 그가 관객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청소년들은 그를 매우 솔직하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고 공동의 이익을 우선하며 일과 놀이를 구별하는 아날로그 세대들은 이러한 구별이 없는 디지털 세대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늘 재미와 오락을 추구하는 것이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소년들은 아날로그적인 양식이 갑갑하고 말이 안 될 뿐이다. 어찌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는가. 상황에 따라 가치의 기준은 바뀌고, 그것의 기준은 ‘나’에게 있는데… 내가 존재하지 않을 때 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존재하는 동안 내게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의 기준은 내가 이일을 함으로써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냐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선 모든 것이 이런 원리로 돌아간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면 이전 것은 쓸모가 없고, 내게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나보다 위대한 사람이다. 독창적인 것이 가치를 발휘하다 보니, 평균에서 벗어나는 행동들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평균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을 한심하게 느낄 뿐이다. 규범에 대한 존재감이 없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아날로그 세대들이 디지털 양식을 모두 수용하고 공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원리를 모르면 디지털 세대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상대방의 원리를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것이겠지만, 아날로그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디지털 세대들이 아날로그 양식을 이해하기란 아날로그 세대들이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지털 세대를 움직이려 하면 고장만 나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세대들에겐 디지털의 원리를 파악하고, 그들의 가치기준에서 말과 행동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세종시 어디로] ‘원안 수정’ 여권주류 속내

    “세종시, 대운하와는 다른 길로 간다.” 세종시 원안 수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여권 주류가 ‘대운하 학습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친이 주류 모임인 안국포럼의 한 핵심의원은 8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논쟁 과정에서 얼마나 곤욕을 치렀느냐.”면서 “절대 그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류 의원도 “세종시 문제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운하 논쟁’처럼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논쟁의 중심되면 타격 심각” 이들이 거론하는 ‘대운하 학습효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국민이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주류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은 핵심공약인 대운하 사업을 국민이 반대해서 못했다. 거꾸로 세종시 원안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역으로 여론전에 자신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한나라당 내 친이 쪽에서 국민투표가 제안된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이 대통령이 총대를 메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휘발성 강한 논쟁에 끌려들었다가는 대운하 때처럼 이 대통령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대운하 때 이 대통령이 비난의 화살을 혼자 다 맞았다. 당시 정권 전체의 전력이 상당히 손상됐다.”고 털어놨다. 여권 주류는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마당에, 이 대통령을 세종시 논쟁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증마저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논쟁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정부수정안→여론→MB 결단 順 복수의 친이 쪽 의원들은 ‘정부의 수정안 제시→정치권 논의→여론 주시→대통령 결단’ 순으로 세종시 논쟁이 매듭지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의원은 “여론이 정부안을 지지하면 정부안대로 추진하면 되고, 반대한다면 원안대로 하면 될 것”이라면서 “이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여권 주류는 사실상 수정안 강행을 전제로 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핵심 의원은 “세종시 수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며, 이에 따른 여권 주류의 방향도 설정됐다.”면서 “정부가 대안을 내놓고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재차 확인된 뒤에는 주류의 움직임이 더욱 일사불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이 “적극 대처” 움직임 본격화 이미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친이 직계 소장파들이 지난 주말 모임을 갖고 세종시 문제에 적극 대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성진·정태근·이은재 의원 등은 이번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운찬 총리 지원에 나서면서 사실상 친박계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곧 안국포럼이 가세하고, 친이계 전체가 전면에 나서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류 내부에는 “집권 중반기에,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차피 친이-친박 간의 대결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명분있게 국가적 어젠다를 놓고 벌이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 내부에는 훨씬 더 많아 보인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국회 대정부질문] 아프간 재파병 날선 대립각

    6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간재건팀(PRT) 보호와 국제적 위상”을 이유로 정부의 재파병 방침을 지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부족한 명분과 국군의 희생”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김충조 의원은 “지난 2007년 샘물교회 사태가 재발하거나, 해외에 있는 우리 공관과 교민이 탈레반이나 이슬람 테러단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은 “미국의 대(對) 중동 정책에 끌려가기보다 외교력을 발휘해 평화적 대중동 정책의 동반자로 가야 한다.”며 경제적 지원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문학진 의원은 “아프간은 제2의 베트남이 되고 있다.”면서 “재파병을 철회하고 대선 이후 아프간 상황과 미국의 정책, 국제적 동향을 지켜본 뒤 PRT 확대와 파병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연합군도 추가파병을 검토 중일 만큼 사정은 어렵다.”면서 “우리 힘으로 우리 재건팀 요원을 보호하고, 우리 부대를 경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동성 의원은 “한국의 위상, 타국의 파병 현황을 고려해 1000명이 넘는 인력을 아프간으로 파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아프간 파병은 우리 경제 규모가 국제적으로 10위권에 드는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멤버가 된 시점에 국제사회 의무를 다하는 것이 도리라는 대외정책의 흐름 속에서 결정됐다.”면서 “(우리 군의)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타미플루 사재기 샅샅이 밝혀내라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불법유통 양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검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그제 타미플루 수입사 한국로슈에 대해 압수 수색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로슈는 평소 거래하던 의료기관과 짜고 13개 기업의 직원 명의로 허위 처방전을 발급받아 타미플루 2만 7000 캡슐을 구해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로슈는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스위스 로슈사의 한국 지사로,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타미플루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지금까지 식약청에 적발된 타미플루 불법유통량은 모두 7287명분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HSBC은행, 한국노바티스 등 다국적 회사로 유입됐다고 한다. 이들 회사의 불법 사재기 배후에 한국로슈가 있었던 셈이다. 신종플루 ‘대유행’속에 항바이러스제 투약 시점을 언제로 할까 고민할 정도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이런 사재기 행위가 벌어지다니 도덕적 패륜행위가 아닐 수 없다.식약청은 불법을 저지른 병·의원 10곳과 약국 4곳에 대해 각각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한국로슈의 타미플루 불법유통 경로 또한 철저히 파악해 엄정 조처해야 한다. 현행 약사법은 허위 처방전으로 약을 구입해 유통시킬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타미플루 수입업체와 의료기관, 다국적 기업의 검은 커넥션이 확인된 이상 당국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다스려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장사 수단으로 삼는 ‘죽음의 상인’이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대한의 제재 조치를 내려야 한다.
  • [신종플루 초비상] “시민 370만명 접종”… 예방 팔걷은 서울시

    [신종플루 초비상] “시민 370만명 접종”… 예방 팔걷은 서울시

    서울시는 5일 신종플루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오세훈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신종플루 심각단계 대응 9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대책은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및 운영 ▲중환자에 대한 비상대응체계 구축 ▲예방접종 조기완료 ▲항바이러스제 확보와 선제적 투약 ▲환자 집단발병 예방과 대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5개 실무 추진반 25명으로 구성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상시 근무하는 종합상황실 체제로 운영된다. 종합상황실은 주간 25명, 야간에는 3명이 근무하며, 현장상황을 총괄하고 예방접종 업무와 거점병원·약국 관리, 취약계층 보호, 집단시설 방역대책 등의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는 또 54개 거점병원의 역할을 외래환자 진료에서 입원 및 중환자 관리로 바꾸고, 거점병원의 신종플루 대응병상 724개를 중환자 병상 중심으로 활용하는 등 중환자 비상대응체계도 구축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민의 35%에 해당하는 370만명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기로 하고 다음달 초까지 초·중·고교생 가운데 70%에 대해 예방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현재 40만 3000여명분을 보유하고 있는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도 서울 인구의 20%(200만명) 수준까지 비축하기 위해 1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환자 집단발병 우려에 따라 휴교·휴업하는 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 급식을 지원하며, 임시 휴원한 보육시설의 아동은 보호자가 원하면 긴급 보육서비스나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기업과 산업체 직장폐쇄에 대비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지속계획(BCP) 점검을 촉구하고 수도와 전기, 대중교통 등 사회 기본기능 유지대책도 마련했다. 이 밖에 혈액 보유량을 3일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혈액 비상수급 대책을 추진하며, 신종플루 증상시 병원 이용방법 등 ‘대시민 행동요령’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지난 3일 기준 서울지역의 신종플루 확진 누적 환자는 총 2만 2888명으로 이 중 1만 6560명이 완치됐고 6165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6명은 사망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전임 처우·복수노조 문제 순차적으로 풀자/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전임 처우·복수노조 문제 순차적으로 풀자/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국내에서 가장 바삐 지낸 사람은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아닐까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장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천명한 후 민주노총 방문,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순방에 이어 얼마전 노동청 기관장 회의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임 장관은 합리성과 친화성을 겸비한 실세 각료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대화 파트너인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나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도 대화와 설득을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경제위기 극복이 최대 현안인 지금은 파업투쟁으로 국력을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높다. 그럼에도 정부와 노동계는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한 치 양보 없는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대치 사태는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및 대체근로제 도입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시도하던 10여년 전 상황과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는 노동계와 재계가 대치하던 노사(使)갈등이었다면 지금은 그 주체가 정부와 노동계로 바뀐 노정(政)갈등이라는 점, 또 고용양식 대신 복수노조 및 전임근로자 처우 문제로 이슈가 이동했다는 점뿐이다. 되풀이되는 게 역사라지만, 불필요한 사건의 반복은 사회발전에 이로울 게 없다. 지난 10여년간 세상이 변했고, 노동세계 또한 크게 변모했다. 그러나 노동 현실에 대한 정부나 노동계의 인식이나 대응방식에 별 진전이 없다는 점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파편화돼 가는 노동자 집단을 통제 대상이 아닌 혁신의 동반자로 간주하는 노동정책의 일대 변혁을 요구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굳이 노동세력의 ‘분할 통치(divide and rule)’가 목표가 아니라면, 노조 난립으로 인한 혼돈 시나리오에 대비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우려를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반면 현행 노동법의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노조전임자 처우 문제는 복수노조 문제에 비해 해법이 명료하다고 본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호는 지난날 노동운동가들이 사용자 측을 향해 즐겨 외치던 구호였다. 그것이 이제 부메랑이 돼 노동귀족에 대한 족쇄로 환생할 참이다. 즉, 놀고먹는 자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증가일로에 있으며,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 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처우 문제는 동일 패키지로 묶어 일괄처리하기보다 후자부터 순차적으로 선결하는 것이 보다 슬기로운 자세가 아닐까 한다.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오스가 묶어놓은 복잡한 매듭을 단칼에 잘라 아시아 제패의 결기를 다진 알렉산더 대왕의 에피소드가 많은 지도자들에게 결단의 빌미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도양단으로 척결하기 힘든 현대사회의 난제는 크레타 섬의 미로를 빠져나오게 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풀이와 같은 끈질긴 해결 방안이 정도(正道)라고 본다. 막무가내의 북한정권에 대해선 일괄타결식 그랜드 바겐이 유력한 대안일지 모른다. 그러나 노동문화의 선진화라는 추상적 명분이나 관련 법조항의 장기적 유예라는 형식 논리를 앞세운 노동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은 정책과잉의 전형으로 전락할 소지가 높다. 국민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는 노동계와 정부의 여유로운 자세를 촉구한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문화마당] 그들은 과연 죽어서 살았는가/장유정 극작·연출가

    [문화마당] 그들은 과연 죽어서 살았는가/장유정 극작·연출가

    뮤지컬 ‘영웅’이 지난주 막을 올렸다. 5년여간의 오랜 제작과정이 곳곳에 묻어나는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특히 야마카시를 통해 구현한 독립군과 일본군의 추격 신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장면으로 무대 위에서도 사실적인 액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역 거사엔 실제 사이즈의 기차가 등장했는데 영상과 조명 그리고 세트가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그림만으로도 긴장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순국하기 직전 교수대 밑에서 마지막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밀려오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더러 있었다. 창작뮤지컬의 진일보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만했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어제 막을 내렸다. 오픈한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예매율 1위를 선점했던 이 작품은 김훈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이었다. 공중에 위태롭게 매달아 놓은 말 모형과 청군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안무 등 남성적이며 파워풀한 무대연출이 돋보였다. 클라이맥스 부분인 인조가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장면은 침묵 속에서 이뤄졌다. 위압적인 복장을 한 청군이 인조의 머리를 무대바닥으로 내리치는 순간, 삼전도의 치욕이 되살아나는 듯 극장 전체가 엄숙해졌다. 두 작품은 역사 속에 목숨을 내던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종일관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를 고뇌하던 오달제와 오직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안중근을 연기한 두 배우는 훌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근과 오달제란 인물 그 자체는 살도 피도 없이 박제된 동상처럼 느껴졌다. 왜일까? 병자호란이나 대한제국은 고등학교 시험에 자주 나왔던 단답형 주관식의 답으로만 기억할 뿐, 깊이 있는 이해는 없다. 당연하다. 국사는 암기과목이니 단어와 그 의미만 제대로 짝짓기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속에 스러져간 인물들은 말 그대로 이름만 남았다. 애국지사들에 대한 예우는 국기에 대한 경례 뒤에 붙는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때 몇초간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대체된다. 요새는 그나마도 애국가와 함께 생략된다. 연습실이 약수역 근처라 필자는 요즘 매일같이 전쟁기념관 앞을 지나간다. 평일 낮에도 주말 오전에도 그 곳은 한산하다. 마치 짓다가 만 유령 아파트처럼 뭔지 모를 서늘한 느낌까지 든다. 남산에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고 파주에는 인조왕의 장릉이 있다. 두 장소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이 그들을 잊게 만든 것일까? 몇 해 전 러시아를 여행하던 중 연극사의 중요 인물 중 한 명인 스타니슬라프스키 기념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방문객이 없었는지 건물 앞에 잡초가 무성했고 전기도 끊어져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먼지 낀 햇살을 의지해 그가 남긴 자료와 사진들을 보는데 왠지 남의 일이 아닌 듯했다. 뮤지컬 ‘영웅’을 보고 온 다음날, 사람 없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둘러보던 중 먼 타국의 연출가 기념관이 기억났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요즘은 목숨 걸고 지킬 명분이나 상황이 별로 없다. 어찌 보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편안한 세상 덕에 그 가치마저도 사라지는 듯하다. 이렇게 뮤지컬 안에서나 다시 사는 그들, 과연 그들의 바람처럼 죽어서 산 것일까? 식상한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녕도 없었을 것이다. ‘영웅’의 극중 인물 링링이 품고 죽는 제비꽃의 꽃말처럼 ‘나를 잊지 말라’는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한 가을이다. 100년 전, 안중근이 이토를 기다리던 하얼빈 역에도 오늘처럼 싸늘한 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의 유해를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장유정 극작·연출가
  • 대기업에 타미플루 불법유통 의혹 수입사 한국로슈 압수수색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타미플루 불법유통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수입사인 한국로슈를 4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한국로슈가 한국노바티스, HSBC 등 일부 대기업에 타미플루가 불법유통된 것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의심돼 이날 오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식약청이 지난 5~10월 4차례에 걸쳐 타미플루 불법유통을 조사한 결과, 한국노바티스와 HSBC가 5938명분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한국로슈가 일부 대기업과 약품도매상 등에 타미플루 사재기를 불법으로 도운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 김영균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자세한 상황은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해봐야 나올 것 같다.”며 “불법 공급에 개입돼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약사법은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업무 정지 15일에 처하게 돼 있다. 의료법은 허위 처방전을 발급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자격정지 2월에 처한다. 한편 식약청이 전국 병·의원, 약국, 의약품 도매상 3853곳을 대상으로 타미플루 불법유통을 특별단속한 결과 23곳이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타미플루 불법 유통량은 모두 7287명분으로 지난 9월 문제가 된 HSBC의 불법 비축량 2000명분이 포함됐다.<서울신문 9월29일자 10면> 또한 인터넷을 통한 불법유통을 모니터링해 총 144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적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 조치를 요청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하나의 유럽’ 8년 노력 결실

    ‘하나의 유럽’ 8년 노력 결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이 리스본 조약에 3일 서명함에 따라 이제 남은 장애물은 없다. 60년 유럽 통합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생길 일만 남았다. 지난 2001년 12월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 정치통합을 강화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기나긴 마라톤의 결승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EU 27개국 가운데 올해까지리스 본 조약 비준을 마치지 못한 국가는 체코와 아일랜드, 폴란드 뿐이었지만 지난 10월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로 비준동의안이 통과됐고 같은 달에는 폴란드도 비준절차가 마무리됐다. 클라우스 대통령이 리스본 조약 비준안 서명을 계속 미룬 이유는 두가지다. 리스본 조약의 ‘기본권조항’이 체코에 치명적인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과 체코 헌재가 아직 리스본 조약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본권조항은 유럽헌법이 EU 회원국의 국내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에 대한 보복조치로 수덴탄란트 지역의 독일 거주민 250만명을 추방했는데 만일 이 조항이 발효되면 EU 회원국 시민들의 재산권이 더 존중되는 법리 문제가 발생, 대규모 재산 반환 소송이 예상됐다. 체코 정부가 기본권조항의 예외를 주장해 온 이유다. 리스본 조약이 체코 헌법과 상충하지 않는다며 상원의원 17명이 제기한 위헌심판 청구도 유럽 통화 회의론자였던 클라우스 대통령에게 비준 지연을 위한 좋은 명분을 제공해줬다. 하지만 EU 회원국들이 지난달 예외를 인정하는 문구를 삽입한다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수용, 체코의 고집은 수그러졌다. 특히 헌재가 위험심판 청구에 대해 기각을 결정하자 체코의 ‘마지막 명분’도 사라지게 됐다. 결국 클라우스 대통령은 합헌결정 몇시간만에 비준안을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리스본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조약을 근거로 신설되는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선출 및 새 집행위원단 구성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들은 조약 발효에 앞서 이 문제를 마무리하고자 이달 중순쯤 정상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신속하게 지명이 이뤄질수 있기를 희망하며 회원국으로부터 후보 명단이 넘겨지면 집행위원단 구성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신종플루 중앙대책본부 가동

    정부가 신종인플루엔자(인플루엔자A/H1N1) 국가전염병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인플루엔자 유사환자 분율(ILI), 사망사례, 중증합병증, 항바이러스제 투약, 집단발생 등 최근 신종플루 관련 모든 지표가 급격히 증가추세를 보임에 따라 신종플루 국가전염병 위기단계를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행정안전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를 요청한다고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4일부터 가동되고,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에 지역별대책본부가 들어선다. 지난 20 06년 AI 파동으로 국가전염병 위기단계가 만들어진 후 전염병을 이유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기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정부는 중증환자 진료를 위해 치료거점병원을 입원 중심 기능으로 전환한다. 전국 472개 병원의 입원병상 8986개와 중환자병상 441개를 활용하고 유행이 정점에 달하면 입원·중환자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연말까지 약 1100만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공급하고 학교예방접종기간을 당초 6주에서 4주로 단축해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휴교령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추가 대책은 취하지 않는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 박하정 상황실장은 “심각단계로 격상하더라도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변동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신종플루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으로 높지 않은 만큼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비고위험군 40대 남성과 암을 앓던 70대 남성이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고 사망해 신종플루 사망자가 42명으로 늘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신종플루 위독땐 未허가 치료제 공급

    보건당국이 생명이 위독한 신종플루 환자에게 미허가 항바이러스제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주사제 ‘페라미비르’를 생명이 위태로운 신종플루 중증환자에게 이번주 내로 공급할 예정이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채규한 사무관은 “신종플루 중증환자가 입원해 있는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공급할 예정”이라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식약청의 승인을 거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응급사용’ 규정에 따른 것으로, 말기암 등 다른 치료제가 없고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을 제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백혈병치료제 ‘글리벡’도 허가가 나기 전 일부 환자들에게 사용되기도 했다. 페라미비르는 미국의 바이오크리스트가 개발한 신약으로 정맥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주사제다<서울신문 10월 30일자 4면>. 미국의 경우 대유행 기간에 입원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응급허가를 내줬다. 페라미비르를 수입하는 녹십자는 일본, 타이완에서 진행된 다국적 임상시험을 최근 종료했으며 결과를 분석한 후 식약청에 신속허가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고대구로병원에서 지난 5월 임상시험이 완료됐다. 현재 약 2000명분의 페라미비르가 수입돼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신속허가 절차와 별개로 허가 이전에 중증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공급하는 것”이라며 “현재 국내 보유량이 많지 않아 의사의 요청에 따라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세종시 어디로] “李대통령, 여당에 책임 떠넘겨”

    야당은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발언에 대해 ‘비겁한 책임 회피’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문제 해결 의무를 저버린 이 대통령은 비겁하다.”면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독대한 자리에서도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면 누구보고 해결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우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서라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슬그머니 당에 손을 내민 게 세종시 책임을 당에 떠넘기겠다는 심산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충분히 숙고하는 게 좋다.’고 말한 것도, 당이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시간을 끌어달라는 명분축적용”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세종시와 관련해 집권여당의 전 대표는 ‘총리가 뭘 모른다.’고 핀잔을 주고 있고, 총리실은 ‘내 갈 길은 내가 간다.’며 격돌하고 있는데도 이 대통령은 총리 뒤에 숨어서 가타부타 말이 없다.”면서 “비겁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진정 국격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은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면, 더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국정현안을 회피하거나 대리전을 할 생각만 하지 말고, 자신의 의도를 솔직담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정부예산 대해부] 농어촌뉴타운 등 40%가 건설예산… 의료·복지는 뒷전

    [정부예산 대해부] 농어촌뉴타운 등 40%가 건설예산… 의료·복지는 뒷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분야 통합재정 규모는 17조 2274억원이다. 올해 16조 8745억원보다 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 재정은 전체 14조 6434억원 중 농업·농촌 12조 1795억원, 수산업·어촌 1조 3356억원, 식품업 5652억원 등으로 농업 관련예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가 전체 총지출에서 농림수산식품분야 비중은 올해와 내년 모두 5.9%이다. 2007년도 6.5%와 지난해 6.2%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농림어업인들은 정부지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일부에선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낮은 생산력 등을 이유로 오히려 재정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흔히 정부가 농림수산업을 지나치게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분야가 국가 전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기준 5.9%로 이는 미국 3.2%(2005년), 일본 2.9%(2006년), 영국 1.3%(2003년), 독일 4.6%(2003년), 프랑스 5.3%(2003년) 등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경제규모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분야 재정규모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2.2%(2007년)로 미국 2.7%(2005), 일본 2.6%(2006년), 독일 4.6%(2003년)보다는 낮지만 영국 0.9%(2003년), 프랑스 1.8%(2003년)보다 높다. 한국의 농가인구 1인당 재정지출은 일본보다 많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농가인구 1인당 농림수산 예산 규모를 일본과 비교한 결과, 한국은 414만원이었고 일본은 35만 2000엔이었다. 특히 농·어업용 면세유와 기자재 부가세 사후환급 등 조세감면 규모만 약 5조원에 이른다. 선진국 수준인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어업인들은 그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그 비밀은 막대한 재정지원의 과실이 지역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가는 데 있다. 농림·어업인뿐만 아니라 농어촌 생활에 관심을 갖는 도시민 모두 교육, 의료, 복지 등 ‘삶의 질’을 가장 중시한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내년도 예산안 편성 개요에서 “복지·교육 지원 내실화 등을 통한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지원”이 주요 방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예산 편성은 반대였다. 서울신문은 농림수산예산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예산감시운동 전문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함께 기금을 제외한 내년도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회계별 예산(9조 5985억원)을 사업 성격에 따라 ▲건설 ▲투·융자 ▲사업 ▲연구개발 ▲교육 ▲복지 ▲행정 등 7가지로 재분류했다. 그 결과 각종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예산이 약 4조원이나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연구개발은 2258억원(2.4%), 교육은 1114억원(1.2%), 복지는 5013억원(5.2%)에 불과했다. 정부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장기 투·융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차와 2차의 경우 생산기반정비가 29.9%와 34.1%인 반면 복지 관련은 9.6%와 8.2%에 불과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3차 사업은 2007년 12월 기본틀을 보강했는데, 이에 따라 복지여건개선이 4.1%에서 3.5%로, 교육여건개선은 2.7%에서 0.6%로 더 축소됐다. 이런 점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젊은 선도인력 유치’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농어촌뉴타운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 사업에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무려 813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21억원에서 874%나 증액된 내년도 203억원 전액이 기반시설조성과 주택건축비에 들어갈 계획일 뿐, 사업대상인 도시 거주 30~40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교육환경, 의료시설, 복지 등에 대한 정책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농업예산의 큰 줄기를 ‘건설’에서 ‘삶의 질’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에선 농업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영농 규모화, 농어촌 뉴타운사업 등을 말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농업예산을 농촌 현실과 정책적 수요에 맞게 쓰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곧 의료와 교육 등 복지로 농업예산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어민들은 이미 웬만큼 갖춰진 사회간접자본(SOC)보다는 생활과 직결되는 교육, 의료, 복지 등을 원한다.”고 말했다. 윤석원(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도 “건설만 한다고 농민들 ‘삶의 질’이 좋아지진 않는다.”고 정부정책을 꼬집었다. 강국진 이민영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세계경제전쟁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세계경제전쟁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해 가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이은 세계경제의 동반침체가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비켜가면서 이제는 ‘출구전략’ 채택시기와 글로벌 불균형 해소 방안을 둘러싼 논의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해 각국은 약 4조달러 규모의 재정지출확대를 주축으로 하는 국제공조 노력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요 20개국(G20) 협의체가 중심역할을 맡아왔다. 세계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 장기에 걸친 미국의 과잉소비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과잉저축의 결과로 한쪽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다른 쪽의 대규모 흑자가 누적되는 글로벌 경제구조의 불균형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글로벌 불균형의 한쪽 당사자인 미국은 불균형 해소(rebalancing)에 적극적이지만 다른 한쪽 당사자인 신흥국들은 언제 또다시 맞게 될지 모를 금융위기에 대비해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쌓아두기 위해 불균형의 확대를 선호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는 개별국가 차원의 독자적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보다 국제사회가 정책공조를 통해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국제공조라는 명분과 국익추구라는 속내가 언제나 일치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세계경제의 동반추락을 막기 위한 위기상황에서의 국제공조와는 달리, 이제부터 글로벌 불균형 해소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이해당사국 간의 실익추구를 위한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과정에는 무역전쟁 또는 환율전쟁의 양상을 띤 총칼 없는 경제전쟁이 수반되어 왔다. 우리는 그 전형적인 사례를 1년 사이에 일본엔화의 대달러환율을 거의 반토막으로 끌어내림으로써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졌던 1985년의 플라자 합의에서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은 다가올 경제전쟁의 전초전으로 통상마찰의 포문을 열어 1980년대 중반 이후 최초로 대미 무역흑자국들에 대한 대대적인 불공정무역 관행조사에 착수한다는 무역대표부(USTR)의 발표를 내놓고 있다. 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아시아의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이 또다시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금융위기의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은 한국 원화의 가치도 아직은 부분적으로만 회복된 상태에 있다는 매우 함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면 기축통화국에 속하지 못하면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1997년의 외환위기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환율급등과 외화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엄청난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는 우리나라의 대응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먼저 G20 공동의장국 및 내년 정상회의 개최국 지위 획득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와 동시에 상응하는 책임의 확대라는 양면의 날을 지닌 칼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축제분위기에 젖기보다는 매우 신중하고도 다각적인 대응노력이 요구된다. 둘째로 국제공조를 통한 글로벌 불균형해소 노력을 위한 G20, IMF, FSB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기축통화국이 아닌 신흥국그룹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현재의 불안정한 세계경제상황 아래서 재발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금융위기에 대비한 자구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방대한 직·간접 비용을 소요하는 무리한 외환보유액 확대보다는 은행 등 민간부문의 단기해외차입 규제를 통한 금융건전성의 확보와 함께 아시아역내 금융통화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내실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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