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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창] 미국은 왜 중동에서 발을 못 빼나

    [세계의 창] 미국은 왜 중동에서 발을 못 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겠다며 칼을 빼든 지 26일(현지시간)로 3개월이 돼 간다. 지난 8월 8일 이라크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뒤 9월 22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5개국과 함께 이라크 옆 시리아 내 IS에 대한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IS 소탕작전에 대해 지난 15일 뒤늦게 ‘내재된 결단’이라는 작전명을 부여했다. 1970~1990년대, 이스라엘 돕고 석유 챙기고 미국의 대중동 정책은 우방 및 에너지 안보 수호,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점철된 굴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1970~1990년대 주요 정책은 이스라엘 안보와 석유전쟁에 의한 에너지 공급 보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에너지 등 안보를 위해서라면 걸프지역 보수 왕정국가들 어디와도 손을 잡았다. 1991년 미국 주도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벌어진 걸프 전쟁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 점령하려고 하자 불안해진 중동 정세 속에서 걸프만 군주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발발한 첫 대규모 전쟁으로 기록된 걸프 전쟁은 43일 만에 다국적군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미국이 탈냉전 시대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계기가 됐다. 또 미국의 대중동 최첨단 무기 수출과 미군 상주 등도 이뤄졌으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체제를 종식시키지 못해 ‘미완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걸프 전쟁으로 시작된 미국의 대중동 개입 전쟁은 미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했고 평가도 엇갈렸다. 걸프 전쟁이 에너지 안보와 역내 우방국들의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면, 2000년대 들어 미국이 벌인 대다수의 개입 전쟁은 소위 ‘테러집단과의 전쟁’이었다. 이는 2001년 미국에서 발발한 ‘9·11테러’에 대한 보복전에 따른 것이었다. 2000년대 부시 정부, 알카에다 잡으려다 미군만 잡고 조지 W 부시 정부는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7일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테러집단 알카에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단행했다. 부시 정부는 그러나 빈라덴 세력을 소탕하지 못하고 알카에다·탈레반 등의 위력이 계속돼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1년 5월 2일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미 특수부대 총격으로 사망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해 6월 아프간에서의 단계적 군 철수 계획을 밝히면서 올해 말 대다수 철수에 이어 2016년 말 완전 철수가 예정됐다. 아프간 전쟁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미 군사력에 큰 부담을 줬고 전쟁 피로감을 야기했다. 부시 정부가 일으킨 또 다른 전쟁인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그야말로 실패한 전쟁이었다. 미국은 걸프 전쟁 때 제거하지 못한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보유 의혹과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와의 연계 혐의를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미국은 과도한 일방주의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걸프 전쟁 때 미국을 지지했던 중동 국가들조차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 결과 미국은 군인 4500명의 희생과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했다. 부시 정부는 후세인 정권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결국 후세인을 체포해 2006년 12월 30일 처형시켰다. 2011년 12월 전쟁이 끝났지만 이라크의 불안은 진행형이다. 2009년 이후 오바마 정부, 철군 선언했다가 IS에 발목 잡히고 오바마 정부는 과거 정부들과 달리 중동에 유연한 정책을 시도해 왔다. 아프간·이라크 전쟁 철수 계획을 밝히면서 10년여간의 전쟁 종료를 선언했고, 지상군 대신 경제 원조와 민주주의 전파를 앞세웠다. 그러나 2010~2011년 ‘아랍의 봄’과 2011년부터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에 이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시리아 IS 등 테러집단들의 준동에 대응하기 위해 여전히 중동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 정부가 일으킨 두 개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지만 이라크·시리아 대테러 공습에 나서면서 오바마 정부도 대중동 개입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에도 이왕 시작한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IS와의 전쟁은 장기전이 될 것인 만큼 미국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끝까지 공습을 망설였던 오바마 대통령 정책의 훗날 평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무솔리니의 ‘지하 55m 비밀벙커’…최초 공개

    무솔리니의 ‘지하 55m 비밀벙커’…최초 공개

    독일 아돌프 히틀러와 함께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파시즘을 주도한 이탈리아 정치인 베니토 무솔리니가 자택 와인 저장고 지하에 은밀히 구축한 비밀 벙커의 내부가 공개됐다. 영국 로이터 통신, BBC 뉴스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무솔리니 자택 와인 창고 지하 55m 지점에 만들어진 비밀 벙커의 모습을 26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해당 벙커는 이탈리아 로마 빌라 톨로니아에 위치한 무솔리니의 자택 와인 저장고 지하 55m 지점에 은밀히 구축되어 있다. 해당 벙커가 만들어진 시기는 지난 1940년으로 당시 무솔리니는 영국 공군(Royal Air Force)이 자신의 집을 폭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서둘러 이 비밀 장소를 만들었다. 실제로 무솔리니의 예상은 적중했는데 3년 후, 윈스턴 처칠은 영국 공군(Royal Air Force)에게 무솔리니의 빌라 톨로니아 자택 폭격지시를 내렸다. 해당 벙커는 이중 강철로 제작돼 폭격은 물론 독가스 침투까지 막아주는 방어벽과 최대 3~6 시간 동안 15명분의 산소를 제공 할 수 있는 정교한 공기 여과 시스템까지 만들어져 있다. 특히 탈출구도 3가지의 각기 다른 경로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각각 테니스 코트, 연못, 극장으로 연결돼 있다. 한편 해당 벙커는 이번 주 세계 최초로 대중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오늘의 눈] 김태호식 정치/이재연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김태호식 정치/이재연 정치부 기자

    지난주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사퇴 과정은 ‘김태호식 정치’의 명암을 새삼 드러낸다. “형님만 800명”이라는 우스개가 회자할 만큼 김 최고위원의 친화력은 가히 독보적 수준이다.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마당발 인맥을 자랑한다. 술자리를 한 번만 가져도 절대 그 인연을 놓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받을 때도 “아이구, 형님”하며 받는 식이다. 지난 7·14 전당대회 때 경남 출신인 그는 지연이 겹치지 않는 충청·강원 지역 초·재선 의원들로부터도 든든한 지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었겠지만 의원들이 “그의 인간적 매력에 포섭됐다”고 고백할 정도면 친화력이 보통은 아닌 게 분명하다. 반면 즉흥적인 좌충우돌 스타일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다. 대표적 예가 ‘홍어 거시기’ 발언이다. 2012년 대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비판하면서 “국민을 마치 ‘홍어 X’ 정도로 생각하는 대국민 사기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극언해 물의를 빚었다. 앞서 대선 예비후보 경선 때는 “오빠는 강남 스타일, 근혜는 불통스타일”이라는 노래를 하고 다녔다. 그런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엔 “누님, 태호 왔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넉살 좋게 굴었다고 한다. 그의 이번 과정은 ‘김태호식 정치’의 아쉬운 구석을 노출했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애매한 때에 나온 고도의 승부수라는 관측보다는 ‘뜬금없다’는 평가가 갈수록 커졌다. 먼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최소한의 논의과정이 생략됐다. 물론 정치인이 자신의 행보를 타인과 상의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개헌론 파장이 정부 여당을 한바탕 훑고 지나간 뒤 공무원연금 개혁, 세월호·정부조직법 협상, 내년 예산안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마당이다. 지난 23일 김 최고위원의 사퇴 발언이 나오기 전 김 대표 측에선 최고위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하니 다른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사퇴 발언은 강행됐다. 본인은 “장기간 고민한 결과”라고 했지만 개헌론자인 그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법 처리 미진을 사퇴의 변으로 잡은 것도 생뚱맞다. 사퇴 시점과 명분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셈이다. 최고위원직 사퇴가 청와대나 친박근혜계와의 교감설로 비친 부분은 ‘무계파’를 외쳐 왔던 그에겐 타격으로 남을 공산이 있다. 전당대회 3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것이 김 대표와의 ‘연대’에 힘입은 바 컸던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아쉽다. 김 대표의 삼고초려 요청으로 사퇴 재고에 들어간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 복귀 여부를 떠나 ‘김태호식 정치’의 진화 기점을 맞을 것 같다. 2010년 총리 낙마 이후 선 굵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그가 중앙 정치인으로 거듭날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인간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숙성과 통찰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oscal@seoul.co.kr
  •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기폭제 되나

    아이폰6 예약 판매 열기가 기대 이상으로 달아오르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냉랭한 이동통신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아이폰은 출시 때마다 매번 화제지만 국내에서는 점유율이 5~7%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최근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을 고려하면 대박 조짐도 보인다. ‘그래도 한국에서는’이라고 생각해 왔던 국내 제조사들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지난 주말(24~26일) 휴대전화 대리점 등은 아이폰 출시에 따라 다른 스마트폰들의 지원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찾아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단통법 이후 체감 보조금이 확 줄어 스마트폰 구입 시기를 뒤로 미루기만 하던 소비자들이 다시 구매 의향을 보이는 것이다. 번호이동 가입자는 단통법 시행 1주차(1~7일) 2만 3784건에서 아이폰 예약판매 날짜가 공개된 3주차(15~21일)에 5만 2794건으로 122% 늘었다. 신규 가입 역시 SK텔레콤은 1주차에 비해 3주차에 17% 늘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보겠다는 이통사들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폰만 많이 팔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폰을 명분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속셈이다. 실제로 출고가 인상을 압박받던 이통사들은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서야 5만~10만원 이상 지원금을 키웠다. 사실 아이폰만 선호하는 소비자는 보조금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고가가 워낙 높아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아도 큰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 열풍이 국내 제조사에 영향을 미쳐 출고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점유율이 커지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방어를 위해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특히 국내는 이동통신망이 가장 발달한 시장일뿐더러 홈그라운드라는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리지 못하는 스마트폰 출고가를 아이폰이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4일 이통사들은 경쟁적으로 아이폰 예약판매 숫자를 공개하며 우위를 강조했는데, KT는 1분 만에 물량 1만대가 동났고 30분 만에 1차 예약분 5만대가 나갔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2분 만에 1만명 1차 예약이 완료됐고, LG유플러스도 20분 만에 2만대가 동났다고 발표했다. 물론 예약 가입자가 모두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70만원대에 출고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는 아이폰의 출고가와 지원금 규모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이통사별 혜택을 저울질하며 이통 3사에 모두 예약을 건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예약 열기가 그대로 이어질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움직이는 열쇠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대북전단 민·민 충돌, 정부 팔짱만 낄 일인가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보수·진보단체 사이에 또 충돌이 벌어졌다. 엊그제 경기도 파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그러자 진보단체 회원들이 전단과 풍선을 찢고 달걀을 던지며 항의했다. 전방 지역 주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와 진입로를 막고 살포를 저지했다. 그러나 결국 전단은 어두운 밤 김포에서 살포됐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한 일이라곤 격렬한 충돌을 막는 것뿐이었다. 사실상 살포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이런 난리통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전방 지역에서 전단 살포를 놓고 민간단체들의 충돌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빚어지고 있다. 물론 전단을 북으로 날려보내려는 보수단체의 행위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 북한의 3대 세습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담아 북한 주민들을 각성시키려는 의도를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북한의 총격을 유발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전방 주민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북한의 도발이 걱정돼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농사일 등 생업까지 포기하고 대피해야 한다.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갈 길이 먼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북 전단은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제 충돌이 벌어지고 있을 때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여야 정치권은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고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북한의 대남 위협으로 주민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거나 충돌의 가능성 때문에 과거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적은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세계 각국의 굳어진 판례다.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를 막는다는 이유로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대북 전단이 북한의 도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명분과 근거는 있는 셈이다. 통일부가 밝힌 대로 과거에 경찰이 살포를 막은 전례도 있다. 명분과 전례가 있다면 그제처럼 민간단체의 충돌을 보고도 마냥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에 앞서서 보수단체들이 먼저 자제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을 자극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는 결코 이롭지 않다. 통일을 위한 노력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야 한다.
  • (영상)아슬아슬 고속도로 입석 질주, 도대체 언제까지…

    (영상)아슬아슬 고속도로 입석 질주, 도대체 언제까지…

    지난 22일 아침 출근시간. 판교와 서울역 구간을 운행하는 광역버스 안입니다. 버스는 좌석은 물론이고, 통로까지 승객들로 가득합니다. 통로에 선 승객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버스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아찔한 질주를 합니다. 그리고 23일 아침, 김포에서 시청역까지 운행하는 출근길 버스 안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퇴근길 광역 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여전히 길고, 광역버스안은 통로까지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합니다. 그렇게 승객을 태운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따라 질주합니다.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서울과 경기 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은 여전히 고속도로에서 아슬아슬한 입석 운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16일 광역버스 입석을 금지하는 ‘광역버스 좌석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출퇴근에 불편을 호소하자 버스 증차분을 충분히 확보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탄력적인 입석 운영’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버스업체들에게 증차 불이행 명분만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노선에선 광역버스의 증차가 실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탄력적인 입석 운영이라기보다는 좌석제 시행이 유야무야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버스업체는 “버스 조합에서도 입석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내오고 있다. 저희도 좌석제를 지키면 좋지만 출근길이 늦어지니까 손님 본인들이 입석을 원한다”며 어쩔 수 없다고 반응합니다. 실제 상당수의 승객들은 “안전운행이라는 측면에선 입석 금지를 환영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으니 입석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입석금지를 유예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좌석제를 실시한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와 다르게 경기도 버스는 예산을 아직 지원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버스 증차가 사실상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언제 실시할지 난망한 상태입니다. 경기도 굿모닝버스 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버스체제 개편을 위해 용역업체를 발주중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확실한 증차는 커녕, 대책 마련도 아직 수립되지 않는 셈입니다. 행정 당국과 버스 회사의 줄다리기 속에 시민들은 오늘도 버스에 선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빨라지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도 날개를 달까.’ 한국과 미국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최종 합의한 제46차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13항에 한·미·일 군사 정보공유 방안의 지속적 협의를 명문화하면서 미국의 동북아 전략인 한·미·일 3국의 군사적 공조 구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번 공동성명의 경우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공감한 3국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그때와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은 2015년 12월로 예정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점을 연기하자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우월적인 군사적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추구하는 ‘역내 동맹(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결합’ 구도, 즉 한·미·일 3국 군사 공조도 추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명분이 북핵 등 안보환경의 악화라는 점에서 안보 능력의 제고를 위한 3국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미·일 3국 정보 공유는 2012년 6월 체결하려던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보호 협정이 무산된 이후 3국 간 양해각서(MOU) 추진 형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와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호환성 강화뿐 아니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시 가장 필수적인 군사적 공조 옵션이 한·미·일 3국 간 ‘탐지 정보’ 공유라는 점에서 미국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SCM 공동성명 7항에 MD와 사드라는 구체적인 표현은 빠졌지만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미가 합의한 것도 향후 3국 간 탐지 정보 공유를 염두에 둔 문구로 해석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미 전작권 전환 재연기] “美, 사드 배치·방위분담금 증액 등 구체적인 대가 요구할 듯”

    [한·미 전작권 전환 재연기] “美, 사드 배치·방위분담금 증액 등 구체적인 대가 요구할 듯”

    한국과 미국이 23일(현지시간)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에 합의한 데 대한 대비책으로 북한 핵에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한국군의 전면적인 군사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보 전문가들은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한·미 간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요구를 수용한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미국이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와 방위비 분담액 증액, 우리의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의 통합 등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 지형에 큰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대가’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연합사의 서울 용산 잔류 결정에 대해서는 대중 견제용과 대북 인계철선(한강 이북에 배치된 주한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 병력이 자동개입) 기능이라는 견해로 엇갈렸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을 때 이미 폭탄 돌리기라고 봤다”며 “북한의 전면전 위협과 핵전력화 등 안보 환경을 볼 때 재연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우리가 신속하게 선제 타격해 핵무기를 파괴하는 시스템이 킬체인과 KAMD인데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핵 대응을 위한 군사적 전력 구축에 상당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동시에 국방 능력 강화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감시할 독립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결정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비책에 대해서는 “군피아 비리가 심각한 현실을 보면 과연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능력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 묶여 있는 국방비를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증액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로드맵이 사실상 불투명해졌다는 인식도 커졌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조건이 충족될 경우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중동 문제와 국방비 부담으로 해군 중심의 기동전력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군사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원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KAMD와 미 MD의 통합은 한·중 관계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미국 수준의 핵심 군사 능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고 북핵 등 역내 안보 환경은 앞으로도 어느 때이든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전작권 확보 계획은 더욱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의존이 심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장기적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앞으로 대미 자위권을 명분으로 핵억지력 구축에 더욱 집착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핵·미사일 등 한반도 군사 현안의 담판 상대를 미국으로 주장해 왔다”며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현상 유지로 인식하면서 남북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1분 고발]아슬아슬 고속도로 입석 질주, 도대체 언제까지…

    [1분 고발]아슬아슬 고속도로 입석 질주, 도대체 언제까지…

    지난 22일 아침 출근시간. 판교와 서울역 구간을 운행하는 광역버스 안입니다. 버스는 좌석은 물론이고, 통로까지 승객들로 가득합니다. 통로에 선 승객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버스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아찔한 질주를 합니다. 그리고 23일 아침, 김포에서 시청역까지 운행하는 출근길 버스 안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퇴근길 광역 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여전히 길고, 광역버스안은 통로까지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합니다. 그렇게 승객을 태운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따라 질주합니다.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서울과 경기 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은 여전히 고속도로에서 아슬아슬한 입석 운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16일 광역버스 입석을 금지하는 ‘광역버스 좌석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출퇴근에 불편을 호소하자 버스 증차분을 충분히 확보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탄력적인 입석 운영’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버스업체들에게 증차 불이행 명분만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노선에선 광역버스의 증차가 실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어 보입니다. 탄력적인 입석 운영이라기보다는 좌석제 시행이 유야무야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버스업체는 “버스 조합에서도 입석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내오고 있다. 저희도 좌석제를 지키면 좋지만 출근길이 늦어지니까 손님 본인들이 입석을 원한다”며 어쩔 수 없다고 반응합니다. 실제 상당수의 승객들은 “안전운행이라는 측면에선 입석 금지를 환영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으니 입석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입석금지를 유예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좌석제를 실시한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와 다르게 경기도 버스는 예산을 아직 지원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버스 증차가 사실상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언제 실시할지 난망한 상태입니다. 경기도 굿모닝버스 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버스체제 개편을 위해 용역업체를 발주중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확실한 증차는 커녕, 대책 마련도 아직 수립되지 않는 셈입니다. 행정 당국과 버스 회사의 줄다리기 속에 시민들은 오늘도 버스에 선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부실 심장’ 달고 나오는 K2 흑표전차...적 앞에선?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부실 심장’ 달고 나오는 K2 흑표전차...적 앞에선?

    방위산업(防衛産業)이란 사전적 의미로 ‘국가 방위를 위하여 군사적으로 소요되는 물자의 생산과 개발에 기여하는 산업’이다. 즉, 방위산업의 목적은 기업이나 개인의 영리를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를 방위하는데 필요한 물자를 생산 및 개발해 내는 데 있으며, 국가방위와 사적 영리는 결코 그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없고 뒤바뀌어서도 안 된다. 전장에서 장병의 생명, 나아가 전쟁이 터지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터졌다. - 이명박 정부때 선정... 그 업체엔 특별한 게 있다? 육군은 반세기 가까이 사용해 온 노후 전차를 대체하고, 유사시 강력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기동군단을 준비하면서 이 기동군단의 핵심 펀치로 K2 흑표 전차를 개발해 왔다. 화력과 기동력, 생존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K2 흑표 전차는 지난 1995년 기초연구가 시작되고, 2003년부터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들어가 2007년 시제차량이 나왔지만, 실전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K2 흑표 기술을 도입해 2008년 개발이 시작된 터키의 알타이(Altay) 전차가 지난 2012년부터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점과 대조적이다. 후발주자보다 전력화가 지연된 이유는 바로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팩(엔진+변속기) 때문이었다. 당초 이 전차에는 우리나라의 K1 계열은 물론 전 세계 각국의 전차에서 애용되고 있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국내 업체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국산 파워팩을 만들어 내겠다고 주장하며 사업 참여를 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국내 방위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 업체의 파워팩 개발을 승인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 업체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출력의 전차용 엔진 개발 능력 자체가 없었지만, 사업 참여 요구 당시 약 700여대에 달하는 생산물량과 수출물량을 독점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초 2012년에 모든 개발이 완료되고 실전배치가 시작되었어야 했지만,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물고 늘어지는 업체 때문에 양산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2012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은행 융자를 내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발주를 기다리던 2000여 개 중소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거나 일부는 도산했다. 신형 전차를 전력화 해 대체될 예정이었던 40년 넘은 M48 전차는 대체되지 못하고 일선에서 계속 운용되어야 했다. 국가안보는 물론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군 전력공백과 중소기업 경영난을 일으킨 이 업체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엔진을 개발하라고 지원한 국고 보조금 가운데 70억 원을 횡령해 자사의 굴삭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국민권익위에 접수되기도 했으며, 국산 파워팩 선정에 가장 큰 방해 요소였던 독일제 파워팩 제조사에서 고문을 맡았던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불법 로비스트’ 낙인을 찍어 낙마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280억 들인 '파워팩' 40년전 것 보다 못한 수준 국산 파워팩 개발에는 128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정부 투자는 752억 3000만 원, 업체 투자는 527억 6000만 원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고, 지금까지 수 차례 개발 시한이 연기되었지만, 지체보상금을 물지도, 계약이 파기되지도 않았다. 성능은 더욱 가관이었다. 주행 테스트 도중 냉각팬 속도제어 장치가 불량해 엔진이 수시로 과열됐고, 변속기의 전자식 제어장치인 TCU(Transmission Control Unit)가 불량해 기어 변속이 안 되는가 하면, 조향장치 불량으로 방향 전환 불능에 빠지거나 오일 냉각기 균열로 오일이 새고, 엔진 실린더가 깨지는 등 2009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124건의 중대 결함이 보고되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82건은 보완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실린더 내구도 문제나 오일 및 냉각수 누수 문제는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가속성능 이었다. 당초 합동참모본부가 요구한 가속에 관한 작전요구성능(ROC)은 0 → 32km/h까지 8초 이내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업체가 만든 국산 파워팩은 8.7초가 소요되었고, 아무리 테스트를 해 봐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독일의 레오파드 II나 프랑스의 AMX-30이 0 → 32km/h 가속에 소요되는 시간이 6초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40년 뒤에 등장한 엔진이 이들 엔진보다 형편없는 수준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이다. 문제는 8.7초라는 기록이 어떤 환경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지상 주행 시험장에서 이루어진 이 기록은 평지에서 공차중량에 가까운 중량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시 상황이 되면 전차 안에 40여 발의 포탄과 연료가 완충되고, 승무원들의 완전군장 등이 실리게 된다. K2 흑표 전차는 개량을 통해 적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동방어장치도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 전투중량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전차가 작전하는 지형이 반드시 평지라는 보장도 없다. 산악 지형이 워낙 많아 다른 전차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릎 꿇기’ 기능도 추가하지 않았는가? 경사가 있는 산악지형에서 더 무거운 중량으로 작전한다면 실제 가속 시간은 더 길어지며, 느려진 만큼 피격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형편없는 성능과 신뢰성, 그래도 채택? 당초 ROC 수정을 반대했던 합동참모본부는 방위사업청의 강력한 요구에 못 이겨 결국 야전교범 해석을 변경하는 꼼수로 ROC를 8초에서 10초로 수정했다. 교범에 따르면 적 포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25초 이내에 100m를 이동해야 하는데,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25초에 180m를 이동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교범에서 말하고 있는 25초 이내에 100m 이동은 속도 성능 25.9km/h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가속을 통해 피격 위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 즉 순발력을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합참의 교범 해석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K2 전차는 전투중량 55톤 수준의 비교적 가벼운 전차다. 방어력 증대를 위해 60톤에서 최대 70톤 수준까지 무거워진 미국의 M1A2나 독일의 레오파드IIA7, 영국의 챌린저II보다 가볍다. 이는 무거운 장갑판을 둘러 방어력을 증대시키기보다 경쾌한 기동성으로 적 포탄이나 대전차무기를 회피하는 설계 사상 하에서 개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방위산업 보호’를 위해, 또는 ‘0.7초 때문에 1300억 원을 날려버릴 위기’ 때문에 ROC를 완화하고 국산 파워팩을 구입하겠다는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따라 이제 K2 전차 승무원들은 적 대전차 무기의 위협 앞에 던져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예정된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고, 막대한 예산 지원과 함께 수년간 수차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요구한 성능과 신뢰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실패했다면, 업체는 사업 실패에 대해 국가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그동안 받아 챙긴 정부 지원금에 더해 사업 지연에 따른 벌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무겁고 중대한 사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업체의 이해관계나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논리가 국익보다 먼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오히려 문제의 업체 편을 들어 작전요구성능 완화를 요구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이 같은 행위는 이 전차를 타고 전장에 나설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적행위이자, 그 장병들을 군대에 보내고 십시일반 세금을 모아 무기를 사게 해준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이다. 이것이 방사청의 ROC 완화 결정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이며, 정부와 정치권, 사정당국이 K2 전차 사업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해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이 같이 황당한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국민 앞에 명명 백백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홍콩 시위대 “행정장관 직선제案 거부” 람 정무사장 “전인대 결정 철회 불가”

    21일 홍콩 민주화 시위가 24일째를 맞은 가운데 당국과 시위대가 첫 공개 대화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날 대화에서 시위대 측은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후보를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의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결정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시위대 토론 대표인 ‘홍콩전상학생연회’의 알렉스 차우 비서장은 “친중국파 인사 2~3명으로 행장장관 후보를 압축하는 것은 민주 정치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민주 직선제를 요구했다. 이에 홍콩의 총리 격인 캐리 람 정무사장은 “전인대의 결정은 홍콩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만든 것”이라며 전인대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홍콩은 독립국가가 아닌 만큼 당 중앙의 체제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다만 전인대가 확정한 틀 아래 토론 여지는 있다며 계속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대화는 TV를 통해 홍콩 전역에 생중계됐다. 시위대는 애드미럴티 등 시위 점거 지역에서 대화를 지켜보며 캐리 람이 발언할 때마다 큰 소리로 야유를 퍼부었다. 앞서 홍콩 고등법원이 지난 20일 애드미럴티와 몽콕 지역 시위대에 점거 금지령을 내렸다고 명보가 보도했다. 애드미럴티는 정부청사 인근 건물주가, 몽콕은 택시·버스조합이 각각 안전과 생계를 명분으로 도로 시위대의 점거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의 점거 금지령은 시위대 강제 해산을 위한 명분 쌓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학생 시위대인 학민사조(學民思朝)를 이끄는 조슈아 웡은 “법원의 명령을 존중하지만 스스로 철수하지는 않겠다”며 점거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道公, 통행료 올려 적자 메우겠다는 것인가

    국정감사를 마친 기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공요금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한국도로공사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7% 인상해야 한다고 국감에서 대놓고 발언한 도공 김학송 사장의 요구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률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5% 수준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기획재정부와 협상해야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인상률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야당 의원이 4.9% 인상설을 제기했을 때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던 국토부가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국토부나 도공의 주장대로 통행료는 정부의 물가관리 대상으로 억제돼 오기는 했다. 김 사장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고속도로 통행료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40%를 밑돌고 원가보상률은 공기업 중에 가장 낮은 82% 수준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2.9% 인상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도로공사는 한 해에 도로를 건설하고 유지하는데 10조원가량 쓰는데 수입은 4조원대로 턱없이 모자란다. 거기에다 도로공사는 26조원의 부채를 갖고 있고 한 달에 내는 이자만 959억원에 이른다. 수조원대의 채권을 발행하고도 감당할 수 없는 경영상황이 됐다. 이렇게 된 것은 교통량을 잘못 예측하고 고속도로를 무분별하게 건설한 데 큰 원인이 있다. 2006년 이후 개통된 고속도로 12곳의 실제 교통량은 예측과 비교해 41.2%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통행료 수입으로 건설 비용을 갚지 못하는 적자 고속도로가 7개나 된다. 1차적인 책임은 예측을 잘못하고 일종의 선심성 사업을 펼친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있기는 하지만 도공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통행료 인상 명분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결코 곱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방만 경영 때문이다. 도공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280만원에 이르고 억대 연봉자가 218명이나 된다.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 못지않다. 직원 자녀의 영어캠프비를 지원하고 안식년 휴직자에게까지 월급을 주기도 했다. 물론 인건비를 줄여서 거대한 부채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항변하겠지만 국민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으려는 데 동의할 사람은 없다. 비난을 의식해 도공은 얼마 전 노사 합의로 퇴직금을 줄이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른 통행료를 국민이 불평 없이 받아들일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저금리에 대한 냉소/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저금리에 대한 냉소/박상숙 산업부 차장

    “한두 번 속냐.” 지금 전세 사는 아파트를 ‘잡아야’했다고 안타까워하던 후배에게 쏟아진 주변의 반응이다. 주택대출 규제가 풀린 마당에 저금리까지 내 집 마련에는 금상첨화인데 사람들은 냉소 일변도다. “인구가 줄어 집값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인구학설부터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나오는 거 보면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는 반어론자까지 이유는 다양했다. 요즘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사상 최저로 금리를 내린 조치를 놓고는 유독 혹평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기업 경쟁력 약화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간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정부가 밝힌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명분은 투자 활성화다. 저금리로 대기업 투자를 유도해 내수도 살리고 고용도 늘리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란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 또한 얼마 전 기업들이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게을리한다며 여기에 과세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나. 지난해 한 대기업 계열의 홈쇼핑 회사는 매물로 나온 유명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한꺼번에 현찰로 지급했다. 매출액 8000억원 규모의 이 회사는 지금도 사내유보금이 8000억~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10조원 베팅’을 두고 무리수라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돈 쓸 데가 있어 좋겠다”는 게 현재 기업들의 분위기다. 특히 총수가 영어의 몸인 대기업은 현대차가 부러울 따름이다. “총수가 건재하고 적절한 투자처만 있으면 거액이지만 그 정도 못 지르겠냐”며 큰소리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 유보금 규모가 460조원이라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의 34%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김 전 위원장은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렇게 쟁여놓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팀이 일본의 실패를 답습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이번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9·1 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의 재건축 및 신규 분양 아파트가 들썩이면서 모처럼 전망도 장밋빛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사상 최저로 인하하면 ‘내 집’에 대한 미련은 다시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정부가 빚내서 집 사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인들의 확신처럼 정부가 국민을 감히 속인다고는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대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을 신물 나게 경험했다. 부동산 투기 대책이 나왔을 때 거꾸로 투기(투자)한 이들의 횡재담에 얼마나 많은 서민이 눈물을 흘렸는가. 따지고 보면 최근의 친(親)부동산 정책이 경계와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어머니의 친구분이 평생을 바쳐 얻은 집을 잃었다. 뉴타운만 되면 갑절로 뛴다는 말에 다달이 100만원의 소득을 안겨주던 작은 다가구 주택을 포기하고 재개발 조합원이 됐다. 하지만 대출금 이자에 쫓긴 채 새 아파트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지금, 다시 전세살이다. alex@seoul.co.kr
  • ‘법치’ 앞세운 시진핑… 저우융캉 처벌 수순

    ‘법치’ 앞세운 시진핑… 저우융캉 처벌 수순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정치 행사인 18기 4중 전회(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가 20일부터 3박4일 동안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1~2중 전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선출을 비롯한 새 정부의 인사를, 3중 전회는 시진핑 정권의 경제·사회 정책 등 개혁 청사진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당 건설’을 논하는 4중 전회의 주제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치)으로 정해졌다. ‘의법치국’은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근간으로 사법 독립과 거대 반부패 기구 신설을 통해 구현될 전망이다. 우선 사법 독립과 관련해 각급 지방 공산당 위원회와 지방 정부에 예속된 지방법원 및 검찰의 예산·인사권이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의 지휘를 받는 성(省)급 법원과 검찰로 상향 이관된다. 그동안 지방 법원·검찰이 지방 당서기에 예속돼 부패를 제대로 벌하지 못했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명분 아래 전국 사법 시스템을 당 중앙이 수직 관리하는 형태로 재편하는 것이다. 또 중앙기율위원회, 감찰부 등 각종 반부패 기구를 일괄 통합하는 국가반부패총국의 설립도 추진된다. 당 정법위나 중앙기율위의 지배를 받는 기구로 당 중앙의 반부패 권한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당국이 ‘의법치국’을 내세우는 것은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정법 분야를 관장하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잘못을 부각시켜 그를 처벌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가 크다. 인민망은 “저우융캉에 대한 당적박탈 및 검찰송치 여부가 이번 4중 전회에서 정해진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 관계자는 “저우융캉이 웨이원(維穩·질서유지)을 내세워 지방 검찰·법원을 중심으로 억울한 사건을 양산했다는 부정 여론이 팽배한 만큼 ‘의법치국’은 사법독립을 구현해 저우융캉 시절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당 중앙 기관지인 ‘훙치(紅旗)문고’는 대표 좌파 인사들의 기고를 통해 “(일당독재의 근간인)계급투쟁 이론은 영원하다”, “법치는 결코 인민민주독재(일당독재)를 대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시 주석의 뜻이기도 하다고 명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당국이 내세우는 ‘의법치국’은 민주 인사들이 요구하는 진정한 법치인 헌정(憲政)이 아니며 오로지 ‘공산당의 일당독재’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사회과학원 출신인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시 주석이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일인지배와 권력강화에 나섰듯 사법독립, 반부패 기구 신설로 구현되는 의법치국은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입법연정체제의 연원과 정치운명/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입법연정체제의 연원과 정치운명/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우리는 세계정치사에 유례없는 입법연정을 실험하고 있다. 입법연정이란 여당과 제1야당이 연합해 입법과정을 공동운영하는 정치체제다. 여당과 제1야당이 의석수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표결력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 제1야당의 비토권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정치지형이 양당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은 53%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고, 제1야당은 43%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다. 과반수의 안정적인 의석을 가진 여당이 왜 야당과 입법연정을 하려 했을까. 잘 알려져 있듯이, 그 까닭은 국민이 혐오하는 국회폭력을 청산하려 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다수결에 호소하는 정치행태를 권위주의의 잔재로 치부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다수 여당이 소수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다수결로 법안처리를 감행했었다. 이렇게 처리하는 것을 우리는 “날치기”라고 불렀다.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이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권위주의를 상징하게 됐던 것이다. 1987년부터 활짝 열린 민주시대에 국회의원들은 모두 민주적으로 선출됐다. 다수당과 소수당이 민주선거로 판가름났고, 모두 민주적으로 국민을 대표하게 됐다. 이제 다수당이 입법정치를 주도하거나, 다수결로 법안이 평화적으로 처리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결은 날치기로 의심되고, 다수당의 입법주도는 정치 독선으로 비난받기 일쑤였다. 더구나 날치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회에서는 극렬한 폭력이 동원되곤 했다. 귄위주의 정치원리였던 날치기의 망령을 몰아내려고 민주주의 정치원리인 다수결을 폭력적으로 배척했던 셈이다. 이런 정치딜레마를 풀고자 지난 정권에서 입법연정이 구상되고 국회선진화법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의 입법연정은 어떤 경우에도 해체될 수 없는 철옹성의 연정체제다. 다른 나라에서는 연정체제가 유동적이다.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연정을 해체하고 짝짓기를 다시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연정을 해체할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안의 협상과정에서 보았듯이, 뜻이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후안무치하게도 무위도식을 일삼는다. 어느 누구도 어찌해볼 수 없는 기세였지만, 국민 모두가 나서서 손가락질하니까 마지못해 그 무거운 몸집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똑똑히 보았다. 입법연정이 이렇게 끈질긴 정치운명을 타고난 까닭은 우리의 특수한 정치지형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려면 위원회소속 재적의원 60%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여당이 53%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의석수 7%의 정당과 연정할 수 있고,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연정을 해체하고 같은 규모의 다른 정당과 새롭게 연정을 꾸밀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규모의 정당이 없고 극소규모의 군소정당들이 있을 뿐이다. 53% 의석의 거대여당이 연정파트너로 삼을 수 있는 정당은 오직 43% 의석의 거대야당밖에 없다. 우리의 입법연정에서는 일반법안의 통과가 헌법개정안의 통과보다도 외관상 더욱 어렵게 됐다. 헌법개정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66.7%가 찬성하면 통과되지만, 일반법안은 현재 사실상 국회 재적의원 96%의 찬성으로 통과되고 있다. 여야 연정의 의석수를 합치면 이처럼 초현실적인 의결정족수가 나온다. 지금 국회는 거대한 정치공룡 두 마리가 동물원의 우리 안에서 웅크리고 마주한 형국이다. 가만히 지켜보면 공룡들의 사이가 나빠도 겁나고 사이가 좋아도 겁난다. 사이가 나쁘면 아무리 시급한 법안도 전혀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국민생활이 적적해지고, 사이가 좋으면 무슨 법안이든 마구잡이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국민생활이 불안해지기 십상이다. 양당체제로 굳어진 정치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 공룡들의 무지막지한 애증의 몸부림을 피할 길이 없다. 혹시 최근에 혁신의제로 떠올랐듯, 양당이 모두 완전한 국민경선제를 채택한다면 정당들의 정치행태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는 아무래도 국회선진화법의 덫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싶다.
  • [시론] 카톡 검열사태, 사법부의 저울질로 풀어야/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카톡 검열사태, 사법부의 저울질로 풀어야/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카카오톡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은 검찰이 누구나 말 한마디로 저지를 수 있는 명예훼손 범죄 수사를 위해 카톡을 들여다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소한 범죄수사를 명분으로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파고든 것이다. 우리나라 감청 건수는 2011년에 인구 대비로 무려 미국의 15배, 일본의 287배였다. 통신사실확인자료(수사대상이 누구와 언제 얼마나 통신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기각률도 낮지만 2011년 한 해만 약 3700만명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무지막지한 이 숫자는 ‘기지국수사’라는 한국 특유의 수사방식 때문인데 특정 기지국과 통신한 전화번호를 몽땅 입수해서 각 전화번호를 가진 통신기기의 통신 내역을 입수하는 방식이다. 그 많은 사람을 모두 피의자로 보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신원을 모르는 상황에서 추려내는 것이라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덜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이게 바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쉽게 생각하고 했다가 세계 시민에게 걸려서 논란이 된 수사기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화번호만 알면 그 소유주가 누군지 영장 없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통신자료제공’ 제도(전기통신사업법)가 있어서 위 기지국 수사는 3700만명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심대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된다. 기지국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압수 수색은 비밀스러운 통신내용을 보는 수사기법이라서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소명돼야 발부되는 영장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지만 통신 사실확인은 “수사에 필요하다”는 소명만 있으면 법원허가가 나온다. 기준이 이렇게 느슨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외국도 마찬가지고, 통신사실은 통신내용에 비해 아무래도 프라이버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목적으로 기지국 수사를 하는가에 따라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는 법들인 집시법,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조항, 공직선거법 유권자규제, 노조 업무방해죄 등의 위반자를 찾아내려고 수만명의 통신 내역을 취득하는 것이 과연 비례성이 있는 일일까. 이렇게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사법부가 할 일이다. 2012년 전병헌 의원이 기지국 수사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법안을 낸 적도 있었지만 이런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법원에서 수고를 해줘야 한다. 감청이나 압수 수색에 대해서도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발부 기준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범죄와 무관하게 감시당하는 것이다. 피의자 A의 카톡방을 압수 수색하더라도 대화 상대방인 B, C의 메시지는 범죄 유관정보가 아닌 이상 복사(압수)해서는 안 된다(형소법 106조). 또 피의자 A의 X범죄 혐의에 대해서 조사할 때 이와 무관한 정보(범죄 Y, Z에 대한 정보 포함)도 복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복사할 거라면 B, C나 Y, Z에 대해 별도의 정황을 소명해 영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사실은 이렇게 수사대상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검찰이 애시당초 보게 되는 것(수색)도 프라이버시 침해이고 법률 위반(형소법 109조)이다. 물론 정보를 보지 않고 범죄 관련성을 알 수는 없으므로 압수와 달리 수색의 범위를 좁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대한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 대신 여러 판사가 X의 특정 계정 전체의 압수 수색을 허용하면서 단순히 “범죄 유관정보에 한함”이라고 영장에 쓰는 걸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검찰 입장에서는 계정 전체를 다 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피의자나 피의자 통신 상대방에게 불리한 범죄와 무관한 정보도 복사해 놓을 동기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국회는 이를 제한하기 위해 통신영장의 경우 그 통신의 “작성기간”을 한정하도록 법을 개정하였는데(형소법 114조)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 판사들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영장에 압수 수색 대상 “통신상대방”을 한정하는 것은 어떨까. 또는 “특정 검색어가 포함돼 있는 정보”로 한정하는 것은 어떨까. 국민을 안심시킬 열쇠는 법원이 쥐고 있다.
  • 팔레스타인, 돌 던지는 슬링 샷(Sling Shot)의 표적은...

    팔레스타인, 돌 던지는 슬링 샷(Sling Shot)의 표적은...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는 알 아크사 사원(Al-Aqsa Mosque compound) 부근 언덕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이 이스라엘 보안군을 향해 슬링샷(Sling Shot)을 사용하고 있다. 슬링 샷은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때 썼던 돌을 던질 때 사용했던 무기다. 이스라엘 보안군은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50세 이하 남성들의 알 아크사 사원 출입을 금지했다. 알 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사원 가운데 3번째로 성스런 사원이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구본영 칼럼] 체제 전환이냐 레짐 체인지냐, 기로의 북한

    [구본영 칼럼] 체제 전환이냐 레짐 체인지냐, 기로의 북한

    한반도의 가을은 쾌청하지만 남북관계는 요즘 ‘시계 제로’다. 얼마 전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한 실세 3인방의 인천행으로 청신호가 켜지나 싶었다. 그런 지 3일 만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 함정의 포격과 며칠 전 북측의 삐라 총질은 아연 적신호다. 북의 ‘럭비공 행보’로 헷갈리던 차에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의 책을 읽었다.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이란 제목이다. 여느 북한 전문가보다 설득력 있는 분석에 무릎을 쳤다. 하긴 약 2년 반 북한체제의 속살을 들여다봤다니…. 그는 북한정권이 그들의 체제가 망가진 것을 알고도 개혁을 못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간 해온) 거짓말이라는 자충수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이 남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비교하게 되는 순간 그들을 ‘이류 주민’으로 살게 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북측이 ‘최고 존엄’의 급소를 건드리는 삐라에 총질을 해 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게다. 사실 북한체제는 수령을 무오류의 존재로 보는 점에서는 봉건왕조와 다름없다. 그러나 조선 왕조에서도 개인 우상화는 없었다. ‘김씨 조선’의 3대 후계자 김정은은 ‘가계 우상화’란 원죄 탓에 호랑이 등에 타버린 형국이다. 개혁·개방은 엄두도 못 내고 주체사상이란 채찍으로 허기진 호랑이(인민)를 다그치며 계속 내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란 얘기다. 북한당국으로서도 외부의 자본과 기술, 특히 남한의 협력이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실제 남북 경협에서는 남북 주민 간 면 대 면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철조망을 둘러친 나진·선봉이나 신의주 특구는 물론 개성공단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돈이나 기술 유치는 좋지만 ‘자본주의 날라리 풍’이 묻어 들어오는 것을 극력 경계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철조망 개방’으로 거덜난 경제가 살아나길 바라는 건 연목구어일 뿐이다. 그럼에도 외부 세계가 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에버라드 전 대사도 “북한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체제를 지키려고 핵개발에 절망적으로 매달릴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중국조차 북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핵 포기와 함께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 지렛대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 이외엔 없다고 본다. 우리로서도 속히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주민들을 생활고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김정은보다 합리적인 온건·개혁세력의 등장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북에는 ‘백두혈통’ 말고는 대안도 없고, 자스민 혁명 같은 민중봉기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마당에 외부에서 북의 ‘최고 존엄’을 갈아치울 레짐 체인지를 시도하는 건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까닭에 보다 안전한 선택은 김정은과 그를 떠받치는 핵심인물들이 개혁·개방 세력으로 변신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일종의 레짐 트랜스포메이션(regime transformation·체제 변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능한 한 남북대화와 협력의 빈도를 늘려 북 파워엘리트들 중에 외부와의 협력에 우호적인 인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북한에 햇볕도 쪼여 보고 5·24조치 등을 비롯한 제재도 해보았다. 어느 쪽이든 북의 근본적 변화를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김정은이 잠행 40일 만에 나타났지만, 첫 행선지가 미사일 개발과 관련 있는 ‘위성과학자주택지구’란 점도 꺼림칙하다. 김정은 체제가 변화할 기회를 주면서도 ‘김정은 이후’에도 대비하는 투 트랙 접근이 박근혜 정부의 숙제다. 특히 햇볕도 제재도 답이 아니라면 ‘비판적 관여’(critical engagement)가 유일한 선택지일지도 모르겠다. 북과 수교 중인 유럽연합(EU)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앞장서듯이 말이다. 교류와 협력은 추구하되 북한 내부로 개혁·개방의 바람을 불어넣는, 담대한 전략을 끈기 있게 펼쳐 나갈 때다.
  • [열린세상] 루머가 뉴스를 압도하는 사회/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루머가 뉴스를 압도하는 사회/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올가을 어머니 생신 때 18년 동안 쓴 낡은 가스레인지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 어머니와 가까이 사는 둘째에게서 문자가 왔다. ‘카톡’으로 새로운 모델 사진을 보냈다고 한다.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 했더니 검열 때문에 그러냐며 텔레그램으로 다시 보낸다 했다. 텔레그램 앱을 다운로드받아 보니 이미 많은 지인들이 대화상대 명단에 등록돼 있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말하고 이틀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포털사이트, 메신저, SNS상에서 근거 없는 의혹과 루머 유포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같은 날 첨단범죄2부장은 ‘사이버 유언비어·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이라는 문건을 통해 포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밝혔다.(정의당 서기호 의원 보도자료 첨부 문건) 지난 9월 25일 서울중앙지검이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사이버 공간 모니터링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카카오톡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독일에 서버를 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이용자는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식자층들이 검열에 저항하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외국의 메신저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나름 짐작했다. 그런데 10월 중순에 접어든 오늘에도 텔레그램 신규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것을 보면 검열 공포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니컬러스 디폰조는 그의 저서 ‘루머 심리학’에서 루머는 모호함과 위험 혹은 잠재적 위협의 맥락에서 발생하는데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정의했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때 루머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해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나 언론이 모호하고 불안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때 공동체 구성원들은 집합적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고 평가하게 된다. 즉 루머는 단순한 사적 의견이 아니며, 마치 복잡한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교환되는 상품과 같다고 한다. 종국적으로 루머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처럼 선택의 과정을 통해 살아남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러한 속성을 고려한다면 사이버 공간에 횡행하는 루머가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검찰의 명분은 일방적 주장에 가깝다. 뉴스나 정부 발표보다 루머가 현실 인식에 더 유용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어째서 사람들은 입증 가능성이 낮은 루머를 제도적 기관이 생산한 정보보다 더 유용하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아마도 정부의 공식 발표와 이를 토대로 생산된 뉴스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높은 탓일 게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체계적이어서 신뢰할 수 없었고 ‘기레기’라는 표현에 나타나듯 저널리즘은 질적 수준이 낮고 전문성이 부족해 시민들로부터 배척당했다. 언론은 시민들이 정치를 만나는 가장 중요한 경로다. 권력 집단의 활동을 감시해 시민을 보호하고, 공공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사실과 의견을 제공해 식견을 갖춘 시민을 양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영향력이 큰 신문들, 그리고 그들이 대주주인 종합편성채널은 ‘감시견’의 역할을 포기한 채 특정 정치 세력을 편드는 ‘보호견’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 정보를 탐색하고 특정 정치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마저 권력에 의해 감시받게 된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사회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권력을 편드는 방향으로 더욱 심하게 왜곡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루머가 뉴스를 압도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왜곡된 사회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그런데 정상화를 위한 방법론은 온라인 공간 검열이 아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뢰할 만한 뉴스 생산이어야만 한다.
  • 외통위원들 ‘외유성 국감’… 中서 뮤지컬 관람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출국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뮤지컬 관람과 현대차 현지공장 시찰에 나서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감 일정에 외유가 곁들여져 ‘국감 반 외유 반’이 됐다는 비판이다.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상임위를 옮긴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일정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4일 “외통위원들이 13일 베이징에 도착해 현대차 공장 시찰과 2008년 올림픽 개막식 감독을 했던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대형 뮤지컬 ‘금면왕조’를 관람했다”며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연합 김성곤, 심재권, 이해찬, 김현 의원 등이 관람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 문화 및 한국기업 시찰 명분을 내세웠지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아닌 외통위 국감 일정에 걸맞은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더욱이 외통위 국감 계획서에 따르면 주중 한국대사관 국감 일정이 13~14일, 이틀로 되어 있는데 뮤지컬 관람 등에 일정의 절반을 허비한 꼴이 됐다. 외통위는 재외공관 국감을 위해 미주반(북중미), 구주반(유럽), 아·중동반(중앙아시아), 아주반(동남아시아+중국, 일본) 등 4개 반으로 나눠 올해 해외국감을 진행했다. 반마다 5~12개 공관 국감을 12~13일 동안 진행하는 일정이다. 전체 국감 일정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하느라 외통위는 매년 전체 국감 경비의 3분의1 정도를 쓰고 있다. 국회사무처의 2012년 국정감사 경비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16개 상임위 전체 경비 15억 1644만원 중 4억 5115만원(29.7%)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망에서 한 발짝 벗어난 데다 국감장 간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다른 상임위가 십여 가지에서 수십 가지 시정 요구를 내놓는 반면 외통위 해외국감의 시정 요구 사항은 6~7가지에 불과하다”면서 “그 내용을 살펴봐도 ‘한글 사용을 강화하라’ 등 굳이 국감을 통해 지적할 필요가 없는 요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외통위뿐 아니라 정무위원회가 일본 도쿄와 베이징에서 3년 만에 금융 당국 사무소와 은행 지점을 대상으로 해외국감을 실시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서울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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