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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병우와 각별한 추명호, 국정농단 눈치챈 직원 지방 전출

    우병우와 각별한 추명호, 국정농단 눈치챈 직원 지방 전출

    이석수 동향 수집… 2회 禹 보고 공천 앞둔 김진선 부정적 동향 모아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직권을 남용해 민간인과 공무원을 사찰했다는 의혹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추 전 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게 비선보고를 했다는 의혹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장유식 국정원 개혁위 공보간사는 16일 “중요한 건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를 했느냐는 것인데 그 문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일단 검찰 수사 의뢰를 통해 좀더 진실에 접근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말에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자 그의 움직임을 수집해 우 전 수석에게 2회 보고했다. 당시 보고에는 이 특별보좌관의 개인 동향과 함께 감찰 내부 동향과 대응 방안이 담겼다. 이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2건은 원장한테도 보고한 거라서 그게 비선 보고인지를 확실하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장 연임 저지하려 첩보 지시? 추 전 국장은 지난해 6월 말에는 우리은행장의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할 것을 소속 직원에게 지시했다. 정치권 줄대기, 불투명한 공금 집행, 특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종합보고서는 두 달 뒤 우 전 수석에게 보고됐다. 개혁위는 최순실 등이 새로운 행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최순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관련 문건에는 정모씨의 이력서에 ‘우리은행장 추천 중’이라고 기재돼 있다. 추 전 국장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동향 보고 작성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 전 국장이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 급히 작성하도록 지시한 보고서에는 평창조직위원장 재직 시 알펜시아리조트 부실 초래 및 이권 개입, 사생활·측근 관리에서의 물의 야기 사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개혁위는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공천심사를 앞둔 시기로 부정적인 동향을 집중 정리토록 지시한 점에 비추어 특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르재단 재계 불만 수집하자 전출 지난해 3월엔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에 대한 세평 작성도 지시했다. 부정적인 평판 위주로 정리된 보고서에는 박민권 1차관 인맥으로 고속 승진, 업무능력·자질 부족, 문체부 내 지역파벌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세평 작성을 지시한 문체부 간부 8명 중 6명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간부 6명의 인사조치 요구)에 적시된 인물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이 부임한 2014년 8월 이후 최순실·미르재단 등 관련 첩보는 총 170건 작성됐다. 첩보 내용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K스포츠재단 설립 추진과 이로 인한 전경련·재계의 불만 여론 등 국정농단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들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추 전 국장은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 전출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다. 전경련 담당 직원이 미르재단 설립 관련 재계 불만 첩보를 지속 수집하자 본청 복귀 1년 만에 ‘복장불량’ 등의 사유로 지부 재발령을 냈고 안 전 비서관의 경찰인사 관여 등 첩보를 보고한 직원은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며 질책하고 지부로 발령 보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2월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를 관할하는 2차장에 추천할 정도로 그와 밀착 관계였다.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대로 2차장 승진은 무산됐다. 안 전 비서관과는 2015년 6월과 12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던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두 차례 접촉한 사실이 파악됐다. 그러나 우 전 수석과 안 전 비서관에 대한 비선보고 여부는 통화내역 조회권한이 없고 추 전 국장의 휴대전화 제출 거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한편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0년 3월 ‘자유주의 진보연합’을 조종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는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북한에 전달된 수억 달러가 북한의 무기 구입에 쓰였다’, ‘김대중에 대한 부적절한 수상은 재단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 등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철회 주장이 담겼다. 장 공보간사는 “특히 서한을 영문으로 번역한 MBC PD수첩 번역가 정모씨는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PD수첩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라며 “국정원이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대책을 세워서 접근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퍼블릭 IN 블로그] 67년 만에 통일했더니 순실마크?…60억짜리 널 어쩌면 좋니

    [퍼블릭 IN 블로그] 67년 만에 통일했더니 순실마크?…60억짜리 널 어쩌면 좋니

    “그래도 정부가 공식으로 정한 정부 상징인데 적폐 논란이 있다고 해서 명함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나요.”# 태극문양 명함 슬그머니 빼는 까닭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사석에서 ‘태극 문양’을 새긴 명함이 화제가 되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5월 태극기의 청·홍·백 삼색을 조합한 태극 문양이 대한민국 정부의 새로운 통합 상징으로 확정되면서 공무원은 부처 상관없이 같은 문양을 새긴 명함을 쓰고 있다. 정부 상징이 무궁화에서 태극 문양으로 바뀐 건 67년 만이었다. 이전에는 무궁화 문양이 행정부 전체를 표상하는 정부 상징으로 사용됐지만, 부처별 상징 로고는 제각각 달랐다.문제는 최순실 사태로 태극 문양이 때아닌 홍역을 치르면서 불거졌다. 현재의 태극 무늬 정부 상징이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문제의 엠블럼은 최순실씨가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 상징을 결국 최씨가 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서울신문 2016년 10월 29일자 2면〉 # “많이 남아서…” 예전 로고 새긴 명함 내놓기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논란의 불똥은 엉뚱하게도 공무원이 사용하는 명함으로까지 튀고 있다. 물론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일부 사석에서 공무원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어색한 인사말이 오가는 정도다. 총리실의 일부 공무원은 아예 예전 부처 로고인 무궁화를 상징화한 문양을 새긴 명함을 내놓기도 한다. 한 과장급 직원은 “명함에 태극문양이 없다”고 되묻자 “부처 로고를 새긴 예전 명함이 워낙 많이 남아 있어서….”라고 얼버무렸다. 그러면서도 외려 태극문양 명함을 쓰는 다른 공무원들보다는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일상의 업무에서 적폐를 경계하고 그 청산을 얘기하면서도 매번 내놓는 명함에는 ‘최순실표 태극’으로까지 비아냥을 받는 문양을 그대로 담고 있자니 때론 어색하기도 하고 때론 정부의 공식 엠블럼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모습이 간간이 포착된다. # “적폐 논란 있다고 혈세 들여 또 바꿀 수 있나” 명함뿐만이 아니다. 태극 문양은 세종청사 각 부처의 철제 울타리와 출입문 등에서도 숱하게 볼 수 있다. 지름 30㎝ 정도의 원형 태극 문양은 대략 열 걸음 간격으로 울타리의 어른 눈높이 정도에 연이어 부착돼 있다. 또 다른 세종 지역 공무원은 “적폐 논란이 있다고 해서 한 부처에 수십개씩 부착된 문양을 다 떼어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논란이 된 문양과 매일 마주쳐야 하니 솔직히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정부 모든 부처 등 산하기관 750곳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부 상징을 교체하기 위해 6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였다. 그러니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문제의 태극 문양 상징을 바꾸려면 또다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어쨌든 공식 절차를 거쳐 확정한 정부 상징을 예기치 못한 정치 상황 때문에 또다시 바꾸는 것이 명분에 맞는 일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종청사의 한 사회 부처 공무원은 “주어진 업무에 하루하루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공복으로서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길이긴 하지만, 명함을 내밀 때나 청사 곳곳에서 태극 문양을 볼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겹쳐 마음이 착잡하고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글 사진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커버스토리] 1% 예산 놓고 쪽지·밀당…“국회 가면 쩐쟁 아닌 정쟁”

    [커버스토리] 1% 예산 놓고 쪽지·밀당…“국회 가면 쩐쟁 아닌 정쟁”

    연말이 다가오면 국회는 ‘예산 정국’으로 뜨거워진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의 막강한 권한인 예산 심의·확정권을 쥐고 각 정부 부처와 기획재정부가 머리를 맞대 작성한 예산안을 심사한다. 자신의 지역구에 민원성 예산을 끌어다 주는 ‘쪽지예산’ 문제도 매년 이맘때쯤 불거진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며 국회의사당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경우도 흔했다.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의 손으로 뒤바뀌는 예산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사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또는 증액되는 건 1% 내외로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공무원 인건비나 계속 사업비 등 매년 일정 수준 반복되는 예산은 사실상 손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의원이 막판까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건 주요 이슈나 국정과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등 일부 분야 예산에 국한돼 있다. 기재부의 한 서기관은 “얼마나 뒤집히는지는 결국 통계로 나오는 것인데 실제 기재부 담당자들도 체감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국회에서의 대결은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명분 싸움”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추진 등 혼란한 국정 상황 속에서도 정부 최초로 400조원이 넘는 규모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등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업에 대한 감액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여야 합의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의 국비 지원 규모가 8600억원 증액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년도 예산보다 14조 3000억원 증가했던 정부 제출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1505억원이 순감액되는 데 그쳤다. 2016년도 예산은 누리과정 지원이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대한 국고 지원 문제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장기간 이어졌다. 또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였던 까닭에 지역 선심성 쪽지예산이 대거 처리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년도보다 11조 3059억원 증가한 정부 제출 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3062억원 순감액됐다. 2015년도 예산은 담뱃값 인상이 화두였다. 당시에도 여야는 기나긴 ‘예산전쟁’을 진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에서 6000억원가량이 줄어든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매년 예산철마다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요 이슈와 관련된 예산에만 여야가 ‘전투력’을 집중하다 보니 심사가 한정된 분야에서만 이뤄진다는 얘기다. 특히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만 가질 뿐 증액을 하고자 할 경우 기재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예산 심사가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의원을 보좌했던 국회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국회가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지만 지역구 예산 때문에 재정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실제로는 기재부 예산실장 등 고위직의 위상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은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행사하고 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안은 의회의 예산 심의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프랑스도 사업별 지출 규모를 변경하지 않는 수준에서 세부 예산을 조정할 권한을 의회에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국회의 적극적인 예산조정권을 인정하면 ‘선심성 지역구 예산’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 제도에서도 매년 선심성 쪽지예산 논란은 반복된다. 또 실질적으로 예산 관련 전문성을 갖춘 국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 전문위원실이나 예산정책처조차도 기재부의 도움 없이는 예산을 독자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각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사 권한을 강화하고 예산결산특위를 일반 상임위화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현행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국회의 자율적인 예산조정권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이뤄질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질적인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소속 공무원은 “제도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예산을 바라보는 국회나 공무원들의 시각”이라면서 “정부 예산을 여야의 정쟁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국회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씨줄날줄] 생존 배낭/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생존 배낭/이동구 논설위원

    추석 연휴 동안 영화 ‘남한산성’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치욕의 역사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지만 작금의 우리 현실에 비춰 볼 만한 메시지들로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신흥 강대국 청에 순종할 것인지, 명의 신하국으로서 대의를 지켜야 할지를 두고 벌이는 왕과 신하들의 논쟁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누란의 위기에서 당대의 브레인 김상헌과 최명길이 각기 다른 생존 방법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현재의 정치인과 국민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을 법하다. 하지만 대의명분을 고집하는 김상헌의 주장이나 백성을 살리고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 왕을 적에게 항복하도록 설득하는 최명길의 논리 또한 관객들은 쉽게 수긍할 수 없었을 것이다.할리우드 영화 ‘마션’은 화성과 우주 공간에서 한 우주인이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과정들을 과학과 영상기술로 엮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화성에 혼자 남긴 채 구조대가 올 때까지 감자를 기르고, 물을 만들고, 지구와 통신하는 온갖 과정들을 과학적 지식과 의지로 이겨낸다. 영화 남한산성이 국가 지도자들의 생존전략을 보여 줬다면 마션은 극한상황에 놓인 한 개인의 생존전략을 흥미롭게 보여 준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생존전략, 즉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생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힘이 센 동물이거나 미약한 식물일지라도 각자 최적화된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보호색이나 꽃과 향기 등도 모두 동식물들의 생존전략에 해당한다. 인간도 마찬가지. 처한 환경과 자신의 능력에 따라 방법만 다를 뿐 모두가 생존전략들을 갖고 있거나 찾기 마련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 사이에 ‘생존 배낭’을 준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과 미국의 군사옵션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전략 중의 하나로 생존 배낭을 선택한 셈이다. 지진이나 불가항력적인 재난 상황에 대비해 간단한 생필품 등을 미리 갖춰 놓는 생존 배낭이 추석선물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현재의 국내외 정세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도, 칼, 라이터, 나침반, 라디오, 통조림, 물, 라면, 핫팩, 우비, 수건, 담요, 구급상자 등 배낭에 넣을 물품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생존 배낭이 국정감사장에서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놀라운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 줘야 할 외교장관이 생존 배낭의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 국민들만큼 전쟁 걱정은 없는 것일까.
  • ‘메이지시대’ 부활 꿈꾸는 아베 정권

    ‘메이지시대’ 부활 꿈꾸는 아베 정권

    아베는 누구인가/길윤형 지음/돌베개/480쪽/1만 9500원일본의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비리 스캔들로 흔들리던 아베 정권이 북핵 위기를 명분으로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는 꼼수를 발휘했다. 그런데 현지의 각종 여론조사와 선거 판세 분석을 보면 아베의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웃도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일본은 헌법을 개정해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회귀하는 게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13년부터 3년 반 동안 일본에서 아베 정권의 부상을 목도한 일간지 특파원이 아베를 통해 오늘의 일본을 읽는 책을 썼다. 저자는 한국과의 역사 갈등이 불거지고 한국이 중국 편에 설 수도 있다는 불신이 생기면서 일본이 한국을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구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 사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현재 자민당에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이 과거 침략전쟁을 주도했던 기득권 세력의 후손인 2~4세 세습 의원들이라고 분석한다. 2012년 4월에 발표된 자민당의 헌법 개정 초안을 보면, 이들이 꿈꾸는 바람직한 일본 사회의 모습은 천황을 중심으로 일본이 세계를 향해 위세를 떨쳐 가던 ‘메이지 시대’의 일본이다. 과거 메이지 시대를 거친 일본은 동아시아를 집어삼키지 않았던가.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美, 이란 핵협정 준수 불인증”… 사실상 파기 수순

    의회, 60일 내 제재 재개 여부 결정 “협정 파기 땐 北에 핵개발 명분 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새로운 대(對)이란 전략을 발표했다.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인증 내용 등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 핵 협정이 더이상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고 이란이 중동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핵합의) 결의를 시험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데 골몰하는 충격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군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군기지에 대한 사찰을 거부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시사해 온 것은 이란의 핵합의 약속과 추가 의정서에 위배된다”면서 “미국의 새로운 대이란 전략은 이란 정부의 불안정한 영향력을 무력화하고 공격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 맺은 것으로, 이란은 핵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다. 협정 타결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 법에 따라 미 정부는 이란이 JCPOA를 제대로 준수하는지를 90일마다 인증해 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의회는 이를 근거로 대이란 제재 면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정부가 협정 준수 인증을 하지 않는다고 이란 핵협정이 당장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거나 판단을 유보하면 의회는 60일 안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할지를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가 북한에 핵개발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이미 나온 협상마저 찢겠다고 얘기하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북정책 및 핵협상 전문가로 이란 핵협상에도 깊이 관여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뒤집는다면, 이는 미국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고 따라서 대북 외교를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도 이란 핵협정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려감을 표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유관 각국이 이란 핵협정을 계속해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이날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의 안전, 예측 가능성 및 핵확산 금지의 현 분위기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조윤선, 문체부 서울사무소에 ‘전용 화장실’ 만들어 사용

    조윤선, 문체부 서울사무소에 ‘전용 화장실’ 만들어 사용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재임 당시 서울사무소에 장관 전용 화장실과 샤워부스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서울사무소는 조 장관이 서울 출장시 잠시 머무는 장소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방문하는 군부대나 특별 행사장 등에 대통령 전용 화장실을 새로 설치했다는 증언이 탄핵 과정에서 제기됐었다. 13일 뉴시스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문체부가 지난해 9월 5일 조 전 장관이 취임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서울 용산구 서계동 서울사무소에 조 전 장관 전용 화장실 설치 공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문체부 서울사무소 장관 집무실에는 전용 화장실이 없고 일반 직원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만 있었다. 문체부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뒤 장관의 서울 출장 시 편의를 위해 잠시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전임 장관들은 같은 층에 위치한 공용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조 전 장관이 취임하자 기존 공용 화장실과 붙어 있던 직원용 체력단련실을 폐쇄했고, 수도공사를 거쳐 변기를 설치했다. 환경개선사업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여직원 전체가 아닌 조 전 장관만 이용했다. 공용화장실 바로 옆에 전용 화장실이 들어선 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변기도 가려쓰냐’며 불만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전 의원실에 ‘조 전 장관은 공용 화장실을 개의치 않고 썼지만 이를 공유해야 하는 여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해 전용 화장실을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뉴시스는 밝혔다. 하지만 전 의원실은 시설공사 전 조달청 공고 등 절차도 지켜지지 않은 것을 볼때 문체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9월 5일 취임한 지 열흘도 안돼 문체부가 조 전 장관에게 공사 계획을 보고했고, 결제가 이뤄진 뒤 다음날 공사가 시작됐다”며 “취임한 지 열흘밖에 안 됐는데 불편이 호소돼도 얼마나 호소됐겠느냐”고 뉴시스를 통해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페인 “16일까지 독립 결정하라”… 코너 몰린 카탈루냐

    스페인 “16일까지 독립 결정하라”… 코너 몰린 카탈루냐

    스페인 중앙정부가 분리 독립 선언을 유보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대해 오는 16일까지 독립에 대한 최종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하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카탈루냐 측이 대내외적 제약으로 실제 독립이 어렵다는 약점을 알고 승기를 잡은 중앙정부가 사실상 ‘백기 투항’을 강요한 것이라 정국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방송 담화를 통해 “내각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독립을 선언한 것인지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카탈루냐의 응답이 향후 상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이 “독립을 선언했지만 선언문의 효력은 발효되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선 틈을 파고들며 최후통첩성 발언으로 반격한 것이다. 라호이 총리는 “민주적 법과 불법 사이에는 어떤 중재도 없다”고 자치정부가 제시한 국제사회의 중재 제안도 공식 거부했다. 스페인 정부 소식통은 AFP통신에 “라호이 총리가 자치정부 수반에게 16일까지 최종 입장을 제시해 달라면서 5일간의 시한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자치정부가 독립 선언이 유효하다고 답변할 경우 중앙정부는 불복종하는 자치정부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헌법 155조를 명분 삼아 의회의 동의를 얻어 자치정부 관료 해임, 신규 지방선거, 지방경찰 장악 등에 착수하게 된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하는 카탈루냐가 독립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지역보다 세금을 많이 내도 재정적 혜택이 적다’는 불만에 따른 것이다. 카탈루냐 정부는 애초 투표를 통해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자치권과 재정적 혜택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으나 라호이 총리의 완강한 반격에 또다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전날 유화적 발언을 했던 푸지데몬 수반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페인 정부와 조건 없는 카탈루냐 독립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소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PP)과 제1야당 사회당은 차제에 카탈루냐의 독립을 영구적으로 막기 위해 현재의 지방 자치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개헌 논의에 착수하는 등 카탈루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이 유럽 다른 지역의 분쟁을 격화시킬 것을 우려한 유럽연합(EU)도 중앙정부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카탈루냐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고, 프랑스 정부도 “카탈루냐의 독립은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조작 윗선은 김기춘·김관진?… 朴 구속연장 힘 실릴 수도

    조작 윗선은 김기춘·김관진?… 朴 구속연장 힘 실릴 수도

    특검·檢측 재발부 명분 늘어 임종석 실장 “정치적 의도 없다” 청와대가 12일 세월호 사고 최초 보고 시점 조작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함에 따라 오는 16일 자정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구속기한 연장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수뇌부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먼저 박 전 대통령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지시 혐의가 적용된다면 구속기간 연장을 두고 지금까지 진행된 논쟁은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세월호 사고 최초 보고서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며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군색한 설명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수감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구속기간 만료 이전에 추가 기소를 할 수 없더라도 이날 청와대 수사 의뢰만으로 특검이나 검찰 측에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명분은 늘게 됐다.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관련 보고 시점 조작 의혹 문건을 제시하기 전인 이날 오전까지 특검과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부 혐의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쟁을 펴 왔다. 검찰과 특검은 박 전 대통령 공소장에는 포함됐지만 구속영장엔 누락된 SK와 롯데그룹 뇌물 사건과 관련한 혐의를 적용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1심 구속기간을 6개월로 제한한 규정은 미결 피고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라며 적법성 시비를 제기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의뢰 방침을 밝히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면서 “오늘 발표한 배경은 관련 사실의 중대성도 있고, 기록물은 이관하고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은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수사 의뢰로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련자들의 사법처리가 뒤따르는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수사 대상으로) 특정인 누구를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진실규명 차원에서 수사하게 되면 당시 책임자, 관련자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김장수 전 주중 대사이지만 조작과 불법 변경이 이뤄진 시점에는 그해 6월에 부임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을 맡고 있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변경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적폐 공방에만 몰두하는 국감은 보고 싶지 않다

    오늘부터 20일 동안 진행될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적폐청산 등 과거사를 둘러싼 정쟁으로 국론 분열만 초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는 안보 위기와 민생을 살피는 생산적인 국정 감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정쟁이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의 적폐청산에 국감의 초점을 맞췄다. 민생 제일, 안보 우선이라는 3대 기조를 내걸었으나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에 가려져 국민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정책을 원조 적폐로 규정해 놓고 여당의 적폐청산에 맞불 전략을 벼르고 있다. 안보, 인사 무능을 따지겠다고 할 뿐 민생 대책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여야 모두가 과거 정권 대리전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인 셈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행정부의 국정수행 전반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이 타당했는지, 예산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감 때면 여야의 정치 공세가 국감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 정치 세력을 흠집 내기 위한 기회로 삼으며 무더기 증인 신청, 아니면 말고식 한탕주의 폭로전, 면박 주고 호통치기 등으로 일관해 왔다. 국감 무용론이 비등해진 것도 국감 때마다 보여 준 국회의원들의 이런 자질 부족 행위가 주요 원인이다. 만약 이번 국감에서마저 구태를 반복한다면 어느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 내년 개헌 시점에 맞춘 국감 폐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행위가 될 뿐이다. 국내외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번 국감을 결코 정쟁으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로 집결하고 있다. 북한은 핵 도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발 통상압박 또한 전방위적으로 밀려온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안보, 경제 상황이 위중한 시기다. 문 대통령은 “안보 위기에 우리가 주도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현 정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은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국회가 국정감사 기간이라도 국민이 느끼는 안보 불안을 줄여 주고 민생을 도닥이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 녹십자 파상풍 백신 연말 상용화

    녹십자가 개발한 국내 최초의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 예방 백신(Td백신)이 오는 12월쯤 상용화될 전망이다. 녹십자는 시판 전 마지막 확인 단계인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기존의 국내 성인용 Td백신 3종은 모두 외국산이었다. 녹십자의 성인용 Td백신 상용화로 연간 45만명분의 수입 대체효과가 예상된다.
  • MB정부 철로 사용료 할증제 알고 보니 ‘철도 민영화’ 꼼수

    “코레일 독점에 퇴출·진입 곤란…복수사업자 선정 구조 바람직” 이명박 정부가 철도사고를 줄이겠다며 2013년 도입한 ‘선로(철로) 사용료 할증제’가 실제로는 철도 민영화 추진 정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할증제는 사고가 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선로 사용료를 더 물리는 방식이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실이 입수한 2012년 10월 국토해양부의 비공개 문서 ‘철도사고 시 선로사용료 할증 방안’에 따르면 선로 사용료 할증 방안 추진 배경과 관련해 “(철도) 경쟁체제 도입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기관에 직접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라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는 이듬해 1월 선로 사용료 할증제를 실제 도입했다. 이때 내세운 명분이 “철도사고 감소 유도”였다. 급정거·급제동이나 철로 이용과 상관없는 열차문 끼임 사고 등은 1건당 3억원, 10분 연착은 1000만원 등으로 책정했다. 코레일은 도입 첫해인 2013년 1억 80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48억 4000만원을 부담했다. 열차사고가 나면 코레일은 철도안전법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 이중 처벌이라는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할증제를 밀어붙인 배경은 비공개 문서의 또 다른 대목에 나와 있다. 문서는 “코레일이 독점적으로 (철로를) 운영하고 있어 퇴출 및 신규 사업자 진입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거나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해 안전사고 등 발생 시 퇴출 또는 운행 축소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설명이 나와 있다. 당시 논란이 뜨거웠던 철도 민영화 추진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할증제를 경쟁사가 생길 때까지 한시적 페널티로 활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코레일의 경쟁사인 수서고속철도(SR)가 출범한 올해도 할증제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한 해 코레일이 부담하는 선로 사용료가 1조원이 넘기 때문에 50억원이 되지 않는 할증료는 사고예방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의원은 “안전에 대한 징벌적 개념의 비용을 선로 사용료에 부과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중복 처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처벌과 제재에 있어 좀더 실효적이고 엄중한 방안을 마련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폭주 기관차와 원칙에 입각한 정책/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폭주 기관차와 원칙에 입각한 정책/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서로 마주 보며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보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정은의 경우 무엇보다 핵무기 보유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다. 지금까지 한·미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며, 핵무기 없이도 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설득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군사적 조치에 대한 거침없는 언사는 국제사회가 “아,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도 있겠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체제 생존을 위한 자위적 조치일 수도 있겠구나, 북한도 문제지만 미국도 문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트럼프의 강경 대응을 체제 결속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더욱 강하게 맞받아침으로써 전쟁 발발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주선을 통한 북·미 직접 대화의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핵전력을 군사적 도발로 과시함으로써 북·미 대화를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핵보유국 간의 군비통제 협상의 무대로 활용하고자 한다. 한편 트럼프는 사드 배치라는 성과 외에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한국에 미사일과 핵잠수함을 포함하는 막대한 무기 수출과 함께 군사적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체제도 공고화시키고 있으며, 트럼프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자 한다. 국제 제재가 지속되고 강화되면 김정은의 강한 반발도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질 것이고, 결국 미국이 원하는 형태의 북·미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각자의 셈법에서 펼치는 작금의 행동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평화적 문제 해결 의지를 더욱 확고히 밝혀야 한다.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술핵무기 배치나 자체적 핵무기 개발에 대한 목소리를 민주사회가 막을 수 없고, 이는 나름의 대외 압박용으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제재가 진행되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국제사회의 더욱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한 이 시점에 우리 자신이 직간접의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상황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법과 규범을 어기면서 파괴적인 군사적 도발에 북한이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가 평화의 기치를 높이 올릴수록 북핵 폐기에 대한 명분과 국제사회의 지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국제 제재에 미온적이거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공식화될 경우에는 다음 단계로 1992년 발효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천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자제하더라도 비핵화 선언의 폐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북핵 문제 해결만이, 그들의 적극적인 동참만이 핵도미노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의 남북 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핵무기 없이도 북한이 우리와 평화 공존할 수 있으며,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 주는 것이다. 북·미 직접 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김정은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선뜻 응하리라고 단기적으로는 보기 어렵지만, 북·미 간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 판을 바꾸어 보려는 평화 공세의 일환으로, 시간 벌기용으로 등의 이유로 대화에 나올 수도 있다. 앞으로 북·미 대화가 실행되는 경우에도 남북 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우리가 완전히 배제되는 상황을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옆에서 보면 마치 곧 서로 충돌할 듯 마주 보며 달리는 기관차가 다른 시각으로 위에서 본다면 사실 다른 철로를 달리고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자의 계산에 따라 현 상황에서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국가이익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견지, 평화적 해결, 북핵의 완전한 폐기,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공존, 자유·민주와 인권·복지로의 북한의 변화라는, 모든 국가와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원칙에 입각한 셈법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 헌재소장 임기 논란 해결하자는 메시지

    국회에 관련 법안 2건 계류 중 靑 “입법 미비 해소가 우선 판단” 청와대가 10일 헌법재판소를 ‘김이수 권한대행체제’로 운영하기로 공식화한 배경에는 국회에서 해묵은 헌재소장 임기 논란을 해결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야당이 “국회의 결정을 무시한 ‘꼼수임명’”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은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헌재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인 데다 헌재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대행체제 공식화를 요청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행법은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규정했지만, 소장 임기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임명되면 신임 소장으로서 새로 6년 임기가 시작된다는 해석과 잔여 임기만 수행해야 한다는 해석이 공존한다. 현재 국회에는 2건의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입법 미비에도 지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기왕 낙마한 상황이다 보니 다시 지명하는 것보다는 일단 임명동의가 필요 없는 헌법재판관 1명을 임명해 불안한 헌재의 7∼8인 체제를 해소하고 입법 미비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고육지책의 측면도 적지 않다. 실제 이유정 전 재판관 후보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헌재소장과 재판관을 겸할 중량감 있는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국회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인사권을 관철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역대 어느 정권도 국회에서 부결된 인사를 이토록 집요하게 고수했던 적은 없다. 국회 무시를 넘어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새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그 사람이 헌재소장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문재인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올 초 탄핵 재판으로 인해 여러 사건들에 대한 판단을 미뤄 온 헌재는 조직의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찍으며 장기 권한대행 체제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현재 헌재는 집총(執銃)을 거부하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입대를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 처벌, 특정 기지국을 거친 통신기록을 대거 수집해 분석하는 ‘기지국 수사’,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등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를 진행 중이다.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대상자가 많은 사건들로, 헌재 입장에선 소장 체제를 빨리 세우는 것보다 현재 ‘8인 재판관 체제’인 결원 상황에서 벗어나 ‘9인 재판관 체제’를 이뤄 충실한 심리를 진행하는 게 한층 시급한 과제로 꼽혀 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성남 드림스타트 아동 600명 독감·A형간염 예방 무료접종

    경기 성남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드림스타트 관리 아동 600명분의 독감·A형간염 예방 무료접종을 한다고 10일 밝혔다. 독감 예방 접종 대상은 만 5세~12세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540명이다. 이들은 정부 지원 대상(생후 6개월~59개월)에 포함되지 않아 성남시가 무료접종 사업 대상에 포함했다. A형간염 예방접종 대상은 60명이다. 대상 아동은 시가 나눠준 독감 예방 접종 쿠폰 또는 A형 간염 예방 접종 쿠폰을 가지고 기한 내 해당 의료기관을 찾아가면 된다. 시 관계자는 “드림스타트 사업 대상 아동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독감 등의 예방 주사를 맞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면서 “성남시의사회 후원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드림스타트는 취약계층 가정의 아동(0~12세)을 대상으로 건강·복지·교육의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공정한 출발선에서 아동이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현재 드림스타트 사업 대상자는 414가구, 637명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사망 50년 지나도… 영원한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쿠바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가 세상을 떠난 지 9일로 50주년이 됐다. 그의 시신이 묻혀 있는 쿠바 산타클라라에서는 8일(현지시간) 5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에스캄브레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추모식에는 6만~7만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참배객들은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거나 사진 등을 들고 그의 혁명 정신을 기렸다. 게바라의 혁명 동지이자 오랜 친구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참석해 묘지 앞에 흰 장미를 헌화했다. 이날 추모식은 국영 TV로 생중계됐다. 1928년 아르헨티나 부유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게바라는 의사로서의 안정적 삶을 박차고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겠다는 뜻을 품는다. 첫 번째 부인 일다 가데아의 소개로 쿠바의 망명 정치가인 피델 카스트로를 만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1956년 쿠바로 건너간 게바라는 게릴라전으로 1959년 친미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시키고 혁명에 성공했다. 이후 카스트로 정부의 각료로 활동했지만 1965년 돌연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다. “쿠바 혁명이 내게 준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 작별을 고한다. 다른 나라들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콩고에서 6개월간의 혁명 노력이 실패한 뒤 볼리비아로 건너간 게바라는 레네 바리엔토스 군부 정권을 무너뜨린 뒤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려고 47명의 게릴라 부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을 벌였다. 7개월간의 게릴라 활동 끝에 1967년 10월 8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조력을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체포돼 다음날 처형당했다. 비밀 무덤에 묻혔던 그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1997년 전기작가 존 리 앤더슨에 의해 발견돼 쿠바에 다시 안장됐다.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이었던 피델은 게바라를 “혁명의 모범”이라 묘사하며 “지킬 명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고 추모했다. 게바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BBC는 이날 게바라가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영웅이지만, 일각에서는 잔혹하고 피에 목마른 무장투쟁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게바라는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혁명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사회주의 운동가에서 저항의 표상으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게바라는 1968년 프랑스 ‘68혁명’ 이후 진보적 젊은이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이후 게바라의 반항적 이미지는 그의 사진을 복제한 앤디 워홀의 작품 ‘체 게바라’를 시작으로 티셔츠와 시계, 맥주, 남자 향수 등의 마케팅에 널리 이용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회주의 혁명가가 사후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서게 된 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사설] 자국 이익에만 눈먼 美, 동맹국인지 의심스럽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추석 연휴의 즐거움을 반감시켰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한·미 FTA 협상의 개정 작업이 공식화된 것이다. 하루 뒤 5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의 가전업체 월풀이 낸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청원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삼성과 LG전자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이 현실화된 셈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개정을 주장했다. “FTA를 폐기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자동차, 철강, 농업 부문에서의 적자를 만회해 보려는 것이다. 동맹국이라는 명분보다 미국의 실리를 먼저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FTA 개정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무관세인 수출용 자동차에 일본, 유럽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수준(2.5%)의 관세를 붙인다면 우리 자동차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 여파는 철강산업과 기계, 부품산업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폐지 등을 요구할 경우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FTA 개정으로 관세율이 높아지면 수출 감소액은 5년간 약 170억 달러(약 19조)대에 이르고 일자리 또한 15만개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쯤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세탁기 수출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철강 제품에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 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 전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갈수록 세지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냉정하고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북핵 문제 등 안보 상황 탓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본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애초의 계획대로 FTA에 따른 양국의 손익 계산서를 명확히 파악하고, 서비스 부문 적자개선 등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에 대한 치밀한 협상전략을 짜야 한다. 국가 간의 통상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챙기거나 불리해서는 안 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다.
  • 새달 분양가 상한제 부활… 채권입찰제는 유예됐어요

    새달 분양가 상한제 부활… 채권입찰제는 유예됐어요

    다음달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채권입찰제는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8일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채권입찰제는 일단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정부는 애초 관련 법규를 고쳐 이달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길어 11월 초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민간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건설업계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값이 단지별로 다르지만, 시세보다 최소 10∼15%는 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민간택지는 주택법시행령에서 정한 정량요건을 충족하는 지역 가운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곳에만 적용하고 있다.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실시 규정은 있지만 엄격하게 적용돼 아직 분양가를 규제한 사례는 없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나 사업자가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해 왔다. 기존 적용 요건은 3개월 동안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0% 이상 오르거나, 청약경쟁률이 연속 3개월간 20대1을 초과하는 지역, 또는 3개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증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해 앞으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쉬워진다. 시행령 개정안은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다음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해당하면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우선 최근 12개월간 해당 지역 평균 분양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다. 또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일반 아파트는 5대1,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청약경쟁률은 10대1을 초과한 지역도 적용 대상에 넣었다.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도 포함시켰다. 적용 지역은 제도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3개월간 집값 등을 따져 봐야 알겠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일단 서울 전역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사정권에 들어온다. 부산, 과천, 성남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도의 집값 상승지역은 일단 주거정책심의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민간 아파트 분양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가격을 넘을 수 없다. 택지비는 감정평가액이다. 여기에 연약·암반지반 공사비, 간선시설 설치비 등 택지 가산비가 붙는다.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로 구성되는데 기본형 건축비는 지상층·지하층 건축비로 나눠 물가를 감안해 6개월마다 조정된다. 건축 가산비는 고급 연립이나 테라스하우스 등을 지을 때, 홈네트워크 설비 등 고급 사양을 시공할 때 붙는 금액이다. 국토부는 6개월마다 공사비 증감 요인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하고 있다. 85㎡ 아파트 기준 공급면적 3.3㎡당 기본형 건축비는 610만 7000원이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는 분양가 인하로 이어진다. 그동안 아파트 개발 이익은 사업자(조합이나 건설사)에게 귀속됐다. 분양가를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결정하지 않고 주변 시세에 맞춰 책정했기 때문에 아파트값 상승 시기에는 사업자의 이익이 컸다. 개발 과정에서 세부 항목마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업자의 이익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개발 이익이 돌아가는 주체가 달라진다. 분양가가 내려가면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아파트 당첨자에게 돌아간다.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사업자에게는 적정 이윤만 보장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로또 아파트가 등장하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 이런 문제는 늘 따라다닌다. 그래서 과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때는 ‘채권입찰제’라는 제도를 실시했다. 분양가와 시세 격차가 커 당첨자에게 과도한 차익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첨자에게 분양가 외에 2종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게 하고, 채권 매입액을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다. 채권입찰제는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분양 당시 널리 적용되다가 폐지됐다. 이후 2006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85㎡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시세의 90%(2007년 8월 이후 80%) 이하에서 채권매입액을 많이 써낸 사람을 당첨자로 뽑는 방식이다. 하지만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와 고양 일산2지구 휴먼시아 아파트에 적용된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 있다가 2013년 5월 폐지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도입되면 채권입찰제 도입 여부 논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월등히 낮아 ‘로또 아파트’ 부작용을 불러왔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청약 열풍을 불러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당장은 채권입찰제 도입을 미룰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채권을 써내도록 하면 사실상 분양가 인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채권입찰제는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필요하다면 채권입찰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집값이 폭등하고 청약이 과열되면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국토부가 당장 채권입찰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개발 이익이 사업자가 아닌 무주택 당첨자에게 돌아간다는 명분 때문이다. 청약제도를 개편해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가점제 적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재당첨 제한을 강화하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보장도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한미 FTA 개정협상한다...개정 착수 합의, 내년초 공식 선언할 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협상에 들어간다. 양국 FTA 협상단은 4일(현지시간) 한·미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압박 속에 양국이 개정협상 착수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식 협상 선언은 이르면 내년 초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시각 4일 오후 10시30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2차 특별회기 협상 직후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어 “우리 측은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국회보고 등 한·미 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1차 공동위 이후 한 달 반 만에 우리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는 처음으로 대면 협상을 벌였다. 앞서 1차 공동위 때는 영상회의로 합을 겨뤘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미 FTA 관련 각종 이행 이슈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했고, 우리 측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 이슈들을 함께 제기하면서 향후 한·미 FTA 관련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본격적인 개정협상은 미국의 자국내 개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쯤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FTA 개정 절차를 진행한다면 미국은 미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FTA 개정협상 개시 90일 전에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 절차를 거친 뒤 협상 개시 30일 전에 협상 목표도 공개해야 한다. 개정협상을 위해서는 이런 절차를 거친 양국간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양측은 추후 협상을 통해 FTA 개정 합의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 농업 등 국내산업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 한·미 FTA와 미 무역적자와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FTA 효과분석 내용을 미국과 공유했다고 산업부가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1차 공동위 때부터 줄곧 언급해왔던 ‘개정협상 전 공동조사’란 표현은 발표자료에서 빠졌다. 대신 “한·미 FTA 관련 양국의 관심사항을 균형 있게 논의했다”라고만 언급됐다. 양측이 공유한 주요 효과분석 내용은 미 FTA가 양국교역 및 투자 확대, 시장점유율 증가 등 양국에 상호호혜적으로 작용했다는 점,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보다 한국의 대미 수입과 관세철폐 효과간 상관 관계가 더 크다는 점 등이다. 대미 수입 규모가 대폭 증가한 자동차, 정밀화학, 일반기계, 농축산물 등의 품목에서는 관세 철폐와 수입 증가 간 연관성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장기적으로도 한·미 FTA를 바탕으로 양국 간 균형된 경제적 혜택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공유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자국의 무역적자가 심해졌다며 전면 개정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한·미 FTA 호혜성이 더 크다며 협정의 경제적 효과 등을 먼저 공동분석하자고 맞서왔다. 이번 발표에서 우리 측이 원하는 한·미 FTA 효과 등에 대한 공동분석이라 표현이 빠진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차 공동위에서 우리 측은 선(先) 공동조사로 배수진을 쳤었다. 그러나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서한까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세가 급변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 전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서한은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실제 우리 측에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폐기 카드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와 기업들이 반대해 실제 한·미 FTA 폐기가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 협상팀에게 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술 구사를 지시할 정도로 한·미 FTA 개정에 매달려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폐기안의 미 의회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 카드를 흔들면서 개정 압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외교 안보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를 수세로 모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으로 폐기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밝혀왔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명분을 실어주는 동시에 협정을 미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의 경제적 실리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전략으로 전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멕시코, 캐나다 등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FTA)도 미국 내 재협상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다”며 “미국에서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규모나 군사적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와 인식차가 크다는 점에서 폐기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두기보다는 안보를 비롯해 다양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대상 품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분야의 개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법률시장,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도 거론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미 FTA 개정 협상한다...양국 사실상 합의, 내년초 협상 공식 선언할 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협상에 들어간다. 양국 FTA 협상단은 4일(현지시간) 한·미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압박 속에 양국이 개정협상 착수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식 협상 선언은 이르면 내년 초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시각 4일 오후 10시30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2차 특별회기 협상 직후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어 “우리 측은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국회보고 등 한·미 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1차 공동위 이후 한 달 반 만에 우리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는 처음으로 대면 협상을 벌였다. 앞서 1차 공동위 때는 영상회의로 합을 겨뤘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미 FTA 관련 각종 이행 이슈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했고, 우리 측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 이슈들을 함께 제기하면서 향후 한·미 FTA 관련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본격적인 개정협상은 미국의 자국내 개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쯤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FTA 개정 절차를 진행한다면 미국은 미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FTA 개정협상 개시 90일 전에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 절차를 거친 뒤 협상 개시 30일 전에 협상 목표도 공개해야 한다. 개정협상을 위해서는 이런 절차를 거친 양국간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양측은 추후 협상을 통해 FTA 개정 합의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 농업 등 국내산업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 한·미 FTA와 미 무역적자와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FTA 효과분석 내용을 미국과 공유했다고 산업부가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1차 공동위 때부터 줄곧 언급해왔던 ‘개정협상 전 공동조사’란 표현은 발표자료에서 빠졌다. 대신 “한·미 FTA 관련 양국의 관심사항을 균형 있게 논의했다”라고만 언급됐다. 양측이 공유한 주요 효과분석 내용은 미 FTA가 양국교역 및 투자 확대, 시장점유율 증가 등 양국에 상호호혜적으로 작용했다는 점,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보다 한국의 대미 수입과 관세철폐 효과간 상관 관계가 더 크다는 점 등이다. 대미 수입 규모가 대폭 증가한 자동차, 정밀화학, 일반기계, 농축산물 등의 품목에서는 관세 철폐와 수입 증가 간 연관성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장기적으로도 한·미 FTA를 바탕으로 양국 간 균형된 경제적 혜택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공유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자국의 무역적자가 심해졌다며 전면 개정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한·미 FTA 호혜성이 더 크다며 협정의 경제적 효과 등을 먼저 공동분석하자고 맞서왔다. 이번 발표에서 우리 측이 원하는 한·미 FTA 효과 등에 대한 공동분석이라 표현이 빠진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차 공동위에서 우리 측은 선(先) 공동조사로 배수진을 쳤었다. 그러나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서한까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세가 급변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 전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서한은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실제 우리 측에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폐기 카드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와 기업들이 반대해 실제 한·미 FTA 폐기가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 협상팀에게 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술 구사를 지시할 정도로 한·미 FTA 개정에 매달려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폐기안의 미 의회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 카드를 흔들면서 개정 압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외교 안보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를 수세로 모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으로 폐기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밝혀왔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명분을 실어주는 동시에 협정을 미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의 경제적 실리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전략으로 전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멕시코, 캐나다 등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FTA)도 미국 내 재협상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다”며 “미국에서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규모나 군사적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와 인식차가 크다는 점에서 폐기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두기보다는 안보를 비롯해 다양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대상 품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분야의 개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법률시장,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도 거론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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