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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우울증/임태순 논설위원

    멕시코의 한적한 어촌에 사는 어부가 먹을 만큼의 고기를 잡은 뒤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가고 있었다. 관광 온 미국인 투자전문가가 어부에게 “부자가 되게 해줄 테니 앞으로 고기를 더 많이 잡아 오라.”고 제안했다. 부자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미국인은 멋진 해변가에 가서 낚시도 하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멕시코 어부가 그 삶이나 지금의 삶이나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자 미국인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 부모들만큼 ‘다음’ 또는 ‘내일’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지금보다 대학가기 전인 고등학교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힘들게 공부해 세칭 명문대에 진학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이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결혼하면 알뜰살뜰 모아 집을 장만해야 하고 다시 자녀들을 좋은 학교로 보내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인터넷 교육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공감이 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늘은 없고 내일만 바라보는 이러한 삶의 자세는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서울 서초·강남·양천 등 이른바 ‘명품학군’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우울증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는 학생은 1000명당 서초구 7.4명, 양천구 7.2명, 강남구 6.8명으로 서울시 평균(5명)을 웃돈 것은 물론,종로(2.9명), 중구(3.4명), 동대문구(3.9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학업 스트레스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 보장으로는 교육만 한 게 없겠지만 교육으로 인해 자녀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면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반면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25위로 바닥권일 정도로 지독한 모순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다. 자녀들을 위해 연간 20조원의 사교육비를 쓰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고 있으니 부모들이 행복할 리 없다. 대한민국에서 기독교, 불교 등 종교가 성행하는 것도 오늘보다도 내일, 내세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삶의 자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젠 삶의 자세가 오늘, 현재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기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now&here)에 충실하고 몰두해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커버스토리-우울한 명품학군 아이들] “1등만 했던 나인데”… 특목고생의 눈물

    [커버스토리-우울한 명품학군 아이들] “1등만 했던 나인데”… 특목고생의 눈물

    공부라면 내로라하는 특목고 학생의 스트레스는 만만찮다. 고교 입시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과 성적 스트레스, 주위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에 억눌린 탓이다. 특히 중학교 때까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대부분의 특목고생들은 입학 이후 밀려나는 등수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전체적으로 뛰어난 집단이지만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측은 “반에서 20등 하는 학생이 30등으로 떨어졌을 때보다 1등이 2등이 됐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서 “특히 특목고로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갑작스러운 등수 하락으로 충격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H외고에서 발생한 시험지 도난 사건은 특목고생들이 겪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당시 2학년이었던 A(17)군은 밤늦은 시간에 교무실로 들어가 교사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기말고사 시험지를 복사했다. 범행은 오답까지 정답지의 모범 답안과 똑같이 적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친구가 학교 측에 알리면서 발각됐다. 같은 학교 학생들은 “평소 전교 200등대였던 A군이 1학년 기말고사부터 전교 10등 안에 드는 등 성적이 수직 상승해 이전에도 시험지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성실한 모범생이었던 A군의 비행은 본인 스스로와 부모, 주변에서 가해지는 ‘서울대에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A군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극심한 내신 경쟁과 성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시험지 도난 사고가 발생한 이 외고에서는 2010년에만 29명이 전학, 11명은 학업을 중단하고 검정고시 등의 길을 택했다. 학업 스트레스 못지않게 학생들을 압박하는 것은 가족들의 기대다. 특목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녀의 성적에 집착,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 한 과학고에 재학 중인 최모(16)군은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라는 부모의 강요 때문에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 최군은 “어릴 적부터 성적에 관심이 많았던 부모님은 내게 대학은 꼭 미국의 아이비리그로 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는 수학, 과학과 달리 영어에는 소질도 흥미도 없다.”면서 “영어 성적이 잘 안 나오자 비싼 과외까지 시켜 줬는데 그게 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성적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 김영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학력이 우수한 고교 학생들의 성적 하락에 대한 감정척도는 남학생 3.25, 여학생 3.09로 일반고의 남학생 3.43, 여학생 3.38에 비해 낮았다. 수치가 높을수록 성적 저하 등 실패를 의연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학업 우수고 학생들일수록 성적이 떨어질 때 느끼는 스트레스와 자아 상실감이 더 크다는 결과다. 김 부연구위원은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김동현기자 sam@seoul.co.kr
  • [커버스토리] 로스쿨 1기 변호사 1451명 ‘첫발’ 떼자마자 양극화

    [커버스토리] 로스쿨 1기 변호사 1451명 ‘첫발’ 떼자마자 양극화

    지난달 23일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 2009년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의 결과이다. 응시자의 87.15%인 1451명이 합격했다. 법률시장은 기존의 안주에서 벗어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격동의 시기를 맞았다. 그러나 법률시장의 관행은 공고했다.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울의 주요 로스쿨 출신과 지방 로스쿨 출신들의 가는 길은 달랐다. 이른바 로스쿨 변호사들의 양극화다. ●연수기관 로펌 400명·기업 400명 등… 400명은 자비 내고 변협 신청 부산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모(31)씨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진행하는 변호사 연수과정을 신청했다. 김씨는 “우리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에서 연수 받고 싶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변호사협회에서 하는 연수를 신청하는 거지….”라고 털어놓았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소위 ‘SKY’를 비롯, 성균관대·한양대 로스쿨 졸업생들은 대부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에서 변호사 연수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연수 받을 곳을 찾지 못해 30만원을 내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마련한 연수과정을 수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은 서울 소재 로스쿨 출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자격증 몸값도 ‘뚝’… 금융권 채용 과장급서 대리급 전락 대한변협은 6일 변호사 연수과정에 로스쿨 합격자 400여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변협 측은 “로스쿨 서열화 등의 문제 때문에 학교별 신청자 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상당수는 지방대 로스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 측은 “일단 검증된 사법연수원 출신을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로스쿨 출신을 많이 뽑을 수는 없는 구조”라면서 “기존의 명문대나 명문 법대 출신이 다른 대학 로스쿨 출신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대형·소형을 막론하고 로펌에서 연수를 받는 졸업생 수는 많아야 400명, 대한변협 연수 400명, 기업과 금융기관이 300~400여명, 나머지 200여명은 공공기관이나 군, 공익법인 등에서 연수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적당한 연수기관을 찾지 못한 지방 로스쿨 합격자들은 대한변협 등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 인턴십 과정 지방대 8% 뿐… 학벌 서열화 심화 로스쿨 졸업 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형 로펌에서 인턴십이나 실무수습을 받은 학생의 숫자를 봐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로스쿨 출신 1543명 가운데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8대 로펌에서 100명 이상 실무를 배운 로스쿨 출신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4곳으로 전체의 71.6%인 1104명에 달했다. 지방대 로스쿨생은 125명으로 8%에 불과했다. 한 지방대 로스쿨 관계자는 “인턴이나 실무수습과정을 받은 로펌에서 연수를 시작하는 일이 많은데 결국 지방대 출신은 학벌의 벽 탓에 전통적인 법률서비스 영역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서열화가 현실화되면서 기존 법률서비스 영역에 진출하는 데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공 영역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등을 통해 지방 로스쿨 출신 학생들의 길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 ‘엄친딸’ 타이완 총통 딸 “좋아요” ‘된장남’ 보시라이 아들 “싫어요”

    ‘엄친딸’ 타이완 총통 딸 “좋아요” ‘된장남’ 보시라이 아들 “싫어요”

    “그녀는 전액 장학생도 아니고, 빨간 페라리도 없다. 하버드대 석사 소지자로 버스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중국 빈곤마을 부촌장 딸보다 행색이 남루하고 그 흔한 명품도 하나 걸치지 않는다. 아버지인 타이완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관시(關係)를 이용해 직장을 구하기보다 차이궈창(蔡 强·저명 예술가)의 조수 일부터 시작하는 등 바닥부터 다지고 있다.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이며, 친구들과 여성 잡지도 운영한다.” 마 총통의 장녀인 마웨이중(馬唯中)의 검소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칭찬하는 글이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연일 리트위트(재전송)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액 장학생이 아니고 빨간 페라리도 없다’는 대목은 이번 양회 직후 해임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서기의 아들인 보과과(薄瓜瓜)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빗댄 것이다. 중국 반관영인 남방도시보 계열의 주간지인 남방인물주간은 23일자 최신호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 엄친딸 마웨이중’이란 제목으로 마웨이중의 검소하고 낮은 자세를 정계 자제의 모범으로 치켜세웠다. 올해 32세인 그녀는 어머니 저우메이칭(周美靑) 여사처럼 민낯에 흰색 셔츠와 청바지를 즐기는 서민형으로, 영어는 물론 불어에도 능통하다. 바이올린과 첼로, 그림 솜씨까지 뛰어난 그야말로 ‘엄친딸’의 전형이었다. 타이완국립대인 동물학과에 합격한 뒤 하버드대 생명과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될 때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반면 보과과는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12살때부터 영국에서 가장 비싼 사립학교 가운데 하나인 해로스쿨을 다녔다. 학비 출처가 문제가 되자 ‘전액 장학금’이라고 주장했다. 술집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외국 여성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과 붉은색 페라리를 몰고 베이징 시내를 출몰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도를 넘어서는 권력층 자녀들의 생활은 일반인들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권력층 자녀들은 마오쩌둥(毛澤東)이 공산화에 성공한 이후 수십년 동안 격리된 엘리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최근에는 미국 영국 등의 유명 사립학교로 조기유학을 떠난 뒤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귀국한 뒤에도 부모 덕에 국영기업이나 정부기관,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서 일자리를 얻어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주말 하이라이트]

    ●특별기획 바보엄마(SBS 토요일 밤 9시 50분) CT를 찍던 중에 의식을 회복한 선영(하희라)은 막무가내로 퇴원을 요구하고, 병원에 도착한 영주는 혼자서 병원을 빠져나간 선영을 찾기 바쁘다. 영주의 딸 닻별은 직접 아빠를 만나러 갔다가 잠옷차림으로 문을 여는 채린을 보게 된다. 한편 영주와 연락이 닿지 않자 최고만은 직접 영주를 만나러 간다.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테리의 스웨터를 보고 난 청애는 마음의 안정이 안 된다. 일숙은 장수빌라 근처에서 왕년의 자신의 스타였던 윤빈을 보고, 기쁜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른다. 한편 미국 유학을 결정 한 윤희는 재용에게도 이야기하고, 따뜻한 작별의 포옹을 하는 순간 하필 이 모습을 이숙이 목격하게 된다. ●무신(MBC 토요일 밤 8시 40분) 혜심대사를 만나려고 흥왕사로 향하는 최우. 김준은 자객들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최우를 구하고자 접전을 벌인다. 최향은 최우에게 백성들의 신망을 잃게 되면 권력이나, 정치 모두 다 물 건너가게 된다며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 한편 박송비는 김준에게 궁지에 처한 최우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하면 좋겠냐고 물어본다. ●퀴즈! 대한민국(KBS1 일요일 오전 9시) 퀴즈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1등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 줄곧 1등의 자리를 지켜온 이형석씨, 초반 부진한 성적으로 꼴찌를 한 박은정씨. 하지만 뒤로 갈수록 승부의 행방은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대반전이 일어난 전반전, 과연 후반전에 진출할 세 사람은 누가 될까. ●영상앨범 산(KBS2 일요일 오전 7시 40분) 인도양 레위니옹에 마파트 분지를 넘어 실라오스 분지까지, 해발 1200~2000m의 산길을 걷는 여정을 소개한다. 장대한 협곡의 풍광과 토종 희귀식물군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 지역은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헬기를 타고 험준한 협곡 사이에 자리한 폭포들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OBS 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6시 55분) 지난 2월 취임과 함께 연세대학교의 선진 교육 모델을 도입하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출연한다. 그는 연세대를 세계 명문대학 반열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또한 기숙형 대학 시스템 도입으로 인천과의 지역관계와 소통,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계획을 들어본다.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배우 한가인 첫사랑을 추억하다. 아른한 첫사랑의 기억과 그리움, 그렇게 세월이 흘러 첫사랑을 찾으려는 그녀. 사진 속에 이들 중 누가 그녀의 첫사랑인 걸까. 세월이 흘러 지워져 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따라 그녀의 첫사랑 찾기가 시작된다. 과연 그녀는 추억 속의 그를 찾을 수 있을까.
  • 김용 지명자는 누구

    김용 지명자는 누구

    어머니로부터 퇴계 이황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헌신하는 삶을 꿈꿔온 이민 1.5세대 한국계 미국인이 세계은행 총재에 낙점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5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저개발국 출신 소년이 미국이 독식해 온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개발도상국의 미래를 이끌게 됐다. 아이비리그 200년 역사상 첫 아시아인 총장으로 화제가 된 김용(53·미국명 짐 용 킴) 다트머스대 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총장은 늘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세상에 기여할 길을 고민해 왔다.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내던 시절 그는 중남미와 러시아 등 빈민지역에서 결핵 치료를 위한 구호활동을 벌여 큰 성공을 거뒀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아 저소득 국가의 에이즈, 말라리아 치료 등에 힘썼다. 특히 2005년 300만명의 에이즈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3X5 운동’은 스스로를 ‘행동파’라고 일컫는 그만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치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5살 때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아이오와주 머스커틴고등학교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한 그는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백을 맡는 등 일찌감치 리더십을 발휘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조지 맥거번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미 대선 당시 아이오와 맥거번 선거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울 정도로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후 브라운대로 진학한 그는 1982년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 의학·인류학 박사 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하버드 의대 시절 그는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자’는 인생의 결단을 내렸다. 그는 하버드대 교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한국보다 더 내 도움이 절실한 나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아이티 방문은 그의 삶을 180도 바꿔 놓았다. 참혹한 가난과 질병,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곤국 국민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길만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는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도 인연이 깊다. 청년 의학도로 페루에서 결핵 퇴치 자원봉사에 나선 그를 이 전 총장의 부인이 남편에게 소개한 것이다. ‘동양인 최초’ ‘최고 지도자’라는 수식어는 늘 그의 차지였다. 2003년 소위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미국의 최고 지도자 25인’에 선정된 데 이어 2006년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지난 2009년에는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4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8개 명문대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 총장의 부친 고(古) 김낙희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치과의사로 일했다. 모친 김옥숙씨는 아이오와대학에서 퇴계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의사인 부인 임연숙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펴낸 시인 김해자

    [저자와 차 한 잔]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펴낸 시인 김해자

    해방감이었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엄살을 떨고 살았는지, 통절하게 느끼고 돌아왔다. 멋진 이야기도 아닌데, 오히려 비루하고 어렵고 고단한 이야기인데도, 이들이 만든 삶의 무늬와 정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에는 마음속에 있던 작은 고민이 소멸해 버리는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 푸줏간 주인부터 해녀까지 만나 듣고 또 듣고 최근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삶이보이는창 펴냄)을 낸 시인 김해자(51)는 책 속에 담긴 많은 사람에게서 받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본사에서 만난 시인은 머리에 초록색 두건을 두르고,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진 연두색 셔츠를 입은, 자그마한 여인이다. 그런데 등에 멘 가방이 영 묵직해 보인다. “(전북)전주에 있다 보니까 서울에 한 번 오면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에는 그분들께 이 책을 전해드리려고요.” 시인이 말한 ‘그분’은 서울 마장동 우시장에서 고기를 파는 일흔다섯 윤주심씨이고, 34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김인수씨이자 한국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외국인 노동자 레자·몰라·부따·나랜드라 등이다. 예전엔 스러진 해녀 고 김석봉씨이기도, 시인의 친구이자 노동운동가 고 최명아씨이기도 할 터다. 시인에게 민중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준 그 사람들이다. “첫 시집 ‘무화과는 없다’를 내기 직전인 2001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늘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천지 어디에서도 그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거예요. 이게 낫 놓고 기역자 정도 아는 우리 어르신들 모습이더라고요. 자식들은 동영상으로 남기고, 지나치는 꽃들을 사진으로 찍어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영원히 사실 것처럼 남기지 않는….” 시인은 그때부터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 사람들과 만나고, 때론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다소 비린내 나고 씁쓰름하면서 텁텁하기도 한 대화를 날것 그대로 책에 풀어냈다. ‘피들피들 바닷바람에 말려 구워 먹는 오징어 피데기는 참 맛이 좋다게. 남편이 한참 뱃일할 때난 그물에 걸린 대게를 떼어내는 일도 했다게.(중략) 돌문어 다리 볶아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 해주곡, 생선 말려서 하르방 밥상에 올리곡, 식구들 아프면 전복죽 끓여 먹이고, 바당은 반찬거리 천지주.’(김석봉傳) ‘나가 고향서부텀 소문난 효자요. 자식 줄줄이 달고 청상이 되어부렀으니 내 맘으로다 엄니가 얼마나 안쓰러웠겄소?(중략) 한복 저고리에다 여름엔 모시 적삼에다가 그렇게 늘 깨깟허니 꼿꼿허니 앉어계신디, 그 뒤치다꺼리를 누가 했겄소?(중략) 이 자리서 나가 처음 하는 말인디, 이 사람한테 정말 미안허요.’(김인수傳) # 사사로운 육성에서 위로 받고 희망 찾아 애써 윤색하지 않았고, 전라도·충청도·제주도 사투리도 다 살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눌한 한국말도 그대로 담았다. “말은 그 사람의 정서거든요. 우리가 하는 말은 어머니의 말이고, 자연의 말이잖아요. 설령 엄마가 ‘미친 년, 너나 아프지 마라’고 한들, 이걸 욕으로 듣지는 않죠. 자식 걱정하는 짠한 마음을 느낄 뿐이죠. 그것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고된 삶을 계속 접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피로해질 법도 할 텐데, 시인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고 했다. “못 배우고 못 살고, 그렇게만 아는 민중의 온몸에는 실다운 삶이 관통하고 있어요. 요즘 우리는 사랑이니, 민중이니 하는 말을 얼마나 오염시키고, 학자적·정치적 개념으로만 쓰고 있습니까. 나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삶을 산 사람, 이들 자체가 구원인 거죠. 그래서 전 이분들께 거룩함마저 느꼈습니다.” 그가 민중에게 느끼는 경외감이 묻어난다. 그의 인생 역정 또한 그랬던 탓일 것이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시인은 동네에 현수막이 걸릴 만한 명문대에 진학했다. 운동을 하다가 졸업을 못한 채 인천으로 흘러갔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10여년을 보냈다. 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나눈 일상을 글로 풀어냈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친구 최명아씨를 그린 소설 ‘최명아’로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고, 두 번째 시집 ‘축제’로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앞으로도 죽 민중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마 두 번째 ‘민중열전’은 전주 남부시장 사람들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대수술을 받았고, 머리에 철심은 박은 상태라 오래 글을 쓰기 어려워 당장은 아니란다.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머리가 지릿지릿 저려요. 수술 후에는 과거 몇 년 치 기억이 없어진 듯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 그런데 참 이상한 거는요,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거예요. 글 한 자 쓸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 옛일을 날짜, 시간까지 정확히 말해 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글 속 윤주심씨의 말을 빌리자면 “우찌게 돈을 맹글어 죽어라고 달려가서 이문동 은행에 갖다 냈어. 11시드라. 기억력이 좋다고? 그라냐? (중략)자식들이 나한테 ‘되새김의 여왕’이라고 부르잖여.”라고나 할까. 시인이 전하는 것은 사사로운 민중의 모습이지만, 독자가 받는 것은 위로이고 희망이다. ‘지금 지가 아파도유,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이고 고실고실 밥도 하고 하늘도 보고, 오늘 하루도 삶의 수리차를 돌리겠유. 휘청휘청 걷다 보면 저기 어디선가 소금 빛이 반짝반짝할 것이니께.’(이영철傳) 이렇게 말이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합격 부탁해” 돈으로 대학 보내려 한 학부모 “입학 걱정마” 합격증 위조 20억 챙긴 사기꾼

    로비를 통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뜯어낸 유령 대입 컨설팅 업체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피해자들은 컨설팅 업체가 발행한 가짜 합격 통지서와 등록금 고지서에 따라 등록금까지 납부한 데다 심지어 입학식에 맞춰 대학에 갔다가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았을 만큼 감쪽같이 속았다. 컨설팅 업체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게는 좋은 학과에, 서울 중하위권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에게는 상위권대 또는 의대에 진학시켜 주겠다며 학부모들을 유혹했다. ●대학번호로 가짜 수강신청 문자까지 서울 수서경찰서는 21일 대학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해 특별전형이나 기부입학 전형으로 입학시켜 주겠다며 학부모 10명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받아 20억원을 챙긴 컨설팅 업체 대표 오모(45)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오씨는 2005년 6월부터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서 ‘○○○ 입시’ 등의 상호로 대입 컨설팅 업체를 차려 놓고 수도권 중학교 졸업식장을 다니며 학부모들에게 입시 컨설팅 업체 원장으로 소개했다. 또 졸업생들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졸업 앨범을 빌린 뒤 학교 인근에서 졸업생 명단과 연락처를 복사했다. 같은 수법으로 모두 6만 5000명의 학생 개인 정보를 입수했다. 3년 뒤 해당 학생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에 맞춰 텔레마케터를 고용, “유명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다.”며 전화를 했다. 인터넷으로도 “입시 컨설팅을 해 준다.”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2005년 이전까지 학원강사 등 대입 관련 일을 한 것을 경험으로 상담하기도 했다. 오씨는 지난해 12월 학부모 함모(51·여)씨에게 “사립대학에는 사외이사들이 있는데 로비를 하면 등록하지 않은 학생 대신 자녀를 특별전형으로 입학시킬 수 있다.”고 꾸며 댄 뒤 기부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는 등 학부모 10명으로부터 모두 2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을 받아낼 때는 등록금, 합격자 예치금, 기숙사 임대보증금, 접대비 등이라고 둘러댔다. ●입학식 참석하고서야 위조 알아채 조사 결과 오씨는 해당 대학 총장 명의로 된 특별전형 합격자 증명서, 발전기금 기부서, 기숙사 임대차계약서 등을 위조해 학교 로고가 새겨진 봉투에 담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오씨는 해당 대학의 전화번호를 발신 번호로 하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아직 공식 등록 상태가 아니니 일단 출석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면 곧 등록이 된다.”며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신뢰가 쌓인 학부모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 측은 “6년간 사기행각을 벌인 오씨는 매년 사무실을 옮기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는 등 치밀했다.”면서 “최근 피해 학부모의 뒤늦은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고 밝혔다. 또 “오씨는 피해자들이 부적절한 청탁, 즉 부정 입학을 시도한 사실 때문에 쉽게 고소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이영준·조희선기자 apple@seoul.co.kr
  •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이 2007년 국악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깜깜했다. 연습 공간을 구하는 것부터 힘에 겨웠다. 겨우 음악학원을 빌렸다. 사용시간은 학원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로 한 달에 30만원이었다. 가끔 공연하고 받는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였던 터라 이 돈마저도 빌려 내야 할 시기가 닥쳤다. 근근이 무대를 찾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들며 기량을 다지기를 2년. 한 공연기획자를 만났다.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아예 고정 그룹을 결성했고, 자비를 털어 음반을 냈다. 조금씩 출연 제의가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지난 11일에는 이 공연장 대극장에서 연출가 박근형, 무용인 이원국과 정영두, 국악인 백경우 등 쟁쟁한 국악인들과 공연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얘기다. 앙상블 시나위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나도….”를 목표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영화] 명문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A(32)씨가 영화판에 뛰어든 건 10년 전. 촬영감독을 꿈꾸며 2002년부터 조명부 막내로 현장에 입문했고 3년 전 촬영부로 옮겼다. 충무로 체계는 여전히 ‘도제식’이다. 보통은 촬영감독 밑에 팀장 격인 퍼스트, 그 아래 세컨드와 서드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퍼스트를 가장으로 둔 가족과 비슷하다. 퍼스트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맺고 ‘짬밥’(경력)에 따라 스태프에게 돈을 나눠 준다. A씨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단순작업부터 시작해 지금은 세컨드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한 달에 300만원 안팎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일감이 없다는 것. 게다가 촬영 준비단계에는 테스트 촬영 몇 번이 전부여서 다른 일도 못 하고 수입도 없다. 지난해 서드급으로 영화 두 편에 참여했다. 언제 촬영이 끝날지, 언제 쉴지 예측 불가능한 현장에서 주 60~70시간을 일하며 7개월을 보냈다. 지난해 총수입은 1600만원 남짓이다. 틈틈이 홍보영상 촬영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버텨 낼 재간이 없다. “야외촬영은 해가 떨어지면 끝이니까 하루 12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그나마 행복하죠. 세트촬영은 짐작도 안 돼요. 3~4일 밤샘하면 쉬고, 장마가 겹치면 쭉 쉬는 게 휴일인 거죠. ‘통계약’이라 휴일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불가능하고요.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버티죠. 결혼하고 애가 있는 선배들은 생활이 되질 않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그래요. 나이 들어서 전직을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뮤지컬]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계도 명암이 엇갈린다. 뮤지컬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300만원. 유명해지면 쑥쑥 오른다. 지난해 배우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며 회당 1800만원대 개런티를 받아 화제가 됐다. 한 해 공연되는 뮤지컬은 100여편에 이르지만 이런 경우는 몇 명에 불과하다. 1~3차로 나눠 받는 출연료를 1차만 받고 끝나는 사례도 많다. 주연급이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들의 생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2년간 세 개의 작품에 출연한 B(27)씨는 총출연료를 따져 보니 740만원이었다. 그나마 140만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공연과 연습에 매달렸지만 연봉은 300만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래서 작품하는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뮤지컬 경력 7년차 앙상블(코러스) 배우 C(31)씨는 회당 5만~7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 기준이라 연습 기간엔 수입이 없다. 게다가 흥행이 안 돼 출연료를 아예 못 받은 일도 허다하다. “생계가 어려워 낮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서빙을 한 적도 있어요. 주변 동료 중에는 밤에 대리운전하는 배우도 있죠. 무대에 선다고 생활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죠.” [무용] 무용수들은 병이 친구요, 반창고가 피붙이다. 높이 뛰어 올라 착지하는 동작이 많은 공연이면 무릎과 허리엔 반창고투성이다. 현대무용을 하는 D(35)씨는 한 시간에도 십수 번 몸을 뒤척인다. “어떤 움직임에만 익숙해져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몸이 쑤신다. 이럴 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니 자연히 ‘은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남들은 한창 일할 30대에 말이다. “현대무용 하는 사람들은 한국무용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발레 무용수들은 또 우리를 부러워하죠. 발레는 30대 중반만 돼도 은퇴 얘기가 나오거든요. 한국무용은 일흔을 앞두고도 무대에 오르잖아요.” E(29)씨는 이따금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무대에 선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달 수입 50만원인, ‘예술하는 사회인’으로 몇 달을 버텼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무용 강사를 하고, 가끔 지인을 통해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한 달 가까이 연습하고 이틀 무대에 올라 40만원을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1시간 30분에 5만~10만원을 받지만, 수업과 공연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공립 무용단에 들어가면 기본급에 무대수당 등을 받아 금전적인 상황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용수 생명이 길지 않은 현실을 따져 보면 ‘노후대책’ 따위는 꿈일 뿐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고 내 실력을 믿으니까 버티고 있어요. 아직은 젊다는 거 하나로 밀고 나가는 거죠. 하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줄면 그 이후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미술] 미술은 단독작업이다. 스태프 같은 집단이 없다. 해서 작업은 더 어렵고 지원은 더 간절하다. 판매시장이 형성된 회화 쪽은 그나마 낫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은 판매가 제로에 가깝다. 동시대미술이라 각광받지만 수입은 제로인 셈이다. F(47)씨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다. 그럼에도 작업에 한번 착수하려면 몇 달간 돈을 모아야 한다. F씨는 “공연 분야는 티켓 수익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적자라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겠지만 미술 쪽은 그렇지 않다.”면서 “나 역시 작품 판매로 인한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균 수입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거기다 작가들은 작업실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남는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을 작업실로만 쓰게 해 줘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F씨는 그나마 자기 사정은 낫다고 했다. F씨는 “그래도 미술계에서 쌓아 온 인지도 때문에 특강, 원고 청탁, 심사위원 활동 같은 것이 있어 간간이 수입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작품 경력인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세계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목숨과도 같은데 돈 문제에 치이다 보니 흐름이 끊겨 버립니다. 사실 미술 쪽 사람들에게 돈 문제는 생계보다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더 크죠.” 시인 90%가 출판 업무·학원 강의로 생계 [문학]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 시인 G(32)씨는 올해부터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면서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을 왔다갔다할 만큼 올랐다.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무명 시인으로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서울 생활을 꾸려 왔나 돌아보면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은 훈장일 뿐 고봉밥을 주지는 않는다. 시인들의 원고료는 편당 계산된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등 대여섯 개 전통 문예 계간지는 편당 10만원을 준다. 한 번 게재될 때 3~5편이 실리니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G씨는 “시문학 잡지들이 많아 시인들의 창작 횟수는 많지만, 시가 게재돼도 고료를 주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두 편을 3만원에 퉁 치는 곳도 있고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전업 시인’은 전업 소설가와 달리 거의 불가능하다. 시인의 90%가 출판사에서 일하거나 학원강사를 하는 등 시간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최근 문예창작과가 많아지면서 논술과 창작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첫 시집을 내려면 대부분이 등단 5년 이상은 돼야 한다. 소설가는 시인보다는 좀 낫다. 원고지 70~120장의 원고를 쓰고 보통 10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조금 팔리는 성싶으면 두세 군데 출판사가 선계약하는 등 출판이 더 원활하고, 원고 청탁도 더 낫다고 G씨는 덧붙였다 문소영·최여경·조태성·김정은기자 symun@seoul.co.kr
  • 지역인재 육성 필요…학원규제 땐 경기위축…지자체 어긋난 ‘교육지책’

    지역인재 육성 필요…학원규제 땐 경기위축…지자체 어긋난 ‘교육지책’

    학원에 기대고… 수도권 유명강사 초빙 놀토 등에 심화 학습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인재 육성과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유명학원 강사까지 초빙, 과외수업에 나서고 있다. 차별화된 수업을 찾아 다른 지역 명문고로 진학하는 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6억원을 들여 이달부터 서울 종로학원, 허브에듀학원과 손잡고 내년 2월까지 금요일 야간과 토요일 오전 등 매주 총 4시간씩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대상은 관내 5개 남녀 일반계 고교생으로 학년별로 상위 5% 성적 우수학생 240명이다. 남학생들은 충주고, 여학생들은 충주여고에 모여 1년 동안 언어, 외국어, 수학, 논술수업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연간 25만원만 부담하면 4과목을 다 듣을 수 있다. 제천시는 인문계고 4곳에서 추천받은 성적 우수자 101명과 중학교 6곳에서 시험으로 뽑은 3학년 31명을 대상으로 4개 과목 주말심화 학습반을 만들었다. 강의는 서울 종로학원 강사진이 맡는다. 중3 학생은 매주 토요일 제천 평생학습센터에서, 고교생은 매주 금·토요일 제천고와 제천여고에서 남녀로 나눠 수업을 듣는다. 시간당(50분 수업) 강사료는 20만원에서 30만원 사이다. 학생 부담은 없다. 2008년부터 성적상위 20% 이내 인문계고 학생들을 위해 주말 유명 학원 강사를 초빙해 보강수업을 진행해 온 전북도는 올해는 중학교까지 이 사업을 확대한다. 현재 시·군별로 공고를 내 올해 수업을 진행할 학원을 물색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이 수도권과 광주지역 소재 학원들이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가며 학원강사를 투입하는 것은 인재 유출로 인해 낮아진 명문대 진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충주는 해마다 전체 중3 학생 2700여명 가운데 30여명이 청주 과학고, 공주 한일고, 전주 상산고 등 인근의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로 떠나고 있다. 중3 학생이 1800여명인 제천은 올해 14명이 다른 지역의 우수학교로 진학했다. 전통 명문인 충주고의 경우 SKY(서울대·고대·연대) 진학생이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6명으로 줄었다. 제천고는 2009년 6명이 SKY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겨우 2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유명 강사들의 특별수업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생 간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오산시는 이런 비판 때문에 2010년 시작한 고교생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1년 만에 중단했다. 이에 대해 제천시 김정수 인재육성담당은 “일부에서 부작용을 걱정하지만 취지를 공감하는 이들이 더 많다.”면서 “제천시는 하위 90%에 해당되는 학생들의 성적이 30% 이상 향상되면 1인당 1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동기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학원 눈치보고… 시·도의회 ‘심야교습 제한’ 수년째 상정 못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학원 심야교습 제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가 학원단체 등의 눈치를 보면서 관련 조례안 상정을 수년째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6월부터 학생의 건강·수면권 보장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학원의 심야 교습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제한할 것을 각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과 경기, 광주, 대구 등 4곳은 정부의 방침대로 오후 10시까지로 학원운영시간을 제한했다. 나머지 12개 지역의 학원 교습 제한 시간은 밤 9시부터 12시까지 제각각이다. 지역 가운데 전남, 인천, 제주, 경북의 경우 초·중학생은 최대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는 반면 고교생은 밤 12시까지 허용하는 등 학원운영 시간을 초·중·고교생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충남, 강원, 울산 등은 학원영업 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올 상반기 상정할 방침이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부산, 대전, 충북, 전북 등 4곳은 상정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시·도의회가 심야 교습 시간 제한에 소극적인 것은 학원단체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학원단체는 심야 교습 시간을 밤 12시에서 10시까지로 제한할 경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밤 10시까지 학원운영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시교육청이 2010년 제출한 ‘학원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심사를 3년째 미루고 있다. 학생 건강권 보호와 학업부담 감소, 사교육비 절감 등을 위해 조례를 개정하자는 ‘조례 개정 찬성론’과 학원강사들의 일자리창출, 상가들의 공실 발생 우려 등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개정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이 지역에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밤 12시까지 학원을 다니느라 건강을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도의회는 2010년 10월 도교육청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자고 한 조례를 자체 수정해 밤 12시까지 허용하는 현행 안으로 심의 의결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오는 6월쯤 초·중·고교별로 차등 제한하는 개정조례안을 다시 도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지역인재 육성 필요…학원규제 땐 경기위축…지자체 어긋난 ‘교육지책’] 학원에 기대고…

    [지역인재 육성 필요…학원규제 땐 경기위축…지자체 어긋난 ‘교육지책’] 학원에 기대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인재 육성과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유명학원 강사까지 초빙, 과외수업에 나서고 있다. 차별화된 수업을 찾아 다른 지역 명문고로 진학하는 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6억원을 들여 이달부터 서울 종로학원, 허브에듀학원과 손잡고 내년 2월까지 금요일 야간과 토요일 오전 등 매주 총 4시간씩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대상은 관내 5개 남녀 일반계 고교생으로 학년별로 상위 5% 성적 우수학생 240명이다. 남학생들은 충주고, 여학생들은 충주여고에 모여 1년 동안 언어, 외국어, 수학, 논술수업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연간 25만원만 부담하면 4과목을 다 듣을 수 있다. 제천시는 인문계고 4곳에서 추천받은 성적 우수자 101명과 중학교 6곳에서 시험으로 뽑은 3학년 31명을 대상으로 4개 과목 주말심화 학습반을 만들었다. 강의는 서울 종로학원 강사진이 맡는다. 중3 학생은 매주 토요일 제천 평생학습센터에서, 고교생은 매주 금·토요일 제천고와 제천여고에서 남녀로 나눠 수업을 듣는다. 시간당(50분 수업) 강사료는 20만원에서 30만원 사이다. 학생 부담은 없다. 2008년부터 성적상위 20% 이내 인문계고 학생들을 위해 주말 유명 학원 강사를 초빙해 보강수업을 진행해 온 전북도는 올해는 중학교까지 이 사업을 확대한다. 현재 시·군별로 공고를 내 올해 수업을 진행할 학원을 물색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이 수도권과 광주지역 소재 학원들이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가며 학원강사를 투입하는 것은 인재 유출로 인해 낮아진 명문대 진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충주는 해마다 전체 중3 학생 2700여명 가운데 30여명이 청주 과학고, 공주 한일고, 전주 상산고 등 인근의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로 떠나고 있다. 중3 학생이 1800여명인 제천은 올해 14명이 다른 지역의 우수학교로 진학했다. 전통 명문인 충주고의 경우 SKY(서울대·고대·연대) 진학생이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6명으로 줄었다. 제천고는 2009년 6명이 SKY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겨우 2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유명 강사들의 특별수업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생 간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오산시는 이런 비판 때문에 2010년 시작한 고교생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1년 만에 중단했다. 이에 대해 제천시 김정수 인재육성담당은 “일부에서 부작용을 걱정하지만 취지를 공감하는 이들이 더 많다.”면서 “제천시는 하위 90%에 해당되는 학생들의 성적이 30% 이상 향상되면 1인당 1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동기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CEO 칼럼] 국제화시대, 평준화가 정답은 아니다/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 칼럼] 국제화시대, 평준화가 정답은 아니다/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 영토가 넓어지면서 갈수록 국제교류도 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인재 양성이 시급한 가운데 우리 교육의 실태를 생각해 볼 때라고 할 수 있다. 공직에 몸담고 있을 때 세 차례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갔고, 아들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다. 아들이 공부한 현지 초등학교에선 공식 언어인 영어와 불어를 함께 배울 수 있었고, 학생들끼리 어울리며 즐기는 이해 위주의 수업이 진행됐다. 교사는 정기적으로 학부모를 만나 적성·진로 상담도 했다. 캐나다에선 매년 평가기관이 중·고교 순위를 공개했다. 공·사립학교 간 차이도 많이 났다. 결과는 그대로 대학 입학 사정에 반영됐다. 또 우리의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 1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예비대학’에선 학업성적이 뒤처지면 취업과정으로 전환해 1년 더 이수한 뒤 취직했다. 토론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강의 전 미리 자료를 읽어야 했고, 재수강해서 얻은 학점은 따로 평가받았다. 이런 교육과정을 거쳐 사회에 나온 졸업생들이니 경쟁력이 있었다. 국제 무대에선 2~3개 언어로 남다른 화술을 구사했다. 언어 사용의 능숙함과 전문지식을 토대로 사안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니 깊이가 달랐다. 우리의 교육환경은 어떠한가.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교육 평준화’도 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세대는 중·고교 입시제를 경험했다. 재학생의 학력수준이 비슷해 선생님들이 강의수준을 맞추기도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치맛바람이나 과외의 폐해가 심화되자 이를 없애려고 중·고교 평준화를 실시했다.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혼란도 있었다. 일부 학생은 비평준화 학교를 찾아 지방 중·소도시로 역유학을 떠났고, 이른바 명문으로 불리던 고교 간 서열도 달라졌다. 학교 강의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렸고 급기야 학원에서 수강생을 시험으로 뽑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아울러 일부이긴 하겠지만 학교에서 잠을 잔다거나, ‘왕따’ 등 학생 간 마찰과 교사 간 갈등이 심화됐다. 급기야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학교 폭력 조직이 활개를 치는 등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탄식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력은 평준화됐는데, 최근 학생들이 입은 한 유명 아웃도어브랜드 옷의 종류에 따라 계급을 나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명문대 입학생 수에 따른 학교 서열 구조 자체도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평준화’가 당초 목적을 이뤘는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중·고교 평준화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전인교육에 목적이 있었는데, 그 효과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따져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평준화 교육의 영향 탓일까. 공공기관에선 일정기간 근무하면 성과와 능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자동 승진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많은 기관에선 이를 개선했지만 아직도 일부 기관은 그대로다. 일을 안 해도 기간만 채우면 모두 함께 승진하는데,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생산성이 오를 리 없다. 놀고먹는 ‘철밥통’을 양산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없애자는 경영진에게는 온갖 비난이 뒤따른다. 노조는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사람은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능력에 따른 차등 인사가 어느 정도 필요한 이유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펙이 무척 좋다고 한다. 청년실업이 늘어나니 스스로 많은 투자를 해 이룬 것이리라. 다만 그 좋은 스펙을 어디에 활용하도록 해야 할지는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어디에 써먹으며, 또 스스로 꿈꿨던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며 꿈을 실현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이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제도를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 새누리 ‘강남벨트’에 정치신인 발탁

    새누리 ‘강남벨트’에 정치신인 발탁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9일 ‘신(新)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 정치 신인인 벤처기업인과 대학교수 출신의 보수단체 대표를 각각 발탁한 것은 이번 4차 공천자 명단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부산에서는 컷오프 하위 25%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격 허태열(북·강서을) 의원을 탈락시키는 등 컷오프 원칙을 철저히 지켜 ‘친이(친이명박)계 학살’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김무성(부산 남구을) 의원의 공천 여부를 보류한 것은 여전히 총선과 대선에서 ‘김무성 역할론’을 놓고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서울 강남갑에서 현역 이종구 의원을 탈락시키고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공천한 것은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층이 있는 이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부회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최고 명문대인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원자현미경을 만드는 벤처업체인 파크시스템스를 창업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서울 강남을에 공천된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무상급식과 학생인권 조례 반대에 앞장서온 보수단체다. 이 대표는 뉴라이트 출신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진실화해위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0년 11월 제주 4·3 항쟁을 ‘공산주의자 폭동’으로 규정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천위는 또 부산 지역에서 하위 25% 컷오프 룰에 걸린 친박계 현역 의원을 대폭 물갈이함으로써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컷오프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좌장격 허태열 의원을 비롯, 이종혁(부산진을)·박대해(연제) 의원 등 3명을 예외 없이 모두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연제에 친이계인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공천하고, 역시 친이계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중·동구에 낙점한 것도 이런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경북 경주에서도 대표적인 친박계 정수성 의원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컷오프 룰에 걸린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부산 남구을) 공천자를 이날 발표하지 않은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공천위는 총선과 대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김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홍원 위원장은 김 의원의 지역구 공천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어떤 사람을 배치할 것인가, 전략 지역으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다 보니 지연된 지역도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공천위는 서울 성동갑에서 진수희 의원을 탈락시키고 김태기 단국대 교수를 공천했다. 김 교수는 친이계인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서지간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진 의원의 경우 재배치될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보셔도 된다.”고 답했다. 황비웅·이성원기자 stylist@seoul.co.kr
  • “자신만의 음식 창조, 그게 진짜 인생”

    “자신만의 음식 창조, 그게 진짜 인생”

    “자신만의 음식을 창조하세요. 셰프에겐 그것이 진짜 인생입니다.” 6일 낮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조리학원 ‘라퀴진’에서 만난 개리 헌터 영국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WK) 외식조리학부 학과장은 “음식은 곧 우리의 삶”이라고 정의했다.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를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니겠냐.”는 지론을 펼쳤다. ‘셰프 사관학교’로 불리는 WK는 런던 중심에 위치한 국립 직업교육학교로 4개의 캠퍼스에 모두 1만 5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세계적 ‘스타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37)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창업가 정신 지녀야 세계적 조리사로” 헌터 학과장은 “조리는 종류와 범위에 있어서 제한이 없어 개척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이 때문에 음식은 ‘창의적 아이디어’의 산물이자 만국 공용어로도 불린다.”고 말했다. 또 “정형화된 따라 하기 조리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드는 것은 조리사로서 기본 덕목”이라고 했다. 특히 창업가 정신을 내세웠다. 기술적으로 조리만 잘해선 세계적인 조리사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과제빵, 조리 외식에 있어서 기술력뿐 아니라 혁신적인 식당 경영 능력까지 갖춰야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스타 셰프’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K를 비롯해 영국 내에서 직업학교가 주목받게 되기까지 25년이 걸렸다. 1980년대만 해도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 진학을 위한 경쟁이 극심했다. 당시 조리학교는 홀대받았다. 그러나 부모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직업과정을 거친 자녀가 공부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직업 전선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영국 정부는 교사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는 등 조리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WK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실직자 재취업을 돕고 있다. 직장이 있는 사람도 조리를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인 스타셰프 나와야 한식 세계화” 헌터 학과장은 세계적인 조리사를 꿈꾸는 한국인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조리에 대한 열정을 당부했다. “한국 학생들은 매우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우 수동적이며 이론적인 학습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습 위주의 교수법을 적용하고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인 ‘스타 셰프’의 탄생을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국 음식이 훌륭하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알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이름난 조리사가 없다 보니 홍보가 덜 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헌터 학과장은 “유명 조리사의 ‘한식이 좋다’는 말 한마디와 그의 인맥을 통한 입소문은 국제적으로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방한 기간 동안 백김치 맛에 반한 헌터 학과장은 “영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음식 강좌를 개설하는 것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글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이성헌·우상호 ‘12년 악연’… 김영선·김현미 친박·친노 ‘맞짱’

    이성헌·우상호 ‘12년 악연’… 김영선·김현미 친박·친노 ‘맞짱’

    여야가 19대 총선 공천자 명단을 속속 발표하면서 지역구별 대진표도 밑그림이 선명해지고 있다. 6일까지 새누리당-민주통합당 간 후보 45명의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후보들 간 맞대결 사연도 다채롭다. 서울 서대문갑에선 새누리당 이성헌 현 의원과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 간 12년, 4번째 질긴 인연이 화제다. 연세대 선후배 사이에 총학생회장 출신,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닮은꼴을 가졌지만, 정치 입문 이후 보수-진보의 다른 길을 걸어왔다. 16대 이후 총선 성적은 이 의원이 2승 1패로 한발 앞선다. 16대 때는 이 의원이 1300여표 차이로 우 전 의원에게 신승했다. 그러나 17대 때는 우 전 의원이 승리를 거뒀고 18대 때는 이 의원이 금배지를 도로 가져왔다. 강서갑은 새누리당 구상찬 의원과 열린우리당 시절 의장을 지낸 민주당 신기남 전 의원의 리턴 매치가 볼거리다. 두 사람 모두 ‘개혁’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꼽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공보특보 출신인 구 의원은 쇄신파로 재창당 작업에 참여했고 ‘탱크’라는 별명만큼 추진력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최측근’이라는 점이 상당한 이점이다. 3선의 신 전 의원은 2003년 구 민주당 시절부터 당내 개혁을 주도하며 ‘탈레반’으로 불렸었다. 18대 때는 당협위원장이던 구 의원이 3선 신 의원을 8.3% 포인트 차로 물리쳤다. 신 전 의원은 김영근 한국 NGO학회 사무총장과의 경선을 넘어야 하지만 최종 후보 낙점이 무난한 것으로 점쳐진다. ‘친노 바람’이 신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야 여성 대표들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곳은 중랑갑이다. 새누리당 김정 후보와 민주당 서영교 후보 간 여성끼리의 맞대결이다.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출신인 김정 의원(비례)은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서영교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한명숙 대표의 ‘이대 라인’이다. 정치적 스승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을 제치고 단수후보로 공천됐다. ●전·현직 인천시장 측근 격돌 부산권에선 금정구 김세연 현 의원과 장향숙 전 의원 간 대조적 이력이 흥미롭다. 토박이 유지 출신과 여성 장애인 간 대결 구도다. 김 의원은 명문대 출신에 800억원대의 자산가로, 아버지인 4선 고(故) 김진재 전 의원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18대 때 정치권에 들어섰다. 반면 민주당에서 장애인 몫으로 공천받은 장 전 의원은 정규 공교육을 받지 못한 중증장애인으로 “학교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해온 인물이다. 2008년 재산신고액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애인 여성 인권운동에 뛰어들어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인천지역의 최대 격전지로는 단연 서구·강화을이 꼽힌다. 전·현직 인천시장의 측근들이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이 신동근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일찌감치 공천한 데 맞서 새누리당은 5일 4선 중진인 이경재 의원을 탈락시키고 안덕수 전 강화군수를 낙점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에 여의도 입성에 처음 도전하는 정치신인이다. 신 후보는 송영길 인천시장의 최측근 인물이고 안 후보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오른팔로 통한다. 전·현직 시장의 복심들끼리 겨루는 셈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버티고 있는 인천 연수구에는 이철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도전하며 정치 고수와 정치 신인 간 구도를 이루게 됐다. 4선인 황 원내대표가 지역구에 공을 들여온 이곳에서 이 후보는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도전한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다른 예비후보 대비 현격한 경쟁력 차이를 보인다며 단수공천했다. 이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속 국방발전자문위원을 맡아 외교·안보분야 브레인 역할을 했고 경실련 통일협회정책위원장,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전 중구 강창희·권선택 ‘리턴매치’ 경기 지역에서도 친박근혜계와 친노무현계 인사 간 정면 승부가 펼쳐진다.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을 역임한 김현미 전 의원이 4선의 김영선 새누리당 의원과 리턴 매치를 벌인다. 김 의원은 5선 당선 시 여성 최초로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꿈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과 청와대 언론비서관 출신으로 17대 대선에서 BBK 저격수로도 활약했다. 덕양갑에 18대에 이어 재도전하는 통합진보당 심상정 대표와 새누리당 손범규 의원 간 재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대전·충남지역에선 대전 중구의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과 강창희 새누리당 전 의원 간 대결을 눈여겨볼 만하다. 강 전 의원은 5선으로 지역기반이 탄탄하지만 17·18대 때는 권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줬다. 강 전 의원이 이번에 탈환하며 설욕전을 펼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천안갑에서 민주당 양승조 의원을 누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전 후보는 앞서 이 지역에서 양 의원에게 17·18대 연속으로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재연·강주리기자 oscal@seoul.co.kr
  • 버클리大 “성적은 행복순”

    눈을 번득이고 지켜보다 아이가 넘어질라치면 쏜살같이 달려가기, 아이가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서 벗어날까 노심초사하기, 아이한테 숨겨진 재능이 있는지 파악하기, 중학생 자녀에게 축구·바이올린·발레 등 각종 ‘폼나는’ 취미 강요하기, 고교생 자녀에게 고급서적 독서 강요하기, 대학생 자녀를 위해 교수들에게 전화하기…. 얼핏 보면 한국의 극성스러운 학부모들 행태 같지만, 사실은 현재 미국 학부모들의 정형화된 양육 방식이다.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철저한 규율과 주입식 교육을 불사하는 동양식 양육법이 미국 학부모 사이에 만연한 가운데 이제는 자녀의 행복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미국식 양육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최근에는 ‘아이를 사랑하되 지나치게 부모의 삶을 희생하지 않는’ 프랑스식 양육법을 소개한 책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요즘 미국 엄마들은 4분의3가량이 직장을 갖고 있음에도 1960년대 전업 주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녀와 보내고 있으며, 전체 선진국 중에서도 자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취미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자녀에게 ‘올인’한다는 것이다. 섀런 헤이스 남가주대 사회학 교수는 “지금 미국의 양육은 전문가의 지도를 중시하고, 돈이 많이 들고, 엄마가 도맡는다는 게 특징”이라면서 “전례가 없을 만큼 엄마의 역할이 중시되는 현상은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난 현상에 비하면 불가능한 역설”이라고 말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평균 양육비용은 1960년대만 해도 가계지출의 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7%로 집 모기지 렌트비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희생과 극성을 쏟아부으면 자녀는 성공할까. 크리스틴 카터 UC버클리대 사회학 교수는 “아이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가르칠수록 좋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대학을 간 학생 중 4분의1이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육의 목표는 성적이 아니라 행복이어야 하며, 부모는 자기 희생을 줄이고 완벽주의를 버리면서 현재를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카터 교수는 “행복한 아이의 뇌는 확신·감사와 같은 긍정적 감정으로 가득 차면서 잠재력이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성공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225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이 결혼생활과 대인관계, 수입, 업무능률, 건강, 수명 등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그는 “성적은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하지만 행복은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경북 해외자문위원협 국제화사업 지원키로

    재외 기업인들로 구성된 경북도 해외자문위원협의회(회장 황재길·68·남아프리카공화국)가 5일 경북도청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경북의 국제화 그랜드플랜과 전략적 통상 비즈니스 사업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회의에서 회장단은 경북도의 해외 투자유치, 시장개척, 해외일자리 만들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해외투자 및 교류 협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또 협의회가 지난해부터 자체 사업으로 추진 중인 도내 중·고교 학생의 해외 명문대 견학 사업과 지역 대학생 해외 인턴십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1995년부터 세계 49개국 99명의 영향력 있는 동포를 해외자문위원으로 위촉, 바이어 알선 등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 해외투자 유치, 해외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협력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차원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자문위원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해 그랜드 플랜을 세계 속에 실현하고 지역 기업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등 도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청년들이 전하는 러시아 현재와 미래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청년들이 전하는 러시아 현재와 미래

    “방법이야 어찌 됐든 푸틴 덕에 경제가 나아졌다. 검증된 후보가 푸틴밖에 없지 않은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서북부 ‘1905년’역 인근의 한 사무실. 이 회사에 3년째 근무 중인 빅토리아(29·여)는 “대선 후보 중 누굴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기권하지 않는다면 푸틴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동료 로만(32)과 알렉산드라(31·여)도 검증된 후보라는 점에서는 푸틴에 나은 점수를 줬다. 이날 방담을 나눈 30대 안팎의 남녀 직장인 3명과 러시아 고등경제대 신입생 4명 등 러시아 청년들은 높은 전세가와 고물가, 대학 등록금 문제와 낮은 취업률 등 우리나라 청년층과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푸틴의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친구끼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푸틴의 풍자물을 돌려 보는 등 ‘최고 지도자’의 권위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인상을 풍겼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던 현상이다. 러시아 청년 7명이 전하는 고민과 러시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로만과 그 동료들은 매달 2500달러(약 28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는다고 했다. 러시아 근로자의 평균급여보다 높은 수치다. 이들은 “중산층 소득수준은 된다.”면서도 “집세로 1000달러 이상을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민 중 다수는 직장 때문에 이주해 온 외부인인데 최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해 내집 장만은 꿈도 못 꾼다. 신용대출을 받고 평생 조금씩 갚아가는 게 많은 시민들의 현실이라고 한다. 또 돈벌이를 위해 ‘투잡’(two-job)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라는 “전문성을 살려 통역이나 법률 자문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21년 전 붕괴한 옛소련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 로만은 “페레스트로이카(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조치) 이전에는 상점에 물건이 없어 20시간씩 줄섰던 기억 등이 단편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이들 부모 가운데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던 그때가 좋았다.”고 옛소련에 대한 향수를 품는 이도 있단다. 하지만 최근 20여년간 옛소련 붕괴와 채무지불유예(디폴트) 선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 대혼란을 겪은 탓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지향하는 인상이 짙었다. 경험 많은 푸틴에 유권자가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큰 듯했다. 이들은 “푸틴 외의 후보들은 당선이 목표인지, 출마가 목표인지 모르겠다.”거나 “새로운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측근들이 중앙에 들어오면서 부패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선은 사실상 경쟁구도가 아닌 푸틴에 대한 신임투표가 된 듯 보였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후보가 없어 기권할 생각”이라는 로만의 답변에는 경쟁력 있는 야권 주자가 등장한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새 인물이 바람을 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다. 모스크바 동북부의 고등경제대 강의실에서 만난 4명의 학생들도 등록금 등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안겔리나(18), 콘스탄틴(19), 예카테리나(19), 니콜라이(19) 등 1학년 학생들은 “학교 등록금이 2만 7500루블(약 110만원) 정도인데 다른 학교는 등록금이 40만 루블 가까이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끼면 시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 싼 학교에 가거나 장학금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러시아에서 5년 넘게 유학한 한 한국인은 “러시아 대학가에는 시위 문화가 없다. 특히,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사회주도계층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도층에 반하는 시위를 이끌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정총선 규탄 및 반(反) 푸틴 시위에 참여한 적이 없지만, 주변에는 참여한 친구들이 있다고 전했다. 참여 학생 중 자신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도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에 참가했다는 친구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완연한 변화의 기운도 감지됐다. 10~20대 청년들은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 등을 통해 푸틴을 패러디한 사진을 돌려 본다고 했다. 또 모스크바 뒷골목에 들어가면 푸틴을 풍자하는 그래피티(벽그림)를 흔히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총리이자 대통령 후보자의 사진에 장난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다.”면서 “(푸틴 풍자물이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SNS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푸틴을 진지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SNS에서 놀이하는 과정을 통해 푸틴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dynamic@seoul.co.kr
  • 존박 “인기·명예보다는 음악 좇아야 행복”

    존박 “인기·명예보다는 음악 좇아야 행복”

    “빅뱅 선배님과의 경합요? 제겐 영광이죠.” 존 박(24·본명 박성규)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슈퍼스타 K2’의 준우승자가 아닌 신인 가수로 1년 3개월 만에 만난 존 박은 상당히 성숙해졌다. 그동안 그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자신의 첫 번째 앨범인 ‘노크’가 발매된 22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소속사 뮤직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미국 명문대(노스웨스턴대) 출신에 훤칠한 외모, 감미로운 목소리로 데뷔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존 박. 하지만 그는 “똑똑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친구”라는 김동률의 평가처럼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겸손하게 다졌다. 신인 가수로 첫 걸음을 내디딘 그의 무대를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오늘 드디어 정식 가수로 데뷔하는 날이다. 소감은. -앨범이 나오고 활동을 시작하니까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 한동안 잠도 잘 못 자고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어제 자정에 음원이 처음으로 공개되고 나서 8시간이나 잠을 푹 잤다. 오디션을 통해 방송 활동을 시작해서 그런지 데뷔 무대인데 컴백 같다. 첫 앨범 ‘노크’… 오디션 출신이라 그런지 데뷔 무대가 컴백 같았다 →앨범 타이틀곡인 ‘폴링’이 같은 날 공개된 빅뱅의 ‘블루’와 음원 순위에서 1위 경쟁을 벌이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나는 절대 경쟁이라고 생각 안 한다. 신인 가수인 내가 어떻게 빅뱅 선배님들의 인지도를 따라가겠나. 아마 그분들도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원래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빅뱅과 투애니원이다. 빅뱅 선배님과 1, 2위를 두고 경합한다면 영광이다. →‘슈퍼스타K 2’ 직후 만났을 때 상당히 당황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갑자기 세간의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었나. -주변의 모든 환경이 바뀌니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꿈꾸던 가수가 현실이 되니까 오히려 무서웠다. 물론 내가 오디션에 열심히 도전한 결과 사랑하는 음악을 하게 된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고 축복이지만 갑자기 스타가 되고 너무 빨리 기회가 오니까 내가 노래 부를 자격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슈퍼스타K 2’에서 스타성을 인정받은 만큼 많은 연예기획사의 영입 제의가 있었는데, 소속사 결정에 5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물론 주변에서 좋은 제의를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나 자신은 고민이 많았다. 무엇이 성공인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내 정체성과 진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결과 내가 돈이나 명예,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해야 행복할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결국 내 마음이 편한 길을 선택했다. 김동률 소속사 선택한 게 가장 잘한 일… 순간의 욕심 부렸다면 위험 →고민 끝에 김동률, 이적 등 싱어송라이터가 소속된 회사에 둥지를 틀었는데. -내가 제일 잘한 일이 바로 그것인 것 같다. 사실 오디션 참가보다 회사를 결정하는 일이 내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만일 원래 꿈꾸던 일을 하지 않고 주변의 시선이나 순간적인 욕심 때문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 자신이 위험했을 것 같다. →무엇이 위험했다는 건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착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방송 이미지로 많은 분이 스타로 띄워 줘 자신감도 얻었지만 나는 연예인으로서 끼가 많은 편은 아니다. 연기나 다른 제안을 하시는 분도 많았지만 그쪽으로 간다고 해도 그만큼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도 아니니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테고, 만일 뛰어나게 하지 못한다면 오래갈 수 있을까. →첫 앨범 ‘노크’에서 어떤 면을 보여주고자 했나. -목소리는 대중에게 알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듣고 자란 솔풍의 음악을 첫 앨범에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김동률 선배의 곡을 통해 한국말로 노래해도 어색하지 않고 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다. 동률 선배와 작업을 하면서 표현력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노래를 더 잘 부르기보다는 섬세하게 부르려고 노력했다. →총 5곡 가운데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곡이 3곡을 차지해서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각 곡의 장르와 노래 스타일이 다른 만큼 다양한 창법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브릿팝 스타일의 타이틀곡 ‘폴링’은 가성이 많이 들어갔고, ‘왜 그럴까’는 R&B 발라드, ‘이게 아닌데’는 ‘취중진담’과 비슷한 블루스 느낌의 발라드다. 김형석 작곡가가 준 ‘굿데이’는 보사노바풍의 가볍고 밝은 곡이다. 가사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 한국말로 더 자연스럽게 부르겠다 →지난 연말 김동률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노래 실력이 상당히 많이 늘었던데, 그동안 어떻게 연습했나. -가사의 표현을 섬세하게 하도록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김동률 선배와 함께 무대에 섰을 때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대선배랑 함께 노래할 기회가 드물고 나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분이기 때문에 같이 노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김동률은 존 박에게 어떤 멘토였나. -회사를 결정하기 전 사적인 자리에서 처음 동률 선배를 만났을 때 미국으로 돌아가서 원래 하던 공부를 하는 것도 선택 중 하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만큼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늘 하시는 말씀이 짧고 굵다. 직설적으로 칭찬하기보다는 말없이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항상 솔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형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오디션 출신 가수에게 극복해야 할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그런 편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디션 출신 대부분은 아마추어니까 가수로서 새롭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허각 형이 잘돼 나는 큰 부담감은 없었다. 선배라기보다는 선경험자로서 오디션을 보는 분들에게 최대한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상황을 즐기다 보면 진정성도 드러나는 것 같다. →신인 가수로서의 각오는.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이자 한 회사의 아티스트로서 도와주시는 선배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가수로서 존 박의 이름을 알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 직접 만든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다른 활동은 그 이후에 생각해보겠다. 오디션 할 때만큼 모든 기회에 감사하고 싶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발전에 헌신하는 리더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열린세상] 지역발전에 헌신하는 리더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뜻이 있다면 길은 만들어 가면 된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의 주식회사 ‘이로도리’의 대표인 요코이시 도모지의 말이다. 그는 가미카쓰가 고령화로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마을의 노인이나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 결과 나뭇잎이나 꽃을 요리 장식용으로 상품화하고, ‘이로도리’라는 상표를 붙여 농가의 할머니 등과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나뭇잎을 파는 발상으로 연간 3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가 나뭇잎 사업에 뛰어든 것은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요리에 장식된 단풍잎을 여대생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을 성공시켜 일부 농가는 연간 1억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57년 동안 인구의 3분의2가 외지로 빠져나가 패배주의에 빠졌던 가난한 마을은 이제 사람이 몰려드는 마을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30년 넘게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했던 요코이시야말로 지역발전의 ‘리더’이자,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한 ‘총괄기획자’이다. 이를테면 지역발전의 핵심 인재인 셈이다. 다른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그중에서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로 가자.”라는 모토로 주민을 설득하고, 지역을 발전시킨 오이타현 오야마의 야와타 하루미 정장(町長)이 원조 격이다. 그 자신은 물론 장남도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버섯센터를 설립해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 2대에 걸쳐 지역발전에 헌신했다. 인구 3500여명의 60배 가까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가가와현의 걸작, ‘예술섬’ 나오시마의 오늘에는 20여년 동안 2대에 걸쳐 지역발전에 헌신적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일본 최대의 출판·교육 그룹인 ‘베네세’가 있다. 오렌지와 레몬으로 베짱이, 피노키오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프랑스의 인구 3만 도시 ‘망통 축제’에도 라비에라 호텔의 경영주가 있다. 일본이나 유럽의 지방자치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도 이제 20년을 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리더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함평 나비 축제를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한 이승모와 정헌천이 바로 그들이다. 이승모는 평생을 바쳐 연구한 나비 표본을 함평에 흔쾌히 기증했고, 정헌천은 전공과 관계없는 나비에 매달려 축제를 성공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한림대 이기원 교수는 강원도 인제의 만해마을 등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 8년째 지역의 인재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 ‘번듯한 학력’을 내팽개치고 아예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경우도 있다. 부산 출신 구자인은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도 시골로 내려가 전북 진안의 주민과 뒹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이장’을 이끌고 있는 임경수도 명문대 박사학위로 갈 수 있는 직장을 마다하고 충남 서천, 전북 완주 등에서 생태적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좀 더 이색적인 경우도 있다. 개그맨 전유성은 2007년 경북 청도에 정착하여 ‘철가방 극장’을 명물로 만들어 지역의 문화와 관광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5기 한총련 의장이었던 강위원은 전남 영광에서 ‘여민동락’이라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무주의 정기석 등이 다양한 형태로 지역 발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인 문제 등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열정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다. 보통 지역발전에 헌신적인 리더들은 자생(自生)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출현을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지방발전을 위해 지역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보다 많은 리더의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진안군의 마을 ‘간사장 제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을에 간사장을 한두명씩 두어 군과 지역 주민의 매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 리더들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지역 리더가 나오고, 더 많은 지역이 보다 빨리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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