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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 사교육 업체에 진학정보 제공 자제”

    앞으로는 ‘입시전문 ○○교육에 따르면~’과 같은 형태로 사교육 업체들이 일선 고교의 합격통계 등을 직접 분석해 발표하는 자료의 기사는 볼 수 없게 된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사교육 업체에 재학생 및 졸업생의 합격률이나 대학별 합격자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사설 입시기관이 발표하는 각종 자료가 잘못되거나 특정 부분만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제공을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학부모나 학생들의 입시 정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관내 고등학교들에 사설 입시기관에 대한 정보 제공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해마다 5월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 알리미에 각 고교의 대학 진학률이 공개되고 있지만 사교육 업체들은 빠른 정보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입시가 끝난 직후 정보 수집에 나선다. 특히 학교 알리미에 공시되는 진학률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국외 대학 진학 등으로만 구분돼 학부모들이 원하는 명문대 진학률 등은 알 수 없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지역별, 고교 유형별 수능 성적대 분포나 진학 정보는 가장 중요한 입시 정보 중 하나”라면서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 범위에서 각 학교에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학교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업체 측의 인력 부족으로 몇몇 자치구만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등 통계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고3 딸을 둔 이미리(49·여)씨는 “입시는 곧 정보 싸움인 만큼 사교육 업체를 통해서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사방이 환했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에 앉은 것 같은데 12시간이 금세 지났다. 눈은 퀭했고, 빨갰다. 재떨이의 담배꽁초는 수북했다. 사설 스포츠토토는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았다. 간밤에도 그랬다. ‘손해본 것만 만회하면 바로 나와야지’라며 로그인했다. 저축은행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려 마련한 돈이었다. 반전을 꿈꾸며 클릭을 거듭했지만, 해가 밝았을 때는 다시 빈털터리였다. 3년째 되풀이 된 불면의 밤. 청년은 “돈과 시간, 꿈과 건강과 인간관계까지 모든 걸 잃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19일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 졸업생 김용진(가명·28)씨는 사설토토에 빠져 지낸 지난 3년을 힘겹게 곱씹었다. 시작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설토토를 즐기는 친구를 보고 재미 삼아 시작했다. 2010년 가을,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때였다. 어차피 학교 수업 끝나면 집에서 매일 야구를 보는 그였다. 딱 5만원 걸었을 뿐인데 짜릿함은 배가 됐다. 투수의 공 하나, 타자의 방망이질 한 번이 달리 보였다. 스포츠의 세계가 무한해지는 느낌이었다. 이후 김씨는 종종 사설토토를 했다. 전보다 흥미진진하게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었다. 중독되기 시작한 건 첫 베팅 후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여느 때처럼 푼돈을 걸었는데 대박을 쳤다. 프로농구(KBL)·여자농구(WKBL)·미국프로농구(NBA) 몇 경기의 승패, 언더-오버, 핸디캡 등 12개 결과를 모두 적중시킨 것이다. 베팅한 돈 5000원은 채 1분이 안 돼 현금 120만원으로 통장에 꽂혔다. 심장이 펄떡거렸다. 씀씀이는 점점 커졌다. 쉽게 번 돈인 만큼 부담 없이 마구 질렀다. 며칠 뒤에는 농구 언더-오버에 걸었던 100만원이 285만원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초반에 그렇게 몇 번 따니까 힘들게 직장생활 할 필요 없이 사설토토로 돈을 벌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행운에만 의존하는 도박이 아니라 공부하면 정복할 수 있는 주식 같았다고 했다. 사전정보가 있고 그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본인만 잘한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문 돈벌이로 사설토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변수와 이변이 적고 베팅종류도 많지 않은 해외 축구를 집중적으로 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기본이고, 덴마크·핀란드·칠레·크로아티아·파라과이·에스토니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세계 축구까지 닥치는 대로 챙겼다. 경기를 본 게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당률과 씨름했다. 상대전적, 홈·원정 승률, 주요 선수 컨디션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경기정보가 빼곡한 분석사이트(베트익스플로어러, 오즈포털)와 외국 베팅업체 사이트(벳365, 188벳, 윌리엄힐),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모든 경기의 점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라이브스코어 사이트를 분주하게 오갔다. 공책에 베팅업체별 적중률, 배당률의 흐름·변화주기 등을 빼곡하게 적으며 자기만의 비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추려진 통계 정보로 항상 경기시작 1분 전에 베팅했다. 한 경기에 20만~30만원씩, 확신이 있을 땐 최대 베팅금액인 100만원을 걸었다. 평일엔 6~7경기, 주말엔 10경기를 분석해 다양한 조합으로 베팅했다. 최고 1000만원을 딴 적도 있었지만 바로 베팅에 쓰거나 유흥비로 탕진했다. 몇 번의 ‘잭팟’은 흔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환희보다 탄식과 분노, 오기가 일 때가 더 많았다. 사설토토는 ‘돈 먹는 하마’였다. 김씨는 인생에서 열심히 해서 정복하지 못할 건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재수 1년만에 수능점수 120점을 끌어올려 서울대에 입학한 의지의 사나이였다. 분석 결과가 빚나가 돈을 잃을 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호구 같이 돈을 뜯기고 있다는 기분을 참을 수 없었어요. 이기고 싶었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죠.” 야무지게 부딪혔지만 매번 돈을 잃었다. 평범한 대학생 용돈으로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돈이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계좌를 조회하다 부모님이 김씨 이름으로 붓던 적금을 발견했다.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농협에서 100만원씩 야금야금 빼냈다. 대출한도액 1500만원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끊을 수 없었다. 저축은행에서 금리 25%짜리 대학생 신용대출로 600만원을 빌렸다. ‘잭팟’ 한 번이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갇혔다. 번번이 실패. 결국 김씨는 지난해 11월, 무려 30% 이자를 내야하는 일본계 대부업체에서 200만원을 빌렸다. 더러는 땄지만, 대부분 돈을 잃었다. 빚은 2500만원까지 늘었다. 김씨는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친구들과 낄낄대면서 마시던 소주도 전혀 생각이 안 났고, 연애도 귀찮게만 느껴졌다. 때론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하는 자괴감이 들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생활은 피폐했고, 항상 비참했다. 밤일을 하니까 인간관계가 단절됐고, 결국 고독함의 극치를 맛봤다”고 회상했다. 더러운 기분을 잊으려고 더욱 토토에 매진했다. 악순환이었다. 매일매일 그만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사이트 비밀번호는 ‘akwlakr’. 키보드를 한글로 치면 ‘마지막’이란 뜻이다. 굳게 마음먹고 사이트 탈퇴신청을 한 적도 있다. 회원가입된 상태면 자제하기 힘들 것 같아 아이디(ID)를 없애달라고 업체 측에 요청했지만, 계정은 2주가 지나도 안 없어졌다. 끊임없이 유혹메시지가 왔다. 아침마다 후회와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김씨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손을 털게 된 계기는 어머니였다. 적금을 담보로 친동생에게 돈을 빌려주려던 어머니는 김씨가 이미 대출을 받아갔단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월 말의 일이다. 사실이 발각된 뒤 김씨는 일주일간 집을 나가 방황하다가 다시 돌아와 무릎 꿇고 빌며 “주식에 손을 댔다”고 둘러댔다. 빚 2500만원도 있다고 털어놨다. 순간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머니의 눈물은 내내 잊히지 않았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니까 다 되더라”고 했다. 김씨는 그날 이후 사설토토를 끊었다. 그는 지난 3년을 어떻게 정의할까. “친구들은 다 취업해서 번듯한 회사를 다니는데, 나는 뭐했나 싶어요. 갈 데까지 갔는데 도박의 마지막은 엄청난 외로움만 남더군요. 공허하고 황폐하고 고독하더군요. 해봤자 별거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론 남들보다 두 배로 열심히 살겁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속보]‘美 명문대’ MIT서 총격 사고…보스턴 또 충격

    [속보]‘美 명문대’ MIT서 총격 사고…보스턴 또 충격

    최근 최악의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던 보스턴에서 18일(현지시간) 총격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총격사고가 일어난 곳이 세계 최고의 명문대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여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MIT)측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48분쯤 캠퍼스 안 32번 빌딩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총격이 발생하자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차단했으며, MIT는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대학은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추가 공지가 있을 때 까지 현재 머물고 있는 건물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주 경찰은 이 사건으로 경찰관 1명이 여러 차례 총을 맞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고 밝혔다. 숨진 경찰관의 신원은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은 없으며 캠퍼스 주변을 중심으로 용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조선 과거시험의 불편한 진실/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조선 과거시험의 불편한 진실/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과거제도는 중국 당나라(618~907) 때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19세기까지 줄곧 이어졌다. 혈통보다는 개인의 능력 위주로 인선(人選)하자는 취지의 과거제도는 중국 역사에서 귀족사회를 붕괴시키는 데 기여했다. 아무리 권력자일지라도 과거제하에서는 권력세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행 초기 당나라 때는 귀족적 성격이 공존했으나, 송나라(960~1279) 때 이르면 관료적인 사회로 확실히 진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918~1392) 초기에 과거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취지는 중국의 경우와 같았다. 다만, 군주보다 귀족의 힘이 훨씬 강했던 고려에서는 과거제도에도 불구하고 귀족적 성격이 쉽게 사라지지 않다가 조선(1392~1897)에 들어서면서 과거(문과)제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로, 교과서에서는 조선이 과거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귀족제 사회에서 관료제 사회로 발전했다고 설명하며, 거의 모든 한국인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송준호 교수의 ‘조선사회사연구’에 따르면 사실은 크게 다르다. 과거시험의 시행 원칙과 쿼터제(할당) 여부만 일견해도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의 과거는 원칙대로 3년마다 정해진 시기에 시행되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이런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 광활한 중국의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다음 과거시험 일자가 언제인지 미리 숙지하고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때 시행한 특별 과거시험도 있었지만, 명·청 시대(14~19세기)를 통틀어서 적어도 80% 이상이 원칙대로 시행되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성(省)별로 합격생의 쿼터제를 시행했다. 특정 지역 출신의 과거 독점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공정한 기회 부여와 지역적 균형을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500년에 걸쳐 시행된 모든 과거시험 중에서 원칙에 따른 정기시험은 20% 정도에 불과했고, 80% 정도가 특별시험(별시·알성시·증광시)이었다. 특별시험은 예고도 없이 치르거나 공지 기간이 보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시험 정보는 자연히 한성(서울) 거주 기득권층이 독점했다. 조선에서는 쿼터제도도 초시에만 적용하고,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는 시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별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도권과 남쪽 일부 지방에서 권력기반을 다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결국 개인 능력 위주로 엘리트를 뽑자는 취지의 과거제도를 수용해 시행하고도, 조선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특정 기득권층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해 주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출신이 중요하고 학벌 또한 중요하다. 대학입시 문호를 넓힌다는 취지로 갖가지 전형을 추가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런 세세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부모의 자녀는 이미 몇 발 앞서 경쟁을 시작한다. 정기 과거시험과 같은 정시 모집 정보만 달랑 아는, 가난하거나 시골에 사는 수많은 학생에게는 기회조차 거의 없다. 쿼터제도 사실상 없으니, 서울 출신이 명문대를 거의 점령해 버린다. 특정 지역의 특목고 출신들이 명문대와 법조계마저 점령하고 있다. 말로는 자유경쟁에 의한 결과란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과연 공정한 경쟁에 따른 결과일까? 역사의 유산은 그저 좋기만 한 것일까?
  •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새 정부의 첫 교육 수장으로서 취임 한 달을 맞은 서남수(61)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고, 1년 뒤에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음은 서 장관과의 일문일답.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100일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100일 동안에는 교육 현장에 ‘우리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 비전인 행복교육에 대한 참여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단계다.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 수요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새 정부의 교육부가 과거와는 다르다라는 평가가 현장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장관 취임 전 강연 등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식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기조도 큰 틀에서는 지난 정부의 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실현을 위해 교육 본질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과 경쟁이라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했던 이전 정부들과 차별화된다. 특히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이끌어내 꿈의 실현을 돕는 새 정부의 교육 기조는 평소 갖고 있었던 소신과 다르지 않다. 교육관료로서 다듬어 온 철학과 전문성을 충분히 녹여내겠다. →일선 고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조작했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다. 물론 과거 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학생부 수정이나 조작은 단 한 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단순히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방향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학교교육 정상화다. 이 목표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학생부 외에 논술, 대학별고사 등 다른 요소의 비중을 너무 크게 두는 것이다. 학교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진로교육, 봉사활동, 특기적성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담아놓은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의 큰 과제다. 학생부가 대학에 쉽게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원칙을 어기고 수정되는 일이 생기면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국 대학이 학생부를 믿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학생을 선발하는 데 반영하지 않게 되면 학교교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된다. →학생부에 담임교사가 기록하는 발달상황이나 의견을 보면 코멘트가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 -실제 교사들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서술식으로 평가하려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록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통하겠다. 이 부분이 제대로 잡혀야 학교교육도 바로 서고, 입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큰 틀이 수시모집은 학생부 중심으로 뽑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가. -대학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의 과거와 현재, 미래 잠재력까지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시험 점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학습 과정, 활동 내역, 진로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충실히 기록으로 남도록 하겠다. 3000여개에 이르는 대입 전형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것,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학들이 학생부를 신뢰하게 되면 다른 요소들의 반영 비율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도 결국 학생부를 기초자료로 해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최근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입학사정관제는 양면성이 있다. 기존에 시험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다 보니 성적에 의한 줄 세우기가 심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잘 운영하면 점수 위주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개인의 특성,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성까지 반영해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정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정성이나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 굉장히 주의해 가면서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러지 못했다.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깊이 있게 고민해 오는 8월 발표하겠다. →그때 발표할 새 대입 정책의 큰 틀은 어떤 방향인가. -이전에는 입학제도의 어느 한 부분을 두고 제도를 신설하거나 고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해당 제도만 놓고 보면 괜찮아도 전체적으로는 다른 제도 이거나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가치에 배치되거나 불합리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적인 교육체계를 바꾸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새 정부의 창의교육, 행복교육 정책이 쉽게 자리 잡힐 수 있을까.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 주는 창의교육, 행복교육으로 가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사실 우리나라 같은 대입 학벌 중심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창의교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입제도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기존 인식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현재의 이런 학벌 중심 사회는 재조율돼야 한다. →지난 정부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일반고의 경쟁력이 더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방안은. -일반고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시험으로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지난 몇십년을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한두 가지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겪은 것처럼 학벌, 스펙 등이 별로 힘쓰기 어려운 시대가 분명히 도래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교육이 되려면 시험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가는 데 모든 교육 정책을 집중하겠다. →교권 침해, 업무 부담 등으로 교사들도 힘들다. 창의·행복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부터 달라져야 할 텐데.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꿈과 끼도 같이 살려 줘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처우보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여건이다. 예전에는 사회 전체가 교사를 예우해야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다는 등 교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요새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학생·학부모의 폭언, 수업태도 불량 등 문제로 교사들이 실망감과 좌절을 많이 느낀다. 교사들을 더 존경하고 교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면 단순히 수당 몇푼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새 정부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대학발전기획단을 새로 구성해 그 틀 안에서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체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올해에도 학사관리와 경영실태가 취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시에 기존 대학 구조개혁의 틀과 성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모델을 마련하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 지방대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인적 구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학교교육은 교원 등 공급자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돼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기업은 학교교육을 불신해 학생 개인의 직무능력보다 학벌이나 스펙에 의존해 채용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을 대폭 수용해 학교에서의 교육이 곧바로 산업체의 직무로 활용될 수 있다. 대담 박현갑 사회부장 정리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낸 교육컨설턴트 박대진씨

    [저자와의 차 한잔]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낸 교육컨설턴트 박대진씨

    사교육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대의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명문대에 보내려는 욕망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60만명의 아이들 중 명문대학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아이들은 대략 5% 내외다. 나머지 95%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교육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대진씨가 신간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센추리원 펴냄)를 통해 사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엄마들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엄마들에겐 임신과 동시에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축적됩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 맺어지는 무한 신뢰와 애정, 사랑 등이 바로 엄마의 자원이지요. 또 엄마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이 자원을 소비합니다. 문제는 엄마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그 자원은 유한한 데 있습니다.” 일례로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피는 일은 자원을 축적하는 것이지만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소비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양을 제대로 파악해 효율적으로 분배할 줄 안다”면서 “그 작은 차이가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은 물론 신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 일은 좋은 엄마가 되는 길 중 하나라는 것. 사교육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사교육은 중하위권이 아닌 상위권 학생을 위한다는 것을 간과한 채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면 무조건 학원부터 보내려고 욕심을 내는 엄마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공부 좀 해라’,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등 과거 부모님한테 들었던 말들을 우리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엄마나 아이가 답답해지며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많이 하고 있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있지요.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산만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 순위만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되기 때문에 ‘엄마의 욕망을 일단 멈추고 아이를 가졌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가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욕심이 아이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꿈과 나의 꿈을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지금 행동이 진정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엄마들은 사실 억울하다고 말하지요. 잘못된 학벌 위주의 사회, 수년 동안 자리를 못 잡고 시행착오만 되풀이하는 대학 입시 제도, 바로 서지 못하는 공교육, 돈버는 데만 혈안이 된 학원들은 놔두고 왜 자신들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합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사교육을 주도하는 사람도 엄마요,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도 엄마뿐이죠. 엄마의 생각만 조금 바뀌어도 아이에겐 충분합니다.” 저자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홍익대, 한국외국어대, 숙명여대와 교육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가르쳤다. 영어 학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교육문제와 답답한 현실을 체감했단다. 저서로는 ‘어느 한국인의 작은 반란’ 등이 있다. 글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위기의 일반고] “다양한 진로 선택할 능력 길러줘야”

    일반고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고 교사들은 “이번에야말로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학교 내부와 외부에 걸쳐 고착돼 있는 명문대 입시 경쟁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입시 경쟁에서의 좌절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 오산고의 이호승(40) 교사는 8일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명문대 입학을 유일한 목표로 두고 달려가다 보니 레이스에서 점차 뒤처지는 일반고 학생들은 스스로를 낙오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 개인에게 다중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엘리트들의 등장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명문 고등학교를 나와 명문대를 졸업해야만 사회적 인재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일반고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교사는 “대대적인 사회 캠페인을 통해서라도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들이 학벌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반고가 대학 진학을 위한 전 단계가 아니라 사회 진출에 앞서 학생들로 하여금 진학과 취업, 혹은 또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다양한 성적대와 진로계획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모인 만큼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초은고등학교 나일수(55) 교사는 “일반고 학생 가운데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경우 2학년 때 특성화고로 전학을 갈 수 있도록 특성화고의 전입학 권한을 교육감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고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현재 일반고 학생들이 특성화고로 전학 가는 길이 막혀 있는 가운데 대전교육청에서 지난달 전국 최초로 ‘진로변경 전입학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 전환과 함께 일반고가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학교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공립고 교감 최모(56)씨는 “학교회계에서 목적사업비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예산편성 재량이 부족해 개별 일반고마다 맞춤식 운영이 어렵다”면서 “학교마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닌 경우에는 더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숨통을 터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의 요청에 따라 교육과정이나 학교 시설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설개선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취약부분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신약 시험 내몰린 청년 백수

    이우람(29·가명)씨의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간호사는 매 시간 채혈을 해 갔다. 멍하니 병상에 누워 있던 30명의 남자들은 그때마다 익숙한 듯 팔을 내밀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현장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이다. 이씨는 무릎 담요를 덮고 귀마개를 꽂은 채 토익 책을 폈다. 주위 몇몇도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씨는 서글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2004년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씨의 집안은 부유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거듭된 낙방에 그는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낮은 학점과 영어 점수 탓인지 서류전형에서부터 막혔다. 점점 조급해졌다. 가정도 삐걱거렸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4살 터울 여동생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됐다.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대해 들은 건 그즈음이었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을 투약해 두 제제가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와 양(생체 이용률)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약을 먹고 피를 몇 번 뽑는다고 했다.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생동성’을 치자 수십개의 일자리가 쏟아졌다. 30만~100만원으로 수당도 많았다. 몸이 상할까 봐 찜찜해했던 감정도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30명이 병원에 모여 함께 고혈압 치료제를 먹고 시간마다 피를 뽑았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소개서를 쓰고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이틀 동안 10차례 피를 뽑고 35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로 또 약을 먹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 기관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있다. 약의 부작용 등을 알아보려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 승인 건수는 201건이다. 생동성 시험 한 건당 24~50명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5000~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체 건강하고 3개월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피험자는 대부분 20대 남자다. 취업 전쟁에 지친 이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 서른 먹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몸에 별로 나쁘지 않대요. 어디 가서 하루에 35만원을 벌겠어요. 먹고 자고 피만 뽑으면 되는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마루타’ 그런 거 아니에요. 규정상 3개월에 딱 한 번밖에 못 해서 오히려 아쉬운걸요.”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신약 실험 내몰린 청년 백수

    이우람(가명·29)씨의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간호사는 매 시간 채혈을 해 갔다. 멍하니 병상에 누워 있던 30명의 남자들은 그때마다 익숙한 듯 팔을 내밀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현장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이다. 이씨는 무릎 담요를 덮고 귀마개를 꽂은 채 토익 책을 폈다. 주위 몇몇도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씨는 서글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2004년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씨의 집안은 부유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거듭된 낙방에 그는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낮은 학점과 영어 점수 탓인지 서류전형에서부터 막혔다. 점점 조급해졌다. 가정도 삐걱거렸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4살 터울 여동생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됐다.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들은 건 그즈음이었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을 투약해 두 제제가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와 양(생체 이용률)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약을 먹고 피를 몇 번 뽑는다고 했다.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생동성’을 치자 수십개의 일자리가 쏟아졌다. 30만~100만원으로 수당도 많았다. 몸이 상할까 봐 찜찜해했던 감정도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30명이 병원에 모여 함께 고혈압 치료제를 먹고 시간마다 피를 뽑았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 중엔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이틀 동안 10차례 피를 뽑고 35만원을 챙겼다.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로 또 약을 먹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 기관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있다. 약의 부작용 등을 알아보려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 승인 건수는 201건이다. 생동성 시험 한 건당 24~50명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5000~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체 건강하고 3개월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피험자는 대부분 20대 남자다. 취업 전쟁에 지친 이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 서른 먹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몸에 별로 나쁘지 않대요. 어디 가서 하루에 35만원을 벌겠어요. 먹고 자고 피만 뽑으면 되는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마루타’ 그런 거 아니에요. 규정상 3개월에 딱 한 번밖에 못 해서 오히려 아쉬운걸요.”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 강단에 선 지 13년째다. 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호기심 가득한 신입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야 제대로 공부한 대학생의 자격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매 학기 한 강좌를 들을 때마다 20권의 책을 읽어야 하고, 한 학기 6개 강좌를 들으면 120권, 1년 240권, 4년 약 1000권을 읽게 된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매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신입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면서 결의를 다지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래 진로와 관련해 개별면담을 하면서 매번 하는 이 말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학생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다양한 세계 문화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네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국문과에 왔다고 했다. 중학교 때 부모와 네팔에 여행을 가서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50대가 된 세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장래 진로는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1960~70년대 후진국 한국에서 보릿고개 춘궁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공직에 나가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 그래서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손에 쥐는 것만이 출세한 삶으로 비춰졌다. 동네에서 누군가가 고시에 합격하면,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마을잔치를 하면서 ‘개천에서 용났다’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즐겁게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려는 젊은이가 부쩍 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한국이란 울타리를 넘어 세계 속의 한국 젊은이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에게서 1960~70년대 가난한 한국을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활동을 하던 파란 눈의 선진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얼마 전, 친구가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양식당으로 안내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데 주방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주방장의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바로 친구의 아들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바람에, 친구로 하여금 자식농사 망쳤다고 울분을 토하게 했던 그 녀석이었다. 아들이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고개를 들지 못하던 친구이기에 아들 소식을 더 묻지 못하고 지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어엿한 주방장이 되어 친구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호주로 가서 요리를 배우고 왔다는 녀석이 참으로 대견해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친구는 후식을 먹는 자리에서 아들이 요리사가 된다 할 때 적극적으로 밀어 줄 걸 괜히 자기 욕심 때문에 먼 길을 걷게 했다고 후회를 했다. 친구의 자책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후진국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와 선진국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세대의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후진국 부모는 지금도 ‘사’자 돌림의 직업을 선진국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총명하다. 선진 한국사회에서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길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몫이다. 자식 세대에게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면, 그들은 기성세대가 상상도 못할 일을 벌이면서 선진 한국을 세계만방에 알릴 것이다. 국문학을 가르치는 선생 입장에서, 세계 각국에 한국문화원과 한국어학원을 세워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간절히 한다. 더불어 이번 신학기에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주문 외에 세계로 시선을 넓히고 폭넓은 견문을 쌓으라는 당부를 반드시 덧붙여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 [문화마당]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이라더니/백가흠 소설가

    [문화마당]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이라더니/백가흠 소설가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특히나 얼굴을 쉽사리 보여주고 내어주질 않는 새침한 아가씨 같은 이번 봄이다. 계절은 슬며시 왔는지 모르게 찾아오곤 했으나, 우리는 쉽게 오지 않는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문득 아직 올 것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찾아오면 우리는 당황하고는 한다. 문득 아직도 자신이 입고 있는 철 지난 옷을 느끼며, 혹은 때 이른 옷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란다. 마치 이미 떠난 사랑을 붙잡으려 다급하게 뛰어가거나, 온 지 모르게 와 있는 사랑의 모습을 계절은 갖고 있는 듯하다. 봄은 가혹하다. 겨울의 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철을 맞아 많은 젊은이가 불안한 미래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역시나 봄은 활짝 미소 띤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는 것 같지 않다. 취업은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인생 전체를 그리는 밑그림으로서 누구에게나 절실한 문제이지만, 풀기가 쉽지가 않다. 봄의 치열한 취업전쟁은 단지 경제상황의 영향만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업이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지 않는 한, 국가가 청년들의 미래와 인생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의 청년들은 봄을 보지 못하고, 겨울의 끝에서 망설일 것이 뻔하다. 며칠 전 지하철역에서 예전에 내 강의를 수강했던 한 여학생을 만났다. 지난가을에 졸업하고 반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명문대를 나왔고 클래스에서도 가장 똑똑한 친구였다. 한 신문사에 지원서를 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서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대답이었다. 씁쓸한 마음이 번졌다. 취업을 위해 면접 스터디를 하고, 인·적성 시험을 공부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라는데, 우리 젊은 친구들은 면접 준비와 적성공부를 고시 공부하듯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그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었다. 봄을 맞이하는 것이 젊은 친구들만 힘든 것은 아닌 듯하다. 환절기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듯, 주위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친한 선배의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며칠 틈나는 대로 병원에 들렀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중환자실을 지키는 선배 대신 장지를 알아보았다. 하루에 면회가 이십 분씩 두 번인데 자기 혼자 의식 없는 아버지를 이십 분간 바라볼 수가 없다며 힘들어했다. 중환자실 밖, 우두커니 앉아 자리를 지키는 그가 참 쓸쓸해 보였는데, 그는 어린 딸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옆자리 한 젊은 엄마의 절규를 묵묵히 바라보고는 더욱 씁쓸해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산 자의 몫인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가까운 죽음의 대면은 언제나 당황스럽다는 것을, 그것들과 마주한 자를 덤덤히 바라보는 것이 고작 우리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봄밤은 더욱 차갑기만 하더라. 작업실로 돌아와 짧은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이틀간 보았던 어떤 풍광보다도 계속해서 자식의 이름을 부르던 젊은 엄마의 음성이 작게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봄은 누구에게나 가혹하기만 하다.
  • [커버스토리-세종청사 출범 6개월] 땅값 10개월째 상승률 1위… 세달 만에 상가값 3배 ‘껑충’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세종시 부동산은 활기를 띠고 있다. 도시형성 초기라서 많은 불편함이 따르지만 명품도시 조성과 우수학군 기대감 등이 부동산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한 첫마을 아파트값은 8개월 만에 7000만~8000만원 올랐다. 전셋값은 입주 때와 비교해 거의 두 배가량 뛰었다. 땅값은 10개월 연속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금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한솔동 첫마을 래미안 아파트 84㎡는 3억 2000만원 정도. 지난해 6월 입주 이후 분양가보다 6000만~7000만원 올랐다. 한솔동 첫마을 푸르지오 아파트 84㎡는 지난해 9월 2억 14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2억 4300만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3000만원 정도 올랐다. 지금은 부르는 가격이 2억 8000만원으로 뛰었다. 전셋값은 오름폭이 훨씬 크다. 첫마을 래미안 84㎡ 전세는 입주 당시 1억~1억 2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부처 1차 이주가 시작되면서 보증금은 2억원까지 뛰었다. 푸르지오 84㎡도 1억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올랐다. 신규 아파트 청약도 호조를 보였다. 올해 첫 분양한 호반건설 아파트는 1, 2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세종시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상가 가격도 뛰고 있다. 도시형성 윤곽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첫마을 1층 상가 매매가는 분양가보다 곱절은 뛰었다. 장사가 잘돼 매물도 나오지 않는다. 청사 뒤편 한 상가 현장. 연말 입주 예정으로 지금은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터파기를 하면서 처음 분양할 때는 2층 이상 상가 분양가격이 3.3㎡당 600만~8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골조공사 시작 이후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해 서너 달 만에 두세 배 올랐다. 지금은 3.3㎡당 1800만~2000만원을 호가한다. 땅값도 고공행진이다. 국토부가 조사한 지가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땅값은 지난해 5.9% 올랐다. 조치원, 공주 방면 주변 지역에는 원룸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계획도시이다. 기존 신도시 개발이 주거타운 위주였다면 세종시는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을 유치해 자족도시로 개발돼 부동산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주변 지역과 연계 개발도 부동산 시장을 밝게 보는 이유다. 대덕연구단지와 가깝고, 새로 조성될 과학비즈니스벨트 예정지역과는 불과 4~5㎞ 떨어졌다.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 가운데는 연구단지 직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빼어난 학군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공무원 자녀와 연구단지 직원들이 이주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학군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전, 공주 등에서 위장전입할 정도다. 단순히 학군만 보고 전세를 얻는 사람도 많다. 청사 완공 전 이곳에 있던 한 고교는 올해 서울대를 비롯, 서울 지역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지난 1일에는 국제고가 문을 열고 첫 입학생을 받았다. 세종시가 우수학군으로 변신하면서 부동산가격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짧은 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홍수를 이루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를 빚을 우려도 있다. 이달 들어 분양한 한 아파트는 3순위 청약에서도 일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생산시설 유치와 대학이전이 가시화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편한 것 희생없이 보람된 것 이룰 수 없어”

    “편한 것 희생없이 보람된 것 이룰 수 없어”

    나는 네가 네 동료나 친구들보다는 이 시대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조금 더 높이 날아, 보다 먼 세상을 넓게 보고 품으며, 내가 이 한평생을 살고 난 다음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너의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가슴 뭉클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생에 대한 좌절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네 내면에서 생성되는 것이며, 그것이 네 삶에 커튼을 드리우고 네 생각을 어둡게 하는 것이다. 아빠가 2012. 3. 3. 서울의 4년제 명문대학을 나온 딸은 4년간 세번이나 직장을 바꿨다. 어렵사리 구한 직장이지만 좀체 딸의 ‘눈높이’에 차지 않아서였다. 언론에는 연일 청년 취업난과 일자리 미스매칭(구직자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데 실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이에 못 미치는 것)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두운 마음으로 이메일을 쓴다”로 시작한 이메일은 “자신의 생각과 행위, 매일의 삶을 잘 관리해라. 자기만의 가치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 외롭고 힘들더라도 일종의 투자요 희생일 것이다. 편하고, 쉽고, 일시적으로 달콤한 것에 대한 희생이 없이 보람되고 가치 있는 것을 이룰 수는 없다”로 이어졌다. 딸에게 이 편지를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방하남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취업 방황을 겪고 있는 ‘평범한’ 20대의 둘째딸(28)에게 1년 전 이맘때 쓴 편지다. 편지를 서울신문에 공개한 딸은 13일 “2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할 문제인 데다 아버지가 이런 젊은이들의 고통을 헤아려 고용정책을 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20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비중은 48.3%다. 전달보다 0.4% 포인트 높아졌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미스매칭이 낳은 현상이다. 방 장관의 편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생(Life)에 대한 좌절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네 내면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네 삶에 커튼을 드리우고 네 생각을 어둡게 하는 것…(중략)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보전하고 내면의 인격과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를 향한 불타는 열망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자기관리, 이것으로 네 인생의 승부를 걸라.” 딸에게 이런 조언을 했던 방 장관이 고용정책을 입안하는 책임자로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개천의 용은 교육 꼼수를 이길 수 있을까/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개천의 용은 교육 꼼수를 이길 수 있을까/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다. 서울신문에서 연초부터 8주에 걸쳐 교육특집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사라졌어요’로 시작해 ‘교육 격차 해소, 우리가 나선다’까지 5회분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교육 나눔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2월에도 3주 연속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흔히 메이저 일간지라 불리는 신문들의 교육 섹션은 거의 학원 홍보에 가까운 퍼블리시티(publicity)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 얼핏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느낌을 받았던 터다. 이에 비해 이번 교육기획 시리즈는 2부에 약간의 기업 홍보성 내용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실제 기업들의 교육나눔 활동이 소외계층에게 어떤 실질적 효과를 주고 있는지 잘 다루고 있어 값진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2부 기획이 시작되던 날 1면에 ‘여전한 공교육 불신, 중·고교 사교육비 증가’라는 기사가 나란히 실린 점은 우리 교육의 이중적 측면을 잘 보여 줬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평범한 아동이 영재판별검사를 미리 준비하고 와서 영재로 둔갑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 이들 ‘만들어진’ 가짜 영재를 구분해 내느라 궁리 중이라 하니, 한국의 선행학습이 수출되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누구나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 욕망은 있다. 지나치면 행복을 해친다. 사과나무로 태어난 아이는 사과나무로 자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런데 ‘너는 포도가 되어야 한다’고 부모가 미리 재단해 포도에 좋은 비료만 잔뜩 준다면 사과나무는 포도가 되지도 못할뿐더러 사과나무로 잘 자랄 수 있었던 잠재력마저 상실한다. 사과나무에게 포도가 되라고 요구하는 부모 욕망의 저변에는 명문대를 향한 입시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입시제도는 수능과 특기 두 트랙으로 나눌 수 있다. 수능은 국·영·수·과/사 ‘모두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제도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느 하나를 잘하면 그것을 더 발전시키기보다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는 것에 집중하느라 잘할 수 있는 능력까지 사장하고 만다. 또한 수학과 과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을 원하는 과학고나 명문대 이과에서는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만 잘하려고 그쪽의 선행학습에만 치우쳐 다른 인문학적 소양은 갖출 시간도 여력도 없었던 ‘기형적인’ 인재를 뽑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재가 아닌 아동들도 어렸을 때부터 미리 정해진 기형적인 사교육을 통해 ‘가짜 영재’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받아야 할 정상적인 교육의 변형을 방치하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요즘은 문·이과 통합 얘기도 나오고 융합학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자유전공 학부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말만 자유전공이지 실제 절반 이상이 획일적으로 상경계열로 진학한다는 기사(2월 14일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한국의 교육 텃밭에서는 변형돼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한 여행자가 중국을 여행할 때 들었다는 ‘정부에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오직 하나, 특목고나 명문대 입학을 위한 꼼수와 편법으로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하는 우리의 교육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 국어, 시·소설·문법 따로 정리… 수학은 틀린 문제 오답노트로

    국어, 시·소설·문법 따로 정리… 수학은 틀린 문제 오답노트로

    새학기를 맞아 새 교과서와 새 노트를 산 학생들의 마음은 설레게 마련이다. 어느 때보다 학업 의욕에 충만해 있는 이때, 노트를 ‘자신만의 참고서’로 만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학습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맘 때 시중에서 명문대 입학생의 노트필기법 등을 소개한 책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학생들의 이런 계획과 바람 때문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핵심 내용이나 부연설명해 주는 내용을 교과서나 노트에 잘 정리한다면 시중의 어떤 참고서보다 나에게 맞는 맞춤형 참고서를 만들 수 있다. 시험 출제자인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강조하는 내용은 곧 시험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싼 참고서 한권보다 핵심 내용을 적어둔 나만의 노트가 더 유용하다. 수업이 끝난 뒤 복습이나 학원수업을 통해서만 성적을 올리려 매달리지 말고 수업시간 50분 동안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하고, 이를 이해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한 이유다. 노트필기는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과 중요한 설명을 나중에 봐도 알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므로 예쁘고 깔끔하게 받아쓰는 데 집중할 필요는 없다.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꾸미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두세 가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펜을 이용해 중요도에 따라 표시하는 것이 보기에도 편하고 나중에 중요한 내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핵심 개념과 중요한 문제가 눈에 쉽게 잘 들어오도록 배치하고 강조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필기를 할 때는 너무 빼곡하게 쓰기보다 어느 정도 여백을 남기는 것이 좋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하는 내용이나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 수업 중 나온 중요한 정보들을 메모하고 복습을 하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채워넣으면 도움이 된다. 학기마다, 과목마다 쌓여가는 노트를 분류하기 위해 겉표지에 과목명, 단원명, 관련 교재명을 표기하는 것이 좋다. 언어영역의 경우 ‘언어’나 ‘국어’처럼 영역 전체를 노트 한권에 필기하는 것보다 시·소설·문법 등 영역별로 공책을 따로 만드는 ‘단권화’도 효과적이다. 또 근현대사나 역사 관련 교과목의 노트를 만들 때는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 간단한 표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화살표를 활용해 근현대사의 흐름을 정리하거나, 주요 사건을 써놓고 점차 살을 붙여가는 방식 등 자신이 이해한 것을 풀어넣을 수 있도록 습관화 하는 것이다. 수학은 무작정 노트를 만들기보다 문제를 먼저 풀어본 뒤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를 모아두는 ‘오답노트’가 효과적이다. 수학의 개념이나 증명을 적어두는 노트는 문제를 푸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학 노트를 만들기 전 여러 권의 문제집을 풀어본 뒤 그 중 틀린 문제만 노트에 붙이자. 전문가들은 “수학의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 10권만 풀어도 한 개념에 대해 100가지 문제를 푸는 셈이 된다”면서 “이 정도로 많은 문제를 풀면 반복해서 틀리는 것이 나오기 마련인데 해당 문제와 관련한 개념과 공식을 추가적으로 공부하면 틀린 문제를 또 틀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트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미 소개돼 있는 필기방법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를 테면 1960년대 미국 코넬대의 한 교수가 개발해 학생들에게 전수한 일명 ‘코넬식 노트필기법’이 있다. 노트의 왼쪽을 단서영역, 오른쪽을 필기영역, 아래쪽을 요점영역으로 나눈 뒤 단서영역에는 수업이 끝난 뒤 배운 내용에 대한 질문을 적고, 요약영역에는 전체 필기 내용을 두세 줄 정도로 짧게 정리하는 방식이다. 노트필기의 목적은 단순히 완성된 노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데 있다. 정작 수업시간이나 공부시간을 쪼개 필기를 열심히 해놓고 다시 꺼내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노트필기를 한 데서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요한 부분은 문제집과 참고서를 활용해 여러번 정리하는 반복학습을 해야 완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단원, 한 학기, 1년 등 과목별로 빠짐없이 필기한 노트를 잘 활용하면 중요한 시험 직전 쉽게 꺼내 마무리 공부를 할 수 있다. 시험 전에는 문제집의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필기한 노트를 훑어보며 개념과 공식 등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빌려보는 전자책 시장 경쟁 뜨겁다

    전자책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에서 ‘전자책 샘(eBook sam) 론칭 컨퍼런스’를 통해 그간 준비해 왔던 샘 서비스를 공개했다. 샘은 한권씩 사는 게 아니라 연간 회원으로 등록한 뒤 전자책을 빌려 보는 서비스다. 한번 빌린 책은 6개월간 보관할 수 있고, 사길 원하면 추가로 돈을 내고 살 수도 있다. 월 1만 5000~3만 2000원을 내면 매달 5~12권의 전자책을 빌려 볼 수 있다. 단말기까지 함께 사려면 2년 약정에 1만 9000~3만 4500원을 내야 한다. 부가서비스도 마련됐다. 전문가들이 책을 추천해 주는 ‘샘통’, 이용자의 책 취향을 분석해 주는 ‘독서 노트’, 가족들끼리 책을 돌려볼 수 있는 ‘가족도서관’ 서비스 등이다. 앞서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지난해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터치’에다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한강’ 등을 담은 ‘박경리 조정래 에디션’을 지난 18일 내놨다. 종이책 기준으로 41권 15만쪽 분량인데 콘텐츠 가격은 16만 8000원으로, 권당 4000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하버드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권장도서로 구성한 ‘SKY에디션’, 살림출판사의 살림지식총서 100권을 넣은 ‘지식에디션 W’도 내놨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美명문대 물리학 교수, 강의 중 바지 벗은 이유는?

    美명문대 물리학 교수, 강의 중 바지 벗은 이유는?

    미국의 한 명문대 교수가 강의 중 학생들 앞에서 바지와 티셔츠를 벗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예술 전공도 아닌 물리학 교수가 학생들도 이해 못하는 기괴한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 대학의 한 대형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탄성이 울려 퍼졌다. 강의 주제는 이 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에믈린 휴즈의 ‘양자역학’. 골치아픈 물리학 강의를 생각한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강의실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으며 신나는 랩 음악과 함께 바나나를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휴즈 교수가 등장했다. 휴즈 교수의 퍼포먼스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스크린에는 9.11테러와 히틀러의 화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학생들을 등진 교수는 갑자기 입고있던 티셔츠를 벗어버렸다. 순간 학생들은 영문을 모른 채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바지까지 벗어버리자 강의실은 고함과 비명이 넘쳐 흘렀다. 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어리둥절 했지만 교수의 퍼포먼스는 계속됐다. 이번에는 제자로 보이는 2명이 긴 검으로 동물 인형을 찌르기 시작했으며 이 장면은 한 학생이 동영상으로 촬영해 세상에 알려졌다. 휴즈 교수는 퍼포먼스 후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이 양자역학을 배우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을 벗어버려야 한다.” 면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쓰레기 들을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지금까지 배운 것들은 양자역학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서 “난 1시간 동안 영자역학을 가르치라는 불가능한 도전을 부여받았다.” 고 덧붙였다. 한편 휴즈 교수는 ‘알쏭달쏭’한 강의에 대한 현지언론의 코멘트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인터넷뉴스팀  
  • ‘서울대 ○○명 합격’… 기숙학원에 속지 마세요

    지난해 경기도에서 문을 연 A 대입기숙학원은 최근 인터넷 등에 ‘서울대 10여명 합격’이라는 광고를 냈다. 학원생의 수기도 올렸다. 하지만 이 학원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대학에 들어간 학원생 숫자가 이보다 적다. 경쟁 학원의 성과를 도용해 광고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6일 개강을 앞둔 대입 기숙학원들의 허위·과장광고 및 학원비 환불 등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대입 기숙학원들은 객관적 근거 없이 ‘서울대 등 명문대 몇 % 진학’ 등을 허위·과장 광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학원들은 EBS에서 강의를 진행하지 않거나 강의한 적이 없는 강사들을 ‘현 EBS 강사’로 광고했다. 학원비 환불과 관련된 피해도 적지 않다.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대입 기숙학원비 환불 관련 상담은 2010년부터 올해 1월까지 154건에 달한다. 공정위는 대학 합격자 명단이나 강사진 등을 맹신하지 말고 학원 측에 근거자료를 요구하고, EBS 홈페이지 등을 참조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용만 써서는 용 못 된다/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용만 써서는 용 못 된다/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내가 다니던 부산의 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오후 9시까지 의무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시켰다. 고3 때에는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 밤 11시 30분까지 남아 자습을 할 수 있게 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다. 학교 수업 이외에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학원이라고는 고3이 돼서야 주말이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부족했던 수학을 잠깐 배웠었고, 논술학원에 다닌 것이 다였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는 선배의 소개로 초등학교 6학년생의 과외를 시작했다. 내가 담당한 과목은 영어와 수학. 아직 중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학생은 이미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었지만, 학원에서 상위권 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과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2011년 여름에는 강원도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 참여했다. 한 학생은 진학이나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방학 때마다 멘토링에 꼬박꼬박 참여한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이 막 끝났을 무렵에는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논술 첨삭 아르바이트를 했다. 꽉꽉 채워진 수강생 명단에서는 유명한 외고의 이름과 함께 다른 지역의 학교 이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늦은 시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면 학원 문 앞은 학생을 데리러 온 부모들의 차로 북새통을 이뤘다. 단 일주일 동안 20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겨우 4년. 그동안 교육과정과 체제는 변한 것이 없지만 교육현실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달 3일부터 시작된 연중기획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은 교육과 기회의 양극화라는,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지만 잊히기 쉬운 주제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단순 재조명을 넘어 지자체, 대학과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앎’을 ‘삶’의 영역으로 확장해 사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해당 기획은 빈부격차, 지역차, 공교육의 문제, 복지센터 지원문제, 다문화가정 교육문제 등 매주 다양한 문제에 주목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각도의 접근 방법으로 인해 중요한 공통점이 간과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시간과 지역, 소득에 관계없이 용이 되기 위해서는 입시지옥에 시달려야 한다는 공통점 말이다. 입시에 성공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전문직이 되는 것만이 ‘용이 되는’ 유일한 방법인 사회에서,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그와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나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필요 이상의 경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대량의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죽음과 같은, 용이 되지 못한 자들이 겪는 곤경은 강요된 하나의 성공에 대한 집착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교육 시장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하지 않는 이상 공교육을 아무리 강화해도 강남 엄마들은 더 잘나가는 강사를 찾을 것이고, 명문대의 정원은 선택받은 이들로만 채워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좁은 등용문에 대한 성찰과 용이 되지 않고 지내기에는 너무 더러운 ‘개천’에 대한 반성을 시작할 때다. 단순히 성공을 주문하고 지원하는 것을 넘어 이에 대한 고민과 대안 모색이 함께 이뤄질 때, 큰 뜻으로 시작한 기획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네이처에 논문 낸 고려대 세종캠퍼스 주성중 박사… 그 대학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네이처에 논문 낸 고려대 세종캠퍼스 주성중 박사… 그 대학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지방대에서 무슨 연구를 하냐고요? 뭘 모르시는 말씀. 서울대나 KAIST(한국과학기술원) 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최고의 연구를 할 수 있어요. 지방대는 단순한 장소일 뿐 어떤 장애도 되지 않습니다. 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는 절대 명제에 비춰 보면 이곳보다 좋은 곳도 찾기 힘듭니다.” 주성중(35) 박사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마이너’ 대학 출신이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가 그의 고향이고, 세종캠퍼스 스핀소자 연구실이 현재 직장이다. 하지만 주 박사는 지난달 31일 세계 최고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네이처 논문 게재는 단순히 주 박사의 이력서에 한 줄이 보태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네이처가 어떤 곳인가. ‘사이언스’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연구성과들이 엄선되는 곳. ‘교수 채용 보증수표’로 불리는 곳. 그래서 과학자라면 누구나 평생 한번 이름이 오르기를 소망하는 곳이 아니던가. 한국 대학 중 상당수가 네이처에 논문을 올리는 소속 연구자에게 1억~3억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있다.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네이처가 연구자 개인은 물론 학교의 명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주 박사의 논문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다기능 스핀 논리소자’의 개발 원리와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에 비해 저전력·초고속·고성능 정보처리가 가능하고 상온에서도 작동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이 논문은 네이처 1월 31일 자 온라인에 게재됐고, 오는 7일 ‘주목할 만한 논문’ 코너에 실려 책으로 나온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다. 남다른 아이디어 구현과 기술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개 지방대 박사에 불과한 주 박사의 논문에 물리학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초고가 장비와 최고 연구진들의 성과로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주 박사의 네이처 논문 게재는 1980년 학교가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과연 그는 학교와 연구실에서 어떤 유전자를 얻은 것일까. 주 박사는 그 답을 지도교수인 이긍원(51) 교수와 연구실 환경에서 찾는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1994년 세종캠퍼스(당시 서창캠퍼스)에 부임했다. 초창기 상황은 막막하기만 했다. 우수한 학생은 둘째 치고 물리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비조차 없었다. 이 교수는 “이 시기에 일본 연구진은 당시 30억원 수준인 장비를 연구실마다 하나씩 갖추고 있었지만 한국의 지방대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었다”면서 “결국 연구비를 모아 고물상을 전전하며 학생들과 함께 진공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00년. 사실상 7년을 연구 환경을 마련하는 데 흘려보낸 것이다. 무엇보다 같이 의논할 동료가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고민이었다. 그는 “규모가 작은 지방대이다 보니 연구에 대해 의견을 나눌 같은 전공의 교수가 없었다”면서 “젊은 연구진의 앞길을 열어주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대가에 대한 갈망이 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저 그런 학생을 받아 기계적으로 졸업시키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대 패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동료 교수들과 뜻을 모았다. 우선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내의 다양한 전공으로 구성된 연구진과 연구 시설물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클린룸’을 만들고, 기초부터 응용까지 연구를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공정라인을 구성했다. 자신의 연구비로 구매한 ‘내 장비’에 익숙한 교수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함께 움직이니, 학교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공동연구는 학생들의 지도에도 적용됐다. 대학원생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쌓을 수 있도록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 함께 지도했다. 주 박사 역시 자성전문가인 이 교수와 반도체 전문가인 같은 과 홍진기(46)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두 분야를 함께 살펴보는 능력을 쌓았다. 홍 교수는 이번 네이처 논문의 교신저자이기도 하다.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한계는 학교 밖에서 길을 찾았다. 신지 유아사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 박사, 요시시게 스즈키 일본 오사카대 교수, 자가디시 무데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행크 스왁특 네덜란드 에인트호번대 교수 등은 정기적으로 스핀소자 연구실을 찾아 연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국내에서도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표준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교수들이 학기마다 연구실에서 세미나를 연다.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학기마다 8차례씩 열리는 최고기술책임자(CTO) 강좌다. 석박사 통합 4년차인 김동석(26)씨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연구소장, SK하이닉스 마케팅 상무 등 기술과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들이 연구실에서 회사의 연구개발 방향과 산업의 흐름을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는 물론, 연구실에 대한 자부심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도 협력에서 이뤄진다. 이 교수는 “더 우수한 연구진과 머리를 맞대면,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온다”면서 “시설과 교수의 수가 열악한 환경에서는 대형 연구집단을 구성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핀소자 연구실은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정명화 서강대 교수, 박재훈 포스텍 교수 등 국내 최고 연구진과의 협업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피지컬 리뷰 레터,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 등 세계적 물리학 저널에 30편이 넘는 논문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 교수와 주 박사는 지방대의 활로로 ‘매개체 역할’을 들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가치는 취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서류 전형으로 사람의 대부분을 판단하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크지 않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최적화된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지방대가 살 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반도체 물리학의 경우 기초과학과 공학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 중간을 연결해줄 인력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사실에 착안했다”면서 “대학시절에는 기초를 갈고 닦은 후 대학원에서는 반도체 공정까지 가르쳐 대기업들이 탐내는 인재로 키워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 덕분에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졸업생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과 졸업생인 김기현 박사가 고려대 안암캠퍼스의 방사선과 교수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자연과학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실업난 역시 이 학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취업률은 77.7%. 물리학과 중 전국 2위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구해주는 것은 지방대 입장에서는 쉽지 않지만 꼭 풀어야 할 숙제”라면서 “혼자 할 수 없는 것은 함께하고 더 많은 파트너를 찾는다면 지방대라고 해서 반드시 2~3류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등하교나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을 공부와 연구에 쓸 수 있는 장점은 외국의 명문대가 왜 모두 시골에 있는지가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세종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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