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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인재 외면하는 공공기관] 지방인재 더 뽑는 민간기업

    민간 기업들은 요즘 들어 지방대 출신 인재 채용에 한층 적극적이다. 명문대 위주의 채용에서 외면받았던 지방 인재를 흡수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가 지방대 출신 채용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인원의 3분의1 이상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웠다. 올해도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방대 출신을 35% 이상 뽑을 예정이다. LG그룹도 계열사별로 공채 인원의 30%를 지방대생으로 선발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지난 3월 올해 대졸 공채 인원의 30%를 지방대 출신 중에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4300여명 정도인 올해 대졸 공채 사원 중 1300명 가까이를 지방대 졸업생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올해 전국 지방대에서 직접 취업 특강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2011년 삼성과 LG 등 국내 2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학 소재별 채용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전문대 포함) 신규 채용 인원 2만 5751명 중 지방대 출신은 1만 885명으로 42.3%를 차지했다. 지방대 출신 비중은 2009년 39.1%에서 2010년 38.8% 등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다만 대기업들이 말하는 ‘지방대’에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포항공대(포스텍)가 포함돼 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웬만한 서울 명문대보다 입학하기가 어렵고 취업자 대부분이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계의 오류가 발생하는 셈이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지방인재 외면하는 공공기관] 좁은 문 열린 문

    올해 서른 살인 김상진(가명)씨는 얼마 전 공기업 취업 준비를 포기했다. 중견업체 입사로 진로를 바꿨다. 3년간 준비해 온 터라 ‘본전’ 생각이 간절했지만 과감히 희망을 접었다. 부산 지역 사립대의 기계공학과를 학점 4.1점(4.5 만점 기준)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공기업 준비 과정에서 토익 성적도 900점 가까이 올리고 틈틈이 각종 자격증도 땄다. 서류와 필기는 통과했지만 문제는 면접이었다. 김씨는 “요즘 공기업들이 지방대 전형 문턱을 낮춰 놨다고 해도 면접 자리에 가면 포항공대(포스텍),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명문대 출신 아니면 외국 유학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나 같은 ‘지잡대’(지방대를 폄훼하는 단어) 출신은 공기업 입사가 고시 붙는 것보다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한숨지었다. ‘신이 내린 직장’으로 통하는 공기업 입사는 지방대 출신 구직자들에게 여전히 꿈 같은 일이다. 연봉이 높은 금융공기업은 물론 일반 공기업 역시 들어가기가 바늘구멍이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고용 환경이 악화되면서 공기업 입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기존 취업자들 역시 공기업 입사 전선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장점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 건설업체를 다니다 그만두고 공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박기수(가명)씨는 “인턴 중 절반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미래가 없는 직장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지방대생들의 공기업 입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공기업의 경우 지방대 출신 입사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30개 대형 공기업 중 ▲대한석탄공사 93.8% ▲부산항만공사 64.7% ▲한국수력원자력 64.3% ▲한국수자원공사 57.7% 등은 평균을 훌쩍 넘는다. 석탄공사의 경우 지난해 채용한 정직원 17명 중 16명이 지방대 출신이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강원 삼척·태백 지역의 채탄직 직원을 뽑았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지역에 사업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역 인재를 우대했고 그 결과 지방대 출신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기업은 지방대 출신 채용 비율을 아예 50% 이상 높여 잡기도 한다. 지난해 신입 중 지방대 출신이 64.3%에 이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대표적이다. 한수원 인사팀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 쿼터를 60~70%로 정하면서 지역 인재를 끌어모으는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상생 협력을 높이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지방대 출신 채용이 경영 효율화로 연결되기도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011년부터 명문대 출신 위주가 아닌 수도권과 충청, 경상, 전라 등 권역별로 채용한 결과 신입 직원들의 이직률이 크게 떨어지고 회사의 활력은 더욱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公기관 지방인재 채용 ‘뒷걸음’

    公기관 지방인재 채용 ‘뒷걸음’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에서 지방인재(비수도권 대학 졸업자)에 대한 홀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08년에는 신입사원 100명 중 59명 정도가 지방인재였지만 지난해에는 51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방인재 채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주장이 한낱 구호에 그쳤음이 서울신문의 분석 결과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공공기관 7곳 중 1곳꼴로 지방인재 선발이 전무했다. 공공기관의 서울 명문대 위주 채용 관행에 정부의 관리 소홀이 더해져 비수도권 대학 출신의 박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신문이 기획재정부 알리오(공공기관 통합경영정보) 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95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인원 1만 5577명 중 지방인재는 50.9%(793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전년(52.9%)보다는 2.0% 포인트, 2008년(58.5%)보다는 7.6% 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전체의 13.9%인 41개 공공기관은 지방인재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특히 신규 채용의 30% 이상을 지방인재로 충원하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곳이 43.1%(127개 기관)에 달했다. 한국전력(44.4%), 가스공사(37.9%) 등 인기 있는 30개 공기업의 지방인재 채용 비중은 48.6%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을 밑돌았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른바 서울지역 명문대학 출신만 채용하려는 관행은 지역의 숨은 인재를 썩힐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균형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최소 30% 채용 가이드라인을 안 지키는 기관들에는 별도로 개선책을 내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점점 지방인재 채용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월급 200만~300만원 일자리… 환상을 깨라”

    “월급 200만~300만원 일자리… 환상을 깨라”

    “매달 200만~300만원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란 수도권 명문대 학생들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환상을 확실하게 깨는 것, 취업 지도의 첫 단계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에서 시작해야죠.” 지난해 12월 세명대 한국어문학과에 임용된 권도경(40·여) 교수의 별명은 ‘취업 전도사’다.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문화콘텐츠 및 보안회사인 ‘이노스텍’에 매년 이 학과 졸업생 5명의 채용을 보장받았고 2명은 스토리텔링 회사와 게임회사에 취업시켰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과도 졸업생의 정기적 채용이 확정 단계에 있다. 학과생 40명 중 진학을 원하는 졸업생을 제외하면 상반기 중 대부분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명대에서의 성과는 권 교수 이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화여대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2002년부터 이대, 단국대, 선문대, 동의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다 2010년 대전대에 자리를 잡았다. 권 교수는 “취업을 책임져 준 학생들이 4대보험이 되는 유급 인턴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모두 287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이 고착화된 시대에 각 대학이 앞다퉈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어’ 전공 졸업생을 권 교수는 어떻게 기업에 ‘팔고’ 있는 것일까. 권 교수는 15일 “취업도 대학교수의 의무이자 교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교육이 졸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졸업생을 보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교수의 일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다. 그는 “네트워크를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전공을 활용할 수 있을 법한 회사라면 어디든지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접촉한다. 매일 10곳 이상의 기업에 전화하는 것이 이제 일과가 됐다. 특히 권 교수는 학생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공모전’을 주로 활용한다. 이대 강사 시절부터 현재까지 권 교수의 제자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한 횟수는 500회가 넘는다. 권 교수는 “공모전은 학생이 기업에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취업을 위해서는 세밀한 작업이 진행된다. 학생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한 뒤 취업이 가능한 회사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한다. 이를 회사에 제안하고 거부당하면 다시 고쳐 제안하기를 반복한다. 그는 “학생들이 하기 싫다고, 어렵다고 포기하면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다른 길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너희들은 10년 동안 도전해도 나보다 여전히 10년 젊다’고 달랜다”면서 “잔소리를 하면서 같이 씨름하다 보니 애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교수가 권 교수처럼 학생들의 취업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측의 취업 장려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수도 종종 있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재정지표 등 개선이 쉽지 않은 다른 지표들보다 단시일에 끌어올릴 수 있는 취업률에 대학들이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별 학생 취업 실적을 전광판에 게시하거나 비정규직 교수들이 원로 교수에게 자신의 실적을 상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것이 교수의 본분이라면 사회적 인맥이 쌓일 수밖에 없는 훌륭한 교수는 취업도 잘 시킬 수 있다”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결코 따라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SAT 취소까지 부른 ‘부정 한국’ 부끄럽다

    4일로 예정됐던 미국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SAT) 한국 시험이 전격 취소됐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비영리기관 칼리지보드는 “한국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문제의 일부가 유출돼 많은 응시자들이 이미 시험문제를 접했기 때문에 5월 시험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소수가 저지른 부정 행위로 갑자기 시험이 취소되는 바람에 정직하게 공부한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다급한 학생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부정 한국’의 낙인이라니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SAT 문제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엔 시험문제 유출 의혹으로 한 외국어고의 시험장소 자격이 박탈됐고 2007년 3월 한국에서 치러진 시험의 경우 학원 강사 일당이 두 달 전 태국에서 시험을 치르고 문제를 빼낸 것으로 드러나 응시자 900여명의 성적이 전원 무효처리되기까지 했다. 지난 2월엔 서울의 일부 어학원이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동남아에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놓고 검찰이 수사 중이다. 다른 시험도 마찬가지다. 토플시험에서 유사한 부정행위로 2000년 이후 시험방식이 두 차례나 변경됐고, 미국 대학원시험(GRE)은 2002년 문제가 유출돼 국내에서 전산망을 이용한 시험을 치를 수 없다. 해커스 교육그룹의 임직원들은 2007년 이후 100차례 이상 토익과 텝스 문제를 빼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전과에도 불구하고, 문제 빼돌리기가 점점 더 대담하고 교묘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험 부정을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 사회분위기, 돈이 된다면 무슨 수단이든 동원하는 학원들의 부도덕성, 어떻게든 단기간에 점수를 올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면 된다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비뚤어진 의식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수사당국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다. SAT와 같은 국제인증시험 부정은 응시자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국가신뢰도를 실추시키는 심각한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점수만능주의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함께 앞으로 이런 부정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일벌백계를 당부한다.
  • [세종로의 아침] ‘고시제도’ 폐지 검토할 때 됐다/임창용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고시제도’ 폐지 검토할 때 됐다/임창용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얼마 전 친한 고향친구가 술자리에서 뜬금없이 “대학 때 고시 공부 안 한 게 후회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중학교 때 1, 2등을 다툰 수재였던 그는 명문대를 나와 지금 다니는 공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최근 임원 승진에서 누락됐다. 벌써 두번째다. 자신이 가려던 자리는 두번 모두 공무원 출신이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승진 누락보다 그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관료 출신 상관이 의외로 똑똑하다는 점이란다. 대체로 업무 파악이 빠르고 일처리가 빠르다고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넘기 어려운 한계 같은 것을 느꼈단다. 기자도 공무원들의 업무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특히 어떤 상황에 처하든 적응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장관으로 누가 오든, 무엇을 요구하든 맞춤형 답안을 빠르게 내놓는다. 의문이 남는다. 이들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똑똑해진 것인가, 아니면 그 이전부터 똑똑했던 사람들인가. 기자는 10여년간 공직사회를 지켜보면서 전자보다는 후자가 답에 가깝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이 대한민국 최고 인재집단이 된 것은 구조적이다. 그 핵심은 고시제도다. 고시는 지난 수십년간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시는 예나 지금이나 출세를 향한 고속 직행열차이기 때문이다. 일반직 공무원시험은 크게 5, 7, 9급으로 구분되어 시행된다. 9급시험을 통해 공직에 입문하면 정년 때까지 대다수가 사무관(5급)에 오르지 못한다. 7급시험 출신자들은 대부분 중앙부처 국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공직을 떠난다. 국장급 이상의 자리는 사실상 5급 공채시험(행정고시) 출신자들의 전유물이다. 이런 현상은 공직사회 내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퇴임 후 대다수가 일반인들이 넘보기 어려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간다. 수백개에 달하는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로펌 고문, 대학 총장 및 석좌교수 등이 그들이다. 민간 업계에도 이들을 위한 자리가 대기하고 있다. ~진흥재단, ~진흥원, ~공제회 등의 기관장 자리엔 어김없이 부처 국·실장급 관료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순수 민간 업계 모임인 각종 협회의 상근부회장도 이들이 맡는다. 이런 구조에서 인재들이 고시에 올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가 출세가 보장된 고속열차를 마다하고 답답한 완행열차에 탑승할까. 문제는 여러 차례 언론에서 지적됐듯이 공직 쏠림현상, 특히 최고 인재들의 고시 쏠림은 국가 발전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관료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과거 경제개발 시대와 달리 현대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다. 고시에 합격할 만한 수재들이 일찌감치 각 분야에 파고들어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성장해 자기 분야에서 낙하산 관료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조만간 사법시험과 외무고시가 폐지된다. 행시로의 인재 쏠림이 더 심화될 것이다. 인재 분산은 여전히 어렵고, 사회발전은 더뎌질 수 있다. 대한민국 인재 산실로서의 고시 역할은 이미 다했다. 이젠 폐지를 적극 검토할 때다. sdragon@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부)⑩ 고졸 김대영군의 현대중공업 취업 성공기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부)⑩ 고졸 김대영군의 현대중공업 취업 성공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현대중공업의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당당한 직원으로서 행복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 언젠가는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마음먹고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학교에서 대신 입사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 담임 선생님이 제 이름을 호명했을 때 처음에는 멍했습니다. 서울의 유수 대학을 나오고도 입사하기 어려운 대기업에 고졸자인 내가 합격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낙방한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고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습니다. 서로 끌어안고 한참 울었습니다. 부모님은 “정말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씀을 계속하셨습니다….’(김대영군의 수기 ‘성실함으로 만든 나의 직장’ 중에서) 24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신입사원 김대영(19)군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수석졸업과 대기업 입사의 꿈을 이룬 장한 젊은이다.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자원봉사도 하면서 12년 개근상을 받았고,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이식을 마다하지 않은 효자다. 그는 지난 2월 현대중공업의 ‘제1회 고졸취업 감동수기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김군이 걸어온 길은 결코 호락호락한 여정이 아니었다. 김군의 아버지는 그가 8살 때부터 간암, 위암, 설암 등을 앓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때문에 가정 형편은 늘 궁핍했다. 하지만 김군은 병석의 아버지가 “성실하게 살면 밥은 굶지 않는다”, 등굣길을 배웅하던 어머니가 “아파도 학교에 가서 쓰러져라”라고 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썼다. 김군은 초·중·고교를 모두 개근했고, 이를 스스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다. 실제로 그랬다. 열심히 하면 길은 있는 법. 첫 번째 길을 열어준 것은 현대공업고등학교 입학이었다. 김군은 “지진이 일어난 땅에도 샘은 솟고 폭풍이 지나간 들에도 꽃은 핀다”라고 격려해 주는 1학년 담임교사 덕분에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늘 믿었다. 학과 1등으로 2학년에 진학하면서 그는 명문대 진학을 꿈꿨다. 내신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내 기능대회에서 대상(CNC선반 부문)을 받았고,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인 ‘울산 보리수마을’에서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봉사활동에 참가했지만 그 이상으로 깨달은 점이 많았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자 학교 재단인 현대중공업의 장학금 혜택이 주어졌다. 이를 통해 진학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학과별 1, 2등 학생에게는 장학금으로 수업료 전액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암 초기인 아버지가 간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교 2학년인 김군이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장남으로서 가족을 위해 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늘 힘들고 피곤한 하루지만 이를 꽉 깨물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했고, 김군의 목표도 뚜렷해졌다. 그해 여성가족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장한 청소년 표창’도 받았다. 이후 길을 열어준 것은 현대중공업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고3 때, 국가정책 차원에서 고졸 채용이 확대되면서 현대중공업은 고졸자 전형 중 현대공고에 대해서는 우선 채용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김군은 현대공고에서 수석졸업을 하자 학교 재단인 현대중공업에서 자신을 신입사원으로 그냥 데려갈 것이라고 잠깐 기대를 했단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1등의 학교 성적과 5개나 되는 국가공인자격증, 학교장 추천서를 모두 갖췄지만, 그의 경쟁 상대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특성화고교, 마이스터고교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두 배수를 뽑는 1차 합격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되자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2차 전형인 1개월 현장실습은 그를 다시 얼어붙게 만들었다. 새벽 5시면 일어나 현대중공업으로 출근하면서 어제 배운 것을 다시 외우고, 오늘은 어떤 선배에게 무엇을 물을지 미리 생각했다. 함께 경쟁하던 동료들이 떨어져 실망하는 모습을 보았고, 3차 인성검사와 최종 면접까지 통과하자 앞으로 ‘울산의 터줏대감’이 되자고 결심했다. 현대공고 동급생 20여명이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김군은 최종 합격자 통보를 받고 실습현장에서 만났던 현대중공업 선배들 모두에게 일일이 전화했다. “형님, 저 합격했어요.”, “그래 잘했다. 앞으로 우리 잘 해보자.” 현대공고에서 3년간 김군의 담임을 맡았던 백성화(53) 교사는 “26년간 교직생활에서 만난 학생들 가운데 가장 성실하고 어떤 낙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는 학생이었다”면서 “수학을 특별히 더 잘했고, 운동에도 열심이며 예의도 바르고… 정말 빠진 게 하나도 없는 인상 깊은 제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의 ‘교육나눔’이 또 한 명의 국가 인재를 바르게 이끌고 있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고교, 사교육 업체에 진학정보 제공 자제”

    앞으로는 ‘입시전문 ○○교육에 따르면~’과 같은 형태로 사교육 업체들이 일선 고교의 합격통계 등을 직접 분석해 발표하는 자료의 기사는 볼 수 없게 된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사교육 업체에 재학생 및 졸업생의 합격률이나 대학별 합격자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사설 입시기관이 발표하는 각종 자료가 잘못되거나 특정 부분만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제공을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학부모나 학생들의 입시 정보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관내 고등학교들에 사설 입시기관에 대한 정보 제공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해마다 5월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 알리미에 각 고교의 대학 진학률이 공개되고 있지만 사교육 업체들은 빠른 정보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입시가 끝난 직후 정보 수집에 나선다. 특히 학교 알리미에 공시되는 진학률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국외 대학 진학 등으로만 구분돼 학부모들이 원하는 명문대 진학률 등은 알 수 없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지역별, 고교 유형별 수능 성적대 분포나 진학 정보는 가장 중요한 입시 정보 중 하나”라면서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 범위에서 각 학교에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학교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업체 측의 인력 부족으로 몇몇 자치구만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등 통계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고3 딸을 둔 이미리(49·여)씨는 “입시는 곧 정보 싸움인 만큼 사교육 업체를 통해서라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사방이 환했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에 앉은 것 같은데 12시간이 금세 지났다. 눈은 퀭했고, 빨갰다. 재떨이의 담배꽁초는 수북했다. 사설 스포츠토토는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았다. 간밤에도 그랬다. ‘손해본 것만 만회하면 바로 나와야지’라며 로그인했다. 저축은행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려 마련한 돈이었다. 반전을 꿈꾸며 클릭을 거듭했지만, 해가 밝았을 때는 다시 빈털터리였다. 3년째 되풀이 된 불면의 밤. 청년은 “돈과 시간, 꿈과 건강과 인간관계까지 모든 걸 잃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19일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 졸업생 김용진(가명·28)씨는 사설토토에 빠져 지낸 지난 3년을 힘겹게 곱씹었다. 시작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설토토를 즐기는 친구를 보고 재미 삼아 시작했다. 2010년 가을,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때였다. 어차피 학교 수업 끝나면 집에서 매일 야구를 보는 그였다. 딱 5만원 걸었을 뿐인데 짜릿함은 배가 됐다. 투수의 공 하나, 타자의 방망이질 한 번이 달리 보였다. 스포츠의 세계가 무한해지는 느낌이었다. 이후 김씨는 종종 사설토토를 했다. 전보다 흥미진진하게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었다. 중독되기 시작한 건 첫 베팅 후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여느 때처럼 푼돈을 걸었는데 대박을 쳤다. 프로농구(KBL)·여자농구(WKBL)·미국프로농구(NBA) 몇 경기의 승패, 언더-오버, 핸디캡 등 12개 결과를 모두 적중시킨 것이다. 베팅한 돈 5000원은 채 1분이 안 돼 현금 120만원으로 통장에 꽂혔다. 심장이 펄떡거렸다. 씀씀이는 점점 커졌다. 쉽게 번 돈인 만큼 부담 없이 마구 질렀다. 며칠 뒤에는 농구 언더-오버에 걸었던 100만원이 285만원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초반에 그렇게 몇 번 따니까 힘들게 직장생활 할 필요 없이 사설토토로 돈을 벌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행운에만 의존하는 도박이 아니라 공부하면 정복할 수 있는 주식 같았다고 했다. 사전정보가 있고 그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본인만 잘한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문 돈벌이로 사설토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변수와 이변이 적고 베팅종류도 많지 않은 해외 축구를 집중적으로 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기본이고, 덴마크·핀란드·칠레·크로아티아·파라과이·에스토니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세계 축구까지 닥치는 대로 챙겼다. 경기를 본 게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당률과 씨름했다. 상대전적, 홈·원정 승률, 주요 선수 컨디션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경기정보가 빼곡한 분석사이트(베트익스플로어러, 오즈포털)와 외국 베팅업체 사이트(벳365, 188벳, 윌리엄힐),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모든 경기의 점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라이브스코어 사이트를 분주하게 오갔다. 공책에 베팅업체별 적중률, 배당률의 흐름·변화주기 등을 빼곡하게 적으며 자기만의 비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추려진 통계 정보로 항상 경기시작 1분 전에 베팅했다. 한 경기에 20만~30만원씩, 확신이 있을 땐 최대 베팅금액인 100만원을 걸었다. 평일엔 6~7경기, 주말엔 10경기를 분석해 다양한 조합으로 베팅했다. 최고 1000만원을 딴 적도 있었지만 바로 베팅에 쓰거나 유흥비로 탕진했다. 몇 번의 ‘잭팟’은 흔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환희보다 탄식과 분노, 오기가 일 때가 더 많았다. 사설토토는 ‘돈 먹는 하마’였다. 김씨는 인생에서 열심히 해서 정복하지 못할 건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재수 1년만에 수능점수 120점을 끌어올려 서울대에 입학한 의지의 사나이였다. 분석 결과가 빚나가 돈을 잃을 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호구 같이 돈을 뜯기고 있다는 기분을 참을 수 없었어요. 이기고 싶었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죠.” 야무지게 부딪혔지만 매번 돈을 잃었다. 평범한 대학생 용돈으로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돈이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계좌를 조회하다 부모님이 김씨 이름으로 붓던 적금을 발견했다.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농협에서 100만원씩 야금야금 빼냈다. 대출한도액 1500만원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끊을 수 없었다. 저축은행에서 금리 25%짜리 대학생 신용대출로 600만원을 빌렸다. ‘잭팟’ 한 번이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갇혔다. 번번이 실패. 결국 김씨는 지난해 11월, 무려 30% 이자를 내야하는 일본계 대부업체에서 200만원을 빌렸다. 더러는 땄지만, 대부분 돈을 잃었다. 빚은 2500만원까지 늘었다. 김씨는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친구들과 낄낄대면서 마시던 소주도 전혀 생각이 안 났고, 연애도 귀찮게만 느껴졌다. 때론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하는 자괴감이 들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생활은 피폐했고, 항상 비참했다. 밤일을 하니까 인간관계가 단절됐고, 결국 고독함의 극치를 맛봤다”고 회상했다. 더러운 기분을 잊으려고 더욱 토토에 매진했다. 악순환이었다. 매일매일 그만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사이트 비밀번호는 ‘akwlakr’. 키보드를 한글로 치면 ‘마지막’이란 뜻이다. 굳게 마음먹고 사이트 탈퇴신청을 한 적도 있다. 회원가입된 상태면 자제하기 힘들 것 같아 아이디(ID)를 없애달라고 업체 측에 요청했지만, 계정은 2주가 지나도 안 없어졌다. 끊임없이 유혹메시지가 왔다. 아침마다 후회와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김씨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손을 털게 된 계기는 어머니였다. 적금을 담보로 친동생에게 돈을 빌려주려던 어머니는 김씨가 이미 대출을 받아갔단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월 말의 일이다. 사실이 발각된 뒤 김씨는 일주일간 집을 나가 방황하다가 다시 돌아와 무릎 꿇고 빌며 “주식에 손을 댔다”고 둘러댔다. 빚 2500만원도 있다고 털어놨다. 순간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머니의 눈물은 내내 잊히지 않았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니까 다 되더라”고 했다. 김씨는 그날 이후 사설토토를 끊었다. 그는 지난 3년을 어떻게 정의할까. “친구들은 다 취업해서 번듯한 회사를 다니는데, 나는 뭐했나 싶어요. 갈 데까지 갔는데 도박의 마지막은 엄청난 외로움만 남더군요. 공허하고 황폐하고 고독하더군요. 해봤자 별거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론 남들보다 두 배로 열심히 살겁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속보]‘美 명문대’ MIT서 총격 사고…보스턴 또 충격

    [속보]‘美 명문대’ MIT서 총격 사고…보스턴 또 충격

    최근 최악의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던 보스턴에서 18일(현지시간) 총격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총격사고가 일어난 곳이 세계 최고의 명문대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여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MIT)측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48분쯤 캠퍼스 안 32번 빌딩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총격이 발생하자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차단했으며, MIT는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대학은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추가 공지가 있을 때 까지 현재 머물고 있는 건물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주 경찰은 이 사건으로 경찰관 1명이 여러 차례 총을 맞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고 밝혔다. 숨진 경찰관의 신원은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은 없으며 캠퍼스 주변을 중심으로 용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조선 과거시험의 불편한 진실/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조선 과거시험의 불편한 진실/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과거제도는 중국 당나라(618~907) 때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19세기까지 줄곧 이어졌다. 혈통보다는 개인의 능력 위주로 인선(人選)하자는 취지의 과거제도는 중국 역사에서 귀족사회를 붕괴시키는 데 기여했다. 아무리 권력자일지라도 과거제하에서는 권력세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행 초기 당나라 때는 귀족적 성격이 공존했으나, 송나라(960~1279) 때 이르면 관료적인 사회로 확실히 진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918~1392) 초기에 과거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취지는 중국의 경우와 같았다. 다만, 군주보다 귀족의 힘이 훨씬 강했던 고려에서는 과거제도에도 불구하고 귀족적 성격이 쉽게 사라지지 않다가 조선(1392~1897)에 들어서면서 과거(문과)제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로, 교과서에서는 조선이 과거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귀족제 사회에서 관료제 사회로 발전했다고 설명하며, 거의 모든 한국인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송준호 교수의 ‘조선사회사연구’에 따르면 사실은 크게 다르다. 과거시험의 시행 원칙과 쿼터제(할당) 여부만 일견해도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의 과거는 원칙대로 3년마다 정해진 시기에 시행되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이런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 광활한 중국의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다음 과거시험 일자가 언제인지 미리 숙지하고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때 시행한 특별 과거시험도 있었지만, 명·청 시대(14~19세기)를 통틀어서 적어도 80% 이상이 원칙대로 시행되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성(省)별로 합격생의 쿼터제를 시행했다. 특정 지역 출신의 과거 독점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공정한 기회 부여와 지역적 균형을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500년에 걸쳐 시행된 모든 과거시험 중에서 원칙에 따른 정기시험은 20% 정도에 불과했고, 80% 정도가 특별시험(별시·알성시·증광시)이었다. 특별시험은 예고도 없이 치르거나 공지 기간이 보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시험 정보는 자연히 한성(서울) 거주 기득권층이 독점했다. 조선에서는 쿼터제도도 초시에만 적용하고, 최종 합격자를 대상으로는 시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별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도권과 남쪽 일부 지방에서 권력기반을 다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결국 개인 능력 위주로 엘리트를 뽑자는 취지의 과거제도를 수용해 시행하고도, 조선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특정 기득권층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해 주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출신이 중요하고 학벌 또한 중요하다. 대학입시 문호를 넓힌다는 취지로 갖가지 전형을 추가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런 세세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부모의 자녀는 이미 몇 발 앞서 경쟁을 시작한다. 정기 과거시험과 같은 정시 모집 정보만 달랑 아는, 가난하거나 시골에 사는 수많은 학생에게는 기회조차 거의 없다. 쿼터제도 사실상 없으니, 서울 출신이 명문대를 거의 점령해 버린다. 특정 지역의 특목고 출신들이 명문대와 법조계마저 점령하고 있다. 말로는 자유경쟁에 의한 결과란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과연 공정한 경쟁에 따른 결과일까? 역사의 유산은 그저 좋기만 한 것일까?
  •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새 정부의 첫 교육 수장으로서 취임 한 달을 맞은 서남수(61)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고, 1년 뒤에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음은 서 장관과의 일문일답.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100일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100일 동안에는 교육 현장에 ‘우리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 비전인 행복교육에 대한 참여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단계다.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 수요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새 정부의 교육부가 과거와는 다르다라는 평가가 현장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장관 취임 전 강연 등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식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기조도 큰 틀에서는 지난 정부의 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실현을 위해 교육 본질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과 경쟁이라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했던 이전 정부들과 차별화된다. 특히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이끌어내 꿈의 실현을 돕는 새 정부의 교육 기조는 평소 갖고 있었던 소신과 다르지 않다. 교육관료로서 다듬어 온 철학과 전문성을 충분히 녹여내겠다. →일선 고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조작했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다. 물론 과거 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학생부 수정이나 조작은 단 한 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단순히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방향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학교교육 정상화다. 이 목표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학생부 외에 논술, 대학별고사 등 다른 요소의 비중을 너무 크게 두는 것이다. 학교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진로교육, 봉사활동, 특기적성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담아놓은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의 큰 과제다. 학생부가 대학에 쉽게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원칙을 어기고 수정되는 일이 생기면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국 대학이 학생부를 믿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학생을 선발하는 데 반영하지 않게 되면 학교교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된다. →학생부에 담임교사가 기록하는 발달상황이나 의견을 보면 코멘트가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 -실제 교사들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서술식으로 평가하려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록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통하겠다. 이 부분이 제대로 잡혀야 학교교육도 바로 서고, 입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큰 틀이 수시모집은 학생부 중심으로 뽑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가. -대학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의 과거와 현재, 미래 잠재력까지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시험 점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학습 과정, 활동 내역, 진로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충실히 기록으로 남도록 하겠다. 3000여개에 이르는 대입 전형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것,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학들이 학생부를 신뢰하게 되면 다른 요소들의 반영 비율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도 결국 학생부를 기초자료로 해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최근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입학사정관제는 양면성이 있다. 기존에 시험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다 보니 성적에 의한 줄 세우기가 심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잘 운영하면 점수 위주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개인의 특성,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성까지 반영해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정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정성이나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 굉장히 주의해 가면서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러지 못했다.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깊이 있게 고민해 오는 8월 발표하겠다. →그때 발표할 새 대입 정책의 큰 틀은 어떤 방향인가. -이전에는 입학제도의 어느 한 부분을 두고 제도를 신설하거나 고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해당 제도만 놓고 보면 괜찮아도 전체적으로는 다른 제도 이거나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가치에 배치되거나 불합리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적인 교육체계를 바꾸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새 정부의 창의교육, 행복교육 정책이 쉽게 자리 잡힐 수 있을까.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 주는 창의교육, 행복교육으로 가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사실 우리나라 같은 대입 학벌 중심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창의교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입제도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기존 인식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현재의 이런 학벌 중심 사회는 재조율돼야 한다. →지난 정부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일반고의 경쟁력이 더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방안은. -일반고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시험으로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지난 몇십년을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한두 가지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겪은 것처럼 학벌, 스펙 등이 별로 힘쓰기 어려운 시대가 분명히 도래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교육이 되려면 시험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가는 데 모든 교육 정책을 집중하겠다. →교권 침해, 업무 부담 등으로 교사들도 힘들다. 창의·행복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부터 달라져야 할 텐데.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꿈과 끼도 같이 살려 줘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처우보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여건이다. 예전에는 사회 전체가 교사를 예우해야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다는 등 교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요새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학생·학부모의 폭언, 수업태도 불량 등 문제로 교사들이 실망감과 좌절을 많이 느낀다. 교사들을 더 존경하고 교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면 단순히 수당 몇푼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새 정부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대학발전기획단을 새로 구성해 그 틀 안에서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체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올해에도 학사관리와 경영실태가 취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시에 기존 대학 구조개혁의 틀과 성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모델을 마련하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 지방대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인적 구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학교교육은 교원 등 공급자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돼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기업은 학교교육을 불신해 학생 개인의 직무능력보다 학벌이나 스펙에 의존해 채용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을 대폭 수용해 학교에서의 교육이 곧바로 산업체의 직무로 활용될 수 있다. 대담 박현갑 사회부장 정리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낸 교육컨설턴트 박대진씨

    [저자와의 차 한잔]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낸 교육컨설턴트 박대진씨

    사교육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대의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명문대에 보내려는 욕망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60만명의 아이들 중 명문대학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아이들은 대략 5% 내외다. 나머지 95%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교육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대진씨가 신간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센추리원 펴냄)를 통해 사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엄마들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엄마들에겐 임신과 동시에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축적됩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 맺어지는 무한 신뢰와 애정, 사랑 등이 바로 엄마의 자원이지요. 또 엄마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이 자원을 소비합니다. 문제는 엄마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그 자원은 유한한 데 있습니다.” 일례로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피는 일은 자원을 축적하는 것이지만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소비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양을 제대로 파악해 효율적으로 분배할 줄 안다”면서 “그 작은 차이가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은 물론 신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 일은 좋은 엄마가 되는 길 중 하나라는 것. 사교육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사교육은 중하위권이 아닌 상위권 학생을 위한다는 것을 간과한 채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면 무조건 학원부터 보내려고 욕심을 내는 엄마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공부 좀 해라’,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등 과거 부모님한테 들었던 말들을 우리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엄마나 아이가 답답해지며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많이 하고 있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있지요.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산만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 순위만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되기 때문에 ‘엄마의 욕망을 일단 멈추고 아이를 가졌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가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욕심이 아이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꿈과 나의 꿈을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지금 행동이 진정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엄마들은 사실 억울하다고 말하지요. 잘못된 학벌 위주의 사회, 수년 동안 자리를 못 잡고 시행착오만 되풀이하는 대학 입시 제도, 바로 서지 못하는 공교육, 돈버는 데만 혈안이 된 학원들은 놔두고 왜 자신들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합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사교육을 주도하는 사람도 엄마요,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도 엄마뿐이죠. 엄마의 생각만 조금 바뀌어도 아이에겐 충분합니다.” 저자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홍익대, 한국외국어대, 숙명여대와 교육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가르쳤다. 영어 학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교육문제와 답답한 현실을 체감했단다. 저서로는 ‘어느 한국인의 작은 반란’ 등이 있다. 글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위기의 일반고] “다양한 진로 선택할 능력 길러줘야”

    일반고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고 교사들은 “이번에야말로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학교 내부와 외부에 걸쳐 고착돼 있는 명문대 입시 경쟁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입시 경쟁에서의 좌절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 오산고의 이호승(40) 교사는 8일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명문대 입학을 유일한 목표로 두고 달려가다 보니 레이스에서 점차 뒤처지는 일반고 학생들은 스스로를 낙오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 개인에게 다중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엘리트들의 등장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명문 고등학교를 나와 명문대를 졸업해야만 사회적 인재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일반고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교사는 “대대적인 사회 캠페인을 통해서라도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들이 학벌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반고가 대학 진학을 위한 전 단계가 아니라 사회 진출에 앞서 학생들로 하여금 진학과 취업, 혹은 또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다양한 성적대와 진로계획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모인 만큼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초은고등학교 나일수(55) 교사는 “일반고 학생 가운데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경우 2학년 때 특성화고로 전학을 갈 수 있도록 특성화고의 전입학 권한을 교육감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고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현재 일반고 학생들이 특성화고로 전학 가는 길이 막혀 있는 가운데 대전교육청에서 지난달 전국 최초로 ‘진로변경 전입학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 전환과 함께 일반고가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학교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공립고 교감 최모(56)씨는 “학교회계에서 목적사업비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예산편성 재량이 부족해 개별 일반고마다 맞춤식 운영이 어렵다”면서 “학교마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닌 경우에는 더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숨통을 터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의 요청에 따라 교육과정이나 학교 시설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설개선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취약부분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신약 시험 내몰린 청년 백수

    이우람(29·가명)씨의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간호사는 매 시간 채혈을 해 갔다. 멍하니 병상에 누워 있던 30명의 남자들은 그때마다 익숙한 듯 팔을 내밀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현장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이다. 이씨는 무릎 담요를 덮고 귀마개를 꽂은 채 토익 책을 폈다. 주위 몇몇도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씨는 서글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2004년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씨의 집안은 부유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거듭된 낙방에 그는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낮은 학점과 영어 점수 탓인지 서류전형에서부터 막혔다. 점점 조급해졌다. 가정도 삐걱거렸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4살 터울 여동생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됐다.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대해 들은 건 그즈음이었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을 투약해 두 제제가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와 양(생체 이용률)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약을 먹고 피를 몇 번 뽑는다고 했다.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생동성’을 치자 수십개의 일자리가 쏟아졌다. 30만~100만원으로 수당도 많았다. 몸이 상할까 봐 찜찜해했던 감정도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30명이 병원에 모여 함께 고혈압 치료제를 먹고 시간마다 피를 뽑았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소개서를 쓰고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이틀 동안 10차례 피를 뽑고 35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로 또 약을 먹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 기관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있다. 약의 부작용 등을 알아보려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 승인 건수는 201건이다. 생동성 시험 한 건당 24~50명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5000~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체 건강하고 3개월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피험자는 대부분 20대 남자다. 취업 전쟁에 지친 이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 서른 먹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몸에 별로 나쁘지 않대요. 어디 가서 하루에 35만원을 벌겠어요. 먹고 자고 피만 뽑으면 되는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마루타’ 그런 거 아니에요. 규정상 3개월에 딱 한 번밖에 못 해서 오히려 아쉬운걸요.”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신약 실험 내몰린 청년 백수

    이우람(가명·29)씨의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간호사는 매 시간 채혈을 해 갔다. 멍하니 병상에 누워 있던 30명의 남자들은 그때마다 익숙한 듯 팔을 내밀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현장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이다. 이씨는 무릎 담요를 덮고 귀마개를 꽂은 채 토익 책을 폈다. 주위 몇몇도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씨는 서글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2004년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씨의 집안은 부유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거듭된 낙방에 그는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낮은 학점과 영어 점수 탓인지 서류전형에서부터 막혔다. 점점 조급해졌다. 가정도 삐걱거렸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4살 터울 여동생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됐다.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들은 건 그즈음이었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을 투약해 두 제제가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와 양(생체 이용률)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약을 먹고 피를 몇 번 뽑는다고 했다.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생동성’을 치자 수십개의 일자리가 쏟아졌다. 30만~100만원으로 수당도 많았다. 몸이 상할까 봐 찜찜해했던 감정도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30명이 병원에 모여 함께 고혈압 치료제를 먹고 시간마다 피를 뽑았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 중엔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이틀 동안 10차례 피를 뽑고 35만원을 챙겼다.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로 또 약을 먹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 기관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있다. 약의 부작용 등을 알아보려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 승인 건수는 201건이다. 생동성 시험 한 건당 24~50명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5000~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체 건강하고 3개월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피험자는 대부분 20대 남자다. 취업 전쟁에 지친 이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 서른 먹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몸에 별로 나쁘지 않대요. 어디 가서 하루에 35만원을 벌겠어요. 먹고 자고 피만 뽑으면 되는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마루타’ 그런 거 아니에요. 규정상 3개월에 딱 한 번밖에 못 해서 오히려 아쉬운걸요.”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 강단에 선 지 13년째다. 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호기심 가득한 신입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야 제대로 공부한 대학생의 자격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매 학기 한 강좌를 들을 때마다 20권의 책을 읽어야 하고, 한 학기 6개 강좌를 들으면 120권, 1년 240권, 4년 약 1000권을 읽게 된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매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신입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면서 결의를 다지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래 진로와 관련해 개별면담을 하면서 매번 하는 이 말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학생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다양한 세계 문화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네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국문과에 왔다고 했다. 중학교 때 부모와 네팔에 여행을 가서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50대가 된 세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장래 진로는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1960~70년대 후진국 한국에서 보릿고개 춘궁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공직에 나가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 그래서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손에 쥐는 것만이 출세한 삶으로 비춰졌다. 동네에서 누군가가 고시에 합격하면,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마을잔치를 하면서 ‘개천에서 용났다’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즐겁게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려는 젊은이가 부쩍 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한국이란 울타리를 넘어 세계 속의 한국 젊은이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에게서 1960~70년대 가난한 한국을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활동을 하던 파란 눈의 선진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얼마 전, 친구가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양식당으로 안내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데 주방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주방장의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바로 친구의 아들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바람에, 친구로 하여금 자식농사 망쳤다고 울분을 토하게 했던 그 녀석이었다. 아들이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고개를 들지 못하던 친구이기에 아들 소식을 더 묻지 못하고 지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어엿한 주방장이 되어 친구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호주로 가서 요리를 배우고 왔다는 녀석이 참으로 대견해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친구는 후식을 먹는 자리에서 아들이 요리사가 된다 할 때 적극적으로 밀어 줄 걸 괜히 자기 욕심 때문에 먼 길을 걷게 했다고 후회를 했다. 친구의 자책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후진국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와 선진국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세대의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후진국 부모는 지금도 ‘사’자 돌림의 직업을 선진국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총명하다. 선진 한국사회에서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길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몫이다. 자식 세대에게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면, 그들은 기성세대가 상상도 못할 일을 벌이면서 선진 한국을 세계만방에 알릴 것이다. 국문학을 가르치는 선생 입장에서, 세계 각국에 한국문화원과 한국어학원을 세워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간절히 한다. 더불어 이번 신학기에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주문 외에 세계로 시선을 넓히고 폭넓은 견문을 쌓으라는 당부를 반드시 덧붙여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 [문화마당]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이라더니/백가흠 소설가

    [문화마당]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이라더니/백가흠 소설가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특히나 얼굴을 쉽사리 보여주고 내어주질 않는 새침한 아가씨 같은 이번 봄이다. 계절은 슬며시 왔는지 모르게 찾아오곤 했으나, 우리는 쉽게 오지 않는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문득 아직 올 것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찾아오면 우리는 당황하고는 한다. 문득 아직도 자신이 입고 있는 철 지난 옷을 느끼며, 혹은 때 이른 옷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란다. 마치 이미 떠난 사랑을 붙잡으려 다급하게 뛰어가거나, 온 지 모르게 와 있는 사랑의 모습을 계절은 갖고 있는 듯하다. 봄은 가혹하다. 겨울의 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철을 맞아 많은 젊은이가 불안한 미래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역시나 봄은 활짝 미소 띤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는 것 같지 않다. 취업은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인생 전체를 그리는 밑그림으로서 누구에게나 절실한 문제이지만, 풀기가 쉽지가 않다. 봄의 치열한 취업전쟁은 단지 경제상황의 영향만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업이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지 않는 한, 국가가 청년들의 미래와 인생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의 청년들은 봄을 보지 못하고, 겨울의 끝에서 망설일 것이 뻔하다. 며칠 전 지하철역에서 예전에 내 강의를 수강했던 한 여학생을 만났다. 지난가을에 졸업하고 반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명문대를 나왔고 클래스에서도 가장 똑똑한 친구였다. 한 신문사에 지원서를 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서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대답이었다. 씁쓸한 마음이 번졌다. 취업을 위해 면접 스터디를 하고, 인·적성 시험을 공부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라는데, 우리 젊은 친구들은 면접 준비와 적성공부를 고시 공부하듯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그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었다. 봄을 맞이하는 것이 젊은 친구들만 힘든 것은 아닌 듯하다. 환절기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듯, 주위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친한 선배의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며칠 틈나는 대로 병원에 들렀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중환자실을 지키는 선배 대신 장지를 알아보았다. 하루에 면회가 이십 분씩 두 번인데 자기 혼자 의식 없는 아버지를 이십 분간 바라볼 수가 없다며 힘들어했다. 중환자실 밖, 우두커니 앉아 자리를 지키는 그가 참 쓸쓸해 보였는데, 그는 어린 딸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옆자리 한 젊은 엄마의 절규를 묵묵히 바라보고는 더욱 씁쓸해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산 자의 몫인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가까운 죽음의 대면은 언제나 당황스럽다는 것을, 그것들과 마주한 자를 덤덤히 바라보는 것이 고작 우리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봄밤은 더욱 차갑기만 하더라. 작업실로 돌아와 짧은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이틀간 보았던 어떤 풍광보다도 계속해서 자식의 이름을 부르던 젊은 엄마의 음성이 작게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봄은 누구에게나 가혹하기만 하다.
  • [커버스토리-세종청사 출범 6개월] 땅값 10개월째 상승률 1위… 세달 만에 상가값 3배 ‘껑충’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세종시 부동산은 활기를 띠고 있다. 도시형성 초기라서 많은 불편함이 따르지만 명품도시 조성과 우수학군 기대감 등이 부동산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한 첫마을 아파트값은 8개월 만에 7000만~8000만원 올랐다. 전셋값은 입주 때와 비교해 거의 두 배가량 뛰었다. 땅값은 10개월 연속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금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한솔동 첫마을 래미안 아파트 84㎡는 3억 2000만원 정도. 지난해 6월 입주 이후 분양가보다 6000만~7000만원 올랐다. 한솔동 첫마을 푸르지오 아파트 84㎡는 지난해 9월 2억 14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2억 4300만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3000만원 정도 올랐다. 지금은 부르는 가격이 2억 8000만원으로 뛰었다. 전셋값은 오름폭이 훨씬 크다. 첫마을 래미안 84㎡ 전세는 입주 당시 1억~1억 2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부처 1차 이주가 시작되면서 보증금은 2억원까지 뛰었다. 푸르지오 84㎡도 1억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올랐다. 신규 아파트 청약도 호조를 보였다. 올해 첫 분양한 호반건설 아파트는 1, 2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세종시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상가 가격도 뛰고 있다. 도시형성 윤곽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첫마을 1층 상가 매매가는 분양가보다 곱절은 뛰었다. 장사가 잘돼 매물도 나오지 않는다. 청사 뒤편 한 상가 현장. 연말 입주 예정으로 지금은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터파기를 하면서 처음 분양할 때는 2층 이상 상가 분양가격이 3.3㎡당 600만~8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골조공사 시작 이후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해 서너 달 만에 두세 배 올랐다. 지금은 3.3㎡당 1800만~2000만원을 호가한다. 땅값도 고공행진이다. 국토부가 조사한 지가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땅값은 지난해 5.9% 올랐다. 조치원, 공주 방면 주변 지역에는 원룸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계획도시이다. 기존 신도시 개발이 주거타운 위주였다면 세종시는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을 유치해 자족도시로 개발돼 부동산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주변 지역과 연계 개발도 부동산 시장을 밝게 보는 이유다. 대덕연구단지와 가깝고, 새로 조성될 과학비즈니스벨트 예정지역과는 불과 4~5㎞ 떨어졌다.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 가운데는 연구단지 직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빼어난 학군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공무원 자녀와 연구단지 직원들이 이주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학군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전, 공주 등에서 위장전입할 정도다. 단순히 학군만 보고 전세를 얻는 사람도 많다. 청사 완공 전 이곳에 있던 한 고교는 올해 서울대를 비롯, 서울 지역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지난 1일에는 국제고가 문을 열고 첫 입학생을 받았다. 세종시가 우수학군으로 변신하면서 부동산가격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짧은 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홍수를 이루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를 빚을 우려도 있다. 이달 들어 분양한 한 아파트는 3순위 청약에서도 일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생산시설 유치와 대학이전이 가시화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편한 것 희생없이 보람된 것 이룰 수 없어”

    “편한 것 희생없이 보람된 것 이룰 수 없어”

    나는 네가 네 동료나 친구들보다는 이 시대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조금 더 높이 날아, 보다 먼 세상을 넓게 보고 품으며, 내가 이 한평생을 살고 난 다음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너의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가슴 뭉클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생에 대한 좌절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네 내면에서 생성되는 것이며, 그것이 네 삶에 커튼을 드리우고 네 생각을 어둡게 하는 것이다. 아빠가 2012. 3. 3. 서울의 4년제 명문대학을 나온 딸은 4년간 세번이나 직장을 바꿨다. 어렵사리 구한 직장이지만 좀체 딸의 ‘눈높이’에 차지 않아서였다. 언론에는 연일 청년 취업난과 일자리 미스매칭(구직자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데 실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이에 못 미치는 것)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두운 마음으로 이메일을 쓴다”로 시작한 이메일은 “자신의 생각과 행위, 매일의 삶을 잘 관리해라. 자기만의 가치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 외롭고 힘들더라도 일종의 투자요 희생일 것이다. 편하고, 쉽고, 일시적으로 달콤한 것에 대한 희생이 없이 보람되고 가치 있는 것을 이룰 수는 없다”로 이어졌다. 딸에게 이 편지를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방하남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취업 방황을 겪고 있는 ‘평범한’ 20대의 둘째딸(28)에게 1년 전 이맘때 쓴 편지다. 편지를 서울신문에 공개한 딸은 13일 “2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할 문제인 데다 아버지가 이런 젊은이들의 고통을 헤아려 고용정책을 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20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비중은 48.3%다. 전달보다 0.4% 포인트 높아졌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미스매칭이 낳은 현상이다. 방 장관의 편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생(Life)에 대한 좌절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네 내면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네 삶에 커튼을 드리우고 네 생각을 어둡게 하는 것…(중략)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보전하고 내면의 인격과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를 향한 불타는 열망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자기관리, 이것으로 네 인생의 승부를 걸라.” 딸에게 이런 조언을 했던 방 장관이 고용정책을 입안하는 책임자로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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