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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PPY KOREA] (13) 충북 단양읍 별곡·도전·상진마을

    [HAPPY KOREA] (13) 충북 단양읍 별곡·도전·상진마을

    충북 단양은 백두대간의 소백산과 남한강이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 경관의 명승지로 알려져 왔다. 화려한 경관 중에서도 더욱 빼어난 곳을 엄선한 ‘단양팔경’이 유명하다. 한반도의 중심지역이어서 삼국시대 때 고구려와 신라가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곳곳에 관련된 유적들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런 단양이 교육도시로 거듭 태어나려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데 이어 행정자치부로부터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교육형 도시’로 선정된 것이다. 단양군이 만드는 ‘글로벌 에듀빌리지 만들기 계획’을 살펴보았다. ●“떠나는 주민들 대부분 아이교육 때문”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사업지역으로 선정된 단양읍 별곡·도전·상진 등 3개 마을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삶터가 모두 물에 잠기면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형성한 마을이다. 현재 3709가구 1만 971명이 거주하지만 매년 3.7% 정도씩 인구가 줄고 있다. “떠나는 주민들의 대부분은 아이들 교육 때문이지요. 좋은 학교가 없다 보니 외지로 나가는 것이지요.” 장지흥 신단양지역개발회 회장의 진단이다. 다른 지역은 생계 유지 등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는 경우가 많지만 단양은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이다. 농·산촌 지역이다 보니 교육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주로 공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도시에선 학원이나 과외로 부족한 공교육을 보충하지만 이곳엔 사교육기관이 거의 없다. 실제로 단양교육청이 파악한 결과, 지역의 2개읍·6개면 가운데 단양읍과 매포읍에만 26곳의 학원이 있을 뿐 나머지 6개 면에는 사설학원이 전혀 없다.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중심학교´서 방과후 교육 마치고 귀가까지 책임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군청과 교육청이 힘을 합쳐 ‘교육’활성화에 주력한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 영역까지 교육청과 군청이 맡는 셈이다. 이러한 노력은 2005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아이들 교육은 교육청이 책임을 진다. 반면 군청은 주민들의 교육을 맡는다. 교육청이 효율적인 사업을 하도록 군청에서 예산 지원을 한다. 단양교육청 최대용 장학사는 “지역에 사교육 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시 학원 등의 기능을 교육청이 대신해줄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들의 교육도 일부 교육청에서 맡아서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청은 이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해 ‘사교육 사각지대’를 없앤다. 소규모 학교가 많기 때문에 군청과 교육청은 ‘중심학교’개념을 도입했다. 교통이 편리한 곳의 학교에 다른 지역 학생들을 모아 가르친다. 단양초등학교과 단양중학교를 ‘중심학교’로 정했다. 교육청은 관광버스 4대를 임대해 권역별로 돌며 8개 읍·면 학생들을 중심학교까지 태워 온다. 수입이 끝나면 집까지 데려다 준다. 수업은 월∼목요일 오후 5시40분에 시작해 8시 40분 끝난다. 초등학생은 130명, 중학생은 180명이 참여한다. 고등학교는 해당 학교별로 진행한다. 교사들은 주로 현직 교사를 활용하는데 각 학교로부터 유능한 교사를 추천받는다. ‘Pie-룸’(Play in English)이란 영어 강좌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보조교사로는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다. ●군청서 외국어·컴퓨터 강좌 군청은 주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평생학습센터’를 지었다. 이곳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야간엔 외국어 강좌가 열린다. 컴퓨터 등 자격증 취득 과정도 있다. 지역에 대학이 없는 점을 고려해 학점은행제 형식으로 ‘단양관광예술대학’도 운영한다.80점 이상 학점을 취득하면 전문대학 졸업 자격을 인정해 준다. 학위과정 20명 등 110명이 수강한다. 단양군 김영식 평생학습 담당은 “3년 전부터 주민자치대학도 운영하고 있는데, 지식 함양과 시민 의식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며 “교육 투자는 결국 단양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양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에듀토피아 만들기 계획은 단양군과 교육청이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에듀빌리지 만들기’사업은 지역을 ‘교육메카’로 만든다는 것이 골격이다. 튼튼한 교육 여건을 조성해 주민의 유출을 막고 외지 학생들의 학습체험장으로 제공해 관광수입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단양읍 지역에 교육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 대상지역이 넓은 점도 다른 사업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군과 교육청은 우선 단양을 교육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특구가 되면 원어민 강사 배치가 쉬워지는 등 교육 여건 개선이 용이하다. 지역의 공교육 기관인 초·중학교는 농촌 특성에 맞게 방과 후 학교 운영을 강화할 계획이다.1농촌 1우수고 육성사업도 병행한다. 장지흥 신단양지역개발회 회장은 “교육청과 군청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면서도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교육과정을 차등화하는 등 교육프로그램을 좀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평생학습도 업그레이드 대상이다. 교과 과정을 마을 혁신리더 과정, 관광해설사 과정, 최고경영자(CEO) 과정 등 다양하게 운영한다. 학점은행제도 확대한다. 문맹자를 위한 교육과 정보화 교육도 강화한다. 학교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한다. 담장 허물기 사업을 추진해 학교를 주민들의 공원으로 제공한다. 아울러 지역의 단양초등학교에 도서관, 외국어마을, 사이버방, 학습관 등을 갖춘 ‘글로벌 에듀체험관’도 조성한다. 대성산 산림욕장 내에 외국어 체험장을 꾸며 학생들의 체험코스로 개방한다. 주거 환경도 개선한다. 외지인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자전거길, 문화의 거리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버스터미널을 리모델링해 관광종합타운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꾸며 안내에서 차량 대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단양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드라마 세트장을 중국어 마을로” 김동성 단양군수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습니다. 주민 교육도 자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김동성 단양군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의 컨셉트를 ‘교육’으로 맞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해마다 3.7%씩 주민이 줄고 있는데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란다. 김 군수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교육 투자를 늘려 왔다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만이 아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자녀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하고, 아울러 주민들의 자치 역량과 소득을 늘리기 위해 주민의 교육 업그레이드도 중요하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평생학습도시 지정이다. 김 군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를 ‘교육형’으로 정한 것도 교육사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조례로 만들어 올해부터 군청 예산의 5%를 학교 교육에 지원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초·중·고교만 지원을 하는데 유치원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53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단양장학회도 우수한 학생들의 타지역 유출을 막는 좋은 수단이다. 지역의 고교 출신자들이 명문대에 입학하면 장학금 혜택을 주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뒤 외지의 고등학교 나와 명문대를 가면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이런 정책을 추진한 뒤 지역에 연고를 둔 학교들의 명문대 진학이 늘고 있다. 김 군수는 ‘중국어 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연계소문’ 세트장이 온달기념관 내에 있는데 5000여평의 부지에 만들어진 중국풍의 건물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교육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중국어 교육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학여행, 체험학습장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단양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이용원 칼럼] ‘개천의 龍’ 다시 날게 하려면

    [이용원 칼럼] ‘개천의 龍’ 다시 날게 하려면

    올들어 전개되는 갖가지 교육 논쟁에 접할 때마다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교육 문제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3불정책·대학입시·외국어고·고교평준화 등 제도에 관련된 다양한 쟁점이 있지만, 본질은 ‘교육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귀결된다. 가난한 집 수재가 교육을 통해 신분이동을 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부잣집 아이는 능력을 넘어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잡게끔 구조화하는 것이다. 교육이 ‘계층의 세습화 도구’로 악용된다는 뜻이요,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을까. 그 근원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이유는 학생의 능력·노력보다는 사교육에 따라, 곧 부모가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가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동의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제몫을 한다면 굳이 빚 내가면서까지 아이를 과외로, 학원으로 내몰 까닭이 없다. 그럼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 현장에서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쟁은 왜 사라졌는가. 단언컨대 그것은 고교평준화 제도 때문이다. 사립고교 운영자나 교사들 중에는 요즘처럼 ‘학교 장사’하기가 좋은 때는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은 나라에서 알아서 채워주지, 공부는 학원에서 다 시켜주지, 내신 성적이 위력 있으니 학생들 말 잘 듣고 학부모는 굽실굽실하지 신경 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엉터리 교육자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고 애쓰는 교사가 많지만 그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하소연한다. 한 반에 있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한쪽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강의를 열심히 듣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하는데 그 숫자가 한반에 열명이 채 안 된다고들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의 권리’를 강조하는 교사들도 있다. 강북의 한 사립고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인 한 교사는 고교평준화의 가장 큰 희생자가 공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라고 주장한다. 평준화 이전 세대인 그는 “옛날에는 3류 고교를 다녀도 그들끼리 우정을 나누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며, 공부도 수준에 맞게 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의 평준화한 고교 교실에서 가난한 집 공부 못하는 아이는 교사·친구 모두에게 철저히 소외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평준화 정책의 수혜자는 돈 많은 집 아이요, 피해자는 가난한 집 아이라고 단정한다.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준화가 30년 넘게 유지돼 온 지금, 공교육은 죽었고 사교육은 갈수록 비대해진다. 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교육 기회의 평등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을 되살리려면 평준화를 폐지해 고교 간에 경쟁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 고교가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을 학교의 울타리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날아오르지 않는 사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가난한 집 수재가 마음 놓고 공부하는 사회가 되게끔 우리사회는 뒤틀린 교육 정책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일등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인이자 중등 국어교사인 조재도씨가 쓴 교육 에세이. 아이들과 생활 속에서 벌어진 일화와 꾸준한 인성지도를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좋은 교사란 지금 여기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교육 현실을 곱씹어 보게 한다. 삶이 보이는 창.8000원.●부모가 시작하는 내 아이 성교육 부모들을 위한 성 교육 지침서. 영아기에서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성장단계마다 꼭 필요한 성 교육을 부모가 직접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과 태도를 경험과 상담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샘터.1만원.●강릉대 아이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 30명 이상의 졸업생을 미국 명문대학원에 진학시킨 강릉대의 학벌 뒤집기 프로젝트를 소개한 책. 지방대 학생들이 학벌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감을 얻어 실력으로 해외에 진출한 과정이 감동적이다. 김영사.9500원.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 21세기 엄마들은 ‘에듀노마드’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 21세기 엄마들은 ‘에듀노마드’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누구는 이렇게 했다더라, 누구는 저렇게 해서 명문대에 들어갔다더라, 말들은 많다. 그러나 이를 막상 우리 집에 적용해 볼라치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뭔가를 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교육에 매달린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빠듯한 생활에 헉헉대면서도 남들 눈치 보며 학원도 보내 보고, 과외를 시켜 보기도 한다. 아이나 부모 할 것 없이 모두 파김치가 된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학원만 보내면 부모 노릇을 다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나중에야 답답해하고 후회한다. 서울신문은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풀어 보려고 한다. 자녀 공부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매주 한 차례 성균관대 김미라(48) 교수의 특강을 싣는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매우 바쁩니다. 아이들을 위해 먹거리, 입을거리를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공부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비법이 무엇인지도 재빠르게 탐색하여 적용하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대치동 학습법, 방배동 학습법, 목동 학습법 등 특정 동네 엄마들이 주로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 학습법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특출난 몇몇 학생이 사용해서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하는 이른바 간증식 학습법도 알아 봐야 하고, 질문기반 학습법이니 자기주도 학습법이니 하면서 학자들이 연구한 이론적 학습법도 살펴 봐야 합니다. 현대 문명이 다원화되면서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옛날 유목민과 유사하다고 해서 노마드(nomad)족(族)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삶을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유비(ubi) 노마드’라고 부르는 것처럼, 요사이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하여 좀 더 좋은 학군, 좀 더 좋은 선생님,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런 부모들을 교육 유목민, 즉 ‘에듀 노마드’라 부르는 것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유목민들이 한 장소에 정착하지 않고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살고 있는 장소가 황폐화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초원이 황폐화되었다고 하더라도 황무지를 경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굳이 방황하지 않아도 될 터이니 경작 방법을 모르는 것이 그 다음 이유일 겁니다.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환경과 공부 방법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에듀 노마드가 될 이유가 없겠지요. ●공부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정환경 교육환경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부모님들이 쉽게 개입하여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교육환경은 가정입니다.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정환경의 부적절함이라는 연구들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서 내 아이가 살고 있는 가정환경은 어떤지 점검해 봐야 합니다. 부모만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관점 둘 다에서요. 공부 방법이 비효과적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공부할 때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방법이 잘못되었을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공부 방법을 모르고 있을 경우입니다. 잘못된 공부 방법은 소거하고(지우고) 다시 배워야 하며, 모르는 공부 방법은 새로 배워야 합니다. 정착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서 유랑하는 삶의 방식이 삶의 터전인 전체 초원을 황폐화시킬 수 있듯이 방향성을 잃은 에듀 노마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엄마들이 에듀 노마드인 이유는 무엇이 어떻게 왜 아이들 교육에 바람직한지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공위성이 美교육법 바꾸다 아이들 공부와 관련지어 무엇이 효과적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에는 비법이라고 떠돌아 다니는 방법이나 남이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방법에 솔깃해지기 쉽습니다. 우리나라 엄마들만 최고의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나라의 교육 행정가들도 그러합니다. 인공위성은 미국의 교육법을 바꾸게 만든 물건입니다.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무인 인공위선 스푸트니크 1호입니다. 이 인공위성이 어떻게 미국의 교육법을 바꾸게 만들었을까요. 우주 영토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이 벌인 경쟁에서 소련이 한발 앞서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여 미국을 경악시켰지요. 미국 사람들은 경쟁에서 뒤진 이유가 교육에 있었다고 보고 교육법을 개정하여 교육에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교육법 이름이 ‘내셔널 디펜스 에듀케이션 액트(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일등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지요. 이런 노력이 현재까지 죽 이어져 오고 있고, 그 결과 아이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여러 다양한 방법이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앞으로 에듀 노마드 부모들에게, 정착해서 부모와 아이들 양측이 다 편안해질 수 있는 공부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공부 잘하는 법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그걸 다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아이가 공부 못 하는 진짜 이유라는 큰 주제 아래 현재 한국에 사는 학생들이 가장 큰 공부 문제라고 생각하는 요인들 가운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 김미라 교수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를 마쳤다. 전공은 실험·인지심리학. 기억 및 학습, 공부법, 뇌 기반 학습법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 행동과학연구소와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성균관대 응용심리연구소 연구부교수와 학습심리학연구소 자문 교수로 일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교육방송(EBS) ‘60분 부모’에 고정 출연해 소개하고 있는 효과적인 공부법과 지도법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WIST) 이사와 여성 과학기술인력을 지원하는 와이즈(WISE)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승연 한화회장 ‘보복폭행’ 이것이 궁금하다

    김승연 한화회장 ‘보복폭행’ 이것이 궁금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구체적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재벌 총수가 아들의 보복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또 경찰이 첩보를 입수하고도 40일(?) 가까이 사실상 쉬쉬했다는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회장이 직접 보복 폭행을 했고 총지휘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저돌적인 성격과 유별난 가족애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김 회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란 것이 주변의 반응이다. 김 회장은 세 아들을 끔찍이 아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둘째 아들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들들이 예일대 등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김 회장은 ‘다이너마이트 주니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직선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1981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26년 동안 그룹의 자산 규모를 20배 이상 키워낸 것도 그의 과감성과 추진력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993년에는 외화를 빼돌려 미국에 호화 주택을 구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재산 분배를 둘러싼 형제간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2004년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중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하루 전 미국으로 도피해 비난을 받았다. 그는 한화그룹 부회장을 사법처리하는 수준에서 수사가 마무리된 같은 해 8월이 돼서야 돌아왔다. 경찰이 출국 금지를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 알아서 쉬쉬했나? 경찰이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확인돼 ‘덮어주기 수사’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9일 ‘한화그룹 회장 자녀가 폭행을 하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왔고, 사건 나흘 뒤인 같은 달 12일에는 한화 고문으로 올 초 영입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남대문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그룹 폭행사건을 조사하느냐.”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 따라서 경찰의 첩보 입수 시점이 지난달 20일쯤이라는 경찰의 설명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남대문경찰서에 내사 지시가 떨어진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서울청 광역수사대에 입수된 첩보가 1주일이 넘어서야 남대문서로 내려온 것이다. 대형 사건을 수사해 언론 노출이 빈번한 광역수사대보다는 ‘관할’이라는 명분까지 있는 한산한(?) 일선 경찰서로 떠넘겼다는 의혹이 일기에 충분하다. 이후에도 경찰 수사는 지리멸렬하다가 지난 24일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뒤늦게 관련자 소환에 나섰다. 하지만 김 회장 부자가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수사를 못했다.’고 둘러대는 어리숙함을 드러냈다. 경찰이 사건 직후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놓고도 은폐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이 재벌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기었거나(?) 외압에 따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 고위간부는 “초기 대응이 어리숙했다. 재벌총수가 끼었을 뿐 단순한 사건인데 시간만 보내다 경찰 이미지만 먹칠했다.”고 털어놓았다. ●피해자들이 왜 피해사실을 숨길까? 경찰은 피해자들이 피해 진술을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팀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신속하게 피해자 진술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피해자들이 김 회장 측으로부터 금전적 회유나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종업원들이 사건 직후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다가 갑작스럽게 말을 뒤집은 점, 관련자 중 일부가 지방 등으로 잠적했던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남은 과제는? 경찰이 밝혀내야 할 핵심 의혹은 김 회장이 직접 폭력에 가담하거나 지시했는지 여부다. 김 회장이 지난달 8∼9일 청담동과 북창동에 경호원을 비롯해 체격이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을 데리고 나타났던 사실과 S클럽 종업원들이 다친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또 김 회장 일행에 의해 승합차에 태워져 시내 모처로 끌려간 뒤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이라면 단순 폭행이나 야간 폭력에 그치지 않고 납치 및 감금까지 저지른 것이 돼 강도 높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은폐 시도나 수사 지연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는지도 파헤쳐야 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MIT입학처장 학력위조로 사임

    “(학업)스트레스가 적을수록 성공한다.”“완벽에 대한 강박이 창의력을 질식시킨다.” 지난 1997년부터 미국 명문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입학처장을 맡아온 마릴리 존스(56)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나친 학업성취욕과 완벽주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으로 폭넓은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같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MIT는 26일(현지시간) 존스 처장이 28년 전 대학 교직원에 응시할 때 제출한 이력서에서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져 사임했다고 발표했다.존슨 처장은 이력서에 올바니의대와 랜슬러공대, 유니언대 등 3곳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재했으나 필립 클레이 MIT총장은 “단 한곳의 학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은 열흘 전 존스 처장의 학력위조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으며, 수일간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존스 처장은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MIT에 처음 제출한 이력서에 학력을 위조했으며 이후 입학처장직에 지원했을 때나 그 이후에도 정정할 용기를 갖지 못했다.”면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준 학교 당국과 학생들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존스 처장의 불명예 사임은 학교와 학생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화학 전공 신입생 마이크 헐리는 “존스 처장의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어 MIT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그녀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보다 우리에게 해준 것들을 기억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학교 당국은 어떻게 30여년간 존스 처장의 학력 위조 사실을 몰랐을까. 우선 존스 처장이 처음 MIT에 응시한 교직원 자리는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은 하위직이어서 구태여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또 97년 그녀를 입학처장에 임명할 때는 이미 부처장을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위 체크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광장] 3불정책 논란에서 빠진 것/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서울광장] 3불정책 논란에서 빠진 것/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교육부총리 시절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2005년 7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였다.“현 시점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평준화를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교 입시를 부활하려 들면 많은 유권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서울대와 사립대총장협의회,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보수언론들이 잇달아 3불정책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그 논의에서 빠진 것이 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자녀를 두었거나 집안에 돈이 없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다. 경쟁 체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피해를 보기 쉬운 계층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농업과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3불 폐지가 아니라 재검토를 주장하는 것은 그런 계층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들은 3불이 폐지되면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이 더 많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반대하는 기여입학제는 논외로 치고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살펴보자. 본고사가 부활되거나 고교등급제를 인정하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공교육은 엉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이 되어 음악이나 미술, 체육 수업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더 좋은 중학교와 고교에 들어가려고 입시공부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사교육비는 어떻게 될까. 더 들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보수신문들은 3불 이후 사교육비가 더 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3불 때문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성공 요건인 학벌을 따내기 위한 과도한 경쟁 탓으로 봐야 한다. 사교육이 더 극성을 부리면 부모의 학력과 소득에 따라 명문고와 명문대 입학률이 결정되는 교육 대물림 현상이 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사교육 여건이 가장 좋은 곳은 서울 강남이다. 서울대의 한 자료를 보면 일반계고교 졸업자 1000명당 서울대 합격자수는 서울 강남구가 56.93명, 금천구는 7.57명, 충남 홍성군은 1.95명꼴이라고 한다. 좋은 입시제도는 학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동시에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두 이념을 절충해야 한다. 그러나 3불 폐지론자들은 학력 우수 학생 선발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다. 혹자는 현재 각종 특별·수시 전형으로 다양한 능력과 적성, 특기를 지닌 학생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주고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그런 전형에서도 수능성적과 내신에 제한을 두어 사실상 학력으로만 뽑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다. 그렇다면 입시 제도와 교육은 소수의 엘리트보다는 다수의 보통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생을 선발하면서 학력과 기회 균등 가운데 어느 것에 비중을 둘 것인지는 결국 교육철학의 문제다. 글로벌 시대에 대학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학생들을 뽑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해야 한다. 아울러 3불정책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본고사를 부활하고 고교평준화를 해체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고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래도 억지이지 싶다. jshwang@seoul.co.kr
  • [시론] 연구 윤리와 대학의 경쟁력/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대학에서 연구윤리를 강조하고 연구과정이 인도적이었는지 감시하는 것이 연구자들을 불편하게 하여 해당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킬까? 답은 “아니다”이다. 세계적 명문대학일수록 표절, 조작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연구과정에서 생명을 존중할 것을 강조한다.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연구윤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사태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황우석사태를 부른 제1책임은 과대포장과 영웅만들기에 앞장선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있었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늑대복제사건 등은 대학 당국이 섣부르게 언론홍보에 나서다 빚어진 일이다. 늑대복제 논문의 경우, 문제가 불거진 후 서울대 연구처는 모든 연구를 다 검증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했으나, 홍보에 나서기 전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늑대복제 연구에 대한 홍보가 섣부르게 황우석연구팀의 부활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고, 동물 복제에 대한 맹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논문의 오류가 지적됐을 때, 연구처는 단순 실수라며 방어에 나섰다. 제기된 문제들을 직권으로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상정해 토의를 거쳐 검증하면 될 것을 이미 있는 시스템을 적절한 시점에 가동하지 않고 자의적 방어를 대신하는 잘못을 저질러 대학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 결국 예비조사위를 가동하게 됐는데, 여기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늑대가 실제로 복제됐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늑대의 피를 뽑는 등 시료를 채취한 것이다. 논문의 주요 데이터를 조작해 실험의 효율성을 부풀린 것과 복제늑대의 존재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연구처는 논문작성 상 제기된 문제를 조사한 후 차후 필요할 경우 시료를 검사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었다. 즉 연구노트의 확보,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의 확보 등 장부조사가 먼저다. 만약, 복제늑대이면 경위야 어쨌든 면죄부를 줄 작정인가? 실험 결과를 논할 때 효율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인기 의학드라마에 나왔던 예를 들어보자. 연구자는 불치병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을 경험했는데 이대로는 신약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작용의 수치를 조작하여 보고한다. 약간의 조작으로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늑대복제 논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낮은 효율의 동물복제를 데이터를 조작하여 높은 효율로 둔갑시켰다면 상업화의 가능성은커녕 논문으로서 가치도 의심스럽다. 서울대는 황우석사태 이후 연구부정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고자 작년 여름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연구처 산하에 신설했다. 그러고도 사고가 났다. 처음 설립된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상시 가동하여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했다. 대학 당국이 연구윤리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의지만 있었다면, 기왕에 확립된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연구부정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반시 이를 교정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을 것이다. 서울대는 실력과 연구윤리가 함께 무장된 학문의 후속세대를 길러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들은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우리의 미래이다. 대학당국이 연구와 교육의 기본을 망각하고 어설픈 홍보부터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됐다. 서울대는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구 의정 초점] 금천구 교육환경 개선특위

    [구 의정 초점] 금천구 교육환경 개선특위

    금천구 의회가 낙후된 교육환경 때문에 떠나는 ‘맹자엄마’ 잡기에 나섰다. 더 이상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사를 가는 맹자엄마도, 그 아들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16일 금천구에 따르면 특목고와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률이 서울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여건을 개선할 보조금도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다.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지난달 말 급기야 교육환경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 의회에 구성했다. 더 이상 누가 나서주기를 바라며 여유롭게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천구를 떠나는 이유는 서울시내 자치구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지역 고교 출신이 서울대 신입생의 37%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금천구에선 남의 나라 얘기다. 자치구별 서울대 합격자수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2006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중 강남구 고교 출신은 238명. 하지만 금천구 고교 출신은 4명뿐으로 강남구의 1.7% 수준이다. 각각 94명,67명의 합격생을 낸 서초구나 송파구와 비교해도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 진학현황 역시 서울시 최하위권이다. 금천구가 속한 남부학군(금천, 구로, 영등포구)의 특목고 진학률은 0.7%다.2.5%로 이 부문 최고의 진학률을 보인 북부학군(노원, 도봉)과 비교하면 3.6배나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치구가 학교에 지원하는 교육경비보조금은 서울시 평균인 18억 5000만원의 3분의1 수준도 못 되는 6억원 정도다. 서울에서 꼴찌다. 또 학교의 쏠림현상도 문제다. 전체 초·중·고교 33개교 중 6개가 독산3동에 몰려 있고 특히 전체 중학교 9곳 중 3분의1이 집중돼 있어 통학 거리가 멀고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쯤 되면 공부 못 한다고 아이 탓만 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더 이상 교육 전출은 없다.” 구의회는 우선 지난달 23일 제113회 의회 임시회에서 금천구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교육환경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이 6개월간 활동하며 금천구 내 교육환경 관련 사안들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담아내기 위한 간담회와 설문조사 등 기초작업에 들어갔다.▲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 유치 ▲영어체험 학습센터 건립추진 ▲중학교 재배치 추진 등 다른 할 일도 적지 않다. 첫 단추도 끼웠다. 의회는 최근 서울시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현 학교교육경비보조금 규모를 올리기 위해 보조금을 현행 자치구세의 3%에서 7%로 상향조정했다. 금천구의 세수입은 198억원 정도.3%에서 7%로 상향조정되면 6억원이던 학교교육경비보조금은 약 14억원까지 2.3배 이상 늘어난다. 또 구 양쪽 끝에 몰려 있는 학교의 재배치도 추진해 학생들의 불필요한 통학거리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금천구의회 박준식 의장은 “구민들의 의견을 충분해 듣고 철저히 준비해 더 이상의 교육전출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하버드대 갈수록 ‘좁은문’

    하버드대 갈수록 ‘좁은문’

    해마다 입시철이면 미국 명문대는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올해 명문대 입학 경쟁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하향 지원추세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지원자는 2만 2634명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한 반면 합격률은 9%에 그쳤다. 스탠퍼드(합격률 10.3%), 예일(10%), 다트머스(15%) 등 줄줄이 사상 최저 합격률을 보였다. “하버드대 기부금은 불가리아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많다. 빌 게이츠 아들이 아니면 기부금 입학은 꿈도 꾸지 마라.”“지원자를 불합격시킬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낼 때 가장 행복하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악명 높은 하버드대 입학처 관계자의 고백이다. 미주교육신문이 이날 보스턴 매거진을 인용해 보도한 하버드대의 입시철 풍경을 소개한다. ●1만 8000명→1200명 추리기 하버드대 입학처 사무실이 있는 ‘바일리 홀’. 매년 조기입학 전형 마감일인 11월 초 4000여통이, 정규입학 전형일인 1월 초가 지나면 1만 8000통 이상 지원서가 몰린다. 지원자의 80% 이상이 최상위권 성적. 입학사정관들은 1만 8000명을 웃도는 지원자 가운데 1200명을 추려야 하는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1차 심사를 받는 지원자 규모는 대략 1만 7500명. 학업, 과외활동, 인성, 스포츠 등 4개 분야로 나눠 1∼6등급이 부여된다.6등급은 최저 점수를 받은 지원자로 전원 불합격이다. 35명의 입학사정관 전원은 단계별로 추린 지원자 5000∼7000명을 5일 동안 토의한다. 이 단계가 되면 어느 지원자를 ‘최종 단계(final cut)’로 올릴지 투표한다. 척 휴스 전 입학사정관은 “마지막 며칠 동안 격렬한 논쟁이 벌어져 사정관끼리도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종 단계에 오른 2배수 안팎의 지원자 심사가 끝나면 합격한 지원자에게 입학허가서가 발송된다.2004년 기준으로 조기전형 900명, 정규전형 1200명이 하버드대 입학 자격을 받았다. 경쟁률은 10대 1. ●기부금 입학 부정적…미래 가능성을 보여라 합격자 통보 후에도 대기자 명단엔 수백명이 오른다. 또 ‘제트 리스트(Z-list)’로 불리는 기부금 등 특례입학 대상자를 선정한다. 입시 전문가에 따르면 기부금 입학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수만달러를 기부해도 합격은 장담할 수 없다. 적어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자녀가 아니라면 기부금 입학은 꿈도 꾸지 말라는 지적이다. 하버드대는 출신지역, 경제적 배경, 윤리적 문제를 세밀하게 검토한다. 미국 전 지역을 25개로 나눠 합격자를 안배한다. 몬태나, 와이오밍과 같은 작은 주 출신이 더 유리하다. 흑인 등 인종별로 고루 안배된다. 해외 학생들은 국가별 할당 정원이 존재한다. 미국 대학수능시험(SAT) 성적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2003년에는 SAT 만점자의 절반 이상이 불합격했다. 천재라고 불릴 만한 학생은 입학생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요인은 미래 잠재력을 평가하는 ‘미래 가능성 테스트(Future Test)’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SK “어디 인재 없소”

    SK “어디 인재 없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늘 “사람은 곧 기업”이라고 말한다.‘인내사(人乃社)’가 최 회장의 인재관인 셈이다. 최 회장의 인재관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고(故) 최종현 회장은 “나는 내 일생에서 한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했을 만큼 인재 육성에 매달렸다. 이런 덕목이 아들인 최 회장에게 고스란히 상속됐다.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한 최 회장은 특유의 인재론을 펴며 인재 구하기에 나섰다. 그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출신 현지 유학생 및 학자들과의 ‘뉴욕 미팅’에서 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SK 글로벌화와 성장 경영의 밑천은 좋은 인재”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널리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글로벌 성장에 필요한 인재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SK는 최근 몇년 동안 미국·중국 등지에서 한국 유학생 채용, 중국 인력의 직접 채용,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한 글로벌 인턴제도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40명과 미국 등지에서 경영학 석사(MBA), 연구개발(R&D) 석·박사 60여명 등 모두 100여명을 뽑았다.2005년 40여명보다 2.5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중국 인력 지원자 중 54%가 칭화(淸華)대, 베이징(北京)대, 저장(浙江)대, 푸단(復旦)대 등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68%가 석·박사 과정에 있는 고급 인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SK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보다 글로벌 인재를 더 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이용원 칼럼]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

    [이용원 칼럼]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

    2007년 봄 한국사회에서 교육 관련 쟁점이 드디어 대폭발을 시작한 모양이다. 이달 초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늘린다고 발표하자 특목고 출신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이어 서울대 쪽에서 ‘3불(不)정책’이 대학 발전의 암초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한 뒤로 3불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교육·정치·언론계는 물론 일반국민 사이에서도 격렬하게 타올랐다. 이처럼 큰 쟁점만 있었던 게 아니다. 고려대는 비교내신제를 도입한다거나 수능 커트라인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교육 질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서 특정집단의 뭇매를 맞았다. 특목고와 관련해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말을 안 들으면 특목고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반면 전국외고교장단협의회 대표들은 도리어 서울대를 찾아가 역차별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사회가 가히 ‘교육대란’에 빠진 것이다. 이달에 벌어진 각종 교육 쟁점을 훑어 보면 뚜렷한 하나의 흐름이 읽힌다. 한쪽에는 교육당국과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개인이 있다. 이들은 현행 교육제도 유지를 일관되게 강조한다.3불정책은 고수해야 하며, 수능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뽑는 것은 안 되고, 특목고 학생의 성적 우위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능점수를 표준점수·백분율 없이 9등급만으로 구분하더라도 변별력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주장이 갖는 공통점은 단 하나이다. 엄존하는 학생간 실력 격차를 각종 제도로 물타기해서 얼버무릴 테니 대학은 신입생을 적당히 뽑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결같이 ‘대학은 우수학생을 선발하려 하지 말고, 뽑은 학생을 우수하게 육성하라.’고 점잖게 나무란다. 그러면 반대쪽에 선 대학사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대학들은 물론 인재를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교육부가 현재 장치해 놓은 각종 규제로는 우수학생을 고를 수 없으니 수능성적을 우대하고, 본고사 부활을 요구하며, 고교등급제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등생보다는 각 고교에서 학생을 고루 뽑으라는 교육당국과, 이를 거부하고 우등생을 뽑으려는 대학 간의 평행선이 온갖 교육 갈등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우등생을 뽑으려는 게 그리 부당한 일인가. 아무나 스카우트해 노래연습시킨다고 가수가 될 수 없듯이 성적 따지지 말고 아무나 받아 인재로 키우라는 말은 명백한 속임수이다.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대학의 책무라면 우등생을 뽑아 학교를 발전시키는 일은 대학의 권리이다. 그러니까 각 대학이 첨단시설 투자, 장학제도 확대, 우수교수 확보에 열을 올리며 수험생들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의 권리이다. 학생은 노력의 결과를 성적으로 보상받는다. 그런데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덜 우수한 학생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좋은 성적을 낸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를 무시하면서 교육 발전을 운위하는 것은 거짓된 행태이다. 그래서 ‘대학이 우수학생 선발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녀가 최상급 성적을 거뒀는데도 “명문대에 우등생이 몰리는 건 잘못이므로 너는 지방 신설대에 지원하라.”고 말할 것인가.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싱가포르 교육대상’ 받아

    싱가포르 교육부와 관광청은 ‘싱가포르 교육대상 2006’에서 2006년 7월21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윤창수 기자의 ‘명문대 교육혁명-싱가포르 국립대’를 싱가포르 교육에 관한 최고의 기사 파이널리스트로 선정했다. 시상행사는 23일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서 이스와란 통상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학원강사 무더기 학력세탁

    # 1 D대를 중퇴한 학원강사 이모(40)씨는 2002년 학원을 옮기면서 심부름센터에 350만원을 주고 S대 외교학과 졸업증명서를 위조했다.이어 2004년 홍제동에 D학원을 설립·등록할 때도 가짜 졸업증명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월 매출 8000만원에 달하는 D학원의 전단지에 실린 강사 대부분이 졸업증명서를 위조한 ‘가짜 명문대 출신’이었다.# 2 S전문대 2년 제적생인 손모(35)씨는 2003년 학원강사로 취업하기 위해 3개월간 단과학원에서 강의 노하우를 익힌 뒤,Y대 출신 처남의 졸업증명서를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이 Y대 화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위조했다. 손씨는 지난 1월까지 용산 J학원에서 과학을 가르쳤다. 위조된 졸업증명서로 수강생들을 속여 온 가짜 명문대 출신 학원 원장과 강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은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학원강사 가운데 출신대학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라고 밝힌 4023명을 조사해 서울 D학원 원장 이모(40)씨에 대해 공·사문서 위·변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강남구 도곡동 K수학아카데미 김모(50)씨와 강사 23명, 위조 관계자 2명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Y대를 중퇴한 K수학아카데미학원 원장 김씨와 부인 김모(47)씨는 2005년 대학 친구 명의의 졸업증명서를 뗀 뒤 이를 위조해 교육청에 제출하고 보습학원을 운영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대치동 J학원 생물 강사 서모(60)씨는 고졸이지만 위조된 K대 생물학과 졸업증명서로 20여년간 4개 학원에서 생물을 강의해 왔다.관련법에 의해 학원강사로 일하려면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 한다. 현직 이비인후과 전문의(34)도 개업 전인 2002년 대학때 진 빚을 갚기 위해 K대 영문과 졸업증명서를 변조해 5개월간 영어를 강의한 적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학원가에서 ‘학벌 위·변조’가 계속되는 것은 원장의 입장에선 학원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사에게는 수입의 절반을 챙길 수 있는 단과반 시간이 많이 배정되는 효과가 있다. 김진경(18·동래여고)양은 “강사 선택의 기준은 선배나 학생들의 평판이지만 그 평판에는 출신 학교도 작용한다.”면서 “학원에서 검증 없이 광고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고2 딸을 둔 이규녀(52·여)씨도 “유명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강사까지 관리해 줄 거란 믿음 때문”이라면서 “다급한 수험생들과 학부모 마음을 우롱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불붙는 선진국의 교육개혁] (하) 미국의 공교육 개혁 현장

    [불붙는 선진국의 교육개혁] (하) 미국의 공교육 개혁 현장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제도는 기본적으로 평준화 정책을 따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학생의 재능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얼마든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다. 반면, 성적이 뒤떨어진 학생에게도 일정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가 갖춰져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이같은 차별화된 교육들이 과외 등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교육은 원칙적으로 카운티(우리나라의 군에 해당) 정부가 책임진다. 따라서 미국 내 수백개의 카운티는 저마다 다른 교육정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학력을 더욱 증진시키는 공통적인 프로그램은 고급반(AP·Advanced Placement Program)과 국제학사학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다. AP는 일종의 선행학습 프로그램으로, 특정 과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모든 학교가 AP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 대입학력고사(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수준높은 공교육이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센터빌·챈틸리·매클린 등 16개 고등학교에서 AP 프로그램을 제공한다.AP 과목으로는 미·적분과 화학, 생물, 영어 작문, 영문학, 제 2외국어 등 35개가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도 AP 과목에 포함돼 있으나 한국어는 들어 있지 않다. AP 과목은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이수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5월에 시험을 치고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아야 통과된다. 칼리지보드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의 경우 14.1%의 학생만 AP 시험에서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 합격했다.4,5점을 받은 과목은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AP 과목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뛰어난 학생은 아예 인근 대학에서 수업을 한다. 페어팩스 지역의 경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수학을 대학생들과 함께 듣기도 한다. IB는 고등학교에서 미리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이다.AP와 유사하지만, 국제 인재 양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뿐 아니라 외국의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IB 프로그램은 115개국 1425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662개 학교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해 뉴스위크가 선정한 미국의 최우수 공립 고등학교 가운데 40개교가 IB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IB 학위를 받으려면 영어, 외국어, 수학, 사회과학, 과학 분야에서 시험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 최소 150시간의 과외활동과 4000개 단어의 에세이, 지식 이론 등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 공립학교 가운데는 뛰어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수업하는 영재학교(Schools for the Gifted and Talented) 제도도 있다. 학생 전체가 영재들로 구성된 학교도 있다. 학교 안에 영재반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학군을 무시하고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선발, 특별한 교수 철학과 학습 영역을 제공하는 ‘마그네틱 스쿨(자석처럼 학생들을 끌어모은다는 뜻의 이름)’제도도 있다. 미술, 수학, 과학, 비즈니스 기술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훈련을 시키며, 일부러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설치한다. 최근들어 자녀에게 차별화된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형태의 ‘대안 학교’들도 생겨나고 있다. 교육관이 같은 부모와 시민단체가 카운티 정부와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차터 스쿨’이 대표적인 형태이다.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링도 늘고 있다. 미국 교육은 카운티 소관이기 때문에 K-12(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교육과 관련한 연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후 ‘낙제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통해 적극적으로 교육에 개입했다. 이 법은 영어와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책임지고 추가 교육을 시켜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학력증진 대책인 셈이다. dawn@seoul.co.kr ■ 버지니아州 페어팩스 카운티 영재학교 토머스제퍼슨 과학기술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는 ‘8학군’으로 꼽힐 정도로 우수한 공립학교가 많다. 그 중에서도 토머스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TJ)는 버지니아주의 영재들이 모이는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2006년 졸업생 가운데 하버드대에 12명, 예일대 9명, 프린스턴대 29명, 스탠퍼드대 11명,MIT 19명, 코넬대에 24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대부분의 학생이 명문대에 합격했다. 한국의 서울과학고와 견줄 수 있는 이 학교의 교장은 올해 35세의 에반 글레이저 박사. 글레이저 교장은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TJ의 ‘인재육성’과 ‘학력증진’ 방안을 설명했다. 글레이저 교장은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수학으로 학사를, 수학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조지아대학에서 교육 테크놀러지를 연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교에서 직접 수학을 가르쳐 본 경험도 있다. 이후 테크놀러지를 교육에 적용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실적을 남겼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든다든데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한 해에 450명 정도를 뽑는데 3000명이 넘게 지원한다. 우선 입학 시험을 통해 절반을 추려낸다. 입학 시험은 과학과 기술 분야의 실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최종적으로는 추천서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학력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TJ 입학생은 개개인이 학문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TJ는 어느 학교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특히 학생들이 팀을 이뤄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어와 생물, 기술 세 과목을 연계하는 수업(IBET·Integrated Biology,English,Technology)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대학들에서 실시하는 통합 전공(Interdisciplinary Course)을 고등학교에서도 적용하는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두개 이상의 분야를 연계하는데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분야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통해 매우 새롭고 혁신적인 무엇인가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이는 새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학습 커리큘럼은 자주 바꾸나. -학생들에게 늘 새로운 과목들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해마다 학기 초반에는 커리큘럼 박람회를 열어 관심 분야를 조사하고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분야는 새로 수업을 만든다. 또 기존의 커리큘럼도 지속적으로 수정을 한다. ▶전체적인 수업시간은 다른 고등학교보다 긴 편인가. -수업 시간이 7% 정도 길다. 그러나 이는 정규 수업보다 학생들의 특별활동을 늘린 결과다.1주일에 두번,150여가지의 다양한 특별활동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관심분야를 발전시켜 특별활동 클럽을 새로 만들 수 있다. 이런 활동은 학교 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나 기업과의 협력으로도 이어진다. 학생들은 클럽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지역 봉사를 하거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한국의 고등학교는 대입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TJ는 대입 교육과 인성 교육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TJ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학문과 인성을 동시에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우수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올바른 윤리교육을 통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방과후 과외를 하기도 하는가. -TJ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은 대부분이 스포츠이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소수 학생이 개인교습 등을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하다. 많은 한국 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 과외나 학원을 통한 보충 수업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험 때 학생 평가 기준은. -학생들의 성적은 시험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가된다. 예를 들어 연구 중인 프로젝트의 리포트 작성, 프레젠테이션, 시뮬레이션 등이 평가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연구결과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TJ 학부모들의 지원과 관심은 대단하다.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때로는 연사로 초청되기도 한다. 학부모가 다니는 회사의 실험실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는다고 느끼는가.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한국의 서울과학고를 방문한 뒤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TJ의 경우는 고급반(AP)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업을 요구하는 학생들도 많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커리큘럼이 대학입학에 필요한 학점으로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dawn@seoul.co.kr
  • [오늘의 눈] 엘리트들의 대박에 대한 환상/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경기도 H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마치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우선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납치현장을 지휘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검사나 변호사 등이 강압수사나 비리 등에 연루된 적은 있어도 강력사건의 범인으로 직접 등장한 것은 역설과 반전이 난무하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가짜 체포영장, 정보기관 사칭 등이 동원되고 공모자들이 수천억원을 나눠갖기로 한 점 등도 마찬가지다. 극적인 요소는 제3공화국시절 최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뒤 1970년 한강변에서 피살된 정인숙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경찰에 따르면 정인숙의 아들로 밝혀진 정모(39·수배)씨는 이번 사건의 시나리오를 짜고 행동대원들을 끌어들이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정씨의 ‘묘한 등장’은 또 다른 얘깃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출신과 배경이 다른 이들을 범죄라는 테두리로 묶은 것은 ‘대박’에 대한 환상이었다. 골프장 사장의 외삼촌인 윤씨는 2002년 골프장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지분도 없으면서 골프장 매각을 시도해 왔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도 골프장 명의를 자신으로 바꿔 팔려는 의도였다. 김 변호사는 “300억원을 주겠다.”는 윤씨의 제의를 받고 고심한 흔적도 없이 범죄자로 돌변했다.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2005년 귀국해 기업 인수·합병 전문회사를 운영해온 정씨는 “골프장을 뺏으면 1500억원을 달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은 의욕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서 비상식적인 범죄행태를 보였다. 행동대원 도피자금을 은행계좌로 입금시키는 등 엘리트들이 공모한 범죄치고는 엉성하기 그지없다. 마음이 너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납치 과정이나 감금 등이 일반 강도범들의 수법과 거의 일치한다. ‘대박’이라고 판단되면 지위에 상관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재벌 3·4세 경영참여 “한발 앞으로”

    재벌 3·4세 경영참여 “한발 앞으로”

    주요 그룹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지난 연말부터 석 달 가까이 달려온 ‘인사 레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너 주자’들의 약진이다. 특히 3·4세로 넘어가는 ‘젊은 피’가 대거 승진했거나 새로 수혈됐다. 안팎의 불확실한 경영 여건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 대비해 안정적인 오너 체제를 두텁게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나 사후 평가 없이 관대하게 이뤄지는 ‘핏줄 등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영 전면 속속 부상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재용씨는 올초 전무 승진과 동시에 고객총괄책임자(CCO)를 맡았다.2001년 상무보로 입사한 지 6년 만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의선씨는 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입사해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언제 현대차 사장을 맡을 것인지가 핵심 관심사다. 현대가(家)의 다른 ‘선(宣)’자(字) 항렬들도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몽근(정몽구 회장의 동생)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일선 퇴진으로 장남 지선씨가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차남 교선씨는 입사 3년 만에 올초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그룹도 3세 체제를 구축했다. 이명희(이건희 회장의 동생) 회장의 외아들 정용진씨가 이사대우 입사 12년 만인 지난 연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 타이틀만 남겨두고 있다.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이건희 회장의 형)씨의 장남 재현씨는 삼성가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2002년부터 CJ를 이끌고 있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두 아들인 채형석·동석씨도 각각 총괄부회장, 부회장을 맡아 형제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제주항공 런칭, 삼성플라자 인수 등은 형석씨의 작품이다. 효성도 3세 체제를 공고히 했다.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현준(사장)·현문(부사장)·현상(전무)씨가 올초 나란히 승진했다. 모두 핵심인 전략본부 근무를 거쳤다. ●요직에 포진한 잠룡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 원태씨는 지난 연말 상무보로 승진했다.2004년 차장으로 입사한 지 2년 만이다. 얼마 전에는 IT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세창씨도 지난 연말 그룹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부장 입사 1년 만에 요직에 배치됐다. 손(孫)이 많기로 유명한 두산가에는 4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경영 복귀를 추진중인 박용성 전 그룹 회장의 장남 진원씨가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차남 석원씨가 두산중공업 부장으로 각각 근무 중이다. 그룹의 실세인 박용만(박용성 전 회장의 동생)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의 장남 서원(28)씨가 언제 경영에 합류할지가 관심사다. 서원씨는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은 본가와 달리 2세대인 ‘자(滋)’자 항렬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갓 합류한 20대 후계자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광모씨가 가장 눈에 띈다. 딸만 둘인 구 회장은 2004년 말 동생(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을 입적했다. 광모씨는 LG전자 재경 부서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장남 윤홍씨는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지금은 GS건설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GS칼텍스 허동수(허창수 회장의 사촌형) 회장의 장남 세홍씨는 올초 상무로 경영에 합류했다.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의 장남 양홍석씨도 지난해 6월 공채로 대신증권에 입사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나란히 유학중인 LS그룹 구자홍 회장의 장남 본웅(28)씨와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장남 승담(27)씨는 입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딸들도 맹활약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장손녀인 CJ엔터테인먼트 이미경 부회장이 대표주자다.‘그룹 경영을 넘겨받을 딸’로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맏딸 정지이씨가 가장 근접해 있다. 정씨는 지난 연말 전무로 승진했다. 롯데쇼핑 신영자(신격호 회장의 딸) 부사장의 딸 장선윤 롯데쇼핑 상무와 신세계 이 회장의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유통가의 맞수다. 정 상무가 백화점 업무에 가세하면서 세간의 화제인 ‘명품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진 조 회장의 딸 현아씨와 두산 박용곤 명예회장의 맏딸 혜원씨도 각각 상무로 일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맏딸 성이씨는 그룹내 광고계열사 이노션의 설립을 주도했다. 직함은 고문이지만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양 현 회장의 두 딸 정담씨와 경담씨, 대신증권 이 회장의 맏딸 양정연씨는 갓 입사해 ‘기초 훈련중’이다. ●화려한 이력서 창업주 세대와 달리 이들은 화려한 이력서가 특징이다. 미국 하버드대·브라운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이 몰려 있는 ‘아이비 리그’ 출신들이다.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수식어도 공통적으로 따라붙는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는 “이력서만 보면 기업들이 일부러 스카우트해올 인재들”이라면서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인들이 자질이 떨어지는데도 핏줄이라고 무조건 중용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오너 후계자들은 신상필벌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무책임한 핏줄 등용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독립된 사외이사제 등과 같은 평가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 김태균 박경호기자 hyun@seoul.co.kr
  • [이용원칼럼] 고교가 평준화 됐다는 환상

    [이용원칼럼] 고교가 평준화 됐다는 환상

    외국어고와 일반 고교의 대학입학 성적을 비교해 보는 기회가 최근 생겼다. 서울에 소재한 한 외고의 2006년 일어반 졸업생은 모두 37명. 재수까지 마친 현재 그들의 대입 성적을 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15명, 그 다음 그룹으로 치는 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가 9명, 미국·일본 유학이 4명, 서울교대와 한의대를 합쳐 5명이다. 이밖에 2명은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이 삼수에 들어갔다. 대부분이 제가 원했거나, 적어도 차선인 대학·학과에 진학한 셈이다. 이번엔 이 외고와 같은 교육청에 속한 모 여고의 진학 성적을 보자. 그 일대 여중생·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 학교는 전통 깊은 사립으로 대학 진학 성적이 좋다고 알려졌고 학교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2006학년도 대입 현황은 서울대·연대·고대 38명, 서강대·성대·이화여대 39명이며 이들을 포함한 수도권 4년제 대학 입학생은 모두 234명이다. 이는 그해의 졸업생인 17개 학급의 700여명에 재수생을 더해 거둔 성적으로, 서울대·연대·고대 합격생 수는 학급당 두명 꼴이다. 실제로 이 여고의 명문대 진학률은 일반고 중에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서울에는, 서울대 합격자를 몇 년에 한명 배출하고 연·고대 합격자는 한 해에 한 자릿수에 머무는 고교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전통 깊은 여고와 외고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엄연히 존재한다. 30여년전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할 때 그 명분은 ‘망국병’인 과외 열풍을 없애려면 부득이 고교 입시 제도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명문대에 학생들을 대거 진학시키는 명문고는 사라졌는가. 또 명문고를 겨냥한 중학생들의 사교육 수업은 줄어들었는가. 명문고는 외고·과학고·자립형사립고·공영형 혁신학교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한 채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 숫자는 전국적으로 50개교 정도에 이른다. 여기에 비평준화 지역의 지방 명문고들이 변함 없이 위세를 부린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따로 뽑아 교육시키는 학교의 수는 평준화제도 이전의 전국 명문고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 게다가 이 고교들에 진학하려는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늦어도 중학교에 입학하면 ‘특목고·민사고 전문학원’에서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시대 사교육 열풍은 30년전 과외 열풍보다 더 거세게 몰아치는 것이다. 명문고 숫자가 예전보다 많아지고,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고교평준화는 사실상 허울만 남았을 뿐이다. 각급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막 시작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학업 성적을 올리고자 결의를 다질 테고, 학부모 역시 아이에게 학원 한군데 더 보내고 좀 더 비싼 과외를 시키면 서울대, 연·고대에 갈 수 있겠지 하고 올인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내가,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고교는 평준화된 학교니까 다른 학교와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없으려니 하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된 고교’란 착각에 불과하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당국, 그리고 이에 기생해 명문대 진학의 꿈을 부추기는 학원 탓에 대부분의 학생·학부모는 여전히 환상을 품고 산다. 그래서 학부모의 허리는 갈수록 휘고 아이들은 ‘트라이앵글’의 늪에서 더욱 허덕이는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100대 기업 CEO 분석] 한양-인하대출신 18명은 ‘이공계’

    [100대 기업 CEO 분석] 한양-인하대출신 18명은 ‘이공계’

    서울신문이 5일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 161명을 분석한 결과 특정대학에 대한 집중도가 심했다. 지난 1월 서울신문이 30대그룹 중 삼성·LG그룹 등 임원인사를 끝낸 23개그룹 신임임원 621명(대학졸업자는 611명)을 조사한 것과는 달랐다. <서울신문 1월29일자 1·16면 참조> 서울신문이 CEO의 출신대학을 학부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CEO 전원이 대학을 졸업했다. 이중 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은 111명이었다. 전체의 68.9%였다. 이공계가 강한 한양대 출신 CEO는 11명, 역시 이공계 분야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인하대 출신은 7명으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를 포함한 5개대 출신은 129명으로 전체의 80.1%였다. 한양대 출신과 인하대 출신 CEO는 모두 이공계 출신이었다.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 최형탁 쌍용자동차 사장, 이윤 포스코 사장이 한양대를 졸업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조남홍 기아자동차 사장은 인하대 출신이다. 성균관대 출신 CEO는 6명이었다. 지방 명문대인 부산대와 경북대 출신 CEO는 각각 3명과 2명이었다. 대학순위로는 각각 7위와 9위. 서울신문이 지난 1월 조사한 신임임원의 경우 부산대 출신과 경북대 출신은 각각 4위와 6위였다.CEO의 경우 지방대 출신이 신임임원에 비하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학부 기준으로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CEO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6명이다. 이공계 출신(76명)보다 인문·사회계 출신(84명) CEO가 많은 것도 신임임원과는 다른 대목이었다.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위로 갈수록 전반적인 경영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양한 분야의 인맥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CEO의 전공의 경우 인문·사회계에서는 경영·경제·무역 등 상경계 출신이 63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법정계 출신은 17명, 어문계 3명, 인문계 1명이었다. 이공계의 경우 전공별로 보면 화학(화공)이 가장 많았지만 건설회사에서는 역시 토목이나 건축학 전공 CEO가 강세를 보였다.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과 유웅석 SK건설 사장은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박용현 두산산업개발 회장은 CEO 중 유일한 의대 출신이다. 고교별 출신을 보면 과거의 명문고 출신이 많았다. 서울과 부산의 고교 평준화는 1974년에 이뤄졌다(대구·인천·광주·대전 등은 그 뒤에 평준화 실시).50세 이상은 고교 평준화 이전 세대다. 대부분의 CEO가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과거 명문고 출신이 많았다. 경기고 출신의 대표적인 CEO는 손경식 CJ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다. 서울고 출신은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과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등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했다. 실업계 고교 출신의 대표적인 CEO는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신헌철 SK 사장 등이다. 평준화 이후 세대로는 최태원 SK회장과 이재현 CJ회장 등 모두 9명이었다. 최고령은 신격호 롯데회장으로 85세. 최연소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37세였다. 통계로 본 인문·사회계 CEO의 ‘표준’은 정지택 두산산업개발 사장이다. 정 사장은 57세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안미현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1·11대책 뒤집어보기(상)-거품원가,부실 공개

    1·11대책 뒤집어보기(상)-거품원가,부실 공개

    벤처 밸리로 알려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는 2000여개의 건설시행사들이 들어서 있다. 아파트 부지를 사들이고 인·허가를 따내는 개발업자인 시행사들은 ‘대박의 꿈’을 꾸는 벤처기업인 셈이다.‘아파트 500가구를 지으면 300억원을 번다.’는 말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명문대 출신도 테헤란로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거품은 어디에서 ●시행사는 전국에 1만여개 두산산업개발의 한 직원은 “개발이익은 총 분양금의 7∼10% 정도”라면서 “시행사 이익은 전체 아파트 건설 이익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고분양가로 논란을 빚은 GS건설의 ‘서초동 아트자이’ 124가구의 분양금은 3198억원. 그의 말대로라면 개발이익은 223억∼319억원이고, 시행사 몫은 110억∼150억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행사가 절반을 가져가면 건설사가 개발이익의 4분의1을 챙기고 나머지 4분의1을 놓고 하도급업체와 아파트입주자가 나눠갖는 식이라고 한다. 시행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디벨로퍼협회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시행사가 1만여개 있는 걸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건설사 숫자와 비슷한 규모로 시행사가 우후죽순 생기는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현대건설의 한 임원은 “시행사가 난립하고 있지만 성공하는 시행사는 1000명 가운데 1명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부지를 사들이고 사업 인·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2∼3년 동안 금융비용을 못 견디기 때문이다. 전문건설협회 이석우 조사부장은 “금융기관은 규모가 작은 시행사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건설업체가 보증을 서야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다.”면서 “그래서 시행사와 건설사는 이익을 나눠먹는다.”고 전했다. 구조적으론 시공사는 시행사의 도급업체이지만 자금력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건설사는 사실상 우월적인 위치에 놓인다. 현대건설 박상진 전무는 “시행사는 보증을 설 시공사를 찾고 시공사는 이런 수많은 시행사 가운데 사업성 있는 시행사를 고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주택사업단 이성규 부부장은 “하루에 1∼2명의 시행사업자가 찾아온다.”면서 “대부분의 시행사는 자본이 없기 때문에 시공사가 보증을 서고 부실시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면 시행사는 저축은행, 사채업자로 발길을 돌린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채업자가 돈을 빌려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절반 정도를 받는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아파트값 거품은 뺀다 건설사는 공사를 하도급업체에 넘기면서 이익을 극대화한다. 이석우 부장은 “공사 한 건에 10개 이상의 하도급업체가 뛰어든다.”면서 “최저입찰제로 선정되기 때문에 입찰가는 낮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하도급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따내고 있다는 얘기다. 시행사와 시공사, 하도급업체 사이에 거래를 할 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든다. 서울 서초구의 A시행사가 평소 거래하던 B토건과 6억여원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그래서 시행사와 건설사에 탈세과정을 막고 세금만 제대로 부과해도 아파트 거품을 걷어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행사와 건설사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정책의 문제”라고 말했다. ■ 시행사란? 시행→건설→분양으로 이어지는 아파트 건설의 첫 단계인 부동산을 개발하는 사업자다.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누구나 아파트 부지를 사들이고 인허가를 따내는 시행사 업무를 할 수 있다. 직원 3∼4명을 두는 소규모부터 기업형까지 다양하다. 판교 신도시에서는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성남시가 시행사였다. 시행사 역할도 하던 건설사는 외환위기 이후 재무건전성 때문에 시행사 역할을 거의 하지 않는다. ■ 흥덕지구 분양가 비교해보니 용인 흥덕지구는 지난달 분양에 들어가면서 80대 1의 높은 경쟁률과 ‘떴다방’ 등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다른 관점에서 흥덕지구를 주목했다. 흥덕지구는 7개 항목의 분양원가 공개가 2005년부터 적용돼 온 공공아파트와 적용되지 않은 민간 아파트가 공존하는 가장 최근의 분양 케이스.1·11 대책의 효과를 미리 점검할 수 있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는 곳이다. 택지매입원가를 보면 경기지방공사(670억원)와 용인지방공사(683억원)가 민간기업인 경남아너스빌 13블록(793억원)보다 낮았다. 분양공고 당시의 택지비는 경기지방공사 731억원, 용인지방공사 704억원, 경남아너스빌 1001억원으로 민간이 공공보다 택지비에서 이윤을 많이 남겼다. 평당 평균 택지가격은 공사 419만원, 경남 562만원으로 143만원 차이다. 하지만 ‘공공은 싸고 민간은 비싸다.’는 등식은 건축비에서 역전된다. 경남아너스빌 13블록의 전체 건축비(분양공고)는 635억원이고, 경기지방공사는 788억원, 용인지방공사는 792억원이다. 평당 평균으로 따져보면 경남아너스빌 352만원, 경기지방공사 446만원, 용인지방공사 472만원이다. 공사가 민간보다 건축비를 많이 책정하면서 결국 분양가가 비슷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남의 평당 분양가가 908만원에 그친 것은 흥덕지구 사업승인 단계였던 2005년 3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된 최저분양가 낙찰 방식 때문”이라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평당 200만원가량 낮지만 그렇다고 손해나는 개발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공사와 민간의 분양가가 비슷해지면서 공사가 토공으로부터 민간보다 싸게 토지를 공급받은 의미가 사라진다. 경남아너스빌의 평당 평균 설계비(감리자 모집 시점)는 3만여원, 경기지방공사는 11만여원, 용인지방공사는 6만여원이다. 감리비(평당)는 경남기업 5만여원, 경기지방공사 11만여원, 용인지방공사 14만여원이다. 공공이 싼 땅에 훨씬 나은 설계를 하고 있을까. ■ 민간분양가 분석해보니 “원가공개가 아닙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쓰고 있을 뿐이죠.”1·11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다. 아파트 건설 단계별로 공개되는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나면 발언의 속뜻은 이해된다. 아파트 건설업자는 주택사업승인·감리자모집·분양승인 등 세 단계에서 자치단체에 ‘예정원가’를 신고한다. 감리자모집공고 때는 입찰을 위해 58개 항목의 원가가 ‘불가피하게’ 공개된다. 래미안 종암2차 등의 사업비와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원가와 분양가 사이의 격차는 업체별로 30%에서 136%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을 사업비의 30% 정도만 남긴 곳도 있고,130%가 넘는 이윤을 남긴 곳도 있다는 얘기다. 비교분석 대상은 마포서강 벽산e-솔렌스힐, 양천 코아루, 마곡 푸르지오, 신월동 동도센트리움, 은평신사 두산위브 등 모두 6곳. 래미안 종암2차의 평당 총사업비는 475만원, 분양가는 1100만원대로 이윤이 136%나 된다. 양천 코아루는 평당 총사업비 769만원에 분양가는 1000만원. 이윤은 30% 정도다.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변창흠 교수는 원가로 볼 수 있는 총사업비와 분양가간의 격차에 대해 “사업비가 얼마나 들었느냐가 아니라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가 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연구원 관계자도 “자기이윤은 원가와 상관없이 시장 상황을 봐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인허가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늘어나는 금융비와 각종 로비자금 등이 추가된다는 얘기다. 사업비도 주먹구구식이다. 평당 공사비는 218만원에서 369만원까지 15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가장 낮은 사업비를 제시한 두산위브의 담당자는 “은평 신사동의 두산위브도 중급으로 지어진 아파트이고, 평당 100만원만 더 들여도 최고급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며 “2배 이상의 공사비 차이가 아파트의 질적 수준 차이를 뜻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지자체 눈감고 도장찍기 비일비재 서울 성북구가 지난 연말 낸 종암 제4구역(래미안 종암2차) 아파트의 감리자 모집공고에 표기된 금융비용은 111억 9574억원. 하지만 ‘공종별 총공사비 구성 현황표’에 명기된 이 금융비용은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에서 11조 1957억원으로 둔갑했다. 총괄표에서 ‘000’이라는 오타가 뒤에 붙어 무려 1000배나 차이 나는 금액이 된 것이다. 성북구는 건설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이 자료를 구청장 명의로 구 홈페이지와 한국건설감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서울신문이 이런 오류를 지적하기 전까지 성북구는 이런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북구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당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오해와 시비의 소지 등을 없애기 위해 수정했을 텐데, 외부에서의 이의제기도 없어서 이런 부분까지 확실하게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폭등하는 집값으로 집없는 서민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건설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형식적으로 검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양천구가 지난해 8월 게시한 신월3동의 신월아파트(신월동 코아루 아파트) 감리자 모집 공고문도 비슷한 사례. 법에서 정한 58개 공개 대상 항목 가운데 49개만 공개됐다. 도배공사 등의 항목은 아예 빼버린 것. 도배는 공짜로 해 준다는 얘기일까. 양천구 관계자는 “비슷한 항목끼리 합치거나 해당사항이 없어서 사업비가 0원인 항목은 제외됐다.”면서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는 항목들이라 문제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는 항목별로 예상가격을 계산한 뒤 이를 합해 총액을 내지 않는다.”면서 “일단 금리, 이윤 등을 모두 감안한 총분양가를 정해놓고 내역별로 금액을 끼워맞추는 식”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해 내부적으로 내는 대략적인 사업비는 어떤 방법으로 산출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충 작성된 자료를 눈감고 도장찍어 준다는 얘기다. ■ 어떻게 분석했나 1·11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서울신문은 용인 흥덕지구와 서울지역 6곳의 민간아파트 분양가 자료를 분석했다. 서울지역 민간아파트는 주택법상 감리자 모집 공고 단계에서 58개 공종 항목별 사업비와 이윤, 총사업비 등을 공개하고 있다. 민영아파트가 분양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유일하게 공개되는 예상원가이다. 자료는 구청 홈페이지와 한국건설감리협회에서 찾아냈다. 감리자 모집 공고문과 이에 첨부된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공종별 총공사비 구성 현황표’를 탐사취재기법인 CAR(컴퓨터활용취재·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을 이용해 평당 사업비를 산출, 평당 분양가와 비교했다. 용인 흥덕 택지개발지구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방공사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민간아파트가 공존하는 곳. 분석 자료로는 건설에 참여한 용인지방공사(‘이던 하우스’), 경기지방공사(자연& 아파트)의 홈페이지와 경남기업(11·13블록 경남아너스빌)이 신문광고에 공고한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분석했다. 경남아너스빌의 분양가를 항목별로 비교·분석하기 위해 건설감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한 감리자 모집 공고문에 있는 감리비와 설계비가 입주자 모집공고시 가격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경남기업측에 확인했다. 흥덕지구의 자료 분석에도 CAR기법을 사용했다.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기획탐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02)2000-9261∼9263 또는 tams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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