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학교의 전인교육/유만근 성균관대 교수(굄돌)
1995년 가을,내가 교육부 후원으로 두주일에 걸쳐 영국 중·고등학교 대여섯군데를 방문하며 전인교육 실태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그때 일례로 ‘해로’(Harrow) 학교에서 본 것과 들은 이야기를 잠깐 소개한다.
런던 서북쪽 교외 지하철이 닿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학교는 드넓은 45만평 터에 체육관,극장,과학관은 물론,숲과 호수,잔디밭이 어우러져 무릉도원 분위기마저 있다.전교생수는 겨우 800명 쯤이고 교사수는 무려 115명 쯤이니 7:1 비율이 된다.1572년에 문을 연 이 학교는 ‘이튼’(Eton)과 함께 영국 명문고교의 쌍벽을 이루는데,세기의 걸물 처칠과 네루가 바로 ‘해로’학교 출신이다.
이 학교에서는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진학을 위한 일반 학과목은 물론,음악,연극,스포츠를 중시하고,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협동정신과 신사도를 익힌다.나를 정중히 맞이하여 학교설명을 해준 C.H.쇼 주임선생이 스포츠와 스포츠맨십을 강조하기에,내가 체육교사 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는데,그 대답이 너무나 뜻밖이라 놀랐다.수십종 스포츠를 모두 중시해 가르치는 그 학교에 체육 전담교사는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다.전인교육을 실시하는 이 학교에서는 교사들부터가 이미 전인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 일반 학과목 담당자가 체육 한두종목을 아울러 지도할 수 있는 일급 스포츠맨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규칙’을 존중하며,심지어 적에게도 공명정대해야 한다는 스포츠맨십으로 국내정치,국제정치를 이끄는 영국정치인과 영국신사의 정신자세는 이런 학교교육에서 형성되는 것이다.우리나라 현실로 와서,입시위주 학교공부와 사교육으로,전인교육은 커녕 반인교육도 못되는 기형적 모습이 된 우리 교육실태를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의 ‘규칙’없는 싸움이 오히려 필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공부만 하는 사람들은 스포츠와 예술에도 힘을 쓰고,체육인들은 공부 좀 하기 바라지만,장차 우리가 그래도 좀 번듯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사교육,입시교육을 기필코 공교육,전인교육으로 돌릴 묘방을 짜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