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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재미난 사람들의 쓸쓸한 얘기(류보상 지음, 천우 펴냄) 극작가이자 소설가, 극단의 고문인 작가의 세 번째 희곡 선집. 단국문학상, 탐미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작가는 ‘어르신 때문에’, ‘처제의 계산법’, ‘아버지와 아들’, ‘꽃가게 집 노처녀’ 등 8편의 희곡 작품에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얘기들을 담았다. 231쪽. 1만 5000원.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은행나무 펴냄) 물리학자이자 이탈리아의 양대 문학상 수상 작가가 조명한 코로나19 사태. 그는 오늘날을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하며 이는 보편적인 고독을 가져온 동시에 바이러스 앞에서 모든 인류는 공평하며 각자의 운명은 연결돼 있음을 일깨우기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사람들의 극심한 공포는 ‘숫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신’의 고리에서 나온다”며 거짓 정보에 유의할 것을 강조한다. 96쪽. 8500원.뭉클(강윤중 지음, 경향신문사 펴냄) 현직 사진기자인 저자가 렌즈 너머로 바라본 세상. 세월호 참사와 노동자들의 장기농성장, 로힝야 난민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담았다. 사건의 현장뿐 아니라 이 땅의 계절, 유명인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등 뷰파인더로 본 세상의 스펙트럼이 넓다. 304쪽. 1만 5500원.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용주 지음, 양철북 펴냄)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난 마도로스의 이야기. 그곳에서 물 한 방울을 찾기 위해 섭씨 60도가 넘는 한낮에 7시간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식수 전문 국제구호 단체인 팀앤팀을 만들었다. 척박한 땅 남수단 마을에 물이 들어가기까지 과정을 사진 자료와 함께 기록했다. 256쪽. 1만 3000원.미술시장의 탄생(손영옥 지음, 푸른역사 펴냄) 한국 근대 미술시장의 태동부터 완성까지 살펴보는 저작. 국민일보 미술·문화재전문기자인 저자는 한국 미술시장이 전근대적 성격을 벗어나 근대적인 자본주의 생산 방식으로 이행한 시점을 개항기라고 본다. 이후 1905년부터 1920년대까지를 일제 ‘문화통치’ 전후, 1930년대부터 해방 이전을 ‘모던의 시대’로 명명하며 한국 미술시장 형성사의 세세한 풍경을 탐색한다. 424쪽. 2만 7900원.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김금숙·정철훈 지음, 서해문집 펴냄)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이자, 노동 인권과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한 김알렉산드라의 생애를 그래픽노블로 담았다. 언론인 출신 소설가인 정철훈 작가의 원작 ‘소설 김알렉산드라’를 김금숙 작가가 재탄생시켰다. 러시아 이주 한인들의 고단했던 삶과 혁명기의 격동했던 시대적 상황이 김알렉산드라의 비극적인 짧은 생애 속에 응축돼 있다. 240쪽. 1만 6000원.
  • 감찰부장 “윤석열 총장에 문자 보고는 총장이 정한 방식”

    감찰부장 “윤석열 총장에 문자 보고는 총장이 정한 방식”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 보도 관련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 개시 보고는 수차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보고 및 문자 보고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문자 보고는 당시 병가 중인 윤 총장이 정한 방식에 따라 문자 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장이 언급한 MBC 보도란 채널A 법조 취재 기자와 윤 총장의 최측근인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라젠 사건 수사를 위해 투자사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 전 대표를 회유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한 부장은 윤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에 대한 감찰 개시 보고는 감찰본부장의 직무상 독립에 관한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설치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고 다음날 일부 언론에서 휴가 중인 검찰총장에게 문자 보고를 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됐다고 강조했다.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가 MBC 보도 내용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한 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거쳐 2019년 10월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됐다. 한편 ‘검언유착’으로 명명된 MBC의 보도 내용에 대해 MBC 국장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보경 MBC 뉴스데이터팀 국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채널A의 56쪽 녹취록을 다 읽었는데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사실 아니라도 좋다’ 운운했다고 한 대목은 아예 없다”며 “mbc가 윤석열 총장한테 요즘 앙앙불락(불쾌해함)하는 거 문득 평행이론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평행이론이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서원(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조사하던 조응천 전 검사한테 ‘(MBC 보도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비례 후보로 나선 열린민주당 측은 윤 총장이 병가를 내자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민주 또… 막판에 터진 이낙연 ‘간담회 비용 대납’ 의혹

    민주 또… 막판에 터진 이낙연 ‘간담회 비용 대납’ 의혹

    李측 “선거법 위반 아냐”… 黃측 “고발” 김남국 논란엔 “조치 취할 수준 아니다” 통합당 “金 감싸기·조로남불 행태” 공세더불어민주당은 14일 경기 안산단원을 김남국 후보의 ‘여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 야당발 공세를 일축하며 총선 막판 악재 차단에 힘썼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동 선거대책위 회의 후 “당에서 무슨 조치를 취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두 차례 정도 게스트로 나가서 자신이 한 발언도 별로 없다는 상황이 어느 정도는 해명된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전형적인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또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특별한 조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조국 키즈’인 ‘김남국 감싸기’에 나섰다며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위선적 행태라고 공세를 이어 갔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조국 사태부터 쭉 봐 왔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걸 보지를 못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미래한국당 여성 후보자·당직자들은 공동 성명에서 “(민주당은) 사회적 성범죄 방조자’”라고 비난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팟캐스트 ‘쓰리연고전’ 공동 진행자인 김 후보, 박지훈 변호사 등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원내대표가 전날 고민정(서울 광진을) 후보 지원 유세에서 “고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박 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이 국모 하사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생당도 비판 논평을 냈다. 하지만 문정선 대변인이 논평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당신이 함부로 흔들어도 좋은 ‘룸살롱 골든벨’이 아니다”라며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지난달 25일 종로 낙원상가 근처 카페에서 주민 간담회를 주최했을 당시 음료값 40만원가량을 낙원상가 상인회가 대납해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3월 25일 저녁 7시 30분 이 후보는 인문학회 모임이 친목을 위해 정례적으로 주최하는 ‘종로인문학당 21차 정례회의’에 참석했다“며 ”이 후보가 ‘주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연하게도 상인회가 그 모임의 찻값을 대납할 리도 없다“며 ”간담회 식음료 값은 25만원으로 인문학회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며 통상 월말 지출을 해왔기에 아직 지출도 안됐다고 한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황교안 후보 측은 낙원상가 상인회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김우석 선대위 상근수석대변인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제3자가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번 총선에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이 아닌 이 후보가 제3자 기부행위 제한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이 후보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메르스 백신 개발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돕는다?

    [핵잼 사이언스] 메르스 백신 개발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돕는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사실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사스와 메르스가 있는데 특히 사스가 코로나19와 매우 유사해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는 SARS-CoV-2라고 명명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시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던 것이 매우 아쉽지만,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대와 조지아대 공동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메르스 백신의 효과를 입증했다. 이들이 개발한 메르스 백신은 코로나19에 대해서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나 범용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기술을 사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의 아이디어는 무해한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입혀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rainfluenza virus)는 이름과는 달리 인플루엔자처럼 심한 증상이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은 순한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spike) 단백질을 결합해 가짜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 바이러스를 쥐에게 투여한 결과 치명적인 수준의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에도 모두 생존했다. 이 가짜 코로나바이러스는 항체 생산 유도 능력은 약했지만, 대신 T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해 폐에서 심각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코로나19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지만, 연구팀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코로나19는 물론 범용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의 코로나19 사태도 큰 문제지만, 앞으로 유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매년 유행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플랫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물론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핵잼 사이언스] 3400만년 전 ‘식물 뗏목’ 타고 대서양 건넌 원숭이 발견

    [핵잼 사이언스] 3400만년 전 ‘식물 뗏목’ 타고 대서양 건넌 원숭이 발견

    몸길이 약 20㎝의 원숭이가 약 340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식물 더미를 뗏목 삼아 우연히 대서양을 가로질러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남미 페루 아마존의 한 외딴 지역에서 발굴된 원숭이 이빨 화석 4점이 당시 무모한 항해에 성공한 한 영장류 종의 이야기를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 영장류는 두 대륙을 가로지른 세 번째 포유류로,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해 1100만 년 이상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우카얄리피테쿠스 페르디타(Ucayalipithecus perdita)로 명명된 이들 원숭이의 이빨 화석은 지난 2015년에 2점이 발견돼 그다음 해인 2016년 에릭 시퍼트 USC 교수에 의해 연구됐다. 이를 통해 시퍼트 교수는 두 화석이 이전에 이집에서 연구한 한 영장류의 이빨 화석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해인 2016년 한 발굴단은 페루 유루아강 유역에서 같은 종의 이빨 화석 2점을 추가로 발견했다.분석 결과, 4점의 이빨 화석은 약 4000만 년 전 이미 대서양을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다른 원숭이로 광비원류에 속하는 신세계원숭이의 이빨 화석보다 덩어리 부위가 더 많고 더 둥글납작해 완전히 다른 종으로 밝혀졌다. 통계적 분석에서도 이번 원숭이 종은 남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영장류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영장류 그룹에 속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대해 시퍼트 교수는 “이 결과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신세계원숭이와 천축서소목(오늘날 기니피그와 친칠라 등과 먼 관계가 있는 설치류) 외에도 이들 원숭이 종이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매우 낮은 가능성을 뚫고 횡단에 성공한 세 번째 포유류 계통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원숭이의 학명은 화석이 발굴된 지역인 우카얄리(Ucayali)와 원숭이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피티코스(pithikos) 그리고 잃어버린을 뜻하는 라틴어인 페르디타(perdita)에서 유래했다. 연구진은 세계가 5600만 년 전부터 3390만 년 전 사이인 에오세부터 3390만 년 전부터 2300만 년 전 사이인 올리고세로 바뀌는 약 3400만 년 전에 이 원숭이 종의 이주가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시퍼트 교수는 “우리는 이 그룹이 남극대륙의 빙하가 형성되기 시작해 해수면이 낮아진 두 지질시대 사이의 기간인 에오세-올리고세 경계로 부르는 시기에 남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으리라 추정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10일자)에 실렸다. 사진=USC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집콕’ 라이브에이드/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집콕’ 라이브에이드/박홍환 논설위원

    1985년 7월 13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JFK스타디움에 각각 7만 5000명과 9만명의 구름 관중이 모여들었다. 세계 팝 음악사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라이브에이드(Live Aid) 공연이다. 총 16시간가량 연속 진행된 공연에서 영국과 미국, 유럽의 톱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고, 특히 영국 팝가수 필 콜린스는 웸블리 무대를 내려오자마자 초음속 콩코드 비행기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날아가 공연하는 기염을 토했다. 라이브에이드는 기아에 허덕이는 에티오피아 난민에서 비롯됐다. 아일랜드 펑크록 그룹 붐타운래츠를 이끌던 밥 겔도프는 1984년 우연히 TV를 시청하다 3000만 명의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 그는 영국 및 아일랜드 출신 유명 뮤지션들과 일회성 프로젝트 그룹 ‘밴드 에이드’를 만들어 같은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선 싱글 ‘그들도 크리스마스를 알까?’를 발표했다. 앨범은 무려 300만장이 팔려나갔고, 800만 파운드의 기부금이 쌓였다. 미국 음악계의 호응에 고무돼 밥은 이듬해 영미 두 곳에서 동시 진행되는 자선콘서트 기획을 구상했고 60여명의 월드스타가 참여하는 라이브에이드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말이 60여명이지 슈퍼스타 한 명 모시기도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밥의 과감성과 기획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전화모금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는 1억 5000만 파운드(약 2250억원)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처럼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위기의 세상을 구하는 위대한 힘을 보여 준다. 이번에는 미국의 혁신적인 팝아티스트 레이디 가가가 나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돕고,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세계적 슈퍼스타들을 결집해 온라인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하나의 세계, 집에서 함께’로 명명된 이번 합동공연에는 엘턴 존,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빌리 아일리시 등의 톱스타가 대거 참여하고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피아니스트 랑랑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9일 오전 6시(한국 시간) 시작되는 공연은 방송과 유튜브, 트위터 등 다양한 SNS 플랫폼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전 세계인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스타나 관객이나 모두 집에서 공연하고 관람한다. ‘집콕’ 라이브에이드인 셈이다. 이번 공연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 모금을 돕는 의미도 있다. 레이디 가가는 WHO 친선대사인 모친과 자신의 앨범 제목을 딴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운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코로나 6개월 더 갈 수도… 유전자 검사법 더 개선해야”

    “코로나 6개월 더 갈 수도… 유전자 검사법 더 개선해야”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고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고비를 이겨내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이호왕(92)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한때 치사율이 7%나 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던 신증후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Hantaan)바이러스를 1976년 세계 최초로 발견한 데 이어 진단법과 백신 개발까지 성공시킨 세계적인 학자다. 그가 한탄바이러스라고 명명한 뒤 8개의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돼 1986년 새로운 ‘속’인 한타(Hanta)바이러스가 생겼고 2019년 유사 바이러스 37개를 묶어 새로운 ‘과’까지 생겼다. 한타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독자적 학문 분야까지 탄생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만난 이 교수는 90대에도 변함없는 건강을 과시하며 코로나19 대응과 전문인력 강화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가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2015년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6개월 갔다. 이번엔 더 갈 것 같다. 물론 그것도 가봐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해외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니까.”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 발견부터 진단법, 백신 개발까지 모두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전망은 어떻게 보나. “백신이나 치료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가 미국 육군 예산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한 게 1969년이었고 한탄강에서 이름을 딴 바이러스를 발견한 게 1976년이었다. 1981년부터 백신 개발을 시작해 ‘한타박스’라는 백신을 시판한 게 1991년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 등 코로나19 진단기법을 고도화하고 치료법을 개선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진단해서 적절한 격리조치를 취하고 확진환자 치료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어느 정도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나도 며칠 전 학술원에서 10여명이 함께 모여 회의를 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손을 자주 씻고 환기를 충분히 하는 등 주의만 하면 그런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물론 교회나 콜센터처럼 오랜 시간 바짝 붙어 있는 건 피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건 좋다. 하지만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란을 겪을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얘기했지만 마스크 한 번 쓰고 버릴 것까진 없다. 미국에 사는 손녀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다고 걱정하길래 내가 ‘마스크를 쓴 다음에 다림질을 하거나 스프레이 소독을 하면 다시 써도 문제없다’고 얘기해 줬다.”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청나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하고 나서 중국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면서부터 문제가 커졌다.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경찰에 끌려가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 부분에서 중국 정부,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초기에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인구 6000만명이나 되는 후베이성을 통째로 봉쇄해야 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는데 한마디로 무책임한 수작이다. 두 번째로 감염병 대응에서는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미국이나 일본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다가 더 큰 화를 초래했다. 중국, 미국, 일본이 자초한 대응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바이러스라는 게 숙주를 거칠수록 변종이 계속 생기면서 독성도 강해진다. 그런 이유로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한국은 초기부터 검사를 엄청나게 해서 조기 진단, 조기 격리에 힘썼는데 그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유전자검사 기법을 잘 갖춘 덕분이기도 하다. 한국은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만 40만명을 바라보는데 일본과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한국에 머리를 숙여서라도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얘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탄강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했던 70년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듯 하다. “당시 나와 함께 일하던 연구실에서도 감염자가 7명이나 나왔다. 지금이라면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올 일이겠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일이 꽤 많았다. 일본뇌염 연구를 했는데 그 덕분에 예전에는 내 연구실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작은빨간집모기가 나왔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얘기해주면 그게 신문에 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뇌염 주의보 구실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이 과제로 떠올랐다. “내가 주도해 설립한 국제한타바이러스학회에 해마다 150~200명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한두 명밖에 안 된다. 한국어로 된 바이러스와 백신이 세계 공통 단어가 되고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까지 발전했는데 정작 국제한타바이러스학회 주도권은 미국과 유럽으로 넘어가 버렸다. 감염병만 연구해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돈을 더 벌어오는 의사에게 급여를 더 주는 방식이 되니까 갈수록 성형외과 같은 곳으로만 지원자가 몰리고 기초의학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 미생물 연구자 중에서도 의대 출신은 보기 힘들어진다.임상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으면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초학문을 키우는 데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정부가 근본적 대책을 세우려면 임상의사와 바이러스학자, 방역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전문자문기구를 상시 운영하면 좋겠다.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공포심에 떨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코로나19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보다는 (치명률에서) 약한 감염병이다. 정부와 국민이 다 함께 힘을 합쳐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호왕 명예교수 약력 1928년 함경남도 신흥군 출생 1954년 서울대 의과대학 학사 1959년 미국 미네소타대 의학박사 1961~1994년 서울대·고려대 의대 교수 1979년 미국 최고민간인공로훈장 1982~2004년 세계보건기구 신증후출혈열연구협력센터 소장 1994~2000년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소장 2000~2004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2018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지정 1994년~현재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 정의당, ‘여순사건’을 ‘여순 반란’으로 규정한 김회재 후보 즉각 사퇴하라

    정의당 전남도당이 ‘여순사건’을 ‘여순 반란’으로 규정한 김회재 후보는 즉각 사퇴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여수시민들께 석고 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한 국방경비대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항쟁’ 진압 출동명령에 반발, 국군과 미군에 맞서는 과정에서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 주민 1만 1000여명이 학살된 사건이다. 당시 미 군사고문단의 일원이었던 대로우는 그의 보고서에서 여순에서 진압군의 주요한 목표는 ‘약탈’과 ‘강간’이었으며, “의심할 것도 없이 이 과정은 가장 난폭한 꿈이 이루어지듯이 진행되었다”고 적었을 정도로 끔찍한 학살이었다. 이러한 ‘여순사건’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여순반란’, ‘여순항쟁’, ‘여순학살’등으로 일컬어지다 최근에 ‘여순사건’으로 명칭이 정리됐다. 정의당은 ‘여순사건’으로 규정되기까지 여수를 포함한 전남 동부권 지역의 보수진영과 진보진영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립적인 단어인 ‘여순사건’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이같은 사실을 여수와 순천 등 전남 동부권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며 “그러함에도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후보는 2018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모 집회에서 ‘여순사건’을 ‘여순반란사건’으로 명명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여수를 반란의 도시로, 여수 시민들을 반란군의 후예로 낙인찍는 매우 위험한 표현이다”며 “공당의 후보로서 부적절한 발언이고, 여수를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천박한 수준의 역사인식이다”고 질타했다. 정의당은 “김 후보는 그런 말을 했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고,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한데 이어 상대후보를 비판 하려면 6하 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지적하는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며 “반성은 커녕 허위사실 인 것 처럼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어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후보 자격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고 꼬집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12번 열린민주 이순신 장군 끌어들이자 “렉서스 팔아라”

    12번 열린민주 이순신 장군 끌어들이자 “렉서스 팔아라”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정당순위 12번을 받은 열린민주당이 “이순신 장군은 12척으로 왜놈들을 무찔렀다”고 선전하자 최강욱 후보의 일제 차 렉서스를 꼬집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다. 지난 26일 관보를 통해 발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최 후보는 2012년식 렉서스를 비롯한 차 3대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열린민주당 내에서도 비례대표 순번 2번인 최 후보의 렉서스 배기량은 4600㏄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 가운데 일본차 소유를 신고한 사람은 최 후보가 유일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남편이 역시 일제인 혼다를 신고했으나 이미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가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인용해서 열린민주당 정당순위를 소개한 지난 27일 페이스북에는 “신에게는 아직 4600cc 렉서스가 있습니다!”란 비꼬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한 얘기로 많은 사람이 손해 보면서 일본여행 취소하고, 일제 대신 우리나라 상품 사려고 노력했으며 심지어 일제 자동차를 부순 사람도 있다”며 “그런데 당신은 뭡니까? 지지자들 응원만 보니까 아무런 느낌도 없나 보죠?”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에 대해서 사소하게 목소리 잘못 내면 토착 왜구니 친일파니 하며 낙인 찍히게 한 거 기억한다”며 “당신이 지금도 일본척결 외치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라. 하다못해 지금 소유한 자동차 부수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렉서스 자동차를 산 것은 문재인 정부의 반일운동이 시작되기 훨씬 전이니 억울할 수도 있지만 사회지도층은 대중에게 미치는 발언의 파급력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렉서스 파세요. 렉서스 도요타 계열사인 거 아실 테고 도요타는 전범기업입니다. 렉서스부터 처분하시고 이순신 장군 들먹이세요”라고 주장했다. 최 후보는 국회의원 출사표에서도 “한국보다 일본의 이익에 편승하는 무리를 척결하는 것. 그것이 제가 선거에 임하며 다짐하는 최고의 목표”라고 밝혀 렉서스 소유와 함께 비난을 샀다.한편 열린민주당은 전날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으나 권양숙 여사를 만나지는 못했다. 앞서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후보들은 봉하마을을 찾아 권 여사와 면담했다. 최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입시 비리에 연루된 것과 관련해 각을 세우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양숙 여사가 안 만나 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진 전 교수는 더불어시민당은 조국 반대당, 열린민주당은 조국 수호당이라 명명하며 정당정치와 팬덤정치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 충돌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것은 봉하마을 방문 경쟁으로 결국 열린민주당 사람들은 권양숙 여사 못 만나고 빈말만 듣고 왔다”며 “봉하마을에서는 이분들께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쪽이든 저쪽이든 노무현의 이름을 팔아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그 짓을 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쪽은 조국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노골적으로 조국을 감싸니 봉하마을에선 ‘노무현=조국’이라는 등식이 당연히 불쾌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1번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조 전 장관의 딸이 대학 입시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올림픽 성화 수난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올림픽 성화 수난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우두머리 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종교행사에서 비롯됐다. 도시국가 간 전쟁이 끊이지 않던 기원전 776년 엘리스의 왕 이피테스가 당시 가장 강력했던 스파르타에 제사 형태의 ‘휴전 회합’을 제안했다. 오랜 전쟁과 전염병으로 도시국가 전체의 공멸을 우려했던 페르시아의 리쿠르고스왕은 이를 받아들였고 마침내 가장 큰 성지인 올림피아에서 첫 제전이 열렸다. 제사 뒤에는 여흥이 이어졌다. 운동회다. 종목은 191.27m를 달리는 ‘스타디온’ 한 가지밖에 없었지만 종류가 많을 필요도 없었고 승패도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제사의 목적은 싸우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도시국가 모두의 참여가 필요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근대올림픽의 정신은 사실 여기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성화는 제사를 치르는 동안 신전에 피워 놓았던 ‘성스러운 불꽃’(Sacred Fire)이었다. 그러나 1928년 8번째 근대올림픽 장소인 암스테르담 올림픽 경기장의 ‘마라톤 타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성화’(Olympic Flame)가 돼 타오르기 시작했다. 봉송은 뜻밖에도 나치 독일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시작이다.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와 대회조직위원장 카를 딤이 기획해 고대의 성화 릴레이를 재현해 냈다. 올림피아 헤라신전을 출발한 성화는 유럽 7개국 3187㎞를 3331명 주자에게 들려 열이틀을 쉬지 않고 달린 뒤 베를린에 도착했다. 거대한 나치 문장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루스트가르텐광장, 수만의 군대 한가운데서 성화를 맞이한 아돌프 히틀러의 의도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아리아인의 우월성, 나치 정권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나치 체제의 홍보물로 전락된 성화의 팔자는 이후로도 기구했다. 개최국의 입맛에 따라 탐욕과 체제 유지의 상징으로 변질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 릴레이가 유료화되면서 성화는 ‘돈이 스며들었다’는 호된 비판에 맞닥뜨렸다. 2008년 베이징대회를 앞두고는 전 세계 13만 7000㎞ 해외 순회에 나섰지만 가는 곳마다 티베트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신에게 바칠 만큼 ‘거룩한 불꽃’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된 건 어쩌면 이피테스의 계략이 빚어낸 태생적 결과가 아니었을까. 개막 122일을 앞두고 시계가 멈춰 버린 2020 도쿄올림픽의 성화는 숱한 ‘수난사’에서도 목록 맨 위로 이름을 올릴 게 틀림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집중 피해를 입은 지역의 재건을 내세우며 도쿄대회 성화를 ‘부흥의 불’로 명명했다. 그러나 첫 주자부터 릴레이를 외면한 가운데 성화는 봉송 대신 치른 전시 행사에서 불과 7만여명만 직관한 ‘민망한 불’로 전락했다. 올림픽 개최국이 성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침체된 자국의 경기 상황과 함께 자신의 지지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도 역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왜곡되고 통제된 정보와 수치로 방사능 피폭 우려를 묵살한 모습이 베를린 광장에서 평화로 포장한 나치즘을 피 토하듯 연설한 히틀러의 그것과 묘하게 오버랩될 뿐이다. 올림피아제의 성화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바친 불이었다. 그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몰래 훔친 뒤 인간에게 내줘 문명의 길을 걷게 한 신이다. 이름을 풀어쓰면 ‘먼저 생각하는 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에게 바쳐진 불꽃이 올림픽 성화가 되고, 그 성화가 온갖 수난을 당할 것을 과연 미리 내다봤을까. 지난 26일 모습을 감춘 도쿄올림픽 성화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긴 잠’에 빠져들었다. cbk91065@seoul.co.kr
  • 천안함 피격은 왜 ‘북한 소행’인가 [밀리터리 인사이드]

    천안함 피격은 왜 ‘북한 소행’인가 [밀리터리 인사이드]

    문 대통령 “北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함체, 아래에서 위쪽으로 분출하듯 꺾여화약성분, 수거 어뢰 부품 등 증거 명확일부서 논쟁…유족들 “가슴 무너진다”3월 4번째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입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를 추모하는 날입니다. 특히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도발로 일어난 천안함 피격사건은 지난 27일로 10주기를 맞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55용사 유족들에게 허리를 굽혔습니다. 이날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문 대통령과 나눈 대화가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윤 여사는 문 대통령 곁으로 다가가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명확히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윤 여사는 “사람들이 누구 짓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북한)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제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늙은이의 한을 꼭 좀 풀어달라”고 다시 호소했습니다. 유족들의 거듭된 호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의 거듭된 확인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온갖 억측과 논쟁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늙은이의 한을 꼭 풀어달라” 그래서 정부가 2011년 3월 26일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를 다시 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사건의 실체를 잘 모르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그 무거운 기록을 간략하게라도 다시 옮겨보려 합니다. 천안함 피격 5개월여 전인 2009년 11월 10일 오전 11시 27분. 북한의 상해급(150t) 경비정 ‘등산곶 383호’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습니다. 서해 2함대사령부는 인근 꽃게어장을 순찰 중이던 고속정 2개 편대를 긴급 발진시키고 경고방송을 했지만 북한 경비정은 이를 무시하고 2.2㎞를 남하했습니다.우리 고속정이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 경비정은 돌연 37㎜와 25㎜ 포로 조준사격을 했습니다. 이에 참수리 325호 등 고속정 4척은 20㎜ 발칸포와 40㎜ 함포로 응사했고 2분 뒤 큰 손상을 입은 북한 경비정은 북쪽으로 퇴각했습니다. 마침 참수리 325호는 제1차 연평해전 때 승리를 주도했던 함정으로, 이 해전은 ‘대청해전’으로 명명됐습니다. 군은 북한이 보복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계강화’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특이활동이 발견되지 않자 2010년 2월 18일 경계강화가 해제됐습니다. 특히 2010년 1월 북한군이 서해 NLL 인근의 해안포로 도발을 하자 상대적으로 북한 잠수함 공격에 대한 대비가 느슨해지게 됩니다. ●사건 당일 北 잠수정 등 ‘미식별’ 정보 피격 사건 당일인 2010년 3월 26일. 2함대 사령부 정보실에는 합참으로부터 북한의 기지를 떠난 연어급 잠수정 및 예비모선 수 척이 미식별됐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군은 북한 잠수함의 기지 입·출항 정보를 인지하면서도 이를 통상적인 활동으로 보고 대잠경계태세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백서는 “예전에도 이 같은 일이 수시로 있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활동으로 판단해 평시 경계태세를 유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천안함은 이날 오후 9시 22분쯤 백령도 연화리 서남방 2.5㎞ 해상에서 피격됐습니다.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함체가 두 동강으로 절단됐고 함미가 불과 5분 만에 침몰됐습니다. 함수도 함체 격실에 기름과 해수가 유입되면서 우현으로 90도로 기울었습니다.침몰 당시 승조원 104명 가운데 야간당직자 29명이 함교 등에서 근무 중이었고 함장과 기관장 등 비근무자는 간편복 차림으로 각자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좌측 후미에서 1~2초간 ‘꽝! 꽝!’ 폭발음이 나고 정전이 되면서 몸이 30㎝~1m 가량 붕 떴다가 오른쪽으로 떨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오후 11시 13분쯤 승조원 중 58명이 구조됐습니다. 함미는 4개의 밀폐된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지만 가장 큰 공간(40%)인 디젤기관실이 폭발과 동시에 급격히 침수돼 해저로 가라앉게 됩니다. 반면 함수는 7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더 큰 부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5일 뒤 82명으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했습니다. 그 해 5월 15일 쌍끌이 저인망어선이 해저 정밀탐색을 하다 어뢰 추진동력장치인 추진모터와 프로펠러 등을 수거했습니다. 미국, 영국 전문가들과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조사팀은 92일간의 조사 끝에 이 어뢰가 천안함 가스터빈실 아래 좌현 3m에 근접해 폭발했고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함체가 절단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어뢰 폭발 충격파·버블효과로 선체 절단” 합조단은 그 근거로 손상된 함체가 아래에서 위쪽으로 분출하듯 꺾여있는 모습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배의 왼쪽 부위의 손상과 외부 형상 변화가 컸습니다. ‘좌초’할 때 생기는 뚜렷한 함저부 찢김이나 프로펠러, 소나돔 손상은 없었습니다. 40㎜, 76㎜ 함포 탄약이 그대로 회수돼 탄약고 폭발이나 연료탱크 폭발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또 어뢰 폭발에 의한 수압 발생과 타격 형상이 명확해 ‘좌초설’, ‘피로파괴설’, ‘내부 폭발설’ 등 다른 가설은 힘을 잃게 됐습니다. 아울러 인양된 함체에서 HMX, RDX, TNT 등의 폭약 성분이 검출돼 고성능 폭약이 들어있는 수정무기에 의해 피격돼 침몰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일부 증거들은 ‘시뮬레이션 검증’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는 고성능 폭약 250㎏을 넣은 길이 7.35m의 어뢰 ‘CHT-02D’로 지목됐습니다. 쌍끌이 어선으로 수거한 어뢰 부품은 북한이 해외에 소개한 ‘CHT-02D’ 설계도면과 일치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직접 입장을 내 어뢰 부품에 쓰여진 ‘1번’이라는 글자를 문제삼았습니다. 그들은 “합조단이 주장한 대로 함선 공격에 250㎏ 정도의 폭약이 사용됐다면 어뢰추진체의 온도는 적게는 325도, 높게는 1000도 이상 올라가 잉크가 완전히 타버린다”고 주장했습니다.●北 “펜으로 ‘1번’ 안써” 발뺌하다 들통 심지어 “우리 군수공업 부문에서는 어떤 부속품이나 기재를 만들 때 필요한 숫자를 펜으로 쓰지 않고 새기고 있다”고 발뺌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쏜 122㎜ 방사포 로켓 파편에서 펜으로 쓴 ‘①’이라는 숫자가 확인돼 이 주장은 신뢰를 잃게 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확인한 핵심증거들은 재판 등에서 여러차례 인용됐고 지금까지 크게 변화된 것이 없습니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규정한 정부의 입장도 확고합니다. 정부와 해군은 천안함 피격사건 10주년을 계기로 신형 호위함 중 1척의 함명을 ‘천안함’으로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북한의 주장이 옳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십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설득할 방법은 이제 없는 것 같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1년간 모발 8% 늘어…日연구진, 자가 모발세포 배양이식술 유효성 확인

    1년간 모발 8% 늘어…日연구진, 자가 모발세포 배양이식술 유효성 확인

    자가 모발의 특정 세포를 배양해서 이식하는 신기술이 탈모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대 등 연구진은 이런 자가 모발세포 배양 이식술을 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그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자는 33~64세 남성 50명과 여성 15명을 대상으로, 각 후두부에서 소량의 두피를 채취한 뒤 배양센터로 보내 ‘S-DSC’로 명명된 세포 가공물을 획득해 배양했다. 그러고나서 이 세포물질을 다시 각 참가자의 두피에 1회 주사한 뒤 1년간 모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살폈다.그 결과, 세포물질을 이식한 두피 부위에는 위약을 주사한 부위보다 모발이 늘거나 굵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최대 8% 정도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를 주도한 쓰보이 료지 도쿄의대 피부과 교수는 “우리는 이 연구가 탈모증에 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기술은 한 번 세포를 이식하면 매일 사용하는 일반 발모제와 달리 효과가 지속한다는 장점이 있고, 면역 거부 등 부작용도 없어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를 실제 치료법으로 사용하려면 탈모증이 있는 두피 전체에 수차례 주사해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앞으로 이와 같은 추가 임상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미국피부과학회(AAD)가 발행하는 미국피부과학회지(JAAD·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최신호(5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그대들의 피로 지킨 이 바다… 오늘도 굳건히 지킵니다”

    “그대들의 피로 지킨 이 바다… 오늘도 굳건히 지킵니다”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이한 26일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10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행사’가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개최됐다. 해군은 이날 “행사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천안함 용사들의 유가족과 생존 장병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 앞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천안함 46용사 다시 부르기’에 참여한 생존 장병 김윤일(32) 예비역 병장은 “오늘만은 사랑하는 전우 46명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보고 싶다”며 이창기 준위와 최한권 원사 등 고인이 된 동료의 이름을 그리움을 담아 불렀다. 그는 “그리움과 아픔, 분노라는 마음의 파도를 묵묵히 잠재우고 전우들이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왔다”며 “그대들의 피로 지킨 이 바다를 오늘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한편 국방부는 앞으로 해군에 인도되는 신형 호위함에 천안함의 이름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 군은 차기 한국형 호위함 중 한 척을 천안함으로 명명하는 것을 검토해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과 충정을 기리고, 자랑스러운 천안함 46용사의 해양 수호 의지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체계개발이 진행 중인 울산급 ‘배치3’ 신형 호위함(3500t) 1번함 또는 2번함에 천안함의 이름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번함은 이르면 2024년에 해군에 인도될 계획이다. 이날 천안함 46용사 추모행사에 이어 27일에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5회 서해수호의 날’이 개최된다.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로 희생된 서해 수호 55용사를 추모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3월 네 번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곁을 바꿔야 세상도 바뀐다 … 엄마들, 집안에 페미니즘 들이다

    곁을 바꿔야 세상도 바뀐다 … 엄마들, 집안에 페미니즘 들이다

    살면서 스스로 ‘여자’라고 인식하며 산 적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할 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삶을 계획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좀 달라졌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는 매일같이 ‘여자’라는 성별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삶이 펼쳐졌다. “아, 나에게 자궁과 젖이 있구나. 내가 여자구나.” 이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답답한 마음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비혼 여성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독서 모임에 나갔지만 페미니즘 이슈에서 기혼 여성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을 때 ‘역시 비혼과 비출산이 답’이라는 이야기가 돌아오곤 했다. 애초에 결혼과 출산을 후회하려고 고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조언이 일종의 벽처럼 느껴졌다. 이성경씨가 2017년 말 기혼 여성들의 언어를 탐구하는 페미니즘 모임 ‘부너미’를 직접 꾸리게 된 계기다.이씨는 ‘곁을 바꾸는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의 이름을 한옥의 아궁이에서 발생한 열기가 방바닥으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인 ‘부넘이’에서 따왔다. 부넘이는 불을 땔 때 연기가 역류하지 않게 막아 집안에 온기가 돌도록 돕는다. 집안에 페미니즘 이슈를 들여왔을 때 가족 구성원들의 반감 없이 현실적인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논의를 하자는 의미에서 붙인 명칭이다. 누군가는 기혼 여성을 ‘가부장제 부역자’라고 거칠게 비판하지만 부너미 구성원들은 페미니즘이 유별난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강조한다. 결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느낀 아주 사소한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멀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이슈와 관련한 책을 읽고 기혼 여성 당사자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부너미의 구성원 가운데 김은희·유지은·은주·이성경씨를 만났다. 결혼·출산 후 마주한 성차별 사소한 내 주변의 ‘곁’ 하나라도 바꿔보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인식하게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은주 결혼 전에는 장애인, 여성, 빈민, 노동자, 이주민 등 소수자의 삶에 연대하는 사회운동을 하면서 페미니스트를 연대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로 두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 후에는 임신과 출산 등 제 주변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삶의 태도가 됐어요. 김은희 결혼 후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작가의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읽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게 됐어요. 이전부터 소수자, 약자, 여성 이슈에 관심은 많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은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졌거든요. ‘페미니스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모든 성별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책 속의 정의를 만나고부터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에 동참하자 다짐했죠.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 변화가 있나요. 이성경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저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저만의 언어를 갖게 되고 변화의 욕구도 생겼어요.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도 생겼죠. 그러고 나니 집안 분위기도 변하고 남편과 대화하는 내용도 달라졌어요. 단적인 예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전에는 남편이 주말마다 학원에 가는 동안 제가 독박 육아를 했었거든요. 그게 내조라고 생각하고 제가 아이 둘을 돌보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이젠 저도 주말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저의 단절된 경력을 보완하기 위해 밖에서 사회적인 활동을 하죠. 부너미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곁을 바꾸는 페미니즘’이에요. 거창한 이론은 모르더라도 작은 일, 사소한 일 하나만이라도 바꿔 보자는 거죠. 그게 꼭 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될 수도 있고요. 제가 넘어야 할 벽은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 30여 년을 살았으니 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남성 중심 사고가 얼마나 많겠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정말 당연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훈련 중입니다. -결혼한 페미니스트로서 결혼 혹은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나 고충이 있나요. 이성경 결혼 전에는 남편과 ‘한 사람’ 대 ‘한 사람’으로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는 동안 남편은 ‘남자’고 저는 ‘여자’라는 사실이 선명해지더라고요. 제가 집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남편과의 관계를 평등하게 맞춰 놓아도 양쪽 집안까지 바꾸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1년에 몇 번 못 만나는 가족들이라는 생각에 타협하는 쪽으로 선택할 때가 있어요. 모성 신화를 비판하면서도 엄마 역할을 더 잘하지 못한다고 자책을 하기도 하고요. 결혼 제도 안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깨트리겠다는 건 끊임없이 무너지는 일이에요. 분노했다가 타협했다가 스스로 끊임없이 분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의 페미니즘은 ‘모순과 혼란의 페미니즘’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남편이 저와 함께 페미니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덕분에 부부간의 성평등 지수가 많이 올라갔어요. 2017년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부너미는 지난해 기혼 여성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민들레)를 통해 기혼 여성들이 육아, 경력 단절, 가사 불평등으로부터 겪는 각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혼 여성이 결혼 제도 안에서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역할을 맡으면서 경험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 ‘유별난 여자’가 되는 상황 속에서 ‘결혼하고 애 낳은 여자들’에게 페미니즘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가부장제의 부역자’ 편견 넘기 기혼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 고민 -첫 책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요. 이성경 부너미 구성원 중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제목 붙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결국 토론 끝에 제목에 ‘페미니스트’를 넣은 건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 자신이 경험한 어떤 답답함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이야말로 페미니스트라는 걸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김은희 이 책의 제목이 많이 회자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어렵게 생각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이즘’(ism)이 붙으면 낙인 효과 같은 게 있잖아요. ‘그 생각에 동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야’라며 선 긋기를 하는 게 있는데 이 책에는 기혼 여성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덕분에 입소문이 나서 엄마들끼리 선물하고 그러면서 제목을 다시 언급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일각에서는 결혼한 페미니스트를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표현으로 일컫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을 모두 거부하는 ‘4B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유지은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타이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가 진짜 페미니스트이고 가짜 페미니스트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가부장제 문화라고 봐요. 우리 안에서 누군가를 가려내기 위한 싸움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4B 운동을 엄청 지지해요. 그런 방식으로 본인들의 힘을 표현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해) 싸우는 분들도 있고 저희 같은 사람도 있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싸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책이 나온 지 약 1년 만에 부너미는 두 번째 책을 통해 좀더 논쟁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는 4월 발간을 앞둔 책의 제목은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와온)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섹스’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꽤 파격적인 제목이다. 섹스리스, 돌봄·가사 노동과 섹스, 남편의 성폭력, 혼외 섹스와 성매매 등 ‘기울어진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기혼 여성 11명이 직접 썼다.부부 사이의 ‘기울어진 섹스’ 굴욕적 부부관계 만든 섹스 금기 분위기 -기혼 여성의 섹스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성경 전작에서 결혼한 여성이 오롯한 ‘나’로 서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담았다면 이 책에서는 부부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섹스 불평등에 관한 책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건 꽤 오래됐어요. 출산 후 맘카페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거기에서 종종 접했던 섹스에 대한 기혼 여성들의 고민이 큰 충격이었어요. 여성들은 출산 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남편의 섹스 고민까지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화가 났죠. 일부 남성들이 속 편하게 ‘섹스 거부는 이혼 사유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굴욕적으로 느껴졌어요. ‘남편의 섹스 만족도를 고민하는 여자들만큼 아내의 섹스 만족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편은 얼마나 될까’ 질문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죠. 유지은 이번 책에서는 단순히 기혼 여성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성(性)과 자신의 신체에 무지했는지, 왜 이렇게 섹스에 대해 말하기 힘든지에 대해서도 다뤘어요. 공교육, 사회 분위기, 스스로에 대한 금기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책에서 기혼 여성이 섹스를 즐겁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성 불평등 때문이라고 짚으셨는데요. 이성경 책 저자로 참여한 분 중 한 명이 ‘기혼 여성은 섹스로부터 소외된 존재’라고 말씀하셨어요. 여자들이 소외되는 건 결혼하고 출산하고 엄마가 되면 자신의 에너지를 아이를 돌보는 데 쏟는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간혹 여성들이 성욕이 없어서 그 남편들이 가엾게 그려질 때가 있는데 잘못됐다는 거죠. 가정에서 가사나 육아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성욕이 없다기보다 그 성욕을 표현할 여건이 안 된다고 보이거든요. 은주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남편과 대화를 했는데 부부 사이에서 섹스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성차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감정을 드러내고 욕구를 정상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지 못한 남성들이 특히 성욕을 공격적으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만 표출하도록 학습화돼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어요. 여성에게도 같은 억압이 학습화돼 있고요. 그게 바로 성차별에 기인한 부부간의 섹스 불만족 혹은 섹스로 인한 불화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성경 한국 사회는 성에 보수적인 편이고 여성이 결혼 전에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결혼 후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역할에 허덕이느라 섹스는 삶의 우선순위조차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애보랴 일하랴 바쁜 와중에 풀어야 할 불평등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 ‘섹스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지고요. 여러 명이 정말 큰 용기 내 완성한 책입니다. 저희의 이야기를 화두 삼아 더 평등하고 건강한 섹스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38노스 “북한판 에이태킴스, 핵 탑재할 만큼 커보여”

    38노스 “북한판 에이태킴스, 핵 탑재할 만큼 커보여”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21일 발사된 북한의 지대지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핵무기를 탑재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38노스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KN-24라고 명명하고 미사일의 직경과 탄두 탑재 용량 등을 추정해 전술용과 전략용 양쪽 모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평안북도 선천 일대서 두발의 발사체를 북동쪽 동해상으로 발사하고 다음날 전술유도무기 발사라고 밝혔다. 38노스는 이 미사일에 대해 외견상 에이태킴스(ATACMS)와 비슷하다면서도 미사일 비행거리에서 차이가 난다고 봤다. 20여년 전에 개발된 미국의 에이태킴스가 160~560kg의 탄두를 장착하고 300km를 비행한다면, 북한이 21일 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는 410km를 날았다. 보고서는 북한이 시험발사시 탑재한 중량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500kg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보고서는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직경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610mm인 에이태킴스보다 긴 700~850mm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KN-24가 미국 에이태킴스의 직경 610mm에 가까운 복제품이라면 적재함의 직경이 540mm에 불과하기 때문에 북한이 2017년 공개한 핵폭발장치를 담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름 600mm의 핵무기를 장착하려면 본체의 직경이 700mm~750mm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KN-24의 직경 추정치는 이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38노스는 “KN-24는 북한 핵장비를 탑재할 수 있을 만큼 크지만 북한이 KN-24에 핵무기로 무장할 의도가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KN-24를 이중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일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비밀의 봉인’, 도쿄올림픽 성화는 어디로 갔을까

    ‘비밀의 봉인’, 도쿄올림픽 성화는 어디로 갔을까

    미야기현 도착 이후 엿새 만에 짧은 행로 마치고 내년 대회 때까지 ‘긴 잠’에 돌입후쿠시마·이와테·미야기 등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서 7만 5400명 관람개막 122일을 앞두고 화석처럼 멈춘 도쿄올림픽, 그런데 성화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일 일본에 도착한 올림픽 성화는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마지막 전시를 끝내고 긴 잠’에 들어갔다. 일본 도착 엿새 만이다. 이른바 ‘부흥의 불’로 명명된 도쿄올림픽 성화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지난 24일 합의대로 그리스에서 재채화를 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내년 대회까지 일본 내에 머무르게 된다. 성화는 이와키시의 아쿠아마린 파크 전시장에서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약 3600명의 방문자에게 마지막 모습을 드러냈다. 관람객이 성화를 감상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데는 단 15초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예정된 시각에 행사를 마친 성화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스포츠 전문 닛칸스포츠는 “성화는 전시대에서 작은 랜턴으로 옮겨진 뒤 도쿄 인근 지바현의 번호판을 단 렌터카에 실려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는 “보안상 행선지는 밝힐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 스포츠호치는 “성화는 당초 출발점인 후쿠시마의 J-빌리지에 보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성화는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집중 피해를 겪은 미야기, 이와에, 후쿠시마 등 3개현을 각 이틀씩 돌아 모두 7만 5400명이 관람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성화까지 모습을 감춘 가운데 2021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은 올해 일정대로 7~8월에 열릴 공산이 크다는 일본 언론의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바흐 IOC 위원장이 “2021년 여름에 한정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한 뒤 하루 만이다. 스포츠호치는 26일 “가장 유력한 안은 여름에 개최하는 것”이라며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도 ‘여름 개최를 목표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회 스케줄과 성화 봉송, 수송 등 올해의 ‘포맷’을 변경없이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시기가 겹치는 세계수영·육상대회도 일정 조정을 약속해 ‘장벽’은 더 얇아졌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돈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IOC가 내년 7~8월을 축으로 각 종목 국제연맹(IF)과 연기된 도쿄올림픽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여수 정치권, ‘여순사건’ 논란 점화된 이유는

    여수 정치권, ‘여순사건’ 논란 점화된 이유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수 정치권에 ‘여순사건’의 정당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다 정부의 토벌군 진압 과정에서 주민 1만 1000여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지난 1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아 군사재판에서 희생당한 민간인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다. 억울하게 희생된 지 72년 만에 국가가 잘못을 인정한 사건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수·순천 등지에는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채 통한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많을 만큼 여순사건은 쉽게 사그러지 지지 않는 아픔이다. 이런 와중에 여수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김회재 후보가 공식 자리에서 ‘여순사건’을 ‘여수순천 반란사건’으로 왜곡 발언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정의당 김진수 후보는 지난 24일 여수 마래터널 인근에 위치한 여순사건 위령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순반란 운운한 김회재 후보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후보는 “김회재 후보가 2018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여순사건을 여수순천 반란사건으로 명명해 여수를 반란의 도시, 여수시민을 반란군의 후예로 낙인찍었다”고 분노했다. 그는 “제70주기 여순사건 추모사업 실행위원장을 맡아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였던 당사자로서 결코 김회재를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검사장 출신의 김회재 후보는 변호사 개업 후 여수산단 대기오염 배출수치 조작사건에서 대기업을 변호하고, 서민 생계를 차단한 여수수산물특화시장 대표이사의 변호사를 맡는 등 돈과 권력을 쫓는 행보를 보여왔다”며 변호사 수임료 공개를 촉구했다. 무소속 권세도 후보도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회재 후보의 여순사건 역사 왜곡망언은 있을 수 없는 일로 큰 충격이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권 후보는 “김회재 후보의 문제 있는 역사인식과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공감능력 부재에 심히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김회재 후보는 “그런 발언을 했는지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와우! 과학] 초전도체는 우주서 자연 발생…운석서 증거 첫 발견

    [와우! 과학] 초전도체는 우주서 자연 발생…운석서 증거 첫 발견

    초전도 합금의 흔적이 운석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초전도현상이 나타나는 도체인 초전도체가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인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이하 UC샌디에이고)와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공동연구진은 지구상에 떨어진 크고 작은 운석 표본 15점을 조사·분석해 그중 두 표본에서 초전도성 입자들을 발견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 연구자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초전도체 흔적을 찾아낸 두 표본은 109년 전인 1911년 호주 남부 지역의 작은 마을 문드라빌라(Mundrabilla)에 떨어진 같은 이름의 이 나라 최대 운석인 철운석과 25년 전 남극에 떨어진 GRA 95205로 명명된 유레일라이트 운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과는 지구에 떨어진 시기는 물론 성분도 다른 두 운석에서 초전도 합금이 발견됐다는 것을 보여주므로, 앞으로 다른 운석에서도 이런 증거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 연구자는 생각한다.UC샌디에이고의 이반 슐러 박사(물리학과 교수)와 동료 박사들은 이번 연구에서 자기장 변조 극초단파 분광법(MFMMS·Magnetic Field Modulated Microwave Spectroscopy)으로 불리는 극히 민감한 측정 기법을 이용해 소행성이나 혜성의 파편인 운석 조각들을 분석했고, 그중 두 표본에서 초전도 성질을 띠는 이리듐과 납 그리고 주석으로 된 합금 알갱이를 찾아냈다. 이들 입자는 절대온도 5K나 영하 268℃ 정도로 냉각됐을 때 초전도성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과거 주로 실험실에서 특정 합금이 초전도체임을 보여줬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초전도체가 우주에서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대해 슐러 박사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시사점은 우주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초전도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슐러 박사와 같은 대학 동료 연구원들도 처음에 자신들의 조사 결과를 그리 신뢰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은 나중에 연구에 참여한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측에 검증을 의뢰해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들이 중요한 발견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초전도체의 발견은 자기부상 열차에서부터 양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와 밀접하게 관계돼 왔다. 초전도체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저항 없이 원자끼리 전기를 전달하므로, 열을 과하게 전달하거나 그로 인한 결과로 다른 에너지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23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부겸 대구 사무실에 “문재인 폐렴” 계란 투척

    김부겸 대구 사무실에 “문재인 폐렴” 계란 투척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 의원 선거사무실이 계란 투척을 당했다. 김부겸 의원은 2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어젯밤 어둠을 틈타 누군가 제 선거사무실에 계란을 투척하고, 우리 당과 대통령을 빈나하는 글을 붙였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김 의원의 대구 선거사무실에 계란을 던지고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 민주당 OUT”, “신적폐 국정농단, 혁명, 문재인을 가두자”라는 내용을 각각 적은 종이를 출입문 양쪽 기둥에 부착했다. 김 의원은 “대구에서 치르는 네 번째 선거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늦은 밤에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계란을 던진 것은 폭력이다. 분노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 장면이 담긴 건물 CCTV 화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김 의원은 “막내 비서가 계란 껍데기를 주워 담는 사진을 봤다. 속에서 피눈물이 났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이 두 달 이상 두려움과 긴장에 싸여있는 대구에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이 민심을 어떡하자는 말인가”라고 말했다.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 담으려 한다”면서 “CCTV가 있어 경찰에 일단 신고는 했으나, 일을 크게 벌이지는 않겠다. 저까지 흥분해 대구 시민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계란을 던지려거든 제게 던지라”며 “이를 악물고 싸우겠다. 코로나에 맞서 끝까지 대구를 지키겠다. 증오의 정치에 맞서 통합의 정치를 외치겠다.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원과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은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계란을 던진 것은 분명한 폭력행위”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과정인데,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불법 행위”라며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의원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며 “경찰은 지체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수사에 착수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n번방 처벌법’ 국민청원 성립…문 의장 “가담한 공직자 엄벌”

    ‘n번방 처벌법’ 국민청원 성립…문 의장 “가담한 공직자 엄벌”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 등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청원 요건이 충족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사이버 성범죄의 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전날 오후 국회 청원사이트에 게재된 지 하루 만인 24일 오후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회는 청원 가운데 30일간 10만명이 동의한 건에 한해 소관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토록 한다. 청원인 김모 씨는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이 선고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7∼10년 정도로 현행법상 강력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훨씬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해당 청원의 성립을 보고받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에 신속한 입법을 요청했다. 국회는 이르면 25일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를 결정해 이 청원을 회부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개인의 영혼을 갉아먹는 악질 범죄”라며 “특히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규모가 방대하고 수법이 악랄해 개인적으로도 극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의장은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이 합당하고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가 즉시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이번 청원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신속하게 입법화해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입법 시에는 반인륜적 범죄를 주도한 주모자는 물론 가입 회원 전원에 대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가담 여부를 더욱 명명백백히 밝혀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에도 ‘n번방’ 사건을 비롯해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국회는 지난 5일 이를 반영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여성 단체들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지 못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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