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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기후는 왜 변하는가

    지구는 살아 있다.뜨거운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듯 지표혹은 바다나 땅 속에서 활발한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다.지구 자체의 에너지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기후를만들어주어 이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지구 탄생 이후 기후가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기후는 긴 세월을 두고,혹은 짧은 기간 동안에 크고 작은 변화를 보여왔고 그러한 속에서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적응하며 생존하거나 멸망하기도 하였다. ‘기후변화’는 왜 일어날까.이는 지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지구상의 기후변화는 장기간의 변화와 단기간의 변화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장기간의 변화는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판의 움직임과 지구궤도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지표는 약 10개 정도의커다란 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이러한 판은 지역마다 차이가 나지만 대략 1년에 2∼15㎝ 정도 움직인다.판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육지와 해양의 면적이 변하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표면이 받아들이는태양에너지가 달라지고 바닷물의 순환에 변화를 일으켜 기후변화를 가져온다. 이렇게 판의 움직임으로 인해 지구의 기후는 수천만년 동안에 걸쳐 서서히 변한다.즉,판의 움직임은 대기의 조성,해수의 순환 및 해수의 온도를 변화시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태의 지구기후를 만들어낸다. 또한 지구 자전축 기울기 변화나 지구가 우주 공간을 운행하면서 나타나는 주기운동의 복합적인 작용도 장기적인기후변화를 일으킨다. 밀랑코비치의 학설에 따르면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나 궤도 변화에 따라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면서기후변화를 초래한다고 한다.이에 따르면 10만,4만 1000,2만 3000년 주기로 기후변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주기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초래하는 주 메커니즘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약 100∼500년 전의 소빙하기,500∼1000년 전의 중세 온난시기,6000년 전의 전 지구 온난기,1만년 전과 1만8000년 전의 빙하기와 같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기후변화도 있다. 이와 같이 짧은 주기의 기후변화는 정확히 원인을 하나로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태양의 활동이나 화산작용 또는 해저 심층수 순환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큰 원인이라고볼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IPCC)의 발표에 따르면앞으로 100년간 대기온도는 평균 2∼6도 상승하리라 예측하고 있다.과거 150년의 관측기록을 보면 그 때의 기후변화는 그 이전(150∼1만년 전)에 있었던 기후변화에 비해변동폭이 크지 않은 매우 안정된 상태였다.과거 150년의가뭄 또한 그 이전과 비교하면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그 이전의 가뭄은 200년 이상 지속되는 매우 긴가뭄으로 문명의 붕괴(예 마야문명)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자연적인 기후변화와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해져 미래의 기후가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대상이다.어쨌든 과거에 일어났던 변화가 미래에 다시 일어난다면 앞으로 일어날 기후변화는 과거 150년동안 우리가 즐겼던 안정된 기후는 아닐 것이다. 특히 자연적인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와 같은 인간의 영향에 의해 더욱 가속된 물순환의 변화 때문에 최근 빈발하는 가뭄,홍수,황사,혹한,고온 등과 같은 이상기상들은 우리 인류가 걱정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지혜를 모을 때이다. 안명환 기상청장
  • [씨줄날줄] 노무현의 운명론

    운명(destiny)은 ‘사전에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다.‘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일이 벌써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일단 ‘운명론자’의 길로 발을 디디는 것이다. 실제 넘기 어려운 높은 벽에 부딪쳤을 때 인간은 비로소운명의식에 눈을 뜬다고 한다.운명론의 뿌리는 깊고 가지도 다양하다.‘사람이 아무리 선행을 베풀어도 신이 미리예정한 멸망을 바꿀 수 없다.’는 기독교적 구원론에서부터 ‘인간사 모두가 운명의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소박한 신앙의 숙명론도 있다.모든 노력을 해봤자 헛일이라는 허무주의(니힐리즘) 역시 바탕에는 운명론을 깔고 있다. 운명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탈출의지를 강조한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도 있다.실존주의자들은 살아봤자 허무하지만 존재의 결단으로 자유를 찾자고 주장한다. 최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가 집중 소개되고 있다.더 첨부할 요소가 있다면 노 후보의 운명론이다.한 기자는 대선주자 8명을 집중 해부한책에서 “노후보는 운명론자”라고 지적한 대목이 눈길을끈다.이어 그 기자는 “노 후보는 운이 따라줘 대통령이되면 좋고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후회는 없다는 다분히 운명론적 사고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노 후보는 잔재주를 피우지 않아도 자신에게 운이 따르면 큰 일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노 후보가 갖고 있다는 운명론이 어떤 동기로 형성됐을까.‘비바람 몰아치는 황야에서 잡초처럼 성장해온’ 그는 정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노 후보의 운명론이 얼마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가늠할수 없다.다만 그가 가망없는 지역을 골라 세번이나 출마해 낙선한 것이나 유력신문을 적으로 삼으면서 노골적인 공격을 퍼부은 심정에는 ‘잘 되면 좋고,안 되도 그만’이라는 운명론이 작용했다는 인상이 짙다.앞뒤를 잰다면 하기어려운 행동이 빈발한 탓이다. 이제 노 후보는 재집권을 노리는 집권여당의 대선주자다.그가 설령 운명론에 기울어 있다고 해도 ‘해보다 안 되면 말고’식으로 행동할 단계는 지났다.그가 낙선하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국민의 운명을 바꿀 지도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그가 설혹 운명을 믿는다 해도 앞으로는 적극적인 의지와 판단력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상일 논설위원bruce@
  • 한국고대사는 ‘四國시대’

    ◇ 미완의 문명 7배견 가야사(김태식 지음/푸른역사 펴냄). ‘미완의 문명 7백년 가야사’(전 3권,김태식 지음,푸른역사)는 우리 고대사를 주도해온 ‘삼국시대’ 논리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다분히 신라인의 시각에서 정립된삼국시대라는 개념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가야사를 소외시켰고,이는 결과적으로 삼국시대 이전의 천년 세월을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 책의 서설 제목 ‘가야를 포함한 사국시대를 제창하며’는 저자(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이러한 출발점에서독자를 향해 던지는 ‘새로운 고대사 인식’을 위한 명제다. 저자는 왜 한국 고대사가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로 설명돼야 하는지에 대한 명제풀이를 통해,가야가 왜(倭)나백제의 속국이었다는 주장이 난센스이며, 가야사 복원이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입증하고자 한다.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을 추려보자. 왜 사국시대이어야 하는가.먼저 역사상 ‘삼국시대’는가야멸망(562년)후 백제멸망(660년)까지 98년에 지나지않아 한국 고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때문에 가야 연맹이 등장한 기원전 4세기 경부터 562년까지를 사국시대로 설정해 한국 고대사를 재구성해야 한다. 지배면적으로 볼 때도 가야는 경상남·북도의 낙동강 유역과 그 서쪽 일대를 점유했다.최전성기엔 전라남·북도동부지역까지 지배했다. 이는 전성기의 고구려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백제나 신라에 비하면 손색이 없다. 가야가 소국 연맹체제에 머무른 채 고대국가를 완성하지못해 하나의 국가로 취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그러나 가야연맹은 고구려·백제·신라와 관계를 맺을 때 하나의 정치체제로서 역할을 하였다. 또 출토 유물 등으로 미루어 개별 소국들의 생산력이나 기술수준도 매우 높았다.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원전 1세기부터 700년 가까이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독자적인 역사를 유지했다. 고대사에서 가야사가 소외된 또 하나의 이유는 근대 이후 연구주체가 일본 학자들에게 넘어가면서 가야사가 임나일본부설을 중심으로 한 고대 한일관계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왜국이 200년가까이 가야를 지배했었다는 이 학설은일제강점기때 일본의 한국지배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임나일본부설은 그러나 가야지역에서 일본문명의 흔적을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은 물론 일본학계에서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여기서 가야사 복원은 변질된 한일 고대 관계사를 바로잡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92년 서울대에서 ‘가야제국연맹의 성립과 변천’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십수년간 가야사 연구에 매달려 왔으며,학계에서 ‘김가야’란 별명을 얻을만큼 독보적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 나온 가야사 관련 자료와 연구성과물을 집대성했다는 점,그리고 관련 지도 58장,유물·유적 실측도 111장,사진 254장 등을 첨부하는 등 우리나라에선 거의 유일하게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가야사 개설서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1·3권 각 2만9800원,2권 2만8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
  • 에듀토피아/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교실 밖에 어둠이 깔린지 오래지만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학생들은 색종이를 오리고 접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다.정육면체를 만들고 그안에 삼각뿔 세개를 집어 넣어 보며 신기한 듯 이리저리 돌려보며 눈을 반짝인다.초등학교 미술시간이 아니다. 수학교사 50여명이 직접 학생의 입장이 되어 종이접기를 실습해 보며 다면체의 원리를 익히고 부피를 계산해보는 시간. 전국 수학교사 모임 ‘수학사랑’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인하대에서 개최한 ‘제4회 매쓰 페스티벌’의 한 워크숍풍경이다.진주 대아중학교 김권수 교사는 “직접 만들어 봐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가르칠 수있다.”며 혹시라도 잊어버릴까봐 몇번씩이나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공식을 달달 외우고 문제를 푸는 수업 방식을 바꿔 보려는교사들의 아이디어는 톡톡 튄다. 예를 들어 정답에 대한 보기를 숫자가 아니라 글자로 준다. 여러 문제의 답을 죽 쓰면 하나의 문장이 된다.정답을 맞춰야만 문장이 완성되기 때문에 푸는 즉시 맞았는지 틀렸는지알 수 있다.보통 시구(詩句)나 격언을 제시하기 때문에 문장 교육도 함께 할 수 있다. 네모 안에 여러 식을 나열해 놓고 2X,5X 등 동류항을 찾아색칠하면 하트 모양의 그림이 완성되기도 한다.자신이 푼 정답과 같으면 예스(YES),다르면 노(NO) 방향으로 가면서 미로의 끝을 찾아가는 방식,바둑판 모양을 그려 문제의 답을 다쓴 뒤 빙고 게임으로 정답을 맞추는 문제풀이도 있다.제시된 숫자를 좌표 위에 그리면 완성되는 별자리 등 숫자만 보면‘머리가 아픈’ 학생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실제로 체험할 수 없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속도와 농도문제는 러닝머신의 원리와 소금·물알갱이 그림으로 해결했다.오차의 한계와 유효숫자는 ‘움직이는 저울의 숫자를 믿을 수 있나 없나.’라는 질문으로 원리를 이해시킨다. 이 행사에 처음 참가했다는 인천 광교여중 김은희 교사는“이렇게 재미있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지 몰랐다.”면서“다음 학기부터 적용해보고 싶어 벌써부터 들뜬다.”고 말했다. 4개의 전시방에서는 닮은꼴을 그리는 도구,원뿔 제작기 등다양한 교구들이 눈길을 끈다.5개의 끈으로 12개의 정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으로 구성된 공을 직접 만들어보며 축구공의 원리를 이해하는 ‘세팍타크로 공 만들기’는 교사들에게 최고 인기다.학생들과 만든 수학신문,학교 주변의 시설물을 조사해 통계를 활용해보는 실습 보고서 등 교사들의 고민이 녹아든 현장의 교육자료도 전시됐다. ‘수학사랑’은 94년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만든 모임이다.현재 전국에 회원이 3500여명에이른다.매주 한차례 이상 세미나에 참여하는 회원도 25개팀에 150명이나 된다. 매년 여름방학 때는 학생들을 위한 ‘체험수학전’을 연다. 겨울방학에는 1년간 연구한 재미있고 다양한 수학 교수법을발표하는 행사를 개최한다.이번 행사에서는 발표회만 60여개,워크숍은 21개가 열렸고 전국 각지에서 교사 400여명이 참가했다. 최수일 수학사랑 부대표(용산고 교사)는 “답을 찍는 훈련이 학생들을 수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면서 “원리를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수학 교육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영화로 배우는 수학. 수학공부가 지긋지긋한 학생이라면 영화를 통해 수학에 흥미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큐브]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작은 큐브(정육면체)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정육면체 퍼즐 ‘루빅스 큐브’에 갇힌 여섯사람의 이야기.큐브는 외벽,순환을 하는 내부,내부와 외벽을 연결해주는 방으로 나눠진다.방의 개수는 26³=17576이고,외벽의 개수는 방 한 개를 더해 27³이다.각 공간에 다리 역할을 하는 방을 더하면 총 방의 개수는 17576+3.수학의 문외한이 보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되지만 소수,테카르트 좌표 등을 이용,함정을 뚫는 스릴을 통해 수학의 매력에 흠뻑빠져들 수 있다. [다이하드3] 주인공은 악당이 제시한 퍼즐을 풀어야만 도시에 설치된 폭탄을 막을 수 있다.직접 문제를 풀어보자.‘이가방에는 폭탄이 설치돼 있다.주변에는 5ℓ와 3ℓ의 물통이하나씩 놓여 있고 이를 이용해 정확하게 4ℓ의 물을 가방 위에 올려 놓아야만 폭탄이 터지지 않는다.’[제5원소] 입체도형 가운데모든 면이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진 정다면체는 5개뿐이다.플라톤은 정사면체,정육면체,정팔면체,정이십면체,정십이면체에 불,흙,공기,물,우주공간이 각각 대응된다고 보았다.영화는 이 5가지 원소를 이용해 외계인의 공격으로 멸망할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한다. ■“프랑스·한국 교육방식 천양지차”. “프랑스에서 두 아이가 교육받는 것을 지켜보았더니 정말한국과 비교되더군요.” 지난 16일 굴곡 많은 인생 여정 끝에 먼 타향 땅을 떠나 영구 귀국한 홍세화씨(55). ‘남민전’ 사건으로 망명 길에 오른지 23년만이다.그는 지난 95년 자전적 고백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귀국 하루만이라 피곤할텐데도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어’ 17일 수학사랑 행사를 찾았다.원래 말주변이 없다며 소년처럼 수줍게 말문을 열었지만교육문제 얘기로 들어가자 날카로운 비판들을 쏟아냈다. “프랑스는 ‘끌어올리기’ 교육인 반면 한국은 ‘추려내기’교육입니다.” 그는 원인을 역사적인 데서 찾았다.공화주의를 위해피를 흘린 경험이 있는 프랑스에서 교육은 신분적 질서를 깨뜨리는 의미를 갖는다.하지만 한국은 일제와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질서와 위계를 재생산하기 위해 교육이 이용되었다는 것. “물론 프랑스에서도 교육을 통해 계층이 재생산됩니다.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점에서한국과 다르죠.” 공교육비 지원에 인색한 현실도 꼬집었다.“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는 신학기마다 학용품비로 30만원을,대학 때는 매년 250만원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진보와 보수는이 학용품비를 가정형편에 따라 차등 지급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싸운다.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인문계,자연계 할 것 없이 수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라틴어,철학 등의 성적은 부모와 집안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수학은 개인의 능력이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단 2%에 불과하지만 엘리트 코스인 그랑제꼴의 입학시험에서도 수학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들의 고3 성적표를 보여줬다.경제사회반임에도 수학 과목이가장 위에 있었고 철학,역사,사회경제등의 순이었다.본인의 점수,최고점,평균점,최하점과 과목마다 교사의 의견이 적혀 있었다.석차는 없었다. “수학을 통해 소수의 엘리트를 거르지만 철학을 통해 비판적 안목을 키워 균형있는 인재를 키우게 되는거죠.” 학창시절 공부를 잘해 ‘얼결에’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그는 여전히 엘리트에게 책임과 역사의식을 가르치지 않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아쉬워했다. 김소연기자
  • 세시풍속으로 본 의미/ 말은 영물…길·흉 예시 지혜의 상징

    2002년은 임오년(壬午年),말의 해다.십이지(十二支)의 7번째 동물인 말(午).시간으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방향으로는 남쪽,달로는 음력 5월을 지키는 방위신(神)이자시간신(神)이다.우리 민족의 정서와 각별한 유대가 없는 띠동물이 있을까마는 민속신앙에서 차지하는 말의 상징적 의미 역시 어느 띠동물 못지 않게 크다. 말의 가장 큰 민속문화적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영물’(靈物)로서의 이미지다.동부여의 금와왕 탄생신화가 실린 ‘삼국유사’에 주목할만한 대목이 나온다.“북부여의 왕 해부루는 늙도록 아이가 없었다.하루는 산천에 제사하고 후사를비는데,타고 있던 말이 큰 못에 이르러 큰 돌을 마주 대하며 눈물을 흘렸다.이에 왕이 이상히 여겨 돌을 들추니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애가 있었다.왕이 기뻐하며 이를 거두어 이름을 금와라 했다.” 고구려 주몽,신라 혁거세 등의 신화에서도 말이 국조 탄생을 알리는 신비한 동물로 묘사되기는 마찬가지.또 백제가 멸망할 때 흉조를 예시해준 지혜로운 동물도 말이었다. 신체상의 이미지로 볼때는 자연스럽게 박력과 생동감으로연결된다.예부터 말의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탄력있는 근육,기름진 모발,단단한 말굽과 거친 숨소리 등은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으로 인식돼 왔다.‘훌륭한 장수가 탄생하고 죽을 땐 어디선가 명마(名馬)도 함께 태어나고 죽는다’고 했던 옛속설도 그와 무관치 않다. 어떤 상황에서건 ‘재수없다’는 핀잔을 듣지 않는 띠동물로도 드물게 손꼽힌다.오히려 액을 막고 행운을 부르는 덕있는 동물로 대접받은 흔적이 설화와 고대 유물에서 자주 확인된다.고분에서 발견되는 3㎝ 크기의 말 부적.휴대하기 쉽게만들어 옛날부터 액막이용으로 썼다는 게 학자들의 풀이다. 넘치는 생동감 탓에 별난 띠타령을 불러일으킨 게 말띠해의 흠이라면 흠이다.‘말띠 여자 팔자 세다’는 속설이 바로그것. 하지만 민속학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이라고 일축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천진기 학예연구관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들에 말띠를 꺼리는 속신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말띠 왕비가 많았다”면서 “말띠 태생의 부인을 꺼린 일본의 습속이 일제강점기 무렵에 엉뚱하게 국내에 퍼진탓”이라고 설명했다. 황수정기자 sjh@
  • [김삼웅 칼럼] 해학과 여유있는 정치를 위하여

    한국의 민족성과 문화와 관련하여 크게 잘못 인식돼온 것은 우리가 한(恨)의 민족이고 문화가 한의 문화란 주장이다. 거듭되는 환난과 지배층의 억압으로 한이 맺히고 한의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어느 측면 한많은 민족이고 한맺힌 민중임에 틀림이 없다. 고구려 멸망 이래 늘 강폭한 외세침략과 지배를 받으며 약소국가의 설움을 겪고 짜먹힘을 당해왔다. 문학과 예술,노랫말에 한을 정조(情調)로 삼는 것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성이나 문화의 본질이 한이라는 주장은‘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 아닐까. 오히려 민족성과 문화의 바탕은 해학과 여유랄 수 있다. 해학과 여유를 통해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면서 정체성을 지켜왔다. 거듭되는 환난과 압제로 켜켜이 쌓이고 맺힌 한과 원(怨)마저 해학과 여유로 녹이고 이를 신명으로 바꾸었다. 얼음을 얼음으로 녹이지 못하고 불을 불로 끌 수 없듯이한은 한으로 풀리지 않는다. 오로지 해학과 여유로만 풀릴수 있다. 춘향전이나 심청전 등 대표적 고전문학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말의재치·골계·넉살·풍자 등 이른바 해학은 서양의 유머나 조크와는 품격과 질(質)이 다르다. 우리처럼 해학이 넘치는 민족도 드물다. 다만 왜정과 미군정,전쟁과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살벌한 군사용어와 족보 없는 외래어가 판치면서 여유와 해학을 잃게 되었다. 민족문화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한 문화·예술인들의 책임도 적지않다. 요셉 보이스는 예술이 정치·사회·경제·학문 등의인류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 중이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의 자살폭탄테러로 이스라엘 민간인 2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보고를 받고 “인구비례로 따지면 미국인이 2,000여명이나 살해당한 것과 같다”고 촌평하여 미국인들의 동정을 샀다. 그무렵 부시 미국대통령은 9·11테러를 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초등학생의 질문을 받고“뭐 저런 엉터리 조종사가 있나 하고 말했다”고 답변했다.진솔한 답변이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국회 탄핵안 처리와 관련 정당들의‘야바위집단’ ‘무덤속의 마른 뼈다귀’ ‘몰염치' 등 논평을보면 살벌하고 끔찍하기 그지없다. 우리 정치인들은 여유와해학이 없다. 정제된 용어사용과 촌철살인식 코멘트를 모른다. 조상들은 고초와 간난 속에서도 여유롭고 멋스럽고 신명나고 호쾌한 언어를 통해 감정과 이해를 조절할 줄 알았다. 민족문화와 예술은 이런 토양에서 자라났다. 양반과 서민의갈등을 풍자한 하회탈놀이,흥부전이나 배비장전 등 포복절도할 해학,서산 마애삼존불의 넉넉한 미소,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 속에 나타난 여유,중모리·중중모리로 이어지면서 경쾌하고 다채로운 선율의 해학성을 보여주는 판소리 진양조…. 우리 전통문화는 한결같이 해학과 여유가 넘치고웃음이 담겼다. 조상들은 곤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처럼 웃음과 관련한 풍부한 형용사를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눈웃음·코웃음·비웃음·쓴웃음·헛웃음·너스레웃음·너털웃음·껄껄웃음·빙그레웃음,허허·히히·훗훗·헛헛·헤헤·하하·호호·흐흐·킥킥 등 색조와 음조가 다양하다. 조선 중기,최대 정적 사이인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 중병에걸려 남인의거두 허목에게 화제(和劑)를 내어주길 청했다. 양쪽 측근들이 ‘비상을 넣을지도’,‘누명을 쓸지도’모른다며 만류했지만 허목은 약제를 내어주고 송시열은 그약제를 먹고 회복되었다. 싸우면서도 여유와 신뢰를 잃지않았다. 일제 말기,어느날 월남 이상재 선생이 종로 YMCA의 연설장에 들어섰다. 좌중을 둘러보더니 “엄동설한에 때아닌 개나리가 만발했구나!” 한마디로 눙쳤다. 총독부의 순사와 헌병·밀정들을 타매하는 촌철살인이었다. 유신초기, 유진산과 정일형이 신민당 당권투쟁에 나섰다. 온건론자인 진산(珍山)과 강경론자인 정박(鄭博:정일형)의대결이었다. 정박의 공격에 진산 왈 “당나귀(鄭)는 버드나무(柳)에 묶여야 안전한 법이야!”라고 좌중을 웃겼다. 오늘, 해학과 여유있는 정치는 불가능한가. 김삼웅 주필 kimsu@
  • [굄돌] 감동의 작은 박물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나는 수집을 하겠다’라고 말하는 노교수 한 분이 계신다. 지금은 대학원강의만 하는 사학과 명예교수로 평생을 옷이라고는 검정 양복 두 벌 뿐이었다.선생은 50년 가까이모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집해 왔다.자신의 6·25 직후교과서부터 오늘자 신문의 광고전단까지.물론 학술적으로중요한 자료들과 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도 포함되어있다.선생은 박물관을 세워 일반에 공개하려는 소망이 있으나 지금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태평양 연안의 아주 작은 마을을 방문했을 때 혹시나 하고 ‘무슨 박물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그랬더니 ‘유리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었다.우리 나라로 보자면 박물관이 있을만한 규모의 도시가 아니었는데 의외였다.그 박물관은 결코 큰 규모가 아니었고전시 중인 유물들도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다.그러나 짜임새있게 진열되어 있었고 유리 유물들을 본뜬 수많은 공예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박물관은 한 개인이 자신의 수집품으로 만든것이었다.문화 교육의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박물관에 자주 가보는 것이라 하겠다.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일지라도 가까운 곳에 박물관이 있는 것이 좋겠고 또 박물관도 오는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으면 좋겠다. 방문객들이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일 터.감동이 드문 시대에 앞서 간조상들의 유품들로부터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문화인만의 특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개인이나 지방자치 단체가 박물관을 규모있게 만드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선진국에 비해박물관 수가 적고 박물관에 한 번 가는 것이 큰 행사가 되고 있다.서운하게도 서울의 인사동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의 거리에서 작은 규모일지라도 특색있는 박물관을찾기 어렵다. 아직 정식 박물관을 차릴 처지는 안되나 열정어린 수집물을 보유한 개인들이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후원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그런 준 박물관이나 준 미술관이 성숙해서 정식 박물관이 되는 것을 보는 것 또한즐거움과 감동을 주리라. 나해철 시인·성형외과원장
  • [종교간 화해의 길] (5)갈등 넘어 화합의 세계로

    예수와 석가에 따르면 어버이가 낳아준 나(ego,自我)는‘참나’가 아닌 ‘거짓나’에 불과하다.이 거짓나를 참나로 알고 사는 것은 속는 일이다.석가와 예수는 어버이가 낳아준 멸망의 나(ego,自我) 밖에 하느님(니르바나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인 ‘얼나’(Dharma,soul)를 깨달았다.득도한 뒤에 카필라성에 돌아온 석가는 부왕 슈도다나(정반왕)에게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고,연등불 이래의 붓다의후예”라고 하였다.예수도 출가한 뒤에 고향 나사렛에 돌아와 어머니 마리아를 보고 “여인이여,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고 하였다. 석가와 예수도 몸으로는 어버이의 자식인 것을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영원한 생명인 얼나로는 육친의 어버이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석가는 80살에 열반하면서도 ‘얼나로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여의어서 영생한다’고 하였다.예수도‘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얼나를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므로 종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다’(요한 5:24 필자의 역)고 하였다.노자(老子)의 도(道),장자(莊子)의 참(眞),공자(孔子)의 덕(德),맹자(孟子)의 성(性)도 같은 얼나이다. 류영모도 ‘예수,석가에게 나타났던 영원한 생명이 나에게도 나타났으니,영원한 생명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만은 틀림없다’(『다석어록』)고 하였다.개체는 서로가 다르지만 하느님이 주신 얼생명으로는 공통된 한 생명인 것이다.류영모는 이를 ‘귀일(歸一)’이라고 하였다.예수·석가·노자·공자 그리고 저 무함마드(마호멧트)까지 하느님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그 손가락만 쳐다보지 말고,손가락이 가리키는 하느님을 바라보자는 것이다.그런데 안타깝게도 하느님은 보려고 하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있다. 귀일은 하느님을 가르쳐 준 스승조차도 뛰어넘어 하느님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예수가 ‘너희는 스승 소리를 듣지말아라.너희 스승은 오직 한 분(하느님)뿐이고,너희는 모두 형제들이다’(마태오 23:8)라고 한 것도 하느님이 너희들의 스승님이시니 하느님께로 가야한다는 귀일신앙을보여준 것이다. 귀일에 이르면 얼나로 통하는 하나의 생명인데 갈등이 있을 수 없다.문제는 영원한 생명인 얼나를 깨닫기가 어렵다는것이다.얼나를 깨닫지 못하니 하느님을 잘 몰라 불교도는석가를,기독교도는 예수를,유학자는 공자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석가·예수·공자를 신앙의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석가·예수·공자의 신앙을 본받아 하느님(니르바나님)을 신앙하여야 한다.내게 온 얼나는 우주 안팎에 가득찬성령이시다.그 성령이 하느님(니르바나님)이시다.하느님은다른 이가 아니라,우리의 참나로 시작도 없고 마침도 없는영원한 생명이시다.그 얼나(성령)가 맘 속에 샘솟으므로 하느님이 계신 것을 안다. 예수·석가·공자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면 서로가 잘났다고 뽐내거나 우쭐하겠는가? 그들은 이미 탐·진·치(貪瞋痴)의 수성(獸性)을 죽여 다투는 자아가 없다.한 얼생명으로살게 되므로 이심전심이 되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종교간의 갈등은 아집(我執) 때문이다’라고 한 것은 정곡을 찌른 말이다.거짓나요짐승나인 자아를 죽이고 얼나로 솟날 생각은 하지 않고,자아를 강화하여 아집만 부리는데 이게 무슨 신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9.11 대참사 이후 ‘이슬람’이 세인들의 화두가 되었다.이슬람은 무엇이며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무슬림의 수가 13억에 이르는 대종교라지만 톨스토이는 기독교의 한 분파로보았다.예수의 엘리 하느님이나,무함마드의 알라 하느님이나 같은 유일 절대의 하느님인 것이다.또한 아랍민족이나이스라엘민족이나 다 같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이다.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미워하고 죽이고 할 까닭이 없다.서로 싸우는 것은 하느님을 빙자한 아집인 것이다.나(ego)를 죽여야지 왜 남을 죽이는가?예수와 무함마드가 만나면 싸울 것 같은가.무함마드는 예수를 매우 존경하였다.무슬림들이 예수를 비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예수는 무함마드에게 ‘칼을 도로 칼집에 꽂아라.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마태오 26:52)라고 다시 한 번 깨우쳐 줄 것이다.무함마드가 메카에서 13년 동안 기도와 인내로 동족인 꾸라이쉬족의 박해를 이겨냈을 때 그는 예수의 제자요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알라 하느님의 아들이었다.이상적으로 말하면 그때 무함마드가 예수처럼 순교의 길을 걸었어야 했다. 히즈라(hijra,이주)의 길을 택한 무함마드는 메카에서 메디나로만 옮긴 것이 아니라,신앙인에서 정치인으로도 옮겼다. 그리하여 무함마드는 종교인으로서는 실패하였고,정치인으로 성공하였다.대 이슬람왕국을 세운 영웅으로 카라일이 예찬하였다.예수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요한 18:36)라고 한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군주로서는 명군이라고 할 수 있다.남의 집 머슴에서 아랍을 통일하는 이슬람왕국을 일으켰으나,예언자에 머물려고 하였지 군왕이 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종교의 입장에서는 무함마드의 지하드(Jihad,聖戰)를 인정할 수 없다. 무함마드는 방어전만이 지하드라고 이야기하였으나,무함마드 자신도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그래서 나쁜 말을 듣기도 했다. 무함마드의 생애를 집필한 H·하이칼은 무함마드가 성전(聖戰)을 변호하기를 예수도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오 10:34)고 호전적인 말을 하였다고 지적하였다.이는 예수의 말을 잘못 안 것이다. 그 말에 뒤이어 가족 사이에 불화하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성령인 진리의 칼로 혈연을 끊어 가족이나 민족을 초월하라는 말인 것이다.예수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이가 내 어머니요 내 형제라고 말하였다. 선사(禪師) 임제는 부처님을 죽여야 한다는 살불(殺佛)이란 말을 곧잘 썼다.끔찍하지만 옳은 말이다.불교도는 부처님을 죽이고,기독교도는 예수를 없애고,무슬림은 무함마드를버리고 하느님께로 업그레이드(up grade) 해야 바른 신앙에들어설 수 있다. 그때 종교간의 갈등이란 있을 수 없다. 박 영 호 성천문화재단 연구위원. ■박영호 위원은 다원주의 선구자 '다석'의 애제자. 193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59년부터 81년까지 20여년 동안 다석(多夕) 류영모(柳永模)를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았다.현재 성천문화재단의 다석사상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성천아카데미에서 다석사상과 함께 노장사상을 강의하고 있다.다석사상에 관한 글을 모은 ‘다석사상전집’외 ‘중용 에세이’‘다석어록’‘다석 추모문집’‘노자’‘장자’‘다석 류영모 명상록’ 등의 저서가 있다. ■‘다석 류영모가 본 예수와 기독교'. 다석의 애제자인 박영호 위원이 다석의 핵심 사상을 가장정확하게 풀이했다고 평가받는 책(두레刊)이다. 젊어서 기독교 신앙에 들어갔던 다석은 불교와 노장(老莊),공맹(孔孟)사상 등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사상을 두루 섭렵,이 모든 종교와 사상을 하나로 꿰뚫는 혜안을 일찍부터가졌던 ‘종교다원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다석은 모든 종교와 고전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상호 텍스트’ 방식으로 읽고 탐구해 어느 곳에도 묶이지 않는 열린 사상의 소유자로 추앙받고 있다.특히 여러 종교의 교의와 방법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그 궁극적인 진리는 ‘하나’로서 끝내는 같다는 주장을 일찍부터 폈다. 최근 서방세계에서 그에 대한 연구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있다.궁극적인 진리를얻기 위해선 상대세계를 벗어나 절대세계를 추구해야 하며 상대세계를 넘어설 때 인간은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일치하여 하나가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위원은 이 책에서 다석의 사상 가운데 절대세계를 추구하는 것은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 자아와 육신을 중심으로생각하는 ‘몸나’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아인 ‘얼나’(靈我,기독교에서의 성령)를 찾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람은 이 ‘얼나’를 찾아 참다운 자아에 이를때 절대세계,즉 ‘하나가 되어 생사를 넘어서는 참다운 자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박 위원은 책에서 “다석이 본 예수와 예수의 가르침은 기독교의 교의신학과는 달랐다”고 주장한다.“예수와 예수의 가르침은 십자가에 못박혀 흘린 예수의보혈로 속죄받는다는 십자가 신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다석이 본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핵심은 사도신경에 입각한 교의신학이 아니라 ‘제나’(자아,ego,몸나)를 없애고‘얼나’(영아,성령)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얼나’만이 참된 나이며,이러한 ‘참나’에 이를 때 사람은 진리에이르러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관점에 서서 교의신학의 베일을 벗기고 예수와 기독교를 바라본 다석의 핵심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예수 석가를 다 몰랐다.누구를 존경하고 좇는다고 하지만 다 제 욕심 채우려 드니까 모르게 되는 것이다.예수·석가는 바른 말을 했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들었다”는 부분이이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 [김삼웅 칼럼] 뉘라 ‘역사의 가정’을 부질없다는가

    ‘마침내’ 미국의 아프간공습이 개시되었다.지난달 11일무역센터와 펜타곤이 테러공격을 당한 지 28일만에 미국과영국이 아프간공습에 나선 것이다.테러사건과 보복전의 세계적인 전란에도 한반도가 안전지대로 자리잡은 것은 6·15정상회담의 성과라는 평가다. 그동안 소강국면에서 북한상선의 침범과 ‘평축행사’해프닝 등 불상사도 따랐지만 남북정상회담의 큰 틀이 유지되고한반도가 세계적 위기상태에서 한발 비켜선 것은 다행이다. 국제냉전종식 이후에도 이데올로기대립·문명충돌·종교전쟁·영토싸움·자원쟁탈전 등 지구촌의 폭력가능성은 상존한다.여기에 21세기형 ‘추악한 전쟁’으로 불리는 국제테러단의 도발까지 끼어든다.한반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외생(外生)변수들이다. 국제정세가 불안할수록 남북한은 대화와 협력관계에 성실한 자세가 요구된다.국방부는 지난 6일 경의선 관련 군당국간 합의서의 서명·발효를 위해 남북군사실무회담수석대표접촉을 제의했다.경의선철도 연결 및 도로개설 공사를 더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철도담당 고위 인사가 평양을 다녀가는 등 러시아의 횡단철도와 한반도의 종단철도 연결에 국제적 관심사가 높다.한반도를 중심으로 남북한과 중국·러시아·일본·몽골 등 동북아 심장부를 관통하는 대륙철도 연결은 우리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북한에도 많은 이익이 따르고 남북평화체제 구축에 기반이 된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는 여전히 쌀이 남아 처치곤란해도 나눠줘선 안되고,대통령의 말꼬리나 잡아 색깔론을 펴고,화해협력을 흠집내는 냉전세력이 여론을 좌우한다.맹자는 식자(識者)중 ‘하지하(下之下)’는 “터럭을 불어 흠집을 찾는(취모멱자:吹毛覓疵)무리”라 했다.세계사의 큰 흐름,분단사의 아픔을 외면하는 소인배들을 일컫는 말이겠다. 역사상 남북분열 시대에 남북은 세차례의 중요한 회담을가졌다.과거 두차례 회담은 실패하여 민족사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고,최근의 회담은 진행형이라 아직 속단은 이르다. 제1화:서기 642년 이맘때,신라의 강자 김춘추는 선덕여왕의 내락을 받고 단신으로 고구려 수도 평양성을 방문했다.당시 신라는백제의 침공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김춘추는 연개소문과 만나 ‘양국의 오랜 상쟁 중단’을 제안하고백제공격을 위한 군사지원을 요청했다.이에 연개소문은 90년째 점령중인 구고구려 영토인 죽령 이북의 땅을 돌려주면 구원병을 보내주겠다고 딴죽을 걸었다. 결국 ‘제1차 남북회담’은 결렬되고,구금됐다가 귀환한 김춘추는 당나라 군사를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7세기 중엽 남북의 두 강자가 대륙정세를 꿰뚫고 협력체제를 구축했다면 고구려·신라의 운명은 물론 한국고대사는 크게 달랐을 것이다. 제2화:1949년 4월 백범 김구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해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않겠다”면서 38선을넘어 북한에 갔다.김규식과 함께 평양에서 김일성,김두봉과 만나 분단으로 찢어지는 민족을 다시 묶으려 노력했지만성공하지 못했다.얼마후 백범은 암살되고 남북은 6·25전쟁에 이어 반세기 넘는 분단사를 겪고있다. 제3화:2000년 6월13일 김대중대통령은 국적기를 타고평양으로 날아가 6·15남북정상회담을 갖고 5개항에 합의했다.적대관계의 두 정상이 평화와 협력문제를 논의한 것 그 자체가 큰 변화이고 획기적인 일이다. 김춘추와 연개소문,김구와 김일성의 회담이 성공했다면 한국사의 흐름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잃지 않았을지 모르고,6·25동족상잔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뉘라 ‘역사의 가정(假定)’을 부질없다 하는가.역사는 부단히 다시 해석하고 가정하고 교훈을 도출해야 한다.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 하지않던가. 남북회담은 진전돼야 한다.민족문제만큼은 정파를 뛰어넘어야 한다.과거 ‘남북회담’의 실패나 이번 미국 테러와보복전의 교훈이라면 남북한이 점점 벌어지는 의식과 사고,이에 따른 문화와 행동양식이 또다른 ‘문명’의 길로 갈라서기 전에 협력과 공존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김삼웅 주필 kimsu@
  • 신간 맛보기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성완경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 ‘제 9의 예술’이라는 공식 평가를 빌지 않더라도 만화는 이제 어엿한 주요 예술로 자리잡았다.그러나 재미만이 아니라만화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품격’을 던져준 책은 드물었다.인하대 교수인 저자가 만화를 만난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는 “만화엔 훌륭함이란게 있다”면서 “단번에 사랑에빠졌다”고 고백한다.‘만화의 세계’에서 만화의 개념·형식을 설명하고 오늘날 문화지형도에서 어디쯤 와있나 알아본다.이어 유럽과 미국,남미의 역사를 징검다리로 삼아 세계만화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30여명의 작가들을 골라 그격을 ‘만화의 세계’‘세계만화사’‘세계의 만화가’등 세편으로 꾸몄다.1만2,000원. ◇허드슨 강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레이 황 지음,권중달옮김,푸른 역사 펴냄)= “역사 속의 인물과 사건은 변하지 않는다.변화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국내에 적지않은 고정팬을 갖고 있는 재미 타이완 역사학자 레이 황의 거시적 역사관을 설명해주는대목이다.이런 역사관은 진시황의 중국 통일을 개인 능력의 탁월함에서 찾지 않는다.대신 기후·지리적 요건과 정치사상의 결합으로 해석한다.또 지은이에게 당나라의 멸망은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놀음 탓이 아니라 당시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두가지 예에서 알 수 있듯,사람들이 널리 알고 있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일단 관심을 끈다. 그 바탕에는 자신의 중국 관광 경험이나 미국에서의 세상살이가 자리한다.2만원
  • [김삼웅 칼럼] 언론사대주의와 IPI의 추태

    역사에서 가장 사악한 무리는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을 해치는 행위다. 과거 그런 일이 적지 않았고 지금도 그치지않는다. 당나라 군대를 불러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는당태종을 칭송하는 데 군신이 하나가 되었다.진덕여왕은 이른바 ‘삼오(三五)의 덕’을 칭송하는 시를 비단에 수(繡)놓아 당태종에게 바쳤다.‘삼오’란 삼황(三皇)과 오제(五帝)를 말한다. 수백만명의 ‘동이족’을 죽이고 고구려 넓은 땅을 빼앗은흉적을 ‘삼오의 덕’에 빗댄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아직‘동족의식’이 싹트기 전이라 치자. 그동안 로마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황사영백서’가 지금 서울에 돌아와 전시중이다.이 백서는 종교탄압에 저항하는 내용이 없지 않지만 외세를 끌어들이려는 문건이다.△청이 조선을 병합하고 그 공주를 조선왕이 취하여 의관을 하나로 할 것 △서양에서 군함 수백척과 정병 5만∼6만명,대포 기타 필수병기를 가지고 와서 조선국왕을 위협하여 선교사의 입국을 자유롭게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제국말 일진회수령 송병준은 일본에 건너가 “현하 세계대세의 추세로 볼 때 또 동양의 다난한 현세에 처하여 조선국민이 능히 조선의 독립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조선의내치·외교를 일본정부가 맡아줄 것”을 청원했다.일진회장이용구도 조선통감 스네 아라스케에게 ‘합방청원서’를 제출하여 나라를 헌상하는 일에 앞장섰다. 한국의 언론상황을 관찰하겠다고 방한한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제대로 조사활동을 하기도 전에 한국을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으로 선정,발표한 것은 국제언론기구의공정성을 결여한 일탈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세금포탈과 횡령혐의로 구속된 신문사주들과 국정홍보처장,야당총재를 면담하고는 서둘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여당관계자·방송사장·시민단체 대표들과도 만나기로 한 약속을 깨고 결과부터 발표한것은 납득하기 어렵다.‘사전각본설’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IPI는 구속중인 방상훈조선일보 사장이 부회장 겸 한국위원회 위원장이며 조선일보기자가 사무책임을 맡고 있다. 5월에도 언론세무조사를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탈세언론사를 비호했다. 국회문광위 이미경의원은 IPI의 과거행적과 관련,“긴급조치 9호가 발효되던 때 한국언론을 미국,스위스의 수준으로평가하는 등 결정적 고비마다 독재의 치열한 로비에 휘말려방향감각을 상실했다”고 자료집에서 공개했다. “1980년 300여명의 언론인이 쫓겨난 것은 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고 전두환대통령과 면담하면서 “언론자유는 원칙론이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독재정권을 편들었다. 이런 전력의 IPI를 불러 한국의 언론상황을 왜곡하고 국가이미지에 먹칠하는 족벌언론사의 탈선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족벌신문들은 IPI조사단의 불공정한 조사내용은 대서특필하면서 같은 시기에 조사활동중인 국제기자연맹(IFJ)대표단의 “일부언론의 납세의무 등 공적책임 망각”“IPI ‘감시국’지정은 일방적 잣대”란 지적은 축소보도했다.따라서현업기자들의 조직인 IFJ보고서는 외면하고 사주·발행인들의 이익단체인 IPI에만 의존하는 ‘족벌신문과 IPI의 유착설’이 나도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서의 고전인 ‘허친스보고서’는 “언론의 자유는 언론이 공공의 이익과 부합될 때에만 언론을 발행하는 사람들의 권리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주의 범법을 사죄하고 거듭나려는 몸부림보다 ‘외세’에 의존하여 진실을왜곡하고 나라 망신시키려는 족벌언론은 이제라도 ‘공익에부합되는’지면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연개소문이 죽고 권력싸움에서 밀려 당나라에 반부(叛附)한 장남 남생(男生)이 당군의 향도가 돼 본국을 침법하자둘째 남건이 “아무리 권세에 눈이 멀기로 외적을 이끌고동족을 치는 자가 어디 사람인가!”라고 호통쳤다. 김삼웅 주필 kimsu@
  • [데스크칼럼] 폴 케네디의 충고

    ‘트라팔가 해전 승리 100주년 기념식을 한 나라가 200주년인 2005년에도 건재할까?’ 답은 ‘아니오’다.트라팔가승리의 주인공 대영제국은 지금 군사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과거의 영광을 잃은 지 오래다. 서울에 온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의 논지는 이런 명제 위에서 출발한다.‘스파르타도 로마도 멸망했다.그리고대영제국도….지금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지만 과연 미국의 영광은 끝없이 계속될까?’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아니오’라는 게 그의 답이다. 국력의 최고 정점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이 이 번영을지속시키기 위해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이란 이름으로 지혜를 내놓았다.케네디 교수가 들려주는 국가 대전략의 개념들은 과연 우리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있는가라는 심각한 자문을 던지게 한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 퇴진,이한동 총리의 처신을 둘러싼 정치권의 요동으로 온나라가 뒤숭숭하다.햇볕정책은 DJ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국가 대전략중 하나다.그런 국가 전략이주무장관 한 명의 퇴진으로 흔들린다면 문제다.임 장관이물러났으니 이제 햇볕정책은 끝인가? 아닐 것이다. 동구 변혁의 선례는 북한이 나아갈 길이 변화 외에 다른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이를 유도하는 우리의 대응이 햇볕정책이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사실상 많지 않을 것이다.학자들은 공산주의의 체제몰락을 ‘역사의순리(logic)’라고 부른다.역사의 수레바퀴는 거꾸로 돌릴수도 없지만 무리하게 빨리 돌릴 수도 없다. 역사의 마디마디에는 그때의 주역들이 있다.냉전의 역사를끝내는 데는 고르바초프와 바웬사, 조지 부시, 헬무트 콜의역할이 있었다.하지만 지금 고르비는 러시아에서,바웬사는폴란드에서 2류 정치인이 돼있다.지금 그들의 고마움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업적이 부인되지는 않는다. 개인과 그가 한 역할은 구분돼야 한다.임 장관 공방은 국가 핵심 전략의 운명이 마치 장관 개인의 거취에 달린 듯착각하게 만들었다. 케네디 교수는 미국의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다음의 통계를 들었다.인구:세계인구의 4%,GDP:세계의 29%,국방비:36%,인터넷 인구:40%,의학·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61%라는통계다.전세계 인구 불과 4%의 나라가 가장 창조적인 두뇌를 요구하는 의학·과학 분야 노벨상의 61%를 휩쓴다는 말이다.그는 이런 분포가 지속되는 한 미국의 번영은 계속될것이며 이를 유지하는 게 바로 미국의 국가 대전략이라고설파했다.군사력,경제력과 함께 사회적 안정,창조정신,개척정신,국민의 자긍심 등 여러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을 ‘절묘하게 조화(magical mixture)’시키는 게 바로 이 대전략의 핵심 과제다. 케네디 교수의 설명처럼 국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우리는 너무 정치 위주다.지금부터라도 국가의 여러다양한 부문들을 두루 챙기는 우리 나름의 국가 대전략에힘을 쏟을 수는 없을까. 이기동 국제팀장 yeekd@
  • 2001 길섶에서/ 합종연횡

    합종연횡(合從連衡)이란 생각이 다르더라도 큰 뜻을 도모하기 위해 힘을 합한다는 뜻이다.합종책과 연횡책을 합성한고사성어로 국력이 강했던 진나라를 중심으로 주위의 그만그만한 여섯 나라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뤄가던 중국 전국시대가 배경이다. 진의 위협에 시달리는 여섯나라에 소진(蘇秦)이란 유세가가 합종책을 제시했다.진을 제외시키고 남북으로 연결되는여섯나라가 힘을 합해 진에 대항하도록 했다.합종책이 실효를 거두어 진나라의 대외 진출을 봉쇄할 수 있었다.그러나합종책은 소진과 같은 문하였던 장의(張儀)의 연횡책에 밀려 오래 가지 못했다.진나라는 여섯나라를 이간시켜 동서로잇닿은 나라들과 선린관계를 만들었다. 진나라는 연횡책을발판삼아 그 유명한 원교근공책으로 여섯나라를 하나씩 멸망시켰다. 역사는 흔히 반복된다고 한다.‘다른 사람’과 손을 놓거나 잡을 때에는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의심을 버리고 늘 초심을 깊이 간직할 일이다.그리고 멀리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 2001 길섶에서/ 로마제국의 멸망

    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에 관해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내부로부터의 붕괴’때문이라는 관점이다. 성(聖)히에로니무스는 로마가 멸망하기 80년전 이미 제국의 몰락을 예감한 글들을 남겼다. 로마인이었던 그는 “우리 시대의 멸망을 이야기하려니 내 영혼은 그지없이 떨려온다. 게르만의 야만인들이 그처럼 강한 것도 실은 우리의죄악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몇년 뒤에는 “로마는 칼에의해 멸망하기 전에 굶주림에 의해 멸망하고 말리라”고두려워했다.히에로니무스가 죽은 지 56년 후인 476년 로마제국은 결국 망했다. 당대인인 히에로니무스의 관점은 근현대 서양 역사학자들에게 이어진다. 아놀드 토인비는 게르만족의 침입이 로마멸망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외부의 적은 고작 숨을거두어 가는 자살자의 가슴에 마지막 칼을 꽂는 구실을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극동의 작은 나라,그나마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사회가 분열과 반목을 일삼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두려운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 한국영화 ‘싸울아비’ 北 첫 수출

    오는 10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될 무협멜로 영화 ‘싸울아비’가 남한영화로는 최초로 북한에 수출된다.제작사인 모닝캄필름(대표 문종금)은 오는 12월 평양에서 ‘싸울아비’를 상영키로,최근 베이징에서 중국업자를 통해 간접접촉한 북한 영화 관계자들과 잠정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수출 가격은 민간 교류 차원의 상징성을 감안해 약 5,000달러가 될 것으로 모닝캄은 내다봤다. ‘태조왕건’의 이환경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문종금 대표가 감독을 맡은 ‘싸울아비’는 총제작비 약 40억원이 투여된 작품이다.백제 멸망 전후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유민및 싸울아비 후예들과 일본의 사무라이 간의 대결을 그린무협물로,‘싸울아비’는 삼국시대 무사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최재성,남궁원,양택조 등의 한국 배우들과 에노키다카아키,우메미야 마사코 등 일본 배우들이 출연한다.영화의 80%는 일본에서 촬영됐다. 윤창수기자 geo@
  • [김삼웅 칼럼] 8·15, 마지막 우상이 무너진다

    8·15해방은 이땅에서 우상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일왕을정점으로 조선총독과 총독체제는 거대한 우상이었다. 실제로 조선총독부는 패전과 함께 전국 1,141개의 이른바 신궁·신사를 소위 ‘승신식(昇神式)’이란 것을 지낸 다음 불태웠다. 신사참배를 강요하면서 조선인을 핍박했던 신궁과신사를 저들 스스로 소각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이성의 태양이 비치지 못한 동굴에는 늘 새로운 우상이 들어서기 마련이다. 해방군 또는 점령군 이름의 하지휘하 미군정에 이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백색·청색독재는 총독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성불가침의 우상이었다. 다행히 6월항쟁을 계기로 정치권력의 우상은 무너졌다. 민간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우상 대신 보편적 민주질서가확립되었다.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의 원색적인 비판을 받고있다. 정치권력의 우상이 사라진 동굴에 언론권력이 자리잡았다. ‘천황’과 총독을 숭상하고 군사독재와 유착하면서 엄청난재력과 영향력을 키워온 족벌언론사가 무소불위, 오만불손,무오류성으로 우상의 반열에 올라섰다. 우상이 도사린 신전, 그 추악한 장막속에는 탈세와 변칙상속 등 타락한 장사치의 범죄문서가 널려있다. 우상은 추종자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그 추종자들은 우상의 허상이 드러날 때까지 맹신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들이 대동아공영권, 반공, 근대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기수인 양 처신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지성의 도리에 접근을 방해하는 편견으로서 4종의 이돌라(idola:우상)를 지적했다. ①종족의우상 ②동굴의 우상 ③시장의 우상 ④극장의 우상이다. ①은 종족에 대한 보편적인 선입관이고 ②는 개인적 편견으로서 마치 동굴속에 있듯이 자연의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비유한 것이며 ③은 언어의 부적당한 사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있지도 않은 풍설이 나도는 것과 같은 것이며④는 논증의 잘못된 규칙이나 철학의 그릇된 학설과 체계에의하여 일어난 것으로서 마치 무대위에서 상연되는 가공의이야기에 비유되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다. 4가지 이돌라중에 족벌언론이 안고 있는 두번째 ‘동굴의우상’이 문제다. 이들은 동굴 밖에 비치는 이성의 태양을바라보지 못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개혁과 남북화해를좌경으로 치부한다. 일제시대 이래 주류세력으로 안락을 누리고 사대근성과 냉전논리에 젖어 민족의 아픔을 외면한다. 동굴 밖의, ‘우상을 무너뜨리라’는 이성의 외침을 듣지못한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안티’의 불길을 홍위병·악령으로 몰아친다. 글 안쓰기, 구독거부, 입사거부운동까지번지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언론탄압’이란 공염불만 되뇐다.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은 믿는 바가 있다. 일제가 있었고독재자가 있었고 수구세력이 있다. 또 정치권력은 유한한데언론우상은 무한하다는 맹신이 있다. 항상 기회주의 속성으로 강자편에 서는 세칭 사회원로, 사이비 지식인·문인들의추종세력이 있다. 두둑한 월급봉투가 있고 촌지도 따른다. 비록 음습한 동굴이지만 밖에 나갔다가는 햇볕에 실명할지모른다는 우려, ‘자유언론’을 외치며 동굴을 뛰쳐나간 선배들의 처절한 모습도 두렵다. 한비자(韓非子)에 ‘세유삼망(世有三亡)’의 가르침이 있다. 세상에는 ‘삼망’즉 멸망에 이르는 길이 세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쟁을 일삼는 나라가 정치가 잘되고 있는 나라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특한 생각을 가진 자가 올바른 사람을 공격하면 망하고, 도리에 어긋난 자가 정도를 걷는 자를 비판하면 망한다는 뜻이다. 족벌언론의 너울이, 그 추악한 우상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다. “일제가 200년 갈 것 같아서”친일시를 썼다던 서정주의 비극은 ‘우상’을 바로보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여전히 ‘족벌의 동굴’에서 남북협력을 ‘퍼주기’, 서민복지를 ‘사회주의’, 언론개혁을 ‘언론탄압’이라 외치는 사람들도 이제 이성을 찾을 때가 됐다. 광복절을 전후하여 ‘마지막 우상’이 무너지는 것은 국가의 축복인가, 너무 늦었는가. 김삼웅 주필 kimsu@
  • [대한포럼] 풍납토성은 국사교과서다

    서울 송파구 한강변에 있는 풍납토성에 관한 제1차 발굴보고서가 지난주 나왔다.1997년 풍납토성의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된 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식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보고서에서 문화재연구소는 ▲서기전 1세기부터 풍납토성 안에 대규모 주민집단이 정착했고 ▲‘특별한위상’을 지닌 초대형 주거지들이 확인됐으며 ▲기존에 알려진 한성백제(BC 18∼AD 475)시대의 토기 조각들이 이곳에서 거의 다 출토됐다고 밝혔다.보고서는 “한성백제 유적가운데 가장 시기가 빠르고,주거지 규모나 출토 유물의 위상으로 보아 주변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우수성이인정된다”면서 “백제 초기 왕성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결론지었다.학술적으로 신중하게 표현된 결론을 쉽게 풀어 쓰자면,풍납토성에는 서기전 1세기부터 5세기까지많은 사람이 살았으며 그 주거지 규모와 생활용품 수준에비춰볼 때 백제 초기 도읍지인 하남 위례성(河南 慰禮城)이틀림없다는 뜻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는 백제 시조 온조가 서기전18년 하남 위례성에 도읍했다는 기록이나온다.하남 위례성은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남침해 백제개로왕을 참살하고 성내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 때까지백제의 수도였다. 그러나 삼국사기에서 이미 하남 위례성의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했고,그 뒤 지금까지 학계는 서울·경기도 일대의 한강 이남과 멀리는 충남 직산까지를 후보지로 검토했다.그런점에서 풍납토성을 하남 위례성으로 확정짓게 된 것은 역사·고고학의 큰 성과다. 더 나아가 풍납토성이 갖는 실체적 진실은 ‘한 왕조의 수도 확인’이라는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 한국 고대사체계를다시 세우도록 요구할 만큼 넓고 깊다.불행히도 지금의 고대사는 일제 강점기 일본 관학자들이 세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일본 관학자들의 체계란 ▲단군의 실체는 신화일 뿐 역사가 아니므로 고조선도 사실상 믿기 어렵다(또는 무시해도 된다) ▲위만조선이 중국 한나라에 망해 한반도 중부 이북에 한사군이 들어선 것이 사실상 한국사의 시작이다 ▲특히 낙랑·대방은 4세기 초 멸망할 때까지 한반도 중부에군림했고,백제·신라는 소국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3세기에 힘의 공백지대인 한반도 남부에 진출,식민지경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일본의 한국 침략은 잃어버린 옛땅을 되찾는 당연한 일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이를주장하고자 일제 관학자들은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부인한다.삼국사기는 온조왕이 하남 위례성에 자리잡은 뒤 주변소국을 차례로 정벌해 재위 13년에 벌써 영토를 동서로 서해에서 춘천까지,남북으로 안성천에서 예성강까지 넓혔다고기록했다. 그런데도 일제 관학자들은 백제가 3세기나 되어서야 제대로 국가 형태를 갖추므로 그 이전의 활동 기록은믿을 수 없다고 강변한다. 이같은 일제 관학자들의 주장을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가지금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지만 그 그늘은 여전히 짙게 덮여 있다.예컨대 이번에 문제가 된 일본 역사교과서들은 “왜(倭)가 한반도 남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6세기에야 상실했다”고 왜곡하고 있다.우리 고교 국사교과서도 “백제는 한강 유역 마한의 한 소국으로 출발…3세기 중엽 고이왕때에 이르러…중앙집권 국가로서의 기틀을 잡아갔다”(45∼46쪽)고 서술할 정도다. 풍납토성의 전체 규모는 성벽 밑면의 폭이 40m,높이 9∼15m,총길이 3.5㎞로 추정되며 공사에 동원된 노동력은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계산된다.건국 초기에 이같은 성을 쌓은백제는 그만큼 강력한 국가였고 이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이옳았음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서기전 1세기에서 3세기까지 민족사의 실체를 되찾은 것이다.또 풍납토성이 존재하게끔 그전에 축적된 우리 역사의 두터움도 입증한다.풍납토성은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다.이 시대 우리가풍납토성을 되살린 것은 기적이자 민족사의 축복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14)생태경제학자 강원돈 박사

    ▲경제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과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로 규정돼 있습니다.여기에 ‘생명’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것이 ‘역전앞’처럼 중복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생명경제’란 용어를 쓰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하나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의 생산,분배,소비’의 균형이 깨져 생명을 위한 경제의 본 뜻이 희미해졌기 때문입니다.또 하나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은 결국 생태계로부터 취해 다시 생태계로 돌려 주는 순환구조여야 하는데 인간의 탐욕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다보니 이 순환이 깨져 버렸습니다.그 결과 첫째 생태계를, 즉 생명군(生命群)을 죽이고,둘째 후손이 사용해야 할 자원을 고갈 시키며,셋째 환경을 오염시켜지구를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는 환경문제이고 생산·분배구조는 경제문제인데양자를 묶는 까닭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두 문제가 다 넓게는 인류,좁게는 자본의 탐욕에연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구조하에서 빈곤문제와 생태계 파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말이겠군요. 그렇습니다.제가 보기에는 1992년 ‘리우 환경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경제대국들의 성장 강박증 때문입니다.이들은 여전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개인의소득이 높아지면 욕구가 높아지고 높은 욕구는 더 많은 생산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구조 말입니다.물론 포드식 대량생산 시스팀 대신 고급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신경영이도입되기는 했지만 욕망의 확대충족이라는 성장논리에서벗어나진 못했습니다.동구 멸망후 신자유주의는 이 모순구조를 더 확대 시키고있습니다.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 대안이 못된다고 보십니까?. 케인즈식 복지모델은 진작 한계가 드러났지요.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일하는 복지’인데 이것도 자본의 야수성을 그대로 둔채 복지의 방법만 손질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일하는 복지’의 핵심이 말 그대로 직업교육을 통해 재취업 시킨다는 것인데 기술의 개발속도가 워낙 빨라 한번 탈락하면 다시 따라 잡기가 어렵습니다.그러니까 열심히 교육을 받아 재취업한 사람이 예전 급료의 40% 받기가 일쑤지요.그나마 대부분 임시직이고…,지금 정부의 실업률 통계도 일시 취업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실상은 정부의 통계보다 훨씬 심각 합니다. ▲결국 그 대안은 무엇입니까. 자본의 중립화 입니다.자본의 사유를 금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무한 욕구에 대한 제동장치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것을 강제하면 자본주의 틀을 바꾸는 것 아닌가요. 노동이 경영에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는 겁니다.그래서 자본의 이해관계로 인해 노동이 희생되지 않도록하자는 것입니다. ▲노동자 권한이 강화되면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독일의 철강산업과 석탄산업이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세계최고의 생산성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무한 욕구를 제한하면 대량생산으로 인한 생태계파괴를 막을수 있다는 말은 납득이 갑니다. 자본과 노동의견제와 균형도 그렇고…, 그런데 실업자문제는 별개인 것같습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데 따라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문제 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1993년 독일의 폴크스바겐 자동차 회사 예가 있지요.그 때 회사는 노조에게 20% 감원 아니면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양자택일을 요구 했습니다. 결국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을 받아들였지요.소위 일자리나누기 입니다. ▲임금이 깎이면 가계를 줄여야 하는데 기술이 더 발달하면 노동시간을 더 줄이고 임금을 더 삭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쇠는 거기에 있습니다.가계 지출을 줄일수는 없지요.그러면 어떻게 해결 하느냐.남는 시간을 골목이나 마을 단위의 품앗이 노동으로 채웁니다.즉 일정한 단위에서 목수에소질있는 사람,정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그밖에 자동차수리,컴퓨터 전문가,페인팅,도배,배관,가전제품 수리 등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끼리 품앗이를 하는 겁니다.그러면 가계부 적자를 해결하면서 창조적 노동을 통해 보람을 찾을수도 있습니다.또 지역 공동체가 형성돼 삶의 질도높아지고…. ▲그것만 가지고 자본의 식욕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세계화 이후 자본은 이익을 찾아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습니다.말하자면 세계화 경제란 자본의 세계화인 셈입니다.그에 비해 노동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합니다.노동이 근거지를 옮기려면 새로운 언어,문화에 적응해야 하고또 혈연을 떠나 부초처럼 되기 때문에 간단치 않습니다.이렇게 한쪽은 유리한 곳을 찾아 마음대로 날아 다니고 한쪽은 고정된 위치에 있으니 자연히 불평등 계약이 성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노동의 유연성이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의 자유를 신장하는 것입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자원,금융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지역경제라야 합니다. ▲지역단위의 자급자족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가내 수공업 수준의 자급자족이 아니라 자원과 노동력,생산성을 고려한 지역경제는 여러가지 이점이 있습니다.제일급한 것이 식품인데 전국 단위의 식품의 경우 우선 원자재와 상품의 물류비용,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이 얼마입니까.또 장기간 유통시키려면 필연적으로 방부제가 들어가야 합니다.지역단위 생산과 유통에서는 재고가 남지 않고물류비용이 안들고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옛말에 ‘100리 밖에서 온 것은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생긴 말이 아닙니다. 식품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나무의잔뿌리처럼 지역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경제가 그렇다면 정치도 자연히 따라 가는 것인데 이를 지역 자치의 생명력이라고합니다. 동양의 이상국가 단위가 닭우는 소리가들리는 범위라고 하지 않습니까. ▲유사한 모델이 있습니까.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독일이 지역경제를 바탕으로일어선 국가입니다. 일례로 독일의 은행 수신고 70%가 지방은행에서 나온다면 납득이 가겠지요?▲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겠습니다. 먼저 토지의 반(半)공개념이 도입돼야 합니다.땅이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다음에 조세제도가 바뀌어 명실상부한 자치정부가 돼야 합니다.지금처럼 중앙정부에서 교부금을 타다 쓰는 지방자치는 허울 뿐인 자치입니다.이렇게 소단위 자치가 살아야 경제가 고루 활성화 되고생태계도 건강이회복 됩니다. 김재성 논설위원. △강원돈박사 약력. ▲1955년생▲한국신학대학,동대학원 졸업▲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신학박사(생태학적 노동개념)▲한국신학연구소 번역실장,학술부장 역임,▲현재:서울 강남구 은혜교회 목사,아시아경제윤리연구소소장,한국생명학연구원 연구지원처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전문위원,한신대,서울신학대학,배재대학 출강,▲저서:‘물의 신학’‘‘살림의 경제’▲역서:‘경제윤리 1,2’(A 리히) ‘하느님의 정치경제와민중운동’(U 두흐로) 외 10여권. ■생태경제학이란. 경제의 지구화가 급속히 진행되는데 각국의 금융,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혼란이야기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짧은 기간에우리 사회에 급속한 변모를 가져다 주었다.실업률이 더 높아졌고 빈부의 격차는 더 커졌고 자본과 노동의 세력관계에서 노동은 더욱 불리한 위치로 몰렸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좀더 사회적이고 좀더 생태 친화적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이들은 경제,금융정책 등이 자본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충족시키는 상황에서 이 정책들이 사회정책과 복지정책 그리고 환경정책과 결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리고여기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그바탕 위에서 모든 정책들을 조합하는,과정이 자리잡기를바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시장은 경제의 효율성을 실현시키는 한 수단이라는데 대해서도 동의 한다.그러나 이들은 시장이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는못한다고 생각 한다.따라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판단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더많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장의 규율을 제도화 해야 하는데 이과정에서 정치의 개입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기독교 사회윤리를 공부한 강원돈(姜元敦)박사는 상생의순환원리 관점에서 오늘의 신자유주의 경제를 비판하고 그대안을 말한다. 강 박사는 “본질적으로 무한 확장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자본에 시장을 맡겨 두면 언젠가는 자본자체가 무너진다”고 말한다.이는 사자의 장애물을 없애버리면 토끼와 사슴의 멸종으로 결국 사자도 굶어 죽는 원리와 같다.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서구가 일찍이 경험했던 복지병처럼 자본도 노동도 공멸하는 결과를 낳는다.‘생명경제’는 이같은 모순을 극복하고 노동과 자본 뿐 아니라 생태계까지도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경제학이다.
  • 100년뒤의 영화 앞당겨 상영?

    쓸만한 주연배우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충무로.치솟는스타의 몸값에 한숨짓는 제작자들에게 ‘파이널 환타지’(Final fantasy·27일 개봉)는 속이 후련해질 영화다.이런 상상을 하면서 영화를 보진 않을까.‘한석규 장동건 심은하이영애 이미연을 한꺼번에 한 화면속에 밀어넣어봐?’ 일본에서 제작돼 전세계적으로 3,000만부가 넘게 팔린 동명의 인기 게임시리즈를 토대로 제작된 ‘파이널 환타지’는 사전정보없는 관객들에게는 내내 헷갈리다가 극장을 나오게 할 영화다.주인공들이 진짜 사람인 지,어디까지가 실사인 지 분간이 안된다.저패니메이션의 숙련된 노하우(히로노부 사카구치 감독)와 할리우드의 막강 기술·자본력이 뭉쳐 실사보다 더 생생한 SF액션이 탄생한 덕분이다.컴퓨터그래픽의 마지막 단계가 궁금하다면,꼭 다리품을 팔아볼 만하다. 서기 2065년.정체불명의 외계생물체들 때문에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놓였다.에일리언들을 물리치는 건 헤인 장군과그레이 대위의 몫.거기에 미모의 여성과학자 아키 박사가가세한다.숱하게 봐온 SF영화의 전개방식과 다를 게 없다는 편견을 가질 즈음,영화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이 극을 움직이는 주요소재가 된다.에일리언의 공격을 받은 아키 박사의 몸속에는 이상한 포자가 자라고,박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제8의영혼만이 인류와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1억5,000만달러를 쏟아부은 영화는 ‘다국적’ 냄새를 곳곳에서 피운다.아키 박사가 꿈속에서 영감을 얻거나 지구를유기적 생명체로 해석한 설정은 저패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도 닿아있는 느낌이다. 사이버 배우들의 얼굴이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많이 닮았다.그레이 대위는 벤 애플렉과 키아누 리브스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CG영상박물관같은 장면들에 감탄하다가 문득문득가슴 한켠이 썰렁해지는 건 왜일까.‘우리가 너무 일찍 마지막 환상까지 봐버린 게 아닐까….’황수정기자
  • 2001 길섶에서/ 자물쇠

    세상에 ‘탈무드'만큼 두고두고 읽히는 책도 드물다고 한다.‘위대한 연구’라는 제목과는 달리 내용이 쉽고 재미있기때문일 게다. BC 586년 신바빌로니아에게 멸망한 이래 수천년동안 이민족의 온갖 박해를 견디어 온 유태민족의 혼이담긴 책이라선지 따끔한 가르침으로 다가올 때가 적지 않다. ‘자물쇠 가르침’ 역시 탈무드 얘기다.문에 자물쇠가 잠겨 있으면 정직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그러나남의 물건을 탐하는 사람은 자물쇠가 있더라도 결국은 들어간다는 것이다.그렇지만 자물쇠마저 채워져 있지 않으면 정직한 사람도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자물쇠는 정직한사람을 유혹하지 않도록 잠가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를 오해하려 한다고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진의를 왜곡해서 비난한다고 상대만을 원망해서는 안될 것같다.자물쇠만 있었더라면 그들이 오해하고 곡해하려는 유혹은 처음부터 봉쇄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제부터라도 나의 몸가짐을먼저 추스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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