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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창현 ‘공무상비밀누설’ 될까…남부지검 형사2부서 수사

    신창현 ‘공무상비밀누설’ 될까…남부지검 형사2부서 수사

    수도권 택지개발을 사전에 공개해 고발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지헌)가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신창현 의원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려보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수도권 택지개발 계획을 보도자료로 공개했다 논란을 일으킨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경기 과천·의왕) 의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신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지검이나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할 것을 검토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역구로 내려보내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것 같고, 범죄지 특정도 애매해서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는 먼저 고발인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고, 국회에서도 여러 방안을 논의중인만큼 그런 점을 참고해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신 의원이 공개한 정보가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해서만 면책특권이 적용되는만큼 신 의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는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은 2004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전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실명을 담은 일명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았다. 면책특권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고,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국회를 벗어나 모든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면책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신 의원은 지난 5일 경기 과천·안산(2곳)·광명·의정부·시흥·의왕·성남 등 8곳을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로 검토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여기에는 신규택지 지역과 부지 크기, 가구 수 등이 포함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도는 자체 조사 결과 최초 유출자가 경기도 파견 국토교통부 소속 직원이라고 밝혔다. 이 직원이 8월말쯤 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개발계획 요약자료 일부를 사진으로 촬영해 신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김종천 과천시장도 자료 사진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형법 127조 ‘공무상비밀누설’은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신 의원이 공개한 택지개발 예정지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에 대해서는 직무상 비밀로 본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만큼 경제적 이유에 따라 택지개발 예정지가 비밀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적도기니 부통령의 명품 시계 사랑? 브라질에 밀반입 적발 망신

    적도기니 부통령의 명품 시계 사랑? 브라질에 밀반입 적발 망신

    아프리카 서부의 적도기니 부통령이 현금과 사치품을 숨겨 브라질에 입국하려다 적발됐다고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브라질 연방 경찰과 국세청은 지난 14일 브라질을 방문한 테오도린 응게마 오비앙(49) 부통령 수행 사절단의 화물에서 1600만 달러(약 179억 3600만원)가 넘는 현금과 최고급 시계 등 호화 사치품들을 적발해 압수했다. 브라질은 입국자들이 1만 헤알(약 269만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오비앙 부통령은 39년간 적도기니를 통치해온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의 아들로 14일 11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개인 전용기를 이용해 상파울루 인근 비라코포스 공항에 도착했다. 브라질 경찰은 이들의 화물 하나에서 150만 달러의 현금을, 또다른 화물 가방에서 1500만 달러 상당의 호화 최고급 시계, 보석 등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브라질 글로보TV는 이 사절단은 공식 임무를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것이 아니며 일행 중 외교면책특권을 가진 사람은 오비앙 부통령 1명뿐이라고 전했다. 이에따라 오비앙 부통령이 공항 밖 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수행원들의 가방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브라질 연방 경찰은 오비앙 부통령 일행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이틀간 사실상 억류한 끝에 16일 오전 강제귀국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 주재 적도기니 대사관 측은 “부통령은 브라질의 의료기관을 찾아 검진을 받은 후 공식 일정을 위해 싱가포르로 갈 예정이었다”면서 압수된 현금과 귀중품은 공식 업무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비앙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돈세탁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주거침입 중 추락’ 남성, 하반신 마비 행세로 보험금 4억 탔다가 들통

    ‘주거침입 중 추락’ 남성, 하반신 마비 행세로 보험금 4억 탔다가 들통

    여자 후배의 빌라에 침입하려다 5층에서 떨어진 뒤 하반신이 마비된 것처럼 거짓 행세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30대 남성이 범행 4년 만에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 3억 9000여만원을 타낸 혐의(사기)로 투자자문회사 직원 박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3년 10월 초순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직장 여자 후배의 집을 찾아갔다. 술을 마시다 헤어진 후배가 계속 연락을 받지 않자 집을 찾아간 박씨는 빌라 건물의 가스 배관을 타고 올랐다. 그러나 가스 배관을 타고 들어간 집은 후배의 집이 아니라 그 옆집이었다. 집주인에게 발각된 박씨는 당황해 베란다에서 뛰어내렸고, 요추(허리뼈) 3번과 골반, 우측 발꿈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박씨는 주거침입죄로 입건돼 처벌도 받았다.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를 받던 박씨는 이 일을 추락사고로 꾸며 보험금을 타내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으면서도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꾸며 병원으로부터 두 다리가 마비됐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특히 그는 자신의 부인이 외과 의사라고 강조하며 담당 의사를 속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단서를 받은 박씨는 2014년 5~7월 억대 상해·후유장해보험금 등을 청구해 4개 보험사로부터 총 3억 9000여만원을 타내 챙겼다. 또 자신이 베란데에서 뛰어내린 사실이 보험사에 알려질 경우 보험 면책 사유가 되기 때문에 ‘친구 집 베란다 난간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실수로 떨어졌다’고 보험사를 속였다. 펀드매니저였던 박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보험금 지급을 재촉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박씨의 범행은 지난해 박씨가 교통사고로 또 보험금을 받으면서 들통이 났다. 박씨의 보험 기록을 살펴보던 보험사는 그가 2014년 하반신 마비를 이유로 보험금을 타낸 사실을 확인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올해 5월 경찰에 박씨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한다던 그는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직접 승용차를 몰다 서너 차례 사고를 내거나 과속 단속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박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렇게 타낸 보험금을 대부분 생활비와 치료비로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이 들통난 뒤 박씨는 보험금 전액을 보험사에 변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장해 여부 판단이 환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정밀한 신체감정을 통해 진단서를 발급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반기 자동차 리콜·국정원 감사

    하반기 자동차 리콜·국정원 감사

    감사원이 올 하반기 자동차 인증과 리콜 관리, 여성 범죄피해 예방과 보호, 아파트 층간소음 등을 주제로 감사를 실시한다. 또 국가안보 등을 위해 공개 목록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사상 처음으로 기관운영 감사를 한다.감사원은 28일 이런 내용의 ‘2018년 하반기 감사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3월 “올해는 그간 감사가 소홀했던 대통령실, 검찰, 국정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상반기에 대통령실과 대검찰청 등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다. 국정원 기관운영감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고, 2004년 김선일 피살사건 관련 감사가 마지막이었다. 최 원장은 이날 70주년 기념식에서 “공직사회가 감사를 더이상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우리가 먼저 감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면서 “중앙정부뿐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의 약 50%를 집행하는 지방정부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원장은 하반기 감사 방향으로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 건전재정, 공직기강 확립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경제활력 제고를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혁파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감사 자제 또는 적극 행정면책 제도를 활용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수출기업 등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이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점검하고 불공정한 관행이 남아 있는 분야를 철저히 파악해 공정사회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규제, 규제, 규제… 신제품 만들고 테스트도 못한 140여건

    규제, 규제, 규제… 신제품 만들고 테스트도 못한 140여건

    규제개혁은 중앙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가뜩이나 수도권보다 열악한 지방에서는 거쳐야 할 단계와 보고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다. 하루라도 빨리 불합리한 규제를 깨뜨려 지역마다 차별화된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제 현장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개선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앞선 정부들이 ‘규제 전봇대’와 ‘규제 단두대’ 등으로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섰지만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제라도 안전, 환경과 직결되지 않은 규제는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감히 풀어 지방의 먹을거리를 지역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충북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김모(28)씨는 너무도 자질구레한 것까지 통제하는 중앙정부 규제에 불만이 적지 않다. 요즘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기업가를 위한 사무 공간으로 ‘공유 오피스’가 뜨고 있다. 공유 오피스는 별도 자본금이 없어도 노트북만 있으면 카페처럼 찾아와 일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이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구글과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도 사업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씨는 “우리 지역에도 공유 오피스를 설치해 달라”고 지자체에 민원을 냈다. 해당 지자체도 김씨를 비롯한 다수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려고 검토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애초 사람이 많이 찾고 접근성이 좋은 도시공원 안에 오피스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현행 ‘도시공원법’이 가로막았다. 공원 이용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어 건설이 불가능했다.주민을 위한 공간을 지으려는데 주민에게 불편을 끼쳐선 안 된다는 논리가 김씨에겐 이해 불가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조차 “시민의 통행이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시민 삶에 도움을 준다. 이런 건물은 공원에도 지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1)씨도 각종 전기차 규제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커졌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이씨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생각지 못한 규제로 난감해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을 개발하려면 다 쓴 배터리 케이스나 모듈이 반드시 필요한데, B씨가 이런 소재를 구할 길이 없다. ‘대기환경보전법’에 전기차를 마음대로 분해할 수 없도록 정해 놔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압이 흐르는 제품이어서 (임의로 분해하거나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전문가들은 부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기차 부품에 대한 사후활용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정부가 제공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중앙부처 소관 규제법령은 법률 기준으로 800~900건 정도다. 법에 따라 소관부처가 겹치기도 하지만 법률 아래 시행령까지 포함하면 개수는 더 늘어난다. 국무조정실 측은 “중앙부처 규제의 정확한 양적 현황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별로 조례·규칙으로 정한 규제는 3만 7128개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와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 기업이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규제 때문에 테스트나 상용화를 하지 못하는 건수는 140여건이나 됐다. 법으로 정하는 규제는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필요하다고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과거엔 예상하지 못했던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맞지 않는 규제들도 많아지고 있다. 기존 법의 테두리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 프리존’과는 별도로 행안부가 ‘찾아가는 지방규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의 어려움이 ‘원샷 원킬’로 해결되진 않는다. 대다수 규제가 행안부가 아닌 다른 부처 소관이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알아도 이를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 일일이 공감대를 얻고 설득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시행령 수준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법 개정까지 필요한 사안이면 국회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당장 어려움을 겪는 기업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규제 개선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례도 잦다.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건축물 용도변경 관련 인허가 업무를 도와주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용도는 정해져 있는데 기존의 틀로 정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공무원이 혼자 고민하다 보니 인허가가 늦어진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 결정을 미루고 소관 부서를 넘기는 이른바 ‘핑퐁 게임’이 시작되기도 한다. 규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법률이 바뀌었어도 이전에 만들어진 조례·규칙이 바뀌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많다.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인한 ‘규제 아닌 규제’를 일컬어 ‘행태 규제’라는 말이 붙었다. ‘사전 컨설팅 감사’과 ‘적극행정 면책제도’라는 대책이 있지만 과거부터 쌓인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이 하루아침에 개선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대표는 “공무원 개인이 나쁘다기보단 법에서 정한 권한·성과평가 방식이 엮인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관행적인 사고에 얽매였는데 이를 없애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의 대표적인 지방 규제혁신 사례로 스웨덴이 자주 거론된다. 스웨덴은 1984년 ‘자유자치단체 제도’를 도입했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계획을 중앙정부에 내면 자유자치단체로 지정된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하게 이양한다. 과거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의 쇠퇴로 함께 몰락의 길을 걸었던 스웨덴의 제2도시 예테보리는 자유자치단체 제도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이 때문에 고용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스웨덴처럼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환경과 안전 등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없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자체가 수행하는 사업의 애로사항을 없애는 걸 넘어서 지역주민이나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발굴하고 없애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현장을 다니며 지역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해소하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절차가 아예 제도화돼 빠른 속도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규제학회장인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에선 규제로 인한 지역 기업의 어려움이 행안부로 접수되면 처리 과정에서 다시 지자체 공무원에게 내려오고 이로 인해 난처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규제개혁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해 신고한 민원인을 보호하거나 사례를 중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획일적인 규제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지역에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며 “상황에 맞는 개선책을 찾아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가격담합 수사 가능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검찰도 가격담합 수사 가능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갖고 있던 전속고발권이 부분 폐지된다. 가격·입찰담합과 생산량 조절, 시장 분할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담합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 관련 정보도 공정위가 검찰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먼저 조사하지만 국민 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국민적 관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 등은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사실상 리니언시를 공정위와 검찰과 함께 운영하는 셈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우선 행정조치를 통해 시정하고, 중대한 위반행위에 한해서 공정위가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방식이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전속고발권 유지 문제를 오랜 기간 다퉈왔지만 두 기관이 명시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행위 유형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판매가격 공동 인상, 공급량 제한·축소, 입찰담합 등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경성담합에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리니언시는 접수 창구는 기존 공정위 창구로 단일화 하되 관련 정보를 검찰과 실시간 공유한다. 검찰 수사를 위해 공정위가 자진신고 정보를 포함한 행정조사 자료를 제공하고, 검찰은 공정위 행정 처분을 위해 수사 자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고 13개월 안에 조사를 마친 뒤 관련 자료 등을 검찰에 송부하는 방식이다. 재계 등 일각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기업 활동과 시장의 자율성 위축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자진신고가 위축돼 은밀하게 진행되는 담합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장관은 “이를 감안해 자진신고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신고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감면하기로 하는 등 형벌 감면 기준을 명확히 해 자진신고자 보호 및 예측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자진신고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진신고를 한 회사의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도 조사·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경우 형사면책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정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같은 날 공정거래법 개편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전속고발제 폐지와 함께 담합 등에 매기는 과징금의 최고 한도를 2배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또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집행 권한을 검찰, 법원 등으로 분산하고 집행수단을 다원화하기로 했다. 공적 집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사적 구제수단도 강화한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정은 대기업집단 정책 개선안도 마련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의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당정은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 요건을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고,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금태섭 “헌법 명시된 판결문 공개…사법 불신 해소의 첫걸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금태섭 “헌법 명시된 판결문 공개…사법 불신 해소의 첫걸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가장 먼저 법원 재판의 문제점을 소액재판, 심리불속행, 판결문 등 세 분야로 나눠 짚어 봤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문제는 너무 많은데 해결 방법이 뾰족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신문 사회부 법조팀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금 의원은 두 시간 가까이 우리 재판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면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액재판, 심리불속행 모두 판결문에 판사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유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으냐”며 “판결문, 나아가 소송 기록을 공개하면 심리가 충실해질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도 판결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민영 기자(이) 서울중앙지법 소액법정을 자주 찾았다. 변호사 수임료 반환 소송을 제기한 할아버지가 패소했는데 판결문에는 패소 이유가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왜 패소했는지 혹시 아느냐”고 묻더라. 하도 답답하니까 같이 재판에 들어갔던 기자는 혹시 알지 않을까 싶었다고 하더라. 남편과 불륜 관계인 여성에게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도 있었다. 판결문을 보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나와 있었다. ‘피고의 부정행위, 내용, 기간 등을 고려했다’는 게 이유의 전부였다. 그럼 불륜을 3.3%만 인정한 걸까. 이런 식이라면 원고든 피고든 만족하기 어렵지 않겠나. 금태섭 의원(금) 한국은 변호사 강제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소액법정에 가보면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원고와 피고 모두 주장과 증거가 정리가 안 된 채 나온다. 판사가 판결문을 쓰려면 누군가 쟁점을 정리해 줘야 한다. 당사자들은 주장과 증거를 구별하지 못한다. 판사가 인정해 주고 싶어도 영수증 같은 형식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변호사 2만명 시대다. 소송 제기 전 상담해 줄 변호사가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변호사 쓰는 데 돈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금액이 많이 내려갔다. 풍부한 변호사 인력을 이용해 당사자 주장을 충실하게 정리해 주면 판사는 변호사들이 정리한 서류를 보면 된다. 금융기관 사건 등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다툼이 있는 사건은 금액이 적더라도 당사자들이 제대로 재판받을 수 있게 기준을 바꿔야 한다. 홍희경 기자 소액사건 기준을 대법원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극히 법원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을 무리하게 추진해 재판거래 의혹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의 관심은 상고심에만 있고 하급심에는 없다. 금 소액사건 기준은 대법원 규칙이 아닌 법률로 정하는 게 맞다. 규칙으로 정해지다 보니 소액사건 기준 금액이 지난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50%나 뛰었다. 판사 입장에서는 사건 금액이 적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기준은 국회가 정해야 국민의 인식을 반영할 수 있다. 나상현 기자 얼마 전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 ‘국민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는 내용이 있어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법원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높은 거 아닐까. 금 한국처럼 모든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나라도 있고 미국처럼 1년에 70~80건 대법원으로 오는 나라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기준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관예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1년 재판 건수가 얼마 안 되니까 그야말로 역사에 남는 판결을 내놓는다. 1966년 미 연방대법원이 ‘미란다원칙´을 만들었다. 미란다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성폭행범이었다. 미란다가 전관 변호사를 썼겠나? 대법원이 그 사건을 선택했고, 변호인 선임권과 진술 거부권의 원칙을 정립했다. 한국은 모든 사건이 대법원에 가기 때문에 변호사로서는 심불 기각이 나오면 큰 타격이다. 그래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손을 잡고 대법관 출신을 찾아간다. 현재 대법원 사건이 4만건인데 대법관 12명이 재판 기록을 일일이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상고법원은 우리에게 악의 축이 돼 버렸다. 영미나 독일은 상고허가제로 사건을 다 쳐내고 일부만 대법원에서 본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도 이야기한다. 한국 현실에서 뭐가 더 맞을까. 금 개인적으론 상고허가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대법원 재판은 기본적으로 전원합의체가 원칙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관 전원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게 헌법 취지에 맞다. 만약 대법관이 50명이라면 부별 재판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 항소심과 다를 게 없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대법관이 들어가서 대법원 판례를 바꾸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사회적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재판을 하려면 상고허가제로 가야 한다. 이 어사그 보도를 통해 처음 공개된 대법관 주심별 심리불속행(심불) 기각률에 변호사들이 굉장히 놀라더라. 누구라도 기각률 낮은 대법관에게 재판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금 대법관 중 누구는 심불을 많이 하고, 누구는 적게 하는 사실이 공개되는 게 망신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공개해서 로스쿨에서 대법관별 판결문 분석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법관이 유사 사건에서 어떤 건 심불 처리했고 어떤 건 판결문을 썼다는 식으로 분석이 나와야 심불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허백윤 기자(허) 형사판결의 경우 무죄면 판결문이 자세하고, 유죄면 지나치게 간단하다. 판결문을 받는 건 소송 당사자인데, 당사자에게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검사에게 ‘당신이 기소했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무죄를 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는 걸로 보인다. 금 판결문에 들이는 수고를 줄여야 한다는 법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재판 과정에 대한 사후 검토가 가능해야 한다. 미국은 판결문을 잘 쓰지 않지만 대신 소송 서류를 거의 다 볼 수 있다. 한국은 소송 기록은커녕 판결문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법원은 판결문 공개가 권위와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판결문 공개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걱정한다. 그래서 내가 이를 면책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 주장은 모순된다. 개인정보보호 논리로 판결문 공개가 안 되는 거라면 공개 법정에서 매일 위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아는 땅콩 회항 사건에서 법원이 언론에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K그룹 T항공이라고 돼 있다. 조현아는 A라고 돼 있더라. 허 블랙리스트 판결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H 대통령이라고 했다. 김동현 기자(김) 국정농단 사태 때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가 나오면 영장전담판사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로 뜬다. 판결문이 공개되면 판사를 공격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도 있다. 금 판사 신상털기는 엄하게 다뤄야 한다. 검찰도 영장 기각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보다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자기 당과 관련이 있으면 무조건 들고 일어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판결문 공개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판결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려 놓으면 오히려 찾아내서 욕을 한다. 판결문 공개는 헌법에 명시됐다. 김 판결문 공개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금 법원 불신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전관예우도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보려면 빅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변호사를 못 만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 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를 물어볼 게 아니라, 그간 판결한 내용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 건전한 비판이 필요하다. 소송하려는 사람들은 변호사 비용이 없으면 서점에 가서 ‘알기 쉬운 민사소송’ 책을 산다. 그것만 갖고는 절대 혼자서 소송할 수 없다. 판사들도 책보다는 판례를 찾는다.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판결을 찾아보면 증거로 뭘 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재판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정리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다음 회부터 수사·재판을 아우르는 형사사법의 비상식적 관행 점검이 본격 시작됩니다. 우선 선거범죄 처벌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검증합니다.
  • [데스크 시각] ‘이기적인 국민’의 탄핵소추를 허하라/이제훈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이기적인 국민’의 탄핵소추를 허하라/이제훈 정치부 차장

    2015년 무렵 여의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여의도에 나타나 정치인과 만나거나 언론사 정치부 국회 담당 기자와 술을 먹고 상고법원 설치 당위성에 대한 논리를 설파한다는 것이었다.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소문도 들렸다.법무부와 함께 사법 정책을 담당하는 한 축인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은 늘 바쁘다. 그런 그들이 정치인을 만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법조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도 아닌 정치부 기자를 만나는 일은 더더욱 흔치 않다. 당시에는 참 특이한 소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서가 추가로 공개된 뒤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법원의 사법행정사무 지원을 위해 존재하는 법원행정처에는 전체 2900여명에 달하는 판사 중에서 30여명 남짓만 근무한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판사만 모여 근무한다는 외부의 평가와 행정처 근무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보증수표라 참고 견딘다는 말을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이 엘리트 판사들이 작성했다는 문건을 보면서 이들은 판사가 아니라 마치 정보기관의 정보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문건에서는 ‘법의 따뜻함’을 갖고 있어야 할 판사가 아니라 특권 의식에 물든 협잡꾼 같은 오만함까지도 엿보였다. 2014년 8월 31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국민을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평가했다. 잘못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재판에 절박함을 갖고 있는 국민을 내려다보며 이기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묻어 있다. 2015년 7월 13일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에는 “구체적으로 영장 없는 체포를 활성화해 수사기관에 재량권을 부여하겠다”는 생각도 담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에서 국민기본권을 영장도 없이 제한하는 초법적인 생각을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황당함에 할 말을 잃게 된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판사 해외 파견과 징용 소송을 청와대에 함께 설명하며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는 기가 막힌다. 사법고시 합격 한 번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된 판사가 그것도 모자라 해외에서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외교관 여권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특권 의식까지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괴물이 된 법원행정처의 전신을 보면 사실 일제 식민시대의 잔재가 묻어 있다. 법원과 판사를 지배하고 통제하고자 설치된 사법성(司法省)의 후신이 바로 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무총국의 기능을 본뜬 것이다. 5·16 쿠데타 당시 현역 육군 대령이나 검사 출신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되면서 판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한 곳도 바로 법원행정처였다. 이런 아픔의 역사를 가진 법원행정처가 판사 출신의 법원행정처장을 맞아서도 동료 판사의 재산 내역과 이메일을 사찰하거나 동향을 파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는 국회가 개원한 후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몰아주기 배당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 등 모두 두 차례다. 둘 다 국회의 반대로 처리되진 않았다.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내팽개친 판사들에 대한 ‘이기적인 국민’의 준엄한 탄핵소추를 허(許)할 때가 됐다. parti98@seoul.co.kr
  • 안경환 아들 성폭력 의혹 제기한 한국당, 3500만원 배상 판결

    안경환 아들 성폭력 의혹 제기한 한국당, 3500만원 배상 판결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의 성폭력 가해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법원이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13일 안 교수의 아들이 주광덕 한국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광덕 의원이 3500만원을 배상하고, 나머지 피고들은 이 가운데 3000만원을 주 의원과 공동하여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안 교수는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몰래 혼인신고’ 등 논란 끝에 지난해 6월 사퇴했다.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주 의원 등 10명은 안 교수 아들의 성폭력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작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대해 안 교수 아들 측은 “허위사실에 기반해 ‘남녀 학생 간 교제’를 ‘남학생의 성폭력’으로 허위 중상해 돌이킬 수 없는 명예훼손을 초래했다”며 지난해 7월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공적 인물이 아닌 갓 성년이 된 학생에 불과하고 피고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피고들이 적시한 사실이 명백한 허위의 사실이며, 원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심하게 저하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들은 필요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성명서를 작성했고,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피해를 확대했으며 허위임이 밝혀진 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 국정 감시의무가 있으므로 이런 행위를 면책특권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원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면책특권은 의원이 국회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가 피고들의 국회에서의 자유로운 발언 및 표결과 별다른 관련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안경환 아들, ‘성폭력 허위 주장’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에 승소… “3500만원 배상”

    안경환 아들, ‘성폭력 허위 주장’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에 승소… “3500만원 배상”

    지난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올랐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이 고교 재학 시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13일 안 교수의 아들 안모씨가 한국당 주광덕 의원 등 10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광덕 의원이 3500만원을 배상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중 3000만원을 공동하여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안씨가 소송을 낸 의원들은 주광덕·곽상도·김석기·김진태·여상규·윤상직·이은재·이종배·전희경·정갑윤 의원이다. 안씨에 대한 성폭력 관련 의혹은 안 교수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불거진 사안으로, 주 의원은 지난해 6월 23일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증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사실 의혹이 발생했다”면서 안씨가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성폭행 의혹으로 퇴학 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10명 의원들의 이름이 담겼고,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곽상도·윤상직·이종배·전희경 의원도 직접 참석했다. 주 의원은 성명서를 자신의 블로그에도 게시했다. 안 교수는 그에 앞선 6월 16일 ‘몰래 혼인신고’ 등의 논란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주장한 성폭력 의혹은 안씨와 관련된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2014년 10월 교제를 하고 있던 같은 학교 여학생과 기숙사에 함께 있던 것이 문제가 돼 학생선도위원회에서 ‘전학 권고 후 퇴학’이 의결됐다가 재심을 거쳐 2주 특별교육(1주 자숙기간 권고)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안 교수도 학교에 두 차례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주 의원 등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안씨와는 무관한 해당 학교에서 일어난 별도의 성폭력 관련 사건에 대한 교사의 증언이 그대로 인용됐고, 마치 안씨가 성폭력 가해자인 것 같은 내용이 적시됐다. 의원들은 재판에서 “안씨에 대해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을 뿐 안씨가 성폭력의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단정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학교에서 여학생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교사의 증언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고 안씨가 성폭력 의혹만으로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하지 않고 ‘성폭력 의혹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고 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씨 측은 “원고가 성폭력을 했고 해당 고교의 교사가 안씨가 성폭행을 했다고 증언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그로 인해 명예가 실추돼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7월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의원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게 맞다면서 특히 의원들 사이 공동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성명서를 발표한 행위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이로 인해 원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인 평가가 저하될 수 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면서 “의원들의 성명서 발표 행위 및 성명서를 개인 블로그에 게시한 행위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해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의원들의 명의로 허위사실이 기재된 성명서는 공동의 인식 하에 발표된 것이어서 공동 불법행위자라 할 수 있다”면서 “주 의원이 성명서를 작성했고 의원들 중 5명은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주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이 공동불법행위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성명서의 발표와 블로그 게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의원들이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위법성이 없었다”고도 주장했지만 송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참고자료들에 대해 허위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회 정론관에서 인사청문 검증을 준비하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및 국정감시의무에 따라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어서 면책특권이 주어진다는 의원들의 주장 역시 해당 내용이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드론 암살’모면한 마두로, “콜롬비아 사주받은 범인 11명 5000만弗받고 범행”

    ‘드론 암살’모면한 마두로, “콜롬비아 사주받은 범인 11명 5000만弗받고 범행”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 폭탄’으로 자신을 암살하려 한 일당은 모두 11명이며 이들은 총 5000만달러(약 558억원)를 제안받아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비판적인 야권 인사를 연이어 체포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 도중 폭탄을 실은 드론 2대가 폭발한 사건과 관련해 “이들 11명의 암살 행동대원들은 콜롬비아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암살 대원들이 당초 지난달 5일 드론 폭발 테러를 감행하려 했지만, 주문한 드론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은 앞서 이번 암살 미수 사건과 관련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과 결탁한 친미 우익 세력이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단체와 공모했다”고 했던 본인의 주장을 스스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당국은 평소 마두로에 비판적인 우파 야권 인사들에게 잇단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법원은 국회의장을 지낸 보르헤스 의원에 대해 “대중 선동과 반역, 대통령 암살 기도 등 극악무도한 범죄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보르헤스 의원은 현재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망명 중으로, 지난 7일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또 전날 밤 체포된 반정부 학생 지도자 출신인 후안 레케센스 의원에 대한 기소도 명령했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보르헤스 의원과 레케센스 의원의 면책 특권도 박탈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이들 두 사람이 사건에 개입했고, 이미 체포된 용의자 6명 중 일부가 이번 범행 자금을 댄 인물로 보르헤스 의원을 지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의원은 드론 암살 시도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보르헤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군사적인 음모 개입,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우리에게 덮어 씌우고 있다”면서 “폭력을 조장하는 이는 마두로 딱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현장 행정] 기업과 ICT 협력, 정부는 규제 완화… 예테보리 ‘스마트 시티’ 신화

    [현장 행정] 기업과 ICT 협력, 정부는 규제 완화… 예테보리 ‘스마트 시티’ 신화

    최근 행정안전부와 함께 찾아간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 에릭슨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연구 중인 차세대 자동차 시험장에 가니 대형 화면 속에 실습용 차량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운전석을 그대로 옮겨 놓은 좌석에 앉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핸들을 돌리니 화면 속 차량도 기자의 손놀림에 따라 곧바로 움직였다. 화면 속 차량이 돌길을 달리자 기자가 앉은 좌석에도 바닥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다. 화면 속 차량은 직선거리로 400㎞ 넘게 떨어진 수도 스톡홀름 시험장에 있었다. 영화 ‘블랙펜서’에서처럼 자동차에 무선 통신 기술을 접목해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버스·택시·트럭 기사들이 직접 차를 운전하지 않고 집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며 승객과 화물을 실어나를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인류의 교통·운송 트렌드를 근본적으로 바꿀 이 프로젝트는 인구 50만명에 불과한 예테보리 시가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작은 도시가 주도적으로 업체들과 협업해 미래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 나갈 세계적 신기술을 스스로 키워 가는 스웨덴 지방자치단체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조선업 쇠퇴하자 과감히 신산업 전환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지방분권의 모델국가이기도 한 스웨덴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업계의 선두주자였다. 예테보리는 스웨덴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1980~90년대 한국·일본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면서 한 때 스웨덴 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할 때 시민들이 울먹이며 안타까워했다고 해서 생겨난 ‘말뫼의 눈물’(스웨덴 조선업 몰락의 상징)이 예테보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때 이 도시는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정보통신기술(ICT) 위주로 지역 산업구조를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지자체 스스로 볼보, 에릭슨과 같은 스웨덴 대표 기업들과 협력해 신산업을 키웠다. 규제도 풀어줬다. 법 미비로 성장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할 경우 재빨리 면책 조항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줬다.현재 시는 에릭슨 등 15개 민간업체와 함께 ‘스마트시티’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릭슨은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 통신망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자동차 운행과 무인교통체계 운용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볼보는 ‘드라이브미’ 프로젝트를 통해 무인자동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예테보리시는 이들이 개발한 신제품을 우선 구매해 현장에 적용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개별 기업의 신기술을 융합해 도시 설계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예테보리시 관계자는 “지금 예테보리는 조선업 전성기 때보다 훨씬 깨끗하고 안정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중앙정부 과감한 권한 이양 뒷받침이 동력 이러한 예테보리의 도전은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차 세계대전 뒤 스웨덴은 지속적으로 복지국가 모델을 추진했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중앙 규제로 인한 정책의 경직성이 초래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984년 스웨덴은 자유자치단체실험을 도입했다. 지자체의 혁신 의지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계획을 중앙정부에 제출해 자유자치단체로 선정되면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량과 권한을 한시적으로 부여한다. 예테보리의 스마트시티·드라이브미 프로젝트는 이러한 자유자치단체실험 사업의 하나다. 덕분에 지자체는 해당 사업 육성을 위해 국가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엘리사베트 로텐베리 예테보리 부시장은 “산·학·연 정부 간 긴밀하고 다양한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을 통해 여러 혁신적 시도가 이뤄지면서 도시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1950년 행정구역 통폐합을 통해 전국을 290개의 코뮌으로 정비했다. 각 코뮌은 교육·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데, 학교장도 코뮌 시장이 직접 고용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각 코뮌은 스스로 현안을 해결한다. (중앙에서) 간섭하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 해결할 권리가 있다”면서 “병원비, 버스비, 오물세, 상하수도세를 전부 다 지자체가 결정할 권한이 있다. 한국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려면 스웨덴의 이런 역사를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 취재를 동행한 심보균 행안부 차관은 “예테보리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국 지자체는 혁신성장의 테스트베드이자 실험도시”라면서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혁신성장의 우수 모델을 발굴하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예테보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국시 논란’ 유성환 전 의원 별세

    ‘국시 논란’ 유성환 전 의원 별세

    제5 공화국 때 ‘국시’(國是·국민 지지도가 높은 국가 이념이나 정책의 기본 방침) 논란으로 옥고를 치른 유성환 전 국회의원이 24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89세. 유 전 의원은 1985년 총선에 신한민주당 대구 중·서구 후보로 출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이던 1986년 10월 14일, 제12대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발언을 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그는 이듬해 4월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1992년 대법원에서 면책특권 취지로 공소 기각이 확정돼 풀려났다. 유족으로는 아들 영만씨, 딸 현주씨가 있다. 빈소는 대구 파티마병원 장례식장 50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6시 30분이다. (053) 940-8198.
  • 보험사 렌터가 손해담보 특약 보험료 3400원 ‘하루 만원 절약’

    다음달 제주 여행을 준비 중인 안모(30)씨는 최근 렌터카를 예약하면서 업체가 제공하는 ‘차량손해면책’ 보험도 함께 가입했다. 안씨는 “보험료가 하루 1만 6000원씩 5일 동안 8만원이나 돼 아까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따로 보험사를 알아볼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이면 되기 때문에 렌터카 업체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안씨처럼 렌터카 보험을 들고 있지만 보다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보험사가 운용 중인 ‘렌터카 손해담보 특약’에 가입하는 것이다. 하루 보험료도 34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량손해면책 보험료가 비싼 이유는 업체들이 고객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지역 렌터카 업체들은 보험료 명목으로 받은 돈을 모아 뒀다가 사고가 나면 각 사에 수리비를 지불하는 데 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계모임, 유사보험 형태로 렌터카 보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보험사와 계약 없이 업체끼리 수리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보험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러한 렌터카 보험을 포함해 휴가 기간에 유용한 금융 정보를 소개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통화를 환전할 때는 ‘이중 환전’을 하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바로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것보다 일단 미국 달러화로 바꾼 뒤 현지에 도착해 다시 환전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달러는 국내 유통량이 많아 환전수수료율이 2% 미만인 반면 유통량이 적은 동남아 국가 통화는 수수료가 4~12%에 이르기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태국·말레이시아 통화는 5%, 베트남 통화는 11.8%의 환전수수료가 부과된다. 해외여행 중에 신용카드를 분실했다면 카드사에 즉시 신고해야만 부정 사용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카드사는 분실·도난 신고 접수 시점으로부터 60일 전까지 발생한 부정 사용액에 대해 보상 책임이 있다. 분실한 것을 미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신고하게 되는 경우를 감안한 조치다. 또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때는 여행 장소와 목적 등을 사실대로 기재해야 보험금 지급이 원활하다. 위험 지역에 가거나 스킨스쿠버, 암벽등반 등 비교적 위험한 활동이 포함돼 있을 경우 보험 인수가 거절되거나 가입 금액이 제한될 수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세계1위 카지노호텔 체인 MGM,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우리 책임 아니다”

    세계1위 카지노호텔 체인 MGM,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우리 책임 아니다”

    세계 2위 카지노 호텔 체인인 미국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이하 MGM)이 자사 소유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만델레이베이 호텔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숨진 58명의 가족과 부상자 등 피해자 1000여명을 상대로 17일(현지시간) 면책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피해자들이 지난해 11월 MGM 등을 상대로 집단손해배상 소송을 낸 데 대해 맞소송을 낸 것이다.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를 일으킨 총격범 스티븐 패덕(64)은 지난해 10월 1일 만델레이베이호텔 32층 스위트룸에서 길 건너편 루트91 하베스트 콘서트장에 있는 청중을 향해 반자동 소총 수천 발을 난사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에 따르면 MGM은 총격 사건 피해자 중 캘리포니아주 거주자 800여명과 네바다주 거주자 200여명을 상대로 각각 관할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MGM 측은 소장에서 “우리는 어떤 형태의 테러리즘이나 음모에도 가담하지 않았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적법한 보안업체와 계약해 보안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을뿐 공격과 관련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제정된 연방법에 의거해 반(反)테러리즘 보안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적법한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이 업체는 국토안보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은 MGM이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액이 예상되는 소송에서 선제로 면책을 선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피해자측 변호인 로버트 에글렛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에글렛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소송 근거도 모호하며 총격범이 다수의 총기류를 객실에 반입할 정도로 보안 관리에 허술했던 호텔 측 책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패덕은 실제로 객실에 반자동 소총과 총기개조 부품 범프스탁, 수천 발의 탄약류를 범행 수일 전부터 갖다놓고 범행을 준비했는데도, 호텔 측은 별다른 보안 조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시론] 로마규정 20주년을 맞이하여/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시론] 로마규정 20주년을 맞이하여/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된 7월 17일은 국제형사법적으로도 제헌절에 못지않게 중요한 날이다. 20년 전인 1998년 7월 1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120여개국 대표가 모여 ‘로마규정’이라는 다자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반인도 범죄, 집단살해 등을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설립됐다. 여기서 말하는 재판소는 그 안에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뿐만 아니라 검사로 구성된 검찰부와 변호인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누가 법을 어기더라도 이를 수사, 기소, 재판하는 검사나 판사가 없으면 그 법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로마규정은 종이 호랑이를 진짜 호랑이로 만들어 풀어 놓은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처음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뉘른베르크재판소와 도쿄재판소를 비롯해 필자가 15년간 재판관을 지낸 구 유고슬라비아전범재판소(ICTY)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재판소들은 특정 사건만을 처리하는 재판소였던 반면 ICC는 사건을 특정하지 않은 상설재판소라는 점에서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 오늘날 국제형사법과 국제형사재판소는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일례로 수단 정부군이 다르푸르 내전에서 벌인 초토화 작전으로 민간인 10만여명이 숨지자 ICC는 예비수사를 거쳐 2009년 수단의 알바시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체포를 면하고자 2013년 나이지리아에서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담 중에 급거 귀국하기도 하고 2015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황급히 귀국하기도 했다. 현재 로마규정에 가입한 나라는 123개국이다. 그러나 아직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전 세계 모든 나라에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같이 큰 나라들이 불참하고 있다. ICC는 팔다리가 없는 거인이라는 조롱도 듣는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제적 정의와 인권보호에 ICC가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첫째, ICC는 우간다 내전,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의 책임자들을 법정에서 단죄했다. 현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분쟁 등 10개의 사태에 대해서도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다. 둘째, 로마규정과 ICC는 국가지도자에게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로마규정상의 범죄는 시효가 없고 범죄자가 국가원수라고 해서 면책되지 않는다. 사법권을 비롯해 한 나라 안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절대 권력자조차 반인도 범죄 등을 저지를 경우 안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반인도 범죄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ICC는 응보적 정의에서 더 나아간 회복적 정의를 세계 앞에 시연하고 있다. 가령 2008년부터 콩고민주공화국 및 우간다의 범죄 피해자 50여만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피해자신탁기금을 조성해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고 있다. 넷째, 특히 로마규정 채택 20주년이 되는 올해 7월 17일에는 로마규정상의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가 발효됨으로써 세계평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ICC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로마규정이 제정될 당시에도 국가 사이에 치열한 대립으로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한국이 제안한 중재안이 타협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송상현 재판관은 ICC 소장을 지내기도 했고 그 뒤를 이어 2015년에 정창호 재판관이 선출돼 현재까지 재판을 하고 있다. 필자도 2017년 12월부터 ICC 당사국 총회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진정한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나라 안과 밖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활동이 동시에 벌어져야 한다. 최근 촉발된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 국제화가 심화된 오늘날에는 국제적 정의의 문제와 국내적 정의의 문제가 별개일 수 없다. 제헌 70주년과 로마규정 20주년이 같은 날이라는 공교로움이 새삼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제헌절이다.
  • [서동욱의 파피루스] 사랑의 말

    [서동욱의 파피루스] 사랑의 말

    세월은 계속 흐르니 아버지, 어머니께도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 드리고 싶다. 그러나 잘 안 된다. 그간 연습이 없었던 까닭이다. 아이에게는 태어나 요람에 누웠을 때부터 일부러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한다. 안 쓰면 잊히고 마는 외국어처럼 언젠가 말문이 막혀 버릴지 모르는 까닭이다.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사랑한다와 같은 마음의 말을 잘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거 당연히 알 텐데 뭐 하러 하나 하는 심정에서이다. 또는 일상은 젖은 옷처럼 회색으로 처진 채 생기가 없는데, 그 일상에 한 번 얹어 보자니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화려해 어색하게 느껴져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말들은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사용함으로써만 인공호흡으로 숨결을 얻듯 생명을 얻는다. 법의 말은 이와 다르다. 법은 법전 속에 기입되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법은 사람들의 귀에 늘 자신의 법조항을 속삭일 필요가 없다. 그것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책 속에서 뛰쳐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 위법자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사랑의 말은 발화되지 않으면, 바람이 없을 때 죽는 바람개비처럼 고개를 숙이고 쿨쿨 잠잘 뿐이다. 그런데 사랑의 말은 법전에 쓰인 것과는 다르지만 역시 ‘일종의 법’이다. 왜 그것은 법인가? ‘사과는 빨갛다’와 같은 문장은 그것을 말하는 일이 그 문장을 유효한 것으로 만들진 않는다. 현실의 사과가 빨갛기 때문에, 이 사실에 의존해서 저 문장은 참된 것으로서 유효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말은 꼭 입으로 내뱉어야만 유효해진다. 사랑한다와 같은 말, 맹세한다와 같은 말이 여기 속한다. 사랑은 어디 있는가? 맹세는 어디 있는가? 그것은 말 속에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을 비로소 현실로 만든다. 맹세한다는 말만이 비로소 맹세를 세상 속에 등장시킨다. 사랑한다는 말은 이미 있는 현실 속의 사랑을 묘사하는 말이 아니라, 사랑을 창조해 내는 말이라는 것이다. 기도나 주문의 말 역시 비슷하다. 기도는 언제 기도가 되는가? 기도문이 짧은 몇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그것을 한 번 외우고 나면 기도는 끝인가? 왜 신앙을 가진 이는 기도문을 완벽히 한 번 외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늘 반복해서 기도하는가? 기도는 발화되는 그 순간에만 기도로서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일회적 발화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발화가 이루어질 때만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주문 역시 마찬가지다. 창과 칼이 무기고에 있다고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들고 휘둘러야 이길 수 있는 것처럼, 주문 역시 책에 적혀 있다고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가 발화하는 순간에만 현실이 된다. 사랑의 말도 말해지는 순간 비로소 현실이 된다. 현실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바로 말하는 사람을 구속하는 ‘법’으로서의 효력을 지닌다는 뜻이다. 이 점은 맹세한다는 말에서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맹세는 어떤 법의 문장에 근거해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맹세한다’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그 말을 하는 자를 구속하는 법인 것이다. 그러니까 맹세의 말과 더불어 지상에 없던 유일무이한 법, 오로지 맹세의 말을 한 사람만을 구속하는 새로운 법이 탄생한다. 사랑의 말 역시 그렇다. 사랑한다는 말은 말하는 자에게 사랑에 전념하는 자가 될 것을 약속하라고 강요하는 법이다. 이성에게 사랑의 고백을 할까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을 종종 주변에서 볼 것이다. 그때 포기를 통해 모면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사랑에 전념하는 자로 스스로를 구속하는 사랑의 법의 지배를 모면하는 것, 사랑의 법으로부터 면책받는 것이다. 면책과 동시에 그는 자유를 얻는데, 그것은 무인도에서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러니 부모와 아이와 반려자에 대한 사랑은, 한 가정의 장롱 안에서 쿨쿨 잠자며 안전하게 보관된 금 덩어리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랑을 금 덩어리로 믿고 보관해 놓은 채 영영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 꺼내 보면 그것은 장롱의 나프탈렌처럼 다 녹아 사라지고 흔적도 보이지 않으리라. 오로지 입 위에 올려놓을 때만 사랑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사랑은 죽기 쉬운 생명체인 듯 끊임없이 발화로 숨결을 불어넣어 주어야만 살아 있다.
  • [피플 인 월드] 빈민가의 아들 ‘술탄’이 되다

    [피플 인 월드] 빈민가의 아들 ‘술탄’이 되다

    터키 빈민가 출신의 아이가 총리와 대통령직을 거쳐 행정·입법·사법 3권을 거머쥔 현대의 ‘술탄’(전근대 이슬람 최고 권력자)이 됐다.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25일 최고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전날 동시에 치른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반인 52.5%를 득표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고,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42.5%를 득표해 의회 다수를 점유했다. 총선에서 연대한 여권 전체 득표율도 53.6%로 과반을 넘었다. 대선 경쟁자였던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후보 무하렘 인제는 득표율 30.7%에 그쳤다. 지난해 터키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 개헌한 후 첫 선거에서 에르도안은 모든 권력을 움켜쥐게 됐다. 새 대통령은 부통령과 법관 임명권, 의회 해산권을 갖게 되고, 국가비상 사태도 선포할 수 있다. 새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선거를 시행해 당선되면 다시 5년을 재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79세가 되는 2033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사실상 종신직이 된 셈이다.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 터키의 흑해 연안 도시 리제에서 해양 경찰의 아들로 태어났다. 13세 무렵 이스탄불에 정착하면서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거리에서 빵과 음료수를 팔아 학비를 번 것으로 전해진다. 빈민가 출신이라는 그의 사연은 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치적 동력으로 작동했다. 그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건 히잡 착용 등 반세속주의 정책으로 보수 무슬림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02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66%를 차지하며 총리에 오른 게 기점이다. 이후 2007년과 2011년 총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그는 ‘3연임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고, 2014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권좌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7월 발생한 반(反)에르도안 세력의 쿠데타 이후 강력한 대통령제 개헌을 정치적 승부수로 내밀며 반대 세력과 언론 등에 재갈을 물렸다. 그의 개헌안은 지난해 3월 국민투표에서 51%로 가결됐다. 올해 터키 리라화가 급락하고 물가가 치솟으며 경제 위기가 닥치자 그는 대선과 총선을 1년 5개월이나 앞당기는 승부수로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터키 국민들이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가 강력한 국가 건설과 테러 위협으로부터 조국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에르도안 대통령 독재의 서막이 열렸다”면서 “그는 전례 없는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며 거의 완벽한 면책권까지 갖게 돼 탄핵도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만다 슬로틀 선임연구원은 “터키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됐다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만큼 향후 민족주의적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투옥돼 옥중 대선 후보로 나선 셀라하틴 데미르타쉬 인민민주당(HDP) 대표는 “지금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지른 일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영화의 가장 무서운 부분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두려움과 절망의 정권이 목을 조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나 면책 특권 있어“ 베커 큰소리에 CAR ”그건 가짜 여권“

    ‘나 면책 특권 있어“ 베커 큰소리에 CAR ”그건 가짜 여권“

    재판에서 책임질 일을 면하려고 별일을 다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의 외교관 지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왕년의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50) 얘기다. 세 차례나 윔블던을 제패했던 베커는 지난 4월 CAR의 스포츠와 문화 유럽연합 연락관으로 임명됐으며 외교관 면책 특권 때문에 파산 소송에서의 법률적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얻었다고 지난 주 영국에서 주장했다. 약 두 달 전 그는 트위터에 파우스틴 아르찬게 투아데라 CAR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벨기에 주재 CAR 대사관도 그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CAR 외무부의 고위 관리인 체루빈 모루바마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여권이 가짜라고 밝혔다. 그는 “2014년에 도둑 맞은 새 여권” 묶음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지난 3월 19일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난 이 여권에 외무부 직인이나 서명이 없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찰스 아르멜 두베인 CAR 외무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누가 여권을 발급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베커는 개인 은행가인 아르부스놋 레이텀에게서 돈을 빌렸다가 못 갚아 지난해 파산을 선언하고 현재 은닉 재산이 없는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주 런던최고법원에서 그의 변호인들은 영국 정부가 특별히 요청해 투아데라 CAR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취소하지 않는 한 베커에게 어떤 법률적 행위도 강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루바마는 1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CAR 기록보관소에 “베커에 관한 업무 파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디지털 마약’ 게임중독/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디지털 마약’ 게임중독/박현갑 논설위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자녀가 공부에만 매달리기를 바라는 부모로선 속이 탈 노릇이다. 청소년들도 불만이다. 게임하며 잠시 머리를 식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학습머신’이기를 강요하는 게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게임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임 몰입을 나무라는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사건은 중독의 부작용이다.게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18일(현지시간) 게임중독을 국제질병분류(ICD) 코드에 추가하는 11차 개정판(ICD-11)을 내놨다. 개정판은 내년 5월 총회에서 회원국 논의를 거쳐 확정되며 2022년부터 적용된다. WHO는 게임 중독을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가 최소 1년간 지속되는 중독성 행동장애’라고 정의했다. ICD는 모든 질병 종류와 이에 따른 신체 손상 정도를 세분화한 지침이다.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다.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지급, 면책, 삭감을 결정하는 주된 근거인 한국 표준질병 사인분류(KCD)도 이를 따르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번 개정으로 게임산업은 물론 인터넷 산업 전반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WHO가 게임중독에 대해 명확한 기준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질병으로 규정해 청소년을 ‘정신질환자’로 낙인찍으려 한다는 비판이다. 이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3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해외 게임산업 단체들과 낸 상태다. 하지만 WHO는 “게임장애 진단을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전체 게임 이용자들의 3%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도박중독이든 게임중독이든 지나치면 질병으로 인식하는 게 맞다. 1년 이상 자기통제력을 잃고 게임에 빠지면 중독이다. 치유해야 한다. 이용자층이 청소년임을 감안하면 미래 인적자원 보호 차원에서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게임 과몰입이 청소년 학업 스트레스와 상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용자의 행복추구권 운운하며 게임중독 치유를 외면할 일은 아니다. 게임업계는 질병 분류에 반대할 게 아니라 게임 구성의 도박성 요소를 줄이고 사용시간 제한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게임 문화를 건전하게 하면서 게임산업을 지킬 방안을 내는 게 옳은 자세다. 식음을 전폐하는 과도 몰입자에게 게임은 ‘디지털 마약’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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