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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지기 쉬운 통계의 함정

    빠지기 쉬운 통계의 함정

    ‘당신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가.’ 와 ‘대통령은 상원조사위원회에 출두해야 하는가?’ 는 똑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이 중 ‘워터게이트 사건’의 당사자 닉슨 전 대통령을 불명예 퇴진시킨 질문은 후자였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미국인들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지자,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했다. ‘면죄부’를 받은 듯 닉슨 대통령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수개월 동안 기자들 코앞에서 깃발처럼 흔들었다. 그러나 처음 질문에는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 국민이 ‘탄핵(Impeachment)’이란 단어를 몰랐다는 것. 그래서 갤럽은 질문을 바꿔 다시 여론조사를 했다. 그 뜻은 첫 번째 질문과 완전히 똑같았지만 왠지 처벌수위가 완화된 느낌이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찬성했고, 미국 의회는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두 번째 질문이 닉슨 대통령의 자발적 사임을 이끌어 낸 역사적인 질문이었다. ●데이터 분식·데이터 성형수술 등 통계의 이면 여론조사에서 이처럼 질문지의 내용을 살짝 손만봐도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독일 도르트문트 공대 통계학과 교수 발터 크래머가 쓴 ‘벌거벗은 통계’(염정용 옮김, 이순 펴냄)다. 이 책은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각종 숫자와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진 통계가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잘못된 행동을 이끄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적나라하다는 표현이 너무 미약하게 느껴질 정도다. 크래머 교수는 미국의 저명한 통계학자 대럴 후프가 쓴 ‘통계로 거짓말하는 방법(1954년)’을 읽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1991년 이 책을 완성했다. 그 뒤로 일약 지식인들의 통계 교양서로 자리잡으면서 이 책은 ‘아마존 통계경영학 부문 스테디 셀러’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현대인의 상식이다. 영국 수상을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오죽하면 “거짓말은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했을까. 그러나 이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한 거짓말인 통계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온갖 곳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통계를 믿을 수 없다고 평소 신념으로 가지고 있던 독자라도 신문에 실린 주식폭등 그래프를 보고 쌈짓돈을 만지작거리고, 유권자들은 사표(死票)방지 심리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당선권으로 나타난 정당후보에게 투표를 하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라는 산술평균값에 현혹돼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을 놓치게 된다. 통계는 복잡한 계산이나 숫자들을 피해 빠르고 쉽게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고안된 학문인데 통계 때문에 헷갈리고 조작의 피해를 당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통계를 활용하는 정부나 기업, 광고주들은 분식회계와 맞먹는 수준으로 ‘데이터 분식’행위를 하고, ‘데이터 성형수술’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좁고도 험하다. 특히 좌파, 우파, 중도파 모두 선의의 목적을 위해 통계가 조작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인식의 걸림돌이다. 이럴 때 15장으로 구성된 ‘벌거벗은 통계’가 길이요, 생명줄이 되는 것이다. 몇가지 사례를 보여주겠다. 성경에서 아담은 930살, 그의 아들 셋은 912살까지 살았다고 써 있다. 믿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것이 ‘정교한 수치가 진실’이라는 환상 때문에 또한 ‘두루뭉술하면 성의없다고 느낄 것’이라는 우려가 겹쳐져 나타난 숫자라고 설명한다. 심지어 영국의 신학자는 천지창조의 시점을 ‘기원전 4004년 10월21일 일요일 오전 9시’라고 정밀하게 계산해냈는데, 요즘 이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레슨1. 너무 구체적이고 정교한 숫자는 믿지 말라. 농부 1명이 소 40마리를 가지고 있고, 농부 9명은 소 ‘0마리’를 가지고 있다면 농부들은 몇마리의 소를 가지고 있는가. 통계에서 나타나는 최빈값은 ‘0마리’이고 중간값도 ‘0마리’인데, 산술평균은 4마리나 된다. 산술평균 4마리는 흔히 인용되는 숫자인데, 이것은 의미있는 실체적 진실인가? 아니다. 산술평균은 심각한 불평등을 은폐시키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의 규모로 전세계 국가를 줄세우기 하는 ‘국민 총생산의 신화’도 평균값의 함정에 해당한다. 레슨 2. 산술적 평균, 평균값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가파른 그래프에 현혹되지 말아라 표본조사가 잘못될 경우 통계 자체가 완전히 틀릴 수 있다.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1000만명, 갤럽은 단지 5만명의 표본으로 조사해 다이제스트는 공화당 후보가, 갤럽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을 예측했다. 결과는 갤럽의 승리였고, ‘뉴딜’로 유명한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됐다. 다이제스트의 표본은 일반인들이 아니라, 정기구독자들로, 자동차, 사교클럽 소속들이었다. 그래프를 볼 때 가파른 화살표나 등락만 살펴보지 말고, 가로축과 세로축의 단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프의 세로축이 ‘0’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뚝 잘라내서 가파른 기울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가로축도 마찬가지다. 가로축이 좁을수록 그래프는 가파르게 된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가파른 그래프란 주식가격의 폭등이나 폭락을 의미하는데, 투자자들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아가는 나쁜 그래프가 된다. 마지막으로 영국 여성은 평생동안 2.9명의 남자와 섹스를 하는 반면 영국 남성은 여성파트너가 11명이나 된다. 이런 결과는 왜 나올까. 여성은 성문제와 관련해 내숭을 떨고 남자들은 자신의 남성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축소했거나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책은 300페이지가 채 안 된다. 1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기후변화, 윤리적 접근 절실”

    “지금까지 기후변화는 과학이나 경제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본질에는 윤리적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기상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기후변화 윤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환경윤리학자 도널드 브라운(65)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18일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라운 교수는 공학, 법학, 철학을 전공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로 1995~98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근무하며 유엔 기후변화 국제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실무형 학자다. 브라운 교수가 기후변화를 윤리적 문제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피해와 혜택의 분리 현상이다. 즉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큰 피해자는 대개 그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가난한 국가란 것이다. 게다가 가난한 국가들이 보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질병, 가뭄, 강력한 태풍 등 선진국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연간 125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데, 이는 전 세계 원조 금액을 합한 것보다 크다. 또 각국은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전 지구적으로 공조해 기후변화를 책임지려는 의지는 적다. 이렇게 기후변화에는 빈부국간 형평성, 분배정의 등 윤리적 문제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브라운 교수는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대체를 위해 올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전 세계적 협상이 먼저 윤리적으로 정당한지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 즉 책임이 별로 없는 가난한 국가조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이 공정한 몫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받도록 논의해야 한다. 또 모두의 안전함을 보장하기 위해 전지구적 배출량 감소 목표도 정해져야 한다.”고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앞으로 주목하는 환경윤리적 과제는 ‘탄소 배출권 거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탄소배출이 감소할지, 또 돈으로 배출권을 사고팖으로써 돈 많은 나라에 탄소배출의 면죄부를 주진 않을지 등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흥미로운 연구과제”라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서울대 공직출마 교수 휴직 허용

    서울대가 15일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에 출마하려는 교수에 대해 휴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같은 내용의 휴직규정 초안이 최근 규정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돼 서울대 학장회의, 평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교수는 선거기간이 학기와 겹칠 경우 선거운동을 위해 휴직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엔 해당 학기가 시작하기 전 휴직계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 선거운동이 불필요한 경우 휴직할 필요없이 자유롭게 출마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상위법인 교육공무원법상의 권리를 하위법인 내규로 제한할 경우 위헌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차선책으로 선거 출마를 위한 휴직을 양성화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공무원이 휴직할 수 있는 경우로 병역의무 수행, 장기요양 필요시, 천재지변시 등을 적시하고 있으나 공직선거 출마의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그 기간 동안 휴직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대측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상위법이 고쳐져야 하는데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할 수 없이 서울대가 충돌하지 않게 내규를 손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논의됐던 ‘공직출마시 사임 규정’ 등의 방안은 초안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휴직했다가 복직할 경우 어떤 과정과 기준을 거쳐 이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때문에 교육보다는 정치에 한눈 파는 교수, 이른바 ‘폴리페서’ 양성을 합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8대 총선에 출마했던 김연수(체육교육과) 교수는 육아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의를 접고 선거운동에 나섰다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조국(법대) 교수 등 서울대 교수 81명이 ▲공천신청시 휴직 ▲공천탈락·낙선 후 복직과 임기 만료 후 복직 신청시 엄격한 심사 등의 폴리페서 윤리규정을 이장무 총장에게 건의했다. 임경훈 교무부처장은 “이번 조치는 미리 휴직 신청을 받아서 교수들에게도 리스크를 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낙인 법대 교수는 “모든 공직은 동일하다. 선거직과 임명직에 차등을 두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권력에 약한 檢 이제는 고쳐야

    지난 1995년 서울지방검찰청은 12·12사건 관련 피의자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또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의자 35명에 대해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도 검찰의 판단에 손을 들어 줬다. 그 유명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연인원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 학살자 처벌”을 외치는 사이에 내란죄의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됐다. 그러나 김영삼 당시 대통령 주도로 그해 12월 국회에서 5·18 및 헌정파괴범공소시효 특별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 또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헌재로 갔고, 헌재는 한정위헌 5와 한정합헌 4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지만 “특단의 사정이 있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논리였다. 진정소급효를 부정하는 우리 헌법질서에 무리를 가하고서야 쿠데타 주범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특검 피하려 수사본부 급조 헌재 결정과 특별법 제정을 지켜본 뒤 수사를 시작하겠다던 검찰은 1995년 11월 갑자기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급히 소환했다. 국회의 특별법 논의과정에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던 때였다. 검찰의 수사 배경에는 검찰수사를 기정사실함으로써 특검제 도입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겨울 삼성특검을 앞둔 검찰의 특본 구성으로 반복된다. 다짜고짜 전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검찰은 이른바 ‘골목성명’이라는 반발을 불러온다. 성명발표 후 고향으로 내려간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은 반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12월3일 새벽 전격적으로 영장을 집행했다. 법원과 검찰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전 전 대통령이 도주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었고, ‘3당 합당으로 내란세력과 야합한 김영삼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데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었다. 검찰이 처음부터 엄정한 수사의지를 가졌다면 이런 복잡한 과정과 헌법질서에 흠집을 내지 않아도 될 수사였다.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검찰은 “주동자만 처벌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부분의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삼성 SDS 사건 유죄 판단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시민단체 및 교수들의 항고·재항고를 포함, 모두 6번의 고소·고발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올해 대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과 달리 SDS BW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BW 저가발행에 따른 배임액이 50억원에 이르지 않을 경우 공소시효는 7년에 그친다. 즉 50억원이 넘어야만 공소시효 10년의 적용을 받아 처벌이 가능하다.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할 사건을 검찰이 6번이나 무시함으로써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檢 출신 인사 정치권 진출 제한해야 검찰의 수사는 선택적이다. 기소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들어오는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동일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처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찰은 지난해 촛불정국 이후 조·중·동 광고반대, PD수첩, 미네르바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건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반면 경찰의 시위대 폭행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고, 법원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용산참사 주요 수사기록 2500쪽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검찰이 그토록 싫어하는 ‘정치검찰’의 오명을 자주 덮어쓰는 것은 그 자신의 선택이 정치적이었기 때문이다. 정권은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힘들 때 전가의 보도처럼 ‘검찰카드’를 빼들었다. 검찰 또한 자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권을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현직에서 물러난 검찰 선배들은 속속 정치권으로 진출한다. 검찰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을 제한하고, 검찰총장 및 각 지검장을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헐값CB’ 논란 9년만에 종지부

    ‘헐값CB’ 논란 9년만에 종지부

    대법원이 29일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함으로써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이 사건으로 이 회장 등을 고발한 지 9년동안 이어졌던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을 비롯, 신주 헐값 배정 등을 통해 편법으로 부를 승계하는 재벌들의 관행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SDS 사건은 모두 이건희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계열사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배정하는 방법으로 재산을 부풀리거나 계열사 지배권을 획득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이 비슷한 내용의 두 사건에 대해 정반대로 판단한 기준은 바로 사채 배정 방식이다. 재판부는 주주에게 우선 배정권을 줄 경우 회사의 자산 규모만 커질 뿐 지분구조 등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저가에 사채를 발행한다고 해서 회사의 손해는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3자 배정을 하는 경우에는 기존주주가 아닌 사람에게 회사 지분 일부를 파는 셈이므로 제값을 받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신주를 아무리 저가에 발행한다 해도 주주 배정만 한다면 회사의 손해는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돼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지시를 받아 기존주주가 실권한 것을 진정한 주주 우선 배정 방식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실제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에서 절반에 가까운 재판관 5명은 “기존 주주 대부분이 실권한 특수상황에서 재의결 없이 이 전무 등에게 배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부터 제3자 배정을 한 것”이라고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폐쇄회사인 비상장회사를 통해 그룹 전체의 부를 빼돌리는 한국재벌과 다른 기업들의 수많은 사익추구행위들 전체가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삼성SDS 사건의 결과는 파기환송심에서 산정할 BW 적정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SDS는 이 전무 등에게 BW를 7150원에 발행했는데, 특검팀은 실거래가인 5만 5000원을 적정가로 봤고 1심 재판부는 9192원으로 봤다. 재판부 판단에 따른 배임액은 30억~44억여원으로 50억원에 미치지 못해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이 이보다 적정가를 높게 정해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으로 산정되면 공소시효가 늘어나 유죄 판결이 확정될 수도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삼성 편법 승계에 무죄 판결은 받았지만

    어제 대법원은 13년을 끌어온 삼성가의 경영권 편법승계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이 주주 배정이 분명하고 피고인들이 회사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전 대표이사 허태학·박노빈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삼성특검’이 같은 혐의로 기소한 이건희 전 회장의 무죄도 확정했다. 삼성은 법적으로 이재용 전무로의 승계 과정에서 ‘편법’이란 굴레는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과 다른 판단의 ‘국민 정서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즉각 ‘봐주기’라고 반발하고 있고 적지 않은 국민들도 ‘면죄부’란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당장 1년전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발표한 ‘10대 경영 쇄신안’을 어느 정도 실천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투명 경영의 약속에도 삼성 안팎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의 경영 간섭 논란이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면모를 좀더 갖추기를 기대한다.
  • [박연차 게이트] “千과 통화했지만 청탁 들어준 적 없어… 박연차 탈세자료는 검찰에 모두 제출”

    대검 중수부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발송한 ‘이메일 서면조사서’의 답장을 18일 받았다. 검찰은 서면 조사서에서 지난해 7~11월 국세청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할 때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전화를 걸었는지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때 여권 실세의 이름을 제외했는지 ▲박 전 회장의 혐의를 축소했는지 등을 물었다. 한 전 청장은 친분이 있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은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은 천 회장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 과정을 같이 다녔다.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는 선후배 사이다. 때문에 천 회장 등이 로비를 벌였다면 로비 대상 0순위는 한 전 청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보존기간이 1년인 통화기록을 분석해 천 회장이 한 전 청장과 접촉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은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할 때 일부 내용을 빼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1월 초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했고 그 내용대로 242억원 탈세 혐의로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세와 관련한 자료는 검찰에 전부 제출했고, 나머지 자료는 국세청에서 보관하다 최근 압수수색 때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검찰도 앞서 “실무진 내부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보고 과정에서 변형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었다. 한 전 청장을 상대로 천 회장 등이 로비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한 전 청장에 대해서는 발견된 혐의가 없고 신분도 참고인이라 강제 소환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서면 조사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면 조사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봐주기 수사’라고 일각에서는 지적한다. 유력인사들에 대한 서면조사는 처벌보다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절차로 자주 활용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 세무조사 전말을 알고 있는 한 전 청장의 미국행을 ‘방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는 중이기도 하다.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고가의 그림 선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일자 지난 1월19일 국세청장직에서 물러났고,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구속되기 6일 전인 지난 3월1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5차 사법파동’ 우려 사전 진화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의 ‘면죄부성’ 권고가 자칫 ‘5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어졌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 대법관의 행위를 부적절한 행위로 못박고 엄중 경고함으로써 소장판사들의 반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신 대법관에게는 상처를 덜 받는 선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윤리위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법원의 분열을 막기 위한 절충안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의 엄중 경고 및 유감표명에 대한 법원 내부의 평가는 엇갈렸다. 대법원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대법원장이 결단을 내렸어야 하는데 이번 입장은 앞뒤를 너무 잰 듯한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판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중앙지법 한 부장급 판사는 “대법원장이 입장을 냈다면 그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고 내부 수습에 무게를 뒀다. 이처럼 판사들조차 해법을 달리하고 있어 이 대법원장의 긴급 발표가 이미 촉발된 내부 반발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날 이 대법원장의 긴급 발표와는 별도로 이미 서울중앙지법의 판사 80여명이 이번 사안에 대한 판사회의 소집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14일 오후 6시30분에 중앙지법의 단독판사 116명이 참석하는 판사회의가 열린다. 현재 판사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0여명의 판사가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은 30대 소장판사들로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주도하는 세력이다. 서울중앙지법과 같은 움직임은 서울 북부지법에 이어 전국 법원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부산과 광주, 울산 등 지방법원의 판사들 사이에서도 판사회의 소집 의견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이 법관들의 집단행동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비리공무원 구제율 너무 높다

    비리공무원 징계에 지나치게 관대한 결정을 내리는 지방소청심사위원회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어 ‘하나마나’한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다. ●인천소청위, 10명중 8명에 면죄부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금횡령, 향응 수수 등 비리공무원에 대한 소청심사를 엄격히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번 주내에 지방소청심사위원회에 보내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비리공무원 10명 중 8명의 죄를 면해 준 인천 지방소청위 등의 제 식구 감싸기식 소청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행안부의 ‘지방소청심사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2007년 394건의 소청건수 가운데 형을 감해 주거나 아예 없애 주는 취소·변경·무효 확인 구제건수가 167건, 42.4%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521건중 244건(46.8%)이 구제됐다. 자치단체별로는 경북 71.4%, 전북 70.4%, 충북 68.4%, 광주 66.7% 등 6곳의 광역자치단체는 비리공무원의 소청에 대해 절반 이상 구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도 22.2%를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은 구제율이 20%대로 비리공무원들에게 비교적 엄격했다. 행안부 산하 중앙소청심사위원회의 구제율은 2007년 38.2%, 2008년 39.7%로 지방소청심사위원회에 비해 평균 5%포인트 낮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소청심사위원들의 경우 지역 연고가 많은데다 인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지방소청심사위원회의 이같은 경향에 대해 행안부는 실제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소청심사위원회는 독립기관이라 정부에서 감사를 하거나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행안부는 지방소청심사에 대한 정기적인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주기적으로 심사결과 공개해야”서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소청심사위원회에서 유사소청사례를 비교해 형량에 대한 판정의 형평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지방소청심사위원회도 주기적으로 소청심사결과를 공개해 관대한 처분을 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울중앙지법 14일 단독판사회의 소집

    ‘촛불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과 관련,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14일쯤 단독판사회의를 소집키로 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용훈 대법원장은 12일 오후 신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전원을 긴급소집해 대책회의를 가졌다. 판사들의 공개 비판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단독판사 5분의1 이상의 요구에 따라 단독판사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단독판사 기수·부문별 대표 7명이 ‘전체 단독판사회의 활성화 연구모임’을 구성하고 ‘판사회의 소집 요구서’를 작성해 동료 판사들에게 돌린 결과다. 불과 한나절만에 전체 단독판사 112명 중 발의 정족수인 5분의1이 넘는 약 30명의 서명을 받아냈고 대표단은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법원장의 소집으로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판사회의는 판사들의 발의에 의해서도 개최할 수 있다. 소집 요구서에는 ‘윤리위 결정에 여러 판사가 부당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와 재판권 독립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의안을 심의하려 한다.”고 돼 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들도 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법원의 한 판사는 “단독판사들이 ‘의견을 들어보자’고 모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소장 판사들이 급박하게 움직이자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대법관들로부터 윤리위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긴급회의는 시종일관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였다. 이 대법원장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대법관들의 의견을 조용히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법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포함,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1일 7명에 이어 이날에도 4명의 판사들이 내부통신망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임희동 판사(사법시험 16회)는 이날 올린 글을 통해 신 대법관의 공개 변소를 촉구했다. 임 판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신 대법관의 행위가 적법한 지휘권 행사인지 여부”라면서 “신 대법관이 자신의 소신과 그 사유를 공개하는 변소를 내부 게시판에 올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태식 의정부지법 판사(사시 38회)도 글을 올려 “명백한 재판 침해 행위를 그저 조금 ‘오버’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관료주의적 사법부 문화와 제도에 분노한다.”면서 “신 대법관의 행위는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천지법 김정아 판사(사시 41회)는 “사법부가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해가고 있다.”고 적었다.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신 대법관 문제를 윤리위에 회부한 것 자체가 ‘이 정도에서 일을 마무리하자’는 뜻이었을 텐데 법관들의 비판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판사들 ‘申대법관 면죄부’ 반발 확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관여를 사법행정권의 일환으로 결론내리고 경고 혹은 주의촉구 조치 권고에 그친 데 대해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법관들 스스로 법관의 신분보장 문제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이용훈 대법원장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광주지법 목포지원 유지원 판사(사법시험 39회)는 11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제안을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신 대법관에게 “결자해지의 측면에서 대법관님의 결단을 감히 부탁드린다. 사법부가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결단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일선 판사들에게는 “신 대법관께서 혹시 다른 결단을 내리고 해명이나 변명을 한다면 이에 대해 결정할 법관회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서울중앙지법 이옥형(사시 37회) 판사도 이날 올린 ‘희망, 윤리위, 절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보석에 신중을 기하고 재판을 신속히 하라는 언급의 의미를 법관들은 다 알 텐데 이것이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이고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 오경록(사시 38회) 판사는 ‘비내리는 오후의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법원장님이 윤리위 권고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할지 지켜봐야겠지만,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훌륭한 조치를 내려 주실 것이라 믿고 싶다.”고 이 대법원장의 용단을 촉구했다.우리법연구회 현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독립되어 있지 아니하면 사법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문 부장판사가 처음이다. 문 부장판사는 “사법의 독립과 사법행정권이 교차한다면 마땅히 사법행정권이 사법의 독립에 길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글은 개인적 견해에 기초한 것으로 제가 속한 단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몰아주기 배당은 직무의무 위반 아니다

    몰아주기 배당은 직무의무 위반 아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8일 신영철 대법관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징계위 회부를 권고하지는 않았다. 이는 이번 사안이 대법관을 징계할 정도로 중하지는 않다는 판단과 법관의 신분 보장과 직결되는 징계 문제를 언급하는 데 대한 부담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신 대법관이 ‘촛불 재판’에 관여했다는 윤리위 결론은 곧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을 어겼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리위가 이 대법원장에게 제시한 의견은 경고나 주의 촉구 권고에 그쳤다. 법원 공무원은 이 조치를 받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만, 법관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아예 없다. 법적 실효도 없는, 그야말로 질책의 의미가 전부인 것이다. 이에 대해 최송화 윤리위원장은 “법관의 징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련 기구와 절차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징계 여부나 어떤 징계를 할 것인지는 그에 따라 논의되어야 한다.”면서 “윤리위도 이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징계를 권고하는 것은)우리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열렸던 전국 법관 워크숍에서는 대부분의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징계에 대한 논의는 윤리위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특별히 토론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리위의 판단에는 헌법에 명시된 법관의 신분 보장을 논하는 데 대한 부담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명 가운데 5명 이상이 비법관으로 구성되는 윤리위는 사실상 독립된 외부 기구라고 볼 수 있는데, 외부인들이 함부로 대법관의 거취에 대해 논할 경우 법관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우리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징계를 권고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사법권 독립 훼손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리위의 의견 제시는 권고적 효력만 지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이 대법원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윤리위도 징계를 권고하지 않았는데 이 대법원장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신 대법관을 징계위에 회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반대로 윤리위가 직무범위를 이유로 선을 긋고 결단을 이 대법원장에게 미룬 셈이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이 대법원장이 이번 윤리위 결정으로 명예를 일부 회복한 신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줄지, 사법부의 신뢰도 손상이라는 오점을 남긴 데 대해 엄한 책임을 물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女談餘談] 어떤 이혼 이야기/유지혜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어떤 이혼 이야기/유지혜 사회부 기자

    한 가정법원 판사가 전해준 이야기다. 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데리고 이혼을 하겠다고 법원을 찾아왔단다. 황혼이혼도 흔해져 버린 지금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할아버지가 털어놓는 사연에 마음이 갔다고 한다. “우리 할멈이 치매에 걸렸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병원에 갔는데 내가 암에 걸렸다지 뭐예요. 치료를 받으려면 미국까지 가야 하는데, 할멈을 데려갈 수도 없고 혼자 둘 수도 없고…. 이혼을 하면 할멈 혼자 몸이 되어서 나라에서 이것저것 지원을 해준다면서요? 지금 가면, 살아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우리 제발 이혼 좀 하게 해주세요.” 할머니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식적인 ‘독거노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혼을 원하는 이유였던 것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이혼이 다 있다. 최근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 부부의 이혼소식이 큰 화제가 됐었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신이 나서 온갖 억측을 붙여 이야기를 키워댔다. 얼마 전 이혼을 한 나의 지인은 남편이 밥 먹는 모습, 숨 쉬는 소리까지 진저리 나도록 싫어져서 헤어지게 됐다고,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이혼은 필요한 제도이고, 이혼하는 것이 더 나은 부부들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혼의 전제는 상대방을 나만큼 우선순위에 놓고 모든 방법을 궁리하고, 시도하고, 노력한 뒤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저런 이혼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쉽게 포기하고 그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도 쉽게 주는 요즘, 어떤 이혼 이야기는 사랑보다 아름답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이혼을 하게 됐을까. 나의 질문에 판사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사정을 듣고 곧바로 이혼하게 해줬어요. 이런 경우에 이혼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고들 이야기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혼의 목적이 다른 것뿐이지 이혼 의사는 있는 거니까요.” 유지혜 사회부 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제2의 장자연’ 못 막을 용두사미 수사

    경찰이 장자연 자살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어제는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49재 날이었다. ‘혹시’하는 심정으로 지켜봤던 경찰의 수사 결과는 ‘역시’였다. 연예기획사 관계자 3명, 감독 2명, 금융인 3명, 기업인 1명 등 9명을 술접대 강요 등 혐의로 입건하는 데 그쳤다. 중간수사 발표라곤 하지만 구속자 한 명 없는 상태여서 수사 추동력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리스트’와 함께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두 개의 리스트 중 하나였던 ‘장자연리스트’의 결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허망했다. 변죽만 울린 경찰수사력의 한계였다. 피해자는 지하에서 말이 없고, 사건의 열쇠를 쥔 기획사 대표 김모씨는 일본으로 달아난 상태이므로 결말이 뻔하다는 시중 여론 그대로였다. 이름이 거론되던 유력 언론사 대표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의 면죄부를 받고 빠져나갔다. 성매매특별법 위반혐의는 돈 거래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아예 적용하지 못했다. 형법상 성접대 및 술접대 강요죄의 적용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씨가 검거되면 수사가 재개되겠지만 장자연은 이미 잊혀진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 법원의 범죄인 인도심사 등 절차를 밟아 신병을 넘겨받으려면 3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한국언론의 ‘냄비근성’은 유명하지 않는가. 2002년 연예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김규헌 서울고검 검사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제2, 제3의 장자연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2개월 동안 방송사 간부와 기획사 임원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20여명을 수배했다. 당시 김씨도 수사대상이었지만 홍콩으로 도피했다. 8년 뒤 발생할 사건의 불씨였던 셈이다. ‘약자에겐 군림하고, 강자에겐 기는’경찰의 용두사미 수사가 ‘성접대’라는 이름의 비뚤어진 문화의 불씨를 이 땅에 또 남겼다. 유감을 금할 수 없다.
  • 고용보험 미가입 자진신고땐 체납료 면제

    다음달부터 오는 7월31일까지 3개월 동안 1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자진해서 사업장 성립(설립)신고를 하면 회사 설립 이후 연체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료 및 임금채권기금 부담금을 면제해 준다. 실제 10인 미만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등 사회적 약자가 많이 근무하는 반면 사업주는 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일이 다반사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사업주에 대해 한시적인 면죄부를 주더라도 실직이나 업무상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근로자 수는 줄이겠다는 의도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통과된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관계 성립신고 등의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 후속 조치로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10인 미만 사업장의 회사 성립 신고 기간을 다음달 1일부터 7월31일까지로 고시했다고 22일 밝혔다.노동부는 신고할 경우 회사 설립 이후부터 4월까지 발생한 연체 보험료뿐 아니라 가산금과 연체료, 과태료도 면제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01년 1월 설립한 회사가 5월에 신고를 할 경우 200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료 및 임금채권기금 부담금 등을 면제해 주고, 신고한 날부터 고용보험 등에 가입한 것으로 해준다. 다만 고용보험의 경우 4월까지 연체한 기간 동안 사업주가 신청한 고용유지지원금, 고용촉진장려금 같은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는다.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을 처음으로 가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보험료는 한 번 내지 않으면 연체금과 가산금까지 붙기 때문에 뒤늦게 가입할 엄두를 내지 못해 아예 회사 설립 신고를 하지 않는 영세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면제 혜택을 주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번 신고 기간에 사업장 10만개와 근로자 20만명의 신규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정규직 근로자는 93%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52.1%만 가입돼 있다. 일일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의 가입률은 더 낮다. 고용보험 징수율도 지난해 2월 15.5%에서 올 3월 14.8%로 떨어졌다. 산재보험 징수 대상 업체는 지난해 12월 159만개 업체를 정점으로 하락해 3월에는 150만곳으로 줄었다. 노동부의 한 감독관은 “파산하는 업체가 늘고 신규 사업장 성립 신고 업체가 줄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면서 “하루에도 보험료를 낮추어 달라는 민원전화를 5~6통씩 받아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현재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임금채권기금 부담금은 각각 1인 이상 사업장은 사업장 성립과 함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산업 재해를 입은 근로자 치료 등을 보장하는 제도이고, 고용보험은 실직 근로자에게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임금채권기금 부담금 제도는 퇴직한 근로자가 기업 도산으로 인해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임금채권보장 기금에서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임금 또는 휴업수당, 퇴직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고용보험 등에 미가입한 사업주는 근로복지공단 관할 지사에 사업장 성립신고를 하면 된다. 문의전화 1588-0075.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MLB] 매뉴얼 감독 “찬호 계속 기회줄 것”

    12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는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영상 5도의 쌀쌀한 날씨. 게다가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였다. 콜로라도와 미프로야구 원정경기에 시즌 첫 선발 등판, 3과 3분의1이닝 동안 홈런 1개 등 7안타를 맞고 5실점(5자책)한 박찬호(36·필라델피아)의 부진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대목이다. 박찬호는 이날 “삼진을 잡을 때 쓰는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1회 잘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박찬호는 2-5로 뒤진 4회 1사 1·2루에서 채드 더빈으로 교체됐다. 평균자책점은 10.38. 필라델피아 타선이 3-5로 끌려 가던 8회와 9회 2점씩을 내 7-5로 역전승한 덕에 패전도 면했다. 최악의 조건은 상대 투수도 마찬가지였다. 우완 선발 애런 쿡은 6이닝을 7안타 3실점(3자책)으로 묶었다.이날 박찬호의 최고구속은 시속 148㎞. 날씨를 감안하면 무난했다. 문제는 1회 48개, 강판당할 때까지 투구수가 96개에 이를 만큼 컨트롤이 난조였다는 것. 필라델피아 찰리 매뉴얼 감독은 “시즌 첫 등판일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도 “1회 투구수가 많았던 것은 좋지 않았다.”고 짚었다.한편 추신수(27·클리블랜드)는 이틀 연속 2안타로 팀이 마수걸이 승리를 따내는 데 힘을 보탰다. 홈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이날 토론토전에서 우익수 겸 6번타자로 나서 2안타 2볼넷 1타점을 올렸다. 3경기 연속 안타로 타율을 .353(17타수6안타)으로 끌어올렸다. 클리블랜드는 8-4로 승리, 개막 이후 5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이번엔 100만弗 ‘검은 달러’… 노무현 게이트 번지나

    [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이번엔 100만弗 ‘검은 달러’… 노무현 게이트 번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빌렸다고 고백한 돈(100만달러)이 추적이 힘든 달러로, 그것도 청와대에서 오간 것으로 9일 드러나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사건이 ‘노무현 게이트’로 급속히 옷을 갈아 입고 있다. 빌린 돈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인이 아니라고 선언한 500만달러와도 닮은 점이 많아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의 언론플레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측에 건넨 돈은 모두 ‘검은 달러’이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로비자금으로 달러를 애용했다. 1만달러를 ‘1만원’으로 부를 정도로 일상적으로 썼다. 달러는 원화보다 부피가 작아 검은 거래에 쓸모가 있어서다. 현금이라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진술’이 없으면 돈거래를 알아내기도 어렵다. 달러로 오갔다는 것만으로도 ‘수상한 거래’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돈거래에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이 총출동한다. 100만달러에는 부인 권 여사가 등장하고, 500만달러에는 장남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나온다.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집사’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배달자나 청탁자로 출연했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저의 집’이라고 말해 드러났고, 연씨는 태광실업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됐다. 건호씨는 지난해 2월 연씨가 박 회장을 만날 때 동행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물론 500만달러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 입장에서는 연씨에게 거액을 쉽사리 건넬 수 없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고 건호씨를 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먼저 요청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요청해 100만달러를 그냥 줬다.” “노 전 대통령 애들이 찾아와서 5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받아간 사람은 정 전 비서관과 연씨지만, 최종 목적지는 노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수상한 돈거래라는 의심은 차용증이나 투자계약서가 없다는 데에서도 생긴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를 빌렸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차용증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검찰이 ‘면죄부’를 준 차용금 15억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15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빌려줬는데 차용증이 태광실업 압수수색에서 발견됐다. 500만달러도 연씨의 해외 사업자금이라고 노 전 대통령은 주장했지만, 투자계약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용증이나 투자계약서가 없다는 점이 정상적인 돈거래가 아니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검찰은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고 확신하면서도, 500만달러의 주인은 노 전 대통령이라고 아직까지 단정하지는 않는다. APC 계좌의 흐름을 훑어 보면서 500만달러의 일부가 노 전 대통령측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수사력을 모으는 이유다. 검찰은 500만달러가 여러 나라를 거쳐 수차례 세탁된 뒤 국내로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은주 오이석기자 ejung@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KBL 무기력증 언제까지

    프로농구 팬들이 뿔났다. 프로야구가 열리지 않는 13일을 제외한 4강 플레이오프(PO) 주중 경기가 모두 녹화 중계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프로야구가 오후 5시에 시작하는 덕분(?)에 생중계된다. “한국농구연맹(KBL) 스스로 무능함을 보여 주네요. 정규리그도, 6강도 아니오, 4강입니다. 어찌 야구 정규경기에 밀려 중계권을 하나도 따내지 못한다 말입니까.” KBL게시판에 남은 글이다.“전경기가 중계되도록 하겠다.”는 전육 총재의 약속이 ‘공약(空約)’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정규리그 4.4%(12경기)가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해 방송되지 못한 것. 물론 지난해 13%(34경기)가 중계되지 않은 것보단 줄어든 수치다. 4강 PO 중계가 이처럼 파행을 빚은 것은 프로농구 사상 처음이다. 케이블 3사에서 중계하던 프로농구가 편성에서 밀린 원인은 야구 때문이다. 야구가 농구보다 월등히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더 강한 콘텐츠로 거듭난 터라 방송사로선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렇다고 KBL이 면죄부를 얻을 수 있을까. 야구가 농구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농구 PO 일정이 야구와 겹치는 것도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달라진 건 지난 시즌까지 농구 중계를 도맡아 하던 Xports가 올해에는 개막부터 야구 중계를 한다는 것 뿐이다. 결국 PO 생중계 무산은 예고된 셈이다. 중계업무를 총괄하는 김원섭 특보는 “피해 가는 수밖에 없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를 슈퍼볼 일정을 피해 열지 않느냐. 다음 시즌에는 좀 더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내야 한다.”면서 “6강 PO가 3전2선승제에서 5전3선승제로 늘어나면서 일정이 늦춰진 것도 영향이 크다. (근시안적 결정인 것 같아) 좀 아쉽다.”고 털어 놓았다.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6강 PO가 5전3선승제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6일 이사회 결정사항이다. 전 총재와 김 특보가 부임한 것은 한달여 전인 9월1일.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해온 현 KBL 수뇌부도 팬들의 원망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은행 1인당 평균 인건비 8244만원… 고액 논란

    은행 1인당 평균 인건비 8244만원… 고액 논란

    미국에서 AIG의 고액 보너스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은행권도 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별다른 재주 없이 예대금리 차이 위주로 수익을 올리는 은행들이 고임금을 받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금융산업 발전이란 장기플랜을 생각하면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신한은행 9144만원으로 최고 26일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은행 직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24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는 급여,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을 반영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9144만원), 외환은행(9058만원), SC제일은행(8830만원) 순이었다. 하나은행은 6162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 1인당 인건비에는 임원과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까지 포함된 것이어서 정규직만 따로 계산할 경우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계산할 경우 평균 인건비는 내려가기 마련이어서 이런 통계는 도리어 은행권에 면죄부만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런 구분까지 해서 인건비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은 인건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외환위기 뒤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금융이 글로벌화되면서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많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은행을 지나치게 닦달해서는 안 된다는 옹호론도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 자금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벌써 연봉을 낮추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말하기엔 껄끄럽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적인 성격을 감안하면 솔선수범하는 것은 맞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임금 반납이나 동결 등을 추진하고 있는 데도 모두가 은행만 비난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임금은 노조와 협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영진의 결단만으로 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호소한다. ●“우리가 죽을 죄를 지었냐”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 은행들의 입장에 대해 금융당국부터 못마땅해한다. 금융업을 향후 먹거리로 설정해 둔 정부 방침 때문에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지만 사석에서는 은행을 성토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은 물건을 팔면 파는 대로 고스란히 수익이 되지만 금융업은 시장이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기 때문에 오르막 때 얻은 수익으로 내리막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면서 “지난 몇 년간 오르막에 있을 때 은행들은 돈을 아껴서 체질을 강화하기보다 글로벌 경쟁 운운하면서 자기네들 몸값 올리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 제조업에 비해 국가 경제에 기여한 것은 극히 적다.”면서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고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제조업체가 더 많다.”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도 “외환위기 뒤 선진금융기법 운운했지만 펀드 바람을 등에 업고 거품만 만들어 냈던 게 솔직한 우리 은행의 자화상”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직원에게 돈 많이 주는 게 무슨 죄냐라고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태성 최재헌기자 cho1904@seoul.co.kr
  • [신영철대법관 재판참여 조사결과] ‘대법원장 업무보고’ 申대법관 일부 작문

    [신영철대법관 재판참여 조사결과] ‘대법원장 업무보고’ 申대법관 일부 작문

    이용훈 대법원장이 ‘면죄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14일 보낸 ‘대법원장 업무보고’라는 이메일은 신영철 대법관이 일부 작문한 것이라고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지난해 10월 신 대법관과 만나 위헌제청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신 대법관은 지난해 10월14일 오전 9시26분부터 49분까지 23분간 대법원장을 만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박재영 전 판사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고 업무보고를 했다. 보고가 끝난 직후인 오전 10시42분, 신 대법관은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법원장이 말씀하셨다.”고 단독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은 진상조사에서 “평소 생각을 대법원장의 권위를 빌려 판사들에게 전달, 설득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이 대법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신 대법관의 이메일이) 대체적으로 내가 말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한 취지나 대법원장의 말을 멋대로 만들어낸 책임을 신 대법관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해 진상조사단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헌재의 해명과 달리 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13일 헌재 소장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신 대법관이 야간집회 위헌심판의 빠른 처리를 부탁하자 헌재 소장은 “주심의 해석에 따라 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헌재 연구관과 변호사들과 접촉해 재판관 평의나 공개변론 일정을 파악한 신 대법관이 “촛불재판 통상 처리가 대법원과 헌재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과장해 말했다고 진상조사단은 발표했다. 신 대법관의 이메일이 공개된 지난 5일 헌재는 “사건에 대해 신 대법관과 헌재가 의견을 교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딱 잡아떼거나 순순히 인정하거나 사내루머 대처법 겁 많은 박희태 대표님 [WBC] 멕시코전 완승 이끈 삼위일체 한전 손쉬운 적자 해소 방법 국회의장 모욕하는 의원님 저택 호화로움 재산순 아니더라 여자운전자 황당 사고 모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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