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면담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징크스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창원 LG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캠퍼스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 빈곤
    2026-04-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973
  • 완주교육지원청, 마을 교육공동체 만든다

    전북 완주교육지원청이 전문성을 갖춘 학부모나 주민, 사회단체 인사를 ‘마을선생님’으로 임명해 학교 교육에 참여시킨다. 온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마을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사업이다. 7일 완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지원을 받아 마을 선생님 100여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마을 선생님은 서류 심사와 면담 등을 거쳐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선발해 인증해준다. 이후 교육방법 등에 대한 연수를 한 뒤 오는 3월부터 학교 현장에 투입한다. 마을 선생님이 되면 수업시간에 교사를 보조할 수도 있고 방과후 또는 방학을 이용해 학생을 가르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역할은 학교, 교사와 협의해 결정한다. 초·중·고교 모두 대상이다. 마을 선생님은 재능 기부 형태여서 보수는 없다. 마을선생님은 크게 7개 분야로 활동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정규 교과과정의 수업을 지원하고 음악, 미술, 체육, 무용, 연극, 어학 등의 특기 적성 교육에도 참여한다. 이와 함께 문화, 역사, 지리, 환경 등 지역사회 이해 활동을 돕는 것은 물론 진로 및 직업 체험과 이해, 학습이 더딘 학생 지도, 도서관 운영 보조 역할도 한다. 추창훈 완주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많은 주민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사장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마을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북한 “수소탄 핵실험”] 24시간 비상체제·軍 대북 경계 강화… 韓美국방 통화 “심각한 도발”

    [북한 “수소탄 핵실험”] 24시간 비상체제·軍 대북 경계 강화… 韓美국방 통화 “심각한 도발”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단행한 6일 정부는 북한 지역에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외교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본부와 재외공관에 비상근무태세 유지를 지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국제기구와 연락을 취했고 북핵 담당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미국과 중국 당국에도 연락을 취해 상황을 공유한 데 이어 오후 1시에는 임성남 1차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다시 열었다. 임 차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이런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외교 채널도 전방위로 가동됐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을 면담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는 강력하고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양자·다자 차원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는 데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준국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도 6자회담 파트너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과의 통화에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국방부는 지진 발생 12분쯤 뒤인 오전 10시 42분 최초 상황을 접수한 뒤 30분 후 곧장 위기조치반을 소집했다. 이어 오전 11시 40분에는 통합위기관리회의를 열었다. 군은 이날 정오를 기해 대북 경계 및 감시 태세를 강화했다. 또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 회의도 개최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10시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전화로 통화하며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발행위”로 규정하는 등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의지를 다졌다. 이날 미국의 대기분석 특수정찰기인 WC135(콘스턴트 피닉스)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대기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비상상황반을 가동해 북측 개성공단 체류 인원 등에 대한 신변 안전 보장 방안을 논의했다. 오후 6시 입·출경 마감 후 개성공단 체류 국민은 849명으로 확인됐다. 통일부는 당장 개성공단 출·입경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경제·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합동 점검 대책팀을 구성했다. 당국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금융시장 등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각 대응할 방침이다.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정부의 후속 대응 조치와 관련, 정부가 특히 지난해 8·25 남북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지 주목된다. 당시 우리 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군 당국이 이날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당시 언급한 ‘비정상적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보복 조치로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심리전’ 측면에서 북한에 상당히 위협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지적 대남 도발과 핵실험은 성격이 달라 방송 재개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톡!톡! talk 공무원] “메르스 방역 최전선…밤새우며 싸워 ‘국민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죠”

    [톡!톡! talk 공무원] “메르스 방역 최전선…밤새우며 싸워 ‘국민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텼죠”

    “수일 밤을 새우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씨름하다 오랜만에 집에 가니 아이가 그러더군요. ‘아빠 왜 이리 늙었느냐’고….” 전국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역학조사관은 34명뿐이었다. 이 가운데 단 2명만 정규직이었고, 나머지 32명은 의무 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였다. 보건 당국이 초동 대응에 실패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들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맨몸으로 메르스와 사투를 벌였다. 권동혁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보건연구관)은 당시 메르스 방역 최전선에 섰던 2명의 정규직 역학조사관 가운데 한 명이다. ●인력 충원·방역 체계 정비 계기 돼 수의학을 전공한 권 조사관은 1998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수의직으로 일하다 2004년 질병관리본부로 옮겨 2012년에 역학조사관이 됐다. 정규직 역학조사관을 뽑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역학조사관 제도는 2000년에 만들어졌지만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워 이전까진 공중보건의만으로 역학조사를 했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이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감염병 발생 경위, 다른 환자와의 접촉력 등을 조사한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메르스 때는 전국적으로 매일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의심환자와 격리자가 발생해 인력난이 심각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야 정규직 역학조사관 30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초반 두 주 정도는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 잤어요. 또 시간이 없어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었습니다. 상황이 위급하다 보니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 20일 만에 7㎏이 빠졌죠.” 환자를 직접 상대하다 보니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도 컸다. 확진환자를 면담할 때는 방역복을 갖춰 입었지만, 의심환자를 만날 때는 마스크와 장갑 정도만 착용했다. 2~3명의 역학조사관이 메르스 증세인 고열로 자택 격리됐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는 환자들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만난 역학조사관에게 전화를 많이 걸었습니다. 자택 격리돼 생계가 막막하다 보니 따지기도 하고, 소리 지르며 우는 분도 계셨어요. 행정 지원 인력이 보강되기 전까진 조사하고 판단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민원 전화를 받아야 했죠.” ●메르스 추가 확산 방지 사명감 커 쏟아지는 비난, 반복되는 격무에도 버틸 수 있게 해 준 건 역학조사로 더 큰 희생을 막았다는 자부심이었다. 역학조사관들이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의 의무기록을 일일이 살펴 폐렴으로 입원하지 않았는데 폐렴 소견을 보인 환자 6명을 발견했고, 이들을 이송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 6명은 메르스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권 조사관은 “만약 이 환자들을 놓쳤다면 더 많은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메르스는 사회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초보적 수준의 역학조사를 정비하는 계기도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 시스템’(DUR)으로 환자의 병원 방문 이력을 추적하고, 폐쇄회로(CC)TV로 병원 내 메르스 환자 접촉자를 가려냈다.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아직까진 환자 면담에만 의존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역학조사관은 평상시 법정감염병 79종에 대한 조사 업무를 한다. 지금까진 인력이 부족해 법정감염병이 발생해도 깊이 있게 조사하지 못했다. 권 조사관은 “인원이 충원되면 법정감염병별로 역학조사관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염병의 원인을 잘 파악해 차단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역학조사의 힘이자 역학조사관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오송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윤병세 “위안부 재협상 고려하지 않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이 5일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해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규탄했다.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여당 위원과 김희정 장관은 불참했다. 이날 여가위 위원장인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 당리당략으로 의견이 충돌했을 때도 여성문제에 관해선 손을 맞잡았는데 국회의 좋은 역사적 유산이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남인순 더민주 의원은 “주무부처 장관에게 그 동안의 경과를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논의하고자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불참했다. 매우 유감이다”고 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류지영 의원은 “여야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여당 위원들은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꼭 해야 된다고 하면 나중에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야당은 오는 7일 열리는 강은희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재차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외교통일위원회도 전체회의 개최를 위한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외통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단독으로 이뤄진 ‘여가위 회의’가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 간사인 심재권 더민주 의원은 “여당의 반대 입장이 워낙 완강하니 회의라도 우선 개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거두절미하고 재협상을 요구했다”며 “(일본이 출연키로 한) 10억엔을 절대 받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면담에서 “재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위안부 협상과 관련, 전문가 세미나도 잇따라 개최됐다. 외교부 국립외교원이 개최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 정책세미나에서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내용적으로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에 근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번 합의를 평가했다. 다만 “일본 총리나 외무상이 직접 사죄하는 감성적 접근은 부족했다”며 “이번 타결 내용을 구속력이 강한 공동선언, 조약 형식으로 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근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의 이행에 따르는 법적 문제 등에 대해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하여 심층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에만 외교부가 15차례에 걸쳐 피해자 및 관련 단체 면담을 했다”고 답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임시국회 D-2… 여야 협상 또 ‘공회전’

    임시국회 종료일(8일)을 사흘 남겨둔 5일에도 여야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안 관련 협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회전만 반복했다. 이처럼 12월 임시국회가 성과 없이 끝날 조짐을 보이자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위한 1월 임시국회 소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1월 임시국회에서도 협상 국면에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여야는 이날도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쟁점 법안과 관련, “야당은 권력 진흙탕 싸움에만 혈안이 돼 무책임하게 법안 처리를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핑계로 선거구를 무법 상태로 두는 것은 새누리당의 꼼수”라고 반박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부친상을 당한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를 조문하기 위해 ‘남행열차’에 2시간을 나란히 앉아 가기도 했지만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구 획정안 협상도 큰 진전이 없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253석+선거연령 18세 인하’ 절충안을 20대 총선부터 적용하면 새누리당이 요구한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의 연계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17년 대선부터 선거 연령을 낮추는 대신 이번에 쟁점 법안을 연계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하태경 의원 대표 발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의 의결 요건을 현행 3분의2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정 의장이 (발의한)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정 의장이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정 의장이 전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선거구 획정 문제와 경제법안 연계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데 대해 청와대는 이날 “‘연계’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는데 정 의장이 우리의 뜻을 왜곡하고 폄훼했다”며 발끈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쑹타오 中대외연락부장 이달 방북 추진”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 이르면 1월 중에 북한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양국 사이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4일 보도했다. 쑹 부장의 방북이 실현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중 관계는 작년 10월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의 북한 방문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다가 지난달 북한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로 다시 삐걱대는 양상이었다. 따라서 쑹 부장의 방북이 조기에 성사될지는 북·중 관계 복원 여부를 가름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쑹 부장은 지난달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방중한 최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면담한 바 있다. 다만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쑹타오의 방북설에 대해 “제공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대답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경기도 ‘35만명 보육대란’ 초읽기

    경기도 ‘35만명 보육대란’ 초읽기

    경기도의 보육 대란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논란으로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31일 2016년 전체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최소 필요 경비만 지출할 수 있는 준예산 상태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 ‘준예산’은 예산안이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꼭 필요한 경비만 전년도 예산에 따라 지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강득구 도의회 의장은 3일 오후 도의회 의장실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준예산 사태의 해결책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서 남 지사는 강 의장에게 임시회를 조속히 열어 올해 본예산안 처리를 요청했다. 앞서 남 지사는 이재정 도교육감, 김현삼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준예산 사태로 도와 도 교육청은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 등 법정 지출 경비만으로 행정을 꾸려 나가야 한다. 따라서 누리과정 예산은 법정 지출 경비가 아니기 때문에 집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달 중 도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경기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아 35만여명의 보육료 지급 지원이 중단되는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누리과정 예산이 끝내 지원되지 않으면 만 3~5세 자녀를 둔 가정은 앞으로 20여만원의 보육료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도의회는 누리과정 지원 예산 편성 때문에 빚어진 여야 갈등으로 지난달 31일 밤 12시까지 2016년 예산을 처리하지 못했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공약이니만큼 정부 예산으로 전액 지원해야 한다”면서 누리과정 지원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도 교육청 예산으로 우선 6개월분을 편성하자고 맞서며 의장석을 이틀간 점거, 예산안 통과를 저지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곳은 서울·광주·전남에 이어 경기도가 네 번째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공염불’ 된 해병대 인권 개선… 이번엔 회식 때 졸았다고 집단폭행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해병대 부사관들이 부대 회식 중 건배하다 졸았다는 이유로 후임을 집단 폭행하거나 잠자고 있는 후임에게 휴대전화를 던지는 등 비인간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병대는 지난해 7월 ‘해병은 해병을 때리지 않는다’와 같은 생활신조를 제정하는 등 병영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같은 다짐은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3일 “해병 6여단 헌병대가 A(22) 하사 등 간부 2명을 후임 하사를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며 “이들을 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이달 중 재판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 하사 등 2명은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10시 인천 옹진군 백령면의 한 주유소 인근 길가에서 후임인 B(20) 하사의 뺨과 가슴을 두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하사 등은 사건 당일 간부 회식 자리에서 중대장이 건배 제의를 하는데 B 하사가 졸고 있었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초 백령도 해병 6여단에 전입한 B 하사는 전입 3주 만에 선임 간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셈이다. A 하사 등은 평소 B 하사에게 담배를 사오게 한 뒤 돈을 주지 않거나 초과 근무를 대신 서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헌병대는 지난해 12월 6일 피해자인 B 하사의 면담 요청을 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다. 헌병대는 면담 과정에서 같은 달 5일 다른 선임 C(23) 하사가 잠자고 있는 B 하사에게 휴대전화를 던진 사실도 확인하고 C 하사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B 하사는 현재 극도의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 등을 포함한 4주 진단을 받고 고향 인근인 전남 국군함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김포 해병 2사단 소속 병사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딜 수 없어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데도 해병대의 구타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3월 미국서 한·미·일 정상회담 검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합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이 이 합의를 재확인하고, 차관급 안보대화 등 3국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후속 조치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31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현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전했다. 신문은 회담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내용의 한·일 간 합의에 대해 미국이 확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이달 중순 한·미·일 3국은 도쿄에서 3국 간 차관급 안보대화를 추진 중이라고 NHK가 전했다. NHK는 “한·미·일이 이달 중순 도쿄에서 임성남 한국 외교부 1차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하는 3국 외교차관급 협의를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대응이나 중국의 해양 진출 정책 등 아시아 지역의 안보 현안 등을 협의하는 등 3국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이 마련된 것에 관해 별도의 의사표명 여부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올해 5월 일본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일·한 의원연맹 소속 일본 국회의원들이 5월 이전에 한국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면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일 합의에 피해자가 반발하는 것을 고려해 일본 정치인이 직접 설명해 이해를 구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올 5월 하순에 미에현 이시지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박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볼링공의 무게는 다르다. 몸무게의 10분의 1 정도 되는 볼링공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완력에 자신이 있다면 더 무거운 공도 괜찮다. 볼이 무거울수록 흔들림은 적고, 파괴력은 더 커진다. 오빠는 자신의 체중에 비해 다소 무거운 공을 사용하곤 했다. 그 16파운드짜리 볼링공이 65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오빠에게 실제로 버거웠는지, 아니면 적절한 무게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오빠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되돌려 보았다. 유튜브 검색 창에서 오빠의 이름과 ‘볼링’이라는 단어를 함께 치면 열 개가 넘는 동영상이 뜬다. Y시장배 아마추어 볼링 대회의 결승전 영상, 그리고 형식이 ‘제일볼링장’이라는 태그를 달아 업로드한 짧은 영상들로, 대부분 볼링공을 던지고 있는 오빠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다. 이따금 스트라이크를 치고 나면, 뒤로 돌아 허공을 향해 두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 짤막하게 잡히기도 했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자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커다란 모형 볼링핀을 지붕 위에 얹은 ‘제일볼링장’ 간판도 보였다. 나는 객차의 출입문을 향해 트렁크 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걸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낡고 찌든 구두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로, 십여 년 전 그를 쫓아낸 오빠가 아버지의 외투와 함께 마당으로 내던졌던 그 구두였다. 앞코가 해지고, 뒤꿈치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낡은 갈색 구두의 원래 모습이 얼마나 날렵했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신은 아바이도 아이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만 우리 둘 다 제 명에 몬 삽니데이. 살아생전에 서로 보는 일 없도록 하입시더!” 오빠는 커다란 전정가위를 손에 든 채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내가 있는 한, 이 집에 그 종자가 발을 디디 놓는 일은 없을 끼다. 엄마도 맞고 산 세월은 이제 잊으이소. 열일곱 살의 오빠는 짐짓 근엄하게 말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던 오빠의 말은 그대로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오빠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는 십 년 만에 나타나 러닝셔츠와 트렁크 팬티 바람으로 거실에 선 채로 나를 맞고 있었다. 닳을 대로 닳은 구두만큼이나 아버지의 몰골은 비참했다. 몸피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다 빠져 휑뎅그렁했다. 게다가 새카만 피부와 깡마른 팔다리, 그리고 볼록한 배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연상시켰다. 기세등등했던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린 채 젓가락 같은 팔로 러닝셔츠 안의 배를 긁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왔나? 밥은? 너거 엄마는 밭에 갔다. 덥은데 어서 들와서 선풍기 바람 쫌 쐐라.” 약간 새된 소리가 섞인 음성은 그대로였다. 방금 학교에서 돌아온 딸을 맞는 듯 다정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고 있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내한테도, 거…걸리가 있다 카더라. 나도 다 들었는 말이 있다.” “걸리고, 권리고 간에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 어떤 집인데!”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서 현관과 맞닿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내 방이었다. 고향을 떠나고 나서야 갖게 된 내 방. 그가 방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내가 신발조차 벗지 않고 현관에 서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현관에 놓인 그의 구두를 집어 들어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냉장고에는 자양강장제 열 병이 두 개씩 나란히 줄을 지은 채 놓여 있었다. 각성 효과가 있다는 자양강장제를 물처럼 마시던 오빠가 세상을 뜬 지도 이 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냉장실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 갈색 병에 담긴 드링크를 열 병씩 정리해 놓는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다. 오빠는 매일 아침 자양강장제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젊은 날의 선택’이라는 광고로 유명한 노란색 드링크제를 양쪽 점퍼 주머니에 불룩하게 넣은 채로 출근하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고가 났던 날, 오빠가 몰던 트럭 조수석 바닥에는 빈 드링크제 병이 스무 개 남짓 뒹굴고 있었다. 오빠는 졸릴 때마다 자양강장제를 마시면 힘이 난다고 했다. 오빠는 자주 졸려했고, 늘 피곤해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서 소변을 본 후 변기 커버를 위로 젖혀 놓고 물도 내리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그냥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나는 그를 대신해 물을 내리면서 자양강장 드링크제처럼 샛노란 오빠의 오줌이, 거품을 일으키며 변기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다. 오빠 방에 들고 온 짐을 풀었다. 책상에 놓인 액자 속 오빠는 머리카락을 노랗게 탈색한 채 경직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담은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사진 액자 옆에는 두 개의 볼링핀이 놓여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볼링핀 모양의 트로피다. 한 개는 2.0리터짜리 생수 병 크기 정도로 크고, 나머지 하나는 막걸리 병만 했다. 오빠가 냉장 트럭에 가득 싣고 다니던 막걸리 말이다. 오빠는 이 지역에서 소문난 아마추어 볼링 선수였다. 그와 한판 붙기 위해 인근의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이곳까지 원정을 오기도 했었다는 건 오빠가 죽고 나서야 알았다. 빈소에서 문상객들이 늘어놓는 오빠의 무용담을, 나는 상복을 입고 빈청에 앉아 참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오빠의 사인은 졸음 운전이 불러일으킨 사고로 인한 심박정지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 인근에서 서울 방면으로 시속 130㎞로 달리던 K주류회사의 냉장 트럭이 오전 6시 40분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탈 만큼 큰 사고였다, 새벽부터 출근해 냉장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로 막걸리를 배달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므로 그의 죽음은 당연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했다. 사고 전날에도 오빠는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했고, 사고 당일에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는 오빠가 죽기 전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쳤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나는 엄마에게 절대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합의서 따위에 도장을 찍어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엄마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오빠의 회사 사람들이 찾아와 현란하게 혀를 휘두를 때에도 엄마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의 곁을 지켰다. 문도 열어 줘서는 안 된다는 회사 사람들을 집에 들이고, 오빠가 즐겨 마시던 드링크제를 그들에게 내놓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엄마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오빠가 그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치지 않았더라면…. 회사는 이런 가정을 내놓고 우리를 괴롭혔다. 과한 취미생활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나는 오빠를 대신해 회사와 싸웠다. 회사의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 강변하면서도 새로운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괴로웠다. 그날 아침 내가 오빠에게 전화라도 한 통 했더라면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빠가 그날 새벽에 뜨거운 국과 밥을 먹고 나간 것이 오히려 졸음 운전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까. 엄마는 싫다는 오빠에게 한사코 아침을 먹여 보낸 것을 후회했다. 만약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 한 학기 등록금은 당시 식구들이 살던 고향집의 연세(年貰)보다 비쌌다. 머릿속에서 새로운 가정이 하나씩 튀어나올 때마다 커다란 대바늘이 심장을 깊게 찔러 대는 느낌이었다. 오빠의 죽음을 곱씹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가정들과 후회는 바늘 끝처럼 날카롭고 좁았다가 때로는 큰 파도처럼 밀려와 삶 전체를 부정하고 휘저어 버렸다. 아버지가 반듯한 가장이었다면, 엄마가 좀 더 야무지게 우리 남매를 건사할 줄 알았더라면, 오빠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례식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위로의 말은 엄마에게 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웃들과 몇 안 되는 친척들은 동공이 초점을 잃고 실성한 사람처럼 빈소를 지키고 있는 엄마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더러, 이제 너그 엄마한테 남은 사람은 인숙이 니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척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일말의 부담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감추고 살아남은 내 책임을 강조했다. 나 역시 하나뿐인 오빠를 잃었다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슬픔 이전에 책임이라는 단어가 목구멍에 와 박히면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더구나 촌각을 다투면서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다. 오빠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을 면담하고, 장례 절차를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내 동창이자 오빠의 친한 후배였던 형식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곤란한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인호 행님은 내한테도 친행님이나 다름없다. 형식은 삼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무르며 우리를 도왔다. 형식은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오빠의 부고를 알렸고, 생각보다 늘어나는 조문객을 맞으려 술과 음식을 추가로 주문했다. 나를 대신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음식을 나르며 조문객들을 대접했고, 장례 행렬 맨 앞에서 오빠의 영정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장례 기간 내내 내 시선을 피해 의아한 마음이 들게 했다.  오빠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화장터 앞마당으로 나를 따로 불러 오빠가 남긴 보험금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준 것도 형식이었다.  “장례 다 치아고 말해 줄라 캤는데 행님을 저래 불구디에 보내디리고 나이 인자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볼링동호회에 보험설계사 하시는 행님이 계시거덩. 그 행님한테 인호 행님이 얼마 전에 보험 하나를 들었다. 그기 정확히 말하만, 무슨 내기를 해가꼬 20만 원 정도 인호 행님이 땄는데 그거를 보험 행님이 돈으로 안 주고 인호 행님 이름으로 종신보험을 들어뿌맀다 이기라. 첫 달 보험료 대납해 줬다 카민서. 두 달도 안 된 일인기라. 그걸로 그 보험 행님이랑 인호 행님이 싸우고 억수로 난리 났는데, 일이 이래 되고 보이 이런 거를 불행 중 다행이라 캐야 되는 긴지…. 사람 운명이라 카는 기 참… 얄궂다.” 형식은 끝까지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나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화장터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와 형식의 담배 냄새가 섞여 공중으로 흩날려졌다.   오빠가 내 이름으로 남긴 보험금이 꽤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웃들은 그래도 이제 인숙이네는 걱정 없겠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들 죽은 보험금으로 포도밭을 사고 새로 집을 지었다며 수군거렸다.  돈으로 위로할 수 있는 죽음이란 없다. 오빠의 보험금을 받았다고 해서 그를 잃은 슬픔이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위로받기 위해 그 돈을 받은 것 또한 아니었다. 오빠는 죽으면서 보험금을 내 앞으로 남겼고, 우리는 오빠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했다. 우리는 항상 가난했다. 오빠는 가난하게 자라, 가난하게 살다가 갔고,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돈을 남겼다. 보험금 5억과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1억, 6억이란 돈은, 남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돈이었다.  남의 집 농사일을 도와주고 품삯을 받으며 살던 엄마의 소원은 자기 명의의 땅과 집을 가지는 것이었다. 내 소원은 학교 앞에 원룸이라도 하나 얻고,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니는 것이었다. 오빠는 형식처럼 볼링장 아들로 태어나 볼링을 실컷 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가 굳어지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농담이라며 유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꿈은 나와 엄마의 소원을 이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세 사람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고시원을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내 공간으로 마련한 8평짜리 오피스텔은 아늑했다. 뜨거운 물을 가장 센 수압으로 오래도록 틀어 놓고 머리를 감다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는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 벌거벗은 몸으로 주위를 둘러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집에서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되뇌면서 괜히 주눅이 들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링을 몰랐더라면, 형식과 어울리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은 지금도 떨치기 어렵다. 장례가 끝난 후,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휴대전화에 남겨진 형식의 메시지들을 읽으며 나는 호흡이 가빠졌다. 형식은 거의 매일 밤 오빠를 자기네 볼링장으로 불러냈다.  행님 오늘 제가 3 대 3 죽이는 멤버들로 조 짜놨습니더. 판돈이 꽤 커예. 이거는 진짜 빅 매치라요. 컨디션 조절 잘하고 오시이소. 드링크 시원하게 해 놓고 기다리께예. 오빠의 휴대전화를 들고 읍내에 있는 형식의 볼링장으로 달려갔다. 볼링장 입구의 커피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따귀를 올려붙였다. 형식이 놓친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으. 뜨거버라! 니 미친 거 아이가.”  대답도 없이 볼링 레인 앞에 놓인 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볼링공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 볼링장 입구의 유리문을 향해 힘껏 던졌다. 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야, 이형식. 너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머라카노. 니 뭐 잘몬 쳐 묵었나.” “너는 왜 이렇게 멀쩡해? 우리 오빠를 노름에 끌어들여 죽게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고 있냐고!” 나는 형식이 가슴팍과 어깨를 주먹으로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다, 그런 기 아이고. 니가 무슨 오해가 있는 갑는데, 행님은 노름을 하신 기 아이고… 그거는 그냥 친목 도모다. 그라이깐 여기 볼링동호회 회원들끼리 재미로 했던 내기인기라.” “그래? 그럼 이 얘기 경찰서 가서 한 번 해 볼까. 매일 밤 판돈이 백만 원에서 이백만 원씩 오가는 볼링 게임이 내기인지 도박인지 말이야.” “니 말 다했나? 니 그래 말하만 나는 뭐 할 말 없을 줄 아나. 그래도 해…행님이 우리캉 볼링을 칬기 때문에 그 보험을 들게 된 기지. 동네 사람들이 다 칸다. 너거 집은 행님 죽어 가꼬, 그나마 남은 사람들이 살게 됐다꼬. 6억이 뭐 누구 집 아 이름이가?” 나는 형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레인 앞에 놓인 볼링공 하나를 들어 카운터 방향으로 던졌다. 형식이 자리를 비운 카운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둔탁하게 볼링공이 떨어지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장 볼링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뒤통수에 대고 거칠게 욕을 하는 형식에게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입구에 잘게 부서져 있는 유리 조각을 밟으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밭에서 돌아온 엄마의 바지 자락은 흙투성이였다. 엄마는 입구에 더러운 몸뻬 바지와 토시를 허물처럼 벗어 두고, 반팔 셔츠와 팬티만 입은 채로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들어갔다. 못 본 사이 살이 더 빠졌는지 팬티조차 몸뻬처럼 헐렁했다. 엄마는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욕실 바닥에 소변을 보았다. 욕실 문도 닫지 않고 수채 구멍에 오줌을 누는 엄마의 엉덩이를 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변기가 아닌 수채 구멍 앞에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보는 엄마의 버릇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나는 이기 편한데 우짜겠노. 엄마는 늘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입안에서 삼키듯이 말했다. 학창 시절, 매일 아침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욕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린내에 숨이 막혔다. 변기 물 내리는 것을 자주 깜빡하는 오빠도 지긋지긋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꼭 서울로 대학을 가야겠냐고 묻는 오빠의 질문에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학기 등록금만 마련해 달라고, 그다음에는 어떻게든 내가 알아서 해 보겠다며 겨우 오빠를 설득했다. 오빠에게도 집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공고 3학년 때 수원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취직이 되었지만 오빠는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아들을 멀리 보내기 싫어했던 엄마의 만류 탓이 컸다. 대신 오빠는 집에서 멀지 않은 막걸리 공장에 취직했다.  “인숙아, 오빠야가 볼링부인 거 알제? 오빠야가 볼링 칠 때 제일 어려븐 기 뭐꼬 카만 스페어(spare) 처리다. 한 번에 스트라이크를 못 시키만 두 번째 공 떤질 때 나머지를 다 넘가야 되거덩. 최고 골치 아픈 기 뭐꼬 카만 핀이 몇 개 남지도 안해 가꼬 뚝뚝 떨어지가 있을 때인 기라. 그거를 스플릿(split)이라 카거덩. 양쪽 끝에 핀이 이래 두 개 뚝 떨어져 있으면 결국 한 개를 내삐릴 수빢에 없더라 카이. 그라이깐, 식구끼리는 서로 붙어 살아야 처리가 쉽다. 뭐 이런 말이다.”  오빠가 한창 볼링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오빠는 모든 것을 볼링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려 들었고, 볼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환하게 웃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는 그때부터 굳게 다짐했다. 처치 곤란한 스페어,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스페어가 아니라, 아예 다른 레인에 스스로를 세워 보겠다고. 나는 일부러 사투리를 쓰지 않았고, 친구를 깊게 사귀지도 않았다. 이 좁은 동네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온전한 나로 새롭게 살아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들고 온 유리단지 속에는 수백 마리의 굼벵이가 서로 몸이 뒤엉긴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이런 게 어디서 났어요?” “어데서 났기는? 샀지. 읍내 건강원에 외상 잽히가 샀다. 읍에 나갈 일 있으만 그 집에 돈 쫌 갖다 주라. 구하기 힘든 기라꼬 억수로 생색내더라. 이따가 너거 엄마 오만 이거 씻거가 한 번 찌놓으라 캐라.” “아니, 대체 뭘 믿고 외상을 줘요?” “내 믿꼬 줬겠나? 인숙이 니 인자 부자됐다꼬 소문이 자자하더라.”  “그래서, 좋으세요?” “누가 좋다 카더나. 사람들이 그칸다 카는 기지. 나도 참 기가 차가 말도 안 나온다.” 아버지는 유리단지를 손에 든 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나는 투명한 단지 표면에 희뿌옇게 찍힌 손자국을 보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얼마를 원해요? 그때 말한 권리라는 게 얼마짜리라고 생각하세요?” “35다.”  “당장 필요한 용돈 말고요. 얼마를 주면, 이 집에서 나가겠느냐고 물은 겁니다. 많이는 못 줘요. 우리 이제 돈 없어요. 엄마도 농협에 빚내서 비료 사고 농사지어요.” “35만 워이 아이라 35키로. 그기 지끔 내 몸무게다.” 예전의 그는 36인치 사이즈 바지를 입을 정도로 체격이 좋았다. “걱정 마라. 오래 안 있는다. 나도 곧 인호 저트로 갈 끼다.” 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죽을 병에 걸렸다는 말도 엄살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나는 무슨 병인지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약은 왜 구해다 먹어요? 무슨 염치로 이래!” “하루를 살아도 쫌 덜 아프까 싶어가 칸다. 내가 이거 한 빙 사 묵는 것도 아깝나? 인호 글마가 살아 있었으만, 내를 이래 멸시하지는 않았을 끼다. 적어도 다 죽어 가는 아바이한테 이래 하는 거는 갱우가 아이라 카이!”  아버지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우윳빛 투명한 몸체에 붙은 검은색 대가리를 뒤흔들며 유리벽을 타고 있는 굼벵이들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이름 입에 올리지도 말아요. 오빠가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알기나 해요?” 더 독한 말로 쏘아 주려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놀라 엉거주춤 팔을 뻗었다.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달려갔다. 푸른색 타일이 깔린 욕실 바닥에 검붉고 끈적끈적한 피가 흩뿌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러닝셔츠 앞섶을 붉은 피로 흥건하게 적신 아버지가 욕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물을 세게 틀어서 바닥의 끈적끈적한 핏자국을 지우다 말고, 나는 쪼그려 앉아 울었다. 오빠였더라면 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오빠가 돌아와 어서 이 스페어들을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방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오빠의 방에는 그가 쓰던 물건과 옷가지 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갖다 버린 오빠의 유품들을 엄마는 모두 다시 주워 왔다. 오빠가 입던 옷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 보았다. 오빠에게서 늘 나던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담배 냄새와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섞여서 나던 찌든 내가 좀약 냄새와 함께 코끝에 돌았다. 외투 주머니에서는 따스한 온기마저 전해졌다. 오빠의 점퍼 주머니에 하나하나 손을 넣어 보다가 손바닥 크기의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수첩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볼링에 관한 메모밖에 없었다. PVC 재질의 수첩 커버에는 ‘제일볼링장 이용권’이 스무 장 남짓 끼워져 있었다.  책상에 앉아 수첩을 첫 장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수첩은 각 장마다 오빠가 치른 게임에 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었다. 오빠는 자신이 얻은 점수와 딴 돈 혹은 잃은 돈을 먼저 기록하고, 그날 컨디션과 치러 낸 게임의 보완점들을 짤막하게 적어 놓았다. 돈을 잃은 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액수라도 잃은 날이면, 처리하지 못한 스페어의 위치와 공의 각도까지 그려 가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들었다. 나는 모르는 볼링 용어를 인터넷 검색 창에서 찾아보면서까지 오빠의 게임을 내 나름대로 복기해 보려 애썼다. 오빠는 파워모션 볼링을 선호했다. 5스텝의 순서로 빠르게 어프로치 라인을 통과해 공의 스피드와 파워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오빠는 되도록 1회 차 투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 성공시켜야 한다고 수첩에 써 놓았다. 스페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오빠가 정신력이 강한 선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첫 투구에서 스트라이크를 성공하지 못하면, 2회 차 투구에서는 미스가 잦았다. 그럼에도 그의 에버리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두 번 연속 스트라이크)과 터키(세 번 연속 스트라이크)를 심심치 않게 보여 줄 정도로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수첩 곳곳에 빨간색 글씨로 쓰인 ‘일타열피!’라는 문구는 계산할 줄 모르는 오빠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막걸리 상자를 들 때에도 오빠는 남들처럼 한 상자씩 드는 게 아니라 두세 상자를 한꺼번에 겹쳐 옮기곤 했다. 상가에 조문 온 회사 동료들은 남들보다 일 처리가 빨랐던 오빠를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을 허겁지겁 끝내고 그가 달려간 곳은 볼링장이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것에 매달릴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침 느지막이 거실로 나가자 엄마는 집에 없고, 아버지의 방문 앞에는 빈 죽 그릇이 놓인 개다리소반이 나와 있었다. 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읍내의 볼링장으로 나갔다. 카운터 앞에서 쿠폰을 내밀자, 형식은 두 눈이 동그레져서 물었다. “니 이거 어데서 났노?” “이 쿠폰 너네 볼링장 꺼 맞지? 240 사이즈로 줘.” 나는 대답 대신 건조한 목소리로 내 할 말만 늘어놓았다. 형식은 순순히 볼링화를 꺼내 주었다. 푸른색 쿠폰 한 장을 내고 하루 종일 볼링을 쳤다. 쿠폰 한 장당 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섯 게임에서 열 게임은 족히 쳤다. 신발 대여료도 따로 내지 않았다. 형식은 그런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평일 낮 시간의 볼링장은 한산했다. 오빠의 옆에서 구경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볼링을 쳐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부러 볼링공을 세게 바닥에 던지듯 굴렸다. 레인 위로 볼링공을 떨어뜨릴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발끝에 진동이 와 닿았다. 미치광이 같으니라고. 이게 뭐라고, 수첩에 공부를 해 가면서까지 쳐. 대단한 박사 나셨어. 그 시간에 집에 일찍 와서 잠이나 잤어야지. 나더러 걱정 말라고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 하더니, 결국 이렇게 나한테 다 떠넘기고 혼자 떠났나. 공은 레인 옆의 도랑같이 생긴 회색 거터 속으로 들어가 떼굴떼굴 굴러가기 일쑤였다.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형식이 슬그머니 옆에 다가와 이죽거렸다.  “그래 가꼬 바닥이 뿌사지겠나. 더 씨기 쾅쾅 떤지 뿌라. 아이고 답답아래이. 그래 하는 기 아이고….” 형식이 내 손과 어깨를 붙들고 볼링공 잡은 자세를 교정시켜 주려 했다. 나는 볼링공을 손에 든 채로 형식을 노려보았다. 순간 형식은 움찔한 기색을 보이며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오일이 덧발라져 번들거리는 레인 위로 나는 폭탄을 던지듯 공을 던졌다. 오빠에게 등록금을 부쳐 달라고 했던 내 발등을 볼링공으로 찧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옆 레인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들이 시끄럽게 순서를 바꿔 가며 볼링을 치고 있었다. 볼링공이 굴러가 핀에 부딪칠 때마다 그들은 요란스럽게 박수를 치며 깔깔 웃어 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카운터에 신발을 반납하며 힐끗 학생들의 전광판을 들여다보았는데, 그들은 10프레임이 아니라 12프레임으로 게임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나는 형식에게 시비조로 말을 붙였다.  “쟤네들은 왜 열 번이 아니라 열두 번씩 쳐? 내가 쿠폰 손님이라고 홀대하는 거야?”  형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니는 여어가 노래방맨치로 사장이 뽀나스 프레임 더 주고 싶으만 줄 수 있고 그런 덴 줄 아나? 그기 아이라 쟈들은 10회 차 떤질 때 스트라이크를 해 가꼬, 뽀나스 프레임을 받은 기다.” “보너스?”  “하긴, 니는 맨날 개판 치는 점수만 받아 가꼬 그런 기 있는 줄또 몰랐겠지. 인호 행님이 진짜 뽀나스 게임의 명수였는데…. 10회 차를 스트라이크 때리 가꼬 두 번 더 뽀나스 투구를 받아 뿌리민 당해 낼 사람이 없었제.” 형식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때 저 행님은 진짜 운빨 쥑인다 생각했거덩. 스트라이크를 치도 우째 저 순간에 딱 성공시키민서 뽀나스 투구를 받아 가까. 행님이 내한테 자주 했던 말이 인생 끝까지 가봐야 안다꼬, 두고 봐라 늘 그캤는데….” 오빠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더 볼링의 운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실력에 운까지 따라 준다고 치켜세워 주는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이 졸린 눈을 부비며 공을 던지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빨간색 팬티와 체크무늬 양말을 신은 날이 제일 점수가 좋다며 속옷과 양말 색깔까지 메모해 놓은 오빠의 수첩을 떠올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볼링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굴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공이 휘어지는 지점인 후킹 포인트까지 계산에 넣어야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이뤄 낼 수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오빠는 언젠가는 인생의 훅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그러나 오빠가 펼치던 인생이란 게임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보너스는커녕 주어진 프레임의 점수 칸을 제대로 채워 보지도 못한 채 종료되어 버린 것이다.   엄마와 아버지를 앞세우고 포도밭을 향해 걸었다. 포도송이를 종이 포장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집은 너거 아이라도 일손 안 많나. 오늘 우리도 해야 되는데, 우짜노. 내일은 약 치야 되는 날인데…. 오늘은 꼭 우리 밭에 와 줘야 된다꼬 내가 말 안 하더나…. 어데, 내 말은 그기 아이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자 엄마는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고 있었다. 약속을 어긴 건 상대방인 것 같은데, 엄마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쩔쩔맸다. 오기로 했던 이들은 엄마와 함께 조를 짜서 인근의 과수원과 비닐하우스로 일당 벌이를 다니던 아주머니들로, 오빠의 장례식장에 달려와 가장 큰 목소리로 곡을 해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포도밭을 사면서 그들의 태도는 묘하게 변해 갔다. 유월 초순, 포도알이 새파랗게 영글 즈음이면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 줘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병충해나 햇빛, 농약으로 포도가 상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도울 테니 남한테 아쉬운 소리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 방 안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던 아버지도 눈치를 보며 나갈 채비를 했다. 아버지나 나나 밭일을 안 해 봤기는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 게 문제였다. 나는 엄마와 예닐곱 걸음 떨어져 혼자 일했고, 아버지는 엄마와 한 조를 이루어 일했다. 아버지가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면 엄마가 옆에서 그 위를 철끈으로 묶었다. 너무 쫄리게 묶으만 안 된다 카이, 포도도 숨을 쉬이야제. 엄마가 종이를 건네주면서 하는 말에 불현듯 기억하기조차 싫은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입관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왔을 때와는 달리 깨끗한 모습으로 분까지 바르고 누워 있는 오빠의 모습은 차라리 편안해 보였다. 사고 직후 끔찍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엄마는 오빠를 쓰다듬으면서 통곡을 했다. 그리고 장례사를 붙들고 염해 놓은 오빠를 가리키며 애원하듯 말했다. “우리 아는 답답은 거 싫어하는데, 너무 꽉 쫄라 놨다. 옷도 찡기는 거 싫다 캐가 내가 맨날 한 치수 큰 걸로 사주고 캤는데…. 어차피 태울 꺼 아이가. 쪼매만 풀어 주만 안 되겠나. 우리 인호는 저래 답답은 거 싫어한다 안 카능교.” 목구멍에서 넘어온 뜨거운 기운을 억지로 삼키고 있는데, 아버지와 엄마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지난 삼십여 년간 아무 탈도 없이 서로 의지하면서 산 금슬 좋은 부부인 양, 같은 포도송이를 붙든 채 도란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허망한 생각마저 몰려왔다. 엄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내려와 있는 내가 한심했다.  “니는 와 하필이믄 포도밭을 샀노. 쪼매난 하우스 같은 거를 샀으만 차라리 좀 핀하고 나슬 낀데.” “우리 인호가 포도를 제일 안 좋아했능교. 맨날 넘우 밭에서 얻어 가꼬 알매이 쪼매난 것만 믹인 기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제사상에 제일 큰 걸로 올리 줄라꼬 그캤제.”  오빠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는 별안간 땅바닥에 주저앉아 꺽꺽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몸속 깊은 곳에서 토해 내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었다. 한편으로, 별안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품새가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어쩌면 엄마는 목 놓아 울기 위해서 이 밭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차라리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웅얼거리면서 속의 말을 삼키던 엄마였다. 이렇게 울기라도 해야 썩은 포도알처럼 문드러진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는가. 주변은 고요했다.  아버지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니 와 이카노. 일나 봐라. 동네 사램들이 들으만 머라카겠노. 내가 니 뭐 우째 했는 줄 알겠다. 동네 우사시럽구로.” 그는 진땀을 흘리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의 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팔뚝은 엄마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앙상했다. 엄마를 일으키려던 아버지가 오히려 휘청거리면서 흙바닥에 넘어졌다. 아버지는 스스로 일어날 기력조차 없는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네 발 짐승처럼 엎드려 있었다. 나는 눈을 찡그린 채, 쓰고 있던 선캡을 벗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포도나무의 높이가 낮아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허리를 숙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신 부채질만 해댈 뿐이었다. 숨이 막히게 더웠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지고 있을 무렵 아버지가 땅바닥에 카악하고 가래침을 뱉었다. 길고 끈적끈적한 가래침이 끊어지지 않고, 그의 아랫입술에서 덜렁거렸다.   오빠는 죽기 전날까지 도박판을 벌였다. 수첩을 절반쯤 넘기다가 나는 게임일지의 패턴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가 생의 막바지에 빠져 있었던 게임은 단순히 볼링 에버리지를 얼마나 많이 내는지를 다투는 게 아니라 누가 점수를 제일 적게 내는지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그렇다고 공을 레인 옆의 거터 구역에 빠뜨려서도 안 되었다. 핀 스폿까지 공을 굴리되, 가장 적게 핀을 쓰러뜨리는 자가 돈을 따갔다는 점에서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한 투전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빠의 공은 킹핀과 헤드핀을 아슬아슬하게 잘 비켜나가 많은 수의 핀을 남겼다. 형식의 말에 따르면, 점수를 많이 내는 오빠를 견제하기 위해 점수를 적게 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도록 룰을 바꾼 것이었는데, 오빠는 의외로 빨리 새로운 게임에 적응했다. 투구 자세와 쓰던 볼을 바꾼 효과가 컸다. 5스텝 대신 4스텝, 평소 쓰던 16파운드의 볼 대신 13파운드 볼을 쓴다. 거친 필체로 채워진 오빠의 메모는 꼼꼼했고 진중했다. 배치도까지 그려 놓고, 검은색으로 표시된 10번 핀 하나만 안정적으로 아웃시키기 위한 공의 동선을 짰다. ‘훅 볼’이라고 동그라미 쳐진 단어 옆에는 별모양 그림이 여러 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스트레이트로 곧게 전진시키다가 핀 앞에서 오른쪽 바깥으로 볼의 커브를 유도해서 10번 핀을 날리는 전략이었다.   ⓻ ⓼ ⑨ ❿   ⓸ ⓹ ⓺ ↱    ⓶ ⓷ ↗     ⓵ ↗      ↱      ↑ ‘뉴 게임’이라고 이름 붙인 그 게임의 판돈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메모에 담긴 욕망의 크기도 기묘하게 불어났다. 사고 즈음의 오빠는 팬티 한 장을 갈아입는 데에도 예민하게 굴어 엄마가 애인이 생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게임 한 판에 한 달치 월급이 오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른 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헤드핀(1번 핀)과 킹핀(5번 핀)을 비켜 지나가 단 하나의 핀만 깨끗하게 날려야 한다고 휘갈겨 놓은, 낯부끄러울 정도로 진지하고 치열한 메모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 수첩을 나는 마당으로 들고 나와 오빠가 남긴 잡동사니와 함께 불태웠다. 맞춤법도 제대로 몰라서 ‘핀 캐리를 경게하자.’라고 빨간 글씨로 강조해 놓은 오빠의 흔적을 나는 볼품없는 물건을 버리듯 내팽개쳤다. 내 서울살이를 지탱했던 것이 오빠가 쓰러뜨리지 않은 스페어스(spares)라는 걸 잊고 싶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잿더미를 발로 밟고 침을 퉤퉤 뱉었다. 수첩에서 빼낸 몇 장의 쿠폰이 손 안에서 구겨졌다.  화가 치솟으면서 무언가 던지고 부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볼링장에 갔다. 이 집에서 머무른 대부분의 시간이 그런 나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쿠폰을 내고 벤치에 앉아 볼링화를 갈아 신으며, 나는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점수를 적게 내는 볼링을 쳐 보기로 했다.  오른쪽 끝의 10번 핀을 노리고 던졌더니 볼링공은 손에서 떨어지는 족족 레인 밖으로 굴러가기 바빴다. 한 번은 10번 핀에 공이 닿긴 닿았는데, 스치기만 했는지 핀이 살짝 기우뚱하는 데 그치고 오뚝이처럼 말짱하게 섰다.  “으이고, 속 터지 죽겠네. 니는 우째 핀을 맞차 놓고도 점수를 못 내노? 이거 끼고 한번 해봐라.” 형식이 볼링 아대라며 낯선 장비를 내밀었다. 광택이 나는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진 붉은 아대는 아이언맨의 갑옷 같았다.  “핀이 맞으만 머하노. 손모가지에 히마리가 없어 가꼬, 핀이 쓰러지지를 안 하는데. 이거 차고 한 번 해 봐라. 훨씬 더 힘이 잘 들어갈 끼다.” 나는 웅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딱 하나만 아웃시키고 싶어. 아주 깨끗하게.” 형식은 내 팔에 억지로 아대를 채우느라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 번에 다 되는 기 아이다. 첨부터 우째 깨끗하이 다 처리하겠노. 부담 가질 필요 엄따. 공짜로 주는 거 아이다. 빌리주는 기다. 신발하고 같이 반납하만 된다.” 단단한 아대를 착용하자 팔목부터 팔꿈치까지 깁스를 한 느낌이었다. 공의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고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확실히 공이 뻗어 가는 기세가 이전보다 좋았다. 10번 핀을 향해 스트레이트로 나아가던 공이 핀 스폿 앞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1번 헤드 핀을 정확하게 때렸다. 헤드 핀이 넘어지면서 킹 핀을 때렸고, 또 킹 핀이 주변의 핀들을 쓰러뜨렸다. 스트라이크였다. “브라보! 내가 말 안 하더나. 아대 끼면 힘을 팍 받아 갖고 점수가 더 나올 끼라고. 이야, 핀 캐리 직이네. 일단 공을 쌔리삤다 카만 저런 반발력으로 핀 캐리가 나와 줘야 속이 씨원해진다 카이. 아대가 완전 임자 만났는 갑다.” 형식은 박수를 쳐 가면서까지 너스레를 떨었다. 스트라이크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손끝에 얼얼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한 희열을 불러일으켰다. 공에 맞은 핀이 튀어 오르는 순간, 핀과 핀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의 경쾌함이 내 몸마저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쓰러진 핀들이 쓸려져 나가고 새로운 열 개의 핀으로 리셋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얼한 손끝과 팔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아대를 어루만졌다.  볼링핀 간 중심에서 중심 사이의 거리는 30.48㎝이다. 각각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는 서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려 해 봤자, 강한 힘이 덮쳐 버리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지게 마련이다.  반환구가 방금 전 내가 던졌던 10파운드짜리 남색 공을 뱉어 냈다. 오일이 표면 곳곳에 묻은 공을 헝겊으로 닦으며 오빠를 생각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힘껏 굴려도 결국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이 볼링공처럼 매일 새벽 수백 상자의 막걸리를 싣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도시까지 가 닿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무거운 볼링공을 던지며 그가 얻어 내고 싶었던 보너스는 무엇인지 나는 계속 외면하려 들었다. 그가 죽고 나서야 그것을 더 고통스럽게 들여다보게 된 것은 아마 그 대가일 것이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벤치에 앉은 형식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희뿌옇게 펼쳐진 눈앞에는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열 개의 볼링핀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서 있었다.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 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었다. 나는 보너스 프레임에 선 기분으로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볼링공에 세 손가락을 끼우고 어프로치 라인에 섰다.
  • 자연녹지내 학교 건폐울 30%로 완화

    내년 상반기 중 자연녹지지역 내 설립·운영 중인 학교들은 조례로 건폐율을 30%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개정된다. 국토교통부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하여 개선하기 위하여 분야별 규제개혁 협의회를 구성하여 지난 9월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12월 17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에서는 자연녹지지역내 학교 건폐율 완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총 11개 과제에 대해 실현가능한 대안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강동4)에 따르면 “현재 자연녹지지역의 건폐율이 20%로 제한되어 있어 자연녹지지역 내 위치한 학교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국토계획법 시행령’개정에 따라 조례가 개정되면 학교 교육시설 확충이 되어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11월 6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현재 자연녹지지역 내 위치한 한국체육대학교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자연녹지지역 내 학교 건폐율을 완화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 결과로 서울시내 초·중·고·대학교 중 자연녹지지역 내 위치한 35개 학교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기숙사 등과 같은 시설을 확충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박 의원은 “건폐율 완화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개선 되고, 특히, 한국체육대학교의 30년 숙원사업 중의 하나였던 건물의 증축이 가능해 진다”고 밝히고 “내년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조속한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하루 속히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남도, 기간제근로자 26명 정규직 전환

    전남도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2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지난 29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임용장과 신분증을 교부받았다. 30일 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연차별로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에 따라 1단계로 26명을 무기계약직에 임용했다. 도는 그동안 고용 개선을 위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일제 실태조사를 했다. 공인노무사, 노조 대표, 기간제 근로자 대표 등이 참여한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전환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특히 태크스포스팀이 1차 서면조사에 이어 2차 현지 방문으로 기간제 근로자와 개별면담을 거치면서 근로 기간, 종사 업무, 업무 처리 과정을 꼼꼼히 조사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 이 가운데 2년 이상 법적 의무 전환자와 연구 종사자 가운데 10년을 경과한 근로자를 전환 대상자로 선정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호봉제가 적용되고 보수 수준에서도 상당한 임금 상승이 뒤따른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마음의 짐을 덜어 드린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신분도 같다는 원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용장을 받은 박춘순 농업기술원 실무원은 “연말에 큰 선물을 줘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도 정규직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를 더욱 성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11살 딸 학대’ 아빠 친권 정지… 할머니 인계도 거부

    법원이 초등학생 딸을 2년간 집에 감금한 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아버지에 대해 친권행사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인천지법 가정보호1단독 문선주 판사는 아동학대 피해자 A(11)양 사건과 관련, 지난 24일 직권으로 피해아동보호명령 사건을 개시해 28일 오후 심리를 거쳐 이같이 결론 내렸다. 인천지법에서 열린 심리기일에는 A양의 국선보조인인 변호사와 인천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이 출석했다. 문 판사는 “피해 아동에 대한 임시보호명령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피해아동보호명령 결정 때까지 친부의 친권행사를 정지하고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을 임시후견인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A양의 친할머니 B씨가 경찰서를 찾아 손녀를 양육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4일 이번 사건을 수사한 연수경찰서를 찾았다. A양이 갇혔던 자택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한 지 12일 만이다. B씨는 A양의 큰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방문해 손녀를 맡아 기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인천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들로부터 집중 치료를 받는 A양의 심리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면담을 불허했다. 경찰도 친할머니와 큰아버지가 A양의 사실상 유일한 혈육이지만 동시에 학대 가해자인 아버지 쪽 가족이기 때문에 섣불리 A양을 인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8년 전 이혼한 A양의 어머니는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연락이 없는 상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누가 양육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A양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앞서 A양은 부친을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밝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강하게 비췄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뉴스 분석] “그만 나가 줬으면”… 감원에 갇힌 세밑 구조개혁

    [뉴스 분석] “그만 나가 줬으면”… 감원에 갇힌 세밑 구조개혁

    50대 초반인 A씨는 그룹 간 전격 스와프(맞교환)로 하루아침에 삼성 배지를 뗄 때만 해도 별 걱정이 없었다. 인수당한 회사가 업계에서는 잘나갔기 때문이다. 적(籍)이 바뀐 뒤에도 열심히 일했다. 아니 삼성맨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아무래도 ‘팔려간’ 처지이니 갑절은 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함에서였다. 그런데 12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만 나가 줬으면 좋겠다”는 통보였다. 눈앞이 아득했다.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면담도 아닌 전화 한 통으로 정리당할 정도로 일을 못했나 하는 자괴감이, 이렇게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잘라낼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 것은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였다. 심장이 너무 벌렁대 처음 며칠은 아무 생각이 안 났다는 게 A씨의 고백이다. 세밑 감원 한파가 매섭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만 올 1~11월 5만 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중에는 스스로 그만둔 사람도 있지만 ‘명퇴’(명예퇴직), ‘찍퇴’(찍어서 퇴직) 등으로 떠밀려 나간 사람이 부지기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2009년의 5만 5000명에 육박한다. 올해를 한 달 남겨놓고 12월에 희망퇴직이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2009년 규모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감원 한파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세밑과 새해 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수익이 크게 줄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2%대 전망이 더 많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하는 점도 기업들이 내세우는 ‘감원 불가피론’의 한 근거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경영진 입장에서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생산성은 거의 ‘제로’”라며 “거액의 퇴직금을 쥐여 주고서라도 미리 내보내야 추후 인건비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구조 개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감원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비판도 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강조하는 구조 개혁의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를 인력 구조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제조 원가 등) 비용 부담을 던 기업들이 지금 과연 이렇게 사람을 많이 잘라야 할 정도로 위기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늘렸던 고용을 이참에 고스란히 뱉어내고 있다”면서 “정부가 구조 개혁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고, 감원은 (정부가 내년 성장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내수 회복에도 큰 걸림돌인 만큼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쇠창살 감옥? 정신과 보호병동을 가다

    [메디컬 인사이드] 쇠창살 감옥? 정신과 보호병동을 가다

    ‘정신과 병동’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나요. 괜히 발걸음을 향하기 꺼려지고 가까이 하기 힘든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온몸을 꽁꽁 묶는 ‘구속복’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영화 ‘터미네이터2’ 명장면으로 꼽는 액체로봇 T1000의 철창 통과 신이 많은 분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신과 병동을 직접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구조이고,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여러분처럼 저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의료진의 협조를 얻어 2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 문 앞에 섰습니다. 문 뒤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요. 여느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문과 똑같이 생긴 자동문이 두 개 있습니다. 다른 점은 의료진은 카드를 대고 들어갈 수 있지만, 폐쇄병동 특성상 평상시 안쪽에서 잠겨 있고 아무렇게나 출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환자 가족도 신분을 확인한 뒤에 통과할 수 있습니다. 병동 안쪽 업무공간은 열려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쇠창살이나 강화유리는 없었습니다. 환자들은 병실을 나와 병동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활동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가족과 대화하거나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환자도 보였습니다. ●병실 옆에 보호실… 환자 스스로 들어가 휴식 간호 스테이션(업무구역)에서 송현숙 보호병동 간호 파트장을 만나 물었습니다. “환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네요.” 송 파트장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는 “보호병동이라고 하면 감옥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일반 병동과 차이점이라면 병실 내부 시설에 안전장치를 갖춘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입원환자 대부분은 현실 검증 능력이 떨어지거나 공격성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 중증도 이상의 기분조절장애 환자, 고위험군 우울증 환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속복부터 찾았습니다. 그런데 “없다”고 합니다. 환자 인권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그럼 자해하거나 의료진을 주먹으로 때리고 기물을 걷어차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안전요원과 함께 2곳의 ‘보호실’에서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먼저 가족의 동의부터 받아야 합니다. 보호실을 찾았더니 의외로 후미진 곳이 아닌 바로 병실 옆입니다. 이미 여성 환자 두 명이 누워 있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본인 스스로 들어가 쉰다”고 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운 환자도 “보호실에서 약물 치료를 받고 1~2시간 정도 누워 있으면 대부분 상태가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근무조인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3년 차 강인씨는 “보호병동에 입원해야 한다고 진단하면 환자 보호자들이 ‘철창에 갇혀 나가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입원을 망설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여기서는 수용이 아닌 상담과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씨는 또 “1960~1970년대 미국에서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를 구속복으로 강압적으로 가뒀던 행태가 영화나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에 현재의 정신병원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말로 설득할 수 없는 환자라도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자와 협의하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1인실과 5인실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육중한 철문 뒤쪽에 환자를 1명씩 가둬두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도 있는데요. 부드러운 나무 재질의 미닫이 문 안쪽에 흰색이 아닌 일반병실과 같은 따뜻한 느낌의 카키색 벽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전사고 때문에 1인실이 훨씬 더 관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병원은 1인실이 아예 없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화장실 세면대 고무재질… 거울도 아크릴 병실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려고 했더니 줄이 유리 바깥쪽에 있습니다. 리모컨으로 블라인드를 조절합니다.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끈 형태의 물건은 모두 치운다고 하네요. 화장실 세면대는 고무, 거울은 깨지지 않는 아크릴 재질입니다. 심지어 전기로 자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콘센트도 없앨 정도입니다. 송 파트장은 “화장실은 환자 개인공간이기 때문에 안에서 잠글 수 있게 돼 있지만, 10분 이내로 안 나오면 ‘환자분 계신가요. 안전하신가요’라고 꼭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다”면서 “응급상황에 대비해 단순한 형태의 열쇠로 열 수 있도록 해놨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장실을 제외하면 사방에 폐쇄회로(CC)TV가 있기 때문에 위압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요. “병원장이 연세대 출신이니 이 대학 출신 국가정보원 직원이 병원에 위장취업해 날 감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드물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환자·의사 주치의 관계… 대화하며 맞춤 치료 그래서 면담치료가 일반적입니다. 13명의 교수와 20여명의 전공의가 환자 면담에 참여합니다. 질병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합니다. 사이코드라마(심리극), 밀류테라피(환경치료) 등 집단치료법을 궁금해하는 분도 있는데요. 조현병 환자 일부를 대상으로 소그룹 면담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치료가 대세라고 합니다. 미술치료도 미술치료사 한 명과 환자 한 명씩 배정해준다고 하네요. 잠을 잘 못 자면 오전 중 20~30분 강한 빛을 쬐는 광(光)치료를 합니다. 수면 사이클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송 파트장은 “아무래도 환자 입장에서는 ‘그 모임에 내가 갔다’보다는 ‘나를 위해서 뭔가 프로그램을 해준다’고 하면 기분 좋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치료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지거나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나 환자 가족이 의외로 많습니다. 강씨는 “약을 먹여서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믿는 환자도 종종 있는데, 굳이 정신질환 치료제 부작용을 말하자면 약간의 변비나 체중 증가뿐”이라면서 “최근 10~20년 내에 개발된 약물은 몸이 굳거나 침을 흘리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환자 치료하면 우리와 똑같다는 인식 가져야” 환자가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물론 말이 통하지 않을 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현대 의학에서는 신경전달물질 문제가 80% 이상일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밸런스가 깨진 환자에게 의지가 약하다거나 스트레스를 못 참는다고 다그쳐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뇨환자가 혈당이 높아지는 것처럼, 충수돌기염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것처럼 환자가 이상한 말을 하거나 우울해하거나 하는 것은 환자의 증상일 뿐이지 환자 그 자체는 아니다”라면서 “환자를 정신과 증상이라는 프레임으로 보지 말고 치료하면 우리와 똑같이 활동할 수 있는 분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생계용 땅 소유 주민에 투기꾼들과 차별화 된 토지 보상 관건

    생계용 땅 소유 주민에 투기꾼들과 차별화 된 토지 보상 관건

    ‘제2공항 건설 반대한다.’ vs ‘입지가 선정된 만큼 이제는 조기 건설에 올인해야 한다.’ 지난달 15일 제주 2공항 건설 입지가 선정된 후 제주 지역에는 후폭풍이 거세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서귀포 성산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입지 선정에 반발, 공항 건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을 1~2년이라도 앞당겨야 한다며 정부에 조기 집중 투자를 요청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27일 제주도에 따르면 기존 제주공항이 제2공항 완공 예상 시점(2025년 이전)보다 7년 이른 201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2공항 조기 건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2공항 예정부지에 속하는 성산 지역 주민들은 공항 건설 반대로 입장을 정리하고 반대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성산읍 온평리 주민들은 지난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일방적인 제2공항 입지 선정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400여명의 주민들은 “제2공항 예정지의 76%는 온평리 토지이며, 마을 토지 대부분이 공항 건설에 수용된다”며 “마을을 두 동강 내고 온평리란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지워버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대부분 농지가 제2공항 부지에 편입되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지를 잃게 돼 예고 없이 해고당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항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난산리 반대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게 될 주민들의 아픔을 뒤로한 채 제주도는 정부에 조기 건설 지원만 요청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수산1리 주민들은 “마을과 학교가 항공기 경로에 위치해 극심한 소음 피해가 우려된다”며 “주민과 소통 없이 기습적으로 공항 부지를 발표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산리 주민들도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정부와 제주도가 비민주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기존 제주공항을 바다로 확충하거나 인근 대한항공 정석비행장을 제2공항으로 사용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는 이들 주민에게 대체 농지와 대체 택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공항 예정지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차별화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내년 1월부터 공항 예정지 내 토지 및 주택에 대해 개인별, 가구별, 필지별, 시설별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 원 지사는 “전수 조사를 통해 오랫동안 영농 등 생계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한 주민과 재산 증식 등 주거, 영농 이외의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과 반드시 차별화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예정지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공항건설로 토지의 이용과 개발이 제한되는 인접 지역 주민들에게도 향후 진행될 공항 주변 지역 개발과정을 통해 합당한 보상과 대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개별 면담을 실시해 개개인의 의견과 요구, 향후 희망사항까지 수렴해 이를 토대로 맞춤형 대안들을 제시하고, 주민들 각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공항 주변지역 개발은 공공 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하게 민간투자를 유치할 경우 개발이익의 공공기여도를 판단해 제한적으로 허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2공항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팀이 공항 사업비로 4조 1000억원을 예상했고 이 중 토지 보상비로 책정한 금액은 약 5000억원이다. 나머지 3조 4000억원 안팎은 공항건설비, 2000억원가량은 설계 등 부대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제2공항 예정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 5개 마을로, 부지 면적이 495만 8000㎡다. 현재 이 지역 공시지가보다 단위 면적당 3배 가까이 비싼 3.3㎡(평)당 평균 30만원대의 보상금이 예상된다. 온평리의 올해 표준지(64필지) 공시가격은 3.3㎡당 평균 9만 6437원이다. 개별 토지의 최종 보상액은 실시계획 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평가업자 2~3명이 산정한 가격의 평균으로 정하게 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6개월, 기본계획 수립 1년, 기본 및 실시 설계에 1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토지 보상 등은 2019년쯤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주민들이 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보상 협의 등은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원 지사가 구상 중인 토지 차별 보상 방안도 논란거리다. 도의회 일부에서는 “국책사업의 보상 주체는 국가인데 자치단체가 차별 보상하겠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해당 농민들에게 다른 곳에 대체 농지를 제공하겠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항개발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이들 지역 토지의 경매나 공매에서 실제 활용이 어려운 전체 토지의 일부 지분과 도로마저 없는 맹지 등이 감정가의 4~5배에 낙찰되는 등 전국에서 투기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제주도와 국세청 등은 농업회사법인,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적 토지 거래에 대해 법인세를 강화하고 부동산 위법 거래에 따른 허위신고 등 부정행위 적발 시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강력 조치할 계획이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명법 위반 사항, 실거래가 추적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중과세 조치 등 엄격한 사법 처리 및 세무조치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투기세력에 강력 대처키로 했다. 도는 최근 거래된 부동산에 대해 세무서에 자료를 제공하고 세무서는 부동산 거래 자료를 분석해 투기 여부를 파악한다. 단기매매나 기획부동산 의심거래, 집단 분할, 지분매매 등도 감시하게 된다. 토지 면적 기준으로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은 47.5%, 인접지역인 표선면은 42.0%, 제주시 구좌읍은 41.3%가 각각 외지인 소유다. 이는 제주지역 사유지 외지인 평균 점유율 32.3%를 웃도는 수치다. 좌광일 제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이 농토를 잃게 되는 등 생존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제주도가 공항 조기 건설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과 먼저 소통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구조조정의 진실] 적자 기업은 “생존을 위하여” 흑자 기업도 ‘위기론’ 앞세워

    재계에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업종뿐 아니라 이익이 나는 회사들도 위기 경영이라는 분위기를 이용해 감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국내 제조업 종사자 수는 454만 5000명으로 전달인 10월 455만 2000명과 비교해 7000명 줄어들었다.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최근 임원급 이하 직원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을 완료했다. 지난 10월부터 승진 시기가 지난 7~8년차 50대 중반 부장급, 차·과장급 가운데 승진 누락자 등을 대상으로 면담을 가져 정리해고를 마쳤다. 지난 9월 1일 제일모직과 통합한 삼성물산도 과거 에버랜드 소속이던 리조트와 건설 부문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2월 현재 건설 부문 직원 수만 지난 연말 대비 500명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그룹 상무급 이상 임원의 경우 전체의 20%인 최소 400명가량이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인력 구조조정을 당장 내년부터 정년 60세 보장법이 실시되기 전에 저성과자들을 정리하는 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 규모는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하려면 일정 수준의 정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스마트카 부품 사업에 시동을 걸기 위해 벌써 관련 분야 인력 채용을 시작한 상태다. 구조조정 칼바람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경영 악화에 따른 고강도 경영 효율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 효율화 방안에는 희망퇴직 실시와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한 조직 축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8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승객 감소 등으로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7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하며 경영난이 가중됐다. 20~30대 신입사원들에게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향했다. 올해에만 총 15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 대상에 신입사원을 포함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신입사원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희망퇴직 제외 연령 기준을 2014년 1월 이후 입사자로 제한한 만큼 사실상 20대 직원들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적자 상태인 조선·중공업 쪽에서는 정리해고가 일상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3년 만에 과장급 이상 사무직 100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축했다. 삼성중공업은 상시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 화공 및 산업 플랜트 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달 초부터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1개월씩 쉬는 무급순환휴직을 실시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희망퇴직 등을 통해 부장급 이상 임원 규모를 1300여명에서 1000여명 수준으로 줄였다. 2019년까지 전체 직원 수를 현재 1만 3000여명에서 1만여명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어서 사실상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주 중 대기업 수시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힌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 업종뿐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방위로 구조조정의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이 효과적인 방법일지 몰라도 무차별적 구조조정 확산은 사회 전체의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청부살인 증거’ 한국 경찰이 찾았다

    ‘청부살인 증거’ 한국 경찰이 찾았다

    필리핀 바탕가스주 한국 교민 피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경찰 수사팀이 용의차량을 특정하고, 사건 규명의 중요한 단서를 발견해 현지 경찰에 넘기는 개가를 올리고 돌아왔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현지에서 직접적으로 수사 활동을 한 것은 경찰 창설 이후 처음이다. 과학수사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경찰청 수사팀은 범인 중 한 명이 현장을 떠나려다 다시 돌아와 피해자인 조모(57)씨에게 총기를 난사한 점, 동거녀와 가정부 등 다른 사람은 살해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순 강도가 아닌,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있음을 필리핀 경찰에 알렸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조씨가 7년간 별거 중인 현지인 부인과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분할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 필리핀에 거주한 지 20년이 넘은 조씨가 건설업을 하면서 현지인과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 등에서 청부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와 유족을 면담해 범인의 행동, 위치, 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계획적인 청부살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필리핀 경찰에 자문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또 현장에서 약 4㎞ 떨어진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에서 용의 차량을 특정하고 현지 경찰에 알렸다. 수사팀은 20만∼40만 화소로 낮은 화질의 영상을 분석해 흰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특정했다. 유리창 곡선과 범퍼 모양 등을 비교 분석해 정확한 차종도 확인했다. 수사팀은 사건 현장에서 필리핀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45구경 권총 탄피 2개와 22구경 소총 실탄 1개를 추가로 확보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미등록 불법제작 총기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경찰이 우리 수사팀의 자문을 고려해 피해자 전 부인의 통화기록과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차량번호도 확인하는 대로 필리핀 경찰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피해자 조씨가 지난 20일 오전 1시 30분쯤 필리핀 바탕가스주 말바르시 건설현장 기숙사에서 4인조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괴한 중 2명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 다른 한 명은 22구경 소총을 들고 조씨와 동거녀, 가정부 등을 끈으로 손발을 묵고 1만 페소(약 25만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동거녀에게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라”고 말한 뒤 6발의 권총을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로 수사팀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무형문화재 되지 못한 소리꾼

    무형문화재 되지 못한 소리꾼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의 명창(名唱) 선정을 놓고 소리꾼과 정부 간에 벌어진 법정 다툼이 정부 측 승리로 마무리됐다. 소리꾼을 대상으로 기량평가까지 해놓고도 선정 계획 자체를 철회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 소리꾼들의 주장이었지만 대법원은 “명창 선정은 문화재청이 전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경기민요가 1978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때 정부는 첫 보유자로 묵계월, 안비취, 이은주 명창을 선정했다. 1997년 안 명창이 사망한 뒤에는 그의 제자 이춘희(68) 명창이 보유자가 됐다. 2005년 건강 문제로 묵 명창이 자진해 물러난 뒤 현역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2명으로 줄었다. 문화재청은 2011년 1월 ‘보유자 추가 인정 여부’를 조사해 1990년 안 명창의 조교로 선발돼 훈련해 온 이모(59·여)씨 등 소리꾼 5명에 대해 기량 평가(독창)와 면담 등을 실시했다. 묵 명창의 후계자를 뽑는 평가였지만 2009년 문화재청은 연구용역을 통해 “경기민요는 유파 구분이 없다”는 결론을 낸 상태라 이씨 등도 후보군에 들었다. 하지만 후계자 선정 방식 등을 놓고 국악계는 혼란에 빠졌다. 경쟁이 과열돼 투서와 민원이 난무했다. 결국 이듬해 2월 문화재위원회는 보유자를 늘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보유자가 2명 있어 전승 단절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년여를 기다려 온 이씨는 문화재청을 상대로 보유자 추가 선정 철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보유자 선정은 문화재청 재량”이라며 청구를 각하했지만 2심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각종 평가를 실시해 후보들이 높은 점수를 받으면 보유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철회 이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5일 “원고를 경기민요 보유자로 선정하지 않았어도 권리에 영향을 주지 않아 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바람이 분다’로 시작하는 군밤타령이 경기민요 중 하나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아베 “내가 책임진다”… ‘책임·사죄’ 언급 등 일괄 타결 시도

    아베 “내가 책임진다”… ‘책임·사죄’ 언급 등 일괄 타결 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오는 28일 열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단숨에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모든 쟁점을 해결한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압축된 쟁점들을 놓고 장관들이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국 국장급 접촉에 이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의 지난 22~23일 거듭된 협의 이후 각료급 회담이 열리면서 타결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 총리실 관계자는 25일 “양측이 몇몇 문제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한을 지시하면서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한국 측은 당초 쟁점을 더 좁히고 해결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이 동시 발표라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자국 언론을 통해 외무상 파견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밀어붙이는 데 한국이 끌려가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남은 쟁점들은 실무선에서 타개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측에 유리한 완벽한 해결보다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상황에서 합의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높은 단계의 합의냐 낮은 단계의 합의냐, 아니면 합의 미루기냐 등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외무상이 회담에서 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확인을 요구할 태세여서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은 정부가 강제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일본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한국은 이에 반박하는 형태가 된다면 위안부 강제성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가 준비하는 대책에는 피해자 지원 기금 설립, 총리 등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면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해 1억엔(약 9억 7000만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새 기금 설립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새로운 기금은 아시아여성기금 후속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형태다.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아베 신조 총리나 책임 있는 당국자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죄 표현은 전쟁 때 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을 언급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일본 측에 ‘책임’은 ‘법적 책임’이기보다는 ‘도의적 책임’을 의미하는 쪽이 강하다.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들과 면담하며 사죄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일본이 한국 측에 제시한 요구 조건들도 만만찮다. 우선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확약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해결’을 언급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고,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추진되는 소녀상 설치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 포기도 포함됐다.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한국 측에서는 협상 타결 후 기념관 등으로 자발적으로 옮기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런 것은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또 피해자들과 관련 민간단체들의 역할과 입장도 큰 변수다. 한국 정부 지도자들만의 결단으로 가능하지 않다. 일본에 비해 한국 정부가 훨씬 무거운 짐을 진 형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위로